뜻밖의 미술관 - 생각을 바꾸는 불편하고 위험한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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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뜻밖의 미술관』은 표제어부터 독특하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 묘한 제목이 달린 책의 영향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은유적 뜻을 해석하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의 내용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감상하는 방법이란 것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세상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그림 이야기」라는 깔끔한 설명이 들어 있는 '프롤로그'의 제목이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김선지는 미술 작품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들여다보는, 자신만의 그림 감상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은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곳인가?"라는 저자만의 질문을 자신에게 한 후 해답을 찾으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림 감상도, 글 쓰는 일도 모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거장들과, 명화로 추앙받는 수많은 그림들 중에서도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저자의 시선이 꽂힌다.

저자는 세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에 또 하나의 시선을 보태는, 멋진 일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을 넓고 깊게 통찰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오래되고 익숙한 시선이 아니라 자유롭고 개방적인 눈을 통해 내 생각과 나의 앎의 범위를 넘어선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 '알아 낸' 것들을 제시하고 독자와 교감하고 싶어 이 책을 발간키로 했다고 취지를 대신한다. 이 책은 저자가 미술 칼럼니스트로 한국일보에 연재 중인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를 엮어 펴냈다. 저자는 "미술은 우리에게 감각적이고 미적인 쾌감을 준다. 사람들은 예술적인 명화나 건축물, 조각품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다. 이러한 순수한 미적 만족과는 별개로, 미술 작품은 한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예술가들도 그 시대의 사회 체제와 가치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예술은 인간의 삶과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다." 저자는 미술 작품들을 살펴보는 동시에, 그 안에 내재된 역사와 사회, 문화의 흔적을 종합적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데서 이 책의 이야기가 출발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이 대중에게 훌쩍 다가선 시대다. 그동안 책이나 TV를 통해 명화를 접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직접 전시회나 미술관을 찾아가 그림을 감상한다. 인기 있는 작품이 걸린 전시회장이나 미술관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막상 전시회장이나 미술관에 가면 어떻게 그림을 감상할지 방법을 잘 모른다. 도록을 사들고 그림을 감상하거나, 끌리는 작품 앞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가 인증샷을 남긴다. 물론 작품 앞, 그 순간 강렬하게 받는 미적 자극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미술이 교양이 된 시대에 우리는 한 층 더 깊이 그림을 이해하고 또 나름의 관점으로 사유할 힘을 길러야 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독자들에게 명화라 칭송받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작품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던진다. ‘명화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때는 명화였던 그림이 지금도 명화인가?’ ‘예술성은 화가의 면책 특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그림 속 고다이바 부인이 정말로 벌거벗고 마을을 돌았을까?’ ‘〈우르비노의 비너스〉 속 비너스는 정말 비너스의 현신이 맞을까?’ 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명화 상식을 뒤집는 질문까지 다양하다.

존 콜리어의 〈고다이바 부인〉은 중세 시대, 고다이바라는 귀족 부인이 백성들의 세금을 감면해주기 위해 벌거벗은 채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는 설화를 기반으로 그려졌다. 사실 존 콜리어뿐만이 아니라 많은 화가들이 고다이바 부인을 그렸다. 그림들은 한결같이 고다이바 부인을 관능적이며 선정적으로 묘사했다. 고다이바 부인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그렸다기엔 지나치게 에로틱한 누드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관람자들의 관음증을 유도한다. 고다이바 부인을 그린 수많은 그림들이 아름답긴 하지만, 우리는 이 그림을 볼 때 그녀의 벗은 몸보다 미덕을 먼저 떠올릴 수 있을까?

 


 

또 우피치 미술관의 인기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르네상스 시대에 귀족 사회에서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 비너스의 모델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아닌 매춘부로 추정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티치아노 베첼리오는 자신에게 작품을 의뢰한 상류층 고객을 위해 밀실 감상용으로 이 작품을 그렸고 당시 유명세를 떨쳤던 고급 매춘부 안젤라 델 모로를 모델로 했다. 그래서 원래 제목도 ‘나체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기존 소유주가 사망하고 그림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16세기 미술사가 조르조 바사리가 여인의 정체성을 비너스로 규정함으로써 〈우르비노의 비너스〉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그림 속 여인의 실체였다고 밝혀낸다. 그러니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비너스의 몸을 빌려 신화로 포장한 음란한 포르노그래피이며 그림 속 여인은 당시 상류층 남성의 눈요기를 위한 일종의 핀업걸이었던 것이다. 하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와 함께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화가를 소개한다. 1970년대 여성 예술가였던 메리 베스 에델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 예수와 12사도 자리에 여성 예술가들의 사진을 콜라주한 작품 〈현존하는 미국 여성 예술가들〉로 유명하다고 알려준다. 기독교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모든 종교가 남성 중심적인 것을 비판한 에델슨은 ‘왜 예수의 12사도가 모두 남자였을까?’ ‘최후의 만찬이 여자들의 최후의 만찬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그림을 통해 제기한다. 그는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사회운동가로서 주요 미술관에서 여성 미술가들이 배제되는 현실에 맞서 싸운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평생 페미니즘 사상과 휴머니즘을 담은 작품을 그려낸 메리 베스 에델슨은 우리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거장이 될 자격을 갖춘 것이 아닐까? 라는 은근한 질문으로 예술가로서의 에델슨과, 페미니스트로서의 작품을 소개한다.

 


 

17세기 이탈리아의 여성 거장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나 18세기 프랑스의 여성 화가 마담 르 브룅은 미술사에서 사라졌다가 최근 재조명되는 화가들이다. 요즘 각종 미술사 서적에서도 자주 다루는 것을 독자도 여러 번 접했다. 이 화가와 작품들은 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젠틸레스키의 경우 17세기 이탈리아의 여성 거장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나 18세기 프랑스의 여성 화가 마담 르 브룅은 미술사에서 사라졌다가 최근 재조명되는 화가들이다. 젠틸레스키의 경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작품은 물론이고 〈다나에〉, 〈비너스와 큐피드〉 같은 요염하고 관능적인 그림으로 당대 이름을 날렸지만 사후 아버지의 이름 아래 미술사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마담 르 브룅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전담한 궁정화가로서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그 또한 역사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재능 있는 여성 화가들이 오랜 성차별의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여전히 미술 시장에서 성차별은 존재하지만 좀 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이들을 소환하고 재조명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거장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화가도 있다는 도발적인 발언도 이어진다. 프랑스 후기인상파의 화가로 잘 알려진 폴 고갱이 바로 그 주인공이라는 것. 19세기 화가인 그는 여전히 미술계에서 흥행보증 수표다. 화려한 색채로 이국적인 정취를 생생히 그린 그의 그림들은 시대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 고갱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타히티섬에서 10대 아동 청소년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범죄자에 가깝다. 그는 식민주의와 인종우월주의로 가득찬 인물이었고, 자신의 그림 속 인물들을 ‘야만인’으로 부르며 멸시하고 혐오했다. 말년에는 자신이 심각한 매독에 걸린 것을 알고서도 13~14세의 소녀들과 성관계를 맺어 병을 옮겼다. 과연 고갱의 예술적 성취가 그의 행동에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미성년 여성을 성 착취한 개인으로서의 고갱과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 사이에서 우리는 그의 자리와 작품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예술인들 중에도 이런 미묘한 상황에 있는 사람도 많다. 일제 강점기의 문인들 중 작품은 한국문단사에 길이 기록될 정도로 훌륭하지만 그의 친일 행적으로 큰 오점을 남긴 예술가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물론이고 캉탱 마시와 같은 르네상스 의 거장들은 〈최후의 만찬〉이나 〈천지창조〉 와 같은 걸작 외에도 못생기거나 기괴한 형상을 한 사람들을 그린 작품을 남겼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 ‘못생김’은 하늘이 내린 벌이나 악의 표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들을 혐오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캉탱 마시의 〈추한 공작부인〉은 늙고 못생긴 여자의 허영심을 풍자한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그림 속 기괴한 여성의 모습은 질환으로 인한 얼굴의 변형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추한 공작부인〉은 여전히 ‘추한’ 공작부인을 담은 그림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못생긴 사람들을 하루종일 쫓아다니며 그들의 얼굴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붙인 그림의 이름은 〈그로테스크한 머리〉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봤을 때 레오나르도가 그린 〈그로테스크한 머리〉는 명화가 될 수 있을까?

사실 미술 작품은 예술가의 개성과 미학의 산출물이지만 화가가 살았던 시대의 투영이기도 하다. 그림 역시 사회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그림을 보는 관점이 고정되어 있을 수 없다. 이제는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에서 다시 한번 그림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때는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비판받아 마땅한 그림들, 한때는 추앙되었으나 지금은 비난받아 마땅한 화가들. 물론 현재 시점에서 몇천 년 혹은 몇백 년 전 의 작품이나 화가를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인간의 본성이나 삶의 본질, 시대를 막론하고 지켜져야 할 가치 같은 것들.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불평등은 정당한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렇듯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미술 작품은 결국 우리가 세상을 더 넓게,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존재 이유이며 미술의 쓸모일 것이다. 그림을 발견하고 생각을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명화 거꾸로 보기〉와 2부 〈화가 다시 보기〉다. 우리가 예술에서 흔히 보듯 '작품론'과 '작가론'의 구분이다. 저자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기존과는 다른 시선으로 봐야 그림과 화가들에 대한 정확한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는 신념에서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와 명화 등을 중심으로 이 책을 쓴 것이다. 이 책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필요하다면 중세, 그 이전까지도 넘나드는 서양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보다 진보된 시선으로 작품과 화가를 분석한 새로운 감상문이라고 하면 될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저자의 설명으로 우리는 그림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감상법을 하나 더 배운다는 기쁨으로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다. 저자의 글쓰기나 작품 해설의 솜씨야 우리가 감히 지적할 지식도, 여유도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더하거나 덜 필요도 없는 독창적 감상법이고 탁월한 감상평이다. 저자가 건네는 질문들을 따라 그림을 뒤집어 보고 비틀어 보고 깨뜨려 보면 뜻밖의 관점으로 그림을 다시 보게 될 수 있는,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다.

이 책은 거의 모든 서양미술 화가와 작품들이 망라돼 있어 일일이 그 목록을 평가할 수 없지만, 쉽게 읽히는 만큼 단숨에 읽어내려 가다가 얼핏 스치는 느낌은 독자에게 남는다. 많은 작품 가운데 상당수가 성이나 폭력 등에 관련된 것들이고, 페미니즘적 시선이 가미된 것 아닌가 하는 독자로서의 느낌이다.

 

그렇다면 리얼돌은 현대 남녀 피그말리온들의 꿈을 실현해준 것일까?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은 일단 환상적인 아내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의 결말이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Happily Ever After’)였을까? 아니다. 갈라테이아는 고대 그리스의 가부장제 사회 가치를 투영한 창조물일 뿐이다.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은 아름답지만 자아가 없다. 주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갈라테이아가 진짜로 인간이 되었다면, 피그말리온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번존스 그림 속 갈라테이아의 공허한 눈빛이 말해주듯이.(p.49) - 「피그말리온은 오래오래 행복했을까?」 중에서

 


 

미술 작품 속에는 역사가 들어 있다. 중세 유럽 예술가들은 종교적 사고의 틀에서 전염병을 이해하려고 했다. 흑사병이 신의 징벌이라고 여겼던 그들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깨지기 쉽고 일시적이며 덧없는가를 상기시키려고 했다. 삶의 취약성에 대해 말하는 이러한 그림들은 코로나19의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도 삶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와 가장 가까운 시간에, 가장 비슷했던 팬데믹을 겪은 뭉크가 남긴 그림은 코로나19를 사는 현대인에게 어떤 느낌과 공감으로 다가올까?(p.329) - 「뭉크가 남긴 100년 전 팬데믹의 기록」 중에서

 

저자 : 김선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역사를, 동대학원에서 미술사와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미술사에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며 글을 써오던 중 한국천문연구원 웹진에 게재한 짧은 글 「명화 속 별자리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천문학자 남편 김현구 박사와 함께 『그림 속 천문학』을 출간했다. 별과 우주를 사랑한 화가들의 삶과 그림을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천문학적 요소를 찾아 흥미롭게 엮어낸 책이다.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들’로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이 연재를 묶고 보완해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를 출간했다. 2020년부터 《한국일보》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예술가들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를 연재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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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시니어 운동법 - 단숨에 익혀서 평생 써먹는 100세까지 행복하게 사는 법 2
이시다 다쓰키 지음, 황미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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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하루 5분 시니어 운동법』은 노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건강 유지를 위한 혼자서 하는 운동을 알려준다. '100세 시대'의 기쁨을 맛본 지 불과 몇 해만에 팬데믹이란 최고의 악재를 만나 이젠 노인들에게 '장수'보다 '건강'이 화두가 됐다. 사실 '100세 시대'를 이끈 것도 의학의 힘이 크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을 대폭 늘린 결과다. 장수는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바람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마찬가지다. 조금 특이하게 동양에서는 그 중요성을 더 높게 산 것인데 이유에 대해서는 독자가 알지 못하고 있다. 독자도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나이에 '100세 시대'가 살아 있을 때 오리라고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기쁨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열풍을 일으킨 노래 〈백세 인생〉은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라고 시작한다. 이 노래뿐만 아니라 책 등 출판물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국가의 초고령화는 사회에 또 다른 문제를 안긴다. 건강보험, 복지 등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빨리 초고령 사회로 들어섰고 아직까지 사회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십 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부자라 해도 의료비나 각종 복지까지 사전에 준비하지 못했을 테니 자명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한술 더 떠 '인구 절벽'이라 할 만큼 출생자 수가 줄어들어 미래마저 암담할 정도다. 쉽게 표현하자면 돈을 벌 사람 숫자는 엄청난 속도로 줄어드는데 생산에 참여하지 못하는 노령 인구는 반대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보건 당국 등 정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자주 뉴스에 오르락내리락 한다.

 


 

인간은 물론 모든 생물체는 노화가 시작되면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온몸 구석구석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러한 노화는 필연적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개인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의 돌봄 엔터테이너인 저자 이시다 다쓰키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포기하는 건 좋지 않다며 운동을 통해 감각을 자극하고 단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응축시켜 운동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매일의 습관과 활력을 만들어 줄 운동법을 이 책에서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좁아지는 보폭으로 인해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등 생활 속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어깨와 고관절 운동법도 알려준다. 또한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인 뇌를 자극하고 단련하는 숫자 운동부터 거울 문자 운동, 손으로 가위바위보 운동 등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실천할 수 있는 뇌 트레이닝 운동법까지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뇌 기능 저하부터 하반신 근력 약화까지 걱정인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책이다. 100세는 아니더라도 평균 수명까지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몸을 움직일 때 가벼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특히 저자가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돌봄 엔터테이너라서 가벼운 운동이나 체조 등은 충분한 지식이 쌓여 있는 사회니까 신뢰감도 충분하다. 거기에 일본인 특유의 디테일이 가미된 이 책의 시니어 운동법은 독자들의 노년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 이 책에는 병원에 중환자로 입원하지 않는 한 혼자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어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쉽게 익힐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충분히 준다. 저자는 이 책의 활용법을 이야기하면서 '초간단 운동법'과 수건, 의자를 사용한 업그레이드 시니어 운동법은 방안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4개의 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건강한 시니어의 삶은 운동이 답이다」, 2장 「일상의 편리함을 되찾는 초간단 시니어 운동법」, 3장 「일상 속 물건을 활용한 업그레이드 시니어 운동법」, 4장 「다양한 동작을 활용해 뇌를 자극하는 운동법」 등이다. 1장은 총론으로서 나이가 들면 생기는 몸의 변화와, 시니어 운동이 필요한 세 가지 이유에 대해 쓰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몸이 쇠약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변화로 세 가지의 예를 든다. ① 20~80대 동안에 하반신의 근육량은 약 30% 감소한다(출처: 『나이 듦에 따른 일본인 근육량의 특징』, 일본노년의학회 잡지, 47권, 2010년). ② 골밀도가 감소하면서 뼈가 약해지고 부러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③ 서서히 뇌세포가 줄어들어 위축된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변화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있다 보면 점차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진다. 즉, 돌봄이 필요해지거나, 돌봄 등급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에 돌봄이 필요해지는 원인으로 네 가지를 『2021년판 고령사회백서』를 통해 알려준다. 백서에서 돌봄 원인으로는 치매 18.1%, 뇌혈관질환(뇌졸중) 15.0%, 고령으로 인한 신체 쇠약 13.3%, 골절·넘어짐 13.0%로 각각 나타났다. 저자는 이 결과를 통해 뇌혈관질환을 제외한 대다수의 원인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신체 변화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저자는 대책으로는 가장 널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운동'이 최선이라고 이미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임을 강조한다. 운동 습관이 있는 생활은 '치매, 고령으로 인한 쇠약, 골절·넘어짐'의 예방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운동 습관은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확신한다. 건강하게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는 대부분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앙케이트 등 각종 매체에서 수시로 다루는 일이어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확언한다.

 


 

저자는 또 나이가 들수록 기억해야 할 키워드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가 로코모티브신드롬(운동기능저하증후군)이다. 이는 뼈나 근육, 신경과 관절 등의 움직임이 쇠퇴하고 서거나 걷기가 어려워진다. 돌봄이 필요해지거나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두 번째는 샤르코페니아(근감소증)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몸을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서거나 걷기가 어려워진다. 넘어질 위험도 커진다. 세 번째, 의식하며 실천하는 시니어 운동법이다. 시니어 운동을 할 때 근육을 의식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효과의 차이가 난다. 일류 운동선수는 그냥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 트레이닝을 하면서 '지금 이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이 근육은 OO에 효과적이지' 하고 상상하며 실천한다고 한다. 시니어 운동법도 마찬가지다. 그냥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부분을 단련하는 동작이야', '평소에 이 동작이 힘드니까 조금 더 연습해야지' 하고 의식하며 운동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효과가 커진다니 한 번 해볼 일이다.

시니어 운동이 필요한 세 가지 이유를 저자는 ① 목적이 명화하니 의욕이 생긴다. ② 몸 상태에 맞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천할 수 있다. ③ 몸을 바르게 움직이는 법을 알 수 있다. 등을 꼽았다. 저자는 돌봄 예방에는 운동 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매일 습관처럼 의욕을 갖고 지속할 수 있는 시니어 운동 습관이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어르신들을 만나 오면서 '운동이 중요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지속하기가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알아냈다. 1. 의욕이 생기지 않아 지속하지 못한다. 2.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 3. 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내용의 말이다. 사실 그럴 것이다라고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라 예상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56가지의 운동법을 하나하나 익혀 수시로 힘들지 않은 범위 내에서 조금씩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일상의 편리함을 되찾는 초간단 시니어 운동법」으로 이 책은 24가지를 제시한다. 발목 회전 운동, 제자리걸음 운동 등 모두 힘들이거나 오랜 시간 할 필요가 없는 운동들이다. 일부는 체조에도 포함된 것이지만 체조의 동작보다 작고 간단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지수가 많은 것도 하루에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당한 것들을 2~3개씩 골라 해보고 익숙해지면 다른 것을 해보는 식으로 해보면서 자신이 가장 약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운동을 매일 해주는 것을 권유한다. 이 초간단 운동법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니만큼 익숙해지면 일상생활의 동작을 문제 없이 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구체적인 목표는 다섯 가지로 설정한다. ① 보행 시 넘어지는 위험을 줄이기 ② 용변과 목욕 시 불편한 동작 줄이기 ③ 맛있고 즐겁게 식사하기 ④ 몸도 머리도 긴장을 풀고 잠들기 ⑤ 청소할 때의 불편을 줄여 방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등이다. 현재 일상생활의 동작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도 신체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로 실천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3장에서는 업그레이된 운동법을 소개한다. 업그레드 운동법이라고 굉장히 난이도가 높거나 힘들다는 의미가 아니다. '도구'를 사용한다는 의미로 업그레이드다. 물론 동작을 조금 더 크게 할 수도 있고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지루함 때문에 꾸준히 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도구 사용을 권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운동법으로는 단 세 가지의 준비물만 필요하다. 〈페트병〉, 〈수건〉, 〈신문〉이다. 일부러 비싼 도구를 사서 해야 한다면 오히려 무리할 수도 있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하면 부담 없이 시작하고 끝나면 도구를 챙겨둬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아예 스트레스가 될 만한 것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근육의 양은 30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여든 무렵이면 40%나 줄어든다고 한다. 단 나이가 들어도 올바른 근육 트레이닝을 지속하면 근육량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시니어 운동법을 통해 즐겁게 몸을 움직이는 습관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기를 저자는 권장한다.

 


 

독자가 특히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뇌를 자극한 운동법으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4장에서 저자가 운동법을 소개하고 있다. 무려 16가지나 된다. 이 뇌 자극 운동법은 뇌를 활성화시켜 치매 등 뇌로부터 오는 뇌신경질환을 예방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뇌신경질환은 의학계가 밝힌 바에 따르면 1. 가족이나 친구와의 소통이 줄었다. 2. 집안일을 거의 안 하게 되었다. 3. 정년 후에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았다. 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과의 교류, 매일 활력 요소가 되어 주던 활동이 줄어든다는 것은 뇌에 대한 자극이 감소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저자는 동시에 여러 동작을 수행하며 뇌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손발과 표정을 사용하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뇌를 최대한 가동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실수해도 괜찮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다. 복잡한 동작에 도전하는 '뇌를 자극하는 운동법'은 잘하지 못해도 괜찬다는 것이다. 틀려도, 속도가 느려도,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는 의미다. 또 운동을 바르게 하느냐 마느냐보다도 재미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즐겁지 않으면 꾸준히 지속할 수 없으니 운동을 하다가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고 이상한 동작을 취할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웃으면 된다는 뜻이다. 웃음은 대단한 힘을 가져와서 웃다 보면 기분이 밝아지고 의욕도 생긴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 : 이시다 다쓰키

재활치료 국가자격인 작업치료사로서 돌봄 시설에서 일하며 프리랜서 예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능 활동을 통해 익힌 기술과 작업치료사의 경험을 살려 2018년 일반사단법인 돌봄 엔터테인먼트협회를 설립하였다. ‘인생의 마지막을 웃으며 활기차게 보내자’를 모토로 ‘돌봄 엔터테이너’를 자칭하며 할머니로 변신해 일본 전국에서 봉사활동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총 150곳이 넘는 곳에서 봉사 이벤트를 진행하였고, 강연회에서는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였다. ‘돌봄×웃음’ 활동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 다수의 방송에 출연 및 집필을 진행한 실적이 있다. 채널 구독자 3만 명 이상, 총재생수 600만 회 이상의 유튜브 채널은 중·고령층 및 돌봄?의료직 종사자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역자 : 황미숙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일본어로 먹고사는 통번역사. 늘 새롭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고, 항상 설레는 인생을 꿈꾼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일본어과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안 먹는 아이 잘 먹게 만드는 엄마의 말』, 『살 안 찌는 체질로 바꿔주는 아침주스』, 『체온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 『적당히 육아법』, 『공부머리 최고의 육아법』, 『조금 느린 아이를 위한 발달놀이 육아법』, 『화날 때 쓰는 엄마 말 처방전』, 『어른의 말공부』, 『한 문장으로 말하라』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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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이별 - 나를 지키면서 상처 준 사람과 안전하게 헤어지는 법 오렌지디 인생학교
인생학교 지음, 배경린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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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을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연애 문제 어른을 위한 성숙한 이별의 기술에 대하여. 끝없이 사랑을 탐구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엮고 인생학교가 만든 ‘안전 이별’ 가이드는 사랑과 이별뿐만 아니라 삶의 지침서로도 만족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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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이별 - 나를 지키면서 상처 준 사람과 안전하게 헤어지는 법 오렌지디 인생학교
인생학교 지음, 배경린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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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안전 이별』은 정확한 목적 의식을 갖고 쓴 에세이다. 그 목적은 우리를 타성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려는 시도이다. 저자 '인생학교'는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확실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 독자들은 이 책의 제목 '안전 이별'과 쉽게 연관 관계를 찾기 어려운 말로 들릴 수도 있다. 저자는 이별, 특히 연인이나 애인처럼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람과의 이별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이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정도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은 쉽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인과의 이별 후 실의와 좌절로 일상이 파괴되고 심지어는 몸의 밸런스마저 잃어 삶의 질곡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는 데 이 책의 발간 취지가 되었다는 점을 분명해 보인다. 차라리 애인이 절대 용서할 수 없을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거나 진저리가 날 만큼 싫은 짓만 골라 해서 이제 일분일초도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다면, 즉 상대를 경멸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때문에 문제가 별로 되지 않는다. 이별을 선언하고 관계를 끊으면 큰 문제가 없을 터이니.

그러나 현실은 대개 복잡하기 마련이며 여러 문제가 얼기설기 엮여 있다. 여전히 애인을 좋아하고, 함께 웃으며 서로를 존중한다. 또 얼마 전 밤에는 애인이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띌 만큼 유난히 매력적으로 하루에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단연 상위 1퍼센트 안에 들 것만 같았다. 정떨어지는 이유를 아무리 구구절절 읊어도 그 사람을 뼛속 깊이 미워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의 이별이라면 쉽게 결정 내리기는 어려워진다. 저자는 책의 「들어가기 전에」를 통해 무엇이 되었든 이별을 고민하는 상황이 될 경우 이 모든 고민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고 말한다. 바로 관계가 삐걱댄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이가 좋은 커플을 볼 때면 나와 애인 사이에 결여된 무언가가 뼈저리도록 아프게 다가온다고 전제한다. 친구들의 조언을 듣다 보면 각자의 가치관이나 인생 경험이 끼어들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책의 필요성으로 화제를 전환시킨다. "오랫동안 깊이 고민하고 바랐던 일을 마침내 행동으로 옮기기 전, 스스로 내린 결정이 정당하다고 학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든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깊이 고민하고 바랐던 일을 마침내 행동으로 옮기기 전, 스스로 내린 결정이 정당하다고 확인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이 선택의 당위성을 제공할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저자 '인생학교'는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의 명칭이다. 알랭 드 보통에 관해서는 이 서평의 마지막에 프로필로 별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은 뒤 누군가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힐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누군가는 당장 애인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이별을 결심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저자와 이 책 모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붙들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관계에 충실하거나 아니면 정리하거나,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헤어지지 않는다면 분명한 결정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헤어지고자 마음먹는면 자기 결심에 의심과 후회를 최소화할 것, 그것이 저자와 이 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결론이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사랑과 이별을 결정할 권리는 오롯이 개인에게 있다. 누구나 자기 생각과 감정을 기준으로 관계를 시작하거나 끝낼 수 있다. 종교나 가족, 사회적 관습이 만남과 헤어짐을 주도하던 과거와 비교할 때 크게 바뀐 점이다. 문제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인간의 감정이 합리성의 테두리를 자주 벗어날뿐더러 주변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탓에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은 자기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과 이별을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알랭 드 보통과 인생학교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사랑과 이별에 관한 24가지 질문에서 찾는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하겠다는 상대방의 다짐을 믿어도 될까? 이별을 결정할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꺼내면 좋을까? 책에 담긴 질문들은 이별을 결심하기 전 반드시 살펴봐야 할 체크 리스트와 같다.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는 선명히 드러나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 사랑과 이별을 결정할 용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의 출간 동기는 분명하다. '안전 이별'을 통해 독자들의 미래가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점이다. 사실 누구나 살면서 겪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이별은 어렵다. 여러 차례 겪는 이들에게도 이별은 여전히 어렵다. 이에 따라 누구나 한 번쯤 이별을 고민하며 속수무책이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불꽃처럼 타오르던 사랑이 지나가고 남아 있던 감정까지 모두 소진하면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우리 관계는 괜찮은 걸까? 이제 정말 헤어져야 할까? 자문하지만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헤어질까 말까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정의 순간을 기약 없이 미룬다.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도 쉽게 단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심적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한마디로 규정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아무리 유능한 심리학자도, 아무리 유명한 정신의학자도 개인적 고통의 색깔을 쉽게 찾아내기 힘들다. 당사자는 그렇게 이별을 겪으며 염세주의와 자기 연민에 빠져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한다.

사랑과 연애, 행복과 우울처럼 일상적이고도 심오한 주제를 섬세한 필치로 이야기하여 ‘일상의 철학자’, ‘닥터 러브’라 불리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이별이 어려운 이유는 합리적인 기준 없이 타성에 젖어 감정과 관계를 정의하고, 낭만주의에 기대어 상황을 낙관하는 탓이라고. 그럼 어떻게 이별을 마주해야 할까? 이 점을 알랭 드 보통이 에디터로 참여해 기획한 인생학교 시리즈 『안전 이별』이 이별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만한 24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성숙하게 이별을 마주하는 방법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연인 관계에서 이별 자체는 비극이 아니다. 이별을 하고도 아무것도 깨우치지 못하는 상황이 진짜 비극이다."(p.61) - 「지난 연애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까?」 중에서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2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질문에 각각 1장씩 모두 24개의 질문이 장의 제목이며, 그 모든 질문은 책의 표제어이자 주제인 '안전 이별'을 위한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이별의 핵심은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교제 폭력’과 ‘이별 범죄’의 공포가 만연한 연애의 경험은 관계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기고 자기를 잃어버리기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체적·물리적 보호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자기감정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양도하지 않고, 주체성을 가진 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직접 결정하며, 각자의 성장과 한계를 인정하면서 뒤끝 없이 헤어지는 것. 이 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안전 이별’의 모습이다.

4장에서 이 책은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한다. 「정말 섹스 때문에 헤어지는 걸까?」. 도발적이지만 현실적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류가 기원한 이래 존재했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해괴망측하게 들리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연인 관계가 원만한지 판단할 때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꼽히는 기준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왕성하고 만족스러운 성생활이라는 것. 우리는 강렬한 성적 긴장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별나고 이상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불만족스러운 잠자리는 꽤 그럴 듯하고 납득할 만한 이별 사유로 통한다. 이 때문에 '섹스리스라서' 혹은 '속궁합이 안 맞아서' 헤어진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동정과 이해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딘가 이상하고 터무니없는 것도 사실이다. 길어야 고작 몇 분 지속될 뿐인 감각의 만족도와 빈도가 이별의 진짜 이유일까? 굳이 따지면 끝내주게 맛있는 디저트를 먹거나 클럽에서 신나게 춤출 때와 비슷하거나 조금 덜한 정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위 때문에? 정마로 이런 문제 때문에 자녀를 버리고, 가정을 파괴하고, 그동안 모은 재산을 몽땅 축내고, 제 발로 지옥의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간단 말인가? 저자의 질문은 계속된다. "헤어지는 이유가 섹스 때문이라는 말은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섹스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행위가 육체적이면서 동시에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헤어질지 말지를 두고 각종 이유를 생각할 때 섹스는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자리하게 된다. 어떤 섹스는 테니스 게임 한 판과 별다를 것 없지만, 도 어떤 섹스는 상대와 영혼을 나누는 의식으로 다가온다. 섹스라는 행위 자체는 항상 엇비슷하지만, 그 의미나 중요성은 감히 어떤 잣대로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천차만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쯤에서 한번 이론을 재정립해 보자고 제안한다. 사실 '섹스가 별로'라는 이유만으로 연인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저자가 내놓는 문제의 핵심이다.

물론 이 말에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그래도 섹스가 문제일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하지만 섹스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다른 조건이 잘 맞고 충족된다면 섹스리스나 속궁합 문제 따위는 부차적이고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진정으로 견딜 수 없는 것, 그래서 애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바로 애정의 부재다. 상대의 관심을 받는 것, 내 존재를 이해받고 받아들여지는 것,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것,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애정을 쏟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 연인 관계의 핵심이다. 이러한 감정적 교류가 없는 연인 관계는 결국 한쪽을 말려 죽인다. 사랑받는다는 감정은 참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방식을 통해 전달되고 느껴진다.

서로의 팔다리를 얽고 입술을 맞대는 스킨십이나 서로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면서 사랑을 느낄 수도 있지만 따뜻하게 마주 잡는 손, 잠결에 내 등 뒤에 바짝 붙이며 몸을 웅크리는 순간, 속상한 마음에 최대한 귀 기울이며 공감해 주는 모습, 내가 바라는 것을 늘 잊지 않고 기억하는 세심함에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또 집에 돌아왔을 때 애인이 건네는 산뜻하지만 애정 가득한 입맞춤이 격렬한 섹스보다 더 큰 유대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해석은 "관계가 파국으로 치다는 이유는 상대가 나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벽을 세우고 냉담하게 거부하며 심지어 나를 모욕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로 귀결된다.

 


 

섹스 문제 등 도발적인 질문이 전부가 아니다. 24장의 24개의 질문 중 하나일 뿐이다. 〈변화〉, 〈차이〉, 〈신뢰〉, 〈자녀〉, 〈최선〉, 〈외로움〉, 〈실패〉, 〈현실 대처능력〉, 〈거부〉, 〈선택 불능〉, 〈두려움〉, 〈헤어질 결심〉, 〈자격〉, 〈아련함〉, 〈타협심〉, 〈다른 선택지〉, 〈실수〉 등을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 사람의 능력, 관계 능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는 이유는 그만큼 만남과 이별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란 반증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별 후의 아련함에 대한 저자의 말 역시 독자에게 인상적이다. 이별 후 애인에게 잘 지내? 라는 문자를 보내거나 받는다든지, 연락을 서로 주고 받기로 하자든지 하는 일이 가능할 것처럼 생각하는 일을 저자는 '아련함'이라 표현한다. 이 아련함은 일상을 함께하다가 갑자기 텅 비어 버린 느낌의 외로움과 함께 온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이 처럼 설명한다. "이러한 감정을 대체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이제야 깨닫고 후회하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러한 감정은 정확히 말하자면 갓 헤어진 사람이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겪는 매우 일반적인 심리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아련함, 좀 더 구체적으로는 '향수'라고 부른다.(p.110~100)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 보자.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이며, 모든 결정의 주체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타인의 허락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p.113~114) - 「나에게 이별을 결정할 자격이 있을까?」 중에서

 


 

저자 :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모토 아래 2008년 영국 런던에 처음 문을 열었다.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상파울루 등에 분교가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을까?’, ‘관계는 어떻게 맺고 유지할까?’, ‘돈은 어떤 의미일까?’처럼 삶의 본질과 연결된 다양한 질문을 묻고 토론한다.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세한 교육 과정과 활동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학교에서 깜빡하고 가르치지 않았지만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을 이해하고, 인간 관계와 직업, 사회생활을 향상시키며, 평온을 찾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우며, 영상, 워크숍, 출판, 상품 제작·판매 등의 활동을 합니다. 런던, 앤트워프, 암스테르담, 이스탄불, 멕시코시티, 파리, 상파울로, 타이베이, 서울에 사무실이 있으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역자 : 배경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Texas A&M 대학 영문학 박사연구원으로, 20세기 이후 문학과 현대 탈식민주의 여성 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 『정원가의 열두 달』(펜연필독약, 2019) 등이 있다.

 

 

기획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알랭 드 보통은 스물세 살에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책들은 현재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2003년 2월에 드 보통은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명예인 예술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라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츠베탕 토도로프, 로베르토 칼라소, 티모시 가튼 애쉬, 장 스타로뱅스키 등과 같이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 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내용에 바탕을 둔 TV 다큐멘터리 제작에 오랫동안 관여해왔다. 『프루스트는 어떻게 당신의 삶을 바꿨나』는 BBC 영화제작팀에서 랄프 파인즈와 펠리시티 켄들을 주연으로 하여 제작됐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영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동시에 영국에서 「철학: 행복으로의 안내」라는 제목으로 6부작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영됐다.

그의 대표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놀랍도록 기이한 첫 만남에서부터 점차 시들해지고 서로를 더이상 운명으로 느끼지 않게 되는 이별까지, 연애에 대한 남녀의 심리와 그 메카니즘이 철학적 사유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기술되어 있는 작품이다. 알랭 드 보통은 미국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는데, 20대의 재기와 30대의 깊이가 뛰어난 조화를 이룬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로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글쓰기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은 전기 형식으로 문학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저자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으로 버무린 인생학 개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비롯한 프루스트의 편지와 메모들을 인용하며, 프루스트가 겪은 잡다한 사건들은 물론 사생활까지도 인정 사정 없이 들춰낸다. 그는 또한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으로 철학의 대중화를 시도해왔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에서는 철학사 속에서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다룬 가장 탁월한 여섯 명의 정신에 눈길을 돌린다. 그리하여 돈의 결핍, 사랑의 고통, 부당한 대우, 불안, 실패에 대한 공포와 순응에의 압력 등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의 처방전이 소개된다.

2009년에 출간된 『일의 기쁨과 슬픔』은 로켓 과학자에서 비스킷 공장 노동자, 유조선 일등 항해사부터 택배 배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특유의 위트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주 도망치고 싶은 이 ‘일’의 세계가 결국 우리 삶에 근본적인 ‘의미’를 주는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런던 히드로 공항에 상주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은 『공항에서 일주일을』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공항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면면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2012년에는 한국의 젊은 작가 정이현과 ‘사랑, 결혼, 가족’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각각 젊은 연인들의 싱그러운 사랑과 긴 시간을 함께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을 집필했다. 2010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꼬박 2년 동안, 작가들은 함께 고민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상대 작가의 원고를 읽고, 서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원고를 수정하여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초 한 남자』를, 정이현은 『사랑의 기초 연인들』을 내놓는다. 이외에도 유머와 통찰력으로 가득한 철학적 연애소설 『우리는 사랑일까』,『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여행에 관한 에세이『여행의 기술』, 독특한 문학평론서 『프루스트 선생에게 물어보세요』, 불안에 관한 인간의 상념을 고찰한 에세이『불안』, 다양한 건축물을 조명한 『행복의 건축』 등의 저서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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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 지와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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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책을 쓴 적은 없지만 글쓰기를 동경해서 꼭 한 권의 책을 쓴다고 결정하고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꽤 많이 읽은 편에 속할 정도로 적지 않은 책을 읽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중단했던 책 읽기를 팬데믹으로 남는 시간을 보충하려 맹목적으로 다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읽는 책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읽었기에 어느 정도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을 줄 알았지만 그런 희망사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읽기와 쓰기는 한몸처럼 묶였다고 생각했다. 많이 읽는 것이 잘 쓰는 것에 도움이 되리라고 나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의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좌절하지 않고 책 읽기는 계속됐고, 가끔은 글쓰기를 통한 자기계발서, 글을 쓰면서 마음의 치유까지 한다는 힐링서 등도 여러 권 읽었다. 워낙 문재(文才)가 부족한 탓인지 글쓰기 자신감은 최근까지 올리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를 만났다. 이 책은 앞 부분에서 「이 책을 펴내며」란 서문부터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출판사 측에서 썼는지, 역자가 썼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내용은 독자에게 '글을 써 책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물론 버킷리스트를 꺼내 책 한 권 쓴다는 사실을 빨리 실행에 옮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 글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를 묻는다면 단연 '자전적 글쓰기'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제까지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훌륭한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픽션'이 차지해왔지만, 그 경계는 이미 모호하다고 단언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인용, 증언해준다. 그의 작품은 픽션처럼 읽히지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란 말도 첨부해 자전적 글쓰기의 시대임을 강조한다.

 


 

이 책의 저자 메리 카가 알려주는 '자전적 글쓰기'는 남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책이 된다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어려움에 대한 말도 덧붙인다. "누구나 가끔 생각합니다. '내 인생도 글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평범한 경험에서도 가치를 발견하고, 숨기고 싶은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대변하며, 타인과 깊이 공감하려는 태도가 있다면, 오직 나만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p.7)

이렇게 이 책은 독자에게 다가와 자전적 글쓰기의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저자 메리 카는 「삶을 견뎌낸 이들에게는 이야기가 있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버킷리스트의 책 한 권의 장르를 확신하게 해주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내가 몇 년이고 만지작거리고 물어뜯은, 끼익 끼익 소리 나는 고무 장난감이다. 자전적 글쓰기 장르는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이 장르는 기인과 성인, 정치인과 영화배우 등 아웃사이더의 예술이었다. 내가 대학원생일 때 누군가가 자전적 글쓰기란 쌀 한 톨에 주기도문을 써넣는 것이라고 말했다."(p.10)

메리 카는 이 장르의 글쓰기에 애착을 갖는 한 가지 이유는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인생록을 쓸 수 있다는 민주주의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설에는 얽히고설킨 플롯이 있고, 시에는 음악적 형식이, 역사책과 전기에는 객관적 진실이 있다고도 한다. 인생록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이 태어나고 사춘기가 되고 성에 눈을 뜬다. 이런 사건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주는 요소는 우연과 테마, 그리고 한 사람이 지난날을 이해하려 애쓰는 데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하고 설득력 있는 서정성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글을 쓸 때면 언제나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펜을 든다고 한다. 작은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좋은 말만 듣고 싶어 하는 괴물 같은 자아가 자꾸 겁을 준다고 비유한다. 그래도 괜찮다. 바로 그 때문에 무한히 현명한 신께서 우리에게 딜리티 키를 내려주셨으니까라는 확신을 가진다고 토로한다. 솔직하게 쓰는 게 최선임을 암시하는 말로 읽힌다. 저자 메리 카는 친한 동료 교수가 수십 년 동안이나 학생들엑 자전적 글쓰기를 가르쳐왔고 그 일을 즐겼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바람에 얼떨결에 이 책을 구상하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강의에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이 장르를 아끼고 사랑해온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은 이렇게 썼다는 글도 여기에 소개한다. "나중에 커서 절반은 시, 절반은 자서전을 쓸 것이다." 어렸을 때 헬렌 켈러와 마야 안젤루의 이야기를 읽으며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떨칠 수 있었다고 밝히고, 미신 같지만 나는 그들이 '나에게만' 말한다고 믿었다고 언급한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일인칭 시점의 신화를 읽을 때마다, 언젠가는 자신도 자라나 엉망진창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잇다는 희망을 키워갔다고 자신의 글쓰기 처음 시절로 돌아가 회고한다. 이에 따르면 저자는 절망적인 가정생활의 혼란에서 벗어나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루에 몇 시간씩 책을 읽으며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현실 도피에 열중했다. 흑인민권운동 이전의 아칸소에서 태어난 안젤루, 가엾게도 보지도 듣지도 모산 켈러, 이런 사람들도 각자 지옥 같은 고통을 견디고 누구나 우러러보는 작가가 됐다면, 어쩌면 나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삶을 견뎌낸 사람들은 누구나 할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살아남은 사연을 읽으며 자신은 마약이라도 주입받은 것처럼 희망이 차오르고 설렜다. 비슷한 줄거리의 소설도 읽어봤지만 자전적 논픽션을 읽을 때만큼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일반적이지만 강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설레게 한다.

 


 

저자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허구의 문학도 더러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만, 진실한 내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설을 읽는 중에 일인칭 화자에게 홀릴 때도 많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 허구라서 그런지 현실의 저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 작가에게는 신비하고 강렬한 동질감을 느끼지만, 아무리 훌륭한 소설을 읽어도 소설가에게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부끄럽지만, 책이 팔리면 돈을 버는, 만나본 적도 없는 작가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은 너무 고지식하게 들리기 때문이란다. 마치 스트립쇼 댄서들이 자기를 진짜 좋아하는 줄로 착각하는 남자 같다고 말이다.

책에 따르면 논픽션이라고 해도 그 내용이 거의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착각으로 여겨지곤 한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인위적인 요소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제대로 쓴 모든 글은 예술, 즉 인간이 창조한 것이다. 있었던 일을 그냥 줄줄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당신이 여러 사건들 중 하나를 골라서 쓰기로 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과거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자전적 글쓰기에서는 녹취록 없이 대화를 재구성하는 소설적 장치를 사용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목소리를 빚으려면 시인만큼이나 정교한 작업을 해야 한다. 훌륭한 인생록은 연구할 가치가 있다.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쓴다는 것은 독자를 위해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독자자가 잠시 스치는 감흥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나의 지난날을 생생하게 불러오는 것이다. 당신은 독자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난야 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자신에게서 짜낼 수 있는 모든 진실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인생록은 인간이 빚어낸 경험이기는 하지만, 빼어난 인생록은 자신만의 이유로 과거의 진실을 찾아다니는 인간의 영혼에서 우러나온다."(p.16~17)

 


 

인생록을 쓰는 일은 어떤 면에서 자기 주먹으로 자기를 자빠뜨리는 것이다. 특히 제대로 잘 썼을 때 더욱 그렇다. 물론 감정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작업은 즐겁기도 하다. 자기 이야기에 관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인생록을 써낸 사람은 깊은 심리적 변화를 겪게 마련이다.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인생록만큼 사람을 뒤흔드는 창작 분야는 또 없을 것이다. 또한 작가는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수십 년 동안 그리워했던 시간과 장소가 눈앞에 뚜렷하게 다시 나타난다.

하지만 빼어난 인생록을 쓴 작가들은 하나같이 쓰는 과정이 고약하고 끔찍했다고 전한다. 과거에 대한 망상과 실제로 일어난 일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고 할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쳐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글을 고쳐주거나 방향을 제시해줄 때 영화 〈플래툰〉에 등장하는 못된 하사관이 된 기분이 든다. 영화에서 하사관은 배에서 내장이 빠져나와 비명을 지르는 병사 위로 몸을 구부려 이를 악물고 쉰 목소리로 계속 말한다. "통증을 받아들여." 병사가 입을 다물고 내장을 주섬주섬 배 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할 때까지.

자기를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라도 인생록을 쓰다 보면 속이 다 뒤틀리기 마련이다. 이미 틀을 잡아놓은 자아, 깔끔한 분석과 흠잡을 데 없는 변명을 내세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자주 하는 뼈 있는 농담이 하나 있다. "상대가 반격해오자 문제는 심각해졌다." 소소한 믿음과 무의식적인 가식이 어김없이 우리의 발을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이 장르의 글쓰기가 주는 카나르시스 효과는 정신과 치료의 효과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돈을 내고 치료받을 때와 달리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치료사는 엄마, 환자는 아기 역할을 한다. 인생록을 쓸 때는 작가가 엄마, 독자가 아기다. 그리고 독자가 작가에게 돈을 낸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인생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나〉와 2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이다. 이 책은 1, 2부에서 각각 12장(章)씩 나뉘어 모두 24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제목만 읽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대체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안다고 생각하고 안 읽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각 장에도 몇 개씩의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많은 자전적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줄 지어 서 있기 때문이다.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전부 써야겠지만 자칫 책 한 권을 옮겨적어야 할지 모른다. 제목만 여기에 나열한다.

1부는 「나의 기억을 의심하라」,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자신」, 「불행을 억지로 욱여넣지 말라」,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라」, 「아름다움은 세계관 위에 존재한다」, 「육체적 감각을 키워라」, 「구체적으로 더욱 구체적으로」, 「화려한 거짓보다 소박한 진실이 힘이 세다」, 「인생의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남도 존중하지 않는다」, 「우리 인생의 신화를 발견하기」, 「사랑하는 이들을 대하는 법을 배워라」 등 12개 장이다. 이어 2부에는 「재미없는 사실을 흥미롭게 만들려면」, 「각각의 기억이 먼저, 줄거리는 나중에」, 「꾸며낸 사실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과장은 지옥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가짜 자아가 아닌 진짜 자아에 눈을 맞춰라」, 「개인의 진실은 어떻게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는가」, 「현재의 욕망을 과거에 덧씌우지 않기」, 「글쓰기가 막힌 초심자를 위한 기법들」, 「글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라」, 「인생 이야기를 쓰기 위한 체크리스트」, 「내 이야기가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다」, 「많이 고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등 12개 장이 들어 있다. 모두 글쓰기에 대한 신조로 삼아도 될 만한 내용들이다. 또 글 자체의 기술 방법까지 신경 쓰고 읽어낸다면 어쩌면 문장 쓰기와 기술 방법에 대한 영감도 충분히 얻을 것이란 독자의 판단이다. 이는 독자가 이 책을 텍스트로 삼아 글쓰기, 책 쓰기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최악의 사건이나 극적인 승리에 대해 쓴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진솔한 체험을 다룰 때, 훌륭한 목소리와 작가의 열정이 담긴 이야기를 절묘하게 배합할 때 좋은 글이 나온다. 기억하라. 나보다 당신보다 더 암울한 상황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이 수없이 많다.(p.241) - 「과장은 지옥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중에서

 

저자 : 메리 카(Mary Karr)

미국 시러큐스 대학교 영문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텍사스 남동부의 거친 문화에서 자라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쓴 인생록 『거짓말쟁이들의 클럽』은 출간 후 1년 넘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고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전미 대륙에 자전적 글쓰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어서 쓴 두 권의 책 『체리』와 『리트』도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평단의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인생록 작가로서만이 아니라 시인으로서의 명성도 높아, 구겐하임 지원금을 받고 시와 산문으로 각각 푸시카트 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메리 카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선생으로도 유명하다. 그에게서 배운 이들 중에는 셰릴 스트레이드, 키스 게센과 같은 유망한 작가들이 있으며, 훌륭한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는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인생 글쓰기’를 가르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책으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과 함께 작가 지망생들의 필독서로 사랑받아왔다. 모방과 허구의 글쓰기보다 ‘진실’의 글쓰기를 고집스럽게 추구하라고 요구하는 그의 조언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인 자전적 글쓰기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역자 : 권예리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의 번역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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