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 조경업체 대표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2
최득호 지음 / 아임스토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경업체 대표 최득호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회복시켜야 하는지 나무를 통해 배우고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무는 사랑과 나눔이라는 최고 가치 실현을 오늘도 꿈꾸고 실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 조경업체 대표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2
최득호 지음 / 아임스토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는 나무와 인간의 희로애락을 빗대어 삶을 고찰하는 인문에세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잃지 말아야 할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무는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고 만물을 품으며 사랑을 실천한다. 이처럼 인간이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일들을 나무는 이미 해오고 있다. 나무의 삶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훌륭한 삶'을 산다. 그래서 인간은 나무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환경보호나 자연 순응을 주장하는 이야기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 최득호는 한 조경업체 대표로 일하면서 나무와 불가피한 인연을 맺었으리라 추측된다. 저자는 전작 『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를 출간한 적 있다. 그의 나무 사랑은 나무의 존재를 알 때부터 시작됐다.

전작 『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는 독자에게 나무에 대한 상식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조경 관련 일을 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커다란 배움이 되는 나무의 특징과 효능 그리고 나무에 담긴 설화까지 골고루 담았다. 그 책에 담긴 내용으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나무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옛이야기를 해 준다면 존경받는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연인과 같이 걷다가 마주친 나무에 관한 사연을 이야기해준다면 사랑을 듬뿍 받는 애인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조경기사가 고객에게 자기가 심은 나무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면 커다란 신뢰를 얻을 것이다. 이렇듯 그 책을 통해서 나무에 대한 재미있는 지식을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 『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를 잇따라 출간한 이유이다.

 


 

이 책은 1부 「나의 살던 고향은」에서는 저자의 유년시절을 함께한 나무들을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는다. 겸손과 끈기를 가르쳐주던 나무들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사랑했던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져 간다. 2부에서는 40여 년간 조경업체를 운영해온 저자가 그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과 나무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한다. 욕심으로 점철된 삶에서 진실된 마음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설한다. 저자는 더 많은 이들이 나무를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30종의 나무에 대한 흥미로운 상식을 소개하며 나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무를 향한 애정을 담아 저자가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도 삽입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나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쓴다. "나무는 꽉 찬 인품을 갖춘 사람과 같다. 인간에게 강하고 큰 울림과 힘을 주는 나무는 인간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나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말을 못하고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 중심적 사고다."(p.8)

저자는 "추억 속에 자리한 나무 하나하나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나름 그럴 듯하게 포장했지만 묵묵히 각고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의 속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라며 책 속에 담지 못한 수많은 나무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아무리 쓰다듬고 올려다보아도 내면 깊이 박힌 속살의 흔적을 모두 알아낸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탈고 후 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세상의 나무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귀한 약재이기도 하다. 그 경중이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나무는 스스로 유익한 물질을 생성하고 분비해 자신을 지키기도 하지만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라고 나무에 대해 못다 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이는 이 책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라 독자의 마음에 넉넉함을 갖게 해준다.

 


 

1부에는 찔레나무, 참옻나무, 팽나무, 뽕나무, 수양버들, 조팝나무, 호두나무, 무궁화, 참빛살나무, 측백나무, 물푸레나무, 개나리, 맹종죽, 보리수나무, 살구나무 등 15개 수종을 다뤘다. 2부에는 이팝나무, 두충나무, 가중나무, 가래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진달래나무, 미선나무, 배나무, 불두화, 잣나무, 섬짓나무, 매실나무, 낙상홍, 미가목 등 15개 수종을 담았다. 독자로서는 많이 듣고 봐서 잘 알고 있는 나무도 있지만, 이름마저 처음 듣는 나무도 여럿 있다. 이 책에 담긴 30종의 나무들은 모두 한반도 우리나라에 현재 있는 나무들이다. 원산지는 외국일지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미 한반도에 자리잡은 나무도 포함해서다. 저자는 1장 〈찔레나무〉에서 '찔레순 꺾어 먹던 시절'을 추억한다. 가뭄에도 생명력 있게 여기저기 흩어져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는 찔레나무의 순을 씹으며 배고픔을 달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저자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듯하다. 5월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 '여성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저자는 찔레나무 전설과 보릿고개의 아릿한 추억으로 애잔한 추억과 함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무다.

'옻나무'는 우리가 가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최고의 장식재이기도 하고, 나무의 부식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독자도 들은 적이 있는 말이다. 뿐만 아니다. 어릴 때 '옻 오른다'는 부모님의 꾸중에도 불구하고 산을 헤매며 놀던 기억까지 선물해준 나무다. 그 나무가 굉장히 귀한 약재로도 쓰인다고 저자는 알려준다. 여러 종이 있는 옻나무 중 특히 개옻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번식력이 왕성한 신토불이 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키가 7m 정도로 교목처럼 크지도 않고 굵게 자라지도 않는다고 한다. 식용이나 약용으로는 잘 쓰지 않지만 독성이 참옻나무보다 강하다는 점도 저자를 통해 알게 된다. 〈뽕나무〉에 대한 저자의 기억은 '엄마의 인생'이라고 한다. 뽕잎과 관련된 탓이리라. 누에가 먹고 사는 뽕잎은 예부터 우리 가난한 농가살림의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해온 모양이다. 비단실을 뽑아내는 누에고치가 먹는 잎이 뽕잎이라서 그렇게 가난한 농가에 도움을 주었나보다.

"어머니를 보내고 열두 번째 기일에 뽕나무 그늘에서 어머니를 만난다. 뽕나무를 보면 고생으로 점철된 어머니의 아픈 과거가 덧칠되어 가슴이 아리다"는 저자다. 7대 종손 종갓집에 시집와 시조모부터 시모, 장가 안 간 시숙은 물론 유복자 시누이와 층층시하 시동생까지 거두고 먹이고 살피고 치우며 살아온 어머니가 오버랩되는 모양이다.

 

 

'무궁화 화려강산'은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무궁화〉는 묵묵히 시련을 견뎌낸 끈기의 꽃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의 국화(國花)가 아니던가. 장독대 사이로 핀 무궁화꽃을 발견하고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봤던 기억이 독자에게도 있다. 저자는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무궁화는 없을 무(無)에 다할 궁(窮), 꽃 화(花) 자를 쓴다. 글자 그대로 꽃이 피기를 다함이 없는 꽃', 즉 '무궁히 피는 꽃' 무궁화라고 저자는 말한다. 영어명으로는 'Common rose mallow' 즉, 이스라엘의 '샤론 평원에 핀 예쁜 꽃'이라는 의미로 일명 '샤론의 장미'라 한다. 원산지는 중국, 인도로 알려져 있지만 십자국에 의해 시리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어 종소명이 'Syriacus'이기에 시리아 원산설이 있기도 하지만 정작 시리아에는 무궁화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일제 강점기 때 무궁화 말살 정책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는 무궁화를 절멸시키지는 못했을 터, 그 끈질긴 생명력과 불굴의 의지를 표상하듯 당당하게 살아남았다. 광복 이후 무궁화가 애국가 노랫말에 포함되었고 대통령 표장, 국회와 법원의 마크, 훈장, 열차 이름, 인공위성, 동전 등의 문양으로 채택되었다. 아울러 8월 8일로 '무궁화의 날'로 지정하는 등 무궁화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나무가 되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독자로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의 영관급 장교의 계급장이 통상 무궁화로 불리고 있지만 이는 무궁화가 아니라 위관급 장교의 다이아몬드에 대나무 잎 9장을 둥글게 붙여 배치한 모양으로 대나무처럼 올곧은 장교가 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는 13장 〈맹종죽〉에서 저자가 다루지만 독자가 〈무궁화〉 장으로 미리 옮겨 설명을 돕는 것임을 밝혀둔다.

 


 

18장에서 다루는 〈가중나무〉는 독자로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저자는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라는 제목을 붙여 이 나무를 설명하고 있다. 가죽나무의 잎(새순)을 따서 무치거나 찹쌀풀을 끓이고 고춧가루를 섞어서 발라 말렸다가 튀겨서 부각으로 먹기도 한다는 요긴한 쓰임새로 〈가중나무〉를 설명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중국에서 목재로 쓸모가 적고 가치가 없어 베어지지 않아 장수를 누리는 나무라고 '저수(樗樹)' 또는 '저(樗)'라고 칭한다고 한다. 장자와 혜자가 나눈 대화에 "크기만 하고 쓸모없는 나무가 바로 저수"라는 말이 나온다고 에피소드를 전한다. 두 사람의 대화에 장자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출 필요가 말하며 무용지용(無用之用)을 말했다고 전한다. 저자가 가중나무를 소개하는 것은 아마도 이 제목에서 드러난다. 「죽어서도 생명을 살리는 나무」라는 대목이다. 무치면 두릅과 비슷한 모양새지만 이상한 냄새도 조금 나는 듯하다. 전라도의 삭힌 홍어처럼 고유의 냄새가 있는 듯하다. 사실 독자는 생소한 나무 이름이라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저자의 그림과 설명으로 어슴푸레 본 것 같기도 하다는 정도의 인식으로 읽어가다 알게 된 점이다. 저자가 그 나무를 발견한 곳이 20년이 지나 리조트로 변하는 바람에 그 나무는 생사도 모르게 종적을 감췄으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했으리라.

저자는 〈가중나무〉를 설명하는 장(章)의 마지막에 사유를 더해 마무리한다. "나무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은신처이고 의지처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무에 기대어 생을 부지하는 생명체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무에 기대어 생을 부지하는 생명체가 수천 가지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어떤 동물학자가 수령 600년이 넘은 고목에 살충제를 살포해 죽은 생물들을 조사해 보니 257종 2,041마리였다고 한다. 죽은 나무에 의지해 서식하며 생명을 기대고 있는 종류만 6천여 종이 넘으며, 지구 생명체의 약 20% 정도가 죽은 나무를 매게로 살아간다고 한다 나무는 죽어서도 생명을 키우고 살린다."(p.250)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나에게 나쁘게 하면 나쁜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도 나에게 잘하면 좋은 사람이 된다.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고 선입견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일반 사람에게는 흔한 일이다. 때로는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은 것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모든 일을 올바로 보려면 훈수꾼으로서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듯이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된다. 양쪽의 장단점을 동시에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이편저편도 아닌 사심 없는 중간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p.380)

 

저자 : 최득호

 

(주)대목환경건설 대표이사. 지리산 반달곰이 새 둥지를 튼 수도산 자락 산골에서 정유년 찬바람 부는 동짓달에 첫울음을 텄다. 입학 전 도시락 찬통 밑에 눌린 밥 먹으러 누나 따라간 학교에서 도서관의 책을 섭렵한 후 평생 책읽기에 짬짬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문학서적 탐독에 빠져 대학 건축과를 턱걸이로 진학하여 졸업 후 건설 회사에서 건축 일하다가 자연 지리와 식물을 좋아해 조경 회사로 이직했다. 부족한 전문지식을 채우고자 늦깎이로 건축, 조경, 토목의 석·박사과정을 거쳐 여러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고 경영학을 방송 통신으로 수강했다.

IMF에 직장을 잃고 창업하여 독서를 접목한 인문 경영과 창의적 혁신 경영을 하고 있다. 아울러 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봉사와 장학 사업, 기능인력 양성 지원 등에도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예순을 넘겨 시작한 글쓰기에 빠져 있으며, 식물을 가꾸며 관찰하는 일에도 갈피갈피 시간을 쪼개고 있다. 저서로는 『Landscape Architecture vol 6』, 『Landscape Architec』, 『CEO의 인생서재』(공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김한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이 공부고 공부가 일입니다. 그리 살아야 행복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불교 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스님은 다른 스님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의 말처럼 일과 공부는 같은 것이며, 모두 수행이라는 관점에서 스스로를 닦아온 것이다. 그는 일반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방대한 일을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그리고 남다른 '욕심'으로 해왔다. 종단에선 그를 '일꾼'(?)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수행 역시 게을리하지 않은 수도승으로도 살아왔다. 특히 도자기, 천연 염색, 야생화, 된장, 옻칠 민화에서 도서 무한대 모으기 등 엄청난 일을 해왔다고 한다. 이 책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의 표제어도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으로서 후배 수행자들에게 강조해온 그대로 정했다. 성파 스님과의 인터뷰를 계기로 그의 수행 과정과 해온 일 등에 대해 훤히 꿰고 있는 김한수 종교 전문 기자(샘터출판사 대표, 공동 저자)가 성파 스님과의 대담을 글로 정리 작성했다.

종정(宗正)은 종단의 제일 높은 어른을 일컫는다.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갖는다. 불·법·승의 세 가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라는 삼보사찰, 이른바 한국의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에서 방장(사찰의 제일 큰 어른)으로 있던 성파 스님은 2021년 12월 종정추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제15대 종정에 추대되어 2022년 3월부터 종정으로서 조계종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만장일치 종정으로 추대됐지만 종정이 된 이후에도 자신이 해온 일을 한시도 놓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오히려 일을 더 키우고 새로운 일을 계속 찾아 확대하고 있다. 일이 공부고 공부가 일이다라는 것을 직접 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 저자 김한수는 "어찌 보면 기인처럼 느껴지는 스님에 대해 궁금함이 컸지만, 스님은 자신의 일과 수행에 관해서는 말씀을 아끼셨다. '나는 남에게 해줄 말이 없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내 할 일이나 잘하겠다. 나부터 잘하겠다'는 말씀만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깨달음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스님이 지난 40년 동안 해온 일 이야기를 물었다. 이 책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김한수 종교 전문 기자가 성파 스님을 만나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스님은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스님이 들려준 일 이야기 속에는 왜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지, 왜 일이 곧 공부이고 공부가 곧 일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일반 대중들 중에는 공부하는 것도, 일하는 것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제목에는 일과 공부가 함께, 그것도 반복하여 제시된다. 숨이 헉하고 막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파 스님은 “나는 출가 이후로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늘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일이 곧 공부이고 공부가 곧 일인 삶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스스로 ‘평생 학인, 평생 일꾼’이라 일컫는 성파 스님이 지금껏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우리도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성파 스님은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서당에서 배움을 이어갔다. 보통 10년은 걸린다는 사서삼경을 3년도 안 되는 동안에 다 배우고 한시도 190여 수나 지었다. 그렇게 한학을 익히고 출가한 스님은 경전 공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탄허 스님이 화엄경을 번역할 때 교정 요원으로 참여했으며, 통도사 극락암에서 경봉 스님을 모시고 안거를 난 것을 비롯해 범어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27안거를 했다.

 


 

옻칠 민화, 천연 염색, 한지 공예 등 전통 미술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최고의 예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스님은 본분인 경전 공부와 참선 수행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다. 책에 따르면 성파 스님은 22살에 통도사에 들어가 종손 의식, 즉 주인 의식을 갖고 통도사에만 머물렀다. 1980년대에 통도사 일대를 도립공원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자 스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통도사 주지를 맡았다. “사찰은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구심점이 돼야 하고,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통도사를 지키려 한 것이다. 스님의 이러한 생각은 도자기, 천연 염색, 한지, 옻칠 민화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보존하는 일을 하는 데에도 원동력이 되었다. 성파 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마치고 ‘출출가’했다고 말한다. 성파 스님에게 출출가는 백지화를 의미한다. 속세 20년, 출가 20년을 지낸 스님은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맨바닥에서 재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출가는 전통문화의 보고 서운암을 만드는 출발점이었다. 독자도 '출출가'란 말은 처음 듣지만 설명을 듣고보니 꼭 알아두어야 할 말인 것 같다.

통도사 주지를 마치고 서운암으로 온 성파 스님은 주지 시절 익힌 도자기 기술을 활용해 3,000점의 불상인 ‘도자 삼천불’과 팔만대장경을 도자기로 구운 ‘16만 도자대장경’을 조성했다. 16만 도자대장경을 굽고 장경각을 지어 이를 봉안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이것만으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업적이지만 스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지금니 사경을 하는 데 필요한 감지를 직접 만들려고 쪽 염색과 전통 한지를 되살렸으며, 버려지는 항아리가 안타까워 50년 이상 된 큰 항아리 5,000개를 수집하고 그 항아리를 이용해 전통 된장과 간장을 만들었다. 중국에 건너가 산수화를 배우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베이징에 있는 중국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귀국 후에는 옻칠로 전통 민화를 재현하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통도사에 차밭을 재건하고 선농일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감나무밭을 일궜으며, 종교에 관계없이 국민들 누구나 들러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서운암 4만 평에 야생화를 심고 축제를 벌였다. 순수 한국문학인 시조를 지원하기 위해 40년 가까이 성파시조문학상을 시상하고 백일장을 개최하고 있으며, 버려지는 종이책을 정해진 목표 없이 모으는 ‘종이책 무한대 모으기’를 진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전통문화가 아닌 신기술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적극 받아들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찍기 위해 드론 자격증을, 세계 3대 미항보다 아름다운 남해안을 다니기 위해 요트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포클레인을 직접 운전하며 일하기도 한다.

성파 스님은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에 걸쳐 한 가지 이루기도 어려운 일들을 연달아 개척해 왔다. 스님은 스스로 “나는 500살 인생을 산다”라고 말한다. 수행에서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 즉 단번에 경지로 뛰어넘는 것처럼 다른 일도 그렇게 하기 때문에 시간을 줄여서 해낼 수 있다고 웃음짓는다. 다양한 장르에 무모하리만치 용감하게 뛰어들 수 있었던 비결로는 ‘콩깍지론’을 이야기한다. 꽃이 떨어지면 바로 작은 열매가 달리는 다른 과일과 달리, 콩은 꽃이 떨어지고 달리는 콩깍지 속에 콩알이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콩알이 생기고 커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일을 할 때 주춤하거나 겁을 먹지 말고 우선 계획을 짜놓고 안을 채우라는 말이다.

 

“무소유를 해야 훌륭한 스님이 된다, 그런 말은 내가 일찍부터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정반대라. 나는 욕심이 대적이다. 무소유와는 정반대라, 욕심이 대적이라. 큰 대(大) 자, 도적 적(賊) 자. 큰 도둑놈이라. (…) 나는 이루고자 하는 거라. 소유하고자 하는 거라. 무소유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거라. 내 이 생이 있는 한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자체가 소유라. 안 그러면 눈 감아버리지, 왜 밥을 먹고 약을 먹나. 그래서 나는 소유가 엄청 나. 남의 것도 내 거라.”(p.315) - 〈무소유? 나는 욕심이 천하의 대적〉 중에서

 


 

스님은 ‘욕심이 대적’, ‘무소유가 아니라 삼라만상이 내 소유’라고 역설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스님의 욕심은 정신적인 것이다.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욕심, 국민들이 사찰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마음껏 즐기며 안식을 얻기 바라는 욕심이다. 스님이 해온 일은 과거 전통 시대에는 사찰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나 근대화 이후로는 사찰에서도, 민간에서도 사라진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출가자로서 도자기, 천연 염색, 옻칠 민화, 된장 등을 하는 것에 대해 외도한다는 수군거림이 있었지만 스님은 그 일들을 행복하게 수행해 왔다. 후대를 위해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사진과 도표로 정리하면서 말이다.

성파 스님은 지금껏 해오신 일 이야기를 들려주며 당부의 말도 했다. “종교인들이 보면, 내려다보면서 가르치듯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그런 거 없어요.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따라오라는 것도 아니라. ‘나는 이렇게 일한다’, 그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스님의 말씀은 ‘내가 이렇게 해봤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권유로 들린다. 모두가 스님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일과 공부를 하나로 여기는 자세로 산다면 행복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는 스님이 이 시대에 건네는 화두이자 권유이며 응원이고 격려다.

 

우리는 부처님을 만나지 않고도 가르침을 배울 수 있어요. 서산대사, 사명대사 직접 안 만나도 배울 수 있지요. 공자, 맹자, 노자 같은 선인(先人)들도 만날 수 있어요. 무엇으로?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습니다. ‘나옹(懶翁, 1320~1376) 선사 만나러 가자’ 하면 그냥 《나옹집》을 보면 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누구 만나고 싶으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됩니다. 그렇게 나는 책을 읽으며 지금 여기에 없는 사람을 친구로 삼을 수 있는 거라.(p.297)

 


 

이제 우리 사회가 전문성이 많잖아요. 전문 분야가 많고 그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많아. 그런데도 혼란스러움이 더 많아. 그건 관찰력은 있는데 통찰력이 없기 때문인 거라. 관찰력에는 능하고 자신의 전문 분야만 자꾸 파고들어 가잖아요. 그런데 통찰력은 좀 부족한 거라. 이걸 위입서궁(蝟入鼠宮)이라 해요. 고슴도치가 쥐구멍으로 들어간다 하지요. 고슴도치가 작은 구멍으로 깊이 들어는 가는데, 등의 가시 때문에 못 빠져나오거든.(pp.346~347)

 

저자 : 성파 스님

1939년 경남 합천 해인사 인근에서 4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속명은 조봉주(曺鳳周). 성파(性坡)는 법명이고, 법호는 중봉(中峰)이다. 통도사 월하 스님을 은사로 1960년 사미계를, 1970년 구족계를 받았다. 1980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 교무부장, 규정부장을 역임했고, 1981년 3월 통도사 제20대 주지로 취임해 교구본사 및 지역 불교 발전에 진력했다. 통도사 주지를 마친 후 통도사 서운암 감원으로 주석해 수행에 매진했다.

2000년 4월 통도사 서운암에 무위선원을 개원한 이후 선농일치 정신을 선양하고 통도사에 차밭을 재건했으며 감나무밭을 일구고 야생화를 심었다. 2002년 2월 노천당 월하 대종사로부터 중봉(中峰)이라는 법호를 받았다. 특히 28년간 도자기를 구워 도자 삼천불과 16만 도자대장경을 조성하고 이를 모시기 위해 장경각을 건립했다.

전통 불교문화 계승 차원에서 천연 염색 및 새로운 옻칠 기법을 개발해 단청과 건축, 발우, 탱화, 건칠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으로 확대시켰다. 2013년 4월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이 됐고, 2014년 1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2018년 3월 산중총회에서 영축총림 제4대 방장에 추대됐고, 2021년 12월 종정추대위원회를 통해 15대 종정으로 만장일치 추대됐다. 2022년 3월 26일 종정 임기를 시작해 종단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저자 : 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1991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1993년부터 문화부에 근무하고 있다. 2003년부터 종교를 담당했으며 2014년부터 종교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 곁의 성자들》, 《종교, 아 그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뼈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도록 해준 인체구조물이며 살아 있는 뼈는 기능과 역할에 주목하지만 사후에는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특히 사업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학문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뼈에 관한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는 얼마 전 『인체 해부학 대백과』란 책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인체에 대한 각 계통 및 각 부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책이었다. 인체에 대한 백과사전이란 의미의 이 책은 크게 두 개 파트(부)로 나뉘어 있다. 1부가 〈인체의 계통〉 2부는 〈인체의 각 부위〉에 대한 해부학적 설명으로 의학적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세한 역할과 구조를 매우 정밀한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대형 판형의 사전이다. 1부 인체의 계통은 15개의 계통으로 나뉘어 설명하고 있었다. 첫 장(章)이 뼈대계통이다. 대백과는 우리 인체의 뼈대는 〈몸통뼈대〉(축골격), 〈팔다리뼈대〉(사지골격)로 크게 나뉘고, 뼈대의 〈구조〉, 〈성장〉, 〈관절〉 등이 상세한 설명과 큰 그림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머리뼈, 척주, 가슴우리(흉곽), 복장뼈가 우리 몸의 축을 구성한다. 머리뼈의 위쪽은 뇌와 감각기관을 보호하는 부분이고, 아래쪽은 얼굴 형태를 이룬다. 머리뼈의 바닥 부분은 척주의 첫째 뼈인 고리뼈와 맞닿아, 고개를 끄덕이도록 운동하는 관절을 이룬다. 머리뼈에 난 구멍은 얼굴의 눈, 코, 귀, 입 부분이 된다. 머리뼈를 구성하는 날개머리뼈는 '봉합'이라는 독특한 관절을 이룬다. 서로 맞물린 구불구불한 봉합선은 섬유조직으로 단단히 연결돼 있다.

척주는 척추뼈로 이뤄진 기둥이다. 각각의 척추뼈 사이에는 섬유연골로 된 척추사이원반이 충격을 흡수한다. 각각의 척추뼈는 매우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지만, 척주의 전체적인 움직임은 매우 유연하고 다양하다. 등 근육에 단단히 고정된 척주는 필요할 때 기둥처럼작용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운동을 수행한다. 흉곽을 구성하는 갈비뼈와 척추뼈는 등 쪽에서 서로 연결돼 심장과 허파를 에워싼다. 첫 갈비뼈인 참갈비뼈 7개는 몸의 앞쪽에서 복장뼈와 부착한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갈비뼈 3개는 거짓갈비뼈라고 한다. 서로 연결돼 마지막 참갈비뼈로 이어진다. 갈비뼈 12쌍 중 나머지 2쌍은 뜬갈비뼈다. 나머지 갈비뼈와 다르게 앞으로 뻗어 복장뼈와 연결되지 않는다.

 


 

이 책 『숨겨진 뼈, 드러난 뼈』는 뼈를 사랑하는 정형외과 의사 로이 밀스의 열정적이고 유머러스한 뼈 교양서이다. 저자 밀스는 "뼈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 자재"라고 비유한다. 저자에 따르면 뼈는 스스로 자라고 가벼우며 내구성이 좋다. 부러졌을 때 스스로 회복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생명체가 살아 있을 때 숨겨져 있던 뼈는, 주인이 죽은 후에 밖으로 나와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서 발견된 뼈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말해준다. 또한 뼈는 생활용품, 농사도구, 사냥도구, 무기, 장식품, 악기, 놀이도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저자는 앞서 독자가 언급한 인체의 뼈와 동물의 뼈를 함께 모든 뼈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검토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따라서 이 책은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인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2부로 이뤄져 있다. 1부 〈숨겨진 뼈〉와 2부 〈드러난 뼈〉이다. 1부에서 저자는 뼈의 생물학적 구성, 뼈가 어떻게 성장하고 부러지고 치유되는지 등의 기본적인 과학 지식부터 의학적 혁명과 최신 정형외과 혁신들까지, 살아 있는 신체 내부의 ‘숨겨진 뼈’에 대해 소개한다. 2부에서는 화석, 납골당, 도구, 악기 등 신체 외부에 ‘드러난 뼈’의 역사를 통해 뼈가 지닌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미를 탐구한다. 뼈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측면을 다루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살아서 만큼이나 죽어서도 흥미로운 비밀을 간직한 뼈의 신비로움을 파헤치고, 그 중요함을 간과했던 뼈를 다시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오늘을 사는 현대인은 일상생활에서 뼈를 보거나 뼈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음식에서 뼈를 바를 때 귀찮게 여기는 정도가 대부분이고,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하얀 자국을 통해 뼈를 보는 것이 조금 특별한 경우다. 앞서 대백과사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체의 뼈는 우리 몸을 지탱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뼈는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원소인 칼슘을 저장하는 은행 역할을 하고, 경이로울 정도로 효율적인 구조로 몸을 지탱하며, 심지어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복구하기까지 한다는 말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그런 동시에 뼈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정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뼈는 구하기 쉽고 가공이 용이한 재료로서 문명의 시작부터 인류의 삶과 함께했다. 전 세계의 여러 문화에서 사람들은 뼈를 섬기고, 보호하고, 도구와 재료로 활용하고, 그로부터 즐거움과 영감을 얻었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뼈에는 불가사의한 측면들이 있다. 뼈는 살아 있을 때는 몸속에 숨겨져 있으며, 죽어서 몸 밖으로 나온다. 뼈는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보관된다. 일상에서 뼈를 볼 일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뼈의 진정한 모습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 책 『숨겨진 뼈, 드러난 뼈』는 이렇듯 인간의 삶과 문명에 필수적이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배경에 머물러 있던 뼈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다. 흥미로운 뼈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 못 말리는 ‘뼈덕후’ 정형외과 의사 로이 밀스는 이 책에서 뼈에 대해 궁금했던, 또는 미처 궁금한지도 몰랐던 모든 것들을 다루면서 독자들을 때로는 오싹하고 때로는 매혹적인 뼈의 세계로 이끈다.

뼈는 척추동물이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들, 예컨대 무게 지탱, 수영, 땅파기, 날기, 뜀박질 등의 근본이 되는 구조다. 저자는 뼈가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지, 척추동물의 뼈가 조개껍데기나 곤충의 키틴질, 손톱, 상아와 어떻게 다른지, 뼈가 어떻게 영양분을 공급받고 성장하는지 등을 전문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유머와 입담을 곁들여서 경쾌하게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뼈는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하지만, 칼슘을 비롯한 수많은 영양분의 저장소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칼슘은 신경과 근육 조직, 틀기 심장 근육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성분이다. 인체는 체내의 칼슘 농도를 좁은 범위 내에서 유지하기 위해 뼈를 ‘칼슘 은행’으로 활용한다. 혈액 내에 칼슘이 부족하면 뼈에서 칼슘을 인출하고, 칼슘이 너무 많으면 뼈에 칼슘을 저장하는 것이다.

뼈의 이러한 성질은 의외로 우주여행에 큰 난관이 되기도 한다. 지상에 있을 때, 우리의 뼈는 걷기, 뛰기 등의 압력 자극에 의해 칼슘이 저장되는 작용과 심장 근육 등 인체 내 필요에 의해 칼슘이 인출되는 작용이 평형을 이룬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에서 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없어지면 뼈에서 칼슘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이는 심각한 골다공증을 초래한다. 때문에 우주 비행사들은 매일 수 시간 운동하면서 칼슘 배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우주정거장에 6개월을 머무는 동안 약 10퍼센트의 뼈를 상실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의 제안처럼 사람이 3~4년이 걸리는 우주여행을 통해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까? 저자는 겨울잠을 자는 곰이 뼈 손실을 피하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미국 수부외과(Hand Surgery)학회 회장을 역임한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한다. 뼈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질환과 그 치료법, 뼈가 부러졌을 때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 뼈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기상천외한 수술법들, 정형외과학에 혁신을 가져온 선배 정형외과 의사들의 이야기 등을 풀어내면서, 저자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형외과 의사로서의 자긍심을 숨기지 않는다.

 


 

1부에서 '숨겨진 뼈'(1장~9장)에서는 살아 있는 생물체 내부에서 기능하는 뼈의 역할과 뼈의 구조와 성분 등 의학적 측면에서 설명했다면, 2부 ‘드러난 뼈’에서는 뼈의 주인이 죽은 후 몸 밖으로 나온 뼈의 두 번째 생애를 이야기하면서 뼈가 지닌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미를 탐구한다. 바깥으로 나온 뼈는 척추동물의 든든한 버팀목이 아니라,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탁월한 기록자가 된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 매장된 뼈는 인간이 언제 처음으로 추상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준다. 선사시대의 사냥꾼들은 뼈를 이용해서 몽둥이, 화살촉, 작살, 낚싯바늘을 만들었고,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뼈바늘을 이용해서 옷으로 만들었으며, 동물의 뼈를 이용해 주사위를 만들어 미래를 점쳤다.

뿐만 아니라 근대에 와서도 뼈를 이용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행했다. 뼈 단추 산업은 패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고, 미국 대평원에서 수집된 들소의 뼈는 거대한 비료 산업을 촉발시켰다. 또한 카타콤에서 발굴된 ‘성인’들의 뼈로 교회는 떼돈을 벌었으며 이는 종교개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뼈의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고고학, 고생물학, 예술, 역사, 문화까지… 피부 아래에 숨겨져 있을 때나 죽어서 몸 밖으로 드러나 있을 때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뼈가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이며 문화유산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이해와 특징적 설명을 위해 7개 장(章)으로 나눠 기술한다. 10장 「홀로 남은 뼈」, 11장 「존경받는 뼈」, 12장 「가르치는 뼈」, 13장 「뼈의 비지니스」, 14장 「가정용 뼈」, 15장 「아름답고 즐거운 뼈」, 16장 「드러난 뼈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톡톡 튀는 제목들이 암시한 것을 내용을 읽지 않고도 유추할 수 있다면 사실 뼈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뼈를 다루는 과학자이자 인체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조금은 경박한 표현 같지만 저자가 의사이기 때문에, 그리고 과학자이기에 알 수 있는 내용이자, 풍부한 경험과 깊은 사유가 담긴 책이라서 오히려 흥미롭게 쓸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게 한다.

 


 

독자가 가장 흥미 있게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13장 「뼈의 비지니스」를 다룬 장이다. 저자는 "지난 수 세기 동안 뼈는 다양한 비즈니스(건축술과 제도, 목수일, 돛 만들기, 밧줄 꼬기, 책 제본하기, 바늘 만들기)에 도구를 제공해왔다"고 전제하고 "복잡한 구성과 내구성 높은 구조 덕분에 뼈는 우수한 재료로 수많은 제조업(몇 가지만 예로 들면 페인트, 비누, 설탕)도 계속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뼈의 기여도를 설명하기 위해 끝없는 백과사전식 목록을 제시하는 대신, 저자는 진취적인 사람들이 뼈를 상업화한 여덟가지 방법들을 얼추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고 밝혔다.

선사시대부터 뼈가 사냥의 도구로 이용되는 등 꾸준히 쓰임새를 넓혀오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뼈를 이용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행했다. 뼈 단추 산업은 패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고, 미국 대평원에서 수집된 들소의 뼈는 거대한 비료 산업을 촉발시켰다. 또한 카타콤에서 발굴된 ‘성인’들의 뼈로 교회는 떼돈을 벌었으며 이는 종교개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뼈의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고고학, 고생물학, 예술, 역사, 문화까지… 피부 아래에 숨겨져 있을 때나 죽어서 몸 밖으로 드러나 있을 때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뼈가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이며 문화유산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1797년 영국의 조사이아 스포드 2세는 무거운 돼지 구이 때문에 접시가 깨지는 식기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실험 삼아 시도했던 자기 제조 공정을 완성했다. 조사이아 2세가 사용한 주요 재료는 '골회'였다. 골회란 뼈를 '산소가 부족한 고온의 오븐'에서 구운 후 남은 칼슘과 인의 화합물을 말한다. 그는 골회와 콘월석(화감암형 광물), 카올린(알루미늄과 규소를 함유한 광물)을 12:8:7의 비율로 배합하여 본차이나를 만들었는데, 이 비율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8개 가운데 한 가지 사례만 여기에 적었다.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내용들이 많아 이 책을 권유해 드린다.

 


 

"스포드가 뼈를 굽는 동안 나폴레옹은 전쟁 중이었다. 그가 1815년 워털루에서 패배할 때까지, 무려 10만 명의 프랑스 전쟁 포로들이 영국의 개방형 교도소에서 빈둥거리며 지냈다(10년 동안 그러고 지낸 사람도 있었다).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으로 징집되기 전, 많은 프랑스 병사들은 가구 제조공, 대장장이, 방직공이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 간수들의 격려에 힘입어, 그 기술자들은 교도소 주방에서 요리하고 남은 양 뼈를 구해 깨끗이 닦고 표백한 다음 정교한 모형을 만들어 가까운 마을의 시장에서 돈을 받고 판매하거나 신선한 농작물과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중 선박 모형도 있었는데, 정교하게 깎은 양 뼈에 (마울에서 구한) 금박과 은박, 실크, 거북 겁데기를 가미한 공예품이었고 동시대 영국 해군의 군함을 이상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아무런 도면도 없이 오로지 기억과 상상력에 의존해 모형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선박 모형에는 때때로 가동부(이를테면 들락날락하는 대포)도 있었다.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그 모형들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며, 경매에서 종종 수만 달러에 거래된다."(p.283)

 

저자 : 로이 밀스(Roy A. Meals)

 

미국 라이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밴더빌트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인간 조직, 특히 뼈에 대해 연구했다.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한 바 있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수부외과(Hand Surgery) 펠로우십을 마쳤으며, 현재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수부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뼈의 역사적?문화적 측면에 관심을 가져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49개국을 여행하며 연구했다. 환자를 진료하거나 연구를 하지 않을 때는 가드닝, 자전거, 조깅을 하면서 자신의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역자 : 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최근에는 생명과학 분야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해외 과학저널에 실린 의학 및 생명과학기사를 번역해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최근에 옮긴 책으로 《이토록 굉장한 세계》,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텐 드럭스》, 《마지막 고래잡이》,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여행 라군》, 《센스 앤 넌센스》, 《자연의 발명》 등이 있다. 2019년에는 《아름다움의 진화》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