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학 필독서 50 - 애덤 스미스부터 토마 피케티까지 경제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7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서정아 옮김 / 센시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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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 책 시리즈 중 『세계 철학 필독서 50』을 읽었다. 전공이 아니라 교양 차원에서 읽은 책 중에는 가장 잘 빚어진 항아리를 보는 듯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책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은 더 큰 감동을 주었다. 마치 수험생 시절로 되돌아간 듯 탐독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경제학 책과 이론을 집대성한 발췌본을 해석과 함께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독자들도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경제학의 역사는 대략 300년도 안 되었다고 한다. 그전에도 화폐, 시장, 노동 등 경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학문의 틀을 갖추고 본격적인 '경제학' 이름을 달 만한 체계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 시원을 학계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애덤 스미스부터로 본다. 그의 저서 『국부론』(1776) 발간 때부터니 대략 250년 정도의 시기가 경제학의 시기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경제학은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주는 학문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경제주체로서 날마다 경제적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기업과 나라의 정책에서도 근간이 되는 학문이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상 읽어보려 하면 딱딱한 이론과 수식이 많아 쉽지 않다. 수많은 경제학책 중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수십 권씩 읽을 시간도 없다. 이 책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은 이러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250년 경제학 역사에서 수많은 저자의 책 중에서 분명한 기준으로 엄선해 한 권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부터 『21세기 자본론』의 토마 피케티까지 경제학 역사에서 놓쳐서는 안 될 인물과 그들의 핵심 사상을 담은 대표작을 한 권당 10분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 책이다. 이 책 한 권이면 고전부터 최신까지 경제학의 전체 흐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경제학 그루의 정수가 담긴 책을 한 권당 10분에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경제 철학은 끊임없는 격변과 유동성에 휩싸인 세계 경제 안에서 시시각각 검증받고 있다. 조지프 슘페터는 1940년대에 '창조적 파괴'가 '자본주의의 핵심 사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역시 기술이 이 정도로 산업의 판도, 생산과 거래 형태, 화폐 체계를 바꾸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 같다. 저자 톰 버틀러 보던이 이번 개정판을 내면서 밝힌 말이다. 이번 개정판은 이러한 경제상의 변화를 담아내려 했으며, 따라서 5종의 저서가 추가되었다. 이에 따르면 먼저 사이페딘 아모스의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다.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 초판 발간 이후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술 대기업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한층 더 확대되었다. 반대로 명목 화폐는 암호 화폐의 출현으로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명목 화폐 발행으로 경제 활동을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통제해 왔지만, 이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삼아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전자 화예가 탄생했다. 비트코인 발명가는 화폐와 국가가 분리되는 세계를 구상했는데, 아모스는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에서 국가와 화폐가 정말 분리된다면 중세의 정교분리만큼 큰 여파가 나타나리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스테파니 켈튼의 『적자의 본질』이다. 책에 따르면 최근 우리는 팬데믹을 맞아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업무와 소비 패턴, 재화와 서비스 공급 패턴이 변했다. 개인과 정부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강제 휴직 제도,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별 지원금, 백신 접종 의무화 등으로 '국민의 삶에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백 년 된 논쟁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적자의 본질』은 바로 이 시기에 출간되었다. 정부가 국가 채무에 개의치 않아도 되며, 그저 국민과 기업에게 필요한 것만 제공하면 된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 켈튼은 미국, 영국, 일본처럼 통화를 직접 발행하는 나라는 사회적 목표와 경제 안정성 달성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자금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통화 이론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우는 책도 있다. 바로 헨리 해즐릿의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과 머레이 N. 라스바등의 『국가의 해부』다. 해즐릿은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 주기가 3~5년이기에 정치인들이 경제와 사회의 장기적인 건실성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유권자의 반발이나 작은 경제 조정마저 피하기 위해 과도한 재정 지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이러한과정을 통해 저축과 투자 의욕을 꺾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먼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부수적 결과에 대한 집착을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라는 말로 비꼬았다. 라스바드는 이와 반대로 국가의 정당성을 자유지상주의적 시각으로 풀어낸다. 우리는 정부가 우리 삶 구석구석에 손대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며, 실제로 생계나 경력을 국가에 의지하는 국민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에 이제 와서 대안 체제를 생각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라스바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법률과 인식을 토대로 자기 위치를 굳건히 하려는 것은 국가의 본능이며, 그 결과 아주 별난 지식인들만 국가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던질 정도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는 아닌지 탐색하는 책도 한 권 추가됐다. 토마스 소웰의 『차별과 격차』다. 소웰에 따르면 사람들은 좌파나 우파나 사회적 장벽이 제거되면 과거의 부당한 행위를 바로잡고, 성공의 불공평한 속성이 사라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착각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소웰은 미국 흑인의 가난이 인종주의 탓만은 아니며, 가난이 사회적 부패를 불러오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소웰은 평등과 차별에만 치중하다 보면, 집중적으로 성공을 연구하고 이념을 초월하여 효과적인 조치를 과감하게 시행해야 할 시간에 서로 원망하는 분위기만 널리 퍼진다고 지적한다. 현대 미국의 경제학자로 소웰은 시카고학파에 속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보수주의자 중 한 명이다.

저자 톰 버틀러 보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드러났듯이, 자유주의적 관점으로 보든 보수주의적 관점으로 보든 우리 사회와 경제는 취약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저자에 따르면 마키아벨리는 국가의 힘을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았다. 반면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진정ㅎ란 건실성과 경제력은 국민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역량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권력과 중앙 통제에 집착하는 통치자의 눈에는 개방적인 사회가 혼란의 도가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야말로 번영을 이루고, 부가 증가하며, 제도의 점진적 발전을 촉진한다. 저자의 경제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경제학 역사의 중요한 장면마다 많은 영향을 끼친 책들이다. 경제학이란 단어를 처음 세상에 알린 책에서부터, 출간 이후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으로 채택된 책, 인간은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합리적 존재라는 가설을 뒤흔든 책, 자본주의의 방향, 달러와 비트코인의 미래를 전망하는 책 등 지금의 제도를 만들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저서들이다. 연대순이 아니기에 책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으며, 좀 더 깊이 알고 싶으면 각 저자의 원저를 찾아서 읽으면 된다. 각 책과 이론의 해설 말미에는 「함께 읽으면 좋으면 책」도 정리해 두었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50권의 리스트도 별도로 넣었다. 이 책 한 권이면 고전부터 최신까지 경제학의 핵심 지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경제학 읽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방향을 설정하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딱딱하고 추상적인 학문으로만 느껴지던 경제학을 우리 곁에 한층 가깝게 펼쳐 보이는 책이다. 지난 250여 년간의 대표적 경제학 명저 50권을 선별하여, 중요한 경제학 이론과 개념들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그 이론들이 우리 개개인의 삶과 기업, 국가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짚어줌으로써 경제학의 의미와 쓸모를 실감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경제학을 알아야 할까?란 원천으로 질문을 되돌려 본다. 바로 인간의 삶에 가장 깊숙이 관여하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예민하게 제시하는 학문이 경제학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현대의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성공하기 위해 저마다 하나의 경제주체로서 가치 있는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한다. 이처럼 ‘잘살고 싶다’는 인간의 타고난 욕망에 기반한 것이 바로 경제학이다. 일터에서 일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투자를 통해 내일에 대비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도 경제적 판단은 쉼 없이 일어나고 있다.

 


 

경제학은 우리 삶 속에서 밀접하고 영향력 있게 움직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정책, 나아가 전 인류 차원의 행동에서도 근간을 이룬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개입을 어느 정도로 허용해야 하는가?’,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인구 제한 정책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가?’, ‘천연자원의 남용은 정말로 위험할까?’, ‘원조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의문을 가져 봤을 만한 이 질문들은 모두 경제학과 관련되어 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두 이 책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경제학의 체계를 세운 『국부론』 같은 고전부터, 비트코인이 불러올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전망하는『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까지 지난 250년간의 경제학의 전체 역사를 망라한다. 성서 이래 가장 위대한 책으로 불리는 『국부론』, 찰스 다윈에게 영향을 미친 토머스 맬서스의 명저 『인구론』,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경제학 고전 『밀턴 프리드먼 자본주의와 자유』, 출간 이후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으로 채택된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우위』, ‘진짜 자본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경제학의 기틀을 다진 50권의 필독서를 통해서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가 되며, 또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학은 실증적인 학문으로 여겨지지만, 이념의 분열 또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경향성에 휘둘려왔다. 영국의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의 주장대로, 경제학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이론과 모형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굳이 그 밑바탕이 되는 가설을 검증하고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코스는 '칠판 경제학'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칠판에 적힌 이론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명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의 가장 큰 과오는 이론이라는 마차를 말 앞에 가져다 놓는 관행에서 비롯되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경제학자는 '큼직한 것 하나'만 신봉하느라 새로 나타난 사실에 따라 모형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려 하지 않으며, 소소하지만 현실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대량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저자는 경제학자로 2008년 금융 위기만 보아도 우리는 경제의 역사와 금융의 역사가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 덕분에 투기 열풍, 공황, 시장 폭락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 금융 위기 직후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모인 경제학자들에게 영국 여왕 엘리자베트 2세는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을까요?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호주의 경제학자 스티브 킨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10여 명의 경제학자만이 금융 위기를 예측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경제학은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에측을 내놓는 학문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이유를 오늘날 경제가 생산의 역학 및 수요 충족뿐만 아니라 심리나 기대 같은 정서적 요소까지 감안해야 할 만큼 매우 복잡해진 탓이라고 설명한다. 이념적 편향 때문에 잘못된 가설을 토대로 모형을 구축한 탓도 덧붙인다.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측면은 오랫동안 덜 중요한 취급을 받아왔지만, 지난 30년간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합리적 존재라는 가설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자기 극대화'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시장 경제가 효율적이며, 인간이 자원을 최적으로 분배한다는 착각을 낳았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무엇이 최선책인지 알지 못할 때가 많으며, 비합리적으로 행동하여 행복을 놓치기도 한다. 인지 편향에 휘둘려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경제학은 효율과 평등 사이의 상충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고도 강조한다. 지난 50년 간 수많은 사람이 비용을 수반하는 복지제도, 갖가지 규제, 최저 임금법, 국립공원 도입 등의 정책에 찬성표를 던져왔다. 폴 A. 새뮤얼슨은 2009년 세상을 떠나기 전 경제 교과서로 유명한 『새뮤얼슨의 경제학』 제19판에 '종도주의자 선언'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달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새뮤얼슨에 따르면 중도주의는 '엄격한 시장 규율과 정부의 공정한 감독이 결합된 경제'를 지향하는 접근법'이라고 하낟. 중도주의는 증거만을 중요시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같은 대형 사건을 통해 우리는 규제 없는 자본주의 역시 중양계획경제와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성공 노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았다는 글을 소개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A. 새뮤얼슨은 “우리는 요람에 누워서부터 무덤에 들어가기까지 일생 내내 경제학의 무자비한 진실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현대의 사회 제도와 체제, 정책을 포함해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맞닿아 있는 경제학을 ‘어려운 학문’이 아닌 ‘실용적인 지식’으로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경제학의 맛보기가 되어, 독자들이 더 넓고 깊은 경제학의 세계로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저자 : 톰 버틀러 보던(Tom Butler-Bowdon)

‘50권의 고전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자 큐레이션. 1967년 호주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영국 옥스퍼드에서 거주하고 있다. 시드니대학교와 런던정치경제대학교를 졸업했다. 현대인의 삶에 가치와 깊이를 더하는 지식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는 톰 버틀러 보던은 철학, 경제학, 영성을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명저들을 가려 뽑은 ‘50권의 고전 시리즈’로 유명하다. 《USA 투데이》는 이런 그를 두고 “이런 종류의 문헌에 대한 진정한 학자”라고 평했다. 현재 이 시리즈는 전 세계 23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5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이 책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은 2018년 북미 최고의 출판 시상식인 엑시엄 비즈니스 북어워드에서 비즈니스 레퍼런스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 책의 첫 번째 시리즈인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 50》은 2004년 미국 벤저민 프랭클린상을 수상하며 미국 주간지 《포워드》 선정 ‘올해의 책’이 되었다.

 

역자 : 서정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냇웨스트, 크레딧 스위스 등의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근무했고, 이화여대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엘리트 세습』, 『인구의 힘』, 『부의 선택』, 『너를 놓아줄게』, 『리스크의 과학』, 『증거의 오류』, 『에지전략』, 『은행이 멈추는 날』, 『치킨쉬트 클럽』, 『정면돌파』,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스트레스, 과학으로 풀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화성: 마션 지오그래피, 붉은 행성의 모든 것』, 『그림으로 보는 세계의 음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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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아래, 동생에게 - 스스로 떠난 이를 애도하는 남겨진 마음
돈 길모어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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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강물 아래, 동생에게』은 동생의 자살이 가져온 충격을 딛고 동생을 애도하기 위해 자살의 원인, 특히 중년의 자살을 다룬다. 저자인 돈 길모어는 가족(동생)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고민과 애도의 시간을 가지다가 이를 세대의 문제로 전환하여 관련 문제를 활발하게 연구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세대의 삶과 괴리를 담은 〈부머 세대의 자살: 조용한 시류〉를 발표해 2014년 캐나다 최고의 저널리즘 상인 뉴스페이퍼 어워즈를 수상한 길모어는 동생의 죽음을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닌 특정 세대의 불안증과 고립감으로 연결하여 해석한다. 동생은 예술을 동경하고 비정규직 직장을 전전하면서 자기 파괴 욕구를 내비치는 특이한 이력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누구나 고민할 법한 삶의 문제들을 맞닥뜨린다. 다른 중년과는 달리 믿음직한 친구와 가족에 의지할 수 없었던 동생은 고립된 상태에서 난관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끊임없이 죽음의 충동과 맞서 싸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개의 메시지로 수렴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죽음은 주변의 모든 것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묻는 혼란스러움과 ‘내가 말릴 수 없었을까’ 하는 죄책감,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질문하는 애도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자조하는 남은 자들의 내밀함까지. 이 모든 것을 담은 길모어의 말하기 방식은 어쩌면 파편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지러운 파편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을 퍼즐 맞추듯 완성한다. 그렇게 그는 동생을 이해하게 된다.

 

"지인들을 통해 그려본 데이비드의 초상은 모순투성이였다. 십 년간 중독이 점점 심해졌다가 이 년간 약을 끊으며 지냈고, 결국 행복을 찾은 듯하더니 다시 절망적으로 불행해하며 덫에 걸린 느낌에 시달렸다, 관계에 충실했다가 바람을 피우고 빚까지 졌다."(p.55)

 


 

죽음에 관한 저널리즘적 통찰을 담은 이 책은 동생의 실종 열흘째, 강 근처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그의 트럭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대형서점 관리자로 취직하며 인생 안정기로 들어선 동생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왜 그랬을까? 저자인 길모어는 동생이 차가운 강물에 몸을 던지기까지의 행로를 뒤좇는다. 동생 데이비스는 예술가의 꿈을 안고, 불안한 직장을 전전하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다. 사실 그는 평생을 걸쳐 죽음이라는 충동과 싸우고 있었다. 저자는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기도 한 가족의 죽음을 되짚으며 ‘중년의 자살’이라는 화두와 마주한다. 비로소 애증 섞인 이가 왜 떠났는지, 그 이전과 이후의 내밀한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저자는 동생의 전체 인생을 톺아본다. ‘그 강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마’라는 30년 전의 경고부터 이른 결혼과 낭비벽, 습관적인 마약 복용까지. 음악에 대한 지독한 열정과 대비되는 동생의 재능과 기회 없음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 역설적으로 동생의 삶의 경로를 낱낱이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은 충동적으로 동생을 찾아왔다. 동생은 자기 내면에 똬리를 튼 불안을 감추려 했지만, 가끔 가족에게 드러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가족은 그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고 본인마저도 이것이 어디서 기인하는 불안감인지 알 수 없었다. 죽음이라는 실존적 고민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동생에게 길모어는 이미 늦었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건넨다. 이겨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극복하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네가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다. 천천히, 느리게, 그러나 끝까지 되짚어볼 것이다. 너의 삶에 누적된 사소하고 결정적인 문제들이 무엇이었는지.

 

 

청소년기와 2030 세대, 최근에는 노인의 자살 문제까지 사회와 정부의 관심이 크다. 그에 반해 중년의 자살은 주요 관심사가 아닐뿐더러 가시적인 문제로 떠오르지도 않을 때가 있다. 통계를 보더라도 중년의 자살은 청년과 노인에 비해 심각하지 않다. 그렇다고 가만히 이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가족을 꾸리고 안정된 일자리를 유지하고 주변 관계가 완만하게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양극단 사이의 위치한 이 세대의 불안과 고립은 분명 확연하게 존재한다. 저자 길모어는 일련의 사건을 겪고 완전히 뒤바뀐 관점을 체득한다. 주변에는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과 자살 사별자들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살아남은 이들은 밤낮으로 세상을 떠난 이의 마음을 헤아린다.

길모어는 다른 유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새롭게 생긴 가치관을 이렇게 묘사한다. “누군가 자살로 죽고 나면, 그의 죽음 뒤에 남는 것은 자살 그 자체뿐이다. 그것은 하나의 나라가 된다. 처음에 나는 방문자였지만, 결국 시민이 되고 말았다.”

일상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 그러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넘어서고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지러운 마음을 외면할 생각은 없다. 한 사람을 이해하면서 주목받지 못한 세대의 고통을 마주한다. 중년의 고립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건네는 길모어의 에세이는 자살의 근본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자살 문제도 가끔씩 생각나게 한다. 우리는 영예로운 세계 1위도 많지만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도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살률'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보도가 나온지 독자의 어림 기억으로만 20년은 넘은 듯하다. 이후 가끔 발표되는 자살률은 단 한 번도 등수를 내려앉은 걸 본 적이 없다. 10년 이상 자살률의 순위가 1위를 계속한다면 개인적인 이유에 앞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 사회 현상이나 사회의 분위기 등 일단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엔 곤란하다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많은 '자살 예방' 정책을 실시하고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나 개입은 한계가 보인다. 조사를 통해 자살의 원인 파악이나 대처 예방법 등이 없기 때문이다. 자살은 행위 자체가 극히 개인적이다. 즉 의학적 이유(정신질환, 약물 중독)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버려진 느낌이나 분노, 죄책감, 수치심 등 개인의 감정이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 생명의 전화’ 최근 자료에서는 자살 유가족이 겪는 감정의 흐름을 세 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는 엄청난 충격으로, 부인(말도 안 돼), 무능력(왜 막지 못했나), 버려진 느낌(나를 버리고 가다니), 비난(OO 때문에 죽은 거야)의 감정이 주를 이룬다. 다음의 2단계는 분노(나도 싫고 세상도 싫다), 죄책감(나 때문에 죽었어), 수치심(자살자 집안이라고 남들이 욕하겠지)이다. 3단계에서는 대인관계가 단절되고 우울증이 생기며 자살충동이 일반인의 80~300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자살이 주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해서, 핵폭발 후 생겨나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 낙진으로 묘사되기까지 한다.

한 명이 자살할 경우 주위의 5~10명에게 자살 충동을 심어 준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40여 명이 자살하므로 하루에 200~400명에게 자살 충동이 유도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한 한 신문 기사는 몇 년 전 투신자살하여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던 58세의 어머니가 같은 장소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자살은 자신을 사랑해 준 많은 영혼들까지 함께 죽이는 살인 행위라고 하는 것이리라.

이렇듯 자살은 한 개인이나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함께 껴안고 해결해야 할 절박한 사회 문제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며 하루 40여 명이 자살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도 독자의 입장으로는 납득이 안 된다. 정부에서도 높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 고위험군의 선별, 항우울제 같은 약물 투여를 이용한 우울증 치료, 자살자 위기 개입 등의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책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 동생 데이비드는 마리화나와 피우고 밴드를 결성해서 음반을 내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악기를 잘 다루고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클럽이나 바에서 연주를 하고 끊임없이 여자를 만나고 알코올 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마약을 하고 맑은 정신인 적이 별로 없었을 것으로 독자는 추정하며 읽지만 왜?에 대한 답변은 유년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어느 정도 단초를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동생 데이비드의 삶은, 그 누가 보기에도 엉망진창일 수밖에 없다. 읽다 보면 독자의 삶에 대한 태도에 비추어볼 때 '자살이 예견된 듯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불규칙적이고 한각작용을 일으키는 금지약물 복용, 여성관, 가족관 등의 인식 부재와 책임감마저 가질 사이 없이 삶이 진행되어 온 것 같다는 독자의 느낌이다. 데이비드는 사실 이전에 비해 비교적 삶이 나아졌을 때 자살을 택했다. 일반적 삶의 방식이나 태도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각한 약물 중독의 부작용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이 책은 데이비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형 돈 길모어가 동생의 삶을 추적해 들어가는 과정이 나오고, 어렸을 적 회상도 군데군데 적잖게 나오지만 궁극적인 책의 내용은 '자살'에 관한 저자의 리포트다. 책에서 저자는 동생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자살을 택한 사람들에 관한 사연도 들은 대로 싣고, 자살학회에도 참석해서 강연을 들었던 이야기도 게재한다.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로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자살, 특히 중년의 자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이 2014년 캐나다 최고의 저널리즘 상인 뉴스페이퍼 어워즈를 수상했다는 데 눈길이 간다. 저자는 동생 데이비드의 삶을 정의하지도 않았고 그를 비난하거나 동정하지도 않았다. 남겨진 이들의 깊은 슬픔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들지도 않았다. 죽은 사람들에게 물을 수 없기 때문에 남겨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자신과 동생 데이비스가 속한 집단에 집중해서 추적 분석한다. 그저 객관적 사실을 묵묵히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시작은 동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원인을 분석하려고 시도했더라도 결과는 같을 수도 있다. 이미 일어난 결과를 추적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만 추적해 간다면 원인에 이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살은 극히 개인적 시도이고 결과이기에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 추정도 배제해선 안 될 것 같다. 이 책은 캐나다의 한 중년의 남자가 자살함으로써 시작된 글이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우리 사회 상황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한민국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설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냥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내용을 소개해본다. 이 영화는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1947~ )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남부럽지 않은 여건의 여성이지만, 아무 이유 없이 무기력한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되자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한다. 주인공은 응급실을 거쳐 정신병원으로 옮겨지는데 담당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음독자살을 시도한 후 심폐소생술을 받는 과정에서 심장이 크게 손상돼 앞으로 몇 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사람들과 만나 생활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삶의 의욕이 되살아나게 된다. 어느 날 주인공은 담당 의사를 찾아가 자신이 정확히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하면서 두 가지를 부탁한다. 하나는 삶의 한 순간도 놓치기 싫다면서, 맑은 정신으로 계속 깨어 있게 해주는 주사가 있다면 자신에게 놓아 달라고 한다. 또 하나는 얼마 남지 않은 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으니 퇴원시켜 달라는 것이다. 바닷가도 걷고 싶고, 단골집에 가서 좋아하는 음식도 실컷 먹으며 기네스 맥주 주문도 한 번 해보고 싶고, 또 어머니를 만나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도 싶다고 털어놓는다. 의사가 안 된다고 하자 주인공은 사실은 어젯밤에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노라고 고백한다. 그동안 자신을 너무 몰랐다고 하면서... 그러나 담당의사가 퇴원을 허락하지 않자 주인공은 입원해 있는 동안 알게 된 남자와 함께 병원을 탈출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담당의사는 병원을 떠나기 전 동료에게 업무를 인계하는 편지를 쓰면서, 주인공에 대한 시한부 선고가 사실은 거짓이었음을 밝힌다. 자살시도자는 계속해서 자살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 막는 유일한 치료책은 본인에게 삶을 자각시키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매일 매일을 기적으로 여기고 살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이 영화는 마무리된다.

 

"연구에 따르면, 자살하는 사람은 시간을 다르게 체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를 두려워하고 불행한 과거를 돌아보고 싶어 하지 않으며, 결국 끝없이 우울한 현재의 수렁에서 허우적댄다. 자살하는 사람은 권태에 빠진 사람처럼 시간을 본다. 시간을 천천히 흐르고, 숨 막힐 것만 같고, 심지어 사악하기까지 한 냉혹한 존재로 이해한다."(p.236)

 

저자 : 돈 길모어(Don Gillmor)

돈 길모어는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어린이책 작가이다. 2005년 가족의 죽음을 겪고 이를 세대의 문제로 전환하여 관련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서 활발하게 연구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세대의 삶과 괴리를 담은 <부머 세대의 자살: 조용한 시류>를 발표해 2014년 캐나다 최고의 저널리즘에 수여하는 내셔널 뉴스페이퍼 어워즈National Newspaper Awards를 수상했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며 중년의 고립과 불안, 자살의 사회적 문제 등에 관한 글을 쓴다. 지은책으로 『카나타Kanata』, 『길고 긴 변화Long Change』, 『마운트 플레젠트Mount Pleasant』, 『달을 선물하고 싶어』, 『크리스마스 오렌지』 등이 있다.

 

역자 : 문희경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문학은 물론 심리학과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유혹하는 심리학』, 『신뢰 이동』, 『우아한 관찰주의자』, 『인생의 발견』,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타인의 영향력』,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알고 있다는 착각』, 『이야기의 탄생』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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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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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초초난난』은 로맨스 소설이다. '초초난난'이란 표제어와 표지의 그림만 보아도 풋풋하고, 상큼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독자는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어 '초초난난'(????)이란 단어와 단어의 뜻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어감 자체만으로도 로맨스 소설임이 확실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초초난난은 우리말 발음으로는 '첩첩남남'이 되겠지만 '남녀가 서로 마음이 맞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어로 일본에서 쓰인다고 한다. 저자 오가와 이토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작품이 번역 소개돼 청춘남녀가 좋아하는 러브 스토리의 대가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저자는 『달팽이 식당』과 『츠바키 문구점』이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저자 오가와 이토는 이 작품을 20대에 썼다고 하니, 어쩌면 자전적 소설이나 자신의 이야기를 상상과 덧대어 쓴 작품이 아닌가 하는 독자로서의 생각도 해본다. 저자의 젊은 시절 작풍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한 이 작품에 거는 기대는 더 커질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작품은 한차례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찾아온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사랑은 슬프기에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난다. 사랑에 빠진 여성의 내면을 더없이 섬세히 탐구한 문장들이 곳곳에 드러나며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도쿄의 옛 거리를 배경으로 계절마다 찾아오는 전통 축제와 제철 먹거리 이야기 등 각양각색 일본 전통문화를 만나는 풍부한 묘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공감 가는 정서적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고, 이웃 나라 일본인의 감성도 엿볼 수 있다. 싸움만 안 한다는 친한 이웃이 될 수 있겠다··· 하는 속엣 감정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모노〉가 아닌가 독자는 생각한다. '일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모노다. 독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물을 때 요즘은 '김치', '한강의 기적' 등 다양해졌지만 사실 1970~1980년대까지 '한복'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이처럼 기모노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새하얀 화장에 화려한 머리장식, 그리고 약간은 불편해 보이는 높은 '게다'(下馱)를 신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일본 여성들이 그려지며 그 여성들은 모두 기모노 차림이다. 기모노도 그 화려한 전통을 뒤로 하고 오늘날에는 왕실의 결혼식, 혹은 게이샤나 가부키 등에서만 그 전통적 명맥이 겨우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한복은 명절이나 특별한 경우에만 입는 복장이 되었듯이. 우선 불편해서였을 것이다. 예전의 여성들은 일본이나 우리도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하게 했다. 물론 귀족 계급의 여성들이나 특별한 여성들을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우리 한복도 그렇듯이 일본의 여성들도 일반인들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 등에는 간소화된 기모노를 입고 나가는 정도로 기모노를 입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 아무튼 기모노는 혼자 입기 어려울 정도로 입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울 뿐 아니라, 그 명칭 또한 생소한 것이 많아 하나하나 살펴보기에는 이 지면에서 논하기는 어려운 일이니 이만 줄이고 책 이야기로 들어간다.

작은 앤티크 기모노 가게 〈히메마쓰야〉를 운영하고 있는 ‘시오리’는 봄을 앞둔 어느 겨울 한 남자를 만난다. 신년 다회에 입을 기모노를 찾아 가게로 들어선 남자의 목소리는 특별한 관(클라리넷)을 통과해 울리는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와 닮아 시오리는 깜짝 놀란다. 왜인지 그 순간 두둥실 매끄러운 바람이 날아오른 것 같다. 거리를 두어야지 하면서도 차츰 가까워지는 둘 사이를 시오리는 “그저 살아 있어 주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그의 인생에 스며드는 게 느껴진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봄의 꽃구경으로 시작된 둘만의 약속은 한여름 불꽃놀이를 지나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이하며 다시 지독한 겨울 감기와 함께 사계절의 한 바퀴를 돈다.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인 줄 알았는데 나선처럼 조금씩 위치를 바꿔 간다.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오가와 이토는 그저 일상의 빛나는 아름다움과 함께 둘을 아련하게 스케치해 간다. 여주인공 시오리의 아빠는 외따로, 엄마는 여동생 둘과 임대 주택에 살고 있다. 장녀 시오리는 일찍 독립해 앤티크 기모노 가게를 차렸다. 시오리에게 매년 전 남자 친구로부터 연하장이 온다. 어딘지 모르지만 전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한 사진 속의 그는 환하게 웃고 있다.

헤어지고 나서 시간을 다시 되돌려 달라고 신에게 여러 차례 빌었지만 시오리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리의 담담한 일상 속에도 다소간 북적거림이 있다. 엉뚱하고 발랄한 여동생 하나코는 종종 기모노를 빌려 달라며 찾아오고, 귀여운 할머니 마도카 씨는 매번 다른 디저트 가게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사 와 “시오리가 큰 걸로 먹어. 난 할머니니까 작은 거면 돼.”라며 시오리와 함께 나눠 먹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게 교과서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야. 안 그래, 시오리 씨?” 하며 손녀처럼 시오리를 아껴 주는 잇세이 할아버지, 언제나 약간 화나 있는 듯한 이멜다 여사, 아버지가 직접 기른 먹거리를 도쿄까지 가져다주며 “시오리는 억지로 날 엄마로 생각하지 않아도 돼.”라고 하는 두 번째 엄마 스즈노 씨까지, 시오리는 스스로 외톨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이웃들과 가족들의 담백한 교류 속에서 가끔은 든든한 로마음의 지원을 받으며 이럭저럭 가게를 해 나간다.

 


 

그런 가운데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하루이치로 씨가 있다. 그와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 그저 마음이 몽실몽실 따뜻해진다. “이렇게 하루이치로 씨와 같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그의 몸과 내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 차츰 같아진다는 게 기뻤다.” 사랑이란 결국 같은 음식을 먹으며 성분이 같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시오리는 생각한다. 정말 우리의 일제강점기 남녀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썼던 이광수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루이치로 씨와의 관계는 시오리의 감정과 상관 없이 사계절을 돌아간다. 말 그대로 일상이 계절의 변화처럼 돌아간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안에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시오리를 통해 감지될 뿐이다. 특히 하루이치로에의 감정은 조금씩 조금씩 깊은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깊은 곳으로 향한다.

봄의 꽃구경으로 시작된 둘만의 약속은 한여름 불꽃놀이를 지나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이하며 다시 지독한 겨울 감기와 함께 사계절을 보낸다.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인 줄 알았는데 나선처럼 조금씩 위치를 바꿔 간다.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저자는 무심한 듯 그저 일상의 빛나는 아름다움과 함께 둘을 아련하게 표현해 간다. 가게를 운영 중이지만 인터넷 판매도 안 하고 컴퓨터는 아예 없다. “메일을 보내는 법도 모르고 마우스가 뭔지 최근 들어 겨우 알았다.” 지은 지 육십 년 가까이 된 집에서 화로로 물을 끓이며 실제로 앤티크 기모노를 입고 생활하는 시오리의 삶은 한층 느리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바람이 살랑 불어 바닐라 에센스처럼 달콤한 향기가 히메마쓰야 안으로 날아들었다. 근처 절 담장 밑에 치자꽃이 활짝 핀 것이다. 이 시기면 자나 깨나 나는 치자 향기에 아련한 사랑을 하는 기분이 든다."(p.220)

 


 

도쿄의 시타마치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야나카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일본인이 보아도 낯설 정도로 고유 일본의 매력을 속속들이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실제로 존재하는 신사들, 식당, 계절마다 찾아오는 전통 축제 등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여 계절별 도쿄의 아름다움을 소설을 통해 누릴 수 있다. 아사쿠사만 해도 도리노이치 날이 되면 ‘운을 긁어모으는’ 즉 ‘복을 입기’ 위한 복갈퀴를 산다든가, 오랜 간논 온천에서 몸을 녹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여행만으로는 채 알지 못한 이야기가 담뿍 담겨 있다. 이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의 하나다. 또한 마음을 담아 요리하는 일본 전통 설음식에 대한 유래, 사계절의 디테일한 아름다움과 배 속이 든든해지는 각 지방의 제철 먹거리, 오래된 마을에서 엿볼 수 있는 반짝이는 지혜와 각양각색의 문화를 만나는 풍부한 묘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베스트셀러 『달팽이 식당』, 2020년 서점대상 2위의 화제작 『라이온의 간식』 등 작가로서 저력을 끊임없이 갱신해 가는 저자는 음식 등 일본의 전통적 풍습에 대한 세심한 묘사로 누적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힘이 내재돼 있다. 『초초난난』 속 시오리 또한 언뜻 약하고 여린 소녀 같지만, 가까운 이의 배신과 일찍 깨어진 부모 사이에서 받은 상처를 감당하고도 여력을 내어 가족들을 연결하는 장녀로서 묵묵히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일본의 현대 젊은 여성이나 청소년들의 당찬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결혼할 수 없는 상대야?”

또 고개를 까닥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잇세이 씨에게 거짓말할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게 교과서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야. 안 그래, 시오리 씨?”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더니 허리띠에 꽂았던 부채를 펼쳐 부쳤다. 살짝 향냄새가 나는 바람이 내게까지 불어왔다.(p.192)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선택하며 어른이 되는 것이 정답일까.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인생, 처음 마주하는 삶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진지하게 헤쳐나가는 시오리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선택이 무엇이든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0대의 오가와 이토가 바라본 삶의 용기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새로운 계절, 무게 있는 어른의 사랑 이야기를 짐작케 하는 이 작품은 조마조마한 설렘, 닿을 수 없는 애절함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저자 : 오가와 이토(おがわ いと, 小川 絲)

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1973년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났다. 200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이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10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며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치유 소설을 주로 선보여 온 그의 저서로는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따뜻함을 드세요』, 『트리 하우스』, 『초초난난』, 『바나나 빛 행복』,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양식당 오가와』, 『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어서』 등이 있다. 수많은 작품들이 영어,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번역되어 여러 나라에 출간되고 있다. 『달팽이 식당』은 2010년에 영화화되어 2011년에 이탈리아의 프레미오 반카렐라 상, 2013년에 프랑스의 유제니 브라지에 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트리 하우스』, 2017년에는 『츠바키 문구점』이 NHK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사자의 간식』은 서점대상 후보에 올랐다. 그 밖의 저서로 『초초난난』, 『패밀리 트리』, 『따뜻함을 드세요』, 『바나나 빛 행복』,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마리카의 장갑』 등이 있다.

『마리카의 장갑』은 출생부터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엄지장갑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무대로, 한 여자의 파란 많지만 따뜻한 생애를 그리고 있다. 인생에서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없듯이 힘든 일만 계속되지 않는다는 깨우침, 베풀수록 샘물처럼 차오르는 사랑의 아이러니, 생명의 고귀함 같은 인생의 통찰과 함께 뭉클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토와의 정원』에는 가늘게 반짝이는 삶과 보잘것없이 소소한 하루하루의 소중함, 온 지구가 평화롭고 온화한, 아름다운 정원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소망을 담았다.

 

역자 : 권영주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벚꽃 다시 벚꽃』, 『형사의 아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프터 다크』,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미쓰다 신조의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온다 리쿠의 『나와 춤을』, 『달의 뒷면』, 『유지니아』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삼월은 붉은 구렁을』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제20회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빙과』, 『전쟁터의 요리사들』, 『항구 마을 식당』,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등 다수의 일본문학은 물론 『데이먼 러니언』, 『어두운 거울 속에』 등 영미권 작품도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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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오류의 세계사 - 딱딱한 뇌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역사 기행
소피 스털링 외 지음 / 탐나는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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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말을 평생 듣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하기도 한다. 인간은 모두 어떤 생각이나 행위를 하더라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또 일을 잘못 처리했을 때 위로의 말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과학자도 이런 실수를 한다고 한다. 사실 과학자들도 수많은 실수와 오류를 거듭한 후 위대한 발명에 이르거나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이 말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격언들을 출발시킨다.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수할까 두려워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실패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격언들이 쏟아낸 것도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 『실수와 오류의 세계사』는 이상한(실수와 오류 등) 것들이 의도하지 않은 발명으로 이어지고, 또 특이한 지식, 미신이나 풍습의 역사들을 모아놓은 재미있는 글모음이라고 보면 된다. 미신과 풍습 등 오늘날 우리 눈으로 보기엔 믿기지 않는 행위들도 당시에는 '믿음'에 의해 실행되었고, 괴상한 발명품, 황당한 사건 등도 끝없이 이어져 온 것이 우리의 역사다.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이 이래서 재미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리라고 저자 소피 스털링은 자신 있게 말한다. 스스로 '역사 덕후'라고 밝히고 있는 저자가 역사 속에서 인류가 아름다움, 지혜, 독창성을 보여주며 전설의 소재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수와 기괴함, 그리고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운 행적들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우리들은 이로써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독자들이 가진 직업을 감사하게 여기게 될 수세기 동안의 기묘한 직업들, 결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오늘날 주류 상품들의 최초 버전이었던 신기한 발명들, 흥미롭고 때론 징그러운 의학치료와 치명적인 미용 트랜드, 우리가 그랬다고?라고 의아하게 만들 황당한 인간들의 실수와 기이함. 이 책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서 달리 줄 선물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면 아주 좋아할 화장실 독자들을 위한 멋진 선물이다. 역사시간에는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재미있는 상식 책을 즐기는 것은 지식과 상상력 또는 삶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재미있는 상식을 좋아하신다면, 지금부터 이 책과 함께 역사를 통과하는 매우 기묘한 여행을 떠나보자.

출판사 측은 독자들이 이상한 역사나 특이한 지식, 미신이나 풍습, 괴상한 발명품, 황당한 사건 등을 다룬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지금은 『실수와 오류의 세계사』를 읽을 책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린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모든 사람이 쥐덫에 대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혹시 쥐덫이 원래는 도난 경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있는가? 사무엘 홉킨스에게는 최초의 미국 특허를 가진 사람이 된다는 게 왜 그렇게나 중요했을까? 수세기 동안 수많은 기이한 발명품들이 탄생했다. 이 섹션에서 작가이자 역사가인 소피 스털링은 역사에 걸친 발명가들의 호기심과 그들의 독특한 (그리고 때로는 거친) 아이디어들에 몰두한다.

 


 

이상한 아름다움과 패션의 유행은 어떤가. 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고통이 곧 아름다움이다.” 라는 말은 전 세계에 걸쳐 매우 생생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통스러운 패션 트랜드들과, 목재 수영복, 화장실 배관청소용구 형태의 가슴 확대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화장품들을 발견해보라.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별짓을 다하려고 한다. 여성의 속옷 '코르셋'의 이야기는 너무 잘 알려진 패션 비화라서 이 책에서 따로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왜 비소, 딱정벌레류 그리고 돼지 오줌 같은 것들이 아름다움을 위한 재료에 포함되었을까? 특이한 미신과 민속은 어떤가? 수백 년을 넘은 바나나 저주에 대해 아는가? 이빨 요정의 기원은 무엇일까? 신발에 대한 기묘한 집착은 어떤가? 일부 기묘한 믿음들은 어리석은 미신이라고 보일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우리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 당신은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미신적일 것이다.

저자 소피 스털링은 역사학자이자 문학가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민속을 넘나들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싹하고 이상한 순간을 시간 순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인간의 역사. 이 단순한 단어 두 개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제국의 흥망성쇠, 새로운 종교의 탄생, 전쟁, 발명, 과학적으로 중대한 발견들, 미스터리와 승리. 의심할 여지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많은 이야기들이 인류의 전설, 지혜와 독창성을 보여주지만 이면의 다른 순간들은 또한 실수와 기묘함, 사랑스러운 어리석음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인류라는 종에게 자부심으로 가득 찬 삶을 사는 대신 이를 뒤흔드는 민망해할 가치가 있고 유쾌하게 당혹스러운 역사의 순간들을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작가의 유머러스한 전개를 따라 이상하고 재미있는 역사의 순간들과 마주치다 보면, 여러분은 어느새 역사를 관통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신나게 달리면서 동시에 낄낄 웃다가도 몸을 움찔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우리가 그랬다고?-실수와 기괴함 사이」, 2장 「그걸 믿었다고?-미신」, 3장 「그걸 처방했다고?-의학적 치료와 돌팔이 의사, 그리고 미치광이」, 4장 「그걸 발명했다고?-놀랍고도 익살스러운 발명품들」, 5장 「우리가 그랬다고?-고통과 죽음은 아름다움」, 6장 「우리가 그랬다고?-희한한 직업들」 등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아인슈타인의 뇌' 분실 사건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인슈타인이 사망하자 그의 뇌를 미국의 의학계와 관련 학계에서 영구보존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뇌'를 따로 분리해 어느 대학 연구실에 보존하고 있다고 분실하는 바람에 미국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나중에 연구에 욕심을 낸 한 학자가 몰래 가져가 분석을 하고 아무런 특이할 만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흐지부지됐다고 한 사건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사실 그런 욕심은 훨씬 이전부터 미국에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미국의 위대한 시인인 월트 휘트먼이 1892년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뇌가 펜실베니아 대학에 기증되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데다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의 실제 뇌를 소장하는 일은 엄청난 특권이었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의 뇌 속 핏줄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시로 재배열되었으리라 저자는 확신한다. 아무튼 골상학(두개골의 모양을 보고 사람의 특성이나 운명을 연구하는 학문)에 대한 글을 종종 썼던 휘트먼은 그의 뇌를 과학에 기부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젊은 연구원이 휘트먼의 뇌가 들어있던 유리병을 떨어뜨렸고 뇌는 손상을 입고 말았다. 단 하나도 제대로 건져낼 수 없었다. 시적인 뇌를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이는 병리학 학장이었던 헨리 카텔 박사가 전한 공식 일화라고 저자는 전한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일을 카텔은 숨겼다는 것. 그날 뇌를 관찰하는 작업이 끝난 후 실수로 밀봉하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공기 중에 노출한 채 밤새도록 놔두고 말았다. 아침이 되어 뇌는 완전히 부패해 버렸다. 카텔이 일기장에만 써놓고 숨긴 사실이다.

 


 

근대 서양에서는 유령섬의 전설이 많았던 듯하다. 대항해 시대 신대륙 발견으로 항로가 개척되자마자 서양 각국은 군대를 동원해 신대륙을 모두 점령해가는 침략전쟁을 시작했다. 남·북 아메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호주·아시아·아프리카 대륙까지 눈에 띄는 육지는 하나하나 서양 제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항로가 개척되고 여러 나라가 앞다퉈 다른 대륙으로 손길을 뻗치는 과정에서 어수선하고 확정된 항로 이외의 항로를 점령한 해적들이 나타났을 것이란 말은 어쩌면 당연스러운 일이리라. 더욱이 신대륙의 금은보화를 실어 귀국하던 배는 하나만 털어도 웬만한 나라 1년 예산에 맞먹을 만큼 실려 있어 목숨을 걸고 해적은 세력을 키웠을 것이다. 보물선이 생기고 해적선이 나타나고, 침몰된 배가 유령선이 되고, 침몰된 것으로 알려진 배가 언젠가 다시 나타나고... 지금 상식으로 예상될 일이지만 당시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배의 보물만 바라고 선원들의 안녕엔 관심이 없었던 시대니까. 이에 따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는 한때 '섬'이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200년이 넘도록 캘리포니아는 육지와 분리된 땅으로 지도에 그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스페인의 항해사였던 포르툰 시메네스는 1533년 바하의 남쪽 해안에 다다랐는데, 그때 캘리포니아 주 전체가 섬이라고 착각했다. 지금이라도 지도 위에서 슬쩍 찾아본다면 캘리포니아 주 아래에 반도로 돌출되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니 오해를 살 만도 하다. 당시의 항해사들에게는 구글 지도가 없었다. 그저 종이로 만든 지도만 있을 뿐이었다. 책에 실린 '지도 오류' 중 하나인데 무려 100년이 넘도록 수정되지 않았다. 1700년대 초반 한 예수회 신부가 캘리포니아만을 건너 탐험을 했는데,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보고하면서 캘리포니아가 정말 '섬'인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1747년에 이르기까지 조사가 더 진행되고 나서야 스페인의 국왕 페르디난드 6세는 캘리포니아가 섬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무도광: 행복한 전염병〉은 지금 생각해도 사실인가? 하는 의문점이 많다. '성 비투스의 춤'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무도광은 미친 듯이 춤을 추는 병으로 중세에 퍼진 전염병 중 가장 신나는 병이라 할 수 있다. 성 바투스는 신성 로마 제국에서 춤의 수호신이었다고 한다. 이 열병은 7세기에 시작되어 17세기까지 이어졌는데, 수십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사람들이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 거리로 뛰쳐나가 넋이 나간 얼굴로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병에 걸린 사람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1518년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서는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한 달이 넘도록 쉬지 않고 춤을 추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무도광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항간에는 광적으로 번진 신앙과 신체적 질병, 심지어 악마에 홀렸다는 이론까지 난무했다. 스위스의 연금술사이자 천문학자였던 파라켈수스는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 병은 성도들의 일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병의 원인은 그들의 영혼을 너무나 잘 아는 웃음 핏줄에 있다.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그들을 간지럽혀 춤추고 들뜨게 만드는 것이다."(p.72~73)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달밤에 호수에서 술 마시다 빠져 죽었다는 전설의 이야기는 우리 한국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아는 실화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을 보면 과연 사고로 죽었는가 하는 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기가 막힌 죽음'은 20세기 후반에도 있었다. 풍류적이거나 낭만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미국의 폴 토마스는 코네티컷에서 온 47살 남자인데 그는 〈조지토마스 앤 선스 텍스타일〉이라는 회사의 공동 소유주였다. 1987년 8월 오후 풍차식 옷감 기계9커다란 실타래에 감긴 양털실을 작은 실에 감는 기계)를 돌리고 있는데 사고로 떨어지고 말았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기도 전제, 폴은 수백 미터나 되는 실에 감겼다. 결국 그 불쌍한 남자는 700미터 털실 아래에서 질식사하고 말았다. 그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에티오피아의 황제였던 메넬리크 2세(1844년-1913년)는 몸이 조금 안 좋다고 느낄 때마다 성서를 찢어서 먹었다고 알려졌다. 신께서는어쩌다 이 남자가 모든 질병을 고치는데 성서가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는지 아시겠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효과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오랫동안 성서를 먹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냥 섬유질이 필요했는지도. 그의 소소한 습관은 1913년 정말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중풍을 앓고 난 후, 그는 성서를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나갔고, 급기야 책으로만 식단을 구성하여 먹기만을 고집했다. 그는 중풍에서 살아남았지만 장 폐색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주요 원인은 종이였다. 섬유질을 지나치게 많이 먹었군.(p.164)

 

내 생각에는 여성들 모두 이 유행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는 데에 수영복의 신에게 조용히 감사 기도를 올려도 된다. 1929년, 나무로 만든 수영복이 대유행을 했었다. 물에 뜨는 나무의 특성 덕분에 나무 수영복을 입으면 더 쉽게 헤엄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수영복은 워싱턴 호퀴엄에 있는 그레이 하버 럼버사(社)가 제작했는데, 수영하기를 가장 꺼리는 사람들도 바로 물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들었다. 그레이 하버는 목재 회사에서 꽤 많은 이익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이미 이름이 났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산 라인으로 수영복을 만드는 것이 차기의 ‘타당한’ 단계가 되었다.(p.217)

 

저자 : 소피 스털링

소피 스털링은 역사학자이자 문학가로, 다양한 문화권의 민속을 넘나들며 연구했다. 또한 자칭 문학 덕후이며, 아재 개그를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는 그녀는 이야기와 유머를 나누고 역사서를 읽는 일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더 깊은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며, 다가올 공동의 미래에 더 나은 혜안을 준다고 믿는다. 소피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뒤죽박죽 세상을 향한 사랑을 나누고자 《실수와 오류의 세계사》를 썼다.

 

역자 : 김미선

중앙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마켓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어린이·청소년 책 출판 기획과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미리 보는 지구과학책』, 『디즈니 무비 동화 : 모아나』, 『프레지던트 힐러리 :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꿈과 열망의 롤모델 (청소년 롤모델시리즈 8)』,『Disney 주토피아 : 디즈니 무비 픽처북』, 『어두운 건 무서운 게 아냐! (피노키오 그림책 5)』, 『안 입을 거야! (피노키오 그림책 6)』,『말썽꾸러기 플라스틱 골칫덩어리 쓰레기』 ,『위험해지는 날씨 기후변화』, 『지구를 살리는 행동하는 어린이 - 미래는 초록 이예요』, 『아홉 시에 뜨는 달』, 『헬로 젤리피쉬』, 『양말이 사라졌어!』, 『미리 보는 지구 과학책』,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어 준 말』, 『바다로 간 페넬로페』, 『이게 정말 정답일까?』,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사랑할 거야』 등이 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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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편지 - 그저 너라서 좋았다
정탁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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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하고 이별한 후 남는 감정은 더 사랑하지 못한 쓸쓸함이다. 저자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가 이 책에서 고백처럼 흩어진다. 공감하는 사람은 그 파편을 모아보면 사랑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 되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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