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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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에서 '일타강사'로 인기몰이를 했던 설민석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탄탄한 역사 지식과 화려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방송가에서도 '모셔가는 역사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설민석이 컴백한 이후 그의 인기는 여전함을 증명했다. 컴백한 설민석은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한국사 강의를 해 대단한 인기를 여전히 실감할 정도로 많은 구독자가 생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돌아온 스타강사 설민석은 중국 및 동양사, 세계사까지 강의하는 종횡무진의 활동을 보여준다. 잠시 방송을 쉬는 사이 그의 역사 지식은 오히려 확대된 듯 삼국지, 그리스로마 신화 등 고대 문화에서 서양 역사까지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엔 삼국지나 그리스로마 신화 책 출간으로 기염을 토하고 있다.

갈수록 대단한 역사나 신화까지 확대한 지식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가 이번에는 웹소설 작가 원더스와 공동으로 역사에 판타지를 더한 소설을 선보였다. 이 책 『요괴어사-지옥에서 온 심판자』(이하 요괴어사)가 그것이다. 이 소설 작품은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강철, 삼두구미, 길달 등 실제 기록에 전해지는 대한민국의 괴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역사 기록에 없는 인물들도 가미된다. 이들은 힘을 합쳐 세련되고 매혹적인 'K-요괴'로 재탄생했다. 이 소설은 역사적 소재에 저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통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선 후기 '개혁 군주'로 칭송되는 정조는 뛰어난 학문과 위민 정신으로 조선 후기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쌓은 왕으로 우리 역사에 기록된 왕이다. 정조의 죽은 백성까지 살피겠다는 위민 정신의 뜻에 따라 양성된 특별한 조직이 '요괴어사대'다. 이들은 조선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들을 찾아다니며, 각자 가진 특별한 재주로 원한의 굴레에 빠진 원혼을 천도하고, 사악한 요괴들을 상대한다. 『요괴어사』는 정의가 흐려진 오늘날의 우리에게 권선징악의 통쾌함과 소외된 자들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타강사에서 이젠 작가로까지 영역을 확대한 설민석의 역사 지식이 다음 어느 분야로 확장될지 기다려지기도 한다. 책의 뒷 부분의 〈작가의 말〉을 통해 이번 소설 작품을 선보인 소감을 말한다. "정조께서는 〈일득록〉에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앞으로 일어날 일의 거울로 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앞서간 선배들의 실수나 배울 점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가 나아갈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은 영웅이 죽고 서사가 사라진 이 시대에 한 줌 희망의 불빛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적 본질을 판타지 소설에 태워 당신께 띄워 보냅니다. 이 작품에 승선하시어 고난의 파도를 이겨 낸 벅찬 승리의 세상을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p.(420~421) 이 소설 작품 역시 '역사'에서 떠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또 정사로서의 역사만이 아니라 소설로서의 역사도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그의 역사 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인다.

 


 

공동저작이라는 사례는 소설 작품에서는 드문 편이다. 두 저자가 역사적 사실에 인식에 더해 문학적 상상력이 같다는 것을 독자들로서는 이해하기에는 힘들다. 두 작가의 친분이나 평소에 역사에 대한 의견 교환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꽤 가까운 사이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이유다. 어느 한 작가가 먼저 제의해 주제에 동의함으로써 각각 다른 작품을 쓰는 일은 종종 있지만 한 문학 작품을 두 저자가 함께 썼다는 사실은 어쩌면 새로운 시도인지도 모르겠다. 독자의 독서력이 미치는 한 읽어보지 못한 일 같다. 아무튼 두 저자의 의기투합은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에서 독자로서 시기심이었을까? 물론 소설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말이기에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슬그머니 꺼낸 본 말로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공동 저자인 원더스는 웹 소설 작가로 출발한 분이라고 한다. 독자는 시력 때문에 종이책으로 출간되지 않은 소설을 잘 읽지 않아 모르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통해 접한 분으로서 그의 앞날도 이 소설을 계기로 많은 작품이 출간되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많은 웹 소설을 그리 왜 괴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두려움과 그 안에 녹아든 우리의 맨얼굴을 탐하다 보면 현실 공포가 저만치 물러나는 매력 때문인 듯합니다. 이 책을 읽으신 분께도 그 매력이 흠뻑 전해졌길 바랍니다."고 밝히고 있어 판타지 소설을 많이 쓰신 것으로 추정된다.

소설의 배경이 된 조선 후기는 계급과 성별의 나뉨이 분명한 시대이다. 상과 하, 남과 여로 구분된 그곳에서 소외된 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수의 민초들이다. 『요괴어사』는 부당함을 당연하게 감내하는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18세기 조선, 임금 정조에게 괴이한 일들이 펼쳐진다. 꿈속에 나타난 국운을 예언하는 여인,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와의 만남, 그리고 아버지 ‘사도세자’가 남긴 편지의 메시지, ‘망자천도(亡者薦度)’.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정조의 가슴은 미지에 대한 확신으로 벅차오른다. ‘억울한 원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고 지은 죄에 따라 합당한 벌을 내리는 조직을 꾸리자.’ 그렇게 정조의 뜻에 따라 결성된 조직이 〈요괴어사대〉다. 죽은 이를 보는 아이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이 한곳에 모이고, 그들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되기 전, 정조를 찾아온 염라대왕은 어사대에 도움이 될 거라며 마패 하나를 건넨다. 소설의 시작은 정조의 꿈에서 시작된다.

 

커다란 박동이 울리더니 임금의 발밑까지 흔들렸다. 그때였다. 여인의 손에 쥐여 있던 아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우리를 찾으세요!"(p.9)

 

임금은 호흡을 가다듬고 여인이 손에 쥐고 있던 아이와 심장이 뜻하는 글자를 조합해 보았다.

“여인(女)과 어린아이(夭), 그리고 심장(心). 흙 묻은 손은 힘쓸 골(?)을 뜻하니···.”

머릿속에 글자가 완성되자, 임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요괴(妖怪).(p.11)

 

 

등장인물도 당시의 소외되고 핍박받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가족들에게 희생당한 반쪽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체를 거두다 억울하게 죽임 당한 승려, 동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처녀 귀신, 그리고 양반에게 협박받다 살해당한 기생···. 살아서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죽어서는 요괴로 남아 버린 그들의 상처를 저자는 요괴어사대의 손을 빌어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듯하다. 악한 자가 벌을 받는 권선징악이야말로 현실에서는 판타지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소설 속 요괴어사대의 활약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참과 거짓을 가리는 해치의 심판장에서 재물과 권력은 감형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거짓과 핑계가 통하지 않는 해치의 판결을 따라가다 보면 정의라는 단순한 진리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요괴어사-지옥에서 온 심판자』는 먹먹한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것이 『요괴어사』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요괴어사대의 구성원은 책에 이력서처럼 보여지고 있어 흥미롭다. 죽은 이를 보는 아이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이 한 곳에 모이고 그들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 되기 전, 염라대왕이 저승사자를 앞세우고 정조를 찾아온다. 저승사자는 정조에게 호통친다. "어허 하찮은 인간 주제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버티다니, 네놈이 죽고 싶은 게로구나!" 정조를 향해 염라대왕에게 예를 갖추라는 저승사자. 하지만 정조는 갑작스런 염라대왕의 등장해 황망해하나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 저승사자를 꾸짖는다. "하찮은 건 네놈이겠지." 그리고 정중하게 염라대왕에게 하는 말이 독자들의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한다. "나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오.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한낱 인간이 스스로 이 자리에 오를 수 있겠소? 그러니 지옥을 다스리는 왕께 머리를 조아린다면 도리어 하늘을 낮추는 것이 되니 이 또한 예가 아니지." 저승사자는 데굴데굴 눈알만 굴리는데...(p.54~55)

 


 

저자 : 설민석

 

머리에는 지식을, 가슴에는 교훈과 감동을 전하는 역사 선생님dl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고 명쾌하게 역사를 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역사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강의, 저서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설민석의 강의는 유익함과 재미를 뛰어넘어 감동이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메시지, 대중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을 한국사와 접목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한국사는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함께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된다. 20년 이상을 수험생들을 위한 강의를 했고, 지난 몇 년간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대중들에게 ‘역사 읽어주는 남자’로 한국사 대중화에 앞장섰다. EBSi, 메가스터디, 비타에듀, 이투스, 온라인 교원연수원(티처빌) 역사 강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단꿈아이 대표이사를 역임중이다. 2018년 대한민국 브랜드만족도 1위 역사교육 부문 수상, 2017년 ‘세상을 밝게 만드는 사람들’ 문화 분야 수상, 2017년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대상 특별상 수상, 2016년 대한민국 교육서비스 브랜드대상 역사교육부문 수상, 2016년 대한민국 교육산업대상 역사교육부문 수상, 2014년 대한민국 창조신지식인대상 역사교육부문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 대모험-신들의 사생활』, 『설민석의 책 읽어드립니다』, 『설민석의 삼국지』, 『설민석의 한국사는 살아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의 첫출발 한국사』,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시리즈,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시리즈, 『설민석의 삼국지 대모험』 시리즈, 『설민석의 그리스 로마 신화 대모험』 시리즈 등이 있다.

 

저자 : 원더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라는 질문에 ‘병아리 감별사’라고 대답한 후부터 올곧게 괴(怪)짜의 길을 걷고 있다. 같은 돌림자여서 그런지 괴이한 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이야기를 써 왔다. 괴물 감별사의 자세로 우리네 신화와 기록에 나오는 존재를 선별하여 한 상 차렸다. 괴이한 이야기는 매운 음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땀 흘리며 먹다 보면 몸이 개운해지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분의 마음도 가뜬해지길 바란다. 그동안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웹소설 <함무라비를 원해>, <오뉘탑: 퇴마사건일지> 등을 연재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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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오디세이
에블린 에예르 지음, 김희경 옮김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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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에 답하는 DNA를 통해 인류의 뿌리를 찾아가는 놀라운 유전자 여행. 이 책은 "유전자는 역사책이자 타임머신이다"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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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오디세이
에블린 에예르 지음, 김희경 옮김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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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금까지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에서 가장 진보적인 이론인 〈진화론〉을 뒤엎을 만한 혁명적 이론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진화론의 약간 허술했던 부분에 대한 반대 이론은 여러 건 나와 진화론의 보충 역할을 했지만 진화론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 대한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사실로부터 귀납을 통해 결론을 얻는 과학적 방법을 채택하였다. 즉, 현재 존재하는 동식물이 처음부터 현재의 형태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완만한 변이에 의해 초기의 형태에서 진화되어 온 것이라는 방대하고 잘 선택된 일련의 증거들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의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 세계는 기독교 문화권이고 기독교는 진화가 아닌 창조론을 주장하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은 여러 가지로 연구 논의된 끝에 다윈의 진화론에 의한 생물의 변이 과정을 인정함으로써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종의 기원'을 밝혀냈다.

그러나 다윈도 생전에 밝혀내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인간의 기원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1930~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 이론을 합친, 종합된 유전과 진화 이론이 등장했다. 유전자에 의한 유전과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은 현대 생물학의 핵심이며, 의학과 농학 등 응용과학 분야에도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진화의 개념은 화학, 천문학, 언어학 및 인류학에도 응용되었지만, 자연선택의 학설이 그대로 적용된 곳은 주로 사회철학 및 윤리학이었으며, 사회진화론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진화론의 등장으로 신학은 성서절대주의를 고집하는 파와 성서해석주의를 주장하는 파로 분파되었으며, 생명체는 신에 의해 창조되었고 자연의 오묘한 구조와 진행은 결코 우연일 수는 없고 신의 계획에 의해 진화된다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타협안도 제시되었다. 사회주의자들은 생존경쟁의 개념이 자신들의 견해에 부합되기 때문에 진화론을 환영하였다고 한다.

 


 

이 책 『유전자 오디세이』는 사바나를 떠도는 소수의 사피엔스였던 인류는 어떻게 수백만 년 만에 우생종이 되었을까? 아프리카의 발생지에서 벗어나 모험을 감행한 우리 조상은 어떤 경로를 거쳤을까? 우리의 게놈은 새로운 기후의 위협에 대처하며 얼마나 바뀌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대 초점을 맞추고 저자 등 학자와 탐험가들의 끈질긴 추격으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히고, 지구의 최우생종으로 주인이 되었는지를 유전자 해석을 통해 밝히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유전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해주는 매력적인 타임머신이다. 책에 따르면 인류의 몸에는 호모사피엔스와 그보다 더 오래된 조상의 DNA가 기록되어 있다. DNA는 우리 모두의 기원이 아프리카고, 유전자는 99.9퍼센트 동일하며, 지리적 기원과 관련하여 유전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이론의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 책은 까마득한 옛날 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를 정복한 인간의 모험 이야기를 유전자로 밝혀낸다. 위험천만한 이주를 감행하며 전 세계로 퍼진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고 다른 종족을 만나며 유전자를 남긴 다양한 과정을 탐사한다. 인종 차별의 문제가 이 과정에서 부닥치는 큰 이슈다.

얼마 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우리나라 제주도에 난민 신청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사회는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의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그들의 종교가 문제였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다양한 토론도 연일 이어졌다. 우리에게 도움을 준 현지인의 체류를 허가하는 선에서 논쟁은 일단락됐으나, 이런 방침이 전해지기 전까지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다수였다. 역시 종교가 문제였다.

 

 

그들 대다수는 무슬림이고, 그 이유만으로 ‘무슬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됐기 때문이다. 대개의 난민 발생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는 그전까지 이민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이제 세계가 좁아지고 국가 위상이 올라가면서 난민 수용 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렇게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 출신 국가에 따라, 종교를 가진 사람이나 집단에 편견을 갖고 차별하는 것이 바로 인종차별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세 주인공은 만화가 이즈마엘 메지안느, 인류 유전학자 에블린 에이에르, 역사가 카롤 레이노-팔리고이다. 중동계 이민자로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이즈마엘은 무슬림에 의해 일어난 슈퍼마켓 테러, 샤를리 에브도 테러 등을 겪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민감하게 느낀다. 중동인이라는 이유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여겨지는 현실, 주위 이민자들에 팽배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을 겪으며 이즈마엘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기로 한다. 그리고 에블린과 카롤을 만나서, 그들에게 인종차별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듣고 이해할 기회를 갖는다.

이즈마엘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 준다. 주변에서도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개발 국가에 사는 사람을 차별하는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들리곤 한다. 생각보다 확고하게 자리 잡은 편견을 편견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인종차별이 생긴 것일까?

 


 

이 책에서는 인종차별의 논리를 역사가 만들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계속 견고해졌으며, 우리가 사는 공동체가 우리와 다른 공동체에 대한 인종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말해 준다. ‘자민족 중심주의’라는 이름하에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 편견이 차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리는 흔히 개인이 인종차별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인종차별주의자인 개인과 인종차별 사회가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 사회, 국가로 차별의 논리가 확장됨을 알 수 있다. 국가, 민족, 종교, 지역, 문화 등 각각의 다양한 집단이 서로에게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인종차별이 시작된다. 이 책에서는 논리적인 동시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종차별의 역사와 문제, 해결 방법을 짚어 본다.

저자에 따르면 약 7백만 년 전, 네 발로 걷는 종이 아프리카 땅에 살고 있었다. 이들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이 책은 인간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가까운 사촌인 침팬지와 우리가 달라진 이유를 살펴보고,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모험을 떠난 이후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지를 알아본다. 종족 간의 혼혈과 이주로 실현된 이 역사적 사건은 우리 DNA에 기록됐지만 결코 접근할 수 없을 듯했다. 그러나 이제는 유전자 암호(genetic code)를 해독해서 과거로 갈 수 있다. 정보처리 기술과 유전자 증폭 기술 덕분에 우리는 현재 살아 있는 인간의 DNA뿐만 아니라 먼 선조들의 DNA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각 개인의 혈통과 유전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인류의 모험을 추적하며 네안뎉르탈인과 데니소바인처럼 사라진 종들뿐만 아니라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초기 농민들, 인도유럽어족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신비한 스텝의 민족, 현재 중국과 몽골 인구 10퍼센트의 조상인 칭기즈칸, 현대 캐나다 퀘백인 대부분의 선조인 왕의 딸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유전자 검사로 출생지가 밝혀진 노예들의 자취도 따라간다. 저자는 해답을 찾으려 하는 문제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말한다. 75억 인구 전체가 선사시대 아프리카에서 살던 사람들의 후손일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눈매가 길쭉한 데 반해 가까운 이웃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피부가 검고 머리가 곱슬곱슬한 이유가 뭘까?란 궁금증에서부터 몇몇 유전병이 퀘백 지역에 특히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에 대한 의문도 증폭된다고 털어놓는다. 여기에 어째서 일부 사람들만 우유를 소화할 수 있을까? 문화의 다양성과 유전자의 다양성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등 파생되는 문제도 끝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유전자에 기록된 긴 역사에 열광한다. 약간의 타액으로 자신의 유전자 계보를 추적할 수 있어서다. 이 책에서는 유전자 검사에서 가끔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해석하는 법도 살펴본다고 〈머리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 취지이자 결론에 이르는 말로 책의 서두를 시작한다. "과거를 돌아본다는 말이 미래를 계획하지 말자는 의미인 것은 아니다. 평균수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까? 한경의 영향을 계량화하는 방법이 있을까? 모엇보다 인간의 역사가 지구와 조화롭게 지속되려면 어떤 점을 가야 할까? 무엇보다 인간의 역사가 지구와 조화롭게 지속되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p.13~14)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인류의 첫걸음」, 2장 「모험 이야기」, 3장 「자연을 정복하는 인간」, 4장 「정복의 시대」, 5장 「모두의 조상」 등이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란 제목의 결론을 덧붙인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유전자인류학자 에블린 에예르는 DNA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로 인류의 이주사를 재구성한다. 이동 경로와 혼혈의 흔적을 탐색하는 한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의 친척을 소개한다. 또한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유전적 차이, 유목민과 농경인의 만남, 칭기즈칸과 바이킹의 침략, 아프리카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에 이르는 여러 주제를 통해 인류 역사의 놀라운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 : 에블린 에예르(Evelyne Heyer)

 

에블린 에예르는 유전자인류학자로서 인류의 유전적 진화와 종의 다양성을 연구하고 있다. 아프리카 피그미족에 관해 많은 연구를 수행했고,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전적 다양성을 추적하며 문화가 인간의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인류박물관 개축위원장으로 기획한 순회전시 <우리, 그리고 다른 사람들-편견에서 인종주의에 이르기까지Nous et les autres-Des prejuges au racisme>로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저서로는 《인간의 아름다운 이야기Une belle histoire de l’homme》,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왔는가?On vient vraiment tous d’Afrique?》가 있다.

 

역자 : 김희경

 

성심여자대학교(현 가톨릭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했으며 프랑스 피카르디 대학에서 불어불문학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불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뚱뚱해도 괜찮아!』 『어린이를 위한 갈리마르 생태환경교실』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미용사 레옹의 행복』 『소설가 줄리엣의 사랑』 『넌 누구니?』 『처음 그날부터』 『나는 나의 꿈이다』 『명작 스캔들』 『나의 첫 프랑스 자수』 『헤르메스 이야기: 100편의 연속극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테세우스 이야기: 100편의 연속극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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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 (올컬러 에디션) - 세상을 다르게 보는 니체의 인생수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송동윤 엮음, 강동호 그림 / 스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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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독자에게 "신은 죽었다"고 말한 독설가로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의 유명한 말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뜻이다. 독자도 그때는 몰랐지만 서양의 선진국들이 모두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르네상스나 산업혁명을 통해 강대국으로 올라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니체의 선언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말이다. 특히 종교와는 대척점에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 역시 모두 기독교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니체의 발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독설에 가까웠다. 그런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니체의 책과 니체에 관한 책을 꽤 여러 권 읽었지만 지금도 라틴어 원어로 된 성경을 대하듯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쏟아져 나온 철학책과 철학자 관련 책들 중 유독 니체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음은 단순히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책 『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는 편저자 송동윤(이하 저자)이 가려 뽑은 니체의 짧고 유익한 문장에 강동호 작가의 그림을 더해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되도록 편집했다. 독자로서는 이해를 위해 글과 그림을 함께하는 즐거움이 이 책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저자는 니체를 만난 시점에 대해 책의 〈머리말〉을 통해 말한다. "5.18을 겪은 후,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살아 있다는 자책감으로 방황하면서 두 곳의 대학까지 자퇴하고 우울증까지 찾아올 무렵, 우연히 니체가 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살기 위해 무작정 서울을 떠나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독일에서 안정을 찾으며 연극영화TV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박사과정까지 마치게 되었다. 이렇게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된 동기의 중심에는 니체의 책들이 위로와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다."(p.5)

 


 

“신은 죽었다”고 말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사상가인 니체는 그의 사상 못지 않게 문학에도 천재적인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신의 죽음은 니체의 저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오는 말이다. 『짜라투스트라~』는 니체의 사상과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서사시다. 모든 고뇌와 죽음을 초극한 '초인', '영원 회귀', '권력을 향한 의지' 등 을 다뤘다. 1880년대 3부까지 출간됐다고 한다. 당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아직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과 근대 휴머니즘의 영광에 신뢰를 보내고 있었던 시기이고, 따라서 신의 죽음이라는 현대의 니힐리즘적 상황을 선구적으로 감지하고 그 극복의 방도를 획기적인 철학적 에세이로서 결실을 본 이 책이 당초에는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무시되었다고 한다.

사회문화연구소가 2002년 펴낸 〈세계의 사상〉 시리즈 중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 따르면 제1부의 최종장에서 짜라투스트라는 그의 제자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어느 날엔가 너희들은 나의 벗이 되고, 같은 희망의 아들이 될 것이다. 그때 나는 재삼 너희들의 곁에 있어서 너희들과 함께 거룩한 정오를 축하하리라 생각한다. 〈모든 신들은 죽었다. 이제 우리들은 초인으로 살기를 원한다〉 이것이 언젠가 거룩한 정오에 있어 우리들의 최후의 의지이기를!".

당시 외면받고 당시 철학자들과 부조화를 겪으면서도 오늘날 니체가 다시 조명되고, 그가 여전히 최고의 철학자로 대접받는 이유는 "니체가 자신의 사상을 온몸으로 살아 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 송동윤의 말이다. 그는 이성만으로 형이상학을 설파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온 존재로써, 그리고 자신의 삶 자체로써 사상을 완성하고 설파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니체는 시대가 민주주의를 외칠 때 반민주주의를 말하고, 모든 사람이 신을 숭배할 때 신을 배척하면서 신은 죽었다고 미치광이를 내세워 외쳤다. 그는 현대사상의 총아이자 이단아로 불리기도 하면서 시대를 조롱한 위대한 독설가이자 예술가적 철학자로 불리는 이유이다."고 말한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말은 현실을 현실로서 인식하도록 하던 기존의 형이상학적 근거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니체는 기존의 절대적 가치가 더는 절대 가치를 갖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다. 인간은 이제 기존의 세속적 가치를 때려 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니체의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의미로 독자로서는 이해한다. 니체는 교회의 인간을 배격하는 허위에 격분했고, 신의 죽음은 교회의 죽음이라는 역설적 표현이 자신의 문제는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고 기도만 해 대는 인간에게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라’고 외치고 있는 것으로 저자는 해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니체는 진정 용기 있는 인간이었다. 그는 허무주의에 무릎 꿇지 않고 싸웠다. 니체는 현실을 버리지 않고 끌어안았다. 니체는 삶을 사랑했다. 니체는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에 대한 가치도 스스로 결정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절대 가치는 지금부터 미래의 세상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인간 유형인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능력을 가진 자’로서 이전의 한계를 극복해 내는 것을 말한다. 이 기존의 질서에 대항하는 자를 니체는 ‘초인’이라 말했다. 따라서 니체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을 위한 철학을 명확히 세운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란 지성보다도 본능, 합리보다도 의리, 이성보다는 정열을 존중하는 의지의 인간을 의미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초인’은 유한 속에서 무한까지 긍정하며, 죽음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적극적 인간으로 고통과 수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초인’이란 세속화하지 않는 본연의 인간이며, 운명적인 것을 체념하는 인간이며, 항상 현실 속에서 자기 자신을 극복해 가는 용기의 소지자를 뜻한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또한 ‘초인’의 미덕은 자기를 믿고 자기에 대한 긍지를 가지며 자기를 존경하고 누구에게나 엄격하게 행동한다는 데서 초인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짜라투스트라~』에서 니체는 최고의 가치가 완전히 전도됨으로써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공허와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권력에의 의지’를 천명하였다. 니체의 ‘초인’은 ‘권력에의 의지’를 통하여 규정된 현실에 의해서 존재한다. ‘권력에의 의지’를 갖고 ‘영원회귀’를 달관한 실존은 인류의 삶을 초월해 나가는 창조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초인’은 이 현실성을 위하여 존재하는 인간이며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인간 유형의 본질을 『짜라투스트라~』에서 말해 준다.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은 니체가 지금 다시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것은 현실을 직시한 날카로운 통찰력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또한 급소를 찌르는 직관력, 강력한 생기, 불굴의 혼, 그리고 높은 곳을 지향하는 의지는 그의 문장 속의 명구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에 쏙쏙 들어와 마음에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니체의 거의 모든 저서 중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한 번 쯤 읽어야 할 삶에 대한 내용과 지적대화에 필요한 것까지 골라 정리했다.

 


 

이 책 『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는 모두 15장(章)으로 구성됐다. 1장 「삶의 철학」, 2장 「흔들리는 양심」, 3장 「선악의 심판」, 4장 「사색의 감옥」, 5장 「아름다운 착각」, 6장 「존재의 가치」, 7장 「움직이는 권력」, 8장 「청춘의 고뇌」, 9장 「출렁이는 욕망」, 10장 「소유와 사랑」, 11장 「고통 속의 환희」, 12장 「고귀한 본능」, 13장 「학문의 자유」, 14장 「나를 찾아서」, 15장 「예술가의 열정」 등이다. 각 장의 소제목들은 저자가 붙인 것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 삶 속에 내재되거나 드러난 것들이고, 그 하나하나는 그대로 철학적 명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저자는 "니체 철학이 가진 독특한 특징은 거창한 학문을 지향해 정리된 것이 아니라, 정열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문장과 단편이 많다는 것"이라는 말로 규정한다. 단문, 단편이라고 하지만 그의 발상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인간에게는 육체라는 커다란 이성이 있고, 정신이라는 조그만 이성이 있다.”라는 식이다. 니체의 대담한 발상에는 예술적인 매력이 숨어있다는 해석이다. 칸트 같은 철학자라면 그것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철학을 이용하지만, 니체는 그것을 무심하게 그냥 탁 하고 놔두는 것으로 비유적 표현도 정말 멋지다. 뿐만 아니라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핵심 키워드로 다시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쓰였다. 저자는 그 점에 있어서 니체가 "철학자 니체보다는 예술가 니체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니체의 그 점을 광기의 매력으로 보았다.

이 책은 니체의 저서 중에서 저자가 큰 의미를 갖고 뽑아낸 귀절들에 대해 인용하고, 저자의 주석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기술되고 있다. 구성 역시 저자의 책 구성 능력이 돋보이도록 유형별, 유기적 구성을 보여준다. 독자들의 이해와 독서 편의를 위해서다.

 


 

이 책 마지막 장 「예술가의 열정」에서 니체와 위대한 작곡가 바그너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특히 깊은 인상을 주었다. 니체는 자신의 저서 『음악정신으로부터 비극의 탄생』(1872)의 서문에 자신의 사상이 바그너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반시대적 고찰』의 4부에 해당하는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와 이 작품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유고를 통해 바그너 음악의 위대성을 열정적으로 주장했다고 한다. 무엇이 니체를 바그너에게로 이끌었을까? 이 무렵 니체는 바그너의 음악극에서 그리스 비극의 정신이었던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의 조화를 보았다고 『음악으로 철학하기』의 저자 강지은은 밝히고 있다. 아폴론은 질서 정연한 형식의 신, 꿈의 신으로 조형적인 미, 질서, 형식의 예술을 통해 미를 창조하는 힘을 가지며 개별적인 것의 원리가 된다. 조각, 회화 등 조형 예술에 관련한다. 반면 디오니소스는 카오스(chaos)와 황홀경의 신, 술의 신이다. 도취적이고 형식을 파괴하며 통제되지 않는다. 비조형적인 음악 예술의 영역과 관계한다. 니체가 생각하는 예술은 이 두 가지의 조화 속에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나는 바그너의 음악 없이는 내 청년 시절을 견디어 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독일인이 되도록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삼나무에서 뽑은 마취제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나는 바그너가 필요했다. 바그너는 모든 독일적인 것에 대한 뛰어난 해독제인 것이다. 해독도 독이다. 나는 독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p.328) - 「예술가의 열정」 〈바그너의 혁명〉 중에서

 


 

저자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음악가, 문학가이다. 1844년 독일 작센주 뢰켄의 목사 집안에서 출생했고 어릴 적부터 음악과 언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집안 영향으로 신학을 공부하다가 포이어바흐와 스피노자의 무신론적 사상에 감화되어 신학을 포기했다. 이후 본대학교와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예학을 전공했는데 박사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이미 명문대인 스위스 바젤대학교에 초빙될 만큼 뛰어난 학생이었다. 1869년부터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고전문헌학 교수로 일하던 그는 1879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편두통과 위통에 시달리는 데다가 우울증까지 앓았지만 10년간 호텔을 전전하며 저술 활동에 매진했다. 겨울에는 따뜻한 이탈리아에서 여름에는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지내며 종교, 도덕 및 당대의 문화, 철학 그리고 과학에 대한 비평을 썼다. 그러던 중 1889년 초부터 정신이상 증세에 시달리다가 1900년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니체는 인간에게 참회, 속죄 등을 요구하는 기독교적 윤리를 거부했다. 본인을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부르며 규범과 사상을 깨려고 했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라고 한 그는 인간을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주체와 세계의 지배자인 초인(超人)에 이를 존재로 보았다. 초인은 전통적인 규범과 신앙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간을 의미한다. 니체의 이런 철학은 바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집대성됐고 철학은 철학 분야를 넘어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영향을 크게 미쳤다.

『비극의 탄생』(1872)에서 생의 환희와 염세, 긍정과 부정 등을 예술적 형이상학으로 고찰했으며, 『반시대적 고찰』(1873~1876)에서는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를 표명하고, 위대한 창조자인 천재를 문화의 이상으로 하였다. 이 사상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1880)에서 더 한층 명백해져, 새로운 이상에의 가치전환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여명』(1881) 『즐거운 지혜』(1882)에 이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를 펴냈는데 ‘신은 죽었다’라고 함으로써 신의 사망에서 지상의 의의를 말하고, 영원회귀에 의하여 긍정적인 생의 최고 형식을 보임은 물론 초인의 이상을 설파했다. 이 외에 『선악의 피안』(1886) 『도덕의 계보학』(1887)에 이어 『권력에의 의지』를 장기간 준비했으나 정신이상이 일어나 미완으로 끝났다.

 


 

편저 : 송동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독일 보훔대학교에서 연극영화TV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일장신대학교 연극영화학 교수를 지냈다. 〈서울이 보이냐〉 〈바다 위의 피아노〉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HID 북파 공작원〉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영웅의 부활』은 지금까지의 작품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소설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는 우리의 내면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삶의 원형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이 첨단의 시대에 놓치고 있는 진정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사랑, 믿음, 깨달음의 의미를 체화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 『블랙 아이돌스』는 출구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가두어 버리는 사회 시스템과 주류의 시선에 반항하면서도 주류의 시선에 갇혀 스스로를 잉여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학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세 번째 작품 『5월 18일생』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몸소 겪었던 독재 타도 투쟁 및 봉사활동의 기억을 바탕으로 40년 세월을 관통하는 미움과 고통과 증오를 용서와 화해와 사랑으로 마무리하는 절절한 저자의 독백이다. 영화 관련 저서로 『송동윤의 영화 이야기』 『영화로 치유하기』가 있으며, 영화 〈리틀 션샤인〉이 2021년 3월에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그림 : 강동호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2022년 “imagine”(김냇과, 광주), 2021년 “Angel mine”(아인미술관, 전남), 2014년 저작걸이展(예술의 전당, 서울) 등 10회 이상의 개인전과 2022년 서울아트쇼(코엑스, 서울), 2022년 뱅크아트페어(인터턴티넨탈호텔, 서울) 등 90회 이상의 단체전, 2018년 광주 비엔날레 2018 “상상된 경계들”(아시아문화전당, 광주)에 참여했다. 밝은 색감과 창의적인 작업으로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혼종의 이미지들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어린아이와 같이 자유분방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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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발견
박영수 지음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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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못 쓰고, 알아도 안 쓰는 우리말 328개를 톺아보다. 언어의 힘은 무척 강하다. 그러나 쓰지 않으면 죽는다. 한글은 오랫동안 말로 쓰지 않아 죽어 없어진 말이 수두룩하다. 지금 우리말 사전의 70% 이상을 한자어가 차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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