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사 - 금융 위기 200년사에서 미래 경제의 해법을 찾다 CEO의 서재 40
토머스 바타니안 지음, 이은주 옮김 / 센시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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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만을 논하지 않는다. 세계화된 지금과 같은 경제 구조에서 정부의 판단과 선택은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위기의 조짐은 어떻게 오는지, 그 위기의 조짐에 맞춰 개개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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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역사 - 금융 위기 200년사에서 미래 경제의 해법을 찾다 CEO의 서재 40
토머스 바타니안 지음, 이은주 옮김 / 센시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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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불황의 역사』는 미국 금융의 역사를 짚어보며 왜 금융 위기가 빈번하고 불황이 자주 발생하는지, 그 원인에 주 목한다. 저자 토머스 바타니안은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서의 금융 위기와 불황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주 장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조금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미국 정부가 금융 공황을 유발하거나 조장한다고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사는 물론 정치 외교, 특히 경제 면에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융 불황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세계 경제의 불황이 초래되면 극복하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미국 금융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금융 불황이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181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수십차례의 금융 위기가 일어나 2만 개 이상의 은행이 파산하는 동안 캐나다는 단 두 차례 일어났고 주요 은행도 파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무작위로 발생하는 사건이라면 모든 국가가 동일한 빈도로 위기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보다 금융위기를 많이 겪은 나라는 아르헨티나뿐이다.

저자는 미국의 금융 위기를 증빙하기 위해 대공황을 포함해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9개의 금융 공황을 분석, 정부의 감독과 개입이 어떻게 공황을 유발하는지, 이로 인한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금융 체계를 바꿔야 하는지 고찰한다. 저자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부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까지 금융 전문가로 활약하며 4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미국 최고의 금융 변호사이자 미국 금융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0년간 일어난 굵직한 9개의 주요 금융 위기가 정부의 어떤 판단 미스로 일어났는지 사건별로 상세히 분석한다. 예를 들어, 1990년대 1,000개 넘는 은행이 파산한 S&L(저축대부조합) 사건은 정부가 대출자를 지원하려는 선의의 정책에서 비롯됐고, 2008년 금융위기 역시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해 규제와 감독을 못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런 위기가 국민에게 알려질 때 정치적 언어와 뒤얽혀 진실이 어떻게 교묘하게 가려지는지도 설명한다. 그리고 정부가 선의로 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위기를 일으켰다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역시 정책이라고 말하며 이를 방지하고 최대한 발생 주기를 늘리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책은 경제 상황에 촉각을 세우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정책 관련자와 정책 입안자, 의사결정권자와 관련 학과 전공자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우선 지난 200년간 미국 금융공황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신생국가 미국이 처음 공황을 맞은 1819년부터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한 2020년까지다. 그중에도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S&L) 부실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정치인의 '선의'가 금융시장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도 주목한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며 금융 규제를 어설프게 조이거나 풀었던 게 재앙의 불씨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비해 미국 정부 정책의 대응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미래에도 금융위기는 되풀이될 것으로 내다본다. 단초를 제공하게 될 중국의 막대한 부실채권,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 대출의 부실 위험 등을 경고한다.

 

 

저자는 고속도로 과속 단속 카메라와 미국의 금융 정책을 비유한다. 고속도로 를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가 전방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보이면 어떻게 할까. 대개는 속도를 늦추고 단속 구간을 통과할 것이다. 그렇다고 과속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없어진 건 아니다. 단속 구간을 지나자마자 차량 속도를 다시 높이는 걸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만일 경찰이 극단적 방법으로 사고를 예방하려 한다면 어떨까. 제한 속도를 왕창 낮추고 단속 카메라를 촘촘하게 설치할 것이다. 확실히 사고 위험은 줄겠지만, 차량 속도가 매우 느려지는 비효율을 피할 수 없다.

저자는 금융 규제의 역할이 과속 단속 카메라와 비슷하다고 본다. 아예 없어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는 “미국은 금융 규제가 절실히 필요하고 또 금융 규제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현 감독 체계는 과도하게 부담스럽고 경제적으로 왜곡된 규제를 생성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균형. 저자는 “우리는 이런 균형을 잘 잡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정책 시스템 개선 방법인 인공지능을 포함한 첨단기술에 대한 견해도 흥미롭다. 저자는 "푸틴은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했다"며 "무서운 말이지만 세계 경제를 통제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첨단기술이 정밀하고 효율적인 금융 규제 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기술 발전은 위기이자 기회라는 얘기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서 약 2만 개가 넘는 은행이 파산했다. 2023년 SVB가 파산할 경우 더 많은 은행이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유명 인사들과 심지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까지 SVB 때문에 큰 손실을 봤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어느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전망과 우려 섞인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일반 대중이 보기에 갑작스럽게 터지는 금융 위기는 매번 비슷한 유형으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누군가의 일생을 송두리째 앗아가기도 하는 금융 위기, 정말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의 대답은 "있다"이다. 금융 위기를 방지하고, 금융 위기의 발생 주기를 늘리고, 금융 위기로 인한 고통을 완화할 방법은 분명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금융 위기 200년사에서 미래 경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 금융 위기 200년사와 해법, 미래 경제의 방향까지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과 「들어가는 글」을 통해 "이 책을 쓴 목적은 금융 위기를 방지하고, 가능한 위기가 발생하는 주기를 늘리고, 위기로 인해 발생한 재정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어떻게 전체적으로 금융 체계를 바꿔야 하는가를 고찰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기술(Technology)이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사실 기술은 인간에게 위기를 막아내는 힘을 줄 수도 있고 오히려 금융 위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기술이 어느 쪽으로 작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p.11) 미국에서 지난 200년 동안 통화 및 금융 부문을 감독하면서 선의로 한 정책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수였던 사례를 추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리고 전례 없는 금융 혜택 그리고 기술이 촉발한 뜻밖의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p.13)

 


 

우리는 흔히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기업의 과도한 이익 추구나 은행의 부정 대출 등을 꼽는다. 하지만 저자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나 잘못된 감독과 규제, 심지어는 선의로 펼친 정책이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번 SVB 파산도 유동성이 증폭되던 시기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 연준마저 갑자기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과거의 금융 위기 또한 마찬가지다. 역사상 최악이라는 1929년 대공황은 미국 정부의 ‘저금리 유지 기조’가 그 원인이 되었다. 미 정부의 저금리 유지 정책 때문에 수많은 개별 소비자가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고 투기적인 투자신탁의 무분별한 급증을 불러왔다. 하지만 미 정부는 어떠한 규제도 감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008년 금융 위기도 마찬가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리는 이 세계적 금융 위기는 은행의 금융회사의 무분별하고 잘못된 대출 정책으로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도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한다. 당시 미국 정부는 상업은행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비은행권 금융회사가 만들어내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은 인지하지 못했고, 규제를 하거나 감독하지 못했다. 실제로 문제가 된 대출들은 저축대부조합 및 투자은행 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이뿐 아니다. 지난 200년간 미국에서 일어난 굵직한 9개의 금융 위기는 대부분 정부의 개입과 감독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밝힌다. 비록 선의로 시행한 정책이었어도 결과적으로 공황으로 이어졌다. 책은 이처럼 200년 동안 일어난 금융 위기를 사건별로 추적, 원인을 상세히 분석한다.

 


 

금융 위기를 방지하고 그에 대응하려면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책적 요인까지 살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1812년 미영전쟁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1819년 금융 공황, 1857년 경제 위기, 1873년 장기 불황, 1893년 경제 공황, 1907년 금융 위기, 1929년 대공황, 1980년대 은행 붕괴, 2008년 금융 위기, 2010년 금융 위기 등을 통해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이 어떻게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하는지 상세히 분석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그 대안을 ‘첨단 기술(Technology)’에서 찾고 있다. 특히 정부가 데이터 기반의 금융 감독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루닷이 정교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 19를 발표하기 전인 2019년 12월에 24개 거대 도시 중 12개 도시가 코로나19에 감염된다고 예측한 것처럼,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면, 위기의 조짐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기가 발생해도 재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술은 인간에게 위기 를 막아내는 힘을 줄 수도 있고 오히려 금융 위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며, 기술이 어느 쪽으로 작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한다.

 

기술이 금융 서비스 영역에 스며들자 금융 규제 기관은 금융 기관이 사용하는 기술과 이에 따른 위험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정부는 금융 기관이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 자체를 규제하는 부분에만 관심을 기울여서는 안 된다. 금융 기관이 특히 인공 지능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 활성화될 양자 컴퓨팅 같은 기술을 활용해 지금의 제한된 자료 분석 체계를, 금융의 미래를 더 잘 예측하고 더 신뢰할 만한 실시간 거시 및 미시 경제 지표를 제공하는 체계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악의적 기술 애플리케이션으로 금융 인프라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저지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p.440)

 


 

이 책 추천사를 읽어보면 저자의 주장이 오로지 미국 경제의 불황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적햇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두 개만 여기에 옮겨 적어본다. "불황의 역사는 미국의 금융 규제를 모든 각도에서 본 흥미롭고 잘 알려진 비판이다. 바타니안은 그 결점이 탐욕스러운 은행가뿐만 아니라 모든 범위의 행정 및 정치적 결정에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그는 빅 데이터, AI, 양자 컴퓨팅의 사용과 같은 기술의 영향에 올바르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시민들에게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는 금융 부문을 촉진하기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시기적절하고 철저하게 조사된 행동 요청이다."

- Dr. Oonagh McDonald CBE (전 영국 국회의원, 전 영국 금융서비스청 이사회 위원)

 

"미국의 취약한 금융 생태계를 뒤흔든 붕괴, 경기 침체 및 불황에 대한 흥미롭고 자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왜 더 많은 것을 기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왜 그들이 단 한 번의 인생 동안 두 번의 깊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경험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읽을거리이다."

- 사라 블룸 (라스킨 전 재무부 부장관 및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총재)

 

저자 : 토머스 바타니안

변호사이자 교수, 작가로 금융 서비스업에서 6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왔다. 여러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은행과 전자상거래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하버드법학전문대학원의 초빙강사다. 금융기술및사이버보안센터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카터 행정부에서 통화감독청 수석 고문의 특별 보좌역을, 레이건 행정부에서는 연방주택대출은행이사회의 법무 자문 위원을 맡았다. 이후 부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의 러브콜을 받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첫 부의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정부 관련 업무 대신 다양한 정부 단체와 금융회사, 투자자를 대표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여러 행정부에 비공식적인 자문역을 담당했다. 미국 역사상 50번의 대형 금융 기관 실패 사례 가운데 30건의 사례에 자문을 했으며, 이를 통해 금융 공황의 원인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금융 서비스 전문 변호사로서 합병, 규제 문제 등 다양한 소송을 맡으며 38년간 일했다. 덕분에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최고의 변호사’란 평가를 얻었다. 400편이 넘는 논문과 여덟 권의 책을 냈으며, 강연 활동 및 언론 출연도 활발히 하고 있다. 블룸버그 TV, CNN, 폭스 뉴스, PBS 및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역자 : 이은주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읽기》 《워렌 버핏 투자 노트》 《어느 투자자의 회상 : 추세매매 대가 제시 리버모어 이야기》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윌리엄 오닐의 성장주 투자기술》 《핏불》 《큐브의 모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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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자성어 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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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되었는데도 아직도 우리는 한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글 전용이 구호에 그치는 이유가 뭘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사실 모든 공적 문서나 생활 글까지도 모두 한자, 한문이 사용되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제정·반포한 지 500년이 지나도록 한글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한 형국이었다. 물론 일제강점기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한글 전용을 하기는 어려웠을 테다. 우리나라를 강제 병합한 일본도 한자를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자신들의 문자(히라가나·가타카나)와 한자를 혼용해 쓰는 바람에 우리도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는 시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국한문 혼용시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국한문 혼용도 실제 중요한 말이나 중요한 글자는 한자로 적고 수식어, 토씨 등 한글로 표현되지만 한자로 쓰기에 부적당한 것을 썼으니 사실상 한자 사용이 먼저였던 셈이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곧바로 골육상잔의 6·25 전쟁으로 제대로 된 교육 체계도 실시할 수 없는 바람에 한글 전용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모두 한자나 한자가 섞인 교육을 받았기에 공문서는 물론 학교 교과서마저도 일제강점기 때처럼 국한문 혼용이 일상적이었다. 한글 세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당시 1970~1980년대까지의 신문들을 보면 제목에 한자가 없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한글로 쓰기보다 한자가 더 뜻 전달이 쉬어서였을까? 일반 독자로서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한글 전용의 당위성을 느끼지 못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독자의 추측 이유는 한글을 만들어 놓고도 쓰지 않으니 한글로 표기되는 수많은 우리 고유의 어휘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을 받은 양반들은 모두 한자를 쓰고, 한글은 교육 받지 못하는 일반인이나 여성들 사이에서만 쓰였으니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나라가 안정을 되찾은 후에 우리도 한글 전용을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바뀔 일은 아니라서 1972년 당시 문교부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 1800자를 제정 공포해 한자를 아예 못 쓰는 게 아니라 일부 글자에 한해 쓰도록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이후 상용한자는 1999년 7월 13일부터 개편 과정을 거쳐 2000년 12월 30일에 개편안이 공표되었으며 2007년 8월 30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일부자형의 수정을 거쳐 개정한 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때 발표한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1800자' 목록에는 중학교용 900자와 고등학교용 900자로 나뉘며 44자가 추가·제외되었다고 한다.

한글 전용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차츰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수천 년간 이어져온 한자 사용이 쉬울 일이겠는가.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에서도 꾸준히 한자 사용에 대해 공론화 토론, 설문 조사 등 수많은 조사를 거쳐 2013년 〈초등학교 한자교육 필요한가〉란 공청회를 열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5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한자교육추진단을 만들었다. 초등학교·중학교 교과서 단어를 중심으로 한자교육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교재도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자어 어휘력이 낱말의 정확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만큼 수학능력에도 보탬이 된다”는 목소리와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국어교육을 무너뜨린다”는 반박도 있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중앙일보, 7.27) 한자 교육 실시 찬반의 공청회다. 각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나와 의견을 교환했다.

 


 

사실 이러한 논쟁은 매번 교육과정 개정 시기마다 재개되고 있는데,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 때와 2015 개정 교육과정 시기 때만 유독 '한자 병기안'을 놓고 언론사들끼리 치열한 공방을 벌인 적도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개발 중이다이라고도 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공교육에서의 한자 교육의 비중은 시민단체(정치 이익단체)들의 볼멘소리로 3차례의 개정 끝에 꽤 축소된 바가 있다. 이로 인해 공교육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 대신에, 가정교육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한자 교육 파이가 2020년대 초반 들어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즉 사교육 소관으로 거의 다 넘어가는 셈이다. 이에 맞서 차라리 공교육에서 다시 의무화하여 이를 해소해달라는 주장이 다시 대두되었고, 반대 측에서는 공교육에서 중요성을 과시하면 사교육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이른바 순환 딜레마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한문·한자는 7차 교육과정 시기까지만 해도 필수 과목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적용된 세대까지도 선택과목이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도덕, 기술·가정와 비슷한 위상인 제2 과목쯤으로 인식되었다. 제2외국어 1과목과 한문 과목을 중고등학교에서 각각 1년씩 가르치던게 7차 교육과정과 2009 개정 총론 시기의 일반적인 교육과정 운영 방식이었다. 그러나 소위 Z세대 교육과정부터 점차 재량 과목으로 격하됨에 따라 아예 한문 교과를 개설하지 않는 학교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금은 음악·미술·체육보다 보기 힘든 과목이 되었고, 일부 초등학교에서나마 재량 교과로 채택한다.

그러다가 2020년대부터 한자 어휘력 부족으로 인한 각종 이슈가 떠올랐고,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학습용어(학습도구어)'에 관한 역량이 매우 떨어지면서 수업 자체를 이해 못하는 현상이 대두되었다. 실제로 한 논문 보고서에서 현 사회문제를 해소하려면 '학습용어(학습도구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적도 있다. 교육계도 인지했는지 2025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 한문과에 〈언어생활과 한자〉라는 과목을 신설했다. 이는 한문과의 융합선택과목이다.

 

 

한국어 어휘의 약 51%가 한자어이며, 명사까지 포함하면 70% 후반대를 상회하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한자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당연히 한자를 배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어휘력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일상적인 언어생활부터 교과 개념 이해까지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물론 현대에는 한자로 표기를 하는 경우가 매우 적기 때문에 해당 한자 자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큰 지장이 없겠지만, 최소한 그런 한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독자로서는 가장 설득력을 가진다고 본다.

공교육에서 15년 간 한자어 및 한문 교육이 점차 위축되면서, 교육과정 개편 때마다 '학생들이 한자어를 생소해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EBS 특집 예능 '당신의 문해력'에서 방영된 내용에서는, 2000년대생 학생들이 '두문불출', '기적 소리' 같은 일상 언어에 생소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단 2000년대생 외에도 1980~1990년대생들 역시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사림', '붕당', '정권', '장악', '분화' 등의 용어도 각각의 뜻 구성을 모르고 그냥 외워 왔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수능 국어 지문에는 '진흥하다', '저촉되다', '견지하다', '관념적', '담화 표지' 등과 같은 중급 어휘들은 주석도 안 건네고 당연하다듯이 서술된다. 한국사·역사·문학 교과는 확실히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미송리식 토기라고 하면 일단 '미송리(美松里)'를 모른다. 그밖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출현하는 '전열', '정령(政令)', '칙령', '의용·의열', '결사', '반출되다', '참찬', '정강', '신탁', '촉성하다', '방곡', '춘궁기', '영수' 등은 고졸들도 꽤 생소해할 만한 단어로, 별도로 풀이되지 않은 채 교과서 서술에 활용되고 있다.

 


 

이 책 『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는 사자성어 공부를 통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초 한자들을 익힐 수 있다는 취지에서 발간되었다. 즉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일부 한자는 꼭 배워야 한다는 데 출간의 뜻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자성어에는 지식뿐 아니라 옛사람들이 살면서 깨달은 지혜가 담겨 있고, 사자성어의 유래와 뜻을 이해하면서 국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쌍방향 지식과 지혜가 모두 담겨 있다는 게 저자 신성권은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사자성어 또는 고사성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저자는 상식적 차원에서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고사성어(故事成語)를 모두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고사(故事)'란 유래가 있는 옛날의 일로 주로 역사적인 일을 가리키고, '성어(成語)'는 옛사람들이 만들어낸 관용어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단순 지식보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단어 길이는 네 글자가 가장 많아 사자성어라 한다. 이런 사자성어를 모아 쉽고 재미있게 구성하여 10대들의 어휘와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실생활에 사자성어의 어휘를 어떻게 표현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도 함께 다루었다.

이 책을 살펴보면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설정하고 있지만, 처음 입문하는 성인들이 부담 없이 공부하기에도 적합하다. 저자는 사자성어를 이루는 한자의 뜻과 음을 해당 사자성어가 유래된 고사와 함께 제시하여 그 의미를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교과서에 수록된 필수 사자성어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이럴 때 이렇게 표현하기를 통해 적절한 예문과 예시와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부록에서는 더욱 다양한 사자성어를 다루어, 이 책 한 권으로 웬만한 사자성어는 모두 정복할 수 있도록 했다. 사자성어 공부를 통해, 지적 교양을 높이고, 더불어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사전식으로 '가나다' 순으로 기술돼 있어 모르는 사자성어가 있으면 찾아보기 쉽게 배열했다. 또 색인과 목차 역시 마찬가지로 사전식 배열이다. 모두 여기에 적을 순 없지만 독자가 임의로 몇 개만 여기에 적는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란 말이 있다. 잘 알다시피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쳐 착하게 됨"을 이르는 뜻이다. 이 말은 유래가 있다. 진(晉)나라 해제 때 향흠 지방에 주처(周處)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부친이 동오의 파양 태수를 지낼 무렵에는 성격이 원만했으나, 부모님 사후 혼자가 되자 성격이 거칠어졌다. 남달리 힘이 강했고, 무기를 다루는 방법에 뛰어났던 그는 어느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불량배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처는 자신의 허물을 깨닫고 새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주처에게 괴롭힘을 받던 마을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당시의 사람들이 늘 해로운 것으로 여기던 것이 세 가지 있었는데, 첫째는 근처 남산에 있는 사나운 호랑이요, 둘째는 다리 밑에 살고 있는 교룡, 셋째는 부랑아 주처였던 것이다.

주처는 자신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며칠 후 그는 남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없애고, 장교 아래로 뛰어들어 교룡과 사흘 밤낮을 싸웠다.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와 교룡, 그리고 주처가 함께 죽은 것으로 알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주처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 그들 앞에 나타나자 마을 사람들은 다시 근심에 빠져 아무도 그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실망한 주처는 마을을 떠났다. 여기저기 떠돌다 학자 육기(陸機)를 만났다. 그가 "진정 개과천선했다면 자네 앞날은 밝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마음을 가다듬어 열심히 학문에 정진했고, 결국 대학자가 되었다. 고사는 여기서 끝나고 저자의 해석이 이어진다. "알고서도 고치지 않는 잘못은 두 배, 세 배로 커져 갈 뿐이지만, 뉘우치고 돌아서면 허물은 고쳐지기 마련이다. 뉘우치는 데 너무 늦은 시간이란 없다."(p.15) 사자성어 넉 자에 대한 각 글자의 뜻과 음, 부수까지 함께 적어 한자의 이해를 높인다. 또 마지막에 사용례를 덧붙여 일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구우일모(九牛一毛)는 아홉 마리 소 가운데 한가닥 털이다. 아주 많은 것 가운데 극히 적은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구(九)는 아홉 구, 우(牛)는 소 우, 일(一)은 한 일, 모(毛)는 털 모이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한 사람쯤 죽는 것은 구우일모라 말할 수 있다. 그런 나라에서는 사람의 인권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을 것으로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할 때 쓴다.(p.38~39)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른다.(p.69) 동병상련(同病相憐)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지 서로 가엽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지 서로 동정하고 도움을 이르는 말이다.(p.91) 괄목상대(刮目相對)는 눈을 비비고 상대를 마주한다는 의미다. 상대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향상된 것을 이른다. 괄(刮)은 깎을 괄, 목(目)은 눈 목, 상(相)은 서로 상, 대(對)는 대답할 대이다. "향미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피아노 연주 실력이 괄목상대할 만큼 향상되었다"라고 사용례를 보여준다.(p.29) 교각살우(矯角殺牛)는 소의 뿔을 바로잡으로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p.33) 온고지신(溫故知新)은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주옥 같은 말 중의 하나다. 공자는 "옛것을 익히어 새로운 것을 온전히 앎으로써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된다"라고 하였다. 고(故)는 역사를 가리키며 온(溫)은 고기를 모닥불에 끓여 국을 만든다는 의미다. '온고(溫故)'는 역사를 기이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뜻이다.(p.178)

 

저자 : 신성권

 

인문·사회·심리분야 전문 작가이다. 1989년생의 젊은 작가로 전북대학교 MBA(경영학 석사)과정을 거쳐, 경영학 박사 과정에 있다. MENSA 회원이기도 한 그는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을 다루는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집필하였으며, 그의 책은 2021년, 2022년 두 번이나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 《삶의 지혜로 읽는 니체의 말》, 《교양 개념어 사전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누구나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 수업》, 《동양철학사 : 청소년이 처음 만나는》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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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잌병원 돈두댓
IHQ <함잌병원 돈두댓> 제작진.함익병 지음 / 너와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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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어가 특이한 이 책 『함잌병원 돈두댓』은 '병원'이란 글자만 뺀다면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인 줄임말 신조어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그러나 중년의 의사가 집필한 의학 설명서로 봐야 할 정도로 많은 질병이나 증상 등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의학 정보를 전해주는 목적의 책이다. 저자는 표제어에 들어간 함익병이다. 저자는 TV 의학 프로그램은 물론 시사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얼굴이 이미 널리 알려진 피부과 의사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는 ㈜아이에이치큐(이하 IHQ) 대표 의학 프로그램인 〈함잌병원 돈두댓〉은 ‘하지 마, 먹지 마, 오지 마’를 모토로 2022년 3월 IHQ 유튜브 채널에 런칭했다.

이 책의 서문(foreword)에서 저자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확실히 아는 것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고 전제하고,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저서나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이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 주장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면 좋은데, 대개 과학적 진실은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어서 대중에겐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을 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속설을 들어서 대중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생겨나 인터넷이나 일부 언론 매체 등에는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정설처럼 떠도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내가 원하고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각자의 주관이 필요하고, 그 주관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경계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우리 삶에 함부로 들어와 버린 수많은 의학 정보 중 잘못된 것만을 쏙쏙 골라주기 위해 저자가 책으로 출간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누적 조회수 757만을 기록한 찐 의학 정보에 오직 소신만으로 진료하는 함익병 의사의 종합 건강 상식, 결론적으로는 생생한 인생을 원할 때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필수 의학 상식을 두루 엮었다. 앞서 언급한 IHQ 의학 정보 프로그램 〈함잌병원 돈두댓〉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미디어 속에 넘쳐나는 왜곡된 정보, 과장된 정보, 상업적인 정보 등으로 인해 만들어진 전 국민의 잘못된 생활 습관과 의학 상식을 개선하기 위해 제작된 어려운 의학 정보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방송국의 기획하에 팩트 폭격 의학 정보 토크쇼를 함익병 의사와 손문선 아나운서가 함께 진행했다. 그중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책을 접한 많은 분들이 제대로 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시길 기원한다.

이 책은 모두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의학 정보 중 가장 널리 퍼진 의학 정보를 중심으로 궁금증을 풀어주고, 또 잘못된 정보는 바로 잡는 것이 출간 취지이다. 모두 23개의 장으로 나뉘어 23개의 질병이나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흔한 증세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친절하고 재미 있게 풀이해 준다. 이 책을 이용하려는 독자들의 궁금증은 아마 자신도 있을지 모르는 질병이나 이미 곤란을 겪고 있는 증세에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어 감내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이 책에서 다루는 질병 혹은 의학 정보에 바탕한 23개의 목차를 먼저 제시한다. 독자들은 자신이 궁금해 하는 정보가 있으면 이 책을 읽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모-가능한 꿈, 탈모 탈출」, 「영양제-비타민 C 먹지 마라, 영양제 파헤치기」, 「안티에이징-피부 관리? 호박과 수박 차이」, 「자궁경부암 백신-암을 예방한다, 자궁경부암 백신」, 「건강검진-건강검진 잘못하면 장에 구멍 난다」, 「무좀-참을 수 없는 가려움, 무좀 제대로 알기」, 「성병 1탄-성병, 스킨십으로도 옮는다」, 「성병 2탄-성병, 숨기면 골병든다」, 「다이어트-다이어트, 잘못하면 죽는다!」, 「여드름-짜지 말고 이것만!」, 「정력-'찐' 정력의 비밀」, 「우울증-우울증도 유전된다!」, 「땀악취증-암내? 땀냄새의 모든 것」, 「소화불량-소화불량에 소화제는 그만!」, 「바이러스-바이러스의 습격에서 살아남기」, 「유해성 대결-밸런스 게임, 누가 누가 몸에 더 나쁠까?」, 「치매-자꾸 깜빡하는 나, 혹시 치매?」, 「낙태-합법? 불법? 낙태의 모든 것」, 「마약-마약, 자신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죄」, 「수액주사-모두가 찾는 수액주사의 진실」, 「화병-속이 답답, 화병의 모든 것」, 「성형 부작용-성형수술의 불편한 진실」, 「유전-들을수록 신기한 유전의 세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장(章, ep)에서는 〈탈모의 유형〉이나 〈탈모약〉, 〈탈모 주사와 시술〉, 〈탈모에 도움이 되는 부가 제품〉들을 다룬다. 이 장에서 탈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탈모약이나 시술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이 따라간다. 그러나 탈모약은 성기능장애를 가져온다는 속설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한다. "탈모약의 원리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예요. 발기부전은 나중 이야기고,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성욕 감퇴예요. 그러나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탈모약을 오래 먹었다고 가정했을 때 한 2% 정도예요. 그것도 대개 50대 이후에 나타나지요. 여자들의 경우 폐경 증상이 나타나듯이 남성도 50대가 되면 성욕 감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운이 나쁜, 2% 안에 드는 사람 중에 낀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만약 약 때문에 그랬다면 약을 끊어보면 금세 약의 부작용인지 아닌지 확실해지죠."

 


 

탈모약 종류가 다양하듯 성분도 여러가지라고 의사 함익병은 말한다. 탈모약 시장은 그리 크지 않아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약을 쓰다가 발모라는 부작용이 나타나 이에 주목해 탈모약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는 것. 대표적인 게 프로페시아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피나스테라드다. 원래는 전립선 치료제였다. 전립선은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프로스카라는 약이 있다. 한 알에 피나스테라이드가 5mg 들어 있는 약을 먹으면 성욕은 뚝 떨어진다. 그 약을 먹은 사람 중에 탈모 환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머리카락이 확 난 것이다. 성욕이 감퇴되고 여성화가 심하게 진행될 수도 있지만 머리카락은 난다. 그런데 탈모라고 해도 누가 그런 부작용을 감수하고 약을 먹겠는가? 그래서 용량을 낮춰 1mg으로 낮췄더니 성욕 감퇴, 발기부전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시중에 판매되고 의사가 처방한 약은 기준에 맞춰 있기에 성기능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2장에서는 요즘 흔하게 접하는 「영양제」를 다루고 있다. 요즘 TV 광고에서도 가장 흔한 게 영양제라고 할 정도로 많은 비타민제와 영양제라는 약이 개발 판매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 장에서 〈최근 유행하는 '핫한' 영양제〉, 〈메가도스. 그래서 해? 말아?〉, 〈영양제 없이 건강해지는 법〉, 〈비싼 한약, 효과 있을까?〉, 〈약, 올바르게 먹는 방법〉, 〈영양제, 꼭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등으로 항목을 세분화해 다루고 있다. '핫한 영양제라고 우리 몸에 들어가면 크게 다르지 않다. 함잌병원 돈두댓 슬로건이 '하지 마, 먹지 마, 오지 마'라고 답변을 대신한다. 또 메가도스란 일정 영양제를 매우 많이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 비타민 1,000mg 이상 섭취,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퍼져 한때 제약회사의 비타민 C가 동이 난 적이 있다. 저자는 비타민 C 하루 필요량이 1,800mg인데 1,000mg짜리 10알 이상씩 먹으면 뭐가 좋겠느냐고 반문한다. 비타민 C 메가도스를 했더니 바이러스 저항력이 높아졌다라 하는 논문은 유명 저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비타민 메가도스보다 더 확실한 사실은 우리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건강한 식습관, 생활 습관 없이는 영양제를 아무리 잘 챙겨 먹어도 소용없다는 것. 술, 담배 실컷 하고 영양제 먹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걸릴 병에 안 걸리거나, 더 오래 사는 것엔 무척 미미한 영향을 미칠 뿐이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습관의 개선으로 이어져야지 약에 의지하면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더불어 한의학에서 말하는 '보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자신도 홍삼을 먹고, 먹을 때 에너지가 좀 더 많아지는 느낌이 들긴 하다며 피곤할 때는 안 먹는다고 답변한다. 피곤할 때는 쉬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는 의사로서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이다. 독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비타민의 올바른 섭취 방법이 잘 나와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다이어트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의 관심사다. 예전에는 미용을 위한 여자들의 다이어트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요즘엔 비만 남성들의 다이어트로 중심이 옮겨간 느낌도 든다. 비만은 건강뿐만 아니라 수명에도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서인 것이다. 많은 의학 정보지가 여성들의 다이어트는 날씬한 체형을 원하는 미용상의 이유로 열풍을 일으켰지만 남성들의 다이어트는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어,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심하면 목숨마저 위험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 다이어트 문제는 지금도 사회의 중요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이 책에서도 다이어트를 다룬다. 〈뼈말라족의 유행〉, 〈다이어트 약의 원리 및 성분, 처방 대상〉, 〈다이어트 약의 진실 혹은 거짓〉, 〈추천 다이어트 방법〉으로 세분화해 설명하고 있다. '뼈말라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데서 비롯된다. 저자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매를 보고 아름답다, 몸매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 신체에 대한 학대"라고 말한다. 이는 뇌 세팅이 잘못된 거라고도 한다. 그런 몸을 유지하려고 사는 건 삶의 삶이 아니고 국가인권위원회라도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이 책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자주 겪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은 증상이나 질병 등에 해당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옛말에 병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속담도 있다. 널리 알릴수록 많은 사람이 알고, 그 치료법도 알게 될 가능성이 있기에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의사도 많지 않았고 일반 사람들은 의사를 찾아가기엔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생활 형편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증상은 인터넷에 병명만 치면 수천~수백 건의 글들있다. 증상을 호소하는 글, 고생을 오래하고 있다는 글, 어떻게 해서 치료했다는 글, 심지어는 그냥 지내면 일정 기간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글 등 진위를 가리기 힘들고, 종류도 다양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워진 상태다. "급하면 의사를 찾아가면 돼" 하는 말이 게으른 사람 같지만 정답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급하다고 쉽게 찾을 수 없는 질병이나 증상도 있다. 특히 정신질한으로 분류되는 병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그들이 조명되는 일은 큰 사건이 났을 때, 범죄자가 정신질환자로 밝혀졌을 때 등뿐이다. 이들은 정신질환 치료는 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선뜻 갈 수가 없다. 정신질환자로 인정될 때는 사회 생활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고 도움을 구할 수도 없다. 또 병원도 불가피하게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병동에 입원 가능하다. 그런데 폐쇄병동이 대부분이라 정신병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상태가 호전돼 퇴원을 해도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정신질환자를 치료가 됐다고 문제 없이 받아주는 사회의 성숙도가 아직은 안 됐다고 본다. 그러나 우울증 같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은 약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의학 정보를 얻은 이후에 치료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우울증에 대한 저자의 문답에서 몇 마디는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문장을 몇 개만 뽑아 열거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낀다면 머뭇거림 없이 책을 집어들고 참고사항으로 읽어 익혀서 혼자만의 힘으로 어렵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야 할 경우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변할 수 있다.

"특별한 계기 없이 생기니까 우울증이에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돼요. 그런데 대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멀쩡해 보여요. 직장에서 일로 만나잖아? 멀쩡해요. 그런데 집에 가면 우울해요.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뭐냐? 워커홀릭이 많아요. 일을 하면 우울하지 않으니까 일로 회피해요?"(p.183)

"타고난 성향이 강하게 작용해요. 어떤 고난을 겪어도 까짓것 다시 하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리스크 테이킹도 잘하지요. 약하다, 강하다 이런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 말이 우열로 들리죠? 그래서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뿐이에요. 뇌의 그릇이 큰 항아리 같은 사람이 있고 간장 종지 같은 사람이 있어요. 이들은 각각 쓰임새가 다를 뿐이에요."(p.183~184)

 

저자 : 함익병

1961년에 태어났다. 진해남중학교와 마산고등학교를 거쳐 1980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특차 전형으로 입학했다. 피부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을 취득했으며, 1994년부터 현재까지 이지함 피부과 공동원장, 제일병원 피부과 과장, 함익병 피부과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여드름 뿌리뽑기》 《얼굴은 작게, 피부는 하얗게》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등이 있으며, 《최신 여드름 치료 기법》 등을 공동 번역했다.

 

저자 : IHQ 함잌병원 돈두댓 제작진

㈜아이에이치큐(이하 IHQ) 대표 의학 프로그램인 <함잌병원 돈두댓>은 ‘하지 마, 먹지 마, 오지 마’를 모토로 2022년 3월 IHQ 유튜브 채널 에 런칭해 유튜브 누적 조회수 757만 1463회로 IHQ를 대표하는 의학 정보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IHQ 자사 OTT 플랫폼 에서도 조회수 상위권을 유지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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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민지형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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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를 열자마자 튀어나온 망각이란 재앙을 오늘날 되살린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재앙이 될까, 쾌락이 될까. 망각에 대한 저자의 깊은 사유를 형상화시킨 데 성공한 이 작품은 SF소설의 지평을 넓혀주는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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