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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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시를 자주 읽는 편이 아니라 우리 현대시의 흐름을 잘 모르고 있는 상태다. 시를 아예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는 자주 읽었다. 그때 독자 스스로 찾아 읽었던 시들은 대체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 현대시로 일컬어지는 해방 이후의 시다. 요즘 말로 하면 감수성 높은 감성적인 시가 많았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짙었다. 독자로서도 읽고 쉽게 이해되는 시가 대부분이었다. 사랑와 연애의 밀어처럼 하나씩 들어가 있는 아름다운 시어(詩語)도 매력적이어서 노트에 따로 적어두고 외우기도 했었다. 가끔 글 쓸 때 한 번씩 인용, 사용하기도 했다.

이 시집 『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는 윤동주의 시 모음집이다. 예쁜 일러스트가 시 군데 군데 들어가 있어 윤동주의 순결한 시어들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생애가 짧아 많은 시를 남기지 못한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고 아쉬움이 많지만 남아 있는 것이라도 잘 보존해 수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읽는 것만이라도 다행스럽다. 윤동주의 시는 다른 일제 지배에 저항하는 저항 시인의 시어들처럼 격렬하거나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순수하고 여린 심성이 드러나는 고결하고 순결한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시를 꼽는 설문조사를 하면 윤동주와 그의 시 몇 편이 꼭 들어간다.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도 이른바 참여 문학 논쟁이 가열됐다. 이른바 순수문학이냐 참여문학이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70~80년대까지도 이어진 문학논쟁이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닌데 굉장히 오랫동안 서로를 반목할 정도였다.

 


 

80년대 말 산업화가 끝나가고 민주화의 분위기도 어느 덧 무르익어 가면서 순수와 참여 논쟁은 사그러들었던 것 같다. 젊은 시인들은 현대인의 복잡한 삶에서 오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로 변모해 갔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는 이때부터 독서가 멀어졌다. 한참 직장 생할에 매달리느라 시뿐만 아니라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하던데 독자에게만큼은 핑계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특히 소설은 단편 전성시대를 마치고 장편소설의 시대로 넘어온 듯했다. 직장인인 독자로서는 장편소설을 하나 읽으려면 일주일은 걸려야 할 정도였다. 책 자체를 전혀 읽지 않았다는 의미보다는 좋아하는 시와 소설의 독서 시간이 부족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하다. 회사에서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한 달 한 권 책 읽기'로 매달 책 한 권씩을 선물받았다.

직장 생활 10여년째 되자 책이 조금 멀어진 게 사실이었다. 간혹 시집 한 권 집어 펼칠라치면 이름도 모르는 젊은 작가가 시집 판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선 읽기가 어려웠다. 예전처럼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이 주된 시들이었다. 당연히 다시 찾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끊임없이 쉽고 감성적인 시들이 아예 없어진 게 아니라 한쪽에서 예전 형식의 감성과 단어들로 시를 치열하게 짓고 있었다. 나태주 시인도 이때 처음 만났다. 윤동주 시인의 책은 이런 저런 이유로 늘 판매대에 있었다. 독자로서는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그래서 찾아보니 류시화, 박노해 등의 시와 시집도 눈에 잘 띄었다.

 


 

조금은 아쉽지만 이 책들이 '이색 도서'로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다. 『너의 초록으로, 다시』는 나태주 시인의 시 200여 편에 9가지 에센셜 오일로 만든 '나태주 시인의 향'을 입힌 국내 최초 향기시집이라고 한다.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콘텐츠로 향기로운 '시 테라피'를 선사하는 것이다. 『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는 시대를 초월해 깊은 울림을 주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다채로운 일러스트와 함께 음미할 수 있으며, 『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는 윤동주, 백석, 김소월 등 한국 대표 근현대 시인들의 보석 같은 시 83편을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이야기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문제 없지만 시가 시 자체로 읽히는 게 아니라 다른 보조 방식을 통해 읽힌다는 생각에 다소 씁쓸하긴 하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에 반할 필요는 없다. 아니 세상의 흐름과 함께해야 진정한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위안을 가져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의 장점은 일러스트와 함께 윤동주의 시를 더욱 깊이 음미해볼 수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깊은 울림을 주는 윤동주의 시가 여러 빛깔 있는 삽화를 만날 때 더 풍부한 감성과 여운을 전해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일러스트는 때론 시의 상징적 내용을 반영한 리얼리티 기법으로, 때론 시적 상상력을 동원한 기법으로 다채롭게 묘사되고 있다. 같은 시라도 시 한 편이 주는 느낌은 다르게 다가설 때가 많다. 기분에 따라, 환경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때론 그날의 날씨에 따라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다. 따라서 시의 해석엔 정답이 없다. 그 시를 받아들이고 음미하고 상상하는 개개인의 느낌이 중요할 따름이다. 이 책의 삽화 역시 독자 개개인에게 또 다른 윤동주를 만나게 해주는 가교 역할에 다름 아니다. 윤동주와 윤동주의 시가 더욱 풍요롭게 읽히기를 기대해본다.

 


 

독자 개인적 생각으로는 시인 윤동주는 어찌보면 결벽주의자였을지도 모른다. 강박까진 아니더라도 매사에 순수하고 명징한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의 시에 나타난 많은 단어들이 매우 높은 상징성을 갖거나 깊은 의미를 내포하더라도 모두 일반 명사로 대체할 정도로 완벽하고 쉬운 단어를 채택했다는 점이 이를 보강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의 이런 완벽 추구를 일제 강점기 당시 나라를 잃고, 나라를 빼앗은 '일본'으로 유학 가서 그들의 말로 배워야 하는 혼돈의 시대 아닌가? 윤동주가 이런 주옥같은 시를 남기고 너무 빨리 세상과 이별해 안타깝기만 하다. 아마 더 오래 이 세상에 머물렀다면 더 좋은 시들을 우리에게 더 많이 선물하였을텐데... 하필 그런 시대에 태어나서 아쉽구나 했다가, 그래서 이런 시들이 탄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윤동주 시인의 내면 세계는 얼마나 크고 복잡할까? 그 크고 복잡한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최상의 어휘를 고르고 골라내어 적절하게 시를 만들어 내는 그 능력이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하늘이 준 재능이어야 가능할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시 몇 편은 외울 정도로 독자의 머릿속에 있다. 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더라도 싯구는 생각나는 시들이다.

웬만한 독자들도 다 잘 아는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초판본 영인본' '필사책' 윤동주 해설' 등 많은 책들이 여러가지 방식으로 그의 사후 80년이 다 됐는데도 출판되고 있다. 독자도 5~6가지의 여러가지 시집이 있다. 당연히 '많이 팔리는 책'에 이름을 끼워놓은 순위를 매겨놓은 것을 신문에서 여러 번 봤다. 윤동주의 시는 변하지 않지만 시집은 진화를 거듭한다.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년 11월 20일에 지은 윤동주의 대표적인 시다. 1948년 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윤동주의 생애와 시의 전모를 단적으로 암시해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 시는 윤동주의 좌우명격 시인 동시에 절명시에 해당하며, 또한 '하늘'과 '바람'과 '별'의 세 가지 천체적 이미저리가 서로 조응되어 윤동주 서정의 한 극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시」는 내용적인 면에서 세연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연은 '하늘-부끄럼', 둘째 연은 '바람-괴로움', 셋째 연은 '별-사랑'을 중심으로 각각 짜여져 있다. 첫째 연에서는 하늘의 이미지가 표상하듯이 천상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순결의지가 드러난다. 바라는 것, 이념적인 것과 실존적인 것, 한계적인 것 사이의 갈등과 부조화 속에서 오는 부끄러움의 정조가 두드러진다. 둘째 연에는 대지적 질서 속에서의 삶의 고뇌와 함께 섬세한 감수성의 울림이 드러난다. 셋째 연에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서의 '진실한 마음, 착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바탕으로 한 운명애의 정신이 핵심을 이룬다. 특히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라는 구절은 운명애에 대한 확고하면서도 신념에 찬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별 헤는 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심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별 헤는 밤」은 10연 30행의 자유시이다. 1941년 11월 5일 지은 유작으로 친구 정병욱과 아우 윤일주가 1948년 정리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간본 31편 중 앞부분에 실렸으며, 1955년 정음사에서 나온 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정리되어 실렸다. 담화체 형식으로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듯 애틋한 서정을 담고 있다. 특히 ‘∼ㅂ니다’의 종결어미가 정겨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전체적으로 회상과 기억, 그리움의 정조를 따라 전개되는데 1∼3연은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현재를 드러내고 있다. 타향에서 시인은 현재 가을로 이미지화된 침잠된 분위기에 싸여 있으며 청춘을 제대로 구가하지 못하는 소회가 깊게 묻어있다.

고독한 현재와 대비되는 시간은 과거로 설정된다. 그 시절을 상기시키는 매개체는 ‘별’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동시에 존재하는 별의 상징성과 구원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과거를 구체화한다.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어머니 등은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밀착된 모티브이다. 이 중 가장 실감 있게 고향을 환기시키는 시적 상관물은 ‘어머니’이다. 5연과 7연에서 ‘어머니’를 호명하며 전개되는 시적 정황은 떠도는 자로서 고독과 그리움의 극한을 보여준다.

 


 

저자 : 윤동주(尹東柱)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일제 강점기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독립의 절절한 소망을 노래한 민족시인. 우리 것이 탄압받던 시기에 우리말과 우리글로 시를 썼다. 윤동주는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의 강압에 고통받는 조국의 현 실을 가슴 아파하는 철인이었다. 그의 사상은 짧은 시 속에 반영되어 있다. 1917년 12월 30일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윤영석과 김룡의 맏아들로 출생했다. 윤동주는 청춘 시인이다. 절친한 친구였던 문익환 목사의 시 ‘동주야’에 의하면 아직 새파란 젊은이로 기억되고 있었다. 한글을 구사하면서 작품을 발표한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만주 용정과 경성 신촌 일대에서 문학청년들과 몸을 부대끼며 시를 썼기에 청춘의 고뇌가 담겨 있다. 1925년(9세) 4월 4일, 명동 소학교에 입학했다.

1927년 고종사촌인 송몽규 등과 함께 문예지 [새 명동]을 발간했다. 1931년(15세) 명동소학교를 졸업하고 1932년(16세) 은진중학교에 입학했다. 1934년(18세) 12월 24일, 「삶과 죽음」, 「초한대」, 「내일은 없다」 등 3편의 시 작품을 썼고 이는 오늘 날 찾을 수 있는 윤동주 최초의 작품이다. 1935년(19세) 은진중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평양 숭실중학교 3학년 2학기로 편입했다. 같은 해 평양 숭실중학교 문예지 [숭실활천]에서 시 ‘공상’이 인쇄화되었다.

1936년 신사참배 강요에 항의하여 숭실학교를 자퇴하고 [카톨릭 소년]에 동시 「병아리」, 「빗자루」를, 1937년 [카톨릭 소년]에 동시 「오줌싸개 지도」, 「무얼 먹고 사나」, 「거짓부리」를 발표했다. 1938년(22세)2월 17일 광명중학교 5학년을 졸업하고 서울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 문과에 입학했고 1939년 조선일보에 「유언」, 「아우의 인상화」, [소년(少年)]지에 「산울림」을 발표하였다. 처음 윤동주 시들은 노트에 봉인된 채, 인쇄되지도 않았고 신문 지면에 발표되지 않았다.

그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숨지고 난 후 동문들이 그의 노트에 있던 시를 모아 정음사에서 출판한다. 유해가 안치된 지 3년 후, 그러니까 1948년, 조선은 대한민국으로 국호가 바뀌어 혼란한 시기에 청춘 시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41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41년「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광복 후에 정병욱과 윤일주에 의하여 다른 유고와 함께「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만주 북간도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에 「달을 쏘다」, 「자화상」, 「쉽게 씌어진 시」를 발표하였다. 연희전문을 졸업한 후 1942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 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였고, 6개월 후에 교토 시 도시샤 대학 문학부로 전학하였다. 1943년 7월 14일, 귀향길에 오르기 전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교토의 카모가와 경찰서에 구금되었다. 이듬해 교토 지방 재판소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2년형을 언도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복역 중이던 1945년 2월 16일 광복을 여섯 달 앞두고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로 타계하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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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그리고 리더십 - 개인과 조직을 이끄는 균형의 힘
김윤태 지음 / 성안당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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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가 심화되어 더 이상 백성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왕권이 무너졌다. 고려는 왕건의 원대한 꿈으로 새 나라를 세운 지 475년 만에 붕괴되었다. 고려의 이름난 무장 이성계는 정도전 등의 혁신 신진 세력의 지지에 힘입어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왕조 조선을 세웠다. 옛 영토 요동을 치러 가던 고려의 원정군은 이성계의 '전쟁불가론'으로 개성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고려 왕조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새 왕조를 열었다. 요즘 말로는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것이다. 새 나라의 기틀 마련은 정도전에게 맡기고 이성계는 왕위에 올랐다. 조선이 열린 것이다. 이때가 1392년이라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새 왕조를 열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지만, 전 왕조의 잔여 세력이 이 땅에 현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민심은 흉흉했을 터이고, 민심 수습이 시급했을 것이다.

태조 이성계는 민심을 얻기 위해 고려 권문세족들이 백성들에게서 빼앗았던 토지를 몰수해 백성들에게 다시 나눠주고 세법도 정비해 민심을 향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민심은 차차 수습되었으나 이젠 왕위 계승의 문제에 부닥친다. 쿠데타에 깊숙이 개입했지만 왕권 계승자의 위치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이 어린 이복동생에게 세자 자리를 물려준다는 태조의 내심에 불만을 가졌던 아들 이방원 등 왕자들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정세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왕위를 노린 두 번의 '왕자의 난'을 모두 승리한 태종 이방원이 정권을 빼앗다시피 해서 왕위에 올랐다. 형제끼리 죽이고 죽은 다음에야 아무것도 모를 나이의 이복동생에게 세자 자리를 맡기다니? 태조 이성계의 무리수라고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아버지 태조처럼 방원이 왕이 된 것이다. 그는 왕권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 인척의 발호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처남들도 죽인다. 방원의 집념 속에서 우리의 위대한 왕이 탄생한다.

 


 

세종이다. 그는 30여년의 집권 기간 동안 진정한 조선의 문을 연 왕이었다. 특히 애민 정신이 투철한 왕으로서 많은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을 터다. 특히 학문을 중요시해서 우수한 인재를 직접 뽑아 길렀으며, 이들은 진정한 나라의 기둥들이 될 재목이 된다. 세종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유능하고 리더십 있는 나라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발휘했다. 세종은 또 과학과 문화의 조선시대를 열었고, 기술 농업을 시작했다. 노비라 할지라도 국민으로 인정하고 출산 때는 휴가를 법으로 정해주는 등 약하고 소외된 국민들의 삶에도 관심을 쏟았다. 그들은 배울 기회가 없어 말과 글을 모르기에 쉬운 말을 세로 만들어 반포하기도 했다.

그의 재위 기간은 온 힘을 다해 백성의 삶을 보살폈던 왕으로 기록되고 있다. 조선은 수많은 외적 침입에도 518년 역사를 유지한다. 저자가 이 책을 기술한 차례는 연대기 순이다. 그러나 독자는 개인적 입장에서 가장 리더십이 출중한 왕이라고 생각했던 세종을 먼저 썼다. 이는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책으로서 가장 대표성을 띤 인물이기에 독자의 방법이 나쁘지만은 않으리라는 의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는 저자가 쓴 대로 이어진다. 이 책 『조선 왕, 그리고 리더십』은 저자 김윤태가 조선을 대표하는 9명의 왕과 그 시대적 배경, 당시 기록을 담은 다양한 작품 등을 살펴보며 조선 시대를 이끈 왕들의 리더십을 관찰하여 3년간 연구 조사한 후 분석해서 글로 담아냈다.

특히 조선 왕 27명 중 9명을 선정해 그들이 시대적으로 다른 환경과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바라보았다. 또 저자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며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다듬었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 태조, 태종, 세종, 세조, 성종, 선조, 광해군, 영조, 정조, 9명의 조선 왕의 리더십을 눈여겨보고, 이를 통해 능동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리더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또 왕들의 리더십을 반면교사로 삼아 경쟁이 치열하고 변화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혁신적 사고를 갖고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담아냈다. 이 책이 개인과 조직에 있어 ‘균형’의 힘을 길러 구성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리더, 조직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저자는 기대하는 이유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 왕 9명이 각 1장씩 차지하고 있다. 1장 「대업을 이뤘으나 불행했던 왕, 태조 이성계」, 2장 「악역을 두려워하지 않은 강인한 책임감의 소유자, 태종」, 3장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천재 리더, 세종」, 4장 「강인하고 무자비한 리더십, 세조」, 5장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다, 성종」, 6장 「유능과 무능함의 경계선, 선조」, 7장 「뛰어났으나 때를 잘못 만나다, 광해군」, 8장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영조」, 9장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한 왕, 정조」 등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조선이 518년 동안이나 왕국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이라고 단언한다. 이 문장은 왕에게서 리더십의 유무를 찾으려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매우 적절한 말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한반도 5,000년의 역사는 '침략 받는 역사'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크고 작은 침략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졌다. 조선은 나라의 문을 열 때부터 왕권 견제권을 대신들이 갖고 있었다. 정도전의 설계에 의한 것이다. 좋게 말하면 독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왕의 개인 능력보다는 선비(유학자)들의 종합 의견으로 나라를 이끄는 게 백성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왕답게 태조는 일단 정도전에게 나라 미래를 위한 설계를 맡겼다. 이로 인해 조선 초기 나라의 기틀과 정신을 담은 모든 것들이 정도전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고, 지금의 학자들도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왕의 리더십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것은 적절했는지 등을 알기를 원했다. 정책도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고, 왕은 어디까지 관여했나도 리더십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터이다. 또 저자는 그들에게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내용을 정리해 리더십이 올바로 설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조선의 왕에게서 배울 만한 리더십을 오늘날 관점에서 분석하고 도움이 될 글로 다듬어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판단과 행위를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힘으로 생각한다. 개인과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자기경영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기경영 리더십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리더나 조직 구성원들에게 조선 왕들의 리더십을 관찰해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로 구성하였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들을 믿어 주고 소통하는 리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리더 등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과 방법은 다양하다. 조선 왕들의 서로 다른 환경과 시대적 상황에서 보인 리더십은 현재 정치인, 기업인, 직장인 등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조선왕조실록』뿐만 아니라 당시 기록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을 살펴보며 진실되고 사실적인 조선을 찾으려 했고, 시대를 이끈 왕들의 리더십을 관찰했다.

 


 

저자는 특히 조선 왕조를 유지한 것은 ‘균형’이라는 힘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대간 제도와 같이 균형을 위한 조선의 훌륭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넘어 왕조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현대 사회에서 성공적인 조직은 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켜 역동적이고 협력적인 작업 환경을 조성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능동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의 힘이 필수적이고, 리더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의 천재 리더 세종과 정조는 학문에 매우 뛰어났고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한 애민 군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다른 리더십으로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세종은 회의를 통해 신료들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하고 이를 수렴했다. 그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군주였기에 용기 있게 직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고 정책을 추진할 때는 신하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맡기는 소통 위임형 리더였다. 반면 정조는 개혁 군주로서 개혁을 반대하는 신하들의 강한 목소리를 제한하고 견제하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리더였다. 그는 태산 같은 반대에 부딪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악법을 고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주도형 리더였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조선 왕 27명 중 9명의 삶을 통해 나타난 결과에 그 사람이 추구한 가치가 어떻게 녹아 있는지 바라보고, 시대적 상황에서 그들의 리더십이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즉 대업을 이루었으나 불행했던 태조 이성계, 악역을 두려하지 않은 강인한 책임감을 소유한 태종,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 리더 세종, 강인하고 무자비한 리더십을 지닌 세조,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논 성종, 유능과 무능의 경계선에 있는 선조, 뛰어났으나 때를 잘못 만난 광해군,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실패를 한 영조,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한 정조의 리더십을 정리하였다.

 


 

사회 지도층이 된 사람들, 이른바 국가나 기업을 운영하는 리더들은 팔로워들의 삶과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책임보다 권한에 집착하고 공익보다 사익에 욕심내는 낮은 도덕성으로 지지와 신뢰를 잃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이제는 팔로워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변화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는 혁신적 사고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결과 중심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국가 정책을 이끄는 지도자들도 이제는 기업에서 발휘되는 성공적인 리더십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 자기경영 리더십이 필요한 모든 정부 지도자, 정치인, 기업 경영자,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이밖에 9명 중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왕들도 있다. 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댇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역사의 기록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열심히'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지 않음을 기록한다. 성종, 선조, 광해군, 영조 등이 빠져 있지만 각 장의 제목만 읽어보면 내용을 쉽게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세부적인 사항이야 역시 책을 직접 읽어야 할 것이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파악해낸 조선 왕들의 리더십에는 '애민'과 '균형'이다.

 

저자 : 김윤태

 

인문학 리더십 저술 강연가, 사람과 조직을 변화시키는 리더십 전문가.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통찰은 날카롭고 재미있다. 지난 책 “리더십, 난중일기에 묻다”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철학을 분석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자기경영 리더십을 소개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책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 특강이 기업 현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호평을 받았다. 그 이유는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통찰이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인사조직을 공부한 저자는 창의적 도전으로 출판사, 광고회사 등을 운영하며 청년사업가로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2000년부터 기업 교육계에 진출하여 대기업 등 사회 곳곳에서 인문학 리더십을 전파하고 있다.

저자가 기업 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사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사람은 어떤 역경도 극복하고 목표를 이뤄 낸다. 교육은 사람을 성장시켜 주는 중요한 과정이다. 저자는 오늘도 사람과 조직이 변화하여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체인지(體認知)컨설팅 대표로 기업과 대학에서 리더십을 강의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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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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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가끔 '왜 사는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볼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철학자들은 답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답은 찾지 못한다. 철학을 배우지 않아서인가? 그렇다면 철학하는 사람들은 답을 찾았을까? 모르겠다. 짧은 지식이지만 살며 들어보니 못 찾았다고 생각된다. 찾았다면 그것을 찾기 위해 철학을 계속한다는 답에는 설득력이 없다. 사실 왜 사느냐는 질문은 '행복'과 연결돼 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살지만 '행복하지 못하다'는 전제 위에서 질문을 한 것 아닌가? 철학이 행복한 삶을 가져다 주지 않는 것 같다. 왜 사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에 답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왜 인간은 고민 속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삶과 질문을 반복하는가?

더욱이 현대 사회는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은 삶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맡기고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이전보다 삶은 더 바빠지고 경쟁은 더 심하다. 스트레스는 더 심화되고 의학이나 과학이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고 수명도 연장해 주었지만 행복을 느끼는 감정이나 정신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 과학 기술에 의존해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로 발전돼 왔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피폐화되는 이유는 뭘까? 철학자들에게서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찾지 못하면 다른 어디에서나 행복은 꼭 존재하리란 건 희망이다. 철학에서 찾지 못한 인생 문제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개인적 사색을 깊게 하고 지혜를 모아도 인간이 이 답을 찾지 못한 것은 혹시 답이 없는 질문을 하고 있지 않을까?란 회의감도 들 때가 있다.

 


 

이 책 『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는 행복을 찾는 사람에게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문학'에서 찾아볼 것을 권유한다. 저자 장재형은 인문학을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학 때부터 30여 년간 고전 문학, 동서양 철학, 그리고 역사에서부터 서양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깨달은 바를 우리 삶과 잇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해 왔다. 그리고 이를 칼럼과 저서로 독자에게 전한다. 언젠가 TV에서 유행했던 '행복 전도사'에 가깝다. 그는 행복도 '문학'에서 찾을 것을 권유하고 강의도 한다. 독자는 한 번도 그의 전작이나 강의를 읽고 들은 적이 없다. 이 책이 저자를 만나는 첫 번째 통로다.

이 책은 저자가 살면서 고민하던 주제들 자아, 희망, 꿈, 실패, 죽음, 우정, 여행 등과 관련한 문제를 고전 문학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는지를 살펴보고 자신의 철학적 사색을 곁들인 결과물이다. 감수성, 욕망, 삶과 죽음, 행복이라는 큰 주제를 다룬 인문학 에세이로써 독자에게 고전 작품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깊은 인문학적 지혜를 선물하기 위해 출간됐다. 해답을 찾아 저자와 함께 고전 문학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방향 쪽으로 키를 잡은 선장과 같은 결정이다.

이 책 출판사 측에서도 지적했지만 우리 현대인은 갈수록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아차 하면 낙오되어 나락으로 떨어질까 항상 불안하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말 그대로 먹고 입고 자는 문제는 분명 과거보다 나아졌는데 왜 늘 허전하고 불안할까? 우리는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일까? 인생의 성공이란 무엇이고 실패란 무엇일까? 사랑이 먼저일까? 돈이 먼저일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저자의 답은 확고하다. 현대 사회에서 인생의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면 고전을 펼쳐보라는 것이다. 옛날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이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가던 때가 있었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창조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던 말이다. 고전 읽기도 같은 맥락이리라. 말 그대로 실천한다면 어쩌면 행복 찾는 길을 제대로 찾은 것 같다. 미로 같은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실타래를 발견한 셈이다. 이 책에는 28편의 고전 문학 작품이 나온다. 우리가 한 번쯤 접해본 『데미안』, 『어린 왕자』, 『달과 6펜스』, 『오즈의 마법사』, 『여자의 일생』, 『고도를 기다리며』 등 28편이다. 또 각각의 고전 해설 속에 독자들도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좁은 문』, 『지상의 양식』, 『구토』 등이 저자의 권유를 확인하기 위해 등장한다.

이 책 『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는 저자가 지금껏 살면서 품어 왔던 인생의 질문들과 관련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작품 속 주인공과 함께 질문의 해답을 찾아 나간다. 행복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진정한 나로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삶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살면서 부딪히는 질문에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이끈다. 질문은 책의 서두에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일괄적으로 제시된다. 독자가 임의로 번호를 붙여 여기에 옮겨 적는다. 단 항목이라도 여기 제시된 질문을 해본 적이 있거나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한다. ① 내 삶을 지탱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② 사는 동안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③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④ 무엇을 꿈꾸고 욕망해야 하는가? 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⑥ 왜 살아야 하는가? ⑦ 죽음이란 무엇인가? ⑧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이후에 프롤로그에는 '1서(書)1장(章)'의 모두 28개의 질문이 28개에서 읽어내야 할 답의 질문들이 실려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고전 예찬'을 노래한다. 우리는 인생에 답이 없다고 느껴질 때, 여러 방법을 찾다 결국 책으로 돌아오곤 한다. 굳이 저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그런 경험을 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의 마지막 종착지는 대개 고전이라는 것이 저자의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성공한 많은 이가 고전을 즐겨 읽는다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전에 옛 성인들의 지혜가 녹아 있고 이를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고전을 읽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속 SNS에 넘쳐나는 짧은 글에만 익숙해져 긴 글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는 저자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런데도 진정한 삶의 변화를 원하고, 진심으로 인생에서 추구할 가치를 찾고 싶다면, 나답게 행복해지고 싶다면 고전을 읽어야 한다. 특히 무의미한 시간이 반복되는 복제의 삶을 벗어나길 원한다면 말이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이는 저자의 주장이 정답이라는 의미에서보다 독자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일 것이다.

고전은 긴 세월 퇴색되지 않고 버틴 인류의 근육이며 신경 체계이다. 고전은 삶에 기쁨을 쏟아 주는 위대한 이야기다. 사무엘 바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저자는 인생이 기다림이며, 끊임없는 기다림 속에 찾아오는 인생의 공허를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이야기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통해서는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강인한 의지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인간의 운명임을 알려준다. 고전에 담긴 내용과 저자의 통찰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면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그동안 현실의 문제와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면, 이제는 고전 문학을 찾아 읽어 볼 것을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28편의 고전 작품을 비슷한 주제로 저자는 6개의 장으로 분류했다. 1장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 2장 「우리는 사랑으로 산다」, 3장 「단 한 번뿐인 삶, 욕망하라」, 4장 「살아 있음이 곧 기적이다」, 5장 「내 삶의 의미를 묻다」, 6장 「행복해지고 싶을 땐」 등이다. 각 장의 제목을 살피면 몇 개의 키워드로 압축된다. 자아, 사랑, 욕망, 삶의 기적, 삶의 의미, 행복 등이다. 이 단어들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수없이 들은 단어이고, 삶의 이유(존재 이유)가 된다.

1장에는 헤르만 헤세 『데미안』, 라이언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장 폴 사르트르 『말』,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실려 있다. 그들의 작품이 아니라 저자의 해설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다른 책이나 명언, 관련된 책의 밑줄 칠 만한 내용 등의 사례를 든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2장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앙드레 지드 『좁은 문』,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4편이다. 3장에는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가 소개되면서 '욕망'에 관한 많은 영감을 준다.

이어 4장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장 폴 사르트르 『구토』,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나온다. 5장에는 프란츠 카프카 『변신』,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오 헨리 『마지막 잎새』,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이다. 마지막 6장에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기 드 모파상 『여자의 일생』, 헤르만 헤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이 각각 실려 있다. 여기 있는 고전들은 한 가지 정해진 해결책이 아닌, 자신만의 창조성에서 나온 가치와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도록 안내한다.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자연히 행복이라는 나만의 정원이 풍성해질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우리는 종종 출구를 찾기 힘든 삶에 갇혀 방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황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또한 많은 것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질병, 가난, 실패, 외로움, 죽음, 다른 사람의 평가 등등.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변화’이며 그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될 좌절들이다.

변화를 꿈꾼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송두리째 미지의 세계로 내던지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삶은 그런 진통을 겪을 때마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를 얻는다. 그러므로 안전한 모든 것을 뿌리치고 고통스러운 변화를 겪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마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삶이 스스로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낄수록 변화를 꿈꾸자.(p.129~130)

 

저자 : 장재형

 

세렌디피티 인문학 연구소 대표 및 장수코리아 CEO. 오프라인 독서 모임 ‘장작가의 인문학살롱’을 운영하며 인문학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 달에 100권이 넘는 책을 소화하는 독서의 달인이자 서평가이며 강연가이다. 대학 때부터 30여 년간 고전 문학, 동서양 철학, 그리고 역사에서부터 서양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깨달은 바를 우리 삶과 잇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해 왔다. 그리고 이를 칼럼과 저서로 독자에게 전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항상 곁에 두고 삶이 힘들 때마다 읽은 것을 계기로 『니체 전집』 21권을 수없이 읽고 주옥같은 아포리즘들을 수집했다. 여기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인생의 난관을 이겨 내고 자신의 삶을 사랑한 니체의 실천 방법을 『마흔에 읽는 니체』로 정리했다. 저서로 『마흔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이 있다.

인스타그램 @phillex_jang, @wizard.of.oz.write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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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 처음 만나는 생체모방의 세계
패트릭 아리 지음, 김주희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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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는 '생체모방'의 세상을 보여준다. 생체모방이란 말 그대로 진화과정에서 독특한 생존 능력을 지닌 생물을 응용해 인간의 삶에 특별함을 주는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사전적 풀이로는 생체(Bio)와 모방(mimetics)의 합성어로, 생물의 행동이나 구조 혹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물질 등을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예술의 자연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선사시대 그려진 동굴 벽화가 자연 모방의 결과물이고, 이 모방 기술은 예술로 발전했다. 이렇듯 예로부터 인간은 자연을 모방하며 살아왔다. 자연 속에는 각종 과학 원리가 숨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물의 행동이나 구조 혹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물질 등을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왔는데, 이를 생체모방공학이라 한다. 새의 날개를 모방한 비행기, 엉겅퀴의 갈고리를 흉내낸 벨크로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현대에는 로봇, 전자, 기계 등의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분야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책에서 생체모방은 다윈의 진화론부터 시작한다. 현존 지구상 생물들은 진화를 거듭함으로써 살아 남았고, 그 생물들이 살아 남는 데는 인간이 모르는 은밀한 능력이 바탕에 있다. 인간은 그들의 기술을 모방함으로써 필요한 것들을 발명해 왔다. 예술의 시초가 되고 인류 삶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구상에 생물이 존재하고 이를 모방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진화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패트릭 아리는 이미 현실이 되었거나 곧 현실이 될 놀라운 발명품과 기술의 상당수가 ‘자연’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30가지 동물과 응용 사례를 통해 인간이 당면한 문제의 해법을 자연에서 찾는 학문인 ‘생체모방’ 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진행자로 전 세계에서 자연의 경이를 목격해 온 저자와 생체모방의 세계로 떠나면 그 여정에서 독자들은 놀라운 자연과 생물의 능력을 만나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모기부터 큰곰까지 인류의 삶에 기여한다고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모기마저?라는 독자들의 물음에 저자는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모기의 입이 무통 주삿바늘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고, 가시 범위가 180도에 이르는 바닷가재의 눈이 우주를 광범위하게 관찰하는 엑스선 망원경의 기술적 토대가 되었다"고 밝힌다.

순식간에 색과 질감 그리고 형태까지 바꾸는 문어의 변장술이 보안 및 감시 기술의 판도를 뒤집고, 턱을 푸는 동작만으로 몸무게의 400배에 달하는 힘을 얻어 몸길이의 10배만큼 뛰어오르는 덫개미(Trap-jaw Ant)를 닮은 소형 로봇팀이 재난 현장을 누비며 활약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도 말한다. 생체의 기술을 응용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는 인류의 삶에 유익함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30가지 생물을 응용한 각종 기술에 의한 발명품이 현재 우리 삶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지 30개 장(章)에 걸쳐 보여준다. 종이나 계의 구분 없이 특정한 환경에서 살아 남은 생물들이 각각 독특하고도 은밀한 기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비밀스러운 생존 비법을 알아낸 인류는 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말이다.

 

 

TV에서 장기간 계속되는 〈동물의 왕국〉, 〈신비한 세계 탐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극한의 환경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자주 접하지만 볼 때마다 경탄을 자아낸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스스로 문제 해결자가 되었기에 오랜 시간의 검증을 거쳐 오늘날까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어 살아남은 생명체들로 가득 찬 자연은 인간 사회에 혁신의 단초를 제공하는 보고라 할 만하다. 실제로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든 여러 발명품과 기술 들이 자연에서 비롯됐다. 자연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것이 ‘생체모방(Biomimicry)’의 핵심이다. 해당 용어를 창안한 재닌 M. 베니어스에 따르면 생체모방은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자연에서 찾은 전략을 모방하는 행위”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 이어령 선생과 최재천 교수가 일찍부터 생체모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최재천 교수가 정보와 재미를 모두 잡은 생체모방 입문서인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출간을 누구보다 반기며 진심 어린 추천사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제아무리 아인슈타인이라도 38억 년 동안 자연선택의 혹독한 담금질을 견뎌 낸 자연의 지혜를 능가할 수는 없다. 이 책에는 완보동물과 개미에서 낙타와 북극곰에 이르기까지 서른 종류의 동물이 작성한 진화의 답안지가 들어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하는가? 자연이 먼저 푼 해답부터 읽어 보라."

- 최재천(생태학자,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저자) 「추천평」 중에서)

 


 

생체모방은 모방의 대상이 되는 생명체와 모방의 결과가 적용되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과 파급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책에서 선별한 30가지 동물만 보더라도 척추동물인 어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부터 무척추동물인 해면동물과 절지동물, 연체동물까지 포괄한다. 이 동물들이 기여하고 있는 영역 또한 교통, 건축, 우주탐사, 의학 등으로 한계가 없다. 가장 유명한 생체모방 사례를 꼽자면 물총새와 신칸센을 들 수 있다. 초기 신칸센 모델이 일으키는 소음 문제에 봉착한 일본의 공학자 나카쓰 에이지는 쏜살같이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물총새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물총새 부리 모양을 본떠 앞머리가 두 배 넘게 길어진 신칸센은 공기저항을 30퍼센트나 적게 받아 더욱 빠르고, 변기 물 내리는 소리보다 더 조용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물총새가 우리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면, 딱따구리는 목숨도 구할 수 있다. 자동차 같은 탈것이 가속 또는 감속하는 순간 우리는 관성력(G-force)을 느끼게 되는데, 사람이 외부 물체와 부딪히는 경우 역시 급작스러운 감속의 순간으로 충격을 받게 된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드릴 때 경험하는 충격은 약 1,200G로, 사람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기절한다고 알려진 6G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딱따구리의 충격 흡수 능력은 두개골과 설골(목뿔뼈), 그리고 부리의 구조에서 나온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소속 윤상희, 박성민 연구원이 이에 착안해 설계한 새로운 충격 흡수 장비로 비행 기록 장치(블랙박스)를 보호하자, 실험 결과 최대 6만G의 충격을 견디는 것으로 나왔다. 충격에도 끄떡없는 딱따구리의 능력을 완벽히 모방하게 된다면, 각종 사고 가능성에 노출된 노동자와 운동선수는 물론 우주 잔해물이나 미세운석과의 충돌로부터 우주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닷속으로 시선을 돌려도 생물들의 놀라운 능력은 헤아릴 수 없다. 각 분야에서 탐험가와 연구자, 학자와 전문가 등이 협업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발명품이나 새로운 기술들은 인간의 삶에 적용됨으로써 그 가치를 더하고 수혜자는 인간은 그들과 함께할 동반자라는 보호 의식도 창출해낼 수 있어 생체모방 기술의 인류의 생존에도 유익하고 유리한 능력을 끌어올려 줄 것이다. 독자들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다 눈 깜짝할 사이 색과 질감까지 바꾸는 문어의 변장술을 본 적이 있는가? 문어의 질감 변화는 다리에 달린 돌기의 크기를 조절해 이뤄지며, 색을 바꾸는 방식은 좀 더 복잡하다고 저자는 밝힌다. 문어 피부 바로 아래에는 색을 바꾸는 세포인 수천 개의 색소포가 있는데, 색소포의 수축과 팽창에 따라 색소포 중심의 노랑, 빨강, 갈색의 색소로 채워진 주머니가 피부와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면서 색이 바뀐다. 휴스턴대학교와 일리노이대학교 연구팀은 주위 환경에 맞춰 색을 바꾸는 문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유연한 위장 피부를 개발했고, 이 피부는 열변색성 물질로 만들어져 온도에 반응한다. 시제품은 아직 구현할 수 있는 색이 제한적이며 면적은 수 제곱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문어의 변장술을 따라잡을지 모른다.

이 기술에는 기존의 보안 및 감시 체계를 단번에 뒤집을 “어마어마한 판돈”이 걸려 있다고 귀띔하기도 한다. 대형 프로젝트에 이용될 것을 암시한다. 생체모방의 매력은 누구나 품을 법한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세상을 바꾸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윙윙거리는 소리로 모기의 존재를 감지하고, 정작 모기가 피를 빨아 갈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다가, 뒤늦게 가려움을 느끼고 모기에 물린 걸 알게 된다.

 


 

모기가 피부를 찌를 때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무통 주삿바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일본 간사이대학교 소속 아오야기 세이지와 동료들이 모기 구기를 모방한 주삿바늘을 제작했다. 놀랍게도 무통 주삿바늘의 비밀은 매끈한 표면이 아닌 톱니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에 있었다. 이처럼 책에 등장하는 생체모방 사례를 읽다 보면 동물들이 지닌 비밀스러운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더는 전과 같을 수 없다. 이 책의 제목이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진행자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연의 경이를 목격하고 전달해 온 패트릭 아리가 생체모방의 세계에 첫발을 뗀 여러분의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31번째 생체모방 사례를 장식할 주인공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중의 한 명이 될지?

 

"이누이트족은 몇 세대에 걸쳐 이 같은 북극곰 털의 특성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의 털가죽으로 부츠와 옷을 만들었다. 지난 수년 동안 과학자들은 우주선 단열재로 북극곰의 털을 주목해 왔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 소속 연구팀은 북극곰의 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주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에어로젤(aerogel)을 개발했다."(p.64~65) - 「5장 북극곰과 고성능 단열재」 중에서

 


 

"연구팀은 해면이 충격을 받아도 버티는 비결은 골격을 대각선으로 감싸는 버팀목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또한 대각선 버팀목이 있으면, 골격을 추가하지 않아도 전체 내구성이 20퍼센트 넘게 향상한다고 밝혔다. 해면 골격은 자연이 격자 구조를 어떻게 진화시켰는지 보여 주는 완벽한 사례이며, 이와 관련한 지식은 고층 건물과 긴 다리의 효율적인 건설에, 그리고 가볍고 강한 구조물이 필요한 항공 우주공학 분야에 유용할 것이다."(p.276) - 「24장 해면과 고층 건물 설계」 중에서

 

저자 : 패트릭 아리(Patrick Aryee)

 

생물학자이자 자칭 스릴 추구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작동 방식에 늘 사로잡혀 지낸다. 2012년부터 BBC와 Sky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의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안락한 집에 머무는 시청자들을 지구 곳곳의 여정으로 초대해 영감과 놀라움을 안겨 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 패트릭 아리와 함께라면 하늘과 땅, 바다에서 활약하는 동물들의 무궁무궁진한 능력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역자 : 김주희

 

서강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고, SK이노베이션에서 근무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원소 이야기》 《이기적 유인원》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공학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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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해부학 대백과 - 내 몸이 아플 때 찾아보는 해부학 교수의 인체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켄 에슈웰 지음, 한소영 옮김 / 보누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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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인체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제대로 알면 예기치 못한 질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내 몸이 아플 때 찾아보는 해부학 교수의 인체 의학 도감‘이라는 부제와 함께 정교한 일러스트로 정리한 인체 계통과 각 부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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