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 필독서 시리즈 6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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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은 제목은 약간의 거부감이 있지만 독서 생활에는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독자가 읽고 싶은 이유는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책을 많이 읽는가였다. 예전처럼 지식으로 성적이 매겨지는 세대에게는 대입에서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질 목록이니 말이다. 또 대학을 졸업한 일반인이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해도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젊은이들이 읽는 책과 경향이 같을 수 없기에 이 책은 청소년들의 관심과 사고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대' 지원자가 작성한 목록이니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추적 인물이 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간접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도서목록은 책에서 밝힌 대로 서울대 입학처가 발표한 목록을 바탕으로 책에 대한 설명과 해석, 감상과 책에 대한 비판도 함께 쓴 것이다. 독자는 서울대 졸업생도 아니다. 이런 도서목록을 발표하는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발표한다면 왜 합격자가 아니라 지원자인가? 하는 의문점도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게 풀렸다. 즉 입학지원 서류인 자기소개서에 독후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서울대 지원자~』가 됐던 것이다.

저자는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에 주목한다. 30년간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온 현직 교사이자 청소년 전문 북칼럼니스트인 박균호은 2022년 서울대 입학처 아로리가 발표한 리스트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독서가 ‘좋은 학습’이 될 수 있는지를 돕는 취지로 책을 발간했다. 입학원서에 발행일자가 2023년 3월이고, 초판이다. 서울대 입학처는 매년 이 목록을 발표해 왔음을 웹진 야로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서울대'라는 네임밸류를 상업적 혹은, 사적 이유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약간의 거부감을 해소시켜야 하는 부담을 독자들에게 준다.

야로리* : 순우리말로 지인(知人), 지식인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옛말, 서울대학교 입학처 웹진 이름.(독자 주)

 


 

아로리가 발표한 서울대 지원자가 읽은 책 1만 여권 중 가장 많이 읽은 책 20권을 한 권에 담은 책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글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서울대 지원자가 왜 'TOP 20'을 선택했고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쉽게 설명한 책이라는 표현은 적절해 보인다. 인문대학에서 농과대학, 사범대학, 치의과 대학까지 서울대 17개 단과 대학별 지원자들이 읽은 책 TOP 3도 함께 담았다. 이 소개글은 책 뒷 부분에 목록만 실은 것으로 대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문 내용이 거의 겹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독서는 중요한 키워드다. 입시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독서 능력은 모든 공부의 기초 수단이자 대학에서 수학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생기부(생활기록부)에서도 독서가 당락을 가리는 핵심 키워드이고, 자기소개서가 없어진 올해도 서울대 입학처가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 온 큰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 말은 입시생을 비롯한 많은 청소년 그리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설명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입학처는 2024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자기소개서가 폐지되면서 서울대학교의 대학별 문항(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 또한 올해 입시를 끝으로 더 이상 활용되지 않는다고 야로리 웹진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 활용 여부와는 별개로 독서는 여전히 모든 공부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한 점을 미루어 양서를 읽는 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삶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임을 강조한다. 독서가 입시를 위한 읽기는 안 된다는 뜻이 포함돼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 웹진 발표문은 '독서'에 대한 필요성과 삶과의 인과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글이어서 이 책의 저자의 발간 취지와도 같다는 판단에서 조금 더 옮겨본다. "독서는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되며, 대학 생활의 기본 소양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수업 안에서도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과와 관련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철학, 공학 분야 도서를 수업 활동 중 선생님이 추천해 주실 수도 있고 토론 활동, 주제 탐구활동에도 관련 도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여러분이 자유롭게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학교생활에서 책을 읽을 기회를 많이 접하고 있을 것입니다. 더 알고 싶은 분야의 전문 서적을 찾아 읽을 수도 있고,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으로 또 다른 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지 읽고 또 읽어가는 사이에 생각하는 힘, 글쓰기 능력, 전문지식, 의사소통 능력, 교양이 쌓여갈 것입니다. 타의에 의한 수박 겉핥기식 독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책 가운데 그 책이 나에게 왜 의미가 있었는지, 읽고 나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특히 입시생이 서울대 지원자가 많이 읽은 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대학이 통합적 사고능력을 갖춘 학생을 원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발간도 같은 취지가 포함돼 있다. 다만 내년부터 같은 도서목록 발표는 없어질 것으로 보아 아쉽긴 하다. 그러나 이런 책이 예전에 발간된 적이 있는지 알 수 없는(그래서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 분야만 아는 편협한 시각으로는 복잡하고 급박하게 변하는 시대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꿈이라고 해서 인문학 소양이 부족하거나, 문과생이라 해도 수학과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시대의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런 일은 예전에도 하는 말이지만)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대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을 보면 지망하는 학과 관련 책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다루는 『페스트』부터 행동주의 경제학 『넛지』, 자기 관찰과 성찰을 담은 『데미안』,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 『총, 균, 쇠』,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양자역학에 대한 지적 대화 『부분과 전체』, 『팩트풀니스』, 인류의 역사 『사피엔스』, 『선량한 차별주의자』까지 우리의 지식과 사고방식을 한없이 넓혀주는 인문 교양 필독서들이다. 서울대 17개 단과 대학별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책 TOP3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저자의 지적에 동의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 『서울대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는 책 20』은 소개된 책을 어떻게 읽는지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인지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다. 이 책 한 권이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최상위권 대학이 원하는 통합적 사고능력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된다.

서울대가 그간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도서’를 발표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계속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린다”는 서울대 입학처의 표현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서울대 입학 전형에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읽는 게 능사는 아닐 터. 독서가 ‘생각을 확장’하는 ‘좋은 학습’이 되려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책을 보는 안목’과 ‘읽는 방식’도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힘, 글쓰기 능력이 여기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은 바로 이러한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서울대 입학처 발표’라는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이 책은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보다 확실한 ‘독서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에 언급된 책 20권은 2022년도 지원자들의 독서 목록이다. 2023년도 발표는 아직 안 됐고, 2024년부터는 폐지된다고 하니, 만약 이전에 이런 책이 발간된 적이 없다면 이 책은 기념비적 산물이 될 수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대해 더욱 애정이 간다. 책도 신뢰가 있어야 애정이 간다는 말이 사실인 듯하다. 목록 중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공동 저술한 『미움받을 용기』가 눈에 띈다. 저자는 이 책에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라는 제목을 달아 여섯 번째로 소개한다.(저자는 서울대 입학처가 발표한 순서에 얽매이지 않았다) "한 권의 책 제목에서 유래된,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살아가라는 '미움받을 용기'는 이제 하나의 신조어가 되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세계 3대 심리학자로 꼽히는 아들러 심리학을 기초로 2인극 형식으로 쓰인 책 『미움받을 용기』는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자유로워질 것을 주문한다. 사람은 과거의 경험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벗어나 우리는 누구나 변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던져 주며,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갈 힘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일깨워 준다."(p.73)

독자는 자기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계발서는 처세술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깊은 사유 없이 원칙만 세우고 독자들이 할 수 있을지를 따지지 않고 함께할 것을 요구하기에 첫 만남 때부터 좋지 않았다. 저자도 이 책에서 그런 말을 쓰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기계발이라는 어설프게 위로의 말을 던지고, 누구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힘든 말을 한다거나, 어설픈 희망과 위로를 주는 책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의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들러는 개인심리학을 토대로 '인생의 과제', '인정욕구', '타자공헌' 등과 같은 개념을 대화 형식으로 쉽게 풀었다는 장점을 높이 샀다고 책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와 저자의 감상, 일부 비평도 들어 있다. 독자들의 독서 습관을 위해서다.

 


 

이 책의 열일곱 번째로 소개되는 『총, 균, 쇠』에는 「1998년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새 시대의 고전」이란 제목에는 책에 대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초익와 병균, 금속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책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이 책은 우리나라에 2005년에 처음 번역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 7년간의 시간차가 보인다. 1~2년이야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얼마 전 우리나라에 일었던 '총, 균, 쇠 열풍'으로 보면 의외다. 독자도 물론 이번 2015년쯤 읽은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왜 그렇게 뒤늦게 열풍이 불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든다. 혹시 독서계에 태풍을 몰고 온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때문에 재조명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것은 독자의 추정일 뿐이다. 독자의 추정에는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책 『사피엔스』에서 책을 쓴 동기나 과정 중에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힘입은 바 크다고 기술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중요한 일은 두 책의 연관성이 아니가 두 책 모두 인류의 발전 과정을 매우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는 관점으로 살피고 있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이 책에는 지나친 칭송이나 거친 비판은 없다. 있는 그대로 적어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감상과 비평을 조금씩 섞어 독서의 방향을 나타내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해 저자는 "『총, 균, 쇠』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다는 왕관을 쓴 책이다. (중략) 그렇다. 『총, 균, 쇠』는 거칠게 말하면 저자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사례 모음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이 책은 주장 더하기 사례, 사례, 사례, 사례, 사례의 형식"이라고 말한다. 약간의 지루함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반전이다. "이 점이 일부 독자들에게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는 지루한 책으로 오해될 수 있다. 그래서 의학계에 혜성 같이 등장한 불면증 치료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러 민족이 저마다 다른 역사의 길을 걸은 이유를 각 민족의 생물학적 우월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결론을 끌어낸 자체만으로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p.229)고 씀으로써 책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다.

 


 

독자의 기억에 가장 최근 우리 사회에 독서 열풍을 불러 일으킨 책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발간된 이후 '지원자 독서 목록'에 줄곧 올랐다. 이 책은 2022년 목록에도 올라 이 책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의 여덟 번째에 들어가 있다. 「사피엔스는 어떻게 현대 인류의 조상이 되었는가」란 제목으로 소개된 몇 개의 문장을 여기에 옮겨 적는다. 저자의 소개가 핵심적인 단어만 잘 흡수해도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잘 쓰여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사피엔스』만큼 충격을 안겨 준 책도 드물다. (중략) 사실 200만 년 전부터 대략 1만 년까지 여러 가지 인류가 동시에 살고 있었다. 오늘날 지구에 사는 우리 종을 제외한 나머지 종은 모두 사라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독 이리 종만 멀쩡히 살아있는 이유가 무엇일까?"(p.102~103)

"하라리는 여러 인류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던 큰뇌는 밑빠진 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뇌는 몸무게의 2~3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25퍼센트를 소모한다. 뇌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다 보니 인간은 먹잇감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고 근육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인간은 근육 성장에 쓸 에너지를 뇌에 투입했다. (중략) 대신 하이에나처럼 큰 포식자가 먹다 남긴 썩은 고기를 주워 먹었고, 작은 사냥감에 몰래 접근해서 간신히 끼니를 때웠다."(p.103~104)

"하라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르게 농사는 우리를 안락하게 만들어 주기는커녕 더 힘들고 불만스러운 삶을 살게 했다고 말한다."(p.112)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 균, 쇠』가 집요하리만큼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시한 것과 달리 『사피엔스』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나 과학적인 데이터는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을 하는 독자가 드물지 않다."(p.114)

 

저자 : 박균호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이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5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독서평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웹진》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청소년을 위한 독서 칼럼을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는 《오래된 새 책》, 《아주 특별한 독서》,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 《수집의 즐거움》, 《독서만담》,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가 있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9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된 바 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도 선정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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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의 첫걸음 - 자연으로 돌아가라
박동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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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맨발걷기의 첫걸음』은 독자로서는 오랜만에 읽는 건강 에세이다. 맨발로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됐지만 당장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여서 잊고 말았다. 그러나 나이가 더 들고, 오래된 호흡기 질병 상태가 나빠져 최소한 산책이라도 규칙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막상 계획 세우고 실천하려 했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일, 또 내일 미루다 결국은 포기하고 지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흡기 질환자로서 감염 고위험군이라서 재택 근무를 하다보니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고, 1년 지나 이틀만 출근하는 등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특히 동료들과 자주 마시던 술도 자제하고 아침 출근을 하지 않으니 시간은 더 많아져 다시 아침운동을 해볼까 하던 참이었다. 갑자기 아침 운동을 시작하려다 보니 심한 유산소 운동은 어렵고 아무래도 산책하듯이 '걷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았다. 너무 힘들게 아침 운동을 하면 하다가 중단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새삼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다. 마침 집 근처에 이름도 아예 '발바닥 공원'이란 곳이 있는 터다. 뒤늦게 이사와 이름이 왜 발바닥 공원이냐 물었더니 이웃 지인이 공원 안에 조그마한 맨발로 걷는 시설을 해놨다고 알려준다. 빠른 시일 내 답사도 해보고 마음의 결정이 내려진다면 시도할 예정이다. 은근히 기대된다. 이 책은 맨발로 걷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 건강 에세이다. 저자 박동창이 직접 맨발걷기를 실천하며 느낀 감상과 효능을 전하며, 맨발걷기에 대한 그 여정은 매우 서정적인 글로 표현되어 있다.

 


 

책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맨발을 통한 대지와의 교감」, 2장 「맨발걷기와 자연의 순환」, 3장 「맨발의 기원과 역사」, 4장 「맨발로 걷는 이유」, 5장 「맨발걷기의 경이로운 치유효과」, 6장 「맨발걷기로 인해 변화하는 일상」, 7장 「당신의 고민을 해소하는 맨발걷기」, 8장 「체질개선과 성인병 치유효과」, 9장 「맨발로 하는 일곱 가지 걸음걸이」, 10장 「맨발걷기 실천 방법」, 11장 「맨발로 느끼는 다양한 감촉」 등이다. 책은 저자가 맨발걷기를 처음 경험한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책 전반에 걸쳐 맨발걷기가 주는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파헤친다. 또한 맨발로 걷는 것과 정신건강의 연관성, 그리고 맨발로 걷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큰 평온함과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탐구한다. 출간 취지는 맨발로 걷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걷는 자세에 따라 지압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부터 안전하게 맨발걷기를 하는 법, 맨발걷기에 적합한 땅이 무엇인지까지 모든 것을 다룬다.

“맨발로 흙과 자갈을 밟아본 일이 있는가?” 이 책은 독자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만큼 오늘날 맨발로 걷는 일은 일반적인 규범을 벗어난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맨발걷기를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맨발걷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나 저자는 무턱대고 맨발로 걸을 것을 종용하지 않는다. 그보단 아직 맨발걷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들의 감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서술의 속도를 조율한다.

 


 

저자는 폴란드에서 은행 경영을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로 간이 상해있었고,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다고 한다. 살아온 나날을 돌이켜봐도 평생 감기를 달고 살았으며 만성적인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우연히 TV에서 의사도 포기한 암 환자가 숲길을 맨발로 걸어 치유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폴란드 바르샤바 집 뒤에 있는 카바티 숲을 찾았다. 주말이면 가끔 운동화를 신고 걷던 숲길을 맨발로 걸었다. "발과 흙의 접촉, 맨발과 대지와의 첫만남, 그것은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마사토의 부드러움이 그러하였고, 숲을 가득 메우고 있는 푸른 풀과 나무들의 청신함이 그러하였다. 맨발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오는 숲길의 싱그러운 기운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p.23)

당시 경험의 순간을 저자는 '경이로움'과 청정한 싱그러움의 에너지를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굳이 맨발걷기를 하지 않았더도 맨흙땅을 걷기만 해도 느낌과 전해오는 느낌이 다른 것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독자도 등산이나 가끔씩 텐트 여행을 하는 동안 매번 느끼는 감동이 비슷했다. 어쩌면 아스팔트를 걷는 현대인들은 맨땅을 맨발로 걷는 동안 생동감과 신선한 에너지의 기운을 느끼는 것이 서투르다. 그러나 걷는 동안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맨발로 걸을 때는 발바닥으로 토양과 생물체의 질감과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맨발로 걸을 때는 발을 디딜 흙바닥과 주변의 자연환경을 세심히 관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신발을 신고 있을 땐 불가능했던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해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기에 맨발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맨발걷기는 자연과의 만남을 음미하는 뜻깊은 경험이며, 자신이 얼마나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성찰의 시간이다. 이러한 맨발걷기의 가치를 하나하나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맨발로 걷는 행위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은 차츰 변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이라고 어릴 적부터 배웠다. 청소년기에는 많은 곳을 다니며 교과서를 통해 가르쳤던 우리나라 땅을 가끔씩 돌아다니며 그때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땅의 아름다움을 비교해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땅을 직접 걷거나 생활하는 기회가 거의 없다. 더욱이 자동차나 지하철 등 탈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맨땅을 경험하기는 부지런을 떨어야 가능하다. 가끔씩 등산이나 야외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이같이 맨땅을 밟아본 사람들은 다시 찾고 매주 반복을 한다. 대부분 그렇다. 어쩌면 흙과 우리 인간과의 관계는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 현대 도시인들이다. 굳이 맨발이 아니더라도 이는 산책이든 등산이든 숲길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소 경험하지 못해 느끼지 못하던 싱싱함과 에너지 등이 온몸으로 전해져 옴을 감지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피로와 스트레스, 답답함 등은 일시에 사라진다. 어쩌면 중독성을 넘어 일체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인류가 신발을 신기 시작하는 것은 추위에 견디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또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추위나 위험물로부터 보호해주고 발의 부상을 덜게 해주는 신발은 땅만큼 중요한 것이어서 "인류는 땅을 주고 신발을 얻었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도 웃음이 나올 정도의 공감이 간다.

 


 

이 책은 맨발걷기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맨발을 강조한다. 기원전 5세기 누더기를 걸치고 아테네 시내를 맨발로 걸어다니던 소크라테스를 비롯해 현대 무용의 새로운 개척자, 이사도라 덩컨은 맨발로 추앙받고 있다. 또 많은 예술가들, 특히 화가들이 표현하는 신화 속 인물들은 물론 그리스·로마 사람들은 대부분 신발보다는 맨발을 선택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테네나 로마 시대 신발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은 매우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가죽신이었다. 가죽은 질기고 인간의 피부에 밀착 가능해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주기 때문에 첫 번째의 신발 소재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을 것이다. 특히 로마 제국 시대에는 매일의 전쟁터를 누비는 병사들의 신발을 가죽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기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로 인해 로마 병사들의 발에는 적은 가죽으로 하나의 신발이 완성되는 '샌들' 이 신겨진 것이다.

이 책에 쓰인 많은 이야기 중에 독자가 가장 관심이 간 대목 중의 하나는 이사도라 던컨이다. 책에 따르면 '자연으로 돌아가자, 인간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으로 토슈즈를 벗어던진 20세기 현대 무용의 개척자 이사도라 던컨이, 오늘날 한국 전위무용을 대표하는 홍신자가 그렇게 맨발로 예술혼을 불태운 사람이다.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나선 맨발의 몸짓 그리고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뱃속 깊이에서 뿜어내는 영혼의 절규는 통상 청중에게까지도 그래도 공명되어 진한 감동의 무대를 연출한다. 예술혼의 발산이 맨발의 그 명징한 상징성으로 인해 더욱더 증폭되는 것이다. 이사도라 던컨은 '무용이란 육체의 동작을 매개로 한 인간정신의 신성한 표현'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전통적인 의식과 기교의 틀에 갇힌 고전발레의 인공성과 형식성에 반기를 들고 무용을 그로부터 해방시켰다.(p.89)

 


 

맨발걷기에 관심 있거나 실제로 해본 사람은 누구나 '건강상의 이유'를 댈 것이다. 그만큼 맨발걷기는 건강 때문에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맨발걷기의 효과와 인간에게 주는 에너지와 기운을 차치하고라도 성인 만성질환의 대표격인 당뇨와 고혈압 등에 가장 큰 효능이 있으리라는 것은 이미 수많은 의사의 이야기과 TV의 건강정보 쇼 등을 통해 대부분이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암을 비롯 간경변 등을 치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발'에 관한 지식은 확산되어 있다. 맨발걷기는 육체적 치유는 물론 정신 치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고(故) 틱낫한 스님이 권유하던 수행법 중의 하나도 '걷기명상'이었고 수행자들은 스님과 함께 숲으로 이어지는 초원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가 건립한 '플럼빌리지'는 걷기명상을 주요한 수행법의 하나로 가르치고 있다. 한의학은 물론 동양 의학에서도 '발'은 제 2의 심장이라고 할 정도로 주요 부위다. 발을 통해 진단할 수도 있고, 발을 통해 치료할 수도 있다. 혈액순환을 돕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며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각종 질병을 걷기로 고칠 수 있다는 영감을 갖게 한다. 이 책에는 7가지의 맨발걷기 방법(걸음걸이)도 소개돼 있다.

'한국 맨발걷기계의 대부'로 불리는 저자는 처음으로 맨발걷기를 한국에 전파한 주인공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막 폴란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2006년 출간됐던 그의 첫 책이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당시 저자의 맨발걷기 건강법은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도서는 소량밖에 출간되지 않고 절판되었다. 이후 이 책의 중고본은 10~2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귀한 도서가 되었고 그마저도 물건이 없어 읽어보길 원하는 독자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그 책이 올해 17년 만에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어보길 오매불망하던 독자들에겐 뜻밖의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본의 내용을 빠짐없이 담되, 완성도를 높인 개정판으로 재탄생했다. 또한 당시 수록하지 못했던 5편의 원고를 추가로 수록하여 이 책을 읽어보길 기다리던 독자들에게는 물론 책을 읽어본 독자들에게도 아름다운 맨발걷기의 통찰과 서정적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맨발걷기의 두 번째 걸음은 발바닥을 활처럼 둥글게 휘게 하여 걷는 것이다. 뒤꿈치부터 발가락 끝까지 땅바닥에 순차적으로 접지(接地)하며 걷는 것으로, 이것은 성큼성큼 걷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때 팔은 휘이휘이 젓되, 발걸음은 황새와 같이 날렵해야 한다. 이 걸음은 첫 번째 걸음에서 얻은 자연과의 합일, 몸과 대지의 균형, 육체와 정신의 완벽한 통일과 안정감에 바탕을 두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을 향한, 사물을 향한 자신감 있는 행진의 시작을 의미하고 또 지향하는 걸음이다. 대지의 자식이 된 내가 그 대지의 기운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p.201)

 

저자 : 박동창

 

1952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한국외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5년간 ‘헝가리 대우은행’ 성공의 주축이었고, 1996년 폴란드에서 ‘LG 페트로 은행’을 인수한 후 CEO 및 은행장으로 부임, 3년 만에 폴란드 내 ‘톱 4 은행’으로 성장시켰다. 2006년 귀국 후,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2008년 하나금융 글로벌전략고문, 2010년 KB금융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으로서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헌신하였다. 은퇴 후, 폴란드에서 깨달은 ‘맨발걷기’ 치유효과를 계도ㆍ계몽하고자 2016년부터 서울 강남 대모산에서 ‘무료 숲길 맨발걷기로의 초대’ 프로그램인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운영해왔다. 2018년에는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를 창립하여, ‘맨발걷기를 통한 질병의 예방과 치유’라는 인류적 차원의 대승적 이슈를 계도ㆍ계몽하는 맨발걷기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금융 세계화, 그 가능성에 도전한다』, 『글로벌형 CEO』, 『맨발로 걷는 즐거움』, 『맨발걷기의 기적』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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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샘 아크바 지음, 박지혜 옮김 / 한문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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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책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을 처음 본 순간 심리적 관점으로 쓴, 요즘 흔히 출간되는 자기계발서로 착각했다. 표제어만 봤던 탓이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강렬한 「감정과 씨름하는 대신 당신에게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라」는 프롤로그(들어가는 글) 제목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부제로 쓰인 「생각과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심리 기술」이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제목과 부제에서 읽은 대로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갖게 되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루어, 삶의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사용법」이란 별도의 글에서 확신을 갖게 된다. 이 책의 내용과 저자가 책을 낸 이유, 그리고 어떻게 내용을 끌고 갈지에 대해 짧은 글이지만 확실하게 독자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사용법에서 저자 샘 아크바는 작고 두께가 얇아 언제 어디서나 펼쳐볼 수 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읽을 것을 주문한다. 또 다른 일을 하는 도중에 잠시 숨돌릴 때에도 이 책을 펼쳐보기 좋게 소지하고 있을 것을 권유한다. 저자로서 자신이 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것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비교적 짧고, 크기마저 작은 책을 펴낸 이유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저자는 첫 번째 장에서 뇌의 작동 원리를 알려주며 독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잘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이어지는 여섯 개의 장(생각을 다루는 법, 감정을 다루는 법, 관점을 다루는 법, 현재에 집중하는 법, 중요한 가치를 좇아 사는 법, 행동하는 법)이 순서대로 나열돼 있다. 이들 여섯 개 장에서 저자는 심리적 유연성의 핵심이 되는 요소인 생각과 감정, 행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나머지 두 개의 장(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법, 자신을 이해하는 법)은 두 가지가 행복에 매우 중요하고 심오한 영향을 미치기에 추가했다고 썼다. 책의 주제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들을 회피하지 말고, 직접 해소 방법을 실천해 극복하는 방벙을 이 책에 적은 것이다.

 

 

저자 샘 아크바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전 세계 심리학자들에게 트라우마 다루는 법을 가르쳐 온 심리학자이다. 10년 이상의 경험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루며, 삶의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이 책에 담았다. 인간의 뇌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리에서 출발하여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부정적인 생각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법, 자신의 내면세계를 관찰하는 법,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법,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법,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보살피는 법까지 스트레스의 감옥에서 벗어나 좀더 유연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세심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압도당할 때 따라오는 가장 큰 문제는 고통스러운 감정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거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이 책은 스트레스와 마주하고도 그것에 잠식당하거나 갇히지 않고 여전히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나 목표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독자들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는 온화한 인솔자가 되어 준다. 저자는 이를 위해 다양한 명상 기법을 적용해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법을 제시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묘사와 설명으로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기분 좋게 펼쳐 볼 수 있도록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뇌는 외부의 공격이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도록 진화했다. 우리 뇌는 우리를 망하게 하거나 인생 계획을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반응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스트레스는 물속의 비치볼과 같아서, 억지로 물속에 머물게 하려면 상당히 지속적이고 강한 힘이 필요하다. 동시에 다른 행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다 손을 놓치면 바로 얼굴을 향해 튀어 오른다. 스트레스를 회피하고 밀어내는 데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면 결과적으로는 더 큰 고통이 돌아오거나 소극적이고 쪼그라든 삶이 기다릴 뿐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밀어내려는 것은 그동안 어디에서도 이것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거나 유연하게 다스리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면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생각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스트레스받는 내가 비정상적이거나 문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며, 살아가면서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다.

"원하지 않는 감정을 밀어내는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으므로 우리는 이를 지속하지만,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들은 삶의 질을 낮추고 중요한 삶의 가치로부터 우리를 점점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중략) 고통스러운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덮어버리거나 모든 감정을 통째로 없애버리거나 감정을 회피하는 것밖에는 없어 보인다."(p.65)

 


 

삶에는 기쁨과 고통이 모두 존재한다. 피할 수 없는 고통에서 비롯한 스트레스를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심리적 유연성을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피해 갈 순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더는 감정을 피해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 감정과 씨름하는 대신 내게 소중한 가치에 집중한다면 어떨까?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면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저자가 하는 질문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 경험한 내용에서 말하는 것으로 설득력을 키운다. 실제로 저자는 각 장(章)마다 용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 샘 아크바 역시 자신만의 스트레스 산을 오르고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하며, 그럴 때면 이 책에 소개한 도구와 기술들을 이용해 다시 기어 나온다고 한다. 이 기술들이 자신의 삶을 바꿨으며 소중한 이들의 삶도 바꿨다고 이야기한다. 삶에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스트레스의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려고 할 때 이 책은 독자들이 꽉 붙잡을 수 있는 든든한 밧줄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5장에서 저자는 '지금'이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미래 걱정하기와 과거 되새기기는 시간 여행을 하는 우리의 마음, 마음놓침 상태를 야기하는 자동 조종 모드와 공모하여 우리를 현재의 순간과 제대로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물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가 바로 모든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바꾸는 행동들은 바로 지금 현재에 일어나지, 과거나 미래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과 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순간순간 인지하여 노력한다면 긍정적인 순간이든 부정적인 순간이든 상관없이 모든 순간을 충분히 감상하고 줄길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6장에 다다르면 저자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가? 당신의 삶에 차고 넘치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가? 아니면 더 잘사는 방법을 알고 싶은가?라는 질문들이다. '삶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이 책은 스트레스 관리법을 다루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무엇을 좇아 살아야 하는가?’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무엇에 스트레스를 느끼는가는 결국 삶의 방향성이나 가치관과도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기술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심리적으로 좀더 유연해지고 풍부해짐을 느끼고,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생각과 감정을 이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책의 제목처럼 생각과 감정의 감옥에 갇혀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이 책에서 배운 기술들을 이용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실천을 반복함으로써 습관적으로 익힐 수 있다.

저자는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에필로그에서 진정으로 삶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면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 적어도 몇 가지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누군가는 그대로 할 것이고, 누군가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돌아와 시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저자는 잘 알고 있다. 이 기술들은 평생 다시 돌아와서 참고해도 되는 것들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더 자주 돌아올수록 더 자연스럽게 와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순간에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독자들을 가득 메우더라도 독자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용기를 준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나 감정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자 이 책을 쓴 이유다.

 


 

가치는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비밀 무기다. 당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주고 길을 안내하며, 좋은 날에는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좋지 않은 날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마디로 가치란 당신이 선택하는 삶의 방향이자 당신을 이끌어 주는 길잡이다. 당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면의 나침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가치는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 당신이 마음속 깊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반영한다.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한 적은 있는가?(p.126~127)

 

저자 : 샘 아크바(Sam Akbar)

 

고문이나 전쟁, 성폭력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임상 심리학자이다. 이라크 북부 난민수용소의 여성과 아이들, 런던 그렌펠 화재 생존자와 유가족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많은 이들을 치료했으며, 세계 곳곳의 심리학자들에게 트라우마 다루는 법을 가르치고 훈련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고전학 학위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은 10년 이상 임상 심리학자로 일하며 얻은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일상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생각과 감정을 잘 다루며, 궁극적으로는 삶의 역경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키워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하고 현실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다양한 명상 기법을 적용해 좀더 건강하고 유연하게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런던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역자 : 박지혜

 

홍콩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공간을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을 거쳐 혁신을 다루는 외국계 기업에서 행복을 찾으며 일하고 있다. 바른번역 소속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번역한 책으로는 《빌어먹을 감정 날려버리기》가 있다. 인생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는 순간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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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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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작가 이동건이 쓴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의 전작에서 벌어진 사건의 뒷 이야기를 다룬다. 제목만 비슷한 게 아니고, 주요 등장인물 역시 같다.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벽히 살인을 완수하는 박종혁이 전작에 이어 이 작품에 등장한다. 전작은 단순 범죄 소설처럼 시작했지만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박종혁 범인을 추적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종혁의 범행을 모두 알고 있지만 이를 빌미로 종혁을 쥐락펴락하며 그를 자신의 살인 병기로 이용하는 검사 이진수도 나온다. 박종혁은 이진수에게 벗어나고자 최창길이라는 인물을 만나고 급하게 거사를 도모하지만, 이 또한 모두 누군가가 파놓은 완벽한 함정이다.

전작 『~생기지 않는다』는 연쇄 살인범 박종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지만 이번 『~보이지 않는다』는 검사 이진수가 전개되는 스토리의 중심인물이다. 말하자면 후속작인 셈이다. 검사 이진수는 일 잘하고 치밀한 계획을 갖고 일을 추진한다. 책 속에 이루어지는 모든 이야기는 그의 계획을 넘어서는 게 없었으니 말이다. 또 같이 일을 한 사람들은 그의 대한 평가는 좋다. "(···) 내가 이진수 그놈을 밑에 두고 일 좀 시켜봤는데, 일은 잘해! 그것도 기똥차게. 근데 그걸로는 안 돼. 여기 일 잘하고 머리 좋은 사람이 한둘인가? 그쪽 사람들도 순순히 허리 굽힐 사람 하나 없고 저희 같은 사람이 위낙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 아니겠습니까?"(p.32) 그럼에도 작은 균열 하나가 결국은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는 말이 이 작품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과연 그 균열은 무엇일까?

 


 

“지금 엎질러진 물을 담을 방법이 있어요. 그러니까 도와주겠다는 이야기예요.” 이진수는 정치에 뜻이 있었나보다. 이번 『~보이지 않는다』에서는 정치검사로서의 이진수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다. 정치판에 들어서며 존재감을 높이려는 것인지, 사전 공작된 범행(살인 등)은 여전히 박종혁을 통해 시키며 그의 전 범법 행위에 대해 눈감아 준다. 이런 관계는 사실 일반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대부분 배신이 시작되면 공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검사 이진수도 몰락해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서 정치와 검찰, 재계 등의 연결고리에 속사정이 소설 속에서 많이 등장한다. 세태 풍자 소설처럼도 느껴진다. 다만 살인이나 정치 공작 등이 끼어들어 단순 세태 풍자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다.

배신 속에서 찾아온 또 다른 배신.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이 상투적인 표현에서 잘 적용되는 곳이 어디일까? 범죄와 정치권에서의 배신은 공멸의 신호탄이다. 주변에는 다른 이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며 자신의 눈과 입을 닫는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두고 슬퍼하는 척을 하며 뒤에서는 웃음 짓는 사람들뿐이다. 철저하게 계획된 죽음과 그것을 이용하려 기다리는 사람들. 이 소설의 스토리가 복잡해지고 확대되는 일은 검찰과 정치권에 맡긴 듯하다. 점점 더 큰 권력을 욕심내는 이진수를 주변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거대한 그림자는 이진수를 향하고 그 그림자는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 거 깔끔히 치우고 조용히 꺼져라. 다 포기하고 사라지라는 협박이다.” 몰아치는 권력에 대한 욕망과 뒤에서 피 냄새를 맡은 사람들, 돈과 거래. 이기적으로 연결된 얄팍한 관계, 선거와 음모.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더러운 판 위를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편 완전 범죄가 가능한 살인 병기 박종혁은 여전히 절대 그림자를 만드는 법이 없는 완벽한 킬러다. 하지만 이제 자신은 검사 이진수에게 약점 잡혀 아무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지내는 신세로 전락하자 결국 이진수를 배신하는 막다른 상황으로까지 몰린다. 수십 억원의 돈까지 걸려 있지만 박종혁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모든 게 이진수의 조종 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돌아올 것도 없다. 영원히 이진수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이진수를 죽이거나 감옥에 보내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에 종혁은 이진수의 비리를 목숨 내놓고 폭로한다. 설령 공멸의 수순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종혁은 이 단계에서 죽음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버린 함정. 빠져나오지 못한 나의 죽음 주위에는 온통 시체를 파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정치와 돈 그리고 각기 다른 내밀한 욕망을 위해 얽힌 관계들. 이 작품 『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전작에서 다룬 살인자 박종혁에서 확장되어 살인자 박종혁을 만들어낸 우리 사회와 그를 이용하는 또 다른 이들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저자 이동건은 박종혁이란 괴물을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성역, 정치와 범죄를 정면으로 독자들 앞에 꺼내놓는다.

이야기가 이쯤 되자 제목의 한 단어만 바꾼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본다는 것은 양심을 전제로 한 가치 판단을 전제하는 개념이다. 사회의 양극단에 위치한 두 남자, 박종혁과 이진수를 통해 저자는 단순히 스릴러와 미스터리만을 그리고 있진 않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지위나 부에 대한 선입견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 소설은 드디어 우리 사회가 경제 성장의 미명하에 애써 어두운 부분을 간과하고 또 외면하고 살아왔음을 아프게 꼬집는다. 정녕 우리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을 인식하지 못한 것일까? 우리 모두가 눈을 감고 있어 그 누구에게도 어둠이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를 날카롭게 묻는다. 그렇다면, 그들의 그림자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언제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전작과 '보이지' 않는 이번 작품은 공통점과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희미하게나마 잡아낼 수 있다. 저자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내기에는 독자가 그의 작품 성향을 알거나, 최소한 그의 개인적 성격이나 일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으리라.

전작에서 종혁이 첫 살인 때, 범행 동기가 없는 '미성년자'의 살인을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특출한 장치를 이용했고, 이후 연쇄 살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벽한 살인을 수행하는 종혁을 탄생시켜 소설 구성의 묘미를 더해주었다. 이번 후속작에서 종혁은 자신의 위험한 능력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가며 종혁을 사건에 투입시킬까 고민하던 저자는 '배신'과 '정치'의 키워드를 배치시키는 기민함을 보여준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사람은 '범죄자'를, 그것도 완전범죄의 흔적도 찾지 못할 정도의 연쇄 살인범에 그림자가 없는 부류의 사람들에게 종혁을 투입했다면,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로서는 범죄를 눈감아주는 검찰이나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암시마저 주지 않은가. 이 소설이 얼마나 구성에 힘을 기울였는지, 단어나 어휘 선택에 고심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가 전작에서 "그의 위험한 능력을 탐내는 이들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그는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져든다"고 표현했다. 종혁이 청부 살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폐해지는 모습과 동시에 그를 매수하여 살인을 청탁하는 사람들에게 독자의 시선이 쏠리도록 한 것이다. 이미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거머쥔 그들의 끝없는 탐욕과 위선, 배신과 살인을 저지를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 같지 않은가? 저자는 전작에서 종혁의 눈을 통해 그들의 추악함을 독자에게 낱낱이 고해바쳤다. 전작에서는 살인자 종혁을 쫓는 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그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 뿐이다. 과연 완전 범죄를 꿈꾸는 종혁은 끝까지 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종혁이 잡힌다 하더라도 종혁을 고용한 그들의 어두운 그림자는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살인 병기 종혁을 통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독자는 종혁의 첫 번째 살인을 제외하고는 '있을 수 있는 일'이란 점을 인정하지만 이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 왜 소년 종혁이 첫 번째 살인을 저질렀을까에 대한 답은 후편으로 미뤘다. 다음 네 개의 문장은 책 속에 실린 저자의 감정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어 여기에 적는다.

"역겹고 치사한 냄새를 풍긴다."

"오물과 살인의 냄새가 난다."

"배신과 공포의 냄새가 느껴진다."

 


 

이런 범죄와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곳이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저자의 작품에 대한 애정마저 느껴진다. 전작에서 "소년은 살인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고, 이번 후속작에서 역으로 죽음을 당하는 종혁의 인생에서 우리 독자들이 무엇을 느낄 것인가, 그리고 그 책임을 오롯이 범죄자 종혁 혼자의 것으로 끝날 일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가 이 책 속에 있다. 다음의 책 속 문장들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인이 누구이고, 그 피해자는 누구인가를 묻고 있다.

일을 더 키우지 말고 여기서 끝내자는 제안과 나를 조용히 풀어주겠다는 조건이었다.(p.125)

연락을 할 사람도 연락이 오는 사람도 없다. 그를 도와줄 사람은커녕 걱정하는 사람도 없다.(p.135)

다들 슬픔에 잠긴 표정이지만, 그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p.146)

 

저자 : 이동건

 

언제나 좋아하는 책을 쌓아두고 상상에 파묻혀 살았다. 학창시절 홀로 해외여행을 다니며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걸 좋아하는 2000년생 천상 이야기꾼.언제나 좋아하는 책을 쌓아두고 상상에 파묻혀 살았다. 학창시절 홀로 해외여행을 다니며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걸 좋아하는 2000년생 천상 이야기꾼. 출간 장편소설 『죽음의 꽃』,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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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 -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
윤슬 지음 / 담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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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한 번으로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최고가 아니기에 ‘나만의 것‘을 실천한 저자의 삶의 궤적을 좇아가면 노력하고, 사랑하며 사는 삶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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