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피는 꽃
홍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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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래로 피는 꽃』은 제목도 실제 책 표지도 시집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일기이다. 일기가 시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이 책은 문학 장르상 분명 시는 아니다. 저자 홍균이나 출판사 측에서도 모두 일기를 책으로 펴냈다고 말한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대략 1년가량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고 말하지 않고 하늘도 쳐다보지 않고 방 안에서만 지냈던 저자의 일기를 엮은 책이다. 독자가 시집처럼 본 것은 제목에 너무 치중한 탓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저자도 생경한 이름이다. 최근,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독자들을 위로하는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주로 에세이를 통해 서점가 베스트셀러 판매대에는 일년 내내 에세이가 빠진 적이 없을 정도다. 이 책 『아래로 피는 꽃』 역시 굳이 분류하자면 에세이에 해당된다. 알고나서 다시 본 제목이 에세이로서는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저자가 고통스러운 시간의 흔적을 솔직하게 고백하기 위해 출간됐다. 삶이 괴롭고 힘든 이들에게 이 책이 현실을 버티는 작은 위안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기를 공개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처음 접하는 작가라 출판사 소개글을 통해 전작이 있는 작가다. 전작은 『죽기 싫어, 떠난 세계여행』이다. 처음 해외 여행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이고 에세이다. 무려 169일간의 여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즐거운 여행'을 떠난 게 아니고, 삶에 지쳐 모든 것을 놓고 싶었을 때, 문득 눈에 들어온 ‘세계여행’을 도망치듯 무작정 떠났다고 돌아와 출판한 책에서 밝혔다. 제목에서도 이미 여행의 분위기가 드러난다.

 


 

그가 책에서 했다는 말은 놀랍게도 장기간의 여행을 다녀와서 얻은 교훈이 "세계여행을 하지 말자"였다고 하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까지 하다. 독자로서는 시간 되는 대로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나는 세계여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온갖 책들이 극찬하던 것처럼 세계여행이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 소중한 인연, 혹은 인생의 해답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세계여행을 하며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세계여행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도피한 세계여행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었다. 짧은 여행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꼭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면, 좀 더 건강한 마음으로 계획적으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세계여행이 생각만큼 멋진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만났던 20명 내외의 세계 여행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여행에 꿈과 희망, 그리고 환상을 품는다. 물론, 철저한 계획 하에 떠난 ‘건강한’ 세계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분명 값진 것일 터, 희망과 즐거움의 여행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떠난 ‘도피성’ 세계여행에서 얻는 것은 상처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에도 이 책은 적지 않은 판매 부수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는 독자도, 저자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론 저자는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기쁜 일도 있었다고 책에 썼다. 한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경험도 많이 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기 전,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응어리는 해소되기는커녕 더 단단히 맺힐 뿐이었다는 점에서 후회만 남는 세계여행이었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문제와 여행의 값진 경험은 별개임을 깨달았다고도 말한다. 여행이 ‘계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해결책’이 되어 주진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건 자신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니 여행보다 값진 것을 얻은 것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이번 책은 전작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용이 우울하다. '우울'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음울한 기운이 감돈다. 책의 일부가 아니다. 저자의 성격상 분위기가 이런 것은 아닐 텐데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곳곳에 분노도 엿보인다. 물론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 정도라면 문제될 것도 없고 오히려 일기라면 진솔함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생각의 신뢰감을 담보받을 수 있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삶의 고난이 사회적 문제임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오히려 책의 신뢰감을 깎아먹을 수 있는 일이다. 개인 삶의 스트레스를 쏟아내기 위함이라면 출판을 맡겠다고 선뜻 출판사에서 출간을 결정해줄 리가 없을 터, 어떤 점을 독자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지 조금은 답답하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일기에 적은 분량 적고 있지만 특별히 가족 관계의 문제는 별로 없어 보인다.

책에 따르면 해외 봉사활동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허리 때문에 통증이 심해 사회 생활을 더 하지 못한 채 집에 틀어 박히게 됐다. 「생계형 히기코모리의 방구석 일기」란 제목의 '서문'과 일기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방구석'에 들어앉은 게 자신의 의지 때문으로 판단된다. 허리 다칠 때 치료비를 내주지 않은 봉사활동 후원단체인 대기업의 무정한 횡포(?)랄까, 허리 아픈데 자신이 하던 막노동 같은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몸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본다면 사회의 책임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고 저자의 생각에 동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로서는 원인을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은, 끊임없는 부정적인 생각과 성격 탓인지 눌러담은 화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 역시 결국 자신을 상처낸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었다고 고백하지 않은가? 뒤늦게 깨닫고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되어 다행이지 싶다. 일기라서 날짜를 정확히 헤아리기도 좋다.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다. '히키코모리', '폐인'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결과는 저자가 사회로 나왔고, 새로운 결심으로 새 생활을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책은 꽤 괜찮은 경력, 준수한 외모, 그리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가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조건이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삶 역시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기만 보아서는 방구석에 틀어박힌 이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극한의 상황이 아닌데도 그 상황으로 몰고 가는 저자의 생각이 더 문제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말도 조심스럽긴 하다. 혹시 저자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삶의 의지를 더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응원의 메시지는 못 줄망정 개인 비난적인 댓글처럼 인식될까봐다. 그러나 저자의 깨달음으로 세상으로 나왔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도 저자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점에서는 한 치의 거짓이 없다는 것을 믿어주길 바란다. 글 내용처럼 그런 상태의 연속이라면 출판사가 책의 출판을 맡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돈이 되고 안 되고는 책 출판의 중요 사안이겠지만, 그 전에 먼저 독자들에게 어필되는 내용인지 아닌지도 출판사가 내려야 할 판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기를 통째로 출판한다는 것은 일기의 진정성과 저자의 삶의 의지가 결합된 점이 돋보였기에 출판사의 결정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은 책을 읽는 독자가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기도, 주기도 한다는 내용이기에 출판사의 결정에도 한몫 했을 거라는 게 독자의 기대다. 삶의 의지가 넘치는 자기 고백이야말로 어쩌면 화려한 미사여구의 책보다 훨씬 값어치가 크고, 설득력도 크다고 독자는 믿는다. 그것의 뼈대는 진실성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저자의 위로를 받아들이고, 한편으로는 저자를 위로하는 독자들로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특히 방구석으로 틀어박히던 내면으로만 향하는 자의식을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내놓은 일기장은 그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우울하고 구석으로만 향했던 자신을 통째로 세상 밖으로 내놓는 '공개 의식'과도 같다.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 것은 진정한 용기다. 그 용기는 전쟁에서 적을 죽이는, 삶의 경쟁에서 상대를 짓밟는 외형적인 용기와는 다르다.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며 세상과 함께하며 세상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도전장에 쓴 서명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힘든 난관이라도 헤쳐나갈 진정한 용기가 이 책에는 들어 있다. 세상 밖에서 난관을 겪는다고 생각되는 독자들에게 향하는 고백이자 외침이다. 그것이 자신을 이겨내는 진정한 용기다. 그것을 현자들은 '극기(克己)'라 했다. 남을 이기는 것은 힘센 자라고 칭찬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자는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려놓고 우러르는 이유다.

 

저자 : 홍균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 조기졸업. 스물 여섯까지 인생이 행복했다. 초등학교 6학년 800m 서울시 대표가 되고 중학교 3학년 처음 쓴 판타지 소설이 계약되어 다섯 권의 책을 출판한 작가가 되었다. 고등학교 땐 버디버디 얼짱이 되었고 원하는 대학에 가서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딱 거기까지였다 안전벨트도 착용할 시간 없이 인생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어어, 잠시만 외쳐보고 싶었지만 끝도 없는 바닥으로 인생이 거세게 부딪쳤다. 자, 이제 죽으면 끝이야. 어때, 이래도 죽지 않을래? 아쉽게도 용기가 없어 죽지 못했고 죽을 용기도 없는 사람이 이 글을 적고 있다.

www.instagram.com/hong_gun32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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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탐구 생활 -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하여
사월날씨 지음 / 왼쪽주머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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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경쟁의 시대에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의 확장은 스스로를 수치심과 내면 지향적 수치심의 세계로 몰아붙인다. 건전한-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생산적인-수치심이 아니라면 저자는 기꺼이 몰아낼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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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탐구 생활 -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하여
사월날씨 지음 / 왼쪽주머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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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수치심 탐구 생활』은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하여」란 부제를 갖고 있다. 저자에 〈에세이〉란 글의 분류까지가 제목에 포함되어 있다. 빨간색 표지에 「어딘가 맞지 않는 사람」란 제목의 '프롤로그'의 문장을 제목 글씨 못지 않은 크기의 활자를 전면에 검은색 글자를 가득 채웠다. 칵테일잔에 담긴 술, 인형인 듯한 금발여성도 표지에 조그맣게 사진이 들어가 있다. 남성은도 한 명 있는데 칵테일바 바텐의자에 앉은 모습의 그림도 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내가 다르고 부적절하고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여성성을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에세이라니 일상의 단상(斷想)인 듯하다.

저자 '사월날씨'는 필명인 듯싶다. 젠더 갈등과 여성의 수치심에 관한 생각을 더해 페미니즘적 관찰이 아닐까 예상하기 쉽다. 더욱이 저자는 책 속 '수치심'을 설명하는 글에서 "모임에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나는 먼저 입을 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그제야 그 의견에 덧붙이거나 변형해 내 의견을 내놓는다. 혹시 내가 영 딴소리를 하는 거면 어떡해.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화장을 안 해도 브래지어를 안 해도 괜찮은데 잠깐, 눈썹은 다듬었어야 하나? 친구가 나를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으로 보지 않고 그냥 지저분한 사람으로 여기면 어쩌지? 수치심은 일상 속에 포진되어 있다가 문득 교묘하게 일어나 자아를 갉아먹는다. 수치심을 가진 사람은 못난 사람이 되는 걸 견디지 못하며 우월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갖는다. 수치심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은 자괴와 고립과 평가의 땅이다. 타인의 눈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차가운 내면의 시선이다."고 말한다.

 


 

독자는 수치심을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맹자의 사단(四端)의 하나인 '수오지심(羞惡之心)' 정도로 뜻을 이해하고 지내왔다. 수오지심이란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배운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때 선생님의 가르침이 큰목소리로 따라 복창하라고 해서 유난히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가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는 것. 맹자는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고까지 수오지심을 강조했다고 한다. 맹자는 의(義)가 수오지심으로부터 비롯된다고도 가르쳤다고도 들었다.

이에 비해 저자 사월날씨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수치심은 일상적이고 친밀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수치심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고 과도하며 내면화된, 그리하여 성격처럼 고정되어 버린 수치심에 대해 이 책에서 탐구한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수치심은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깊은 불안이다. 자신이 세상과 타인과 묘하게 어긋나 있는 느낌이자 나라는 존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수치심은 어느 부분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그 완벽을 충족하지 못한 자신에게 불안과 자책을 안겨준다. 그렇기에 수치심의 탐구는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한 고찰이 된다. 맹자가 말한 수치심과 저자가 말한 수치심이 겉으로는 달라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며 독자의 책에 대한 그닥 탐탁지 않았던 독자의 생각이 완전 달라졌다.

 


 

독자로서는 저자와 저자의 책을 이번에 처음 접하지만 저자 사월날씨는 여성의 삶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드러내 온 에세이스트로 이미 널리 알려진 분이라고 한다. 심리학을 대학원까지 공부한 분이라고 한다. 전작 『결혼 고발』, 『서른에 얻은 말과 버린 말』로 이미 저명한 에세이를 썼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고통스럽게 들여다보며 쓴 책이다. 자신의 수치심이라는 특정한 심리적 상태를 탐구해 나가는 이 과정은 심리학과 문학의 경계에 서서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탁월히 활용하고 있다고 출판사 측의 소개글도 저자와 책을 잘 설명했다고 공감한다. 상처를 드러내고 살점을 베어낸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마침내 용기 내어 자신의 수치심을 들춰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할 때, 모르는 걸 필사적으로 숨길 때, 수치심은 바로 그럴 때 생겨난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한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과 함께 부족함을 드러내면 내쳐지고 말 거라는 불안이 수치심을 키운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뤄졌다. 1장에서는 자신을 구성하는 수치심의 기원을 탐구하고, 2장에서는 수치심이 어떻게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지 그 영향과 증상을 분석한다. 3장과 4장에서는 수치심을 증폭시킨 사회적 요인들을 고찰하고 5장에서는 마침내 수치심이 해소되거나 수치심과 공존하는 삶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은 내면의 강렬한 수치심을 기록한 연구서이자 수치심 탐구의 철학서이다. 저자의 수치심 탐구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수치심도 양지로 나와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보송보송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수치심 탐구는 적지 않은 기간 이뤄져왔지만 오직 한 길로 걸어왔던 탓에 탐구의 깊이가 놀랍다. 또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접근에서 시작했지만 심리학의 성격 탓인지 철학적 사유도 만만치 않음을 책 곳곳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왔기에 문장의 유려함이 탁월하다. 다만 학문적 탐구 영역이어서인지 문장이 가끔 너무 길게 늘어지는 일이 있어 독서에 약간의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일부 몇 문장일 뿐이어서 불가피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독자가 심리학은 입문도 한 적이 없고 여타 학문과도 거리를 둔 지 오래돼서 쉽게 이해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저자의 문장 수업은 한두 해가 아니었을 텐데 감히 독자로서 저자의 글을 논하거나 지적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각 문장의 구조가 더 짧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자에 대한 투정으로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그 점만 아니라면 잘 쓴 영문 에세이를 최고의 번역가가 해놓은 것처럼 유려한 문장들이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내심 부러움도 있었다는 점을 덧붙인다.

저자는 「마트료시카의 가장 깊숙한 곳」이란 제목의 '서문'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수치심의 실제에 접근하려 모색한다. 얼마 전 새로 얻은 사무실의 확정일자를 안 받았다는 사실을 집주인의 문자를 받고 깨달아 평소 '완벽'을 추구했던 자신의 이미지에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이는 사실 단순 실수나 순간적인 착각일 수 있는 일이지만 저자에게는 이 사실이 창피함과 민망함을 넘어선 강렬한 감정이 올라왔다. '화'였다고 단정한다. 자신을 향한 감정이겠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소식을 전해준 집주인에게 왠지 모르게 화가 났고 전입신고를 처리하는 동안 확정일자도 받지 않겠냐고 물어봐 주는 오지랖을 부리지 않은 주민센터의 이름 모를 직원에게까지 중구난방으로 화가 뻗친 감정을 고백한다.

 


 

물론 터무니없는 생각이란 자각이 곧바로 왔지만 감정은 계속해서 저자를 가두었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걸까' 독자의 생각에는 누군가 그 문제를 들춰내 자신을 몰아세운 것도 아닌데, 일반 사람이라면 '수치심'까지 들 정도의 사안은 아니어서 금세 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른바 완벽을 추구하는, 자신은 그래왔다는 '결벽적인 성격' 탓 아닐까 하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여기서 누가 지적하진 않았지만 이 감정이 왜 오래갔는지에 대해 성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책 『여성의 수치심』을 인용한다. 그 책은 분노를 수치심의 '감정적 대체물'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은근슬쩍 자신을 다른 모양으로 둔갑시켜 알아채기 어렵게 만드는 게 수치심의 고약한 성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껍질을 벗겨 보아야만 겨우 알아채기 마련이라, 수치심을 다루기 위한 여러 단계 중 '인식'이라는 첫 단추부터 끼우기 어렵게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수치심 때문에 갖게 되는 감정들은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다종 다양하게 나타나서, 저자의 경우 얼어버리거나 먼지처럼 작아지기도 하고, 우울의 늪에 빠지기도, 괜스레 상대를 미워하기도, 끝없는 자책이 따라붙기도 한다고 털어놓는다. 저자의 수치심은 때에 따라 교묘하게 옷을 바꿔 입고 부정적인 감정들의 핵심에 단단히 똬리를 틀고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건드려지면 불쑥 나타나 온몸의 혈관을 타고 재빠르게 흘러 저자를 지배하고 마비시킨 뒤 알아챌 틈도 없이 다시 저 깊고 어두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틀어박힌다. 표현이 조금 현학적이고 영문법적이지만 어딘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어느 날 문득 솟아오르거나 매일 오후 해질녘이 되면 불현듯 떠오르는 감각이 아니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설명은 하나의 목각 인형 안에 크기가 차례로 작아지는 인형이 끝없이 들어 있는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로 향한다.

 


 

저자는 모임을 앞두고 심란한 마음을 예로 든다. ‘모임이 취소되었으면 좋겠어’라고 적힌 커다란 마트료시카를 앞에 둔 상황이다. 마트료시카를 열어본다는 건 마음을 열어본다는 뜻이다. 그 안에는 한 사이즈 작은 인형이 들어 있어 ‘그 모임은 어딘가 불편해’라는 마음이 적혀 있다. 뭐가 불편한지, 왜 그런지, 계속 파고들다 보면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마트료시카, 더는 열리지 않는 핵심 마트료시카가 어둡고 깊숙한 곳에서 ‘나는 그들과 어울리지 못해. 나는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쓰여 있는 채 발견되는 일이 바로 수치심을 가진 사람의 내면이다. 겉마음과는 영 딴판인 것이다. 모임이 꺼려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싫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다. 하지만 일상의 더께에 파묻혀 둔감해진 상태로는 마트료시카를 열어볼 생각을 못한 채 그저 모임이 취소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실은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가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자신을 방어하고자 꺼려지는 마음이라는 옷을 입으니, 그들을 멀리하기 때문에 영영 친해질 수도, 받아들여질 수도 없는 아이러니가 연출된다.

비극의 시작이 수치심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괜한 자신의 게으름이나 무기력, 부족한 사교성이나 친화력, 혹은 나쁜 경우에는 상태를 탓하면서 점점 고립된 상태가 된다. 수치심이 저자를 데려가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자괴와 평가와 고립의 땅이라고 단언한다. 들킬까 봐 늘상 불안한 곳, 그곳에는 잘하는 걸로 자신을 증명해내려 하는 사람이 있다. 못난 사람이 되는 걸 견디지 못하며 우월감과 열등감을 둘 다 갖는 사람이 산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수치심을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나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인 사람이 가면을 쓰고 수동적으로 굴며 거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감정이나 욕구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가 편안하지 않으며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세상과 맺는 관계에서 겁먹어 있다. 이 모든 게 자신만의 문제이며 그러므로 혼자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수치심이 자아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곳에 저자가 산다고 밝힌다.

 


 

저자는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수치심의 모든 것을 이 책에 서술한다. 독자는 '수치심'에 대한 책도 읽어보지 못한 채 이 책으로 수치심을 모든 것을 알아버린 느낌이다. 그만큼 이 책은 일목요연하고 세밀하게 수치심의 모든 것을 밝혀내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수치심이 찾아내기 어려울 만큼 자아에 들러붙어 있는 건 자의식과 밀접하게 연관된 탓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자의식은 수치심의 토대가 된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를 의식하는 마음, 세상에 내가 어떻게 비칠지 끝없이 두리번거리는 마음이 비교와 평가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존재에 대한 수치심을 간직한다는 건 다소 오만하고 위태로운 일임을 저자는 경계한다. 남을 무시해야 내 자리를 만들 수 있는 혐오와 경쟁의 시대에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수치심을 안고 살아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가 『부끄러움』에 쓴 것처럼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부끄러운 부분을 쉽게 나누지 못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끈질지게 연구하고 사유하고 경험하며 물고 늘어진 '수치심'은 존재에 관한 지속되는 수치심, 과도한 수치심, 내면화된 수치심이다. 결코 일시적으로 생겨났다 사람지는 수치심, 상황에 따른 수치심, 혹은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만한 건전한-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생산적인-수치심은 아니다. 독자들의 독서목록에 이 책을 넣어둘 것을 권유한다.

 

우리는 뭐든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여자다운 여자가 되어야 하는 과제를 받아 든다. 여자다운 여자란 무엇이든 되려고 나서고, 돌진하고, 주관을 갖고 밀어붙이고, 탐험하고 깨지고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성나게 일어나는 사람은 아무래도 아니다.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그것은 제한이 아니라 너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포장한다. 무엇이든 해보라고 말하면서, 실패했을 때는 더 가혹한 비난을, 성공했을 때는 덜 화려한 상찬을 내린다. 앞길을 닦아줄 생각은 없이 그저 뒷짐을 진 채 진정으로 원한다면 어떤 방해물도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거라고 내게로 책임을 넘길 뿐이다. 모름지기 여자란 잘남을 현명하게 숨겨야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되기를 진실로 격려받을까? 너무 똑똑하고 잘나가는 여자는 악바리이거나 독한 것, 잘난 척하고 거만하고 재수 없다고, 남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고, 인생의 한쪽에만 치우쳐서 다른 것을 놓치고 있다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을까?(p.162)

 

저자 : 사월날씨

 

심리학자, 에세이 작가. 대학원에서 연구하던 중 자기애 성격의 특성인 수치심이 어떻게 진로 발달을 방해하는가에 대한 심리학 논문을 썼다. 여성의 일과 관계, 자아에 관해 탐구하고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 《결혼 고발》, 《서른에 얻은 말과 버린 말》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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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쩐 : 하 - 김원석 극본
김원석 지음 / 너와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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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잔인하고 지독한 돈의 승부에서 내가 늘 승자였던 이유는, 평정심"이라는 명대사를 쓴 드라마 〈법쩐〉의 작가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독자는 하권 서평을 작가를 조명한다. 시청자로서 드라마 〈법쩐〉의 대사나 스토리를 만들어낸 사람은 아무래도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쩐〉을 보면서 현 권력층을 비판하기 위한 작품 같다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기에 더 알고 싶은 이유도 있다. 그는 이미 전작 〈태양의 후예〉, 〈맨투맨〉의 작가이어서 이미 '믿고 보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오히려 이 작품 〈법쩐〉이 7년만에 내놓았기에 관심을 더 모았다고도 한다. 거기에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됐기에 '권력 비판' 차원의 작품이 아니냐는 후문이 날 정도로 정면 돌파한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독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는 7년의 공백기는 〈법쩐〉을 쓰기 위한 준비기간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면 현직 대통령이 정치에 뜻을 두거나 출마를 생각도 하기 전에 구상된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권력 구조를 상대로 하는 작품이 아니라서 목적이 권력 비판이 아니라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작가가 '자문자답' 형식의 인터뷰를 상권 마지막에 실은 이유도 설명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 인터뷰 중 몇 개만 간추려 적어본다.

* 태양의 후예, 맨투맨 이후 무려 7년만의 작품이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 특별한 건 없고, 대본을 쓰면서 지냈다. 처음엔 '특수부 사건'을 소재로 심플하게 정의로운 검사들 얘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잘 안 됐다. 취재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댈 수 있는 캐릭터들이 애매해졌고, 그래서 전 버전의 이야기를 뒤집어엎고, 돈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했다.

 


 

* 〈태양의 후예〉라는 소위 '흥행 대박' 작품 이후, 〈맨투맨〉을 하고 〈법쩐〉을 완성했다. 흥행 대박 이후,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 나는 흥행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흥행했던 드라마의 작가였던 것은 사실이다. 대박이 나는 경험은 즐겁고 신나는 기억이고, 고마운 경험이다. '태후' 이후에 '맨투맨'까지는 정신없이 달렸는데, 그다음 작품은 숙성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제 또 한 작품 끝났으니 더 깊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왜 〈법쩐〉인가?

-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는 우리 편의 이야기를 담은 통쾌한 복수극이라 소개한다. 처음 제목은 〈법X쩐〉*이었고, 영어 제목은 〈Payback, Money and Power〉... 겁법 권력을 중심으로 부정하고 불의한 돈과 권력의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이다. 돈과 권력, 둘은 사실 따로 있어 주면 참 좋겠으나, 늘 붙어 있어 문제를 일으키는데...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면, '어? 저 사람 나쁜 사람이네? 그럼 벌을 받아야지. 돈도 싹 몰수해야지! 이렇게 생각했던 사건들이... 한 며칠 지나 신문에 나는 거 보면, 뭔가 복잡한 법률 용어들로 설명하며 풀려났다. 무죄다. 라는 결론을 듣게 되는데... 그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때마다 되게 좀 이상하고 슬펐다. 복잡한 법률 용어들이 아닌, 아주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정의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요즘이 손목 자르는 시절은 아니니. 그냥 딱 죄지은 만큼은 벌 받게 하자. 그만큼도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대단한 판타지일지 모르겠으나.

* 여기서 X는 〈맨투맨〉을 〈맨X맨〉으로 관계성을 표현했던 것과 같게, 전작과 라임을 맞춘 곱셈기호다. 돈과 권력은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처럼 공생하는데, 누가 기생충이고 누가 숙주일까? 명 회장은 돈 쥔 놈이 쎈놈이다. 라고 단호했으나... 욕망은 뒤섞여 있으니 쉬이 나눌 수 없지 않을까? 다르나 같은 자웅동체.(저자 주)

 


 

* 〈법쩐〉은 주요 인물들의 전사도 큰 비중으로 등장하고, 등장 캐릭터도 많으며 이들 간의 관계도 꽤나 복잡하다. 캐릭터와 관련해 가장 고민했던 점은?

- 법쩐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유능하고, 나름 영리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똑같이 유능하고 영리해도 누군가는 우리 편이고, 누군가는 개같이 몰락하길 기원하는 악당이다. '우리 편'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도덕률이나 선악의 이분법은 아니다. 공공연히 법과 원칙으로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건 '우리 편'도 마찬가지. 쎈놈들을 상대로 한 복수를 위해선 때로 괴물이 되기도 하지만, 왜 우리는 누구는 우리 편이고, 누구는 악당이라 생각할까? 뭔가 막 엄청 대단한 이유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우리들이 갖고 있는 상식적인 사람의 마음. 사람의 마음. 고마운 일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알고, 미안함에 대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그래서 그 마음을 늘 품고 살아 약자는 도와주고 강자에겐 물러섬이 없이 맞서는. 우리 편. 드라마 보는 동안에라도 영리하고 믿음직한 우리 편을 만나 함께 응원하고 같이 싸우자. 그래서 결국 이겨 보자, 쫌. 요즘 같은 시절엔 손에서 레이저 나가는 것보다 더한 판타지일지 모르겠으나.

* 관련 소재들에 대한 연구나 조사는 어떻게 했나?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매우 현시적이지만, 또 한편으론 일종의 특권 의식이 느껴져 고민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그래서였을까. 높은 자리의 사람들보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일선의 공무원들에게서 늘 감동을 받았다. 공무원이 된 후엔 향우회나 동문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분이 있었다. 드라마에선 마지막 회, 퇴임을 앞둔 남 계장의 대사를 통해 남겼는데,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개혁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구치소 수감 중인 명 회장이 한밤중에 검찰청으로 나와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해 보이는데...?

- 전해 듣고, 기사에서 확인한 어떤 사건을 모델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이야기다. 현실은 때로 작가의 상상력을 초라하게 만들 만큼 지독한 경우들이 있다. 하여,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검찰 조직의 설정* 등은 모두 실제와 관련이 없는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 드리나. 어쩌면 현실과 매우 닮아 있을 수 있다.

" 극 중 드라마의 현재는 2014년이다. 처음 기획하여 취재하고, 드라마를 쓰면서 계속해서 검찰 조직의 편제가 바뀌었다. 그래서 그냥 2014년을 현재로 설정했다. 이런 드라마에서 현실 고증이란 늘 어려운 양날의 검처럼 느껴진다.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 윤 대표와 은용. 편견 없이 존엄한 사람으로 대해 주는 어른. 그리고 그 고마움을 잊지 않는 마음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멋지게 연기해준 두 배우 분들께 고맙다.

* 몽골 씬도 그렇고, 영화 같은 신선함이 많았다. 평소에 아이디어 스케치는 어떻게 하나?

- 대평원에서 말을 타 보고 싶어서 몽골 여행을 다녀왔었다. 몽골의 말은 생각보다 작고 배가 나왔지만, 3일째 달리기 시작하자 빠르고 힘이 좋았다. 게르 안의 왕파리들은 추울 땐 사라졌다가, 나로는 켜면 시끄럽게 날아다녔다. 특별한 취미가 없어, 틈날 때는 여행을 떠나길 좋아한다. 먼 곳으로 떠나는 긴 여행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남산 둘레길을 걷는 산책은 아이디어를 준다. 대본은 앉아서 써야 하지만.

* 은용과 박준경의 러브 라인이 살짝 기대되기도 했다. 그 부분은 일부러 배제했나?

- 남성형 명사로 표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모르겠으나, '형제애' 같은 관계를 보여 주고 싶었다. 좋아하는 영화인 〈영웅본색〉에서 송자호(적룡)과 소마(주윤발)의 관계 같은.(그런 맥락에서 장태춘은 송아걸(장국영)의 자리에 닿아 있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 중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주요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 금세 알 것이다. 그 주요 인물 중 4명의 간단한 소개를 덧붙인다.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를 개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 드라마의 제작 배경과 작가의 의도, 또 숨기려는 내용 등이 인물들에 의해 밝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선균 : 은용 역 (아역 : 이천무, 윤정일) - 돈 장사꾼

그는 항상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가능한 많이. 중앙아시아 대평원의 부동산 사용권을 매입 중인 그는 사모펀드 ‘체인지’의 실질적 오너이자 투자 총괄 책임자다. 낮에는 유목민들과 어울리며 말을 달리고, 밤에는 게르의 모니터 앞에서 ‘해가 지지 않는 세계 금융시장’의 자본들과 치열한 거래를 계속한다. 파트너 매니저인 한나를 펀드의 얼굴로 내세우고 자신은 거액을 투자하는 고객들 앞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차트에 가득한 붉은 숫자들과 우상향의 실적 그래프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은용은 10년의 세월동안 끊임없이 ‘돈으로 더 큰 돈을 버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고국에서 들려온 준경이 시작한 싸움의 소식에, 은용은 모든 걸 걸고 참전한다. 아직 덜 영글었으나 누구보다 물러섬 없는 싸움꾼 청년검사, 조카 태춘과 함께.

문채원 : 박준경 역 (아역 : 한동희) - 전직 검사, 법무관 육군 소령.

정의로운 검사가 되고 싶었다. 서울 법대, 사법고시, 연수원 수석까지..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루는 그녀의 삶은 차질 없어 보였다. 대형 로펌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검찰청 시보를 지원했다. 공익의 봉사자, 공무원인 검사로서의 삶이 스스로에게 가장 어울린다 생각했다. 하지만, 연수원 시보시절... 잘 나가는 선배 황기석에게 차출되어 특수부 수사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검찰 조직의 생리는 생각보다 훨씬 역겨웠다. 어머니는 기석의 음모에 휘말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군에 입대한 준경은 법무관이 되어 차가운 복수를 준비했다. 이제 시작하는 싸움은 어떤 희생이 있다 해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준경은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될 각오는 단단한가.

 


 

강유석 : 장태춘 역 (아역 : 서윤혁)- 형사부 말석검사, 은용의 조카.

출세하고 싶었다. 세상 누구도 무시 못 하는, 거악을 때려잡는 검사로. 기깔나게. 판사, 검사, 변호사 중에 출신학연과 상관없이 실력으로 뒤집을 수 있는 조직이 검찰이라고 들어서 검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막상 검사가 되어 3년째 형사부 말석검사로 빡세게 구르며 내린 결론은.. 검사는 실력? 노력? 노오오오오력? 아닌 것 같다. 명문대 학연으로 견고하게 이어진 검찰 내부의 ‘라인’에는 지잡대 출신 태춘이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늑대무리에 끼고 싶은 배고픈 아웃사이더 태춘에게 어느 날 익명의 제보서류가 도착한다. 겁 없이 달려든 태춘의 수사에 커넥션은 작동하기 시작했고.. 그토록 잡고 싶었던 ‘라인’은 그에게 달콤한 회유의 술잔을 건네 왔는데.. 고민하는 태춘 앞에 10년 만에 돌아온 외삼촌 은용이 자신의 손을 잡으라 말한다. 서울지검 7층 특수부. 그 곳에 오르기를 꿈꾸는 말석검사 장태춘, 커넥션의 술잔을 받을 것인가. 은용의 손을 잡고 맞서 싸울 것인가.

박훈 : 황기석 역 - 특수부 부장검사

외고-서울법대, 21살의 나이에 사법고시 소년급제, 연수원 차석, 법무관, 서울지검 초임발령..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특수통 라인의 핵심 브레인으로 성장했다. 초임검사 시절부터 수사가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특히 언론을 다루는 솜씨는 일품이다. 어떤 사건을 갖다줘도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능력이 탁월해 검찰 내에선 황쉐프로 불린다. 3년 전. 리드미컬한 실력을 발휘해 요리했던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으려한다. 예습 복습 철저히 했다는 모범생 준경은 격한 복수심으로 목숨 걸고 달려들었고, 지잡대 출신 주제에 큰 사건 한 방으로 뜨고싶은 말석검사 태춘은 겁도 없이 덤벼들었다. 그들의 ‘편’이라며 나타난 돈장사꾼 은용. 그 놈의 변칙 플레이가 상당히 까다롭다. 불의의 일격을 당해 대분노했으나, 이내 냉정을 되찾고 잔인한 반격을 준비한다. 적에게 보낼 존경따윈 없다. 지독한 싸움이라면, 더욱 질 수 없는 승부다.

 

연출 : 이원태

 

MBC 예능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기획), 도서 《조선 마술사(무블 02)》(저서), 도서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저서), 도서 《아편전쟁》(공동저서), 도서 《대장 김창수》(저서), 영화 《오싹한 연애》(제작), 영화 《파파》(기획), 영화 《가비》(스토리기획), 영화 《조선마술사》(원작자),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 각본 & 원작자 & 단역-은행장 역), 영화 《악인전》(감독 & 각본), 영화 《대외비》(감독) 등 연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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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쩐 : 상 - 김원석 극본
김원석 지음 / 너와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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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만 대본집이 풀어쓰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출판돼 인기를 모은 사례가 많다. 이 책 『법쩐』도 지난 1월 6일부터 2023년 2월 11일까지 방송된 SBS 금토 드라마 대본집이다.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장사꾼’과 ‘법률기술자’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시청률 10% 안팎을 매회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독자도 거의 매회 '본방'을 고수한 시청자 중의 한 명이다. 이 드라마는 검찰의 권력을 조명하며 잘못 행사할 경우 얼마나 큰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의 역할도 하기에 더욱 인기를 끈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대한민국 대통령이 검찰 출신인 데다 취임 후 각종 요직에 전·현직 검사들을 배치해 권력 남용의 경우 국민들이 또 다른 독재에 시달릴까 걱정하는 점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지켜보는 시청자의 마음을 졸이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특히 현 대통령 역시 특수부 출신이어서 검찰 특수부가 비리에 연루될 경우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에게 위기를 가져다 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곳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기에 충분할 정도로 세부적 묘사도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이 드라마가 단순히 '법'과 '돈'을 둘러싼 고위층의 비리를 주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유추 가능할 정도로 수위가 높은 탓에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란 평가도 받는다고 시청자는 알고 있다. 이는 작가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 저의가 있는 드라마라는 말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혹시 그런 의외의 평가가 있어서인지 책 뒷 부분에 작가 김원석이 방영 전후 「자문자답 형식의 인터뷰」를 따로 실었다.

 


 

이 대본집은 드라마 인기를 반영하듯 화려하고 심혈을 기울여 출판한 느낌이 독자들 눈으로 바로 전해온다. 배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인물 사진의 효과야 크다는 당연한 예상을 비켜서라도 잘 만들어진 대본집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상, 하 두 권 세트로 제작된 이 대본집은 드라마 장면을 중심으로 컬러 사진을 대폭 늘렸고, 등장 인물에 대한 소개부터 드라마 주제에 일관된 역할을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은다. 모두 12회가 방영된 이 대본집은 상권에 1~6화, 하권에 7~12화를 나눠 실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상권에 작가 인터뷰는 자문자답이라고 못 박음으로써 혹시 일어날지 모를 구설수를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말」, 「인물관계도」, 「작가 인터뷰」와 1화 「쩐쟁의 시작」, 2화 「법이 아닌 돈으로」, 3화 「너 이제 내 손 잡아」, 4화 「당신에게 정의란 무엇입니까」, 5화 「네 손으로 수갑 채워」, 6화 「쩐쟁의 위기」로 이어진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른 이 드라마는 '믿고 보는' 김원석 작가가 내놓은 7년 만의 신작이어서 방송가에서 큰 관심이 됐다고 말한다. 또 이원태 감독의 뛰어난 영상미와 이선균, 문채원, 강유석, 박훈, 김홍파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던 그야말로 주말 드라마로서의 '갖출 건 다 갖춘' 작품이다. 특히 『법쩐』은 다른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은용의 몽골 신을 비롯해 윤혜린의 죽음과 관련한 '떡밥 추리' 등 다채로운 이야깃거리가 풍성했을 뿐 아니라 지상파 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든 영상미라는 반응들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황금 피에 굶주린 아귀들로 가득한 자본의 정글에서 살아남은 돈 장사꾼, 은용. 그는 비루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존엄하게 대해 줬던 ‘좋은 사람’의 기억을 잊지 않았다. 바로 김미숙이 연기한 준경 엄마다. 독자도 물론 보았고, 김미숙의 아름다움과 고운 마음씨에 사회 인식도 곧아 매우 적절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문무를 겸비한 엘리트로 성장했으나 증오심에 불타는 법률 기술자, 박준경(문채원 역). 그녀는 법을 버리고 복수를 설계했지만, 괴물과 싸우다 괴물을 닮아가는 모습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폼 나는 계급 상승의 출세를 꿈꾸며 죽어라 노력 중인 싸움꾼 청년 검사, 장태춘. 그는 아직은 덜 영글어 욕망에 갈등하고 흔들리지만, 끝내 자신이 손에 쥔 ‘칼의 무거움’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들 모두 ‘우리 편’인 까닭은 욕망의 전장에서 ‘함께’ 싸움으로 서로를 통해 ‘최소한의’ 사람됨을 지켜가기 때문이다.

몽골 초원에서 유목민들과 어울리며 ‘하루 동안 말을 달린 거리만큼의 땅’을 사들이는 중인 헤지펀드 대표 은용은 조카 장태춘 검사가 한때 돈 장사의 스승이었던 명 회장의 주가 조작을 수사하는 것을 돕게 된다. ‘우리 편’ 준경이 싸움을 시작하자 한국으로 돌아온 은용은 윤 대표의 억울한 죽음의 배후에 명 회장과 그의 사위 황기석 검사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황기석 검사는 장인 명 회장을 수사하는 장태춘에게 세련된 방식으로 회유의 손길을 내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리한 복수전을 준비하던 은용은 명 회장이 있는 구치소로 넘겨져 죄수 살인죄 누명까지 쓰게 된다. 급기야 뇌물죄 조작 증거를 터뜨리려는 준경을 의식불명 상태로까지 만드는 명 회장과 기석. 준경의 소식을 듣자 분노를 폭력으로 폭발시킨 은용은 징벌방의 어둠 속에 갇히게 된다. 인물들의 치밀한 두뇌 플레이와 몸 바친 활약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드라마는 역시 다음 장면을 기대되게 해야 제맛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 책은 단순한 이분법으로 정면 돌파한다. '우리편'과 '나쁜놈편'의 갈등과 분쟁이 자연스럽고 필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밌는 드라마' 주요 요인인 구성의 묘미를 한껏 뽐낸 작품이 될 수 있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물론 독자가 드라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시청자 관점에서 보아서 작가와 연출자의 능력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다. 작가 김원석은 〈태양의 후예〉(2016), 〈맨투맨〉(2017)을 연속 집필해 '믿고 보는'이라는 드라마 집필의 대명사로 부각된 작가이다. 이번에 그 명성에 못지 않게 멋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고 방송가는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의 면면도 화려하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비롯해 영화 〈악인전〉, 〈대외비〉 등 최근 히트작만 해도 5~6개에 달하는 영화감독으로 '미다스의 손'이라 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흔히 대본집이나 시나리오, 희곡집은 그대로 출판되면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는 게 평설이었다. 한편으론 실제 연극이나 영화 제작에 참여하지 못한 일반 독자들은 대사와 지문만으로 쓰여 있는 출판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평설도 있어서 그동안 선뜻 출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희곡 작가였지만 그를 소설가로 알고 있는 독자들이 더 많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희곡으로 쓰인 것이지만 세계 많은 사람들이 소설로 옮겨 출판한 것도 소설과 다른 문체나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 책을 많이 판매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그간 많지 않는 두세 편의 희곡집과 시나리오 1편, 드라마 대본집 1편밖에 읽지 못한 독자가 주장하기에 조금 겸연쩍은 일이다.

 


 

독자는 사실 문채원 배우가 나온다고 예고 방영돼 보고 싶었다. 그의 전작 연기 중 독자가 관심 있게 봤던 공주의 역할에 잘 어울리는 연기력보다 외모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그녀의 팬이 되기에 독자로서는 충분했다. 이번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도 문채원의 역할 때문이라는 점도 있었다. 언제 봐도 가슴이 설레는 외모가 좋아서다. 방영 횟수가 거듭될수록 문채원의 역할은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팬심까지 변할 정도는 아니었다. 연기자는 이런 저런 역할을 모두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독자로서는 대사가 훌륭했다는 점이다. 매우 훌륭한 대사가 많아서 대중 사이에서 유행어가 될 법도 한데 별로 크게 유행한 대사는 없었던 점을 독자는 의아하게 생각한다. 마침 이 책에서는 훌륭한 대사가 많았다는 자평 차원에서 '명대사를' 상, 하 각 권에 나눠 방영 회차별로 수록했다.

1화 「쩐쟁의 시작」에서 나온 명대사 한 줄 "신의 마음은 바꿔 봐야죠. 돈으로.", "검사가 진짜 권력을 쥘 때는 수사를 할 때가 아니라 수사를 안 할 때예요. 그렇다고 옛날처럼 다 덮을 수는 없고 반만 하는 거죠."

 

저자 : 김원석

 

영화 〈닥터K〉(1999),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짝패〉(2006) 연출부.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 극본, 공동연출.

드라마 〈여왕의 교실〉(2013), 〈태양의 후예〉(2016), 〈맨투맨〉(2017) 극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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