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 처음 만나는 생체모방의 세계
패트릭 아리 지음, 김주희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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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는 '생체모방'의 세상을 보여준다. 생체모방이란 말 그대로 진화과정에서 독특한 생존 능력을 지닌 생물을 응용해 인간의 삶에 특별함을 주는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사전적 풀이로는 생체(Bio)와 모방(mimetics)의 합성어로, 생물의 행동이나 구조 혹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물질 등을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예술의 자연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선사시대 그려진 동굴 벽화가 자연 모방의 결과물이고, 이 모방 기술은 예술로 발전했다. 이렇듯 예로부터 인간은 자연을 모방하며 살아왔다. 자연 속에는 각종 과학 원리가 숨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물의 행동이나 구조 혹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물질 등을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왔는데, 이를 생체모방공학이라 한다. 새의 날개를 모방한 비행기, 엉겅퀴의 갈고리를 흉내낸 벨크로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현대에는 로봇, 전자, 기계 등의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분야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책에서 생체모방은 다윈의 진화론부터 시작한다. 현존 지구상 생물들은 진화를 거듭함으로써 살아 남았고, 그 생물들이 살아 남는 데는 인간이 모르는 은밀한 능력이 바탕에 있다. 인간은 그들의 기술을 모방함으로써 필요한 것들을 발명해 왔다. 예술의 시초가 되고 인류 삶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구상에 생물이 존재하고 이를 모방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진화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패트릭 아리는 이미 현실이 되었거나 곧 현실이 될 놀라운 발명품과 기술의 상당수가 ‘자연’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30가지 동물과 응용 사례를 통해 인간이 당면한 문제의 해법을 자연에서 찾는 학문인 ‘생체모방’ 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진행자로 전 세계에서 자연의 경이를 목격해 온 저자와 생체모방의 세계로 떠나면 그 여정에서 독자들은 놀라운 자연과 생물의 능력을 만나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모기부터 큰곰까지 인류의 삶에 기여한다고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모기마저?라는 독자들의 물음에 저자는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모기의 입이 무통 주삿바늘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고, 가시 범위가 180도에 이르는 바닷가재의 눈이 우주를 광범위하게 관찰하는 엑스선 망원경의 기술적 토대가 되었다"고 밝힌다.

순식간에 색과 질감 그리고 형태까지 바꾸는 문어의 변장술이 보안 및 감시 기술의 판도를 뒤집고, 턱을 푸는 동작만으로 몸무게의 400배에 달하는 힘을 얻어 몸길이의 10배만큼 뛰어오르는 덫개미(Trap-jaw Ant)를 닮은 소형 로봇팀이 재난 현장을 누비며 활약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도 말한다. 생체의 기술을 응용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는 인류의 삶에 유익함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30가지 생물을 응용한 각종 기술에 의한 발명품이 현재 우리 삶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지 30개 장(章)에 걸쳐 보여준다. 종이나 계의 구분 없이 특정한 환경에서 살아 남은 생물들이 각각 독특하고도 은밀한 기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비밀스러운 생존 비법을 알아낸 인류는 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말이다.

 

 

TV에서 장기간 계속되는 〈동물의 왕국〉, 〈신비한 세계 탐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극한의 환경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자주 접하지만 볼 때마다 경탄을 자아낸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스스로 문제 해결자가 되었기에 오랜 시간의 검증을 거쳐 오늘날까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어 살아남은 생명체들로 가득 찬 자연은 인간 사회에 혁신의 단초를 제공하는 보고라 할 만하다. 실제로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든 여러 발명품과 기술 들이 자연에서 비롯됐다. 자연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것이 ‘생체모방(Biomimicry)’의 핵심이다. 해당 용어를 창안한 재닌 M. 베니어스에 따르면 생체모방은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자연에서 찾은 전략을 모방하는 행위”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 이어령 선생과 최재천 교수가 일찍부터 생체모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최재천 교수가 정보와 재미를 모두 잡은 생체모방 입문서인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출간을 누구보다 반기며 진심 어린 추천사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제아무리 아인슈타인이라도 38억 년 동안 자연선택의 혹독한 담금질을 견뎌 낸 자연의 지혜를 능가할 수는 없다. 이 책에는 완보동물과 개미에서 낙타와 북극곰에 이르기까지 서른 종류의 동물이 작성한 진화의 답안지가 들어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하는가? 자연이 먼저 푼 해답부터 읽어 보라."

- 최재천(생태학자,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저자) 「추천평」 중에서)

 


 

생체모방은 모방의 대상이 되는 생명체와 모방의 결과가 적용되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과 파급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책에서 선별한 30가지 동물만 보더라도 척추동물인 어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부터 무척추동물인 해면동물과 절지동물, 연체동물까지 포괄한다. 이 동물들이 기여하고 있는 영역 또한 교통, 건축, 우주탐사, 의학 등으로 한계가 없다. 가장 유명한 생체모방 사례를 꼽자면 물총새와 신칸센을 들 수 있다. 초기 신칸센 모델이 일으키는 소음 문제에 봉착한 일본의 공학자 나카쓰 에이지는 쏜살같이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물총새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물총새 부리 모양을 본떠 앞머리가 두 배 넘게 길어진 신칸센은 공기저항을 30퍼센트나 적게 받아 더욱 빠르고, 변기 물 내리는 소리보다 더 조용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물총새가 우리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면, 딱따구리는 목숨도 구할 수 있다. 자동차 같은 탈것이 가속 또는 감속하는 순간 우리는 관성력(G-force)을 느끼게 되는데, 사람이 외부 물체와 부딪히는 경우 역시 급작스러운 감속의 순간으로 충격을 받게 된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드릴 때 경험하는 충격은 약 1,200G로, 사람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기절한다고 알려진 6G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딱따구리의 충격 흡수 능력은 두개골과 설골(목뿔뼈), 그리고 부리의 구조에서 나온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소속 윤상희, 박성민 연구원이 이에 착안해 설계한 새로운 충격 흡수 장비로 비행 기록 장치(블랙박스)를 보호하자, 실험 결과 최대 6만G의 충격을 견디는 것으로 나왔다. 충격에도 끄떡없는 딱따구리의 능력을 완벽히 모방하게 된다면, 각종 사고 가능성에 노출된 노동자와 운동선수는 물론 우주 잔해물이나 미세운석과의 충돌로부터 우주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닷속으로 시선을 돌려도 생물들의 놀라운 능력은 헤아릴 수 없다. 각 분야에서 탐험가와 연구자, 학자와 전문가 등이 협업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발명품이나 새로운 기술들은 인간의 삶에 적용됨으로써 그 가치를 더하고 수혜자는 인간은 그들과 함께할 동반자라는 보호 의식도 창출해낼 수 있어 생체모방 기술의 인류의 생존에도 유익하고 유리한 능력을 끌어올려 줄 것이다. 독자들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다 눈 깜짝할 사이 색과 질감까지 바꾸는 문어의 변장술을 본 적이 있는가? 문어의 질감 변화는 다리에 달린 돌기의 크기를 조절해 이뤄지며, 색을 바꾸는 방식은 좀 더 복잡하다고 저자는 밝힌다. 문어 피부 바로 아래에는 색을 바꾸는 세포인 수천 개의 색소포가 있는데, 색소포의 수축과 팽창에 따라 색소포 중심의 노랑, 빨강, 갈색의 색소로 채워진 주머니가 피부와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면서 색이 바뀐다. 휴스턴대학교와 일리노이대학교 연구팀은 주위 환경에 맞춰 색을 바꾸는 문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유연한 위장 피부를 개발했고, 이 피부는 열변색성 물질로 만들어져 온도에 반응한다. 시제품은 아직 구현할 수 있는 색이 제한적이며 면적은 수 제곱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문어의 변장술을 따라잡을지 모른다.

이 기술에는 기존의 보안 및 감시 체계를 단번에 뒤집을 “어마어마한 판돈”이 걸려 있다고 귀띔하기도 한다. 대형 프로젝트에 이용될 것을 암시한다. 생체모방의 매력은 누구나 품을 법한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세상을 바꾸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윙윙거리는 소리로 모기의 존재를 감지하고, 정작 모기가 피를 빨아 갈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다가, 뒤늦게 가려움을 느끼고 모기에 물린 걸 알게 된다.

 


 

모기가 피부를 찌를 때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무통 주삿바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일본 간사이대학교 소속 아오야기 세이지와 동료들이 모기 구기를 모방한 주삿바늘을 제작했다. 놀랍게도 무통 주삿바늘의 비밀은 매끈한 표면이 아닌 톱니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에 있었다. 이처럼 책에 등장하는 생체모방 사례를 읽다 보면 동물들이 지닌 비밀스러운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더는 전과 같을 수 없다. 이 책의 제목이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진행자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연의 경이를 목격하고 전달해 온 패트릭 아리가 생체모방의 세계에 첫발을 뗀 여러분의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31번째 생체모방 사례를 장식할 주인공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중의 한 명이 될지?

 

"이누이트족은 몇 세대에 걸쳐 이 같은 북극곰 털의 특성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의 털가죽으로 부츠와 옷을 만들었다. 지난 수년 동안 과학자들은 우주선 단열재로 북극곰의 털을 주목해 왔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 소속 연구팀은 북극곰의 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주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에어로젤(aerogel)을 개발했다."(p.64~65) - 「5장 북극곰과 고성능 단열재」 중에서

 


 

"연구팀은 해면이 충격을 받아도 버티는 비결은 골격을 대각선으로 감싸는 버팀목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또한 대각선 버팀목이 있으면, 골격을 추가하지 않아도 전체 내구성이 20퍼센트 넘게 향상한다고 밝혔다. 해면 골격은 자연이 격자 구조를 어떻게 진화시켰는지 보여 주는 완벽한 사례이며, 이와 관련한 지식은 고층 건물과 긴 다리의 효율적인 건설에, 그리고 가볍고 강한 구조물이 필요한 항공 우주공학 분야에 유용할 것이다."(p.276) - 「24장 해면과 고층 건물 설계」 중에서

 

저자 : 패트릭 아리(Patrick Aryee)

 

생물학자이자 자칭 스릴 추구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작동 방식에 늘 사로잡혀 지낸다. 2012년부터 BBC와 Sky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의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안락한 집에 머무는 시청자들을 지구 곳곳의 여정으로 초대해 영감과 놀라움을 안겨 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 패트릭 아리와 함께라면 하늘과 땅, 바다에서 활약하는 동물들의 무궁무궁진한 능력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역자 : 김주희

 

서강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고, SK이노베이션에서 근무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원소 이야기》 《이기적 유인원》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공학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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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해부학 대백과 - 내 몸이 아플 때 찾아보는 해부학 교수의 인체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켄 에슈웰 지음, 한소영 옮김 / 보누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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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인체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제대로 알면 예기치 못한 질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내 몸이 아플 때 찾아보는 해부학 교수의 인체 의학 도감‘이라는 부제와 함께 정교한 일러스트로 정리한 인체 계통과 각 부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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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해부학 대백과 - 내 몸이 아플 때 찾아보는 해부학 교수의 인체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켄 에슈웰 지음, 한소영 옮김 / 보누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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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날 때, 305개의 뼈를 가지고 있으나 커가면서 합쳐지면서 206개로 줄어 든다. 뇌는 우리 몸 무게의 2% 정도이지만, 소비하는 산소의 양은 20%이며, 피의 15% 정도를 사용한다고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배웠다. 우리 인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그러나 뇌의 기능이나 인체 부위별 기능을 보면 놀랄 만큼 정교하고 신비롭다. 특히 의학이 발전하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인체는 마치 우주의 축소판이라 해도 된 정도로 놀라움과 신비스러움이 가득 차 있다. 인체 혈관을 모두 합한 길이는 약 12만Km로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는 거리다. 현미경은 놀라움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인체의 구조를 육안으로 보는 것처럼 밝혀져 베일에 싸여 있던 신비도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책 『인체 해부학 대백과』는 부제 「내 몸이 아플 때 찾아보는 해부학 교수의 인체 의학 도감」에서 보여지듯 몸에 대한 구조와 기능을 이해함으로써 혹시 닥칠지 모르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텍스트로 사용될 수 있고, 치료에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치료하는 의사들이야 이미 배워 잘 알려진 사실이라도 일반 사람에게는 장기 등 신체 각 부위의 모습과 기능만 알아도 질병 치료에 많이 도움될 것이란 말은 의사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은 인체를 해부해 각각의 기능과 타 장기와의 연결 관계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의사도 아닌데 해부학을 알아야 할까?라는 생각은 일반 사람들이 갖는 생각이다. 발전된 의학은 질병에 대해 전혀 몰라도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질병에 따라 대부분 치료받을 수 있다. 머리가 좋은 사람도 의학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굳이 인체에 대해 거의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몸에 대한 지식이 옅은 편이다. 다른 동물이나 식물 등에 대해서는 알면서 말이다. 해부학은 언뜻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실 일반인에게도 굉장히 유용한 지식이라고 한다. 현대 의학의 출발점이자 기본이 바로 해부학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양 의학을 '수술'의 의학이라 하기도 한다.

해부학을 알고 있다는 말은 내 몸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해부학 지식은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해괴한 건강 상식에 매달려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을 방지하고,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우리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의 원리를 이해하면 평소에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고, 수리를 의뢰할 때도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는 이치와 비슷하다. 이 책의 출간 취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용한 해부학 지식을 누구라도 손쉽게 열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 켄 에슈웰 의학 박사는 "이 책은 누구나 쉽게 해부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한 안내서이며, 건강 정보에 관심이 많고 올바른 지식으로 건강을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도 매우 유익한 의학 교양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는 해부학 교수인 저자가 직접 선별하고 다듬은 해부학 지식이 가득하며, 수백 장에 달하는 정교한 일러스트가 놀라운 인체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건강이나 의학에 관심을 둔 일반인은 물론이고 호기심 많은 학생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는 설명과 의대 교과서 못지않게 수준 높고 생생한 해부도를 활용해 인체라는 복잡하고도 놀라운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을 가득 채운 해부 일러스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상세하며 정보성이 풍부하다. 일반적인 텍스트 위주의 책이라면 절대 전달할 수 없는 이미지와 개념을 담고 있으며, 독자들이 수많은 근육·뼈·장기·신경의 위치, 구조, 기능 등을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인체의 계통〉, 2부 〈인체의 각 부위〉이다. 각 부에는 우리가 흔히 기능별로 구분하는 신경계, 소화계, 순환계 등을 말하며, 각 부위는 외부에서 구별하는 방법의 외형상 구조이다. 1부는 근육, 내분비, 림프, 비뇨 등 11가지에 이르는 인체 계통을 차례대로 해설한다. 이어 2부에서는 머리, 목, 가슴 등 부위별로 인체의 구조와 원리를 살펴본다. 인체의 주요 계통을 설명하는 첫 단원에서 독자는 각 계통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계통들의 유기적 구조와 역할까지도 알아챌 수 있다.

책에서 순환계통을 다루는 부분을 살펴보면, 이 점이 더욱 명확히 이해된다. 순환계통은 간단히 말해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이 책은 순환계통의 중심인 심장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면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쳐 있는 순환계통의 구조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혈액은 여러 기관을 포함해 우리 몸 곳곳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거둬들인다. 결국 순환계통은 호흡계통 · 비뇨계통과 아울러 설명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각 계통의 유기적 구조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신체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독자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체는 여러 구성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물이다. 따라서 인체의 기능과 구조를 명확하게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인체의 유기적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올바르고 유용한 건강 상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대개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걱정한다. 통증이 있는 곳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이 겪는 두통은 어깨와 목의 근육이 뭉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어깨와 목에 분포한 근육이 주변 신경을 눌러서 생기는 증상이다. 이처럼 머리 통증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체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인체를 머리, 목, 가슴, 팔, 발 등 여러 부위로 나누어 하나씩 알아보기 때문에 독자가 복잡한 인체 구조를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런 책 구성은 계통별로 구분해 살펴본 인체 구조를 다른 관점으로 복기하며 더 자세히 이해하는 방식이다. 여러 장기와 뼈, 근육, 신경, 혈관 등이 어떻게 서로 얽혀 인체 부위를 구성하는지를 매우 세밀한 해부도를 활용해 친절하게 알려준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의과대학에서 수십 년간 해부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과 의과생을 위한 해부학 도서를 여러 권 출간했으며, 학술 논문을 100여 편 넘게 집필한 의학 전문가다. 현직 의대 교수가 정확하고 간결한 설명으로 전문 의학 지식을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체 구조를 알고 싶어 하는 일반인은 물론 의학에 관심을 둔 학생들에게도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아무리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건강을 염려하는 나이에 접어든다. 그 순간이 되면 몸에 좋은 음식이나 건강법을 찾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건강 상식에도 점점 관심을 두는데, 문제는 잘못되거나 어설픈 정보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서 조바심과 불안감을 조성할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마음이 약해지는 환자의 심리 속으로 교묘하게 파고든다. 인터넷이나 TV 방송에서 자극적인 정보만 앞세우는 쇼닥터도 문제지만, 일반인이 전문 의학 지식에 취약한 점도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겪는 일 중의 하나는 의사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자신이 그 병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경험을 많이 해봤을 것이다. 독자 역시 의사들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을 때 괜히 의사가 설명하는 부위나 통증의 부위를 만져보기도 한다. 이럴 때야말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제대로 된 건강 상식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다행히 의사들은 TV 등 매체에 출연할 때는 자가 진단이나 의심되는 경우 꼭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어 문제가 되진 않지만 민간 요법 등 잘못된 의학 지식은 과도한 걱정과 불안으로 확대되고 병의 증세를 악화시키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 치료나 건강법보다는 객관적인 효과를 인정받은 의학에 의지해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책 『인체 해부학 대백과』는 누구나 올바른 의학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핵심을 담은 설명과 상세한 해부도가 잘 정리된 이 책으로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두고, 건강 관리의 나침반으로 활용해 볼 것을 권유한다.

 


 

이 책의 판형은 웬만한 책 2권 크기이다. 인쇄 편집에서 어떻게 구분하는지 모르지만 225*300*20mm로 표기돼 있다.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이미지를 구성한 것도 사진으로 볼 수 없는 것을 그릴 수는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구조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구분하기에는 일러스트가 훨씬 깔끔하고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사진이라면 신비보다는 공포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이미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며 인체의 경이로움과 의사들의 치료 행위는 존경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저자 : 켄 에슈웰(Ken Ashwell)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 동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간 의료 현장에서 일했다. 사람을 만나고 치료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지만, 연구와 강의에 매진하려고 학교로 돌아갔다. 1984년, 강단에 선 이후 지금까지 모교인 뉴사우스웨일스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다. 뇌 발달 과정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지금껏 뇌 발달과 진화라는 주제를 연구 중이다. 학술 논문 110여 편을 발표했으며 집필 활동에도 열심이다. 지은 책으로 『한눈에 보는 스트레칭 해부학』 『한눈에 보는 근력운동 해부학』 『뇌 교과서』 『한 손에 들어오는 해부학과 생리학』 등이 있다.

 

역자 : 한소영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대학원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아동도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픽셀 전사의 일기 1: 전사』, 『세상 멋진 방귀 대장들의 지구 구출 대작전』, 『Disney Pixar 도리를 찾아서』, 『디즈니 겨울왕국 무비동화: 안나와 엘사의 신나는 하루』, 『뭘 먹고 싶니?(피노키오 그림책 7)』, 『디즈니 안나와 엘사의 신나는 하루』, 『룰라와 바다 몬스터』, 『노먼의 특별한 날개』, 『누가 스탠리를 삼켰을까』, 『틸리와 탱크』, 『비행기 타고 떠나는 여행』, 『아주아주 큰 우산』, 『책 먹는 쥐 시몽』 등이 있으며 e-book 번역으로는 디즈니 『겨울왕국』, 『소피아』, 『비행기』, 『카』, 『토이 스토리』등 100여 편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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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자 -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안재윤.김고운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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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한자 교육을 실시했던 것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정부에서도 공문서 등에는 한자를 병기했다. 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한자를 병기했다. 왜 어렵다는 한자를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야 했을까? 독자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한자와 한자 문화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 온 데다 한자로부터 완전히 한글로 전환시키기엔 아직 이르다. 우리말 우리글 정비도 완전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한자어의 뜻만 풀어쓴다고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말과 글의 문장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까지 글을 배우는 사람은 '양반'에 한했고, 글을 배운 일부 양민이나 중인계급조차도 어려운 한자는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고 한다. 이른바 '출세'는 양반에 한한 것이지 대물림되는 일반 신분으로 고위 관직에 오르기 위한 길은 원천 차단돼 있었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제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 대부분은 글을 쓰고 배우는 일은 양반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설령 한문을 깨친다 해도 사용할 데가 없으니 아예 문명에는 접근할 수도 없는 삶이었다.

우리 문자가 아닌데 굳이 한글을 쓰면서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교과과정에서 한자를 지우지 못한 것은 우리가 쓰는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글을 쉽게 배워 썼으면서도 해방 이후 국어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던 시절은 1970년대까지도 이어진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한자는 모두 알다시피 뜻글자이다. 이는 한자 한 자 한 자에 뜻이 함축돼 있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우리 한글은 '소리글자'다. 우리가 발성할 때 나는 소리 그대로 쓰고 읽는다는 의미다. 한글은 역사도 짧고 문명화된 물건의 명칭은 대부분 한자로 적혀 있다. 우리글로 적으려면 말을 새로 만들거나 최소 한자음을 알아야 한다. 한자로 쓴 것을 그대로 읽으면 되기에 양반 계급들은 썼다. 백성들은 눈뜬 봉사요 귀머거리가 된다. 백성들은 양반들이 발음하는 것을 따라 사용해도, 무슨 뜻인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다. 발음만 옆에서 보고 들을 뿐이다. 심부름이나 일을 시키면 해야 했기에 양반들이 쓰는 소리로 물건 이름을 익힌 것이다. 그것도 생활상 필요한 한자로 끝이다. 한자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한자에 대한 발음은 중국도 지역마다 다르다. 거기에 중국 한자는 발성하기 위해 사성이 있다. 우리말로 '동'이라는 발음의 한자를 찾으면 수십 개가 나온다. 우리말로 읽으면 '동'이지만 중국은 그 뜻이 전부 다르다.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사성이 있고 발음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사실은 우리가 불편한 게 아니고 자신들이 불편하다. 예를 들어 노래를 부르면 가사를 듣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성이 노래에서는 무시되기 때문이다. 사성이란 평·상·거·입의 4가지 음조를 말한다.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이다. 그래도 중요하고 공적인 일에는 문자(한자)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우리 쪽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진 않다.

한자를 우리식으로 발음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외교관계를 중국 조정과 하지만 국지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 같은 글자를 다르게 발음하는 한자. 우리나라는 일일이 중국 사투리도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발음은 우리식으로 그냥 놔두고 문자로만 정확한 의사 표시나, 의견 교환은 가능하다.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필요성이 있었다. '한자음 개선'의 필요성이다. 서문 시작을 보면 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같은 한자를 놓고도 우리의 발음이 중국의 발음과 다르다는 의미이다. 자국 내 사투리도 다르게 발음한다. 훈민정음 창제는 '국자 제정'이라는 당위성 이전에 두 가지의 필요성이 이미 대두돼 있었다. 우리 조선도 지역마다 발음이 다른 것이 수없이 많다. 이를 한자로 적기에는 오랜 고생을 해야 한다. 그나마 한자를 배운 양반들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하 백성들은? 사투리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마다 의사 소통이 안 된다면 민족의 통일, 국가의 완성에 결격 사유다. 지역 사투리를 한글로 쉽게 일정한 표기를 하기 위해서도 훈민정음이 필요했다. 특히 글자를 알면 짐승이나 노예처럼 부리던 피지배 계층인 일반 백성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는 양반들이 훈민정음 제정에 반대했던 이유이다. 그들은 '상국(중국)에 반역'이다, '황제의 분노를 살 것이다', '대등한 국가로 인식해서다' 등의 반대를 뚫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대로 왕권이 강하지 못했기에 나라의 모든 문서를 한글로 바꾸지는 못하고 말았다.

 


 

이런 이유만 빼면 한자는 우리 문화와도 밀접한 오랜 역사가 있기에 한자 자체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다. 한자를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한 뿐이다. 그런데도 한자가 왜 우리에게 필요할까? 당장 한글을 전용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획을 갖고 오랜동안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한글로만 써도 우리 일상 생활에서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글 사용 기간이 오래 걸린다. 어제까지 시장(市場)이라고 발음해 오던 물건 사고 파는 곳을 우리말로 '장마당'(북한 현재 사용말)으로 바꾸자 해서 바꾸기가 가능하겠는가? 수년 전 초등학교에서도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초등학생들의 한자 교육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지금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한글 전용과 한자 병기는 찬반 여론이 팽팽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한자어로 한글로만 써왔던 사람들은 한자를 새로 배워야 하는데 엄연한 우리말 놔두고 한자를 배우고 싶겠는가? 그것도 자기들도 중국도 한자는 어렵다고 수긍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어려운 한자는 문맥을 통해 해결가능하다며 한자 전용을 반대하고 있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다만 독자로서는 한글 전용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한자를 초등학교 교과에 다시 되살리자는 일은 조금 더 연구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독자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말하자면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훨씬 늘어난다. 한자는 한 자 한 자에 뜻이 있기에 한 자 한 자를 잘 조합하면 멋진 글이 되기도 하고, 어렵고 미묘한 뉘앙스 표현도 훨씬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한자 교육이 폐지됐지만 개인적으로 논어 공부를 하면서 한자를 공부했다. 꾸준히 한 권을 붙잡고 해서인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한자의 절반(1,000자) 정도는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아침 한자』는 인과(因果), 분배(分配), 집착(執着)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활한자에서부터 옥불은하(玉不隱瑕), 화광동진(化光同塵),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등 동양 고전에 나오는 주옥같은 옛글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한문의 바다를 종횡무진 횡단하며 한자에 담긴 삶의 이치를 현 세태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한자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없이 자의적으로 풀어놓는 기존 사자성어나 동양고전 풀이 책들과는 달리 한자의 음과 훈, 부수 등에 담긴 깊은 뜻을 낱낱이 살피고 해당 글자의 역사적 유래까지 짚어낸다. 아울러 한자 공부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어휘와 문해력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이 지닌 또 다른 미덕이다. 이는 한자를 외우면서 배운다는 통설에 반하여 제자 원리와 발전 과정을 전부 알 수 있어야 고전까지 쉽게 풀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저자에 따르면 옛글을 탐구하는 것은 구름 깊은 산속에서 약을 캐는 것과 같다. 무엇이 약이고 무엇이 독인지 알지 못하고 함부로 캐 먹으면 예상치 않은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무엇이 약인지 알았더라도 어디에 가야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노력이 제값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디에 있는지 알았더라도 때를 살펴 가지 않으면 좋은 상태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아예 찾지 못 할 수도 있다. 우리 옛글은 한자와 한문으로 되어 있다. 우리 옛글을 탐하는 이들에게 한자와 한문은 적잖은 걸림돌이다. 전문 역자들이 작업한 잘 번역된 글이 있지만, 그 온 모습을 살피려면 역시 기본적인 한자와 한문을 익히는 게 좋다.

 


 

한자도 언어고 외국어다. 익혀 알려면 매일 습관적으로 써서 익혀야 한다. 쓸수록 늘어나고 하루라도 멈추면 잊힌다. 이 책은 한자를 배우거나 알던 사람은 물론 한자를 배우지 못한 세대의 학생들도 쉽게 한자를 배우고 좋은 뜻을 되새겨 읽힐 수 있도록 한자의 제자 원리부터 고급 문장까지 조금씩 조금씩 접근해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외국어 학습의 기본이다. 옛날에는 배우기 전에 외우라고 했다. 이 말 뜻에는 외우라는 것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 한자 자체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어만 안다고 문장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단어를 모르고서는 문장을 말할 수 없다.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외우고 매일 써야 한다. 이 책은 한자에 흥미를 갖기 위하도록 구성됐다.

① 탐욕을 이기는 법이 담긴 아침 한자

②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게 하는 아침 한자

③ 끝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마음을 곧추세우는 아침 한자

 


 

이 책은 적당량의 한자로 하루씩 하루씩 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초보자도, 어느 정도 한자를 배운 사람도 이용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이 책의 독창성은 독자들에게 한자를 빨리 익히고 제대로 이해하도록 구성한 데서 돋보인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최대 50일이면 이 책을 끝낼 수 있다. 물론 독자들의 적극성이 더해져야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기본적인 한자를 소개하고, 소개했던 기본한자를 이용해 스토리를 끌어낸다. 가장 중요한 학습 반복하면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이야기다. 이 책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아침 한자』는 이런 이유로 세상에 나왔다. 우리말 번역만으로는 좀 심심하다 싶었던 여백을 한자와 한문을 풀어 익히면서 채워가도록 했다. 한자를 풀어 이해하는 것은 약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무엇이 약이 되는지, 어디에 가면, 언제 가면 좋은 놈을 만날 수 있는지 한자가 안내해 줄 것이다. 또한 한자 어휘 하나하나를 발견하다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며,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 안재윤(安載允)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와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그리고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에서 공부했다. 출판기획과 편집을 주업으로 하면서 간간이 뜬금없는 책을 쓴다. 주제넘게 동서 고전 해설서 두 권을 내더니, 내친김에 한자 상식과 시사 상식까지 썼다. 요즘은 정이·주희의 해설과 후대 학자들의 주석을 모은 『주역전의대전』과 들뢰즈의 초기 저서 『차이와 반복』을 친구들과 함께 자세히 읽고 있다. 모순이 삶의 본질임을 뒤늦게 깨닫고 강호로 돌아갈 생각을 버렸다. 속세를 누비며 유유자적 투명 인간처럼 사는 게 소원이다.

 

저자 : 김고은

옛것을 야무지게 좋아하여 일찍이 나름 사서四書를 비롯한 고서를 섭렵하더니 시체時體 공부에는 흥미가 가지 않았다. 이른 나이에 무사독학無師獨學으로 한자와 한문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동양 상고사와 한의학, 동양철학, 문자학을 들고 파더니 어느덧 강호의 고수가 되어 있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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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하루 일본문학 컬렉션 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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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일본의 저명한 문인들의 작품을 한 번 이상 접해봤을 것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특히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치·외교적 관계가 있어서 당시 작가들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거기에 일본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를 2명(일본 국적)을 배출했고, 일본인이면서 외국 국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도 있다. 이래저래 많은 작품이 번역돼 우리에게 소개됐다. 일본도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가 시작돼 놀라울 속도로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소외 계층과 억압받는 피지배 계층이 많이 발생했으며 작가들의 시선은 그들에게 많이 끌렸을 것은 자명하다. 이즈음 일본 문인들은 소외 계층의 현실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고 한다. 현실을 가감없이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일본 리얼리즘 문학의 전성기를 이끌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이 책 『눈부신 하루』는 노벨상 수상자는 아니지만 일본의 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일본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6명이나 들어 있다. 이들이 쓴 수필을 모아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봄으로써 각 작가의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가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을 이해하려면 당연히 그 작품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작품을 모두 읽었다고 작품 이해가 끝나지는 않는다. 그들의 삶까지 읽어야만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또 새로운 평가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들은 모두 일본의 메이지유신 이후 태어난 문인들이기에 지금 생존 작가는 없다. 「작가의 말」을 따로 쓸 수 없었으니 독자들의 작품 이해에 출판사 소개글과 「역자 후기」를 참조했음을 미리 밝힌다.

 


 

수필은 작가의 내면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많은 독자에게 사랑 받는 장르이다. 꾸밈없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쓴 글을 통해 작가의 진지하고 근엄한 얼굴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적인 소탈한 모습,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수필이란 말 대신 '에세이'라고 주로 사용한다. 사실 엄격하게 분류하자면 일상에서의 단상을 보통 미셀러니, 의견이나 사상 등을 글로 옮겨 펴냈을 때는 에세이로 서양에서는 분류했다. 에세이든 미셀러니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쓰는 것임은 공통적이다. 이 책 『눈부신 하루』에서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역자에 따르면 일본문학에는 ‘사소설’이라는 전통이 있는데 이것은 작가 개인의 경험을 소설 속에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 자연주의의 영향을 받은 이러한 소설을 일본의 근대문학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데, 작가의 경험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수필은 소설과 맞닿아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에도가와 란포의 「동생의 일기장」이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 같고, 다자이 오사무의 「훌륭하다는 것에 대해」가 솔직함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글인 것처럼, 수필과 소설의 문학적 장르가 달라도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러한 흥미로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수필들은 작가적 역량을 편견 없이 드러내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 많다. 그들의 글에는 삶이 녹아들어 있고, 그들의 삶은 문학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말에 이 책처럼 공감이 가는 경우는 독자의 경우 드물었다. 같은 동양인이어서인지 삶에 대한 인생관도 거의 비슷해 더 공감이 가기도 한다.

 


 

이 책에는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6명의 문인이 쓴 글 35편이 수록돼 있다. 편의상 분류를 위해 5개 장(章)으로 나뉘었다. 한 작가가 각 1장을 차지한 게 아니라 테마별로 각 작가가 쓴 글을 묶은 것이다. 1장 「나에게 문학이란」, 2장 「소소한 일상의 행복」, 3장 「옛 추억을 떠올리며」, 4장 「인생의 여행길에서」, 5장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다. 각 장에는 6명의 작가가 한두 편에 등장한다. 이를 테면 1장에서는 〈나의 창작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썼다. 이어 다자이 오사무의 〈의무 수행〉, 나쓰메 소세키의 〈나의 첫 소설〉과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만났을 때〉가 이어지고, 〈문장과 말〉이란 제목의 글로 아쿠타카와 류노스케가 썼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6명의 작가 중 다니자키 준이치로, 하기와라 사쿠타로, 가타야마 히로코는 처음 접한다. 그들의 이름은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작품을 한 번도 읽은 기억이 없어서다. 이들 3명은 처음 접하지만 여기에 수록된 글을 읽어보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은 주로 작가들의 문학관, 일상의 소소한 행복, 옛 추억,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성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세계관) 등이 잘 나타나 있다. '눈부신 하루'라는 제목은 출판사 측이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수록된 글의 성격으로 미루어 삶의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문학에 열정을 다했기에 그들의 삶은 어쩌면 매일매일이 '눈부신 하루'였다는 찬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하루, 결코 오지 않는 하루, 온전히 행복한 하루를 메타포로 활용해 그들은 못 느꼈지만 후배와 후손들이 보기에 그들의 삶이 온전히 행복한 삶이고, 이로써 눈부신 하루가 맞다고 생각한 건지는 제목을 정한 분만이 알 것이다.

 


 

이 책에는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6명의 문인이 쓴 글 35편이 수록돼 있다. 편의상 분류를 위해 5개 장(章)으로 나뉘었다. 한 작가가 각 1장을 차지한 게 아니라 테마별로 각 작가가 쓴 글을 묶은 것이다. 1장 「나에게 문학이란」, 2장 「소소한 일상의 행복」, 3장 「옛 추억을 떠올리며」, 4장 「인생의 여행길에서」, 5장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다. 각 장에는 6명의 작가가 한두 편에 등장한다. 이를 테면 1장에서는 〈나의 창작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썼다. 이어 다자이 오사무의 〈의무 수행〉, 나쓰메 소세키의 〈나의 첫 소설〉과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만났을 때〉가 이어지고, 〈문장과 말〉이란 제목의 글로 아쿠타카와 류노스케가 썼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6명의 작가 중 다니자키 준이치로, 하기와라 사쿠타로, 가타야마 히로코는 처음 접한다. 그들의 이름은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작품을 한 번도 읽은 기억이 없어서다. 이들 3명은 처음 접하지만 여기에 수록된 글을 읽어보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은 주로 작가들의 문학관, 일상의 소소한 행복, 옛 추억,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성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세계관) 등이 잘 나타나 있다. '눈부신 하루'라는 제목은 출판사 측이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수록된 글의 성격으로 미루어 삶의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문학에 열정을 다했기에 그들의 삶은 어쩌면 매일매일이 '눈부신 하루'였다는 찬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하루, 결코 오지 않는 하루, 온전히 행복한 하루를 메타포로 활용해 그들은 못 느꼈지만 후배와 후손들이 보기에 그들의 삶이 온전히 행복한 삶이고, 이로써 눈부신 하루가 맞다고 생각한 건지는 제목을 정한 분만이 알 것이다.

 


 

작가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직업이다. '예술'의 영역은 '창조'를 바탕으로 하는 일체의 것들을 말한다. 글로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다. 작가가 창조한 것은 우리의 삶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어려운 것이고 고통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된다. 소설의 경우 인물 배경 사건 등이 '허구'임을 전제로 한다. 즉 역사처럼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해 글로 적는 것은 '기록'이지 '창작'은 아닌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고통은 어느 작가에게나 적용되는 인과율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작가에게 주어진 의무가 특권이기도 하다. 위대한 정치가나 군인, 기업인들이 하지 못한 일을 작가가 해내는 경우에는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상징적 격언이 대신 답해주듯이.

다자이 오사무는 〈의무 수행〉의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한다. "의무를 수행한다는 건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왜 사는가. 왜 글을 쓰는가. 지금 나는 "그건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겁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돈 때문에 글을 쓰는 것 같진 않다. 쾌락을 위해 사는 것 같지도 않다. 얼마 전에도 혼자 들길을 거닐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은 의무 수행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나에겐 다섯 장 정도의 수필을 쓰는 것도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열흘 전부터 무슨 내용을 쓰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왜 거절하지 않은 걸까.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2월 29일까지 대여섯 장의 글을 써달라는 편지였다. 나는 이 잡지 〈문학자〉의 동인이 아니다. 앞으로도 동인이 될 생각이 없다. 동인의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 잡지에 글을 꼭 써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쓰겠다고 회신했다. 원고료가 욕심나서 그랬던 것 같진 않다. 동인 선배들에게 아부할 마음도 없었다. 글을 쓸 수 있는 상태일 때 부탁을 받으면 그땐 반드시 써야 한다는 나 자신의 규범 때문에 "쓰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들어줄 수 있는 상태일 때 부탁을 받으면 들어줘야 한다는 규범과 같다."

 

 

독자는 빅토르 위고와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한다. 독자 개인 취향에 가장 알맞은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레미제라블』과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고부터다. 스케일과 원고장수에 압도당했던 것만은 아니다. 시대상을 잘 담아 그 시대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부조리와 인간 심리를 가장 잘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독자는 늘 말한다. 책을 읽은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또 작가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에도 똑 같은 답을 한다. 그들처럼 잘 쓰는 다른 작가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독자가 모르는 문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었을 때 가장 큰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잠도 자지 못할 정도의 감동이 시쳇말로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독자가 두 작품을 읽은 시기는 조금 다르다. 『레미제라블』은 고등학교 다닐 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는 대학 다닐 때였다. 그래서 감동의 크기를 비교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서였는지도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 『눈부신 하루』에 게재된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만났을 때〉의 작가 하기와라 사쿠타로도 독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보다.

"내가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읽은 것은 스물 일고여덟 살 무렵이었다. 그전에 주로 읽은 서양 문학은 에드거 앨런 포하고 니체였다. 그 밖에 톨스토이 등도 조금 읽었지만, 내 취향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대충 읽었다. 오랫동안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문학적인 체질을 구성할 만큼 내 몸에 스며들듯이 읽은 책은 에드거 앨런 포하고 니체 그리고 도스토옙스키 세 명뿐이다. 나는 에드거 앨런 포를 통해 '시'를 배웠고, 니체로부터는 '철학'을 그리고 도스토옙스키로부터 '심리학'을 배웠다. 내가 도스토옙스키를 읽었을 때는 마침 시라카바 학파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도주의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때였다. 그 시라카바 학파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문학의 신처럼 숭배하고 있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이름을 처음 듣고 그 작품을 읽게 된 계기도 실은 시라카바 학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읽고 나서 나는 시라카바 학파의 문학론을 경멸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도 씨의 소설과 톨스토이의 작품이 기질적으로 완전히 대척점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쪽을 즐기는 자드은 다른 한쪽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른 쪽을 사랑하는 자들은 반대쪽을 원하지 않을 정도로 본질적으로 분명하게 다른 우주의 양극이었다."

 


 

4장 「인생의 여행길에서」에서 만난 시마자키 도손의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은 감동뿐 아니라 세상 보는 눈에 새삼 영감을 준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3명의 초대하지 않은 손님과 1명의 마지막 손님을 만난다.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묘사가 소설 못지않고, 잘 짜여진 글로서 구성력이 셰익스피어 희곡을 넘어설 정도다. 이 글에서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 네 명이 들어와 저자를 괴롭힌다. 첫 손님은 '겨울'이다. 저자가 일본 도쿄에서 칩거하고 있을 때 찾아온 첫 손님인 겨울은 저자가 기다리던 손님은 추하게 주름진 노파였다고 한다. 이보다 더 거칠고 졸린 듯한 얼굴로 떨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모습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겨울 손님은 손을 들어 가리킨다. 주위의 늦겨울에 피는 매화, 동백꽃 등이다. 겨울날 햇빛을 받아 빛이 나는 푸른 잎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반짝였고, 빽빽한 잎들 사이로 커다란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두 번째 손님은 '가난'이다. 어릴 때부터 친숙한 방문객으로 소개된다. 다시 허물없이 저자 곁으로 왔다. 솔직히 말해서 뻔질나게 찾아오는 이 얼굴을 볼 때마다 저자는 '겨울'보다 더 추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이전에 겨울에게 했던 것처럼 이 손님에게 다시 물었다.(퉁명스러움이 느껴진다 : 독자 주) "자네가 가난인가?" "그럼 나를 누구라고 생각했나?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몰랐단 말인가?"라고 '가난'이 대답했다. "신기한 일이야. 지금까지 난 자네가 웃는 걸 본 적이 없다네. 그렇게 웃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웃지 않는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자네에게 익숙해져 있어서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네." "내가 익숙해지면 안 되지, 나를 좀 더 존경해 줬으면 좋겠네. 난 일종의 마법사라고. 이래봬도 소위 '부(富)' 따위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네."

세번 째 손님은 '늙음'이다.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가난'보다 더 추하게 여겼던 것이라고 밝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늙음'마저 저자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자는 또다시 '가난'에게 했던 것처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가 늙음인가?" 저자의 독백이 이어진다. "내 곁에 다가온 그 얼굴을 자세히 보니 지금까지 내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건 진정한 의미의 '늙음'이 아니라 '위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곁에 다가온 건 더 빛나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 또 누군가 찾아온 것 같다. 저자 집 앞에서 서성대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그것이 '죽음'이란 걸 알고 있다.

 


 

저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 芥川 龍之介)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892년 도쿄의 서민 지역인 시타마치에서 태어났다. 외가에 양자로 들어가 두 이모가 그를 양육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도쿄제일고등학교를 거쳐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해 차석으로 졸업했다. 기쿠치 칸, 구메 마사오 등과 재학생 시절 동인지 『신사조』를 발간해 『라쇼몬』 『코』 등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나츠메 소세키로부터 단편 『코』가 절찬을 받으며 일약 다이쇼 시대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전공인 영문학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러시아문학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아 간결하면서도 평이하고 명쾌한 필치가 특징이지만 한문에도 조예가 깊었다. 왕조물’, ‘기독교물’, ‘에도물’, ‘개화기물’, ‘현대물’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나생문(羅生門)』, 『마죽(芋粥)』 등 150편 정도의 단편 소설을 남겼다. 초기에는 일본 고대 설화 문학에서 소재를 취해 보편적이면서 현대적인 인간 에고이즘의 내면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썼고, 이후 예술지상주의적인 경향의 작품들, 에도 시대 그리스도교 박해를 다룬 기리시탄 작품들, 일본의 근대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 등을 쓰다가 말년에는 자살을 염두에 둔 듯 자신의 삶을 무자비하게 조롱하고 야유하는 자전적인 작품들이 많다.

 

저자 : 다자이 오사무(だざい おさむ, 太宰 治, 츠시마 슈지 津島修治)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二]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저자 : 나쓰메 소세키(なつめ そうせき, 夏目 漱石, 나츠메 긴노스케 夏目 金之助)

소설가이자 평론가, 영문학자.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 작가로, 일본에서 소위 ‘국민 작가’로 불리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며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로 일본 도쿄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생후 바로 양자로 보내졌다가 9세에 본가로 다시 돌아왔다. 청년 시절에는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의 불화가 이어졌는데 그때의 경험은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에 등장하기도 한다.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하고자 했다.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며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의 작풍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인 입장이었으며, 그후 『산시로[三四郞]』(1908), 『그후』(1906), 『문(門)』(1910)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1912), 『마음』(1914)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반복적인 위궤양, 당뇨 등을 앓았던 그는 1916년 12월 병이 악화되어 『명암』 집필 중 49세의 나이로 타계하였으며, 1984년, 영국에서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설립되었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坊っちゃん)』, 『풀 베개(草枕)』, 『산시로(三四?)』, 『마음(こころ)』, 『노방초(道草)』 『명암』(미완)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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