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비, 밝음이 안으로 들어오니 어둠이 밖으로 나가네
김종봉 지음 / 헬로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 『세라비, 밝음이 안으로 들어오니 어둠이 밖으로 나가네』는 에세이집이다. 표제어로만 본다면 종교인의 에세이 모음인 것 같기도 하고, '세라비'가 라틴어인가 하는 생각으로 여행 에세이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에세이집은 한 사람의 일상과 삶에서 느낀 감정과 거기서 얻은 삶에 대한 교훈을 저자 김종봉이 담담하게 풀어내는 에세이이다. 그리고 세라비는 무슨 뜻일까? 이 책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힘들지 않은 이들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는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무게, 부처님의 일체개고(一切皆苦, 모든 것이 다 고통이라는 의미), 누구나 한 꺼풀만 벗고 보면 사는 게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로써 '세라비'의 뜻을 알 듯하다. 저자는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위로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살아오면서 오감으로 체득한 감동과 애환을 이 책에 담담하게 녹여냈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듯. 세라비(C’est la vie)는 프랑스어이다. 이 용어는 프랑스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에서 따온 말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말이다. 저자는 세무 공무원을 평생 직업으로 살아온 세무사로서 자신의 인생을 비유적으로 세금과 함께 한 인생이라는 의미의 ‘稅라비’라고 말하기도 한다.

저자는 작가이기에 앞서 ‘세무사’를 업으로 하는 세무사이기에, 세금은 숫자로나 돈으로 말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에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오히려 돈과 숫자로 말하는 ‘업(業)’의 프레임이 글에 스며드는 것을 철저하게 떨쳐냈다고도 한다. 그저 누구나 마음 편하게 읽고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고 싶었던 게 책을 쓴 이유라고 고백한다. 저자 김종봉의 첫 에세이집 ‘세라비’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인 셈이다.

 


 

이 책은 긴 제목을 풀이라도 해주려는 듯 '밝음이 안으로 들어오면 어둠이 저저로 밖으로 나갈 것이다'는 문구를 책의 추천사에서 읽게 된다. 우창록 법무법인(유) 율촌 명예회장의 말이다. 燈入房中夜出外(등입방중야출외)라는 말이라고 한다. 한시의 한 문구인 것 같기도 하다. 누구의 어떤 시가 어떤 뜻으로 인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천사를 읽어보면 의미는 가늠이 된다. 그는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주변에서 흔히 불 수 있는 소재,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편안하고 담담하게 엮어낸 책"이라고 소개한다. 이 페이지들을 통해 우리는 존재 이면에 새겨진 각자의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는 게 추천하는 이유로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성찰의 시간을 갖기에 좋다는 뜻으로 읽힌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어렸을 때 형의 권유로 세무 공무원이 됐고, 형이 졸업여행 갔다가 사온 족자의 글자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그 족자의 제목은 '귀감(龜鑑)'이었다. 귀감은 독자도 배운 바 있다. 한자어 귀감은 거북(龜)과 거울(鑑)이 합쳐진 말로 '본보기'라는 뜻으로 쓰인다. 즉 행위의 기준을 의미한다. 거북은 길흉을 점치는 것이고 거울은 사물의 모습을 비치는 것이기에 두 단어가 합쳐져 관용적으로 쓰인다. 흔히 한자어가 그런 말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디에서 처음 나온 말인지는 독자로서는 알지 못한다. 아마 그 말을 마음속에 새겨둔 저자가 삶의 모토로 각인되었던 것 같다는 짐작은 능히 할 수 있다.

 


 

이 책은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그리움을 담다〉, 2부 〈세라비〉, 3부 〈어느 세무사의 하루〉, 4부 〈밝음이 안으로 들어오니 어둠이 밖으로 나가네〉 등이다. 각 부는 각각 10개씩의 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정확한 숫자와 계산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아서인지 정확하게 1부에 10개의 장씩, 모두 4부 40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부의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우리의 일상과 직업상의 일상, 그리고 저자가 살아오면서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1부 1장 「아이코노클라스트(Iconoclast)」. 생경한 단어가 갑자기 튀어나와 약간 당혹스럽다. 혹시 세무나 회계학에서 나오는 단어인가 책장을 넘기자 다행히 제목 아래 뜻풀이를 친절하게 실어 놓았다. "창조적 발상 자체에 머물지 않고 성공으로 연결한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저자는 정약용과 이어령은 아이코노클라스트라고 설명한다. 영어사전식 풀이는 우상 파괴자, 인습 타파주의자를 이르는 말이다.

얼마 전(사실은 1년이 지났다) 세상을 떠난 이어령 선생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한 사람의 이름이 더 떠오르더라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다. 우선 두 사람은 많은 책을 저술하여 세간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인문학적 태생임에도 한 사람은 과학과 공학, 의학을 아우르는 융합적 인물이었고, 또 한 사람은 예술의 제반 분야마저 섭렵했던 공감각적 인물이었다고 저자는 두 인물을 평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오히려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준 위대한 지성인으로 추앙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두 사람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약용 사후 100여 년 만에 이어령이 태어났으니 두 사람은 백 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 한 인물로 기억한다는 점도 밝힌다. 꽤 존경하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아이코노클라스트라는 말을 처음 언급한 분은 이어령 선생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시대정신에 어긋난 행위를 좌시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들어 정약용 선생도 아이코노클라스트라고 생각한단다. 저자가 존경하는 인물들인 만큼 두 사람에 대한 나름대로의 연구도 있었던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정약용에게 있어 '우상 파괴'는 관료의 구조적 부조리에 대한 경고에서 출발한다. 강진 유배 중 '남자의 생식기를 자른 일을 애통해 한다'는 뜻을 지닌 〈애절양(哀絶陽)〉이란 제목의 한시를 지어 부패한 조세 운영 실태와 사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군정 문란으로 인해 벌어진 이 사건은 『목민심서』에 그 자세한 경위가 실려 전한다. 그는 〈원목(原牧)〉이란 글에서 "목(牧)이 민(民)을 위해 존재하는 것(牧爲民有也)이지, 민(民)이 목(牧)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民爲牧生乎 曰否否)"라고 하였는 바, 백성 위에 군림하는 목민관이야말로 우상 파괴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22살의 이어령에게 '아이코노클라스트'는 권위주의에 매몰된 기성 문단의 자기 성찰 촉구 내지 혁신적 파괴의 선언이었다. 기득권층 문화 권력에 맹종하는 젊은 세대의 세태까지 싸잡아 원폭 선언을 한 느낌이 든다. 그는 단순 파괴가 아닌 창조를 위한 파괴였음을 에둘러 이야기한 적이 있다. 훗날 누군가가 자신을 우상으로 부르는 일이 생기자 이는 아이러니라며 두려워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한다. 두 사람의 에피소드는 무려 여덟 개가 이어진다. 가족과 일상, 직업인으로서의 삶 등에 두 사람의 일화를 하나씩 짚어가며 왜 저자 자신이 두 사람을 아이코노클라스트라고 말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에 저자는 두 사람은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설파했듯, 세상에 내던져진 채 그저 살아가는 존재(피투성, 被投性)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위해 자신을 내던져 변화된 상황을 창조해 가는 삶을 살아간 존재(기투성, 企投性)였다고 역설한다.

 


 

2부 14장 「베토벤 교향곡과 베 짜는 소리」도 인상적이다. 제목 아래 "세상에는 마치 벼락부자와 벼락거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으나 실상은 대다수 사람이 벼락부자도, 벼락거지도 아니다"라는 설명글이 달렸다. 어렸을(너댓 살) 때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을 듣고 너무 좋아 매일 밤 엄마에게 그 곡을 틀어달라고 졸랐다는 기억을 가진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그 시절에는 오두막집의 단칸방 안에 베틀이 있었고 엄마의 베 짜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야 했다. "삐이익삑 탁 삐이익삑 탁···." 그때는 남들만큼 큰 집은 아니더라도 좁은 방안에 베틀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은 화합과 인간애를 주제로 한 '합창교향곡'으로 알고 있는데. 저자의 이야기는 갑자기 세법의 동향 사전 파악의 의미로 급선회한다. 독자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정책 수립과 세법 정책 변화와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함이다. 세법이나 부동산에 관해 완전 문외한 독자로서는 단박에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지만 저자의 글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더라도 언급은 여기서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적어놓는다.

책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가격 변동은 상당수 국민을 소위 '멘붕'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십여 차례가 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부동산 투기와 벌인 전쟁은 길고도 지루하게 이어져 왔다. 1966년 3월 국세청 개청 이듬해인 1967년 부동산 투기 억제 목적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처음 제정되었으니 얼마간 잠잠했다가 다시 도지는 고질병처럼 부동산 투기 문제를 달고 산 지도 55년이 넘은 셈이다. 이번(2021년) 세재의 한 축을 주택가격 안정과 관련짓는 사람이 많다. 주택가격이 오르는데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게 원인이라고도 하고 외국이나 지방의 투기자본이 결부되어 있다고도 한다. 모두가 간과했던 점도 있다. 20~ 30대 젊은 세대가 결혼하면 부모세대로부터 집을 물려받을 수 있다며 낙관했다.

 

 

그러나 평균 수명 연장으로 자녀 세대는 60~70세는 되어야 부모의 집을 물려받을 판이다. 젊은 세대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결혼 전 독립해서 사는 1인 가구도 늘었다. 졸혼, 이혼, 별거 등의 증가세로 인해 추가적인 주거 공간도 필요해졌다. 인구는 줄어들지언정 가구 수는 늘어만 간다.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를 선결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해야 세제든 부동산 정책이든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까. 과거의 경험을 통해 부동산정책을 입안하고 수립, 시행하는 소관 부처의 긴 안목과 그 역할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저자의 말은 이번에는 천재 미술가 미켈란제로로 향한다. 그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릴 때 에피소드다. 길이가 약 41미터, 폭이 약 13미터에 이르는 대형 천장화다. 4년 4개월의 대작업의 마지막 손질이 끝나갈 무렵 교황이 방문했다고 한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상당히 만족해하면서 천장화에 금색이 없어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가 그림 위에 금으로 덧칠할 것을 주문하자 미켈란젤로는 "금으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교황이 다시 "그림이 가난해 보일 텐데···"라며 아쉬워했지만 그는 "제가 여기에 그린 인물들도 가난합니다"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야 저자의 의도가 드러난다.

"특정 계층이 자기 생각이 옳다며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사고다. 나아가 자기식 경영으로 지배한다면 식민주의 시대나 볼 법한 일이다. 근대주의가 획일적 특정 개념에 의해 모두를 지배했던 시기라면, 현대의 경우는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의 파트너로 공존하는 방식이 주류다. 일부의비상식적 행위까지 포용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4부 첫 장 「아타락시아 세계」란 글이다. 역시 주제가 될 만한 문장을 제목 아래에 달았다. "한 나라의 가치 척도는 세금 과세 방식에 있다. 조세제도야말로 그 사회의 근원적 가치 기준이다." 아타락시아(ataraxia)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말한 정신적 평정의 상태를 뜻한다. 데모크리토스, 에피쿠로스 등은 우주를 잘 인식하여 일체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것에 의해 이것을 획득할 수 있다고 했으며, 현자가 이런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피쿠로스는 일체의 종교적 미신을 척결하고 이성의 인식에 입각한 곳에 아타락시아가 있다며, 이것을 쾌락이라고 불렀다. 저자가 세무사이고 직업상 관련된 에피소드는 세금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세금의 깊은 뜻을 생각하며 세금 내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아타락시아란 말을 꺼낸 이유가 뒤의 글에서 드러난다. 세금 역시 부동산 정책과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모두 재보고 따지고 파장도 고려하고 득 볼 사람, 피해 볼 사람 등 많은 것을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복지 천국이라고 불리우는 스웨덴의 조세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스웨덴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부부합산과세제도'를 도입했다. 세금이 부담스러워진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는 대신 약혼만 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다. 결혼한 사람들은 과도한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이혼을 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탈세의 목적으로 이혼 후 다시 동거하는 사람들을 부부로 간주한다는 세법 조항을 신설했다. 이번엔 집 한가운데로 벽을 세우고 출입구를 두 개 만들어 사는 가정이 생겨났다. 정부는 새로운 세법 개정으로 맞섰다. 한 번 결혼했다가 이혼한 후 동일 주택 내에 살면서 수입원이 둘인 가정을 동거하는 부부로 간주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저자는 무리한 법의 신설과 개정은 오로지 과세 목적을 위해서였다고 밝힌다. 결과는 뻔하다. 스웨덴은 젊은이들이 아예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

 

저자 : 김종봉

 

마산고와 세무대학을 졸업하고 국세청에서 20여 년, 법무법인(유) 율촌에서 6년 넘게, 세무법인의 대표로서 10년, 대학에서 세법 강의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현재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이사,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주)에버다임 사외이사, 사단법인 대한바둑협회 이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며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첫 번째 글쓰기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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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 행복한 고령자 - 마흔부터 준비하는 ‘백세 현역’을 위한 70대의 삶
와다 히데키 지음, 허영주 옮김, 김철중 감수 / 지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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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진입한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하지 못하고 자신의 일상을 누군가에 의지해서 이어간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지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0세 시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지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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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 행복한 고령자 - 마흔부터 준비하는 ‘백세 현역’을 위한 70대의 삶
와다 히데키 지음, 허영주 옮김, 김철중 감수 / 지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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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100세 시대'를 맞았다. 얼마 전 열풍을 일으킨 노래 〈백세 인생〉은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라고 시작한다. 이 노래는 작곡가 김종완이 1995년 작곡한 것으로 20년 전 친구의 아버지가 50대 연세로 돌아가시자 자식들이 애타게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보고 좀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사를 썼다고 한다. 원래 제목은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말하리〉인데 여러번 재편곡과 개사 과정을 거치고 2013년 〈백세인생〉이라는 제목이 되었다. 이후 '백세인생'은 입소문을 타고 고속도로에서 많이 찾는 노래 1위로 올라서고 짤방까지 더해져 젊은 층으로까지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 노래가 리바이벌돼 큰 인기를 끈 것은 우리의 '100세 시대' 선언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가요계 평가다.

당시 노래를 부른 가수 이애란은 이 노래 덕분에 25년 무명생활이란 슬픔을 날렸다. 1990년 KBS 1TV 드라마 서울 뚝배기 OST로 데뷔한 이후 줄곧 무명가수로 지냈는데 2006년까지 음반 한 장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이미자, 조미미 등의 트로트를 즐겨 부른 가수였다. 2006년 첫 음반인 '천년의 사랑'을 냈지만 이 마저도 잘 안 되었다고 한다. 가수 이애란은 서너살 때 부터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행가를 불렀으며, 이후 어렵사리 가수의 길로 들어섰지만 하다 안 하다를 몇 번 반 반복하며 노래를 계속했다고 한다. 가수 이애란의 개인적 열정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우리 국민 평균 수명이 '100세 시대'로 불릴 만큼 연장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09년 출생아 기준으로 80.5세다. 40년 전 보다 평균 수명이 약 18년 늘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100세 이상 인구가 머지않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공식 선언할 무렵이었으니 추정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열풍을 가져 온 이 노래는 리바이벌된 지 10년을 버티지 못했다. 유행가라는 게 원래 일시적이긴 하지만 당시 열풍으로 미루어본다면 너무 일찍 '100세 시대'가 수면 밑으로 가라앚은 듯하다. 아직 ‘인생 100년’의 시대가 변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수명 100년은 건강하지 못하다면 '행복이 아니고 지옥'이라는 자각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100세를 넘긴 사람이 많다. 불과 40~50년 전에는 꿈의 숫자였지만 현실화된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100세 시대’라 해도 모두가 90세, 100세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90세, 100세를 맞이한다 해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병간호를 받으면서 병석에 누워 지내기만 하거나, 치매가 되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죽을 때 만족하며 죽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그 점을 생각해보면 수명 연장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일만은 아니라는 자각심이 든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우리보다 일찍 100세 시대를 건너온 일본의 예도 있어 우리가 대책을 세우는 일은 좀 더 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 『70대에 행복한 고령자』의 저자 와다 히데키는 한 가지로 집약해 말한다. ‘늙는 것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행복한 노년’과 ‘불만족스러운 노년’을 구분하는 하나의 경계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은 각자 나이도, 체형도 다르다. 성격이나 사고방식도 다르다. 생활환경, 일, 가족 구성도 다르다. 개개인들은 전혀 다른 인생을 걸어온 온전히 별개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가 ‘결국 죽어간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여볼 만한 점들이 많다.

 


 

저자는 100세 시대든 원시시대든 죽음만은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문을 연다. 저자는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고 언급한다. 하나는 행복한 길이다. 죽을 때 ‘좋은 인생이었다. 고마웠다’고 만족하며 죽어갈 수 있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만족스럽지 못한 길이다. ‘아-,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던지 ‘어쩌다 이런 지경에’라고 후회하며 죽어가는 길이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그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행복’이란, 본인의 주관에 의한 것이다. 즉,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자신의 늙음을 한탄하며 ‘저걸 못하게 됐네’, ‘이것밖에 남은 게 없네’라고 ‘안 되고 없는 것’을 헤아려가며 사는 사람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자신의 늙음을 받아들이면서 ‘아직 이건 할 수 있지’, ‘저것도 남아있네’라며 ‘되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일까?

저자는 책을 통해 '건강 100세'를 강조하며 구체적 설명을 곁들인다. 우선 일상생활 속에 루틴을 가급적 피할 것을 주문한다. 매일 같은 코스를 산책할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은 처음 가는 길로 산책하는 것도 좋다. 또한 전철을 타거나 차를 타고 조금 멀리 나가 모르는 곳에서 산책을 하면 전두엽은 풀가동하게 된다. 고령이 되면 늘 가는 곳이 정해져 있고 단골 가게만 가는 사람도 있지만, 가끔은 화제가 되고 있는 가게나 새로 개척한 가게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항상 같은 가게에서 같은 것만 먹고 있다가는 전두엽이 자극을 받지 못한다. 요리도 전두엽에 자극이 된다. 70대 남성 중에는 지금까지 거의 요리를 해보지 못한 사람도 꽤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간단한 요리부터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경험은 전두엽 노화 방지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또 고령이 되면 ‘건강을 위해 놀고’ ‘건강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는 고령자가 검소하게 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어서, ‘연금으로 노래방에 가도 되는 거야?’ ‘연금생활자가 카지노에 가다니 괘씸하다’라는 등 비난을 받기 쉽다. 그러나 집밖에 나가 놀아야 전두엽이 자극을 받는다. 즐겨야지 면역 기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의사로서의, 진찰 경험자로서의 주장이다. 그래서 오히려 ‘노인들은 더 놀아라’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란 ‘손님이 신(神)’인 사회다. 돈 쓰기에 따라 보다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사회 제일선에서 은퇴한 고령자는 돈을 쓰게 되면 자기애를 얼마든지 만족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노인이 돈을 쓰고 놀면 지금까지 소규모였던 고령자 전용 비즈니스도 활발해질 것이다. 고령자가 제 대로 놀아야 소비가 확대되고 경제가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한 주장이다. 결국 ‘생애 현역’이란 말은 고령이 돼도 계속 일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생애 현역 소비자’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60대 이후 100세까지의 삶을 구분해 제시한다. 70대는 젊을 때부터 신체를 움직였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 간의 격차가 커지게 되는 시기다. 20대, 30대 때는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 다리 골절로 병원에 한 달간 꼼짝없이 누워지내는 생활을 했다고 해도 퇴원하면 금방 평소처럼 걸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70대라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병상에 누운 시간이 계속되면 근력이 저하되고 골절이 치료된 후에도 ‘일어서기’ ‘걷기’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에 지장이 초래되어 요양 서비스를 받아야 할 리스크가 높아져 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매일의 식사를 통해 남성 호르몬의 재료가 되는 고기나 콜레스테롤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콜레스테롤은 중요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재료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이 걱정된다고 이것을 감소시키는 것은 호르몬 의학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역효과밖에 없다고 밝힌다.

 

 

저자는 건강 100세를 위해서라면 40대부터 신체적·정신적인 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뇌 표면적은 거의 신문지 1면 크기이며, 뇌의 각 부위의 면적을 크기순으로 정리해보면, 전두엽 41%, 측두엽 21%, 두정엽 21%, 후두엽 17%다. 모든 동물 중에서 전두엽이 이 정도로 발달한 것은 인간 외에는 없다. 사람이 중년 이후에 경험하는 뇌의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두엽의 위축이 ‘40대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전두엽의 위축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전두엽이란 대뇌의 앞쪽에 있으면서 사고, 창조, 의욕, 이성 등을 관장하는 부분이다. 본능적으로 화를 내거나 울거나 하는 감정이 아니라 보다 행동적이고 인간적이며, 호기심이나 감동, 공감이나 설렘 같은 미묘한 감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부분이 쇠퇴하면, 의욕이 저하되고 감정 조절이 되지 않으며, 평소와 다른 일에 대한 대처를 어렵다.

뇌에 대한 이미지를 그릴 때는 아마도 의학 교과서의 뇌 해설도처럼 두개골 안쪽에 빈틈없이 꽉 찬 상태를 떠올릴 텐데, 사실은 그렇게 ‘깨끗하게’ 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30대까지라고 주장한다. 이르면 40세를 넘길 무렵부터 두개골과 뇌 사이에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하고 나이가 들면서 그 틈은 점점, 커지게 된다. 그 때문에 30대와 비교하면 의욕이나 창조성 같은 요소가 현저하게 부족해지는 것이다. 85세가 지난 사람들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거의 모든 사람의 몸에서 암이 발견되었다. 저자가 담당 전문 의사에게 들은 것으로는 ‘전원’이었다. 즉, 80대가 되면 누구나 몸에 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중 1/3의 사망 원인은 “암”이었고, 나머지 2/3는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는데, 부검했더니 암이 발견된 케이스였다.

 


 

앞서 언급한 노래 가사대로라면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이다. 세간의 상식으로는 ‘암은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부검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 알아채지 못한 암도 있을 수 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암도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암의 진행이 늦어지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둬도 괜찮은 케이스가 의외로 많다는 것. ‘투병’이라는 말이 있다. 암 환자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이전부터 좀 이상하다 싶었던 것인데, 도대체 무엇과 ‘싸운다’는 것일까? 원래 암은 자신의 세포가 변형해서 ‘암화’된 것이다. 즉, 자신의 몸에서 생겨나온 것인데 ‘암 이놈, 너 따위한테 내가 질 수 없다’라고 아무리 큰 소리 쳐봤자 사라져 주지 않는다. 사라지는 암도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투병’이라는 선택이 오히려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저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투병이 아니라 ‘공병(共病)’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일본식 한자어 같지만 뜻은 쉽게 이해된다. 질병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으로 영어로는 ‘With Cancer(암과 함께)’라고 해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명확하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같을 순 없겠지만 궁극적인 행복이란 역시 ‘즐기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즐겨야지 비로소 ‘인생 100년’을 이룰 수 있다. 80세의 벽을 넘어 앞으로 20년, “행복한 고령자”로서 하루하루 새로운 도전을 즐기기를 바란다. 이렇게 끝을 맺는 저자는 고령자가 알고 실천해야 할 81가지를 설파하고 있다. 노래 가사대로 '백세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날을 찾고있다 전해라'라고 말하려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일이다.

 


 

저자 : 와다 히데키(わだ ひでき,和田 秀樹)

일본의 저명한 노인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 30여 년 동안 노인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며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1960년 오사카 출생으로 도쿄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고령자 전문 종합병원인 요쿠후카이병원 정신과에서 근무했다. 이후 도쿄대학교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조수,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학교 국제연구원(fellow) 등을 거쳐 현재 국제의료복지대학 대학원 교수(임상심리학 전공), 가와사키코 병원 정신과 고문, 히토쓰바시대학 경제학부 비상근 교수를 겸임하면서 항노화와 상담에 특히 강한 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년 정신의학의 제1인자이자 자기심리학 분야와 대학 수험 분야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는 저자는, 영화감독이라는 독특한 이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데뷔작인 [수험의 신데렐라]는 2007년 모나코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달성했다. 현재 노인 문제와 심리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텔레비전과 라디오 출연, 단행본 집필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연습』, 『30초 공부습관』, 『혼자 행복해지는 연습』, 『인생이 심플해지는 고민의 기술』, 『어른을 위한 공부법』, 『인내하므로 노화한다』, 『노인성 우울증』 등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니 운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도 나도 치매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 『내 꿈은 놀면서 사는 것』 등 다수의 책이 출간되었다.

 

역자 : 허영주

1962년 부산 출생, 예방의학 전문의

연세대학교 보건학 박사

미국 보건부 질병통제예방센터(US CDC) 연방공무원 :

Epidemic Intelligence Service Officer

보건복지부 감염병관리센터장, 생명의과학센터장

 

감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영상의학과 전문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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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숨 쉬게 하는 말 - 책 속의 스피치가 건네는 따스한 위로
이명신 지음 / 넥서스BOOKS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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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제어 『나를 숨 쉬게 하는 말』은 '나의 날것'이란 의미다. 날것이기에 숨쉬고 생생하다. 미숙할 수도 있지만 날것이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말을 날것으로 말할 수 있을까. 저자 이명신은 '책 속'에서 찾는다. 책 속의 말 몇 마디는 나에게 생동감과 에너지를 주고, 삶의 의미를 더해준다. 저자는 그런 말을 책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진행하고 있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책 속의 스피치'를 기반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오디오클립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많은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좌충우돌에 실수 연발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그 실수는 요즘도 종종 한다는 게 저자의 고백이다. 이 때문에 오디오 프로그램이나 장비에 돈을 많이 썼고, 돈 주고 산 편집 프로그램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줄 몰라서 온전히 쓰지 못하기도 하고 마이크 사용도 서툴러 소음이 더 많이 들어가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런 실수 경험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힘이 됐다고 회고한다.

이 실수에 대한 이야기는 '프롤로그'를 가득 채울 만큼 많고 무모한 성격이라고 비난 받을 수도 있지만, 실수나 실패에서 배운 것이 훨씬 더 값지다는 결론을 얻어냈다는 점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같은 실수나 실패를 더 이상 하지 않을 테니까 아이러니하지만 당연한 결론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실수나 실패를 기다려주는 삶의 법칙을 깨닫는 것은 훨씬 중요한 삶의 경험이 될 테니까. 이 경험은 우리 사회 시스템의 잘못된 것도 짚어낼 수 있는 큰 힘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를 숨 쉬게 하는 말」, 2장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3장 「누구나 하나쯤은 연약한 부분이 있다」, 4장 「나답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 등이다. 편의상 장을 구분했지만 각 장에 소제목으로 한 권의 책을 선정해 독자들과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대화하는 형식으로 나누었다. 여기에 선정된 책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에서든지 화제가 된 책들로서 대부분 국내 최신 신간 서적이 대상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코칭심리학을 전공한 스피치심리 전문가인 저자가 네이버클립을 통해 ‘책과 심리학 그리고 스피치’를 주제로 말한 내용이다. 책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명신이 하는 일이다. ‘책 속의 스피치’는 현 구독자 3만 7,000명 정도로, 오디오클립 전체 랭킹 10∼20권에 속하는 인기 콘텐츠라고 한다.

4개 장 22개의 책 소개와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모두 22권의 책이 소개된다. 첫 대상작은 〈나를 어디서 잃어버렸을까〉란 소단락에 윤정은의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위한 다정한 말 한마디」란 부제가 붙은 2021년 출간된 에세이다.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한다. 살다보면 사막에 혼자 서 있는 것만 같을 때 마음을 달래줄 말 한마디에 목마른 순간들이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당신은 오늘을 살게 하는 그 말 한마디를 어디서 찾고 있는가. 이 책에서 작가 윤정은은 자존감이 무너져 잠 못 들지 못하는 밤, 어디서도 위로받을 길 없어 헛헛한 마음만 부여안고 있는 날, 그 모든 순간 당신 곁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말들을 들려주고자 책을 냈다. 이 책에 대해 저자 이명신과 구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느낌과 상황에 대해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이 제목의 항목 마지막에 「당신의 얘기를 들려 주세요」라는 질문과 답을 작성하는 별도의 한 페이지가 독자들과 마주한다.

 


 

독자들에게 직접 작성하는 지면을 책 속에 남겨놓은 것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독후감이나 자신의 느낌을 중심으로 작성하다보면 솔직하고 진정한 답안일수록 자신의 마음이 정화되고 책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새 삶에 대한 각오로 다질 수 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적었듯이 "이 책은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심리학을 심도 있게 탐구하는 것도 아니고 스피치 스킬을 교육하는 책도 아니고요. 그저 편하게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책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매일매일을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종종 팍팍하고 힘이 들 때가 있잖아요.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마음이 좀 편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라고 바라는 마음에 진심으로 답하는 생각으로 읽어가면 좋을 듯하다.

문유석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도 이 책에 등장한다. 저자의 제목은 「흉기가 되기도 위안이 되기도 하는···」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판사 문유석의 일상 유감을 쓴 사회비평서다. 문유석은 이 책에서 ‘가능한 한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그런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는 바람은 그리 커다란 욕망이 아니지만, 이만큼을 바라기에도 한국 사회는 그리 녹록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조직과 서열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자칫 이기주의로 오해받기 일쑤다. 튀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에서 지위재는 무척이나 중요해서 과시하는 문화가 팽배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전전긍긍한다. 그러하기에 남들이 뭐라 해도 상관없이 개성대로 살아가는 ‘개인’으로서의 삶은 이해받기 어렵다. 행복의 기준도 획일화되어 있어, ‘남들 다 하는 대로’ 갖추고 살아야 행복한 것이라 여긴다. 아등바등 경쟁해야 ‘정상’이고 승진하고 출세해야 인정받는다. 그런데 과연 한국인은 정말로 행복한가?라고 묻는 책이다. 이 책에 대해 이명신은 작가 문유석의 주장과 조금은 결을 달리 한다. 오히려 따뜻한 책이라는 느낌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표제어 '나를 숨쉬게 하는 말'은 2020년 출간된 김미나의 『보통의 언어들』이 대상작이다. 작가 김미나는 삶에서 부딪히는 감정과 관계의 고민을 일상의 단어 속에서 탐색한다. 출간한 지 6개월 만에 10만부를 돌파한 이 책은 워낙 유명해서 웬만한 독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용 역시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할 정도로 한때 독서계를 강타한 에세이다. 김이나 작가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 있겠지만,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단단하게 세우고 흔들림 없는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 때문일 것이라고 평론가들은 평가했다. 평범한 단어들 속에 깃들인 특별한 가치를 찾고 삶의 지향점을 풀어가는 김이나의 글은 쳇바퀴 같은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확장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은 라디오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DJ로 활약하며 많은 청취자들에게 노래를 선사하고 있는 별밤지기 김이나를 모티브로 했다.

저자 이명신은 이 지점에서 자신의 힘들었던 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중학생 때 친구에게 자신의 비밀 얘기를 털어놨다가 다른 애들에게 퍼뜨려서 웃음거리가 된 후부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 했다는 경험을 말한다. 정말 힘든 일을 겪을 때는 말을 못 하고 혼자서 꾹꾹 참아내고 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그 일이 정리가 되면 담담하게 말하게 되더란 이야기다. "그러니 여전히 다른 사람들은 저의 힘든 모습을 모를 수밖에요."(p.43)

책 속에서 작가 김이나가 위로하는 노래의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평정심을 갖고 싶은데 지금 너무 슬프다는 가사가 더 공감되고, 힘들어하는 가사 속의 화자가 나랑 다름없다고 느낄 때 위로를 받는다고 쓴 대목에 공감했다고 저자 이명신은 고백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별로 따뜻한 말이 아닌데 오히려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음을 소개하기도 한다. "네가 도전을 많이 해서 그래, 그냥 남들보다 많이 도전하니까 실패하거나 힘든 일도 많은 것뿐이야."라며 무심하게 지나가는 말하듯이 한 말에 위로가 됐다는 말이다.

 


 

2장의 첫 번째 책은 김달의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이다.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단단하게 지켜나가기 위해」란 부제로 2020년 출간된 에세이다. 출판사 측에서는 ‘모든 게 다 나 때문인 것만 같아…’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사람이 힘들고, 사랑마저 나를 아프게 할 때, 그렇게 자존감이 무너져 내릴 때 내게 꼭 필요한 힘을 주는 에세이라고 소개했다. 자존감, 사랑과 이별, 삶의 방향과 꿈, 인간관계 등 평범하지만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사연들과 함께 특별한 위로와 조언을 건넨 책이라고 한다. 지켜주고픈 소중한 사람에게, 이제는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살고 싶은 나에게, 빛나는 선물이 되어줄 책이라는 소개도 함께 붙여졌다. 이 책은 유튜브와 책으로 무려 50만 독자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저자 이명신은 책에서 "나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김달 작가님은 책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에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 변하는 내 모습도 마음에 드는 것이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말했습니다"고 전제하고, 1998년에 나왔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고 한다. 성격이 괴팍하고 강박증이 있는 유명 작가가 자주 가는 식당의 웨이트리스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프러포즈를 하면서 했던 대사를 떠올린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꽤 오랫동안 명대사로 사랑받은 말이라고 언급한다. 저자도 역시 사랑을 할 대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을 공유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덧붙여 저자는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에서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표현 다섯 가지를 인용한다. 이른바 '사랑의 언어'다. 이 사랑의 언어는 ① 인정하는 말 ② 함께하는 시간 ③ 선물 ④ 봉사 ⑤ 스킨십이라고 말한다.

 


 

네이버클립 ‘책 속의 스피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처럼 이 책에서도 이명신 저자는 다정하고 편안하게 독자에게 다가간다. 힘 빼고 편하게 읽다보면, ‘나를 숨 쉬게 하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외로움을 공감하며, ‘누구나 하나쯤은 연약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고, ‘나는 나의 습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유명 대학의 학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고 컨트롤하는 것이 그만큼 우리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감정적이라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참는 것이 미덕’이라든가 이성적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 속에서 살아왔잖아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감추는 것을 더 좋다고 인식하는 경향도 있고요. 그래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거나 불편한 감정을 외면하려고 노력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거나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거죠."(p.197) - 「내 감정을 알라」 중에서

 

저자 : 이명신

 

어쩌다 보니 20년 넘게 말로 먹고사는 중. 네이버 오디오클립 ‘책 속의 스피치’를 통해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티엔티 스피치 대표. 교육 콘텐츠 제작 및 비즈니스 피칭·사업계획서 코칭 등의 일을 함. 광운대학교 대학원 코칭심리학 전공. 저서로는 『슬램덩크 인생특강』(공저),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가 있음.

인스타그램 @tnt_speech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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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있는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꾼다 (100쇄 기념 에디션)
이정환 지음 / 시아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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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인간 관계의 연속이다. 한자어로 '인간(人間)'도 서로 관계 맺고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사람(人)과 사이(間)을 합쳐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인 관계라고 하는 인간 관계는 대체적으로 말로 시작한다. 낯선 사람과 가까워지는 인간 관계의 시작은 '말'이라는 의미다. 말도 여러 가지로 나뉜다. 대인 관계에 있어서 좋은 관계는 웃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웃는 분위기에서는 안 될 일도 성사시키는 기운이 있다. 왜 웃음이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느냐는 대인 관계를 말할 때 논의할 필요가 없다. 대인 관계에서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웃음은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의 유머는 장난스러울 수도, 진지할 수도 있다. 상관없다. 분위기가 좋아지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된다. 웃는 분위기에서 대화는 서로를 배려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본능일지 모른다.

이렇듯 유머는 기본적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 웃음은 긴장된 삶에 여유를 가져오고, 여유는 긍정적인 사고로 이어지며, 긍정적인 사고는 성공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것이 이 책 『재치있는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꾼다』의 요지다. 아무리 언변이 좋은 사람이라도 한순간에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웃음의 마력을 알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말은 그저 공허한 울림이나 딱딱한 경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는 소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유머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때는 배우자 자격 조건으로서 '유머 감각'을 꼽을 때도 있었다. 유머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한시도 웃지 못한 날의 연속일 때 우리 일상을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저자 이정환은 이 책에서 유머의 중요성을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찾는다.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유머의 힘을 알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람들이라는 주장이다. 재치 있는 말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한순간에 역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며, 여유롭고 긍정적인 사고에서 나온 유머 감각은 어색하고 냉랭한 관계를 풀어주는 만능열쇠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 책은 폭넓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 가려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유머 화술의 정수만을 모아놓았다. 이 책 속에서 직장이나 가정, 친구들 사이에서 재치 있는 말 한마디로 갈등을 해결하고, 핵심을 찌르되 기분 나쁘지 않은 유머 한마디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주인공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습득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1부 〈성공을 부르는 유머 스피치〉에서는 재치 있는 말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성공이라는 명예도 같이 차지하는 유머 화술의 비법을 소개한다. 특히, 직장에서 부딪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예로 들면서, 적절한 때에 던지는 위트 있는 말이 상황을 어떻게 역전시키고 동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부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쾌한 대화법〉에서는 상대를 배려하는 화술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상대를 배려하는 한마디는 상대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어주고,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준다. 단순히 혀끝에서 나오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치 화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3부 〈유머 감각을 키우는 15가지 방법〉에서는 본격적으로 유머 화술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상대를 감동시키는 재치 있는 화술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와 여유 있는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기계발 책은 늘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돼 있다. 자기계발 범위가 넓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나라 독자들이 자기계발을 통해 더 높은 삶의 목표에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매년 대형 서점 판매량 1위가 자기계발 분야의 책으로 손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계발 책은 코로나 이후에는 범위가 더욱 넓어져 심리 분야로 대폭 확대된 느낌이지만 이 역시 대인 관계를 잘하기 위한 심리학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여전히 대인 관계를 다루는 책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출간되고 있다. 원활한 대인 관계를 원하는 일은 즐거운 소통을 원한다는 의미와 같다. 가급적 분위기가 좋아야 원하는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기계발 분야에서도 대화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유머'가 필수적 요인이 된다.

저자 역시 '프롤로그' 「재치와 유며로 상대를 사로잡아라!」를 통해 우리 삶은 인간 관계의 연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많은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좋을까란 질문에는 당연히 '말'에 의한 관계 맺기가 우선으로 꼽힌다. 이 때 말이란 역시 유머가 섞인 말이 분위기가 대인 관계의 필수적이라는 것을 누구든 아는 일이다. 좀 더 세분해 보자면 자신의 의중을 다른 사람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말은 절대적이며, 전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말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하는 삶을 추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적당한 때 필요한 말을 하는 한마디는 인생 자체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각 장(章)을 통해 제목을 두고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분돼 있다. 각 장에는 제목에 마땅한 이유와 실례(實例)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를 한두 권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 읽고도 저자의 취지에 공감하고 뜻을 헤아려 쉽게 실천하고 반복해 습관화할 수 있는 제목들이란 것을 알 수 있다. 1부 「아름다운 거짓말로 상대에게 용기를 주어라!」 장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한 직장인에게 "그래, 넌 거기까지가 한계야. 괜히 무리하지마"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듣는 사람은 더욱 비참해질 뿐 위로도 희망도 되지 않는다. 대신 '아름다운 거짓말'인 "넌 잘할 수 있어. 이번엔 운이 나빴던 거야"라는 정도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뻔한 거짓말이라도 상대방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 거짓말은 백 마디의 솔직한 격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악의의 거짓말은 나에게 피해로 돌아오지만, 선의의 거짓말은 기쁨이 되어 돌아온다는 주장도 함께 말한다.

또 저자는 회사에서 회의 시간을 앞두고 잡담을 주고 받던 중 잡담 시간이 너무 길어져 회의 분위기가 잡히지 않을 때 한 직원의 말이 부드러운 회의 분위기로 유도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한 직원이 갑자기 "앗, 큰일 났다!"고 소리친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그 사원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우리의 주제가 없어졌습니다. 최 대리님, 주제 좀 찾아주세요." 갑자기 분위기가 회의 시간으로 바뀐다. 이에 저자의 설명은 "만약 최 대리가 딱딱하게 잡담 그만하고 회의 시작합시다"라고 말했다면 분위기가 어수선한 채로 회의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잡담의 여운은 지닌 채 부드럽게 회의에 임할 수 있었을까라며 반문한다. 오히려 유머 한 마디로 회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예를 들고 있다. 이 때 분위기를 부드럽게 전환시킨 힘은 유머였다는 것이다.

 


 

이 밖에 1부 마지막 장 「주목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10가지 비법」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기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주목받는 사람이 되는 비법과 같은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기술 순서에 따라 여기에 적어본다. 한 가지 한 가지씩 수시로 암기하고 필요할 때 수시로 실천하며 몸에 익힐 만한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①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②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

③ 얼굴에 늘 미소를 띠고, 잘 웃는다.

④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다.

⑤ 신경질을 내지 않는다.

⑥ 밝은 표현을 자주 한다.

⑦ 자기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말 안하면 남이 알기 어렵다.

⑧ 조건 없이 사람을 좋아한다.

⑨ 자신의 허점을 적당히 노출시킨다. 완벽한 사람은 존경받지만 호감을 얻지는 못한다.

⑩ 대화할 때 개인적인 화제를 끌어낸다.

 


 

2부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쾌한 대화법〉에서도 앞의 파트와 마찬가지로 각 장의 제목과 적절한 사례 등으로 설명을 한다. 제목만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도록 평범한 단어들로 알맞은 제목을 잘 뽑아놓았다. 독자는 저자의 뜻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핵심 단어만 나열해 본다. 유쾌한 아침인사, 칭찬, 질책은 잠시 뒤로, 상대의 관심 분야 파악, 상대의 가치 높이기, 지금 그대로가 좋다, 대화는 일상적인 일부터, 지나친 침묵은 금물, 충고는 아껴라, 나를 싫어하는 사람 더 칭찬하기, 이름 기억하기, 작은 관심도 보여줘라, 정확하게 말하고 들어라, 빈틈도 가끔 보여라, 진실한 마음, 칭찬의 기술 등이다. 조금만 눈치 빠른 독자나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슨 말이 쓰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3부 〈유머 감각을 키우는 15가지 방법〉은 구체적인 방법을 적시하고 있지만 굉장히 쉬운 표현으로 실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어 소설 읽듯이 한 번만 훑어보면 외우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에 들어가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쉽게 해치울 수 있는 긍정적 태도와 진취적인 도전 정신이 유머에 깃들어 있다면 그는 누구와도 소통 가능한 '유쾌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저자 : 이정환

 

1951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명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브리태니커에서 13년간 근무하면서, 전 세계 53개 지사 중 최고경영자 상인 ‘국제 분기 경영상’ 및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신성씨앤지(주) 대표이사, 리턴에너지(주) 대표이사, 세븐에코(주) 경영인턴 등을 역임하며 회사를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만한 대인관계와 성공에 이르는 화술을 정리하였다. 현재 자연의 멋 미세먼지 연구회 연구위원(초록선생)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성공을 부르는 긍정의 한마디》 《인생을 바꾸는 긍정의 한마디》 《자신의 몸값을 인정받는 30대가 돼라》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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