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스프 리플렉스
김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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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100세 시대'를 맞았다. 얼마 전 열풍을 일으킨 노래 〈백세 인생〉은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라고 시작한다. 이 노래 원래 제목은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말하리〉인데 여러 번 재편곡과 개사 과정을 거치고 2013년 〈백세인생〉이라는 제목이 되었다. 이후 '백세인생'은 입소문을 타고 고속도로에서 많이 찾는 노래 1위로 올라서고 짤방까지 더해져 젊은 층으로까지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 노래가 리바이벌돼 큰 인기를 끈 것은 우리의 '100세 시대' 선언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가요계 평가다. 우리 국민 평균 수명이 '100세 시대'로 불릴 만큼 연장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09년 출생아 기준으로 80.5세다. 40년 전 보다 평균 수명이 약 18년 늘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100세 이상 인구가 머지않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공식 선언할 무렵이었으니 추정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열풍을 가져 온 이 노래는 리바이벌된 지 10년을 버티지 못했다. 유행가라는 게 원래 일시적이긴 하지만 당시 열풍으로 미루어본다면 너무 일찍 '100세 시대'가 수면 밑으로 가라앚은 듯하다. 아직 ‘인생 100년’의 시대가 변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수명 100년은 건강하지 못하다면 '행복이 아니고 지옥'이라는 자각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100세를 넘긴 사람이 많다. 불과 40~50년 전에는 꿈의 숫자였지만 현실화된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100세 시대’라 해도 모두가 90세, 100세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90세, 100세를 맞이한다 해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병간호를 받으면서 병석에 누워 지내기만 하거나, 치매가 되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죽을 때 만족하며 죽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그 점을 생각해보면 수명 연장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일만은 아니라는 자각심이 든다.

 


 

이 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는 초고령 사회를 배경으로 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주어진 시간 이상의 삶을 누리게 된 미래, 노인들의 세상이 온다. 노인들의 표만으로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고, 노인들의 소비만으로도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권력과 부는 죽지 않는 자들의 것, 손에 쥔 것을 내어놓지 않는 그들. 그들을 바라보는 자식들. 노인이 자식에게 말한다. “기다려라, 너도 언젠가 늙을 것 아니냐?” 자식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뿐, 노인이 되기 위한 시간 혹은 누군가의 죽음. 김강 저자가 쓴 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는 우리 사회의 가까운 미래를 담고 있다. 노인들은 나라에서 주는 소득만으로 먹고살고, 출시되는 신제품은 온통 노인을 위한 것뿐이다. 새로운 정책들은 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급급하다. 그 와중에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20, 30대는 작중의 남매인 안나와 노마처럼 재벌의 마이걸이 되거나 노인들에게 나라에서 지급하는 로봇을 수리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에게는 노인이 되기까지 남은 30~40년이 까마득하다. 그런 노마에게 한 노인이 말한다. "자네도 언젠간 늙을 거 아냐?"

필립은 영원히 살려고 하는 아버지 만식의 그늘에 가려 오십이 넘는 나이가 되도록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인호는 이십여 년째 아버지의 지역구 영산시를 관리하며 정계 진출을 꿈처럼 간직하고만 있다. 어느 날, 만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의문투성이인 죽음을 뒤로 한 채 필립과 인호는 각자의 야망을 위한 계획에 시동을 건다.

김강 작가는 장편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에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미래 사회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노인들의 표만으로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인, 노인들만 대상으로 사업을 해도 최대 재벌이 될 수 있는 기업인, 노인들을 위한 로봇을 수리하고, 수명 연장을 위한 인공 장기 밀매를 벌이는 청년들이 노인만을 위한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 속에서 노인들은 나라에서 주는 소득만으로 먹고살고, 출시되는 신제품은 온통 노인을 위한 것뿐이다. 새로운 정책들은 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급급하다. 그 와중에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20, 30대는 작중의 남매인 안나와 노마처럼 재벌의 마이걸이 되거나 노인들에게 나라에서 지급하는 로봇을 수리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에게는 노인이 되기까지 남은 30~40년이 까마득하다. 그런 노마에게 한 노인이 말한다. "자네도 언젠간 늙을 거 아냐?" 노마는 노인들을 가리켜 "신 같다"라며 한탄한다. 노마는 여동생 안나가 만식의 아이를 가졌을 때, 인생의 큰 비극이 닥쳤다고 생각하고 분노하지만 앞으로 노마에게 벌어질 일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에 불과했다. 저자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사회의 거대한 힘을 다뤄왔고, 이 작품에서도 인간을 특정한 방식으로 살게 만드는 이야기를 꺼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필립은 영원히 살려고 하는 아버지 만식의 그늘에 가려 오십이 넘는 나이가 되도록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만식은 늘 주변인들에게 '아직 경험이 부족한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인호는 이십여 년째 아버지 영권의 지역구 영산시를 관리하며 정계 진출을 꿈처럼 간직하고만 있다. 인호가 정계에 진출하겠다고 영권에게 말하자, 영권은 아들에게 평생 정계 진출을 하지 못하도록 못박는다. 어느 날, 만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이야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권은 자신의 후원자가 당한 의문투성이인 죽음을 발판 삼아 정치적인 퍼포먼스에 열을 올린다. 필립과 인호는 노인 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필립에게 안나의 일을 따지러 온 노마는 필립이 의외로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필립은 노마에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노마는 필립이 안나와 안나의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들은 노인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한 마음이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마땅히 내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지려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부딪힌다. 만식과 영권, 필립과 인호, 노마와 안나가 모든 것을 불태워 부딪히고 난 후, 이들에게는 만식이 남긴 한 마디만 남는다. "누구나 마땅한 일을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은 2025년에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소설 속 영산시와 같은 지방 도시는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저자의 소설은 이러한 현실을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처음 겪어보는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소설에는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의 단서가 숨겨져 있다.

저자는 책의 뒷 부분에서 「작가의 말-묻습니다」를 통해 초고령화 시대를 눈앞에 둔 우리들이 묻는 질문을 대신 하고 있다. 소설의 초고를 쓴 지 5년 만에 세상에 내놨다고 말한다. 저자 자신이 소설에서 하려는 말에 대해 확신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용감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물을 용기. 이제야 소설로 출간한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독자로서는 이 시점에 내놓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란 예상이다. 저자는 "용기를 주는 사람들이 꽤 곁에 있기 때문"에 출간했다고 말한다. 지금이나 5년 전이나 세상이 바뀌지 않은 듯,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듯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때문이란 속내를 드러낸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무엇을 묻고 있는 것일까? 따지지 말고,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그냥 좀 따라오라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밝힌다. "하고 싶은 말을 어찌 다 하고 살아"라는 사람에게는 저자는 이런 답을 내놓는다. "말은 해봐야지, 물어보기는 해야지. 듣는 이 없으면 크게 소리를 내어보기도 해야지. 답하는 이 없으면 어떻게든 남겨 기억이라도 해야지."

 


 

이 소설은 여덟 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가질 것이다」, 「노송(老松) 아래 아무것도 없었다」, 「찰 영(盈)에 돌아볼 권(眷) 길 영(永)에 권세 권(權)」, 「마이걸」, 「올림퍼스의 노예들」, 「그 길밖엔 없어」, 「바닥에는 검은 진흙이」, 「누구나 마땅한 일을 하는 겁니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인공 장기에 관한 시술자와 치료자, 그리고 혜택자의 관계를 유대 관계를 보여준다. 돈 때문에 시술하고 치료를 해주는 의사(이 교수), 돈으로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재벌급 인물(만식)이 등장한다.

 

“갑자기 기계가 멈추고 그런 일은 없겠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라 신경 쓰이는데.”

코디네이터는 인공 폐를 개발한 회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었다.

“그럼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환자가 다른 이유로 사망하는 일이 생겨도 인공 폐는 혼자 숨 쉬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무튼, 지독한 노인네야. 그렇지 않아? 저 밑에서 일하지 않는 게 다행이지.”

이 교수는 만식의 몸에서 작동하고 있을 인공 심장과 인공 간, 인공 폐 그리고 인공 신장을 떠올렸다. 쉽게 죽지는 않겠어. 이 교수는 혼잣말을 했다.(p.10~11)

 


 

가까운 미래 소설 주요 등장 인물들로 꽉 찬 세상은 아날로그 감성으로 보면 지옥처럼 살벌하다. 인간의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가장 중요 주제이지만 그 욕망을 빌붙어 사는 사람들의 행태도 볼 만하다. 어느 정치인은 노인들의 표만으로도 정권이 유지될 수 있다고 믿고, 노인들만 상대하는 것 만으로도 재벌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기업인도 있는 세상이다. 또 노인들을 위한 로봇을 개발하고, 수명 연장을 위한 인공 장기 밀매를 벌이는 청년들이 노인만을 위한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면 아날로그 감성으로 보면 지옥이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 의학의 발전으로 노인 환자들을 위한 폐·간·심장 등 인공 장기들도 자유로이 쓰여지는 세상이 오더라도 사회의 근본 정신이 변화하지 않는 한 기술의 발전이 지옥행 급행 열차로 변하리라는 것도 암시하고 있다. 사실 위에 열거한 내용들이 인간의 욕망을 뺀다면 2023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아닌가? 하는 데 생각이 미치니 '지옥'이란 단어가 저절로 독자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것은 이미 책을 읽을 때부터 독자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던 단어이다. 이에 따라 20~30대 청년들은 부모님 세대가 수명이 40년씩 늘어난다면...

이 소설은 세대간 차이와 의견이 다름을 경제적인 문제를 굳이 들먹이지 않고도 부자 사이의 갈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현재 닥친 문제에 대해 슬기롭게 이끌어가지 못할 경우 어떤 댓가를 치르게 될지 생각해보는 소설로서의 구성은 저자의 소설적 재능이 한껏 발휘된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 그렇게 나아가는 방향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다면 짚어내 보여주는 것이 소설 쓰는 전업 작가로서의 보람이라면 저자는 그 직업에 매우 충실한 능력 있는 분이다.

 


 

만식은 영원히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 같았다. 그것도 건강하게. 그는 건강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챙겼고 수명 연장과 관계된 새로운 것들을 찾아다녔다. 만식이 기댔던 것은 의학 기술이었다. 새로운 기술과 신소재를 앞세운 인공 장기 업체들은 고가의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돈 많고 절실한 소비자가 필요했고 만식은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을 원했다. 새로운 기술과 소재들은 만식이 지불한 금액만큼 효과가 있었다. 만식이 여든이 되었을 때 만식의 심장과 만식의 콩팥 중 하나와 만식의 간, 그리고 관절의 일부는 만식이 태어날 때 가지고 왔던 그것들이 아니었다.(p.36~37)

 

영산시는 노인 복지에 있어서는 항상 다른 지역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노인들의 의료보험 본인 부담금을 지자체가 모두 부담하는 정책, 노인 전용 급식 식당의 개설, 노인용품 바우처 제도 등의 정책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었다. (중략) 영산시는 노년의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노인들은 새업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아다녔다.(p.190~191)

 

저자 : 김강

 

부산에서 태어났다. 2017년 단편 소설 「우리 아빠」로 21회 심훈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2020, 아시아, 아르코 문학나눔 권장도서), 『소비노동조합』(2021, 아시아), 앤솔러지 『여행시절』(2021, 아시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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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의 향연
검은 비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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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이 역경을 역경으로만 대하면 그 너머에 있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삶이란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미래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하는 것이다. 절대 중간에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될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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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의 향연
검은 비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빛과 어둠은 우주 만물의 살아가면서 가장 먼저 접하는 진리다.

빛은 밝고, 어둠은 그 반대쪽의 위치해 만물의 형상을 보이는 만큼 빚어낸다.

우주의 별이 밝게 빛나는 것도 따져보면 밝은 빛은 어둠에 의해 더욱 밝게 보인다. 어둠은 상대적으로 빛이 있기에 더욱 어둡다.

이를 보는 인간의 감정(느낌)도 빛과 어둠만큼의 크기로 갖는다.

다만 인간은 빛과 어둠을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감정도 언어로 표현 가능하다. 그래서 사계절도 보이는 만큼의 빛으로 가늠하고 언어로

표현해 낸다.

뿐만 아니라 긍정적 감정도, 부정적 감정도 언어로 표현해낸다.

이 책 『빛과 어둠의 향연』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시집이다.

행복, 슬픔, 분노, 좌절, 깨달음, 우울, 고통 등등….

마냥 예쁘기만 하고 감동적인 빛과 같은 글뿐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는 쓸쓸하고 외롭고 슬픈 어둠의 글도

포함하고 있는 시집이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 간에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누구나 세상에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기 위해 혼자 있는 것이지 혼자 있기 위해 사는 사람은 없다.

이별과 죽음도 마찬가지다. 만남이 있기에 헤어지는 것이고, 살아 있기에 죽음도 맞는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게 된다.

살아가는 동안 한 번도 이별을 겪지 않았다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자신과는 별개의 일인 것처럼,

먼 훗날에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저자 또한 그렇게 지내 왔지만 막상 그 이별이라는 시간이 한 걸음 다가오려 하자

많은 아픔과 시련을 겪었다.

그런 슬픔의 시간 속에서 갖가지 고민을 하다가, 어느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글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재미 삼아 그 글귀들을 종이에 옮겨 한 편의 시로 완성했다.

그렇게 한 편 한 편 쓰다 보니 『빛과 어둠의 향연』 시집이 완성되었고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눴으면 하는 바람으로 세상에 내어놓았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 모든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은 역경과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굳이 철학자의 이야기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인간은 그러한 삶의 모습이 진리라고 믿는다.

가끔 부정하고 싶을 때도 있고, 애써 잊으려 해도 때가 되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때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서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행복한 순간이 다가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이를 되풀이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마치 따뜻한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쓸쓸한 가을이 지나면 혹독한 겨울이 오듯이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인생도 사계절이 있는 것이다.

시인은 수많은 역경을 꿋꿋이 헤쳐 나가며,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끝까지 잘 완주하길

독자들에게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적는다.

 

 

이 시집은 시인으로서는 첫 작품집이라고 한다.

원래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자 하지 않았기에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다.

저자 이력에 따르면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워 조그만 빵집을 운영 중이다.

시를 쓰는 것은 '취미'라고 했다.

아마 감정의 굴곡을 표현할 필요가 있을 때 혼자서 조용히 글로 옮겨 적었나 보다.

혼자 있으면 빛과 어둠이 더욱 명징하게 보일 것이다.

밤하늘을 볼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라본다면

반짝이는 별빛에 집중해 그 별을 더욱 밝고 반짝이게 하는 어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칠흑처럼 어둠이 갖는 의미를 알아내기에는 소홀하다. 시인의 필명은 '검은 비'이다.

문득 왜 비가 검지? 하는 생각에 잠긴다. 어둠 속에 내리는 비를 그렇게 표현한 것 같긴 하다.

언어 감각으로 보자면 어둠 속에 내리는 비는 부정적 이미지의 단어가 겹치며

표현하기 어려운 부정적 감정의 표현으로 읽히기도 한다.

시인이 책을 출간한 후 출판사 측과 가진 인터뷰에서 "마냥 예쁘기만 하고 감동적인

빛과 같은 글뿐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는 쓸쓸하고 외롭고 슬픈 어둠의 글들도 포함하고 있는 시집"이라고 소개했다. 빛과 어둠은 서로의 반대되는 개념에서 비로서 화합한다.

빛과 어둠은 서로의 존재를 더욱 분명하게

인정해주는 보완재 역할로 대치되는 것이다.

 

 

인간이 역경을 역경으로만 대하면 그 너머에 있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죽음을 단순한 '끝'으로만 인식한다면 삶이 아름답게 느껴질 리 없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보완재가 되는 것을 아는 순간

삶과 죽음은 보완재로서 존재의 의미가 더 커진다. 이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빛과 어둠과 어울려 잔치를 한다는 뜻의

표제어 『빛과 어둠의 향연』도 그렇게 붙여진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앞선 인터뷰에서 저자는 그동안 인간의 가장 큰 이별인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

절절하고 아픈 가슴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다고 말한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마음이었으리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직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병 간호를 하면서 점점 지쳐가고 악화되어 가는 병세에 절망감도 느꼈으리라는 예상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일에 닥칠 때 언어로 누구에게 표현해 내고자 하는 것은 답답함 때문이리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인간은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그때 글로 표현해 낸다는 것은

'언어적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인터뷰에서 시인은 시집을 펴내기까지의 심정에 대해 간략하게 표현한다.

"막상 그 이별이라는 시간이 한 걸음 다가오려 하자 심적으로 아주 많은 아픔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런 슬픔 속에서 갖가지 고민을 하다가, 어느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글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글귀들을 종이에 적어 시를 써 보았습니다.

그렇게 한 수, 두 수 쓰다보니 창작시를 짓는 데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제가 쓴 시들을 주변 지인들이나 가족,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제가 쓴 시들을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눴으면 하는 생각에 『빛과 어둠의 향연』이라는

시집을 집필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말 것을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그것은 삶의 한 조각이고 인간은 모두 그런 어둠 속에 있다

다시 빛을 찾아 미래로 향하는 여정을 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의 삶은 그런 것이기에 살 가치가 있고,

살아야 할 의무도 있다는 생각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인연이란 그런 거지···

채워 주고··· 비워 주고···

그리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거야···(p.29 「인연」 중에서)

 

 

멍하니 초점 잃은 두 눈으로

티끌 하나 없는 심심한 천장을 바라보며

꺼질 듯한 깊은 한숨을 토해 낸다···

 

하~~ 아~~~

홀로서기의 첫날 밤은

그렇게도 무던히도 길기만 하였다···(p.92 「홀로서기」 중에서)

 

저자 : 검은 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워

현재 인천에서 조그마한 빵집을 운영 중이다. 근래 시를 쓰는 취미가 생겨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 주곤 했는데, 좀 더 많은 사람과 글을 나누고자 단편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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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매직 아웃 1~2 세트 - 전2권 매직 아웃
사토 마도카 지음, 탄지 요코 그림, 이소담 옮김 / 길벗스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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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학교 다닐 때 수학과 물리가 약했다. 다른 공부보다 덜 하거나 더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문제 풀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대학 입시 위주의 공부 체계라 더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수학과 물리 공부를 하는 데 시간을 줄여야 했다. 효율적으로 전체 점수를 높이는 데 좋은 방법은 공부하는 시간을 재배정하는 것이 그때의 입시 위주 공부에서는 적절하다고 모두 권장하던 때였으니까.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역시 대학에서는 대학대로의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나중에 수학이나 물리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직장에서나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수학 물리는 접근이 쉽지 않았고, 사회 생활도 수학 물리 지식이 다소 부족해도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내왔다고 변명 아닌 변명도 해본다. 그래서 아직도 수학 물리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특히 코로나 이후 부쩍 많이 출판되는 소설은 SF소설이었다.

어렸을 때를 제외하곤 과학 소설이란 것도 읽어보지 못한 터라 요즘 나오는 SF 소설은 엄청난 차원의 소설이라 이해하기 벅찼다. 자연스러운 결과였으리라.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독자는 점점 멀어지다 이젠 까마득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속마음으로 학교 다닐 때 수학 물리 공부를 열심히 안 한 벌칙으로 생각해도 되겠지만, 지식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배우면 될 일이다. 학교 다닐 때 수학 선생님 중의 한 분이 고등학교 수학이 도저히 못 따라 가겠다고 생각하면 중학 수준의 수학부터 차근차근 하라. 그대로 늦지 않다라고 학생들을 다독이며 학습 의욕을 북돋아준 분의 말씀대로 조금은 약한 과학 지식으로도 이해할 만한 소설을 찾다가 이 책 『매직 아웃』을 발견했다.

 


 

이 책은 사실 중학 이하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읽을 수 있는 '어린이용 과학 소설'쯤으로 쓴 것이다. 일본인 저자 사토 마도카가 쓴 책으로 책에서 쓴 용어나 과학 지식이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소설이라고 이해하고 읽었다. 정말 쉬웠다. 우선 용어가 어려운 것이 없었다. 거의 사전이나 다른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의 도움 없이도 읽기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내용도 지구 전쟁이나 우주전쟁 같은 극한의 내용이 아니다. 그리고 제목 자체도 매우 쉽다. 〈블랙 아웃〉이란 용어도 낯설지 않다. 굳이 과학 용어로 국한되어 있는 말도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이르는 용어로, 주로 특정 지역이 모두 정전된 상태를 말한다. 전쟁 용어로도 사용은 한다고 들은 바 있다. 군사적으로 사용할 때는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에 앞서서 한 발 또는 수 발의 핵 공격으로 적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적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적의 방어체계에 막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이 실행되기 이전에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미사일을 발사하여 전파에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블랙 아웃〉이란 용어를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의학 분야가 아닐까. 술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술을 자신의 해독 능력을 많이 마시게 되면 블랙 아웃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독자도 경험이 있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간다. 이른바 '필름 끊김'이다. 기억 상실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필름이 끊긴다는 것을 의학용어로 블랙아웃(Blackout)이라 한다.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의학계에서 쓰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억 전달 장치 자체의 고장보다는 입력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 데 의학계는 공동의 의견이다. 필름 끊기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술을 끊어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알코올성 치매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들은 바도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쓰이는 〈블랙 아웃〉은 정전 상태를 말한다. 누구나 마법의 재능을 갖고 태어나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나라, 에테르리아가 주 무대 배경이다. 이곳에서 아무 재능 없이 태어난 아니아는 사람들의 무시와 차별 속에서 스스로 공부하며 지식을 쌓아 왔다. 그런데 500년 만에 모든 마법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매직 아웃』이 일어나면서 에테르리아는 멸망의 위기에 놓인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니아뿐. 매직 아웃을 해결하기 위한 열네 살 소녀의 지혜롭고 담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이 책은 흥미 위주의 판타지를 넘어서서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평등한 사회란 무엇인지, 과학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간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안기는 작품이다. 『매직 아웃』』, 『나니아 연대기』처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본격 판타지 동화를 기다려 온 어린이에게 반가운 선물이 되어 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마법이 사라진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소녀의 용감한 모험이 『매직 아웃』 1, 2권에서 펼쳐진다. 3권은 곧 출간 예정이란다. 일본아동문학자협회상과 아동펜상을 받고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낸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사토 마도카가 5년 동안 공들여 쓴 3부작 판타지 동화다. 1권에서는 마법의 힘으로 모든 생활이 풍요롭게 유지되는 에테르리아에 모든 마법이 사라지면서 주인공 아니아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1권의 이야기가 에테르리아 안에서 펼쳐진다면, 2권은 아니아가 바다를 건너 외국으로 유학길에 오르면서 활약하는 무대가 더 넓어진다. 특히 2권에서는 1권에서 암시했던 아니아가 만날 운명의 상대가 등장하고 에테르리아를 지배하려는 외국 정부의 속셈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매력적이고 탄탄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장대한 스토리를 기다려 온 어린이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에테르리아 사람들은 힘, 기술, 지식, 수호 등 열한 가지 재능 중 한 가지의 재능을 갖고 태어나며, 수행을 통해 각자의 재능을 갈고닦는다. 그런데 어느 날 모든 마법의 힘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타고난 재능에 따라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었던 이전과 달리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해내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재능과 관련 없는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한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에테르리아 사람들의 모습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직 아웃 이후에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에테르리아 사람들의 모습에서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직업을 가진다면 재능과 흥미 중 어느 쪽을 더 우선시할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저자는 새로운 땅, 낯선 문화 속에서 차별받지 않고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난민과 이주민 아이들을 자주 마주친다고 한다. 그런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쓰게 된 작품이 『매직 아웃』이라고 밝힌다. 주인공 아니아 역시 마법의 힘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독서로 지식을 쌓아 온다. 그 덕분에 마법이 사라지는 재난이 닥쳤을 때 아니아는 엄청난 활약을 펼친다. 아니아는 그동안 쌓아 온 지식, 사람들의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해내겠다는 끈기로 에테르리아에 닥친 위기를 하나씩 해결한다. 아니아를 믿고 최선을 다해 도와준 가족, 친구, 이웃이 없었다면 에테르리아는 안정을 되찾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과학 만화의 내용이 언뜻 언뜻 떠올라 아름다운 기억으로 온 몸이 따스한 느낌도 든다.

 


 

에테르리아의 마법은 에테르리아인들이 믿는 신앙인 ‘대자연’이 내려 준 선물이다. 이 마법으로 사람들은 전기 에너지를 만들고, 아픈 사람을 낫게 하고, 날씨도 다스린다. 그러나 모두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에테르리아는 타고난 재능에 따라 신분이 정해지는 철저한 계급 사회여서 하층민의 자유는 보장받지 못했고, 나라 밖에서 마법의 힘이 필요한 곳이 있음에도 폐쇄적으로 자신들의 이익만 누려 왔다. 매직 아웃이 일어난 뒤 아니아의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에테르리아는 재술이라는 큰 축복을 받았지만 재술에 너무 의지했는지도 몰라. 우리의 그릇된 자세를 바로잡게 하려고 이번 매직 아웃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대자연께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바로잡을 기회를 주신 것 아닐까?”(1권, p.143)

『매직 아웃』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의 가치를 일깨우면서 우리 주변을 되돌아보게 한다. 맑은 날씨, 풍족한 식량, 언제든 쓸 수 있는 물과 전기,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까지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법을 되돌리더라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아니아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 더 용기를 낸다. 마지막 3권에는 에테르리아의 개혁을 꿈꾸는 아니아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책은 요즘 우리식으로 말하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상으로 구분된다. 디지털 세계화된 에트르리아와 아날로그 아아 아니아의 삶이 겹치면서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세상으로 막 바뀌기 시작한 세상처럼 혼란스럽기도 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다른 감성을 철저히 분리시켜 발전해 나가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들과 지배하는 사람들 사이에 만일 디지털이 일시에 무용지물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에 대한 저자의 상상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아무리 디지털화된 세상이라도 아날로그 식 재앙에는 속수무책인 점을 감안한다면 디지털 세계로 바뀌어 가는 변화를 촉구하는 저자의 뜻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저자 사토 마도카는 지금의 과학 기술이 옛 사람들이 보기에는 마법처럼 보일 것이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휴대폰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저자는 설명한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길을 걸으면서 저노하로 통화하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랍니다. 마법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고도로 발달한 미래의 과학 기술일지 모릅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마법 같은 것 없다는 점을 직시한다. 모든 문제는 우리의 힘으로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 저자가 이탈리아에 살면서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이 소설을 쓰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완성치 못하고 있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었났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또 많은 사람의 인생이 달라졌다. 이 책에서도 전력이 끊기는 문제를 다루지만 일본의 현실과 비슷한 내용이기도 하다고 털어놓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2권은 에테르리아 왕국 밖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가능했던 작은 섬나라에서 자란 소녀 아니아의 일행이 배를 타고 대륙 오베리아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아니아는 조국과의 다양한 차이점을 피부로 직접 느낀다. 에테르리아의 단점을 명확이 인식하고, 지금까지는 몰랐던 장점을 깨닫는다. 문화가 다른 땅에 가면 자신이 살던 곳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땅의 장단점도 잘 보일 것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자신이 이탈리아에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을 되살린다. 그 점이 이 소설 2권에 많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로 이해된다. 처음에는 당연했던 것이 여기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고, 불편하고 화가 나는 일도 많았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2권에서 아니아와 퓨리스도 다른 나라에서 많은 것을 보고 여러 사람과 만나며 성장한다. 그러나 오베리아 정부에서 아니아 일행을 초대한 데에는 에테르리아의 숨겨진 에너지를 알아내서 전 세계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음흉한 속셈이 있었다. 한편 아니아 일행은 오베리아에서 아니아와 똑같이 생긴 소녀를 마주치게 되는데, 수수께끼의 소녀는 매직 아웃을 해결하기 위한 운명의 상대일까, 오베리아 정부가 파 놓은 함정일까? 아니아는 재술을 잃은 에테르리아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또한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을까, 고민에 빠진다.

 


 

“태어난 순간의 재능이 무언지, 또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일생이 결정된다니 너무하지 않니? 그런데도 예전의 재술 사회로 되돌아가는 게 좋을까……. 매직 아웃이 일어난 의미, 너랑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잘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2권, p.187)

 

저자 : 사토 마도카(さとう まどか,佐藤 まどか)

196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상업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중 『물색 오리발』로 제22회 닛산 동화와 그림책 그랑프리 대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로 등단했다. 대표 작품으로 『목각인형』, 『매직 아웃』 3부작, 『슈퍼 키즈』, 『리젝션』, 『내 고양이가 로봇이 되었어』, 『작은 판다』, 『만들어진 마음』, 『105도』, 『애드립』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으로 『해님우산, 비우산, 구름우산』, 『물벼룩이 토독톡!』, 『좋아하는 건 의자입니다』가 있다.

 

그림 : 탄지 요코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디자인과를 졸업했고, 현재 도쿄에서 살고 있다. 주로 책 삽화 작업을 하고, 주요 작품으로 〈축구 소년〉 〈소녀들의 블루〉 〈아리 핑클 여자의 규칙〉 〈맨 끝의 사가〉 시리즈와 《첫사랑 소믈리에》 《소년 소녀 비행클럽》 《꽃 사슬》 《라위니아》 《전학생과 환상의 나비》 《도련님 가신다》 《이코-안개의 성》 등이 있다.

 

역자 : 이소담

동국대학교에서 철학 공부를 하다가 일본어의 매력에 빠졌다. 읽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책을 우리말로 아름답게 옮기는 것이 꿈이고 목표이다. 지은 책으로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를 비롯해 『최애, 타오르다』 『양과 강철의 숲』 『같이 걸어도 나 혼자』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십 년 가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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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 - 꺾이지 않는 마음을 위한 인생 수업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성귀수 옮김 / 월요일의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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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가 ‘지극히 현실적인 행복 매뉴얼‘이라고 평가한 이 책은 100만 유럽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가 아니라, 상처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는 일이다”라는 긍정 인식을 가진 저자에게 무한 감동의 응원 박수를 보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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