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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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심상, 그리고 초현실적인 상상력은 앞으로도 이 작품이 다른 작품의 텍스트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세기 최고의 드로잉 작가의 삽화는 분위기 묘사나 표정 등에서 묻어나오는 작중 인물의 심리를 궤뚫고 있는 듯하다. 놓치고 싶지 않은 소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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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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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책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읽는다. 그러나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다. 영화나 뮤지컬 등으로 수없이 반복 재생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리스·로마 신화 다음으로 『프랑켄슈타인』을 텍스트로 삼은 타 장르의 예술 작품도 많이 재탄생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소설 작품은 1818년에 익명으로 출간된 초판과 메리 셸리가 초판을 수정해 1831년에 출간한 개정판, 두 가지 판본이 있다고 한다. 그중 1818년 초판본은 여성 작가의 창작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 익명으로 출간해 작가 특유의 재치와 올곧은 사상을 1831년 개정판보다 더 날카롭고 대담하게 풀어냈다고 평가받는다고 평론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 책 에디터스 컬렉션 『프랑켄슈타인』은 작가의 의도가 더 잘 보존된 1818년 초판본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장르문학 번역과 비평으로 잘 알려진 임종기 전문번역가의 매끄러운 문장이 독서의 몰입도를 높인다. 천재 작가 메리 셸리가 19세의 나이에 뛰어난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과학 소설이다. 이번 에디터스 컬렉션으로 새롭게 출간된 『프랑켄슈타인』에는 DC 코믹스, 마블 코믹스의 전설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버니 라이트슨이 7년에 걸쳐 완성한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펜화 작품 45점을 수록하여 특별함을 더했다. 버니 라이트슨의 프랑켄슈타인 삽화는 “20세기 최고의 판타지 드로잉”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원화의 가치는 100만 달러(경매 추정가)에 육박할 정도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섬세한 묘사와 강렬한 대비가 일품인 삽화들은 극적인 장면들을 탁월하게 포착해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과 감동을 배가하고, 명작을 소장하는 기쁨 또한 안겨줄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저자 셸리의 괴기소설이면서 '최초의 과학소설'이라는 데 독자 개인적인 관심을 끌었다. 「근대의 프로메테우스(The Modern Prometheus)」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제네바의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자의 뼈로 신장 8피트(244㎝)의 인형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괴물은 드디어 인간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추악한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 대한 증오심에서 프랑켄슈타인의 동생을 죽인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과 함께 살 여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까지 죽인다. 증오와 복수심만 남은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쫓아 북극까지 갔다가 탐험대의 배 안에서 비참하게 죽는다. 괴물은 탐험대원에게 프랑켄슈타인의 죽음을 확인한 뒤에 스스로 몸을 불태우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저자 메리 셸리는 스위스 체재 중 남편인 셸리, 시인 바이런과의 대담, 또한 그 당시 유행한 괴기소설에서 자극을 받았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일찌기 1931년 미국 유니버설영화사에서 영화화하여 크게 히트한 이래 연작물을 제작하여 괴물역을 담당한 배우 보리스 카를로프를 유명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 영화에서 괴물을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잘못 부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 독자도 프랑켄슈타인이 괴물로 오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 책은 독자의 올바른 작품 감상과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의 착상과 집필 과정,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스탠더드 노블스 판 저자 서문」과 역자의 친절한 「작품 해설」을 각각 수록했다.

 

 

독자를 오싹한 공포로 몰아넣는 『프랑켄슈타인』은 대중과 수많은 예술가의 상상력을 자극해 발표된 지 2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재해석, 재탄생되고 있다. 그동안 『프랑켄슈타인』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패러디 등으로 그 이미지가 다양하게 재생산되었고, 덕분에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비교적 친숙하지만 다소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괴물 이미지가 대중의 인식에 자리 잡기도 했다. 천부적 재능을 지닌 두 예술가의 시대를 뛰어넘은 합작, 메리 셸리의 소설과 버니 라이트슨의 아름다운 삽화가 어우러진, 이 책 에디터스 컬렉션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이 지닌 역동적인 전개와 아름답고도 애잔한 정서를 생생하게 재현하며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읽는 독자는 물론 이 작품에 애정을 지닌 독자에게도 새롭고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리라고 독자는 믿는다.

『프랑켄슈타인』와 가장 유사한 후기 고딕소설은 『드라큘라』인 듯싶다. 이 두 작품은 호러 장르의 대표격으로 자주 꼽히며, 유니버설 사의 영화를 통해 그 본질이 완전히 왜곡된 주인공을 탄생시켰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한 호러 장르의 고전이라기보다는 초현대적인 SF 테크노호러물 쪽에 가깝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인간이 자연의 파괴를 저지할 수 있을 때까지 과학을 발전시키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한다. 이러한 불가능한 욕망이 바로 “공포(호러)”를 낳는 것이다. 저자 메리 셸리는 유창한 문장과 그로테스크한 심상, 그리고 초현실적인 상상력 역시 앞으로도 이 작품의 매력이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임을 독자에게 확신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부제인 「근대의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와의 연관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과거보다는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소설이다. 스위스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프랑켄슈타인은 초자연적 철학의 영감을 받아 인조인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죽은 자의 부활은 현대 호러물의 가장 중점적인 테마인데, 자연의 질서를 깨고 노쇠와 죽음을 되도록 뒤로 미루려는 이러한 행위가 현대 사회에서는 이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과학의 발전이 아직 상상에 불과했던 시점에 쓰여졌지만, 이 책이 탐구하고 예견하는 문화는 피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아있으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혀지는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族) 이아페토스의 아들이다. 프로메테우스란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주신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에게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복수를 결심하고, 판도라라는 여성을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냈다. 이때 동생인 에피메테우스(Epimetheus,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는 형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아내로 삼았는데, 이로 인해 ‘판도라의 상자’ 사건이 일어나고, 인류의 불행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제우스의 장래에 관한 비밀을 제우스에게 밝혀 주지 않았기 때문에 코카서스(캅카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은 다시 회복되어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영웅 헤라클레스에 의해 독수리가 사살되고, 자기 자식 헤라클레스의 위업(偉業)을 기뻐한 제우스에 의해 고통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북극에서 탐험을 하던 중 한 남자의 목숨을 구한 모험가 로버트 월턴의 여행기로 시작된다. 그가 구조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남자는 월턴에게 그가 어떻게 북극에 오게 되었는지,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그가 했던 연구와 실험, 그가 만든 괴물 같은 창조물과 그의 삶에 얽힌 참혹하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간단한 구조의 줄거리 장치를 통해 작가 메리 셸리는 생명체를 창조해 신의 경지에 이른 젊은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중심으로 그의 가족과 집안, 친구의 이야기를 연결하며 프랑켄슈타인이 그 자신과 그가 창조한 괴물, 주변 사람들에게 불러온 비극을 더욱 생생하고 풍성한 이야기로 확장해나간다.

또한 법과 제도, 학문, 문화 같은 현실 세계의 문제들뿐만 아니라 우정과 사랑, 인정과 관용, 존엄에 이르기까지 인간 보편의 문제들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면서 삶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 통찰이 깃든 명민한 문장들이 빛을 발한다. “문학이 신화로 나아간 진귀한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에는 유명한 탄생 일화가 있다. 메리 셸리는 훗날 남편이 될 시인 퍼시 셸리와 함께 유럽을 여행하던 중 스위스에서 시인 바이런을 방문한다. ‘괴담을 한 편씩 쓰자’는 바이런 경의 제안으로 작품을 구상하던 메리 셸리는 자신이 꾼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악몽에 착안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세상에 나온 작품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메리 셸리가 이 작품을 쓴 나이가 열아홉 살이었다고 하니, 작가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놀라움을 자아낸다.

 


 

저자 메리 셸리는 급진적인 정치사상가인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과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 여성학자인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억압적 사회 제도와 지배 계급, 지배적인 가치에 비판을 가했던 부모처럼, 메리 셸리 역시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원제)를 통해 사회 지배구조의 부조리를 비판하고자 했다. 특히 당시 사회에 존재하는 남성 및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와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을 폭로했다. 에디터스 컬렉션 『프랑켄슈타인』을 번역한 임종기 번역가는 작품 해설에서 이와 같은 작가의 의도를 분석하며 이 작품이 현대 독자들에게 주는 함의와 현재적 가치를 짚어낸다.

이 소설의 역자 임종기는 「작품 해설」을 통해 "언뜻 보면,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는 선과 도덕을 중시하는 가족들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한 중산층 가정이 외부의 폭력으로 말미암아 파멸에 이르는 비극을 그린 작품처럼 보인다. 프랑켄슈타인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따뜻한 마음씨에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실체를 보면, (…) 가부장적인 가족의 가치에 눌려 여성들은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여성은 공적인 기능과 교육에서 배제된 채 가정에 머물며 가정을 돌보는 일에 만족해야 한다. (…) 이처럼 왜곡된 가부장적 가족(사회)의 실체는 가정(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 드러난다.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가족이 해체되려는 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고는 가족 내부에 존재해왔던 왜곡된 관계의 본질 앞에선 눈을 감고, 파국의 원인을 괴물에 투영해 그 괴물을 죽임으로써 가부장적인 가족을 회복하려 한다."고 썼다.

 


 

저자 메리 셸리는 괴물의 입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의 가정과 당시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어린 여성 작가인 자신을 소외시킨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점에서 많은 비평가가 말하듯 괴물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여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소설가 스티븐 킹은 이 작품에 대해 "비범한 재능과 위대한 영혼을 지닌 예술가 버니 라이트슨은 메리 셸리가 탄생시킨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설득력 있게 재현한다. 독자는 공포와 미스터리의 궁극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열세 살 때 이 판본을 먼저 보았다면 『프랑켄슈타인』을 읽다가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고 추천사를 썼다.

 

저자 : 메리 셸리(Mary Shelley)

1797년 영국 런던에서 급진 정치사상가인 윌리엄 고드윈과 여성주의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시인 P.B.셸리의 두 번째 아내이다.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난 지 11일 만에 산욕열로 사망한다. 1814년, 17세였던 메리는 유부남이었던 시인 퍼시 비시 셸리를 만나 사랑에 빠져 외국으로 도피 행각을 벌인다. 1816년, 셸리의 아내가 자살하자 메리는 셸리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그녀는 스위스 제네바 근처에서 지내면서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1818)을 구상한다. 스위스 체재 중에 쓴 『프랑켄슈타인』(1818)은 남편과 시인 바이런에게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인간과 똑같은 능력을 갖춘 기괴한 형상의 거대한 인조인간을 다룸으로써 오늘날 과학소설(SF)의 선구가 되었다. 1822년, 남편 셸리가 항해를 떠났다가 바다에서 실종된다. 그래서 그녀는 25세에 혼자가 되고, 네 명의 아이 중 셋을 잃는 비극을 겪게 된다. 그녀는 재혼하지 않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간다. 당시 산업혁명의 여파로 에너지 활용에 관한 과학 연구가 많았는데, 메리 셸리는 ‘갈바니즘’(galvanism)이라는 생체전기 실험에 큰 관심을 보이며 당대의 첨단과학 이론을 적극 활용하여 새 기술이 가져올 가능성과 이에 따르는 윤리와 책임이라는 담론을 독창적인 이야기에 엮었다.

1823년에는 역사 소설 『발퍼가(Valperga)』가 출간되고, 1826년에는 전염병에 걸려 인류가 단 한 사람만 남고 전멸하는 과학 소설 『마지막 사람(The last Man)』이 출간된다. 이후에도 역사 소설 『퍼킨 워벡의 행운(The Fortunes of Perkin Warbeck)』(1830), 자전적 소설 『로도어(Lodore)』(1835), 마지막 소설 『포크너(Falkner)』(1837)가 차례로 출간된다. 1839년에 남편의 전집을 편집 및 출판했다. 그녀는 1851년 2월 1일, 투병 끝에 5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다. 대표 작품으로는 『프랑켄슈타인』, 『최후의 인간』, 『퍼킨 워벡의 풍운: 로맨스』, 『로도어』, 『포크너』 등이 있다.

 

그림 : 버니 라이트슨

1948년 10월 27일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EC 코믹스의 만화를 즐겨 읽으며 자랐다. 페이머스 아티스트 스쿨(Famous Artist School)에서 수학하고, 1966년부터 메릴랜드 주 최대 일간지 〈볼티모어 선〉에서 삽화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뉴욕에서 열린 ‘만화 박람회’에서 프랭크 프레이제타를 만나 영감을 받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작하기로 결심했다. 1968년 DC 코믹스의 편집자 딕 지오다노에게 자신의 습작을 보여주었고 이를 계기로 DC 코믹스의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게 되었다. 그가 본격적인 전문 삽화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 1968년 《미스터리의 집》(179호)에 수록되었고, 이후 DC 코믹스와 그 경쟁사인 마블 코믹스에서 발행되는 다양한 잡지와 책에 단편 및 연재 작품에 삽화 작업을 했다. 1971년 DC 코믹스에서 작가 렌 윈과 함께 늪지 괴물을 다룬 그의 대표작 《스웜프 씽》을 출간하고, 1974년에는 DC 코믹스를 떠나 워렌 출판사에서 ‘H. P. 러브크래프트’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각색한 시리즈의 삽화를 제작했다. 그 무렵 라이트슨은 섬세한 펜화를 그리는 데 열중했고, 7년의 작업 끝에 완성된 약 50개의 삽화는 라이트슨이 개인적으로 가장 특별하게 여기는 작품인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수록되었다. 그 후 스티븐 킹 원작 영화 〈크립쇼〉의 포스터를 그렸고, 이 영화를 각색한 만화책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미트 로프를 비롯한 여러 밴드의 음반 커버, 애니메이션 영화 〈헤비메탈〉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퍼니셔》를 비롯한 DC 코믹스의 여러 작품의 표지 그림을 그렸고, 존경받는 공포 작가 스티브 나일스와 공동 작업으로 《프랑켄슈타인 얼라이브》 등에도 참여했다. 또한 라이트슨은 구상작가로서 수많은 영화, 특히 공포 장르 영화에도 작업했는데 잘 알려진 작품으로 〈고스트 버스터즈〉, 〈스파이더맨〉, 〈갤럭시 퀘스트〉, 스티븐 킹의 〈미스트〉 등이 있다. 라이트슨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아내와 반려견 모티머, 막시밀리안과 함께 살다가 2017년 3월 18일,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임종기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 혁명, SF의 탄생과 비상』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 『타임머신』 『투명인간』과 필립 커의 『철학적 탐구』,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17, 18세기를 배경으로 정보사회, 테크놀로지, 현대문명의 기원을 그린 닐 스티븐슨의 『바로크 사이클』 시리즈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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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역사 -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리처드 건더맨 지음, 조정연 옮김, 김명주 감수 / 참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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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종식'이란 단어는 우리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방역과 함께 백신, 치료제를 만들어 '급한 불'은 끈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완전 진압은 기대난이다. 어쩌면 '위드 코로나' 시대가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 속에 사태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방법보다는 매년 찾아오는 '독감' 수준의 질병으로 안고 가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의학을 모르는 독자로서는 어느 것이 맞은지, 잘못된 방법은 아닌지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인류를 강타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간 코로나 바이러스는 적지 않은 기간 지구촌을 일시 멈춤 상태로 만들었다.

코로나19는 이렇다 할 근본적인 해결책을 얻지 못한 채 변이를 거듭하며 여전히 우리 일상에 위협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대미문의 감염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 책 『감염병의 역사』는 감염병이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발병했으며 얼마나 인류에 절망과 공포를 안겨 주었는지를 살핀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감염병의 치료와 효과적인 백신 발명에 힘이 되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감염병의 실체에 접근함으로써 대규모 집단 면역에 기대거나 '나는 감염병에 걸리지 않는'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예방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는 게 독자의 판단이다.

 


 

이 책을 통해 인류사를 조금만 돌아보면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은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저자 리처드 건더맨은 전 세대를 멸망시키려 했던 역사상 치명적인 감염병과 그러한 감염병의 전파를 막은 헌신적인 의사들과 과학자들의 독창성을 기록했다.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부터 천연두 백신의 발명, 1918년 스페인 독감부터 사스의 불가사의한 소멸에 이르기까지, 의사이자 작가이며 역사가인 리처드 건더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의학자나 의사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도표, 그래프를 주로 사용해 감염병 예방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는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져 감염병을 다룬 책이지만 애정이 간다.

저자는 이를 위해 감염병의 발생 배경과 증상, 원인, 예방 및 치료, 확산 및 그로 인한 인명 피해 정도 등을 기록용 자료와 유익한 도표, 지도 및 그래프와 함께 자세히 기술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인류의 필사적인 노력과 백신 개발 경쟁 및 앞으로의 위협 요인에 대한 개요도 제시하고 있다. 인류를 팬데믹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끊임없이 위협해 온 수많은 감염병. 인류가 겪었던 다양한 감염병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현시대에 어떻게 적용하여 극복할 방법을 모색함이 좋을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는 것은 감염병 팬데믹 시대를 이겨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책에 따르면 인류가 수많은 사망자를 낳은 감염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데 큰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국 건국 당시 전체 사망 원인의 10%를 차지하며 맹위를 떨쳤던 천연두는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이룬 최대 혁신인 예방 접종 덕분에 지구상에서 박멸되어 이제는 실험실에서나 존재하게 되었고, 말라리아와 황열병, 소아마비, 결핵 등 인류를 위협했던 수많은 감염병 또한 통제를 위한 계속된 연구와 개발로 퇴치 전략이 마련되고 바이러스 백신과 약물이 개발되는 등 그 해결책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여전히 감염병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수많은 감염병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감염병이 완전히 박멸된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의 여러 가난한 나라의 많은 사람이 여전히 설사병과 말라리아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HIV/에이즈는 1980년대 처음으로 확인된 이후 매년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 책 『감염병의 역사』는 감염병의 증상과 원인, 예방, 치료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도입한 에드워드 제너, 콜레라의 원인을 밝혀내고 ‘역학’이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를 만들어낸 존 스노, 감염에 대한 세균 이론을 정립한 루이스 파스퇴르 등 역사상 주목할 만한 인물들의 놀라운 공헌과 그들이 세계 역사와 인류 진화에 미친 영향과 더불어, 질병과 인류의 끝나지 않는 싸움에 관한 흥미로운 여러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끝나지 않은 글로벌 팬데믹 시대, 어떻게 하면 감염병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닌 공생하며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집필 이유이다.

 


 

저자는 새롭고 치명적인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지속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하며 세계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등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질병에는 발단, 주요 특징, 진행 과정이 있고, 질병이 발견된 순간과 잠재적인 치료법이 존재하기에 인류사와 함께해온 감염병의 역사와 그 대처 방안을 돌아본다면 현재의 감염병을 극복할 방법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며 인류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쳐 온 감염병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기록용 자료와 유익한 도표, 지도 및 그래프 등 풍부한 이미지 자료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인류가 겪었던 다양한 감염병의 역사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팬데믹 시대를 사는 우리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과거부터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해 온 수많은 감염병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현시대에 어떻게 적용함이 좋을까? 다음 팬데믹은 어떻게 예측하고 예방하면 좋을까? 이 책은 감염병을 발생을 역사적 연대를 작성 여러가지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저자가 살피고, 연구하고, 글로 써내기까지 탐구한 감염병의 역사는 실로 오래 됐고 다양하며 가벼운 증상부터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는 등 원인이나 결과 등 제각각이어서 어떤 카테고리로 맞춰 넣기에는 어렵다. 또 감염병의 실제 피해자가 발생 원인이나 환경 조성에 함께한다는 중요한 사실이 읽힌다.

 


 

19세기 콜레라가 전 세계 주요 도시를 강타했을 때 상수도 및 위생설비를 개선하고 광범위한 격리 조치를 시행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재도 콜레라가 박멸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유한 국가에서는 콜레라 발생이 급격히 감소했다. 존 스노의 감염병 연구와 로버트 코흐의 미생물 연구로 콜레라 원인균과 전파 방식이 밝혀지며 효과적인 질병 제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콜레라 발병을 막기 위해 상수도 및 위생 시스템을 개선하자 장티푸스 발병이 감소했다. 슈퍼 전파자로 악명을 떨친 '장티푸스 메리' 같은 무증상 감염자 문제도 다량의 항생제를 사용하고 원인 미생물이 주로 서식하는 담낭을 제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간헐적 발열을 일으키는 말라리아의 경우 늪지대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공기가 원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하지만 1882년 이후 로널드 로스가 말라리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1883년 모기가 말라리아 전염 매개체임을 발견하였다. 이후 19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말라리아 퇴치 전략이 명확해졌다. 바로 모기가 번식하는 물구덩이를 없애는 것이었다. 살충제 개발도 말라리아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 많은 부유한 국가에서는 말라리아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결핵은 수백 년 동안 서구 사회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 도시에서는 결핵이 전제 사망률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던 중 로버트 코흐가 결핵균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여 190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감염된 우유 등의 감염 경로를 제거하고 식단 및 주거 생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면서 감염률이 크게 감소했다. 이후 효과적인 약물도 개발되어 오늘날 결핵은 대다수 부유한 국가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에 대해서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가래톳흑사병(Black Death)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팬데믹이다. 1347년부터 1351년까지 불과 4년 만에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에서 1억~2억 명이 사망했다.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변화는 2세기 동안 지속됐으면,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흑사병이 1347년에 처음 창궐한 것은 아니다. 유럽 집단 매장지에서 발굴된 유골에서 약 5,000년 전에도 흑사병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고대 문서에도 최초로 전 세계를 휩쓸었던 흑사병인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앞서 말한 가래톳흑사병보다 약 800년 먼저 발생하여 541~542년 동로마 제국을 초토화했다.

흑사병의 원인균은 페스트균으로 스위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의사 알렉상드로 에르생 박사가 처음 발견했다. 숙주는 마못 등의 설치류와 벼룩이다. 벼룩이 설치류를 물면, 벼룩의 소화관에서 박테리아가 대량으로 번식을 시작하고, 곧 박테리아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 벼룩의 소화관을 막게 된다. 그 벼룩이 다른 대상을 물 때 소화관이 역류하며 박테리아가 전파된다. 감염된 설치류가 죽가, 벼룩은 주변에 있던 인간에게서 혈액을 얻고자 했고, 벼룩이 인간을 숙주로 삼으며 흑사병이 발생했다. 벼룩이 인간을 물면 박테리아가 혈류로 들어가 증식한다. 흑사병이 치명적인 이유는, 흑사병 박테리아는 백혈구가 외부에서 침입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식균 작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흑사병 박테리아는 목, 겨드랑이, 서혜부 등 림프절에서 증식하는데 림프질이 커지며 붓고 심한 통증이 생긴다. 감염된 림프구를 가래톳이라고 하는데 림프구 염증이 피부까지 퍼져서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이 책은 모두 3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 역사 이래 발생한 감염병과 증상, 원인, 바이러스, 치료약 등을 자세하게 담았다. 또 의사나 의학계·제약계 등의 수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아직 특효약은 없다. 일시적인 예방과 어느 정도의 유효한 치료제만 개발되었을 뿐이다. 그나마 개발되었기에 더 큰 피해는 막았지만 또 다른 감염병이 어떤 형태로 발생해 인류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은 지금까지 발생한 감염병의 모든 것을 다루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감염병 사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아테네 역병부터 가장 최근의 코로나 19 바이러스까지 모두 기술했다. 이 책은 감염병의 치료보다는 개인 방역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독자들이 감염병 예방과 극복에 주력하도록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백신이나 치료제보다 훨씬 효과적인 치료제이라는 이야기다.

 

저자 : 리처드 건더맨

저명한 의사이자 작가이며 역사가다. 인디애나 대학교 석학 교수Chancellor’s Professor로 방사선학, 소아과, 의학 교육, 철학, 인문학, 자선학, 의료 인문학 및 건강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과 교수John A Campbell Professor of Radiology이며, 2019~2020년까지 200주년 기념 명예 교수Bicentennial Professor로도 활동하였다. 현재까지 700여 편 이상의 논문과 12권의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최근 저서로는 《테슬라Tesla》(2019)와 《마리 퀴리Marie Curie》(2020)가 있다.

 

역자 : 조정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하였으며, 다년간 기업체와 정부기관에서 통번역을 하였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감수 : 김명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며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다. 대한체질인류학회 학술위원장, 대한해부학회 학술위원, 교재편찬위원,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1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감수한 책으로 《생생한 우리 몸 안내서》, 《놀이기구를 타면 왜 어지러울까?》, 《내 몸과 마음을 지휘하는 놀라운 뇌 여행》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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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2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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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유럽은 각 나라별로 독립(?) 국가로 자신들의 나라를 이루고 살았다. 속국의 시대를 거쳐 그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각각 국가를 이룬 후 각자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로마 제국 후기에 들어 공인한 기독교가 유럽 대륙을 끈끈한 유대감을 갖도록 이끌었지만 각국의 결속력과 왕권의 부침에 따라 로마 제국 때의 결속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후 일부 국가는 이웃 나라와 국경 분쟁을 겪고 강세에 밀려 유럽 외곽이나 아프리카로 가지만 지금처럼 엄격한 선을 그어놓은 국경이라기보다 큰 강이나 산맥을 국경으로 삼은 자연 국경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또 동로마 제국이 로마 제국의 명맥을 잇는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에 16세기까지는 기독교의 막강한 영향력에서 유대 관계를 계속할 수 있었다.

특히 이슬람교의 새 종교 세력이 급격하게 확장되면서 200년에 걸친 종교 전쟁(십자군 전쟁)을 치르느라 유럽 문명은 2대 종교권으로 나뉘어 싸우는 형국이 지속됐다. 유럽의 이렇다할 절대 강국이 없는 탓에 유럽 각 국은 왕권을 강화시켜 강국을 이루는 데 더 전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 강력한 군주가 등장해 이웃 나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왕권을 휘두르는 가문이 등장한다. 합스부르크와 부르봉 왕조는 유럽 2대 가문으로서 실제 유럽을 지배하는 강력한 왕들을 배출한다. 특히 합스부르크는 교황(동로마 제국)을 비롯, 여러 나라의 왕과 왕비를 배출한 최대 가문으로 650년 이상 이어졌다. 부르봉 왕조는 프랑스의 가장 강력한 최강의 프랑스를 이끌 왕들을 배출해 명문가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절대 왕조를 이끈 '태양왕' 루이 14세 등 루이 왕조가 부르봉 가문 출신들이다.

 


 

이 책 『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는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하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1권 합스부르크 후속작으로 출간됐다. 부르봉 가문은 합스부르크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 명문 중의 명문가다. 역사는 합스부르크에 비해 짧은 250여 년이지만 우리에게는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친숙한 가문이다. 이 책은 부르봉 왕조를 당대 최고의 궁정화가들이 그린 명화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프랑스 부르봉 왕조는 프랑스를 지배하던 발루아 왕조의 대가 끊기자 앙리 4세가 프랑스의 왕좌를 차지하며 시작됐다. 부르봉 왕가는 정략적 혼인과 전쟁 속에서 세를 불려나가며, 약 250년간 프랑스에 군림했다.

이 가운데 ‘태양왕’ 루이 14세는 프랑스 왕이지만 유럽 전제에 힘과 영향력을 미치는 절대군주였다. 유럽에 미친 영향력은 말 그대로 태양처럼 압도적으로, 그가 세운 베르사유 궁전은 ‘신들의 놀이터’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화려함을 갖춘 절대 권위의 상징이었다. 이후 각국의 왕과 귀족들은 경쟁하듯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하고, 자국의 언어를 버리고 프랑스어로 대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등 프랑스 문화 향유에 열을 올리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유럽의 동경의 대상이자 세련된 문화를 향유했던 부르봉 왕조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천재 화가 루벤스에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21점의 연작을 그리게 한 자기애의 끝판왕 마리 드 메디시스, 소설 『삼총사』의 모티브가 된 미모의 왕비 안 도트리슈, 기적적으로 태어난 부르봉 왕조 영광의 정점, 루이 14세, 사랑만 받고 자란 미(美)왕 루이 15세와 프랑스 역사 상 가장 유명한 내연녀 퐁파두르와 뒤바리,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등이 이 책에 등장한다.

 


 

이 책은 독특한 명화 감상법과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은 저자 나카노 교코가 썼다. 이 책에서 부르봉 왕조의 시작과 영광, 그리고 몰락까지의 역사와 그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명화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전작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에서 슬쩍 얼굴만 내비쳤던 조연이 이 책에서는 주연을 맡기도 하고, 반대로 전에는 당당한 주인공이었던 인물이 악역으로 재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왕조의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역사의 흐름 또한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를 읽는 재미의 포인트가 된다. 프랑스 부르봉, 에스파냐 부르봉,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등 복잡하게 얽힌 서양사를 어려워하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부르봉 왕조의 계보도와 연표를 함께 실었다. 저자가 선별한 명화와 부르봉가의 매력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과도 가까워져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책에 따르면 부르봉 가문은 앞서 언급한 대로 합스부르크가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유럽 왕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부르봉가는 옛 카페 왕조의 방계에 해당하며, 부르봉이라는 명칭은 부르봉 라르샹보(Bourbon-l'Archambault)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했다. 부르봉가가 프랑스를 지배한 250여 년 동안 프랑스는 유럽 문화의 선도자이자 절대 왕권의 상징으로 태양처럼 눈부신 전성기를 누린다. 부르봉 왕가는 1589년, 프랑스를 지배하던 발루아 왕조의 마지막 왕 앙리 3세가 후사를 두지 못하고 사망하자, 발루아의 공주 마르그리트의 남편이자 카페 왕조의 방계인 부르봉 가문의 앙리 4세에게 왕위 계승권이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부르봉 왕가는 정략적 혼인과 전쟁 속에서 세를 불려나가며, 앙리 4세부터 시작해 루이 13세, 루이 14세, 루이 15세, 루이 16세, 루이 18세, 샤를 10세까지 7대에 걸쳐 16세기 후반부터(잠시 중단된 시기도 있지만) 19세기 초까지 약 250년간 프랑스에 군림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프랑스 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꼽자면 단연 ‘태양왕’ 루이 14세일 것이다. 루이가 유럽에 역사에 미친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외교술과 정치 능력으로 프랑스를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이아생트 리고의 작품 〈루이 14세〉(제4장)를 보면 그가 가진 군주의 위압감과 거만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반세기도 더 전에 반 다이크가 그린 〈사냥터의 찰스 1세〉(제2장)의 영국 왕, 찰스 1세의 자세를 참조한 것으로, 오른팔을 왕홀로 지지하고, 왼쪽 팔꿈치는 정면을 향해 내밀고, 오른발에 체중을 싣고, 왼발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내민다. 주목을 받는데 익숙한 자의 특유의 자세와 타인을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절대주의 최전성기의 루이 14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모든 이의 위에 군림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부르봉 왕조의 말로가 시민들의 혁명에 의한 몰락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림 속 루이 14세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본다면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영광은 영원할 것만 같지만, 화려하고 향락적인 생활은 루이 15세, 루이 16세 등 후세 왕들의 ‘앙뉘’(권태로움, 무료함)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곧 민중들의 혁명으로 이어졌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이슬이 되고 이후 짧은 왕정복고가 이루어졌지만,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와 마찬가지로 ‘지지 않는 태양’이란 없는 법이다. 위베르 로베르의 〈폐허가 된 루브르 대회랑의 상상도〉(제9장),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제12장)은 옛 왕궁 루브르가 폐허가 된 모습과 자유의 여신이 이끄는 시민들의 혁명을 통해 부르봉 왕조의 종언과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폐허는 과거의 영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정확히는 그 영광의 기억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프랑스 부르봉가의 영광은 끝이 났지만, 부르봉가의 화려한 전성기와 몰락을 함께한 베르사유궁전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적 유산으로 남았으며, 베르사유 이전 왕궁으로 쓰였던 파리의 루브르궁전은 초대왕 앙리 4세의 왕비 마리 드 메디시스의 삶을 그린 루벤스의 21점의 연작과 루이 15세의 총희, 퐁파두르 후작의 초상 등 프랑스의 화려한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미술관이자 박물관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 외에도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이야기는 드라마 〈베르사유〉, 도서 《베르사유의 장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레미제라블〉 등 현대까지도 수많은 걸작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부르봉가가 남긴 문화유산이 오늘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끈 루이 14세는 역시 이 책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날의 프랑스를 이끈 가장 튼튼한 반석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루이 14세는 ‘나의 가장 큰 정열은 영광을 향한 사랑이다’라며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신격화했다. 프랑스가 문화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바로 베르사유궁전이다. 그는 국내외 수많은 예술가와 기술자를 불러 모아 건축, 정원, 조각, 회화, 공예 전부를 화려하게 통일하고, 그 공간 자체를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예술품으로 완성했다. 또 루이 14세는 예술을 대대적으로 후원했는데, 루이의 문화 진흥책 덕택에 수많은 예술 아카데미와 과학 아카데미가 탄생하고, 프랑스 문화는 절정기를 맞이한다. 그 문화의 파급력은 여러 이웃 나라들까지 광범위하게 미쳤고, 나라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왕과 귀족들은 루이 14세가 되고 싶어 했다고 전해진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과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도 자국의 언어 대신 일상적으로 프랑스어로 읽고 썼고, 시골 귀족들까지 프랑스인 고용인을 쓰는 것이 유행이었으며, 훗날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 또한 태양왕을 동경해 베르사유궁을 본뜬 헤렌킴제성을 건축했다고 한다.

 


 

이른바 ‘프랑스 모드(프랑스어로 유행)’라 불리는 프랑스 문화는 유럽사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이러한 유행은 당시 그림의 패션, 가구, 화풍의 변화를 통해서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마리아 테레사〉(제5장)는 루이 14세의 왕비이자 에스파냐 합스부르크의 공주인 마리아 테레사를 담은 그림으로, 그녀는 옆으로 과하게 부풀린 파딩게일 스커트와 마치 투구를 쓴듯한 촌스러운 머리 스타일로 인해 프랑스 귀족들에게 비웃음을 산다. 오랫동안 유럽의 최첨단을 걸었던 ‘에스파냐 모드’가 국력의 현저한 저하와 함께 프랑스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그려진 장 앙투안 바토의 그림, 〈제르생의 간판〉(제6장)은 화려하고 위엄이 넘치던 태양왕의 바로크 시대가 끝났음을 시사한다. 점원들이 나무 상자에 넣어서 정리하고 있는 것은 루이 14세의 초상화로, 실제로 만년의 태양왕은 완전히 인기를 잃어, 이 그림이 그려지기 5년 전 세상을 떠났을 때 파리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72년이라는 긴 재위 기간 동안 경직화되고 딱딱한 루이 14세의 통치에 지루함을 느끼던 귀족들이 가볍고 즐거운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의 회화에서 사회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거창한 화려함 ‘바로크’에서 섬세함, 우아한 아름다움, 어딘지 모를 서정성을 가진 가벼운 경쾌함 ‘로코코’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그림을 보게 된다면, 같은 그림도 다르게 다가온다. 저자는 부르봉을 대표하는 인물과 관련된 12점의 명화 및 그와 연관된 다수의 명화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명화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가 역사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시대적 배경과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저자 특유의 현장감이 돋보이는 묘사는 소설의 한 장면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어,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부여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화는 벨라스케스, 루벤스, 고야 같이 친숙한 거장 외에도 로코코 스타일의 초상화로 유명한 캉탱 드 라투르, 아카데미 화풍의 폴 들라로슈, 고대건축을 시적인 정취로 그라는 위베르 로베르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역사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저자 : 나카노 교코(なかの きょうこ,中野 京子)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와세다대학교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독문학자이자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무서운 그림》 시리즈, 《나카노 교코와 읽는 명화의 수수께끼》, 《명화와 함께 읽는 예수 그리스도 이야기》, 《다리를 둘러싼 이야기》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옮겼다. 월간 〈분게이슌주〉에 ‘나카노 교코의 명화가 말하는 서양사’를 연재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무서운 그림》 시리즈, 《명화의 거짓말》 시리즈,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욕망의 명화》, 《운명의 그림》, 《처음 가는 루브르》, 《내 생애 마지막 그림》, 《오페라처럼 살다》,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미술관 옆 카페에서 읽는 인상주의》,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세계의 다리를 읽다》,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등이 있다.

 

역자 : 이유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의류학을 전공하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에서 공부했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뒤 집단지성번역플랫폼 플리토(Flitto)의 B2B팀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달처럼, 원작의 빛을 가장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나에게 읽어주는 책》, 《매일매일 좋은 날》, 《계절에 따라 산다》, 《기독교로 읽는 세계사》,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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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낼 수 있다
보도 섀퍼 지음, 박성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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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 나의 삶을 결정짓는다. 답은 ‘나는 해낼 수 있다’이다. 이는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시작해 성공을 이룩하는 ‘자의식 강화법’으로 무장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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