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 간호천사 아닌 간호전사 이야기
알앤써니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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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fake 페이크』는 간호사의 직장 생활과 연관된 일상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 근무 경험으로 얻은,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로서 일한다는 것의 어려움과 자존감이 모두 들어 있다. 책 제목에 들어간 'fake(페이크)'의 사전적 의미는, 가짜의, 거짓된, 모조(위조)품을 뜻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쓰임새는 약간은 다르다. 저자 알앤써니는 이렇게 말한다. "간호사로서 일하는 나는 어쩌면 매일 '페이크'인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나 자신을 가리고 속이며 사는 삶. 간호사 유니폼을 입는 순간 진짜 나는 유니폼 뒤쪽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페이크가 나서서 일을 한다. 나쁜 페이크든 좋은 페이크든 모두 나의 모습이기는 하다. 페이크를 사용하는 목적은 단 하나이다. 더 나은 간호를 수행하기 위해서." 즉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 쓴 일종의 가면(페르소나) 같은 것을 의미한다.

대학 졸업 당시에는 저자도 ‘백의의 천사’를 꿈꾸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 병원에서의 현실은 어떠했을까?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간호하기’, ‘모든 사람을 인종, 성별, 나이, 국적, 피부색과 상관없이 대하기’, ‘다른 의료진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의사소통하기’, ‘환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등 학교에서 배웠던 의료 선진국의 간호 기술과 마인드는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팅게일 선서에 어울리는 간호사로서 일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아마 어느 직장에나 있는 상사(여기서는 주로 의사가 될 것이다)와의 갈등, 합당한 보수 등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책의 첫 머리에 쓴 문장이 답변을 대신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간호사이다. 사람들은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고 부른다. 지인 중에 간호사가 있는가? 병원에 가서 간호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둘 중 하나에 “그렇다.”라고 답을 했다면, 간호사가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백의의 전사들’이다."

 


 

'천사 아닌 전사'라는 저자의 말은 강렬하다. 이 문구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로 일한다는 것의 어려움이 듬뿍 배어 있다. 간호사 근무 동안 저자는 환자들에게 기본적인 간호 제공을 하기에도 빠듯했다고 털어놓는다. 하루 업무를 다 하고 남아서 병동 청소를 한다. 환자를 이송차에 싣고 달리는 이송요원이 되기도 한다. 밤번 근무를 마치고 눈도 못 뜨는 상태에서 병원 행사에 동원된다. 대소변과 토물을 받아내야 한다. 격앙된 감정 속에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욕받이가 된다. 의사의 지시가 없으면 뭐든 해서는 안 되는 ‘무뇌아’ 취급을 당한다. 근로 여건이 열악한 직업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듯하다. 대학병원 3년 동안 저자가 경험한 간호사의 업무는 비상식적이고 부조리한 점이 많다.

참다못한 어느 날, 저자는 사표를 냈다. “너는 피를 봐야 하는 팔자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뒤로 한 채.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영어학을 전공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자로서의 15년 경력을 쌓아갔다. 개발자로서의 삶은 만족스러웠다. 험한 일을 안 하고 험한 말을 안 들었다. 매일 아픈 사람들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시와 명령만이 있는 일방통행 의사소통이 아니라 협의를 통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병원 간호사와의 대조적 근무 여건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하지만 15년의 시간이 흐른 2013년, 그렇게도 혐오했던 간호사를 다시 시작했다.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시 돌아간 간호 현장은 여전했다. 기술들과 기기들은 더 발전했을지 몰라도 간호사에 대한 인식,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일은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나이까지 많아진 나는, 어린 사람들 틈에서 일하는 것이 버거웠다. 적응하기도, 성질을 죽이기도 힘들었고,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모든 것을 참아내야 했다.

 


 

간호사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나라 인구당 간호사 수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이라고 한 기사를 신문에서 여러 번 봐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자 환자 간호에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의 전투(?) 모습이 자주 TV에 방영되고 그들의 간호사로서의 뿌듯한 말을 하는 인터뷰 영상을 볼 때마다 일반적인 인식을 벗어날 수 있었다. 대학병원은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어쩌면 재판정에 선 피고인의 마지막 재판이나 다름없는 곳이 대학병원이다. 의료 체계상 최종 3차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최일선에서 질병과 맞서야 하고, 아픈 환자를 보살피며 질병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 책은 3년간 대학병원 간호사 경험을 했고, 사표를 내고 다른 직종에서 15년을 일하다가 다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 '간호전사'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대학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는 대부분 3교대 근무를 한다. 하루 24시간을 '데이', '이브닝', '나이트'로 3교대를 한다. 당연히 바이오 리듬을 챙기기에는 최악이다. 그러나 나이트 야간 수당 등 각종 수당에 적지 않은 수당이 붙으니 그것으로 위안 삼을 수밖에. 업무 특성상 정해진 룰을 안 따를 수야 없으니. 일상 생활이란 게 따로 없을 정도로 데이트는커녕 친구와의 만남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낮 혹은 밤의 일상 생활이 근무 시간의 변동으로 맞추기가 힘들다. 심지어는 자기게발을 위한 온라인 강좌도 웬만해선 맞추기 어렵다고 말한다. 근무 여건으로는 최악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간호사의 자긍심으로 그것은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시간이 흘러 연차가 쌓이면 낮 근무만 하는 업무로 승진(?)할 수도 있을 터 감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실 간호사는 근무 강도나 환경이 열악한 것은 굳이 그들에게 묻지 않아도 오늘 당장에라도 병원에 가보면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근무 환경은 오히려 편하게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제가 다 모여 있는 듯하다. 환자와 라포 형성, 의료계의 부조리, 불분명한 의사소통 문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관계, 이직하는 간호사들의 모습, 외국인 의료관광 환자 응대하기 등 디테일한 면으로 들어가 바라보면 정말 병 고쳐주러 갔다가 자신이 병을 얻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다. 또 가끔씩 등장하는 의료 드라마 등에서 비춰지는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자존감을 건드린다. 마치 의사의 부하나 잔심부름하는 비서 정도이다. 아니면 단역으로 구석에 모여 커피 마시며 시시덕거리는 듯하는 모습이 방영된다는 것은 사회에서의 간호사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불만이다. 특히 불만 환자 등 상대의 어려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일부 환자의 잘못된 인식, 삶과 죽음의 교차점이 열리는 응급상황 등에서 간호사는 자존감을 심하게 긁어대는 일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간호사는 감정의 늪에 빠져서는 올바른 치료인이 될 수 없다는 배움에서 참고 침묵한다.

침묵은 그 유명한 '태움'으로 이어지면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 수술 전 주요 준비 과정, 퇴원 절차 진행하기, 간호사의 응급사직, 물품 카운트의 어려움, 환자의 신체보호대 사용, 뒷담화 하며 이간질하는 간호사, 병원 직원과의 마찰, 간호사들 간 EDPS, 질병에 시달리는 간호사, 환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간호사, 촌각을 다투며 긴장하는 간호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약 순서 변경 요구 환자, 환자들의 이중적 태도 등도 간호사들에게는 임무 이상을 요구하는 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적받아야 할 사항들이다.

 


 

물론 간호사로서 일하면서 늘 찌푸리고 화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해주고 때로는 환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일들도 생긴다고 저자는 전한다. 친절한 간호사, 설명 잘하는 간호사, 주사 잘 놓은 간호사, 셋 중에 누가 가장 좋으냐고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십중팔구는 주사 잘 놓은 간호사라고 답을 한단다. 환자들은 간호사들이 아프지 않게 한 번에 주사를 성공하길 바라지만, 100% 성공률을 가진 간호사는 거의 없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주사 특히 혈관 주사를 실패하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책에 따르면 ① 숙련되지 않은 신규인 경우 ② 숙련된 간호사가 실패하는 경우 ③ 간호사 본인 컨디션이 안 좋거나 손이 떨리는 수전증이 있는 경우 ④ 환자의 혈관이 너무 좋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좋은 경우다.

①의 경우 요즘에는 한자들을 대상으로 실습을 할 수 없기에 학생 간호사 시절에 혈관 주사를 놓기를 마스터하고 졸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서 현장에 배치된 신입 간호사들은 주사 놓는 것이 고역이다. ②는 VIP 환자, 아는 사람, "실패 없이 한 번에 놓아주세요"라는 말을 들을 경우 이상하게 실패하는 일이 잦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혈관 주사를 놓는 일은 난도가 높다고 한다. ③은 기초업무지만 수전증이 있다면 그냥 병원일을 그만두거나 혈관 주사를 놓지 않는 부서로 가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④의 내용이 흥미롭다. 나이가 들면 혈관도 탄력성을 잃어 가늘어지고 구불구불해진다. 혈관 주사는 바늘이 들어갈 수 있는 일정한 길이와 굵기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면 자꾸 fail(실패)하게 된다. 그렇다면 혈관이 너무 좋은 경우는 왜일까? 혈관이 너무 탄력성이 조으면 가느다란 바늘의 경우 들어가다가 튕겨져 나올 수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것으 신입 시절을 지난 후 알게 된 사실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15년 전에 나왔다 다시 돌아간 병원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문 의료 지식과 기술을 장착하고 온갖 일을 하면서 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똑같았다고 강조한다. 의사 월급의 5분의 1도 안 되는 정도를 받으면서 말이다. 우리의 권리를 찾아보겠다고 목소리를 내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나 거기서 거기인데 기왕이면 경영에 도움이 되는 조무사를 쓴다는 분위기도 똑같았다고 지적한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당신들 덕분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던 사람들은 우리가 처우 개선을 말하면 그 엄지를 땅으로 향하게 한다. 15년 만에 돌아온 병원은 성 안에서 전혀 변화가 없었고 그들만의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저자 : 알앤써니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빅5 중 두 군데의 대학병원을 다녔다. 경력 단절 15년 후 임상에 복귀했다.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간호학과를 선택했기에 적성에 안 맞아서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만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이후 영어학을 전공해서 졸업장이 두 개가 되었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자로 회사도 다니고 프리랜서도 하며 15년을 살았다. 좋아하는 일이었으나, 월급이 필요한 상황이 닥쳐서 병원으로 돌아갔다. 40대 중반에 임상을 다시 시작하니 뭘 배워도 기억이 잘 안 나고, 손과 발이 느렸다. 구박을 받고 눈치 보는 날들이 많았다. 처음 복귀했던 종합병원에는 적응을 하지 못 해 간호부장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그만 두었다.

의료관광 회사도 다니고, 교육 프로그램 회사도 다니고 하다가 또 같은 병원으로 갔다. 이번에는 적응을 어느 정도 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지금까지 임상 간호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병원에 복귀했지만,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간호사의 처우와 문화를 접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환자수, 3교대로 인한 바이오리듬 파괴, 진짜 간호 업무 외의 잡일 수행, 5분 만에 먹어야 하는 식사, 태움과 뒷담화 등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간호계의 문제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나라는 선진국이라면서 간호계는 왜 선진화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속상함과 의문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간호사로서의 화(火)와 한(恨) 그리고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이 간호사와 병원에 대해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앞으로도 간호와 관련된 활동을 계속 해 나갈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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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줄 마음챙김 365 - 내 인생을 바꾸는 좋은 습관
임성훈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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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일 곁에 두고 읽으면 인생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지혜가 쌓인다. 이 책은 일력처럼 하루 한 페이지씩 읽고 생각하는 일을 거듭하다보면 어느덧 나를 지켜주는 말들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주고 내 삶에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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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줄 마음챙김 365 - 내 인생을 바꾸는 좋은 습관
임성훈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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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하루 한 줄 마음챙김 365』은 하루 24시간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고안됐다. 우리의 일상은 소란스럽고, 간혹 들뜨고 흥분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활동적인 움직임이 삶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유일 수 있고, 어쩌면 돈을 많이 버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년 내내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일년을 하루같이 즐거움, 흥분, 소란, 쾌락으로 소비할 수는 없다. 충분히 활동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 며칠 간이라도 그런 일이 자주 생기면 오히려 번 아웃 상태에 이를 수도 있고, 심하면 무기력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하루를 잘 사는 법은 오늘의 나를 살피며 내일의 나를 성장시키는 지혜에 따라야 한다고 현인들은 충고한다.

이 책은 흐트러진 마음을 재정비하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어제의 나를 다독이고, 오늘의 나를 살피며, 내일의 나를 성장시키는 365가지의 지혜가 들어 있다. 마음을 정돈하는 법, 경험을 배움으로 쌓아가는 법, 감정을 다스리는 법, 걱정과 두려움에 긍정으로 맞서는 법, 자신감과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법, 용기와 지혜로 의지를 북돋는 법 등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 자세에 대해 다룬다. 오랜 시간 전해져 내려오는 현인들의 말과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의 깊은 통찰을 읽으며 나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마음의 무기로 삼아 나아갈 것을 이 책은 바라고 있다.

 


 

저자 임성훈은 '프롤로그' 「매일 하루 한 줄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삶에 깊이를 더하다」에서 "우리는 모두 성공과 행복을 바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성공하거나 행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성공과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그 방법을 안다고 해도 꾸준하게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공과 행복으로 향하는 열쇠는 바로 ‘마음’이다.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각자의 삶에 차이가 생긴다. 마음은 파란 하늘이고 걱정과 잡념은 먹구름이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마음으로는 온전히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마음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내고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썼다.

책 속에 담겨 있는 고전의 저자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의 지혜와 금언들을 읽으며 성공과 행복에 이르는 마음가짐에 대한 해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조언과 문장은 인생을 바꿀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읽으면 내게 필요한 말들이 하나둘 마음속에 자리하여 단단한 중심을 만들어주고 삶에 깊이를 더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나의 삶에 필요한 명언을 찾고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 책에는 관계, 자유로운 정신, 불안과 두려움, 자신감, 생각과 의식, 꿈과 희망, 허용과 내맡김, 신념과 의지, 도전과 열정, 긍정의 힘, 분노와 좌절, 의욕과 용기 등 행복과 성공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 가짐이 실려 있다.

 


 

이 책은 2부 12장으로 구성됐다. 1부 1장 「다시 시작하는 오늘」, 2장 「느끼고 깨닫고 경험으로 쌓아가는 삶」, 3장 「하루를 지켜주는 마음가짐」, 4장 「후회 없이 지금을 살아가는 법」, 5장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길」, 6장 「내가 선택한 것이 나의 태도가 된다」, 2부에는 7장 「세상을 사는 지혜」, 8장 「무엇으로 하루를 채울 것인가」, 9장 「끝까지 해내는 마음」, 10장 「나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 11장 「비우고 채우면서 내가 되는 것들」, 12장 「매일의 경험이 다시 나를 일으킨다」 등이다.

이 책은 하루 한 페이지씩 읽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한꺼번에 모두 읽을 것보다 매일 한 페이지씩 명상이나 생각의 재료로 삼고 자신만의 온전한 정신 속에서 마음껏 생각을 가다듬으면 연말쯤 되면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루하루 조금씩 생각의 시간을 쌓아가다 보면 한껏 성장해있는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가 이 책을 쓴 집필의 뜻이기도 하다. 또한 각 페이지마다 저자가 선택한 명언들이 담겨 있다. 내용과 연결되는 동서고금의 명언을 읽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삶의 변화를 서서히 가져올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일종의 습관 들이기로 봐도 된다. 습관은 매일 매일 조금씩 같은 행동을 쌓아가면서 서서히 몸에 배어 든다. 운동도 매일 꾸준히 하면 자신의 능력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업되는 느낌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마음도 꾸준히 정돈해주면 빛나는 인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막연한 선언이 아니라 경험에서 빚어낸 지혜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다시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꿈꾼다면 이 책과 함께 내 인생을 바꾸는 순간을 포착하자.

 

 

매일 아침 5분~10분 일정한 시간을 정해 이 책 한 페이지와 오늘 하루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미라클 모닝'을 만드는 말 그대로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다산 일력을 하나 구입했다. 거기 2월 16일자에 "깊기만 하면 고립되고 넓기만 하면 산만해지니, 어른이라면 경험의 폭과 높이를 두루 갗춰야 한다"고 적혀 있다. 책과 독서에 대한 말인 듯하다. 책만 너무 많이 읽는 것보다 생각의 시간을 곁들이라는 충고로 이해된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大宰知我乎 吾少也賤 故多能鄙事(태재지아호 오소야천 고다능비사)가 원전이고, '태재가 나를 아는가? 나는 어렸을 때 천하게 살았기에 비천한 일에도 능한 것이다."라는 말에서 끌어낸 명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 책 딱 한 페이지만 읽겠다고 생각하면 부담도 없고 매일의 습관과 루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아침 명상을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하루 명상 재료로 충분할 것이다. 한 페이지에서 주제어나 핵심어 하나로 생각에 빠져 본다면 이보다 좋은 하루의 시작은 없을 것이다. 미라클 모닝으로 하루를 열 수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워지고 풍요롭고 행복한 삶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어떤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이고 리더입니다. 나만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항상 남과 비교하는데 익숙합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다니는 '알바트로스'도 땅을 걷는 데 있어서는 쥐보다 못합니다. 백상아리까지 사냥해 잡아먹는 '범고래'도 얕은 해안가에 밀려오면 가오리보다 잘 헤엄치지 못합니다. 비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각자의 삶이 있으니까요."

 


 

이 책에서 독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띈 내용은 '하루하루 그날의 좋은 것을 찾아봅니다'(p.29)이다. 이의 내용을 잠시 소개한다.

어린아이가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하루 종일 풀숲을 뒤지듯이, 그렇게 하루하루 그날의 좋은 것을 찾아보자. 긍정적인 생각은 습관이고 능력이다. 무엇이든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고 그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능력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삶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난다. 어떤 것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행복을 선택할 수도, 불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모든 날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무엇인가 좋은 것은 없다." - 앨리스 모스 얼

 

저자 : 임성훈

 

작가, 고전 독서가, 글쓰기 코치, 인문학 강연가. 아레테인문아카데미 대표로 공공 기관, 기업체, 학교, 도서관 등에서 인문학, 고전 독서 교육법, 고전 필사 등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주니어 고전 독서 토론법, 독서 노트 작성법 등을 코치하며 일대일 책쓰기 컨설팅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갖춘 작가도 배출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정치 외교학을 공부하는 중 머리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주는 한 문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인문학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이후 ‘삶은 축제’라는 명제를 가슴 한편에 품고, 고전에서 얻은 깨달음을 대중과 소통하며 나누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필사하면서 내면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고전 속 스승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좋은 사람과 책을 깊이 있게 만나면서 온전히 깨어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려 노력하고 있다. 인간 정신의 자유,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관심이 많으며 읽고 쓰고 명상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지은 책으로 《살면서 꼭 한 번은 목민심서》, 《살면서 꼭 한 번은 손자병법》, 《살면서 꼭 한 번은 명심보감》, 《살면서 꼭 한 번은 채근담》, 《살면서 꼭 한 번은 논어》, 《고전명언 마음 수업》, 《하루 한 줄 심리수업 365》, 《고전 읽기 독서법》, 《칼 비테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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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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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술(心靈術, spiritualism)은 철학적 용어로는 유심론(唯心論)을 의미하기도 한다. 철학사전에 따르면 심령술은 강신술(降神術)이라고도 불리우고, 죽은 자의 영혼을 영매(靈媒, medium)로 하는 특수한 인간을 통하여, 살아 있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한다고 믿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보통의 감각에 의하지 않고 정신이 어떤 감응을 보인다든가, 정신이 염원하는 것에 따라 물체가 움직이는 등 정신의 불가사의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예전부터 있었던 샤머니즘과 유사한 현상이지만, 19세기 중반경부터 유럽에서 현저하게 나타났다. 또 교회용어사전에서 심령술은 죽은 사람에게서 위로와 영적 지도를 구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물질 세계를 지배하여 비정상적이고 초능력적인 각종 심령 현상들을 일으키는 독특한 방법으로 풀이하고 있다. 성경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악한 것으로 단죄하고 엄히 금하고 있다. 영매(spiritualistic medium, 靈媒)는 악한 영혼이나 죽은 망령(亡靈)에 접신(接神)하여, 그들을 대신해서 말을 하거나 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이 책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는 마술사, 심령술사, 탐정 등이 등장하는, 1888년 뉴욕에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프로 쓴 소설작품이다. 스물여섯 살의 가난한 마술사 제니 마턴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토끼, 비둘기와 함께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 탐정 회사인 〈핑커턴〉의 수장 로버트 핑커턴이 제니를 찾아와 미제 사건을 맡아 달라며 거액의 보수를 제시한다. 그가 맡긴 임무는 심령술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폭스 자매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 과연 제니는 수십 년간 이어진 수수께끼를 타고난 기지만으로 밝혀낼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저명한 사설탐정이 무명의 마술사에게 이렇게 큰 사건을 의뢰한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루아침에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제니의 위험천만한 대모험을 이 책은 차근차근 써내려 간다.

 


 

저자 조나탕 베르베르는 앞으로 쭉 눈여겨봐야 할 신인이라는 평을 들으며 대중의 찬사 속에 화려하게 데뷔한 젊은 작가다. 이 작품은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경쾌한 추리,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 감동적인 깨달음이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조화를 이루는 이 찬란한 모험담은, 심령술과 마술, 탐정 수사가 뒤얽힌 기이하고 매력적인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가난한 마술사 제니는 시장 바닥에서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친다. 대가로 돌아오는 건 코 묻은 동전 몇 개뿐이어도 그만 둘 수 없다. 홀어머니, 반려 토끼와 비둘기까지, 네 식구가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입이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러던 어느 날, 사립탐정 핑커턴이 제니를 찾아와 일자리를 제안하며 거액의 보수를 약속한다. 그가 제시한 임무는 '마술사들의 공연을 보고 비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업계 거물이 무명의 마술사에게 접근해 온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지만 당장 필요한 지폐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내 눈이 놓치는 건 아무것도 없답니다." 그때 제니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자신만만한 한마디로 자신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모험에 뛰어들었는지···.

제니가 맡은 사건의 중심에는 심령술사 폭스 자매가 있다. 큰언니 리아, 둘째 마거릿, 막내 케이트로 이뤄진 3인조는 망자와 소통하는 능력을 내세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명성을 떨쳐 왔다. 산 사람이 혼령과 대화한다니 분명 교묘한 속임수가 있을 텐데, 폭스 자매가 심령주의 교단을 창시하고 금은보화를 쓸어 모은 40여 년간 비밀은 털끝만큼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 제니가 나설 차례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진정한 마술사가 되려는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제니는 소설의 주인공이다.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없어도 매일같이 갈고 닦은 마술 실력과 어떻게든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집념,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둑한 배짱이 제니의 가장 큰 무기가 되어 준다. 제니는 핑커턴 탐정 회사의 지침에 따라 위조 신분을 가면처럼 바꿔 써가며 수사 대상에게 접근한다. 먼저 떠나보낸 남편의 혼령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헤이즐 바월 부인으로 변신해 둘째 마거릿 폭스와 친분을 맺고, 런던에서 온 여행객 애덜리아 말릭으로 변신해 막내 케이트 폭스에게 다가간다. 물론 일은 무엇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는 모험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행동하는 용기를 지닌 제니는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저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면으로 맞서고,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나고, 한참 좌절에 빠져 있다가도 끝내 다시 일어선다. 그 과정에서 제니가 보여 주는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은 적조차 결국에는 친구이자 동료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특히 곳곳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과 사건을 알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표지 그림에서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폭스 자매는 실제로 19세기에 심령주의의 번영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핑커턴 탐정 회사는 1850년 설립되어 수많은 비밀 요원을 거느리고 활약을 펼쳤으며 21세기 오늘날에는 보안 업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의 제목에 활용된 '우리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핑커턴사의 유명한 표어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밖에도 저자는 남북 전쟁, 포이즌 스프링 전투 등 같은 시기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흡입력 있는 허구의 이야기로 엮어 낸다. 낯선 시공간의 풍경과 움직임, 소리와 냄새까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재생하듯 생생히 전달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그런 장면들이 모여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기존의 추리물 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이룬다. 이 작품에는 큰 줄기가 되는 현재 진행형 이야기 중간중간에 책 속의 책과 문서가 삽입되어 있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는 독창성 있는 소설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구스타브 마턴이 집필한 『마술의 길』은 제니가 언제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는 바이블로, 진정한 마술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기술과 마음가짐을 모두 담고 있다. 핑커턴 탐정 회사의 창립자 앨런 핑커턴이 남긴 『완벽한 요원을 위한 핑커턴 지침서』는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며 주의하고 명심해야 할 사항이 하나부터 열까지 담긴 교과서다.

독자는 제니가 각각의 책을 펼쳐 든 순간에 같은 책의 같은 대목을 제니와 함께 읽어 내려가게 되며, 이 책 속의 책들과 더불어 〈임무 지시서〉와 〈위조 신분 설명서〉 또한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배치되어 있어 몰입감을 한층 더해 준다. 제니는 "내가 추구하는 것, 그리고 늘 추구했던 것, 그건 자립이에요. 난 그저 내 마술을 할 수 있기를, 사람들이 나를 내버려 두기를, 어머니의 생활비를 대드릴 수 있기를 원해요." 처음부터 제니의 가장 큰 바람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마술을 하며 사는 것이었다. 제니는 어쩌다 휘말린 이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다시 마술을 시작할 수 있을까? 보잘것없는 개인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거대해 보이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풀어 낼 수 있을까?

 


 

아버지의 조언에 더는 기대지 않고도 언젠가는 진정한 마술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 혼자 시작한 여정을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정으로 바꾸는 마술에 성공한 제니, 어떤 위기에 처해도 맨몸으로 덤빌 용기를 가진 제니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결코 짧지 않은 소설이다. 빈틈 없고 유기적인 구성 능력은 과연 이 작품의 저자가 신인인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저자 조나탕 베르베르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자」란 글에서 폭스 자매와 핑거턴 탐정 회사는 실제로 존재했다고 말한다. 폭스 자매는 1848년에 심령들과 최초의 '대화'를 나누었다. 핑거턴 탐정 회사는 1850년에 문을 열었다고 실명을 사용한 이유와 배경을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진짜 폭스 자매'는 1881년 런던에서 남편이 사망하자, 케이트는 돈 한 푼 없는 상태가 되어 술에 빠져 절망을 달랜다. 파산한 그녀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영매의 재능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의 음주벽은 심령주의 공동체 안에서 그녀에게 좋지 않은 평판을 안겨 주게 되고, 고객이 떨어져 나간다. 그녀는 막 조직된 기구인 아동 보호 연맹에 곧 어린 아들 퍼디낸드를 빼앗긴다.

마거릿은 리아가 채운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번 뉴욕을 떠나지만, 결국에는 늘 되돌아오고 만다. 1888년 마거릿은 케이트가 빠져든 상태를 보고 리아를 비난하면서 〈뉴욕 헤럴드〉지와의 접촉을 시작으로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독점 인터뷰에서, 교령회에서 심령주의라는 사기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관중에게 약속한다. 그녀는 인터뷰에 더해서 「심령주의를 내리친 최후의 타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기자와 공동으로 저술한다. 그 보고서는 심령주의란 리아가 꾸민 거대한 사기극으로 40년간 지속되었다고 주장한다.

 


 

1888년 10월 21일 뉴욕의 시립 음악원 무대에 오른 그녀는 2,000명의 관객 앞에서, 두 자매의 이름으로 발언을 한다. 그 자리에서 그녀는 딱딱 소리를 내는 심령들은 사실은 발가락을 튕기는 소리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때부터 심령주의 운동은 수많은 신자를 잃고 분열을 겪는다. 한편에는 마거릿이 자기 자신의 재능을 깎아내리도록 돈에 매수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리아 곁에 남은 충성스러운 사람들과, 다른 한편에는 결속이 깨지자 이번 기회가 폭스 자매에게서 스타의 자리를 빼앗아 올 기회라고 본 영매들이 있었다. 어쨌든 심령주의는 너무 널리 퍼져 있는 데다가 이미 수많은 분파로 나뉘었던 만큼, 결국 그러한 폭로로도 심령주의 운동은 기세가 꺾이지도 않고 영향력을 상실하지도 않는다. 1889년 마거릿은 고백을 뒤엎고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 버린 터라, 관중은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집세를 내지 못하여 집에서 쫒겨난 그녀는 친구인 어떤 영매의 집에 기거하다가, 그곳에서 1893년 사망한다. 리아는 1890년 호사를 누리다가 사망했다. 저자는 케이트가 알코올 의존증에서 빠져나와 다시 아들과 만날 수 있게 했다. 나는 자매에게, 자매가 소원했지만 삶이 그들에게 결코 부여한 적이 없던, 심령주의로부터의 결정적 탈줄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이 책에는 또 〈핑커턴 탐정 회사〉에도 언급한다. 앨런 핑커턴은 1819년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그는 1842년에 미국의 일리노이주 던디로 이주하여 통 제조업에 종사한다. 그는 통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찾아 던디 근처의 숲을 탐사하다가 이상한 남자들과 맞닥뜨리고, 범죄를 의심하게 된다. 그가 지역 보안관에게 알리지만, 보안관은 일개 시민의 의심을 받아들여 섬 전체를 감시하는 것 말고도 다른 할 일이 있다고 대꾸한다. 그리하여 앨런은 직접 나서서 그 장소를 밤낮으로 감시하는 일에 뛰어든다. 그는 암시장을 발견하자,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지원자들을 모은 뒤 보안관을 데리고 범죄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덕분에 화폐 위조범들은 일망타진된다. 이 사건 덕분에 그는 1849년 시카고 경찰과 공조하는 최초의 탐정이 된다. 한 해 뒤인 1850년 그는 핑거턴 전국 탐정회사를 설립한다. 핑거턴 사는 보안회사로 바꾸어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1999년 5만 요원을 거느린 핑커턴사는 34억 유로 상당의 평가 금액으로 시큐리타스 AB보안회사에 인수되었다.

 


 

"진정한 마술사는 공연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살아가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가능한 것에 대해 갖는 인식을 바꿔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관객이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 가운데 현실 세계의 규칙들을 비트는 데 성공하고, 관객이 믿어 왔던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관객 스스로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계를 그들에게 제공한다."(pp.605~606)

 

저자 : 조나탕 베르베르(Jonathan Werber)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다가 방향을 틀어 시청각 연출 전문 학교 ESRA에서 시나리오 창작을 공부했다.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몇몇 단편 영화를 연출했고, 현재는 깃펜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 <플륌>과 함께 살며 소설 집필에 매진 중이다. 2020년 첫 장편소설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로 대중의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역자 : 정혜용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대학 통번역 대학원(ESIT)에서 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 출판 기획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번역 논쟁』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집착』, 『카사노바 호텔』, 『그들의 말 혹은 침묵』,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식탁의 길』, 레몽 크노의 『연푸른 꽃』, 『지하철 소녀 쟈지』, 마리즈 콩데의 『세구: 흙의 장벽』 전 2권,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울고 웃는 마음』, 바네사 스프링고라의 『동의』, 발레리 라르보의 『성 히에로니무스의 가호 아래』, 앙드레 고르스의 『에콜로지카』, 에두아르 루이의 『에디의 끝』, 쥘리 마로의 『파란색은 따뜻하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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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이란 무엇인가 - 원자부터 우주까지 밝히는 완전한 이론, 개정판
마이클 워커 지음, 조진혁 옮김, 이강영 감수 / 처음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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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벤트 신청할 때부터 망설임이 있었다. 물리의 문외한이 과연 물리학의 이론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양자역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배운 물리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있었지만 서평은 알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나서 알게 되는 것을 써도 될 것이란 생각에 용기를 냈다.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책의 도움도 받는다면 못 쓸 이유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특히 〈양자물리학〉이란 영화를 본 기억이 용기에 힘을 보태주었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마약이나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난 룸살롱 등 고급 유흥업소를 둘러싼 검찰과 정부의 커넥션도 포함돼 있어 영화 제목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오래 전에 관람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기억에 남아 있어서 흥미로웠던 영화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영화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유흥계의 주인공 ‘이찬우’가 어느 날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파티 사건을 눈치챈다. “불법 없이! 탈세 없이!” 이 바닥에서도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경찰청 범죄정보과 계장 ‘박기헌’에게 이 정보를 흘린다.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마약파티가 연예계는 물론 검찰, 정치계까지 연루된 거대한 마약 스캔들임을 알게 된 '이찬우'는 이제는 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맞부딪친다. '이찬우’는 ‘박기헌’ 계장을 비롯해 황금인맥을 자랑하는 업계 퀸 ‘성은영’ 등 업계 에이스들과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부패 권력에 통쾌하게 맞서라, 생각은 현실을 만드니까. 이것이 양자물리학 이론의 핵심으로 이해됐다.

 


 

이 책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은 저자 마이클 워커가 흥미롭고 알기 쉽게 풀어 씀으로써 양자물리학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양자물리학의 요점은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세계는 확률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은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세계다. 양자역학이 탄생한 배경부터 최첨단 응용까지, 원자부터 우주까지 모든 것"을 알려준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지 못해서 우울해진다는 양자역학을 이 한 권의 책으로 통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걸음은 더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과학자는 기본적으로 세상의 이치를 밝히려고 한다고 운을 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만나고, 그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하려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이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원자라는 것의 실체가 밝혀지는 데는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흘러서였다. 원자의 세계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고전적인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심지어 아인슈타인마저 그랬다. 특히 양자역학이란 것을 말이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인 독일의 막스 플랑크는 조금 더 효율이 좋은 전등을 만들려고 흑체복사를 연구했다. 흑체복사란 예전에 많이 사용하던 백열등을 상상하면 된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백열등에 전기를 공급하면 필라멘트가 달아오려며 빛과 열을 낸다. 즉, 어떤 물체에 열을 가하면 에너지가 빛과 열이라는 형태로 방출(복사)된다. 이런데 연구 결과 이 에너지가 특정 단위의 덩어리로만 방출되는 것이다.

 


 

플랑크는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의 지식으로는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 즉 파장이었다. 파장은 에너지의 흐름이 연속적이다. 즉 더 뜨거우면 뜨거운 만큼 강한 파장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가 덩어리 단위로 나온다는 뜻은 빛(에너지)이 입자라는 뜻인가? 입자여야 덩어리 단위로 묶을 수 있다. 실험으로 입증된 바와 같이 빛은 회절과 간섭을 한다. 입자가 어떻게 회절과 간섭을 한다는 말인가? 이 현상을 목격한 플랑크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고, 입자일 리가 없다고 믿었다. 이 현상은 나중에 해결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것이 바로 양자(덩어리)역학의 시작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많은 과학자들이 플랑크의 발견과 이론을 좇아 연구한 결과 결론은 빛은 파동과 입자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파동이면 파동이고 입자면 입자지, 파동이면서 입자란 무엇인가? 저자는 고전적인 물리 이론으로는 납득할 수 없지만 실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입자이면서 파동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그것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마음가짐이 현대물리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면, 다른 입자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것이 그 다음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이론과 실험에 의해 원자가 양성자(중성자도)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문제가 있었다. 전자는 워낙 작은 존재라 그 전자의 에너지만 측정할 수 있을 뿐,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이다. 파동 방정식을 사용하면 전자의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고, 그 계산을 통해 전자의 위치를 확률적으로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다시 한 번 논쟁하기 시작했다. 파동방정식을 이용하면 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파동성을 보이는가가 문제였다. 여기에서 세상을 뒤집을 해석이 나온다. 실제 파동은 없고 확률만 파동을 보인다는 것이 그 해석이다. 실제 전자의 위치는 알 수 없고, 확률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 해석은 아인슈타인의 심기를 건드렸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확률로만 존재하는 세계를 부정했다. 곧 다른 방법이 나오면 전자나 빛의 존재를 정확히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아인슈타인은 죽는 그 순간까지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세계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현대물리학은 확률론적 세계를 조금씩 증명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무에서 유는 창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제로는 아니기 때문에 원자가 존재하고, 원자들이 모인 세계가 존재한다. 파동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 그 자신도 확률론적 세계를 믿지 못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이 책은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수학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했지만, 양자역학의 역사적 의의는 물론, 그 덕분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적 발전과 응용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번에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현대물리학자의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이해하는 다른 지식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만 저자가 쉽게 설명해도 단 한 권의 책으로 과학자들이 수천 년 연구해온 결과로 현대 과학의 중심 이론이 된 양자역학과 그 세상을 만나기는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더욱이 양자역학 이론에 따라 무한 발전해 가는 산업화 상품들은 우리가 상상에만 의존했던 레이저 광선 총, 또 미사일 요격, 각종 산업에 적용돼 나온 수많은 물건들을 보면 과학의 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5부 2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발견과 이해(1900~1927)〉, 2부 〈해석,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 3부 〈상대성과 양자의 우리 세계, 빅뱅에서 은하계까지〉, 4부 〈다전자 원자, 화학 및 재료과학의 기초〉, 5부 〈크고 작은 재료와 기기에서 양자 불가사의〉 등이다. 1부에서는 「플랑크, 아인슈타인, 보어-실험과 초기의 견해」, 「하이젠베르크, 디랙, 슈뢰딩거-양자역학과 양자 원자」, 「적용-6억 와트」 등에 대해 알아본다. 2부에는 「양자역학의 본질적 특성」, 「거인들의 격돌-무엇이 진짜일까? 불확정성, 얽힘, 존 벨, 그리고 다세계」, 「이 모든 것들의 의미는?-양자역학, 수학, 그리고 과학의 본질」, 「응용품-양자컴퓨터, 코드 크랙, 순간이동, 암호화」 등에 대한 설명이 쉽게 쓰여 있다. 3부는 「은하계, 블랙홀, 자연의 힘, 힉스보손, 암흑물질, 암흑 에너지, 끈이론」 등에 대한 소개와 연구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4부에서는 「수소 원자 전자의 에너지, 운동량, 그리고 공간상태」, 「스핀과 자기력」, 「베타와 주기율표」, 「원소의 화학적 성질의 토대 물리」, 「화학적 결합의 몇 가지 형태, 예시」, 「고체 물질의 구성」, 「절연체, 그리고 보통 금속과 반도체의 전기적 전도」에 대해 기술돼 있다. 5부에는 「나노기술」, 「초전도체」, 「핵융합 발전과 국방에 사용되는 레이저」, 「자성, 자석, 자기물질, 그리고 그 응용」, 「그래핀, 나노튜브, 그리고 '꿈의' 응용품 한 가지」, 「반도체와 전자기기의 응용」, 「초전도체2-과학, 전력 생산 및 전송에서의 거대한 응용」에 대해 개념 설명과 함께 양자역학의 범위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양자역학을 이용한 응용 제품은 말 그대로 꿈의 기술을 이용한 불과 몇 년 전에도 상상하지 못하던 제품들이 빠른 속도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엔지니어가 설계하는 데 사용하는 현대적 도구와 기계 속의 어떤 부품은 사실 양자론적 시각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레이저와 초전도체 그리고 모든 현대 반도체 전자장치가 포함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세상의 거의 모든 제품들이 양자역학 이론의 결과라는 말이다. 과연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들어와 박힌다.

 


 

저자의 서문의 글은 이 책의 전체 내용을 압축해 설명해 놓았다. 특히 책의 내용 중 각 부나 장(章)으로 이어지는 기술에서 우리는 학창 시절 때 배웠던 예습과 복습을 하는 형식으로 부와 부가 이어지고, 장과 장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눈치 채는 일은 즐겁다. 저자 마이클 워커만의 독창적인 책 기술 방법인지, 아니면 과학의 연속성을 담아내려는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로 이끌어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귀띔을 하자면 1부 1장의 책 머리에 첫 〈사진 1.1〉(p.22) 제 5회 솔베이 국제회의 참가자들, 주제는 양자역학, 1927년 10월 24~29일이라는 설명을 꼭 기억해두는 게 좋다. 여기에 나온 인물들은 20세기 현대 물리학의 주역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벨기에의 기업가 어니스트 솔베이가 후원한 이 회의는 새로운 양자역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최고의 물리학자가 함께한 유례없이 흥분된 모임'이었다. 그림 1.1에 이 그룹과 다섯 명의 게스트가 보인다. 이 그룹 중 17명이 당시 물리학 또는 화학 노벨상 수상자이거나 후에 수상자가 되었다. (참고 : 노벨상은 수여하는 시점에 생존해 있는 과학자에게만 주어진다. 그리고 작업이 세상에 끼친 가치가 인정을 받는 데까지 대개 많은 세월이 걸린다. 그래서 수상할 만한 많은 과학자가 그 전에 세상을 떠났다).

솔베이 국제회의가 열린 당시 물리학계는 양자론의 해석과 도입에 극단적인 관점을 보이는 두 개 진영으로 나위어 있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사진 속 첫째 줄 중간)이 이끄는 한 진영과 닐스 보어(두 번째 줄 오른쪽 맨 끝)가 이끄는 다른 진영이 그들이다. 이들의 견해는 최근 판정이 났지만, 이때는 처음으로 양측의 모든 주요 주자가 회동해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말하자면 거인들의 격돌이었다. 한 가지 더 원자폭탄에 관한 사실 하나를 확실하게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다 알려진 사실을 독자만 몰랐는지 모르지만, 이 책은 원자폭탄 제조는 독일이 먼저 시작했다고 밝힌다. 19세기 후반 독일은 유럽의 대표적 과학의 국가였다고 한다. 당시 후원이 막강했고 이를 발판으로 많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 화학 등의 과학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1920~1930년 대 정권을 잡은 히틀러가 나치를 창당하고 전쟁 준비에 돌입하면서 원자폭탄 제조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 아인슈타인은 유대인 출신이어서 미국으로 망명했고, 아인슈타인이 당시 미국 대통령인 루스벨트에게 원자폭탄 제조를 건의했고, 처음에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나중에 독일이나 일본이 원자폭탄 제조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제조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다. 당시 경제력을 바탕으로 뒤늦게 뛰어든 핵폭탄 제조에 가장 먼저 성공한 것이 결과적으로 제 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할 가공할 만한 무기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는 아름답고, 흥미로운 양자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 자신도 양자로 이루어진 존재다. 모든 생명과 물질은 양자이며, 우리의 기술은 양자론을 이해하면서 점점 진보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 이론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1900년,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뜨거운 물체로부터 그가 ‘양자quanta’ 라고 이름 붙인 에너지 덩어리 형태로 빛이 방출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이후에 양자혁명, 양자론, 양자역학, 양자세계와 같은 용어를 탄생시키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호기심 많은 일반 독자가 이러한 양자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고 이 책을 썼다. 지난 120년간 일어난 풍부한 과학적 발견과 이와 연관된 인간사와 갈등을 역사적으로 서술해 나가고자 한다.(p.12~13)

 

저자 : 마이클 워커(Michael S. Walker)

은퇴한 물리학자, 재료과학자, 공학자, 발명가, 프로젝트 매니저다. MIT와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초전도체와 그에 대한 응용이 저자의 전문 연구 분야다.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고 다량의 특허도 가지고 있다. 1989년, 자화된 유체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물질을 분리하는 방법을 고안한 공로로 뉴욕 동부 변리사 협회로부터 올해의 발명가 상을 받았다.

 

역자 : 조진혁

어렸을 적 글쓰기와 영어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번역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뉴욕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귀국해 현재 인천에서 두 아이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으며 번역회사를 운영 중이다. 도서번역을 통해 앞으로 많은 독자들과 교감을 나눌 바램을 갖고 있다.

 

감수 : 이강영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입자물리학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이론 물리학연구센터, 연세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고등과학원 등에서 연구했고 카이스트, 고려대학교, 건국대학교의 연구교수를 지냈다. 지금까지 입자물리학의 여러 주제에 관해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보이지 않는 세계』, 『스핀』, 『불멸의 원자』 등이 있다. 현재 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으로 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부문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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