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리히텐슈타인 베이식 아트 2.0
재니스 헨드릭슨 지음, 권근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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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의 화가이자 팝 아트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에 대한 작품론과 작가론으로 쓴 책이다. 리히텐슈타인의 일대기이고, 전기(傳記)로 봐도 무방하다. 리히텐슈타인은 초기에 추상 표현주의의 작품을 그리다가 1961경부터 만화에 관심을 돌려 독자적인 작품을 제작했다. 그 당시에 일상품, 만화, 광고 등의 소재를 사용한 것이 반예술 계열로 보이게 했으나 사실은 정보사회의 아이콘을 작품에 표현한 것이었다. 그는 현대 미국 미술의 대표적 작가로 이미 미술대사전 인명편에도 등재돼 있다. 그는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와 콜럼부스의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수학했다.

처음에 추상 표현주의풍의 작품을 그렸으나 1961경부터는 만화로 관심을 돌려 독자적 스타일의 작품을 제작하였다고 저자 재니스 헨드릭슨도 이 책에 쓰고 있다. 일상품과 만화, 광고 등 기성 이미지를 제재로 하는 점에서 반예술 계열에 속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들 정보사회의 아이콘을 명철하고 견고한 조형력에 의하여 회화형식으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오브제를 채용하는 입장과는 다르다고 한다. 1964년 이후 풍경, 추상표현주의에서 아르데코의 의장 등으로 주제를 넓혀 자신의 스타일 가능성을 추구하였으며, 1970~1972년에는 자신의 조형언어만으로 성립된 추상적 『거울』 연작을 제작했다. 그 후에는 미래파, 표현주의 등 20세기의 아방 가르드(전위미술)의 작품을 주제로 들 수 있다. 그외에 판화 입체도 제작했다. 만화를 제재로 한 작품에는, 『물에 빠진소녀』 (1963 뉴욕 현대미술관), 『Whaam!』(1963, 런던 테이트 갤러리) 등이 있다.

 


 

저자 재니스 헨드릭슨은 '베이식 아트 시리즈'의 하나로서 이 책의 집필을 맡았다. 헨드릭슨은 스미스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고, 함부르크에서 마틴 원케 밑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그녀는 작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1985년 피카소 작품집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아트북 컬렉션으로 거듭났다. 그 이후 간결하고 얇은 작가별 도서는 200여 종이 넘게 제작되었고, 20여 개 국어로 출간되었다. '베이식 아트 시리즈'는 뛰어난 제작 가치를 지님과 동시에 훌륭한 삽화와 지적인 내용을 담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출판사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다. 각각의 책이 지닌 주제 의식은 활력이 넘치면서도 어렵지 않아 가까이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독자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은 2005년 첫 한국어판을 출간한 이후 15년 만에 새롭게 재출간됐다. 이번 〈베이식 아트 2.0〉 시리즈는 전보다 더 커진 판형과 도판으로 독자들에게 보다 생생한 작품 이미지를 전달하도록 양장본으로 펴냈다.

책에 따르면 미국 화가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은 1950년대 후반 뉴욕에서 추상표현주의가 지배하는 시장에 뛰어들며 미국 미술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고 새로운 예술 용어를 정의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산업 생산 기법과 만화, 연재만화, 광고와 같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사용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앤디 워홀, 제임스 로젠퀴스트와 같은 동시대 인물들과 미국 대중매체와 소비문화를 반영하고 풍자했다. 특히 벤데이 점 인쇄와 같은 대량 생산 기술로 제작한 〈이것 좀 봐 미키〉, 〈물에 빠진 소녀〉, 〈와아앙〉은 픽셀화된 ‘점’ 스타일을 만들었고, 이는 리히텐슈타인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이 책은 추상표현주의와 팝 아트 초기작부터 후기 ‘붓자국’과 현대 걸작의 재해석에 이르기까지 리히텐슈타인에 대한 필수적인 내용을 제공한다. 20세기 중반 모더니즘에서 그의 주도적인 위치와 작품들이 20세기 미국을 어떻게 비판하고 연대하는지 살펴본다.

 


 

독자는 미술을 특별히 공부하지도 않았고, 그림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지 못해 화가 중 현대 화가, 그 중에서도 미국의 현대화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을 정도로 문외한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책을 많이 읽다보니 '힐링 도서'의 일환으로 미술, 미술사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미술이나 화가에 대한 지식이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미술 수업이 전부였다. 그때 미술 교과서에 서양의 수많은 화가들이 등장하지만 현대 화가들은 별도 장(章)을 마련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 구색 맞추기인지 피카소는 워낙 유명한 화가고 미국에서 활동하지 않아 서양 화가의 (章)에 몬드리안, 간딘스키와 함께 실렸지만 그 외의 화가들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리히텐슈타인은 미국의 만화를 통해 몇 번 접한 기억이 있어 이 책과는 첫 인연인데도 낯설지는 않았다. 물론 책 안으로 들어가면 '멋지다'는 탄성(개인 입장에서)이 나올 정도의 그림도 여러 점 발견하고 눈을 크게 뜨게 했다.

책에 따르면 리히텐슈타인은 마흔에 가까워질 때까지 그의 화풍과 작품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미술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1962년 리히텐슈타인은 미국 미술계의 리더가 되었다. 한 해 전 그는 가끔 보여주던 불손한 유머 감각에 어울리는 회화 양식을 발견했으며, 뉴욕의 유명한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의 후원을 받게 됐다. 그리고 곧 작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 강사직을 그만두었다. 그가 연필로 슨케지하고 유화로 완성한 초상화 〈조지 워싱톤〉을 그렸는데 이 초상화가 한때 미국 1달러 지폐에 담겼다고 한다. 저자는 이 초상화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세계를 탐색하는 동안 만나게 될 많은 생각을 담고 있어, 그의 전형적인 작품으로 꼽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우선 작품의 주제가 유명하고 영웅적이면서도 평범하고 심지어 촌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또 18세기 미국 회화의 싸구려 복제화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점도 특징이라고 밝힌다. 〈조지 워싱톤〉은 길버트 스튜어트가 이미 100점 이상의 워싱턴 초상화 복제화를 그린 이후 이를 보고 그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리히텐슈타인의 워싱턴 초상화는 원작의 복제의 복제의 복제쯤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유머뿐 아니라 이 작품의 모순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 그림의 특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리히텐슈타인의 회화 기법은 대량 생산되어 신문에 인쇄된 원본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성공은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룬 것이다.

1923년 뉴욕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정상적이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차고 및 주차장 전문 부동산 중개인이었다. 리히텐슈타인은 그의 가정에 예술적인 경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리히텐슈타인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굳이 그런 사실까지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이 책에 적고 있다. 미술 과목이 없는 일반 공립학교를 다니며 드로잉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취미로 집에서 유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무렵 재즈에 빠졌다. 그는 할렘의 아폴로 극장과 52번가의 재즈 클럽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보러 다녔다. 그는 벤 샨 같은 미국 화가들처럼 음악가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종종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청년 리히텐슈타인은 가장 흥미진진한 문화적 영감을 찾아 뉴욕을 배회했다. 재즈에 매혹된 일은 그가 시각예술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입체주의 화가들이 흑인 문화를 애호한 것에 공감했고, 아프리카 미술뿐 아니라 미국 재즈를 좋아했다고 알려졌다.

 


 

레지널드 마시가 그의 첫 스승이고 리히텐슈타인은 피카소를 존경했다. 마시는 마치 풍자화처럼 알아보기 쉽게 일상의 주제를 그리는 데 중점을 두는 세계를 다루었으며, 입체주의나 미래주의 같은 전위적인 유럽 추상미술은 거부했다. 이 사조들은 1913년 뉴욕, 시카고, 보스톤에서 열린 아모리 쇼을 통해 미국에 소개된 이후 더 유명해졌다. 그러나 마시의 관점에서는 유명해지기보다 '악명 높아진 것'이었다. 이런 전위미술은 마시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그는 추상을 거부하고 오히려 회화성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시는 대중에게 매력을 느껴 사람들의 얼굴을 빠른 붓놀림으로 묘사했으며, 놀이공원과 해변, 코니아일랜드, 지하철 등 색과 움직임으로 가득 찬 도시풍경을 주제로 삼았다. 이런 마시 스승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리히텐슈타인은 마음속의 느낌이나 현실세계를 기록하는 것보다는 미술과 미술작품 제작과정을 면밀히 검토하는 일에 더 흥미를 느꼈다. 1950년까지 리히텐슈타인은 말년의 피카소, 브라크, 클레의 영향을 받은 반추상화를 그렸다. 1951년 그는 강사로 채용되지 못하고 아내의 직장이 있는 클리블랜드로 이사해 6년간 살면서 토목 설계사, 창문 장식사, 금속판 디자이너 같은 직업을 전전했다.

그는 그림을 일을 하고나서 그렸다. 그는 실제 풍경, 모델, 순수 추상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뉴욕에서 전시를 했지만 가족을 부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추상표현주의에 눈을 돌렸다. 추상표현주의에는 외향적 형식과 내향적 형식이 있다. 외향적 형식인 액션 페인팅은 미술가의 에너지와 즉흥적 기법에 의지하는 것으로 물감에 담배 꽁초나 유리를 섞어 커다란 캔버스에 뿌리기도 하고 방울방울 떨어뜨리거나 바르는 것이다. 잭슨 폴록과 윌렘 드 쿠닝이 이런 직접적인 표현방법을 강조했다. 앤디 워홀은 추상표현주의의 세계는 상당히 마초적이라고 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소리와 촉감 같은 감각, 혹은 중요성이나 흥분 같은 추상적인 성질을 기호로 표현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꼈다. 대중적인 팝 아트의 전형이었던 리히텐슈타인의 미술은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그는 대중적 친밀함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추하고 저급한 것들을 유별난 방식으로 작품에 표현했다.

 


 

자신의 세계를 표현해 가던 리히텐슈타인에게 관심을 표한 사람은 또 다른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이었다고 한다. 워홀이 리히텐슈타인의 만화 그림을 부러워한 것은 벤데이 점 때문이었다. 벤데이 점은 검은 윤곽선이나 제한적으로 선택한 몇 개의 산업적 색보다 그림에서 돋보였다. 만화에서 특정 장면만 따로 떼어 낸 이미지는 오랫동안 순수미술과 결합되어 왔지만 아무도 콜라주나 회화적 모티프 이상의 표현으로 확장할 방법을 몰랐다. 그런데 리히텐슈타인은 벤데이 점 같은 인쇄기술을 참고해, 인쇄된 출처에 적용된 구상을 그대로 살렸다. 자신이 원용한 출처에서 거리를 두지 않았다고 리히텐슈타인을 비난한 비평가와 상업미술가들은 확실히 그림의 내용뿐 아니라 양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리히텐슈타인이 모든 초기작에서 벤데이 점을 쓴 것은 아니지만 벤데이 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62년 리히텐슈타인은 피카소의 입체주의 회화 〈모자 쓴 여인〉을 개작했다. 그는 배경은 벤데이 점으로, 가슴은 10대 만화 속 소녀들의 두근거리는 가슴처럼 부풀어 오르게 그렸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은 처음에는 피카소의 그림을 캐리커처처럼 변형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로 몇몇 비평가들은 그렇게 해석했다고 한다. 그러나 리히텐슈타인이 가한 변화를 눈여겨보면 이런 해석은 타당성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색은 맑아졌고 중심색인 노랑과 파랑만 쓰였으며, 형태들도 단순해지고 모든 형태에 똑같은 구성적 무게가 실렸다. 리히텐슈타인은 자신의 의도에 맞게 원작의 구성을 변형해 자기의 양식을 피카소의 형태와 결합했다고 저자는 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리히텐슈타인은 예술의 불멸성에 대해 회의적임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파란 붓자국이 있는 벽화〉의 흘러내리는 파란 폭포는 리히텐슈타인의 붓자국 모양을 가장하고 있지만 붓자국의 질감을 띠지 않으며, 마치 청소를 도우려는 듯 한쪽 구석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p.90)

 


 

리히텐슈타인은 여러 가지 탐험을 했지만 모더니티의 미로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는 여행 중에 많은 영역을 발견하고 또 재발견했다. 아마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경 거슬리는 모순과 숨겨진 유머일 것이다. 그는 우리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변형함으로써, 과연 21세기에 미술이란 또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의 여지를 남겨놓았다.(p.91) - 「편집, 생략, 뒤섞기」 중에서

 

저자 : 재니스 헨드릭슨

스미스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고, 함부르크에서 마틴 원케 밑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그녀는 작가이자 큐레이터이다.

 

역자 : 권근영

수원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이동도서관이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서울로 전학 후 중학교 2학년 때,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3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 미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MFA 첨자 처리)를 받은 뒤 기자가 됐다. 이후 10년 넘게 미술·문화에 대한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에 칼럼 「그림 속 얼굴」 「권근영의 숨은그림찾기」를 연재했고, 지은 책으로 『나는 예술가다―한국 대표 예술가 10인 창작과 삶을 말하다』가 있다. 광주비엔날레 연구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JTBC 스포츠문화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자를 하며 만난 미술가들, 대학과 미술관 강의 때 만난 미술에 대한 열정 가득한 사람들, 또 세계 곳곳으로 취재를 다니며 접한 명작들은 삶의 어두운 순간을 ‘반짝’ 밝혀주는 빛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책은 바로 그 순간의 나눔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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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함께 하는 삶 - 지금부터 당신은 항상 괜찮을 수 있습니다.
김지나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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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종교든 '위대한 종교'는 명상을 권한다. 발상지 인도는 물론 천주교의 묵상, 불교의 참선, 기독교의 명상 등 모두 같은 '명상'을 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기독교만은 명상을 채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명상과 참선을 종교로 보고 타종교를 배척하는(다른 우상을 섬기지 말라) 교리에 따른 것이라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도 예전의 말이지만 지금은 종교를 갖지 않은 독자로서는 명쾌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럼 왜 명상을 할까? 이 질문은 이 책 『명상과 함께 하는 삶』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명상 즉, 내면의 ‘참된 나’를 찾음으로 에고로 둘려 쌓인 ‘거짓 나’를 버리고 지금 바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명상을 통해 찾고 있다. 저자 김지나는 해외 명문대에서 학업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다 병마와 마주하게 된, 깊은 고통에서 ‘깨어남’을 경험했다. 덕분에 오히려 ‘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이후 ‘내맡김’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난 저자는 영성과 명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아이엠 TV_마음공부]를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리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를 불안과 우울의 상태로 빠뜨리며 괴롭히는 ‘생각’이라는 것, 우리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이 ‘집착’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살고 있는 인간 누구나 중독돼 있지만 중독된 것조차 모르는 ‘생각이라는 병’에서 벗어나는 길’, ‘모든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그저 ’예‘라고 대답하는 내려놓음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담고 있다. 명상을 통해 깨달음과 고통에서 벗어나 현존하며 존재로써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모든 고통과 번뇌 속에서 곧장 들어가 쉴 수 있는 안식처로써 현존을 알려주고자 힘썼다.

 


 

소란스럽고 복잡한 외부 자극에 끌려가지 않고 내면을 따르는 삶을 통해 지금 바로 무조건 행복할 수 있는 방법,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임으로써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최고의 수행처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짧고 간결하며 명확하다. 거짓 자아인 에고가 어떻게 우리를 고통으로 이끄는지 깨닫기를 바라는 저자는 ‘누구라도 지금 이 순간 곧바로 행복할 수 있다’는 명상의 가치를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고 명상을 하는 이유는 '내가 있는 지금, 여기에서 잘 살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우리는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이나 괴로움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산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 자신도 몸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사실 나중에 깨닫게 되니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어도 되는 거였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나와 우리집 고양이가 같이 계단에서 굴러도 우리 집 고양이보다 내가 훨씬 더 괴로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명상이 좋은 것도 알고 시간을 내서라도 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조언하는 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신 분들이 많은데 저자의 경우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집에서 명상을 한다고 털어놓는다. 특별히 음악을 듣지도 않는다고 한다. 특히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명상을 너무 오래 하려고 하지 마시고 짧게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명상이 주는 기쁨을 알기 시작하면 스스로 좋아서 자꾸 하고 싶어지고, 처음에는 고요함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그 단계가 지나가고 고요함이 익숙해지면 거기에서 느껴지는 평온함과 기쁨이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학창시절 기독교인이었지만 타락일지도 모르는 불교 관련 서적을 읽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이었다. 그 한 권의 책을 시작으로 법정 스님이 출간한 책을 다 읽었고 다른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다양한 영성과 철학을 알아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세상이 만들어준 개념의 틀과 고정 관념에 갇혀 작은 세상 속에서 좁은 식견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저자는 학상 시절의 건강한 일탈을 통해 파격이 가진 힘을 알게 된 것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경험치를 갖질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여성 사업가로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삶의 고통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삶을 포기하려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때 저자는 다시 한 번 인생을 바꿀 체험을 하게 된다. 고통의 끝에서 경험한 깨어남이었다. 극적인 상황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내맡김이 삶을 궁극적인 행복으로 이끄는 최상의 길임을 깨달았으며 그 삶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자신과 비슷한 고통 속에 허우적대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았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유튜브를 시작하였고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주며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왔다. 이제는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누구나 쉽고 빠르게 체득할 수 있는 깨달음의 길을 전한다. 저자는 요즘은 혼자서도 유튜브나 명상앱 등으로 집에서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명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장 「생각으로부터의 자유와 깨어남」, 2장 「내려놓음과 내맡김」, 3장 「현존」, 4장 「내면을따르는삶」, 5장 「‘있음’ 바라보기」, 6장 「에고 데리고 살기」 등이다. 사실 각 장의 제목만 보면 누구나 이 책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책 출간의 취지는 무엇인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첫 장의 주제는 ‘생각으로부터의 자유와 깨어남’이다. 깨어남이란 단지 자아정체성이 바뀌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한다. 에고(ego)에서 참나로 개체에서 전체로 정체성이 바뀌는 것은 머리가 아닌 내면으로부터의 변화라는 것이다. ‘깨어남’이후에는 자신의 본질이 사랑과 평온이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깨달음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지금 여기에서 참된 나가 깨어나는 것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진리라는 것이다. 이 길이 곧 고통에서 벗어난 행복의 길임을 안내한다.

2장에서는 행복한 삶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인 ‘내려놓음과 내맡김’을 전한다. 싯다르타가 출가를 하고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될 때 경험한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고행에서 얻지 못했던 평온과 기쁨이 내려놓음을 통한 의식의 변화로 생겼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려놓음이 곧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깨달음 이후에 달라지는 것을 삶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며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아”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깨닫고 나서도 수행을 통해 삶과 하나가 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은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3장에서 저자는 현존(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복과 깨달음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중국의 대선사는 ‘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평상시의 마음이 도’라고 했다. 지금을 놓치지 않고 깨어서 알아차리고 집중하는 현존은 일상을 즐겁게 하는 힘이 있다. 행여나 알아차림과 깨어있음을 놓치는 때가 있어도 자책하지 말고 너그럽게 품어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느리더라도 그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습관이 쌓이고 쌓인 어느 날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까. 현존이 깊어지면 내면을 따르는 삶으로 나아간다. 무조건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자기 내면에 있는 신호와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극적으로 외부의 조건에 따라 반응하기만 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원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고 역설한다. ‘지금은 어쩔 수 없어..’라고 상황과 환경을 탓하며 괴로움의 늪으로 빠져버리면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행복해 지는 길을 택해서 가야 한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은 생각의 함정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지금 바로 행복하겠다는 마음을 내기를 저자는 독자들에게 간절히 바란다. 틱낫한 스님이 말한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새겨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명상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을 함께하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것은

가장 쉽게 행복의 길에 들어서는 길입니다.

과거의 삶을 후회하며 무너져 내릴 때,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며 불안이 급습할 때,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마음과 깊은 내면에 집중하기 바랍니다.(p.212)

 


 

우리는 항상 괜찮을 수 있는 의식의 상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본래의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에서 우리는 온전할 수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머물고 있는 ‘에고 의식’에서 벗어나 ‘참나 의식’으로 깨어나면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본래 우리는 온전한 존재라는 것을요. 존재의 실상을 발견하고 내맡기며 살겠다는 의지를 내시기 바랍니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당신은 항상 괜찮을 수 있습니다.(p.271)

- 「에필로그|당신은 항상 괜찮을 수 있습니다」 중에서

 

저자 : 김지나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풀리지 않는 갈증으로 일찍부터 종교와 영성, 명상에 심취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에 몰두하다 병을 얻었으며 몸과 정신에 고통이 번져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숨어 들어갔다.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다는 자책과 공허함으로 괴로웠다. 결국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유서를 쓰고 집 밖의 마당을 둘러보던 순간, ‘에고(거짓 자아)’가 사라지며 심연의 존재를 경험했다. 내면에 무한히 자리 잡고 있던 사랑, 그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토록 원망해왔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의식의 변화를 겪은 후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마음공부 채널 <아이엠TV>에서 ‘생각으로부터의 자유’, ‘내면을 따르는 삶’, ‘내려놓음과 내맡김’, ‘현존하는 법’, ‘마음챙김 명상’ 등 깨닫게 된 것을 나누고 있다.

유튜브 | 아이엠TV_마음공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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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고전 - 날마다 내공이 쌓이는 고전 일력 365
이상민 지음 / 라이온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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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력에 사용되는 문장은 대부분 명언이나 격언 등이었다. 하루 한 장씩 넘기는 일력에 한 문장을 새겨 넣어 하루를 뜻 있고 의미 깊게 보내는 데 좋은 문장이나 문구로 보는 사람에게 격려와 힘이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일력이 올해는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그 전부터 그랬는지 독자가 눈여겨 보았던 사항이 아니라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고전의 일력이 많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이 『하루 고전』 역시 그렇다. 고전 일력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은 일력 사용을 해온 독자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루 한 번 조용한 시간(대체로 아침 시간)에 일력에 적힌 한 문장으로 짧은 명상을 하기도 하고, 간혹 관련 내용을 인터넷이나 혹은 가진 책에서 살펴보는 일도 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하나씩 하나씩 꼭꼭 삼키면 하루 동안 충분히 소화할 시간이 있고, 잘 기억해 둔다면 삶에 많은 도움을 받을 때도 있다.

이 책은 『논어』, 『맹자』, 『사기』, 『손자』, 『한비자』 등 48권의 동양고전에서 건져 올린 주옥같은 지혜와 통찰을 매일 만나볼 수 있는 365일 만년 고전 일력이다. 365개의 고전 원문과 저자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양고전 중에서도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문장만을 선별했기에 매일 아침 5분의 시간으로 하루를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다. 고전으로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쌓이면, 어느새 내공 가득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이상민은 전업 작가로서 작가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 고전』은 동양고전에서 우리의 삶에 힘과 용기, 지혜와 평안을 줄 수 있는 문구를 선정하여 작가의 해석을 더한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동양고전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마음을 바로 세우게 된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동양고전을 쓴 어른들은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보았던 분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경험과 성찰을 통해 인생의 조언을 담담히 들려준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사는 삶은 하루하루가 문제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해결책을 얻는 것은 역시 고전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이 책의 집필 이유이다. 이에 따르면 직장인들에게 삶의 성찰의 기회를, 사업가들에게는 문제 해결의 통찰력을, 주부에게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 힘을, 학생에게는 공부할 지혜를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침을 시작할 때 이 책을 읽고 생각하는 하루 5분의 시간을 가진다면 인생이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화이불류(和而不流)를 강조한다. 화이불류란 조화를 이루되 휩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중용(中庸)』 10장에 나오는 말로 군자의 실행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며, ‘화이부동(和而不同)-어울리되 같이 되지 않는다'와 유사한 말이다.

 


우리는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의 고정관념, 상식, 통념, 부도덕한 풍조나 물질만능주의에 너무 쉽게 휩쓸리며 살아간다.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자기만의 중심축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세상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의 굳건한 철학이 있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삶이란 사람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결국 평생을 홀로 걸어가는 길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금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너무나 많은 숙제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내려놓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그저 순수하게 삶 자체만을 열망했던 시절은 모두 지나 이제는 성인이 되었고 우리 앞에는 너무 많은 물질적 가치와 결정들, 의무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현실의 풍경 앞에 저자는 ‘고전’이라는 해결책을 우리 앞에 내어 놓는다. 그 속에서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며, 당신과 같이 행복하게 살고자 했던 이들이 깊은 고뇌 끝에 얻어낸 한 줄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다면 맹자의 도덕과 윤리를, 논어의 용기와 패기를, 사기의 대범함과 결단력을 빌리라고 말한다. 이렇게 매일 아침 만나는 사색의 시간은 당신을 곧게 선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예로부터 재주가 많은 자는 고생이 많지만, 지혜가 많은 자는 근심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혜안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삶이 행복해지는 순간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 모두의 삶도 지금보다는 한결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망설임, 두려움, 실패와 좌절, 거절, 가난, 부족함 등 역시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다. 우리가 모두를 가졌다면 근심과 불행은 없었을 것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의 기쁨과 행복 역시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루를 좀 더 새롭게 시작하고 싶을 때, 어제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오늘부터 다른 나로 거듭나고 싶을 때, 인생에 힘든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아침 5분 고전의 시간을 가져보자.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이에게는 철학을, 복잡한 문제에 직면한 이에게는 통찰력을, 미래의 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이에게는 맑은 혜안을 선물해 줄 것이다.

이 책 1월 1일에는 '용자불구(勇者不懼)'를 적었다.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란 뜻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뭔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두려움은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두려움을 없애야 무슨 일을 시도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는 말로 읽힌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두려움은 뭔가를 잘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생긴다. 잘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안 되면 어쩌지?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지?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지? 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무한대다. 하지만 태도를 바꾸면 일거에 끊을 수 있다. '최악이면 최악으로 가자! 뭐라고 하면 듣자! 해볼 테면 해봐라 까짓것 한 번 붙으면 되지!' 하고 용기를 다지는 것이다. 세상살이 별것 있겠는가? 최악의 상황에서는 몸이 좀 고생하면 되고, 사람에게도 필요할 경우에는 맞서면 된다. 우리가 걱정하는 엄청난 문젯거리는 없다."

 


2월 1일에는 역시 『논어』에 나오는 '적부인지자(賊夫人之子)'라는 말이다. '남의 자식을 망치는 것이다'는 직역은 이해가 어렵다. 저자는 이렇게 풀어쓴다. "내게 유리컵이 하나 잇는데 바다를 담으려고 해선 안 된다. 물은 그 컵만큼만 담을 수 있다. 나머지는 다 흐르고 만다. 내가 능력이 안 되는데 높은 자리를 맡는 것은 모두를 망치는 길이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도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사람에게는 여물 시간이 필요하다.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좀 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를 거의 하지 않고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장사도 철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장사도 철저한 준비를 하고 시작해야 하고, 강의도 그렇다. 그런데 이제 조금 아는 것으로 그냥 시작한다.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무엇도 얻을 수 없다.

오늘, 2월 10일에는 '심즉려, 천즉게(深卽慮, 賤卽揭)'를 실었다. '물이 깊으면 옷을 벗고 건너가고, 얕으면 바지를 벗고 건너가야 한다'는 뜻이다. 해석보다 뜻을 적용할 사례가 적당할 듯하다. 저자는 적용할 예를 경영에서 찾는다. "기업 경영에 있어 최고의 칭찬은 '일관성이 없다'는 말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 현장에 있어 일관성을 고수하는 것 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주장했던 말이 계속 틀려야 하고, 남들로부터는 거짓말쟁이나 줏대 없는 놈, 변덕쟁이 등의 악담을 들어야만 한다. 많은 사람이 변화의 중요성을 모른다. 오직 피비린내 나는 경영 현장에서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바라보며 서 있는 고독하고 비장한 장군만이 알 수 있다. 일관성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남들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체면을 차리느라 모든 것을 잃을 것인가. 흐르는 물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고인물이 썩듯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다만 깊을 심(深)의 대구(對句)가 되는 얕을 천(淺)이 아니고 천할 천(賤)을 쓴 게 조금 의아하다.

 


4월 20일 『서경』에 나오는 귀절 '약전목지유유얼'(若顚木之有由蘖)도 눈에 띈다. 식목의 계절에 쓰인 말이어서인지 정겹다. '쓰러진 나무에 싹이 나는 것과 같다'라는 뜻으로 저자의 해석에 의존해본다. 동양고전의 삶의 교훈은 한결같다. 무엇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밑바닥서 배운 헝그리 정신과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맛본 절박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항상 긴장의 끈을 조이고 실패의 순간에는 더욱 노력하고, 성공의 순간에는 더욱 겸손하게 매진해야 한다. 쓰러진 나무에도 뿌리가 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노력하면 싹이 날 수 있듯이,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 있더라고 자신의 태도에 따라 삶은 크게 달라진다. 사람의 미래는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미래는 오직 얼마나 삶을 긴장하며 진지하게 살아가느냐로 결정되는 것이다.

 

저자 : 이상민

 

5,000 권의 독서와 4,000 편의 다큐멘터리 섭렵을 바탕으로 20권의 책을 출판한 16년 차 전업작가. 〈유로저널〉을 통해 유럽 19개국에 한국 대표 청년작가로 소개되었으며, 그동안 쓴 책들 중 2권이 종합 베스트셀러 5위에 진입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 한국출판산업진흥원 우수콘텐츠, SK그룹 추천도서, DAUM 추천도서, 카이스트 추천도서 선정 등 좋은 결과를 내어왔다. 현재 이상민책쓰기연구소에서 책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225명의 프로작가를 양성했으며, 이 중 YES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작가를 비롯해서 종합 베스트셀러 5위 작가 5명 배출, 세종도서 수상자 11명 배출, 해외수출자 11명 배출 등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이번에 쓴 『하루 고전』은 50여 권의 동양고전에서 우리의 삶에 힘과 용기, 지혜와 평안을 줄 수 있는 문구를 선정하여 작가의 해석을 더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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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 - 말할 때마다 내가 더 똑똑해진다
엘커 비스 지음, 유동익.강재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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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도, 소크라테스도 제자들을 가르칠 때 '대화'였다. 공자의 가르침도 소크라테스의 수업 방식도 모두 대화였다. 그렇게 지어진 것들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논어』이고 『소크라테스 대화법』이다. 불행하게도 독자로서는 묻고 답하는 수업 방식에 능숙하지 못하다.(산업화시대 70~80년대는 주입식 교육이었다) 때문에 지식과 지혜의 습득에 대화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겨우 대학에 가서야 대화식 수업이 가장 효율적이고 깊은 지식과 지혜에 다가가는 원천이라는 사실을 조금 인식했을 뿐이다. 이후 시대가 바뀌면서 대화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었고 각종 쌍방향 매체가 급속도로 발전돼 갔다.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그쳤지 실제 실천 경험이 없어서인지 여전히 대화가 익숙지 않다. 이 책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은 제목 그대로 '질문하는 기술'을 습득해서 삶에 실천함으로써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필연이다. 아이를 가질지 말지 배우자와 의견이 다를 때, 층간 소음으로 이웃과 의견 다툼이 있을 때,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 측과 의견이 다를 때, 이 기획안을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상사와 의견이 다를 때 우리는 어떤 말로 상대를 설득해야 할까? 지금까지 해온 방법은 이제 바꿔야 하지 않을까. 혹시 우리가 세대간 갈등이 있는 것도 대화의 부족, 대화 방법의 미숙에서 오는 점은 없을까? 많은 생각이 스친다. 갈등을 조율할 때 어떻게 해야 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또 협상 같은 어려운 자리에서 성공적 협상으로 이끌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이 책은 네덜란드의 젊은 철학자, 엘커 비스의 저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우선 대화의 목적부터 바꾸라고 조언한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제쳐두고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는 것이다. 또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진득하게 듣되 100% 상대의 말에 공감하지 말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나도 상대방도 시각이 넓어지고 한층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시중에 나와 있는 공감 대화법이나 설득의 심리학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마치 보수와 진보가 한 자리에 앉아 첨예한 이슈에 대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나누는 대화에서 손석희 앵커가 양쪽 진영의 패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때 써먹을 만한 조언들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이후 88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누적 13만 부와 6개국에 판권을 수출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책 속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 문답식 대화’에 대한 강의, 컨설팅, 워크숍 등등을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책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쓰였는지, 어떻게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는지 탐독해본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 「좋은 질문은 진정한 관계를 만든다」에서 공연 제작자로서 일하면서 실용 철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철학 개념을 세우는 수업이었다. 저자는 철학적 대화를 나누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관련 이론과 지식, 경험 등을 찾고 있었다. 공연 제작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더 명확하게 정리하고 배우들에게도 훨씬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경험에서 저자는 함께 수업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질문의 기술에 대해 소크라테스 문답법이 최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물론 많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스스로는 더욱 발전시킨 것들로 바뀌었다. 또 더 배우도록 도전 의식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데도 당시 고통스러운 트라우가가 엄청난 공헌을 했다고 밝힌다. 이후 저자는 실용 철학, 질문하는 기술, 철학적 대화 혹은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대화에 대해 공부했다.

저자에 따르면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진심으로 나의 의견을 물어봐주는 사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 누구나 이런 사람을 원한다. 비록 상대가 적(敵)일지라도 이런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욕망, 유대감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불변의 진리를 잘 알면서도 왜 일상생활에서 잘 실천하지 못할까? 특히 의견이 다른 상대와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는 것이 이기는 거라고 착각한다. 합의를 위해 토론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은 지는 거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또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과는 아예 손절하는 경우도 많다. 더 이상 불편한 마음을 견디면서 관계 유지에 연연하지 않는 게 트렌드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필연이다. 아이를 가질지 말지 배우자와 의견이 다를 때, 층간 소음으로 이웃과 의견 다툼이 있을 때,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 측과 의견이 다를 때, 이 기획안을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상사와 의견이 다를 때 우리는 어떤 말로 상대를 설득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점을 감안해 책의 구성을 모두 다섯 장(章)으로 나누었다. 1장에서는 「왜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하는지」를 다루었다. 우리는 왜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할까? 왜 질문이 어렵고 긴장되며 무서울까? 2장은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는 법」을 연습해볼 수 있다. 좋은 질문을 하고 철학적으로 질문하는 자세를 개발할 수 있는 핵심을 다루었다. 3장에는 「좋은 질문의 기본 조건」을 담았다. 상대방의 말을 분명하고 순수하게 듣는 법을 훈련할 수 있으며 언어가 왜 중요한지도 알게 될 것이다. 4장에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질문의 기술」을 담았다. 어떻게 하면 '아래서 위로 가는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왜'라는 질문을 할 때 우리가 어떤 실수를 하는지 등등 꼭 필요한 질문의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질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좋은 질문을 한 다음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화를 흥미롭게 이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더 현명하게 만드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구성에서도 나타나듯이 "질문을 바꾸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책의 주제에 잘 맞춰져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철학적 방법이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직업을 바꿔야 할까?', '현재 파트너와 계속 살아야 할까, 새로운 사랑을 선택해야 할까?, '나는 생각과 느낌, 행동이 일치하는가?'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 이런 대답은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구글이나 위키피디아에서 찾을 수 없다. AI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다. 저자는 해답은 스스로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좋은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지혜와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잡담을 더 잘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깨인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발견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하도록 만들어준다. 이를 위해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 기울여볼 것을 제안한다. 상대방을 이기려 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말고 관찰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모든 상항에 적용할 수 있는 질문 체크 리스트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앞서 말한 대로 질문 리스트를 체크해 AI에 입력하면 간단하게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 완벽하게 옳은 질문이 다른 상황에서는 완벽하게 잘못된 질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가진 딜레마다. 이 책은 질문하는 자세를 배우고 좋은 질문을 하도록 도와주는 실용적인 가이드북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고 넘치는 호기심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과 지혜에 대해 질문했다. 그가 던진 질문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그 목적을 소크라테스는 더 현명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내가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고, 그래서 진정한 지식을 찾아다녔다. 진정한 지식은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여겼고 생각을 연마하는 숫돌로 대화 상대를 바라봤다고 역설한다. 소크라테스는 또 상대의 오류나 잘못된 생각, 헛소리를 대화를 통해 밝혀내려고 했다. 그 대화를 통해 상대가 '진정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좋은 질문을 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일까? 저자에 따르면 첫째, 세상이 좋은 질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인종 차별, 성차별, 신체 비하, 미두, 난민 문제, 기후 위기 등 풀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터졌을 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상대가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받으로 하기보다 상대의 말을 더욱 경청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둘째, 좋은 질문은 대화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 어디에 있는 대화를 질 높고 품격 있게 하려면 좋은 질문이 시작이라는 것이다. 셋째, 질문을 통해 배우는 실용 철학은 그 자체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넷째, 계속 질문하고 대화하다 보면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계속된 질문과 대화는 정형화된 답변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언어를 찾아주며 끊임없이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며 역동적인 관계를 만들어 낸다. 좋은 질문은 진정한 유대감을 만드는 씨앗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 : 엘커 비스(Elke Wiss)

 

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연극인. 엘커 비스는 연극 대본 작가이자 감독, 공연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배우들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과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실용 철학 특히 ‘질문하는 법’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했다.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원제: 운동화를 신은 소크라테스SOCRATES OP SNEAKERS)은 그 공부가 낳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질문을 통해 사람들과 진심으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저자는 질문의 목적부터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상대를 제압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말고 진심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더 넓은 시야, 인간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공감 대화법이나 비폭력 대화법과는 달리 상대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더 지적인 대화, 수준 높은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출간한 이후 88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으며 누적 13만 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저자는 지금도 연극인으로 활동하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 문답식 대화’에 대한 강의, 컨설팅 및 워크숍 등등을 진행하고 있다.

 

역자 : 유동익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네덜란드어를 전공하고,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언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네덜란드 교육진흥원에서 네덜란드어 강의를 했으며 현재 네덜란드 가톨릭방송국 한국 특파원이며, 지엔디정보센터에서 네덜란드어를 가르치면서 네덜란드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닌그라드의 기적』, 『하멜 보고서』, 『세계 어린이 인권 여행』, 『스페흐트와 아들』,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 『지도를 따라가는 반 고흐의 삶과 여행』, 『고슴도치의 소원』, 『반 고흐와 나』,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이야기로 만나는 유럽 문화 여행』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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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하우스 - 있지만 없었던 오래된 동영상
김경래 지음 / 농담과진담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 『삼성동 하우스』는 소설 작품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 그룹인 삼성그룹의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파문(?)을 다뤘다. 독자도 이 내용을 루머를 통해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언론에 잠깐 나왔던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잘 모른다. 흔히 말하는 재벌 그룹 총수의 개인적 일탈이라서 끝까지 파헤친 언론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파헤치다 거대 권력에 발목이 잡힌 건지는 지금도 모르고 있다. 강제 성매매도 아니라면 큰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이 아니어서인지 모르지만 추적 취재해 보도한 것은 보질 못했다. 아니 설령 보도했다 해도 큰 사회적 파장 없이 지나갔는지는 독자로서는 모르겠다. 처음 소문이 돌 때는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탐사를 중단했는지, 여론의 관심을 끌 만한 비리나 부정이 아니어서 그만 뒀는지 모른 채 지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보수 정권 아래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는지의 여부도 독자로선 모른다.

이 사건 관련해선 독자로서도 돈으로 여자를 끌어들여 성매매를 했다는 것 이상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넘어갈 일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연루 혐의로 대통령직으로부터 파면된 헌정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며 정권이 교체되었다. 이번엔 그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그리고 병원에서 누워 있는 삼성 그룹 총수의 근황이 사진에 잡히면서 다시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워낙 큰 사건 속에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그룹 총수에 대해 더 이상의 비난을 쏟을 수 없었던지 성매매 동영상 사건은 완전히 잊혔다. 그 동영상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가 공식 언론이 아닌 소설로 그 내막을 파헤친 책이 출간된 것이다. 독자로선 내용의 진위 여부와 어떤 내용의 동영상(결국은 어떤 성매매인지)인지 궁금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독자가 궁금한 내용의 팩트를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된 소설 형식이라 조심스럽게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김경래가 당시의 동영상 사건을 취재한 내용과 퇴직 후 소설로 쓰게 된 이유까지 진실과 상상의 구별을 넘나들면서 전개된다. 저자는 취재 시작이 그렇게 비범하지도 않은, 그렇게 타락하지도 않은 기자에게 아주 특별한 제보가 옴으로써 비롯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제보는 기자들에게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것이었다고도 한다. 특히 이런 굵직하고 사회적 파장이 클 여지가 있는 제보에 대해서는 취재할지 말지부터 고민되는 일이었다고 한다. 소설의 전개 내용이지만 실제 유력 언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거 취재할 수 있겠어?” 그리고 소설은 두 축으로 흘러간다. 대기업 회장님의 비밀 동영상을 찍으려는 일당과 그 동영상이 유통되면서 벌어지는 은밀한 거래들. 이 사건을 보도하려는 언론과 그것을 막으려는 시도들. 3년 동안 떠돌았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소설은 한국 사회에 실재하는 거대한 우상과 그 주변에 만연한 공포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독자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지만 2016년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유튜브 조회수 1,500만의 특종을 바탕으로 하는 블랙 코믹 스릴러로서 집필했다는 저자의 전언이다. 당시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한 김경래 기자가 소설로 탄생시킨 현실보다 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상상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 무엇보다 놀랍도록 재미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우상이자 공포인 〈삼성〉의 실체를 드러낸 사건, 이른바 ‘이건희 회장 동영상’을 다룬 소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동영상은 2013년 서울 논현동 안가와 삼성동 자택에서 성매매 여성이 촬영한 것이다. 이 영상을 빌미로 여러 범죄자들이 수십억의 돈을 반복적으로 갈취했지만 삼성은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실제 사건이 소설로 재구성될 때는 사실과 상상이 독자로서는 구별하기 힘들다. 소설은 알지만 언론에 대해 무지한 탓이다. 언론에 대해 무지하다는 말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 아니라 현직 언론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아서 독자 입장에서 '무지'란 표현을 썼다. 그러나 독자로서 읽을 때 이 소설로서의 재미는 확실하다. 이 책의 저자 김경래는 2001년 KBS에서 기자일을 시작한 나름대로 참된 언론인을 꿈꾸었다.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쳤고 〈미디어 포커스〉 등을 제작했다. 2010년 KBS에 새노조(언론노조KBS본부)를 만들었고 편집국장으로 노보를 제작했다. 2013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로 옮겼다고 한다. 이때 이직의 이유는 정확히 독자는 모르겠다. 노조 일로 퇴직을 강요받았는지, 아니면 취재한 내용의 방송을 두고 책임자들과의 의견 차이 때문이었는지,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 무지한 독자가 알 리 없다.

당시 저자는 대기업의 치부부터 검찰의 수상한 뒷거래까지 가리지 않고 취재했다. 논픽션 『죄수와 검사』를 심인보 기자와 함께 썼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전 직장에서 시사 프로그램 하나를 맡았는지 모르겠다. 이후 2022년 기자 생활을 접었다. 기자도 이야기를 쓰는 직업이지만 이야기를 창조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힌다. 어린 시절 읽고 또 읽었던 전래동화와 같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쓰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저자는 몇 년 동안 언론계에 유령처럼 떠돌았던 동영상을 아무도 보도하지 않았던 기이한 상황을 〈삼성〉이라는 이름을 빼고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논픽션 『죄수와 검사』는 심인보 기자와 함께 썼다. 『죄수와 검사』는 두 저자가 2년여 동안 검사들과 벌인 전쟁을 기록한 일종의 전기(戰記)다. 〈죄수와 검사〉 보도는 수십 년 이상 굳건히 다져진 검찰 기득권의 철옹성을 조금씩 무너뜨렸다. 전쟁에서 저자들이 사용한 무기는 죄수들의 말이었다. 검찰의 수사 과정과 치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죄수들의 말, 그러나 과거에는 죄수라는 이유로 신뢰받지 못했던 죄수들의 말을 ‘검증’이라는 숫돌로 벼려 무기삼은 것이다. 검증을 거친 죄수들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검찰의 도덕성과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그 결과 죄수와 검사의 자리가 뒤바뀌게 되었다. 죄를 묻는 검사의 자리에 죄수가, 죄를 숨겨야 하는 죄수의 자리에 검사가 놓이게 된 것이 내용이라고 한다. 사실 이 논픽션 책도 읽지 못해 독자로서는 책 소개란을 토대로 이 책의 성격을 파악했다.

이 책에 일관되게 나오는 주제는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특수부 검사들이 죄수를 수사에 활용하는 불법 수사 관행이다. 취재를 통해 밝혀진 바, 특수부 검사들은 죄수에게 특혜를 베풀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죄수를 수사에 활용한다. 노동력을 착취하기도 하고 죄수의 전문성을 이용해 정보를 빼낸다. 죄수가 가진 돈을 활용해 다른 죄수들의 정보를 사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거짓 증언을 시키기도 한다. 이 책에는 특수부 검사들이 죄수를 활용해 벌인 다양한 불법 사례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불법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죄수와 검사〉 연속 보도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단연 한명숙 사건을 재조명한 부분이다. 검찰 조사에서는 뇌물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돌연 뇌물을 준 적이 없다고 번복했던 핵심 증인 한만호, 저자들은 한만호의 행적을 추적하던 과정에 한만호의 비망록을 발굴했다. 저자들이 발굴한 한만호의 비망록은 뉴스타파가 보도하면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죄수와 검사』는 최근 모 방송국의 드라마 〈법전〉의 내용과도 많은 부분이 결을 같이한다.

 


 

언론학자 강준만은 〈삼성은 대한민국의 거울〉이라는 글에서 “한국인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포지셔닝을 마친 삼성의 위상, 그게 더 무서운 권력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기자가 이 사건을 보도한 이유도, 저자가 이 소설을 쓴 이유도 이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말한다. ‘두당 5백만 원’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는 건 ‘미담’이 아니냐고. 꼭 보도해야 했냐고. 보통 ‘농담’이라는 단서를 달지만 ‘백 퍼센트 농담’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쉽게 얘기해보자. 성매매 동영상이 존재하고 팩트가 확인됐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이 관여했다. 만약 이 사건의 주인공이 정치인이거나 연예인이었다면, 혹은 다른 그룹의 회장이었다면 어땠을 것인가. 그렇기에 이 소설은 특정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상’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상징’을 해체하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어떤 ‘공포’에 맞서는 이야기다.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과 용기, 무엇보다 놀랄 정도로 재미있다” 수많은 추천인들이 이 소설을 ‘블랙 코믹 스릴러’라고 규정했다. “기자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망조다. 그래서 기자를 그만뒀다. 그리고 이야기를 썼다. 이 소설은 당연히 소설이다. 20년 넘게 기사를 썼지만, 이야기와 상상의 힘을 나는 믿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설은 기사로는 불가능했던 혹은 부족했던 답변이다. 무엇보다 원래 ‘이야기’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 수많은 사연과 맥락, 손에 잡힐 듯 묘사된 인물들의 생생함이 촘촘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권력에 맞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할 때도 보여주었던 경쾌하고 자유로운 저자의 유머러스함이 이야기를 만나 더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을 빌려서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끈질김과 용기에 박수와 감탄을 보낸다.

 


 

카메라가 드디어 집으로 보이는 공간으로 진입했다. 사치스러운 가구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큰 그림, 영화관처럼 거대한 텔레비전, 사람보다 큰 스피커. 거인이 사는 집인가. 뜬금없이 트로트 노래가 흘렀다. 산뜻하게 꾸민 젊은 여자들. 나이트가운 같은 걸 입은 나이 든 여자. 양복을 입고 귀에 뭔가를 꽂은 젊은 남자. 그리고 다시 블랙. 물이 흐르는 소리, 여자들의 소곤거림······.(p.43)

 

좋은 기자, 훌륭한 기자, 소신 있는 기자, 정의로운 기자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기자로서의 상품 가치를 높이고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취재원을 이용한 건 아닌가. 제품 홍보 기사나 팔아먹고 접대 골프나 치러 다닌다고 비난하던 기레기보다 내가 나은 게 도대체 무엇인가. 그들은 적어도 제보자를 위험에 처하게 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제보자를 팔아먹은 건가. 동해는 이달의 기자상 상패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p.70)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비판하는 건 이미 하나의 비즈니스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가 됐다면 그 비즈니스를 잘해야죠. 멋지게. 프로페셔널하게. 우리 언론은 지금 경제 권력의 동등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라, 경제 권력의 하청업체에 불과합니다.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비스를 하는 거죠. 그게 쪽팔립니다. 이 보도가 나가지 못하면 더 쪽팔리겠죠."(p.24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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