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미스테리
디바제시카 지음 / 너와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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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읽을 정도는 아니다. 예전에 책을 많이 읽을 때는 김성종의 『여명의 눈동자』가 추리소설로 분류되어 무척 재밌게 읽었었다. 그 작품은 당시 김성종 작가를 우리나라 최고의 추리소설가로 만들어준 소설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추리소설은 우리 소설사에 업적을 남길 만큼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독자 역시 그 이후 우리나라 작품보다 외국의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이나 애거사 크리스티, 에드가 알렌 포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 이후 직장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시기를 거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책을 다시 손에 잡으면서 한두 권 추리소설을 접하면서 매우 흥미롭게 읽어왔다. 이번에는 일본의 추리작가로 명성이 높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흠뻑 빠졌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일본에 이렇게 많은 추리소설 작가가 존재하는지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가 넘쳐나고 있었다. 매해 서너 권씩의 그들의 작품을 읽을 정도로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추리소설 작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 『토요미스테리』는 추리소설의 재미로 다가와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물론 이 책을 쓴 작가는 디바제시카란 필명의 한국인이지만 그가 창작한 소설이라기보다 기록과 사건의 기억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이라 재미는 조금 떨어졌지만 한편으론 현실감이 더해 흥미로웠다.

 


 

이 책은 명실상부한 1세대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디바제시카를 더욱 독보적인 자리에 올려놓은 디바제시카 채널 속 〈토요미스테리〉 가운데 25가지 이야기를 뽑아 재구성했다. 〈토요미스테리〉는 전혀 헤아려지지 않는 표정에 나지막한 목소리까지 더해,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인기 유튜버 디바제시카의 이야기 구성력에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독자는 유튜버를 전혀 이용하지 않기에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토요미스테리〉는 최근 10년 동안에 224만 명이라는 구독자가 시청하고 있는 콘텐츠라니 놀랄 만하다. 미스터리는 그 자체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데, 여기에 디바제시카의 무표정한 얼굴과 음산한 목소리가 더욱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더해준다는데 기회가 있는 대로 한 번 들여다볼 생각이다.

독자는 모르는 일이지만 과거에도 공포나 미스터리를 주제로 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디바제시카처럼 진행자의 이야기로만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전언이다. 거기에 적절한 음향과 자료 사진, 그리고 뉴스 전달자인 앵커처럼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디바제시카만의 이야기 전달 기법이 사람들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구독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다시 디바제시카는 스토리텔링북으로의 놀라운 데뷔를 단행했다. 지상 미스터리 쇼로 독자들을 초대한 것이다.

 


 

이 책에는 미국에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에 이어 한국과 일본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한눈을 팔 수 없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담뿍 담겨 있다. 미스터리 팬이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제목들이 우선 눈길을 끈다. 전문 추리·미스터리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극적 긴장감과 미스터리 부각 기술은 조금 떨어지는 것이란 선입견 때문인지 군데군데 조금은 덜 완벽한 구성이 엿보이지만 흘륭하고 섬뜩하기까지 한 삽화(일러스트)가 완벽하게 가려준다. 이 일러스트도 저자인 한재홍은 각 장에 삽입된, 등장인물의 광기 어린 표정과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표현으로 부족한 이야기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저자 디바제시카의 차분한 스토리텔링 능력은 책 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한 사건을 다양한 방향에서 재조명하여 이미 알고 있던 사건도 뻔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더불어 각 사건의 키워드를 영어 단어와 심리학 용어로 소개하여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건들, 비록 모든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는 않더라도 미스터리 에피소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토요미스테리〉는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진정성을 더해간다. 이미 수많은 시청자들이 즐겨 찾는 채널의 인기 있는 이야기를 엄선해 만든 이 책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리라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의 서문에는 책 출간을 위한 저자의 취지와 도움을 준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저자는 2014년 시작한 〈토요미스테리〉가 햇수로 10년을 맞이했다고 밝히고, 자신이 직접 경험한 '미국 흉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국내외 범죄 사건, 공포 괴담, 쇼킹한 사건 사고, 역사적인 미스터리까지 소재가 다양화되고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며 1200개가 넘는 스토리를 재구성해내는 등 그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저자는 얼마 전, 도대체 10년간 어떻게 동일한 콘텐츠 방향을 유지하며 채널을 성장시킬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지금도 여전히 소재를 선정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생생한 대본을 만들지 고민하는 일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덧 이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튜브 채널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스토리만 찾아 헤맸으나 이젠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더라도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해줄 수 있고,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들춰낼 수 있고, 소소한 감동까지 줄 수 있는 더 진정성 있는 〈토요미스테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10년을 되돌아보며, 꼭 다시 소개하고픈 스토리들을 모았다는 것. 특히 훨씬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더해 첫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처음부터 아예 벌어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비극과 충격적인 스토리들은 그릇된 욕망을 추구한 인간, 위선의 가면을 쓴 인간, 분노를 통제하지 못한 인간 등이 출연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내면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며 어려움도 털어놓는다. 하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악의 축에 선 이들의 민낯을 파헤치며, 사건의 이면을 통해 ‘나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이 책의 목차에는 매우 자극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책으로 출간한 이상 좀더 진실에 가까운 제목으로 뽑기에 고민했고, 독자들이 제목만 보고 어떤 사건인지 알 수도 있지만 구체적 상황에 대해 자세히 모를 만한 내용을 극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좀더 시간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이 25개의 사건 중 「신혼부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은 우리나라 사건을 다룬다. 독자의 기억으론 실제 TV를 통해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못 들은 것 같기도 한 사건이다. 2017년 4월 24일 우리나라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의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비용상의 문제로 결혼식은 생략했지만, 양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성공한 두 사람은 이제 자신들의 앞에 행복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들이 신혼여행을 떠난 다음날 신부 김나영(가명)의 부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딸이 일본 오사카에서 갑작스러운 발작과 마비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결국 죽었다는 것이다. 사위 정경철(가명)은 국제전화비가 많이 나온다는 핑계를 대며, 이 중요한 소식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다. 신부의 부모는 어이없지만 오사카행 비행기를 탔다. 김나영의 죽음은 자살로 결론이 났다.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고 몸에서 특별한 상처나 저항흔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체를 한국으로 가져오려면 전용비행기를 마련해야 하는 등 비용이 무척 많이 들기 때문에 현지에서 화장되었다. 신혼부부의 거주지인 세종경찰서에 같은 해 5월 4일 보험회사로부터 신고가 접수된다.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이 청구된 데 따른 것이었다. 여행자보험치고는 상당히 높은 보상금 때문이다. 이른바 '니코틴 살인 일기장'이 발견되고 이를 토대로 수사를 벌였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저자가 이 사건을 여기에 끼워넣은 이유는 '정황증거'가 채택돼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범행 과정을 이 서평에서 일일이 쓸 수는 없으니 독자들의 독서를 권유한다. 매우 자세하게 나와 있다. '증거 원칙주의'가 채택되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라는 면죄부를 줄 뻔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 미국판 '고유정 사건'으로 불리우는 「조디 아리아스 사건」을 소개하면서 '인지부조화'란 심리학 용어를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현실을 파악하고 인지하는 능력이 상실된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인지부조화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도 그 거짓이 진실이라 믿는다. 즉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사실을 자기 편한 대로 믿어버리는 것이다. 진짜 현실과 현실을 거짓으로 만드는 인식의 불일치, '소시오패스'라고도 부르는 반사회적 부류의 인간들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조디 아리아스는 바로 인지부조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그녀에게 불리해지자, 조디는 결국 2년 만에 자신이 트레버스를 죽였다고 자백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자신이 무죄라고 외쳤다. 트레버스가 사실은 변태적인 성도착이며 데이트 기간 내내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심지어 총으로 위협했으며, 툭하면 인신공격이나 음담패설을 일삼았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미성년자 음란 동영상을 시청하며 매춘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p.74)

 

저자 : 디바제시카

 

224만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브 채널 <디바제시카>를 운영하며 미스터리, 사건사고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진행자로 인정받고 있다. 224만 구독자들을 매료시킨 그녀의 장점은 흡입력 있는 목소리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음,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구성 등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며 유튜브 채널은 10년째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19 <포브스 코리아>가 선정한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30인에 선정된 바 있고, 성균관대에서 ‘컬처앤테크놀로지’, 세종사이버대학에서 ‘유튜버 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디바제시카의 미드나잇 잉글리쉬≫가 있으며, 2019년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인생’이라는 단독 토크콘서트 개최를 비롯해 관공서나 기업체, 대학에서 인기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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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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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곧 죽음 위를 걷는 영혼의 그림자와 같다. 삶은 언제나 죽음을 밟고 서 있으며, 그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 이 책에 수많은 격언 문구 중에 이 글이 독자의 마음을 특별히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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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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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는 서점 서지학적 분류상 문학, 문학 분류상 소설이다. 56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긴 장편소설로서 최인의 작품이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이 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명언집에 가깝다. 저자 최인은 이 소설 창작의 과정에 대해 서두에 밝힌다. "처음에 250장 분량의 중편으로 쓰여졌고, 이후 약간 손을 봐서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러나 2022년 4월 '꿈'을 꾸고 난 다음, 장편으로 확대 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2개월 만인 6월에 초고(2,000장)를 끝냈고, 그 후 4개월간 탈고를 거듭해서 완성시켰다. 이 작품은 철저히 악마화 된 인간과 대신해 죽은 신과, 천사를 타락시키는 악마를 서사시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느 맑고 화창한 봄날 오후였다. 나는 흰 벚꽃이 하늘을 뒤덮은 자전거 도로를 콧노래를 부르며 라이딩 중이었다. 자전거 도로 양쪽에서는 새들이 노래를 부르듯 아름답게 지저귀었다. 부드러운 봄바람이 빰을 스쳤고, 오색의 자전거 마스크 자락을 살랑살랑 날렸다. 도로 좌우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울창했고, 벚꽃 향기는 콧속으로 싱그럽게 파고들었다. 그 어떤 것도 향기로운 공기와 상쾌한 기분과 행복한 마음을 깨뜨릴 것 같지 않았다.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에 취해 있는 순간, 오른쪽 숲속에서 커다란 사자가 양발을 벌리고 내 몸과 저전거를 동시에 덮쳤다." 저자가 꾼 꿈은 봄에 꾸었으니 '일장춘몽'(一場春夢)이고 사자가 나타났으니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에 빗대어 '사자몽'(獅子夢)이라고 해야 할까? 왜 꿈이 소설의 동기가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안은 채 꿈의 내용을 더 따라가본다.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필사적으로 사자의 발톱을 피했고, 사자는 자신의 중량과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반대편으로 쪽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고 쓰러졌다. 그때 뒤따라오던 자전거가 사자의 몸을 깔아뭉개고 재빨리 도망쳤다. 나는 남자를 따라 도망치려다가 '죽어 가는 생명체를 내버려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숨이 넘어가는 사자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몇 분 후, 사자는 눈을 뜨고 슬그머니 일어섰다. 그리고는 머리에서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말했다.

"인간의 선은 살리는 것이지만, 악마의 선은 죽이는 거라는 것을 알고 있소? 내가 말했다. "그대는 악마가 아니잖소? 사자가 재빨리 뿔이 달린 악마로 변신하며 말했다. "악마는 자신에게 선을 베푸는 자에게는 언제나 파멸을 베푸는 법이오." 내가 반문했다. "나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 사람이오." 악마로 변한 사자가 껄껄 웃었다. "악마의 인간에 대한 법칙은, 살리는 자는 죽이고, 죽일 자는 더욱 철저히 죽이는 것이외다." "그럼 내가 그대를 죽게 내버려 둬야 했단 말이오?"

"맞았소. 인간의 선행은 이제 인간에게도 쓸모없는 것이 되었소. 지금 당신이 할 유일한 선행은 그대로 내 밥이 되는 것이오."

악마는 이렇게 말하고 내 목에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박았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나는 눈을 번쩍 뜨고 꿈에서 깨어났다.

 


 

이 작품은 신의 종말, 천사의 저주, 악마의 죽음, 인간의 타락, 짐승의 멸종을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논하고, 노래하고, 추억한다. ‘악(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에 깊이 매료된 저자가 철저히 악마화 된 인간, 인간을 대신해 죽은 신, 천사를 타락시키는 악마를 서사시적으로 묘사했다. 이 작품은 신의 종말, 천사의 저주, 악마의 죽음, 인간의 타락, 짐승의 멸종을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논하고, 노래하고, 돌이켜 생각한다. 역설적이면서도 부조리한 회억은 과거를 되새기고, 반성하고,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저주와 조소와 비난의 읊조림이다. 이미 죽어서 궤란(潰爛)의 무덤 속에 자리 잡은 미래는 신조차도 살릴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그 되살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차라리 창조주를 어둠의 동공 속으로 던져 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으로부터 버림 받은 신과 천사와 악마는 궤란의 무덤 속에서 스스로의 죽음을 재확인한다. 얼핏 들으면 단테의 신곡 같고, 읽다보면 철학서 같기도 한 이 소설은 저자 최인의 이력과 전작을 살펴보면 좀더 이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는 등단 전 인천지방경찰청에서 13년 근무했으며 파출소장과 형사반장을 역임했다. 범죄와 악에 대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으리란 짐작이다. 또 전작 『도피와 회귀』(2021. 10, 글여울刊), 『돌고래의 신화』(2022. 4, 글여울刊)을 읽은 독자라면 저자의 문체와 소설 내용에 대해 쉽게 수긍하리란 독자의 생각이다.

 

 

저자 최인은 전작 『도피와 회귀』에서 이미 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철학서나 종교서, 혹은 사회학 책으로 가깝게 보이는 작품을 썼다. 『도피와 회귀』의 줄거리는 '허구'이지만 사용되는 단어가 철학 등 학문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는 특색을 갖고 있다. 제목, 소제목 등도 대부분 학문적 용어들이다. 우선 제목에 있는 '도피'라는 단어 역시 사회적 사건일 때 뜻하는 '범인이 도피(도망) 중이다'는 예처럼 쓰이지 않고, 일상에서 권태로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뜻의 현실 도피와 어우러지는 단어다. 또 회귀는 종교서적이나 철학서에서 많이 이용된다. 언어가 철학적 단어나 심리학적 단어로 완벽히 구별되어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뜻의 일상 용어가 소설에서 주로 사용되는 반면 학문적인 용어로 사용될 때는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의미의 용어를 쓴다. 각 단어의 뉘앙스 차이로 생각될 수 있지만, 그것은 학자들이 학문을 할 때 정확한 뜻의 단어를 써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전문용어로 점찍어 사용되기 때문이다. 소설가나 시인들이 도피나 회귀의 단어를 몰라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가진 뉘앙스의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독자는 추정한다. 15장으로 이뤄진 소설 각 장의 제목도 「고독으로부터의 탈출」, 「존재와 비존재」, 「야만적인 너무나 야만적인」, 「이데올로기의 부활」, 「특화된 다수는 항상 부정하다」, 「우연 그리고 필연」, 「진지함의 가벼움, 사소함의 무거움」, 「선택과 판단」, 「모든 사람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현상과 본질」, 「군중 속의 고독」, 「탄생과 죽음」, 「이것이냐 저것이냐」, 「가는 자와 오는 자」, 「도피와 회귀」이다. 현실 도피와 일상 회귀를 암시하는 듯한 단어들이다. 이 소설의 또다른 특징은 1월1일부터 12월25일까지 주인공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철학적 탐구이다.

 


 

또 『돌고래의 신화』는 단편소설집이다. 최인은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이다. 저자는 이 작품집에서 포우와 오 헨리가 즐겨 쓴 '충격요법'과 '반전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이 작품집에 실려 있는 대부분의 소설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빠르게 전개되는 한편, 극적 반전을 이뤄 독자를 글 속으로 몰입시키는 데 성공한다고 언급한다. 또한 치밀하고 세밀한 점묘법으로 구성된 작품 속에 녹아 흐르는 에로티시즘은, 책을 읽는 흥미를 더 한층 배가시킨다고 말한다. 당연한 일이다. 단편소설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충격요법, 반전기법, 점묘법 등은 단편소설의 요건에 해당되는 일들이다. 단편소설이 대부분 200자 원고지 70~80장 분량임을 감안한다면 장편소설처럼 사건이나 인물에 구구한 설명도, 장황한 묘사도 필요없다. 오히려 소설 전개나 반전에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포우와 오 헨리의 소설작법은 이미 '교과서'로 지목될 정도로 모범적 단편소설들이다. 이 작품에는 52명에 달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보조 인물로 등장한다. 이 보조 인물들은 주인공의 분신이면서도 제2, 제3, 제4의 자아이기도 하다.

카두케우스를 손에 든 헤르메스가 우리를 쫓아왔어.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그는 일렁이는 백사장과 하늘로 솟구치는 바닷물을 느끼며 물었다. 헤르메스가 왜 우리를 쫓아오는 거지? 미재가 오래된 진공관 소리처럼 말했다. 사랑에 빠진 자들을 징계하기 위해서야. 아니 깊이 잠들게 하고, 그 다음에 죽이려는 속셈이지.

그는 그럴 듯한 상상이라는 듯 키득키득 웃었다. 은지로 변한 미재가 무릎을 꿇고 백사장에 앉았다.

“내가 펠라티오를 해 줄게.”

 


 

저자 최인의 네 번째 장편소설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는 현대를 그리고 있지만 과거의 인물이 주인공이다. 이 책을 펴낸 도서출판 글여울 측은 인간, 신, 악마, 짐승 등이 길을 가며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지만 옛날 신화의 원형을 가져다 쓴 서사기법이며 길을 가며 세상의 모든 것과 대화와 현상 인식을 하며 인간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고 말한다.

"보라, 머리에는 헌 삿갓을 쓰고, 손에는 썩은 지팡이를 들고, 등에는 짚신이 매달린 괴나리봇짐을 멘 인간을. 보라, 머리는 여인처럼 길게 기르고, 턱수염은 목 아래까지 늘어뜨리고, 때에 전 모시 도포와, 낡은 무명 바지저고리와, 짚으로 엮은 신을 신은 인간을. 보라, 마른 샘물가에서 얻은 한 모금의 물과, 궁핍한 자에게서 얻은 한쪽의 빵과,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천정으로 삼은 잠자리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즐거움을."(p.12)

출판사 측은 이 작품이 기행문이지만 선지자와 짐승을 운율적으로 표현하며, 악마의 부르짖음이지만 이성과 오성과 명성을 노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시대 최대 슬픔의 하나는 이성(理性)이 인간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시대 최대 불만의 하나는 오성(悟性)이 인간에게 깊은 충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시대 최대 불행의 하나는 명성(明性)이 인간에게 깊은 행복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성과 오성은 기본적 인간이 기형적 인간에게 갖추어야 할 올바른 사고이고 능력이다."(p.24)

출판사 측은 또 신과 천사와 악마를 논하지만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그대들 영혼의 파괴를 거부하지 않음은,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어둠의 힘찬 발걸음이다. 그대들 영혼의 죽음을 반갑게 끌어안지 않음은, 어둠을 향해 다가가는 악마의 힘찬 발걸음이다. 그대들 마음의 눈뜸이 없는 집과, 영혼의 외침 없는 음식과, 절망이 깨어 있지 않은 잠과, 탐욕이 불 밝힌 희망에 눈멀지 말라. 그대들 이성의 자각이 없는 육체와, 오성의 깨달음이 없는 정신과, 명성의 단단함을 갖추지 않은 영혼을 그리워하지 말라."(p.37)

 


 

남자는 흰 천으로 감싼 항아리 2개를 지게에 얹어 놓고 있었다. 도심 속에서 지게를 지는 것도 이상했지만, 흰 천으로 감싼 항아리는 더욱 수상했다. 그는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지게 위에 얹어 놓은 항아리는 무엇이오?”

남자가 술을 한 잔 마시고 대답했다.

“슬픔입니다.”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항아리가 슬픔이라니?”

남자가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

“제 슬픔의 모든 것입니다.”

그가 항아리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누구의 유골이라도 된다는 말이오?”

남자가 침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제 어머니와 아버지 유골입니다.”(p.462)

 

우리는 흔히 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우리 뜻대로 되기를 바라면서 기도한다.(p.474)

말이 오해될 때가 아니라, 침묵이 이해되지 못할 때 인간관계의 비극은 시작된다.(p.487)

이쪽에서 정성껏 얘기하고 있는데, 농담을 지껄이는 것처럼 못 견딜 것은 없다.(p.487)

가장 위대한 사랑이란, 그리워하다가, 질투하다가, 증오하다가, 그 사랑을 고백하고, 그 사랑을 추억하다가,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p.502)

 

저자 : 최인(崔仁鎬)

 

본명은 최인호다. 경기도 여주시 명성황후탄강구리에서 태어났다.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 「비어 있는 방」으로 등단했으며 2002년 『문명, 그 화려한 역설』로 1억 원 고료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2019년 12년간 ‘최인소설교실’을 운영했다. 인천지방경찰청에서 13년 근무했으며 파출소장과 형사반장을 역임하였다. 저서 『안개 속에서 춤을 추다』, 『킬리만자로 카페』, 『뒤로 가는 버스』, 『장미와 칼날』, 『크리스마스 전야』, 『그 바다엔 낙타가 산다』, 『인베이더』, 『그들 그리고』,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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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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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전작 『글자전쟁』(2015. 8. 새움刊)에서 다룬 ‘답(畓)’이란 글자가 중국 자전에는 없는 글자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만든 글자임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林語堂)이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것이란 말에 따라 중국의 한자(漢字)의 기원인 갑골문자가 은(殷)나라 때의 것이고, 그 은이 한(漢)족이 아닌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니, 한자는 우리 글자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학계에서 정식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이라 작가 김진명이 파헤친 한자의 기원이 우리가 만든 문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진명은 소설을 통해 치밀한 자료 조사와 구성으로 써내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 활자와 관련된 소설 『직지』(2019. 8. 쌤앤파커스刊, 전2권)는 지난 1,000년간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최고의 발명으로 꼽힌 것,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로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 위한 작품이다. 『직지』에서 작가는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에 대한 탐구와 추적에 들어갔다.(상·하 2권으로 인쇄된 '직지' 의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현재 소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보다 78년 앞섰다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선다. 이 작품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둘러싼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장편소설이다. 『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은 '직지'를 키워드로 소설 『직지』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둘러싼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이 책 『천년의 금서』는 우리나라의 한(韓)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의 의문으로부터 시작한다. 한국인으로 살면서 우리는 이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조금 배웠다는 사람은 삼한이라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 삼한이 또 어디서 왔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한이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의문에 사로잡혔던 작가 김진명이 이 세상에 남아있는 모든 기록들을 일생 동안 필사적으로 추적한 끝에 찾아낸 ‘韓’의 실체. 그리고 미국의 NASA 프로그램에서 증명되는 천문학적 실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저자 김진명은 책 서두에 「작가의 말」을 통해 "기원전 7세기 무렵 편찬된 사서삼경 중의 한 권에서 우리의 조상 한후(韓候)라는 왕을 찾아낼 수 있었고, 후한의 대학자 왕부가 이 한후를 분명 우리의 조상이라고 확인한 저작과도 만날 수 있었다"고 밝힌다. 뻥 뚫린 상태로 있던 우리의 고대사에 고조선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한 나라의 확고부동한 실체가 등장한 것이다. 저자 김진명은 자신의 서지학적 추적과 별개로 천문학자 박창범 교수의 실험도 작품 속에 등장시켜 그의 천문학적 탐구로 이를 뒷받침한다.

"나는 오성(伍星)의 집결을 관측한 기록을 보고 동국(東國)이 이미 큰 나라를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천년 후 이들의 자손이 주(周)를 찾았으니 그 내력이 중화(中華)에 못지않으리라. 놀라운 일이로다! 놀라운 일이로다!"(p.84)

 


 

서지학과 천문학, 작가 김진명의 결합이 밝혀낸 대한민국 국호의 비밀. 그가 오랜 침묵 끝에 또다시 한국인의 정신을 강타한다. 봉인된 〈천년의 금서〉를 펼치는 순간, 대한민국 비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다. 『천년의 금서』의 저자 김진명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프랑스 등 현지 취재, 그리고 현대 과학의 성과에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금속활자의 전파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선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작가가 파헤치고 필사적인 탐구로 이뤄낸 한(韓)의 비밀을 무조건 믿고 싶다. 소설 책이지만 팩트를 탐색하고 크로스 체크를 통해 확인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그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다. 독자로서는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역사 속에서 우리의 잘잘못을 짚어내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과 나라의 발전을 계속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 김진명은 역사 속의 사실 확인에서 우리 국호의 기원을 찾아내고 우리가 왜 국호마저 소홀히 다루었나, 그리고 일본인 학자들이 주장한 대로 우리 역사를 인식하고 답습하는 일부 사학자들과 학계의 타성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위해서도 이 책의 가치를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조선이라는 이름이 기록상에 처음 등장하는 건 기원전 3세기 무렵이다. 하지만 한이라는 국호는 기원전 9세기 무렵의 유력한 기록에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인들이 그어놓은 금을 한 발짝도 넘어가지 못한 채 우리 고대국가는 고조선이라고만 알고 있다"고 말한 점에서 그의 우리글, 우리말, 우리나라 사랑이 엿보인다.

 

 

소설 『직지』처럼 이 소설도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한(韓)'에 대한 탐구는 젊은 여교수 김미진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죽을 이유가 있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목맨 여자의 시신, 그것도 앉은 자세로 빨간 비닐 노끈을 목에 걸고 그 끝부분을 책장에 꽂혀 있는 책에 칭칭 감고 죽었다. 끔찍한 현장이다. 누가 봐도 단순 살인 사건과는 다르다.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 목 반장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로 보고 지인을 중심으로 본격 수사를 한다. 김미진 교수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연구원 이정서와 특히 자주 메일을 주고받았던 한은원 교수라는 인물을 중점적으로 수사한다. 이 과정에서 김미진 교수가 한의 어원 연구에 집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조선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한'의 어원은 어디에서 온걸까? 김미진의 죽음 이후, 지인인 한은원 교수가 실종된 사실이 더해지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고 혼돈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이는 책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를 더해간다. 한이라는 글자가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라, 고종실록에서 기록된 대'한'제국에서의 '한'이란 점에 주목할 수 있다. 한은원 교수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이정서는 중국 성도대학으로 건너가고, 시에허 교수를 비롯한 관련 인물들을 만난다. 김진명 작가 특유의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에 감탄과 존경의 마음이 든다. 이 책에는 왕부의 〈지명원류고〉 〈씨성본결〉 〈오성행산천문지〉 그리고 우리의 〈단군세기〉 외에도 많은 고문학이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연결되고 증명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터다. 이 과정에서 일본에서 역사 공부를 하고 온 우리 일부 사학자들, 그들의 비교 연구 비교 사학에 대해 비판하고 충고하는 부분은 독자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 소설은 사건이 전개되면서 김진명 작가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처럼 민족 자긍심과 저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소설의 재미와 교훈적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널리 읽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한(韓)이 왜 대한민국이 국호로 되어 왔는지, 역사 시간에 이런 부분을 왜 이야기 하지 않았는지, 그냥 단군 할아버지와 웅녀의 신화로만 전해져 내려왔는지, 또 우리 민족의 최초의 국가로 왜 고조선이라고 믿고 지내왔는지 등 수많은 역사적 의문을 내놓지 않았을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독자 역시 이런 의문을 한 번도 갖지 않았는지, 우리 일부 사학자들의 역사학에 대한 잘못된 관점이나 의식은 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왔는지 등 깨닫게 해주는 데도 한몫 하고 있다.

단군세기에 나와 있는 짧은 문장, 5개의 별이 일렬로 줄을 선 그날의 천문학적인 흔적, 그 때가 언제였는지, 남해안에서 일어났던 커다란 범위의 썰물, 이런 자연 현상들과 그 정확한 시점을 찾아 연구해 왔던 사람들, 벌써 김미진 교수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렸다. 그 다음은 역사학자 한은원 교수의 행방을 찾아 중국까지 찾아 헤매는 이정서 등의 행적에 독자들의 의문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구성 기법은 과연 김진명 작가다 하는 탄성과 역사소설보다 추리소설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이 허황되거나 무조건적 주장이 아닌, 밝혀진 역사적인 진실을 토대로 그것을 연구하고 기록으로 남긴 사람들의 서지학적 접근 등은 작가의 소설 구상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에 '역시 김진명' 이라는 생각에 한층 더 감탄을 쏟아낸다. 이 소설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해결해 가는 과정에는 우리의 고대사를 송두리째 사라지게 한 일본 식민 사학자와 중국의 온갖 방해와 모략 및 역사 왜곡이 있다는 점도 알 수 있게 해준다.

 


 

“경주박물관에 가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고대국가가 탄생한 시기를 기원전 40년 무렵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무렵 삼국이 신라, 고구려, 백제 순으로 생겨났다고 일본인 학자들이 철골을 세우고 여러분들이 콘크리트를 친 역사입니다. 그전은 물론 단군 할아버지의 고조선입니다.”

“조롱하지 말고 하시오!”

“지금 과학실험으로 보았듯 우리에게는 기원전 18세기에 오성취루의 기록이 있고 기원전 10세기에 남해조수퇴삼척의 기록이 있습니다. 그 텅 비었다는 우리 역사에 이토록 문명화된 나라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제 이 나라의 존재를 역사 기록으로 찾아보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기록은 뭐요? 주나라 때의 기록이라도 된단 말이오?”(p.269)

 

저자 : 김진명(金辰明)

 

첫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발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시대의 첨예한 미스터리들을 통쾌하게 해결해주고, 일본·중국의 한반도 역사 왜곡을 치밀하게 지적하는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이다. 그의 소설들이 왜 하나같이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는지, 그의 작품을 읽어본 이들은 알고 있다. 뚜렷한 문제의식을 지닌 작가, 김진명. 그의 작품으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베스트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철저한 고증으로 대한민국 국호 韓의 유래를 밝힌 『천년의금서』,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어떤 역사 논리로 이루어졌는가를 명확히 규명한 국보급대작 『몽유도원』, 충격적인 명성황후 시해의 실체를 그린 『황태자비 납치사건』, 한국 현대사의 최대 미스터리 『1026』, 한국인을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그린 밀리언셀러 『하늘이여 땅이여』, 경이로운 수의 비밀을 다룬 『최후의 경전』,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 『카지노』, 북한 지도자 죽음의 미스터리를 담아낸 문제작 『신의 죽음』,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을 예견한 『삼성 컨스피러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한·미·중의 갈등을 다룬 『싸드』, 한자 속에 숨겨진 우리 역사와 치열한 정치적 메커니즘을 담은 『글자전쟁』 등이 있다. 대하역사소설 『고구려』를 집필 중이다. 현재 미천왕편, 고국원왕편, 소수림왕편, 고국양왕편,총 7권이 발간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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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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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그림을 좋아했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학교 다닐 적엔 더더욱 없다. 미술 전공을 한 적도, 사회 생활하면서도 미술 공부를 위해 시간을 따로 내 배운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림 감상하는 것은 좋아해서 그림 전시회, 특히 유명 서양화가 전시회는 자주 다녔다. 사실은 스스로 갔다기보다는 반 협박(?) 때문이다. 그래도 그림에 대해 수다를 떠는 자리에서 한두 마디는 거들 정도의 상식적 지식은 책을 통해 읽기도, 듣기도 했다. 때문에 배우자 '덕분'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이 책의 주인공이 되는 프리다 칼로에 대해서는 그동안 읽었던 미술 관련 책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화가이다. 서양미술사 책이나 그림 관련 책에서 작품 위주로 거론되기도 하고, 화가 위주로 설명하는 책에서서 적어도 한두 페이지에서, 많게는 십수 페이지가 할애되는 화가이다. 이 책 『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는 멕시코의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와 그 작품의 연관성을 통해 프리다 칼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저자 서정옥은 「세상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그림」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만약 '위로'가 필요해 그림을 감상한다면 이 책에 소개된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그가 말하는 프리다 칼로는 배워서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린 화가가 아니다. 소위 천재적인 화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프리다 칼로는 보통 사람들이 평생 겪기 힘든 시련을 겪었다고 언급한다. 그 시련이 천재성에 불을 붙이면서 칼로의 작품은 폭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프리다 칼로에 대해 '천재'와 '당당한 여성'을 상징한다고 역설한다. 칼로는 미래를 촉망받던 예쁘고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한순간의 비극적 사고로 꿈꿨던 미래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그림으로 자신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그려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고된 삶에 지친 우리에게 삶의 희망을 북돋아준다. 저자가 위로를 위한 그림으로 첫 번째로 꼽는 이유이다. 저자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자신의 심경과 순탄하지 않은 삶이 담긴 만큼 복잡하고 기괴해 언뜻 보면 다소 난해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초현실주의를 주창한 유명 작가 앙드레 브르통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 등은 그녀를 천재적인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극찬했다.

저자는 하지만 프리다 칼로는 누구보다 마주한 현실과 마음을 그대로 그려냈던 화가라고 강조한다. 초현실주의 화가로 극찬받았지만 누구보다도 현실적이었던 화가, 한순간의 비극적 사고로 평생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눈물을 흘렸고, 수없이 자신을 배신한 남편과 애증으로 관계를 끊지 못했던 화가 프리다 칼로. 미술관에서 다 전하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47점의 그림으로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7점의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수록했다. 프리다 칼로의 생애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 책은 그림과 함께 그 안에 담긴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생생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녀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책인 만큼 대표작 외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림도 상당수 수록해, 프리다 칼로의 생애 전반과 당시 심경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다른 미술 책과 다른 독특한 부분이 있다. 그림의 부분컷을 삽입해 그림의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며, 프리다 칼로의 전시를 마치 큐레이터와 함께 관람하듯, 그녀의 작은 목소리, 생각 하나까지 꼼꼼히 전달한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프리다 칼로는 1907년 멕시코시티 교외 코요아칸에서 출생했다. 헝가리계 독일인인 아버지(기예르모 칼로)는 평범한 사진사였으며 딸에게 '프리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독일어로 평화를 의미했다. 프리다 칼로의 집안은 가난했으며 어머니(마틸드 칼데론)의 우울증으로 유모의 도움으로 자랐다. 칼로의 어머니 마틸드는 멕시코 혁명 당시 농민 지도자인 자파의 부하들을 보살펴 준 것을 계기로 멕시코 청년공산당에 가입해 죽을 때까지 골수 스탈린주의자였으며 매우 열성적인 성격이었다. 칼로는 이런 어머니의 성격을 이어받았다.

1913년 6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쇠약해지는 장애가 생겼고, 이 때문에 내성적이고 관념적인 성격이 되었다. 1921년 의사가 되기 위해 국립예비학교에 다녔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으며 러시아 혁명가에 심취하여 평생 공산주의 옹호론자가 되었다. 이때 학교의 벽면에 프레스코 벽화를 그리는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를 목격하고 심리적인 큰 영향을 받았다. 당시 리베라는 유럽에서 돌아와 멕시코 문화운동을 주도하는 유명한 예술가로 알려져 있었고 칼로는 그의 작품과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 흠모하게 되었다. 리베라의 영향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1925년 18세 때 교통사고로 척추와 오른쪽 다리, 자궁을 크게 다쳐 평생 30여 차례의 수술을 받는 등 이 사고는 그의 삶 뿐만 아니라 예술 세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사고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그가 화가가 되었을 때 작품 세계의 주요 주제가 되었다. 1929년 연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와 21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결혼 이후 프리다는 리베라를 내조하느라 자신의 작품을 그릴 여유가 없었다. 멕시코 혁명에 적극적이었지만 결혼 이후에는 남편 리베라와 함께 정치적 논쟁에 휘말렸으며 멕시코 공산당에서 탈퇴했다. 1930년 벽화제작을 의뢰받은 리베라와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디트로이트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미국에서 프리다는 리베라의 그늘에 가려 항상 외롭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1933년 록펠러재단의 의뢰를 받고 벽화를 제작하던 중 레닌의 얼굴을 그려넣을 것을 두고 재단측과 불화로 벽화제작이 취소되었고 마침내 고향 멕시코로 돌아왔다.

멕시코에 돌아온 후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 관계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리베라의 자유분방하고 문란한 여자관계는 급기야 프리다 칼로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우게 되었다. 프리다 칼로는 극심한 고통 속의 나날을 보냈으며 이 당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 〈몇 개의 작은 상처들〉(1935)이 남아 있다.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실망과 배신 그리고 분노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1939년 피에르 콜 갤러리에서 열린 《멕시코전》에 출품하여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등으로부터 초현실주의 화가로 인정받았으나 프리다 칼로 자신은 자신의 작품 세계가 유럽의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고, 멕시코적인 것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다.

 


 

그해 유럽에서 멕시코로 돌아와 그해 11월 디에고 리베라와 이혼했다. 잠시 미국에 체류하면서 사진가 니콜라 머레이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리베라는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인 사랑의 존재였다. 1940년 8월 프리다는 디에고와 다시 결혼을 했는데 프리다는 디에고에게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조건을 요구하여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프리다의 삶은 매우 연극적이었고 항상 여사제처럼 전통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했으나 남성에 의해 여성이 억압되는 전통적인 관습을 거부했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에게는 20세기 여성의 우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작품으로는 사고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남편 리베라 때문에 겪게된 사랑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거울을 통해 자신의 내면 심리 상태를 관찰하고 표현했기 때문에 특히 자화상이 많다.

칼로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 또다른 점은 세 번에 걸친 유산과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선천적인 골반기형 때문이었고 이는 고통스러운 재앙으로 받아들여져 〈헨리포드 병원〉(금속에 유채, 38×30.5㎝, 1932), 〈나의 탄생〉(금속판에 유채, 30.5×30㎝, 1932), 〈프리다와 유산〉(종이에 리소그래피, 31.7×23.5㎝, 1932) 등과 같은 작품들로 형상화되었다. 이 작품에서 프리다 칼로의 모습은 탯줄과 줄 혹은 뿌리 같은 오브제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상처받은 사슴〉(캔버스에 유채, 22.4×30㎝, 1946) 속의 그녀의 모습은 비록 여러 개의 화살 때문에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매우 투명하고 강한 빛을 발하는데 이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의 고통이 오히려 예술로 승화되었음을 나타낸다.

 


 

이후 프리다 칼로는 회저병으로 발가락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고 골수이식 수술 중 세균에 감염되어 여러 차례 재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극심한 고통속에서도 1953년 프리다 기념전이 열렸으며, 1954년 건강이 악화되었지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현한 마르크스와 스탈린을 추앙하는 정치색이 짙은 작품을 제작했다. 그해 7월 2일 디에고와 함께 미국의 간섭을 반대하는 과테말라 집회에도 참가했다가 7월 13일 폐렴이 재발, 사망했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마지막 일기에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이라는 글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이 대두되면서 그녀의 존재가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고, 1984년 멕시코 정부는 그녀의 작품을 국보로 분류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프리다 칼로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연결시켜 해석한다. 비극적 사고로 평생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프리다 칼로지만 그녀는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죽기 8일 전까지 〈인생이여 만세(Viva la Vida)〉를 그리며 자신의 삶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녀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화가가 아니었기에 독학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그래서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파격적인 방식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며 각종 스캔들을 몰고 다닌 ‘마돈나’는 프리다 칼로의 열광적인 팬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그 모습이 자신과 닮았기 때문일까?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강인한 의지는 영국의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에게도 영감을 주어 〈Viva La Vida〉라는 명곡이 만들어졌다.

 


 

프리다 칼로에게 화가의 길은 가혹한 운명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은 감상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고된 삶이 버거워 지쳤다면 이 책에서 위로를 받고 이겨낼 힘을 얻길 바란다고 저자는 권유한다.

 

오른쪽에는 커다란 달팽이가 빨간 줄에 묶여 둥둥 떠 있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이것은 유산의 느린 진행을 상징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즐거운 일은 빨리 지나가고 고통스러운 일은 정말 늦게 지나갑니다. 그런데 그날은 몸의 고통뿐 아니라 마음의 아픔도 같이 겪었습니다. 괴롭고 아픈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요? 그 감정의 기억을 느린 달팽이로 표현한 것입니다.(p.232)

이 작품에는 프리다 칼로의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그려져 있습니다. 사슴이 몸에 맞은 화살은 9개입니다. 사슴을 가두어놓고 있는 왼편 나무도 9그루입니다. 사슴 머리 위로 솟아 있는 뿔 끝도 세어보면 아홉입니다. 아홉은 완벽한 숫자로도, 불길한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프리다 칼로는 작은 무언가에도 기원을 담아 정성을 다하는 중인 것입니다.(p.280)

 

저자 : 서정욱

 

2008년 서정욱갤러리를 시작하여 다양한 기획 전시를 진행했고, 다수의 잡지와 신문에 미술 칼럼을 기고했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이 미술을 어렵고 멀게 생각한다고 느껴 2009년 〈서정욱 미술토크〉를 조선일보에 연재했다. 서울시 인터넷 방송, 애플리케이션, 팟캐스트를 거쳐 지금은 YouTube와 Naver TV에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이 많은 사람의 삶에 함께하길 바라며, 미술을 쉽게 알리는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림 읽어주는 시간〉 (한국어판, 중국어판), 〈그림이 위로가 되는 순간〉, 〈1일 1미술 1교양 1, 2〉, 〈나만의 도슨트, 루브르 박물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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