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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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드라마틱한 소설처럼 읽히는 ‘그림과 함께 보는 고흐의 일대기’. 이 책은 슬픔으로 고뇌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용기를 준다. 고흐의 작품은 살아 있는 한 부딪쳐야 하는 어떤 역경 앞에서도, 살아 있기 때문에 슬퍼하면서도 폭풍을 뚫고 가는 역동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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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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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화가 중 큰 자리를 차지하는 거장들의 면모를 짚어낼 때 고흐(Vincent van Gogh)를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그의 작품보다 더 잘 알려진 불행한 일생 때문이지 모르지만, 그는 서양미술사나 예술사, 또 예술가들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림에 문외한인 독자도 관련 책을 볼 때마다 고흐는 거의 거기에 있었다. 독특한 붓터치로 놀라운 작품 세계를 그려낸 이유이겠지만 그때마다 거론되는 그의 정신병력과 젊은 나이에 자살을 택할 정도로 불행한 삶이 덧대어져 그는 드라마틱한 예술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도 팔리지 않았다는 점은 그의 작품이 더 평자들의 의식 속으로 파고 들어가 강렬한 이미지로 인식돼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흐는 짧은 화가 인생 10년 동안 유화 900여 점과 드로잉 1,100여 점을 완성했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그렸다고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과연 그 모든 작품이 지금까지 어디서인가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이 책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흐라는 화가 한 사람의 작품과 그와 교류했던 화가나 예술가 등, 그의 일생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낸 작품론이자 작가론으로 쓰여졌다. 그동안 독자는 고흐의 생애 겪었던 수많은 일들과 말이 어떻게 남아 있을까에도 의문을 품었다. 짧고 비사교적 인생을 살았다고 봐야 하는데도 어떻게 고흐의 행적이 그토록 자세하게 남겨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이 책과 함께 말끔히 씻겼다. 그의 평생 후원자와 보호자의 역할을 했던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흐는 다른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특별히 하지 않았기에 그가 남긴 말들은 오롯이 편지에 남긴 말들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편지 내용을 토대로 고흐의 일생을 서사 형식으로 써내린 독창적인 고흐 일대기이다.

 


 

이 책의 저자 이동연은 KBS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에 다년간 출연하며 ‘예술가와 뮤즈’를 다루었고, 그때 고흐를 방송한 인연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그래 자연에 폭풍의 드라마가 있듯 인생에 역경의 드라마가 있지. 그래도 약간의 여유와 약간의 행복이 있어. 그 형태를 실루엣으로 느끼게 하고 싶어”라는 고흐의 말이 고흐에 대한 책을 쓰는 동기가 됐음을 밝히기도 했다. 릴케가 쓴 ‘큰 슬픔이 우리를 자신에 얼마나 더 가깝게 하는가’라는 글을 읽고 고흐가 했던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모두 7개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 2장 「둥지」, 3장 「노란 집을 빌리다」, 4장 「고흐와 고갱, 가까이하기엔···」, 5장 「스스로 택한 고독의 길」, 6장 「별이 빛나는 밤에」, 7장 「들판과 밀밭과 까마귀와 뿌리」 등이다. 독자들이 고흐의 일생을 연대순으로 도판 자료 170여 점과 함께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고흐는 멋진 풍광보다는 그 내면을 끄집어낸 그림을 그리고, 미화된 삶보다는 인생 그 자체를 그렸다. 그러면서도 길지 않는 고흐의 삶은 인간이 경험할 만한 사연이 모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희로애락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흔적이 그림에 담기면서 역사상 최고의 공감을 일으키는 명작이 탄생한 것이다.

책은 고흐의 평범한 출생으로 시작한다. 1853년 네덜란드의 시골 준데르트에서 태어나 네 살 아래 동생 테오와 벌판을 뛰놀며 자랐다. 일찍이 학교를 그만두고 16세에 구필 화랑의 헤이그 지점에 취직해 그림 판매상이 되었는데, 영업 솜씨가 좋아 19세에 영국 런던 지점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 여기서 하숙집의 딸 외제니 로이어와 달콤한 관계를 맺는데, 나중에 그녀에게 정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져 자청해서 파리 본점으로 떠났다.

 


 

이후 고흐는 실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화랑을 그만둔 그는 어려운 사람을 돌보며 살겠다고 신학교로 간다. 광산촌으로 가서 전도사로 활동하던 중 성직자들의 위선에 실망해 신앙을 버리고는 깊은 번민 끝에 결심한다. ‘그래, 내 그림으로 사람들을 어루만지자. 힘겨운 실상을 그림으로 그리자. 한 장의 그림이 천 마디의 설교보다 더 감동이지. 그림을 본 사람들이 고흐는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말하게 하자.’고 결심한 것으로 저자는 전한다. 물론 테오에게 한 편지 속이었을 것이다.

고흐는 이 결심을 파리 구필 화랑에서 그림을 판매하던 테오에게 알렸고, 테오도 기뻐하며 형이 좋은 화가가 되도록 최대한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고흐가 천직을 찾은 과정이다. 그 뒤 37세까지 10년 동안 고흐는 파란만장한 화가의 삶을 살았다. 이 기간에 유화 900여 점과 드로잉 1,100여 점을 완성했다. 그중 팔린 작품은 딱 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고흐의 작품이 훗날 역사상 최고가(지금은 바뀌었다)를 형성할 줄을……. 반고흐 「의사 가셰의 초상」이 199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 달러에 낙찰돼 미술계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뉴스로 한동안 인구에 회자된 작품이다. 이 책 259쪽에 실려 있다. 이 작품은 고흐가 그린 3점의 가셰(당시 고흐의 정신과 의사) 초상 중의 하나로, 초상 작품의 걸작이다. 의사는 우리들 시대의 침울한 표정'을 가졌다고 고흐는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90년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일본의 제지사업자 료에이 사이토에게 낙찰되었다고 당시 뉴스는 전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고흐가 화가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세웠던 모델이 시엔(Sien)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춘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를 돕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으로 발전했지만, 양가의 반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뒤 고흐는 시엔과 그녀의 두 자녀를 버렸다는 후회로 괴로워한다. 사실 고흐 탓이 아닌데도 이 자책감은 평생 그를 떠나지 않았다. 이런 심적 부담에서 비롯되었을까? 그가 그리려는 대상은 영웅, 위인, 미인, 화려함 등이 아니었다. 황량한 대자연과 거기서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이런 리얼리즘적 특징이 〈감자 먹는 사람들〉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그림은 고흐의 염문설과도 관련이 있다. 물론 염문설은 한 성직자가 고흐의 모델이 되지 말라며 선동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이었다.

당시 고흐는 옆집에 살던 마르호트 베헤만과 열애 중이었다. 그녀는 고흐보다 열두 살 연상으로 직물공장 사장이었는데, 그녀의 가족이 혹시 경영권이 고흐에게 넘어갈까 봐 둘 사이를 반대했다. 이 사랑도 이루지 못하자 고흐는 파리로 떠나 테오의 집에서 기거한다. 그 시대 아방가르드였던 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이 자주 모였던 곳이 몽마르트르의 카페 탕브랭이었다. 이 카페의 여주인 아고스티나 세가토리가 고흐에게 호감을 가져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하고 임신까지 하게 된다. 이 시기 고흐의 무겁고 진지했던 화풍이 인상파의 영향으로 한껏 밝아졌으며, 고흐는 세가토리에게 결혼하자고 졸라댔다. 하지만 세가토리는 수입이 한 푼도 없는 고흐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안녕이란 말도 없이 고향 이탈리아로 떠나고 말았다. 마침 테오가 결혼할 때가 되어 고흐도 테오의 집에서 나와야만 했다.

 


 

딱히 파리에서 오갈 곳이 없어진 고흐는 테오의 도움으로 남프랑스 아를로 내려가 노란 집을 얻었다. 그는 이곳에 아틀리에를 꾸미고 파리의 화가들을 불러 공동체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꾼다. 그 일환으로 여러 화가들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고갱만이 이에 호응했다. 아를에서 고흐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지누 부인과 우체부 룰랭을 만났다. 그리고 유럽 최고 재벌가의 아들인 외젠과는 친구가 되었다. 이곳에서 고흐의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병에 담긴 15송이의 해바라기〉 등이 탄생했다.

하지만 고갱과 고흐가 그림 스타일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 급기야 고갱이 머나먼 타히티로 가기 위해 노란 집을 떠나게 된다. 그때까지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팔리지 않는 데다가 고갱까지 떠나자 고흐는 주체할 수 없는 실망 속에 빠져든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다가는 더 이상 그림도 그릴 수 없는 형편이었다. 물감조차 사기 어려웠던 것이다. 절망의 나락 속에서 고흐의 눈에 고갱의 펜싱 검이 보였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그 검으로 자기 귀를 잘랐다. 급기야 헌병이 달려오고, 이때부터 고흐가 미쳤다는 소문이 아를 지역 전체에 퍼졌다. 그래도 작업에 열중했지만 헌병대에서 수시로 고흐를 불러 조사했다. 그럴 때마다 지누 부인과 룰랭 가족 달려와 고흐를 감싸주었다, 이런 정황이 고흐를 또다시 자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왜 나는 늘 이렇게 끝나지? 가족과도 연인과도 이제는 이웃까지도……. 무엇 때문에 매사가 내 본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까? 결국 테오와도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겠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칠 일이야. 테오가 나 때문에 쓴 돈이 도대체 얼마야? 꼭 갚아야 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돈을 벌 방법은 그림밖에 없다. 그런데 팔리지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언젠가 팔리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테오에게 의지해야 하다니…….’

이런 외로운 상황 속에서 고흐는 어릴 적 듣던 자장가나 바그너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랬으며, 수시로 찾아오는 룰랭을 의지하며 견뎌내려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고흐를 ‘빨간 머리 미치광이’라 부르고 아이들이 무서워 외출하지 못한다며 헌병대에 고흐를 격리시켜 달라는 탄원서를 계속 넣었다. 이 모든 것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일방적인 악평이었지만, 민원제기에 시달린 헌병대장은 고흐를 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때 룰랭이 이렇게 탄식했다.

“세상에, 고흐처럼 정 많고 여린 사람을 우리가 품어주지 않으면 어떡하는가!” 그 뒤에도 고흐의 창작 열정은 지속되었다. 〈올리브나무의 숲〉,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첫걸음〉, 〈황혼의 산책〉, 〈비탄에 잠긴 노인〉 등등 희대의 명작을 계속 쏟아냈다.

고흐는 라부 부부의 여인숙 3층에서 5월 20일부터 7월 29일까지 약 70일 동안 기거하며 80여 작품을 남겼다. 매일 한 작품 이상을 그린 셈이다. 고흐는 이 시기에 비록 파이프를 물고 담배는 피웠지만 압생트도 끊고 독서와 편지, 예술 활동에만 전념했다. 고흐가 얼마나 정확히 움직였던지 동네 사람들은 고흐를 칸트처럼 ‘움직이는 시계’라 불렀다. 그런 고흐가 아낌없이 시간을 보낼 때는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더불어 장난을 칠 때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웃들은 고흐를 세상 어느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p.236)

 


 

보들레르도 춤을 ‘팔다리로 부르는 시’라 했던가. 바람이 분다. 밀밭이 황금색 물결로 출렁이는데, 고흐는 물랭루주에서 보았던 춤을 기억하며 그대로 춰본다. 어디선가 총소리 한 방이 들렸다. 밀 이삭을 파 먹으려는 까마귀 떼를 쫓기 위해서 그러는 모양이다. 평소 추지 않던 춤을 추니 세상이, 밀밭이 돌고 돌고 또 돈다. 하늘도 태양도 돈다. 고흐는 새하얘진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고 하숙집 계단을 올라갔다. 주인 부부와 딸이 놀라서 물었다. “왜 얼굴이 그렇게 창백해요? 가슴에 있는 그 빨간 자국은 뭐고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페인트 자국일 뿐…….”(p.269~270)

 

저자 : 이동연

 

이동연 작가는 KBS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에 다년간 출연하며 ‘예술가와 뮤즈’를 다루었고, 그때 고흐를 방송한 인연으로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주요 저서로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명작에게 사랑을 묻다》《예술, 사랑에 미치다》《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 신화》《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기》《대화의 연금술》(삼성생명 콘텐츠 제공) 《그래, 한 박자 느리면 어때》《명작으로 읽는 통섭의 한국사》《365일 니체》《이기는 리더십 10》《CEO형 인재》《행복한 꿀잠》등이 있다. 소설 작품으로는 《삼별초》가 있으며, 《소설 손자병법》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온라인 기업 콘텐츠(E-Learning)에 베스트셀러 《조선왕조실록 500년 리더십》과 《조선 야사로 본 비즈니스 전략》《김진명의 고구려 한민족 최강의 리더십》등이 출시 중이다. 삼성SDS, 우리은행,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주요 경영잡지에 기고했고, YTN, SBS, MBN, BBS, WBS, EBS 등의 방송 매체와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EMC, 대학교, 공무원 핵심 리더 과정 등에서 강의를 해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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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꿈을 이루는 생각의 법칙 - 청소년을 위한
김옥림 지음 / 미래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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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인류 문명 발전의 시초이자 고속 발전의 원천이다. 인류의 발전이 다른 종의 발전보다 빠르고 놀라운 점은 '생각하는 동물'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은 불의 발견으로부터 식생활의 발전(고기를 구워먹음)을 가져 왔고, 고기를 구워서 맛을 좋게 하는 대신 잘 씹게 하는 능력이 발달됐다고 인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잘 씹는 행위는 뇌를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지능은 더 빠르게 진전되었다는 것. 모든 발전이 인류의 '생각'하는 능력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모든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생각이 인류의 독특한 힘의 원천이고 존재 이유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책 『담대한 꿈을 이루는 생각의 법칙』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위대한 것은 모두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인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위인들의 '생각'이 얼마나 인류 발전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저자 김옥림은 "발명품은 물론이요 예술 작품과 세상을 바꾼 수많은 혁신들의 출발은 한 사람의 ‘생각’이었다"고 강조한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우리 생활을 바꾸는 발명품이 되고, 발상의 전환이 낡은 것을 깨는 혁신으로 이어져왔던 점을 책을 통해 설명하기 위해 집필한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격언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생각을 하면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된다. 생각의 힘을 길러야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치열하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 책은 2개 Part 26개의 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부에는 생각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꿈을 이룬 남성 명사 15인, 2부에는 긍정의 상상력으로 남과 다른 나를 만들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여성 명사 11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마다 처한 상황과 자신의 꿈에 접근해 가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들이 어떻게 새로운 생각을 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그 생각을 실현시켜 나갔는가 하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어 그 삶의 이야기를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또한 글 말미에 친절하게 ‘씽크 포인트’를 정리해 수록함으로써 미래와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했다. 생각의 전환으로 평범한 교사에서 최고의 자기계발 동기부여가가 된 데일 카네기, 단돈 5프랑을 들고 낯선 타국에서 세계 최대의 정유회사 로열 더치 쉘을 창업한 마커스 새뮤얼, 아이스크림 왕국을 세운 어바인 라빈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세상을 바꾼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현대무용의 여제 이사도라 덩컨,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사라 문,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 등 톡톡 튀는 생각들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26명의 이야기다.

저자는 이들이 어떻게 생각을 바꾸어 꿈을 이루고 남과 다른 나를 만들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공통된 생각의 포인트들을 발견했고, 이를 하나하나 정리해서 친절하게 각 명사들의 삶의 이야기와 함께 전달하고 있다. 이루고 싶은 꿈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꾸고 있다면 26인의 명사들이 안내하는 ‘생각의 법칙’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근육을 기르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앞 부분 '작가의 말' 「잠재된 생각을 발동시켜 자기만의 길을 가라」에서 저자는 "사람은 창의적인 동물이며, 창의는 생각하는 가운데 길러진다"고 전제한다. 생각하지 않고는 창의력도 기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이 문학이든, 예술이든, 과학이든, 발명품이든, 기업이든, 개인의 삶이든 생각을 발전시켜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치열하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생각을 실행하는 의지와 끈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미국의 40대, 41대 대통령을 역임한 로널드 레이건의 연설에서 생각과 실행에 대한 말을 인용한다. "내 삶의 철학은 다음과 같다.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생각을 해 결심을 굳히고, 그런 다음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하면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 어떻게든 성공하니까 말이다." 레이건의 말은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위대한 인물들이 자신의 꿈에 접근해 가는 방식은 달랐지만, 이들의 생각을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놀라우리만치 공통되는 몇 가지 생각의 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것을 여기 작가의 말에 간략하게 정리해 놓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가 이 작가의 말에 해당하는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이 책 읽기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저자는 책을 쓰며 이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뜨거운 가슴으로 느꼈고, 느낀 소중한 생각을 진로를 고민하는 1020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책 쓰기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하나, 자신의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생각의 옷을 갈아 입었다.

둘, 생각한 것은 망설임 없이 즉시 실행에 옮겼으며 미치도록 죽을 듯이 노력했다.

셋, 성공의 에너지를 자신뿐 아니라 타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제공했다.

넷,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그 실패까지도 긍정의 에너지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다섯,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였으며,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경계했다.

 

이 책의 첫 번째 인물은 데일 카네기다. 자기계발과 처세술 분야의 대가이며 영원한 베스트셀러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저자인 카네기는 미국의 수많은 자기계발 전문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초판을 발간한 1936년 이후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초베스트셀러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카네기가 국적을 불문하고 시공과 계층을 초월해 '성공적 멘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삶을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탁월한 자기계발 전문가였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그의 책이나 강연을 접하고 그 가르침대로 실천한 끝에 성공한 사람들은 버락 오바마와 위런 버핏을 비롯해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라고 밝힌다.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 메타 회장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에 대해서도 저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저커버그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가 이미 20대에 세계적인 부호가 되었고, 페이스북이라는 엄청난 자산 가치를 지닌 회사의 CEO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성공한 이후 저커버그는 이미 세계의 유명인사로 자주 거론되는 데다 탁월한 상상력과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라는 정평이 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저커버그가 뛰어난 성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요인을 네 가지로 정리 설명한다.

① 돈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더 가치를 두었다.

② 인간관계를 소중히 하는 데 있다.

③ 세상이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는 데 있다.

④ 단순함으로 페이스북을 다른 매체와 차별화시켰다.

저자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신뢰와 연결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신뢰를 주는 사람이야말로 사람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삶을 효과적으로 살 수 있게 된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신뢰가 저커버그 성공의 바탕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저커버그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뢰의 유형' 세 가지를 이 책에서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독자가 요약해 제목만 여기에 적어본다.

첫째, 사람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기

둘째, 투명한 정보 공개로 이용자들을 안심시키기

셋째,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등이다.

 


 

이 책의 「끊임없이 생각을 ‘체인지업’ 하다」 장에서는 이사도라 덩컨이 소개된다. 자유무용의 창시자로 현대무용의 개척자로 불리워지는 덩컨은 미국 출신으로 1904년 베를린에 무용학교를 설립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책에 따르면 이사도라 덩컨은 정식으로 예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자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밤마다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쳐주며 음악과 시, 고전을 들려주었다. 그녀의 문학적 소양과 예술 감각은 그렇게 길러졌다. 열 살 때 학교를 그만둔 덩컨은 남는 시간에는 인적이 없는 숲속이나 해변으로 가서 춤을 추며 시간을 보냈다. 무용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이사도라는 무대에 서기 위해 시카고로 갔지만 보는 오디션마다 번번이 낙방했다. 그러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거스틴 데일리를 만났고, 그의 극단에 정식으로 입단하게 된다. 극단에서 맡은 첫 역할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요정의 영왕 티타니아와 함께 등장하는 요정 역할이었다. 이 배역을 시작으로 그녀는 정통 발레를 배우며 이를 습득하고자 연습에 매진한다. 그러나 그녀의 데뷔는 1899년 시카고에서 이루어졌다. 이때 이사도라는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타이즈도 입지 않은 채, 맨발과 거의 반나체의 모습으로 발레를 했다.

고전 위주의 발레 극장 관객 사이에서 이 혁신적인 발레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유럽으로 간 이사도라는 "발레는 일부 사람들만 즐기는 무용이 아니라 누구나 즐겨야 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발레다"며 발레 대중화에 앞장섰고 실제 고전 발레와 다른 무용을 선보였다. 기존 발레를 업그레이드시켜 신선한 바람을 가져온 것이다. 저자는 이사도라가 세계 발레 역사에서 영원한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것을 보다 새로운 것으로 이끌어낸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끝없이 자신의 생각을 '체인지업'시키며 스스로를 혁신해 나간 것이 발레리나 이사도라가 세계에 우뚝 선 요인이었다고 강조한다.

 


 

그가 무에서 유를 일궈 내며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첫째, 그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런 강한 독립적인 마인드가 남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을 차단시켰고 스스로 성공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한 것이지요. 둘째, 매사를 창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마커스 새뮤얼은 매사를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유심히 살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을 즐겼지요. 그의 이런 탐구 정신은 놓치기 쉬운 것을 포착하는 눈을 갖게 했습니다. - 「마커스 새뮤얼」 중에서

 

저자 : 김옥림(金玉林)

 

현재 시, 소설, 동화, 동시, 교양,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한 아침을 여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 《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언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법정 詩로 태어나다》, 《법정잠언집 365 너는 꽃이 되어라》,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힘들 땐 잠깐 쉬었다가도 괜찮아》,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인문서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통찰력편》,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교양편》, 자기계발서 《명언의 탄생》, 《고전명언의 넓고 깊은 생각》, 《책사들의 설득력》, 《유대인 대화법》, 《철학자의 말》, 《고수의 소통법》, 《인생이 깊어질수록 다가오는 것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청소년 교양서 《10대에 꼭 해야 할 32가지》, 《10대를 위한 성공습관》, 《열네 살의 하이파이브》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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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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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숨길 수 없듯, 사랑하지 않음도 숨길 수 없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눈 떠보면 성큼 다가와 있는 다음 계절. 두근거리는 시작과 시리도록 차가운 끝이 20대에 겪는 연애다. 지금 당신의 사랑과 어울리는 계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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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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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연애소설은 한 번쯤 읽어본다. 어쩌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연애 상대'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때로는 연애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지에 대한 방법을 알기 위한 기대에서였을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냥 연애할 때 심리와 자신의 심리를 비교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또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연애를 잘 하는 비결을 알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우리 대부분은 어렸을 때 연애소설을 누구나 읽어볼 호기심을 갖는 것은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그 기회도 많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연애할 때 사랑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해서이다. 본능이라는 것은 어떤 이해관계가 덧대어지지 않는 순수한 감정의 발로라는 데서 연애는 순수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연애, 사랑의 감정은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다루어지며, 이는 인간의 감정, 즉 감정의 순수성이 증명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이 싫어하는 거짓과 목적, 또는 다른 감정이 스며들 여지가 없는 인간 본연의 감정의 발로라는 점에서 순수함이 일치하는 것 같다. 이는 사랑의 감정을 강조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그 빛을 발한다. 소설이나 연극, 음악과 미술, 최근의 사진과 영화 예술에서도 사랑은 예술의 제 1차적 모티프로 작동하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또 사랑이 주제가 되든, 소재가 되든 어떤 예술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 『얇은 불행』은 작가 김현주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소영이라는 여주인공이 20대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20대는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최고 황금기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신체적으로도 가장 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아직 정신적으로 불안한 면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이이다. 또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때이므로 세상의 잘못된 풍속에 물들지 않아 순수하고 그만큼 선한 마음이기도 한 때이다. 굳이 색으로 표현하자면 '백색'의 나이가 20대인 것이다. 사회에서는 '청년'이라고 푸른빛으로 규정하지만 순수함이 강조되고,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 '푸를 청(靑)'의 글자로 표현했나보다.

저자 김현주 역시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불리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고민한다고 운을 뗀다. 즉 나이가 들면서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보다 어떻게 보일까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때가 묻기 시작한다고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출간한 책이 쌓일 때마다 고민은 짙어진다고 말한다. 가끔 인터뷰에서 작가가 되어서 좋은 점이 무어냐고 묻는데, 저자는 작가로 불리는 게 좋다고 고민 없이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삼십 대 후반의 여성을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와이프, 딸, 사모님, 아주머니, 이모, 언니, 누나. 정도라고 답한다. 아, 삼십 대 초반의 어떤 동생은 누님이라고도 한다. 기분은 참 묘하고 별로던데 누나를 높여서 부른 거라니 할 말이 없다고도 말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질까에 생각이 집중되면 역시 순수한 마음(어떻게 할까)보다는 어떻게 보여질까가 더 관심이 가는, 세속적 판단이 덧대어진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아주머니라는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세상의 모든 아주머니를 존경하지만 내가 원하는 호칭은 아니다. 나에게 글은, 작가는 어렸을 때의 꿈을 포개어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성실한 노력을 인정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는 게 꿈을 포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한껏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이 책의 목차에서 보여지듯 각 장(章)의 제목이 나이와 계절을 겹쳐 썼다. 이유는 소영이 경험한 사랑이야기가 계절과 매우 닮아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된다. 여자로서의 20대를 봄부터 겨울까지의 사계절과 비슷한 피고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일 수도 있다.

스무살에는 입학한 대학교에서 같은 학과 남학생을 좋아하게 되지만 남학생은 소영이 아닌 소영의 친구를 마음에 두고 있다. 소영은 사랑이냐 우정이냐는 기로에서 머뭇거린다. 스물세 살에는 대학교 졸업반이 된다. 소영은 학원 강사일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제자 고등학생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곳에서 만난 학원 수학강사가 소영에게 호감을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영이에 대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데 꺼림칙한 느낌에 소영은 거리를 두게 된다. 결국 수학강사의 소영이에 대한 관심은 스토킹으로까지 변질된다. 당연히 연애에 성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물여섯 살에는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동거까지 하게 되지만 그 남자는 이미 8년을 함께 했었던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을 잊지 못한 상태다. 이 사랑도 오래 가지 못한다. 스물아홉 살 소영은 이번엔 자신이 이상형으로 생각했던 남자를 만난다. 이상하게 만날 때마다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을 받게 되고, 결국 사랑까지 느끼지 못하게 된다.

 


 

저자가 20대에 경험한 일을 소설로 옮겼다면 자전 소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전 소설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저자가 겪은 20대와 겹칠 수 있지만. 사랑과 우정, 스토킹, 동거 등등 어쩌면 소영이 경험했던 사랑이야기는 지금 20대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인 사랑이야기에 훨씬 가깝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 작품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대할 때 심리적 변화와 상황에 대처할 때의 심리 등은 저자가 겪은 경험의 일부일 수도 있다고 추정만 될 뿐이다.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느낌, 쓰라린 짝사랑, 사랑으로 인해 잃어버리는 자신감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이 소설을 다 읽어가도록 표제어 중 '얇은'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안타깝다. 왜 '얇은 사랑'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작품 속에 이를 비유하거나 표현한 것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독자의 아둔함에서 비롯되는 일이겠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아 약간은 책 속에 집어넣지 않은 저자의 작품에 아쉬운 감이 든다. 책의 부분 부분에서 조금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표현이 나오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작품 속 장치에 대해서는 작가의 날카로운 '숨김'이 엿보이기도 한다. 또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련한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약간의 힌트를 읽어낼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요즘 소설 쓰듯 말을 한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덕분에 첫 소설 앞에서 작아졌던 마음을 용기 내어 꺼내 봅니다. 평생 말하듯이 글을 쓰고 글을 쓰듯 말하고 싶으니까요. 이 소설을 한창 쓸 때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힘든지 모르니까 시작했지, 알았으면 절대 안 썼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롤로그까지 쓰고 보니 이렇게 힘든지 알았더라도 꼭 썼을 것 같네요. 제가 좀 그래요."(p.5)

 


 

사랑 이야기(러브 스토리)가 수천 년 간 인간들이 다루어 온 주제라 조금은 썰렁한 느낌도 있지만 반대로 중년쯤의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아날로그적 연애 감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준다면 이 소설이 무척 좋을 것 같다. 독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미국의 유명한 소설이자 영화 〈러브 스토리〉가 기억속에서 스멀스멀 삐져나와 메마른 가슴과 마음을 흠뻑 적셔준다. 애틋하고 어쩌면 당초에 이룰 수 없는 사랑처럼(로미오와 줄리엣) 아련한 슬픔도 준다. 뻔한 사랑 이야기 같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독자들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든 순화와 순수의 기억을 되살리기엔 더없이 좋은 모티프라는 사실도 재확인시켜 준다. 특히 첫사랑의 풋풋함, 어긋난 사랑의 간절함, 사랑과 우정이라는 중고등학생들의 정서에도 어울릴 소재들로부터 지금 20대 독자들보다 오히려 중년의 독자들에게 더 어필될 것 같은 느낌이 듣다. 독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 채택이다.

저자가 「프롤로그」 마지막에 쓴 "계절을 닮은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에서 어디까지가 감정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많이 사랑할수록 많이 참고 많이 찌질해지던데요. 사랑의 크기는 재단해볼 수 없지만 찌질했던 순서는 나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사랑이 가장 찌질했을 거에요. 아마도. 소설을 마치면서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추억하고 안녕히 내일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겨봅니다. 나의 첫사랑을, 그 시절을 그 계절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가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책 표제어 '얇은'의 실마리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약간은 잡은 듯하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소소하게 행복하고 얇게 불행합니다"라고 말한다. 소소한 행복이란 아마 '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란 뜻으로 쓰인 것으로 보아 '얇은' 역시 크거나 격한'이 아닌, '잔잔하고 별 것 아닌' 불행이라는 의미 아닐까. 독자의 느낌이지만 저자는 에필로그에 약간의 실마리를 남겨 놓았다. "소영은 아마도 한꺼번에 행복이 밀려와도 제대로 행복해하지도 못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부분도 저와 많이 닮았구요. 우린 누구나 얇게 불행하지만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행복 그거 별거 아니거든요."(p.319)

 

저자 : 김현주

 

키 크고 못생기고 똑똑하고 자존심 센 남자 사랑하다가

연애의 피 맛본 사람

사랑의 피 맛이 영 별로라

키 상관없이 잘생기고 무던하고 사랑 앞에 자존심 없는 남자 만나서

잔잔하게, 천천하게 사랑받고 행복한 여자

이상형과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다르다는 걸 깨달은 기쁨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작은 작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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