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9 : 이아손 아르고스 코르키스 황금 양털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그리스·로마 신화 9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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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알기로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고대 그리스에서 발생해 로마 제국으로 이어지는 신화이다. 제우스, 헤라, 디오니소스 등 그리스의 신들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온다. 신화는 고대인의 상상 세계가 만들어 낸 이야기지만 수천 년이 지난 현대에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철학자와 역사가에게 영향을 주었고, 미술과 문학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으며, 과학기술 분야의 용어가 될 정도로 서양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대부분은 로마로 건너와 그리스의 신들 이름을 로마식으로 바꾸고 내용을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그리스신화가 중심이고 주된 바탕이다. 서양에서는 로마라는 나라가 최초의 제국으로서 갖는 의미가 대단히 컸기 때문에 그리스·로마 신화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신화는 고대인의 상상 세계가 꾸며낸 신(神)들의 이야기지만, 수천 년이 지난 현대에도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의 표현이다. 엘리아데는 신화란 '창조를 서술하는 이야기'로 파악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신화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행위를 통해 하나의 실재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준다. 따라서 신화는 언제나 ‘창조’를 이야기한다”라고 주장한다. 즉, 신화는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시원(始原)을 이야기해 왔다. 이러한 신화 이야기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더욱 풍성해지고 복잡해졌다. 이 책 『그리스·로마 신화 9』는 '용기'를 선택해 저자가 다시 기술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인문학적 산물이다. 인간은 왜 신들의 영역을 문학적 작품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유구한 역사 속에서 반복하여 탐독해왔을까? 그리고 왜 입에서 입으로 그 이야기를 딸과 아들들에게 들려주어온 것일까요?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아마도 완전함과 영원함을 추구하고 싶었던 인간의 마지막 염원의 영구적 표현이 바로 신화라고 판단한 데 따른다. 서양문화뿐만 아니라 동양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입으로 전해 문자로 기록하고 또다시 입으로 전달해온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바로 신화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 전 세대를 아울러 끊임없는 학구적 영감을 불러일으켜온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추천한다. 정재승 교수는 인간을 이해하는 뇌과학의 12가지 인지적 키워드를 통해,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신화 읽기를 시작해보기를 권유한다. 여전히 청소년들에게는 잊지 못할 지식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것이고, 신화를 무심코 지나쳐온 성인들에게도 인문학적 품위를 재정비하는 행복한 경험을 열어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신화가 우리의 인지적 경험을 넓혀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인생을 관통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재승 교수가 각 권마다 정성스러운 추천사 집필과 키워드 제시를 통해 이 작품을 직접 추천하는 것이다. 저자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Menelaos Stephanides)는 아테네에서 태어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신화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어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설화를 발견하고 연구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지식으로, 『동화로 읽는 그리스』를 위해서 25년간 준비를 했다.

 


 

정재승 교수는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그리스·로마 신화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스·로마 신화가 젊은이들에게 어떤 미덕을 가르치기에, 시대를 막론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일까? 나는 그 해답이 ‘용기’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 자체로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며, 젊은이들에게 ‘용기의 위대함’을 가르치는 이야기이다.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먼바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과연 우리가 거대한 풍랑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는 더욱더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불안해한다. 우리들의 사춘기는 바로 이런 ‘불안’으로 가득하다. 과연 나는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지, 넓은 세상에 나가 무슨 일을 하며 살게 될지 알 수 없기에 무척 불안하다. 가끔 허세를 부려 보기도 하지만, 이내 불안이 엄습해 온다. 나의 운명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기만 한다. 또한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용기를 내어 불안을 이겨내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맞선, 그래서 바다 건너 먼 곳으로 떠나 풍랑을 헤쳐 나간 신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책은 엄청난 부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황금 양털. 그것을 손에 넣으려고 많은 이들이 모험을 꿈꾸고 계획했으나 자신의 목숨을 걸기는 꺼렸다. 불을 내뿜는 무시무시한 용이 지키는 황금 양털은, 손에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긴 시간 동안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는 꿈의 보물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이 불가능한 일을 성취한 자가 있다. 바로 이올코스의 영웅 이아손이다. 그는 수많은 영웅을 모아 원정대를 소집하고, 가장 훌륭한 기술자인 아르고스로 하여금 최고의 배 아르고선을 만들게 한다. 머나먼 코르키스로 가는 동안 원정대는 폭풍과 파도와 같은 자연재해에서부터 신들의 저주 혹은 유혹, 타인의 계략뿐만 아니라 사랑과 이별, 우정과 배신 등 어쩌면 인간이 만날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었다. 그리고 결국 길고 긴 모험을 마치고 황금 양털을 고국으로 가져갔다. 만약 이아손의 환향 뒤 마냥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로 끝났다면, 그리스·로마 신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오랜 세월 찾아 헤매던 귀한 보물을 손에 넣었으나 그 물건이 가져다준다던 진정한 부와 행복은 따라오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로마 신화 제9권이 말하는 ‘진정한 용기’란 과연 무엇일까.

 


 

이제 이 책을 통해, 신이 아닌 ‘인간의 용기’를 변환시키는 일은 독자에게 달려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그리스 신화에서 황금 양털을 획득하기 위해서 영웅 이아손이 기도한 원정에 참가한 일군의 영웅의 총칭으로 '아르고선의 승무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에 얽힌 모험담을 '아르고나우티카(아르고나우타이 이야기)'라고 하며, 호메로스조차 주지의 이야기로서 언급하는 오래된 전설로, 헬레니즘시대의 로도스의 아폴로니오스의 작품을 비롯해서 그외에 2편, 이 표제의 서사시가 전해지고 있다. 세부적인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설이 있다고 종교학대사전은 기술한다. 이에 따르면 데사리아의 이올코스의 영주 이아손은 이복형제인 펠리아스에게 왕위를 찬탈당했는데, 그 아들인 이아슨은 영웅의 교육자로서 명성높은 켄타우로스의 장 케이론에게 맡겨졌다. 성인이 된 이아손은 귀국 도중 헤라여신이 변장한 노파의 도하를 도와 한쪽 발의 샌들을 잃은 채의 모습으로 펠리아스왕의 앞에 나타나, 왕위 반환을 요구했다. '한쪽 발만 샌들을 신은 남자에게 왕위를 빼앗긴다'라는 과거의 신탁을 떠올린 왕은 당황해서 왕위 반환의 조건에 난제를 주었다.

그것은 왕의 종형인 프릭소스의 영을 기리기 위해서 흑해의 오지 코르키스국에 가서 금양털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원정을 결의한 이아손의 밑에는 헤라의 유도로 50명 정도의 영웅이 전 그리스에서 모여들었다. 조선공인 아르고스(Argos)는 아테네여신의 가호하에 50명의 자리를 가진 인류 최초의 대선을 만들고, 아테나도 유명한 제우스의 신탁소 도도나숲의 목재에서 사람말을 하는 불가사의한 나무조각을 만들어 뱃머리에 붙여서 아르고선('신속호'라는 뜻)이라고 이름붙였다. 승무원에는 대장인 이아손 외에 베레우스, 테세우스, 아도메토스, 오르페우스, 메레아그로스, 헤라클레스 등 트로이 전쟁의 영웅의 1~2세대 이전의 유명한 영웅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가는 길에 발생한 주된 일로서는 여자만의 섬 레무노스에서 환영받아서 오랫동안 체류한 것, 뮈시아에서는 헤라클레스가 데리고 온 힐라스가 요정에게 납치당해서 헤라클레스는 그를 찾아서 원정을 중단한 점, 흑해 입구의 난소 심프레가데스를 예언자 피네우스의 조언으로 극복했다는 것 등이 있다.

 


 

이아손이 골키스왕 아이에테스에게 황금 양털을 요구하자 왕은 몇 가지의 난제를 주었다. 청동의 발을 가지고, 입에서 불을 뿜는 목우에게 멍에를 씌어서 알레스신의 성지를 경작할 것. 거기에 왕이 주는 용의 이빨을 뿌리고, 태어나는 무장의 용사들을 격퇴할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이아손을 사랑한 왕녀 메디아의 마법의 약과 조언으로 끝마쳤으나, 왕은 금양 털을 주지 않았으므로, 이를 지키는 백 개의 눈을 가진 용을 역시 메디아의 조력으로 잠들게 해서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원정대는 메디아와 그 동생과 함께 귀향길에 올랐다. 부왕의 추격에서 피하기 위해서 메디아는 동생을 죽이고, 토막을 내서 바다에 던졌다. 귀로에 대해서도 『오디세이아』에 유사한 많은 해상모험담과 함께 여러 시대에서의 그리스인의 지리적 관심과 지식을 반영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그 대략적인 틀을 비롯해 개개의 에피소드에는 옛날 이야기적 색채가 농후한데, 초기 그리스인의 항해 경험, 특히 기원전 7세기에 흑해 연안에까지 이른 미레토스시의 식민 활동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또한 주인공 이아손과 메디아의 후일담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디아』에서 알 수 있다.

이 책의 첫 부분에 나오는 프릭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보이오티아의 왕 아타마스와 구름의 님프 네펠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헬레와는 쌍둥이 남매지간이다. 아버지 아타마스는 네펠레를 버리고 카드모스의 딸 이노와 다시 결혼하는데, 의붓어머니인 이노는 전 부인 네펠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을 미워해서 죽이려고 계략을 꾸몄다. 이노는 여자들에게 남자들 몰래 밀알 종자를 볶게 했고 이듬해 남자들은 그 씨를 뿌렸다. 곡식이 전혀 자라지 않게 되자 아타마스는 텔포이로 사람을 보내어 흉년을 벗어날 길을 묻게 하였는데 이노는 예언자를 미리 매수하여 프릭소스의 목을 희생제물로 바치면 기근이 멈출거라는 신탁을 내리게 만들었다.

 


 

백성들의 강요로 아타마스는 프릭소스를 죽이려고 제단에 세웠는데 네펠레가 프릭소스와 헬레를 구해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을 본 제우스가 헤르메스와 황금양을 보내서 프릭소스와 헬레를 구출하였다. 프릭소스와 헬레는 그 황금털의 양을 타고 바다를 건너 도망치는데 헬레가 어지럼증을 느껴서 바다에 빠져서 죽고 프릭소스는 콜키스로 무사히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프릭소스는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의 환대를 받았고, 자신의 딸 칼키오페와 결혼시켰다. 프릭소스는 자신의 도망을 도와준 황금의 숫양을 제우스에게 희생제물로 바치고 황금양모는 아레스의 거룩한 숲의 참나무에 걸어놓고 보물로 지키게 하였다. 이 황금양의 전설이 나중에 아르고호의 전설의 기원이 된다. 프릭소스와 칼키오페 사이에서 아르고스, 멜라스, 프론티스, 퀴티소로스가 태어났다.

이 책의 주인공 이아손은 아르고호라는 커다란 배를 건조하여 그리스의 이름난 영웅들을 이끌고 갖가지 난관을 극복한 끝에 콜키스에 도착한다. 그러나 콜키스의 왕인 아이에테스는 그에게 입에서 불을 내뿜는 황소로 밭을 갈고, 거기에 용의 엄니를 뽑아 뿌리면 그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아주 어려운 문제를 낸다. 이아손은 아이에테스의 딸이며 마녀인 메디아의 도움으로 그 일을 해내고 황금의 양모피를 손에 넣은 뒤 메디아를 데리고 귀국한다. 그러나 그 동안에 펠리아스는 아이손을 죽였으며, 이를 안 이아손은 메디아의 힘을 빌려 펠리아스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그러나 왕을 죽인 두 사람이 그 나라에 그대로 머물 수는 없어 함께 코린트로 달아났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이아손과 메디아 사이에는 두 아들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날 코린트 국왕의 딸 글라우케와의 결혼 제안이 온다. 그와 결혼함으로써 얻게 될 코린트에서의 권력에 욕심이 난 이아손은 메디아를 버리고 글라우케와 결혼식을 올린다. 이에 격분한 메디아는 왕과 신부, 그리고 자기 두 아들까지 죽이고 멀리 달아나버린다. 실의에 빠진 이아손은 자살했다고도 하고 혹은 아르고호의 썩은 선재(船材)에 머리를 맞고 죽었다고도 한다. 이아손 이야기는 비극으로 마친다.

 


 

"이아손의 머리는 이런 질문들로 혼란스러웠다. 그는 아르고선의 뱃머리가 만들어 주는 그늘에 누웠다. 잠이 찾아왔다. 그가 자고 있는 동안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을 견디지 못한 헤라의 성상이 이아손 위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이리하여 수많은 위험을 이겨 낸 이아손은 어처구니없이 죽었다. 그의 수호자엿던 헤라는 드디어 자신이 사랑하던 영웅을 버렸다. 헤라가 죽이려고 한 것이었을까? 벌이어었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p.322)

"많은 학자들은 황금 양털이라고 하는, 부와 풍요를 가져다 준다는 이 부적은 다름 아닌 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르고선 대원들이 금을 잔뜩 싣고 왔는지 아닌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업적은 위대한 것이다. 그들은 용기와 의지의 바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괴물 등이 도사리는 새 길을 개척했다. 이들의 대담함으로 심플레가데스는 닫히지 않았으며 몇 세기 안에 그리스 배들은 흑해 연안의 코르키스에서 프랑스, 스페인의 해안까지 모두 개척하여 새로운 도시를 세웠다. 또 동쪽과 서쪽의 문화를 모두 가져오게 되었다."(p.323)

 

글 :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Menelaos Stephanides)

 

1923년 아테네에서 태어난 작가는 경제학을 공부하였다. 이 후 신화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어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설화를 발견하고 연구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그리스 신화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지식으로, 『동화로 읽는 그리스』를 위해서 25년간 준비를 했다. 1989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문학상인 피에르 파올로 베르제리오상을 수상했다. 현재 수많은 그리스 설화를 통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꿈을 전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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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사람들 - 사람을 얻고 쓰고 키우고 남기는 법
김영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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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시대(기원전 770~기원전 221)는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아우르는 말이며, 기원전 770년 주(周)왕조의 천도 후부터 기원전 221년 시황제(始皇帝)가 통일한 시기를 말한다. 550년간 지속했으며, 중국사상의 개화 결실의 시기였다. 이 시대의 사상가들을 제자라 하며 그 학파들을 백가라 부른다. 제자백가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주나라가 견융족에 의해 도읍을 낙읍으로 옮기자 주 왕실이 약화되어 봉건제가 약화됨에 따라 각각의 제후국들은 철제 무기로 무장한 군대를 발전시키고 인재를 등용하여 주왕실에 반기를 들고 춘추전국시대의 패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전쟁 및 제자백가사상, 뛰어난 왕과 장군이 나타났던 시대이다. 특히 전국칠웅이라 불리는 진, 초, 제, 연, 조, 위, 한의 일곱나라가 일어나 서로 대립했다. 춘추전국시대때는 상공업이 많이 발전하였고, 철제로 된 물품을 상용하였으며, 남북조시대와는 달리 인재의 등용에 힘을 써서 안으로는 치안과 평화를, 밖으로는 영토확장을 위한 전쟁을 지속했다.

이 책 『제왕의 사람들』에는 춘추전국시대라는 변화와 경쟁의 시대에서 사람을 잘 사용해 정상에 오른 제왕들과 자신의 주군을 최고의 자리에 올린 인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랫사람을 높여 열세를 뒤집고 제왕이 된 한고조, 공사를 구분해 후계자를 정한 요임금, 문무백관의 재능을 면밀히 관찰해 적재적소에 배치한 당 태종, 선의의 경쟁으로 성장한 명재상 소진과 장의, 한마디 조언으로 군주의 성찰과 변화를 이끌어 낸 충신 안영, 병사들에게 믿음을 준 춘추오패의 초 장왕, 원수를 용서해 내 사람으로 만든 청 태조 등의 일화는 모두 탁월한 인재 경영의 역사다. 국내 최고의 동양 고전학자이자 사마천의 《사기》 연구의 최고 권위자, 리더들의 인문 경영 멘토인 저자 김영수는 5,000년간 빛바래지 않은 용인의 기술, 즉 ‘사람을 얻고, 쓰고, 키우고, 남기는 방법’을 실제 영웅들의 일화 40가지를 들어 5장으로 정리했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중국 사회는 일대 변혁을 맞이한 것이다. 주나라 왕실이 쇠약해짐으로써 중앙집권체제는 무너지고, 각지에서 군웅이 할거했다. 사회는 극도의 혼란 속에 빠졌고, 인구의 증가, 민족의 대이동, 정전제도의 붕괴 등은 봉건체제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후들의 세력 신장은 전쟁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전통문화는 지배력을 상실하고, 새로운 사상의 태동을 요구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나라의 혈연 의식이 약화되었고 자연히 왕과 귀족들의 관계도 약화되었다. 귀족들은 춘추시대까지는 그럭저럭 주나라를 숭배하였으나 제후국 내부에서도 점점 하극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곧 주나라 역시 하극상을 당하기 시작하였다. 춘추전국 시대의 연이은 투쟁과 경쟁에서 위기감을 느낀 귀족들은 다투어 대규모 정복, 개간사업을 추진하였고 중국의 영토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 시기 유가와 묵가는 개인의 신분적 세습을 반대하고 실력보단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개인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였다. 유교는 선한 사람이나 친한 사람, 위대하거나 고귀한 사람에 대한 차별적인 사랑을 주장하였고 묵가는 모든 사람에 대해 차별이 없는 겸애를 주장하였다. 법가와 병가는 부국강병을 위해서 권위와 형벌을 무기로 삼아 복종을 강요하였으며 능력보단 실력을 중시하였다. 군대에 있어서 법가는 법을 중시하고 병가는 자율성을 중시하였다. 도가는 자연이나 개인의 초월성을 추구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거나 불로불사를 시도했다. 유학자들은 귀족들에게 탄압을 당하였으나 백성들에게는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 책 『제왕의 사람들』의 저자 김영수는 책 발간 후 〈채널예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의 발간 취지를 밝혔다. "리더의 수준과 경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리더 자신의 리더십이고 또 하나는 그 리더와 함께 하는 인재이다. 리더와 인재는 각자 다른 사람이 아니다. 과거에는 리더와 인재가 신분과 제도로 정해진 봉건 사회였지만 지금은 리더가 인재이고, 인재가 리더인 시대이다. 다만, 리더와 함께하는 인재의 문제는 그 본질에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왕의 사람들』은 수천 년 중국사의 빼어난 사례들을 통해 이 문제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본 책이다."

저자는 이 책 서문 「어떻게 사람을 얻고 쓰고 키우고 남길 것인가?」에서도 천하를 얻은 관중이 제시한 리더십 5단계(지인, 용인, 중용, 위임, 원소인)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추가로 저자의 생각을 더해 다시 정리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를 이 책 속에 역사적 사례 중심으로 녹여냈다. 저자가 말하는 5단계는 ① 인재를 모시는 방법인 득인법(得人法), ② 모셔 온 인재를 활용하는 방법인 용인법(用人法) ③ 인재를 보다 성숙하게 북돋우는 방법인 육인법(育人法) ④ 인재를 떠나지 않게 하는 방법인 유인법(留人法) ⑤ 이 모두를 총정리한 용인팔계명(用人八戒命)이다. 이 5단계가 이 책의 주제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따르고 싶은 제왕의 자질을 갖추어라」에서는 리더가 도약에 필요한 사람을 얻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을, 2장 「적절한 자리와 적당한 권력을 주어라」에서는 성공을 낳는 인재 쓰는 법을 알려 준다. 3장 「큰사람으로 자랄 환경을 조성하라」에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 인재 키우는 법을 제시하며, 4장 「한결같이 진심을 보여라」에서는 인재 유출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끝까지 함께할 내 사람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마지막 5장 「제왕을 만든 사람 경영 불변의 법칙」에는 수권, 남과, 석원 등 5,000년을 관통하는 용인술 불변의 법칙 8가지를 담았다. 이를 통해 사람을 얻고, 쓰고, 키우고, 남기는 인재 경영 리더십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에 따르면 기술·경제·환경 등 전 세계적으로 모든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한 시대, 미국 등 강대국과 삼성 등 대기업의 수장들은 혼란 속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 경영 전략으로 ‘우수 인재 확보’를 들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혁신 기술과 제도의 원천은 사람이고, 이는 국가나 대기업, 신생 사업체 등 모든 조직에 통하는 경영사 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잘 사용하는 인재 경영 기술, 즉 용인의 능력은 대변환을 맞이한 현시대 리더들에게 더욱 필요한 자질이 되었다. 좋은 인재가 있어도 리더가 이를 잘 다루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책은 사람이 경쟁력인 시대에 인재 선발 및 사용과 육성, 인재 유출을 막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가와 CEO, 인사 전문가에게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나아가 용인으로 전성기를 이룬 제왕들의 역사는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인, 공직자에게 국가 발전의 기반이 될 인재 발탁과 활용에 필요한 인재관과 지혜를 제공할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의 권위자인 저자가 이 시대 리더와 사마천을 언급하는 것은 사마천이 리더여서가 아니라 리더의 자질 문제를 말할 때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 왕(리더)의 자질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사마천은 당대 최고의 인재였다. 그러나 리더에게 미움을 사서 반역죄에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다. 살아남아 필생의 업인 역사서를 완성하기 위해 사마천은 사형을 면할 수 있는 최악의, 그러나 거의 유일한 방법인 성기를 자르는 궁형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사마천은 권력자, 즉 리더와 리더의 자질이라는 문제를 깊게 성찰한다. 나아가 리더와 인재의 함수 관계를 치열하게 탐구했다. 이런 점에서 『사기』는 리더십의 교과서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런 점에 주목해 오래전부터 리더, 리더십, 인재 문제를 고민했고 관련 책도 썼다. 특히, 리더를 선택할 때마다 거의 주기적으로 그릇된 판단을 내려 국가적 차원으로 시련을 겪는 우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출간했다. 독자분들이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우리 상황과 비교해 가며 읽어 주기를 바란다."

 

 

저자는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이 책의 1장 「따르고 싶은 제왕의 자질을 갖추어라」에 담아낸다. 부제로 〈도약에 필요한 인재를 얻는 법〉이란 친절한 설명도 붙였다. 리더십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따라 조금씩 자질과 자격이 다르게 표현되기는 하지만 굳건한 한 가지 포인트를 말하자면 포용력이다. 이는 리더의 자질을 논의할 때 봉건체제 하에서는 태어나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신분계급의 차이 없이 사회 활동을 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리더의 자질을 오히려 폭을 넓히고, 대신 자질보다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리더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든 행위에서 판별할 수 있다는 또다른 표현이리라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겪는 리더의 리더십 부재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덕'이라고 단언한다. 책에서 리더십 논의를 시작하며 자주 언급할 리더의 자질도 바로 이 덕이라고 한다. 덕은 결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각박하지 않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말한다. 정확한 정의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 리더들에게 가장 결여된 자질이 바로 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풀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각박하지 않음'은 나와 내 편은 물론 너와 상대편을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을 전제로 한다. 그 사람이 인격상 특별한 하자가 없고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능력 있는 인재라면 내 사람이 아니더라도 과감하게 기용해 우대할 줄 알아야 덕 있는 리더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리더십에 대한 견해이다. 저자의 포용의 리더십은 다음과 같은 말로 설득력을 획득한다. "포용은 이념도 정파도 계층도 초월하는 인간의 귀중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한 차원 높은 행위이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덕목이이다."

 


 

 

포용력은 다음과 같은 저자의 설명으로 리더의 자질에 필요한 덕목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역사상 각박하게 굴면서 성공한 리더는 거의 없었다. 반면 포용력을 가진 리더치고 실패한 리더는 거의 없었다. 아주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이치지만 행동으로 실천한 리더는 드문 편이다. 권력을 장악한 다음 한때 자신에 반대하거나 맞선 정적에게 포용력을 발휘한 리더는 특히 더욱 드물다. 바로 이 대목에서 리더의 자질론이 대두된다. 타고난 리더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각박함도 타고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포용력을 타고나지도 않을 것이다. 모두 자기 수양을 통해 기를 수 있는 후천적 자질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저자는 역사상 성공한 리더로 꼽히는 두 명의 사례를 통해 리더가 포용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서평으로 책 모두를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해서도 안 된다. 또 저자가 든 사례를 일일이 소개하는 일 역시 서평의 조건으로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누구 누구를 역사적 사례로 들었는지는 말할 필요가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 첫째가 '웅치에게 상을 내려 반역을 막은 유방'이다. 주색이나 밝히며 소위 건달 생활을 하다가 얼떨결에 농민 봉기군의 우두머리가 되어 불과 7년 만에 황제가 된 인물이 있다. 유방은 역사상 리더들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인물로도 유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번째 인물로는 '원수를 용서해 민심을 안정시킨 진 문공'이다. 춘추시대 초기 진나라의 공자 중이는 아버지 헌공이 젊은 첩에게 홀려 태자인 형을 비롯한 아들들을 죽이려 망명길에 올라 무려 19년 동안 외국을 전전한 끝에 61세의 나이로 최고 리더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문공은 19년의 망명 과정에서 아버지가 보낸 자객에게 암상당할 몇 차례의 위기와 굶어서 죽을 뻔한 고비를 남다른 인품과 포용력 그리고 낙관적 리더십으로 극복했다. 세세하게 알고 싶은 독자들은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저자가 찾아낸 사례들은 문헌을 통해 밝혀진 것들이라 고증이 따로 필요없으니 얼마나 손쉽게 지혜를 획득하는 일인지... 사람이 역사를 왜 공부하는지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8장이 독자의 눈길을 잡아끈다. 5,000년이라는 긴 역사에서 많은 제왕과 인재가 사람을 얻고 쓰고 키우고 남겨 정상에 올랐다. 놀랍게도 이들의 리더십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저자는 이를 용인술 8계명이라 부르고 소개한다. 첫째는 혼란의 시대에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시기를 놓치지 않은 개혁의 리더십, 둘째는 변화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고 정성으로 인재를 모신 인재 존중의 리더십, 셋째는 명령하지 않고 먼저 본을 보여 인재가 스스로 따르게 한 도덕의 리더십, 넷째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조직의 미래를 위해 판단하는 공사 구분의 리더십, 다섯째는 인재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믿고 권한을 위임하는 수권의 리더십, 여섯째는 잘못을 성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을 꾀하는 진화의 리더십, 일곱째는 잘한 일은 아랫사람에게, 못한 일은 내 탓으로 돌리는 남과의 리더십, 여덟째는 인재의 잘못을 끌어안고 함께 발전을 도모하는 석원의 리더십이다.

이 여덟 가지는 중국을 넘어 동서고금 모든 세대와 지역을 관통하는 인재 경영 리더십의 정수다. 부국강병, 태평성대를 이룩한 전 세계의 제왕 혹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기업인이라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반드시 실천한 원칙이다. 사람이 조직의 우열과 승패를 가르는 인재 경쟁의 시대다. 이 책은 급격한 정세 변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국가를 경영해야 하는 정치인과 공직자, 경제와 기술 환경의 격변에 휘둘리지 않고 성장하고 싶은 기업인, 처음 사업을 시작한 CEO, 인재를 키우고 인재 유출을 막고 싶은 인사 전문가와 팀 리더 등 현시대의 모든 리더에게 ‘사람을 얻고, 쓰고, 키우고, 남기는’ 인재 경영의 실질적인 가르침을 전한다. 이는 조직의 목표 달성과 성과 도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전국 시대 유가 사상가 맹자는 ‘덕으로 사람을 승복시켜라’는 뜻의 ‘이덕복인(以德服人)’을 제창하며 『맹자』에서 일찍이 천하를 다스리는 문제에 대해 앞 문장과 같이 적었다. 또 맹자와 순자는 “천시(天時)가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라고 했다. 많은 사람의 희망이 향하는 곳, 인심이 가리키는 것을 갖추는 것이 천하를 얻는 근본적인 조건이다. 인심을 정복하는 방법이 바로 바른 길을 가는 ‘도(道)’와 사람 마음을 얻는 ‘덕(德)’, 즉 도덕(道德)이다.(p.279)

 

저자 : 김영수

 

지난 30여년 동안 사마천(司馬遷)과 《사기》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5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 온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다. 저자는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하며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와 역서는 《완역 사기》 시리즈를 비롯하여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천, 삶이 역사가 되다》《절대 역사서 사기-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2》가 있고, 최근에는 《리더의 망치》《리더의 역사 공부-사마천, 우리에게 우리를 묻는다》 《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사기, 정치와 권력을 말하다》《사마천 다이어리북 366》《인간의 길》을 펴냈다. 이 밖에 《난세에 답하다》《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제자백가, 경제를 말하다》《사마천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사기를 읽다》《1일 1구》《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백양柏楊 중국사 1, 2, 3》 등이 있다.

편역자 연락처 : allchin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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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블로그 - ‘김영수의 사기세계’

밴드 - ‘좀 알자, 중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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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이브의 세 딸』은 튀르키예(구 터키)를 대표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진 엘리프 샤팍의 장편소설이다. 메블라나 문학상, 터키 소설상, 문화예술 공로 훈장 기사장상 등을 받았으며, 샤팍은 작품 활동을 하며 튀르키예 정부로부터 국가모욕죄 혐의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튀르키예의 민낯을 샅샅이 들추어낸다. 이 작품은 튀르키예의 사회적 혼란, 정치, 종교 문제, 여성 인권 등 다양한 이슈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튀르키예는 동양과 서양 사이에 위치하여 정치적·문화적으로 영광과 혼란을 모두 겪었다. 오스만 투르크 시대의 영광은 기독교 문명에게 재앙과 같은 힘을 보여주었고, 그 중심에는 이스탄불(구 명칭 콘스탄티노플)이 있다. 이 소설은 이스탄불이 주 배경이다. 주인공 페리는 종교에 회의적인 아빠와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인 엄마의 아래에서 혼란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낸다. 이로 인해 페리는 항상 중간에 끼인 채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대부분의 튀르키예 여성들이 그렇듯이. 페리의 삶과 이스탄불이라는 배경이 맞물리면서 혼란스러운 튀르키예의 상황이 속속들이 밝혀진다.

작품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주인공 페리뿐만 아니라, 종교를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무신론자이며 당당하고 주체적인 성격의 쉬린,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로 히잡(Hijab)을 쓰지만 동시에 페미니스트인 사려 깊은 성격의 모나가 등장한다. 이들은 작품에서 각각 ‘한 명의 죄인, 한 명의 신자, 한 명의 방황하는 영혼’으로 묘사된다. 표제어가 '이브의 세 딸'이 된 이유다. 이들의 우정을 통해 살아온 배경과 가치관의 차이를 뛰어넘는 여성들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나라가 겪은 격동적인 혼란은 결국 전부 그녀의 삶에도 녹아 있었다. 그녀의 삶과 과거, 다시 말하면 페리의 인생 이야기는 결국 튀르키예의 역사였다. 페리가 느끼는 혼란은 튀르키예라는 나라가 겪는 국가적 혼돈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p.9)

『이브의 세 딸』에서는 종교적 가치관으로 싸우는 부모님 사이에서 짓눌린 페리의 어린 시절, 자신과 너무나 다른 두 친구를 만난 페리의 옥스포드 대학 시절이 현재 세 아이를 낳은 결혼 후의 페리의 모습과 번갈아 가며 나온다. 이야기는 자신의 지갑 속에 숨겨 둔 대학 시절의 사진 한 장을 주인공 페리가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옛날 사진을 통해 그녀는 감추고 싶던 과거의 회상으로 떠난다. 묻어 두고 싶은 사건으로부터 도망친 이후, 페리는 항상 자신의 내면에 숨겨 둔 여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페리에게서 기대하고 있는 ‘여자’의 이미지에 맞추어 살아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 온 페리의 마음속에서는 아직 불씨가 남아 있었다. 페리는 외면했던 과거를 당당하게 마주하고 자유를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간다.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페리의 모습은 수많은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한때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서구화되고, 민주적이며, 세속주의 국가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튀르키예도 결국 가능성을 보여 주지 못한 나라가 되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녀의 말 그대로, 통제력 상실이라는 가능성을 분출하지 못한 채 속으로 삭이며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 아이의 엄마인 페리는 초호화 파티에 초대되어 딸과 함께 길을 나선다. 심각한 교통 체증으로 인해 차를 정차한 사이에 강도를 만나 지갑을 빼앗기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페리의 지갑 한쪽에 감춰 두었던 사진 한 장이 드러난다. 그 사진은 페리가 애써 묻어 둔 오래된 사진 한 장이었다. 그 사진은 페리를 과거의 회상으로 데려간다. 페리는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엄마와 종교에 회의를 가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상반된 이념을 지닌 부모 사이에서 페리는 짓눌려 왔다. 끊임없는 부모의 싸움을 보고 자란 페리는 이도 저도 아닌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가진 채 성년이 된다. 그녀는 지식의 탐구를 중요하게 생각한 아빠에게 좋은 딸이 되고자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한다. 페리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종교를 증오하는 당당한 성격의 쉬린과 신실한 이슬람교도이자 페미니스트인 사려 깊은 성격의 모나를 만나 친구가 된다. 부모의 종교적 다툼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페리는 신에 대해 강의하는 아주르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된다. 페리는 자신이 평생 품어 온 불안과 혼란을 대담하게 해소시키는 아주르 교수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학생의 신분으로 교수에게 빠진 페리에게 큰 재앙이 닥쳐온다.

"페리는 가능한 한 그 누구의 마음도 상하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아이였다. 자신의 주변에서 이렇게 많은 다툼과 충돌이 있자, 그녀는 점차 소극적으로 변해 갔다. 그녀의 마음 가운데 불타고 있던 열망을 스스로 하나씩 잠재웠다. 다른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분위기를 진정시키려고 자기 자신에게서 스스로 멀어졌다. 아이일 때 진짜 아이로, 청춘일 때 진짜 청춘으로 살아갈 수가 없었다. 많이, 아주 많이 앞서서 살아야 했다."(p.38~39)

 


 

이 작품을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번역 소개한 역자 오은경은 "이 작품이 나라, 민족, 언어, 문화, 종교가 모두 다른데 어떻게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는지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역자는 "'다름'과 '차이'를 내면서도 '보편'으로 귀결시키는 탁월함일 것이다. 그 탁월함은 다름 아닌 작가의 통찰력이다. 삶과 역사, 사물의 본질을 파고드는 역량. 주인공 페리와 페리의 삶 주변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은 우리와 상당히 다른 맥락 속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우리 자신의 삶과 닿아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브의 세 딸』의 저자인 엘리프 샤팍은 외교관인 어머니를 따라 여러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다양한 세상을 경험한 덕분에 그녀는 고국인 튀르키예의 상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특히 엘리프 샤팍은 정치학자이자 여성학자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은 정치와 여성 인권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제에 관한 고찰이 녹아 있다. 『이브의 세 딸』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하여 튀르키예의 정치, 사회, 여성 인권, 종교적 혼란이 담긴 내용을 모두 아우르며 전개된다.

작품에 나오는 튀르키예 부르주아들의 모임 역시 튀르키예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들은 집 밖에서는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정치에 대해 한마디도 말을 얹지 못하지만, 집 안에서는 그들끼리 정치를 비판하기도 하고, 공고한 남성 카르텔을 통해 여성을 배제하기도 한다. 또한 불합리한 공작을 벌임으로써 쌓은 재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브의 세 딸』은 튀르키예의 현실을 통쾌하게 꼬집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혼란스러운 튀르키예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이 투영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작가의 본질적인 외침은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이 내용은 튀르키예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로서도 낯설지 않다. 우리가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브의 세 딸』에는 주인공 페리와 그녀의 친구들, 즉 ‘이브의 세 딸’이 나온다. 종교를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비판하는 무신론자 쉬린, 히잡을 쓴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모나, 종교와 무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페리. 서로 다른 중동권의 세 여성은 작품 내에서 ‘한 명의 죄인, 한 명의 신자, 한 명의 방황하는 영혼’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논쟁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 모든 환경과 신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대감을 깊게 나누며 영혼의 단짝이 된다.

“절대적 무신론이나 절대적 독실한 신앙은 내겐 똑같이 문제일 뿐입니다. 내 역할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 약간의 믿음을 심어 주고, 믿는 사람에게 약간의 회의론을 심어 주는 것입니다.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겁니다. 범주에 대한 회의지요. (중략) 획일적인 것은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획일적인 곳에서는 철학도 예술도 나오지 않아요.”

이도 저도 아닌 채 항상 방황하는 페리가 아주르 교수에게 빠진 이유는 그의 강의 내용에 있다. 아주르 교수는 중요한 건 신의 실존 여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신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심하고, 탐구하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아주르 교수의 입을 빌려, 작가는 우리에게 ‘독실한 신자에게는 약간의 회의가 필요하며, 무신론자에게는 약간의 믿음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독실한 신자나 무신론자를 매도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포함해서 본인만의 확신에 의심의 싹을 틔우고, 다른 방향으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든다.

 


 

저자 : 엘리프 샤팍(Elif Shafak)

 

엘리프 샤팍은 튀르키예와 영국의 소설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56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사랑을 받았다. 샤팍이 출간한 19권의 책 중 12권이 코스타상, 온다체상, 여성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샤팍은 메블라나 문학상과 문화예술 공로 훈장 기사장상을 받았으며 ‘스토리텔링 예술의 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할도르 락스네스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정치학 및 인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샤팍은 옥스퍼드 대학교 세인트 앤스 칼리지를 포함하여 튀르키예, 미국, 영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또한 왕립 문학 협회의 연구원이자 부회장이며, 유럽 외교 위원회의 창립 멤버이다. 그녀는 BBC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으며, 2017년에는 폴리티코에서 선정한 ‘당신에게 절실히 필요한 마음의 힘을 줄 사람 12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여성의 권리, LGBTQ+ 권리,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샤팍은 전 세계의 주요 출판물에 기여하고 있으며, 펜/나보코프상을 포함한 수많은 문학상을 심사했고 웰컴도서상의 의장을 맡았다.

 

역자 : 오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터키어과를 졸업하고 국비 장학생으로 초청되어 튀르키예 하제테페 대학교에서 비교 문학과 튀르키예 문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화 방송 MBC 통신원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공중파 라디오·TV에서 튀르키예를 한국에 소개했다.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학중앙연구원 초빙연구원으로 박사 후 과정을 마쳤고, 우즈베키스탄에서 구비문학 연구로 인문학 국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즈베키스탄 니자미 사범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동덕여자대학교에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를 설립하여 투르크학 진흥과 대중화에 힘쓰고 있으며, 투르크 국가와 관련한 다양한 학술 활동 및 역할을 맡고 있다. 한·중앙아협력포럼 사무국, 법무부 이민정책자문위원회, 서울시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 가족 지원 협의회 자문 위원이며, 서울시 도시 외교, 유네스코 아태무형문화센터 자문 위원과 대통령 직속 기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번역과 인문학 연구로 한국과 투르크 세계를 연결하는 촘촘한 다리를 놓고자 하는 바람으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칼럼을 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베일 속의 여성 그리고 이슬람』, 『독사를 죽여야 했는데』, 『의적 메메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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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철학자들
강성률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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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고집불통 철학자들』 속 철학자들의 삶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는 보통 사람보다 더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다. 철학이 사람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규명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인데도 말이다. 신념을 위해 고집을 부리는 것은 숭고한 삶으로 더 존경을 받을 텐데도 오히려 신념이나 자신의 철학 사상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면서 지탄을 받았던 철학자도 있다. 자신의 신념과 학문을 버리고 부와 권력을 위해 양심을 파는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기에 하는 이야기다. 독자는 철학을 정식으로 배우거나 책을 많이 읽어 철학을 잘 아는 사람도 아닌데도 기본적 윤리나 지식이 없는 사람이어도 올바른 윤리관에 따라 삶을 아주 존경할 만한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다. 그들 중에는 철학이라고는 책 한 페이지도 못 읽어본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훌륭한 삶을 사는 사람은 많다는 의미다.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나 위인들은 대부분 그들의 학문적 업적은 물론 후세 사람 삶의 행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두 명의 철학자가 그렇듯이 돈과 권력, 자신만의 삶을 위해 살다 갔다면 누가 그를 존경하겠는가. 철학사나 학문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이 그랬다면 마땅히 자신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다 갔다는 평가를 받을 테니.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철학자도 있고, 친구를 죽이는 데만 골몰한 철학자가 있다는 말에 아무리 철학자라도 닥친 삶에 당당하게 대하지 못하는 인간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책은 인류에게 삶의 통찰력을 제공한 그들의 숨겨진 모습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어 읽을 때 느낌이 좋다. 저자 강성률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기술함으로써 교과서적인 엄숙함을 벗어나 철학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어렵고 딱딱한 사상보다 철학자들의 개인적인 삶을 관통하는 친근한 철학으로 다가가 철학의 대중화에 도움을 줄 책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 책은 모두 8부로 이뤄져 있다. 1부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에서는 아들을 사형에 처하게 한 복돈, “악법도 법이다”고 외치며 기꺼이 독배를 마셨던 소크라테스 등이 등장한다. 2부 〈거절의 명수들〉에서는 단칼에 벼슬을 거절했던 장자(莊子), 왕의 부름에 50번의 사퇴서를 냈던 이황, 노벨상마저 거절한 사르트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3부 〈출세의 달인들〉에서는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 나치 정권 아래에서 대학 총장을 역임한 하이데거가 그 빛바랜 얼굴을 드러낸다. 4부 〈철학자와 자녀〉에서는 자식을 낳지 않으려 했던 철학자들, 자녀들에게 혹독했던 철학자, 자녀를 잃은 슬픔에 몸부림쳤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5부 〈4대 성인과 제자들〉에서는 세계 4대 성인과 그 위대한 제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6부 〈철학자들의 우정〉에서는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 친구이자 논적(論敵)이었던 장자와 혜시, 막역한 친구 사이였던 박지원과 박제가, 마르크스가 일생동안 의존했던 엥겔스, 이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함께 전개된다.

7부 〈우정이 철천지 원수로〉에서는 친구인 한비자를 죽게 만든 이사의 이야기, 끝내 불편한 관계로 끝나버린 흄과 루소, 진공실험에 대한 ‘연구실적’을 놓고 서로 싸운 데카르트와 파스칼, 부지깽이를 들고 포퍼를 위협하기까지 한 비트겐슈타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8부 〈긴장과 경쟁 관계〉에서는 주자와 육상산의 애증, 고려의 충신 정몽주와 조선 왕조를 개창해나간 정도전의 엇갈린 인생행로, 퇴계가 젊은 유학자 고봉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독일 철학계를 양분한 야스퍼스와 하이데거의 서로 다른 인생 역정 등이 다루어진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들 역시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인간이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들을 사형에 처하게 한 철학자나 자녀를 잃고 울부짖는 철학자나 똑같은 인간의 모습이라고 풀이한다.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닮아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다행이 이들은 모든 인간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인류에 불멸의 철학을 제공했다는 사실에서 위대성을 확인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독자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철학은 잔잔하고 딱딱하며 어딘가 근엄한 학문으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걸 뒤집어 좀 더 친근하게 인간적인 학문으로 다가간다면 멀고 먼 거리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이 책을 쓰게 된 저자의 이유다. 이 책 『고집불통 철학자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철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널리 알려진 철학자들의 삶을 고찰해 보았을 때, 무모하리만큼 고집을 부릴 때도 있고, 부와 권력에 눈이 멀어 교활한 짓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신념을 지키고자 많은 것을 희생하기도 한다. 아들을 사형 앞에 내몬 철학자와 자녀를 잃고 울부짖는 철학자, 친구와의 의리를 끝까지 지켜나간 철학자와 우정을 헌신짝 버리듯 내친 철학자 등 극단적인 위치에서 본인의 철학을 지킨 이들의 생애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많은 사람은 철학을 떠올렸을 때 마냥 ‘어렵고, 재미없고, 진지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학문보다 더 깊이, 더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철학자들도 같은 인생을 살면서 시들지 않는 통찰력을 키워 왔다. 그들이 남긴 유산이나 다름없는 철학은 그때로부터 끊이지 않은 채 자기답게 사는 삶의 지혜를 알려 주고, 가끔은 지쳐 있는 자신을 보듬어 주기도 한다. 따라서 철학은 인류에게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떨어질 수는 없는 실용적인 존재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루함과 고독함을 탈피한 학문에 신선함을 입혀 다시 살펴본다면 전과는 다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집필 이유는 신선하다. 그 신선함이 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아직도 생기가 살아 있다. 철학을 사랑하는, 철학이 궁금한, 인문학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이 책은 철학을 새로이 인식하는 일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독자는 철학을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최근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는 쉽게 이해하는 철학책 등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위기를 겪을 때 철학은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코로나 펜데믹의 장기적 지속에 따른 불안이나 우울감 등의 극복은 역시 철학이나 정신의학의 관점에서 극복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많아서였다. 이 때문에 서양철학사, 중국의 사상 등을 쓴 철학서나 고전철학서 등이 많이 나왔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을 다룬 책들보다는 그래도 철학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해서 선택한 책이 『고집불통 철학자들』이다. 한 철학자의 삶을 에피소드를 통해 재조명하고, 그들의 철학적 사고와 실제 삶과의 괴리에서 오는 철학자들의 여러 가지 감정을 짚어볼 수 있겠다는 의미에서다. 때문에 유명한 이야기는 많이 알고 있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철학에 대한 지식의 많지 않아 그동안 책을 통해 배운 철학 지식이나 철학자들의 삶을 제대로 알고 있나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작용했다.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나 사상가 혹은 성인들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에피스도가 많이 소개된 적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독자의 짧은 철학 지식으로는 맞다고 확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기억한다 해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맞춰 보는 즐거움이 있어 이 책을 무척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전혀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아 새로운 방향의 접근에 응원의 박수도 보내고 싶다. 우리가 살면서 맞부딪치는 문제들이 각 부로 나뉜 제목에 3~5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있어 궁금한 것을 먼저 찾아볼 수 있도록 목차도 정리돼 있어 필요할 때 틈틈이 찾아 읽을 수도 있도록 안내돼 있다. 독자로서는 5부 〈4대 성인과 제자들〉에 기술된 1장 「공자와 제자들」, 2장 「석가모니와 제자들」, 3장 「소크라테스의 제자들」, 4장 「예수의 제자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독자는 종교가 없다. 이 가운데 「예수의 제자들」에 특별히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가 아는 예수의 제자(12사도)에 관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됐다. 그들의 예수 사후 선교 활동이 인상적인 내용이 많아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책에 따르면 12, 열둘은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을 나타내는 숫자이며, 12사도는 메시아적 이스라엘의 종말론적인 대표자들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12지파를 상징한다. 알다시피 예수에게는 12사도로 일컬어지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 안드레, 빌립, 바돌로메, 도마, 마태,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 가롯 유다 대신 제비를 뽑아 제자가 된 맛디아 등의 제자가 있었다. 물론 이 가운데 대부분의 제자들은 예수의 부활 사건을 목격한 후, 복음을 전하다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거나 참수를 당함으로써 순교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 제자들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멀찌감치 도망치고 말았던 '배반'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예수의 애초 제자 가운데 하나였던 가롯 유다는 스승을 은(銀)30에 팔아먹고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다. 이제부터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살펴본다. 첫 번째 수제자 베드로(반석을 듯하는 라틴어 페트라에서 비롯됨)의 본래 이름은 시몬으로서 요단강 북동쪽의 어촌 밧세다의 어부였다. 그의 성격은 매우 직선적이며 다혈질적이었다. 예수를 메시아로 고백(「마태복음」 16장 16절)하여 예수로부터 칭찬을 들었으나, 예수가 지려고 하는 십자가를 가로막아 '사단'이라 꾸짖음을 받기도 했고, 닭 울기 전에 예수를 세 번씩이나 부인하여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치욕스러운 사건 후, 곧 참회함으로써 세 명의 주요 제자 가운데에서도 수제자가 되었다. 예수는 그로 하여금 사람의 영혼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였고(「마태」 4장 19절), 목양(양을 치는 일, 교인에게 길을 인도하는 일)을 명령하였다.(「요한복음」 21장 17절) 또한 사도 가운데 가장 먼저 예수의 부활을 목격(「고전」 15장 5절)하기도 했다. 베드로는 주로 유대인을 상대로 복음을 전파하였고, 끝내 로마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것으로 추정된다.(AD 60년)

 


 

저자 : 강성률

 

전남대학교 철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2020년까지 32년 동안 광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교내에서 윤리교육과 학과장, 학생생활연구소장, 교육정보원장 등의 보직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며 한국헤겔학회, 범한철학회, 동서철학회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면서 칸트 철학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문인협회, 국제문예, 미주한국기독교문인협회 신인상 및 사르트르 문학회 우수상과 각종 문학상 등을 받으면서 소설가(한국문인협회 정회원)로 등단하였고 이후 풍향학술상(2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대통령상, 대한민국 녹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하였다. ≪영광신문≫, ≪광전매일신문≫, ≪호남교육신문≫, 인터넷 신문 ≪경제포커스≫에 ‘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철학도서 20권, 장편 소설 6권 등 총 26권의 저서와 연구논문 40여 편이 있다.

≪2500년간의 고독과 자유≫(형설, 2005년, 1996년 인문과학 베스트셀러)

≪청소년을 위한 서양 철학사≫(평단, 2009년, 아침독서운동 추천 도서)

≪청소년을 위한 동양 철학사≫(평단,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도서, 2015년 베트남 언어로 번역 출판, ‘네이버’에 주요 철학도서로 등재)

≪철학스캔들≫(평단, 2010년,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2010년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

≪이야기 동(서)양철학사≫(살림, 2014년, 한국연구재단 사후 우수 도서)

≪동양 철학사를 보다≫(리베르스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4년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지원’)

≪칸트, 근세철학을 완성하다≫(글라이더, 2017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글로벌콘텐츠, 2020년 세종도서 교양 부분 우수 도서)

≪철학의 세계≫(형설, 개정판, 2020년, KBS 미디어 평생교육센터 동영상 제작)

장편 소설 ≪복숭아꽃, 성은 공정한가?≫(글로벌콘텐츠, 2021년)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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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국지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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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 중원의 주나라와 수나라, 당나라와 벌였던 100년 동안의 전쟁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전쟁 영웅들의 무용담과 한반도 100년간 전란에 휩싸여 있던 시대의 처절함 적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눈앞에 펼쳐지는 듯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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