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습관 극복하기
리스창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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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란 삶의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습관'으로 꼽힌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잘못된 습관은 대체적으로 어렸을 때 해온 습관의 관성에 의해 지금도 실현되면서 삶의 역경이나 고난을 극복하는 데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친다. 독자 역시 이처럼 잘못된 습관, 특히 미루기가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진 습관으로 고쳐야 할 습관의 대표격이다. 어렸을 때 방학숙제를 생각해본다. 특히 일기 쓰기가 있었는데 매일 써야 하는 일기를 미루다가 방학이 끝나갈 무렵 벼락치기로 하다가 몇 번의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일기에는 날씨를 표기해야 하는데 인터넷도 없던 시대라 지나간 날짜의 날씨를 정확하게 기입할 수 없었다. 대체로 여름방학 일기는 날씨 변동이 크게 없어 특별히 비가 내린 날 한두 개 정도만 기억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맑음'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겨울에는 또 달랐다. 겨울의 눈은 자주 내린데다 대체로 집에 있어야 했기에 정확하게 날짜와 기후를 표기하기가 어렵기만 했다.

다행히 선생님에게 한꺼번에 쓴 것이 들통나지는 않았지만 선택된(?) 몇 명의 친구들은 선생님의 기억과 다른 게 확인돼 공개 망신을 당하고 선생님으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기도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사실 안 들키기는 했지만 혹시 공개 망신을 당했다면 오히려 잘못된 습관인 미루기가 고쳐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독자의 경우 한 가지 경험만 쓰고 있지만 사실은 미루기가 가져온 불편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독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미루기병'(저자는 책 속에서 미루기를 병으로 표기한다)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번번이 끝내지 못하는 이가 많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미루기병은 분노하고 좌절하고 후회하길 반복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지금 나는 어떤가?라는 질문이 이 책을 읽는 조건이다. 이 책 『미루는 습관 극복하기』는 미루기병의 형성 원인, 각종 유형 및 증상 등을 다루면서 이해하기 쉬운 이론과 실사례를 곁들여 전방위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미루기병이 우리 일상에 어떤 식으로 악영향을 주는지 살피고, 그렇다면 미루기병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터득하여 인생을 혁신적으로 개선하자는 데 책의 목적이 있다.

저자 리스창은 실상 누구에게나 미루는 습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심각한 수준의 미루기가 아닐지라도 ‘이 일은 좀 이따가 할래’ 하는 식으로 늘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미루기도 ‘미루기병’의 범주에 들어갈까? 당연히 아니다.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혹은 여러 일로 말미암아 에너지가 다 소진되면 하던 일을 잠시 미루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미루기와 미루기병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한 구분 방법은 미루기 행동으로부터 심리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이 생기는지를 보면 된다.

 


 

책에 따르면 미루기병에 걸린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듯도 한데, 실상 그들의 내면은 미루기병으로 말미암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미루기병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번번이 끝내지 못한다. 자연히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이런 상황으로부터 분노하고 좌절하고 후회하길 반복하며 고통스러워한다. 한 번 그런 증상을 겪고 난 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노라 다짐하지만, 결국 또 미루기를 하고 한바탕 내적 몸살을 앓는다. 그렇게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간다.

이에 저자는 미루기 심리를 확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래야 미루기병을 예방할 수 있고, 걸렸다면 그 증상을 발견하여 치료할 수 있다는 것. 막연하고 불확실한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는 실행력이다. 그것이 미래 경쟁력이다. 이 책이 그 모든 걸 열어줄 것이다. 미루기병은 고칠 것을 결심만 하는 것으로 치유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유는 미루기병은 습관병이기 때문이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겠다는 결심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다음날 술 깨면 다시 술을 마심으로써 영원히 고쳐지지 않는 습관성병이기 때문일 터다. 저자는 학생부터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너나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이 전제는 독자들이 미루기병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병임을 인정하고, 인정해야 고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행을 동반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여기서 독자도 저자의 제시대로 "나는 어떤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졌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인 만큼 조금도 거짓으로 대답할 이유가 없다. 저자의 지적대로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지만, 그저 계획으로 끝나기 일쑤다. 해야 할 일 앞에서 스트레스 먼저 받으며 주변만 기웃거리기도 한다. 산만함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늘 쫓기고 있을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 이 모든 양상에는 못된 습성, 미루기 심리가 깊이 얽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미루는 습관은 우리의 시간을 좀먹으며 하는 일마다 효율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심리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미루기 습관으로 말미암아 겪는 심리적 고통은 분노, 초조, 걱정, 불안을 넘어 자책과 우울 나아가 절망으로까지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그런데도 쉽게 끊어내지 못하고 악순환을 이어간다. ‘빈둥대고 후회하기’의 무한반복, 이 지긋지긋한 패턴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이 책은 미루기병의 형성 원인, 각종 유형 및 증상 등을 모두 10장에 걸쳐 다룬다. 저자는 다년간의 심리학 이론 연구를 바탕으로 ‘사례 + 이론’의 방식을 적용해 미루는 습관을 철저히 분석하며 상황에 걸맞은 다양한 예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미루기병이 우리 일상에 어떤 식으로 악영향을 주는지 다시금 살펴보고, 그렇다면 미루기병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 가기를 안내한다. 이 책으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새로운 한 달의 시작을,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맞이한다면 독자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2부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미루기 심리의 형성 : 미루기병이 숙주에 착상하는 경로 추적하기」, 2장 「미루기 심리의 숨은 폐해 : 건드리는 순간 인생이 꼬이는 지뢰」, 3장 「미루기 심리의 함정 : 삶의 방향감각 상실」, 4장 「미루기의 치명적 독성: 심리적 붕괴와 중독」, 5장 「미루기병의 근원: 모든 병의 원인은 내 안에 있다」, 6장 「미루기 심리와 맞서는 계책: 게으름과 타성 박멸하기」, 7장 「미루기와 완벽주의: 허울뿐인 완벽주의 버리기」, 8장 「미루기와 핑계 : 핑곗거리 완벽 차단하기」, 9징 「미루기 심리 치료제 : 고효율 행동 강화를 위한 강심제 주사」, 10장 「미루기 극복을 위한 비밀 병기 : 긍정 에너지 가득 채우기」 등이다. 제목만 읽어도 내용은 짐작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미루기병은 미루기 습관으로 표현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한다. 이 미루기 습관은 선천적이라기보다 후천적으로 서서히 형성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두 가지 사례를 들어 저자의 주장에 힘을 보탠다. 이를 위해 저자는 미루기 습관이 만들어지는 원인인 타인에 대한 모방, 주변 환경의 영향 등 다양한 원인을 조서 분석해왔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간의 선천적 특징 안에 미루기와 관련된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한다. 선천적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며 가공을 거치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인간은 백지 같은 상태로 태어났기에 우리 안에는 본능과 생리적 욕구만 존재할 뿐이라고 한다. 갓난아기가 배고픔과 목마름을 표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목청 높여 우는 것뿐이다. 다만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지식을 얻고, 부모와 외부인의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간다. 미루기병은 확실하게 습관성, 그것도 후천적 습관병이라는 말에 독자는 공감한다.

 


 

이 책은 2부 6장의 '시간을 잡아먹는 게으름병에 맞서는 부지런함'이란 항목에서 미루기-게으름, 지금하기-부지런함으로 공식을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향락에 빠져 그 속에 안주하고 고난을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타성에 젖는 시초가 될 수 있다. 게으름과 타성은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지만, 부지런함은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돕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게으른 사람은 늘 힘든 일을 피하고 쉬운 일만 찾아서 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무슨 일을 해도 발전이 없다. 반면에 부지런한 사람은 어렵고 힘든 일을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항마력이 강하며, 그 속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옛말에 '하늘의 도는 부지런함에 보답한다'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오늘을 낭비할 권리가 있지만, 그게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오늘을 충분히 활용하는 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오늘 성공의 초석을 다져야 내일 성공의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으름을 극복하려면 과감하게 이 저급한 습성을 뿌리 뽑아야 한다. 부지런한 습관이 일단 형성되면 심리적 안정과 즐거움이 찾아오고, 게으름도 더는 그 안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게으름은 일종의 타락이다.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잠식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잊게 만들고, 너무 쉽게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 게으른 사람이 큰일을 해낼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에 안주하며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게으름의 노예가 되어 파멸하기 전에 서둘러 그것과 싸워 이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을 틈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게으름이야말로 부지런함의 천적이다.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혁신적으로 바꿔줄 것으로 확신되는 대목으로 독자가 꼽은 한 이유이다.

 


 

저자 : 리스창(李世强)

 

자유기고가, 바링허우(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하에 태어난 1980년대 세대) 작가. 필명은 무즈(木子)이다. 세계를 다니며 각국의 인문과 동향을 독특한 시선으로 다양하게 해석했다. 그러한 통찰력으로 감정, 인격, 인간관계 등 심리학 분야를 10년 넘게 연구하며 많은 성과 또한 냈다. 주요 저서로 《유머로 소통하기 : 어디서나 누구든 설득할 수 있는 대화 기술》, 《쩡궈펀 : 오뚝이의 생존 속담》, 《잠재력을 계발하는 심리적인 암시》, 《지금의 아픔은 앞날의 빛》, 《편지 속 시간과 기억 곱씹기》, 《잃어버린 고국》 등이 있다.

 

역자 : 홍민경

 

역자 홍민경은 숙명여자대학교 중문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번역학과 석사를 이수했다. 타이완 정치대학교에서 수학했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돈 문제부터 해결하라』,『사장을 위한 심리학』,『나를 바로 세우는 하루 한 문장』,『화서인 상, 하』,『나는 직장인으로 살기로 했다』,『똑똑한 리더의 손자병법』,『생중계, 중국을 논하다』,『공자에게 사람됨을 배우고 조조에게 일하는 법을 배우다』,『삼국지 첩보전 1-4권 시리즈』,『느긋하게 홋카이도』,『교토감성』,『잘하는 거 없어도 잘살고 잇습니다』,『하버드 협상 수업』,『지금 외롭다고!』,『날개 없는 비행』,『이제야 기회를 알겠다』,『삼국지 조조전 1-15권 시리즈(공역)』,『열아홉, 마오쩌둥(공역)』,『씨즈더데이(Seize the day)』,『8760시간』,『일상의 유혹, 기호품의 역사』,『나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성공하는 사람은 인맥을 디자인한다』,『실연33일』,『반생연』,『심리학 산책』,『CEO가 원하는 능동형 인간』,『사는 동안 버려야할 60가지 나쁜 습관』,『치유심리학』,『예술, 평범을 거부하다』,『CCTV앵커 루이청강의 삼십이립』,『다름을 배우다』등 다수가 있으며, EBS『와신상담』등 다수의 드라마와 영상물 번역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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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 - 한 달에 한 번, 온전히 나를 아껴주는열두 달의 자기 돌봄
베레나 카를.안네 오토 지음, 강민경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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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본다는 것은 생물체인 사람으로서 본능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본다는 것은 외모 등 신체적인 것이고 또 다른 것은 내면적으로 마음이나 정신의 내공을 키우는 일도 있을 것이다. 먼저 신체 안전이나 생명에 관한 것이라면 자신의 의식적인 방어 이전에 본능적인 보호일 것이다. 이것은 생명체로서 당연한 것이라서 이에 대해 의문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다음은 일상의 다른 일에 있어서 보호 본능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다른 생명체에겐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이성적 판단에 의한 행위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으로 숭고한 행위로 보는 데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무리한 신체적 압박을 이겨내는 일이 그렇다. 또 가족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일부러 하지 않는 행위도 포함될 것이다. 이는 가족으로서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데서 문제가 출발된다.

이 책 『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는 지금까지 '나'가 아닌 가족이나 동료 등 타인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면서 “너무 바빠서 외로울 틈도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기 돌봄'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깨우치고 자기 돌봄과 타인을 위한 일을 병립시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업무와 가사에 치여 고독마저 사치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기 계발이나 자아 찾기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밀려드는 일을 해치우고 가족을 서포트하느라 바빠 정작 나 자신은 뒷전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허무함이 뼛골 깊숙이 스민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내게 남은 게 뭐지? 앞으로도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삶의 회의감이 밀려들 때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타인을 위한 행위가 삶에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어쩌면 타인을 위한 노력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돌봄'까지 놓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크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했던 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희생정신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그 노력을 쉽게 중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심각한 회의감에 빠지거나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면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지구 반대편에서 워킹맘으로 일하랴, 아이들 돌보랴 바쁘게 살아가던 저자 베레나의 이야기다. 워킹맘 베레나는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지금은 작가로서의 일을 하고 있는 독일 여성이다. 일상에 지쳐 매일을 어제처럼 살아가다가 불현듯 자신만의 삶이 사라졌음을 깨달은 그녀는, 심리학자인 친구 안네와 함께 ‘열두 달 행복 찾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직업인, 엄마, 아내로서의 나만큼이나 ‘그냥 나 자신’도 아껴주기로 한 그녀는, ‘한 달에 딱 한 번, 나부터 챙기는 시간’을 갖기로 결심한다. 안네는 우연히 베레나의 이야기를 듣고 처방전을 내는 의사처럼 그와 '일년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를 권했다. 처방전은 아주 단순했다. 가족과 잠시 떨어져 기분 좋은 고독을 즐기기나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선택하기 등, 아주 소소한, 그렇지만 지금껏 무시당했던 ‘나의 욕구’에 충실할 것 등 아주 간단한 실험이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책에 따르면 우선순위 맨 앞에 자신을 세우자마자 본인은 물론 주변 반응이 달라졌다. 스스로에게 집중할수록 여유가 생겨 가족과 타인을 따스하게 대하게 되었고,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배려해주기 시작했다. 마음에도 없는 희생을 하며 화가 쌓였던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행동이 나아가 타인을 배려하는 힘이 됨을 깨닫는다. 생각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삶 전체가 바뀌는 것 또한 하루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진정 나를 위한 삶을 되찾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딱 한 해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보길 권한다. 더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독자도 올 일년 참여해 보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을 통해 자기 긍정의 경험을 쌓도록 돕는 심리 멘토링 북이다. 심리학자인 안네가 월별 미션을 제공하면, 저널리스트 베레나가 챌린지하듯 미션을 실행하고, 마지막에 안네가 다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피드백을 제시한다. 두 사람은 이 과정을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글에 고스란히 담아 독자에게 전달한다. 두 사람은 마치 학창시절 교환 일기를 나누는 것처럼 서로의 내밀한 감정을 편지글로 생생하게 드러낸다. 실험의 면면이 선명하게 채집된 너무나 인간적인 이 기록은 그 자체로 우리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너무 단순해서 효과가 있을까 싶은 미션에는 사실 과학적 근거와 다년간의 임상 심리학 경험이 깔려 있다고 안네는 책 속에서 밝힌다. 심리학자인 안네는 이 책에 지식을 더해 감성과 지성의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월별 미션이 끝날 때마다 붙는 다정한 코칭 피드백 코너이다. 안네는 이번 미션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이 미션이 중요한 과학적 이유 등을 찬찬히 답변한 다음, 독자를 위한 챌린지 파트도 따로 마련해둔다. 안네의 피드백을 통해 독자들은 지금 하는 행동이 목적 없는 일탈이 아닌 충분한 근거가 있는 자기돌봄 행위임을 인식하고, 모든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독자들이 실제 참여해보면 신뢰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월별 미션은 매우 간단해서 누구든 쉽게 따라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명상을 해보라는 1월 미션을 시작으로, 뜨개질이나 베이킹처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기, 꿈 일기 쓰기, 내 감정과 거리를 두고 관찰하기, 짧은 여행 떠나기, 20분간 미술 작품 감상하기, 물건과 디지털 기기는 물론 사람까지 덜어내는 ‘줄이기’ 등, 그 범위 및 종류가 넓고 다양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심지어 한 달 동안 매일 해야 하는 미션이 아니라, 일별 챌린지 형식으로 짧게 끊어가는 형태로 무척 행하기 쉽다. 그리고 이 작은 행동은 잔잔하던 일상에 긍정적인 파문을 일으킨다. 이 효과에 대해 베레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달 미션을 마치고 나니 내 일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아. 갑자기 행운이 찾아온 것처럼 말이야."

 


 

같은 미션이라 하더라도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활동에 도전해보라는 파트에서 베레나는 스포츠를 배웠지만, 집 근처에서 가보지 않았던 곳 가보기, 박물관이나 미술관 탐방, 꿈만 꿨던 일을 지금 당장 해보기 또한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제각각이므로 같은 목적을 위한 행동이라도 끌리는 방법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안네는 베레나가 행한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독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적극적인 행동을 독려한다.

저자들은 번아웃을 겪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행동을 통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두 저자에게 ‘개인적 시간’이란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함을 그들을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열두 가지 월별 미션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단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아무도 끼어들지 않는 나만의 시간, 즉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 모든 미션은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이다.

 


 

세상일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소란스럽고 성가신 주변의 잡음을 끄고 오로지 나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저자들은 자발적 고독이 자칫 무기력한 나태함이 되지 않도록 ‘미션’을 통해 원기를 북돋고, 조금씩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이끌어준다. 1년 열두 달 동안 가끔은 실패하고 또 가끔은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하며 고군분투하던 베레나는, 행복이란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로지 나를 돌보는 고독의 시간에서 비롯됨을 깨닫는다. 독자 또한 베레나와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기분 좋은 고독의 시간을 음미하고, 마음껏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와 함께 도전하는 독자들은 베레나처럼 긍정적 마인드로 실제 부딪치면서 실현 가능한 조언을 참고 삼아 실행한다면 누구든지 예상치 못한 훌륭한 결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 베레나 카를(Verena Carl)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태어나 뮌헨에서 자랐다.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여성 잡지 [브리기테Brigitte]와 [메리안Merian] 등에 기고하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여러 권의 동화책과 소설을 발표하며 함부르크 문학 후원금을 두 차례나 받는 등, 문학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가족과 함께 함부르크에 거주 중이다.

 

저자 : 안네 오토(Anne Otto)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으며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심리치료법 중 하나인 사이코드라마 관련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청소년 보호소 및 여성 교도소 등에서 심리학자로 일했다. 현재는 [슈피겔Spiegel], [오늘의 심리학Psychologie Heute], [브리기테] 등에 기고하며 과학 저널리스트와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역자 : 강민경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독일계 회사를 다니며 글밥 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어학연수 후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수레바퀴 아래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꿀벌 마야의 모험』, 『피터 틸』, 『케인스톰 아일랜드』, 『궁극의 차이를 만드는 사람들』, 『이해의 공부법』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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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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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 책 『라이프가드』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저자 마윤제의 전작 『바람을 만드는 사람』에 힘입은 바 크다. 마윤제는 탄탄한 필력을 보여주며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ARKO 문학나눔 등에 선정됐다. 그는 『바람을~』을 구상할 때 병원 대기실에서 운명처럼 잡지 기사 한 꼭지와 사진 한 장을 만나게 된 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파타고니아 고원에 올라가서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목동들의 일상을 취재한 르포 중 예순여덟 살의 목동 네레오 코르소가 자신의 오두막 계단에 앉아 낡은 브라질산 권총을 닦고 있는 사진 한 장은 이 소설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출간에 부쳐 밝힌 바 있다.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황량한 고원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의 명경처럼 맑은 눈빛과 행복한 표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소설이 출간된 지금까지도 그를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저자 마윤제의 『바람을~』은 독자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신화적 요소가 많았다. 그런 독자에게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추천평을 읽으며 다시 책을 잡았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고원 지대, 압도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신의 현현(顯現)처럼 느껴지는 그곳에서, 바람을 만드는 존재 ‘웨나’에 대한 전설을 들은 한 소년이 그의 실체를 찾아 평생을 떠도는 이야기다. 윗세대에게는 헤르만 헤세의 철학적 구도소설을, 아랫세대에게는 파울로 코엘료의 영적 로망스를 떠올리게 할 이런 이야기를 나는 본래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설에 미달하는 교훈담이 되거나, 소설을 낮춰보는 형이상학을 자임하는 경우를 더러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달랐다."

 


 

신형철 평론가는 이어 "내가 변했기 때문일까, 이 작가가 워낙 잘해냈기 때문일까. 내가 알기로 늘 어딘가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 작가가 그만의 ‘천로역정(天路歷程)’을 써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내가 책상머리에 앉아 이 소설을 기이한 절박함 속에서 완독한 것은 뜻밖이었다. 예전 같으면 추상이나 관념으로 느껴졌을 주인공 네레오 코르소의 필생의 여정을 연민과 긴장 속에서 따라갔고, 그 장중한 행로가 마감될 때는 마치 내 남은 삶을 당겨 살아버린 것처럼 먹먹한 피로감마저 느꼈으니 말이다"고 덧붙였다. 독자가 신화적 요인이 가득한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은 그리스·로마 신화가 왜 오랫동안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쳤을까를 생각해 오던 차였다. 신형철 평론가의 평은 독자의 그리스·로마 신화 읽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바람을~』을 추천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윤제 작가의 첫 소설집인 『라이프가드』는 깊은 물속에서 일렁이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묵직한 여덟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발간된 작품으로, 이미 출간 전부터 뛰어난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는 슬픔을 알고 싶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양면을 통해 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람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찰로 쓰인 여덟 편의 작품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혹은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어 했던 내면의 적나라한 감정까지도 낱낱이 들여다보게 만들어 것이란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씨줄과 날줄을 촘촘하게 엮어 만든 베처럼 단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은 문장들이 저자의 독창성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엮여 단단하고 묵직한 작품이 탄생했다고 독자는 믿는다.

 


 

『라이프가드』의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면서도 적나라하다. 가깝고도 먼 타인으로부터 깊고 어두운 질투와 시기를 발견하고(「강(江)」, 「라이프가드」), 다른 서가에 잘못 꽂힌 책으로 말미암아 유령처럼 떠도는 자신의 위치를 되새기거나(「도서관의 유령들」) 오래전 한 청년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이 새로운 봄날을 꿈꾼다(「어느 봄날에」). 진실이라고 믿은 것이 모두 거짓임을 목격하거나(「옥수수밭의 구덩이」), 진실을 이야기했음에도 거짓으로 매도당하는 모습(「조니워커 블루」)을 보여주며 우리가 믿는 ‘진실’이 정말 견고한 것인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온유한 얼굴을 가진 바다에 속아 실종된 남자의 모습이나(「버진 블루 라군」)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것으로 세상이 유지된다’는 말 한 마디(「전망 좋은 방」)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독자는 문학적 상징과 깊은 사유를 담은 『라이프가드』는 바다 같은 소설집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바다의 잔잔한 파도 아래 짐승의 발톱이 숨겨져 있듯, 평온한 인간의 뒷모습에서 내밀한 이면을 바라보는 마윤제 작가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문체와 몰입도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극에 빠져들게 만드는 걸출한 문장력도 독자를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다. 짧은 이야기 한 편에 누군가의 삶과 감정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담아내는 것, 『라이프가드』는 오직 마윤제이기에 탄생할 수 있는 소설이란 생각이다.

"그때부터 뭇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젊은 여성, 스크린 도어 앞에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는 청년, 점심 무렵 햄버거가 가득 든 종이 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개인병원 계단을 올라가는 간호사, 말간 갓등 아래 술잔을 높이 든 휴가 군인, 샛노란 은행잎이 깔린 보도를 걸어가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먼 길 떠나는 딸을 배웅하는 어머니, 멀찍이 떨어져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연인들의 뒷모습을 훔쳐본 것은 그들의 행복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는 슬픔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 면이 아닌 양면을 통해서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어서였다."(p.237~238)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쓴 이야기는 독자의 소설 읽기에 한층 무게감을 더해 준다. 압박감이라기보다 중량감을 준다는 의미다. 가벼운 읽을 거리로 읽기보다는 우리 삶의 한 면을 파헤치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그 이면의 또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저자가 진입로를 열어준다는 의미로 독자는 해석했다. 이 책은 8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단편은 짧은 이야기다.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강물을 칼날로 잘라낸 단면이 단편이다. 단편은 찰나의 순간을 다룬다. 단순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떤 소설은 은유를 앞세워서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소설을 읽기 어렵다고 푸념하는 독자들이 꽤 많다. 단편이 쉽게 읽히든 어렵든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우리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단편을 읽는다는 건 우리 자신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것과 같다. 조금 비약하면 내 앞과 옆에 있는 사람들, 혹은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온전한 모습을 이해하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의 삶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단편소설을 읽어야 한다(p.236~238)고 주해를 겸해 달아놓았다.

저자의 말을 이해하도록 이 책의 표제어로 쓰인 「라이프가드」의 한 장면을 여기에 적는다. "유지는 모아이 석상을 떠올렸다. 석상은 온종일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오래전 자신들의 찬란했던 영광을 반추하는 걸까. 아니면 전쟁도 약탈도 없는 평화로운 천 년의 세상을 생각하는 걸까. 어쩌면 자신을 빼닮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숨을 불어넣어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굳은 무릎을 펴고 일어나서 다시 활보할 날을 위해 뜨거운 햇살과 거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아이 석상이 크기와 무게만 다를 뿐 생김새가 전부 같다고 했다. 하지만 유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887개의 석상이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 모든 사람의 얼굴이 다른 것처럼 석상도 그럴 거라고 믿었다. 유지는 그 가설을 증명하기 이스터 섬을 찾아갈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석상의 사진을 찍어 이름을 붙여줄 생각이었다. 그 사진을 모아 책을 만드는 게 유지의 꿈이었다.(p.88)

 

 

독자는 중년 세대이다. 요즘 소설의 경향은 장편, 그것도 대하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분량이 길다. 단편 소설집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물다. 작가들이 단편보다 장편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씩 생각해보는 이런 질문은 이유가 있다. 독자가 소설을 많이 읽었던 시절은 우리나라가 산업화 시대였을 때다. 경제적으로도 아직 어려울 때고, 책을 사보는 여유도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장편을 읽어낼 시간도 부족했다. 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그런 시절엔 단편 소설이 주를 이루었다. 작가들도 단편을 많이 썼다. 독자가 읽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단편은 작가들의 노력으로 굉장한 작품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작가로서의 등단 보증수표라고 불리던 신춘문예도 단편만 응모할 수 있었다. 신문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장편은 부적절한 데다 60년대 이후 등단한 작가는 단편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듯했다. 당연히 우수한 작품이 많이 나오면 작가들의 꿈인 책 출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장편의 책을 낸다는 것은 가난한 출판문화계 입장에서 모험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편 장편의 시대가 바로 다가왔다. 일부 신문에서 신춘문예에 중편소설도 응모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당시 뛰어난 작가들의 역량은 대부분 단편을 신춘문예에 투고해 당선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었고, 또 그들은 실력도 뛰어났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던 것이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장편의 시대로 넘어갔다. 앞서 지적한 대로 경제적으로도, 시간으로도 독자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출판 문화업계도 실력 있는 편집자들에 의해 출판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적지 않은 액수의 현상공모를 하면서 우리 문학계도 장편시대로 접어든 느낌이었다.

 


 

당연히 훌륭한 작품들이 중량감 있는 소재와 주제로 장편으 집필하면 여러 권 시리즈로 발간해도 충분히 판매되기에 이른 것이다. 장편시대로 들어간 데는 인터넷 소설이나 웹소설, 드라마 등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으리라 독자는 생각한다. 마윤제 작가는 단편이 이만큼 훌륭한 작품이다는 증명이라 하듯 이 작품들의 수준이 대단하다. 물론 문외한인 독자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마윤제 작가에 대한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다. 그의 작가적 역량이 장편을 통해 데뷔한 것만은 아니라고 증명하듯 낸 이번 단편집에 실린 8개의 작품은 소재나 주제, 문체와 문장, 그리고 구성까지도 거의 완벽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소설의 참맛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 : 마윤제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났다. ‘Heaven, Mackenzie’라는 재즈바와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다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2012년 ‘마윤제’란 필명으로 세 소년의 모험을 그린 장편소설 『검은 개들의 왕』을 발표했다. 제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아르코 문학상을 수상했다. 뒤이어 우연히 잡지 [GIO]에서 읽은 기사에 이끌려 3년 동안의 긴 작업 끝에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를 배경으로 전설로 전해져오는 바람의 남자 웨나를 찾아가는 한 목동의 장대한 이야기를 담은 『바람을 만드는 사람』을 출간했다. 이후 특별한 서재 출판사와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한 특별 강연을 기반으로 『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를 펴냈다. 『8월의 태양』은 동해안의 한 항구도시에서 열리는 ‘뱃고놀이’ 축제를 배경으로 젊은 다섯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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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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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드라마틱한 소설처럼 읽히는 ‘그림과 함께 보는 고흐의 일대기’. 이 책은 슬픔으로 고뇌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용기를 준다. 고흐의 작품은 살아 있는 한 부딪쳐야 하는 어떤 역경 앞에서도, 살아 있기 때문에 슬퍼하면서도 폭풍을 뚫고 가는 역동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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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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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화가 중 큰 자리를 차지하는 거장들의 면모를 짚어낼 때 고흐(Vincent van Gogh)를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그의 작품보다 더 잘 알려진 불행한 일생 때문이지 모르지만, 그는 서양미술사나 예술사, 또 예술가들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림에 문외한인 독자도 관련 책을 볼 때마다 고흐는 거의 거기에 있었다. 독특한 붓터치로 놀라운 작품 세계를 그려낸 이유이겠지만 그때마다 거론되는 그의 정신병력과 젊은 나이에 자살을 택할 정도로 불행한 삶이 덧대어져 그는 드라마틱한 예술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도 팔리지 않았다는 점은 그의 작품이 더 평자들의 의식 속으로 파고 들어가 강렬한 이미지로 인식돼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흐는 짧은 화가 인생 10년 동안 유화 900여 점과 드로잉 1,100여 점을 완성했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그렸다고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과연 그 모든 작품이 지금까지 어디서인가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이 책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흐라는 화가 한 사람의 작품과 그와 교류했던 화가나 예술가 등, 그의 일생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낸 작품론이자 작가론으로 쓰여졌다. 그동안 독자는 고흐의 생애 겪었던 수많은 일들과 말이 어떻게 남아 있을까에도 의문을 품었다. 짧고 비사교적 인생을 살았다고 봐야 하는데도 어떻게 고흐의 행적이 그토록 자세하게 남겨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이 책과 함께 말끔히 씻겼다. 그의 평생 후원자와 보호자의 역할을 했던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흐는 다른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특별히 하지 않았기에 그가 남긴 말들은 오롯이 편지에 남긴 말들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편지 내용을 토대로 고흐의 일생을 서사 형식으로 써내린 독창적인 고흐 일대기이다.

 


 

이 책의 저자 이동연은 KBS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에 다년간 출연하며 ‘예술가와 뮤즈’를 다루었고, 그때 고흐를 방송한 인연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그래 자연에 폭풍의 드라마가 있듯 인생에 역경의 드라마가 있지. 그래도 약간의 여유와 약간의 행복이 있어. 그 형태를 실루엣으로 느끼게 하고 싶어”라는 고흐의 말이 고흐에 대한 책을 쓰는 동기가 됐음을 밝히기도 했다. 릴케가 쓴 ‘큰 슬픔이 우리를 자신에 얼마나 더 가깝게 하는가’라는 글을 읽고 고흐가 했던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모두 7개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 2장 「둥지」, 3장 「노란 집을 빌리다」, 4장 「고흐와 고갱, 가까이하기엔···」, 5장 「스스로 택한 고독의 길」, 6장 「별이 빛나는 밤에」, 7장 「들판과 밀밭과 까마귀와 뿌리」 등이다. 독자들이 고흐의 일생을 연대순으로 도판 자료 170여 점과 함께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고흐는 멋진 풍광보다는 그 내면을 끄집어낸 그림을 그리고, 미화된 삶보다는 인생 그 자체를 그렸다. 그러면서도 길지 않는 고흐의 삶은 인간이 경험할 만한 사연이 모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희로애락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흔적이 그림에 담기면서 역사상 최고의 공감을 일으키는 명작이 탄생한 것이다.

책은 고흐의 평범한 출생으로 시작한다. 1853년 네덜란드의 시골 준데르트에서 태어나 네 살 아래 동생 테오와 벌판을 뛰놀며 자랐다. 일찍이 학교를 그만두고 16세에 구필 화랑의 헤이그 지점에 취직해 그림 판매상이 되었는데, 영업 솜씨가 좋아 19세에 영국 런던 지점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 여기서 하숙집의 딸 외제니 로이어와 달콤한 관계를 맺는데, 나중에 그녀에게 정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져 자청해서 파리 본점으로 떠났다.

 


 

이후 고흐는 실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화랑을 그만둔 그는 어려운 사람을 돌보며 살겠다고 신학교로 간다. 광산촌으로 가서 전도사로 활동하던 중 성직자들의 위선에 실망해 신앙을 버리고는 깊은 번민 끝에 결심한다. ‘그래, 내 그림으로 사람들을 어루만지자. 힘겨운 실상을 그림으로 그리자. 한 장의 그림이 천 마디의 설교보다 더 감동이지. 그림을 본 사람들이 고흐는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말하게 하자.’고 결심한 것으로 저자는 전한다. 물론 테오에게 한 편지 속이었을 것이다.

고흐는 이 결심을 파리 구필 화랑에서 그림을 판매하던 테오에게 알렸고, 테오도 기뻐하며 형이 좋은 화가가 되도록 최대한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고흐가 천직을 찾은 과정이다. 그 뒤 37세까지 10년 동안 고흐는 파란만장한 화가의 삶을 살았다. 이 기간에 유화 900여 점과 드로잉 1,100여 점을 완성했다. 그중 팔린 작품은 딱 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고흐의 작품이 훗날 역사상 최고가(지금은 바뀌었다)를 형성할 줄을……. 반고흐 「의사 가셰의 초상」이 199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 달러에 낙찰돼 미술계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뉴스로 한동안 인구에 회자된 작품이다. 이 책 259쪽에 실려 있다. 이 작품은 고흐가 그린 3점의 가셰(당시 고흐의 정신과 의사) 초상 중의 하나로, 초상 작품의 걸작이다. 의사는 우리들 시대의 침울한 표정'을 가졌다고 고흐는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90년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일본의 제지사업자 료에이 사이토에게 낙찰되었다고 당시 뉴스는 전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고흐가 화가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세웠던 모델이 시엔(Sien)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춘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를 돕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으로 발전했지만, 양가의 반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뒤 고흐는 시엔과 그녀의 두 자녀를 버렸다는 후회로 괴로워한다. 사실 고흐 탓이 아닌데도 이 자책감은 평생 그를 떠나지 않았다. 이런 심적 부담에서 비롯되었을까? 그가 그리려는 대상은 영웅, 위인, 미인, 화려함 등이 아니었다. 황량한 대자연과 거기서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이런 리얼리즘적 특징이 〈감자 먹는 사람들〉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그림은 고흐의 염문설과도 관련이 있다. 물론 염문설은 한 성직자가 고흐의 모델이 되지 말라며 선동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이었다.

당시 고흐는 옆집에 살던 마르호트 베헤만과 열애 중이었다. 그녀는 고흐보다 열두 살 연상으로 직물공장 사장이었는데, 그녀의 가족이 혹시 경영권이 고흐에게 넘어갈까 봐 둘 사이를 반대했다. 이 사랑도 이루지 못하자 고흐는 파리로 떠나 테오의 집에서 기거한다. 그 시대 아방가르드였던 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이 자주 모였던 곳이 몽마르트르의 카페 탕브랭이었다. 이 카페의 여주인 아고스티나 세가토리가 고흐에게 호감을 가져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하고 임신까지 하게 된다. 이 시기 고흐의 무겁고 진지했던 화풍이 인상파의 영향으로 한껏 밝아졌으며, 고흐는 세가토리에게 결혼하자고 졸라댔다. 하지만 세가토리는 수입이 한 푼도 없는 고흐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안녕이란 말도 없이 고향 이탈리아로 떠나고 말았다. 마침 테오가 결혼할 때가 되어 고흐도 테오의 집에서 나와야만 했다.

 


 

딱히 파리에서 오갈 곳이 없어진 고흐는 테오의 도움으로 남프랑스 아를로 내려가 노란 집을 얻었다. 그는 이곳에 아틀리에를 꾸미고 파리의 화가들을 불러 공동체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꾼다. 그 일환으로 여러 화가들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고갱만이 이에 호응했다. 아를에서 고흐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지누 부인과 우체부 룰랭을 만났다. 그리고 유럽 최고 재벌가의 아들인 외젠과는 친구가 되었다. 이곳에서 고흐의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병에 담긴 15송이의 해바라기〉 등이 탄생했다.

하지만 고갱과 고흐가 그림 스타일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 급기야 고갱이 머나먼 타히티로 가기 위해 노란 집을 떠나게 된다. 그때까지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팔리지 않는 데다가 고갱까지 떠나자 고흐는 주체할 수 없는 실망 속에 빠져든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다가는 더 이상 그림도 그릴 수 없는 형편이었다. 물감조차 사기 어려웠던 것이다. 절망의 나락 속에서 고흐의 눈에 고갱의 펜싱 검이 보였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그 검으로 자기 귀를 잘랐다. 급기야 헌병이 달려오고, 이때부터 고흐가 미쳤다는 소문이 아를 지역 전체에 퍼졌다. 그래도 작업에 열중했지만 헌병대에서 수시로 고흐를 불러 조사했다. 그럴 때마다 지누 부인과 룰랭 가족 달려와 고흐를 감싸주었다, 이런 정황이 고흐를 또다시 자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왜 나는 늘 이렇게 끝나지? 가족과도 연인과도 이제는 이웃까지도……. 무엇 때문에 매사가 내 본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까? 결국 테오와도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겠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칠 일이야. 테오가 나 때문에 쓴 돈이 도대체 얼마야? 꼭 갚아야 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돈을 벌 방법은 그림밖에 없다. 그런데 팔리지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언젠가 팔리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테오에게 의지해야 하다니…….’

이런 외로운 상황 속에서 고흐는 어릴 적 듣던 자장가나 바그너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랬으며, 수시로 찾아오는 룰랭을 의지하며 견뎌내려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고흐를 ‘빨간 머리 미치광이’라 부르고 아이들이 무서워 외출하지 못한다며 헌병대에 고흐를 격리시켜 달라는 탄원서를 계속 넣었다. 이 모든 것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일방적인 악평이었지만, 민원제기에 시달린 헌병대장은 고흐를 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때 룰랭이 이렇게 탄식했다.

“세상에, 고흐처럼 정 많고 여린 사람을 우리가 품어주지 않으면 어떡하는가!” 그 뒤에도 고흐의 창작 열정은 지속되었다. 〈올리브나무의 숲〉,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첫걸음〉, 〈황혼의 산책〉, 〈비탄에 잠긴 노인〉 등등 희대의 명작을 계속 쏟아냈다.

고흐는 라부 부부의 여인숙 3층에서 5월 20일부터 7월 29일까지 약 70일 동안 기거하며 80여 작품을 남겼다. 매일 한 작품 이상을 그린 셈이다. 고흐는 이 시기에 비록 파이프를 물고 담배는 피웠지만 압생트도 끊고 독서와 편지, 예술 활동에만 전념했다. 고흐가 얼마나 정확히 움직였던지 동네 사람들은 고흐를 칸트처럼 ‘움직이는 시계’라 불렀다. 그런 고흐가 아낌없이 시간을 보낼 때는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더불어 장난을 칠 때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웃들은 고흐를 세상 어느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p.236)

 


 

보들레르도 춤을 ‘팔다리로 부르는 시’라 했던가. 바람이 분다. 밀밭이 황금색 물결로 출렁이는데, 고흐는 물랭루주에서 보았던 춤을 기억하며 그대로 춰본다. 어디선가 총소리 한 방이 들렸다. 밀 이삭을 파 먹으려는 까마귀 떼를 쫓기 위해서 그러는 모양이다. 평소 추지 않던 춤을 추니 세상이, 밀밭이 돌고 돌고 또 돈다. 하늘도 태양도 돈다. 고흐는 새하얘진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고 하숙집 계단을 올라갔다. 주인 부부와 딸이 놀라서 물었다. “왜 얼굴이 그렇게 창백해요? 가슴에 있는 그 빨간 자국은 뭐고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페인트 자국일 뿐…….”(p.269~270)

 

저자 : 이동연

 

이동연 작가는 KBS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에 다년간 출연하며 ‘예술가와 뮤즈’를 다루었고, 그때 고흐를 방송한 인연으로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주요 저서로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명작에게 사랑을 묻다》《예술, 사랑에 미치다》《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 신화》《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기》《대화의 연금술》(삼성생명 콘텐츠 제공) 《그래, 한 박자 느리면 어때》《명작으로 읽는 통섭의 한국사》《365일 니체》《이기는 리더십 10》《CEO형 인재》《행복한 꿀잠》등이 있다. 소설 작품으로는 《삼별초》가 있으며, 《소설 손자병법》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온라인 기업 콘텐츠(E-Learning)에 베스트셀러 《조선왕조실록 500년 리더십》과 《조선 야사로 본 비즈니스 전략》《김진명의 고구려 한민족 최강의 리더십》등이 출시 중이다. 삼성SDS, 우리은행,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주요 경영잡지에 기고했고, YTN, SBS, MBN, BBS, WBS, EBS 등의 방송 매체와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EMC, 대학교, 공무원 핵심 리더 과정 등에서 강의를 해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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