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전망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경제만랩 리서치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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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세계 최고다." 독자는 이 말을 들은 지 수십 년이 됐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증권이 나라 경제 정책의 중심에 서 있었다. 80년대 중반이니까... 어쩌면 가장 안정돼 있을 때인데도 부동산 문제는 늘 우리 경제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당시에는 '복부인' 열풍은 지났지만 여전히 서울 강남이 한참 개발될 때고 테헤란로를 중심으로는 이미 거대하고 비싼 토지·건물가를 형성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개발은 계속 확대되고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역)와 도곡동 지역까지 넓혀가고 있었다. 땅값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었지만 지금의 강남처럼 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준 분은 묘하게도 투자신탁회사에 다니는 지인이었다. 그는 창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투자신탁 회사 압구정지점의 직원이어서인지 돈을 맡기려 온 부유층 부인들을 주로 상대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싸오는 돈의 규모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일억 원이면 굉장한 돈인데 그런 손님이 꽤 자주 온다고 했다. 사실 증권투자를 염두에 둔 회사로서 부동산에 무슨 관심을 갖느냐는 독자의 질문은 거의 묻혔다. 이유는 "우리 회사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부동산에서 번 돈을 이제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 온다"는 말 때문이다. 재테크나 증권은 물론 부동산 등에 관심이 없었고, 잘 알지도 못한 독자로서는 그 한마디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후 5년도 안 돼 증권시장은 그야말로 열풍이 됐다.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고 뛴다는 말이 신문에 연일 보도되더니 급기야 '사상 최초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란 커다란 신문 제목을 접하게 됐다. 이미 부동산 문제는 정부가 200만 호 건설을 발표하자마자 묻혔다.

 


 

이 책 『빅데이터로 전망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의 저자 경제만랩 리서치팀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독자로서는 표제어와 비슷한 책을 많이 접했다. 이 때문에 자칫 관심에서 멀어질 뻔했다. 앞에 수식어처럼 되어 있는 '빅데이터로 전망하는'이라는 말을 뺀다면 사실 수없이 출간되는 책 이상의 자극을 주지 않는 책일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완전 다른 느낌이 든다. 이제 "단순히 감으로만 부동산시장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주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그려주는 시그널은 집값 향방을 예측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부동산 데이터들은 누구나 쉽게 접하고 구할 수 있다. 이제는 단순한 주택거래만이 아닌 매입자의 거주지별, 연령별, 거래주체, 거래 규모, 거래용도 등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과거보다 더 구체적인 시장분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반 사람들로서는 아직 해석하는 일이 낯설고 어려울 뿐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는 역사처럼,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일수록 과거의 경제상황을 현재와 철저히 비교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출간 이유이다. 그럴 때 미래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앞서 파악하고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가장 필요한 때 가장 좋은 집을 매수하고 싶다면, 미래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알고 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 책이 유용한 전략서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그래서 집값이 언제 오르고 언제 내리는가?”라는 저자가 스스로 내놓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 부동산시장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사이자 질문이다. 독자들이 가장 알고 싶은 부분으로 컨셉을 잡았다. 이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줄 부동산 전문가가 많지 않은 이유는 부동산의 변동 요인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트렌드 분석을 통해 시그널을 포착한다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견이 가능하다. 이 책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파악하고 분석해 올바른 투자전략까지 세울 수 있는 노하우를 담았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코로나19로 경제에 큰 변화를 맞이하면서 부동산시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팬데믹 때 정부의 재정지출 증대로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이루며 부의 양극화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엔데믹으로 들어서는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한다. 2장에서는 미래를 전망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로 부동산시장을 분석한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부동산 관련 데이터들을 서로 비교 분석하여 부동산시장을 예측한다. 3장에서는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중심인 서울 부동산시장을 분석한다.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서 공급문제를 해결한다면 부동산시장은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표를 데이터로 확인한다.

 

 

4장에서는 공급 정책의 핵심 지역인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살펴본다. 부동산시장에서 중요하게 분석해야 할 요소는 입지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입지 분석으로 부동산의 미래가치가 높은 곳을 짚어준다. 5장에서는 5대 광역시 부동산시장을 분석한다. 지역별로 부동산 편차가 다르므로 각 광역시마다 부동산시장을 보는 눈도 달라야 한다. 6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른 부동산시장을 살펴본다. 역대 정부의 정책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변동을 살펴본다면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7장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해서 알아본다. 수익형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과 데이터도 다르고 해석하는 부분도 다르다. 오피스텔, 상가, 토지 투자 방법을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와 함께 살펴본다. 부록에서는 부동산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사이트들을 공유한다.

 

"윤석열 정부는 전월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임대차 3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시장원리에 따라 임대인들도 자유롭게 공급량(전월세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의 물량이나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대신 시장원리에 부동산시장을 맡기는 것이다. ‘임대차 3법 폐지’가 공약으로 나온 것은 전세기간을 ‘2년+2년’으로 연장하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인상률을 5%로 묶어 전월세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전월세 물량 급감과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임대차 3법 폐지’가 현실화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이며, 다주택자에게 인센티브를 줘 전월세 매물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p.216)

 


 

저자는 책 서두에 「빅데이터로 부동산시장의 다가올 미래를 파악한다」에서 부동산 시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 영향에 따라 주목해야 할 이슈와 투자의 대상 또한 계속 변한다고 전제한다. 이에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빨리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고, 부동산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와 정책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고 현재 우리 부동산시장을 진단한다. 하지만 빅데이터·트렌드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시그널들을 포착한다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견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에서 폭증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해서 유용한 정보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매우 사소한 정보들이 이제는 디지털 정보로 기록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디테일하게 부동산시장을 분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내놓는 한국부동산원의 0.01% 오르고 내리는 주간 전국 아파트 가격을 보는 것보다 더욱 다양한 부동산 지표를 살펴보면서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부동산과 관련이 있너나 영향을 미치는 모든 지표가 100%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부동산원의 지역별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거래량 등을 조사한 결과 동두천시에 거주하지 않는 타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건수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는 조정 대상지역 조건에 해당하는 시그널이라는 것. 이후 동두천시는 거래절벽과 규제의 영향을 받아 일부 단지에선 가격 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에 이 시그널을 미리 파악했더라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실제 경제만랩은 조정대상지역 발표 이전인 2021년 8월 중순 '동두천시에 외지인들의 매입거래량이 증가했고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고, 언론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고 주장한다. 빅데이터의 효용성을 강조한 말이다.

 


 

저자는 부동산시장을 파악하려면 정치부터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앞서 언급한 6장 「정부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부동산 투자의 첫걸음이다」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부동산시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은 정치와 분리할 수 없다. 대통령과 여야구도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나오고, 그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주거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는 모든 정부가 동일하다. 하지만 어떻게 부동산시장을 이루어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은 들어선 정부마다 각각 다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개입해 안정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아니면 개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놓을 것인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정책이 나온다. 정부 정책만으로 부동산시장을 파악할 순 없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역대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았고, 어떤 공통점이 있었으며, 구체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파악한다면 향후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두가 잘살 수 있도록 더 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외치지만, 정부는 누군가의 희생 없이 돈을 지출할 수 없다. 개인이 잘살고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시장경제와 '작은 정부'가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시장자본주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시장은 자유시장경제에 맡기고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는 매년 상승하고 임금도 오르는데 규제만으로 집값이 내려앉긴 쉽지 않다는 논리다. 분명 단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엔 집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정부도 집값 하락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살피고 결과적으로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한 이유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 매입 계획에 대해 ‘이미 매입했거나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말한 부자들의 비중은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크게 없었다. 하지만 ‘매입할 계획이 없다’고 의사를 밝힌 부자의 비율은 강남 부자 57%, 강북 부자는 48%로 큰 차이를 보였고, ‘향후 정책 변화 등 추이를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강북 부자 36%, 강남 부자 26%로 강북 부자의 비율이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p.247)

 

저자 : 경제만랩 리서치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팀이다. 2018년 5월에 첫 론칭 이후 지금까지 수백 건의 부동산 실황 및 분석 자료를 주요 언론사와 부동산 관련 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저자 : 오대열

신문방송학 전공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일하다 부동산업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는 팀장으로서 경제만랩 리서치팀 총괄을 맡고 있다.

저자 : 황한솔

문과 출신이지만, 숫자에 강하다. 국내외 부동산 통계를 수집해 계량하고 분석·발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자 : 안주환

부동산을 비롯한 방송광고를 심의하다 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구 이동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의 미래가치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 : 황유상

오랫동안 부동산 업계에 몸담으며 다양한 부동산 자료를 작성하고 있다. 부동산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 : 박윤선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관련 업계로 이직했다. 부동산시장을 분석하고 활용 가능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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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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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등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언제든 명쾌한 답이 없어 다시 '왜 태어나는가'로 돌아가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계속되는 것 같아 별 소득 없이 생각하기를 멈춘 기억이 독자들에게 있을 것이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각 끝에 얻는 답은 '책을 읽자'이다. 이때 읽는 책이 대체적으로 철학 책이다. 철학을 전공하거나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 독자로서 철학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질문처럼 책을 통해서 얻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원인을 알아내기에도 벅차다. '생각하기'가 서툴러서 그럴까? 철학은 그렇게 독자에게는 늘 어려운 대상으로 생각됐다. 어려운 학문인 만큼 유명한 철학자의 사상이나 고뇌, 사유의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에도 벅찬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성 의문만 남긴 채 다른 책으로 시선은 옮겨간다.

독자의 경우 가끔은 문학 책을 접해본다.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의 성격, 성향은 어떤 상황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넘어서는가?에 접근해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위대한 작품일수록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바람에 그 또한 쉽지 않다. 이 책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의 저자 정구학은 학교 졸업 후 30년을 기자생활을 한 분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바가 없지만 유명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가 인터뷰한 6명의 각각 다른 분야의 철학자(인생철학자)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정리해 그들이 몸담은 분야에서 철학적 사고로 무엇을 이뤄냈는지는 명확히 드러나는 팩트이다. 그리고 직업도 잘 드러난다. 표제어에 등장한 '산책길'은 철학자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들이 생각을 끌어내는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방법이 '산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30년 베테랑 기자의 '촉'이 발동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 책은 저자 정구학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이자 거장인 큰 어른들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노학자 6인은 그들 각자의 인생관을 기초로 하여 인생의 가치와 목적을 정하고 망망대해와 같은 인생의 여정 속에서 때론 거친 풍랑과 파도를 넘어서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것은 그들의 연구나 사고가 외부적으로 인정을 받은 인물들과의 인터뷰이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선정된 분들과의 인터뷰에서 '인생철학'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은 저자가 의도적으로 그들의 답변을 끌어낸 것인지, 아니면 인터뷰한 이후 나온 내용을 종합해서 판단한 점에 근거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인생철학이란 용어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똥 철학'이란 의미를 넘어선 진정으로 삶에 대해 사유하고 분석해 나온 자신의 이념을 추구하고 유지한 분들은 분명하다. "이 책은 그 항해의 나침반, 인생의 지도와 같이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여섯 번의 인생 수업을 담았다"고 지적한 저자의 말로부터 이해될 문제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 책에는 자연과학자부터 인문학자와 통섭학자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도 다르고, 인생의 여정과 학자로서의 성과도 다르다. 그럼에도 그들은 공통적으로 ‘온전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며 삶의 가치와 의미를 지키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그들이 매일같이 지키며 실천하는 생활의 규칙과,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지켜야 할 인생의 정도(正道), 그리고 세상풍파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굳건한 인생철학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인터뷰는 모두 산책길에서 이뤄졌다. 매일 오후 똑같은 시간에 공원을 산책했던 칸트가 사고 체계를 정리했듯이, ‘걷는 자만이 생각할 수 있다’는 명제를 생각하며 여섯 어른들과 함께 길(路)을 걸으며 또 하나의 길(道)을 깨닫는 여정을 함께했다. 이시우 천문학자는, 천문학을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고 말한다. 별은 한마디로 부처라고 말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윤동주의 별에서도 생텍쥐페리의 별에서도 생각해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당황스럽고 이색적이지만 다음말에 주의를 기울인다. ‘무위(無爲)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별이 알려주는 철학이라고 천문학자 이시우는 강조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시우가 천문학을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문학의 눈으로 자연과학을 바라본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는 인간과 지구와 태양의 구성 성분을 놓고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방출된 물질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별은 한마디로 부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채우려는 인간들은, 별처럼 조절하며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는 것이다. 별이 살아가는 원리를 깨닫기를 바라는 천문학자의 바람이 별은 부처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해 낸다. 별이 무위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는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자연적인 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다 수용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반면에 인간은 조작을 많이 한다. 인간의 욕심 때문인데, 조작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이다. 유의적인 것을 버리고 무위적인 세계로 나아가려면 별을 봄으로써 별의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음을 밝힌다. 탐욕을 버리고 남과의 경쟁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또 강신익 의철학자는 "우리 몸은 누더기 상태의 불완전한 생물체"라고 말하며, 왜 아프지 말아야 하냐고 반문한다. '의철학'이라는 말은 사실 처음 들었다. 인터뷰에서 강신익 의철학자는 ‘health’는 치료와 예방이지 건강이 아니며,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은 미병(未病), 즉 아직 병이 나지 않은 상태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독자로서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20세기에 와서 평균 수명이 2~3배 늘어났는데 모두 의학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주 일부만 맞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손을 씻는 위생과 영양 공급이 3분의 2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니 의학이 기여한 바는 3분이 1 이하라고 설명한다. 요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여서 '면역'에 관한 정의도 의철학자 입장에서 새롭게 내놓는다.(독자로서 새롭다는 의미다) 그에 따르면 면역은 강하고 약함이 아니다. 적절과 부적저로 봐야 한다. 아토피에 걸린 아이들은 면역력이 지나치게 과한 것이다. 면역력이 지나칠 경우 외부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와 공격할 때 오히려 면역세포들이 과민하고 과다하게 반응하여 외부 세균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내 몸 세포도 공격한다. 이론 인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어려서부터 흙도 만지고 하면 외뷰 세균에 점점 적응이 되는데 말이다.

의철학자는 또 하나의 가설도 내놓는다. '기생충 가설'이다. 우리 몸속에서 감염을 막는 유익한 기생충마저 없어지면서, 또 기생충에 맞서 수만 년에 걸쳐 발달한 우리의 면역 체계가 상대할 기생충이 없어지자 우리 몸을 건드리기 시작하면서 아토피 같은 병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강신익 의철학자와의 인터뷰에서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일반 의학 상식과는 다른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츰 그의 말을 이해하다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털어놓는다. 우리가 과도하게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성찰이 필요할 듯하다.

 


 

조장희 뇌과학자는, 뇌는 ‘감정을 집어넣은 컴퓨터’라고 정의한다. 인간 생각의 90%가 감정의 산물이라며, 감정을 조절하는 절제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뇌도 근육처럼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나이 듦이 아니라 쓰지 않을수록 쇠퇴한다고 강조한다. 조장희 뇌과학자의 인터뷰에서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말을 많이 듣는 저자는 우리 몸의 각 부분을 통솔하는 기관이고, 신경계의 최고위 중추기관임에 틀림없어 뇌과학자에 관심이 있었나 보다. 특히 요즘 부쩍 늘어난 치매나 파킨슨 환자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의학계에선 "뇌는 아직 신(神)의 영역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정신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마음이란 무엇인가, 인간 정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등에 관한 관심이 컸다고 한다.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열쇠가 바로 뇌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미 뇌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시체의 뇌를 해부했다. 이처럼 인류는 뇌를 캐보려는 탐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저자는 이 세계적인 뇌과학자에게 "걸으면 뇌에 자극을 줘서 뇌가 살아난다"는 말에 대해 묻는다. 이에 조장희 뇌과학자는 "심장에서 나오는 피의 20%가 머리로 간다.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2%밖에 안 된다. 그러니까 운동을 하면 뇌가 다른 신체 조직보다 10배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운동하면 팔다리가 튼튼해지고 알통이 나오니까 좋아하는데, 그것은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모엇보다 뇌가 좋아지고, 걷거나 뛰어서 뇌에 산소도 많이 공급하고, 영양도 많이 공급하면서 늙어서도 알츠하이머 병이나 파킨슨 병도 안 걸리고 좋다. 심지어 술을 많이 마셔서 손상된 뇌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에 독자의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독자는 의사로부터 술을 많이 마시면 뇌(전두엽)이 손상돼 알코올성 치매 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바가 있어서다. 뇌과학자는 또 명상과 예술 감상 등이 뇌에 크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백종현 칸트철학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행복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임을 인터뷰를 통해 알려준다. 인간의 존엄성은 교환가치가 성립이 안 되는 ‘대체 불가’에 있다는 것이다. 또 행복 추구가 도덕과 충돌할 때는 행복을 피해서 도덕을 우선시하라고 그는 강조한다. 윤석철 경영과학자는 복잡하게 사는 현대인들이 강해지려면 거꾸로 단순화하라고 강조한다. 조직이나 사회뿐 아니라 개인의 인생 경영에서도 이 원칙을 추구해야 비로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복잡한 것은 약하고, 단순한 것은 강한 게 경영의 이치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어령 문학평론가는, 과학자 뉴턴을 ‘바보’ 라고 말한다. 사과가 떨어지는 중력의 법칙은 알았지만, 사과씨앗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가는 생명의 법칙은 몰랐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과 자본주의가 놓친 ‘생명자본주의’를 논하며, 세상이 과학만이 아닌 정신적인 조화를 꾀해야 인류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노학자이자 인생철학자인 6인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메시지를 만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걸어온 인생 탐구의 길은 각각 달랐지만 한곳에서 만나기 때문이란다. 바로 인생의 위기 순간에 어떤 지혜를 발휘할 것인가이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풍랑을 만날 때에는 먼저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제안한다. 지금의 자기 모습은 자기의 과거가 축적된 모습이기 때문에 때론 불편할 수도 있고 때론 외면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더더욱 ‘자기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고, 지금의 삶을 인정할’ 용기를 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실패했던 나도, 방황했던 나도, 좌절했던 나도 회피하지 말고 응시하면서 말을 걸어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인새의 좌표와도 같은 진리를 깨닫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 역시 삶의 세파 속에서 힘든 고비를 맞았고 역경을 겪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삶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이어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에 진정한 자아가 보였다는 것이다. 자신을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보이는 자화상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이 인터뷰집을 통해 부디 독자들도 자기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이해하고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행복 추구가 도덕과 충돌할 때는 피해야죠. 예를 들면, 내가 감을 먹든 떡을 먹든 상관없어요. 내가 감을 먹는데 남의 감을 따먹으면 안 되죠. 행복이 최고 가치라면 다른 것이 종속되죠. 행복하게 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도덕 가치가 위에 있다는 거예요. 내가 고통을 받더라도 인간의 도리라면 고통을 감내해야죠."(p.166)

 

저자 : 정구학

 

충남 예산 출생. 환일고와 한국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대 방문교수(연수)를 다녀왔다. 신문기자로 30여 년간 취재 현장을 돌아다니며 경제, 정치, 사회와 학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여러 사람을 접하면서 ‘사람은 다르면서도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깨달음이다. 삶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가, 세상에 지식을 전하려는 교수, 갈등을 해결하려는 정치인, 각박하게 살아가는 민초들…. 사회 구성의 사슬 속에서 각각 연결되어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각각의 고민과 메시지를 들어 전달하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인간의 연원과 역사, 지적인 능력의 한계, 앞으로 전개될 우주의 역사 등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해당 분야 철학자와 전문가들을 만나 물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기자로서 세상에 ‘소금’ 역할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부족한 능력과 게으름을 극복하려고 마라톤을 뛰면서 소금기만 잔뜩 흘리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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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서랍 - 필사 펜드로잉 시화집
김헌수 지음 / 다시다(다詩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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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서랍』을 펼치면 오래 닫아둔 서랍 속에서 환하게 불빛이 켜진다. 삭고 삭았을 그리움들이 홀연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 오른다. 감추고 싶은 숱한 낱말과 표정의 길 찾기. 무수한 별빛이 된 애틋함과 아련함 속에 시인의 언어와 그림은 예술로 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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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서랍 - 필사 펜드로잉 시화집
김헌수 지음 / 다시다(다詩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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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 『마음의 서랍』은 시인 김헌수의 시뿐만 아니라 그의 그림과 필사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놓은 '시화집(詩畵集)'이다. 표제어에서 보여지듯 마음 한구석에 서랍을 만들어 살면서 마음속에 저장하고 싶은 이야기와 인연을 담았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4개의 서랍을 만들었다. 시인은 무엇을 서랍에 담기 위해 서랍을 만들었을까? 이 시집 속의 시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림은 글로 미처 담아내지 못한 것들을 위한 시인만의 장치다.

시인은 밝힌다.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무수한 당신과 한 시절을 공유했던 풍경을 그리면서, 시절을 복기하는 일. 아프고 힘든 시기에 곁에 있어 힘이 되어줬던 사람, 가족, 친구, 잊지 못할 사랑과 다양한 계절의 변화가 펼쳐진다.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지의 추억, 애정하는 장소와 사물들, 퍼붓는 빗물과 밤하늘의 별과 날리는 눈발, 삶의 프레임에 들어와 앉은 사소한 일상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독자들에게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기분을 전환하고 재충전하는 기회를 주고, 풍부한 상상력과 놀라운 창의력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필사 그리고 펜드로잉이 실려 있다.

 


 

실제 이 시집을 펼치는 독자들은 시인이 직접 쓴 시와 그림을 보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시와 그림을 감상하면서 언어 감각을 기르고, 따라 쓰고 색칠하기를 하면서 예술적 정서를 습득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내면의 힘을 키워주고, 그대로 옮겨 써도 좋고,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넣어서 마무리해도 좋다. 글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기에 좋다. 손글씨로 눌러 쓰는 펜의 사각대는 느낌과 채색하면서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서랍에서 네 번째 서랍까지 이어지는 49편의 시와 그림, 서랍 속에 저장하고 싶은 사연과 꺼내서 읽어보고 싶은 사연,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보고 그려보면서 위로와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도 좋다.

 

읽지 못한 마음이 많은데

서랍에 넣어둔 네 마음을 묶었다

온종일 네 생각을 비우지 못하고

채우고만 있는

- 「서랍에 웅크리고 있는 조금 덜 슬픈 날」 중에서

 


 

이 시집에서 '서랍'은 시인의 마음속에 있는 비밀 저장소다. 책 앞 부분 「시인의 말」을 통해, "당신의 들판은 온통 초록인데 / 서성거리는 고요를 넣어두었네"로서 서랍에 들어 있는 것들을 추정하는 수밖에 없지만 시인의 삶에 등장하는(기억에 남아 있든 그렇지 않든) 모든 것들일 것이다. 첫 번째 서랍에서 시인은 「새털구름 같은 마음」을 슬며시 보여준다.

 

내 안에 깃든 당신에게

몸의 안녕과 마음의 안부를 여쭙니다

 

봄이 오면 일상의 회복을 기대하면서

반짝이는 햇살 아래를 걷고 싶어요

 

종일토록 새털구름 같은 마음을

봄볕에 걸어두고 싶어죠요

 

우울한 시절을 건너가는 요즘,

짱짱한 햇빛 아래 마음을 널어두고 싶어요.(p.12)

 


 

책을 펴낸 출판사 측에서 책 소개글의 추천평을 통해 이 시의 성격과 시인이자 화가인 일상, 그리고 시작과 그림 작업 등을 언급해 시를 이해하기 위한 독자들의 시 읽기를 도움이 될 것 같아 여기에 적어본다.

 

"화가를 꿈꾸던 시인, 시를 쓰는 화가, 둘 다 그녀다. 그녀가 소곤소곤 말을 걸어 온다. 진공(眞空)의 깊은 바닥으로부터 시작되었을, 잔잔하지만 진득한 속삭임에 잠시 미뤄두었던 멜랑콜리가, 오랜 시간 쟁여진 그리움이, 잊은 줄 알았던 그때 그 사랑이 문득 선명해진다. 환청처럼 환영처럼 다가오는 말과 그림 사이, 그녀가 기꺼이 남겨준 여백을 떠돌다 결국 내 마음의 서랍도 열릴 참이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만나 위로하고 위로받으리라."

- 유대수(화가, (사)문화연구창 대표)

 

"서랍 속 묵은 어둠을 생각한다. 풋풋하고 발랄했던 순간순간의 두근거림과 어쭙 잖은 다짐들, 치기 어린 말들과 발칙한 상상, 생채기 난 투정과 할퀸 흔적들, 사실은 별것도 아니었을 어렴풋한 기억들···. 『마음의 서랍』을 펼치면 오래 닫아둔 서랍 속에서 환하게 불빛이 켜진다. 삭고 삭았을 그리움들이 홀연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 오른다. 감추고 싶은 숱한 낱말과 표정의 길 찾기. 무수한 별빛이 된 애틋함과 아련함 속에 시인의 이름은 초승달처럼 새겨진다. “김헌수 시인, 내 낡은 서랍을 열어줘서 고마워요!”

- 최기우(극작가, 최명희문학관 관장)

 


 

「겨울은 늘 그렇게」도 첫 번째 서랍에 담겨 있다. 겨울에 대한 시인의 마음은 무엇일까.

 

지천에 쌓인 눈을 끌어안아요

조각달이 쓰다듬기 전에

햇살이 돌아오기 전에

흰 눈이 바람과 달려들어

겨울을 갉아 먹고 있어요

 

쌓이기 때문에

머무를 거라고 믿는 것들은

차가운 뿌리가 축복처럼 젖어들어도

다시 꽃 피는 봄을 데려오기 전에는

좀 더 일찍 가당찮은 희망을 품고 있어요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겨울은 늘 그렇게(p.36)

- 「겨울은 늘 그렇게」 전문

 

 


 

두 번째 서랍에는 여름에 대한 기억과 사람, 그리고 빵 냄새와 바다에 대한 추억도 되살려 낸다.

 

당신을 위해 굽는 크루와상

달콤한 라떼를 마신다

 

어느 해거름 다른 삶의 표정을 짓는

영혼이 촉촉한 목이 쉰 고양이 울음

 

슬프고 따뜻하고 이기적인 오후에는

빵 냄새가 고소하게 퍼진다(p.78)

- 「그녀가 빵을 굽는 오후」 중에서

 

사는 데 필요한 인연은 많지 않아도 된다고

죽음처럼 외롭게 사는 거라고

몰래 다녀가면 아프지 않을 테니까

 

사랑도 그랬으면(p.98)

- 「바다를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지」 중에서

 


 

아침 앞에서 나와 당신의 하루를 붙잡고

서로 적당하게 그리워하는 일이란

서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일이란

 

‘왈칵’이라는 부사가 평정심을 흔든다

- 「‘왈칵’이라는」 중에서

 

이 시집은 평소 그리 자주 읽지 않는 시에 대한 독자의 특별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보는 기회를 제공해 준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 시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감수성과 한땀 한땀 그려낸 시인의 정성과 마치 능숙한 옛날 조선 여인의 정교한 수예 솜씨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어찌 시인이 글자 하나 하나에 쏟는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지 않으랴. 화가의 붓 터치 한 번 한 번이 어찌 열정 없이 이루어지겠는가. 이 시화집은 옛 추억, 그리움, 아날로그의 감수성, 고향의 정겨움 등을 생각케하는 ‘선물’이었다.

 

저자 : 김헌수

 

1967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이 당선되었다. 비와 신 자두, 국수를 좋아하고 검정과 모든 흰 것의 경계를 찾는 것을 즐겨한다. 쓰고 그리는 것에서 힘을 얻고 다수의 산문집과 수필집에 삽화를 그렸다. 공감과 긍정의 힘, 자유로운 호기심으로 출렁이며 살고 있다. 2020년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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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방법
벨리움(윤현아)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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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라는 것이 꼭 돈만이 아닐 수가 있다. 그것은 나의 시간일 수도 있는 것. 얼마큼 스스로가 애정을 갖고 노력하며 많은 시간을 썼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이다. 돈을 쉽게 버는 것 같아도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1인 기업인들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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