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 - 싸우지 않고 이기는 심리 전략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잘 읽는 독자들 가운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안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동양고전 중 공자의 『논어』나 『손자병법』을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두 가지 모두 고전으로 꼽히는 책들이다. 고전이라고 해도 물론 책의 성격은 다르다. 그러나 이들 책이 요즘 출판돼 나오는 것을 보면 모두 자기계발로 묶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신화에서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은 인간의 신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나 영웅들의 무용담 등이 주로 적혀 있지만 문학 장르로 출발하고 문학의 텍스트가 됐다. 또 예술의 전 장르에서 활용되고, 인간 삶의 모습이나 교훈을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논어』나 『손자병법』도 마찬가지다. 모두 학문에 관한 학술서이지만 오늘날 자기계발에서 주로 다루어진다. 인문학적 내용이어서 그렇고, 전쟁에서의 전략·전술을 다루는 내용이어서 그럴 것이다. 특히 『손자병법』은 오늘날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이기는 법을 다루고 있어 더 활발하게 소개되는 것 같다.

『손자병법』은 난세를 살아내려고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저자는 몰라도(?) 제목은 안다는 책이다. 제목에 저자가 새겨져 있는데도 하는 말이니 그만큼 유명한 책이라는 반증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를 외쳐본 사람 또한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손자병법은 시대를 초월해 성공하려는 사람은 읽어야 하는 책이 되었고, 그만큼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손자병법이다. 하지만 손자병법 열세 장을 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현대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은 아직 없다고 한다. 『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은 그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 삼국지, 고려왕조실록 등을 심리학으로 분석해온 저자 이동연이 새롭게 내놓은 책이라고 한다. 현대 전쟁에서는 심리전이 이미 중요한 전술로 자리잡았다.

 


 

춘추시대에 탄생한 손자병법은 수많은 명장에게 승리의 혜안을 주는 자료가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손자병법을 활용해 고대의 조조가 삼국시대를 마무리했고, 근대의 나폴레옹이 유럽을 흔들었고, 마오쩌둥 역시 중국 대륙을 차지했다. 외교, 비즈니스,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미국에서는 헨리 키신저가 외교전에 손자병법의 원리를 응용했고,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은 손자병법을 읽으며 경영 마인드를 가다듬었다. 그만큼 손자병법 6,000여 자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인간 사회의 작동원리에 정통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손자병법을 오늘 우리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현대학문인 심리학으로 재해석해 놓은 것이다.

손자병법은 전쟁 기술을 많이 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전쟁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전쟁의 성격이 심리, 물자, 문화 등 인간 문명이 총체적으로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손자병법을 현대의 많은 이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았다. 더닝 크루거 효과, 피터팬 신드롬, 그릿 지수, 파레토의 법칙, 롱테일 법칙, 무게 중심론, 솔로몬의 역설, Cross-SWOT 분석, 점화 효과, 메타 인지, 이기는 습관 등 현대 경영 이론이 이 책에 녹아 있는 이유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을 때 손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너 자신도 알고 상대방도 알라. 그래야 백번을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 유명한 ‘지피지기 백전불태’이다. 이 책으로 모든 독자가 나를 알고 너를 알아 백전불태를 넘어 백전백승하기를, 궁극적으로는 싸우지 않고도 이기기를 기원한다.

 


 

중국의 춘추시대 천재 전략가 손무가 지었다는 병법서 손자병법이 이 세상에 나온 지 수천 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내로라하는 경영인뿐 아니라 후한 말 위나라의 전략가 조조, 근대 유럽의 역사를 바꾼 나폴레옹, 현대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물론 전설적인 정치가 헨리 키신저가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이 책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손자병법은 시공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의 사랑을 받다 보니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이 나오고 있다. 손자병법이 그 원본이야 달라질 수 없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은 그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 삼국지, 고려왕조실록 등을 심리학으로 분석해 온 저자가 손자병법을 심리학적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해 내놓은 독보적인 책이다. 과연 손자병법이 심리학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손자병법을 심리학적 견지에서 다룬 이 책은 단순히 병법 13가지를 해석한 것이 아니라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을 쏙쏙 뽑아 풀어냈다.

저자는 '머리말' 「손자병법을 심리학으로 읽다」에서 "카를 융, 알프레드 아들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심리학자들이 일생 동안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가"'를 염두에 두었다면, 손자는 평생 '어떻게 하면 상호 피해를 줄이고 이길 수 있는가?'에 몰두했다. 손자나 심리학자들이나 인간의 욕구를 유기체로 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인간의 욕구가 상호 충돌하는 것이 경쟁이고 전쟁이다. 그런 여건에서 손자는 가능하면 싸우지 말고 이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싸워야만 할 상황이라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손자가 '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上兵伐謨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伐城)'이라 하여 최상의병법은 적의 모략을 분쇄하는 것이고, 다음이 적의 외교를 와해시키는 것이며, 그다음에야 전쟁을 벌이는 것이고, 최하책이 적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벌모와 벌교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며 벌병과 공성은 피 터지게 싸워야만 겨우 이기는 것이란 말이다. 책에 따르면 이 네 가지 중 벌모와 벌교야말로 완전한 심리전이다. 그래서 손자는 1장부터 '싸우기 전에 먼저 헤아리라'고 했다. 헤아릴 때 군주와 장수, 군대를 서로 비교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포위, 정면 공격, 분산 공격, 방어 위주, 전쟁 회피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에 맞는 작전을 세우되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작전의 원칙은 적을 이용하는 것으로, 그러려면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여기서 우직지계(迂直之計)가 나왔다. 우(迂)로써 직(直)을 삼는다는 것으로, 적이 보기에 돌아가는 것처럼 하면서 곧바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적은 경계심을 풀고 있다가 기습을 당해 기절초풍하게 된다. 특히 손자는 장수에게 "적의 움직임에 따르지 말고 변화의 주체자가 돼라"고 했다. 변화의 선도자가 되어야 기궤다변(奇詭多變)할 수 있고, 정세의 추이에 따라 병략과 물자의 집중과 분산, 은폐와 과시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는 왜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을까?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주도권은 병력의 많고 적음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강해도 허점이 있기 마련이며 아무리 약해도 강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잘 파악해서 피실격허(避實擊虛)하면 전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으로 저자는 풀이한다.

 


 

이 책은 손자병법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이다. 원본 손자병법은 모두 13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 책 역시 각 편마다 1장(章)씩 모두 1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편마다의 제목이 원본 한문인데다 어려운 한자로 이루어진 것이 있어 제목이나 원본을 한 번 읽고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더욱이 70년년대 이후는 학교 때 한자를 거의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해석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이에 해석은 물론 적절한 사례를 세계사적 인물이나 사건 등을 통해 제시하고 풀이해준다. 1편 〈시계(始計)〉-「싸우기 전에 먼저 헤아려라」, 2편 〈작전(作戰)〉-「전쟁은 오래 끄는 것이 아니다」, 3편 〈모공(謨攻)〉-「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4편 〈군형(軍形)〉-「승리의 형세를 갖추어라」, 5편 〈병세(兵勢)〉-「기세를 타라」, 6편 〈허실(虛實)〉-「승리는 인위적인 것이다」, 7편 〈군쟁(軍爭)〉-「실전에서는 주도권이 중요하다」, 8편 〈구변(九變)〉-「변화에 맞춰 묘수를 두라」, 9편 〈행군(行軍)〉-「이동과 정찰과 주둔」, 10편 〈지형(地形)〉-「지형을 숙달하고 이점을 이용하라」, 11편 〈구지(九地)〉-「입지 조건에 따른 전략」, 12편 〈화공(火功)〉-「득이 없으면 나서지 마라」, 13편 〈용간(用間)〉-「첩보전의 승자가 최후에 웃는다」 등이다.

1편 〈시계(始計)〉-「싸우기 전에 먼저 헤아려라」에서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1편(장)의 주요 내용을 압축해 놓은 것이다. "시계에서는 전쟁하기 전 마음 자세를 이야기한다. 전쟁은 나라와 백성의 존망이 걸린 일이므로 시작하기 전 먼저 신중히 따져보라는 게 손자의 기본 생각이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는지 정세를 철저히 분석하라고 당부한다."고 해석해준다. 이어 원문을 뜻을 직역하고 보충 설명을 통해 원문의 뜻을 오늘날 전략적 측면에서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중국 역사는 물론 세계 역사에서 적용한 적절한 사례를 들고, 이를 현대인들의 성공 전략으로 사용된 사례도 빠짐없이 적었다. 3편 〈모공〉에서는 이기기 위한 꾀를 말한다. 여기서 지피지기가 나오는데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으면 가장 좋으며 전쟁은 오히려 차선책이라고 제시한다. 그릿 지수 높이기, 순서를 잡아서 공략하기, 용병술, 군주와 장수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군주 리스크, 피터팬 신드롬과 아무리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비결을 알려준다. 제4편 ‘군형’에서는 군대의 형태를 이야기한다.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형세를 유리하게 갖추면 전투에서 져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승리를 예측해도 장담하지 말고 공격뿐 아니라 수비도 주도적으로 하라고 요청한다.

 


 

또 5편 〈병세〉에서는 병사의 기세를 이야기한다. 원칙과 변칙을 병용해 융통성 있게 운용하고 강점으로 약점을 치며 대결할 때는 정면으로 하되 승리는 기습으로 이뤄내라고 한다. 공격할 때는 격류처럼, 사나운 매처럼 하며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고 외부 자극과 내면의 반응 사이에 공간을 두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고 한다. 제6편 ‘허실’에서는 비어 있는 것과 실제를 다루며 무게 중심론을 이야기한다. 주도권을 쥐고 때론 당근으로, 때론 채찍으로 적을 조종해서 평정심을 깨고 적의 의표를 찔러 적이 알아채지 못하게 차별화하라고 한다. 7편 〈군쟁〉에서는 기선을 제압해 주도권을 잡으라고 이야기한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서투른 군쟁은 삼가며 풍림화산의 자세로 공격과 수비를 하고 전리품은 공정하게 분배하라고 한다. 제8편 ‘구변’에서는 아홉 가지 변화, 즉 예기치 않은 변화에 대처하라고 이야기한다.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는 지형을 살피고 용병술에서는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며 판단에 착오가 있을 수 있으니 전부나 전무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9편 〈행군〉에서는 군대의 행동을 말한다. 군대는 행진은 계곡으로 하되 주둔은 고지에 하는데 이때 반드시 피해야 할 지형과 반드시 수색해야 하는 곳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쟁터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이상 징후 열네 가지를 잘 살피고 패색의 기미 또한 알아차려야 한다. 제10편 ‘지형’에서는 지형을 이용한 전략을 이야기한다. 손자는 지형마다 특징이 있으니 그에 맞게 작전을 펼치라고 하며 승리에 이유가 있듯이 패배하는 군대에도 이유가 있다고 한다. 11편 〈구지〉에서는 전쟁터 유형 아홉 가지를 제안한다. 적의 의표를 찌르는 속도로 전쟁에 몰입하고 상산에 사는 뱀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라고 한다. 제12편 ‘화공’에서는 불로 하는 공격을 이야기한다. 손자는 화공이 낮은 것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계책이라고 본다. 불을 이용한 공격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서 적뿐만 아니라 우리 편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을 때 사용하고, 수공 또한 후속 조치를 할 막강한 군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지막 13편 〈용간〉에서는 첩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손자는 적지에 첩자를 두어 운영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첩자가 하는 이간책은 이간질과 다르며 현명한 군주라야 뛰어난 첩자를 지혜롭게 이용해 위대한 공을 이룰 수 있는데, 이것이 곧 병법의 요체라고 한다.

 


 

이렇듯 심리학으로 풀어낸 손자병법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 인간 사회의 작동원리에도 정통하다. 따라서 답답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심리학이 만난 손자병법을 펼쳐 손자의 지혜를 헤아리고 저자가 탁월하게 해석한 심리학적 혜안을 얻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기 기대한다고 강조한다.

 

군인들 사이에 조직 동일시가 형성되려면 ‘업무 절차’와 ‘분배’ ‘상호작용’ 이 세 가지에서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업무 분담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때 업무 의욕이 저하된다.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멸감과 정보 소외를 느낄 때 충성심이 약화된다. 특히 개인이 조직을 위해 헌신한 정도와 분배의 비율이 맞지 않을 때 조직을 이탈할 욕구를 가지게 된다. 만일 칭기즈칸이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불공정 배분을 했다면? 세계제국을 건설하기는커녕 몽골 내 부족조차 통합하지 못했을 것이다.(p.225)

 

저자 : 이동연

 

이동연 작가는 KBS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에 다년간 출연하며 ‘예술가와 뮤즈’를 다루었고, 그때 고흐를 방송한 인연으로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주요 저서로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명작에게 사랑을 묻다》《예술, 사랑에 미치다》《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 신화》《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기》《대화의 연금술》(삼성생명 콘텐츠 제공) 《그래, 한 박자 느리면 어때》《명작으로 읽는 통섭의 한국사》《365일 니체》《이기는 리더십 10》《CEO형 인재》《행복한 꿀잠》등이 있다.

소설 작품으로는 《삼별초》가 있으며, 《소설 손자병법》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온라인 기업 콘텐츠(E-Learning)에 베스트셀러 《조선왕조실록 500년 리더십》과 《조선 야사로 본 비즈니스 전략》《김진명의 고구려 한민족 최강의 리더십》등이 출시 중이다. 삼성SDS, 우리은행,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주요 경영잡지에 기고했고, YTN, SBS, MBN, BBS, WBS, EBS 등의 방송 매체와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EMC, 대학교, 공무원 핵심 리더 과정 등에서 강의를 해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의 인생 수업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성지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세 시대'란 말이 이젠 자연스럽다. 이 말이 나온 지 불과 10년도 안 된 말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함께 긍정적 방향으로 장수와 건강의 문제에 접근하려는 사람들 덕에 유행어처럼 확산된 때문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사실 100세라는 인간의 수명으로 치자면 '꿈의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간혹 100세 이상의 수명을 누린 이들이 적잖은 탓이리라. 인간의 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의학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명학자들은 의학의 힘에 덧대어 '생명' 운동의 역학적 기능으로 이를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100세는 누구나(?) 원하지만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따른다. 바로 건강이다. 이 건강은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이 책 『어른의 인생 수업』은 100세 시대(‘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인생의 절반을 통과한 저자 성지연이 지금까지의 삶을 반추하며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늙어가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 인문 에세이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전, 역사, 철학, 소설, 시, 에세이, 예술, 경제,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넘나들며 인생에 관한 통찰을 전한다. 셰익스피어의『리어왕』을 통해 리어의 오만함을 꼬집으며 노년의 부모와 자식 간의 건강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으며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삶의 보편성을 말한다. 또한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를 통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를 이야기하면서 나 자신만의 행복한 노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내 나이쯤 되면 삶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선명해지고, 더는 흔들릴 일이 없는,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될 줄 알았다. 젊은 사람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건 없다. 외려 반쯤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마음만 더 급해진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앞으로 남은 삶에선 어떤 의미를 찾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를 지금 생각해놓아야만 한다.” 저자가 남긴 출간의 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자도 이미 공자의 '오십 지천명'과 링컨의 '사람의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들은 들은 바 있다. 나이 50이면 중년의 나이로 사회적 인식이 돼 있다. 굳이 100세 시대가 아니어도 훨씬 이전부터 50엔 중년에 접어든 나이라고 생각해 왔다. 중년이 되면 이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았다는 비관적 시선보다는 아직 살아갈 날이 지나온 날 만큼 남아 있다는 낙관적 해석이 훨씬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나 그것은 책에서의 이야기이지 실제 현장에서는 50이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부터, 자신의 활동 범위가 그만큼 좁아지고, 사회에서의 대우도 점점 줄어드는 것은 느끼게 된다. 즉 앞으로 남은 최소한의 삶을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되는 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인생에 관한 깨달음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때문에 독자들도 자신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저자가 살뜰하게 골라낸 인생의 말들 덕분에, 이 책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행운을 빌어주는 저자의 응원의 목소리에 유대감도 생긴다. 이 책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면서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이 50이 되면 이제 절반이다라는 인식보다는 이후 생계 문제부터 시작한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중년의 나이 50에 들어선다면 1970년대 생이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난을 면하려는 부모의 피땀어린 노력을 보고 자랐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대학까지 보낸 경우라면 더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 이유가 생계 해결과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는 데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식하고 보고 느낀 세대다. 그리고 자신들의 자녀를 키울 때는 수입도 크게 늘어 생계 유지뿐만 아니라 레저 등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문화도 어느 정도 익숙해 있다. 그러나 자신이 그런 사이에 끼어 있다는 인식은 해보지 못했다. 그런 인식은 주위로부터 온다. 똑같이 열심히 일했는데도 어떤 사람은 자녀 유학을 보낼 수 있는데 다른 어떤 사람은 유학은커녕 대학까지 가르치면 다행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삶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다. 소득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노후가 함께 마련될 정도로 수입은 아니었다는 벽에 부딪치는 세대다.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세대의 아픔을 겪을지라도 살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노후 대책에 대한 수많은 책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는 최소한의 경제적 문제, 새로운 취미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방법 등에 관한 책은 많다. 그러나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후 문제이다. 국가의 복지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상태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씀씀이를 줄여서 책들이 제시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해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예전에는 자식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도움이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을지라도 지금 중년은 그것도 기대할 수 없다. 스스로 많이 낳는 것보다는 적게 나아 많이 가르치는 방법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침에 눈뜨는 것이 두렵고 후회와 불안으로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면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겁냐고 사회 현실의 탓을 하는 수도 있다. 경제적 현실의 벽에 부딪쳐 하고 싶었던 일을 시도조차 하지 못할 때,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참고 다녀야 한다. 이런 일은 익숙해서 어렵지 않다. 사실은 익숙해서 일한다기보다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친구들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달랠 것이다.

우리 독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는 저자는 인생의 고비를 맞닥뜨릴 때마다 마음의 방에 자신을 가둔 채 우울해하면서 주변 사람을, 상황을, 세상을 탓하기보다 수많은 책을 읽으며 책 속의 또 다른 어른들이 들려주는 말들을 통해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한다. 사실은 그것도 저자 자신이 해오던 일이어서 계속했을 뿐일 수도 있다. 다만 저자가 해온 일이 당시엔 인기 없는 인문학적 분야의 일이어서 선택 당시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은 많이 읽었다. 아마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고전을 통해 노후까지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마지막 방법일지도 모른다. 저자보다 앞서 인생을 살다 간 어른들부터 저자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의 말들은 저자가 삶을 사유하는 힘이 되었을 뿐 아니라 무채색에 가까웠던 저자의 일상을 무지갯빛으로 바꾸어놓았다는 생각이라니 말이다.

 


 

저자는 밤하늘을 밝혀주는 수많은 별처럼, 자신이 걷고 있는 인생길의 불을 밝혀준 많은 책들 중에서 50권을 가려 뽑아 그곳에서 길어 올린 삶의 깨달음을 전한다. 이를테면 『노인과 바다』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는 건, 이만한 나이를 먹고 보니 삶은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나온 삶에는 여러 성공과 실패가 섞여 있다. 내 낚싯줄에 어떤 물고기가 걸릴지 알 수 없듯, 성공도 실패도 내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언제 물고기가 튀어 올라 상처를 낼지 알 수 없듯, 삶의 모든 일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고서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해본다. “연극으로 보지 못하고 대본으로만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는 데는 시간이 적잖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작품 속 가족 이야기를 마주하기가 힘들었고, 또 자꾸 내 가족 이야기를 떠오르게 했다. 이 희곡을 쓰기 시작했던 쉰한 살의 오닐처럼 우리나라 대다수 오십 대에게 가족은 두 겹으로 이루어진 삶의 울타리다. 태어나면서 운명으로 주어진 가족이 한 겹이라면, 내가 선택한 가족이 다른 한 겹이다.” “나는 어릴 적 엄마에게 많이 야단맞으며 컸다. 엄마는 예민하고 엄격했다. 거리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결혼한 후 엄마와 다시 사귀게 되었다. 저자의 책 읽기는 삶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삶의 지향점이 된 것으로 독자들이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책에는 저자가 아이를 낳고서야 엄마가 셋이나 되는 아이를 친정에서 먼 타지인 부산에서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처음에는 가까운 친구들조차 없었으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엄마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생각해봤다고 해서 우리 모녀간의 거리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를 이해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심리적 거리감은 한 뼘 정도 가까워진 셈이다는 말을 쓴 것으로 보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고백적인 서술은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제 남은 내 삶에서 나는 엄마의 삶을 얼마나 더 이해할 수 있을까. 삶이 오닐의 말처럼 여로(旅路)라면, 나의 이 여행 끝에선 엄마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서 있길 소망한다.” 이 같은 서술들은 책 속에서 수없이 발견된다. 이것이 그동안 그의 삶을 지탱해줬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이 책을 내게 된 것도 그때에 쌓아두었던 인문학적 소양이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는 ‘죽음’과 가까워지는 나이에 이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나이 듦을 피할 수 없으며 종국에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은 결국에는 그 유한함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저자는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잘 살아가고픈 마음에서 『파우스트』(1831)에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2018)까지, 고전, 역사, 철학, 소설, 시, 에세이, 예술, 경제,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며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인생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는 인문 에세이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독서 에세이로도 읽힌다. 더군다나 저자의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독서력 덕분에 우리의 세계는 한층 더 깊고 넓어진다. 인문학적 소양은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줄 아는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며,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건네고 주위를 돌아보고 챙길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삶이다. 얼핏 진부해 보일 수 있는 결론이지만, 인생의 진리라고 하는 것은 평범하면서도 우리들 가까이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어른의 인생들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좋은 삶’이란 자기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며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살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이, 사회적으로 누구나 우러러볼 만큼 성공한 삶이 아니다. 저자가 남은 인생에서 지향하는 바이자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당연시하지 않고 감사해하며 다른 사람이 잘되었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해줄 줄 아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느라 후회와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지 않는 것이다. 성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설령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보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너무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행복을 해칠 수 있다. 남들은 다 행복한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럴까, 자책과 우울감이 깊어진다. 나이를 먹는 건 결국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좋지 않은 날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일이다.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즐기고, 좋지 않은 일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로 넘기는 것이 낫다.(p.318)

 

저자 : 성지연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부산으로 이사 간 뒤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들어가 인간과 사회를 배웠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수영의 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최인훈의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잠시 일했다. 2019년 여름부터 2021년 겨울까지 『주간경향』에 ‘오십, 길을 묻다’를 연재했다. 2022년 봄부터 『여성동아』에 ‘성지연의 다시 만난 그녀들’을 쓰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정체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물이 있어 - 은모든 짧은 소설집
은모든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 서사시에서 발달한 이야기 쓰기 형태로 보이며, 이러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를 소설가라 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영어의 Novel을 소설이라고 간단히 번안하여 소설 전반을 범칭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Novel은 근대 장편소설을 지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소설 전반을 아우르는 범용어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단편소설의 경우 Novel 대신 Short Story라 한다. 중편소설은 이탈리아어인 Novella를 쓴다. Novel와 Novella는 ‘이야기’ 와 ‘소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소설 문학은 예부터 길이에 따라 장편, 중편, 단편, 꽁트로 분류해 왔다. 영어권 국가에서 소설은 6만~ 20만개의 단어 또는 300~1,300페이지의 길이로 장편, 중편, 단편, 콩트(掌編)로 구별된다. 예전 한국에서는 200자 원고지 분량으로 장편, 중편, 단편 모두 소설로 분류했다. 지금은 분량으로 구분하는 것 같지만 200자 원고지보다는 영어권의 분류에 따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편 근대 소설을 뜻하는 영어 Novel은 중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노벨라(이탈리아어: Novella)에서 온 것으로 이 말은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이란 뜻을 담고 있다. 로망스와 달리 노벨라는 데카메론과 같이 현실의 세태를 반영한 이야기가 특징이다. 소설은 희곡이나 운문에 비해 구성면이나 음률면에서 제한을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소설은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벌이는 행위를 다루게 된다. 소설의 기원은 고대부터 내려온 신화, 서사시 등의 이야기이다. 즉, 서양의 그리스 신화나 한국의 주몽 신화 등의 신화에서부터 일리아드, 동명왕편 등의 서사시가 소설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콩트는 단편소설의 길이보다 짧은 분량의 이야기를 말한다. 형식적인 분류인 소설의 길이로 나누는 것이니만큼 이야기의 구성이나 표현 등은 소설과 같다. 다만 길이가 짧은 만큼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기간의 사건이나 상황을 묘사하고 문장 또한 간결함을 생명으로 한다. 짧은 시간에 잘 읽히기 위해서는 강렬한 임팩트로 교훈이나 작가의 의도가 담겨야 하므로 훨씬 스킬이 요구되는 것처럼 느껴져서인지 어느 곳에서도 작가들의 호응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교훈이 담긴 옛날 이야기라는 의미의 콩트의 기원은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 발표한 콩트집이라고 한다. 「거위 아줌마의 콩트」라는 부제로도 유명하다. 페로의 대표적인 콩트 열한 편이 담겨있다. 이 콩트 모음집의 기원은 샤를 페로의 셋째 아들 삐에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세 아들의 교육을 직접 맡았던 샤를은 아들들에게 작문 숙제를 자주 내 주었는데 특히 삐에르가 유난히 문필이 뛰어났다. 1694년 샤를은 15세가 된 삐에르가 공책에 적은 다섯 편의 콩트가 비록 서툰 면이 있지만 흥미로운 데다가 삐에르가 당시 비슷한 나이의 왕녀 엘리자스 샤를롯 도를레앙의 개인비서가 되어 출세를 할 수 있도록 글을 손보기 시작한다.

삐에르가 적은 주제를 기초로 하여 샤를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빨간 모자」, 「푸른 수염」, 「고양이 나리 또는 장화 신은 고양이」, 「요정들」 등을 지었고, 전문 서예가에게 맡겨 아름다운 글씨체로 필사하게 하였다. 여기에 샤를은 각 콩트의 주제에 맞는 그림을 직접 그려 넣기도 하였으며, 붉은 가죽 장정으로 제본을 하고 오를레엉 가문의 문장을 새겨 넣어 1694년 말 또는 1695년 초에, 아들 삐에르의 이름으로 그녀에게 보내게 된다.

 

 

이 책 『선물이 있어』에는 모두 17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단편소설집을 자주 읽는 단박에 눈치채겠지만 책 한 권이면 단편소설 7~8편이 담기는데 이 책에는 17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콩트라고 불릴 만한 소설들이다. 길이로 말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장르의 시도는 아니다. 이 때문인지 출판사 측은 소설 『모두가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안락』, 『애주가의 결심』 등으로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 온 은모든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짧은 소설집'이라고 소개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짧은 소설에 최적화된 경쾌한 속도감과 산뜻한 유머 감각, 대담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17편의 이야기가 멈출 수 없는 몰입의 시간을 선사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문, 소설 속 열린 결말을 저지하는 조직, 수상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바 등 매력적인 키워드로 일상과 환상을 연결한다. 또한 슬럼프에 빠진 무명 배우,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60대 여성 특수 요원, 엄친딸의 비밀을 알게 된 초짜 마케터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가능성과 스펙트럼을 펼쳐 낸다. 이 책 『선물이 있어』에서는 은모든 작가 특유의 경쾌한 속도감과 산뜻한 유머 감각, 대담한 상상력이 짧은 소설이라는 장르와 만나 마법 같은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웃다 보면 어느새 다정한 온기가 지친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 줄 것이다.

 


 

이 책 『선물이 있어』는 4부로 구성된다. 1부 〈스파이와 눈사람〉은 타인의 온기에 기대 인생의 혹한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눈 내리는 도로에 갇힌 「싱글 대디」, 빠듯한 한 해를 버텨 낸 신혼부부 등이 타인을 보듬는 풍경에서 관계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조직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구원자로 나선 충청도 출신의 중년 여성 특수 요원의 등장은 색다른 웃음과 함께 기존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2부 〈시간을 열면〉에서는 은모든 작가가 고택에서 묵을 때 구상하게 되었다는 조선 시대 마님 허 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채에 갇혀 살았던 마님들이 우울증에 시달렸으리라는 짐작에서 출발한 이 인물은 스스로 시간의 문을 열고 나와 정신과 진료실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개성 강한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의 문을 열게 된다.

3부 〈12월의 마지막 토요일〉에서는 이야기의 범주가 좀 더 확장된다. 태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 펼쳐진 민주주의 운동인 「밀크티 동맹」과 동명의 제목이 붙은 작품이라든가, 작가들을 대상으로 열린 결말을 닫도록 압박하는 조직이 등장하는 「결말 닫는 사람들」, 퀴어 커뮤니티의 맛깔난 연애담에 귀 기울이게 되는 「584마리의 양」 등이 재미의 외연을 안팎으로 확장한다. 4부 〈블랙 크리스마스〉는 혐오를 기반으로 한 유머가 더는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대의 풍속도를 보여 준다. 시작하는 연인들과 첫사랑의 복수를 다짐하는 바텐더, 승진은 밀렸어도 인간의 소망에 복무한다는 강령에 충실한 천사가 서로 교차하는 크리스마스이브 바의 풍경이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그해 내내 모니터로 바라보며 증오해 온 악당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순간, 그들이 쓰러지던 시점에 퍼져 나간 매캐한 화약 냄새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날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자주 되짚어 보며 음미한 날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변함없는 일상에서 에이미는 때로 용납하기 힘든 불친절이나 무례한 상대를 만나면 속으로 나는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어, 하는 생각을 했다.(p.29)

- 「인재를 찾습니다」 중에서

 

어머니는 누구도 엿듣지 못하도록 허 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중에는 반드시 남다른 문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문이 될지 모르므로 안채뿐만 아니라 집 안의 모든 문을 샅샅이 확인해야 한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 문을 열면 아무도 모르게 특별한 마실을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 어머니도 그 덕에 견딜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p.67)

- 「오프 더 레코드」 중에서

 

실상 누구나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지만, 때로 은우는 그런 관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남들이 호소하는 외로움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결은 다른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은우는 아직 그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 낼 말을 찾지 못했다. 뭐든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이 직업이자 특기인데도 그랬다.(p.174)

- 「584마리의 양」중에서

 


 

저자 은모든은 책 뒷 부분의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거치며 탄생했다고 밝힌다. 유독 길고 어둡던 시간을 통과하며 어느 때보다 타인의 무탈과 무사를 기원하게 된 마음들이 17편의 소설에 알알이 박혀 있다는 것. 그 친밀과 유대의 이야기는 지난한 매일매일이 우리를 할퀴고 가는 이 시대에 섣부르지 않은 위로, 그리고 나란히 걷는 보폭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는 "이 세상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과 가장 닮은 풍경이 있다면, 다름 아닌 해가 떠오르는 모습"(「결말 닫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시대는 쌀쌀맞고 우리 행성은 병들었으며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화가 나 있지만"(박서련 추천사) 다행이다. 여기에, 또 한 해를 살았다고 위로하고 다시 한 해를 살아갈 수 있으리라 격려해 주는 선물이 있으니까.

"표제작 「선물이 있어」에서 성지는 무릎까지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사람처럼 겹겹이 닥친 불운에 발이 묶인 상태지만, 소박한 계기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언젠가 현재의 지난한 매일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을 날을 그려 봅니다. 모쪼록 이 책의 짧은 이야기를 읽거나 들으신 분들도 기나긴 겨울처럼 웅크려 지내야 했던 시간 동안 쌓인 회한이 어느새 아득히 물러나는 순간을 맞이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바로 그런 선물을 받으실 수 있기를, 무엇보다 다가올 새해에 무탈하시기를요."(p.214)

 

저자 : 은모든

 

2018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애주가의 결심』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꿈은, 미니멀리즘』 『안락』 『마냥, 슬슬』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오프닝 건너뛰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퓨처미 다이어리 I&ME - 인문학과 경영철학이 담긴 성장일기
스타북스 편집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해 말쯤 되면 독자는 새해 캘린더와 다이어리 등을 새로 장만한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는 달력이 있으면 새로 살 필요가 없지만, 다이어리는 매년 새로 구입하는 편이다. 업무용이야 회사에서 제공되는 것이면 충분하지만 개인용 다이어리는 가장 좋은 걸로 새로 구입하는 편이다. 올해는 이 책 『퓨처미 다이어리 I&ME』가 결정됐다. 이런 일은 어쩌면 독자만의 연례 행사가 아니다. 누구나 필요한 것이 달력이고, 다이어리다. 가정 살림까지 맡아한다면 어쩌면 가계부도 새로 장만해야 하지 않을까. 책처럼 꾸며진 『퓨처미 다이어리 I&ME』(이하 I&ME)는 4년 동안 쓸 수 있게 구성되었으며, 아무 때나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 날부터 자기가 직접 연도를 적어 넣으면 된다.

이 다이어리에는 특히 성공한 미래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세계 3대 소설로 일컬어지는 글이 실려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완역돼 실려 있다. 3편의 소설은 읽는 세대에 따라 느낌이나 감동이 다른 명작으로 전 인류가 사랑하는 작품들이다. 또한 새해의 시무식이나 연말의 종무식에 빠지지 않고 정치인들의 말싸움에 자주 등장하는 불멸의 고사성어 365개를 선정하여 매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삼성 이건희 회장의 100대 명언을 비롯하여, 애플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등 현대에 가장 성공한 세계 최고 창업경영자 6인의 경영철학과 노하우가 담긴 말 365개를 선정하여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밖에 마지막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가볍게 적어보는 버킷리스트 코너는 또 다른 일기가 될 것이다. 부담 없이 하고 싶은 일들을 일기 쓸 때 함께 적어보는 코너로 공부, 직업, 취미, 여행, 사랑 등등등을 메모하듯 쓰다보면 의외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언가를 알게 되고 덤으로 재미있는 또 하나의 가장 특별한 일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생생한 기억보다 희미한 기록이 낫다는 말이 있다. 기억은 블랙박스와 같다지만 그것은 오류나 조작을 동반한다. 또한 기억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추억을 편집하기도 하지만 기록은 진실을 말한다. 따라서 일기는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확실하고 완벽한 준비다. I&ME를 편집 제작한 스타북스 편집부는 "일단 써보라!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낙서하듯 써보면 때로는 로또보다 더한 기적이 찾아올 것"이라고 조언한다.

저작자에 따르면 I&ME는 위기를 기적으로 바꾸는 마법의 자기계발서를 펴내는 심정으로 제작했다. 또 쓰고 읽고 생각하면서 내 역사 내가 만든다는 각오로 매해를 활기차게 보내는 사람들에게 많은 삶의 영감을 주도록 꾸몄다. 앞서 언급한 삼성 이건희 회장의 100대 명언을 비롯하여, 애플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거 등 6명의 세계최고 창업경영자들의 경영철학과 노하우가 담긴 명언 365문장을 담았다. 이들 위대한 창업자들의 도전정신을 내 것으로 하도록 매일 한마디씩 페이지의 맨 윗 부분에 적어 넣었다. "오늘부터 다이어리의 트렌드를 바꾼다"는 개념으로 다이어리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야심작으로 내놓았다. 어렸을 때 일기 쓰던 생각으로 되돌려본다면 이 다이어리를 펴낸 스타북스 편집부의 제작 취지가 마음속으로 들어와 박힌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나에게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꿈을 온전히 실현시킬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I&ME는 세련된 색상과 중후한 멋의 하드커버 디자인은 누구에게나 만족감과 안정감을 준다. '나의 이야기'를 고전책에 써 넣는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편집부의 말대로 일기는 자신의 내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시키고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독자는 어렸을 땐 열심히 썼으나 사회 생활하면서 멈추었다. 사회 생활이 만만치 않아 일기를 계속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특히 비슷한 일상이 매일 반복되는 바람에 특별히 쓸 일이 없다는 생각이 멈추게 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라고 되돌아본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년 째 가끔씩 메모처럼 몇 자 적는 생활을 해왔다. 쓸 것이나 소감이 없다면 그저 명언이나 명문 하나 쓰고 그 문장에 대한 소감을 쓰기도 했다. 물론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꾸준히 이어오진 못했으나 이 I&ME 사용을 계기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꾸준히 일기 형식의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자서전 한 권으로 엮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I&ME는 4년 간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로 구성돼 있다. 물론 1년에 써도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4년간 같은 날 무엇을 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노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4년간 하루 한 줄씩 같은 날짜에 적어 놓으면 다음해에는 무엇을 했는지, 또 그 다음해는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가 한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적은 다이어리는 노년 생활을 위한 계획 짜기에도 좋은 재료가 될 것으로 독자는 확신한다. 일년 중 어디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는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경제적 능력과 비교해 가며 계획을 수립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독자가 I&ME를 사용하면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여기에 실린 3편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자아 성찰을 통해 내면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어린왕자』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속에는 우리의 삶의 모습들이 용해되어 있다. 허풍쟁이, 과대망상증의 권력가, 주판만 두드리는 장사꾼, 약장수, 점등인 등, 이 땅에 존재하는 여러 부류의 군상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리고 사랑의 의미와 사랑하는 법이 용해되어 있다. 죽음의 의미와 소중한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깊이 있는 대답을 준다. 어린왕자는 우리에게 삶을, 사랑을, 우정을, 미움을, 질투를, 죽음을 가르쳐 준다는 게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스타북스가 다이어리 I&ME에 이 소설을 게재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또 나이 많은 어부의 고독한 싸움을 통해 인간의 불굴의 정신과 존엄성을 그려낸,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도 의미가 크다.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오랫동안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하지만, 바다와 싸우며 바다의 냉혹함에 결코 굴하지 않는다. ‘파괴될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다’는 노인의 불패 정신은 근본적인 인간 승리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사투를 통해 독자들에게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초극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 내용이 I&ME의 발간 취지에 잘 맞는 소설이자 명문이어서 다이어리 게재용으로 적합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인생은 절망의 연속이다. 태어나자마자 죽음으로 가는 여행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절망 속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늙은 어부는 84일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시간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경험이 있지만 절대 희망만은 버리지 않았다.

 


 

1890년 말 대기근이 러시아를 덮쳤을 때 여러 지역을 다니며 가난한 사람을 돕고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 등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삶에서 실천한 작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문학을 통해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고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톨스토이주의’가 잘 드러나는 그의 후기 작품이다. 동화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곳곳에 숨겨진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삶의 지혜는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평소 톨스토이에 관심이 있던 독자뿐 아니라 각박한 세상사에 지친 이들에게 특히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기독교인에게도 비기독교인에게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인생을 바로 세워주는 삶의 명작이다. 두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영혼을 거둬오라는 명령을 거역한 죄로 인간 세상에 버려진 천사 미하일이 구두 수선공 세몬의 도움으로 사람이 무엇으로 살 수 있는지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다. 이 단편은 인간은 나약하지만 자신을 위한 염려가 아닌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전한다.

 

① 이건희 회장의 100대 명언과 5대 창업자의 경영철학의 언어

②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과 지혜가 더해지는 세계 3대 필독서(세계 3대 소설,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완역본 게재)

③ 신년 하례식이나 종무식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고사성어 365개

④ 살아가면서 꼭 하고 싶은 일들을 함께 적어보는 버킷리스트

⑤ 위기를 더 좋은 기회로 만드는 〈퓨처미 다이어리 I&ME〉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안개』는 소설을 각색한 시나리오다. 1967년 김수용 감독이 흑백 영화 〈안개〉로 제작,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 독자들이 잘 아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이다. 단편소설로서 1964년 10월 〈사상계〉에 발표되면서 대단한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무진기행」은 소설가 김승옥을 한국 문단의 거목으로 단숨에 올려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김승옥이 이 소설을 발표할 당시의 사회상과 연애관, 결혼관 등이 엿보이며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의 의식과 세태까지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 소설에 대해 한 문학평론가는 "한 개인이 귀향과 탈향의 과정을 통해 문명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자발성, 주체성, 창의성은 버려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평한 바 있다. 또 이 작품은 안개로 상징되는 허무에서 벗어나 일상 공간으로 돌아오는 한 젊은이의 귀향 체험을 통해 개인의 꿈과 낭만은 용인되지 않는 사회조직 속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를 그리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문학사적 위치로는 1950년대의 문학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1930년대의 모더니즘을 성공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후 교과서에도 수록되고, 최근에는 그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표현력 등을 필사하는 필사책으로도 출간되고 있다.

 


 

이 소설의 무대는 바닷가 조그만 도시다. 저자 김승옥이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고,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다. 이 작품의 무대를 순천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작품 속 내용을 본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진기행」을 원작자인 김승옥은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도 맡았다. 소설가가 영화인으로도 데뷔한 셈이다. 이 영화 시나리오 집필을 필두로 작가 김승옥은 1980년대 후반까지 1편의 감독과 15편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각색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책 앞 부분에 '작가의 말'을 통해 저자는 두 가지의 의미 있는 고백과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안개〉는 영화작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소설가로서의 첫 번째 각색 작업이었기에 감독을 비롯한 전문 영화인들이 보기에 시나리오로서는 다소 기대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 것임에도 김수용 감독을 비롯한 제작자, 조감독 등 스탭 어느 누구도 작품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원작자에 대한 예의랄까 또는 소설로서 원작이 받았던 호평에 버금가는 ‘훌륭한 시나리오’가 나오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지루하고 어수선한 촬영 현장에서의 고된 작업이 끝나고 일차 편집을 거쳐 성우 및 효과음 녹음이 진행될 때까지도 영화의 전체적인 윤곽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원작자나 각색자의 의도가 어떻든 어차피 영화는 필연적으로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촬영기간 뿐 아니라 후속작업을 하는 중에도 감독의 의중에 따라 대본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다. 원작자는 문학성에 비중을 두지만 감독은 흥행성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영화 주제가 '안개'와 관련 "1967년 어느 날 이봉조 선생이 전화로 들려주는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떠오르는 느낌으로 써 내려간 주제가 〈안개〉의 가사 중 내가 써준 마지막 부분의 가사는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내 여인아 눈물을 감추어라”였는데 완성된 노래를 들어보니 ‘내 여인아’를 빼고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부분은 다 그대로인데 그 부분만 바뀐 것은 아마도 가수가 부르기 편하게 이봉조 선생이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당시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나갔는데 요즘 영화 〈헤어질 결심〉을 계기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의 작사자를 우연히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돼 있는 게 아닌가. 수소문해보니 전에 방송사에 계시던 분이라는데 이미 고인이 됐다고 한다. 이봉조 선생도 고인이 된 마당에 어떻게 해서 작사가의 이름이 바뀌었는지 알아 볼 길이 없어진 게 못내 아쉽다."고 밝힌다.

고 이어령 선생은 "「무진기행」은 장소의 문학으로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후덥지근한 수면적인 생의 내면적 상태인 '지도의 문학'인 것이다. 시인 이상(李想)은 그것을 '볕이 드는 아내의 방'과 '볕이 안 드는 자기의 방'으로 구별한다. 그러나 김승옥은 '방'보다 훨씬 넓고 큰 한 지방의 장소로서 보다 여실히 그려내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이 난파할 때, 때때로 우리는 그 장소로 간다. 즐거운 듯한, 쓸쓸한, 그리고 무의식의 내면속에서 ‘무진’의 안개는 피어오르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원작 소설의 내용은 첫 장면이 주인공 윤희중(영화에서는 윤기준)이 고향 무진으로 내려가면서 시작한다. 무진은 조그마한 항구 도시로 안개가 유명하다. 윤희중의 고향 방문은 아내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그는 장인과 아내의 계획에 따라 처가 소유의 제약회사의 전무로 승진할 예정이다. 윤희중은 무진에서 중학교 동창으로 세무서장으로 근무하는 '조'와, 모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후배 박선생과 음악을 가르치는 음악 선생인 하인숙과 술자리를 같이 한다. 이 술자리에서 하선생은 세무서장의 요청으로 유행가 목포의 눈물을 부르게 되는데, 윤희중은 하선생에게 연민을 느낀다. 술자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윤희중은 후배 박선생이 하선생을 좋아하며 세무서장으로 출세한 '조'가 하선생을 결혼 대상자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선생과 함께 밤길을 걷게 된 윤희중은 자신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하선생의 부탁을 받게 되고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한다.

 

시나리오 #2 터널 속(낮)

윤의 소리(E): 명산물… 무진의 명산물.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뼁 둘러 싸고 있는 것이다. 무진을 둘러 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다. 안개는 이 세상에 한이 있어 매일 밤 찾아 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 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하고 사람들을 둘러 싸는 것이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는 것이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p.23)

 

 

다음날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 윤희중은 어머니 묘를 찾는다. 성묘를 마치고 다시 이모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윤희중은 자살한 술집 여자의 시체를 보게 된다. 윤희중은 시체를 보며 연민을 느낀다. 오후가 되자 윤희중은 '조'를 찾아간다. 흰 커버를 씌운 회전의자 위에 자랑스레 앉아 있는 '조'에게 윤희중은 하선생과 결혼할 거냐고 묻는다. 이에 조는 하선생은 집안이 허술한 자신의 출세에 도움이 안 된다는 듯 말한다. 그리고 조는 하선생이 박선생에게 받은 편지를 자신에게 보여준다고도 말한다. 이에 윤희중은 이 사실을 모르고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후배 박선생이 불쌍하기만 하다.

세무서를 나온 윤희중은 하선생과 약속한 바닷가 방죽으로 나간다. 하선생과 방죽을 걷던 윤희중은 예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며 그 집에서 하선생과 머문다. 하선생은 윤희중에게 서울로 데려가 줄 것을 애원한다. 그는 하선생에게 반드시 서울로 데려가 준다고 약속한다. 이튿날 아침, 윤희중은 상경하라는 전보를 받는다. 윤희중은 하선생에게 전해주고자 한 편지를 찢어버리며 무진을 떠나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시나리오 #109 찦차 안(이른 아침)

윤, 쓸쓸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본다. 새벽 거리 독특한 반 수면 상태의 거리 풍경이 지나간다. 오른손에 꿍쳐 쥔 편지 종이를 이번에는 두 손으로 꼬깃꼬깃 접고 있는데 무겁고 비통하게 들리는 윤의 소리. 엷은 안개 속의 풍경이 휙 휙 창밖을 지나간다. 넋을 놓고 뒷좌석에 앉아 있는 윤의 옆얼굴이 흔들리고 있다.

(N)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떠나는 연유를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말이란 항상 뜻밖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중략)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다 놓기 위해 저 자신의 노력을 다한 일은 없습니다만, 당신을 햇볕으로 끌어다 놓기 위하여는 있는 힘을 다할 작정이었습니다. 저는 방금 오늘의 제가 무척 행복한 곳에서 살고 있는 듯이 썼습니다. 그러나 인숙이, 인숙이···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순간에 생각나는 것은 다만 인숙의 웃는 얼굴과, (중략) 빙 돌아 뒷면에는 〈어서 오십시오, 당신은 무진 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개 속으로 점점 멀어지는 그 이정표에서 조그만 "끝"자 나타나 커진다.

 


 

소설 속 김승옥의 작품 속 인물들은 반짝이는 빛의 내면과 동시에 속된 일상의 외관을 동시에 지닌 역설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빛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일상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타락한 윤리와 무책임성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1960년대만 유효할 수 있을 뿐이다. 19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왜곡된 근대화의 모순 그리고 이에 대한 응전 방식으로 발화하는 새로운 엄숙주의 앞에서는 무력하게 좌초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옥 소설은 감각적인 문체, 언어의 조응력, 배경과 인물의 적절한 배치, 소설적 완결성 등 소설의 구성원리 면에서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4·19혁명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문학적 언어로 환치시키면서 전후세대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에는 순천문학관에 그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한 김승옥관이 마련되기도 했다.

 

 

"4·19, 5·16직후의 한국문단에서 김승옥은 반짝이는 별이었다. 감수성의 일대 혁신이었고, 문장의 일대 파격이었다." - 고 김지하(시인)

 

소설 「무진기행」의 마지막 부분을 여기에 적어본다. 앞 단락의 시나리오 #109의 부분이다.

그러나 상처가 남는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다투었다. 그래서 전보와 나는 타협안을 만들었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 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다. 꼭 한 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 속에서만 살기로 약속한다. 전보여, 새끼손가락을 내밀어라.

나는 거기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어서 약속한다. 우리는 약속했다.

그러나 나는 돌아서서 전보의 눈을 피하여 편지를 썼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 놓기 위해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대로 소식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 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봤다. 또 한 번 읽어봤다. 그리고 찢어 버렸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서 나는, 어디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저자 : 김승옥(金承鈺)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4·19혁명이 일어나던 해인 1960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4·19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김현, 최하림 등과 더불어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하고, 이 동인지에 「건」, 「환상수첩」 등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하였다. 김승옥은 대학 재학 때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환상수첩」(1962), 「건」(1962),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1963) 등의 단편을 동인지에 발표했다. 이후 「역사(力士)」(1964), 「무진기행」(1964), 「서울, 1964년 겨울」(1967) 등의 단편을 196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서울의 달빛 0장」(1977),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1979) 등을 간헐적으로 발표하면서 절필하기 전까지 2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1980년 [동아일보]에 장편 「먼지의 방」을 연재하다가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에 창작 의욕을 상실하고 절필했다. 1999년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했지만, 2003년 오랜 친구인 소설가 이문구의 부고를 듣고 뇌졸중으로 교수직을 사임했다. 6·25전쟁이 끝난 후 나타난 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으며 1960년대적인 특징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김승옥의 작품에 대해 “감수성의 혁명이다. 그는 우리의 모국어에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에의 신뢰를 불어넣었다.”고 평했다. 그는 「서울, 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승옥의 소설은 대체로 개인의 꿈과 낭만을 용인하지 않는 관념체계, 사회조직, 일상성, 질서 등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성의 관념체계, 허구화된 제도, 내용 없는 윤리감각이라는 일상적인 질서로부터 일탈하려는 열망, 곧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김승옥 소설의 중심적이고 일관된 내용이다. 김승옥의 소설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소설은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현실을 압도하는바, 낭만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띤다. 「환상수첩」, 「확인해 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생명연습」 등의 초기소설은 환각이나 환상을 쫓는 삶 혹은 현실을 초월한 삶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두드러진다. 「무진기행」 이후 현실의 엄정한 법칙성을 인정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며, 그의 후기소설은 초기의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 대신에 꿈이나 환상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환멸과 허무의지로 가득 찬다. 「서울 1964년 겨울」, 「야행」, 「차나 한잔」, 「염소는 힘이 세다」, 「1960년대식」 「서울 달빛 0장」 등 김승옥의 후기소설은 산업사회의 한 기호로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상실감을 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로스적 열정으로 기성의 질서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의도를 담은 「보통여자」, 「강변부인」 등에서는 김승옥 소설이 지녔던 문제적인 성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