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
지에스더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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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구를 위해 살고 있나요?” 저자가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은 경험과 성격에 대한 솔직한 토로로 독자들에게 진정성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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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
지에스더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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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한 해를 보내며 조용히 자아 성찰을 하려는 독자들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 된다. 그것은 저자 지에스더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다.(작가니까 글을 잘 쓰겠지만) 자신의 과거 아름답지 못한 경험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금 이때쯤이면 한 해의 마무리를 하느라 정신 없이 바쁘다. 대부분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일 때문이다. 하다못해 송년회도 한 해 마지막으로 미뤄놨던 사람도 이때쯤이면 한두 곳은 불가피하게 들를 수밖에 없는 곳이 남겨져 있을 터다. 독자도 딱 그런 모습에 정신 없이 연말을 보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잘 움직이고 노력한 사람들에게 더 없이 조용한 자아 성찰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이 올해 초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제대로 잘 수행했는지는 조용한 시간 성찰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마흔 살을 앞둔 나이에 마음이 급한 듯하다. 원래 성격인 것 아닐까? 아니면 오히려 서두르는 분일 수도 있을 듯하다. 보통 마흔쯤 되면 나이 먹는 게 서러워 조금이라도 줄여보거나(생일 계산해서 한국식으로 세던 나이를 만 나이로 바꾸는 등)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저자는 오히려 그 반대다. 저자가 두려워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독자가 궁금해 하는지를 알겠다는 듯 저자는 털어놓는다. 마흔을 맞이하며 달라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엇을 하려고 마흔을 재촉할까.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은 10대에 어두운 시절을 보냈다. 집에서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20대에는 그토록 바랐던 특수교사가 됐다. 인생에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30대는 두 아이 독박 육아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 내면에 비평가를 키웠다. 불만만 쌓였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먼저 특수교사, 두 아이 엄마, 작가로 살아온 인생을 차근차근 돌아본다. 더 이상 그렇게 힘들게 살 수는 없었다는 생각에서다. 나를 이해하는 작업을 해나갔다. "알고 보니 나를 힘들게 한 건 나였다"란 결론을 도출해냈다. 앞서 언급한 대로 10~30대를 보내는 동안 '독박 육아'까지 마치다 보니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인생 최고 암흑기라고 생각했다. 저자 말대로라면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때문에 감정 변화의 폭이 컸다.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날마다 감정이 롤로코스터를 탔다. 우울한 마음이 수시로 들었고, 길어져서 지하 100층까지 땅굴을 파고 내려갔다. 물론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맛보았다로 이해된다. 남편마저 단어 그대로 남의 편이 된 것 같았다고 표현한다. 특히 내가 나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내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비평가가 있었다. 차가운 비평가는 자신에게 절대로 우호적일 리 없다. 즉 자신을 증오하고 한없이 자신감은 떨어졌을 터, 모두 자신의 탓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내 안의 비평가는 내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비난하고 비판하는 말을 수시로 하는 것이 특기였다. 나를 칭찬하고 편 들어주는 시간은 턱없이 적었다고 말한다. 자연스레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게 되고, 이는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결국 생각 끝에 스스로를 이해하는 작업을 해나가기로 결심했다. 오랜 숙고 끝에 생각해낸 것이 새벽에 홀로 깨어 고전 필사와 책 쓰기였다고 고백한다. 이 책 『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가 탄생한 이유였다. 이제 40대인 저자의 인생 목표는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기'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기, 내가 내 편이 되기, 나를 위해 좋은 에너지를 쓰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우선 저자는 필사와 글쓰기를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새벽에 홀로 깨어 필사하며 생각을 깨웠다. 육아 휴직 동안 자신이 경험한 것, 공부한 것을 차곡차곡 글로 풀어썼다. 쓰는 동안 철학자 니체가 한 얘기도 떠올렸다. 필사한 경험을 살려 찾아내 옮겼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독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도 아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통해 자기를 극복했다는 일종의 증거다. 낡은 자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인간으로 탈피했다는 증거다." 이제 저자는 자신의 결심을 덧붙인다. 오직 나는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날마다 나 자신과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는 연습을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사랑하려 한다. 내가 나의 진정한 팬이 되어 오늘을 사는 것이다.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삶에서 중요한 것만 남겼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나부터 사랑하라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수시로 듣는 말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기가 미워하기보다 어려웠다. 그런데 저자는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뀐 걸까. 우리보다 특별할 것 없는, 어찌 보면 우리도 똑같이 살면서 똑같이 부딪치고 똑같이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사랑하는 여정에 동참해 보자. 책 후반부에 수록된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감정 습관 9’ 워크북도 마련돼 있다. 체크하고 실천을 거듭한다면 우리 각자의 새로운 전기를 불러올지 모를 일이다. 새로운 한 해를 꿈꾼다면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가 시작이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뛰어난 1인자를 부러워하는 2인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살리에리'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이 살리에리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차르트가 살리에리를 부러워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살리에리는 동시대 음악가들로부터 존경받는 교육자이자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의 스승이었다. 현실판 살리에리가 바로 저자와 같다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저자는 실제로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강렬한 질투를 느꼈다. 출간 도서 7쇄 발행, 인스타그램 팔로워 15만, 댓글 수백 개, 좋아요 5만 개가 넘는 게시물까지. 그녀가 이루고 싶은 모든 걸 해낸 사람을 부러워하며 괜한 피해의식까지 품는다. ‘저 사람은 잘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이 정도의 열등의식은 '병'이다.

저자는 어떨까. 이번 신작까지 포함해 모두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특수교사로 일하며 두 아이의 엄마, 작가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날마다 엄마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문구도 업로드한다. 이쯤이면 대단하지 않은가. 저자 역시 나이 마흔을 맞이하고 비로소 그걸 깨달았다.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부족하게만 여겨지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이 책에 솔직하게 적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아 성찰을 통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지만 그 근본은 한없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자랑처럼 들리기도 한다. 독자들도 책을 읽으며 판단해보기 바란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는 왜 내가 미울까」, 2장 「나를 지키는 마음」, 3장 「좋은 엄마보단 괜찮은 나」, 4장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2장에서는 자존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3장은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빛나기 위한 노력을 썼다. 마지막 4장에는 제목 그대로의 에피소드를 제시했다. 과거 저자처럼 아직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볼 것을 권유할 만하다. 이유는 이 책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또 자신의 경험과 성격을 아낌없이 설명하고 독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그리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거나 지속적이지 못한 성격에게도 잘 어울린다. 즉 습관을 통해 인생을 바꾸는 법을 알고 있는 저자다.

 


 

4장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에 적힌 7개의 글은 제목만 열거해도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면의 비평가 버리기〉,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자기애는 체력에서 나온다〉, 〈무한긍정 압박 버리기〉, 〈질투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무기력할 때 가장 먼저 할 일〉, 그리고 〈아주 오래된 감정습관 버리기〉이다. 제목만으로도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감이 온다면 그 사람은 자기계발 책이나 감정을 다스리고 순화하는 에세이, 또는 심리학 책을 많이 읽은 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 3가지 책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독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각-숙고-행동-습관-인생의 5단계에서 비롯된다. 이 책의 요지는 여기 다섯 단계에 모두 담겨 있다. 〈무기력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이란 제목의 글을 일부 인용해 본다.

"타인의 사랑이 채워지기만을 갈구하는 것보다는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루 딱 5분이면 할 수 있는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겠다. 하나씩 해보면서 나에게 집중해보자."

① 오디오북으로 소설 듣기 - 고정관념 버리기

② 시집 읽기 - 마음의 유연성 키우기

③ 스쿼트 하기 - 신체 근력 키우기

④ 멍때리기 - 자연을 바라보며 무아(無我)에 들기

⑤ 안 쓰는 물건 하나씩 버리기 - 간명한 삶 살기

 


 

"나는 오늘도 고전을 읽고 와 닿은 문장을 선택하여 기록한다. 나는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성숙하고, 내면이 단단하게 성장하는 인생을 산다. 날마다 두려움보다 사랑을 선택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인생을 산다. 서로 비슷한 상항을 경험할 수는 있어도 똑같은 이야기는 없다. 이름이 아무리 같아도 살아온 이야기는 다르다. 겉모습이 닮은 쌍둥이도 삶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의 수만큼 수없이 많은 인생 스토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드넓은 하늘의 빛나는 별과 같다."(p.216~217)

 

저자 : 지에스더

 

아홉 살, 다섯 살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 2007년부터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일했고, 현재는 광주에 있는 특수학교에 재직 중이다. 고요한 새벽 4시, 홀로 깨어 고전을 읽고 필사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온전히 나를 느끼고 찾아가는 여정을 즐긴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자라는 균형 육아를 지향한다. 엄마로만 사는 것이 아닌 나답게 성장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 자신의 팬으로 살고 있다. 오늘도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며,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성장하는 시간에도 진심이다. ‘엄마 성장, 책 육아, 집안일 놀이’를 주제로 강의한다. 지은 책으로 《하루 15분, 내 아이 행복한 홈스쿨링》 《엄마표 책 육아》 《공부머리가 쑥쑥 자라는 집안일 놀이》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가 있다.

인스타 @esther_damy7

블로그 blog.naver.com/damy7

브런치 brunch.co.kr/@damy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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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한바퀴 - 우리의 시작은 북촌에서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이한솔 교사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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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엮은 이 시집은 서울 북촌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더욱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동네 사랑의 순수함이 배어 있다. 또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이 여과 없이 밝게 드러나 읽는 시마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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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한바퀴 - 우리의 시작은 북촌에서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이한솔 교사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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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하면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서울 양반들이 살던 동네'를 떠올린다. 조선시대 이곳 북촌은 그야말로 양반들이 살던 마을이다. 당시 양반들은 궁궐(경복궁과 창덕궁) 인근에 사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문인들이 주로 살았다고 학교 때는 배운 적이 있다. 궁궐과 궁궐 앞 육조거리(지금의 세종로)와 가깝다는 지리적 잇점일 것이다. 임금이 정사를 보는 궁과 대신들이 나랏일을 처리하는 육조(정부종합청사) 근처에 사는 것이 편리해서 형성된 마을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왕족도 벼슬을 하면 이 동네에 살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옥(기와집)이 즐비했을 거란 점이 쉽게 짐작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도 조선총독부가 궁에 위치했기 때문에 예부터 벼슬 높았던 양반들은 그곳에 머물러 살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떠났겠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은 한옥 밀집 형태를 잘 간직한 마을로 지속돼 왔다. 이제는 그곳이 민속적인 측면보다는 '관광' 목적이 큰 채로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이곳에 일제 때(1908) 기호학교(중앙고등학교)가 들어섰다. 1908년 을사·정미 조약이 강제로 체결된 후 국권 상실 상태에서 설립 1년 후 유길준이 교장(융희학교로 개명)에 취임했다.

이듬해(1910)에는 중앙학교로 개칭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 114년의 유서 깊은 학교다. 이 학교 출신 유명 인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학생과 교사, 교장까지 수없이 많고 우리나라 독립운동에도 가담한 인사가 많다. 동아일보 창간 사주 인촌 김성수도 이 학교 교장 출신이다.

 


 

아무튼 이 지역은 서울시의 '한옥 유지' 방침에 따라 개발은 물론 증·개축도 잘 허가가 나지 않은 채 한국을 대표하는 마을로 자리잡았다. 유서 깊은 마을 북촌은 모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관광지로서 변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곳으로 홍보를 했기 때문이겠지만 이젠 외국인도 자주 찾는 필수 관광코스가 되었다. 이곳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로 인해 기존 상인들은 비싼 임대료를 낼 수 없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 모습이다. 북촌 계동이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각종 프랜차이즈가 입점하고,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키던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이를 보며 북촌에 있는 중앙중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삶의 터전인 ‘마을’의 정체성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그래서 마을이 직면한 사회 현안 ‘젠트리피케이션’을 수업 주제로 삼았다.

이 책 『시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한바퀴』는 마을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과 함께 좋은 이웃으로 도와가며 살면서 마을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프로젝트에 따라 시작됐다. 중앙중학교는 학생들이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북촌을 돌아보길 바랐다. 마을결합형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은 마을을 답사하고, 북촌의 정체성을 이루는 가게 스무 곳을 골라 가게 주인들을 인터뷰했다. 살아 숨 쉬는 북촌의 역사를 마주한 학생들은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 공간의 소중함을 느꼈다. 우리 동네의 소중함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한 흔적을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 전원이 쓴 71편의 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진학하여, 북촌이 처음인 학생들도 북촌에서의 시작(詩作) 활동을 통해 마을에 뿌리내리면서 이 책이 탄생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유동 인구가 증가하여 외부 자본이 유입되면서 기존 상권이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이다. 2022년 1학기 중앙중학교의 교과 융합 수업의 목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 속, 우리 동네의 가치와 정체성 찾기’였다. 해당 주제로 사회, 영어, 국어, 목공예 수업(자유학년제 예술 프로그램)까지 네 과목을 융합한 수업이 이루어졌다. 우선 사회 수업에서 학생들은 우리 동네를 ‘오래된 가게’와 ‘프랜차이즈’로 나누어보고, 마을의 정체성을 이루는 오래된 가게를 골라 지도로 만들어 ‘북촌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기로 했다. 영어 수업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우리 동네의 가치를 알리고자 영어로 북촌의 가게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목공예 수업으로는 스탬프 투어에 쓸 가게 도장을 직접 만들어보았다. 국어 수업은 학생들이 가게를 방문하여 인터뷰하고, 그 공간을 소재로 삼아 시를 쓰도록 했다. 학생들이 나의 삶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삶 역시 시가 될 수 있음을 느끼길 바랐다. 학생들에게 ‘삶이 시가 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마음의 힘이 생긴다면,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삶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다양한 교과 수업을 거쳐 학생들의 시선은 ‘나의 삶’에서 ‘타인의 삶’으로 옮겨갔다. 타인의 삶, 북촌에 오래 자리했던 가게 사람들의 삶을 두 눈에 담았다. 주민들이 마을을 아끼는 감정을 나누며 마을 공간이 갖는 소중한 가치에 공감했다. 이를 스스로 고민하며 시로 적어내는 과정에서 삶이 시가 되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학생들의 시를 쓰기까지의 진중한 고민과 가게를 인터뷰하며 느낀 점을 생생한 목소리로 만나볼 수 있다.

 


 

계동떡방앗간은 저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게예요. 하지만 평소에는 방앗간에서 엄마가 사 오신 떡을 먹을 때 말고는 직접 가보거나 떡을 사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사장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계동떡방앗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장님이 떡방앗간과 함께 살아온 시간에 대해 알게 되었지요. 계동길을 오가는 사람들도 이 이야기에 대해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계동떡방앗간이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며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이 떡방앗간에 찾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습니다.(강여해 학생) - 「계동떡방앗간」 학생 시인 인터뷰 중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도 사장님의 말씀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사장님에게 계동은 삶의 터전이었다. 사실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처음 계동을 알게 된 우리들은 이곳을 ‘관광지’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계동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도 중앙중학교에서 3년 동안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이곳이 ‘나의 마을’로 느껴지게 될지 궁금해졌다. 비록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나의 학교가 있고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곳이 ‘우리 동네’로 느껴지길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송태성 학생) 「카페공드리」 마을 가게 인터뷰 보고서 중에서

 

마을이 당면한 문제가 학생들의 시에 녹아들면서 북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세상에 알린다. 나아가 북촌의 가치를 품은 공간을 노래하며 직접 와서 만나보라 손짓한다. 작품을 읽어본 사람들의 마음은 북촌으로 이끌리고, 이들이 말하는 소중함을 함께 지켜주고 싶어진다. 이렇게 문학은 학생들의, 북촌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다. '우리 동네'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며 학생들은 익숙함 속에 잊고 지냈던 마을의 가치를 마주했다.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애정과 삶의 애환을 공유하면서 학생들에게도 북촌 마을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싹텄다. 모든 학생이 직접 북촌을 담은 시를 쓰면서 시를 매개로 학교와 마을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19700401(제목)

 

본래 고향은 마산이었다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저 먹고 살아야 했다

서울로 가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거기도 똑같더라

어렵게 배운 게 세탁일이다

뿌리박은 곳이 계동이다

 

쉽게 시작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눌러앉아 있다(p.211)

- 「백양세탁소」 (김이제 학생) 창작 시 중에서

 

이 시는 6.25 당시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 전전하다 계동의 세탁소에 정착한 주인의 사연을 표현한 작품이다. 제목으로 쓰인 〈19700401〉는 백양세탁소 주인이 북촌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해를 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서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고심한 끝에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손끝에서 여러 시가 태어났다.

 


 

이 책을 내기까지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이끌어온 이한솔 교사가 발간 이후 인터뷰를 가졌다. 두 개의 질문 답변만 독자가 선정해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에 함께 싣는다.

 

-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지도하시며 가장 인상 깊었던 학생들의 반응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 우리 동네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 현안을 주제로 시 창작 수업을 하다 보니 학교 밖으로 나가는 활동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접 마을을 돌며 가게의 현황을 파악하고, 사장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어려운 과제는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학생들의 눈빛은 학교 밖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교실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웃고 떠들면서도,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활동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이 쓴 작품들을 책으로 엮으면서 수업 활동을 진행했던 당시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 이번 책 출간을 통해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 역시 자신의 빛나는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학생들은 시를 쓸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 쓰고, 또 힘들어했나요? 이러한 수업을 통해 달라진 점, 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북촌에 대한 마음가짐에서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학생들은 시를 쓸 때 '나'의 시각이 아닌, '인터뷰어'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학생들은 가게 사장님과 인터뷰를 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시를 써야 했는데,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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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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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철학의 대가, 최진석의 진솔한 고백이 돋보이는 ‘삶’과 ‘철학’ 이야기. 그의 자전적 철학 에세이로서 이 책은 ‘나‘와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성찰로 우주에서 영원히 ‘빛나는 별‘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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