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김부건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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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데 선뜻 실행하기 힘들 때, 일상적인 인간관계가 조금 버겁게 느껴질 때는 이 책을 읽어라. 인간 삶의 원칙과 방향은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인문고전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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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김부건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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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는 "무한한 상상력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작은 성공의 누적(累積)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감출 수 없는 진실의 무게는 지식과 경험이 균형을 이루고, 이론과 현실이 조화로울 때 그 가치를 알려준다"고 홍석기 글로벌 리더십 연구소 대표는 추천평에서 쓰고 있다. 또 김택환 경기대학교 교수는 "복잡다단한 세상에 어떻게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호소한다. 기본은 바로 생활 지혜의 양식으로, 고전에서 찾을 수 있다. 공자, 맹자, 노자 등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동서고금의 지혜를 현대판으로 해석해서 길라잡이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독자가 읽어보기에 두 분의 추천평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에 서평 서두에 제시했다. 처세술의 전문가라 불리는 데일 카네기도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은 바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상황을 해결하려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 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자기계발 책으로 출판됐다. 사실 자기계발 책이니 인문학 책이니 하는 분류는 존 듀이의 도서 분류 방법에 따라 도서관에서 책을 보관하고 필요한 사람이 찾아 읽기 쉽게 하기 위해 분류되었다고 한다.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은 독자가 원하는 책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한 분류이다. 자기계발서는 인문학부터 공학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누구라도 쓸 수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인문학적, 그중에서도 고전에서 찾아낸 자기계발을 위한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자 김부건은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기술심의위원이자 BJT 부사장이다. 전공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왜 자기계발을 위한 소재를 고전에서 찾았을까?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논어』가 이유가 될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논어』를 인용해 풀이했다. 예를 들면 ‘나는 왜 계속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까? 왜 일이 잘 풀리지 않을까?’ 혹은 ‘왜 이런 일이 또 생기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논어』는 ‘과이불개’라는 한마디로 명쾌한 답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문고전은 긴 설명을 하지 않고도 언어로써 인간의 통찰력을 깨우친다. 이것이 바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자 고전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저자가 고전을 이용해 자기계발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교수신문〉은 매년 전국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의 고사성어’를 선정한다. 독자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본 기억이 있다. 신문에서 뽑은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무엇일까? 교수들이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p.228)를 꼽았다고 한다. 이 말은 『논어』 「위령공」에 나오는 말로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 하여 “허물을 알고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진짜 허물이다”라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자한(子罕)」에서는 과칙물탄개(過則勿憚改), 즉 “잘못하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고 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과거와 비슷한 참사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게 마련이지만, 그것을 고치지 않고 방치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한 번쯤 읽어보았을 『논어』는 2500년 전에 중국에 살았던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적은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의 글이 어떻게 2022년의 사회 현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은 변하지 않기 때문으로 저자는 역설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문고전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다양성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다양성의 가치는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데서 만들어진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화합해야 한다는 것을 『중용』에서는 ‘화이불류(和而不流)’라는 말로 강조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인문고전은 현상을 명확하게 표현할 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답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쓰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과연 어떤 사람을 가까이해야 할까?’라는 질문에는 역시 『논어』가 답을 준다.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즉 “가능한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친구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인격이나 지식 면에서 자신이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사귀는 것이 유익하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지고 과거의 낡은 지식을 여전히 고수하며 젊은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꼰대들에게 공자는 이렇게 한마디 할 것이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즉 “모르는 걸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독자는 『논어』를 읽긴 했지만(그것도 여러 번) 아직도 내용의 참뜻을 모두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고 책을 통해서 해석하고 무슨 뜻인가를 아는 데 그쳤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독자처럼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도 쉽게 깨우칠 수 있도록 굉장히 쉽게 풀어썼다.

 


 

“자신의 단점과 일상의 루틴에 갇혀 있다 보면, 삶이 비루해지고 느는 것은 한숨과 두려움뿐이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를 살아가던 저자는 좀 더 의미 있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찾아 방황하던 끝에 고전에서 길을 찾았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세상이 일사천리로 바뀌어갈수록 우리는 더욱 정신없이 살아가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럴수록 근본 뿌리가 튼튼해야 시시때때로 덮치는 어려움에도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고 깨달았다. 삶을 통찰하는 지혜, 좋은 인성과 삶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대인관계의 근본이 되는 사상이 바로 인문고전에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옛 선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통찰력을 깨쳐서 남보다 먼저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면 일상을 한숨과 함께 허투루 흘려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에서는 우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이 변화할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해 인문고전에서 100개의 문장을 뽑았다.

오늘날 사람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는 성공, 인간관계, 자기관리,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이 4가지 문제와 관련해서 맞닥뜨리기 쉬운 일상의 사례를 들어 고전의 문장으로 명쾌하게 풀어냈다. 4개 파트 100개의 장(章)으로 엮었다. 공자의 『논어』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주역』, 『중용』, 『장자』, 『회남자』, 『묵자』, 『한비자』 등 장의 주제에 따라 적절히 인용했다. 더불어 데일 카네기를 비롯해 성공한 사람들의 지혜를 인문고전과 연계해서 더욱 확실한 답을 제시한다. 이에 더해 각종 문학에서 필요한 문구를 인용하기도 했고, 격언이나 명언도 덧붙였다. 물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최근 유행한 단어 욜로(Yolo)는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후회 없이 즐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아야 한다. 인문고전의 한 문장이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독자는 『논어』를 가장 처음 접했을 때 누구나 읽었을 "학이시습지"라는 문구가 기억에 생생하다. '공자 3락'이란 말로 비유하는 그 문장이다. 이를 토대로 이 책의 저자가 밝히는 의미를 섞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문구다. '익히다'를 '외우다'로 임의 번역해 알고 있었다. '자주 읽어 외우라'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뜻은 외우라가 아니라 실천(습관화)이다는 점이다. 배우고 수시로 실천해 습관이 되면 즐겁다는 말이다. 습관이란 반복 실천을 의미한다는 깨우침은 매우 귀중한 것이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특히 자기계발에서는 '생각-실천-습관-인생'의 선(善) 진행을 금과옥조로 삼는다. 즉 좋은 생가을 하고 숙고를 거쳐 실천을 거듭해 습관이 되면 인생이 변화한다는 선순환을 의미한다.

이 책 52장 「탁월함은 꾸준한 습관에서 나온다」를 읽어보면 독자의 깨우침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은 『논어』 〈자한〉의 문장을 이용한다. "삭이 나도 피지 못하는 꽃이 있고 꽃은 펴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는 말이다. 저자는 '뭐든지 시작했다면 중도에 그만두지 말고 끝까지 노력할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슷한 사자성어로 자강불식(自强不息)이 있다고 한다. '오직 최선을 다하여 힘쓰고 가다듬어 쉬지 아니하며, 수양에 힘을 기울여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풀어썼다. 매우 높은 학식과 덕행을 가졌거나 높은 관직에 있는 군자라도 이를 본받아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지혜와 품성, 도덕을 닦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으로, 『주역』에서 자강불식은 '스스로 노력하여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해석해 준다. 이에 덧붙여 아리스토텔리스는 "탁월함은 훈련과 습관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탁월한 사람이라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탁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이다. 즉,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한다.

 


 

마지막 장 「리더의 권한은 책임감에서 나온다」는 요즘 대한민국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음미하고 되새겨봐야 한다. 특히 한국에는 '정치'는 없고 '정치가'만 있다는 말을 듣는 정계이다. 비판이 아니라 조언을 하는 것이다. "나라의 좋지 못한 일을 도맡아서 책임지는 자가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다"라는 구절이다. 이는 『노자』 〈78장〉에 나온다고 출전을 밝힌 저자는 뜻풀이로 "나라의 주인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나라의 가장 나쁜 점, 가장 더러운 점을 스스로 떠맡을 의지가 있어야 한다. 임금 된 자는 모든 백성의 죄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 임금이 나랏일을 책임지는 것은 하늘의 도다." 저자는 특히 공자의 문구 '인무원려 필우근우(人無遠濾 必有近憂)'라 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저자 : 김부건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기술심의위원이자 BJT 부사장이며 인문 및 동기부여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 출신 전문 엔지니어로 살아오면서 자신의 삶은 유일·유한한 것이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일찍이 깨닫고 안정적인 직장이 주는 권태감과 변화가 적은 일상을 박차고 나와 늘 자신이 꿈꾸던 삶과 적성·소질에 맞는 일들을 찾아 동분서주해왔다. 엔지니어 출신 인문학 강연자라는 특이한 이력을 쌓는 과정에서 동양고전과 인문학을 통해 인생의 길을 발견했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문고전의 힘을 알리고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주고자 집필에 매진해 어려운 인문고전을 실생활에 접목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자기계발서’로 풀어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주도적인 삶의 지표를 찾아 더 당당하고 행복한 인생을 잘 조율해나가기를 희망한다. 저서로는 《동양고전의 힘》 《파워링커 혁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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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였던 나
유정아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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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페미니즘은 남녀 구분 없이 우리 모두에게 반동을 넘어 반성을 지나 연대로 가는 길일 뿐이라는 점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함께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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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였던 나
유정아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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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언젠가 너였던 나』는 에세이다. 신변잡기를 적은 에세이가 아니라, 페미니즘과 인간의 삶, 삶의 진리에 대해 썼다. 주제가 무겁다. '언젠가 너였던 나'란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주제다. 저자 유정아는 「프롤로그」를 통해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여기의 나는 과거의 '나'들의 총합인가?" 그렇다면 미래의 나는 지금 여기의 나까지를 포함한 나일 것인가? 미래의 우리는 지금 여기에 이른 우리가 어떤 태도로 나아갈 때 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시작부터 강렬한 느낌의 가설을 내세운다. 어쩌면 우리 사회 문제, 혹은 인류 삶의 문제에 대한 사유를 시작할 때 필요할 듯한 명제들이다. "작금의 이성주의적 시선들은 역사가 축적해 길어 올린 것이지 뜬금없이 외부로부터 침입한 것이 아니다. 한 평범한 인간의 궤적 안에서도 그 시선들은 자라왔다. 여성인 나만이 아니라 남성이나 그 시각에 반대하는 누구라 할지라도 자신 안에 상처 받은 약자가, 소수자가 들어 있다." 저자의 전제는 매우 단호하다. 반대할 수 없는 명확한 전제나 명제를 글의 서두에 내놓는 것은 자신의 사유가 진리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할 때 주로 사용한다. 여성주의자들은 누구든지 상처 안에 소수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전제 말이다. 저자는 다시 설명을 붙인다. '여성'이 들어가 있을 뿐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하자는 것이 아니다. 강자와 승리자만의 세상은 오래 가지 못함을 역사는 말해준다는 저자의 주장이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신(神)이 있다고, 대문자(God)가 아니라 소문자(god)로 자신을 낮추는 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 신은 남과 여를 갈라서 사랑하지 않고 수염이 없는 자와 수염이 있는 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인간이라서 지닐 수 있는 마음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이 있다. 신만큼 대단하지는 않아도 신을 본떠 그 다정함을 닮을 수는 있다. 나 아닌 ‘너’에게서 내 흔적을 찾을 수 있고 그 기억으로 너를 공감하며 너의 옆에 같이 설 수 있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성령이나 천사가 아니라 사람을 보낼 것 같았거든요.” 사람이 사람의 옆에 서는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이 같은 저자의 인식은 아마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주장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인류학이나 생물학, 문화인류학 등 과학 부문에서는 가능성을 말하더라도.

저자의 남녀 구별이 없는 원시(태초) 시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진다. 1부 1장 「부치지 않은 편지-아욱」에서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설 같은 주장도 이어진다. 사실상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남녀 구별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이 장에서 저자는 독일의 수도원에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이 살았던 12세기 중반. 장소는 아직 칭기즈칸(1162~1227)이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이 지역을 휩쓸기 전의 중앙아시아다. "어느 날 황양의 한쪽 목초지에 차려진 흉노의 천막에서 붉고 찬 기운의 남자아이와 검고 울지 않는 여자아이가 한꺼번에 태어났어요. 물론 세상으로의 완벽한 동시 입장은 아니어서 여자아이가 먼저 엄마 뱃속에서 나왔고 조금 시차를 두고 남자아이가 떨어져 나왔지요."(p.13)

 

 

아이들이 자라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야채죽의 야채 이름이 무엇인지 어미에게 물었다. 검은 고요는 자신의 이름을 못 전하더라도 그 야채의 이름만큼은 아이들에게 일러주고 싶었다. 형제와 함께 좋아하던 그 야채. 검은 고요는 온 힘을 다해 입을 벌려 발음해 보았다. "아-흑-." 애정과 그리움과 사무침이 그의 입에서 터져 만든 말이었다. 아흑. 그렇게 중앙아시아의 동규 혹은 파루초는 이 땅으로 와서 '아흑'이 되고 '아옥'이 되었다가 오늘날 '아욱'이라고 부르는 채소로 남았다는 인류 창조 신화를 이야기한다. 검은 고요는 어떻게 됐을까?

책에 따르면 늘 말 달리던 검은 고요는 말에서 내린 삶을 받아들였다. 한곳에 머무르며 아흑을 기르고 거두고 끓여먹으며 사는 삶. "탈출하는 길을 발견한다면 그 누구도 마다치 않는다"라고 한 이븐 할둔(1332~1406)의 『역사서설』 속의 글처럼, 정주의 삶이 초원의 삶보다 좀 더 편안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달라진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용기와 담대함일 수 있다. 하지만 늘 가슴 한편에서는 말 위에서 보던 풍경이 그리웠고, 그 속도를 잊지 못했고, 빨리 살고 빨리 죽는 황야의 삶,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 익숙하다 여겼다. 검은 고요는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깊이 사랑했지만 검은 고요가 더욱 깊이 사랑하는 건 그와 함께 세상에 나온 형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제이자 자기 자신이라고 여겼던 소년. 말 못하는 자신의 몫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머금은 채 굳게 다문 입술. 자신이 따스하게 잡아주던 붉게 찬 손. 검은 고요가 진정으로 그리워한 건 나였던 너, 남성과 여성을 넘어선 자신, 말하는 자이자 말 안하는 자, 붉고 찬 자이자 검거나 따스한 자, 말과 함께 살아가던 저 너른 들의 존재들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욱은 형제의 굳게 다문 입술 같은 단어이라는 것. 그 입술 너머의 접촉이자 침묵이다.

 


 

독자로서는 난감하다. 저자의 글이 너무 수준이 높은 데다가 인용되는 부분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의 연속이고, 또 내용조차 쉽게 수긍이 안 되어서 더욱 당황스럽긴 하다. 그러나 정준희(언론학자, KBS 열린토론, MBC 100분 토론 진행자)의 추천평을 읽고서 내용의 이해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 "유정아라는 인물 안에, 우아함과 소년스러움이라는, 성별과 나이를 가로지르는 복합적 품성이 병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이유를 마침내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한다. '성(城)안에 살면서 성(性)에 갇혀 있지 않은 만능 마녀'와 그런 '사람(을) 볼 줄 아는 소년'에게 내지른 만세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네 가지 자아상 모두를 향한 환호성이었을 테다. 그/녀의 성(城/性/聲) 안에 가꿔온 도서관과 화실, 정원과 호수를 구경하러 온 여러분 앞에서, 이 소년/마녀는 “손님이 오실 줄 몰라 머리 손질을 못 했다”라며 머쓱하게 그러나 주저 없이 투구를 벗을 참이다."

추천평과 다음 저자의 페미니즘적인 주장을 읽어보니 비로서 말뜻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같이 힘과 권력을 가지자는 것이 아니다. 과도기적으로 권력을 가져야만 바꿀 수 있다면 수단으로서는 가질 수 있겠지만 궁극에는 다 같이 힘을 빼자는 것이다. 힘과 권력의 개념 정의를 다시 하자는 것,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도, 못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 뺌으로써 더할 수 있는 다른 셈법을 가져보자는 것, 돌고 돌아 다시 남성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구분 없이 다른 차원의 세상을 향해 가자는 것, 좀 더 공상해 보면 남녀 구분 없이 ‘헤아리는 더듬이’를 가진 새로운 종의 출현을 기다려보자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페미니즘의 깊이이다."(p.30)

 


 

어떤 작가의 문장은 과거의 문장이 현재에도 시사성을 가진다. 과거에 이미 현재의 지점을 앞서 고민하고 문장으로 적어내는 것, 이를 진보라 표현해도 될 것이다. 유정아 작가는 과거의 삶에서도 페미니즘으로 사유하고 깊이 있게 현상을 바라봤다. 페미니즘이 가시화되기 이전부터 삶으로써 이를 직감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작가의 문장은 현재에도 그 가치가 희석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에 날카롭게 회귀하여 우리의 지금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헤아리는 더듬이”는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며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무지개 빛깔로 거리를 채우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기도 할 것이고, 환경을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운동을 실천하기도 할 것이고, 바로 옆의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할 것이다. 혼자서 부르짖던 작가는 연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그 예견이 미래(지금의 현재)에는 당연한 문장이 되길 소망했을지도 모른다.

유정아 작가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삶은 어떨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과거에 지녔던 가치관이 현재에는 어떻게 변모하고 예리하게 다져졌을지 호기심과 기대가 싹튼다. 궁금증은 과거를 진보적으로 살아왔던 작가이기에 현재를 누구보다도 적확하게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이 궁금증은 2000년대 이전의 ‘진정성’으로부터 경험한 희망에서 비롯된다.

 


 

"수염 없는 삶을 택하겠다는 작은 의지 하나 수용할 수 없는 사회는 엄청난 바람이 불어 버림받아 보아야 한다. 세상에서 버려져야 할 것은 그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바로 그 사회 자체이다."(p.181)

위의 문장을 보며 어떤 이는 성별 구분에 맞서는 여러 인물이 떠오를 것이고 또 어떤 이는 현 사회의 세태를 가늠해 볼 것이다. 세상에 버려져야 할 것은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닌 사회 자체라고 말하는 작가의 문장은 비장함과 의지를 가진 존재에 대한 슬픔이 공존한다. 의지를 가진 존재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조금씩 진보했다. 그 진보의 자리에 서 있는 자들은 슬픔을 함께 통념해야 한다. 진보는 과거를 올바르게 애도하는 데서 시작된다.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잘 애도하고 그 힘으로 다음을 도모하는 것. 거기서 미래라는 창구가 열릴 것이다. 저자의 과거의 문장이 지금의 현재를 예감했듯이 현재의 문장은 미래의 어느 날을 예감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 데이터와 현재의 트렌드를 잘 읽어나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주목한 미래의 창구는 김초엽 작가에게서 시작된다.

"김초엽의 작품 속 존재들은 성이 지워진 채 유기체로서 삶을 살아간다. 두 가지 성(性과 姓) 모두 여간해선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약자와 소수자가 존재하고 차별과 배제가 남아있고 약탈과 희생이 따르고 장애와 고통이 선명하지만, 전 우주로 공간이 확장되고 미래로 시간이 확장된 김초엽의 세계에서 두 성이 지워진 존재들은 한결 숭고한 차원의 고민을 한다. 숭고한 고민의 세계로의 초대가 김초엽의 미덕이다. 그 묵직한 초대가 고맙기 그지없다.(p.295-296)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아욱-생활 속의 존재〉, 2부 〈성당-존재 속의 사색〉, 3부 〈사색 속의 진리〉, 4부 〈표절-진리 속의 공감〉이다. 각 부에는 모두 60의 장이 마련돼 독자들을 기다린다. 아직 완전히 저자의 글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각 부의 제목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활 속의 존재-존재 속의 사색-사색 속의 진리-진리 속의 공감'은 집중해 살펴볼 작정이다. 책의 내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저자의 의도적 제목 배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독자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표현한다면 미래에는 우리들이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아닌 좀 더 고차원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 속 인간의 태초의 모습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지 않았듯이, 우리의 내면에는 그 진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남성과 여성이라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해야 하는 일이 우리 자신에게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순간들이 보장하고 현재의 문장들이 꿈꾸게 만든다. 미래의 우리가 성별의 구분과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인간 옆에 서는 일을, 우리는 상상하고 실현하게 될 것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저자 : 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1996년 동안 KBS 아나운서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말하기 강의와 프리랜서로 방송, 음악회 진행 등을 했고 연극 <죽음에 이르는 병>, <그와 그녀의 목요일>과 영화 <재회>에 출연했다. 영화 <재회>는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저서로 《언제나 지금이 아름다운 여자》, 《클래식 에세이 마주침》,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클래식의 사생활》,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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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you - 당신은 사랑입니다
허다솜 지음 / 메종인디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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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Be you』는 저자 허다솜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영감을 주는 짧은 문구들로 구성돼 있다. 「당신은 사랑입니다」란 부제도 달려 있다. 보통의 자기성찰과 자기사랑에 관한 글이 고요하고 진지한 특징이 있다면,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을 가득 담은 언어로 조용히 “삶은 심오하고 위대하지만 심각하고 무거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이 다른 에세이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리면서 무척 행복한 표정이 많다. 독특하기도 하고 선과 색은 절묘한 조화로 보는 이로 하여금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한다. 어쩌면 저자가 오래 살았던 인도의 모습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정케 한다.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등 위태롭고 바쁜 삶 속에서 긴 문장들로 빼곡하게 차 있는 책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깊어도 무겁지 않고, 간략하면서도 기쁘고 즐겁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에너지를 담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할 만하다. 자신의 미술적 시선을 사랑과 따뜻함으로 담아낸 그림들만 보아도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이 저자가 표현하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목차를 따로 만들지 않았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과 그림을 정교하게 구성하여 에너지의 정합을 맞추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언제 어디를 펼쳐도 독자에게 온전히 연결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저자는 아직은 영어나 벵골어가 더 익숙하고 한국어 표현이 조금 서툴기에 영어와 한국어로 모두 글을 표현했다고 털어놓는다. 영어 표현법을 함께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영어 표현으로도 그 의미를 음미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책을 펼치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글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저자가 손수 그린 작품들이다. 무표정한 것도, 그렇다고 웃고 있는 것도 아닌 오묘하게 변함없는 표정의 얼굴들에 고개가 갸웃한다. 왜 얼굴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저자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 중에서 ‘인간’이라는 형상을 한 ‘사람’을 가장 사랑해서 얼굴을 많이 그린다고 한다. 그 오묘한 변함없는 표정의 얼굴은 바로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는 자기 자신이었다.

독자들은 "우리는 자기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어떤 눈빛으로,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란 자문을 하고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듯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따뜻함이 올라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랑의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사랑의 서명을 해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저는 저 자신이 사랑의 존재라는 것을 매일 매 순간 상기할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사랑이다" - 이것을 당신의 만트라로 만드세요.)

사랑의 서명 :

 


 

저자는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이 부끄러운 존재로 느껴지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 나갈 수 있는 한없는 크기를 가진 존재라고 바라본다면, 자신을 그 자체로 내보이고 사랑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저자의 이 소박한 주장은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자 큰 위로다. 자기 사랑은 어쩌면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용서, 그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경험한 다양한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의 시간을 지나오며 저자에게 오히려 강한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동력이 되고 원천이 됐던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몇 번 등장하는 요가라는 인도 특유의 평온함이 체화된 것일까? 아니면 명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부딪히며 극복한 스스로를 따뜻한 애정의 눈길이었을까. 아니면 둘 다 저자에게 영향력을 주었을까? 사실 원인보다 중요하고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지금 보이는 저자의 마음일 것이다. 저자의 마음은 짧은 글, 독특한 그림에서 독자들이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랑 그리고 온화함.

 


 

자기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자기사랑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자기사랑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시선에 구속 받지 않고, 자기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자기사랑의 충만한 에너지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자서전적 요소를 독특하고도 평화로운 그림으로 대체하는 저자처럼 우리 모두는 삶은 다르지만 각각이 사랑인 존재이고, 자기 자신이 되고 사랑이 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말이다. 저자는 이미 제목에서 독자에게 주문하고 있다. 〈be you 당신은 사랑입니다〉.

 

제가 가진 모습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생각하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저의 느낌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기에

단어 대 단어의 번역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

여러분도 여러분의 느낌대로 여행하세요.(p.15)

 


 

저자의 이름도 이 책에서 풀이하고 있다. 우선 인도 공주 허황옥의 후손이어서 성(姓)이 '허'씨라고 한다. 독자도 신라에 인도 왕족이 들어와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이름 '다솜'도 사랑이란 뜻이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산스크리트어 이름도 가지고 있다. '니르말라'로서 '맑음'이란 뜻이라고 전한다. 별명으로는 '루나(달)', '루나 요기나(유튜브, 인스타그램)'이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름이 가진 뜻이 파동으로 전달된다는 이야기도 우리나라에 있는 말인데, 인도에서도 같은 이유로 이름을 짓나 싶다. 그래서 저자는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름을 사랑한다고.

그러나 저자가 이름을 사랑하는 것은 단순히 하는 말일 뿐 우리 모두가 사랑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존재 자체라는 뜻이라고 밝힌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저자는 늘 사랑을 외친다고 말한다. "당신이 되어라! 사랑이 되어라." 저자가 매일 사랑의 길을 선택하는 일이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사랑의 길은 나에게 내가 되고, 나의 모든 것이 되도록 가르쳐 준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런 어두운 날에도 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발견한다고 밝힌다. 이 때문에 저자 허다솜은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전사', 매일 자신을 알아가는 전사라고 말하고 있다.(p.21)

 


 

'전사'는 매일 자신을 갈고닦는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책의 앞 부분에 쓰인 전사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같은 뜻을 가진 '전사'가 인용된다.

전사가 되어라

빛과 사랑의 전사

혼란을 끝장내는 전사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넘어서는 용감한 전사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나아가는 전사가 되어라(p.161)

 

이렇게 독자는 이 책의 끝에 가서 책의 추천평을 쓴 정순일(원광대 명예교수, 불교철학)의 글 뜻이 이해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먼저 부끄러웠다. 불교이니, 명상이니 추구하며 오랜 세월을 산 사람으로서, 어렵고 난해한 책밖에는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명상과 인생을 이렇게도 명쾌하고 심플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그것도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감탄하였다. 자신의 얼굴을 어쩌면 저토록 선 굵고 아름다운 터치로, 이토록 다양하게 그려 놓을 수 있을까? 같은 구도 다른 색깔로 많은 얼굴들을 그린 것은 아마도 자신이 고민하던 두 개의 정체성, 아니 수 없는 정체성에 방황하던 자신의 내면을, 간략한 터치로 풀어낸 것이리라. 그 얼굴들 속에는 저자의 얼굴만이 아닌 독자의 많은 얼굴들도 그려져 있을 것이다. 난 오늘부터 그림들 속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어딘 가에 있을 내 얼굴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알아차렸다. 유쾌하고 발랄한 춤꾼이며 귀여운 요가꾼에게 숨겨진 가슴 아린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그늘이 사라진 상태에서 두 문화를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때로 겨워하던 소녀였다는 것을. 그리고 시린 가슴을 이토록 가볍게 승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공감하였다. 사랑이란 게 이렇게 단순한 사건인 걸! 사랑이란 게 이렇게 곁에 있는 일인 걸! 그리고 나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나 자신을, 가족을.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그림책을 나에게 안겨준 다솜을."

 


 

"우리는 모두 부서진 조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원한다면 이 조각들을 모아 작품을 만들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부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당신의 온 존재로,

만드세요.(p.141)

 

저자 : 허다솜

 

작가는 자신을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당신의 친구’라고 말한다. 5세 때 요가 철학에 매료된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가서 캘커타국제학교, 하리드와르의 요가대학교, 샨티니께탄(타고르의 교육마을)의 비슈바바라띠 대학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였다.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대학 졸업 시 인도 대통령으로부터 금메달을 받았고, 대학원도 수석 졸업했다. 이러한 교육 배경으로 작가는 그 안에 있는 춤, 예술, 요가, 그리고 콘텐츠 제작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주로 살았던 지역의 언어인 벵골어를 비롯해 영어와 힌디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국경과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인도 고대 언어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며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 한국보다 인도가 더 익숙한 저자는 고국을 알아 가고 있는 중이며, 사랑하는 두 나라를 가슴에 품고 가교의 존재로 자신을 만들고자 서뗘인도문화예술연구소를 설립하였다. 현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유튜브채널 와 인스타그램 @luna_yogini_official을 통해서 그의 다양한 일상과 매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소통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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