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너였던 나
유정아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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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언젠가 너였던 나』는 에세이다. 신변잡기를 적은 에세이가 아니라, 페미니즘과 인간의 삶, 삶의 진리에 대해 썼다. 주제가 무겁다. '언젠가 너였던 나'란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주제다. 저자 유정아는 「프롤로그」를 통해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여기의 나는 과거의 '나'들의 총합인가?" 그렇다면 미래의 나는 지금 여기의 나까지를 포함한 나일 것인가? 미래의 우리는 지금 여기에 이른 우리가 어떤 태도로 나아갈 때 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시작부터 강렬한 느낌의 가설을 내세운다. 어쩌면 우리 사회 문제, 혹은 인류 삶의 문제에 대한 사유를 시작할 때 필요할 듯한 명제들이다. "작금의 이성주의적 시선들은 역사가 축적해 길어 올린 것이지 뜬금없이 외부로부터 침입한 것이 아니다. 한 평범한 인간의 궤적 안에서도 그 시선들은 자라왔다. 여성인 나만이 아니라 남성이나 그 시각에 반대하는 누구라 할지라도 자신 안에 상처 받은 약자가, 소수자가 들어 있다." 저자의 전제는 매우 단호하다. 반대할 수 없는 명확한 전제나 명제를 글의 서두에 내놓는 것은 자신의 사유가 진리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할 때 주로 사용한다. 여성주의자들은 누구든지 상처 안에 소수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전제 말이다. 저자는 다시 설명을 붙인다. '여성'이 들어가 있을 뿐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하자는 것이 아니다. 강자와 승리자만의 세상은 오래 가지 못함을 역사는 말해준다는 저자의 주장이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신(神)이 있다고, 대문자(God)가 아니라 소문자(god)로 자신을 낮추는 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 신은 남과 여를 갈라서 사랑하지 않고 수염이 없는 자와 수염이 있는 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인간이라서 지닐 수 있는 마음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이 있다. 신만큼 대단하지는 않아도 신을 본떠 그 다정함을 닮을 수는 있다. 나 아닌 ‘너’에게서 내 흔적을 찾을 수 있고 그 기억으로 너를 공감하며 너의 옆에 같이 설 수 있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성령이나 천사가 아니라 사람을 보낼 것 같았거든요.” 사람이 사람의 옆에 서는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이 같은 저자의 인식은 아마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주장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인류학이나 생물학, 문화인류학 등 과학 부문에서는 가능성을 말하더라도.

저자의 남녀 구별이 없는 원시(태초) 시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진다. 1부 1장 「부치지 않은 편지-아욱」에서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설 같은 주장도 이어진다. 사실상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남녀 구별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이 장에서 저자는 독일의 수도원에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이 살았던 12세기 중반. 장소는 아직 칭기즈칸(1162~1227)이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이 지역을 휩쓸기 전의 중앙아시아다. "어느 날 황양의 한쪽 목초지에 차려진 흉노의 천막에서 붉고 찬 기운의 남자아이와 검고 울지 않는 여자아이가 한꺼번에 태어났어요. 물론 세상으로의 완벽한 동시 입장은 아니어서 여자아이가 먼저 엄마 뱃속에서 나왔고 조금 시차를 두고 남자아이가 떨어져 나왔지요."(p.13)

 

 

아이들이 자라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야채죽의 야채 이름이 무엇인지 어미에게 물었다. 검은 고요는 자신의 이름을 못 전하더라도 그 야채의 이름만큼은 아이들에게 일러주고 싶었다. 형제와 함께 좋아하던 그 야채. 검은 고요는 온 힘을 다해 입을 벌려 발음해 보았다. "아-흑-." 애정과 그리움과 사무침이 그의 입에서 터져 만든 말이었다. 아흑. 그렇게 중앙아시아의 동규 혹은 파루초는 이 땅으로 와서 '아흑'이 되고 '아옥'이 되었다가 오늘날 '아욱'이라고 부르는 채소로 남았다는 인류 창조 신화를 이야기한다. 검은 고요는 어떻게 됐을까?

책에 따르면 늘 말 달리던 검은 고요는 말에서 내린 삶을 받아들였다. 한곳에 머무르며 아흑을 기르고 거두고 끓여먹으며 사는 삶. "탈출하는 길을 발견한다면 그 누구도 마다치 않는다"라고 한 이븐 할둔(1332~1406)의 『역사서설』 속의 글처럼, 정주의 삶이 초원의 삶보다 좀 더 편안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달라진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용기와 담대함일 수 있다. 하지만 늘 가슴 한편에서는 말 위에서 보던 풍경이 그리웠고, 그 속도를 잊지 못했고, 빨리 살고 빨리 죽는 황야의 삶,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 익숙하다 여겼다. 검은 고요는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깊이 사랑했지만 검은 고요가 더욱 깊이 사랑하는 건 그와 함께 세상에 나온 형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제이자 자기 자신이라고 여겼던 소년. 말 못하는 자신의 몫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머금은 채 굳게 다문 입술. 자신이 따스하게 잡아주던 붉게 찬 손. 검은 고요가 진정으로 그리워한 건 나였던 너, 남성과 여성을 넘어선 자신, 말하는 자이자 말 안하는 자, 붉고 찬 자이자 검거나 따스한 자, 말과 함께 살아가던 저 너른 들의 존재들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욱은 형제의 굳게 다문 입술 같은 단어이라는 것. 그 입술 너머의 접촉이자 침묵이다.

 


 

독자로서는 난감하다. 저자의 글이 너무 수준이 높은 데다가 인용되는 부분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의 연속이고, 또 내용조차 쉽게 수긍이 안 되어서 더욱 당황스럽긴 하다. 그러나 정준희(언론학자, KBS 열린토론, MBC 100분 토론 진행자)의 추천평을 읽고서 내용의 이해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 "유정아라는 인물 안에, 우아함과 소년스러움이라는, 성별과 나이를 가로지르는 복합적 품성이 병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이유를 마침내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한다. '성(城)안에 살면서 성(性)에 갇혀 있지 않은 만능 마녀'와 그런 '사람(을) 볼 줄 아는 소년'에게 내지른 만세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네 가지 자아상 모두를 향한 환호성이었을 테다. 그/녀의 성(城/性/聲) 안에 가꿔온 도서관과 화실, 정원과 호수를 구경하러 온 여러분 앞에서, 이 소년/마녀는 “손님이 오실 줄 몰라 머리 손질을 못 했다”라며 머쓱하게 그러나 주저 없이 투구를 벗을 참이다."

추천평과 다음 저자의 페미니즘적인 주장을 읽어보니 비로서 말뜻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같이 힘과 권력을 가지자는 것이 아니다. 과도기적으로 권력을 가져야만 바꿀 수 있다면 수단으로서는 가질 수 있겠지만 궁극에는 다 같이 힘을 빼자는 것이다. 힘과 권력의 개념 정의를 다시 하자는 것,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도, 못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 뺌으로써 더할 수 있는 다른 셈법을 가져보자는 것, 돌고 돌아 다시 남성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구분 없이 다른 차원의 세상을 향해 가자는 것, 좀 더 공상해 보면 남녀 구분 없이 ‘헤아리는 더듬이’를 가진 새로운 종의 출현을 기다려보자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페미니즘의 깊이이다."(p.30)

 


 

어떤 작가의 문장은 과거의 문장이 현재에도 시사성을 가진다. 과거에 이미 현재의 지점을 앞서 고민하고 문장으로 적어내는 것, 이를 진보라 표현해도 될 것이다. 유정아 작가는 과거의 삶에서도 페미니즘으로 사유하고 깊이 있게 현상을 바라봤다. 페미니즘이 가시화되기 이전부터 삶으로써 이를 직감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작가의 문장은 현재에도 그 가치가 희석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에 날카롭게 회귀하여 우리의 지금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헤아리는 더듬이”는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며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무지개 빛깔로 거리를 채우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기도 할 것이고, 환경을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운동을 실천하기도 할 것이고, 바로 옆의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할 것이다. 혼자서 부르짖던 작가는 연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그 예견이 미래(지금의 현재)에는 당연한 문장이 되길 소망했을지도 모른다.

유정아 작가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삶은 어떨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과거에 지녔던 가치관이 현재에는 어떻게 변모하고 예리하게 다져졌을지 호기심과 기대가 싹튼다. 궁금증은 과거를 진보적으로 살아왔던 작가이기에 현재를 누구보다도 적확하게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이 궁금증은 2000년대 이전의 ‘진정성’으로부터 경험한 희망에서 비롯된다.

 


 

"수염 없는 삶을 택하겠다는 작은 의지 하나 수용할 수 없는 사회는 엄청난 바람이 불어 버림받아 보아야 한다. 세상에서 버려져야 할 것은 그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바로 그 사회 자체이다."(p.181)

위의 문장을 보며 어떤 이는 성별 구분에 맞서는 여러 인물이 떠오를 것이고 또 어떤 이는 현 사회의 세태를 가늠해 볼 것이다. 세상에 버려져야 할 것은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닌 사회 자체라고 말하는 작가의 문장은 비장함과 의지를 가진 존재에 대한 슬픔이 공존한다. 의지를 가진 존재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조금씩 진보했다. 그 진보의 자리에 서 있는 자들은 슬픔을 함께 통념해야 한다. 진보는 과거를 올바르게 애도하는 데서 시작된다.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잘 애도하고 그 힘으로 다음을 도모하는 것. 거기서 미래라는 창구가 열릴 것이다. 저자의 과거의 문장이 지금의 현재를 예감했듯이 현재의 문장은 미래의 어느 날을 예감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 데이터와 현재의 트렌드를 잘 읽어나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주목한 미래의 창구는 김초엽 작가에게서 시작된다.

"김초엽의 작품 속 존재들은 성이 지워진 채 유기체로서 삶을 살아간다. 두 가지 성(性과 姓) 모두 여간해선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약자와 소수자가 존재하고 차별과 배제가 남아있고 약탈과 희생이 따르고 장애와 고통이 선명하지만, 전 우주로 공간이 확장되고 미래로 시간이 확장된 김초엽의 세계에서 두 성이 지워진 존재들은 한결 숭고한 차원의 고민을 한다. 숭고한 고민의 세계로의 초대가 김초엽의 미덕이다. 그 묵직한 초대가 고맙기 그지없다.(p.295-296)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아욱-생활 속의 존재〉, 2부 〈성당-존재 속의 사색〉, 3부 〈사색 속의 진리〉, 4부 〈표절-진리 속의 공감〉이다. 각 부에는 모두 60의 장이 마련돼 독자들을 기다린다. 아직 완전히 저자의 글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각 부의 제목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활 속의 존재-존재 속의 사색-사색 속의 진리-진리 속의 공감'은 집중해 살펴볼 작정이다. 책의 내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저자의 의도적 제목 배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독자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표현한다면 미래에는 우리들이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아닌 좀 더 고차원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 속 인간의 태초의 모습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지 않았듯이, 우리의 내면에는 그 진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남성과 여성이라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해야 하는 일이 우리 자신에게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순간들이 보장하고 현재의 문장들이 꿈꾸게 만든다. 미래의 우리가 성별의 구분과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인간 옆에 서는 일을, 우리는 상상하고 실현하게 될 것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저자 : 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1996년 동안 KBS 아나운서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말하기 강의와 프리랜서로 방송, 음악회 진행 등을 했고 연극 <죽음에 이르는 병>, <그와 그녀의 목요일>과 영화 <재회>에 출연했다. 영화 <재회>는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저서로 《언제나 지금이 아름다운 여자》, 《클래식 에세이 마주침》,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클래식의 사생활》,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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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you - 당신은 사랑입니다
허다솜 지음 / 메종인디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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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Be you』는 저자 허다솜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영감을 주는 짧은 문구들로 구성돼 있다. 「당신은 사랑입니다」란 부제도 달려 있다. 보통의 자기성찰과 자기사랑에 관한 글이 고요하고 진지한 특징이 있다면,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을 가득 담은 언어로 조용히 “삶은 심오하고 위대하지만 심각하고 무거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이 다른 에세이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리면서 무척 행복한 표정이 많다. 독특하기도 하고 선과 색은 절묘한 조화로 보는 이로 하여금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한다. 어쩌면 저자가 오래 살았던 인도의 모습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정케 한다.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등 위태롭고 바쁜 삶 속에서 긴 문장들로 빼곡하게 차 있는 책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깊어도 무겁지 않고, 간략하면서도 기쁘고 즐겁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에너지를 담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할 만하다. 자신의 미술적 시선을 사랑과 따뜻함으로 담아낸 그림들만 보아도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이 저자가 표현하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목차를 따로 만들지 않았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과 그림을 정교하게 구성하여 에너지의 정합을 맞추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언제 어디를 펼쳐도 독자에게 온전히 연결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저자는 아직은 영어나 벵골어가 더 익숙하고 한국어 표현이 조금 서툴기에 영어와 한국어로 모두 글을 표현했다고 털어놓는다. 영어 표현법을 함께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영어 표현으로도 그 의미를 음미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책을 펼치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글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저자가 손수 그린 작품들이다. 무표정한 것도, 그렇다고 웃고 있는 것도 아닌 오묘하게 변함없는 표정의 얼굴들에 고개가 갸웃한다. 왜 얼굴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저자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 중에서 ‘인간’이라는 형상을 한 ‘사람’을 가장 사랑해서 얼굴을 많이 그린다고 한다. 그 오묘한 변함없는 표정의 얼굴은 바로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는 자기 자신이었다.

독자들은 "우리는 자기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어떤 눈빛으로,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란 자문을 하고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듯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따뜻함이 올라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랑의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사랑의 서명을 해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저는 저 자신이 사랑의 존재라는 것을 매일 매 순간 상기할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사랑이다" - 이것을 당신의 만트라로 만드세요.)

사랑의 서명 :

 


 

저자는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이 부끄러운 존재로 느껴지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 나갈 수 있는 한없는 크기를 가진 존재라고 바라본다면, 자신을 그 자체로 내보이고 사랑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저자의 이 소박한 주장은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자 큰 위로다. 자기 사랑은 어쩌면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용서, 그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경험한 다양한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의 시간을 지나오며 저자에게 오히려 강한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동력이 되고 원천이 됐던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몇 번 등장하는 요가라는 인도 특유의 평온함이 체화된 것일까? 아니면 명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부딪히며 극복한 스스로를 따뜻한 애정의 눈길이었을까. 아니면 둘 다 저자에게 영향력을 주었을까? 사실 원인보다 중요하고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지금 보이는 저자의 마음일 것이다. 저자의 마음은 짧은 글, 독특한 그림에서 독자들이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랑 그리고 온화함.

 


 

자기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자기사랑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자기사랑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시선에 구속 받지 않고, 자기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자기사랑의 충만한 에너지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자서전적 요소를 독특하고도 평화로운 그림으로 대체하는 저자처럼 우리 모두는 삶은 다르지만 각각이 사랑인 존재이고, 자기 자신이 되고 사랑이 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말이다. 저자는 이미 제목에서 독자에게 주문하고 있다. 〈be you 당신은 사랑입니다〉.

 

제가 가진 모습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생각하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저의 느낌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기에

단어 대 단어의 번역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

여러분도 여러분의 느낌대로 여행하세요.(p.15)

 


 

저자의 이름도 이 책에서 풀이하고 있다. 우선 인도 공주 허황옥의 후손이어서 성(姓)이 '허'씨라고 한다. 독자도 신라에 인도 왕족이 들어와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이름 '다솜'도 사랑이란 뜻이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산스크리트어 이름도 가지고 있다. '니르말라'로서 '맑음'이란 뜻이라고 전한다. 별명으로는 '루나(달)', '루나 요기나(유튜브, 인스타그램)'이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름이 가진 뜻이 파동으로 전달된다는 이야기도 우리나라에 있는 말인데, 인도에서도 같은 이유로 이름을 짓나 싶다. 그래서 저자는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름을 사랑한다고.

그러나 저자가 이름을 사랑하는 것은 단순히 하는 말일 뿐 우리 모두가 사랑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존재 자체라는 뜻이라고 밝힌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저자는 늘 사랑을 외친다고 말한다. "당신이 되어라! 사랑이 되어라." 저자가 매일 사랑의 길을 선택하는 일이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사랑의 길은 나에게 내가 되고, 나의 모든 것이 되도록 가르쳐 준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런 어두운 날에도 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발견한다고 밝힌다. 이 때문에 저자 허다솜은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전사', 매일 자신을 알아가는 전사라고 말하고 있다.(p.21)

 


 

'전사'는 매일 자신을 갈고닦는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책의 앞 부분에 쓰인 전사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같은 뜻을 가진 '전사'가 인용된다.

전사가 되어라

빛과 사랑의 전사

혼란을 끝장내는 전사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넘어서는 용감한 전사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나아가는 전사가 되어라(p.161)

 

이렇게 독자는 이 책의 끝에 가서 책의 추천평을 쓴 정순일(원광대 명예교수, 불교철학)의 글 뜻이 이해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먼저 부끄러웠다. 불교이니, 명상이니 추구하며 오랜 세월을 산 사람으로서, 어렵고 난해한 책밖에는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명상과 인생을 이렇게도 명쾌하고 심플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그것도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감탄하였다. 자신의 얼굴을 어쩌면 저토록 선 굵고 아름다운 터치로, 이토록 다양하게 그려 놓을 수 있을까? 같은 구도 다른 색깔로 많은 얼굴들을 그린 것은 아마도 자신이 고민하던 두 개의 정체성, 아니 수 없는 정체성에 방황하던 자신의 내면을, 간략한 터치로 풀어낸 것이리라. 그 얼굴들 속에는 저자의 얼굴만이 아닌 독자의 많은 얼굴들도 그려져 있을 것이다. 난 오늘부터 그림들 속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어딘 가에 있을 내 얼굴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알아차렸다. 유쾌하고 발랄한 춤꾼이며 귀여운 요가꾼에게 숨겨진 가슴 아린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그늘이 사라진 상태에서 두 문화를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때로 겨워하던 소녀였다는 것을. 그리고 시린 가슴을 이토록 가볍게 승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공감하였다. 사랑이란 게 이렇게 단순한 사건인 걸! 사랑이란 게 이렇게 곁에 있는 일인 걸! 그리고 나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나 자신을, 가족을.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그림책을 나에게 안겨준 다솜을."

 


 

"우리는 모두 부서진 조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원한다면 이 조각들을 모아 작품을 만들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부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당신의 온 존재로,

만드세요.(p.141)

 

저자 : 허다솜

 

작가는 자신을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당신의 친구’라고 말한다. 5세 때 요가 철학에 매료된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가서 캘커타국제학교, 하리드와르의 요가대학교, 샨티니께탄(타고르의 교육마을)의 비슈바바라띠 대학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였다.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대학 졸업 시 인도 대통령으로부터 금메달을 받았고, 대학원도 수석 졸업했다. 이러한 교육 배경으로 작가는 그 안에 있는 춤, 예술, 요가, 그리고 콘텐츠 제작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주로 살았던 지역의 언어인 벵골어를 비롯해 영어와 힌디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국경과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인도 고대 언어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며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 한국보다 인도가 더 익숙한 저자는 고국을 알아 가고 있는 중이며, 사랑하는 두 나라를 가슴에 품고 가교의 존재로 자신을 만들고자 서뗘인도문화예술연구소를 설립하였다. 현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유튜브채널 와 인스타그램 @luna_yogini_official을 통해서 그의 다양한 일상과 매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소통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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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
지에스더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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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구를 위해 살고 있나요?” 저자가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은 경험과 성격에 대한 솔직한 토로로 독자들에게 진정성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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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
지에스더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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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한 해를 보내며 조용히 자아 성찰을 하려는 독자들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 된다. 그것은 저자 지에스더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다.(작가니까 글을 잘 쓰겠지만) 자신의 과거 아름답지 못한 경험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금 이때쯤이면 한 해의 마무리를 하느라 정신 없이 바쁘다. 대부분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일 때문이다. 하다못해 송년회도 한 해 마지막으로 미뤄놨던 사람도 이때쯤이면 한두 곳은 불가피하게 들를 수밖에 없는 곳이 남겨져 있을 터다. 독자도 딱 그런 모습에 정신 없이 연말을 보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잘 움직이고 노력한 사람들에게 더 없이 조용한 자아 성찰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이 올해 초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제대로 잘 수행했는지는 조용한 시간 성찰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마흔 살을 앞둔 나이에 마음이 급한 듯하다. 원래 성격인 것 아닐까? 아니면 오히려 서두르는 분일 수도 있을 듯하다. 보통 마흔쯤 되면 나이 먹는 게 서러워 조금이라도 줄여보거나(생일 계산해서 한국식으로 세던 나이를 만 나이로 바꾸는 등)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저자는 오히려 그 반대다. 저자가 두려워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독자가 궁금해 하는지를 알겠다는 듯 저자는 털어놓는다. 마흔을 맞이하며 달라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엇을 하려고 마흔을 재촉할까.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은 10대에 어두운 시절을 보냈다. 집에서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20대에는 그토록 바랐던 특수교사가 됐다. 인생에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30대는 두 아이 독박 육아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 내면에 비평가를 키웠다. 불만만 쌓였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먼저 특수교사, 두 아이 엄마, 작가로 살아온 인생을 차근차근 돌아본다. 더 이상 그렇게 힘들게 살 수는 없었다는 생각에서다. 나를 이해하는 작업을 해나갔다. "알고 보니 나를 힘들게 한 건 나였다"란 결론을 도출해냈다. 앞서 언급한 대로 10~30대를 보내는 동안 '독박 육아'까지 마치다 보니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인생 최고 암흑기라고 생각했다. 저자 말대로라면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때문에 감정 변화의 폭이 컸다.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날마다 감정이 롤로코스터를 탔다. 우울한 마음이 수시로 들었고, 길어져서 지하 100층까지 땅굴을 파고 내려갔다. 물론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맛보았다로 이해된다. 남편마저 단어 그대로 남의 편이 된 것 같았다고 표현한다. 특히 내가 나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내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비평가가 있었다. 차가운 비평가는 자신에게 절대로 우호적일 리 없다. 즉 자신을 증오하고 한없이 자신감은 떨어졌을 터, 모두 자신의 탓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내 안의 비평가는 내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비난하고 비판하는 말을 수시로 하는 것이 특기였다. 나를 칭찬하고 편 들어주는 시간은 턱없이 적었다고 말한다. 자연스레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게 되고, 이는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결국 생각 끝에 스스로를 이해하는 작업을 해나가기로 결심했다. 오랜 숙고 끝에 생각해낸 것이 새벽에 홀로 깨어 고전 필사와 책 쓰기였다고 고백한다. 이 책 『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가 탄생한 이유였다. 이제 40대인 저자의 인생 목표는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기'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기, 내가 내 편이 되기, 나를 위해 좋은 에너지를 쓰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우선 저자는 필사와 글쓰기를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새벽에 홀로 깨어 필사하며 생각을 깨웠다. 육아 휴직 동안 자신이 경험한 것, 공부한 것을 차곡차곡 글로 풀어썼다. 쓰는 동안 철학자 니체가 한 얘기도 떠올렸다. 필사한 경험을 살려 찾아내 옮겼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독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도 아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통해 자기를 극복했다는 일종의 증거다. 낡은 자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인간으로 탈피했다는 증거다." 이제 저자는 자신의 결심을 덧붙인다. 오직 나는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날마다 나 자신과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는 연습을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사랑하려 한다. 내가 나의 진정한 팬이 되어 오늘을 사는 것이다.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삶에서 중요한 것만 남겼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나부터 사랑하라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수시로 듣는 말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기가 미워하기보다 어려웠다. 그런데 저자는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뀐 걸까. 우리보다 특별할 것 없는, 어찌 보면 우리도 똑같이 살면서 똑같이 부딪치고 똑같이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사랑하는 여정에 동참해 보자. 책 후반부에 수록된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감정 습관 9’ 워크북도 마련돼 있다. 체크하고 실천을 거듭한다면 우리 각자의 새로운 전기를 불러올지 모를 일이다. 새로운 한 해를 꿈꾼다면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가 시작이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뛰어난 1인자를 부러워하는 2인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살리에리'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이 살리에리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차르트가 살리에리를 부러워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살리에리는 동시대 음악가들로부터 존경받는 교육자이자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의 스승이었다. 현실판 살리에리가 바로 저자와 같다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저자는 실제로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강렬한 질투를 느꼈다. 출간 도서 7쇄 발행, 인스타그램 팔로워 15만, 댓글 수백 개, 좋아요 5만 개가 넘는 게시물까지. 그녀가 이루고 싶은 모든 걸 해낸 사람을 부러워하며 괜한 피해의식까지 품는다. ‘저 사람은 잘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이 정도의 열등의식은 '병'이다.

저자는 어떨까. 이번 신작까지 포함해 모두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특수교사로 일하며 두 아이의 엄마, 작가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날마다 엄마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문구도 업로드한다. 이쯤이면 대단하지 않은가. 저자 역시 나이 마흔을 맞이하고 비로소 그걸 깨달았다.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부족하게만 여겨지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이 책에 솔직하게 적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아 성찰을 통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지만 그 근본은 한없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자랑처럼 들리기도 한다. 독자들도 책을 읽으며 판단해보기 바란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는 왜 내가 미울까」, 2장 「나를 지키는 마음」, 3장 「좋은 엄마보단 괜찮은 나」, 4장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2장에서는 자존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3장은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빛나기 위한 노력을 썼다. 마지막 4장에는 제목 그대로의 에피소드를 제시했다. 과거 저자처럼 아직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볼 것을 권유할 만하다. 이유는 이 책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또 자신의 경험과 성격을 아낌없이 설명하고 독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그리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거나 지속적이지 못한 성격에게도 잘 어울린다. 즉 습관을 통해 인생을 바꾸는 법을 알고 있는 저자다.

 


 

4장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에 적힌 7개의 글은 제목만 열거해도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면의 비평가 버리기〉,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자기애는 체력에서 나온다〉, 〈무한긍정 압박 버리기〉, 〈질투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무기력할 때 가장 먼저 할 일〉, 그리고 〈아주 오래된 감정습관 버리기〉이다. 제목만으로도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감이 온다면 그 사람은 자기계발 책이나 감정을 다스리고 순화하는 에세이, 또는 심리학 책을 많이 읽은 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 3가지 책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독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각-숙고-행동-습관-인생의 5단계에서 비롯된다. 이 책의 요지는 여기 다섯 단계에 모두 담겨 있다. 〈무기력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이란 제목의 글을 일부 인용해 본다.

"타인의 사랑이 채워지기만을 갈구하는 것보다는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루 딱 5분이면 할 수 있는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겠다. 하나씩 해보면서 나에게 집중해보자."

① 오디오북으로 소설 듣기 - 고정관념 버리기

② 시집 읽기 - 마음의 유연성 키우기

③ 스쿼트 하기 - 신체 근력 키우기

④ 멍때리기 - 자연을 바라보며 무아(無我)에 들기

⑤ 안 쓰는 물건 하나씩 버리기 - 간명한 삶 살기

 


 

"나는 오늘도 고전을 읽고 와 닿은 문장을 선택하여 기록한다. 나는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성숙하고, 내면이 단단하게 성장하는 인생을 산다. 날마다 두려움보다 사랑을 선택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인생을 산다. 서로 비슷한 상항을 경험할 수는 있어도 똑같은 이야기는 없다. 이름이 아무리 같아도 살아온 이야기는 다르다. 겉모습이 닮은 쌍둥이도 삶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의 수만큼 수없이 많은 인생 스토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드넓은 하늘의 빛나는 별과 같다."(p.216~217)

 

저자 : 지에스더

 

아홉 살, 다섯 살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 2007년부터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일했고, 현재는 광주에 있는 특수학교에 재직 중이다. 고요한 새벽 4시, 홀로 깨어 고전을 읽고 필사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온전히 나를 느끼고 찾아가는 여정을 즐긴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자라는 균형 육아를 지향한다. 엄마로만 사는 것이 아닌 나답게 성장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 자신의 팬으로 살고 있다. 오늘도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며,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성장하는 시간에도 진심이다. ‘엄마 성장, 책 육아, 집안일 놀이’를 주제로 강의한다. 지은 책으로 《하루 15분, 내 아이 행복한 홈스쿨링》 《엄마표 책 육아》 《공부머리가 쑥쑥 자라는 집안일 놀이》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가 있다.

인스타 @esther_damy7

블로그 blog.naver.com/damy7

브런치 brunch.co.kr/@damy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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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한바퀴 - 우리의 시작은 북촌에서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이한솔 교사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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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엮은 이 시집은 서울 북촌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더욱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동네 사랑의 순수함이 배어 있다. 또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이 여과 없이 밝게 드러나 읽는 시마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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