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링 베이식 아트 2.0
알렉산드라 콜로사 지음, 김율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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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술에 대한 독자의 지식은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서양 미술사를 봐도 대부분 유럽 중심의 미술사이고 마지막에 미국의 미술이 조금 기술되는 형식이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미술은 근대 이후 현대 미술 중심이어서 그림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독자가 아는 미국의 미술가는 '앤디 워홀' 정도이니 스스로 생각해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지만 미국의 미술 작품을 전혀 접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분석하고 있는 『키스 해링』도 미국 미술가다. 이 책은 그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한 책이다. 키스 해링의 작품은 독자 입장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각종 상품에서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많이 보아왔다.

국내 최대의 화장품 업체에서 사은품으로 쇼핑백이나 파우치 등을 만들어 제작할 때 키스 해링의 작품을 넣어서 화장품을 구입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기억이 있다. 바탕은 붉은색 바탕에 아기와 개를 각각 형상화해 넣은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었다. 또 반대로 짙은 회색 바탕에 빨간 아기와 개 형상화 그림이 들어간 것도 있어 두 종류로 제작되었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 작품에 대한 설명도 실려 있다. "오늘날 해링의 초기 작품은 하나의 도상으로 양식화되어 그의 이름을 가장 먼저 연상시킨다. 빛나는 후광 속에서 기는 아기와 주둥이가 모난 개가 짖고 있는 그림을 예로 들 수 있다."(p.8)

 


 

이 책은 독일의 현대 미술 전시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콜로사가 썼다. 이에 따르면 1980년대 뉴욕 미술계의 주요 인물인 키스 해링(1958-1990)은 거리 예술, 그래피티, 팝 감성, 만화 요소들을 혼합한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두꺼운 검은 윤곽선, 밝은 색조, 역동적인 인물상, 공적인(때로는 불법적인) 개입, 조각상, 그리고 캔버스와 종이에 그린 작품들은 즉시 20세기 시각 문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뉴욕 지하철역에 그린 첫 분필 드로잉부터 유명한 “빛을 내는 아기” 심벌, 스와치 시계와 앱솔루트 보드카와의 협업까지, 해링의 작품은 1980년대 뉴욕의 비이성적인 노동 윤리의 상징이자, 사회·정치적으로 독특한 인식을 자아냈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밝고 장난기 넘치는 미학 뒤에서 인종차별, 자본주의, 종교적 근본주의와 뉴욕 게이 집단에서 에이즈가 갖는 영향력 등 크게 논란이 되는 사회정치적 문제를 작품에 담았으며, 1990년 에이즈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자신의 운명 또한 예고했다고 한다. 저자의 생동감 넘치는 작품 소개를 통해 우리는 활기찬 뉴욕이 배출한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인 키스 해링의 시각 예술 언어와 강한 정치적 신념을 살펴보며, 10년 가량 크게 주목받고 떠난 그의 역동적인 삶과 혁신 정신을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예술은 삶, 삶은 예술」, 2장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는 법」, 3장 「예술, 상업 그리고 어린이」, 4장 「성과 범죄」, 5장 「대단원」, 6장 「키스 해링(1958~1990) 삶과 작품」으로 돼 있다.

 


 

「예술은 삶, 삶은 예술」에서는 키스 해링의 어린 시절과 가정 환경, 미술에 입문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의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실려 있다. "해링은 자신의 개성과 예술을 하나의 작품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있었다. 해링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선이다. 그의 작품에서 선은 대상의 본질에 충실하도록 형식적으로 축약된 것으로, 화면의 한정된 공간 안에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선은 항상 연속적이며, 우연을 법칙을 따르고, 외곽선이 되어 형상을 이루고 결국에는 상징이 된다. 무엇보다도 관람자는 작가가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짧은 순간의 응시만으로 충분히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해링의 작품이 가지는 특별한 혜택은 이런 강렬한 그래픽 양식을거대한 상상의 세계와 결합한 작가의 능력이다."고 분석한다. 그의 탁월한 화가로서의 인식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작가로서의 역량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작품 속의 인물이나 형태는 연속적으로 변형되어 새로운 창조물로 변화하는데, 이는 소묘가이자 화가, 조각가로서 해링이 지닌 작가적 능력을 증명한다고 설명한다. 천부적이라기보다 노력의 결과이며, 끊임없는 예술적 열정에서 비롯된다고 본 것이다. "해링의 지속적 탐구는 작품의 변화하는 화면과 관련된 실험이 병행되었다. 작가가 선택한 화면이라면 어떤 것에도 벽이나 옷가지, 자동차나 비행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이 또는 캔버스, 가공되지 않은 면이나 비닐 등에서 해링만의 특징이 완벽하게 위력을 나타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한다. 해링의 선은 스케치나 습작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무의식성과 확신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책을 쓰기 전 해링의 예술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밝힌다. 그도 그럴 것이 해링의 작품 중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해링은 주변에서 본 것들을 모사하고 통합했으며, 당대의 민감한 쟁점에 대한 확고한 직관으로 미국 사회를 관찰했다. 왜냐하면 해링은 생산자인 동시에, 특정 세대 특정 생활방식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툰과 만화를 보며 성장했기에, 미국인의 '본심'을 파악할 수 있는 예리한 감각을 개발하는 데 최고의 전제조건을 누린 셈이라고 말한다. 이로써 해링은 스파르타식 예술 수단으로, 텔레비전 매체의 노출된 지위라는 보편적인 양상을 지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언급한다. 독자로서는 '스파르타식 예술 수단'이라는 표현에서 독서가 막힌다. 처음 듣는 용어다.

어쩔 수 없이 네이버 사전을 찾는다. 정확한 설명의 같은 말은 없다. 다만 '구원 수단으로서의 예술'(니체 『우상의 황혼』의 해제)이란 항목에서 "삶 의지를 부정하는 예술은 구원의 수단이다. 의지의 중단 없는 충족에 대한 추구와 그로 인한 고통으로부터의 구원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구원은 '찰나'에 불과한 구원일 뿐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니체의 표현대로 '영원한 구원'에 이르는 수단을 찾고, 그 수단을 바로 금욕을 통한 의지욕구의 포기 및 자아의 불교적 포기에서 발견한다. 니체는 이것을 그리스도교적 사유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한다."란 해재가 적혀 있다고 기술돼 있다.

 


 

저자는 해링 작품의 하나인 성 주제를 강조한 드로잉은 해링의 예술과 삼이 얼마나 밀접한지를 보여주는 증명으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해링이 학생이었던 1979년 제작해 케니 스카프에 헌정한 작품은 그래프지에 그린 것으로 수많은 동일한 상징들로 뒤덮여 있다. 이 상징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 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남성의 성기로서 귀두 부분이 빨간 색연필로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상징들은 종이의 가장자리 선에 맞추어져 서로 겹치거나 닿지 않게 나란히 배열되었다. 같은 해 해링은 같은 주제를 한 번 더 다루었다. 이번에는 검은 종이에 그린 대형 작품으로, 하얀색 초크로 세밀하게 그린 작은 남성 성기들은 압축된 평면성으로 장식 문양처럼 보인다.

저자는 또 해링의 작품의 주제 성향은 일반적이거나 사회비평적인 측면으로 제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춤과 같은 개인적 관심사의 기록으로도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춤과 음악은 해링에게 있어 창조의 필수 요소였다. 그는 작업실에서 일할 때, 볼륨을 최대한으로 올리고 힙합 음악을 듣곤 했다. 또한 해링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클럽인 파라다이스 개러지에 가는 것이 주말 의식의 하나일 정도로 매우 열정적인 춤꾼이기도 했다. 외국 여행을 갈 때면 가능한 한 토요일 저녁 시간에 맞춰 뉴욕으로 돌아오게 일정을 짰다. 작품의 춤추는 장면들은 이런 열정에 대한 증거이다. 해링의 작품들은 힙합, 브레이크 댄스, 일렉트릭 부기 정신에 대한 반영이다.

 


 

삶의 마지막 기간에, 해링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그 이상의 복잡한 것으로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는 상황의 심각한 변화에서 기인된 작품의 더 많은 요구들을 점점 더 감지했다. 해링은 작가 윌리엄 버로스의 작품을 학창시절부터 높이 평가했는데, 1987년에 그를 처음 알게 된 이후 교류를 이어왔다. 해링은 윌리엄 버로스와 두 가지 기획을 함께 진행했다. 해링은 『계시록』이라는 제목으로, 1988년에 출간된 버로스의 글에 10장의 실크스크린을 더해 화집을 제작했다.

 

저자 : 알렉산드라 콜로사

 

독일의 트리어에서 미술사와 독일 문학, 경영학을 공부하여 2003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뒤렌에서 자유기고가이자 현대미술 전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역자 : 김율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학과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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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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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 만찬으로 표현되는 식사 자리. 식탁을 함께하는 일은 외교에서도 필수적이라고 한다. 외교는 나라와 나라간의 필요한 일을 대화로 풀어가는 일이다. 범위를 좁혀보면 식구(食口, 가족)가 된다. '식구'란 문자 그대로 '밥을 같이 먹는 사람'쯤으로 풀이할 수 있다. 나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우리는 가족, 또는 식구라고 표현한다. 아마 영어의 'family'도 어원을 따져보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회 생활하면서 비즈니스 중 가장 중요하고 빈번이 사용하는 일은 식사 자리이다. 사업 성공을 위한 협상 과정의 식사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런 중요한 일을 나라와 나라간에 협상하는 게 외교일 것이다. 꼭 정상 간의 만남이 아니라도 외교관 간의 식사는 나라와 나라간의 이해 관계를 맞추거나 적당하게 나눠갖는 데 합의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많을 것이다.

특히 크고 중요한 문제이면 양 나라의 정상이 만나서 이에 관해 협상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실무 접촉으로 미리 어느 정도 협상을 했기 때문에 정상간 만남은 하나의 보여주기식 '쇼'일 때도 있지만 중요한 협상을 끝맺지 않은 채 만찬에 초대하거나 국빈으로 만찬 자리를 마련할 때도 있다. 그만큼 식사 자리에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고, 상대의 마음을 사기에는 최고의 기회인 것이다. 만찬이 성사되기 전부터 만찬 이후의 에피소드까지 나라간 정상이나 외교의 만찬 자리는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을 것이다.

이 책 『식탁 위의 외교』는 음식이 실제 외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을 통해 살핀다. 윈스턴 처칠, 이오시프 스탈린, 로널드 레이건, 시진핑, 버락 오바마 등 각국의 정상들이 실제 주요 협상에서 식탁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것을 통해 외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음식과 식탁이 어떤 대목에서 어떤 맥락으로 외교의 윤활유가 되는지를 현장감 있게 설명해 준다. 또한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황에 맞지 않은 음식을 내놓는 것이 얼마나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도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책에 나오는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외교 현장을 더욱 실감나고 흥미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세계 외교와 현대 세계사를 알차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안문석은 프롤로그 「음식은 외교의 윤활유다」에서 외교관이 외국의 대사로 발령받으면 제일 먼저 자신의 임무를 파악하고, 자신이 만나야 할 사람들의 리스트를 확보한다. 또 외교 파트너의 면면도 조사하고, 국제 이삿짐센터에도 연락하고, 주변에 이임인사도 하는 등 매우 분주하다고 한다. 그 준비 리스트에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셰프를 잡는 일이란 점을 강조한다. 즉, 현지 대사의 관저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데 필요한 셰프를 확보해 모셔가는 일이라고 한다. 음식은 외교에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현지 도착한 후에는 외부 접대를 위한 식당을 미리 찾아둔다고 귀띔한다.

"함께 먹는다는 것은 일단 긴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고,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면서 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훨씬 가깝게 만들어 준다. 사업의 세계에서도, 정치를 하는데에도 그래서 식사는 중요하다. 외국인을 만나 설명하고 설득하고 협상하는 일인 외교의 세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역사와 문화를 달리하는 사람을 만나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작업을 하는 데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드물다. 앞에 있는 음식을 두고 이야기하고, 그와 비슷한 자기 나라 음식을 설명하고, 그와 관련한 사연과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그와 관련되는 상대국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식사를 같이 하면서 술까지 한 잔 같이 하게 되면, "우리끼리 얘긴데···", "여기서만 하는 얘기지만···". 이런 식으로 대화는 길어질 수 있다."(p.6)

 


 

저자는 음식이 외교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역사에서도 보여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예나 지금이나 외교에는 음식이 붙어 다녔다는 것. 서양이나 동양에서나 외교 사절을 진수성찬으로 대접해 자국이 필요한 것을 얻어내려 했다는 말이다. 그 전통은 현대의 외교에 그대로 전해져 외교 현장에는 늘 음식 이야기가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그 전통은 현대의 외교에 그대로 전해져 외교 현장에는 늘 음식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했는데, 주메뉴는 뭐였다,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은 뭐다, 주최 측이 왜 그 음식을 준비했다 등등의 이야기가 늘 흘러나온다. 그만큼 외교 현장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입지는 분명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유명한 사례를 인용하는데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국무 장관(우리의 외교부 장관)으로 일할 때 미국에서 유명한 요리사 80여 명을 '국가 요리사(State Chef)'로 임명해 중요한 손님을 맞이할 때 적절히 활용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들은 미국 국기아 국무부 문장이 수놓아진 감청색 요리복을 입고 국가 행사 때 최고의 음식을 준비했다. 해외에 파견되어 미국의 음식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했다는 것. 클린턴은 2012년 9월 이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요리는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라고 강조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 장관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상대국 관계자들과 나눈 가장 의미 있는 대화는 식사하면서 나눈 것이며, 음식을 나눔으로써 장벽을 뛰어넘어 서로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의 신학자 자크베니뉴 보쉬에는 일찍이 17세기에 "한 나라의 통치는 식탁에서 이뤄진다"고 이야기했다. 루이 14세의 스승 역할을 하며 왕권신수설의 논리적 기반을 제공한 보쉬에는 왕의 절대 권력은 신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 강력한 왕권도 그냥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국가가 잘 운영되는 것은 아니고, 음식과 식사 시간을 잘 활용해 주변 인물을 잘 다뤄야 제대로 된 통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외교에서도 국내 정치에서도 식탁의 중요성은 일찌감치, 그리고 충분히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외교 영역에서 공공 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나라가 상대국의 일반인을 상대로 우리의 매력을 홍보하는 것이 공공 외교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괜찮은 나라인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좋아하게 되면 국가 간의 관계도 그만큼 원만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공 외교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한 예로 K-팝을 세계에 홍보하고 K-드라마를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볼 수 있도록 선전하는 게 모두 중요한 공공 외교라고 말한다. 우리의 음식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것 역시 공공 외교의 주요 부분이라는 것. 음식은 그대서 국가와 국가 사이 직접 협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나라 전체의 인상을 개선하고, 나라의 매력을 높여주는 데에서도 무궁무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집필 취지와 연결된다. 이 책은 음식이 실제 외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를 많이 등장시킨다. 윈스턴 처칠, 이오시프 스탈린, 로널드 레이건, 시진핑 등 각국의 정상들이 실제 주요 협상에서 식탁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것을 통해 실제 외교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음식과 식탁이 어떤 대목에서 어떤 맥락으로 외교의 윤활유가 되는지 현장감 있게 설명한다. 이 책의 매력이자 집필 이유이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 「달콤한 외교」, 2장 「깊은 풍미의 외교」, 3장 「스토리가 있는 음식 외교」, 4장 「역발상 음식 외교」, 5장 「씁쓸한 외교」, 6장 「독한 맛 외교」이다. 각 장 음식의 맛에 비유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이채롭다. 또 외교의 성격과 외교의 결과 등에 따라 음식 맛으로 표현한 것은 독창적이다. 몇 개의 역사적인 음식 외교의 비하인드를 제목만 소개해본다. 1장에서 '패전국 프랑스를 승전국 지위로 올려준 카렘의 디저트'를 1장 「달콤한 외교」로 표현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표현하는 말로 비유했다. 1792년 시작돼 20년이나 계속된 〈나폴레옹 전쟁〉에서 나폴레옹은 결국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러시아, 영국의 연합군에 패했으며 유럽의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회의가 소집되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렸다. 패전국 프랑스의 대표는 외교 장관 탈레랑이었따. 원래 이름은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인데, 짧게 탈레랑이라고 불렸다. 그는 프랑스 외교사에 당당히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풍운하 스타일의 걸출한 외교관이다. 전쟁 직후 유럽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갈렸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형국이었다.

패전국의 외교 장관으로서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호재였다. 탈레랑은 오스트리아와 영국 대표들과 회동을 통해 의기투합했다. 비밀 조약을 체결하고 공동대응을 결의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점령했다가 내놓은 땅을 승전국이 서로 차지하려는 욕심의 틈을 갈라 패전국의 의무를 최소화하려 했떤 탈레랑의 외교력은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당시 외교관들은 음식을 먹고 즐기는 미식가도 있었고, 대식가도 있었다.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탈레랑의 전략은 이들의 마음을 음식으로 사로잡은 것이다. 이 전략을 위해 탈레랑은 직접 세프를 데리고 갔는데 그가 바로 아투안 카렘이다. 요즘 말로 하면 '스타 셰프'다. 그의 요리 실력은 유럽에 소문날 정도라니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카렘은 '왕들의 요리사', '요리사의 왕'이라는 별명을 붙은 만큼 소스의 계보를 체계화하고 요리사 복장도 표준화할 정도로 요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요리사이다.

 


 

이 책에는 6장에 걸쳐 모두 27개의 외교 관련 음식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대상으로 구별해도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고 있다. 지역적으로 구분해도 동서양,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의 주요 외교 상에 이루어진 음식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대부분 성공적인 외교 상 결과를 가져온 것이고, 일부 실패한 외교는 5장 「씁쓸한 외교」와 6장 「독한 맛 외교」에 실려 있다. 이 외에도 각 개인마다 선호가 있을 만한 외교 상의 음식 이야기도 실려 있다. 외교에 관심 있는 독자든, 음식에 관심 있는 독자든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독자의 느낌이다. 저자는 에필로그 「음식은 사람을 인간적으로 만들어준다」라는 글에서 외교 협상에서 실제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음식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자가 실제로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수집해가면서 음식의 중요성은 더 실감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외교 상의 음식은 매우 중요하다. 음식은 사회주의국가의 정상들에게도,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해 집권한 대통령들에게도 그렇게 중요한 것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음식 외교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다고 밝힌다. 이들 음식 외교학자들은 음식이 실제 외교와 분쟁 해결의 장에서 어떤 매커니즘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지, 더 효과적인 외교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내놓아야 하는 것인지 등을 깊이 연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음식 외교는 '매력 외교', '소프트파워 외교', 다른 말로 하면 '마음 사로잡기 외교'다.

 

저자 : 안문석

 

1965년 전북 진안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요크대학교(University of York)에서 정치학 석사,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BS 통일부, 정치부, 국제부 기자를 거쳐 정치부 외교안보데스크를 지냈다. 2012년부터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북아 국제관계, 북한의 대외관계, 미국 외교정책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통일외교 방안 등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북한현대사 산책』 1~5권, 『오기섭 평전』, 『김정은의 고민』, 『외교의 거장들』, 『글로벌정치의 이해』, 『무정 평전』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으며, “The Sources of North Korean Conduct” (International Journal, 2020), “문재인 정부와 한미동맹―동맹의 지속성에 대한 고찰”(『한국동북아논총』, 2018) 등 한반도와 국제정치 관련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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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박진서 지음 / 앵글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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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누구에게나 삶 가운데 가장 큰일이다. 신중하고 신중해야 할 일이다. 조건은 사랑이다. 그 조건만 충족되면 나머지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없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조건으로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이라는 것 이외에 많은 부수적 조건이 따른다. 집안이 문제 될 수도 있고, 조국이 문제 될 수도 있다. 종교도 결혼 조건에 포함될 때는 방해되기도 한다. 집단이나 사회의 문제 이외에도 결혼은 당사자 간의 문제에도 조건이 붙을 수 있다. 개인의 능력, 외모, 신체나 학력, 또는 건강과 성격 등 따질수록 많아지는 게 결혼의 조건이 된다. '사랑'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고, 결혼이 이루어지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위대하다고 한다. 결혼 생활은 이후의 문제다. 잘한 일인지, 잘못된 결혼인지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에 의해 좌우된다.

인간은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문제에 부딪치고 때론 성공으로 기쁨과 행복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때론 실패함으로써 좌절을 겪기도 한다. 불운을 만나고 그 앞에서 속절없이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시간을 되돌리기를 바라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이 결혼일 때는 일생일대의 큰 문제가 된다. 이 책 『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의 저자 박진서 또한 그랬다. 불임, 예상치 못한 부채, 가난, 남편의 시각장애 그리고 자신의 자율신경 실조증. 이런 연이은 시련의 시작은 ‘결혼’이었기에 그 선택을 후회하고 숨통을 조이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남몰래 애를 끓였다.

 


 

이처럼 삶의 좌절을 느끼게 된 원인을 생각하다가 잘못된 결혼을 이유로 떠오르면 현대 사회는 자유롭게 '이혼'을 허용한다. 두 사람의 합의만 있으면 법은 두말 할 것도 없이 허락한다. 두 사람의 합의가 없더라도 법적인 조건에 합당하다면 한 사람의 요구만으로 이혼을 허용하기도 한다. 삶에 절망하고 결혼을 이혼을 바꾸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저자는 결혼생활을 끝내는 대신 어느 날부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불운을, 그 불운으로 비롯된 고행과 같은 나날을,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폭발과 마음의 소용돌이를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갔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세밀히 말하기 힘들지만 어디에든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속내를 풀어헤쳤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하는 삶을 헌신, 희생이나 사랑 같은 말로 덧칠해 꾸미지 않는다. 혹자의 감상처럼 ‘습자지 하나 걸치지 않은 글쓰기’다. 그렇기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자책하고 다시 추스르고 일어서는 현실의 인간, 즉 당신과 나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각자의 이유로 불행한 우리 모두가 저자의 글에 공명하며 위로받게 된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꿈꾸지만, 늘 무지개처럼 잡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어쩌면 저마다의 인생이 던지는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이 책에서 기대한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결혼을 한 뒤 연이어 고난을 맞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은 결혼이 잘못되어 고난을 겪게 된다고 생각하면 아낌없이 결혼을 버린다. 이혼의 이유를 묻는다면 '성격의 차이'로 혼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이다. 정말 그럴까? 크든 작든 수많은 문제들이 엉켜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생일대의 큰일인 결혼 생활을 포기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 될 것이다. 문제는 불거진 문제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나름대로 신중하고 깊게 생각할 것이다. 이혼을 결심한 사람들은 어떤 이유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아니면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말밖에 할 말이 더 있을까? 저자는 결혼생활 내내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했다. 자신도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한 채.

책에 따르면 결혼 후 혹시나 하고 찾은 병원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임 판정을 받았고, 두 차례에 걸쳐 큰 빚을 지게 되었으며, 남편이 시력을 서서히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부채 청산을 위해 매일을 치열하게 살았지만, 어느 날 이유 없이 끔찍한 통증에 시달리다가 저자 자신도 자율신경 실조증(자율신경계 이상으로 통증, 현기증, 피로 등 이상 자각 증상을 느끼는 질환)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한꺼번에 닥쳐온다면, 도저히 두 사람이 함께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보통은 이혼을 생각할 것이다. 사랑해서 결혼했든 또 다른 이유가 있어 결혼했든 말이다.

 

 

고난을 맞은 사람들은 “내가 어쩌다 이렇게 살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경우 스스로를 책망하고 자기 선택을 후회하거나 탓하고 원망할 사람을 찾기도 한다. 반면에 상대에게서 잘못을 찾아내고 자신의 잘못은 못 보거나 안 보거나이다. 못 봤든 안 봤든은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이 된다. 저자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절친한 친구가 눈물을 보이며 “아까운 친구”라며 안타까워할 때, 저자 스스로도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출중해서 한때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아이였던 자신을, 자신의 인생을 아까워했다고 털어놓는다.

한때 저자는 TV에서 방영되는 〈효리네 민박〉과 같은 삶을 깊이 갈망하며 환경적 제약에 낙담했다. 그러다 자신의 낡고 허름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며 전원생활의 한 순간을 맛보는 듯한 평안을 느끼고 ‘효리처럼’이라는 열망을 잠재웠다. 저자는 말한다. 열망이 사라진 자리엔 깊은 상실감과 허탈함이 남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삶과 살아내야 하는 삶 사이의 간극을 아프지만 조금씩 좁혀나갈 수 있다고.

 


 

저자의 말대로 어쩌면 행복이라는 개념이 과대평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말도 사실 실체가 없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말했지만, 행복도 불행도 그 기준은 천 명의 사람에게 천 개로 갈릴 수 있다. 삶에 대한 생각,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면 행복은 그리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닌 것이다. 불친절한 삶에도 저마다의 행복은 숨어 있기 마련이니까.

저자는 허탈함, 원망,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를 되짚는 사이 자신만의 행복과 작은 희망을 다시 발견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보듬고 치유하면서 깨닫게 된다. 인생이 기대를 배반하는 불운을 떠안겨도 불행하지 않게 살 수 있음을. 젊은 시절 한때 빛나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며, 또 누군들 지나온 자신의 인생이 아깝지 않을까? 저자는 이렇게 반문하며 현재의 삶을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주어진 운명도 아닌, 자신이 만들어낸 것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기를 택한 것이다. 불운이 덮친 삶을 온몸으로 부딪으며 버텨왔기에, 오랜 시간 동안의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해왔기에, 그리고 이런 저자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기에, 체념과 해탈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말들은 뜬구름 잡는 철학이 아닌 현실적 경험의 공유로 느껴진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그 울림이 미치는 깊이와 너비는 다를지라도 말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단번에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고단한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부부가 함께하는 의미를 찾고 진정한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고난 앞에서도 절망이 아닌 희망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천천히 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우리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삶의 트랙 위에 서야 하고, 내일 무너진다 해도 오늘은 일어나야 한다. 때로 자기 앞에 놓인 이런 삶을 살아내기가 버거운 우리에게 이 책은 공감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며 생생한 위로를 전할 것이다.

 

저자 : 박진서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 모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문예 창작과에 편입하여 잠시 주류 문학을 맛보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직업을 거쳐왔지만 글쓰기는 늘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은 것이었다. 더 젊은 날엔 글도 삶도 고통스럽게 해결해야 할 숙제로 여겼으나 지금은 답을 미리 알아버린 사람처럼 여유를 부릴 줄도 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고향에 온 듯,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와 소소한 밥벌이를 이어가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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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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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람을 얻는 지혜』의 저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당시 스페인의 대표 철학자였다고 한다. 독자로서는 처음 읽은 책이지만 이 책은 성경의 잠언처럼 쓰여 이후 철학자들에게도 많은 영감과 지혜를 준 것으로 보인다. 그라시안이 활동했던 17세기 스페인 귀족 세계는 겉으로는 화려함을 과시했으나, 안으로는 속임수와 음모, 배신이 가득한 실정이었다. 정중한 궁정 행동 지침만 가득할 뿐, “지혜로우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에 관한 실용적인 가르침은 부족했다. 그라시안은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경고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손에 잡히는 지혜를 전하고자 했다. 이 책은 인류 최고의 현인이나 철학자들이 앞다투어 그 진가를 인정했다.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불리며 자기 외에 모든 권위를 인정하길 거부했던 철학자 니체조차도 “이처럼 정교하고 세련된 인생 지침은 이제껏 만나지 못했다”라고 극찬했다. 또 지독한 염세주의자로 유명했던 쇼펜하우어마저도 “이 책은 평생 들고 다니며 읽어야 할 인생의 동반자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이 책을 독일어로 번역하기 위해 수년간 스페인어를 따로 배울 정도로 진심을 보였다(지금까지 한국에서 보았던 버전은 모두 쇼펜하우어가 번역한 독일어판이나 심지어 영어판을 재번역한 중역이었다). 뿐만 아니다. 몽테뉴, 파스칼 같은 17~18세기 유럽의 기라성 같은 철학자와 사상가들도 예외 없이 이 책을 읽고 큰 영향을 받았고, 영어판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말년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교회의 허가 없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으며, 감금과 감시에 시달려야 했다. 계속되는 처벌과 불이익으로 아픔을 겪다가 1658년 57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바로크 시대 유럽의 모럴리스트들은 성서에 나온 예시와 경구를 바탕으로 당연한 대답만 내놓았기에 결론도 뻔했다. 그러나 그라시안의 글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했기에 몇백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와닿는 부분이 많다. 이것은 그의 글이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과 삶의 중요한 원리들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지성 클래식이 46번째로 출간한 이 책 『사람을 얻는 지혜』는 국내 최초로 1647년판 스페인어 원서에서 직접 옮겼으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연구자들의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했다. 본문을 생략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원문 순서 그대로, 텍스트 전체를 모두 소개하는 최초의 버전이라고 한다. 198개의 각주와 친절한 해제를 통해 당시의 사회·문화 및 종교적 배경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300개 글의 맥락을 정확히 보여주는 제목을 달아 한눈에 텍스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인간에게 전하는 사랑 가득한 노신부의 “지혜롭고 실용적인 300개의 통찰”을 선물로 받는다. 400년의 간격이 무색할 정도로 인생 명언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들은 왜 이 책에 그토록 열광했을까? 그리고 지금은 왜 그렇게 열광할까? 이것은 그의 글이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과 삶의 중요한 원리들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전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삶의 지혜들은 놀랍게도 매우 현대적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재편집본과 여러 언어의 번역본이 그 유효성을 확실히 증명한다. 그는 계급이나 직업의 한계와 엄격한 시간 구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오늘날의 포스트 모던 시대까지 거침없이 넘어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면도날 같은 현실성과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실존의식(허무주의를 극복하려는 발버둥)을 그대로 전달한다. 1~300번까지의 번호가 붙은 300개의 끊어지지 않는 하나의 단락으로 구성된다. 그가 말한 내용 일부를 압축해보면 다음과 같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본질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해결하려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조언을 구할 줄 아는 것은 연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지혜롭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성공은 성취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주로 관계에 달려 있다." "모든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데, 지혜와 개인적인 성숙이 그 완전함의 일부이다. 행운은 자주 찾아오지만, 그것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라시안은 모든 성취가 의미 있는 삶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고, 조화로운 지혜를 찾으려고 애썼다. 그래서 이 책의 시선은 생존의 고된 과제인 끝없는 선택 앞에서 지혜롭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며 성공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을 향한다. 그렇게 그는 음모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과 성공하는 삶 사이의 중도를 보여주려고 했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엔 간편하고 쉽게 읽어낼 수 있지만, 검증된 지혜를 담고 있다. 저자가 수십 년 동안 스페인 상류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부자와 권력자들의 궁중 암투 속에서도 살아남아 깨달은 보석 같은 ‘날 것 그대로의 지혜’가 펄떡이며 살아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인간에게 전하는 사랑 가득한 노신부의 “지혜롭고 실용적인 300개의 통찰”을 선물로 받는 셈이다.

 


 

그라시안이 살았던 17세기 스페인 국민들의 삶이 녹록치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층민들은 빈곤에 허덕이고 대항해 시대를 개척해 쌓아올린 막대한 부는 오롯이 지배계층과 상인들의 몫이었던 것 같다. 스페인의 위대한 철학자라고 칭송받던 그라시안은 이 책을 통해 타락,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이었음을 역설적으로 꼬집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의 집필 이유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책의 곳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삭막한 세상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독자에게만 느껴지는 감정일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가?에 대해 저자의 철학이 담긴 글이다.

당시 스페인은 대항해 시대를 열고 유럽의 강력한 국가 중의 하나로 올라섰고, 엄청난 세력의 해군력으로 말 그대로 대서양의 지배권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막강했다. 이는 유럽의 변방으로만 치부되어온 스페인의 국력이 당당한 강대국으로 올라선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스페인(에스파냐)은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결과 카를로스 1세, 펠리프 2세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펠리프 2세의 후반기에는 해외무역에서 영국이 대두하고, 국내의 정치와 경제도 쇠퇴하였다.

그러한 사회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들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이로써 행복을 지켜나가기 위해 알아야 할 지혜로운 조언들을 그라시안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이 책에는 철학적이고 미려하고 형이상학적인 말보다는,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말들로 가득하다. 17세기 유럽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며 칭송받았던 이 책이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생 지침서로 여전히 손꼽히는 이유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공감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알아야 할 인생의 모든 지혜가 담겨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관념적인 인생 조언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실천 수칙들이 가득하다. 선명히 빛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사람들의 존경과 인정을 받으려면 좋은 사람이 아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통찰은 21세기의 독자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들과 동료들, 적수들, 상사들과 어울려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중국 공자의 가르침에도 나오는 말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인간 삶에 있어서는 고대든 현대든 원칙이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해내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 8부로 구성된다.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2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하라: 현실」, 3부 「인생은 짧지만 잘 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7부 「인생의 진정한 공부를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라: 온전함」, 8부 「5년마다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라: 성숙」으로 나뉜다. 책에 따르면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은 40세에 설교자로 큰 성공을 거둔 후에 출간한 『재능의 기술』(1641)을 더욱 깊고 폭넓게 확장한 책이 바로 『사람을 얻는 지혜』이다. 그는 예수회 신부였지만, 글 안에는 종교적 언급이 거의 없고 기독교 도덕 개념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저자가 생각한 근본적인 삶의 목표는 성공과 명성보다는, 개인의 성숙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근본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성공 전략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알아야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전하고자 했다.

 


 

역자 김유경은 책의 뒷 부분에 「끝없는 선택 앞에서 지혜롭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란 제목의 글로써 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한 '해제'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상류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부자와 권력자들의 음모를 목격하면서 "정직하면 바보 되는 불합리한 세상"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는 모든 성취가 의미 있는 삶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고, 조화로운 지혜를 찾으로고 애썼다. 그래서 이 책의 시선은 생존의 고된 과제인 끝없는 선택앞에서 지혜롭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며 성공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을 향한다. 그렇게 그는 음모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과 성공하는 삶 사이의 중도를 보여주려고 했다.

이 책에서 그라시안은 숙명론적이지 않고, 최악의 상항에서도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는 예수회 신부였지만, 글 안에는 종교적 언급이 거의 없고 기독교 도덕 개념을 저항하지도 않는다. 이런 격언 형식은 성서의 여러 책 중에서 솔로몬이 기록한 『잠언』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 책은 라 로슈푸코, 라 브뤼에르, 몽테뉴, 파스칼, 라퐁텐 같은 17~18세기 프랑스 도덕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니체와 쇼펜하우어는 앞서 언급한 대로다. 그라시안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말 그대로 300개에 이르기 때문에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수많은 조언 중에서 성공과 성취가 의미 있는 삶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인관계와 개인의 성숙, 지식과 지혜의 습득 등이 동반돼야 비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란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역자도 언뜻 보면 모순처럼 보이는 내용도 많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마저도 저자의 기본적인 의도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이 책의 가치를 설명한다.

 


 

저자 :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y Morales)

 

스페인 사라고사 지방, 칼라타유드 지역인 벨몬테에서 1601년에 태어났다. 아버지 프란시스코 그라시안 가르세스는 의사였고, 손위 형제들이 일찍 죽는 바람에 그가 장남이 되었다. 18세에 예수회에 입회하여 21세까지 2개의 철학 과정을 공부했고, 사라고사 대학에서 4개의 신학 과정을 이어간 후, 25세(1627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28세(1630년)까지는 인문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발렌시아의 수도원에서 3년간 수련기를 마쳤다. 40세에 설교자로 큰 성공을 거둔 후에 출간한 『재능의 기술』(Arte de ingenio, 1642년)을 더욱 깊고 폭넓게 확장한 책이 바로 『사람을 얻는 지혜』(Oraculo manual y arte de prudencia, 직역하면 “신탁 편람과 지혜의 기술”)이다. 그는 예수회 신부였지만, 글 안에는 종교적 언급이 거의 없고 기독교 도덕 개념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저자가 생각한 근본적인 삶의 목표는 성공과 명성보다는, 개인의 성숙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근본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성공 전략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알아야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전하고자 했다.

저자가 살던 17세기 전후, 스페인은 과거 150년간 유럽의 지배자로 군림하다가 서서히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30년 전쟁 개입으로 경제적 위기가 왔고, 포르투갈 및 카탈루냐의 반란, 전쟁 참패 등으로 서서히 힘을 잃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적으로는 황금시대였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에 대한 환멸과 덧없음, 종교적 희망, 죽음의 편재라는 특징이 바로크 문화라는 이름으로 전반에 드러나던 시기였다. 말년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교회의 허가 없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으며, 감금과 감시에 시달려야 했다. 계속되는 처벌과 불이익으로 아픔을 겪다가 1658년 5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역자 : 김유경

 

멕시코 ITESM 대학교와 스페인 카밀로호세셀라 대학교에서 조직심리학을 공부했다. 인사 업무를 하다가 지금은 출판기획과 번역을 하며 다양한 분야의 스페인어권 작품을 알리고 있다. 번역서로는 『언어의 뇌과학』, 『스토아적 삶의 권유』,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우리는 모두 상처받은 아이였다』,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가난포비아』, 『붉은 여왕』, 『마음 홈트』,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 『동물들의 인간 심판』, 『42가지 마음의 색깔2』,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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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 의학이 놓친 마음의 증상을 읽어낸 정신과 의사 이야기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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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믿음이 병의 예후와 진행을 좌우하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과학을 맹목적으로 믿고 치료에 임한다면, 정확한 진단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각성시킨다. 또 인간의 질환 치료에는 피지컬과 멘탈의 연결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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