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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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인간 중심의 역사에서 잊힌 존재였다. 동물은 자연환경의 구성 요소에 불과하다고 여겨졌으며, 동물의 삶 또한 인간에 의해 빚어지는 수동적 결과물로 표시됐다. 동물권 논쟁이 점화할 때도 동물은 고통스러운 삶의 피해자로만 소환될 뿐이었다. 동물의 역사는 그게 전부일까? 사자의 눈으로, 고래의 시선으로, 침팬지의 마음으로 역사를 기록하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이 책 『동물권력』은 ‘동물이 인간 지배의 대상’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의 삶을 지구사적 관점에서 재구성했다. 독자로서는 동물에 대한 전례 없는 독서일 뿐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 저자의 관점이 매우 놀랍기만 하다. 저자의 관점대로 이 책은 인간 대 동물이라는 이분법 구도 안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동물의 '능동성'에 주목한다. 이는 인간이 '신의 대리인'으로서 지구의 모든 생물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뒤늦은 각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 생태계가 인간 중심의 세상에서 망가지고 있다는 관점으로 보면 빠를수록 좋은 때이다.

저자 남종영은 인간은 뛰어난 지능과 정교한 손으로 매우 발전된 문명을 이루고, 모든 동식물의 지배권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이의 결과물이 지구 생태계 파괴와 환경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지구 재앙에 대한 각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적절하고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한다. 이제는 생태계를 위해서는 동물 및 식물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관점이라는 독자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인간-동물의 역사를 다시 쓰는 셈이다. 바이러스 폭탄을 가지고 다녔던 탈옥수 원숭이 앨피부터 군인 194명을 구한 통신병 비둘기 셰르 아미, 사냥꾼에 의해 죽어 간 사자 세실, 임종을 예견한 고양이 오스카까지, 나름의 의식과 성격, 판단을 가지고 역사를 살아온 동물이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동물은 우리에게 유무형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인간이 동물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인간과 협력하고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기도 하며, 종국에는 세계를 구성하는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인간의 정치에 저항하며 세계를 위협하는 비인간 행위자의 면면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인간과 개는 어떻게 만났을까?” 책을 여는 것은 최초의 가축, 개에 대한 질문이다. 저자는 인류학자와 고생물학자 사이의 치열한 갑론을박에서 늑대와 개의 능동성을 강조한 대담한 이론 두 가지에 주목한다. 하나는 동물생태학자 코핑거 부부의 ‘스캐빈저 가설(scavenger hypothesis)’이고, 다른 하나는 고생물학자 팻 시프먼의 ‘늑대-개 가설’이다. 전자는 쉽게 말해 가축으로서의 운명은 인간이 아니라 늑대가 선택했다는 주장이며, 후자는 개와 맺은 동맹 덕분에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앞지르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코핑거 부부와 팻 시프먼의 가설이 생태계 행위자로서 동물의 능동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축화에는 두 상대, 즉 인간과 동물이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한편, 인간의 몸과 동물의 몸은 동시에 진화한다는 점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가축의 기원, 나아가 동물의 역사를 논할 때 놓쳐 왔던 부분이다. 이 책을 인간-동물 관계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룬다. 제목에서 보이듯 이 책은 가축화에 대한 전복적인 시선에서 출발한다.

 


 

책은 모두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길들임과 지배 사이」, 2부 「동물정치의 개막」, 3부 「동물 영웅 잔혹사」, 4부 「동물, 그 자체를 향해」, 5부 「앞으로 올 인간-동물 관계」로 구성됐다. 먼저 저자는 1부에서 동물이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며 지구의 역사를 써 내려온 모습을 촘촘히 복원한다. 인간이 스스로를 동물로 여기던 수렵채집 시대부터 동물을 타자화하여 지배하기 시작한 신석기시대까지 다룬다. 100여 년 전 오스트레일리아 에덴 앞바다에서 이뤄진 ‘인간-범고래 공동 사냥’,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는 브라질 라구나 마을의 ‘인간-돌고래 공동 어업’ 등의 사례가 그렇게 이 책에 불려 나온다. 인간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빠진 ‘동물’이라는 퍼즐을 하나씩 끼워 맞추는 이 작업이 향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동물들의 누락된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만이 문명을 일구고 문화를 계승했다고 자부하는 관점이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도그마임을 일깨우며, 복잡한 그물로 얽혀 있는 생명의 역사를 복기해 나간다.

2부에서는 근대 이후 인간-동물의 관계를 다룬다. 인간이 동물을 상품화해 정치의 최하위 계급으로 복속시킨 이 시기의 적나라한 초상을 인간과 동물 간에 이뤄지는 지배·협상·저항의 틀, 이른바 ‘동물정치’의 관점에서 읽어 낸다. 산업화 이후 인간이 동물을 통치한 논리와 방식은 무엇일까? 인간의 지배는 동물의 삶과 죽음, 생활양식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이 같은 문제의식과 함께 소환된 동물의 삶은 그 자체가 자본주의경제의 축소판이다. 물자와 사람을 이동시키느라 산업 역군으로 혹사당한 역용마, 최초로 컨베이어시스템이 도입된 대규모 정육 단지 ‘유니언 스톡 야드’와 그 안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한 긴뿔소, 공장식 축산의 핵심을 이루는 밀집형 가축 사육 시설(CAFO, 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에서 대량생산 되는 소와 닭과 돼지의 실상 등을 밝히며, 저자는 지금껏 주목받지 못한 동물을 역사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되살려 낸다.

 


 

이 파트에서 저자는 인간의 일방적인 지배에 저항해 태업하고 파업하는 ‘노동자’ 동물의 정체성 또한 중요하게 다룬다. 이 책은 동물을 ‘의식 없는 기계’로 단정한 기존의 역사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미시적 정치학을 애써 무시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동물은 기계와 달리 ‘살아 있음’과 ‘행동 가능성’을 무기로 인간에 맞서 저항해 왔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전일적 지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고용주 인간’과 ‘노동자 동물’의 대립 구도가 선명히 드러난다. “노동자가 파업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기에 권력을 갖듯, 노동하는 동물도 말을 듣지 않을 수 있기에 권력이 있다.” 이렇게 지배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동물의 고통스러운 얼굴과 몸짓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이들이 대리인으로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동물정치 또한 시작된다.

3부에는 동물 지배 체제 속에서 떠오른 동물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흔히 동물의 희생과 헌신은 세간에 미담으로 회자되지만, 동물 영웅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한 영웅’일 뿐이다. 사람을 살린 영웅으로 추앙받은 고릴라 빈티 주아, 총알을 맞고도 40킬로미터를 난 비둘기 전사 셰르 아미 등 몇몇 동물 영웅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져 보면 대답은 자명하다. “이들은 영웅이 되고 싶어 했을까?” ‘동물 영웅’ 담론에는 인간-동물 관계의 모순이 숨어 있으며, 그 모순 속에서 동물의 행동을 인간의 기준으로 재단했을 때의 위험성이 드러난다.

 

 

이 파트에서는 인간 중심적인 시선을 거둔 이 책의 방향키는 다른 곳으로 향한다. 범고래 틸리쿰, 그리고 사자 세실의 삶이다. 수족관에 감금된 동물, 보호구역에 사는 야생동물을 각각 대표하는 틸리쿰과 세실은 이 시대 야생동물 착취 체제의 두 경로를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일련의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틸리쿰은 수족관에 끌려가 세 건의 인명 사고에 연루됐으나 범고래쇼의 비윤리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돌고래 해방운동의 견인차가 되었으며, 세실은 사람에게 살해되었으나 그 죽음을 통해 선진국의 기만적인 환경주의를 폭로했다. 저자는 인간 중심의 역사에 새로운 갈림길을 제시한 두 동물의 생애를 전기적 서사로 재구성함으로써, 이들의 고유한 삶을 집단적 종의 ‘생태’로 일반화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4부와 5부에는 동물에게 덧씌워진 인간의 편견을 깨부수고 동물의 진짜 모습에 다가가고자 하는 학계와 사회운동 진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학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동물의 새로운 면을 보여 주었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특히 1960~1970년대 교차 양육과 수화 교육 실험에 동원된 ‘말하는 유인원’들의 아픔은 과학적 이상주의에 내재된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냈다. 삶 자체를 실험으로 전락시켰던 과학의 자기 확신은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 오랑우탄 수십 마리를 반인반수의 괴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야생에서, 때로는 실험실에서 쌓아 간 과학자들의 지식은 어두운 심연에 있던 동물에 대한 앎을 조금씩 확장했다. 고래, 유인원 무리 속에서 이뤄진 현장 연구는 죽은 이에 대한 애도와 추모가 인간만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깼으며, ‘세기의 실험’으로 꼽히는 침팬지 거울 실험은 동물이 인간의 자의식과 비슷한 정신 작용을 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는 비인간인격체(nonhuman person) 담론으로 이어지면서 동물권 운동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다.

 


 

마지막 파트 20장 「침팬지의 절망에 응답하기: 침팬지 루시와 사람 카터」에서 저자는 미국의 포스트휴머니즘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를 인용한다. 이에 따르면 도나 헤러웨이는 동물과의 윤리를 '응답-능력'에서 찾는다. 해러웨이는 종 차별을 전면적으로 철폐할 수 있다는 동물권론자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인간-동물 관계의 전면적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구 내의 행위자는 각각의 필요와 욕망, 감정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전체를 통괄하는 윤리는 애초에 없다. 따라서 해러웨이는 무언가를 한 번에 바꾸는 정치 기획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오히려 인간이 자신이 대면하는 동물과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부분적 회복을 도모하는 '관계적 윤리'가 현실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이 평등한 곳이 어딜까? 그곳에서 인간과 동물이 만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곳은 동물이 감금된 동물원도, 교차 양육되는 가정도 아니다. 사람 재니스 카터와 침팬지 루시는 침팬지의 섬에서 평등하게 만났다. 카터가 오랜만에 루시를 찾아가 포옹을 나누는 사진은 두 존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간절함을 잘 보여준다. 이 시공간은 인간과 동물의 차별적인 삶의 단면에 솟아오른 평평한 산이다. 저자의 주장이다.

인간중심주의를 뛰어넘은 인간-동물 관계를 전망해 보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인간과 동물이 평등하게 관계 맺기 위해서는 기존의 동물권 운동 또한 돌아봐야 한다. 동물복지의 향상이 20세기 동물권 운동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물을 단순히 피해자라는 정체성에 가둬 버린 것은 근대적 동물정치의 한계다. 저자는 ‘주폴리스(zoopolis)’, 즉 인간과 동물이 모두 속한 ‘동물정치 공동체’ 개념을 경유해 인간-동물 관계의 회복을 논하는 동시에, 도나 해러웨이의 ‘관계적 윤리’가 필요한 이유 또한 짚어 본다. “동물권을 위한 거시적인 기획도 중요하지만, 인간과 동물 개개의 관계에서 나오는 작은 행동 또한 역사를 바꾼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침팬지 루시의 요청에 응답했던 재니스 카터, 지리산반달곰 KM-53의 행동에 맞춰 정책을 조율한 사례에서 미약하게나마 변화의 씨앗이 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식민주의는 원주민의 몸에도 흐르지만, 동물의 몸에도 흐른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과 아메리카들소와 늑대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원주민과 사자와의 관계를 분석하면 이들의 신체를 식민주의가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 생태계의 지배계급은 원주민과 동물의 삶터를 점령하고, 그들을 계몽해야 할 야만으로 치부하며, 그들의 몸을 자신의 정치체제에 복속시킨다. (…) 아프리카 야생에 대한 지배는 식민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바뀌었다고 댄 브로킹턴은 말한다. 식민지 시절 닥치는 대로 사자를 잡아들였다면, 지금은 쿼터를 주고 사냥허가권을 판다. 보전의 외피를 둘러쓰고 이윤을 창출한다.(p.277~278)

- 「14장 사자는 지도를 볼 줄 모른다」 중에서

 

어떻게 보면, 찬텍은 괴물이었다. 인간도 아닌 오랑우탄도 아닌, 반인반수. 인류학계에 휘몰아친 1960~1970년대의 수화 연구 열풍은 이런 유인원을 열 마리 이상 탄생시켰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은 네댓 살만 되면 인간 어른보다 훨씬 센 힘을 갖는다. 화가 나서 생긴 약간의 완력에도 사람은 크게 다칠 수 있다. 그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과학자들은 그들을 집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버렸다. 말하는 유인원들은 어정쩡한 삶을 살다가 지금 연구실의 좁은 시멘트 방에서, 동물 보호소에서 아픈 과거를 삼키며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p.304)

- 「16장 말하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야」 중에서

 

저자 :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 있다. 캐나다 처칠에서 북극곰을 보고 환경 기자가 되었다. 기후변화로 북극, 적도, 남극에서 고통받는 사람과 동물을 그린 지구 종단 3부작과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고향 바다로 돌려보낸 계기가 된 기사가 인생 최고의 보람이었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에서 인간-동물 관계를 공부했고, 인간의 동물 통치 체제, 생명 정치에 관심이 많다.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야생방사 프로젝트』, 『고래의 노래』, 『북극곰은 걷고 싶다』, 『지구가 뿔났다』 등을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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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황소연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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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2 『50가지 그림자 심연』 1, 2 『그림자』 1, 2 『심연』 1, 2 등 모두 8권과 이 책 『해방』 1, 2, 3을 합치면 모두 11권의 소설이다. 이 책들은 이른바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로 저자 E L 제임스가 썼다.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제작됐거나 지금도 제작되고 있다. 시리즈 첫 작품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 출간 석 달 만에 모두 5,000만 부가 판매되며 대중문화의 역사를 새로 쓴 로맨스 소설이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지만 표현상으로 외설과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전자책은 아마존닷컴 역사상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최초의 전자책으로 기록되었으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는 전자책에서 종이책으로 흥행을 이어간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다. 영화 판권 역시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높은 금액으로 판매되어 큰 화제를 낳았다. 같은 언어권인 영국에서도 특히 여성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책은 출간 즉시 총 530만 부가 팔리며,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책으로 기록되었다. 여성 취향의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판매 부수를 기록한 이 시리즈는 아마존닷컴 종합순위 베스트셀러 및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작가 E L 제임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작가’ 순위에서, ‘헝거 게임 시리즈’의 수잔 콜린스와 『인페르노』의 댄 브라운을 제치며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신드롬에 미국 출판계와 비평계는 당황했다고 한다. ‘호기심 왕성한 독자에 의해 반짝 인기만을 누릴 것’, ‘현실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한 전업주부나 읽을 책’이라는 출판 당시 전망과 비판이 무색하게 이 책은 미국 전역, 모든 성인 연령의 여성이 읽는 ‘it book’이 됐다. 공공 도서관이 성인소설을 구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책을 비치하지 않기로 한 플로리다 도서관은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당초의 입장을 번복, 수백 권을 들여놓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 한 도서관은 이례적으로 이 책만 235권을 비치했지만 대출 대기자가 800명에 이른다고 밝히는 등 미 전역에서 대출 대기자가 너무 많아 몸살을 앓을 지경이라고 한다.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 판매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출간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대형 할인점에서 수백 권을 쌓아 놓고 판매하고 있으며 휴가지에서는 물론 지하철에서도 스스럼없이 내놓고 읽는 책이 되었다.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오만과 편견』이나 『폭풍의 언덕』 같은 고전들도 성인소설로 각색되어 출간되기 시작하였고, 소설에 나오는 의류, 액세서리, 두 주인공 관계의 상징인 회색 넥타이, 향수, 란제리 등이 제작되기는 등 출판을 넘어 대중문화 산업 전반에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하나의 현상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소비하고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데에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 남자를 사랑이 구원한다. 세상을 모르던 여자가 사랑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사랑을 통해 결점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위해 변화하는 이야기는 보편적인 울림이 있다. 수없이 반복되어도 여전히 읽히는 강력한 서사이고 누구나 그런 이야기를 원한다. ‘회색’에도 50가지 다른 톤의 색이 존재할 수 있듯이 똑같은 사랑 이야기에도 여러 가지 빛깔이 있다.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제각각 다른 색깔을 지닌 이야기들 중에서 약간 위험하고 도발적인 사랑 하나쯤은 있어도 좋을 것이며 이는 3천만 독자들이 증명한 바 있다. 모든 이에게 같을 수 없지만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는 사랑, 거기에는 온화하고 밝은 빛부터 어둡고 위험한 빛까지 다양한 색조가 존재한다.

 

 

이 책 『해방』(전3권)은 올해 출판사 시공사에서 ‘그레이 시리즈’로 출간됐다. 이 책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50가지 그림자-심연』, 『50가지 그림자-해방』의 최종 완결편이다. 남자 주인공 그레이의 입장에서 아나스타샤와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렸다. 여성 대상 로맨스 소설이자 할리퀸 장르에 포함되는 이 시리즈의 매력은 단순한 성적 묘사를 뛰어넘는 에로티시즘에 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보다 자극적이고 하드코어한 BDSM을 다루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에서는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Mommy Porn)”라고 저평가 되었지만, 미국,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해당 국가들의 도서관에서는 독자들의 적극적인 항의로 기존의 규율을 깨고 19금 소설을 구비해 대여해주는 역사를 썼다.

평범한 20대 여성이 백만장자와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컴플렉스물이지만, 이걸 전형적이지 않게 만드는 요소는 백만장자의 BDSM 성적 취향에 있다. 서너 페이지에 한 번 꼴로 세세하게 등장하는 섹스 장면 묘사는 여성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실제 BDSM 플레이의 용어와 절차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SM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또한 여성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자극제로서의 역할도 함께하며 여성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책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번 작품 『해방』은 ‘그레이의 50가지 시리즈’ 마지막을 장식한다. 크리스천의 시각에서 아나와 결혼으로 향하는 과정을 담아 한층 더 관능적이고, 로맨틱하다. 이번 소설에서 흥미로운 점은 두 캐릭터의 대비다.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없는 남자가 먼저 결심하게 된 결혼, 또한 그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점점 더 도발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 되어가는 아나스타샤 스틸. 서로에 대한 열정은 그 어느 시즌보다 농밀하고 뜨겁고 깊다.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그의 성숙해진 생각, 성찰, 꿈에 대한 이야기와 그를 옭아맸던 어두운 그림자들의 역사가 교차 형식으로 풀어지면서 독자들을 작품으로 끌어당긴다. 그는 자신이 남편으로서 완벽하지 않다는 아버지의 지적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 갈등이 깊다. 한편, 크리스천에게 원한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아나는 생명을 위협받고 헤어질 위기에 빠지게 된다.

 

"살그머니 침대를 빠져나왔다. 일어섰을 때 넥타이가 발에 밟혔다. 어젯밤 벌인 즐거운 놀이의 흔적이었다. 아나와의 황홀한 기억이 내 감각 안으로 침투했다. 머리 위로 들려 묶인 그녀의 두 손. 힘이 들어가 뻣뻣해진 그녀의 몸. 절정에 올라 침대 머리판의 연회색 널을 움켜쥐며 머리를 뒤로 젖히던 그녀의 모습.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정성껏 탐닉하던 내 혀. 악몽의 잔상보다 훨씬 더 즐거운 기억이었다. 나는 넥타이를 집어서 접은 뒤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p.57)

 


 

사랑의 힘을 믿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역사상 가장 짜릿한 로맨스 『해방』. 많은 사람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소비하고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데에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 남자를 사랑이 구원한다. 세상을 모르던 여자가 사랑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사랑을 통해 결점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위해 변화하는 이야기는 보편적인 울림이 있다. 수없이 반복되어도 여전히 읽히는 강력한 서사이고 누구나 그런 이야기를 원한다. ‘회색’에도 50가지 다른 톤의 색이 존재할 수 있듯이 똑같은 사랑 이야기에도 여러 가지 빛깔이 있다.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제각각 다른 색깔을 지닌 이야기들 중에서 약간 위험하고 도발적인 사랑 하나쯤은 있어도 좋을 것이며 이는 3천만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증명되었다. 모든 이에게 같을 수 없지만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는 사랑, 거기에는 온화하고 밝은 빛부터 어둡고 위험한 빛까지 다양한 색조가 존재한다.

 

"그럼 왜 망설이는 거냐고 묻는 거죠?" 내가 딱딱거렸다.

"크리스천, 나는 불안감의 정체를 드러내려는 겁니다."

"나는 그저 이걸 끝내고 싶을 뿐입니다." 나는 발끈해서 그에게 쏘아붙였다. 그의 통찰력 있는 발언을 기대했지만 플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분하고 신중한 표정으로 나를 계속 지켜보았다. 그는 나를 시험하는 중이었다.(p.275)

 


 

크리스천은 어린 시절의 악몽과 젊은 시절의 고통을 극복하고 자신을 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나가 크리스천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도 크리스천을 사랑할 수 있을지, 아나는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크리스천에게 되돌아갈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의문이 독자들을 끊임없이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전 세계 수백만 독자를 뜨겁게 만든 매혹적인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출판사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책 소개글을 올렸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독자들을 매료시킨 EL 제임스. 작가는 이번 신작 『해방』을 통해 가장 어둡고 관능적인 크리스천 그레이의 세계를 펼친다. 『해방』은 출간 즉시 아마존 킨들과 오디오북 베스트셀러, 에디터의 선택 등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보다 조금 더 일찍 출간된 영미권에서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해외 팬들이 “이전 작품들을 뛰어넘는 강렬함이 있다” “주인공들, 특히 크리스천 그레이가 성장했다” “E L 제임스는 이야기꾼으로서 완성된 듯하다”며 뜨거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인터넷 웹소설의 형태로 시작된 이 소설이 높은 인기를 얻자, 표현 수위가 높다는 이유로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저자 E L 제임스는 시간이 지나 2011년 6월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어 자비출판을 했다. 자비 출판을 하는 과정에서 작품은 성적 묘사에 집중된 자극적인 전개, 성인들의 에로티시즘이 더해진 소설로 바뀌었다. 출간 초기 영미권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이름을 서서히 알리게 되었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랜덤하우스 빈티지가 이 소설의 판권을 사 첫 번째 시리즈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출간되었다. 출간 석 달 만에 전 세계에서 3,000만 부가 팔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100만부 출고 시점이 그 해리 포터보다도 빨라 세상에 놀라움을 주었다. 2014년에는 시리즈 전체를 합쳐서 1억 부를 돌파했고, 현재 1억 부 클럽에 가입되어 있다.

 


 

나는 그녀 위로 무너져 바닥에 쓰러졌고 그녀를 끌어당겨 내 품에 안았다. 그녀의 눈꺼풀에, 코에, 입에 키스했다. 그녀가 두 팔을 내 목에 감았다.

“1번 어땠어?” 내가 물었다.

“흠…….” 그녀가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흥얼거렸다.

나는 픽 웃었다. “나도 그래.”(p.113)

 

저자 : E L 제임스(E L James)

웨스트 런던 거주.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 어린 시절부터 독자들이 사랑에 빠질 만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꿈이었으나 가족과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잠깐 미뤄두었다. 25년간 텔레비전 방송국 간부로 일하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서 집필한 첫 번째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133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50가지 그림자’ 3부작은 52개 언어로 번역되어 1억5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등 세계적으로 ‘50가지 그림자 신드롬’을 낳았다. 2015년 개봉된 동명 영화는 역사상 가장 높은 오프닝 매출을 기록하였다.

‘50가지 그림자’ 3부작으로 E L 제임스는 2012년 [타임] 지에서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 중 한 명으로,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곧 선보일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 [50가지 그림자, 해방]의 프로듀서로 활약하는 한편 새로운 러브스토리를 구상하고 있다.

 

역자 : 황소연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출판기획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가 되었다. 옮긴 책으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전집』,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케이크와 맥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헤밍웨이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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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 -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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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에는 우리의 삶에 필요하고 도움이 될 만한 짧은 글 365개가 적혀 있다. 저자 조희가 문학, 철학, 재테크, 자기계발의 서적 중 읽고 실천함으로써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만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문학, 철학, 경영, 자기계발 책 중에서 읽고 감명받았던 문장을 선별해 저자의 사유를 더해 문장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서적 분류를 뛰어넘어 각 분야의 책을 읽어오면서 이 책을 쓸 것을 구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꾸준히 읽고, 요약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생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생 문장을 만나게 되었고, 특히 큰 울림을 주었던 몇 문장들은 저자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심리학자 마르크, 첸, 버로우스가 실시한 실험으로도 증명된 적이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 실험에서 세 사람은 뇌가 감정적인 경험을 저장한다고 밝혀 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뇌는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인상을 처리해 행동으로 전환하는데, 이 과정은 의식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짧은 실험으로도 사람의 행동이 바뀌는 것을 볼 때 책 속의 짧은 문장 하나도 인생에 정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완독한다면 독자들의 사고도 틀림없이 처음과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저자는 믿는다.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있다. 계절을 염두에 둔 듯하다. 세션 1 「운명에 맞서 개척하는 인생」, 세션 2 「달콤한 환상 꿈같은 사랑, 열정의 계절」, 세션 3 「어떨 때는 배반하는 인생, 인내의 계절」, 세션 4 「흐르는 시간 영원한 사랑, 이상의 계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4개의 세션에서 핵심어만 빼내 본다면 우리의 삶은 개척·열정·인내·이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삶을 이 4가지를 갖고 대응한다면 분명 행복한 인생에 다가갈 수 있음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챌린지’를 콘셉트로 제작한 자기계발 문장집이다. 온라인 매체에서만 유행했던 #챌린지를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책으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의 목차와 함께 당신과 365일을 함께할 이 책의 '사용법'은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꼭지마다 달린 ‘읽기’와 ‘결심하기’ 그리고 ‘인생 문장’ 체크박스에 표시하여 마지막 부록에 자신만의 인생 문장집 미션을 완성하는 것이다. 새해 한 해는 다이어리도 중요하지만 이 책과 함께(각 페이지의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별도로 넣어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멋지고 아름답게 꾸며볼 생각에 설레는 가슴으로 기다리게 된다.

저자는 각 세션의 앞에 저자의 책의 이용과 생각의 다짐을 위해 별도의 도움말을 적어 두고 있다. 첫 세션 '개척'에는 "미래는 개척하는 자에게 주어지니 큰 기회를 만났을 때 확실히 잡아야 한다. 만약 기회가 오지 않을 경우, 직접 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발전을 원한다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한 도전을 시작해 보자. 시도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긴 인생에서 보면 그러한 도전과 실패 없이 성공도 없기 때문이다. 혹시 후회할까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가? 도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라. 자기 운명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류시화의 『마음챙김의 시』에서 인용됐다. 〈지구별 여행자〉란 제목에서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라"는 문장을 인용했다. 저자는 "인생은 예기치 못한 순간의 연속이다. 하지만 인도의 철학은 하나의 깨달음을 준다. 골프 경기 중에 원숭이가 골프공을 마음대로 주워가서 경기를 방해해도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그 자리에서 경기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유연한 자세를 통해 인생을 훨씬 관대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오늘은 예기치 못한 순간을 마주더라도 슬쩍 웃고 넘어가 보는 게 어떨까?"

 


 

또 〈고독을 즐기는 법〉이란 제목의 글은 "고독을 향유하는 수준이 못되더라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미하이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에서 인용했다. 저자는 인생은 고독의 연속임을 전제한다.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하나씩 가져볼 것을 권유한다. 그것은 취미생활일 수도 있고,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방법일 수도 있다. "고독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면 외로울 것이다. 오늘은 혼자일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해 보라."

독자도 읽었던 도몬 후유지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 경영』이란 책에서 따온 문장도 여기에 나온다. 반갑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걸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서두르면 안 된다"라는 문장이다. 저자는 〈토끼보다 거북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사유의 변을 적었다. "사람들은 조급하다. 모두 빨리 빨리를 외친다. 하지만 그런 속도 경쟁의 시대에서도 자신의 속도를 지킨 사람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그는 그 자신의 특유한 인내력으로 전국 시대를 종결시키고 천하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 인내의 시간이 무려 18년이라고 한다. 빠른 것만 좇는 사람이라면 그의 인내를 한번 배워봄직하다. 오늘은 귀갓길 버스를 차분하게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부정에서 긍정으로〉도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세일즈 성공 전략』에서 "장기적으로 필사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각오를 하면 우리의 태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빌려왔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세계적 세일즈맨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장기적으로 필사적인 노력을 하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태도에서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 없는 태도에서 자신 있는 태도로, 이기적인 태도에서 이타적인 태도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다. 그것은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다짐에서 나오게 된다. 오늘만은 평소 부정적이었던 나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어보자."

 


 

저자는 이와 함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깨달음을 찾는 길에서는 아무도 나 자신을 대신할 수 없다"는 문장을 보고 사유를 더했다. 저자는 〈최후의 깨달음〉이란 제목에서 "깨달음은 남이 해줄 수 없는 일이다. 교사가 어는 정도까지는 도와줄 수 있어도 결국 최후의 깨달음은 본인 스스로의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것은 때론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길을 거치지 않고 깨달은 사람은 없다. 무언가를 깨우치기 위해서는 그런 힘든 길을 걸어가야 한다. 오늘 하루 새롭게 깨달은 바가 있는가? 있다면 짧게 한 줄 적어볼 일이다. 무엇이든 좋다."

"모든 스트레스 가운데 50% 정도는 시간의 부족에서 오는 스트레스다"는 유성은의 책 『시간관리와 자아실현』이란 책에서 인용했다. 저자는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가? 그 이유는 시간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시간이 부족할 때 우리는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평소에 시간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그런 스트레스를 극복한다. 장기적인 계획이 부담스럽다면 일단 오늘 하루 계획만 세워보라."고 조언한다. 〈시간을 길들여라〉라는 글에서이다.

또 〈실천할 결심〉은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살을 빼겠다. 담배를 끊겠다와 같은 결심들은 대부분 지켜지지 못한다. 하지만 실망할 것은 없다. 인간이란 원래 태어날 때부터 강철 같은 의지와 실천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결심은 지키지 못하더라도 거기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꾸준히 결심하는 습관을 들이겠다고 결심하라. 계속 결심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결심이 실현되는 날이 올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를 것인가〉라는 글도 깊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레첸 루빈의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란 책에서 사유가 비롯됐다. 저자는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고 말한다. 당장은 쉬운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선택에서 등을 돌려야 비로소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오늘은 달라지기 위해 어떤 댓가를 치를 것인지 생각해보라. 결과만을 원하지 말고 그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불행도 재산〉이란 글을 살펴본다.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서 인용했다. 이 책에는 "불행도 재산이므로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해 둔다면언젠가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라는 문장있다. 저자는 "경험이야말로 자신만이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재산이다. 행복한 나날만 계속되는 인생은 없다"고 단언한다. 오늘부터는 불행한 일을 겪고 좌절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나만의 씨앗을 찾아내 보려 노력해보라. 이는 훗날 좋지 않은 경험을 겪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갖게 해준다고 강조한다. 〈몰입〉에 대해서도 저자는 사유한다.

이상훈의 『1만 시간의 법칙』에 나오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고 난 후 다른 것은 생각도 안 했다"는 문장을 읽고서다. 이 말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 있는 신화라고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이라고 한다. 그는 좋아하는 일은 1만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할지라도 지루할 틈이 없다란 말을 했다. 왜냐하면 그것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가?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1만 시간을 해도 버틸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 저자의 '1만 시간의 일'에 대한 사유다. 김호진의 『똑똑해지는 뇌 과학 독서법』에서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는 말에 집중했다. "인간은 책을 읽도록 창조되지 않았다. 책과 인간의 뇌는 어떤 연관도 없는 관계였다. 그 무관한 사이에 관계를 만든 것이 바로 독서다. 독서는 뇌를 자극하여 발달시킨다. 책을 통한 학습과 다양한 경험이 뇌를 자극하면서 시냅스 연결망이 새롭게 생성된다. 결국, 기억과 학습은 시냅스의 물리적 재편성의 결과이다. 오늘은 독서를 하며 시냅스 연결망을 재정비해보자.

 


 

독자들은 '카르페디엠(Carpe diem)'이란 말을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대사로 유명해졌지만 사실은 고대 로마제국에서부터 있었던 말이라고 한다. 뜻이야 '현재를 즐겨라'란 단순한 말이지만, 그 뜻은 무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 다쿠 가와모토도 자신의 책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에서 "인디오 부족 중에는 '현재형'만 사용하는 부족이 있다. '잠에서 깬다' '사냥하러 간다' '먹는다'."란 문장에서 가져와 저자가 설명을 덧붙인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여 현재를 놓치면 안 된다. 아마존 인디오들이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아마존 인디오들처럼 오늘만큼은 오늘에 충실한 하루를 만드는 데 집중해보자.

 

저자 : 인문학자 조희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이 사는 길을 찾는 인문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이다. 현실과 이상을 넘어서는 생각의 근원을 찾아 사유하던 중 한때 장자의 철학에 심취하기도 하였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통찰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의 바다에 빠져든지 수십년, 읽은 책은 만여권에 이르러 더 이상 책장의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자 그동안의 독서 히스토리를 모아 문학, 철학, 경영, 자기계발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책 한 권을 저술하였다. 저자는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장이 인생 명언으로 다가왔다며,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책 속의 문장들을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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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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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혹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그라시안이 독자에게 전하는 주된 충고 중 하나는 신중하라는 것이다. 즉 세상의 모순에 섣불리 자신을 던져 항거하지 말고, 타인의 생각을 귀담아 듣되 자신의 생각은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는 것이 그의 전형적인 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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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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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을 통해 독자들은 그라시안이 살았던 17세기 스페인 국민들의 삶이 녹록치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층민들은 빈곤에 허덕이고 대항해 시대를 개척해 쌓아올린 막대한 부는 오롯이 지배계층과 상인들의 몫이었던 것 같다. 스페인의 위대한 철학자라고 칭송받던 그라시안은 부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책을 통해 타락,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이었음을 역설적으로 꼬집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의 집필 이유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책의 곳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삭막한 세상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독자에게만 느껴지는 감정일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가?에 대해 저자의 철학이 담긴 글이다.

당시 스페인은 대항해 시대를 열고 유럽의 강력한 국가 중의 하나로 올라섰고, 엄청난 세력의 해군력으로 말 그대로 대서양의 지배권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막강했다. 이는 유럽의 변방으로만 치부되어온 스페인의 국력이 당당한 강대국으로 올라선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스페인(에스파냐)은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결과 카를로스 1세, 펠리프 2세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펠리프 2세의 후반기에는 해외무역에서 영국이 대두하고, 국내의 정치와 경제도 쇠퇴하였다. 왕은 영국을 원정하기 위해 전함 127척, 수병 8,000, 육군 1만9000, 대포 2,000문을 가진 대함대를 만들고, 메디나 시도니아 공작을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1588년 5월 28일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출발한 대함대는 네덜란드 육군 1만8000과 합류하여 영국 본토에 상륙할 예정이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하워드경을 사령관으로 하고, 호킨스, 드레이크 등의 명장을 배치해, 전함 80척, 병력 8,000으로 싸우게 하였다. 영국함대는 수적으로 열세였으나 기동력이 뛰어나고 선원들은 잘 훈련되어 있었다. 무적함대는 플리머스 연해에서 영국함대를 잡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8월 7일 칼레 연해에서 영국군의 화공에 의한 야습으로 타격을 입었으며, 그라블리느 해전에서 결정적 타격을 받아 54척만 본국으로 돌아갔다. 무적함대의 패배는 에스파냐의 해상무역권을 영국에 넘겨주고 네덜란드가 독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시안의 책에 전쟁 이야기가 웬말이냐?는 독자도 있겠지만, 당시의 시대가 전쟁의 시대였고, 부가 넘치는 시대, 그들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조명해보려 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때문에 그라시안이 사는 시대는 지배계층의 지나친 부로 타락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세상 사는 방법은 '위선'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한 사회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들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이로써 행복을 지켜나가기 위해 알아야 할 지혜로운 조언들을 그라시안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이 책에는 철학적이고 미려하고 형이상학적인 말보다는,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말들로 가득하다. 17세기 유럽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며 칭송받았던 이 책이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생 지침서로 여전히 손꼽히는 이유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공감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알아야 할 인생의 모든 지혜가 담겨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관념적인 인생 조언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실천 수칙들이 가득하다. 선명히 빛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사람들의 존경과 인정을 받으려면 좋은 사람이 아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통찰은 21세기의 독자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들과 동료들, 적수들, 상사들과 어울려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중국 공자의 가르침에도 나오는 말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인간 삶에 있어서는 고대든 현대든 원칙이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해내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어리석음과 방탕함이다. 어리석음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이성이 없고, 방탕함은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악덕은 어리석음과 방탕함에 대한 징벌이다. 악덕에 열중해 사는 사람은 두 배로 빨리 죽는다. 미덕에 열중해 사는 사람은 결코 죽지 않는다. 영혼에 흠이 없으면 육체도 건강하다. 선하게 영위된 삶은 내적으로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길게 지속된다.(p.24)

 


 

출판사 측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당신은 자기 인생의 손님인 듯 남의 눈치만 보며 사는가? 아니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남의 눈치나 보며 살고 있다면, 현재의 내 삶이 비루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자. 좋은 사람인 척 아둔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세상의 본질을 알고 지혜를 갖출 때 내 삶은 비로소 행복해진다는 것을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이 책에서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스페인의 대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직설적인 조언을 담은 인생지침서서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현명하고 솔직한 직언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어보자.

스페인의 위대한 철학자로 추앙받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그에 대한 직설적인 조언을 이 책에 담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상가들과 정치가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쇼펜하우어 역시 그를 “유럽 최고의 지혜의 대가”라고 평가했다. 쇼펜하우어는 스페인어로 발간된 그의 글에 심취해 그 책을 직접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쇼펜하우어가 번역한 이 책에는 상당 문장이 오늘날의 독일어 어법과 맞지 않고, 신화 속 주인공들이나 역사적 인물들에 얽힌 내용들이 상징적이고 단편적으로 담겨 있어 번역을 통해서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이에 이 편역본에서는 역주를 추가했으며, 현대적 감각에 맞게 목차를 완전히 재구성하고 일일이 칼럼 제목을 새로 달았음을 밝히며 독자들의 독서를 권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은 1601년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칼라타유드 인근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하층 귀족 가문 출신의 의사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 그의 유년기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그의 다른 형제들이 훗날 신부가 되었고 발타사르 그라시안 자신도 신부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그가 매우 종교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성장했을 것임은 충분히 추정 가능하다. 그라시안은 18세 되던 해인 1619년 예수회 교단에서 사제 수업을 받기 시작했으며, 1623년부터는 사라고사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627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칼라타유드에 돌아와 이곳 학교에서 인문학과 문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일부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시기의 교육 경험이 훗날 그가 수사학에 관한 저서를 내는 출발점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630년에 발렌시아로 임지가 바뀐 그라시안은 이곳의 사제들과 상당히 심각한 마찰을 겪게 되었다. 이듬해인 1631년에 레리다, 그리고 1633년에는 간디아로 부임지가 바뀌게 되지만, 발렌시아에서 갈등은 이후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636년 그라시안은 아라곤 지방의 우에스카에 강론 담당 신부로 부임했는데, 이곳에서 첫 저서 『영웅론』을 발간함으로써 작가로서 여정을 시작했다. 이후 그라시안은 예수회 사제로서 주로 아라곤과 발렌시아 지방 일대에서 교육, 설교 혹은 고해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꾸준히 개인적인 저술 작업을 계속하다가 1658년에 생애를 마감했다.

 


 

1637년에 출판된 첫 저서 『영웅론』은 ‘범속한 대중의 범주를 뛰어넘는 영웅들을 특징짓는 행동 양식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성찰을 담고 있다. 『영웅론』은 이보다 조금 앞서 이탈리아에서 출판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카스틸리오네의 『궁정론』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지만, 이 두 저서들과 차별되는 그라시안 고유의 시각 역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후 그라시안이 발표한 저서들은, 문학 이론서와 종교 교리 책자를 제외하면, 그의 첫 작품에 나타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을 보인다. 즉 1640년에 출간된 『정치가』는 통치자가 지녀야 할 덕목과 행동 규범을, 1646년에 출간된 『사려 깊은 자』는 사회적 성공을 원하는 자가 갖추어야 할 인간적인 덕성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1647년의 저서 『사려와 지혜의 책』은 아포리즘 형식으로 된 일반적인 삶의 지혜를, 그리고 1651년부터 1657년 사이에 3부로 나뉘어 출간된 『비판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과 인간 삶의 형태들에 대한 총체적 관찰을 보여 주고 있다.

그라시안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대단히 부정적이어서, 이 세계는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찬 곳이다. 마땅히 성공해야 할 사람은 실패하고 이길 자격이 없는 자가 승리하며, 진실을 말하는 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아첨으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이들일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 이 같은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혹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그라시안이 독자에게 전하는 주된 충고 중 하나는 신중하라는 것이다. 즉 세상의 모순에 섣불리 자신을 던져 항거하지 말고, 타인의 생각을 귀담아 듣되 자신의 생각은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는 것이 그의 전형적인 권고다. 이처럼 세상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그라시안의 세계관이 그가 속한 교단의 종교적 세계관과 충돌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라시안은 첫 작품에서부터 로렌소 그라시안이라는 필명을 사용해 자신을 숨겼지만, 교단에서는 어렵지 않게 그가 실제 저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라시안은 여러 차례 교단의 질책을 피할 수 없었으며, 특히 『비판자』의 발표 이후 그에게 가해진 징계는 이미 약해져 있던 건강을 악화시켜 안타깝게도 그의 죽음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 :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y Morales)

 

스페인 사라고사 지방, 칼라타유드 지역인 벨몬테에서 1601년에 태어났다. 아버지 프란시스코 그라시안 가르세스는 의사였고, 손위 형제들이 일찍 죽는 바람에 그가 장남이 되었다. 18세에 예수회에 입회하여 21세까지 2개의 철학 과정을 공부했고, 사라고사 대학에서 4개의 신학 과정을 이어간 후, 25세(1627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28세(1630년)까지는 인문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발렌시아의 수도원에서 3년간 수련기를 마쳤다. 40세에 설교자로 큰 성공을 거둔 후에 출간한 『재능의 기술』(Arte de ingenio, 1642년)을 더욱 깊고 폭넓게 확장한 책이 바로 『사람을 얻는 지혜』(Oraculo manual y arte de prudencia, 직역하면 “신탁 편람과 지혜의 기술”)이다. 그는 예수회 신부였지만, 글 안에는 종교적 언급이 거의 없고 기독교 도덕 개념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저자가 생각한 근본적인 삶의 목표는 성공과 명성보다는, 개인의 성숙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근본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성공 전략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알아야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전하고자 했다.

저자가 살던 17세기 전후, 스페인은 과거 150년간 유럽의 지배자로 군림하다가 서서히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30년 전쟁 개입으로 경제적 위기가 왔고, 포르투갈 및 카탈루냐의 반란, 전쟁 참패 등으로 서서히 힘을 잃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적으로는 황금시대였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에 대한 환멸과 덧없음, 종교적 희망, 죽음의 편재라는 특징이 바로크 문화라는 이름으로 전반에 드러나던 시기였다. 말년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교회의 허가 없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으며, 감금과 감시에 시달려야 했다. 계속되는 처벌과 불이익으로 아픔을 겪다가 1658년 5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엮은이 : 정영훈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상담과 심리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 줄곧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기획하고 있으며,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엮은 책으로는 『위대한 심리학자 아들러의 열등감, 어떻게 할 것인가』 『위대한 심리학자 아들러의 가족이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의 크리톤』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하루에 5번 감사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세네카의 행복론』 『생텍쥐페리, 인생을 쓰다』 등이 있다.

 

역자 : 김세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과와 같은 대학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센터 연구원,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법정 통역사, 국제회의통역사, KBS 동시통역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내 마음은 답을 알고 있다』 『나도 가끔은 주목받는 사람이고 싶다』 『파워 쇼크『사람은 왜 살인자가 되는가』 『내 마음은 답을 알고 있다』 『디지털 치매』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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