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인생 달력 - 당신의 날들은 얼마나 남았나요?
오스미 리키 지음, 홍성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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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40세 무렵에 '앞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남았을까?'란 생각에 인터넷을 통해 날짜를 헤아려 본 적이 있었다. 대략 25년으로 날짜를 계산해보니 1만 일이 안 되었다. 날짜로 표시하니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앞으로 직장 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를 생각 중에 갑자기 헤아려 본 일이라 의외로 촉박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노후에 대해서는 아직 큰 걱정이나 불안감 없이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라 정신이 바짝 나긴 했지만 새로운 결심을 하진 않았다. 내친 김에 80년을 가정하면 태어나서 사는 날이 얼마나 되나 계산도 해봤다. 그럼 지금 다시 “나의 인생은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해보니 정말 '곧'이란 단어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다시 분주한 일상에 치여 사는 우리에게 막연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하지만 10만 명의 인생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이 책 『100년 인생 달력』을 쓴 오스미 리키는 이 질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남은 인생의 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하니 반드시 한 번은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같으면 아직은 젊다는 중년에 들어서자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남았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막상 이 책을 접하니 생각이 달라진다. 앞으로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물론 누군가 죽을 날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 책 『100년 인생 달력』에서는 건강수명, 평균수명을 통해 남은 생을 확인하게 하고 여러 질문을 던져 과거, 현재, 미래 전 생애를 차근차근 보게 한다.

 


 

이를 통해 몰랐던 과거의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책 속 저자의 이야기와 질문을 읽고 100년 달력에 기록하거나 답변을 생각함으로써 10대, 20대, 30대, 40대……나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 1년을 넘어 전 생애를 살펴봄으로써 지금부터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볼 결심을 하는 것도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하기에 필요한 수순인 듯하다.

누구나 자신 안의 수많은 감정을 이해하고 싶고 삶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르길 바란다. 그러나 일상은 지루하게 반복되기 십상이다. 대부분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이때 내 안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변화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은 발견 자체가 삶의 행운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100년 인생 달력』은 늘 뻔한 일상, 분주한 일과에서 벗어나 인생을 새롭게 해석할 힘을 기르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를 재인식하고, 현재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등을 알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저자는 다음의 질문들을 던진다.

-과거 일했던 곳은 어디이며 그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과거)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과거)

-지금 가장 많이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은 무엇인가?(현재)

-나의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가 어떻게 되나?(현재)

-지금 이 순간부터 무엇에 시간을 쓰며 살 것인가?(미래)

 


 

이 책을 펼치면 어느 때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어느 때는 용서할 수 없던 최악의 순간을 기록하며 우리는 오롯이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당연히 모든 시절의 나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학교 다니고, 사회에서 나와서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 기르고... 평범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되돌아보면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보다는 힘들고, 어려웠던 때의 기억이 더 머릿속에 남아서인지 삶 전체의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거란 의심이 든다. 저자도 이 점에 착안해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무미건조하게 살았던 나, 매 순간 망설이다 최악의 선택을 했던 나 등 어떤 나는 지우고 싶은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말로 이 책 집필 이유를 말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의 질문들은 슬프고 괴로웠던 순간도 인생의 소중한 순간으로 바꿔주는 타임캡슐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자신있게 내놓는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인생 달력'을 만들 결심을 한 독자들에게 부드럽게 제안한다.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없어도 괜찮다. 어떻게 앞으로의 생을 사랑하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자신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 끝에 앞으로 나갈 힘을 얻을 것이다."

저자 오스미 리키는 도쿄 디즈니 시, 디즈니 리조트에서 프로젝트 기획 및 관리 운영을 20년간 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즈니 철학을 전달하며 일본 항공, 시세이도, NTT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의 인재 육성 등에 힘썼다. 수많은 사람의 변화를 이끌었고, 이 책에서도 월트 디즈니의 인생 가치관을 기본으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가시화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쓰인 이 책이게 신뢰감이 생기는 이유다.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월트 디즈니가 여섯 가지 요소로 인생의 중요한 가치들을 분류한 것을 인용한다. 이 여섯 가지는 ① 일 ② 가족·인간관계 ③ 돈 ④ 건강 ⑤ 배움 ⑥ 취미다. 이 모든 요소는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일, 가족·인간관계, 돈, 건강이 삶의 중심이라면 배움과 취미는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삶의 여러 가지 과제에 치여서 중심 가치들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들도 챙기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이 요소들을 하나씩 챙길 수 있도록 '인생 스토리보드'를 쓰게 한다. 디즈니에서 모든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스토리보드가 개인의 100년 달력이란 형태로 바뀐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이 100년 달력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겪었다고 강조한다. 전 생애를 들여다보면서 어떤 이는 삶의 방향성을 새롭게 찾고 어떤 이는 무심코 흘려보낼 뻔했던 것들을 새겨 넣는 경험을 얻었다. 실제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 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 설득력을 높인다. 이제 독자들도 누구나 100년 달력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만날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자 할 때, 목표를 세웠는데 밀고 나갈 추진력이 떨어질 때, 삶의 중턱에서 허무함과 고통을 느낄 때 이 책을 만나볼 것을 독자는 권유한다. 인생 전반을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또 독자 스스로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는 자극은 새로운 기회를 찾게 할 것이다. 막연했던 바람들을 구체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뿐인 이 삶을 사랑할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굳이 특별한 날(예를 들어 새해 아침)을 잡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언제든지 독자들이 원할 때부터 시작하면 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도록 강조한다. 어느 일본 독자의 서평처럼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볼 책”이다. 달력의 날들을 오래 음미할수록 삶의 순간 하나하나가 빛을 낼 것으로 저자는 확신한다. 이 책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질문을 총 12단계로 나눠서 설명한다. 단계별로 준비한 다양한 질문의 답을 나만의 100년 달력에 표시하고 메모해서 점점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지자간 과거와 아직 못 본 미래를 달력 위에 기록하면서 남아 있는 시간을 바라보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우선 좋아하는 스티커를 사용해 특별한 날을 나타내도 좋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비롯해 과거에 기뻤던 일, 감동했던 일, 크게 후회했던 일, 용서할 수 없었던 일…… 모두 인생 스토리 속 중요한 포인트들이다.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인생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가족사진, 기사 스크랩, 간직하고 싶은 영화, 공연 티켓 등을 붙여도 좋다. 또 ‘이때까지 ○○를 한다’, ‘미래에 ○○가 된다’와 같은 결심을 갖는 ‘전환의 날’도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 날을 강조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다면 ‘일’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쉽고 새로운 시기를 찾기 쉽다. 100년 달력에 하는 기록들은 남에게 보여주거나, 보고하거나,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다. 마음과 생각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달력에 기록을 한 뒤, 시간을 두고 다시 도전해보면 또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것 역시 이 책이 주는 재미이자 삶의 묘미다.

 


 

5년 후, 10년 후의 먼 목표는 현실감이 없어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5년 후에 ○○가 된다’라는 목표에서 거꾸로 계산해 ‘오늘 할 수 있는 일’, ‘다음 주에 할 일’, ‘1개월 후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행동하기 쉬워집니다. 이렇게 목표로부터 ‘해야 할 일’을 분류하면서 행동 계획을 세우는 방법 중 하나가 백캐스팅(backcasting)입니다. 100년 달력을 이용해 백캐스팅 수법으로 지금 여기와 앞으로를 연결해봅시다. 이때 사소한 일도 분명히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수치를 넣어봅시다. 애매한 기준으로 실천 여부를 판단하는 대신 정확한 목표 수치를 넣어 실행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많은 사람과 대화한다’라는 계획을 세우면 많다는 기준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해석이 달라집니다. 그러나 ‘하루에 5명 이상과 대화한다’고 쓰면 행동하기 쉬워집니다.(p.30~31)

 

지금 책을 읽는 당신의 나이는 몇 살입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과 사회,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따금 다른 사람을 평가하거나 조언을 받기도 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반면 자기 자신에게는 어떻습니까? 힘든 과거나 미래는 생각하고 싶지 않기 마련입니다. 자신을 탐구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고통과 공포가 뒤따릅니다. 하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자문자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나와의 대화’는 시작됩니다. 직장에서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인간관계로 고민이다, 무엇을 해도 풀리지 않는다 등등 각자 상황이 있겠지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인생을 바꿀 기회를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p.53~54)

 


 

시간은 있습니다. 무턱대고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시간은 확실하게 사라집니다. 낭비해선 안 됩니다.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지 말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합시다. ‘해야 할 일을 한다’라고 말은 하지만 막상 하자니 어렵게 생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야 한다고 인정하면서 시간을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생각에 진심이 아닐 수도 있죠. 하지 않는 이유를 바쁜 일상과 나이, 남 탓 등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이 정말 아깝지 않을까요? 전화 한 통을 합니다, 메일 한 통을 보냅니다, 말을 겁니다, 약속을 합니다, 가족과 대화합니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합니다……. 지금 해야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당신의 지금과 앞으로를 만듭니다. ‘당연함’, ‘보통’, ‘상식’, ‘건강’은 우리가 평소 깨닫지 못하는 소중한 기적들이 쌓여 이루어집니다.(p.66~67)

 

저자 : 오스미 리키

1965년생. 인재 육성과 경영 컨설팅 등을 해주는 소코리키교육연구소 소장. 디즈니리조트, 일본항공, 시세이도, NTT, 미쓰이부동산 등 일본 굴지 기업들의 인재를 교육했던 전문가다.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회사 오리엔탈랜드에 입사해 약 20년간 직원 교육과 경영 기획을 했다. 또한 도쿄 디즈니시, 디즈니리조트에서 프로젝트 기획 및 운영, 매니지먼트 일을 했다. 2010년 퇴사 후 디즈니의 이념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업, 학교, 병원 등에서 매니지먼트, 고객 관리, 인재 육성을 하며, 교도소 내 수형자의 교정·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여러 학회에서 세미나와 강연을 하고 연구와 집필을 하면서 일본과 해외를 오가며 업계를 불문하고 컨설팅 활동 중이다. 난치병 어린이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난치병 어린이와 가족에게 꿈을’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역자 : 홍성민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토 국제외국어센터에서 일본어를 수료했다.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최고의 휴식》, 《회사습관병》, 《잠자기 전 30분》,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 《앞으로도 살아갈 당신에게》, 《아이를 사랑하는 일》,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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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스킬 - 국가대표 멘탈을 만드는 7가지 멘탈 승리 기법
박철수 지음 / 명진서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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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잘 안되는 ‘언럭키 상태’에서 뭘 해도 잘되는 ‘럭키 상태’로 ‘스테이트 체인지’를 이루는 것이 승리 기법이다. 또 어떤 역경이나 위기에 직면하든 자신을 믿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멘탈 승리자가 될 수 있는 방법 제시가 이 책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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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스킬 - 국가대표 멘탈을 만드는 7가지 멘탈 승리 기법
박철수 지음 / 명진서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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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빠르고 복잡하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은 삶 자체가 경쟁과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에 대한 투쟁, 인간 서로간의 경쟁이 삶의 모습이 됐다. 그것은 의식주 해결을 위한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먹을 것을 구하는 일부터, 더 잘 살기 위해 경쟁하던 모습이 조직화되면서 전쟁으로 양상이 바뀌었을 뿐이지 엄밀히 말하면 싸워 이겨야 살아 남을 수 사회이다. 경쟁이 서로 상대를 죽이는 일만 제외한다면 전쟁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독자는 왜 이겨야 하는가?를 두고 생각할 때는 살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더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이제 승자독식의 형태로 살아 남기의 방식이 경쟁을 부채질한다.

승자독식이란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갖고 지는 자는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 게임의 방식이 이래서 삶터인 사회가 '전쟁터'라고 표현한 데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이기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집중할 때다. 육체 노동력이 경쟁의 필수 조건인 데서 복잡하고 빠른 변화에 대처하다 보니 저절로 정신적인 면에서도 이기는 방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영어로 표현한 것이 '피지컬'의 완전 무장으로 전장에 나가고 '멘탈'에서도 압도해야 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멘탈(mental)이나 피지컬(physical)은 그러나 영어권에서 쓰는 용어는 아니라고 한다. 영어의 뜻에서 차용해서 일본 사람들이 쓰는 일본식 영어라고 한다. 어원이나 사용 국가가 어떻든 우리는 이미 그 용어에 익숙해 있다.

 


 

얼마 전 『이기는 습관』이라는 책이 굉장히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책은 미국의 저술가 보도 섀퍼가 쓰기 시작해, 수많은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었다. 우리나라 작가도 같은 제목의 책을 써서 큰 인기를 모았다. 섀퍼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멘탈 코치다. 『돈』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멘탈의 연금술』 등 지금껏 그가 출간한 책들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밀리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바쁜 강연가이자 작가인 그의 주변은 늘 슈퍼 리치, 글로벌 CEO, 유명 셀럽들로 북적인다니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움켜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남다른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그에게서 조언과 영감을 얻고자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니 그의 저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쓸 때 보도 섀퍼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다른 성공을 거둔 인물들과 남다른 성공을 꿈꾸는 청년들 사이를 연결하는 책을 쓰겠다고. 이것이 곧 이 책의 탄생 배경이다. 지금 여기서 논의되는 책 『위너 스킬』도 자기계발서의 하나로 스킬(skill)이란 단어와 습관(habit)이란 단어의 차이일 뿐 궁극적 목표는 같다. 물론 관점은 다르지만. 저자 박철수는 책 앞 부분 '프롤로그' 「위너에게는 위너 스킬이 있다!」에서 집필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위너’가 되는 스킬을 안내하고, ‘위너’가 될 수 있도록 의욕을 북돋는 데 있다. 위너란 어떤 사람을 말할까? 위너란 자기 그대로의 모습에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역경이나 위기에 직면하든 자신을 믿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위너는‘멘탈승리자’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 현실에서 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은 어쩌다 한 번 행운이 비껴갔다 하더라도 곧 운을 다시 불러들이는 힘을 갖고 있다. 운을 불러들이는 힘을 가진 사람, 자신을 ‘럭키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위너다."(p.9)

 


 

저자는 우리나라 멘탈 코치 1호이자 국가대표 멘탈 코치이다. 저자는 멘탈 코치를 양성하는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자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데 비싼 수업료를 내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은 커리어 확장에 대한 목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약한 멘탈로 인해 인생의 어려움을 겪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더 우선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그분들은 자신의 약한 멘탈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고 찾아 다녔지만 어디에서도 배울 곳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이 프로그램을 만나고는 우선 ‘내 멘탈부터 강화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경험이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와 프로 선수들의 멘탈 강화 코칭에 사용하던 스킬들을 일반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 『위너 스킬』을 구상하게 된 가장 강력한 이유다. 저자는 『위너 스킬』이 일반인들의 삶에 잘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줌을 통해 진행하는 직장인들의 성과 멘탈 코칭에 적용하기도 했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어 그 효능감을 확인하였다.

이 책은 2개 파트로 이뤄져 있다. 파트 1 〈스테이트 체인지: 언럭키 상태에서 럭키 상태로〉, 파트 2 〈스테이트 밸런스: 지혜가 발현되는 상태〉이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각 파트에서는 다시 장(章)으로 나뉘어 구체적 설명을 한다. 그러나 가능한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을 많이 게재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 파트 1은 주로 스포츠 선수, 파트 2는 일반인의 사례로 구성됐다. 멘탈 관리에 있어서는 스포츠 선수나 일반인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성과 멘탈을 연구하는 사람이기에 우선 떠다니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 줄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덧붙이는 말은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은 꼭 머릿속에 넣고 읽기 시작하면 책의 절반도 읽기 전에 이미 책의 전체 내용을 짐작할 정도로 명확한 말이다. "잡으려면 볼 수 있어야 한다. 보는 것은 관찰이다. 관찰력이 커진다는 것은 통제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위너 스킬'의 핵심은 자신에 대한 통제력과 집중력을 기분 좋은 방법을 사용해 키워 가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보면 사라지고, 느끼면 강해진다."

 


 

이 책은 2개 파트로 이뤄졌지만 모두 7개의 장으로 설명이 나뉜다. 파트 1에서는 1장 「공간을 움직일 때마다 몸 지수 마음 지수 산출하기」, 2장 「억지 미소라도 스마일 루틴 만들기」, 3장 「들어오는 들숨과 내보내는 날숨을 관찰하기」로 나뉘어 있다. 또 파트 2는 4장 「'딱 좋아 왜냐하면' 화법 사용하기」, 5장 「기억을 재구성하는 VAK 기법」, 6장 「자기객관화를 위한 나인 팩터스(9factots) 기법」, 7장 「시간 여행을 위한 타임머신 기법」 등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멘탈은 ‘정신 능력 전반’을 뜻한다. 생각, 감정, 의도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 능력이란 생각, 감정, 의도 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대답이다. 멘탈 코치로서 실제로 심각하게 흔들리고 무너지는 멘탈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할 때, 멘탈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했다. 앞에서 답한 일반론적인 정의는 추상적인 성격이 짙기 때문에 시시각각 성과를 내야 하는 승부의 세계에서는 절박한 현실을 뚫고 나갈 힘이 부족했다. 그래서 멘탈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멘탈 승리자가 되려면 멘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는 게 순서다. ‘멘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은 ‘셀프 토킹의 질’이라고 멘탈을 재정의 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를 처음 만나는 사람 중엔 '멘탈 코치'가 뭐하는 직업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던 듯하다. 독자도 막연하게 스포츠팀에 있는 '선수 경기 능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코치' 정도로만 이해했다. 또 이들은 "어떻게 해야 멘탈이 강해질 수 있나요?"란 질문도 자주 한다고. 저자는 '셀프 토킹의 질을 높이면 된다'라는답을 준다고 설명한다. 늘 지독하게 추상적인 멘탈의 정의에서 탈출할 때 진정한 '멘탈 승리자'가 되는 길이 보이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가 강조하는 지점이다. 이 책의 '7가지 위너 스킬'(각 장의 제목 참조)이 그 답을 대신해 준다.

 


 

1장에서 〈몸 마음 체크〉라는 저자 특유의 기법이 나온다. 〈몸 마음 체크〉 기법에 대해 처음 들으면 우습게 보면서 의심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독자도 처음 듣는 말이다. 그러나 뜻은 알 만하다. ‘이런 단순한 걸로 뭘 한다고?’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몸 마음 체크〉 기법은 명상의 세계에서 말하는 ‘알아차림’의 실용 버전이라는 것이 저자의 답변이다. 이 기법을 책에 쓴 이유는 이 기법이 생각보다 힘이 세서 우습게 볼 수만은 없다고 한다. 멘탈을 강화해서 럭키 상태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 그렇다면 '알아차림'이란 대체 무엇일까? 내 마음과 내 감정에 대해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느껴 보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판단과 평가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남들은 뭐라고 생각할까?’와 같은 것을 말한다. 이러한 판단과 평가 없이 미세한 감정 에너지 그 자체를 느껴 보는 것이다. 그 느낌은 바로 몸과 연결된다. 또한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보기보다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 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몸 마음 체크〉 기법을 전파하였더니 다음과 같은 일상의 변화가 왔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원하는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다면 스스로에게 '왜 성과가 나지 않을까?'를 묻지 말고 '나는 왜 에너지가 부족할까?'라고 물어야 한다. 에너지는 곧 나의 상태를 말한다. 그동안 나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대부분이다. 자, 이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나의 상태는 바꿀 수 있다. 좋은 운을 피해가는 언럭키 상태에서 좋은 운을 불러오는 럭키 상태로 바꿀 수 있다. 그 이유는 뇌과학이 증명한다. 우리 뇌는 가소성(특정한 요인을 따라 특정 방향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7가지 위너 스킬' 중 마지막 7번이 '타임머신 기법'이다. 타임머신 기법이란 한마디로 3차원 공간에 '시간' 이란 한 차원을 더해 4차원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타임라인'이란 말 그대로 공간 속에서 '시간 선'을 만들어 현재 자신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하기 위한 것으로 1980년대 후반 미국의 테드 제임스 박사에 의해 개발된 심리치료 기법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타임머신 기법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알고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궤적을 탐색하는 여정이며, 이 여정을 통해 언럭키 상태에서 벗어나 럭키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3F'란 필드 포 퓨처(FIELD FOR FUTURE)를 의미하는데 타임라인과 3F, 이 두 가지 시간 여행법을 묶어서 위너 스킬 7 번, ‘타임머신 기법’이라고 소개한다. 타임라인을 비구조화된 시간 여행이라고 한다면, 3F는 각본이 짜여진 패키지 여행과도 같다. 즉 구조화된 시간 여행이다. 이 기법의 핵심은 움직임을 경험하면서 멘탈 승리의 기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법은 번거롭기만 할 뿐 ‘이런 움직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효과가 있기는 한가?’ 하는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의심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진행하는 일 관련 프로젝트나 인생 계획을 세울 때 시간 중심으로 핵심 구간을 설정해서 배열해 보면 책상에 앉아서 노트에 그리는 것과는 손에 잡히는 효능감이 결과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3차원 공간에서 빠져나와 1차원의 시간을 더한 자신만의 4차원의 세계를 설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차원이 높아질수록 본질에 가까워짐을 경험한다. 설정된 공간의 3~4미터를 이동하면서 자신이 적어 놓은 키워드를 시선 아래로 내려다보다 보면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즉 나의 상태가 변하는 것이다.

 

 

VAK 기법은 뇌 속에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요소들을 찾아내어 점검해 보는 것이다. 사실 최적의 상태에 대한 정보는 이미 각자의 뇌에 들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VAK 기법은 최적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는 힘을 갖는다. 신기한 것은 평소에는 기억하지 못하다가도 VAK 기법을 통하면 발바닥의 느낌까지도 기억할 수 있게 된다. VAK 기법은 뇌에 데이터로 남아 있는 성공의 기억이나 좋았던 기억을 불러내 몸과 소통시켜 다시 실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VAK 기법으로 불면증을 해결할 수도 있다. 잠이 잘 오던 때의 기억을 불러내 뇌와 몸을 소통시키면서 몸으로 하여금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p.196)

 

저자 : 박철수

 

'우리나라 1호 멘탈 코치', '국가대표 멘탈 코치'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자신은 성과 멘탈 전문가이다. 삼성, LG, 현대, SK, LS, 포스코, 두산, KT, 동부, 웅진 등의 기업 임원 및 팀장 코칭 5,000시간, 기업 강의 5만 시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1세대 비즈니스 코치였으나, 일본 스포츠계 멘탈 코치 1호인 쯔게 요이치로 코치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나라 1호 멘탈 코치로 활동하게 되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국가대표 컬링팀을 비롯하여 국대 여자럭비팀, 국대 역도선수, 국대 체조선수, SK 와이번스 야구팀(현 SSG 랜더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팀, LG 세이커스 농구팀, 경남 FC 축구팀, 성남시청 볼링팀 등 35개 종목 선수들의 멘탈 코칭을 맡았다. 현재는 한국체육대학 역도팀, 투척팀, 핸드볼팀, 삼성 스포츠단 소속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 페퍼저축은행 프로골프팀을 맡고 있다. 특히 멘탈 코치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 전문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리더를 위한 코칭 가이드》와 《감성 붓다》를 우리말로 옮겼으며, 저서로서 첫 책인 《위너 스킬》은 국가대표 스포츠 선수들에게 적용하던 멘탈 강화 기법을 일반인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효능감 높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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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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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레이디스』의 저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독자로서는 처음 만나는 분이다. 이 책은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서스펜스의 대가’, ‘불안의 시인’, ‘매혹적인 어둠의 소설가’ 등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는 그의 단편소설집이다. 그의 초기 심리소설 열여섯 편을 묶었다. 그동안 하이스미스가 쓴 수많은 단편소설들은 언어권을 불문하고 여러 차례 출간되었지만, 그가 청년 시절에 쓴 심리소설들만을 모아 선보이는 기획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집은 2020년 작가 탄생 100주년을 1년 앞두고 스위스에서 처음 출판되었고, 이번에 국내 초역으로 우리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저자가 1936년부터 1949년까지 집필한 수록 작품들은 오 헨리 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웅」이 실려 있다.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 「공 튕기기 세계 챔피언」 「프림로즈는 분홍색이야」 「시드니 이야기」 등 이번에 처음 출간되는 작품들도 모두 이 책에 수록돼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소설의 경향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집이다. 저자는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상상력을 때로는 으스스하게, 때로는 유머를 발휘해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하이스미스 특유의 발상과 미학인 ‘어두운 상상력의 세계’와 ‘한없이 불안한 감정’을 하나의 별자리처럼 펼쳐 보여줄 것이라는 평은 이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주기도 한다.

 


 

저자 하이스미스는 ‘리플리’ 시리즈,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캐롤』 등으로 유명해지기 이전인 청년 시절부터 작가로서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이런 재능을 바탕으로 감정의 심연을 다룬 심리소설을 다수 집필했다. 그의 심리소설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불안, 두려움, 그리고 위험함을 남들보다 잘 감지하는 예민함이다. 매일의 일상 가운데 자신을 위협하는 무엇이 있다는 묘한 확신이 더해지면서 불안과 두려움은 현실이 된다. 그래서일까. 하이스미스의 작품에는 꼭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 해도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으슥하고 불길한 분위기가 배어 있다.

맨 처음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에서는 여자아이로 키워진 남자아이가 ‘남자’라는 ‘존재’를 감지하게 되면서 느끼는 불안과 분노가 드러나고, 「공 튕기기 세계 챔피언」에서는 대도시 뉴욕으로 이주한 여자아이가 도착과 동시에 낯선 도시 생활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빠지면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다. 「미지의 보물」에서 주인 없는 평범한 분실물은 남모를 상상에 빠진 두 남자의 범죄의 전리품으로 변모하고,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에서 젊은 주부는 공원에서 마주친 연인을 관음하듯 바라보면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에 시달린다.

 

 

하이스미스의 세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불안은 강박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영웅」, 「프림로즈는 분홍색이야」, 「미스 저스트와 초록색 체육복」에서 주인공들은 이런 신경 쓰이는 마음을 처리하려고 강박적인 인물이 된다. 정신질환 의혹에서 벗어나려고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며 발버둥치는 가정교사가 있고, 색깔 하나를 얻기 위해 온 천지를 돌아다니며 아내를 질리게 만드는 회사원이 있으며, 자세 하나 틀리지 않는 대열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을 못 살게 구는 체육 교사가 있다. 인물들은 불편함과 불안함과 세계를 대하는 무력감을 넘나들다 마침내 묵은 감정을 해소하기도 하지만 끝내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불안과 강박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대하는 심리적 기제이자 행동 방식이다. 「최고로 멋진 아침」에서 뉴욕의 택시 운전사 애런은 시끄럽고 정신없는 대도시에서 휘몰아치듯 생활하다 훌쩍 일을 그만두고 한적한 마을로 긴 여행을 떠난다. 설렘과 기쁨에 잠겨 하루하루 생활하던 애런은 어린 여자아이와 친구가 되어 매일같이 만나는데, 성인 남자와 여자아이의 우정을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그의 하루를 캐묻는 하숙집 주인이 있고 몰래 그의 뒤를 따르는 주민도 있으며 처음에는 환대했지만 그를 보고도 모르는 체하는 이발소 주인도 있다. 이런 시선을 느낀 애런은 한순간 사방에서 적대감에 휩싸이며 실망, 더하게는 공포를 느낀다.

 


 

「공 튕기기 세계 챔피언」에서 이주의 설렘은 얼룩 하나로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손바닥 뒤집듯 바뀌며, 「엄청나게 친절한 남자」에서 이방인과 교류하게 된 샬럿은 그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범죄의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의 태도를 대하게 되고 반가움은 후회로 변한다. 「모빌 항구에 배들이 들어오면」에서 주인공 제럴딘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남편을 피해 멀리 도망치지만 낯선 도시에서 동창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 속에서도 불길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듯 희망 찬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와 사람을 마주한 사람들의 마음은 순식간에 낙심과 혼란에 사로잡힌다.

공포는 무엇보다 (가깝거나 먼)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서 오지만 그 미래는 불행했던 과거에 저당 잡혀 있다. 감정이 바뀌는 순간마다 과거에 겪었던 일을 돌이켜보는 주인공들, 이들은 누구보다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기 위해 미래를 꿈꾸지만 경험의 조각들은 이들을 나쁜 과거로부터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미래가 과거의 반복일 수 있다는 예감은 공간을 이동하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어도 계속된다. 하이스미스가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로 불렸다는 사실은 그가 인간의 공포를 다루는 데 이른 시절부터 얼마나 능숙하고 탁월했는가를 짐작하게 하는데, 여기 실린 작품들은 이에 대한 하나의 문학적 증명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온갖 어두운 감정을 자아내는 소설의 문장들은 한없이 건조하며 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이다. 선량한 비서의 예상치 못한 하루를 그리든(「루이자를 위한 초인종」),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간 중년 부인의 속 끓이는 고백을 서술하든(「애프턴 부인, 그대의 푸르른 산비탈에 둘러싸여」),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는 남자의 애타는 심정을 묘사하든(「하늘로 막 비상하려는 새들」), 하이스미스는 인물들과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마치 영화를 보듯 써 나간다. 이런 하이스미스의 하드보일드한 온도는 열여섯 편의 단편에서 일정하게 유지되고, 묘하게도 이 거리감이 그 자체로 스타일이자 개성이 되어 독자들을 강하게 매혹한다. 이를테면 미국의 한 서평에서는 하이스미스가 그저 스릴러 작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려한 문체로 독자들을 홀리는 탁월한 작가라고 했다([뉴요커]). 또 다른 서평에서는 감정을 섞지 않은 문장을 두고 “마약 같은 문체”라고 표현했는데([타임 아웃]), 이는 아마도 힘을 주지 않은 문장들을 모아 독자들을 광기의 공간으로 서서히 끌어들어 중독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오래전부터 변함없이 하이스미스를 동경하고 사랑해왔다. 그를 추천해 마지않았던 트루먼 카포티와 그레이엄 그린 이외에도,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나를 찾아줘』의 작가 질리언 플린, 『목요일 살인 클럽』의 작가 리처드 오스먼,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작가 메건 애벗 등이 그에게 열렬한 애정의 말을 바쳤다. 작가들뿐 아니라 오늘날의 많은 보통의 독자들도 여전히 현대적이고 불온한 하이스미스의 작품들을 찾아 읽고 있으며, 이 책은 하이스미스 그런 독자들의 애정이 낳은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디스』는 그의 매혹적인 문학 세계의 시작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빠져 있던 중요한 조각들이다.

 


 

저자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

 

1921년 1월 19일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뉴욕으로 이주한 뒤 바너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라틴어, 그리스어를 공부했다. 1950년에 데뷔작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발표하였으며,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며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옮겨졌다. 1955년 발표한 『재능 있는 리플리』는 하이스미스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으로,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 ‘톰 리플리’를 탄생시켰다. ‘리플리 5부작’은 하이스미스를 20세기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로 널리 알렸으며, [태양은 가득히], [리플리] 등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재능 있는 리플리』를 시작으로 36년에 걸쳐 네 권을 더 발표해 완성한 연작 소설 ‘리플리 5부작’은 하이스미스를 20세기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로 널리 알렸다. 클레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소금의 맛』(후에 『캐롤』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을 써내기도 했다. 1995년 2월 4일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알프레드 히치콕, 르네 클레망, 앤서니 밍겔라, 클로드 샤브롤, 토드 헤인즈와 같은 거장들이 그의 작품을 영화화했으며, 에드거 앨런 포 상, 오 헨리 기념상, 프랑스 탐정소설 그랑프리, 미국 추리작가 협회 특별상, 영국 추리작가 협회상 등을 수상하였다. 중년에는 자신을 카프카, 지드, 카뮈 같은 훌륭한 심리소설가로 인정해준 유럽으로 건너가 집필에 매진하다가 최후의 장편소설 『소문자 g(Small g)』를 마치고 1995년 2월 4일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문학적 기록물은 현재 스위스 바젤에 보존되어 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들 중 스무 편 이상이 영화의 원작 소설로 쓰였는데, 알프레드 히치콕, 르네 클레망, 앤서니 밍겔라, 클로드 샤브롤, 토드 헤인즈와 같은 거장들이 그녀의 작품을 영화화했다. 또한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평가를 받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에드거 앨런 포 상, 오 헨리 기념상, 프랑스 탐정소설 그랑프리, 미국 추리작가 협회 특별상, 영국 추리작가 협회상 등을 받았으며 『타임스』 선정 역대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 50인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리플리 5부작’을 포함하여 『열차 안의 낯선 자들』,『올빼미의 울음』, 『심연』, 『아내를 죽였습니까』, 『이토록 달콤한 고통』,『캐롤』, 『대실책』, 『이디스의 일기』,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완벽주의자』 그리고 『어쩌면 다음 생에』 등이 있다.

 

역자 : 김선형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르네상스 영시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옮긴 책으로 『다시 태어나다』, 『시녀 이야기』,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캐주얼 베이컨시』, 『바보들의 결탁』, 『곤충극장』, 『프랑켄슈타인』, 『셀린』, 『가재가 노래하는 곳』,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살만 루슈디의 『수치』,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이 있고, 2010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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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의 인문학 - 아주 사소한 이야기 속 사유들
박홍순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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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동료, 또는 지인들과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은 ‘수다‘ 속에서 먹방, 꼰대, 줄임말, K팝, 음모론 등 일상의 언어에서 뻗어가는 이야기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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