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
인해.명오 지음 / 민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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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출가(出家)'란 '번뇌에 얽매인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성자(聖者)의 수행 생활에 들어감'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로 주로 쓰인다. 즉 일반 신도와 달리 절에 들어가 수행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세간을 떠나서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불교든 가톨릭이든 위대한 종교에 귀의한다는 것은 매우 신성한 일이다. 종교에 귀의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보다는 종교인으로서 종교의 가르침대로 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자 종교에 대한 맹세이기도 하다. 우리는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돼 삼국이 모두 불교 국가가 됐다. 이는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통일신라시대뿐만 아니라 고려에 이르기까지 불교 국가로서, 불교는 나라의 이념이자 사상이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성리학(유교)을 토대로 한 유교 국가로 거듭 태어남으로써 고려 왕조를 지탱했던 불교는 탄압받기 시작했다. 이때 절(사찰)은 도성은 물론 큰 도시에 있지 못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유교 국가에 대한 도피인 셈이다. 어쩌면 불교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조선 500년 간 불교는 산속에서 숨죽여 지냈다. 불교가 이어져 온 것도 신기할 정도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스님이 나라의 큰일을 맡은 적도 없고, 실제 등용하지도 않았다. 다만 임진왜란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스님들이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 들어가 왜적과 싸웠지만 조선 조정은 특별히 불교에 대한 어떤 시혜도 베풀지 않았다. 이런 불교 배척의 국가 기본 정신은 일제 강점기에도 유지되었다. 우리와 달리 국민 대부분이 불교 신자라는 일본은 왜 한국의 불교를 해방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다소 의심스럽긴 하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불교와 기독교는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 1, 2위를 차지했다. 물론 나중에는 기독교 신자가 불교 신자의 수를 앞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민들 마음속에 불교는 여전히 정신 수양과 마음을 의지하는 가장 큰 종교이다. 

불교에서 가장 큰일 중의 하나가 스님들의 입적(불문에 적을 올림)일 것이다. 훌륭한 스님들이 많이 나와야 불교의 계승은 물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200년 동안 스님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과거에 급제하는 일보다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독자는 갖고 있다. 나라에서 탄압하는 종교에 누가 스스로 들어가겠는가? 스스로 나라의 근본 이념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때이니 말이다.

이런 의식은 해방 후에도 여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님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절이었지만 우리가 산업화되기 이전에는 불교 신자도 줄었겠지만 스님들의 숫자도 줄었을 것이다. 전체적 숫자는 늘었을 수도 있지만 기독교의 성장과 불교는 여전히 스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도심서 멀리 떨어진 험준한 산속에 있으니 자주 만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절에도 자주 갈 수 없는 형편에다 스님들마저 자주 만나기 어려우니 선뜻 불교 신자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간혹 시주승들이라도 만나면 스님들에대 대해서 반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쩌다 젊은 스님이 세상에서 뜻을 펴고 잘살지 절 속으로 들어갔을까? 하는 안타까운 눈초리가 남아 있었다. 지금이야 사회의 분위기나 경제적 여건이 훨씬 좋아져 절에도 가고 싶으면 훌쩍 차 몰고 다녀오면 그만이고, 또 스님들의 활동도 활발해졌기에 그런 눈초리는 거둬들였지만... 

이 책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란 표제어에서도 사뭇 불교나 스님에 대한 '안타깝고 비밀스러운 과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는데 왜 스님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불교 신자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 세상인데 표제어를 보는 순간 당연히 '스님에 대한 비밀스러움'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를 테면 비구에 대해서는 집안이나 개인적 불행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도피처로 택했다는 의문이다. 또 비구니에 대해서는 실연의 아픔이라든지 집안의 폭력 등 '말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다. 독자도 얼마 전까지 스님들은 뭔가 개인적인 비밀스러운 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두 스님의 말을 통해 '출가'나 '스님', 나아가 불교에 대한 기존의 안타까운 의혹을 풀어준다. 인해 스님(이하 인해)과 명오 스님(이하 명오)이 같은 주제로 자신들의 불교 입문부터 현재의 위치까지 사생활들뿐 아니라 불교에 대한 당초 인식도 남김없이 풀어놓음으로써 아직도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편견의 대상이 되는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준다. 독자 역시 아직까지 남아 있는 스님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바꾸었다. 불교계는 여러 스님들이 책과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자주 얼굴을 내밀고 부처의 말을 전하는 등 세계의 위대한 종교다운 면모를 보여주기에 한 점의 의심도 없었지만 스님 개개인에 대한 희미한 의혹들은 말끔하게 지워지지는 않았었다. 저자인 두 스님은 출가는 자신을 찾고, 나아가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한 수행의 길이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가는 길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용기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열린 길이라고 말한다. 독자의 가슴 한쪽에 남아 있던 불교와 스님에 대한 편견이 해소된 계기가 됐다.

책을 펴낸 출판사 측도 독자들에게 낸 소개글에서 그 옷의 무게는 무겁고 그 길은 외롭고 쉽지 않아 보여, 보통 사람들은 스님을 보면 “왜 출가하셨어요?”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온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대체 어떤 우여곡절이 있어서,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있어서, 머리를 깎고 그 외로운 길을 걷게 되었을까 궁금해한다고 말한다는 것. 아마 사회적 시선이 아직 독자가 인식하는 것처럼 완전히 편견이 가시지 않은 듯하다. 지금 인해는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경오는 동힉사 승가대학 학장이다. 

이들 통도사와 동학사 승가대학 학장들이 직접 전하는 출가의 길이 이 책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의 주제이다. 이 책은 출가의 의미와 과정, 그리고 수행자의 삶을 담은 감동적인 이야기다. 출가자의 진솔한 고민과 성장,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수행 속에서 발견한 행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통도사 학장 인해와 동학사 학장 명오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은 ‘출가’라는 특별한 선택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인해의 출가는 ‘나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고 자신의 출가에 대해 말한다. 맞춤옷을 지어 두고 기다린 듯이, 옷감을 잘 재단해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스님에게 아주 잘 맞는 출가라는 옷을 입었다. 인해는 출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출가는 단순히 머리를 깎고 사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선택의 과정이며, 나아가 모든 중생을 위한 깨달음의 길을 여는 위대한 첫걸음입니다. 세상의 번뇌와 미혹에서 벗어나 ‘나는 누구인가’를 간절히 찾는 길입니다. 출가의 길은 보살도를 실천하는 길이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참된 수행의 여정입니다. 길 잃은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찾아 나서듯, 망설임 없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출가의 본질입니다."

인해는 「출가는 무엇일까?」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깨끗한 마음과 생각으로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면 자연스럽게 깊은 행복이 따라 옵니다. 늘 법과 하나 되어 자신의 마음을 바로 볼 수 있게 될 때, 출가는 열매를 맺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씨앗을 뿌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인다. 초등학교 때 당시 고등학생이던 큰누나를 따라 마산 정법사 불교학생회에 다녔다고 한다. 누나 친구와 선배들의 유일한 간식이었던 빵과 과자가 맛있어 어린이 여름학교에 다닌 게 큰 출가의 동기가 되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부처님 말씀보다 빵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솔직·순수함은 독자들의 미소를 드러내게 한다.

위로 언니 두 명이 비구니스님인 명오의 어릴 적 ‘장래희망은 스님’이었고, 출가는 아주 자연스러운 인연이었다고 한다. 출가를 방해하는 여러 핑계를 스님의 발심(發心)이 이겼고, 자유로운 출가 수행자의 삶을 선택했다. 명오는 「출가는 무엇일까?」란 제목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출가 생활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절은 상상 이상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곳이었고, 스님들은 멋스러웠다. 출가 수행자의 본(本)이 되어준 많은 스님이 그랬다. 속가를 떠나온 나를 구속할 사람은 누구도 없고, 나 자신과 대면할수록 성장하는 나를 느꼈다. 자유와 행복, 출가의 백미이다. 참 좋다. 수행법은 다양하고, 내가 선택해서 잘하든 못하든 묵묵히 가면 된다.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불법(佛法)에서는 모두 다 공부 아닌 것이 없다. 손해가 미덕이고, 가난이 공부의 살림살이가 되는 것이 출가 수행자의 삶이다."(p.5)

명오의 가족관계는 독특하다. 언니 셋과 귀한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이 책 「언니들의 출가」란 제목의 글에서 큰언니를 언급하고 있다. 굉장히 엄격한 유교적 분위기의 집안에 시집 온 엄마가 위로부터 연달아 딸을 셋 출산한 모양이다. 남편이자 명오의 아버지가 집안의 종손이다 보니 제사만 해도 일년에 열한 번, 제사를 지내면 동네 사람들에게 식사를 베풀었다. 엄마의 고된 시집살이를 가장 가까이서 보며 자란 큰언니는 일치감치 책에서 부처님을 만났고 수행자의 삶을 동경했다. 언니는 출가를 꿈꾸면서, 오직 남동생이 태어나기만을 학수고대했다. 큰언니가 열일곱 살 때, 엄마는 드디어 아들을 낳았다. 삼 년 후, 언니는 설날을 코앞에 두고 책상 서랍에 편지 한 장 남기고 입산했다. 

가족의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유교 분위기 집안에서 스스로 입산해 절로 가버렸으니, 충격보다 오히려 집안 망칠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전국의 비구니 도량으로 맏딸을 찾아 나섰지만, 허탕 쳤다고 한다.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슬픔을 토해내던 아버지의 노랫가락과 젖은 눈에 온 가족은 함께 울었다. 큰언니가 비구니가 된 것이 그토록 슬퍼할 일인지 생각할 새도 없었다고 명오는 적고 있다. 남은 가족들은 모두 세상을 잃은 듯, 딸이 죽기라도 한 듯 상실감에 빠졌다. 그 비통함은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슬픔이었다고 명오는 책에서 회고하고 있다. 사실 어렸던 명오가 출가할 때는 반드시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홉 살에 알았다고 한다.

이들 두 스님이 각자 다른 이유로 출가해 학장 스님이 되었지만, 이들은 ‘출가 수행자’의 길을 일찍이 고민하여 알아차리고, 기꺼이 즐겁게 행복하게 수행자로서의 대자유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책은 기록하고 있다. 출판사 측에서 '출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의 표제어와 무관치 않다는 점을 명오의 출가 이유에 대해 말할 때 뚜렷이 드러난다. 출가는 폭탄처럼 가족에게 슬픔과 충격을 주었지만 나중엔 유교 집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 역할을 했다. 물론 스스로 불교 수행자가 된 스님 자신이 우수한 수행자였기에 가능했겠지만 가족 관계와 집안의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출가는 가족 관계의 변화의 시작이다. 한 가정의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에서, 부모가 지어준 이름과 부모가 준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출가 수행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집을 떠나 진리를 찾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불교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출가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책은 두 스님의 출가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막연한 거리감을 해소하고,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단순히 종교적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본질을 찾는 두 스님의 이야기이다. 수행자의 삶을 통해 발견한 자유와 행복, 그리고 세상에 대한 헌신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책에서도 두 스님의 수행 과정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담담하고 꾸밈없이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과장되거나 화려한 이야기는 없다. 오로지 수행하고 정진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의 감동이 나온다. 불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게 절에서 주는 빵이 맛있어서 큰누나를 따라다니다 멀쩡하게 대학까지 잘 졸업한 인해가 출가를 결정하고 어머니에게 결심을 말하려고 찾았을 때 어머니의 반응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오히려 차분히 반기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다른 집은 아들이 출가한다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는데, 난리(?)는커녕 오히려 출가를 권장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데 독자 또한 놀랍다. 인해는 삭발하던 날 감정을 글로 남겼다. 눈물을 펑펑 쏟은 사람이 많다는데 자신은 아쉬움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었다고 술회한다. 다만 삭발을 마치고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인 세숫대야를 들고 세면장으로 가서 거울을 볼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웬 비구니가 있었다고 말해 독자들을 빙그레 웃음 짓게 한다.

스님 중에서도 승가대학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을 '학승(學僧)'이라고 통칭한다는 말을 TV에서 들은 바 있다. 이 책의 저자 두 스님은 학장이니만큼 성적이 우수했을 것이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해의 경우 불교 공부를 위해 '유학기'의 에피소드도 곁들여져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계보를 잇고 잇는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의 만남 ,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학원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주거지 전화벨 소리에 가서 받아보니 다급했던 저쪽의 목소리. "스님, 다행입니다. 어서 TV를 틀어보세요." TV를 켜니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비행기 충돌로 불타고 있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중계된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날 TV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그랬듯,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장면이다. 2001년 9월 11일. 뒤늦게 자신의 행선지가 바로 사건 현장이었음을 깨닫고 갖가지 생각이 흘러간 다음 자신도 모르게 되뇌인 말 "나무 관세음보살"이었다. 


동학사 학인들은 공부를 좋아한다. 책 보기가 싫었어도 동학사만 오면 변한다는데 문필봉의 마법 같은 전설 때문일까. 오후 4시 방선을 하고, 대방 문을 열고 댓돌의 고무신을 신으려는 찰나 경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광경을 보는 그 순간, ‘문리(文理)가 트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큰 소리로 열심히 경책을 읽으면 문필봉에 닿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면서 ‘문리가 트인다’는 것이다. 나는 빨래터에 올라가 문필봉과 정면인 포인트를 찾아 화답을 고대하며 〈치문(緇門)〉을 읽고 〈서장〉을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목이 쉬고 또 쉬더니 목소리만 점점 커졌다. 오후 4시 방선 죽비소리에 떨리는 가슴으로 대방을 나가 보면, 가지런히 놓인 ‘조선 나이키’ 흰 고무신에는 빨간색 ‘태화 고무 말표’만 선명했다. 문필봉과 고무신의 화답은 일어나지 않았다.(p.199)


저자 : 인해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통도사에서 요산 지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해인사 강원과 조계종립승가대학원을 졸업, 국사편찬위원회 사료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동국대학교 선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요산 지안 대강백으로부터 전강傳講을, 관허 수진 대율사로부터 전계傳戒를 받았다. 사단법인 가야문화진흥원 초대 이사장, 동국대학교, 해인사, 수덕사, 동화사 승가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통도사 김해포교당 바라밀선원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는 《달마대사의 소실육문》, 《우리말 법화경》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남종의 선사상 연구〉, 〈혜능의 좌선관〉 외 다수가 있다. 제31회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을 수상하였으며, ‘쉬운 경전 편찬 작업’을 통해 관심 있는 이들이 어렵지 않게 경전을 읽고 공부할 수 있도록 번역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저자 : 명오


동학사 승가대학 학장. 동학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이어 동국대학교에서 선학과·영문학과(학사), 호주 시드니대학교 종교학과 석사, 은해사 조계종립승가대학원 수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요산 지안 대강백으로부터 전강, 관허 수진 대율사로부터 전계 받았다. 동학사 승가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강사이다.

역서 《대승기신론열망소》로 제1회 반야학술상 저역상, 저서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 연구》로 제19회 불교출판문화상에서 올해의 불서 10 선정 및 붓다북 학술상을 수상했다. 논문은 〈초기불교 병인론과 대승불교 사경 공덕 및 심신치유에 관한 연구〉,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열반경》에 나타난 재가불자의 계율 사상 연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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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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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인 저자 필 스터츠는 전통 치료법을 탈피, 치료 과정에서 새로운 ‘도구(툴스)‘를 사용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치료법이 효과를 거둠으로써 정신의학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심리치료를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와 함께 매우 획기적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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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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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의 저자 필 스터츠(Phil Stutz)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상담가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뉴욕대학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병원에서 수련받았다. 수련을 마친 뒤 개업의로 일하면서 5년 동안 라이커스 섬의 교도소를 오가며 수감자를 치료했다. 그러나 의지와는 다른 결과에 자신의 치료가 내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1982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후 유명 영화배우와 제작자를 비롯한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의 정신적 멘토로 명성을 얻었다. 그중 한 명인 영화배우 겸 감독 조나 힐은 스터츠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를 제작했다. 2022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는 내담자를 대하는 스터츠의 열정과 두 사람의 깊은 유대, 스터츠의 치료 과정에 쓰이는 핵심 도구인 ‘툴(Tool)’을 소개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LA에서 스터츠는 정신과 진료 규정집을 내려놓고 내담자를 인간으로 존중해 준다면, 다시 말해 그들을 모종의 유전적·정신적 이상 징후의 집합체로 보지 않고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아 준다면, 그들은 스터츠의 직관이 이끄는 방향이 어디든지 기꺼이 따라와 주었다고 한다. 그들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스터츠를 전적으로 믿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툴(Tool)’은 당시 시행되던 심리치료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당시의 심리치료에서 내담자는 더는 존재하지 안흔 과거에 갇혀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를 환상의 미래 속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툴스를 활용해 현재에 깃든 무한한 지혜의 문을 내담자 앞에 활짝 열어주었다."(p.8)

저자는 툴스를 활용하는 치료의 세 가지 특징을 책의 〈서문〉을 통해 밝힌다. ① 과제 : 진료실 안에서 체험하는 짧은 경험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순진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가 덧칠하기 편하도록 인생이 한자리에 멈춰서 기다려주는 일은 없다. 인생은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진정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진료를 받지 않는 날도 매일 빠짐없이 노력해야 한다.

② 앞으로 나아가기 : 전통적 심리치료는 내담자를 과거에 매어둔다.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툴스를 사용할 때 제일 크게 가치를 두는 건 미래를 향해 내딛는 다음 발걸음이다. ③ 고차원적인 힘 : 우리는 무한한 우주에서 한낱 티끌에 불과하다.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우리 인류는 우주가 고요한 기적을 일으켜 불어넣은 에너지 속에서 진화해 왔다. 고차원적 힘은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거나 누군가에게 감정을 거부당하거나 자존감이 낮아질 때처럼) 한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고 있을 때 가장 뚜렷하게 느껴진다. 살아가며 절박한 위기에 처했을 때에야 우리에게는 비로소 좁디좁았던 우주에 대한 시야를 한층 넓혀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난다. 고차원적 힘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현재에서 그 힘을 느껴야 한다. 툴스는 고차원적 힘을 우리에게 끌어올 능력을 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새로운 치료방법의 가닥을 잡아갈 무렵 우연히 자신이 과거에 썼던 에세이집 원고 뭉치를 발견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틈틈이 썼던 에세이의 원고들이다. 치료과정에서 느낀 수상이 주를 이루었지만 새로운 치료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 에세이를 쓸 때 자신이 지목했던 우울증, 분노, 외로움 등의 문제들이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됐다고 저자는 느꼈다. 코로나19 팬데믹, 소셜미디어의 범람, 탐욕·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체제의 역기능 등 모든 게 우리가 전보다 더 심하게 고립감을 느끼게끔 만들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과거에는 내담자가 일단 진료실에 들어오기만 하면 적어도 자기 문제를 이야기하는 동안은 잠깐이나마 바깥세상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료에서 내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세상 전체의 문제를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변화를 지목한다. 내담자 개인의 문제는 진료실 바깥에 머무르게 되고 말았으며, 오늘날에는 이것이 당연해졌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의 개인적 문제가 세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세상의 문제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믿을 수는 없게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문제를 이 책에서 상세히 설명한다고 집필 이유를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저자는 모든 내담자가 서서히 자기 성찰에 이를 정신적 힘과 환경적 자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님을 첨예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과거 교도소 수감자 치료의사 시절의 이야기를 꺼낸다. 저자가 5년 동안 열정을 갖고 치료에 임했던 시절, 실시간으로 내면적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판단했고 그 점은 치료법 변화를 꾀하는 강한 동기 부여가 됐다. 그 변화가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는 동력을 주었다. 그는 진료실을 떠나는 내담자들이 세상 속으로 쥐고 갈 무엇 하나라도 쥐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내담자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면 빠르게 바꿔놓고 싶었던 그는 시각화, 행동요법 등의 치료법과 직관 그리고 경험을 동원해 자신만의 치료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LA로 옮겨 정신과 의사 생활을 하며 내담자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데서 치료법은 이미 개선되고 있었던 셈이다.

그의 새로운 치료법은 그전까지 정신과 진료에 효과를 보지 못했던 내담자들의 삶에도 극적인 변화를 불러왔으며, 그가 오랜 시간 진료소로 삼았던 낡은 아파트 앞은 기네스 팰트로, 드류 베리모어, 호아킨 피닉스 등을 비롯한 내담자들의 발길로 북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오랜 내담자인 조나 힐은 필 스터츠가 주는 치유의 힘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 두 사람의 관계와 그의 철학을 담은 2022년 다큐멘터리 「스터츠」를 만들었고 전 세계적 화제를 모았다. 내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그를 만나고 그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삶을 변화시키는 통찰과 세계관을 인생의 30가지 상황별로 전해 독자들의 삶에도 그 변화를 부를 수 있도록 한다. 저자는 성공, 실패, 사랑, 상실, 후회, 죽음 등 삶을 둘러싼 수많은 딜레마들을 명료하고도 심오한 통찰로 꿰뚫으며 우리가 지금껏 살아온 삶의 과정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만든다. 그는 역경과 노력의 불가피함과 같이 우리가 삼키기 싫어하는 진실을 피해가는 대신 그것들을 그 괴로움이 어떻게 진정한 자유와 기쁨으로 이어지는지 알린다. 자신의 삶의 진정한 가능성을 알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인생의 지표가 되어줄 지혜를 이 책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 6개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흔들리며 나아가는 삶〉, 2장 〈돌아갈 수 없는 길〉, 3장 〈진정한 자유의 모습〉, 4장 〈내 삶에 더 큰 힘을 들이는 법〉, 5장 〈어둠만이 알려주는 것들〉, 6장 〈아픔을 넘어서는 관계〉 등이다. 각 장마다 5개 항목으로 구분해 모두 30개 항목에 대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 스터츠는 어린 시절부터 힘듦을 겪었고 그것은 자신이 의사가 되는 것의 동기부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이런 동기부여를 책에서 직접 거론하진 않지만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서 단초를 잡을 수 있다. 

출판사 측 소개글에 따르면 어쩌다 필 스터츠를 만나 가장 깊은 불안과 후회와 열등감들을 쏟아낸다면 그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그리고 산다는 것은 원래 그런 느낌이라고. 냉소가 아니다." 스터츠는 교도소의 수감자들부터 상위 0.01%의 내담자들을 만나며 인생에는 어떤 외적 조건을 가져도 피할 수 없는 역경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이 20대 때부터 파킨슨병을 앓으며 직접 겪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 있을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한 모습과 다를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히려 돌아서면 헛헛해지는 위로보다 적확한 조언이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먼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적시하게 하고자 한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방향은 내가 원했던 것과 다를 때가 많다.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그런 세상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저자의 새로운 치료법도 저자의 경험과 내담자에 대한 태도 변화로부터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오스트리아 유명한 정신의학자이며 의사였던 칼 융이 떠오른다. 

책에 따르면 세상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종종 좌절하거나, 세상의 잘못된 모습을 평가하거나, 내게 더 공정한 세상에 대한 망상에 빠져 현실을 원망하고 회피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반응은 힘과 시간을 소모하고, 삶을 정체시킨다. 그때 저자 스터츠는 우리가 스스로 갖고 있는지도 몰랐던 정신적 장벽들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며, 그 고통의 순간들을 새롭게 해석할 관점과 아픔을 넘어설 수 있게 해줄 구체적인 마음의 도구들을 제시한다. 익히고 삶에 적용한다면 그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나의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순간 역경은 삶의 동력이 된다.

대부분의 심리치료는 어린 시절과 과거의 트라우마를 되짚는 것으로 출발한다. 심리치료를 받아본 많은 내담자들이 괴로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심리학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이후부터 심리치료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는 통계일 뿐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개개인마다 증세나 환경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치료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이는 서양의학의 특성-진단이 정확하면 치료는 가능하다-이다. 서양의학은 대부분 진단명을 먼저 밝힌다. 그리고 진단에 따른 치료를 시작한다. 진단이 정확하면 거의 모든 병은 고칠 수 있다. 수천 년의 치료 경험이 축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의학은 조금 다른 상황이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한다는 개념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대, 중세에는 정신질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의학으로서는 고칠 수 없는 영역의 병이란 생각에서다. 특히 신(神) 중심의 시대인 중세에는 신의 영역에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진정한 정신의학의 태동은 근대 서양이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있지도 않는, 관점도 완전히 다른 정신질환자 치료 경험을 근대에 들어와 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심리학을 과학인 정신의학에 끌어들인 의사들이 프로이트, 융, 아들러 등이다. 

저자 필 스터츠는 드물게 과거에 집중하지 않는 정신과 의사다. 때로 내담자들에게 이렇게 말할 정도다. “과거 이야기는 접어두세요, 지금부터 당신의 인생을 바꿔봅시다.” 과거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과거에 대한 온전한 납득과 정의 구현이 아니라, 불완전한 채로 나아가며 나를 더 깊이 알고 실현하는 것이다. 그는 세상의 본질을 이해할 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보인다 말한다.

삶은 꿈처럼 성공적일 때도, 지옥처럼 절망스러울 때도 흘러가야만 한다. 그것이 거역할 수 없는 세상의 속성이자 힘이다. 오늘 내 삶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따라 내딛을 때 그 행동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지혜가 깃들게 하고 세상의 더 큰 힘을 불러들인다. 의심하고 흔들리며 그러함에도 나아가는 것. 그때 우리 내면은 진정 강인해진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삶의 방향 감각을 잃지 않게 하는 필 스터츠의 철학과 마음의 도구들을 쥔다면 어느새 겸손하고도 담대한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할 준비가 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인생의 힘이란 알고 보면 습관의 연속일 뿐이지요. 자극이나 인정이 필요할 때마다 바깥을 두리번거리는 게 습관이라면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마다 우울해질 겁니다. 그러나 자기 기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내적 책임감을 품고 살면서 인생의 구멍을 느낄 때마다 고차원적 힘과 연결하려고 행동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와 활력을 얻는 습관을 들이게 될 거예요.(p.275)


고통을 다독이는 비결은 고통이 파도처럼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 있어요. 고통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에는 금방이라도 세상이 끝날 듯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러면 가장 막막한 순간에도 시야를 넓게 확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p.346)


저자 : 필 스터츠(Phil Stutz)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상담가. 뉴욕대학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병원에서 수련받았다. 1982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후 유명 영화배우와 제작자를 비롯한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의 정신적 멘토로 명성을 얻었다. 그중 한 명인 영화배우 겸 감독 조나 힐은 스터츠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를 제작했다. 2022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는 내담자를 대하는 스터츠의 열정과 두 사람의 깊은 유대, 스터츠의 치료 과정에 쓰이는 핵심 도구인 ‘툴(Tool)’을 소개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툴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힘을 가동시키는 버튼이자 그 힘이 흘러나오는 통로다. 과거에서 원인을 찾고 이를 하나씩 치유해나가는 보통의 심리 치료 수단과 달리, 당장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해나가는 게 툴의 가장 큰 특징이다. 툴을 제대로 다루기만 한다면 현실의 문제는 물론, 자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스터츠는 말한다. 갓 의사가 되었을 무렵,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에 시달리던 스터츠는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자신의 내면에 몰두했고, 마침내 신체와 의식을 넘어선 초월적 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터츠는 50대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20여 년째 투병 중이다. 그러나 그 고통에 잠식되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 툴과 초월적 힘에 관해 알리고 있다.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는 스터츠의 첫 책으로, 지난 30년간 함께 연구해온 배리 마이클스와 공동 집필했다. 개념과 작동 원리, 개발 과정, 실제 사례까지 툴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전 세계 37개국에서 읽히며 막막한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역자 : 박다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했다. 책 『멍든 아동기, 평생건강을 결정한다』, 『만만찮은 여자들』, 『불안에 대하여』,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관찰의 인문학』, 『죽은 숙녀들의 사회』, 『여자다운 게 어딨어』, 『스피닝』 등을 번역했다. 배우자와 아이, 고양이와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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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훈련의 모든 것 - 나이가 몇 살이든 늦지 않은
    시노하라 키쿠노리 지음, 김은서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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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뇌 훈련의 모든 것』의 저자 시노하라 기쿠노리는 일본의 뇌과학자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뇌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으며,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우려하는 인지장애, 기억력 퇴화 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자는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현대 사회의 큰 문제로 부각된 알츠하이머 등 뇌세포 퇴화 증상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매우 유연하게 변화한다. 사람은 1,000억 개가 훨씬 넘는 뇌세포가 전기 신호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그 형태를 변화시키고 상황에 맞춰 매우 적절하게 변화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뇌 훈련은 ‘나이가 몇 살이든 늦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뇌 훈련에도 적합한 ‘방법’이 존재한다. 뇌과학자이자 건강교육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뇌과학 연구를 통해 뇌 훈련의 적합한 방법이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찾아내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뇌가 다른 장기와 달리 많은 '뇌(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뇌세포는 나날이 연결 방식이나 연결 강도를 변화시키는 세포끼리의 연결을 꾀하는 특수한 활동을 한다고 밝힌다. 우리 뇌는 1,400억~1,500억개나 되는 뇌세포가 전기 신호를 발산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형태를 변화시킨다. 마치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지식 능력을 높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뇌신경세포가 활동하는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어쩌면 컴퓨터도 뇌신경세포의 작동 원리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독자가 컴퓨터나 뇌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컴퓨터를 가장 먼저 발명한 사람이나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해 오늘날의 부분적으로는 사람의 뇌를 능가하는 능력을 갖추게 발전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뇌 훈련은 늦고 빠름의 문제가 아니며 제대로 훈련한다면 뇌의 퇴화와 기억력 저하를 크게 저감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머리말)〉를 통해 뇌의 '선조체'*가 작용해서 기억의 효율이 높아지고, 능력 향상도 촉진된다고 밝히고, 책의 전체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선조체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 선조체(striatum) : 뇌 기저핵(Basal ganglia)의 한 영역으로 대뇌피질(Cerebral cortex) 및 시상(Thalamus)와의 신경망 연결을 통해 자발적인 움직임의 선택과 시작(Selection and initiation of willed movement)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분자·세포생물학백 참조)

    이 책은 「나이를 먹을수록 강화되는 ‘뇌의 힘’」이란 제목의 〈서문(들어가며)〉과 본문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60세부터라도 늦지 않은 뇌 단련법〉, 2장 〈뇌를 단련하는 훈련〉, 3장 〈‘기억이 안 나’, ‘나이 탓’ 진짜 문제는?〉, 4장 〈생활 속에서 뇌를 지키는 방법〉, 5장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생활 방식Life Style 추천〉 등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뇌는 쇠약해지기만 한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잘라 말한다. 영어로 알츠하이머로 명명된 '치매(痴呆)'는 한자어를 그대로 빌려온 것으로 '인지 기능(두뇌 회전) 저하'**라고 바꿔 말하는 흐름이다. 치매는 어리석을 치(痴), 어리석을 매(呆)라는 부정적 의미의 한자어를 사용해 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2011년부터 있었고, 2024년 7월 17일에 '인지증'이라는 용어로 치매라는 명칭을 변경하자는 치매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 뇌는 강력한 '기억 장치'로 뇌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통해서 터득한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그리고 50세나 60세가 되더라도 새로운 기억은 뇌에 계속해서 입력된다. 이는 80세나 90세, 100세이도 마찬가지다."고 단언한다. 

    **인지증(dementia, 認知症) : 인지증이란 후천적인 외의 기질적장해에 의해 한번 정상적으로 발달했던 지능이 비가역적으로 저하한 상태를 말한다. 개 또는 고양이 등 사람 이외에서도 발증한다. 협의로는 지능이 후천적으로 저하한 상태인 것을 지적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지능 이외로 기억 또는 견당식 자기의 시간적, 공간적 또는 사회적위치 등을 정확히 인식하는 기능을 포함한 인지의 장해 또는 인격변화 등을 정의 등을 수반한 증후군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천적으로 뇌의 기질적장해 또는 운동의 장해 또는 지능발달면에서의 장해 등이 나타나는 상태는 지적장해 또는 산천적으로 인지의 장해가 있는 경우는 인지장해라고 말한다.(생명과학대사전, 2008 참조) 

    사람이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 순간적으로 기억이 잘 안 나는 건망증 증세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망증은 어떻게 보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경우에 따라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또 〈서문〉 「나이 탓, 유전 탓은 분명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야 성장한다」라는 두 번째 제목의 글에서 인지 기능은 어떤 방식으로 강화될까?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먼저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에서 9세부터 11세까지의 6,567명을 대상으로 한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 조사'를 언급한다. 조사 결과 '1년의 나이 듦'(나이를 먹는 것만으로도 인지 기능은 강화된다) < 인지 관련 유전 요인 < 1년간의 교육 <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순으로 각 요인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저자는 전한다. 또 2년간 교육을 실시할 경우 인지 관련 유전 요인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모두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즉 인지 기능은 유전 요인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받으며 강화되고, 또한 교육을 통해서 강화되는 것이란 주장을 도출해냈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은 '하면 된다', '유전 탓이 아니다', '환경 탓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인지 기능이 크게 성장한다는 것을 제시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3가지 지능', 즉 「유동성 지능」 「총괄성 지능」 「결정성 지능」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오래 전 영국의 심리학자 레이먼드 카텔이 분류한 것으로 아직 이론 없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결정성 지능은 지혜와 지식과 경험과 관련된다. 즉, 경험을 통해서 결정화되는 지능으로 나이 듦에 따라 강화된다고 부연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재된 지혜와 지식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뇌에 축적되어 있는 지혜·지식·경험은 원리적으로는 경험을 쌓을수록 강화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연륜'이라고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듦에 따라 결정성 지능은 강화되지만 유동성 지능의 힘은 저한된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유동성 지능도 시험을 반복하다 보면 그렇게 크게 저하하지 않는다고 보충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기억과 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면서 이런저런 작업(지적 작업)을 실시하는 힘, 즉 작업기억(두뇌회전)이라고 불리는 힘은 작업기억 훈련을 통해 향상되며, 작업기억을 왕성하게 사용하는 일을 하면 할수록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일상 생활 속에서 작업기억을 사용할 기회는 넘쳐나기 때문에, 이를 특별히 기억해 두고 실제 일상 생활에서 적용해 보기를 권유한다.

    책의 1장은 작업기억과 관련된 문제에 도전하도록 해서, 작업기억을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뇌에 메모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등도 독자들이 직접 체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간단한 용어 3개의 반복이나 기억해 순서대로 말하는 것 등의 실제 뇌 훈련 방법을 책에서 소개한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우리 뇌는 작업기억 과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지만 '뇌의 메모장' 수에는 한계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언가를 기억한 후에 실시하는 작업이 1~2개라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지만, 3~4개로 늘어나면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즉 뇌가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일을 한다는 것은 모두 처리해 낼 능력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뇌의 이리저리 짜맞추기 능력에 의존한 것일 뿐이지 실제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작업기억 훈련의 목적은 이 메모장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3장 정도의 뇌의 메모를 제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즉 한 가지만을 단순하게 단련하는 것으로는 작업기억의 단련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개의 업무를 멀티로 처리하는 종합직과 같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일수록, 뇌가 단련되어 인지 기능이 저하되지 않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또 1장에서 WHO(세계보건기구)가 2019년 발표한 인지 기능 저하 예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주목할 것을 권유한다. WHO는 운동, 금연, 지중해식 식단(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 위험하고 유해한 음주 금지, 인지적 훈련, 과체중 및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의 관리 등이 인지 기능 저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WHO는 이후 보고를 통해 수면, 난청, 치주병 등이 인지 기능 저하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충치균이 치매에 관여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운동과 식사, 수면, 생활습관병(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와 같은 건강 관리를 하면서 뇌를 단련해야 인지 기능 저하 예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한다. 이에 관한 자세한 식품군의 소개와 함께 익숙해지도록 유도한다.

    2장에는 실제 뇌 훈련을 수행하도록 자세하게 구성했다. 즉 실전 훈련이다. '퍼즐 풀기'처럼 주어진 문제를 풀어가면서 익히는 방법이다. 이 장(章)은 퍼즐을 푸는 행동, 생각하는 일, 작업기억을 사용하는 것을 쾌감으로 연결함으로써, 작업기억의 힘은 강화되기 쉬워진다는 점을 익힐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즐겁다' '재미있다'라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전 전에 알아둘 일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① 문제 수가 많지 않으므로, 단순히 문제를 풀고 나서 풀었다 못 풀었다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시행해서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답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라고 주문한다. ② 퍼즐을 사용한 뇌 사용법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라고 권한다. 인간은 누구나 직업 기억의 힘이 저하하게 되면 뇌를 하나하나 의식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그때야말로 뇌가 제대로 사고의 과정을 의식하도록 해서 일상생활을 훈련장으로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 ③ 몰라서 하기 싫어졌을 때 '아~ 생각하는 건 즐겁구나~'라고 말하라고 요청한다. 

    앞서 언급한 '선조체'의 역할과 활용에 대해서는 4장 〈생활 속에서 뇌를 지키는 방법〉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우리 몸이나 머리는 지속적으로 무슨 일을 반복하는 것을 싦어한다고 한다. '싫다'라는 느낌은 반복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몸을 쓰는 운동이나 두뇌를 계속해서 회전시켜야 하는 뇌 단련법 실천을 방해한다. 즉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의욕' 저하는 느낌이고 감정이지만 이성적 판단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때 '의욕의 구조'를 알게 되면 의욕적인 태도로 바뀔 수 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선조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따르면 뇌에는 좌우 대칭인 선조체(p.121 그림 참조)라는 부위가 있다. 딱히 붉은색은 아니지만 이 선조체는 의욕에 깊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선조체는 운동과 행동의 개시와 유지에 관여하는 대뇌 기저핵의 일부이다. 선조체의 북측에는 측좌핵이라고 불리는, 쾌감에 강하게 관여하는 부위가 있으며, 북측피개영역이라고 하는 도파민 세포의 시작지점으로부터 투영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선조체는 행동과 쾌감을 연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착한 일을 했을 때 엄마가 칭찬해주면, '착한 일을 하면 칭찬받는다'라는 생각이 연결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착한 일을 해볼까'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선조체는 발휘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칭찬받는지에 대한 예측적인 결합이 만들어져서 그 전조를 감지하게 되면, '의욕'에 불이 붙는 것이다. 따라서 의욕적이 될 수 있는 가정 좋은 방법은, 행동과 쾌감을 연관시키는 것이다. 

    몸을 쓰는 일이나 두뇌를 쓰는 것이나 모두 뇌에서 관장한다. 뇌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마지막 장의 「'고독한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의 민샤 루오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이 연구에서는 118명의 고령자(65~94세)를 대상으로 21일간에 걸쳐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를 조사했다는 것. 이 조사 결과 사람과 관련되는 활동은 하루 평균 39분, 고독하게 보낸 시간은 5.03시간이었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윤리적으로 중요시되고, 이러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애초에 그렇게까지 긴 시간을 다른 사람과 보내지는 않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시간보다 길고 고독하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으며, 사람을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고독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행복감을 향상시켜주는 수단인 한편, 고독 또한 그 사람의 에너지 회복을 도와주는 고령자의 일상생활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는 것도 좋고, 멍하게 보내는 것도 괜찮다. 독서, 컴퓨터, 게임, 수공예 활동9자유로운 공작)이 경도 인지 장애의 리스크를 낮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여가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혹은 이 책에서 다루는 뇌 훈련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p.155)


    저자 : 시노하라 기쿠노리(Kikunori Shinohara, しのはら きくのり, 篠原 菊紀)


    스와도쿄 이과대학 공통교육센터 주임교수로 뇌와 인간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도쿄이과대학 종합연구기구 겸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도쿄대 교육학과 졸업, 동 대학 대학원 교육학 연구과 박사과정을 거쳐 현재는 다채널 근적외선 분광 분석기를 이용해 공부할 때, 놀 때, 운동할 때 등 일상생활 속에서의 뇌 활동을 조사하고 있다. 오락산업, 교육산업, 관광산업, 자동차산업 등과 연계하여 다수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동 ‘뇌’ 연구의 일인자로 TV, 라디오, 신문 등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뇌 활동의 다양한 실험 결과를 쉽고 재미있게 전해 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뇌의 메커니즘을 학습에 접목한 강연을 통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서로는 《공부에 빠지는 뇌 만들기》《남자아이의 뇌를 좋아지게 하는 부모》《뇌 과학자가 알려주는 아이의 사고력 좋아지게 하는 법》《의욕 넘치는 뇌 만들기》《성공하려면 전두엽을 단련하라!》등이 있다.


    역자 : 김은서


    고교시절 일본인 펜팔 친구를 사귀며 일본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3년간 일본에서 회사생활을 경험하고, 현재까지 일본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꾸준히 다양한 분야의 번역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번역서로는 《지금 아이들이 있는 곳》, 《마음의 전문가는 필요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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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 - 생각을 리부트하라, AI 시대 인생 철학법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장하나 옮김 / 파인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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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은 현대인들은 오늘날 어떤 점을 가장 힘들어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를 조언한다. 복잡하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일까? 독자의 경우 학교 다니고, 사회에서 직장 생활하고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살아왔다. 학교 생활에서도, 사회 생활에서도, 결혼 생활에서도 모두 고민은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답은 지금도 갖고 있지 않다. 고민이 부족했는지, 생각하는 두뇌가 부족했는지는 돌아보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배운 대로, 혹은 책에서 알려준 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처럼 100%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도 없다. 열심히 살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내로라 하는 결과나 성공을 얻었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좀 더 구분해서 말하자면 도덕적·윤리적 문제들은 무의식적으로 범하지 않고, 법적 문제가 따를 경우엔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에서 뚜렷한 위치를 밝힐 정도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의 과정을 거쳐 왔다고는 말하고 싶다. 가끔씩 철학 책도 읽었지만 철학자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일에 매달려야 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은 선에서는 언제나 나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문제를 풀었다. 뒤늦게 아쉬운 점은 청소년기에 삶을 위한 나름대로의 철학적 답변을 확고히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언급된 철학자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저자 장하나는 살면서 고민되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이 책에 소개되는 철학자처럼 스스로 문제에 답해볼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점을 철학자들이 답하는 방식을 익혀 각각의 개인적인 고민과 궁금함을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철학을 어렵고 자신과 거리가 먼 학문으로 느끼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접근법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책의 기술과 형식은 일상에서 느끼는 막연한 고민을 주제로 현대인들이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와 함께 열띤 토론 배틀을 벌이는 방법으로 유도한다. 이를 테면 소크라테스나 니체, 마르크스에 이르는 철학자들이 우리들이 지금 가지는 일상의 질문에 어떤 답을 제시했는지 인지하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일방적 가르침, 즉 위대한 철학자들이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이 철학자가 제시한 방식으로 풀어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철학자의 소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은 이 같은 기술 방식으로 고대나 중세, 현대의 철학자들이 제시하는 여러 답들 가운데 독자 각각의 개인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답을 구하도록 제시한다. 우선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삶의 각종 문제와 고민들이 현대인들의 특정 사실이 아니라 시공을 떠나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근원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게 해준다. 다만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다른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 삶의 욕구와 노력은 같지만 삶의 방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또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가치관도 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이 지향하는 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내일의 삶은 '오늘보다 나은 삶'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라는 점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철학은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닌 ‘삶의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 책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기나긴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철학자들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논쟁을 벌이는 구성이라는 것이다. 사랑, 성공, 삶의 자세, 미래 등 일상의 다양한 주제를 두고 펼치는 논쟁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뿐만 아니라 각자 개개인의 삶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를 테면,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연애 따윈 필요 없어!”라고 주장하는 요즘 젊은 세대가 연애의 의미를 두고 벌이는 토론은 고대와 현대의 가치관이 어떻게 충돌하고 조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따르면 플라톤은 『향연』에서 사랑의 숭고함을 강조하는 반면, 현대의 젊은이는 사랑에 얽매이지 않는 삶의 실용성을 주장한다. 이를 지켜보는 독자는 두 입장 사이에서 스스로의 관점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이 스스로 철학자들과 함께 대화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독자는 각 논쟁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고, 철학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철학’이라는 고전적 학문이 현대인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이 책은 매우 신선한 방식으로 증명하는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철학 엔터테인먼트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모두가 ‘현대의 철학자’가 되어, 자기 생각과 입장을 발견하는 기회를 만나보라고 권유한다.

    현대를 살고 있는 누구나 현실적인 고민, 이를테면 “인생은 ‘부모운’으로 결정될까?”, “연애를 꼭 해야 할까?” 등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에 부닥치며 고민을 한다. 또 “대충 살면 안 될까?”,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잘못된 걸까?” 등의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잠깐의 생각으로 답을 구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수학 방정식 하나 푸는 것보다 훨씬 쉬운 듯해 보이지만 사실 막상 해답을 구하려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실적 의문들이 따라 붙는다. 너무 여러 갈래의 의문이 떠오르면 생각 자체가 어려워진다. 한 곳으로 생각을 집중해 가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몇날 며칠을 고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설령 스스로 '이런 방법이 옳다'라는 답을 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느끼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는 데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들을 며칠이고, 몇 달을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 사람의 머리는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두뇌가 그렇게 구조적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분석할 때 책을 읽고 음악을 함께 듣는다고 두 가지 모두가 기억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음악과 책의 내용이 번갈아 부분 부분 기억될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두 가지가 기억된다면 나중에 다시 기억해 낼 때 연결, 유추, 추론, 연상 등 인간의 모든 두뇌 능력이 동원돼 두 가지 모두 들은 것으로 꿰맞출 수는 있을 것이다. 

    어차피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철학자와 함께 논쟁해 보면 어떨까?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취지와도 연결된다. 철학자들과 논쟁하는 것은 철학 지식을 논쟁을 통해 겨룬다는 의미가 아니라, 철학자들이 철학하는 방식으로 문제의 답을 구하라는 의미라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 책은 현대인의 궁금증을 철학자들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일상에서 느끼는 막연한 고민을 현대인이 철학자와 함께 철저히 토론한다. 소크라테스, 니체, 헤겔, 마르크스, 데카르트, 알랭 바디우 등 역사를 빛낸 철학자들이 토론의 장에서 자신들의 핵심 키워드를 소개하며 생생하게 답한다.

    이 책은 이처럼 철학을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기회를 제공하는 대화 형식의 철학 입문서이다. 철학자들의 교훈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박하며, 독자가 직접 자신의 결론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또한 이 책에 부록으로 수록된 ‘철학×논파 도표’는 철학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며, 역사 속 철학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알기 쉽게 정리해 준다.

    이 책은 모두 4장(章) 20가지 테마가 실려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20가지다. 1장 첫 번째 주제는 '대충 살면 안 될까?'란 주제다. 독자를 대신하는 '현대인'과 '치열하게 사는' 니체가 등장한다. 먼저 질문을 하는 현대인이 등장하며, "애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하며 질문 겸 의견을 낸다. 그느 예전에는 일할 때나 놀 때나 뭐든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자는 주의였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요즘 세상에는 열심히 일해 봤자 제대로 된 보상도 못 받고 노는 것도 금방 질립니다. 이 세상에 대해 절대 가치라는 것은 없는데 뭔가에 몰두하기에는 너무 가성비가 떨어지지 않나요?"라며 설명을 보충한다. 

    이에 니체는 "자네 의견은 내 생각과 꽤 통하는 부분이 있군. 나 또한 '절대 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이것이야말로 내 주장의 핵심이라네. 자네와 꼭 대화를 나눠 보고 싶군." 독자들은 질문에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볼 수 있고,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곁들인 대답에서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애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세대가 철학자 니체에게 묻는다. “대충 살면 안 될까?” 그러자 니체는 허무주의에 대한 논쟁을 펼치며 토론 배틀이 펼쳐진다. 니체는 현대인의 '대충 살자'는 허무주의 사상이 배어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주장한 허무주의는 대충 살자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말한다. "자네가 죽은 뒤 다시 완전히 똑같은 인생을 반복한다고 치는 거야. 똑같은 인생을 영원히 돌고 돌게 되는 거지. 그렇다고 해도 자네는 매번 지금처럼 '대충 사는 인생'을 선택할 건가?" 니체의 말에 현대인(의견 제시자)은 "그렇게 돌고 돈다면 싫을 것 같다"고 한다. 니체는 답한다. 현재 삶의 방식이 최선은 아니라고 자네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3장 열여덟 번째 테마에서는 "AI는 인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란 주제로 AI와 데카르트의 논쟁을 실었다. 이 테마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가를 두고 대화를 나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통해 기계에는 인간과 같은 영혼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이 급격히 발전한 오늘날, 독자들은 데카르트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현대 기술과 인간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독자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우리가 매일매일 해야 하는 고단한 노동, 그것은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한 수단일까?에 대한 논쟁인 2장 열여섯 번째 주제이다. 이 주제에는 자본주의자와 마르크스의 논쟁이 벌어진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크스는 저서 『자본론』을 통해 노동이 본래 우리의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대인과 토론한다. 우리의 삶이 왜 이렇게 힘든지에 대한 원인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찾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인간관계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돈’과 ‘물건’이 인간관계의 중심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돈이 곧 힘이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게 되는 세상, 그는 이를 ‘물신주의’라 부르며, 이런 세상이 인간다움을 해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어쩌면 마르크스가 비판했던 ‘노동 소외’ 상태를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철 지난 철학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무너뜨렸다고 표현하는 언론이 많았다. 소비에트 연방국의 여러 나라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하며 독립해 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와 적대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북한의 체제가 무너져 통일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섞인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주민 수백 만 명이 아사했다는데도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더 강성대국을 앞세우며 군사력, 특히 핵 개발에 매달리며 이젠 군사적으로 더 강해진 느낌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가 한 가지 주목한 것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노동의 가치와 나아가 인간 관계를 왜곡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자본주의의 대안이나 대립 개념이라기보다 보완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느냐는 게 독자의 판단이다. 특히 자본주의의 더욱 극심한 단계로 치닫는 요즘 마르크스의주의는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북한과 적대적 대치를 하고 있는 이상 이런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스무 번째는 '완결' 편으로서 실제 마지막 테마는 '가상현실((VR))'에 관해서다. 20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만큼 디지털 문명에서의 철학적 사고에 대한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저자가 집중적으로 논쟁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문화 구독 서비스, AI, VR 등이다. 18세기 아일랜드 철학자 조지 버클리가 가상현실(VR) 기술에 대해 논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주제로 버클리와 현대인의 논쟁을 따라가 본다. 버클리의 철학은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에서 시작한다. 그는 물리적 세계의 실재를 부정하고,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사실은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정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대 VR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상세계는 버클리의 철학을 증명하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은 말한다. “VR은 그저 컴퓨터와 광학 기술로 만들어낸 도구일 뿐입니다. 현실을 흉내 낼 뿐, 진짜 세계와는 다릅니다.” 여기에 버클리의 반박이 이어지며, 이 논쟁은 결국 “우리의 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깊은 질문으로 연결된다. 

    더 많은 철학적 논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이 책은 철학을 어렵게 느껴왔던 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형식과 시각을 선사한다. 고민과 질문이 많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철학이라는 도구를 내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서 독자들에게 ‘생각의 모험’을 선사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토마스 아키나리


    카와이 학원과 기타 예비학교에서 <일본사>와 <윤리>를 담당. 주식회사 마나비에이드의 강사. 츄오대학교 문학부 철학과 졸업 후, 조치대학교 신학부에서 공부. 철학과 종교, 역사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독자의 시점에서, 친밀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재미있는 철학책》(미카사 쇼보), 《자신을 바꾸는 사고의 도구함》(세이슌출판사), 《생각하는 힘을 몸에 익히는 윤리》 《도해로 배우는! 니체의 사고방식》(KADOKAWA), 《공상철학 독본》(다카라지먀샤), 《아저씨가 될 사람, 안 될 사람》(PHP연구소), 《철학의 오솔길》(고단샤), 《두꺼운 것이 좋아?》[철학 감수](후소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역자 : 장하나


    물리치료사 면허증, 성인·소아 보바스 신경계 운동치료 자격증, 국제 수중 운동치료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병원에서 근골격계 운동치료사 및 물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엔터스코리아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인간 실격』, 『사양』, 『달려라 메로스』,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타고난 운을 바꿔드립니다』, 『불로장수 절대원칙 82』, 『바른자세 홈필라테스 92』, 『말초혈관을 단련하면 혈압이 쑥 내려간다』, 『과자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진짜 기본 강아지 육아 304』『만화로 쉽게 이해하는 해부생리학』『강한 근육 일러스트 테크닉』『척추관 협착증』『바른자세 홈필라테스 92』『태양빛을 먹고 사는 지구에서 살아남으려고 눈을 진화시켰습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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