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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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가장 성공적인 전략이란 협력이다.” 이 말이 책 『자연은 협력한다』의 주제이자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KI)의 전염병 연구원이자,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생물학 연구소의 교수인 디르크 브로크만은 '복잡계 과학'의 관점으로 사고하여 다양한 위기들을 해결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복잡계 과학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자연현상과 사회현상 사이의 분명한 연관성과 공통점을 찾고 그 관계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형 산불과 전염병의 연관성 또는 야생동물의 먹이 찾기와 포퓰리즘 사이의 연관성 등을 통해 우리가 도출해낼 수 있는 원리를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현재의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유지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인 ‘협력’을 강조하며, 생태계를 모방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 『자연은 협력한다』는 "우리에게는 생동하는 지구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인간의 교만함이 우습다. 이 말은 힘없는 자의 수사학이라고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책 『공생자 행성』에서 주장했던 말을 책의 서두에 인용한다. 린 마굴리스가 "지구가 우리를 돌보고 있는 것이지, 우리가 지구를 돌보는 것이 아니다. 반항하는 지구를 길들인다거나 병든 지구를 치유한다는 우리의 오만한 도덕적 계율은 그저 자기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또 마굴리스가 책에서 지적한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인간이라는 종 특유의 거만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인간이 다른 모든 종을 위해 유일하게 선택받아 만들어진 종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힘이 있고, 수가 많고, 위험하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이라는 생각도 잘못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동의를 표한다.

 


 

이런 인간의 오만은 스스로를 신이 특별히 만든 존재라는 인간의 착각일 뿐이며, 그저 직립보행하는 포유동물이라는 우리의 진정한 위치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마굴리스의 독설도 옳다고 가정한다는 뜻이다. 저자 디르크 브로크만은 프롤로그 「복잡계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기」에서 "이 책의 차례를 훑어보았다면 제목이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거대한 연결망이 총체적이고, 협력적이고, 조화롭고, 비판적으로 작용하여 때로는 이쪽으로, 때로는 저쪽으로 기울어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책 p.14에서 그림으로 복잡성과 연결성을 그려놓았다) 바로 복잡한 연결망, 조화, 임계성, 티핑 포인트, 집단행동, 협력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라고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한편으로는 자연의 복잡한 현상과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구조 사이의 공통점을 인식하고 연관 지어 그 연결성에서 배우는 일이 보편적으로 중요하다."

"생태학적 연결망은 오로지 성장만을 지향하지 않고 계속해서 균형을 추구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을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수억 년 동안 성공적으로 구조를 유지해 온 생태계를 모방해야 한다. 그러면 심각한 위기를 막고 막대한 비용을 아끼고 경제적 그리고 개인적인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p.206)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며 저자는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한 일을 예시로 든다.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던 거대하고 유서 깊은 은행이 무너지자 그 전년도부터 시작되었던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정점에 달했고 4조 달러에 달하는 주가가 폭락했으며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리먼 브라더스는 2,000억 달러라는 빚을 남겼으며 하루아침에 2만5,000여의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리먼 브라더스가 몰고 온 금융 위기는 이미 2년 전부터 예견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미국의 주요 학술 단체와 함께 회의를 개최했다고 한다. 이때 수학, 물리학, 생태학 및 경제학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시장을 맴도는 시스템 위기라는 주제에 관해 새로운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혼란이나 단시간 내의 붕괴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고찰했다. 이 회의는 경제학의 아이디어, 통찰, 그리고 이론적 모델이라는 본질적인 성과를 남겼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부터 생태학계의 주요 화두는 '생태학적 연결망을 그토록 견고하게 만드는 특성은 과연 무엇인가?'였다. 생태학적 연결망은 이미 수백만 년이나 되는 역사 속에 존재하며 그 안정성을 증명했다. 생태계는 매우 역동적이고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변화하는 조건에 빠르게 적응하는 다양한 종이 섞여 있어 적응력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어떤 영향 때문에 심각하게 훼손돼도 균형을 찾는 시스템이다. 앞서 언급한 회의에서 생태학 분야의 다양한 전문 지식이 경제학적인 맥락에서 재해석되었다. 표면적으로는 공통점이 전혀 없는 경제학과 생태학이라는 두 학문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은행가들의 생태학'이라는 제목의 짧은 기사에 따르면 유명한 생태학자인 사이먼 레빈과 로버트 메이는 나중에 경제학과 생태학의 수많은 연결성에 관해 토론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내놓는다. "이 책은 이처럼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분야나 현상 사이에 놓인 교량을 다룬다."

 


 

저자는 이어 생소한 '복잡계 과학'이란 설명을 화두에 두고, 짧은 예시를 소개한 이유는 이 책을 왜 썼는지, 그리고 이 책의 주제가 모엇인지 두 가지 관점에 따라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이 주장하는 주제를 보는 관점을 두 가지로 설명·해석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첫 번째로 이것은 우선 보는 것에 관한 책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것, 그리고 머릿속에 올바른 이미지를 떠올리며 보는 것이다. 도약 안구 운동을 통해 관찰한 내용을 머릿속의 이미지와 연결할 때 우리가 계속해서 몇 가지 요소에 집중하거나(간격이 짧은 도약 안구 운동) 그것을 연결해 더 큰 전체에 집중하듯이(간격이 넓은 도약 안구 운동) 이 책 또한 독자들에게 각기 다른 주제를 알려준 다음 독자들이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그것들이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각 장에서는 각기 다른 현상을 설명할 것이다. 협력, 임계성, 티핑 포인트, 복잡한 연결망, 집단행동, 그리고 조화다. 모든 것이 저자가 바라는 대로 되다면 독자들의 머릿속에슨 '복잡계 과학의 관점에서 본 자연과 사회'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그려질 것이고, 독자들은 앞서 언급한 주제가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이 책이 해야 할 일은 독자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자연현상과 사회현상 사이의 분명한 연관성과 공통점을 알아채고 그 근본을 탐구하도록 돕는 것이다. 어쩌면 독자들도 저자와 같은 과정을 겪을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두 대상 사이의 연관성과 관계성을 찾아내면, 특히 그 연관성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일 때, 손에 넣은 지식이 마법처럼 신기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안구 운동과 알바트로스나 거미원숭이의 움직임 사이에 어떻게 공통점이 있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 공통점의 흔적을 어떻게 찾아내는 걸까? 도대체 어디에 연관성이 있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2000년 1월,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한 인터뷰에서 이다음 세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다음 세기는 복잡성의 세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스티븐 호킹은 우리 시대의 최신 기술 발전과 위기 극복 방법을 이해하는 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는 과학 분야의 가지 사이의 유사점과 연관성, 그리고 공통점을 탐구하는 접근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자연재해와 세계화로 인한 문제, 전쟁, 테러, 기후 위기, 디지털화에 따른 결과, 음모론 등을 대단히 복잡하고 다면적일 뿐만 아니라 서로 연관이 있다. 문제 해결과 앞으로 발생할 재앙에 더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모든 것을 연결해 생각해야 된다.

복잡계 과학은 경제, 자연, 사회 및 전염병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① 부자는 왜 더 부유해지는가? ② 내 친구들은 왜 나보다 친구가 더 많은 걸까? ③ 수천 마리나 되는 새 떼들은 어떻게 충돌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날아갈까? ④도널드 트럼프는 2만2,000번이나 거짓말을 했음에도 2020년 대통령 선거 때 7000만 명이나 되는 미국인들은 왜 트럼프에게 표를 줬을까?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사회현상과 자연현상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미 서로 연결돼 있다는 입장을 확인한 듯하다. 저자는 복잡계와 폭넓은 분야에 걸쳐 연구하고 있는 세계 유수한 과학자들의 연구 사례와 자연현상을 연결시켜 복잡한 현상이 어떻게 성립하고 그것이 어떤 숨겨진 법칙을 따르는지를 이 책에서 밝혀낸다. 즉 이 책은 복잡계 과학의 관점으로 사고하여 다양한 위기들을 해결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복잡성」, 2장 「조화」, 3장 「복잡한 연결망」, 4장 「임계성」, 5장 「티핑 포인트」, 6장 「집단행동」, 7장 「협력」 등이다. 저자는 팬데믹이 수학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기란 주제넘은 일이라고 전제한다.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인간이라는 요소'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데믹 현상을 총체적인 것으로서 이 책에 소개한 수단을 활용해 관찰한다면 우리는 곧 복잡성의 혼란스러운 양상 속에서 특정한 규칙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언급했던 몇 가지 자연의 기본 원칙을 알면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현상이라든가 간단한 규칙에서부터 집단행동이 탄생하는 과정, 혹은 티핑 포인트가 다가왔을 때 시스템이 보이는 반응, 복잡한 연결망의 특성 등을 알면 좋다. 또 협력이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면 도움이 된다. 복잡한 현상이 어떻게 성립하고 그것이 어떤 숨겨진 법칙을 따르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학의 숙명이다. 생물학이든 물리학이든 공동체든 정치든 생태학이든 경제학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그 안의 복잡한 시스템 사이에서는 연관성이 관찰되며 그것이 대부분 비슷한 근본 원칙에 따라 발생했다는 사실이 특히 놀랍다. 이런 '수평적' 연결을 깨닫고 그로부터 새로운 견해와 지식을 도출하는 것이 복잡계 과학이라는 존재의 법칙이다고 강조한다. 「조화」의 경우 먹이사슬이나 서식지의 균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이러한 조화와 때맞춤은 중요하다. 심장박동이 대표적이다. 전기신호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데, 이러한 전기신호는 신경계의 때맞춤으로 인해 형성된다. 이외에도 산발적으로 시작된 박수가 결국 같은 박자로 맞춰진다던지, 시장에 적정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 또한 조화와 때맞춤의 결과다. 코로나의 전파에도 이러한 때맞춤이 중요하다. 정부의 대응은 언제나 한 박자 늦곤 한다. 때에 맞춘 규제만이 전파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위키피디아는 수많은 하이퍼링크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이다. 우리의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섯 다리만 걸치면 세계 모두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실제로 페이스북의 통계를 보면 이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코베르트 코흐 연구소(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의 전염병 모델링 전문가인 저자는 사람 간의 관계와 접촉을 추적하는 연구는 코로나 시국에 특히 잘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연결망에 연결 고리가 생겨나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주주자자키 모델(Jujujajaki networks)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무리와 무리를 잇는 연결책이 존재하며, 개개인이 가진 관계의 수는 일반적으로 정규 분포를 따른다. 백신 접종은 전염병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는 사람, 즉 연결책이 백신을 접종하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 연결망이나 시스템뿐만 아니라 신경 회로나 생태계, 금융 관련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철새의 이동, 꿀벌이나 개미, 물고기 떼의 움직임, 이러한 현상은 집단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메카나 퍼레이드에 모인 사람들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언 쿠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고기 떼에는 중앙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지 않고, 주변 물고기의 움직임을 따르는 것에 불과하다. 일종의 사회적인 힘인 것이다. 이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집단행동에 의한 의사결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결정이 개개인이 내리는 결정보다 똑똑하거나 멍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인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무엇이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여러 수학 모델을 예시로 들며, 이러한 집단행동을 잘 이해하고 분석하면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에 따르면 바로 협력과 공생으로 가는 비약적인 발걸음이 근본적인 요소가 되어 진화가 발생했다. 과거에는 협력이 고등한 삶의 형태라고 믿어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동물들과 식물들도 서로 살아남기 위해 공생관계를 도모해 왔다. 다윈의 진화론 ‘적자생존’은 어느 순간부터 경쟁 구도로 잘못 해석되었고, 나치 등에 의해 정치적인 의도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진화는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의 생태계는 촘촘하게 얽혀 있고,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종의 진화는 다른 종의 진화와 유기적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를 잘 알고, 배울 점을 찾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지금 우리는 자연의 가장 성공적인 전략인 협력부터 배워야 한다. 저자의 주장은 계속되고 이제는 우리가 이해할 차례다.

 

저자 : 디르크 브로크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생물학 연구소와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이라 할 수 있는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KI)의 연구자이자 교수로, 복잡계 과학과 전염병 모델링 전문가이다. 2021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싸움에서는 타인과의 접촉을 더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전염병의 진행과 발전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와 예측을 제공하고 있다. 그전에는 미국의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론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전통적인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복잡한 물리적 현상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연결망(네트워크), 전염병학, 생물학, 신경과학, 통계물리학 및 사회학을 연구했다.

 

역자 : 강민경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독일계 회사를 다니며 글밥 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어학연수 후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수레바퀴 아래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꿀벌 마야의 모험』, 『피터 틸』, 『케인스톰 아일랜드』, 『궁극의 차이를 만드는 사람들』, 『이해의 공부법』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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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
최은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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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클래식 해설‘로 이름나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평론가인 저자의 클래식 해설 책은 연주 음원까지 더해져 이 한 권이면 클래식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명곡을 듣는 귀가 열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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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
최은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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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클래식을 듣게 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안개 속처럼 뿌옇고, 가슴속은 음표와 물음표가 혼재돼 있다. 클래식을 좋아해서 클래식 방송이나 CD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곡을 해석해주고 에피소드를 설명해주는 말을 들었지만 곡을 듣는 순간 뿌옇게 흐려져 잘 기억나지 않는다. 또 서양음악사 책을 보면 서양음악사의 흐름을 대체적으로 알게 되리라는 기대로 여러 권 읽었지만 홀로 되새겨보려 하면 혼란스럽고 읽었던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기억력이 한참 좋을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읽지 않아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때 읽었던 문학 작품은 상대적으로 잘 기억나기 때문에 이런 생각도 해본다. 독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 『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의 저자 최은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잔잔한 클래식 선율을 좋아하지만 클래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이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의 말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매일 저녁 8시에 방송을 통해 만나는 사이다.

저자는 "많이 들어본 음인데 곡명은 모른다. 왜 그럴까?"라고 질문을 던진 후 가사 없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선율, 어려운 곡명과 형식, 작품번호, 뜻 모를 악상기호 같은 진입장벽 때문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클래식도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재미와 감동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즉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도 그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형식은 어떤지 등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작품의 중요한 주제 선율을 기억하지도 못한 채 음악을 듣는 것은 마치 소설의 등장인물 이름도 모르면서 소설을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자의 비유가 매우 적절하다고 공감한다. 저자는 이 때문에 이 책에서 400여 개 가까운 연주 클립들을 편집하는 막대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클래식 음악 감상서로서 이 책만의 가장 큰 장점은 명곡을 바로 들으면서 책을 입체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완성된다. '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클래식 음악평론가인 저자가 클래식 입문자는 물론 애호가들도 클래식 명곡을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줄 획기적인 책의 이름이 이렇게 탄생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매일 저녁 KBS 라디오 클래식 FM에서 〈FM 실황음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세계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클래식 명곡들의 배경과 주제 등을 유려한 문체로 알려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로 들을 수 있는 400여 개 가까운 연주 클립들을 큐알 코드 형식으로 실었다. 이 책에는 각각의 명곡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곡을 들을 수 있는 음원이 큐알 형식으로 삽입되어 있다. 어떤 악곡에서 제1주제가 무엇인지, 그 주제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어떤 악기로 연주하는지 전곡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악곡의 주요 부분을 편집한 음원 큐알을 찍어 악장별, 주제별로 연주를 바로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주요 클래식 명곡들의 작품해설을 읽으면서 귀로도 직접 확인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많이 들어본’ 클래식 명곡들이 이제는 ‘잘 아는’ 클래식 명곡이 되고, 잘 알게 되면 클래식이 자연스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은 클래식 입문자들이 클래식 명곡에 접근해가면 좋을 순서에 따라 크게 5부로 구성됐다. 목차의 순서대로 그냥 쭉 읽기만 해도 처음 클래식 명곡을 듣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용어에 익숙지 않은 이들을 위해 악곡의 주요 형식과 작곡기법의 핵심용어들, 음악작품에 자주 나오는 나타냄말들도 팁 형식으로 담겨 있다. 천재음악가들이 명곡을 작곡하게 된 배경이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명곡들을 이해하게 하는 또 다른 재미다. 클래식을 몰라 주눅 든 사람에게도, 클래식을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클래식을 보다 더 재밌게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1부 「악기 소리가 좋아 클래식에 빠지다」에서는 음악 사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바이올린과 첼로 등의 현악기는 물론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등의 건반악기, 플루트와 오보에 등의 여러 관악기까지, 흔히 클래식 음악에서 접할 수 있는 악기들을 위주로 설명한다. 2부 「협주곡으로 입문하는 클래식」에서는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함께하는 협주곡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대표적인 협주곡 명곡과 작곡가 이야기를 들려줄 뿐 아니라 악곡의 주요 부분을 직접 들으며 협주곡의 형식과 주제에 대해서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다. 3부 「짧은 관현악곡으로 오케스트라와 친해지기」에서는 아직은 교향곡 전곡 감상이 어려운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해 비교적 길이가 짧은 서곡이나 모음곡 등의 관현악곡을 들려준다. 이제 막 협주곡으로 클래식에 익숙해진 이들이 오케스트라와 친해지는 데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이다.

 

 

이어 4부 「클래식의 웅장함을 전하는 교향곡」에서는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가장 대규모 작품인 교향곡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교향곡 감상에 앞서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악기편성에 대한 소개, 지휘자에 대한 이야기, 대표적인 교향곡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 등을 담았다. 5부 「클래식 감상의 종착지, 실내악」에서는 실내악의 정의와 악기편성, 그리고 처음에 들으면 좋을 만한 실내악곡들을 엄선해 해설을 실었다.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뜻을 전달하기 위해 수식어를 붙였지만, 1장에서는 악기(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하프시코드), 2장에서는 협주곡, 3장에서는 관현악곡(오케스트라), 4장에서는 교향곡, 5장에서는 실내악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 '지은이의 말' 「클래식 명곡 듣는 귀를 열어드리겠습니다!」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되려면 여러 차례 반복해서 자꾸 들으면 된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맹목적인 반복 청취만으로 과연 클래식 음악이 금방 좋아질까? 못 알아듣는 외국어를 반복해서 듣는다고 해서 그 뜻을 전부 깨치는 것이 아니듯 음악도 마찬가지다라고 비유를 통해 맹목적인 듣는 것만으로는 깨우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제1주제', '변화', '연주' 등을 머릿속에 떠올려 가면서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수없이 발견되는 큐알코드는 악곡의 주요 부분을 편집한 음원을 넣어 둠으로써 '들으면서 이해하는' 음악을 해설한다. 독자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설명한 글 옆에 있는 QR코드를 찍어 그 주제를 들을 수 있도록 했으므로 읽으면서 동시에 들을 수 있도록 꾸몄다. 빠른 시간 내에 클래식에 친숙해지는 방법을 복합 처방한 셈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책상 위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즉각 사용할 생각이다.

 


 

바이올린 소리는 선율이 우리를 꿈의 세계로 안내하듯 감미롭다. 독자는 음악을 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는 한 번씩 들었던 바이올린 소리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물론 당시 어른들은 바이올린 소리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깽깽이'라고 소리도 듣기 싫다고 했다. 우리 악기가 아니라고 해서였을까? 그런 것 같지 않다. 어쩌면 당시 음악 특히 서양음악을 하는 집은 꽤 부잣집이 많았는데 그래서 질투심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당시 어른들 귀에는 싫은 소리였지만 독자가 듣기에는 매우 감미로웠다. 음과 음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연결이 만드는 조화였는지 모르지만 피아노 소리나 타악기 소리보다 훨씬 좋다고 느꼈다. 저자는 '맑은 소리'가 좋았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끌리는 소리가 있다는 저자는 그 소리가 악기 소리라면 그것이 음악 사랑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유연한 곡선미와 정교한 모양을 갖춘 바이올린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공예품이다. 바이올린의 가냘프고 섬세한 외양만 보면 그 소리가 그리 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 작은 공예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기대 이상이다. 바이올린은 미세한 떨림부터 강렬한 톤에 이르기까지 놀랄 만큼 다양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 역사상 여러 위대한 음악가들이 바이올린을 위해 훌륭한 명곡들을 작곡한 것도 이 악기의 놀라운 표현력 덕분이리라. 그뿐인가. 바이올린은 여러 대의 악기들이 함께 연주해도 소리가 잘 어우러지므로 합주에도 매우 적합한 악기다. 아마도 바이올린이 없었다면 현악기군을 중심으로 하는 오케스트라가 발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누가 이토록 훌륭한 현악기를 발명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6세기 즈음 이 아름다운 바이올린은 우리 앞에 나타났다.(P.20)

 


 

마지막 장(章)에서 저자가 〈실내악을 감상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에 대해 적었다. 이에 따르면 '실내악'이란 말을 이탈리아어로 하면 'musica da camera'다. '카메라(camera)', 즉 방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가리킨다. 그럼 방에서 연주하면 모두 실내악이 되는 걸까? 여기서 '카메라'를 편의상 '방'으로 번역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생활공간으로서의 방이 아니다. '카메라'는 고위 귀족의 궁전에 마련된 홀을 뜻한다. 18세기 귀족의 자택을 배경으로 하는 영황에서 간혹 이와 비슷한 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높은 천장에 멋진 피아노나 혹은 하프시코드, 아름다운 의자들이 놓여 있고, 가발을 쓴 하인들이 대기하고 있는 그런 멋진 방 말이다.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귀족 저택의 카메라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바로 초기 실내악이다,

실내악은 작은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심포니오케스트라 같은 대규모 연주자도 적절치 않고, 소리가 너무 강한 악기도 어울리지 않을 터다. 피아노나 하프시코드 같은 건반악기에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들, 몇몇 목관악기 주자들이 10명이 넘지 않는 정도의 규모로 함께 연주하는 앙상블곡이 실내에 더욱 적합할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매혹적인 선율을 들으며 친교를 나누는 따스한 분위기 속에서 듣는 음악, 그것이 실내악이다. 그런데 초기의 실내악은 기악곡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성악이든 기악이든 작품의 형태는 다양했고, 연주자가 10명이 넘는 규모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연주자가 반드시 한 파트만 연주하지 않는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1760년 경에 하이든과 보케리니는 한 연주자가 고유의 한 파트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현악 4중주곡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근대적인 실내악에 대한 정의가 확립되었다.(p.390~391)

 


 

술이나 마약이 없이도 도달할 수 있는 도취의 세계, 타인의 위로 없이도 닿을 수 있는 치유의 세계! 탁월한 강의와 방송을 통해 이미 수많은 클래식 문외한을 열혈 애호가로 변신시킨 최은규 선생님은 클래식 음악이라는 이 마법의 세계를 엿보는 독자들을 단번에 성문 안으로 이끌어들인다. 악기들에 대한 흥미진진한 설명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이 독자들은 독주곡, 협주곡, 교향곡, 실내악에 이르는 클래식 음악의 여러 장르를 어느새 다 이해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이토록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낸 책이라니! 독자를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성장시켜가는 목차의 전개 방식도 대단히 매혹적이다. 입문자뿐 아니라 내공을 쌓은 애호가도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 이용숙 (음악평론가)

 

그 누구보다 음악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경험과 음악학자로서의 연구력을 갖춘 최은규 음악평론가의 글은 언제나 신뢰감을 준다. 그간의 축적된 역량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 책은 음악사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정확하고 명쾌하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음악감상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정통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처음 예술음악 세계에 입문하려는 초보자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 오희숙 (음악학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저자 : 최은규

 

바이올리니스트, 음악 칼럼니스트, 방송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1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와 성신여대에서 관현악 문헌을 강의했으며, 예술의전당 음악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클래식 대중강연을 진행하며 클래식 음악을 알리는 데 힘썼다. 연합뉴스 클래식음악 전문 객원기자를 역임하면서 음악평론 활동을 해왔고, 여러 매체에 클래식 음악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2018년부터 KBS 클래식FM의 〈FM실황음악〉과 〈실황특집중계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베토벤》 《교향곡》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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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위대한 고전
이준형 지음 / 빅피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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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을 때 먼저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렇게 배워왔다. 배우는 마음, 겸손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어렸을 때는 배운 대로 실천했고, 이제야 그 뜻을 알았다. 모두 삶을 위해 쓰여졌고,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라고 선조로서, 후손들에게 전할 말을 책으로 남긴 것이다. 그것도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 썼고, 당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때는 동의하지 않았을지라도 후손들이 그 탁월함을 인정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손에 쥐어진다.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이 말은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남긴 말이라고 한다. 이 문장처럼 생각과 행동을 몸소 실천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책에 담긴 30명의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각자 삶의 문제에 맞서 사유하고 행동했으며, 끝내 그 답을 찾아 기록했다.

이 책 『위대한 철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은 저자 이준형이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와 통찰을 모아 엮었다. 독자도 마찬가지지만 철학책은 매우 따분하고 생각은 많이 해야 하고... 이런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도외시하기 십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세의 삶을 위해 당대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깊은 사색과 연구 끝에 얻은 지혜를 받아들이는데 왜 싫어하는 걸까? 우선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삶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말들이 모여 잔치하는 것처럼 단어들도 뜻이 모호한 게 많으니 쉽고 편리하게 사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어필되지 않을 것이란 짐작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철학은 여전히 우리 삶의 지혜를 꾸준히 쏟아낸다. 서양 철학의 시작인 그리스 철학자들부터 현대 시점까지 알마나 많은 철학자들이 우리 삶을 지혜를 알아내기 위해 힘을 쏟았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들의 업적을 읽기만 해도 평생 다 읽지 못할 정도 아닐까.

 


 

이 책은 철학 고전 30권을 1권당 7~8페이지로 압축했다. 끝까지 읽기 어려운 고전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여 철학이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이렇게 철학에 재미를 들이는 것이 그나마 철학에 다가가는 옳은 길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이 사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삶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이 책을 통해 단지 생각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개인의 삶과 시대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 용기 있는 철학자들의 사유와 연구에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집필 이유다. 특히 여기 소개된 책들은 길고 긴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고전이다.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책부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 책, 후대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책 등 살면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인 동시에 우리 삶을 바꿀지도 모를 고전을 담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과거의 철학자들이 겪은 문제들이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개인적인 내면의 고민은 물론이고 지도자의 부패, 언론의 변질, 사회 불평등 현상 같은 정치·경제·사회 문제까지, 수천 년간 반복되는 삶 곳곳의 숙제들이다. 이 문제들을 먼저 경험하고 고찰한 철학자들은 지금 내 삶에 필요한 답을 주고, 지금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해결책을 조언한다. 저자는 "철학은 그저 고전이 아닌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관통하고 미래를 내다보게 해주는 귀한 인생 수업이다"고 강조한다. 소크라테스부터 니체, 한나 아렌트, 미셸 푸코, 비트겐슈타인 등 위대한 30권의 고전을 통해 철학을 알고, 사유하고, 행동하면 그것은 곧 내 삶의 기술이 될 것이다. 행동하는 철학자들과 함께하는 여정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생의 긍정적 동기 부여를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이준형은 책의 '서문'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각자 삶에서 ‘짜라’를 찾는 여정」에서 "여기 소개된 책 중 일부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담긴 책이며, 또 일부는 읽는 이의 삶을 바꿀 만한 조언이 담긴 책이다"고 말한다. 철학 고전이 읽기 어려운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쓰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치밀하고 엄격한 논리 체계를 가진 탓에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점도 저자는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경우든 철학 읽기를 포기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이런 난점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은 각각의 고전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즉 구성을 독특하게 바꿨다는 것.

첫 번째 부분에는 저자의 삶과 그 책을 쓴 배경을 적었고, 두 번째 부분에는 책의 요약을 담아두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에는 해당 고전이 철학사 혹은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이들 세 부분은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있으니 독자들이 이를 참고하여 읽는다면 각각의 고전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이 '서문'의 제목에 연관된 얘기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너는 당장 짜라를 읽어봐야겠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과 진로에 관해 얘기하다 들은 말이라고 한다. 그가 말한 '짜라'의 정체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그 말의 뜻을 그때는 백 퍼센트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됐다는 뜻이다. "너는 너로 살아야 한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삶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의미 있는 철학 명저」, 2장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 용기 있는 철학 법칙」, 3장 「지금 우리 사회 문제에 답을 주는 통찰력 있는 철학 명저」, 4장 「후대 철학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 가치 있는 철학 명저」, 5장 「철학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불멸의 철학 명저」로 구성돼 있다. 서양 철학사처럼 연대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대에 흐름에 따른 순서도 아니다. 저자가 임의대로 철학이란 학문이 갖고 있는 고유 특성에 따른 구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삶의 방향, 변화, 통찰력, 후세에 영향, 불멸의 명작 등이다. 개인적인 문제부터 사회적인 문제까지 철학자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을까를 알아보기 쉽게 저자가 구분한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1장에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을 비롯한 6권의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츠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1975),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존 롤스의 『정의론』(1971) 그리고 파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1952) 등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철학에 입문했음을 밝힌다. 진정한 주체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짜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고 이미 소개한 바 있으니 당연히 이 장에 소개될 터다.

 

 

변화를 시도한 용기 있는 철학 명저에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1792년 여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쓴 페미니즘의 고전, 『여성의 권리 옹호』를 비롯한 5권의 책이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1848)을 비롯한 교육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장 자크 루소의 『에밀』(1762), 그리고 그네 데카르트의 『성찰』(1641)과 존 로크의 『통치론』(1689)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저서들이 지닌 의미는 물론 저자들의 철학사적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돼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공산당 선언』에 주목했다. 이 책은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판은 물론 읽어서도 안 될 '금서'였다. 독자도 이런 책을 두 사람이 썼다는 사실만 알았지 한 번도 제도로 읽어본 적이 없다. 80년 이전까지는 정식 출판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책에 따르면 『공산당 선언』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장인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계급 투쟁의 관점에서 역사를 되돌아보고,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두 계급의 등장과 충돌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변화를 살핀다. 지금까지 역사는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끊임없는 갈등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갈등의 근본적인 '경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시대의 전환이 계급 간의 갈등과 그로 인한 변화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시대별로 대립하는 계급이 존재했는데, 고대 로마에서는 세습 귀족과 노예가 있었고, 중세 시대에는 봉건 영주와 농노가, 자신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가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특히 주목한 것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였다.

 


 

3장에서는 ‘통찰력 있는 철학 명저’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1532),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 변동』(1981),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1945),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1861),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1921),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 등 6권의 고전이 제시된다. 4장에서는 가장 많은 8명의 철학자의 그들의 저작이 각각 1권씩 소개된다. '68혁명'의 불꽃을 품고 열린 새로운 철학의 가능성을 역설한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1975), 게오르크 헤겔의 『역사철학강의』(1837),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9), 바뤼흐 스피노자의 『에티카』(1677),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1714),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1927),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400년경),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1651)이 각각 소개된다.

이 가운데 『감시와 처벌』은 권력의 감옥 체제가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셀 푸코는 특히 권력이 지식과 결탁하여 자신의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교가 공장, 군대, 병원, 나아가 감옥과 유사한 모습을 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권력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학문만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학생들에게는 은연중에 권력의 가치관을 주입함으로써 모두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존재로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많이 들었던 말처럼 들려서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독자에게만 드는 것일까?

또 『역사철학강의』에서 헤겔은 인간의 사유가 의식에서 시작해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진보해 나아가는 과정을 ‘변증법’ 의 논리를 통해 설명한다. 그의 변증법은 정립과 반정립, 종합의 세 단계로 나타나며, 우리는 흔히 이 과정을 ‘정반합’이라 부른다. 나아가 헤겔은 정반합의 변증법을 역사의 흐름에 적용한다. 헤겔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역사가 이성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설명하며, 역사를 이성적으로 진행시켜온 힘을 ‘세계정신’이라고 일컫는다.

 


 

마지막 5장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마누엘 칸트, 토마스아퀴나스 등 서양철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과 그들이 남긴 명저들이 함께 소개된다. '서양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크라테스 등 대철학자들이 왜 뒷장에 배치됐을까? 저자의 심경을 정확히 헤아릴 수 없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독자처럼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름도 들어보고 대략 잘 아는 인물이고 그들의 저서 또한 유명해서 철학책을 한 번쯤 읽은 사람은 잘 아는 내용이어서일 것 같다. 또 몇 번이고 철학책을 읽으려 시도해본 독자들도 가장 잘 아는 부분일 테니까. 그리고 저자의 의지는 꽤 합리적 의지로서 설득력이 크다.

 

돈도 빽(?)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오로지 두 가지뿐이다. 처음부터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나거나, 꽤 괜찮은 재능을 멋지게 갈고닦으며 될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만약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크게 문제없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가진 재능의 빈틈을 부지런해 채워야 한다. 사람들이 언제 그 재능을 알아봐줄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여기 그 불안의 시간을 참고 견디며 역사상 누구보다 위대한 철학자로 거듭난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의 18세기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이다.(p.266)

 

저자 : 이준형

 

콘텐츠 파는 서비스 기획자. 고려대학교에서 철학과 환경생태공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지식콘텐츠 분야의 서비스를 만드는 IT 기업의 기획자 겸 PM으로 활동 중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숨은 철학 찾기’라는 칼럼을 2년간 연재했고,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인기 프로젝트를 책으로 엮은 《하루 10분 인문학》과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인 《첫술에 맛있는 철학》을 썼다. 유튜브 채널 ‘인문학 유치원’과 인문독서 서비스인 ‘언리드북’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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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의 계절에서 배운 것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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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애정도 옅은 질투도 모두 한 뼘의 계절에서 배웠다. 사계절의 전환이 없었더라면 내 몫의 문장은 절반도 되지 않았을 거다." 저자가 계절에서 배운 것, 생각한 것 등이 이 한 문장으로 오롯이 전해져 오는 순간 전율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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