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크라시 - 극우의 반란, 미국 민주주의의 탈선
전홍기혜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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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노크라시』의 제목으로 쓰인 단어는 낯설다. 특히 민주주의 체제의 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아노크라시(Anocracy)'는 독자들이 쉽게 접하지 못한 단어라는 점을 인지해서인지 책 시작하기도 전 가장 앞자리에 단어의 뜻을 새겨넣었다. "아노크라시는 민주주의(데모크라시, Democracy)와 독재(아토크라시, Atutocracy)가 혼합된 상태"를 말한다고 적었다. 독재를 아토크라시로 쓰인다는 것도 독자가 몰랐으니... 영어의 짧음을 느낀다. 인터넷을 통해 이 단어의 쓰임새를 찾아냈다. 2021년 12월 22일자 서울신문 칼럼이다. "옛 소련의 몰락을 학술적으로 예측해낸 것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정치학자 요한 갈퉁은 2016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출이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후 5년이 지난 요즘 미국의 후퇴를 확인시켜주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월 스웨덴 싱크탱크 IDEA는 미국을 ‘퇴보한 민주주의국가’ 목록에 올렸고 바버라 월터 미국 UC샌디에이고 정치학과 교수는 내년 초 출간하는 책 ‘어떻게 내전이 시작하나’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아노크라시(anocracy)’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이 칼럼에서도 아노크라시는 민주주의(democracy)와 독재(autocracy)의 중간쯤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우간다·캄보디아 등이 이에 해당된다. 1946년 유태계 독일 철학자 마르틴 부버가 쓴 ‘유토피아의 협로’를 영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노크라시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우리말로는 부분적 민주주의, 혼합제, 중간 상태 등으로 번역된다. 시리아·레바논 등 내전국을 연구해온 월터 교수는 아노크라시로 접어든 미국에 내전 발발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트럼프 이후의 미국이 ‘초기 충돌’ 단계를 지나 위험 상황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고 용어 풀이를 덧붙였다.

 


 

이 용어 외에 독자는 얼마 전 생소한 단어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카키스토크라시』란 책이다. 그때도 책 제목이 눈길을 확 잡아 끌어서 읽었다. 카키스토크라시. 전혀 들어본 기억이 없는 생경한 단어여서 눈에 더 띄었다. 부족한 외국어 실력으로 유추해보려 하지만 뒷부분 '크라시(cracy)'를 보고 어떤 정치체제나 이념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고대 그리스 어의 민중을 뜻하는 '데모스(demos)'와 지배 또는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kratos)'의 합성어로서, 민주주의란 곧 '민중에 의한 지배'를 말한다. 즉,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말한다고 배웠다. 이를 토대로 '카키스토'의 뜻만 알면 어떤 단어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다. 신조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하다. 제목 밑에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부제를 달았으니 어떤 뜻인지 윤곽이 잡힌다. 다행히 출판사 측에서 책에 끼워넣은 책 안내서에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다.

이에 따르면 '카키스토크라시'는 '가장 어리석고 자격 없고 부도덕한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다. 이 책 『카키스토크라시』의 저자는 부패한 기업가들과 지도자들을 여럿 소개하면서 기울어진 사회의 지형을 촘촘히 묘사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출현은 예견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미 '잡놈'형 인간이 번창할 환경이 마련되어 있던 미국 사회를 고찰한다. 또 한국 사회가 이러한 미국 사회의 병폐를 빼닮았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 '정상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카키스토크라시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전한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잡놈'들의 지배에 저항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지 비전과 논거를 제시하려 한다. 가치 체계가 무너진 세상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분명 유의미한 독서가 될 것을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이처럼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의 단어를 볼 때마다 섬뜩한 기분이 든다. 앞 두 단어 모두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과 4년만에 재당선을 하지 못하고 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이 보여준 미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듯해서 남의 나라 일이지만 영 못마땅하다. 이 책 『아노크라시』는 전홍기혜 저자가 2020년 미국 대선을 취재하며 보고, 듣고, 몸소 체험한 미국 민주주의의 균열된 모습을 담았다. 또한 한국인, 나아가 동양인으로서 경험하고 느낀 미국 민주주의. 미국 사회의 속내를 보여 준다. 팬데믹 이후 더욱 위험해 보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균열의 이유와 시작점을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사, 사회, 정치, 문화의 이면을 살펴야 한다. 전홍기혜 기자는 그 속을 들여다보며 미국의 극우 세력, 백인우월주의, 인종 차별, 총기 소지권, 선거 제도, 포퓰리즘 등의 태동과 현재의 모습을 좇는다. 미국 민주주의의 탈선과 그 민낯을 살피게 하는 『아노크라시』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하고 나아가 한국의 정치 상황과 사회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아무도 미국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거나 전쟁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중략) 그러나 미국은 민주주의와 독재 국가 중간의 무질서를 의미하는 아노크라시(Anocracy) 상태다.” UC 샌디에고대학교 바바라 월터 교수가 한 말이다. 민주주의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아노크라시 상태라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사실, 미국 민주주의에 균열이 생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팬데믹 발생 이후 그 균열이 더욱 도드라지고 커지고 있다. 총기 난사 사건, 증오 범죄, 혐오 범죄에 이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2021년 1월 6일에는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이 일어났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지난해 11월 3일 치러진 미 대선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 많은 여론조사와 정치 평론가들이 예상은 했지만 막상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끝나자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었을까? 숫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얻었던 약 6300만 표를 1,000만 표 가까이 많은 약 7,422만 표를 얻었다. 바이든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조 바이든 51.3%, 트럼프 46.8%로 4.5%p 차이에 불과했다. 수치만 놓고 봤을 때 지난 4년간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국민의 수는 오히려 불어난 것이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다음 행보는 당연히 '선거 부정'을 주장했다. 격한 논쟁과 시위, 비난으로 얼룩진 미 대선은 급기야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확대되고 말았다. 미 의회 사상 초유의 불미스런 일이라고 한다.

바이든 측은 "세계의 롤 모델인 미국의 민주주의에 결정적 해악을 끼쳤다"며 트럼프의 탄핵에 나섰다. 그러나 탄핵은 하원 통과 후 상원에서 인용되지 않았다. 상원의원 3분의 2의 의결 정족수에 모자란 것이다.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미국 민주주의에 역사상 가장 험한 오점을 남긴 사례라고 규정했다. 바이든 당시 당선자는 정상적으로 1월 20일 취임했지만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극우 트럼프 세력이 미국 각지에 많이 남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궁극에 가서는 소멸될 것이라는 일부 정치인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서늘하게 장담한다. "영원한 제국이란 없고, 강대국은 언젠가 몰락하게 되어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실패했고 '정상인'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가 취임한 후에 미국이 정상 국가의 모습을 쉽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게 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은 1980년대부터 본격 시행된 로널드 레이건과 공화당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그것이 낳은 사회 기풍이 가져온 필연적 귀결로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학계는 또 제2의 트럼프의 등장 혹은 트럼프 본인의 재선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임을 시사한다. 분명 심상치 않은 징조들이 보인다.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들이 나서서 트럼프의 인품을 비판하고, 능력 부족과 비리 행적을 지적해도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라고 맞받아친다. 다시 4년이 흐른 뒤에 이들 중 얼마가 마음을 바꿀까? 트럼프의 등장이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판단은 여기서 기인한다.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바뀌면서 정말 삽시간에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는 병 자체가 아니라 병의 두드러진 증상일 뿐이다. 미국이 앓고 있는 병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심화된 것이다.”(p. 150) 질주하던 한 명의 ‘특출난 잡놈’을 치웠으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얘기다. 올해 치러진 미국 조 바이든 중간 선거 격인 상·하원 의원 일부 지역 선거에서 상원은 동수(의장 캐스팅보트), 하원은 여전히 공화당 강세로 재편됐다. 미약하지만 조 바이든의 민주당에게 조금은 힘이 쏠린 느낌이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한 세기 만에 찾아온 펜데믹: 극우 음모론이 심화한 재난」, 2부 「'선거사기론', 미국 민주주의를 흔들다」, 3부 「문화전쟁과 포퓰리즘: 백인우월주의의 작동 기제」이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보여준 미국 사회는 극심한 인종차별, 자본주의의 심화, '극우'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 등을 중점적으로 취재했다. 저자는 '들어가며' 「팬데믹이 시작되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재난은 그 사회의 갈등을 극대화해 보여 준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착용 거부, 백신 접종 거부 등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대한 저항에서부터 아시안 증오 범죄, 2021년 의회 폭동에 이르기까지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치·사회적 이슈들은 미국이 직면한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극우 포퓰리즘이 그것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의 이름을 딴 '트럼피즘'으로 불렸던 정치 이데올로기는 '민주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자부심을 훼손하는 진짜 재난이었다."(p.9)

 


 

이 책은 3부 「문화전쟁과 포퓰리즘: 백인우월주의의 작동 기제」에서 아시안 증오 급증 상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가장 실제감을 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미국 정치와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인종차별로서의 사회 문제 등에 대해 집중 분석한다. 이 파트에서는 독자가 가장 관심이 쏠렸던 부분은 '아시안 대상 '증오' 와 '폭력'의 역사를 다룬 박스 기사다. 이 기사에서 저자는 "미국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인종적 폭력의 역사는 유구하다"고 말한 뒤 "뉴욕 빙햄턴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정청세 선임 연구원의 말을 인용한다. "미국 내에서 커뮤니티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갈등과 위기가 불거졌을 때 쉽게 폭력의 대상이 된다." 이를 보여주는 사건은 다음과 같다. 이 가운데 독자가 임의로 10개만 간추려 여기에 적는다.

① 1871년 LA '중국인 대학살': 백인과 중국인 폭력 조직 사이의 갈등이 비화돼 수백 명의 백인과 히스패닉이 LA 차이나타운을 습격해 20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사망한 사건이다.

②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강제 수용소 수용: 진주만 공습 뒤 행정명령에 의해 일본계 거주자 20여만 명이 강제 수용되고 재산도 몰수당했다. 이들 중 80% 가량이 미국 시민이었다고 한다.

③ 1885년 록 스프링스 중국인 대학살: 와이오밍주의 광산에서 백인 광부들이 중국인 광부들을 공격해 28명이 숨진 사건이다.

④ 1982년 빈센트 친 살해 사건: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중국계 청년 빈센트 친이 일본인으로 오해받아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침식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유로 폭행당해 사망한 사건이다.

⑤ 1992년 LA 폭동: 흑인 로드니 킹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경찰관들의 무죄 판결로 분노한 흑인들이 한인타운을 습격해 6일 동안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던 사건이다.

⑥ 귀화법(1790년): 미국에서 2젼 이상 거주한 이민자 중 좋은 평판을 가진 자유 신분의 백인 이민자에게만 귀화 자격을 부여했다.

⑦ 페이지법(1875년): "부도덕한 목적"을 가진 여성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기 위한 법. 이는 아시안 여성들에 대한 성적 편견을 드러내는 법으로 주로 중국 여성들의 입국을 막는 용도로 활용됐다.

⑧ 중국인 배척법(1882년): 중국 출신 노동자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고 시민권 부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단일 출신 국가를 상대로 한 입국금지 조치는 이 법이 유일하다.

⑨ 이민법 개정(1917년): 일본과 필리핀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이민을 금지했다.

⑩ 인종 간 결혼금지 정책(1931년): 아시아인 비율이 가장 높았던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많은 주에서 백인과 유색인종 간의 결혼을 금지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취업 등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왔던 한국인들도 당시 단독 이민만 가능했고, 인종 간 결혼을 금지했기 때문에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저자가 책 뒷 부분에 '나가며' 「분열된 미국의 앞날은」에서 말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나라라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절실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저자는 이미 미국 정치 분열에 오랫동안 천착해 『미국은 더 이상 그 미국이 아니다』라는 책을 쓴 경희대학교 안병진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후기를 대신한다. "향후 미 연방은 계속 더 분열되는 미국이 될 것이다. 아직도 미국을 건국 시조들의 자유주의 사상이 공통의 지반으로서 작용하는 나라로 낭만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지금의 미국은 선거를 통한 민의에 대한 반응성, 견제와 균형, 법적 지배, 개인 존엄 등 자유주의, 헌정주의, 민주주의라는 공통 가치가 더 이상 사회의 지배적 원리로 작용하지 않는다. 바이든은 취임 후 "미국의 귀환" 을 선언하며 트럼프 집권 당시 후퇴했던 민주주의의 복원과 통합을 약속했지만 실패했다. 안 교수는 "지금 미국은 어떤 정치 세력이 등장해도 공통의 지반을 다시 만들 수는 없는 혼돈의 이행기"라고 분석했다.

 

저자 : 전홍기혜

 

23년 차 기자.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오마이뉴스》, 《참여연대》를 거쳐 현재 《프레시안》에서 정치, 사회, 국제 문제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으며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습니다. 기자로 일한 덕분에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2018년)을 받았고, 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대한 심층보도 등으로 아동 인권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2018년 제96회 어린이날 유공자)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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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달력 - 영감 부자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정철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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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매일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짜증은 같은 일만 되풀이하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겉만 보는 사람들이다. 사람의 겉, 사물의 표면, 천지의 변화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들은 입을 모은다. "나름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일상은 똑같다. 좋은 걸 봐도 예전만큼 감동이 없다. 새로운 걸 경험할 기회마저 점점 줄어든다." 이 책 『영감달력』을 쓴 저자 정철은 카피라이터다. 광고 문구나 메시지 작성하는 일이다. 보는 것만 보고 쓰는 말만 쓰고 하는 생각만 하느라 머리가 굳어진 35세 이상을 뒤집어 깨울 아주 특별한 책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사람이 먼저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등 명카피를 탄생시킨 국가대표 카피라이터 정철의 『영감달력』이다.

『영감달력』에는 재미도 새로움도 감각도 떨어져 가는 35+ 독자를 위한 영감이 1년 치나 들어 있다. 무려 36.5년 차 카피라이터이자 십수 년간 책을 써 온 저자가 그중에서 ‘내가 봐도 잘 쓴 글’ 365개를 직접 뽑고, 그 글이 주는 인사이트를 놓치지 않도록 ‘새로 쓴 질문’ 365개를 실었다. 그동안의 책들을 집대성한 저자의 베스트 앨범 같은 책이자, 모든 페이지가 다르게 디자인되어 넘기는 것만으로 자극을 주는 본문과 영감을 숫자 0으로 풀어낸 고급스러운 표지까지 세련된 멋를 자랑한다.

 


 

저자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든 날에 글 하나씩을 주었는데 35+에게 필요한 글뿐 아니라 그날, 그달, 그 계절에 걸맞은 글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했다. 하루에 글 하나씩 읽도록 구성되어 부모님, 친구, 연인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하게 선물할 수 있다(20대 독자는 숨어서 읽어 주길 바란다). 삶에 변화가 필요할 때, 아이디어를 짜야 할 때, 업무가 안 풀릴 때 이 책을 열어 보자.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던 당신의 영감과 기발한 글감,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맞는 반가운 한 문장까지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하루 한 문장으로 만나는 ‘정철 베스트 카피 컬렉션’이다. 10년 이상 10여 권 넘게 책을 써 온 저자가 그중에서 ‘내가 봐도 잘 쓴 글’을 직접 뽑았다고 한다. 『카피책』 등 스테디셀러뿐 아니라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저자의 초기작 『세븐 센스』, 『학교 밖 선생님 365』 등에서도 글을 건져 올렸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글이 무려 365개다. 저자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든 날에 글을 하나씩 주었다. 선택이 많아진 30대에 필요한 글, 노안이 찾아오는 40대를 위한 글, 은퇴하면 뭐 할지 고민하는 50대의 생각을 바꾸는 글 등 그 나이대에 필요한 글뿐 아니라 지구의 날엔 지구를, 고래의 날엔 고래를, 커피의 날엔 커피를 붙들고 쓴 글을 주었다. 그 나이에, 그날에, 그 계절에 걸맞은 글을 줌으로써 이 책은 한 권의 두툼한 달력이 되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글에 어울리는 새로운 질문을 하나씩 썼다. “이 날에는, 이 글에서는 이런 생각을 한번 해 보시지요” 하고 독자에게 말을 거는, 글이 주는 인사이트를 꼭 붙들게 해 주는 질문을 가장한 또 하나의 글을. 묵직한 통찰과 예리한 발상이 담긴 저자의 질문(이자 간섭이자 또 하나의 글)에 답을 해 보는 것도 내 안에 없던 영감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일력 형식을 띠고 있지만 날짜를 확인하기 위한 일반적 달력이 아니다. 하루 한 장씩 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을 환기시키는 카피라이터의 글. 영감을 숫자 0과 펜촉으로 풀어낸 고급스러운 표지와 모든 페이지가 다르게 디자인되어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세련된 본문까지. 당신을 영감 부자로 만들어 줄 ‘1일 1영감 적금’ 같은 유용한 책이다. 삶에 변화가 필요할 때, 글을 쓸 때, 아이디어를 짜야 할 때, 일이 안 풀릴 때 이 책을 열고 그날의 페이지로 이동하면 기발한 글감과 생각의 힌트를 얻게 될 것이다. 특정 요일이나 연도에 구애받지 않도록 구성하여 언제 어느 날 읽어도 좋은 소장가치 높은 책이다. 오늘, 내 생일, 친구나 가족과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어떤 글이 있을지 찾아 읽는 것도 추천한다. 독자도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새해에는 이 '달력'과 함께 보내면서 삶의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막연한 확신이 아니다. 몇 페이지만 봐도 독자들은 '마땅한 확신'이 들 것으로 기대된다.

 


 

새해 1월 1일의 페이지를 들춰본다. '1'이란 숫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볼 수 있다.

 

합계보다 큰 수.

1과 1의 합계는 2에 불과하지만

1과 1의 함께는 3이 될 수도 있고

10이 될 수도 있다.

 

합계는 수학이지만

함께는 인문학이다.

 

뭔가 떠오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인가에 대한 선택도 독자의 몫이다.

저자는 질문을 슬쩍 끼워넣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문장 뒤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답을 슬쩍 끼어넣어 완성한다.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내 대답은 이 글의 제목입니다." 본문부터 읽으려는 성급함에 제목을 읽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에 다시 한 번 쳐다본다. "함께"

 


 

1월 6일 페이지에 「김광석이 사는 곳」. 갑자기? 혼란스러웠지만 본문으로 가면 혼란은 사라지고 그곳이 어딘지 찾아낼 수 있다.

그곳은 김현식이 사는 곳.

그곳은 유재하가 사는 곳.

그곳은 신해철이 사는 곳.

그들은 안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겠지.

나중에 그 마을에 가려면 음악을 해야 할까.

기타를 배워야 할까.

딴따라들과 친해져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을 거야.

그들처럼 내게 주어진 작은 일에 나를 쏟는 것.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쏟는 것. 지금 쏟는 것. 이게 그 마을로 가는 딱 하나의 길일 거야.

이 페이지에 왜 갑자기 김광석이 나왔는지 '머리말' 「용기가 필요했던 책」의 글 중에서 드러냈다. 이날은 고(故) 김광석의 기일이다.

 


 

12월 31일에는 어떤 글이 적혔을까. 독자의 궁금증은 금세 뛴다.

눈이 내린다.

한 것도 없이 1년이 갔다는 상실감이 머리 위에 내린다.

새해 다짐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어깨 위에 내린다. 나이 한 살 더 먹어야 한다는 무거움이 발등 위에 내린다.

오늘로 끝인가.

아니다. 눈은 세상을 하얗게 덮어준다. 지난 1년 아팠던, 슬펐던, 아쉬웠던 기억 모두 덮어 준다.

그리고 말한다.

새햐얀 도화지를 새로 깔아 줄 테니

처음부터 다시 칠해 보라고.

(중략)

그대, 아직 젊다. 저자는 삼켰던 말을 꺼내 적는다. "마지막 부탁입니다. 따라 읽어 주십시오. 나는 아직, 젊다."

 


 

이 책 『영감달력』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고백한다. 이 책은 용기가 필요했던 책이라고. 기존에 쓴 글을 우려먹는, 내가 나를 우려먹는 책이라고. 그러나 단 한 권으로 카피라이터의 인사이트를 가장 쉽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다면, 누구나 맛보고 싶어 할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장식하는 카피 한 줄을 위해 노트 수십 페이지를 메모로 도배하는 저자의 글쓰기 십수 년을 압축한 『영감달력』. 그가 직접 추린 베스트 카피만 모으고, 글에 상응하는 새로운 질문까지 풍성하게 담은 책인 만큼 값진 독서 경험과 확실한 영감을 선물한다. 저자의 팬이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베스트 앨범 같은 책이며, 하루에 글 하나씩 읽도록 부담 없이 구성되어 부모님, 친구, 연인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하게 선물할 수 있다(35세 이상을 위한 책이므로 20대 독자는 숨어서 읽어 주길 바란다는 말까지 친절하게 덧붙인다).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잘 쓴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긴 글을 소화하기 어려운 독서 초보에게도 적극 권한다. 카피라이터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통찰이 궁금하다면, 진짜 잘 쓴 글이 읽고 싶다면, 영감 부자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이 답이다.

 

저자 : 정철

 

오전엔 카피라이터. 오후엔 선생. 저녁엔 작가. 연필 들고 영감 만드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서서히 흰 수염 영감이 되어 간다. 《내 머리 사용법》, 《한 글자》, 《카피책》, 《사람사전》, 《누구나 카피라이터》 같은 책을 썼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정철카피 대표,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초빙교수로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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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싶은 수학
사토 마사히코.오시마 료.히로세 준야 지음, 조미량 옮김 / 이아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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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과 우리의 행위 등에서 의문 나는 부분을 문제로 만들어 수학의 원리와 논리적 사고력으로 다가가 의문을 풀 수 있는 방법을 키워준다. 이로써 수학이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학문이란 것을 영상을 통해 증명해주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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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싶은 수학
사토 마사히코.오시마 료.히로세 준야 지음, 조미량 옮김 / 이아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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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학교 다닐 때 수학을 매우 싫어했다. 지금은 모르지만 독자가 고등학교 다닐 시기에는 대학 입학을 위해 '문과반'과 '이과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문과반이라고 해서 수학을 배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수학1. 수학2로 나뉘어 있었고, 문과반은 수학1만 배웠다. 당연히 대입에서도 문과학생들은 수학1 범위에서 출제됐고, 수학2는 이과반이나 공대 의대 등의 몫이었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이니만큼 이과반은 대학문도 넓었고, 취직에도 쉬웠다. 당연히 7대 3, 학교에 따라서는 8대 2까지 이과반으로 몰렸다. 독자 역시 부모님의 의견을 좇아 이과반을 선택했다. 그러나 수학은 잘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수학이 '걱정반 기대반'의 과목이었다. 그러나 절반의 기대는 절망으로 마침내 포기로 바뀌었다. 왜 그런지 지금도 원인은 모르지만 그렇게 문과대학으로 진학했다. 그 이후 수학은 독자의 머릿속에 '싫은 과목'으로 남았다. 지금도 수학 얘기가 나올 때면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 반면 책 읽기나 국어 영어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정상적이라 할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연히 대학 졸업 이후 수학에 관련된 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안 좋은 기억을 바꿀 수는 없어도 수학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아주 기초적인 수학의 원리부터 배우면 빠른 시간 내에 왜 미적분을 배우는지도 모른 채 수학 공부를 했던, 안 좋은 추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사실 수학을 배울 때는 미적분이 어디에 필요한지, 어떤 원리로 생겼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보면 문제가 요점은 무엇인지 해결하려 들고, 끙끙매며 대입한 공식이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과 열패감을 떨쳐버릴 것 같아서이다.

 


 

이 책 『풀고 싶은 수학』은 사실 '어린이용 도서'이다. 아마 초등학생용인 것 같다. 독자는 초등학교 때 '수학'이란 과목이 없었고 사칙연산이란 '산수'만 배웠다. 지금은 어린이들도 '수학'이란 과목이 있는가 싶다. 이 책은 일본의 수학자들이 수학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학의 원리와 문제 풀이의 원리 등을 제대로 짚어 설명하는 책이다. 출판사 측이 소개하는 '어른도 빠져드는 신기한 수학책'이란 표현이 딱 맞다. 책을 펼쳐보면 “이게 수학책이라고!?”란 생각이 먼저 든다. 『풀고 싶은 수학』엔 수학 공식 대신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일상 속 사진으로 가득하다. 부둣가 말뚝에 로프가 걸려 있는 사진이 있고 아래엔 딱 네 줄의 간단한 설명과 질문이 있다. “왼쪽의 배가 먼저 출항하려면 로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를 보는 순간 초등학교 도형 문제 이후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수포자’도, 초등학생도, 학부모도, 심지어 수학 능력자까지 퀴즈를 풀듯 시간을 잊고 빠져드는 묘한 마법이 시작된다.

이 책은 일본 NHK에서 수학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유명 수학자가 만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혁신적인 수학 문제집이라고 한다. 복잡한 공식과 원리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는 ‘비주얼 수학’이다. 처음 발간되자마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일본 사회에 유례없는 수학 열풍을 가져온 화제의 베스트셀러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문예춘추〉 등 각종 유력 매체에서 앞다투어 책을 소개하였으며, 수학 분야 도서임에도 매우 이례적으로 아마존 종합 베스트 1위에 장기간 올라 이 또한 큰 이슈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던 책이다.

 


 

책을 펼치면 한눈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제가 가득하다.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재미를 즐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논리를 세우는 방법을 익히고 사고력이 훌쩍 향상된다. 총 23문제, 휘리릭 넘기면 30분도 안 돼 다 볼 수 있지만 30분 만에 책장을 덮는 이는 없다. 어느새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뚫어지게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가 영상 미디어를 이용해 수학 교육의 혁신을 주도해온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특히 1저자인 사토 마사히코는 이미 20년 넘게 영상으로 일본의 수학 교육의 저변을 다져왔으며 비주얼 수학 교육의 개척자이다. 그가 직접 제작한 NHK의 교양프로그램 〈피타고라스위치〉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시청률 톱을 기록하는 최고의 교양 예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일본을 넘어 미국에서도 마니아를 양산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칸 영화제는 그가 제작한 독특한 수학 다큐멘터리에 주목하여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단편 경쟁 부분에 초청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수학을 외면했던 독자에게도 눈에 번쩍 띌 만큼 친근한 수학책이다.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사토 교수는 일본 수학회 출판상과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고 한다. 2저자와 3저자 역시 영상과 IT혁신 분야에서 일본 최고의 크리에이터에게 수여되는 D&AD 상을 수상한 실력파 수학자들이다. 그동안 사토 마사히코 교수와 그의 팀이 축적해온 수학 교육의 철학과 노하우가 이 책에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다. 사토 마사히코 교수는 ‘비주얼 수학’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이용해 수학 문제를 만들면 한눈에 문제 의도가 보인다. 한눈에 문제를 풀고 싶어진다.”(P.131) 사토 마사히코는 이 책의 대표 집필자다. '후기를 대신하여' 「이 책은 이렇게 탄생했다」란 글을 적었다. "인간의 중요한 인지능력 중 하나는 '지각 향상성'이다. 같은 대상이라도 보는 방향, 거리, 조명 등 상황이 다르면 그것을 보는 방법(=망막에 비치는 모습)이 변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변화된 모습에서 대상이 변함없이 가진 본래의 형태와 색을 지각할 수 있다. 이것이 지각 향상성이다. 내가 돌발적으로 한 행동, 즉 화장실 타일을 촬영하고 그 사진의 왜곡된 도형에 거칠게 선을 그리고 글귀를 쓴 행동은 결과적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지각 향상성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즉 주어진 문제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후, 왜곡된 부분을 수정해 자신에게 다시 제시한 것이다. 실제 타일 사진을 보고 내면에서 새로운 이상적인 정사각형의 모눈을 만들어 거기에 수학 문제를 적용한 것이다. 조금 비약적일 수 있지만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수학을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모색해왔다."(p.130)

이후 저자는 영상 교재를 실제로 사용해 〈눈으로 보는 산수〉, 〈피타고라스위치〉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두 교실에서 영상 교재로 사용하는 성과물이다. 왜 서적, 즉 문자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에서는 수학을 다루지 않았을까? 아니, 왜 다루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왜곡된 타일 사진으로 문제를 만들었을 때 그 이유를 알았다고 토로한다. "수학의 문장은 문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수학의 문장은 의무감이 들게 한다." 이 두 가지 난제가 수학 교육에 늘 가로놓여 배우는 사람의 앞길을 막았다고 주장한다. 이 왜곡된 타일 사진이 알려준 것이라고 말한다. "한눈에 문제 의도가 보인다." "한눈에 문제를 풀고 싶어졌다."

 


 

“버스의 창문을 조금 열었다. 열린 부분의 면적을 구하라”(P. 20) 창의 높이와 창문이 열린 너비는 제시되었지만, 창문틀과 창문의 둥근 모서리 면적을 알아내기 위해 눈씨름을 한다. 하지만 정작 이 문제의 해답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달걀처럼 사고의 전환을 통해 지극히 단순한 이론으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풀고 싶은 수학』의 진짜 재미이다. 공식을 달달 외워 무조건 대입해서 정답을 도출하는 딱딱한 수학적 머리로는 이 책의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수학이 사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품어온 모든 사람들에게 『풀고 싶은 수학』은 아주 좋은 모범 답안이 되어줄 것이다. 수학 문제가 현실의 세계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비로소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엔 모두 23개의 문제가 들어 있다. 대단히 단순하지만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수학적 정의와 논리 사고를 담고 있기 때문에 교육 관점에서 대단히 가치가 있다. 수학이 명확한 규칙을 확립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된다. 무엇보다 『풀고 싶은 수학』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비주얼, 예컨대 포장도로의 블록 사진이 그래프의 좌표가 되어 패턴을 만들고, ‘비둘기집 원리’라는 완전히 다른 사고체계로 확장되어 간다. 저자의 조금은 길고 장황한 듯한 설명은 이상하게도 책을 펼쳐 하나하나 풀기 위해 들여다볼수록 정확한 지적이고 올바른 해결법이란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독자 역시 놀라움과 '왜 예전엔 이런 책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만약 그때 독자가 이 책을 보고 수학에 재미를 붙여 조금 더 열심히 수학을 공부했다면 인생의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비약일까?

 


 

이 책을 읽은 많은 성인 독자들에게서 가장 많았던 리뷰가 “내가 어릴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였다고 한다. 책의 의도가 매우 잘 구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풀고 싶은 수학』은 학생에겐 진정한 수학의 재미를, 어른에겐 딱딱하게 굳어 있던 뇌를 말랑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령에 상관없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는, 모두를 위한 책이다. 특히 ‘두뇌 체조’가 필요할 땐 언제든 펼쳐보면 뇌가 맑아져 몰랐던 문제를 푸는 새로운 시각이 생길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 어린이를 비롯해 성인 역시 텍스트보다는 비주얼에 더 친근하다. 『풀고 싶은 수학』은 문자도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하는 현대인들에게 맞춤형 학습법을 제시하며, 수학을 멀리했던 사람들까지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 : 사토 마사히코

일본 시즈오카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지금은 도쿄예술대학교 대학원 영상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NHK교육텔레비전 「피타고라스위치」의 기획과 감독 및 새로운 게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 『매달 신문』 『모래사장』 『딱 맞는 책』 『안을 상상해 보자』 『뭔가가 있다』 등이 있다.

 

저자 : 오시마 료

1986년생으로 게이오기주쿠대학 대학원 정책·미디어 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부 재학 중에 사토 마사히코 연구실 소속으로 두뇌 활용 프로그램 ‘피타고라 장치’ 제작에 참여하는 등 표현 방식을 연구했다. 졸업 후 프로그래머 인터랙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2014년 <손가락을 놓다>전의 실험 장치를 제작했다. 독립 행정법인 정보처리추진기구 2011년 프런티어 IT 인재 발굴·육성 사업에서 프런티어 슈퍼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2012년에 D&AD 상을 수상했다.

 

저자 : 히로세 준야

1987년 가나가와현 출생으로 2012년 게이오기주쿠대학 대학원 정책·미디어 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부 재학 중에 사토 마사히코 연구실 소속으로 두뇌 활용 프로그램 ‘피타고라 장치’ 제작에 참여하는 등 표현 방식을 연구했다. 현재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2012년에 D&AD 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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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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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비현실과 치밀한 현실, 그 낙차만큼의 공포가 닥쳐온다. 우리 시대 청년 세대의 슬픔과 두려움을 예리하게 포착한 신예작가의 첫 호러단편집이 멋진 편집과 함께 독자들의 독서욕을 강하게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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