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보낸 7일 - 안기부에서 받은 대학 졸업장
신정일 지음 / 창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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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지옥에서 보낸 7일』은 저자 신정일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자전 소설이다. 부제 「안기부에서 받은 대학 졸업장」에서 보여주듯 국가안전기획부(구 중앙정보부, 현 국가정보원)에서 간첩 혐의로 끌려가 겪은 고문 등 고초를 당한 경험을 토대로 썼다. 국가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당한 분들의 자전 소설을 쓰기에 좋은 소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국가정보원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어나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다.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 시절에는 간첩 혐의나 노동운동, 학생운동 등을 친북 활동 등 간첩 혐의로 무자비하게 끌고 가 고문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까지 연쇄적인 고초를 겪는 일이 다반사였다. 독자는 운동권이 아니어서 직접 끌려가 고초를 당한 경험은 없었지만 친구들 중에는 있었다. 그는 그곳의 경험을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관심을 갖고 알아보려 하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또 국가 정보 기관은 으레 그런 일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수사상' 조사라면 누구도 폭로하기에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곳을 '지옥'으로 표현한 저자일 것이다. 저자가 끌려가 고초를 겪은 이후 시기에도 그런 일은 많았다. 오죽하면 5·18 피해 유가족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수많은 세월 속앓이를 했을까. 지금의 독자들이나 199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좀 과장된 것'쯤으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 서슬 퍼런 시절 저자는 이유도 모르고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그것도 두 번이나 간첩 혐의로. 사실 저자의 일상 주변을 조금만 안다면(독자도 당연히 이 소설을 통해 알지만) 일부러 간첩 혐의를 씌워 끌고 가진 않았을 것 같다. 다른 혐의를 두고 간첩 혐의를 씌운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예를 들면 노동운동이라든지, 아니면 요즘 안 이야기지만 '별건 수사'라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사건에 끼워맞추려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때 안기부의 국가 공권력은 '죄 없는 사람도 그곳에 들어가면 죄 지은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이 책 『지옥에서 보낸 7일』은 41년 전인 1981년 8월 어느 날, 지옥 같은 안기부에 인간 이하의 고문을 받은 7일간이 기록이다. 부제에서 암시하듯 최종 학력 국민(초등)학교 졸업인 그가 어떻게 ‘안기부로부터 대학 졸업장’을 받게 되었는가를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어쩌면 엄혹했던 전두환 정권이 의해 이유도 모르게 간첩죄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지만 이름도 없이 살았던 많은 이들을 대신해 이 책을 쓰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렵고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삶이 힘들고 좌절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자전소설이 작은 위안과 함께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지옥에서 보낸 7일’ 이후 41년 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삶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신정일, 내가 네 놈의 뒤를 8개월 동안을 쫓아다녔다. 너, 간첩이지? 맞지?”

뭐라고 해야 하는데,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낮게 깔려오는 무거운 목소리.

“너 간첩이 맞잖아.”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놀라서 여기저기를 바라보자 창문이 없는 것이 지하실이 분명했다. 둘러보니 사면이 다 하얗다. 하얀 방에 오래된 낡은 여관과 같이 침대가 하나 놓여 있고, 나무로 만든 가리개 사리로 욕조와 양변기가 보였다. 견고한, 누가 망치로 내려쳐도 흔적도 남을 것 같지 않은 철제 책상과 그 앞에 의자, 그리고 의자가 두 개가 더 있다. 밝은 형광등, 눈이 부시다.

‘이곳이 대체 어디란 말인가?’

생각하는 사이에 그 사내가 의자에 앉은 채 내게 조용히 말했다.

“신정일, 옷부터 벗어!”(p.37)

 

 

저자는 지금 문화사학자로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라고 한다. 1980년 10월, 2년 6개월의 제주도 생활을 청산하고 전주에 자리 잡았다. 그의 '방랑벽'은 타고난 것일까? 저자와 함께 활동했던 김용택 시인은 『동학의 산 그 산들을 가다』의 발문에서 신정일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그는 다양한 사람을 찾아 나서서 겪어보고, 배우고 깨달아서 한 가지에 능통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왔다. 어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한 가지 것에 매달려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살면서 온갖 것들을 겪어내며 산다. 어떤 이는 한 가지 것에 능통함으로써 한 가지 일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만 가지와 통하는 안목을 갖고 살기도 한다. 나는 뒤쪽이다. 인간이 몇 억 년을 산다고 해도 나는 이 작은 마을의 작은 산, 강, 논, 밭, 나무, 하늘, 별, 집, 몇 안 되는 사람들과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 그런데 정일이는 나와는 다른 인간임이 분명하다.

그는 다양한 사람을 찾아 나서서 겪어보고, 배우고 깨달아서 한 가지에 능통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왔다. 그가 앞으로 무슨 일을 벌려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 나는 모른다. 아니 신정일이 저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가 그리고 꿈꾸는 높고 푸른 산맥들이 김제 만경평야에 들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일을 벌이고, 그가 곳곳에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심어준 것이 옳다고 믿으면 그는 주저함이 없이 행함으로써 행복한 것이다. 어느 잘난 사람이 자기가 뿌리고 자기가 당대에 거두려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려 하는가. 역사가 어디 그런 것인가.”

 


 

저자는 에필로그 「나는 방외지사의 삶을 살았다」에서 말한다.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오래도 살았다. 그러다가 보니 내가 사람 들로부터 여러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현대판 김정호’, ‘현대판 이중환’, ‘현대판 신삿갓’, ‘향토사학자’, ‘걷기 도사’라는 별칭 외에 작고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과 길의 철학자’라고 했고, 도종환 시인은 ‘길의 시인’, 조용헌 선생은 ‘방외지사’라고 했으며, 김지하 시인은 나를 두고 ‘삼남 일대를 걸어 다니는 민족민중사상가’, ‘제주 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은 ‘걸어 다니는 네이버’라는 별칭을 과하게 붙여주었다. 그중 내가 살아가는 방식만 놓고 보면 거기에 가장 걸맞는 말은 아마도 ‘방외지사’라는 말일 것이다. 강호동양학연구소장인 조용헌 선생이 나에게 붙인 이름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방외지사』의 서두에 다음과 같이 실었다.

“방외지사(方外之士)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첫 번째 자격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조직을 위해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방외지사가 될 수 없다. 월급쟁이치고 자유롭게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여행을 많이 해야 한다. 독만권서 행만리로 교만인우(讀萬卷書 行萬里路 交萬人友)라고 하지 않았던가! 만 권의 책을 읽었으면 만 리를 가 보아야 한다.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나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세 번째는 되도록 많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차를 타고 발통 위에 얹혀 다니면 주마간산에 그치고 만다. 산천을 두 발로 딛고 다녀야만 스파크가 튄다. 스파크가 튀어야 깊이가 생기는 것 아닌가?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인물이 전주에 사는 신정일이다.”(p.348~349)

 


 

말이 좋아서 방외지사지, 달리 말하면 할 일이 없어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내세울만한 직업도 없고, 비빌 언덕도 없었다. 가족이든 친구들이건 그 누구에게도 조그마한 금전적 혜택을 줄 수 없는 무능력자가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영혼이 자유로운 프리랜서’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자유로운 직업이라고 모두가 선망하는 프리랜서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소속이 없으므로 자유롭지만, 글을 쓰지 않거나 일을 안 하면, 통장에는 일 원 한 푼 들어오는 법이 없다. 프리랜서의 삶은, 철저한 자기 관리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루의 3분의 2를 남을 위해 쓰는 사람은 노예고, 하루의 3분의 2를 나를 위해 쓰는 사람은 자유인이다.” 라고 니체는 말했는데, 나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자유인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올곧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길 위에 삶이 있다. 그 삶의 길로 머뭇거리지 말고 나서라. 그리고 받아들여라.’ 나의 운명, 나의 지론이다. 그곳이 천국이건, 지옥이건, 그 길을 따라 떠돌다가 어느 날 문득 지상에서의 삶을 ‘객사(客死)’ 로서 마감할 것을 소원한다. 왜 그런가? 길을 좋아하는 사람은 길에서 생(生)을 마감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없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길을 가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길을 좋아하므로 길에서 죽는 객사를 꿈꾸었다. 하지만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옛사람들 의 말을 터득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세상에 살면서 길보다 더 좋아한 것이 어쩌면 책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문자를 알고서부터 어느 날 문득 문자중독증에 걸려 문자 조립공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이것은 병인가? 기쁨인가? 이렇게 지금도 헤매고 헤매는 나, 나도 어느 날 용재 성현 선생의 말처럼 최후를 맞고 싶다.

“산다는 것은 떠돈다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쉰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각종 고문이 행해지는 안기부 취조실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벌써 40년 여가 지났는데도 저자의 기억은 생생한 듯하다. 하긴 그 이후로도 수많은 사람이 국가권력에 의해 끌려가 고문을 당하던 시절이었으니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잊힐 리 없다.

“악악!”

내 비명이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오는 시간, 절망의 늪에서 점차 숨소리가 잦아들어 가는 듯한 그 시간에 뜻하지 않은 음성이 들려왔다. 마치 아이스크림이 입에서 살살 녹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였다.

“어, 친구, 잘 쉬었나?”

친구라니,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보았다. 그 취조관이었다. 재미있다는 듯한 그의 웃음이 더 가증스러웠다. 그렇게 부모 죽인 원수처럼 분노로 나를 개 패듯이 패면서 ‘간첩’이라고 닦달하더니, 지금은 친구라고 나를 놀린다. 웬 친구?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자, 다시 놀아볼까?”

뭘 논다는 걸까? 그들은 노는데 나는 아프다.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으랴. 잘 노는 것 때문에 사람이 아프고 슬프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에 있으랴. 그렇지 않아도 좁고 연약한 어깨가 으스러진 것 같았고, 갈비뼈가 부러진 듯 아팠다.

 


 

“내가 선생 집에서 가지고 온 책과 소지품들을 보니 문학도였지요? 나 역시 청소년 시절 문학에 심취했던 사람이요. 나는 소설가 김승옥을 좋아했고, 그중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무진기행〉과 〈서울 1964년 겨울〉이요. 얼마나 좋아했던지 필사도 했었지요. 시는 미당 서정 주 시인의 시와 폴 발레리를 좋아했었소. 〈해변의 묘지〉에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지금도 좋아하는 절창이지요. 당신은 어떻소?”

내가 그에게 지금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가? 지금 내 마음이 그토록 한가하지가 않은데.

“신정일 선생은 어떤 시인들을 좋아하시오?”

 

저자 : 신정일(辛正一)

 

문화사학자로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다. 1980년 10월, 2년 6개월의 제주도 생활을 청산하고 전주에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쳤고,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회에 참가했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해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관동·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걷고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한국의 산 500여 곳을 오르기도 했다. 2005년 시작된 우리땅 걷기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포털 다음(Daum)의 카페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에 글을 올리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산림청 국가산림문화자산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이 시리즈의 ≪공주·부여≫ 편을 비롯해 ≪신택리지≫ 시리즈(11권)와 ≪왕릉 가는 길≫ ≪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 시리즈(3권), ≪꿈속에서라도 꼭 살고 싶은 곳≫ ≪동해 바닷가 길을 걷다≫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 ≪천재 허균≫ ≪가슴 설레는 걷기 여행≫ ≪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신정일의 동학답사기≫ 등 100여 권이 있다. JTV 전주방송 프로그램 ‘신정일의 천년의 길’에 출연했고, 유튜브 ‘길 위의 철학자 우리 땅 걷기’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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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별빛 에디션) - 내 마음을 몰랐던 나를 위한 마음 사전
투에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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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단어'에 대한 저자 투에고의 사유의 책이다. 깊은 사유를 통해 우리 삶에 소중하고 절실한 단어들을 하나하나 들춰가며 갈고 다듬었다. 첫 출간 당시(2021년) 전 서점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이번에는 김승연 동화작가와의 스페셜 콜라보로 ‘별빛 에디션’으로 재탄생했다. 스페셜 에디션에는 망원경을 통해 나라는 작은 우주를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표현되었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는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충분한 위안과 휴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저자 투에고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공허해지는 ‘빈 위로’가 아니라, 나를 찾고 ‘진짜 위안’을 얻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마음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 같은 단어와 문장을 찾았고 거기에서 얻은 글감을 하나의 원고로 엮었다. 이렇듯 이 책에 등장하는 90여 개의 단어들은 나의 ‘마음의 기원’을 의미한다. 독자들은 사전 형식으로 정리된 목차를 보며 그때그때 끌리는 단어나 상황에 맞는 문장을 선택해 글을 읽으면 된다. 그 속엔 단순히 공감되는 문장뿐 아니라 인문, 심리, 자기계발, 철학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뽑은 우리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다. 즉, 이 책은 나의 마음의 기원에 관한 ‘사전’인 동시에 우리 삶에 원동력이 되어주는 동기부여 명언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기도 하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저자의 '사유 사전'이란 생각이다.

 


 

"‘진짜 내 마음은 뭘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한동안 이런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그러다가 내 마음을 표현해보자,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첫 출간 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책 성격에 대해 밝혔다.

독자는 저자의 책을 처음 읽지만 그는 이미 책을 여러 권 낸 작가로서 이름도 꽤 유명한 것 같다. 처음 본 독자가 의문을 갖는 것은 '투에고'란 필명이다. 우리말로는 '두 개의 자아'로 읽힌다. 독자의 예상은 맞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필명의 뜻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투에고(twoego)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상처받은 자아’와 ‘치유하는 자아’가 내면에서 일으키는 이중주라는 뜻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초아(id)’보다는 ‘초자아(superego)’와 ‘자아(ego)’가 우리를 좀 더 사람답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아니라, 오롯이 저의 의지로 정했기에 꽤 신중을 기했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말한다.

첫 발간하고 이번에 별빛 에디션으로 재출간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저자가 입소문으로 이름을 더 얻었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SNS에 20만 구독자가 재출간 요구가 많았던 탓이다. 재출간의 결정 이유는 아무래도 전작들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슬픔에 공감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뜻하지 않게 슬럼프가 찾아와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남을 위로하기에 정신이 팔렸으니 정작 자신의 마음에는 무심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은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90여 개의 단어들을 건져올린 것이다. 이 단어들은 저자 입장에서 '마음의 기원'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한 날이 있다. 특별히 힘들거나 지치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고 그런 나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내 모습이 자꾸 낯설게만 느껴지는 날. 그런 날에는 친구나 연인, 누군가의 위로나 응원도 귓전에서 공허하게 맴돌기만 한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누구나가 한 번쯤 경험해봤을 이 문장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은 어쩌면 지금 내 마음에 귀 기울여야 하는 순간이라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괴로운 순간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했을 뿐, 진짜 내 마음이 어떤지를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반성하는 의미로 한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심연의 끝에서 내 마음을 표현해줄 수 있는 단어를 찾았다. 한 자 한 자 적다 보니 어느새 90개가 넘는 단어들이 모였고, 이 과정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 공허해지는 ‘빈 위로’가 아닌 ‘진짜 위안’을 얻었다.”(프롤로그 : 「단어는 위로다」 중에서)

이 책의 저자이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매일 20만 명의 구독자에게 ‘위로’를 선물하는 작가 투에고는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에 대한 이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90여 개의 단어들을 모아 ‘나’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단순히 따뜻한 말이나 문장이 아니라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인문학적인 시선이 담긴 이 책과 함께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내가 나의 위로의 주체가 되고 나와 친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로, 당신이 당신의 마음과 만나는 순간이다.

 


 

이 책은 한글 자음 14개 중 'ㄹ, ㅋ, ㅌ' 등 3개를 빼고, 나머지 11개 자음이 첫소리로 사용되는 11개의 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이른바 사전식 배열이다. 독자가 이 책이 '사유 사전'이라고 별도의 이름을 붙인 이유다. 1장 「격려가 필요할 때」에서는 'ㄱ'으로 시작되는 우리말 단어 11개가 들어 있다. 〈간절함〉 〈갈증〉 〈감정의 바다〉 〈겨울나무〉 〈겸손〉 〈경험〉 〈계기〉 〈공감〉 〈공생〉 〈과거〉 〈괴로움이야말로 인생〉 〈권태로움〉 〈그리움〉 〈금언〉 〈기도〉 〈기억〉 〈기회〉 〈긴장의 역설〉 〈길〉 〈꾸준함의 꾸준함〉 등이 제목이 된다. 2장 「나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3장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4장 「매일의 다짐이 필요할 때」, 5장 「바람만 불어도 흔들릴 때」, 6장 「삶의 가치를 생각할 때」, 7장 「아픔을 이겨내고 싶을 때」, 8장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때」, 9장 「처음 시작할 때」, 10장 「파도가 몰아칠 때」, 11장 「하루를 되돌아볼 때」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중 「경험」에 대한 저자의 사유를 예로 들어본다. '타불라라사(Tabula rasa)'는 라틴어로 '깨끗한 석판'이라는 뜻이다. 즉,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상태를 의미한다. 영국의 경험론 창시자 존 로크는 인간은 어떤 관념이나 정신적인 기재 없이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로 태어나며, 후천적인 경험으로 인해 마음이 형성되어 전체적인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관념을 가진다는 데카르트의 본유관념과는 대비되는 주장인데 내적·감각적 경험을 통해 관념이 생긴다는 지점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고 털어놓는다.

 


 

또 기회라는 항목에서는 "이처럼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생각해야 한다. 중국어로 위기(危機)라는 단어에는 '위태'와 '기회'라는 뜻이 모두 내포되어 있다. 난세가 영웅을 낳듯이 위기에도 기지를 발휘하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중국 삼국시대에 유비, 조조, 제갈량 등 수많은 호걸이 대업을 도모한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지금이 위기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잘 살펴보면 그 안에는 분명 기회가 숨어 있을 것이다."(p.54)

독자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습관」이다. 저자는 이 항목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어떤 인간의 탁월함은 그가 보여주는 일회적인 천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천재성을 발휘하기까지의 과정, 즉 반복성에 있다"는 말을 인용한다. 또 습여성성(習與性成)도 풀이해준다. 즉, 습관이 쌓이다 보면 그 사람의 천성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뜻은 바로 습관의 중요성과 향상성을 바라는 데서 비롯된 말임을 깨달을 수 있다. 한 번 잘못 들인 습관은 웬만해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즉 삶의 전환을 위해서는 역시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습관은 때에 따라서는 한 사람이 쌓아온 인격을 보여주는 단면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재인식시켜 준다.

"오늘부터 나쁜 습관을 버린다면 미래의 나는 분명 다른 '내'가 될 수 있다."(p.137)

 


 

인문학의 가장 큰 목적은 ‘인간’에 대한 이해다. 그런 점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인 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다. 오죽하면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남겼을까? 또한, 그로 인해 이뤄지는 모든 사유는 ‘언어’로 표현된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언어의 최소 단위인 ‘단어’를 통해 마음의 단위를 나누고 ‘그 기원(단어)’을 하나씩 해석하려는 시도를 한다. 즉, 목차 속 90여 개의 단어들은 내 마음의 기원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사전 형식으로 정리된 목차를 보며 그때그때 끌리는 단어와 상황에 맞춰 문장을 선택해 읽으면 된다.

 

저자 : 투에고

 

상처받은 자아와 치유하는 자아의 이중주. 혼자 있을 때 떠오른 수많은 영감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적어 내려간 내 글로, 나와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 그저 마음속에 묻어두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기 때문이다. 지은 책으로는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삶에 사람에 무뎌진다는 것』, 『익숙해질 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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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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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은 우리나라 전설을 모아 엮어낸 책이다. 초등학교 1~2년 어린이 대상이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우리의 전설을 한두 개라도 할머니나 혹은 어머니로부터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독자도 할머니로부터 들은 바 있다. 그때도 전설을 모아 엮은 책이 있긴 했지만 출판이나 여러 가지 여건상 이 책처럼 아름답게 단장해 나온 것은 없었다. 기껏해야 '어린이 전집'류에 한 권 끼어 있는 정도였고, 시리즈는 물론 단행본도 어였한 책은 없었던 시절이다. 교과서에도 실리지 않은 이야기는 새롭고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도 많아서 호기심 많은 어린이 시절에는 특히 교훈적인 전설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모두 35개의 전설이 실려 있는데 독자의 기억으로는 몇 개만 들은 적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처음 보고 읽는 것들이다. 이 책은 어린이 대상이지만 성인인 독자에게는 전설의 내용보다는 어릴 때의 추억에 잠기게 해주는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는 역할도 해준다. 그것도 그리스 신화처럼 스케일이 크거나, 조금은 비현실적인 신(神)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로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예가 많아 훨씬 사실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전설을 우리가 발굴해 연구하고 예술의 소재로 활용함으로써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독자는 기대한다. 그리스 신화는 사실 전해져 내려오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를 서사만 가져다 직접 문자로 옮긴 호메로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후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 등 사유의 학문에서 많이 인용되고 의미를 확장하면서 오늘날의 그리스 신화로 탈바꿈된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전설을 이야기의 원형으로 해서 소설이나 그림으로 덧붙여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의미에서 이 책의 발간은 독자들의 바람에 많은 긍정적·발전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누구나 알다시피 5,0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전설과 민담이 있었을까. 다만 그것이 입으로 전해져 오다 더 이상 전해지지 않고 소멸되었을 수많은 이야기를 문자로도 남아 있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책의 저자 현상길도 '머리말' 「지혜와 용기, 사랑과 희생의 감동 스토리」에서 오랜 역사만큼 설화가 풍부하다고 말하고 있다. "설화에는 '신화', '전설', '민담'의 세 갈래가 있는데, 이 책은 그 중 우리나라 각 지방에 전해 오는 전설을 대상으로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도록 기획, 편집했다"고 밝혔다.

같은 전설이라도 지역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거나 과장되기도 하므로, 이 책에서는 요즘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부분적으로 인물의 이름이나 이야기의 흐름을 각색했음을 밝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설의 뜻풀이를 함께 설명한다. "흔히 전설이라고 하면 그저 재미 삼아 듣고 마는 옛날이야기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전설은 이 땅에서 오랜 세월 꿋꿋이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고난을 이겨 낸 용기, 이웃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희생정신 등을 간직하고 있는 값진 유산이며 정신문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설화'의 세 갈래 에 대해 설명을 덧붙인다. 이에 따르면 신화는 일상적인 세계를 넘어선 신성한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라의 시작, 조상의 탄생, 해·달·별·불·물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며, 등장인물은 신, 또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다. 또 전설은 특정한 시대의 현실적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로서, 사람들에게는 실제 있었던 진실한 내용이라고 믿어진다. 전설은 실존 인물이나 특정한 지역의 산, 바위, 연못 등 구체적 증거물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전설 속 등장인물은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자이면서도 때로는 성격의 결함을 가지며, 그 인물의 행위는 예기치 않은 난관에 부딪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장자못 전설, 아기장수 전설, 남매탑 전설, 망부석 전설 등이 이에 속한다. 민담의 경우 완전히 꾸며낸 옛날이야기로서 듣는 사람들의 흥미를 위주로 하며, 아무 제약 없이 지어져 말로 전해 내려온다. 흔히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던 옛날에···' 등과 같은 구절로 시작된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꾸며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증거물을 댈 필요가 없으며, 등장인물도 평범하거나 바보스러운 인간이 많다. 이러한 인물이 우연한 행운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하고 끝맺는다. 이에는 방귀쟁이 며느리, 빨간 구슬 파란 구슬, 구두쇠 자린고비 등이 있다.

 


 

저자의 세 갈래에 따라 전설만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이 가운데 독자가 가장 잘 알고, 또 널리 알려진 전설은 책의 스물한 번째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인 것 같다. 고구려 때 평강공주 이야기로 웬만한 독자들도 잘 아는 이야기이긴 하다. 이 책에는 「바보의 아내가 된 공주」로 제목을 붙였다.

고구려의 제 25대 평강왕(평원왕)에게는 어린 공주가 있었다. 너무 잘 울어 왕은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내겠다는 말을 했다"는 전설의 시작이다. 그리고 몇 년 후, 열어섯 살이 된 공주는 왕이 본인에게 했던 말처럼 바보 온달에게 시집 가겠다고 한다. 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한 말이라 왕이 아무리 말렸으나 공주는 가난한 온달의 집으로 향한다. 공주의 간절한 청으로 마침내 온달과 공주는 부부가 되었고, 온달은 착한 청년이었기에 공주의 뜻대로 무예를 익힌다. 그렇게 익힌 무예를 통해 사냥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왕과 만나는 기회를 얻고 사위로서 인정받게 된다. 왕의 사위가 된 온달은 장군으로 임명되어 전쟁터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아차산성 부근에서 신라와의 싸움을 통해 화살을 맞고 전사한다. 지금도 아차산 입구에는 온달과 평강공주를 기리는 동상이 서있다고 한다.

 


 

글 : 현상길(玄相吉)

 

서울교육대학, 국제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를 취득하였다.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국어과 자료 개발연구교사를 지냈으며 중등 문예창작 영재 판별도구 및 교수학습 자료 개발 집필위원이었다. 대영고, 여의도여고, 경복고 국어교사를 거쳐 현재 서울 상암중학교 등 서울의 중·고교 국어교사, 교장, 서울시교육청문예진흥위원, 국어수업컨설팅위원, 지역도서관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 33』(풀잎),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현대시 108』(풀잎), 『우리소설 알짜 읽기』(풀잎) 등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를 다수 편찬했다. 시집 『바람의 장터』, 『올레 소야곡』, 에세이집 『시작하라, 지금 바로』 등 출간했으며 [당신의 이름으로], [그리운 이여], [축혼의 노래] 등 한국 창작가곡을 다수 작사, 발표했다. [ICT 국어 학습자료], [문예창작 영재 교육자료] 등 중·고교 국어교육 자료를 다수 집필했고 『마음의 문을 열고』(서울시교육청) 집필위원을 역임했다.

 

그림 : 박빛나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습니다. 캐릭터를 개발 및 디자인합니다. 현재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이며, 풀잎 출판사 어린이 교육 교재를 작업하였습니다.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그림 작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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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맥베스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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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맥베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며 세계의 대문호로 이미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다. 그의 작품은 주로 희곡이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 태어나 1616년까지 살았다. 그의 작품은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에 초반에 걸쳐 유럽, 특히 서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셰익스피어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4대 비극'을 남겼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이다. 독자는 이 가운데 『햄릿』과 『리어왕』은 어렸을 때인 초등학교 때 읽었고, 나머지 두 작품은 나중에 대학 때 연극으로 본 기억이 있다. 오래되었지만 기억에는 아직 남아 있을 정도다. 아마 그 뒤에도 이들 작품 이야기를 듣고, 보고 말한 탓이리라.

이 작품 『맥베스』도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다. 『맥베스』는 중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맥베스의 비극〉의 제목으로 발표된 것이라고 역자 공민희는 말한다. 「옮긴이의 글」에 따르면 용맹한 장군 맥베스는 코더 성의 영주가 노르웨이의 왕과 결탁해 벌인 반란을 진압하고 척박한 황야의 자욱한 안개를 뚫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괴상한 마녀 세 자매를 만난다. 그녀들은 맥베스에게 절을 올리며 코더의 영주이자 장차 왕이 되실 분이라고 칭송하며 그와 함께 있던 뱅쿼에게는 자손이 왕위에 오를 거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잠깐 귀신에 홀린 거라고 생각한 두 사람 앞에 왕의 신하가 나타나 맥베스가 코더의 새로운 영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는 동요하기 시작한다. 마녀의 말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뱅쿼는 경계하라고 조언하지만 나름 팔랑귀(?)였던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을 등에 업고 왕권을 꿈꾸기 시작한다.

 


 

당시 덩컨 왕에게는 두 아들 멜컴과 도널베인이 있었고 왕은 맬컴에게 작위를 내리며 그가 차기 왕좌의 주인임을 공표한다. 맥베스는 주인이 정해져 있는 그 자리가 마녀들의 예언처럼 자기 것으로 주어졌다고 굳게 믿고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모조리 없애버리기로 한다. 그러나 충직한 신하였던 그는 자애로운 덩컨 왕을 살해하길 주저한다. 이때 남편보다 야심이 큰 맥베스의 부인이 그를 부추긴다. 부인은 남편의 우유부단함을 꼬집으며 왕이 자기들의 성에서 묵는 날 밤 그를 죽이고 죄를 왕의 수행원들에게 뒤집어 씌우자고 설득한다. 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주변인들을 술에 취하게 만드는 주도면밀함까지 갖춘 간 큰 맥베스 부인에 비해 전투에서 물러섬이 없었던 장군 맥베스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양심 때문에 어쩔 줄 모른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문학에서 '암시'는 뜻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심리학에서는 이성이 아닌 언어적 자극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반복적인 암시는 개인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해괴한 요물들이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던진 수수께끼 같은 말 중 하나가 들어맞자 맥베스는 그들에게 갑자기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며 나머지 예언도 들어맞을 것이라 믿고, 혹은 들어맞게 하려고 인간으로서, 신하로서 저질러서는 안 되는 반역과 배신이라는 큰 악행을 실천으로 옮기게 되었다. 또한 가장 가까운 부인이 그를 위로해 주며 악행의 당위성을 뒷받침해 주었기에 암시가 저주가 되어 그를 집어삼키고 만 것이다.

 


 

역자는 책 뒷 부분의 「옮긴이의 글」 서두를 '암시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맥베스!"라고 썼다. 과학이 종교보다 강력한 권력을 구사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불가사의와 미스터리, 예언, 도시 괴담, 무속 신앙과 같은 비상식적인 요소들에 이끌린다. 궁합, 타로, 혈액형, 요즘 세대들이 열광하는 MBTI까지 종류도, 체계도, 기반도 다양한 잣대들이 여러 분야에서 넘쳐나고 있다. 재미 삼아 살피고 넘기면 그만이라지만 사람의 심리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서 의미 없는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흘려보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한다. 아무리 지식과 교양이 넘친다 해도 결국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니 말이다.

왕이 되려고 왕을 없애고, 왕이 될 자들을 범인으로 몰아 쫓아버리고, 왕좌에 올라서조차 후대를 걱정해 다른 예언의 주인공인 뱅쿼와 그의 아들까지 죽이는 이 살인 퍼레이드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라고 역자는 덧붙인다. 스스로의 영혼을 파멸로 인도한 암시의 힘이 얼마나 큰지, 형체 없는 말에 속아 넘어가고, 그로 말미암아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받는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의 비극〉을 통해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선과 악, 천국과 지옥, 권력과 복종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주제를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이 작품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그의 생가와 극작가로 성공 후 구입한 저택이 고스란히 보존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지금도 셰익스피어의 도시로 각광 받으며 각종 문화 행사와 투어 등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고 한다.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라는 것쯤은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4대 비극 중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맥베스〉는 주인공 맥베스의 악행과 그에 따른 비극적 인생을 섬세한 심리 묘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책 『맥베스』는 5막 비극을 위해 쓰인 대본('희곡')이다. 셰익스피어는 독보적인 작품을 발표하며 영국 문학을 세계 제일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해서 식민지 인도와도 바꾸지 않을 정도의 인물이라고 후세는 표현했다. 그의 문학적 영향력은 대단했다고 보여진다. 그의 작품은 비극과 희극을 두루 망라하고 있고, 작품마다 독특한 인물 창조도 탁월하다. 이 책 『맥베스』를 번역판 희곡으로 보는 것은 독자로서는 처음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책으로 읽은 셰익스피어 작품은 모두 소설이나 서사로 번안되어 스토리 중심으로 내놓은 책이다.

셰익스피어처럼 우리나라 문학 연극계에 영향을 미친 사람도 드물다고 한다. 우리 독자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햄릿』, 『맥베스』이 그의 작품이며 그의 조국 영국은 그들의 부유한 삶을 짊어진 식민지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공언해 셰익스피어와 줏가과 그들의 문화 시민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정치적 발언도 쉽게 수용될 정도로 문학사, 연극사에 대단한 기여를 한 대문호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셰익스피어가 그의 조국 영국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바는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는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위대한 작품들을 많이 쓴 것은 맞지만 그 작품들이 영국의 국력 신장에 도움을 줬거나 부의 축적에 기여한 바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영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로 영국의 자존심을 높여준 것은 확실하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1590년을 전후한 시대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치하에서 영국의 국운이 융성한 때였으므로 문화면에서도 고도의 창조적 잠재력이 요구되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배경을 얻어 그의 능력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당시의 연극은 중세 이래의 민중적·토착적 전통이 고도로 세련되었으며, 특히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소생시킨 르네상스 문화의 유입을 맞아 새로운 민족적 형식과 내용의 드라마를 창출해 내려는 때이기도 했다. 그러나 1592∼1594년 2년간에 걸친 페스트 창궐로 인하여 극장 등이 폐쇄되었고, 때를 같이하여 런던 극단도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 이때부터 신진극작가인 셰익스피어에게 본격적인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당시의 극계를 양분)하는 세력의 하나였던 궁내부장관(宮內府長官) 극단(당시는 유력자를 명목상의 후원자로 하여 그 명칭을 극단에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의 간부 단원이 되었고, 그 극단을 위해 작품을 쓰는 전속 극작가가 되었다. 그는 이 극단에서 조연급(助演級) 배우로서도 활동했으나 극작에 더 주력하였다. 그리고 이 기간을 전후해서 시인으로서의 재능도 과시하여 〈비너스와 아도니스 Venus and Adonis〉(1593)와 〈루크리스 Lucrece〉(1594) 등 두 편의 장시(長詩)를 발표하기도 했다. 극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의 활동기는 1590∼1613년까지의 대략 24년간으로 볼 수 있다. 이 기간에 그는 모두 37편의 작품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품을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초기에는 습작적 경향이 보였으며, 영국사기(英國史記)를 중심으로 한 역사극에 집중하던 시기, 그것과 중복되지만 낭만희극을 쓰던 시기, 그리고 일부의 대표작들이 발표된 비극의 시기, 만년에 가서는 화해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른바 로맨스극 시기로 나눌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시기적 구획이 다른 어느 작가보다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평생을 연극인으로서 충실하게 보냈으며, 자신이 속해 있던 극단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했다고 한다.

 


 

지금 왜 셰익스피어인가? 독자는 갑자기 출현한 셰익스피어 책에 저으기 놀랐다. 출판물의 특성상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 분야의 책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상례다. 예를 들면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인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 세상이 온통 코로나 이슈로 빨려 들어가자 팬데믹 관련 수많은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팬데믹 감염병의 시대를 조망하는 흑사병, 1919년에 발생한 이른바 스페인 독감 등의 참상과 발병, 종식 등에 관한 책을 선두로 감염병의 역사와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불안에 따른 정신적 이상 증세 등에 관해 이를 연구한 학자, 프로이드와 아들러 등 심리학에 관한 책이 줄을 이었다. 또 심리적 불안을 치유해 주는 에세이 책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며 대형 온라인 서점 판매 최상위권에 자리잡았다. 해가 바뀌고 발생 1년이 지나면서도 여전히 비슷한 책들이 꼬리를 물고 출간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가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일 때 셰익스피어 시리즈 발간은 별 연계가 없어 보인다.

다만 출판사 측은 이름 없는 사립대학에 불과했던 미국의 시카고 대학을 명문 학교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은 ‘시카고플랜(Chicago Plan)’이었다고 한다. 1929년 시카고 대학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호킨스?(Robert Maynard Hutchins)가 추진한 ‘시카고플랜’은 그가 잘 알고 있던 ‘존 스튜어트 밀’식의 독서법을 따른 것으로 ‘철학 고전을 비롯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라는 고전 철학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다. 당시 호킨스 총장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과제를 주었다.

첫째, 모델을 정하라:너에게 가장 알맞은 모델을 한 명 골라라

둘째, 영원불변한 가치를 발견하라:인생의 모토가 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라

셋째, 발견한 가치에 대하여 꿈과 비전을 가져라

 


 

그는 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한 삶의 지표를 설정할 것을 강조했다. 즉, 자신의 롤 모델의 선정, 불변하는 가치의 발견, 꿈과 비전의 개발의 필요성을 권유한 것이다. 오늘날의 시카고 대학이 우뚝 서고 세계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명문대학으로의 발돋움한 출발점이라고 한다. 그 목록에 셰익스피어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저자 :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년 잉글랜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의 부유한 상인이자 유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명성과는 달리 작품을 제외한 생애의 기록이 거의 없어 추정만 할 뿐 미지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1586년 무렵 런던으로 떠나 극작가 겸 단역 배우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1589년 첫 작품 『헨리 6세』를 시작?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당시 이름을 떨치던 학식 있는 작가들과는 달리 그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타고난 언어 능력과 예술에 대한 천재적인 재능과 감각, 인간에 대한 그만의 이야기는 그를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1592년 가장 큰 인기를 끈 『베니스의 상인』 을 계기로 1594년 <궁내 장관 극단>의 일원이 되었고, 1599년에는 동료들과 설립한 <글로브 극장>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궁내 장관 극단>은 1603년 제임스 1세의 후원으로 ?<왕의 극단>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그는 희극과 비극, 사극 등 여러 분야의 작품을 발표했고, 계층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인기를 누렸으며 1616년 4월 23일 5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590년대에는 『리처드 2세』,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헨리 4세』 등의 대표작으로 명성을 다졌고, 1600~1606년경에 ‘4대 비극’인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를 차례로 발표해 세계문학의 걸작을 남겼다. 말년에는 『겨울 이야기』, 『태풍』 등 로맨스극 작품을 썼다. 평생 37편의 희곡과 154편의 소네트, 2편의 이야기 등을 집필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그가 타계한 지 400년이 지나도록 현?재에도 전 세계의 무대에서 상연되고, 문학을 포함한 예술의 전반적인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자 : 공민희

 

부산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 석사 과정에서 미술관과 박물관, 문화유산 관리를 공부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상속 게임』, 『보이지 않는 것들』, 『절대 말하지 않을 것』, 『초판본 작은 신사들(작은 아씨들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 리커버 디자인』,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당신이 남긴 증오』, 『기억의 제본사』, 『무솔리니 운하』, 『난민, 세 아이 이야기』,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명작이란 무엇인가』, 『유대인 수용소의 두 자매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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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훈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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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영상예술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데 꼭 필요한 어려운 '미학'과 '기호학' 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 이훈희는 영상이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예술이고 인류의 문화적 성취를 집약한 장르이기 때문에 관련되거나 파생된 학문의 수는 엄청나다고 말한다. 영상미학은 영상을 통해 특정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할 때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가를 다루는 학문으로서 현대적 영상예술을 설명하려면 미학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에 소개된 영상미학 서적들이 번역학문으로 주관적이고 학술적인 개념 풀이로 어려웠던 반면 이 책 에서는 인류가 창조했던 수없이 많은 미학적 요소들을 대중적으로 유명한 회화, 조각, 건축, 영화 등 작품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 태생 이후 예술의 발전과 아름다움의 기준, 아이콘, 화풍의 변화, 사진의 발명, 영화의 등장 등 인류 예술의 서사를 철학적 가치와 엮어내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이해를 돕는다. 이미지와 영상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초심자라면 구체적인 영감과 길잡이가 되어줄 영상미학의 입문서이자, 교양서로 집필되었다. 미학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자주 사용되기는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현상, 아름답게 보이는 것들에 대한 학문적 탐구 영역으로 알고 있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개념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미학은 그렇게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이론은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이 책에 접근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미학(Aesthetics, 美學)은 가치로서의 미, 현상으로서의 미, 미의 체험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굳이 학문 분야로 분류하면 철학에 가깝다. 플라톤이 미에 대한 연구를 최초로 제기했다. 이 사전에도 여러 학문의 상위에 있는 미 그 자체의 학문을 제창한 플라톤을 대표로 하는 서양의 전통적 미학은 초월적 가치로서의 미를 고찰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학이라는 말을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라이프니츠볼프학파의 A.G.바움가르텐이다. 그는 그때까지 이성적 인식에 비해 한 단계 낮게 평가되고 있던 감성적 인식에 독자적인 의의를 부여하여 이성적 인식의 학문인 논리학과 함께 감성적 인식의 학문도 철학의 한 부문으로 수립하고, 그것에 '에스테티카(Aesthetica)'라는 명칭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미(美)란 곧 감성적 인식의 완전한 것을 의미하므로 감성적 인식의 학문은 동시에 미의 학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여기에 근대 미학의 방향이 개척된 것이다. 고전 미학은 어디까지나 미의 본질을 묻는 형이상학이어서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초감각적 존재로서의 미의 이념을 추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근대 미학에서는 감성적 인식에 의하여 포착된 현상으로서의 미, 즉 ‘미적인 것(das Asthetische)’을 대상으로 한다. 이 ‘미적인 것’은 이념으로서 추구되는 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의식에 비쳐지는 미이다. 그러므로 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근대미학은 자연히 미의식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임마뉴엘 칸트는 감성적 현상으로서의 미의식의 기초를 선험적인 데 두었지만, 의식에 비쳐지는 단순한 현상으로서의 미적인 것을 탐구하는 방향은 당연히 경험주의와 결부된다.

 


 

오늘날에는 미적 현상의 해명에 사회학적 방법을 적용시키려는 ‘사회학적 미학’이나 분석철학의 언어분석 방법을 미학에 적용하려고 하는 ‘분석미학’ 등 다채로운 연구분야가 개척되고 있다고 한다. 같은 사전에 의하면 '추'(ugliness, 醜)를 미(美)에 대립하는 미적 범주의 한 부분이라 풀이하고 있다. 추는 미학상의 용어로서, 추와 미의 관계를 엄밀히 따지면 ① 추가 미 이전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② 반미적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③ 보조적 의미로, 미적 카테고리의 하나라고 생각되는 경우 ④ 자립적 의미로, 미적 카테고리의 하나라고 생각되는 경우로 나뉜다. ①에서 추는 미적 형성화 이전의 소재로서 미적 가치에 대한 중성적 성격을 띠어, 다른 일체의 소재와 평등하게 취급된다. 예를 들면, 예술을 위한 예술을 기치로 하는 입장(일종의 미적 형식주의)으로서 성모와 채소를 평등시하는 것과 같은 입장이다. ②에서 추가 미적 형성화를 거부하는 경우 그것은 반미적이 된다. 예를 들면, 칸트는 추 중에서도 구토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미적 형성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추 일반을 구토적·반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고전주의 예술에서는 숭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추는 반미적인 취급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③의 경우 미적 카테고리론의 대부분은 추를 우미·숭고·골계와 병행하는 미적 카테고리로서 인정하지만, 엄밀하게는 이 경우 추는 숭고 및 골계를 위한 보조수단으로서만 미적 카테고리로서 인정된다. 예컨대 고전주의의 숭고가 선을 목표로 하는 데 대하여, 진을 목표로 하는 사실주의(일종의 미적 내용주의로서)의 예술에서도, 추는 마찬가지로 보조적 의미로 인정된다. 예술을 위한 예술주의와 사실주의와는 어느 의미에서는 반대 방향을 지향하고 있으며 전자가 추에 대하여 무기적인데 대하여, 후자는 추에 대하여 수단적 의미에 있어 호의적이다. ④의 경우 추는 근대 데카당파의 예술에 이르러 비로소 자립적·미적 카테고리의 지위를 획득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포나 와일드를 선구로 하는 불쾌·악·허위·배신 등으로서의 추의 예술이 그것이다. 또한 실존주의 예술에서는 보다 깊은 의미의 추가 자립적·미적 카테고리로서 인정된다. 예컨대, 구토를 불러일으키는 것마저도 거기서는 미적 카테고리로 인정된다.

 


 

저자는 현대 사회는 누구나 영상을 촬영, 편집,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발점을 잡았다. 심지어 대중화된 최신 장비로 미장센까지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물이 다 예술로 남는 건 아니다. 특별한 다큐멘터리나 영화, 유니크한 명품의 광고, 독보적인 드라마를 만들려면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인간의 사유 체계를 연구하는 미학과 기호학,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해야 한다. 이 책의 집필 동기이자 저자의 독창적 연구에 기대어 미학과 영상미학에 대한 지식을 늘릴 수 있게 쓰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영상예술에 집약된 방대하고 심오한 미학과 기호학을 예술사와 관련지어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 서두에 “알타미라 이후 모든 미술은 쇠퇴했다.”는 말이 나온다. 거장 피카소가 한 말이다. 1869년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의 동굴에서 벽화가 발견되자 벽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한다. 이미 선사시대부터 완벽한 아름다움을 완성한 예술은 당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과 가치를 담아 변화했다. 선사시대에는 제의의 성격으로 헬레니즘 시대에는 사실적인 묘사를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쳤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미지에 이야기를 담은 아이콘을 해석하는 학문인 도상학이 발전했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예술은 회화의 고유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미지가 아닌 작가의 주관적 욕망과 의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변화한다. 있는 그대로의 태양을 담기 위해 사물의 원래 빛을 버리고 빛에 반사된 색을 찾아 그리거나 대상을 본 화가의 감정을 그린 추상화로 발전한 것이다. 예술사와 접목하는 부분이 자유롭고 일관돼 이 책의 가치를 높이게 한다. 인류 예술사에서 아름다움을 논하려면 그리스부터 시작하고, 미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한국의 일부 미학자는 이러한 점을 아쉬워한다고 귀띔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학이라는 개념은 동양에는 분화된 적이 없는 개념이다. 이는 동양에서 아름다움에 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이 서양과 달랐기 때문으로 저자는 풀이한다. 동북아에서 아름다움이란 사람의 행실과 내면이 하늘(天)을 닮아야 한다는 문인주의이며, 그림의 대상은 응당 사람의 선한 소망이 투영된 것이어야 했다고 설명한다. 동양의 세계관은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라는 천인합일의 생명주의 사상이다. 동양에서 사람의 내면을 투영한 자연을 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이 사람이고 하늘이 곧 자연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물의 구성이 애초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접하는 방식에 따라 수천 가지 방향으로 변한다는 것이 기본적 관념이다.

이에 비해 서양의 세계관은 신의 선택을 받은 인간과 그렇지 않은 자연과 분리된 인간중심의 세계관이다. 하지만 그리스·로마의 예술엔 단연 사람이 예술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독리적이며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육체를 지닌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동양은 '관계' 를 중심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을 발전시켰고, 서양은 단독자로서의 '존재' 측 '인간'을 중심으로 미학을 발전시켰다. 학문의 핵심도 서양은 '존재론'이며 동양은 '관계론'이라는(이었다는) 성공회대학교 고 신영복 교수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만 서양이 인간중심의 예술관을 가졌다는 것은 엄밀히 보자면 사실이 아니다. 신과 인간이라는 범주로 보자면 동양의 인간이 하늘과 땅의 중간자로 존재했던 반면, 서양의 경우 신의 의지에 따라 구원받거나 시련을 받는 복종자, 피지배자로서의 인간이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예술사를 토대로 한 미학의 탐구를 위해 쓰였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Before Cinema〉, 2부 〈After Cinema〉, 3부 〈Digital Cinema〉이다. 1부는 「아름다움의 탄생」「절대적 아름다움」「빛과 어둠」「아이콘 ①」「아이콘 ②」「인류 서사의 비밀」「사진이 바꾼 예술」「복제의 가치」「사진에 밀린 회화의 선택」이란 장(章)으로 나뉘어 있어 각 장의 소제목은 글의 성격을 한마디로 알 수 있게 쉽게 선택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2부는 「경이로운 전설」「영화가 밀어낸 것들」「영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이야기를 명상할 수 있는 틀」「앵글의 노림수」「이끌림의 활용」「이차원 속 삼차원」 등으로 구성됐다. 역시 쉬운 단어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될 수 있는 한 전문 용어는 풀어쓰고 일반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책의 가치를 높인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3부에서는 「인류의 환상 구현」「위작 논란과 미적 가치」「색채의 영상미학」「영화인의 철학, 철학자의 영화」「언어와 영화의 세계관」「탈근대의 서막」「영화의 내러티브」「영화에서 그리는 사람」「디자인을 소비하는 광고영상」「가치를 파는 광고」「MZ 세대의 밈과 숏폼」「또 하나의 세계, 메타버스」「예술작품이 된 NFT」의 장들이 현대 예술사의 한 분야로 자리잡은 디지털 문화를 짚어본다.

"조명, 세트, 구도, 색, 인물, 의상, 카메라 앵글 등이 시각적 부분이라면 청각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의 결합, 내러티브, 이야기의 서사성 등도 영상미학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영상을 통해 특정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때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가를 다루는 학문이 영상미학이다. 기술적으로 분류한다면 5가지 기본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빛과 컬러(Light, Color), 2차원적 공간(2-Dimensional Field), 3차원적 공간(3-Dimensional Field), 시간과 동작(Time, Motion), 음향(Sound)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룰지에 대한 것이다. 이것을 영상으로 만든 것이 바로 프레임(Frame), 숏(Shot), 컷(Cut), 신(Scene), 시퀀스(Sequence)와 같은 기초단위다. 하지만 영상미학은 더 깊고 복잡한 영역까지 다룬다. 미학적인 요소들이 사람의 일상을 어떻게 다루며 어떻게 메시지를 소구하는지 다룬다. 영상은 인류가 창조했던 수없 이 많은 미학적 요소가 필요하다."(p.120~121)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철학적 토대에 기반한 독창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영화인이라면 흥행엔 실패할 순 있어도 망작은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흥행에 참패한 영화는 사조의 변화에 따라 다시 역주행의 신화를 그려내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적 토대란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영화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대인이 고민해야 하거나 고민할 수 있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p.183~184)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그린 계급투쟁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실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선전되었던 설국열차가 사실은 부품이 하나둘 망가지고 있고 꼬리칸의 아이들의 희생이 없으면 더는 유지되기 불가능한, 몰락이 뻔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상징한다.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를 구했던 길리엄이 사실은 열차의 설계자 윌포드와 한통속이었다는 점 이 반전이다. 열차의 인구가 일정한 개체 수를 넘어서면 인위적으로 혁명을 조장해 살상을 통해 인구를 조절하는 시스템의 복무자였다는 것이 충격이다. 감독은 직선적 역사관에 기초한 계 급투쟁을 그리려고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의 세력이 열차를 장악해 열차 안에 새로운 평등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으로 끝나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열차는 불완전하고 언젠간 멈출 것이 분명하기에 열차 내에서의 계급투쟁은 살아남은 인류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p.221~222)

 

저자 : 이훈희

 

언론사와 광고회사 근무 이력을 바탕으로 문화전문 인터넷 신문 [뉴스컬처]를 창간하고, 서울에서 문화예술경영 석사와 예술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문화 프로듀서와 문화예술 심사위원 및 공공기관 채용 면접관으로 활동하며, [한국미디어문화협회] 이사장으로 문화예술 및 디자인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브런치 작 가이자 세종도서 작가로 현장실무의 노하우를 중심으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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