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훈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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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영상예술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데 꼭 필요한 어려운 '미학'과 '기호학' 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 이훈희는 영상이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예술이고 인류의 문화적 성취를 집약한 장르이기 때문에 관련되거나 파생된 학문의 수는 엄청나다고 말한다. 영상미학은 영상을 통해 특정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할 때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가를 다루는 학문으로서 현대적 영상예술을 설명하려면 미학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에 소개된 영상미학 서적들이 번역학문으로 주관적이고 학술적인 개념 풀이로 어려웠던 반면 이 책 에서는 인류가 창조했던 수없이 많은 미학적 요소들을 대중적으로 유명한 회화, 조각, 건축, 영화 등 작품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 태생 이후 예술의 발전과 아름다움의 기준, 아이콘, 화풍의 변화, 사진의 발명, 영화의 등장 등 인류 예술의 서사를 철학적 가치와 엮어내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이해를 돕는다. 이미지와 영상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초심자라면 구체적인 영감과 길잡이가 되어줄 영상미학의 입문서이자, 교양서로 집필되었다. 미학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자주 사용되기는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현상, 아름답게 보이는 것들에 대한 학문적 탐구 영역으로 알고 있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개념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미학은 그렇게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이론은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이 책에 접근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미학(Aesthetics, 美學)은 가치로서의 미, 현상으로서의 미, 미의 체험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굳이 학문 분야로 분류하면 철학에 가깝다. 플라톤이 미에 대한 연구를 최초로 제기했다. 이 사전에도 여러 학문의 상위에 있는 미 그 자체의 학문을 제창한 플라톤을 대표로 하는 서양의 전통적 미학은 초월적 가치로서의 미를 고찰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학이라는 말을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라이프니츠볼프학파의 A.G.바움가르텐이다. 그는 그때까지 이성적 인식에 비해 한 단계 낮게 평가되고 있던 감성적 인식에 독자적인 의의를 부여하여 이성적 인식의 학문인 논리학과 함께 감성적 인식의 학문도 철학의 한 부문으로 수립하고, 그것에 '에스테티카(Aesthetica)'라는 명칭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미(美)란 곧 감성적 인식의 완전한 것을 의미하므로 감성적 인식의 학문은 동시에 미의 학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여기에 근대 미학의 방향이 개척된 것이다. 고전 미학은 어디까지나 미의 본질을 묻는 형이상학이어서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초감각적 존재로서의 미의 이념을 추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근대 미학에서는 감성적 인식에 의하여 포착된 현상으로서의 미, 즉 ‘미적인 것(das Asthetische)’을 대상으로 한다. 이 ‘미적인 것’은 이념으로서 추구되는 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의식에 비쳐지는 미이다. 그러므로 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근대미학은 자연히 미의식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임마뉴엘 칸트는 감성적 현상으로서의 미의식의 기초를 선험적인 데 두었지만, 의식에 비쳐지는 단순한 현상으로서의 미적인 것을 탐구하는 방향은 당연히 경험주의와 결부된다.

 


 

오늘날에는 미적 현상의 해명에 사회학적 방법을 적용시키려는 ‘사회학적 미학’이나 분석철학의 언어분석 방법을 미학에 적용하려고 하는 ‘분석미학’ 등 다채로운 연구분야가 개척되고 있다고 한다. 같은 사전에 의하면 '추'(ugliness, 醜)를 미(美)에 대립하는 미적 범주의 한 부분이라 풀이하고 있다. 추는 미학상의 용어로서, 추와 미의 관계를 엄밀히 따지면 ① 추가 미 이전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② 반미적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③ 보조적 의미로, 미적 카테고리의 하나라고 생각되는 경우 ④ 자립적 의미로, 미적 카테고리의 하나라고 생각되는 경우로 나뉜다. ①에서 추는 미적 형성화 이전의 소재로서 미적 가치에 대한 중성적 성격을 띠어, 다른 일체의 소재와 평등하게 취급된다. 예를 들면, 예술을 위한 예술을 기치로 하는 입장(일종의 미적 형식주의)으로서 성모와 채소를 평등시하는 것과 같은 입장이다. ②에서 추가 미적 형성화를 거부하는 경우 그것은 반미적이 된다. 예를 들면, 칸트는 추 중에서도 구토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미적 형성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추 일반을 구토적·반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고전주의 예술에서는 숭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추는 반미적인 취급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③의 경우 미적 카테고리론의 대부분은 추를 우미·숭고·골계와 병행하는 미적 카테고리로서 인정하지만, 엄밀하게는 이 경우 추는 숭고 및 골계를 위한 보조수단으로서만 미적 카테고리로서 인정된다. 예컨대 고전주의의 숭고가 선을 목표로 하는 데 대하여, 진을 목표로 하는 사실주의(일종의 미적 내용주의로서)의 예술에서도, 추는 마찬가지로 보조적 의미로 인정된다. 예술을 위한 예술주의와 사실주의와는 어느 의미에서는 반대 방향을 지향하고 있으며 전자가 추에 대하여 무기적인데 대하여, 후자는 추에 대하여 수단적 의미에 있어 호의적이다. ④의 경우 추는 근대 데카당파의 예술에 이르러 비로소 자립적·미적 카테고리의 지위를 획득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포나 와일드를 선구로 하는 불쾌·악·허위·배신 등으로서의 추의 예술이 그것이다. 또한 실존주의 예술에서는 보다 깊은 의미의 추가 자립적·미적 카테고리로서 인정된다. 예컨대, 구토를 불러일으키는 것마저도 거기서는 미적 카테고리로 인정된다.

 


 

저자는 현대 사회는 누구나 영상을 촬영, 편집,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발점을 잡았다. 심지어 대중화된 최신 장비로 미장센까지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물이 다 예술로 남는 건 아니다. 특별한 다큐멘터리나 영화, 유니크한 명품의 광고, 독보적인 드라마를 만들려면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인간의 사유 체계를 연구하는 미학과 기호학,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해야 한다. 이 책의 집필 동기이자 저자의 독창적 연구에 기대어 미학과 영상미학에 대한 지식을 늘릴 수 있게 쓰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영상예술에 집약된 방대하고 심오한 미학과 기호학을 예술사와 관련지어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 서두에 “알타미라 이후 모든 미술은 쇠퇴했다.”는 말이 나온다. 거장 피카소가 한 말이다. 1869년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의 동굴에서 벽화가 발견되자 벽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한다. 이미 선사시대부터 완벽한 아름다움을 완성한 예술은 당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과 가치를 담아 변화했다. 선사시대에는 제의의 성격으로 헬레니즘 시대에는 사실적인 묘사를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쳤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미지에 이야기를 담은 아이콘을 해석하는 학문인 도상학이 발전했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예술은 회화의 고유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미지가 아닌 작가의 주관적 욕망과 의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변화한다. 있는 그대로의 태양을 담기 위해 사물의 원래 빛을 버리고 빛에 반사된 색을 찾아 그리거나 대상을 본 화가의 감정을 그린 추상화로 발전한 것이다. 예술사와 접목하는 부분이 자유롭고 일관돼 이 책의 가치를 높이게 한다. 인류 예술사에서 아름다움을 논하려면 그리스부터 시작하고, 미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한국의 일부 미학자는 이러한 점을 아쉬워한다고 귀띔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학이라는 개념은 동양에는 분화된 적이 없는 개념이다. 이는 동양에서 아름다움에 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이 서양과 달랐기 때문으로 저자는 풀이한다. 동북아에서 아름다움이란 사람의 행실과 내면이 하늘(天)을 닮아야 한다는 문인주의이며, 그림의 대상은 응당 사람의 선한 소망이 투영된 것이어야 했다고 설명한다. 동양의 세계관은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라는 천인합일의 생명주의 사상이다. 동양에서 사람의 내면을 투영한 자연을 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이 사람이고 하늘이 곧 자연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물의 구성이 애초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접하는 방식에 따라 수천 가지 방향으로 변한다는 것이 기본적 관념이다.

이에 비해 서양의 세계관은 신의 선택을 받은 인간과 그렇지 않은 자연과 분리된 인간중심의 세계관이다. 하지만 그리스·로마의 예술엔 단연 사람이 예술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독리적이며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육체를 지닌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동양은 '관계' 를 중심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을 발전시켰고, 서양은 단독자로서의 '존재' 측 '인간'을 중심으로 미학을 발전시켰다. 학문의 핵심도 서양은 '존재론'이며 동양은 '관계론'이라는(이었다는) 성공회대학교 고 신영복 교수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만 서양이 인간중심의 예술관을 가졌다는 것은 엄밀히 보자면 사실이 아니다. 신과 인간이라는 범주로 보자면 동양의 인간이 하늘과 땅의 중간자로 존재했던 반면, 서양의 경우 신의 의지에 따라 구원받거나 시련을 받는 복종자, 피지배자로서의 인간이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예술사를 토대로 한 미학의 탐구를 위해 쓰였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Before Cinema〉, 2부 〈After Cinema〉, 3부 〈Digital Cinema〉이다. 1부는 「아름다움의 탄생」「절대적 아름다움」「빛과 어둠」「아이콘 ①」「아이콘 ②」「인류 서사의 비밀」「사진이 바꾼 예술」「복제의 가치」「사진에 밀린 회화의 선택」이란 장(章)으로 나뉘어 있어 각 장의 소제목은 글의 성격을 한마디로 알 수 있게 쉽게 선택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2부는 「경이로운 전설」「영화가 밀어낸 것들」「영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이야기를 명상할 수 있는 틀」「앵글의 노림수」「이끌림의 활용」「이차원 속 삼차원」 등으로 구성됐다. 역시 쉬운 단어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될 수 있는 한 전문 용어는 풀어쓰고 일반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책의 가치를 높인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3부에서는 「인류의 환상 구현」「위작 논란과 미적 가치」「색채의 영상미학」「영화인의 철학, 철학자의 영화」「언어와 영화의 세계관」「탈근대의 서막」「영화의 내러티브」「영화에서 그리는 사람」「디자인을 소비하는 광고영상」「가치를 파는 광고」「MZ 세대의 밈과 숏폼」「또 하나의 세계, 메타버스」「예술작품이 된 NFT」의 장들이 현대 예술사의 한 분야로 자리잡은 디지털 문화를 짚어본다.

"조명, 세트, 구도, 색, 인물, 의상, 카메라 앵글 등이 시각적 부분이라면 청각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의 결합, 내러티브, 이야기의 서사성 등도 영상미학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영상을 통해 특정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때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가를 다루는 학문이 영상미학이다. 기술적으로 분류한다면 5가지 기본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빛과 컬러(Light, Color), 2차원적 공간(2-Dimensional Field), 3차원적 공간(3-Dimensional Field), 시간과 동작(Time, Motion), 음향(Sound)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룰지에 대한 것이다. 이것을 영상으로 만든 것이 바로 프레임(Frame), 숏(Shot), 컷(Cut), 신(Scene), 시퀀스(Sequence)와 같은 기초단위다. 하지만 영상미학은 더 깊고 복잡한 영역까지 다룬다. 미학적인 요소들이 사람의 일상을 어떻게 다루며 어떻게 메시지를 소구하는지 다룬다. 영상은 인류가 창조했던 수없 이 많은 미학적 요소가 필요하다."(p.120~121)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철학적 토대에 기반한 독창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영화인이라면 흥행엔 실패할 순 있어도 망작은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흥행에 참패한 영화는 사조의 변화에 따라 다시 역주행의 신화를 그려내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적 토대란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영화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대인이 고민해야 하거나 고민할 수 있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p.183~184)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그린 계급투쟁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실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선전되었던 설국열차가 사실은 부품이 하나둘 망가지고 있고 꼬리칸의 아이들의 희생이 없으면 더는 유지되기 불가능한, 몰락이 뻔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상징한다.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를 구했던 길리엄이 사실은 열차의 설계자 윌포드와 한통속이었다는 점 이 반전이다. 열차의 인구가 일정한 개체 수를 넘어서면 인위적으로 혁명을 조장해 살상을 통해 인구를 조절하는 시스템의 복무자였다는 것이 충격이다. 감독은 직선적 역사관에 기초한 계 급투쟁을 그리려고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의 세력이 열차를 장악해 열차 안에 새로운 평등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으로 끝나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열차는 불완전하고 언젠간 멈출 것이 분명하기에 열차 내에서의 계급투쟁은 살아남은 인류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p.221~222)

 

저자 : 이훈희

 

언론사와 광고회사 근무 이력을 바탕으로 문화전문 인터넷 신문 [뉴스컬처]를 창간하고, 서울에서 문화예술경영 석사와 예술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문화 프로듀서와 문화예술 심사위원 및 공공기관 채용 면접관으로 활동하며, [한국미디어문화협회] 이사장으로 문화예술 및 디자인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브런치 작 가이자 세종도서 작가로 현장실무의 노하우를 중심으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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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미래, 부의 흐름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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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혼란을 겪고 있다. 팬데믹이 창궐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중간 무역 전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세계 최대 패권국인 미국은 하루가 멀다하고 자이언트 스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경제 난국을 해결하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가는 가운데 어느 선에서 멈출지 아무도 모르는 안개 속 세상이다. 특히 미·중 간 갈등은 포괄적이고 첨예한 대립을 예고하는 듯한 형국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총체적 난국을 함께 맞닦뜨리고 있다. 그런데 왜 독자는 다른 때보다 더 큰 위험을 느끼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봐도 짧은 지식으로는 희망을 찾을 수도 없다. 이런 때일수록 희망을 찾고 신념을 가진 채 헤쳐나가야 한다는 현자들의 수습 방안은 도무지 희망을 찾을 길 없는 듯이 보인다. 이 책 『다가올 미래, 부의 흐름』는 그런 점에서 각자도생의 방법을 제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촘촘히 읽어도 희망을 찾아내기에 어려운 내용뿐이다.

이 책은 사실 미래 경제 전망에 대한 분석·해설서로는 훌륭하다는 생각은 든다. 이유는 돈 있는 사람들, 부자들의 투자 안내서 같은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에 서민층의 독자로서는 마뜩지 않다. 그래도 이 책의 저자는 세계경제에 대해 엄청난 분석력과 해박함, 통찰력을 가진 분으로써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너무나 잘 풀어 전달해주는 ‘사이다 경제학자’ 로 유명한 곽수종 박사의 저서다. 저자는 아는 만큼 현재의 힘든 상황이 쑥쑥 이해가 되고, 그런 이해가 전제될 때 개인이 나름의 ‘계획’을 수립해 준엄한 시절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동원, 잘 설명해주는 데 집중한 것 같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해서는 책 안에서 독자들이 선택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들의 나열이고 해결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경제기사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절이지만 여전히 경제가 어렵고 세계경제의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즉 투자자들에게 알려줘야 할 지식이고 방법이다.

 


 

소중한 내 돈이 걸려 있기에 경제 유튜브를 부지런히 시청하고 경제기사를 매일 읽어도 무엇이 ‘핵심’인지 모르면, 그래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그저 죽어 있는 정보가 되어 흩어질 뿐이다. 이 책의 최고 장점은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현재의 상황과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해하며 술술 읽어 나갈 수 있고, 나아가 세계경제의 큰 그림과 투자의 방향성까지도 그릴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이 말은 이 책의 설명으로는 안성맞춤이다.

경제의 순환과정과 이에 따른 ‘돈의 흐름’을 모르고서는 그 어떤 투자에서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시중에 돈이 어떻게 풀리고 다시 모이는지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주식에 투자하든, 부동산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든 거시적인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본질이 아닌 겉의 현상에 속아 표류하게 된다”고 강조하며, 일반인들에게 ‘경제의 흐름’과 ‘돈의 흐름’에 대해 거시적 안목을 들려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특히 금리인상기와 인플레이션 시대가 거칠고 빠르게 전개되면서 2023년 이후 세계경제의 미래 시나리오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이 책은 현실적으로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말도 설득력이 있다. 또한 책에는 현재 세계경제의 속살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내용이 가득해 연신 저자의 혜안에 감탄하며 일독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의 독후 감상으로 말해도 적절한 분석이라고 하고 싶다. 이 책도 저자의 말대로 주식이나 부동산, 최근 한껏 부각된 암호화폐 등 투자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돈의 흐름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경제 기사나 분석, 전망 등에 대한 책 등에도 그럴 듯한 이유로 투자 적절한 방법 등을 제시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고, 지금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돈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이 투자의 최선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돈의 흐름부터 투자 적절처나 전망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이 책은 앞 부분에 돈의 흐름 등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장(章)이 거듭되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짚어가며 분석하고 가까운 미래를 위한 투자법이나 시기 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기술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맨 앞 부분 「지은이의 말」에서 하나의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상속과 증여를 기대할 수 없는 개인이 30세부터 65세까지 35년 간 가장으로서 외벌이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평균 연봉을 8,000만 원이라고 하면 35년이니 28억 원의 수입이다. 여기서 근로소득세,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이 약 50%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14억 원 정도가 삭감된다. 그렇다면 남는 건 14억 원 정도다. 자녀를 한 명이라고 가정하면 대학 졸업 때까지 약 3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주택 비용을 서울 평균 5억 원이라고 하면 총 8억 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운 뒤 대략적 추정액을 밝히고 있다.

남은 6억 원 가운데 식비, 해외여행, 취미활동, 부모님 지원 등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지출될까. 거의 전부를 사용한다고 보면 65년 은퇴 시에 노동자의 손에 쥐는 현금은 0원이고, 미혼인 자녀 한 명과 아파트 한 채(가격이 폭등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싶지만), 그리고 남아 있는 20년의 노후생활이다. 향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20년의 노후생활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을 듯하다. 그러니 주택연금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설명은 이어진다. "이렇게 부모 세대로부터 일정한 상속이나 증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받는 사람들의 차이가 빈부의 차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최고 교육 수준도 영향을 받는다. 사회 문제로 정의하면 '양극화'는 초고령화와 함께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투자적 관점에서 돈의 흐름은 2가지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돈의 흐름 두 가지 중 하나는 본질론이다. '돈은 어디서 어디로 흐르는가'이다. 다른 하나는 '각 개인의 인생에서 돈이란 현재와 미래의 시간, 즉 평생소득과 평생소비의 추세변화 속에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이다. 전자는 일반론적이다. 돈은 수급의 방향에 따라 돌고 돈다. 진실된 돈의 순환이다. 그냥 시장에서 일어나는 재화와 용역의 수급에 따라 돈이 가치 척도의 수단으로 이동하는 '돈 본연의 모습'일 뿐이다. 이렇게 돈이 흐른다면 경제활동에 별 큰 문제가 있을까? 역시 2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먼저, 인간의 본능에 따라 이 순환을 순수하게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생산과 공급을 줄이거나 늘리거나, 혹은 수요가 몰리거나 수그러들거나 하는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 거들 수 있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봉건주의를 붕괴시킨 자본의 크기가 더욱더 커지게 된다. 원래 가지고 있는 진신된 돈의 특성과 흐름은 이 2가지 요인에 의해 쉽게 방향이 틀어진다.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고' '정부의 정책이 친기업 정책'으로 집중되면서, 일반적인 돈의 흐름은 정상궤도를 이탈해버린다.

당연히 정상궤도를 이탈한 돈의 흐름을 두고 자본주의는 정당성과 당위성을 부여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동인도 주식회사'가 이와 같다. 중세 이후 종교의 벽을 부숴버리고 세롭게 등장한 인본주의 서양 철학의 본질은 어쩌면 이처럼 진실된 궤도를 이탈한 돈, 즉 자본과 관련된 시장의 왜곡과 권력의 집중이 핵심 주제였을 법하다. '돈에도 철학이 있을까.' 이 책을 쓰면서 저자가 가진 목적은 이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아니다. 그 정도로 해박하지도, 명철하지도 않음을 토로한다. 단지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는 어떻게 돈을 운용할 것인가'를 나름 정리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 흐름을 타고 가다 보면, 그리하여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은퇴 후 적어도 25년을 더 지탱해야만 하는 개인이 정부를 믿고 의지하기보다 각자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개인이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엄혹한 현실을 가정한다면, 어떻게 시장에 역행하지 않고 순행할 것인지에 대해 철저한 개인적 판단을 이 책에서 정리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책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크게 6가지로 요약된다.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FOMC의 테이퍼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갈등, 신냉전시대, 지속될 수 있는 경기침체가 바로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위기는 계속 순환 반복되어 왔다. 이 책은 세계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실체들을 면밀히 살피고, 새로운 세계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통찰력 있게 들여다본다. 수십 년간 경제학을 공부하고 연구해온 저자는 이를 통해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미래산업에 이르기까지 돈이 흐르는 전 영역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풀어놓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책을 읽고 2가지 질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내다보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극복할 수 있는 역량과 DNA가 있다. “위기는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고통의 시간이다. 문제를 받아들이고 제대로 분석하면 풀지 못할 일이 없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다”라는 저자의 핵심 메시지로 행동과 사고의 중심을 잡은 후에 이 책의 내용을 읽어나가면 앞으로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돈의 흐름을 어떻게 타고 가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믿는다.

러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은 언젠가는 중국에 대응해 많은 것들과 경쟁하고 충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던 흐루쇼프의 말은 오늘날 현실이 된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독일과의 수교를 시작으로, 미국과의 핑퐁외교와 수교 등으로 이어지면서 ‘데탕트’ 시대가 열렸다. 20년이 지나면서 동독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었으며, 구 소련은 러시아로 좁혀지고 많은 동유럽 국가들이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시장이 자유시장체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로 양분되어 있었다면, 1992년 이후의 세계경제는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나로 통일을 이룬 셈이다. 그에 따른 가장 중요한 변화는 미국 달러화의 통화량 차이에 숨어 있다. 세계경제가 2배가량 규모가 커질 때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유통량이 냉전시대와 같이 동일하다면, 미국 달러화 가치는 엄청나게 상승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 미 달러화는 매우 안정적인 가격변화를 보여주고 있다.(p.335)

 


 

이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이 밖에 '지은이의 말'과 부록 1, 2가 앞뒤에 붙어 있다. 1부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2부 〈다가올 미래, 돈의 흐름이 바뀐다〉이다. 1부에는 1장 「다가올 미래,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2장 「지금 겪고 있는 위기의 발단과 원인은 무엇인가」, 3장 「앞으로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4장 「세계 주요 투자기관과 전문가들이 보는 향후 경기전망」, 5장 「미국 언론과 세계 주요 금융기관이 보는 향후 경기」 등 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1장 「돈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키워라」, 2장 「다가올 미래, 돈의 흐름을 아는 사람이 승자다」, 3장 「다가올 미래, 돈은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 4장 「금값은 돈 가치의 변화와 상관관계를 가진다」, 5장 「다가올 미래, 주식시장의 흐름」, 6장 「다가올 미래, 부동산시장의 흐름」, 7장 「다가올 미래, 가상화폐의 흐름」, 8장 「다가올 미래, 산업에서 돈이 흐르는 방식」, 9장 「다가올 미래, 위기의 실체들을 다시 점검해보자」로 이뤄져 있다.

 

저자 : 곽수종

 

현재 리엔경제연구소를 설립하여, 국제금융과 국제경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교수직을 거쳐, 미 캔자스 주정부에서 일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캔자스대학교에서 파생상품 금융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선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8년 이후 캔자스 주 공공기업위원회(Kansas Corporation Commission)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미주경제 팀장을 지냈으며, 2005년 당시 이미 국제 금 시세가 온스당 2천 달러까지 상승하고 ‘금본위제도’가 부활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2006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Peterson IIE에 객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기간에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2007년 8월 이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 과정을 미국 워싱턴D.C.에서 직접 연구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매일 경제 공부』 『곽수종 박사의 대한민국 경제 대전망』 『한국경제 판새로 짜라』 『세계경제 판이 바뀐다』 『세계 경제의 99%는 트럼프에 달려 있다』 가 있다. 경제를 보는 탁월한 분석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등 다양한 경제전문지나 해외 학술지에 ‘Designing natural gas utility hedge programs with call options’ ‘Provisional Liquidation of Futures Hedge Programs’ 등을 게재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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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 - 명운을 바꾸는 선택과 변화의 순간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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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리학의 운명과 그리스 신화 속 비극의 주인공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확인하는 순간, 운명은 스스로가 바꿔 나가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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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 - 명운을 바꾸는 선택과 변화의 순간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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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는 제목에 들어간 '운명'이란 단어 때문에 흔히 말하는 사주팔자와 운세에 관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사실 오십(50, 나이)이란 단어는 독자의 추측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책이 단순한 사주팔자나 운세만 다루는 책이라면 읽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독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주나 관상 등을 보기 위해 이른다 '점집'을 찾은 적이 없을 정도로 외면하고 살았다. 지금 중년에 들어서면서까지 새삼 사주, 관상에 의미를 두고 새로운 해석에 귀 기울일 생각은 없었다. 또 '명리학'은 중국 공자 시대 '사서오경'으로 편입된 주역(周易)으로서 편찬됐고, 당(唐) 나라 이후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체계화했다고 들은 바 있다. 누가 그랬는지 학자의 이름도 모르고 내용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 조금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아무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명리학을 새로 만날 생각은 없었다.

대부분 명리학을 ‘미래를 점치는 방법론’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명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것이 저자 강상구의 주장이다. 새로운 해석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이해에서 한 발 나아가는 주장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명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하는 내 행동의 이유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즉, 내 운명을 꼬아버리는 힘이자 내 운명을 ‘꽃길’로 만드는 힘이기도 한 내 성격의 근원을 깨우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타고난 ‘명(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운(運)’은 바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명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미리 알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 채우기 위해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여전히 불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자신 있게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은 서양 신화가 비극이라는 배를 타고 운명을 넘어선 영웅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이 책을 집필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미 전작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으로 30만 명의 독자들에게 인생을 경영하는 지혜를 선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책 『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는 색다르고 의미 있는 신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비극 속 주인공의 운명과 명리학의 관점에서 보는 그들을 융합해 멋진 이해와 해석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야기의 원형이라 평가받는 고대 그리스 비극 속 주인공의 기구한 운명을 명리학의 관점과 융합해 뒤따라가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지혜와 용기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명리학과 비극은 운명의 굴레에 갇힌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깊이 통한다. 신탁이 운명이라면, 사주팔자 역시 운명이다. 삶이 가하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과 진검승부를 벌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를 타진하는 비극 속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주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의 숙명론을 능동의 운명론으로 전환시킨다. 독자들에게 신선한 변화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나이 오십이면 한 번쯤 삶을 되살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노후를 준비할 틈도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곧 생산 활동 영역에서 밀려날 중년에 들어서면 다가올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때는 정말 잘나갔는데 지금의 모습은 스스로 봐도 변변치 않을 때, 성심을 다했지만 돌아온 것이라고는 뒤통수 맞는 결과였을 때, 남들은 쉽게만 이루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고될 때, 우리는 운명을 떠올리고 팔자타령을 하게 된다. 옛날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오십이 되면 하늘이 내린 운명을 안다’(知天命)고 했다. 물론 공자 자신의 얘기지만 우리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제껏 해온 대로 남은 날들을 맞이할까 봐 두렵고, 어떻게 해야 남은 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지 도통 알 길이 없어 불안하다.

 


 

저자는 ‘오십의 운명론’을 펼치기 위해 두 가지 도구를 선택했다. 바로 동양의 명리학과 서양의 비극이다. 운명에 갇힌 인간의 조건을 생각한다는 지점에서 명리학과 그리스 비극은 서로 긴밀하게 통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신탁이 운명이라면, 팔자(八字) 역시 운명이다. 이 책은 그리스 비극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명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고통과 환난 속에서도 ‘제 운명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비극 속 영웅들의 모습은 ‘팔자는 타고나는 것이다’, ‘주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의 숙명론을 능동의 운명론으로 전환시킨다. 독자는 이 시도에 매우 신선한 자극을 느꼈고, 이 책을 탐독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명리학은 잘 몰라도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나 신, 비극의 이야기는 얼마간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명리학을 통해 고대 그리스 신화를 해석하든, 신화를 명리학적으로 이해하든 결국 운(運)과 신화 속 인물들은 운명에 맞서 극복하거나 운명에 지거나 했다.

고대 그리스 비극은 인류가 창조해낸 이야기의 원형과도 같다는 사실은 새삼 부각시키지 않아도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대부분 배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신화 속 이야기를 문학, 예술, 학문,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천 년 간 재해석하고, 새로운 이해로 새 주장을 펼치기도 해왔다. 앞으로도 일정 기간 신화의 이야기는 우리 삶과 함께할 것이다. 그만큼 사건의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흡인력이 강하며, 주인공들은 그 각각을 인간의 한 전형들로 삼아도 될 만큼 성격이 뚜렷하다. 비극에서 그려지는 사랑과 질투, 명예와 치욕, 고난과 시련, 성장과 극복의 서사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들은 작품 속 인물의 모습에 자신의 삶을 대입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운명의 파란을 어떠한 자세로 맞이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스토리텔링의 강력한 힘이다.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은 대개 맹렬히 타오르는 운명의 일격을 맞아 자기 자신까지도 불태워버리는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쉽게 말해 비극은 ‘드센 팔자’를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을 타고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위해 딸을 제물로 바치라고 강요당한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다. 안티고네는 국가를 위해 인륜을 저버리라는 명을 받는다. 아이아스는 조국을 위해 충성했지만 되돌아온 것은 반역자라는 오명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전 세계를 주유하며 용맹을 떨쳤지만 그를 사랑했던 아내의 잘못된 판단으로 어이없는 최후를 맞는다. 도무지 쉬운 게 없는 삶이자, 억울하기 그지없는 인생이다.

이러한 비극 속 인물들의 운명은 명리학이라는 범주 내에서 더 상세하게 파악해낼 수 있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해준 대가로 세상 끝 절벽에 매달려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힌 프로메테우스는 갑목(甲木)이다. 따뜻한 마음, 저돌적인 추진력, 강한 자존심을 가진 갑목은 미래에 대한 낙관이 있다. 기나 긴 고통과 인내 끝에 프로메테우스는 자유를 얻는다. 트로이 전쟁의 승리자인 아가멤논은 진토(辰土), 아내에게 살해당하는 아가멤논의 비극은 완벽주의자이면서 강한 권력욕에 사로잡히기 쉬운 진토의 기질로 인해서다. 엘렉트라, 헌신과 사랑, 희생의 상징인 그녀는 비겁(比劫)의 사주를 타고났다. 시기와 질투, 남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자기파괴적인 성향, 그로 인해 긴 세월을 불행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운명이 그렇듯 명리학에 입각한 사주팔자 역시 불변의 것은 절대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흔히 명리학을 ‘미래를 점치는 방법론’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명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명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하는 내 행동의 이유를 파악하는 일이다. 즉, 내 운명을 꼬아버리는 힘이자 내 운명을 ‘꽃길’로 만드는 힘이기도 한 내 성격의 근원을 깨우치는 작업이다. 타고난 ‘명(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운(運)’은 바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는 신화 속에서든 우리의 삶에서든 자신의 사주를 알게 되면 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꿈과 욕망을 직시함으로써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고 미래의 변화를 창조해낼 에너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과 환란 속에서도 끝내 자기답게 살아가고자 했던 비극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의 인생을 가장 나답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소크라테스의 말로 우리는 배웠고 그렇게 자주 인용해 썼다. 저자에 따르면 흔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가졌던 델피(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경구다. 신에게 무언가를 묻기 이전에 너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이 가르침은 역사상 최고의 신탁으로 손꼽힌다. 비록 그 끝이 파멸이었을지언정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리스 비극 속 주인공들의 생애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주어진 운명의 굴레를 자기 식으로 돌파해내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이끌어가려는 모습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끝내 자기답게 살아가는 법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저자는 사주팔자가 맞아떨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타고난 대로 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팔자를 바꾼다는 것은 자신을 바꾼다는 뜻일 터. 운명을 바꾸는 것은 나를 바꾸는 것이고, 나를 바꾸는 것은 생각 없이 당연하게 하는 행동을 멈추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설 때라야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명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미리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 채우기 위해서 명리학을 배운다고 말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여전히 불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 : 강상구

 

이야기 거간꾼.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어 안달한다. 단, 보기 좋고, 듣기 좋고, 먹기 쉽고, 맛있게 만들어서 전하려 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기자가 됐고, 옛날이야기를 좋아해서 고전과 역사를 읽고 풀이한다. ‘감언이설(監言移說)(흔히 쓰는 甘言利說이 아니다)’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기자로서는 힘 있는 자의 말을 감시하고 힘없는 자의 말을 옮기는 것을 목표로 정치권 이야기를 뉴스로 만들어 시청자에게 전한다. 그리고 작가로서는 고전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책으로 만들어 독자에게 전한다. 여전히 그리스에 매료돼 있지만, 언젠가 이황을 주제로 책을 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미토노믹스: 그리스 신화로 읽는 경제 이야기》,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 있다.

경기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듀크대학교에서 1년간 연수했다. MBN 정치부 차장을 거쳐, 현재는 TV조선 정치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MBN [정치&이슈], TV조선 [감언이설(監言移說)]을 직접 진행했으며, KBS2 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SBS 파워FM [한수진의 오늘]의 ‘시사 속 신화읽기’, KBS 2FM [황정민의 FM 대행진]의 ‘고전 페퍼민트’, TV조선 [뉴스쇼 판]의 ‘정치 속보기’에 출연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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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옮김, 나라 노부오 감수 / 보누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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