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 클래식 음악을 시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안우성 지음 / 유노라이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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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音樂)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란 질문을 먼저 해본다. 이 서평의 첫머리에 적절한 질문은 아니겠지만 클래식의 초보자인 독자에게는 이 질문을 건너가는 것이 우선의 일이다. 부족한 한자 실력에도 굳이 한자를 찾아서 병기한 이유도 있다. 한자어 단어 '음악(音樂)'를 직역하면 '소리의 풍류' '즐거운 소리'쯤으로 풀이된다. 국어사전에는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독자는 사실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독자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 좋아하지 않았지만, 듣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특히 시끄러운 음악은 성격 상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조용한 음악은 듣다보면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좋은 경험을 갖고 있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음악' 하면 대중음악을 지칭한 것으로, '노래' 하면 대중가요를 지칭했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주 1시간씩 음악 시간이 정식 교과목에 들어가 있었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은 '당연히' 클래식이다. 음악 교과서도 있었다. 수록된 곡의 대부분은 서양음악이다. 국악은 별도로 악보까지 싣거나 또 가르치지도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음악을 이야기할 때는 대중음악,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클래식 음악으로 구분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이 무렵부터 노래를 잘못 부르는 독자에게 음악은 두 가지로 머릿속에 형성되었다. 대중음악은 부르는 노래, 클래식 음악은 듣는 노래다. 음악을 전공한 친구는 한 명도 없었기에 그 정도로 이해하고 대화에도 아무 지장이 없었다. 물론 대중 가요도 곡에 따라서는 매우 부드러운 선율과 가사가 많았다. 이른바 '발라드'라고 통칭되는 것이다. 발라드 음악은 지금 들어도 괜찮다. 

클래식은 대학 다닐 때 많이 들었지만 홀로 집에서 음반이나 디스크를 이용해 듣는 일은 별로 없었다. 친구들과 혹은 누군가를 만날 때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커피숍의 분위기가 좋아 자주 이용하는 정도였다. 클래식과 친해지기로는 10년 전쯤이다. 콘서트 티켓이 있다는 친구와 함께 예술의 전당에 갔을 때부터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콘서트 홀에서 관람했다. 클래식에 대한 독자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물론 10년쯤 되었지만 아직 클래식에 대해서는 '문외한' 혹은 '입문자'라고 말한다. 이후 기억으로는 오케스트라 공연은 못 갔지만 피아노와 현악기 연주회 등을 서너 차례 더 갔었다.

클래식과 특히 가깝게 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부터이다. 직장에서의 근무가 재택 근무로 바뀌면서다. 물론 모든 일을 재택 근무로 하지는 않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재택'을 원칙으로 했기에 일주일 중 회사에 가는 것은 하루, 이틀뿐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시간이 이렇게 많이 남을지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다. 막상 재택 근무가 실시될 때는 하루 서너 시간만 일하면 남은 시간은 거의 집에 있는 시간이었다. 외출도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이 오래되면서 답답함도 느낄 정도였다. 독자는 그동안 직장을 핑계로 미루었던 일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서고, 다음이 클래식 듣기였다. 이렇게 독자는 팬데믹 때문에 클래식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전공자나 음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다르겠지만 독자로서는 클래식 듣기가 전부였다.

입문자인 독자로서는 클래식이 그저 평온한 마음이 들게 하는 정도면 만족이었다. 아예 하루종일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다. 오년쯤 됐다. 이제 독자는 입문자라고 이야기한다. 초보자라고 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내가 들어 좋은 음악은, 듣기만 해도 행복한 음악으로 바뀌어 가기 때문이다." 

이 책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의 표제어는 입문자에게 깊고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동안 독서와 클래식 듣기를 꾸준히 해왔지만 한 사람의 곡을 집중적으로 듣거나(예를 들어 하루 종일 베토벤 음악만 듣는다든지) 클래식 관련 책도 작곡가 한 명의 책을 본 적이 없다. 독자가 몰라서 못 읽었는지 모르지만, 서양음악사, 혹은 테마로 보는 클래식, 또는 역사와 연관된 클래식 음악, 에피소드 중심의 화제거리 음악사 등이었다. 저자 안우성은 클래식 음악과 인문학의 접점을 모색해 가고 있는 음악 감독으로 소개된 분이다. 독일과 영국에서 켄트 나가노 등 세계적 지휘자와 함께 솔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의 〈서문〉에서 "예술의 최종 목표는 결국 우리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베토벤으로 클래식을 시작하기를 권한다."라고 첫 문장을 썼다. 

「당신의 인생은 베토벤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뉜다」란 제목의 〈서문〉에서 저자는 베토벤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되새기며 '음악은 감정의 폭발이다'는 말을 고스란히 느꼈다고 회고한다. 저자는 베토벤이 '음악의 성인(악성樂聖)'으로 불리는 것은 아홉 개의 위대한 교향곡과 피아노의 신약성경이라고 불리는 서른두 개의 피아노 소나타 등 환희로 가득 찬 열매을 일구었다는 점에서 붙여진 별칭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평민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열등감, 독신의 외로운 삶과 스물여섯 살에 갑자기 찾아온 음악가에겐 사형선고와도 같았던 귓병은 그를 평생 괴롭혔다. 하지만 베토벤은 고난과 불행 앞에 결코 무릎 꿇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모진 운명과 당당히 맞서 싸우며 죽는 날까지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았다"(p.6~7)

음악 소비층도, 그들을 대우해주는 계층도 모두 왕가나 귀족들이었기에 당시 작곡가들은 대부분 좋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또 작곡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귀족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반인들은 음악을 평생 공부하고 생산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귀족도 아니기에 음악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임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그들을 위해 작곡하지도 않았기에 그들의 취향에 맞춰 작곡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베토벤의 생애는 이 사실만으로도 평범하지 않고, 쉽지 않다. 250년 전 한 남자의 수난과 불행의 역사, 또 그것을 통해 보다 강하게 담금질된 베토벤의 정신 의지와 음악의 위대함은 지금 우리 옆에 있다. 부딪치고 넘어져 상처투성이인 사람들과 함께 베토벤의 음악을 나누고 싶은 저자 안우성의 바람으로 이 책은 집필됐다. 인생의 불행과 고뇌 속에서 일구어진 가장 위대하고 찬연한 음악에 독자들의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기대게 하고 싶은 저자의 노고에 독자로서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 구성 형식으로 장을 악장(樂章)*으로 대신했다. 1장 〈내가 베토벤을 만나고 얻은 것들: 베토벤을 들어야 하는 이유〉, 2장 〈처음이 어려운 당신에게: 시작할 때 들으면 좋은 곡〉, 3장 〈인생이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곡〉, 4장 〈고난에 굴복하지 않는 법: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곡〉, 5장 〈끝나지 않은 음악, 끝나지 않은 인생: 진한 여운이 남는 곡〉 등이다. 

*악장: ① 조선 초기에 발생한 시가 형태의 하나. 나라의 제전(祭典)이나 연례(宴禮)와 같은 공식 행사 때 궁중 음악에 맞추어 불렀으며, 주로 조선 왕조의 개국과 번영을 송축하였다. 〈용비어천가〉, 〈문덕곡〉 따위가 여기에 속한다. ② 소나타·교향곡·협주곡 따위에서, 여러 개의 독립된 소곡(小曲)들이 모여서 큰 악곡이 되는 경우 그 하나하나의 소곡. 베토벤 교향곡 제3악장.(독자 주)

저자가 독자들에게 베토벤을 소개하는 이유는 책의 표제어(『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와 일치한다. 1장의 제목 〈내가 베토벤을 만나고 얻은 것들: 베토벤을 들어야 하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1장은 저자가 베토벤을 만나고 얻었던 것들이 중심이 된다. 저자는 현대인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정신없이 살아간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이유를 밝히진 않지만 독자의 추론으로는 조선과 일제 강점기, 해방과 분단, 6·25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우리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20세기는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의 혼을 담은 나라가 세워진 후 가장 비참한 60년의 세월이 있다. 또 해방이 되었지만 분단된 나라에서 한국전쟁이라는 내전까지 치르고 폐허화된 대한민국에서 발전한다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았을 시대가 있었다. 1960년 이전의 대한민국은 "시궁창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길 기다리는 상태"였다. 

민주화와 산업화로 나라 발전의 기틀을 잡아가는 일은 4·19 혁명 이후부터다. 뒤늦게 근대화에 뛰어든 4·19 혁명과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제3공화국의 정권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인식을 같이한다.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제3공화국은 산업화에 명운을 걸었지만 민주화는 함께 가기에 모순된 점이 있다고 믿었다. 부족한 정권의 명분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집권 체제와 경제 발전에 매진한다. 그러나 헌법에 의한 집권 기간이 끝나도록 산업화는 결코 만족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에 옛 왕조 시대 못지 않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헌법을 바꾸는 등 장기 독재를 노리다 결국 나라를 다시 세우는 공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또 다른 군부 독재 정권에 나라를 넘겨 주고 만다. 

제3공화국은 그렇지만 산업화 추진으로 경제 발전에 매진해 어느 정도 성과를 일궈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때의 우리 노동자, 농민들의 노력은 저평가되었고, 재벌들의 배를 불리는 정책으로 자본주의 최대 약점인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가 고착화되어 갔다. 그래도 국민들의 경제적 수준은 고도 성장 속에 빠르게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때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현상이 '빨리 빨리'다. 뒤늦게 출발했으니 급한 마음에 뭐든지 빠르게 해야 하는 조바심이 있었다. 돈 버는 일은 무엇보다 '빨리 빨리' 해결해야 했다. 이런 문화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정이나 학교 등까지로도 퍼졌다. 하루 24시간 근무도 우리의 문화에서 비롯됐다. 교대제로 24시간 동안 일을 한다는 의미다. 이런 빨리 빨리 문화는 외국의 건설 현장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외국인들이 비웃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 잠자는 시간은 물론 밥 먹는 시간에도 빨리 빨리는 돈 버는 데는 큰 효과를 냈다.

이미 산업화되고 첨단 산업으로 옮겨가는 선진국들은 우리의 목표였지 경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30년 이상의 전 국민의 노력으로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 대국의 위치로 올라선 예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금에서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이 기간에 희생되고 가혹한 형벌을 견뎌낸 민주화 인사들의 불굴의 신념 또한 높이 사야 한다. 덕분에 우리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거의 같이 짧은 기간에 이룩해낸 나라로 세계에 인식되었다. 그러나 문화계는 이런 시민 의식이 결코 장기적 국가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문화를 이끌 만한 대표적 인물은 모두 정부의 탄압 대상이었던 시절에 재대로 기능하지 못했다.(여기까지 우리 현대사 부분은 독자의 평소 생각이고 독자 여러분께서는 오해 없으시길 양해를 구한다. 굳이 말하자면 저자의 베토벤 소개와 연관 지어 생각난 부분이다.)

“사람은 하루에 한 번은 노래를 듣고, 좋은 시를 읽고, 아름다운 그림을 봐야 한다”라고 괴테의 말을 인용한 저자의 언급대로 우리 인생에는 예술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예술 작품을 보고, 듣고, 느끼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감정을 마주한다. 형용할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이 흐르거나 온몸의 소름이 돋는 그 순간은 우리 인생의 새로운 조각이 된다. 그렇게 감정이, 더 나아가 나 자신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1장에서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운명〉 교향곡으로 베토벤을 처음 만났다고 밝힌다. 그때 마주한 웅장함과 두려움, 경이로움은 아직도 인생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순간이다. 아무 정보 없이 들은 음악에서 베토벤의 감정을 온전히 다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그때의 잊지 못할 순간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음악이 탄생한 배경부터 클래식이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순간, 솔리스트이자 음악 감독으로 활동 중인 저자가 직접 선별한 베토벤 베스트 연주 영상까지 책 한 권에 모두 모았다.

저자에 따르면 베토벤은 자신의 어린 시절 포부, 성장, 시련, 의지, 사랑을 음악에 담았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며 〈엘리제를 위하여〉를 작곡했고, 유서를 쓸 정도로 힘들었을 시기에는 〈영웅〉을 쓰며 삶의 의지를 다잡았다. 이전의 작곡가들과는 다르게 귀의 즐거움만을 위한 음악이 아닌, 의미와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낭만주의 음악이 탄생한 계기가 되었다.

클래식은 사실 어렵기만 한 음악이 아니다. 위트 있고 단순한 음악도 많다. 만약 짧은 곡이 좋다면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부터, 베토벤의 웅장함을 느끼고 싶다면 〈운명〉부터, 형식과 경계를 뛰어넘는 환희의 곡을 듣고 싶다면 〈합창〉부터 시작해 보자. 저자는 어느 곡을 들어도 베토벤에게, 더 나아가 클래식 음악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음악을 듣는 순간 밀려드는 감동과 경이로움이 나의 단조로운 일상을 가득 채워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이 클래식 음악 세계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는 베토벤의 작품이 타고난 재능에서 발휘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핍과 열등감, 고독한 운명에서 능력이 발휘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모든 순간은 음악이 되었고, 그렇게 인생이 담긴 그의 음악은 듣는 이에게 위로가, 때로는 용기가 된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베토벤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그것은 저자의 의도와는 약간 궤를 달리한다. 작곡가들도 사람이기에 이른바 '밥값'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베토벤의 아버지도 자신의 아들이 훗날 언젠가는 그의 할아버지처럼 궁정악장이 되길 소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베토벤에겐 안정적인 삶이나 사회적 지위보단 자유로운 삶이 중요했다. 오직 '자유와 진보'를 향한 예술을 위해, 예술가로서의 존엄성을 위해 일체의 속박 관계를 거부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난 더 이상 귀족들을 위해 작곡하지 않을거야.",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테니 당신들은 그저 귀만 기울이면 돼."라는 선언과도 같은 것이라고 한다. 1795년 3월 29일 빈에서의 데뷔 연주를 통해 베토벤은 이제 음악회는 소비자 중심에서 예술가 중심으로 재편되었음을 알렸고, 음악가 최초의 프리랜서 예술가의 출연을 선포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들으면서 읽는 베토벤〉라는 별도의 코너를 책 속 곳곳에 마련, QR코드를 통해 오케스트라 등 연주자들의 실제 연주 모습을 들려준다. 독자들의 책과 음악 읽기를 한층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안우성


클래식 음악과 인문학의 접점을 모색해 가고 있는 음악 감독. 독일과 영국에서 켄트 나가노 등 세계적 지휘자와 함께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국립음악대학교 석사 과정,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후 독일, 이탈리아, 영국에서 오페라 《마술피리》, 《어린이와 마법》, 《비밀 결혼》 등에 주역으로 출연했고, 독일에서 다수의 오라토리오 독창자 로 협연했다. 움베르토 조르다노 국제 콩쿠르, 루체로 레몬카발로 국제 콩쿠르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했고, 영국 오페라센터에서 주관한 ‘영 아티스트’에 선발되었다. 독일 뮌헨국립오페라단 오펀스튜디오 전속 솔리스트, 독일 프라이 부르크오페라단 객원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자는 삼성전자 임원 교육, 국민은행 독서클럽, 삼성금융연수원, 한국거래소 등 여러 단체에서 강연 활동을 이어 가며 일반인들에게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이 아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음악임을 강조한다. 특히 베토벤으로 클래식을 시작하기를 추천하는데, 베토벤 음악에는 고전주의, 낭만주의 음악의 특징뿐만 아니라 감정과 이야기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문화일보》에 클래식이 개인의 삶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 왔으며, 저서로는《남자의 클래식》이 있다. JTBC <톡파원 25시>, KBS <예썰의 전당>, MBC 인문학 강연 <스미다> 등 다수의 방송에 클래식 전문가로 출연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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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유쾌한 반란 - 아침마다 두근두근 설레는 당신의 노년을 위해
와다 히데키 지음, 김소영 옮김 / 지니의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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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이? 유쾌한 반란』은 인간의 나이듦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저자 와다 히데키가 고령자의 '노화 예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고령자 전문 의사'로 불릴 정도로 오랜 기간 고령자 치료를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노화 예방을 연구했다고 한다. 독자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름도 몰랐던 분인데 일본의 식습관이나 사고방식, 생활 양식, 신체 등 많은 부분에서 과 우리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의 고령자 치료와 연구 결과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자신의 치료·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노화 예방 방법을 「마음이 늙지 않는 삶의 방식」이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책에는 '마음이 늙지 않는 자세', '마음의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제 생각을 담았습니다. 마음의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젊은 거지만)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기대해 봅니다."(p.9) 

중년을 넘어 이제 노년으로 접어드는 대부분이 동의하겠지만, 스스로 나이를 의식하면서 자신에게 제동을 걸고, 그로 인해 마음과 행동의 자유를 빼앗겨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인식하는 노인의 모습이 되어간다. 이 책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자꾸만 늘어나는 노년의 세월을 두근두근거리며 생기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10년 전쯤 우리나라에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공식 발표에 온 나라가 잔치 분위기였다. 그것도 하루 이틀의 잔치가 아니었다. 수년 간 지속된 열광이었다. 옛 트로트가사가 다시 재조명되면서 이를 불렀던 가수는 일약 '국민가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대다수 국민을 열광시켰다. 불과 몇 년 전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는 말도 다시 기억나게 했다. 마치 천국에서 영생을 사는 사람들인 것처럼 들썩였다.

이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나 싶다.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으로 나라별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되자 세계가 마치 근대로 되돌아간 듯했다. 국경이 폐쇄되고 이동이 제한되었다. 집단 모임도 안 되고 식당 회합도 통제되었다. 스포츠나 예술 공연 관람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니 이젠 〈100세 시대〉 말은 쏘옥 들어갔고, 사람들은 이제 차분히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또 인구 절벽이라니······. (삶이란 참···) 힘들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죽음이나 노화는 누구나 피할 수 없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가진 숙명이다. 이는 진리이고 자연의 섭리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은 인구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 형국이다. IMF를 '졸업'하고 허리 좀 펴려 하니, 뉴밀레니엄 들자마자 출산율이 1.0 밑으로 떨어진다고 예고되고 있었다. 그때 우리들은 세계에서 인구밀도 1, 2위를 다투는 고밀도 국가인데 출산율이 조금 떨어진다고 나라가 어떻게 되겠어? 하는 정도로 인식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드는 나이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지금의 절반도 안 됐다는 옛날에도 성인들은 나이듦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도 나이에 맞는 생각이나 행동이 뒤따르지 못함을 지적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때의 두 배 이상의 수명을 가진 현대인들은 50세만 넘어서면 ‘이 나이에 무슨…’이라며 자신의 무기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로 나이 탓을 한다. 저자는 책에서 이런 자세를 ‘나이 주박’이라고 표현한다. 스스로 주술을 걸어 마음의 빗장을 걸고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이 탓은 자기 자유를 스스로 속박하는 저주인 셈이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을 유도한다. 이제 나잇값 못 하는 사람이 더 멋있어 보이는 시대라는 주장이다. 과거엔 나잇값을 못 한다고 하면 눈총을 받았지만 이제는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 같은 패션을 즐기고 스스럼없이 더 즐겁게 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나잇값을 잊고 젊은 마음으로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저자 나이도 60대 중반을 넘어 7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생활 속에서 매사에 나이를 자꾸 신경 쓰며 주저하는 자세, 즉 ‘나이 주박’은 마음은 물론 몸의 노화까지 가속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오랜 시간 6,000명 이상의 환자를 진찰해 오면서 그가 내린 결론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랜 연구와 임상을 통해 정리한 ‘마음이 늙지 않는 노년 생활의 노하우’가 정리되어 있다. 매일매일이 뻔하고 지루한 노년의 하루가 아니라 날마다 가슴 두근거리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깨어나는 제2의 청춘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 세월이 가는 건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무기력한 늙은이가 될지, 젊은 마음으로 생생하면서도 성숙한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삶을 살아갈지는 선택의 문제임을 깨달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직업상 환자 중에서 매년 100명 정도의 검사 결과를 들고 살핀다. 85세가 지나면 알츠하이머형 변성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치매 예방을 위해 튼튼한 다리로 많이 걷고 뇌를 쓰려는 노력이 효과 있지만, 시기를 늦출 수는 있어도 아예 막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유일하게 늙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마음뿐이다. 오랫동안 많은 고령자를 관찰하면서 느낀 점이다. 아니에 비해 외모도 젊고 목과 머리 모두 정정한데 생각이 늙은 분들이 꽤 있다. 개인차가 있지만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얼굴에 주름이 늘고 등도 구부정해지고 뇌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늙는다느 건 그런 기능적인 게 아니다. 장담컨대 외모나 체력은 늙어도 마음이 늙지 않으면 젊게 살 수 있다. 그래서 사실 나이란 건 별 소용이 없다. 

저자는 어느 노년의 의학자의 말을 인용한다. 노인을 '65세 이상'이라는 나이로 규정짓는 게 아니라 '상위 10%'라는 식으로 구분 짓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90%나 되는 사람이 자신보다 젊으면 본인을 노인이라고 느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로의 날 일본인 중 '9.9%가 80세 이상'이라고 발표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렇게 본다면 80세 이상이 노인인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잘 알고 있지만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었다. 당연히 노인의 삶과 관련한 사회적 경험과 노하우가 잘 발달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잘사는 일본도 노인복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노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신체적인 부분보다는 정신적인 부분, 즉 노년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관해 이야기한다. 대개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기 때문이다. 신체 노화보다 정신적인 노화가 먼저 찾아오는 만큼, 젊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나이 탓을 하다 보면 점차 마음의 자유를 넘어 행동의 자유마저 브레이크가 걸린다고 말한다. 이러한 마음의 노화는 몸의 노화를 가속하고 현실의 인생을 점점 늙게 만든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으므로 자신이 스스로 건 잠금장치를 풀고 마음의 자유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마음이 늙지 않는 자세, 마음의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생생한 노년의 심리 및 몸의 변화 이야기와 함께 담겨 있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노년의 삶이지만, 누구에게나 닥친다. 행복한 노년의 삶을 꿈꾸고 있다면 미리 이 책으로 준비해 볼 것을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 〈노화를 못 박아 버리는 나이의 주박〉, 1장 〈실제 나이? 의미 없다〉, 2장 〈‘마음의 노화’란 무엇인가?〉, 3장 〈마음은 신체보다 빨리 늙기 시작한다〉, 4장 〈꼰대의 정체〉, 5장 〈늙은 고독에는 불행만 있을까〉, 6장 〈해 보고 싶은 일은 아직도 많다〉, 7장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삶을 택해라〉, 에필로그 〈해맑게 나이 드는 비결〉 등이다. 책은 각 장(章)의 제목에 세부 항목의 제목을 따로 갖고 있으며, 세부 항목은 장의 제목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또 이 책은 각 장의 주제를 뽑아 주문(註文)을 첫머리에 두고 있다. 프롤로그의 경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는다. 거부할 수 없다. 나이에 따라 나잇값이라는 것도 따라붙어 우리 행동과 자유를 구속한다. 그러나 나이의 척도는 해마다 더해지는 숫자에 있지 않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이 마음에 따라 나이는 고무줄처럼 탄력이 생긴다."(p.16)는 주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삶의 의지는 나이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인 것이 '마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프롤로그 두 번째 항목 「마음이 나이를 먹으면 몸도 빨리 늙는다」에서 '주박'이라는 용어의 구체적 설명을 한다. "웬지 진부하게 느껴지는 '주박'이라는 말은 '주술을 걸어 마음의 자유를 빼앗는 것'을 뜻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심리적으로 강요하여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다. 원래는 타인이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 사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이동을 자숙하도록 한 것이 바로 주박이라는 저자는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당시는 결과적으로 주위에서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을 자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사회의 주박이 풀렸는데도 사람이 많은 곳이나 약간의 감기 기운에도 스스로 다시 옥죄기도 한다. 자승자박하는 꼴의 엔딩이다. 

나이도 마찬가지로 종종 자신에게 주술을 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꾸만 나이를 꺼내 '먹을 만큼 먹었잖아.'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마음의 자유를 빼앗긴다. 이런 상태를 '마음의 노화'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몸의 나이는 모를 수 없다. 체력이 눈에 띄게 쇠퇴하거나 능력이 떨어졌을 때 스스로 깨닫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몸의 감각을 통해 '아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실감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몸의 감각을 통해 노화를 자각하고 실감하면 마음의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몸은 똑같이 노화하더라도 마음이 젊은 사람은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몸의 노화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1장엔 「이런 게 청춘이다」, 「실제 나이는 의미 없는 시대」, 「노인은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실제 나이의 단점만 자꾸 눈에 밟힌다」, 「마음의 노화가 느껴지지 않으면 청춘이다」, 「마음이 늙은 젊은이들」, 「기왕이면 젊은 게 좋다」, 「이제 자유는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나」 등 8개의 세부 항목이 있다. 1장의 주문은 "'몇 살이세요?'라는 질문에서 자신을 해방시키자. 실제 나이가 의미 없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젊고 건강한 것은 몸과 체력에 국한된 말이 아님도 안다. 마음이 늙지 않도록 가꿔야 한다. 지금부터 찾아 나서자."(p.32)이다. 

먼저 「마음의 노화가 느껴지지 않으면 청춘이다」라는 세부 항목의 글을 살펴본다. 일본과 우리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점은 동양 최초로 일찍 근대화를 이뤘고, 선진국에 가장 먼저 입성한 일본과 해방 후에야 비로소 근대화를 시작한 한국과 70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 뿐이다. 이후 과정이 거의 비슷하고 현재의 상황에선 일본의 약간 앞섰다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냈기에 빠르게 일본을 따라 잡았다. 책에 따르면 평균 수명이 높아지니 엄청난 장점도 생겼다. 사람들은 의외로 이 장점을 간과한다. 그건 무슨 일을 시작하든 '이미 늦었어.'라거나 '지금 시작해 봤자 되겠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60대였던 시대에는 그 나이부터 거꾸로 계산해 대부분 '30대 안에', 혹은 '40대까지는'이라는 기한을 두었다. 커리어를 쌓거나 나아갈 길을 정하는 중요한 길목에서 '25세까지는 정해야지.'라는 식으로 나이 제한을 두는 사람도 있었다. 취미 생활이나 공부할 때도 그랬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해야지.'라는 의식이 누구에게나 있었다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못 따라가고 몸도 굳으니까 뭔가를 시작하려면 젊을 때 하는 게 좋지.'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고작 30대나 40대에 '지금부터 하면 늦어.'라거나 '조금 더 젊었더라면.'이라며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70, 80대에도 아직 건강한 사람이 당연해지고 일도 70대까지 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은 시대가 되니 나이 제한의 의미가 없어졌다. 적어도 전보다는 훨씬 뒷세대로 늘려도 될 것 같다. 정년퇴직하고 60대 후반이되어서 예전에는 일이 바빠 포기했던 분야를 배우러 대학이나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는 사실은 저자는 내세운다. 독자도 이 부분에 공감한다.

요즘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부각했지만 일본은 훨씬 전 이 문제에 부딪쳤다. 물론 아직도 이 문제는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고령자 전문 의사인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오랜 기간 환자 치료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오랫동안 많은 경험이 고령자들의 고독사의 원인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5장 〈늙은 고독에는 불행만 있을까〉의 일곱 번째 항목 「혼자 가는 인생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빨리 알아라」에서 고령자 고독과 고독사 문제를 언급한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 친구의 숫자가 많건 적건 아무런 상관없다고 전제한다. 그러므로 속마음을 자유롭게 나누며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친구가 한두 명 있으면 충분하다고 마음을 바꿔 보라는 것. 그러면 친구가 많으니 적으니, 얼마나 인맥이 넓은지 가늠할 때보다 훨씬 더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이가 들면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난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은 물론이고 동년배 친구도 예외는 없다. 부부 사이에도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떠나고 자녀들과도 점점 멀어진다. 아니면 자신의 몸이 불편해져서 외출할 수 없거나 모임에 나가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자연스레 친구와 멀어지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고독이 외롭다는 건 당연하지만, 그때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자유의 맛을 보게 될 거라는 기대로 즐거울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고독해진다. 그 고독이 가져올 홀가분한 자유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조직이나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조금씩 실천하려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친구가 생기거나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까지 스스로 차단할 필요는 없다. 집에 틀어박혀 혼자서만 있으려고 하지 않는 한 어떠한 인간관계는 생겨난다고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은 고령층이 아니라 고령층이 될 누구든지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 : 와다 히데키(わだ ひでき, 和田 秀樹)

중장년층을 전문으로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의학부 부속병원 정신신경과 조수로 근무했으며,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학교에서 국제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인 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로 30여 년 동안 노인 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며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현재는 ‘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 원장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에서 고령자 의학, 노년 의학 전공으로 임상 경험을 했다. 노인전문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매일 다양한 질환의 중장년층의 환자를 접하고 수천 장의 뇌 사진을 분석한 결과, 감정이 인간의 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 책에서 그는 의욕, 여유, 감정전환, 기억력 등의 다양한 차원을 통해 인간이 노화에서 승리하는 법, 감정 노화를 방지하는 법 등 구체적이고 생생한 해결책을 알려준다. 주된 저서로는 『80세의 벽』, 『치매의 벽』, 『70세의 정답』, 『노년의 품격』, 『늙지 않는 뇌의 비밀』 등이 있다.


저자 : 김소영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여 다른 나라 말로 쓰인 책의 재미를 우리나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번역을 시작했다. 다양한 일본 책을 우리나라 독자에게 전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더 많은 책을 소개하고자 힘쓰고 있다. 현재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초등 수학 부모가 가르쳐라!』, 『처음 시작하는 천체 관측』, 『재밌어서 밤새 읽는 유전자 이야기』, 『컨디션만 관리했을 뿐인데』, 『슬기로운 수학 생활』, 『심리학 용어 도감』, 『논리 머리 만들기』,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수학 이야기:베스트 편』, 『30분 통계학』, 『레이스 키리에』, 『프란츠 리스트』, 『재밌어서 밤새 읽는 공룡 이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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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다
고동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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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F 소설'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약칭(SF)으로 쓰이니 우리말로는 과학 소설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과학적 사실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상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문학 장르이다. 과학소설(科學小說) 또는 SF 소설을 가리킨다. '대세'라고 할 만큼 문학 분야만 아니라 영화 등의 다른 매체들의 장르를 포괄하는 단어로 쓰인다. 과학 소설은 독자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공상 소설'이란 말을 더 자주 썼었던 것 같다. 이 책 『검은 바다』는 가까운 미래, 아열대 기후로 변한 한반도를 무대로 펼쳐지는 SF소설이다. 

저자 고동현은 작품의 〈프롤로그〉를 통해 바닷속 환경과 생물체에 대한 묘사를 먼저 한다. 기이한 느낌의 묘사는 매우 신비하기도 하지만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입도 항문도 없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배설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것은 하루에 2밀리미터씩 자란다. 다 자란 것은 3미터가 넘기도 한다. 이것을 만나려면 한없이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가야 한다. 천천히 심해를 향해, 온몸으로 심연을 맞아들여야 한다. 어둠을 두려워해서는 이것을 볼 수 없다. 바다의 수면에서 20미터만 아래로 가면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100미터까지 내려가면 아예 빛은 사라지고 만다. 태양 빛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생명체의 활발함은 더 이상 보이지 안흔다. 이제부터는 태양이 지배하는 영역이 아니다. 육지에서 감각되는 빛깔들은 무의미해진다."(p.4)

저자가 묘사한 심해 속 광경은 현실적이지 않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저자는 생물체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절대 암흑이 지배하는 곳, 유일한 빛은 일부 생물의 순간적인 자체 발광이다. 이곳에서 날카로운 것에 의해 팔을 벤다면 그것에서 흘러나오는 잿빛 피를 보아야 한다.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수압이 오른다. 잠수정이 개발되기까지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곳을 '무의식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생명체는 기이한 모습이다. 몸의 세 배가 넘는 긴 지느러미를 뻗어 다리 삼아 걸어 다니는 물고기, 우산 같은 촉수를 거느린 연체동물, 살이 투명해 내장과 뼈가 비치는 녀석들은 사체인지 생물인지 아니면 유령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 소설 작품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고립」, 2장 「혼란」, 3장 「부러진 노」, 4장 「어둠과의 악수」, 5장 「해 질 녘의 하루살이」, 6장 「관(管)벌레」, 7장 「어둠 속의 생명」, 8장 「검은 바다」 등이다. 마지막 장 「검은 바다」가 이 소설의 표제어가 되었다. 「검은 바다」는 작품 속에서 탈영한 인물 '강 대위'의 노트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강 대위를 찾아 나서는 해군 긴급구조특기대 소속 장교 강 중위가 주인공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話者)이기도 하다. 강 대위의 탈영 소식이 전해지자 강 중위는 C군도에 파견된다. 

이 소설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여서 마치 현실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후 변화 속 초대형 태풍과 쓰나미가 한반도를 휩쓴다. 소양강댐이 붕괴하고 한강이 범람하자 정부는 계엄령을 내린다. 소설 첫머리는 탈영한 강 대위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고 그가 실종된 곳에 강민 중위가 헬기를 타고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헬기가 꼬리를 틀며 수평선을 향해 날아갔다. 절벽 위해 내린 강민 중위는 먹구름 속으로 사라져 가는 헬기를 바라보았다. 검은 구름장 아래로 시커먼 바다가 죽은 듯이 잔잔했다. 추적거리는 비가 숨죽인 바다에 쉼 없이 내리고 있었다. 먹물처럼 번진 하늘과 바다는 수평선을 감추었다. 그는 헬기에서 받은 작전 명령서를 배낭에 넣었다."(p.10) 

강 중위는 그곳에서 거대한 기름띠가 초승달 형태로 펼쳐져 있고, 해변에서 20여 미터쯤 되는 높이의 절벽 등 스산한 풍경과 마주한다. 이곳에서 강 중위는 태풍을 맞아 험난한 길임을 예고한다. 다행히 고생 끝에 70~80미터쯤 되는 난파한 대형 범선을 마주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인데 "웬 범선?"이란 생각으로 배에 남은 사람들을 만난다. 비현실적이고 상식에 어긋나는 생각과 행동을 지녔다. 강 중위는 혼란을 겪다가 차츰 그들의 논리에 동화되어 간다. 인간은 재난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그 과정에서 희생자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지구를 전일적 생명체로 바라보는 세계관 속에서 그들의 충격적 과거가 하나씩 밝혀진다.

범선에 다가선 강민은 한 명의 여인 '마리'를 만나고 그의 소개로 범선과 범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을 정도로 낯을 익힌다. 음식과 술(보드카)을 나누고 안정을 찾은 강민은 작전 명령서 서류를 자세히 살핀다. "작전 지역 SN16-24. 유조선 자이언트호(號)가 침몰한 제주도 서북부로부터 12킬로미터 지점의 군도(群島). 군도의 모든 거주자는 섬을 떠난 상황. 동북쪽 암석 무인도에 배수량 4,000톤급 범선 발견. 한 명의 여자를 포함한 민간인 4~5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됨. 무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 통신망 사용 불가 지경. 김진혁 대위의 송수신기에 무전이 잡힌 곳. 김 대위의 실종 경위를 조사하고 민간인을 설득해 임시 보호소로 인도할 것. 나흘 후 수송용 헬기 도착 예정.(p.18)

아내를 찾기 위해 긴급구조특기대에 자원했던 강민에게 이번 임무는 의문투성이다. 강민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면서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려 노력한다. 미래를 예견한 듯 쓸쓸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아내. 그것이 그가 본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강민의 개인사가 하나 하나 저자의 묘사로 그려진다. 십일 년간의 군 생활을 접은 강 중위는 아내의 간청을 받아들여 남해안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 결호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사실 그는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배운 거라고는 어렸을 적부터 몸으로 익힌 고기잡이와 해군으로 복무하면서 배운 항해 기술뿐이었다. 고향 마을은 그다지 변한 게 없었다. 아내는 어촌에 살면서부터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녀가 태어난 동남아시아 섬나라로 되돌아온 양 야무지게 일하면서도 지친 기색이라곤 없었다. 생선의 배를 쉼없이 따고 말렸다. 그녀는 한국에서 받아왔던 낯선 시선을 더는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다.

봄인데도 후덥지근한 어느 일요일 아침. 강 중위가 일어났을 때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밤, 아내가 쓸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해상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마을이 흔들리자, 아내는 처음엔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다 초조해했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마침내 그녀는 모든 걸 체념한 듯 힘없이 누웠다. 해변을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강 중위는 포기하고 읍내를 향해 트럭을 몰았다. 뭔가 찜찜했고 왠지 모를 불안이 차올랐기에 그는 갑자기 차를 세웠다. 서둘러 집을 향해 차를 돌렸다. 때때로 말썽을 일으키던 트럭이 그날따라 말을 듣지 않았다. 펑크 난 타이어를 갈고 보닛을 손봐야 했다. 언덕을 넘어가려고 할 때였다. 수많은 증기기관차가 동시에 증기를 내뿜은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천둥소리는 아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였고 하늘에 번쩍임은 없었다. 이어 거센 파도 소리가 밀려왔다. 그 속에는 연달아 터뜨리는 비명이 섞여 있었다. 간신히 언덕을 넘어섰을 때 그는 넋 빠진 모습으로 마을을 둘러봐야 했다. 해안은 바다에 잠겼고 그 위로 뒤집힌 어선과 자동차, 기와지붕과 탁자, 냉장고 따위가 뒤섞여 떠다녔다. 강 중위는 자신이 들었던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설마, 해일이······. 

저자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지진, 쓰나미, 대홍수…. 인간은 그런 재난을 끔찍하게 여긴다. 하지만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가정해 보자. 그 생명체는 인간의 재난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단 한 번의 재채기? 가벼운 몸살? 반면, 인간보다 더 짧은 삶을 누리는 개체도 있다. 그것들은 또 다른 시각을 가진다. 인간이 겪는 평범한 일상이 그 존재에겐 종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가이아’ 이론을 관통한다. 그 이론은 지구를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찬란한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 과정의 본질은 무엇일까. 수많은 희생자는 단지 어두운 기억에 묻혀야 하는 걸까.

1장 「고립」의 각 장에는 제목 밑에 바다에 범선이 떠 있고, 그 밑에 〈- 김 대위의 노트 '검은 바다' 中〉이란 원전을 밝히며 성경처럼 귀절이 들어 있다. 1장 「고립」의 경우 다음과 같은 노트 내용이 소개된다. "태초에 태어난 생명을 생각해 보자. 당시 지구는 불안정한 대기에 싸여 있었고 화산과 지진이 서로 경쟁하듯 반발했다. 바다는 시커먼 입을 벌리며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삼킬 기세였다. 그곳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그리고 최악의 환경을 이겨내 왔다. 최초의 생명은 고립 그 자체였다. 어디로든 움직이려면 죽음의 도박을 받아들여야 했다. 2장 「혼란」에는 "척박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탄생한 생명체, 그것이 해야 했던 최초의 갈등은 무엇이었을까.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지한 순간부터 그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그대로 머문 것인가, 아니면 빛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라고 적혀 있다. 

4장 「어둠과의 악수」 아래에는 "생명은 어둠에서 시작한다. 어머니 자궁 또는 알 속에서 생명체가 제일 처음 먹는 것은 어둠이다. 그렇게 태어난 생명은 영원히 살 것처럼 바둥거리나 곧 깊이를 헤아리지 못할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생명은 단 한 번의 번쩍임을 위해 영겁의 어둠을 잉태한다. 

8장 「검은 바다」에서 드디어 생명이 바다속에서 나와 빛을 향해 나아간다. "태초에 태어난 생명체들은 끝없이 퍼져나갔다. 그들 대부분에게 산소는 치명적이었다. 내리쬐는 태양의 빛도 끔찍한 것이었다. 주위는 모두 검었다. 그러나 생명은 차츰 극복했고 해로운 환경을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어 냈다. 지금 있는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하며 변해가는 것, 그것이 생명이다."(p.228)

강 대위의 노트에 적힌 내용을 일부 발췌해 각 장의 표지에 적어 놓은 저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가이아 이론에 따른 생명의 진화를 책 속에 담은 것이다. 다소 성경처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있지만 인간은 바닷속 생명체에서 점차 바다 밖으로 나와 볼 수 없던 모든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에 맞게, 혹은 자신이 맞춰가며 진화해 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게 저자의 의도가 아닐까. 이유는 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인간은 결국 적응하고 극복하며 살아낼 것이란 점을 이 소설이 품은 뜻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빛은 어둠을 사르고 어둠은 빛을 삼킨다. 그 순환 속에서 생명은 순간의 반짝임이다. 생명의 본질은 어둠이며,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의 본질 또한 그러하다. 빚을 얻지 못한 생명은 절망하지만, 어둠이 없는 생명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난파한 범선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자 사연을 가졌으나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파두아라는 범선을 다시 움직여 항해하는 것이다. 그 욕망은 현실과 어긋나며 범선에 파국을 가져오지만·····.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생명의 기원, 극악한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시키며 살아왔음을 확인시킨다. "나는 한 방울의 물이다. 아주 오래전, 바다는 특이한 존재를 탄생시켰다. 그것은 스스로 움직였고 지구가 얼어붙거나 지글지글 끓는 동안에도 번식했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인내하며 지켜온 유전자는 그 어떤 물질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그 존재들은 다양한 생김새로 변했고 그것은 진정한 창조였다. 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포효를 그치지 않던 바다가 안정된 리듬을 보였다. 무엇이 불만이었을까. 그의 일부는 차츰 바다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계를 갈망했다. 그들의 힘은 놀라웠다. 무엇이든 꿈꾸는 대로 이루어내고 말았다. 그것을 위해 죽음도 불사했고 가혹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침내 최초로 바다에서 떠나기로 한 무리가 결심을 실행할 때였다. 나는 그들 중 하나의 몸에 실려 뭍으로 나왔다. 

나는 땅속 깊은 곳에서 이십억 년간 정화되었다가 바위 틈으로 새어 나왔고, 단 하루라는 삶의 주기를 가진 하루살이의 눈이기도 했고, 그것이 죽어 바람에 흩날리는 동안 기체가 되었다가,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다시 땅에 떨어져 고이기도 했고, 예쁘장한 꿩이 나를 삼키자, 그것의 피가 되어 일 년간 순환했고, 그것이 죽은 뒤엔 썩은 물의 일부가 되었고, 썩은 내를 맡고 몰려온 박테리아 무리가 꿩을 분해하는 동안 떡갈나무의 뿌리 밑으로 스며들었고, 뿌리를 타고 올라와 줄기의 수액이 되었고, 한 인간이 그 나무를 베기까지 팔십년 동안 그 속에 머물렀고, 이갈이하는 들쥐에 의해 그것이 흘리는 침과 하나가 되기도 했고, 곧 참애의 입에 들어가 그것의 내장 속을 떠돌았고, 그것을 총으로 쏘아 죽인 인간의 입속에 들어가 육십 년간 그의 심상이 일으키는 진동을 느끼며 머물렀다.

아프리카 한 사막에서 그 인간의 시체가 말라붙는 동안 뜨거운 햇살이 내 몸을 조각조각 분해했다. 나는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곳에서 솜털 구름이 되었다가 적란운이 되기도 했고 태양을 가릴 때면 먹구름으로 변했다.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던 날 나, 아닌 구름은 갈가리 찢겼고 그중 한 조각의 일부분으로 남아 잇다가 차갑게 식으며 바다로 떨어졌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저자 : 고동현


성균관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IT 기술자로 10여 년 근무했다. 다니던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지자, 전공을 포기하고 어린 시절 꿈꾸었던 문학에 다시 손을 댔다. 그렇게 글 쓰는 삶으로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걸었다. 바라는 삶은 소박하다. 하루 책 한 권을 읽고, 네 시간 동안 글을 쓰며, 틈틈이 강아지와 산책을 즐기는 것이다.

2014년 전북일보 신춘 문예에 ‘청바지 백서’로 등단한 후, 오로지 글만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철도 문학상·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해양 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동인지·문예지·e-book·오디오북 등 다양한 경로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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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수명 100세 습관 - 오늘부터 시작하는
이가세 미치야 지음, 김현정 옮김 / 지식서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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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대한민국은 '100세 시대' 열풍에 휩싸였었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른 국민들의 호응이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100살을 산다는 것은 '꿈의 숫자'일 뿐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과 달리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다가왔기에 그 열풍은 뜨거웠었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바람이었다. 사실 당시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것도 평균 수명, 혹은 기대 수명을 참고로 정부가 '장수 국가'가 됐다는 발표를 쉽게 한 데서 비롯됐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야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오래 전에 잊혔던 트로트 가요 중 '100세 시대'의 가사가 적절했는지 리바이벌되며 국민들의 최애창곡이 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남성은 80대 초반, 여성의 경우 80대 중반까지 올라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평균 수명으로 본다면 '초고령 사회'가 된 것이다. 당연히 100세까지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100세 시대에 비판을 가할 수는 없다. 불멸은 아니더라도 장수는 누구나 원하는 바이니까. 

그러나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수입도 그만큼 줄어든 터라 '오래 살되 어떻게 살아야 하나?'란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또 저출산 문제는 오래된 숙제이기도 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은 자주 겪던 상황이긴 했지만 'MZ 세대'는 저소득 일자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집안에서 한두 명 낳은 자녀로서 넉넉한 상황에서 자랐기에 결핍의 괴로움을 겪지 않은 세대다. 그들은 곧바로 직장 포기, 집 포기, 결혼 포기 등의 현상으로 치달았다. 더욱이 결정적 한 방은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쳤다. 초고령화 시대가 되면 국가 입장에서는 노인 복지에 훨씬 많은 돈과 정책 마련을 해야 한다. 이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를 겪은 일본에서도 크게 사회문제화 되어 수많은 정책들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수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많은 돈을 들여 이 문제를 완화시키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외관상 이 문제는 덮어두고 당면 현안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 개혁' 정책은 실시되기도 전에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지방권 의사 정원을 늘려 지방에서의 의료 수준을 높이려고 한 것이 의료계의 반발을 사면서 기존 의료 인력마저 현장에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100세 시대 열풍은 찬물을 끼얹은 듯이 잠잠해졌다. 오히려 응급환자나 수술 환자 등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고독사도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 건강한 모습으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장수를 누릴 것으로 부풀었던 꿈은 산산조각났다. 이에 이젠 '100세 시대'란 말보다 '건강 100세'란 말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의학계의 말로는 아무리 건강한 육체라도 100세를 산다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것이다. 의학이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가능했지만 건강하게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희망이지 현실화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고령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설령 저출산이 아니더라도 비율적으로는 경제활동 인구 축소를 의미한다. 팬데믹 후 우리 사회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은 장수보다는 건강 생활로 옮겨간 것 같다. 최근에 건강한 몸 유지, 정신 건강 유지를 위한 책도 굉장히 많이 쏟아지고 있다. 하나같이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잘사는 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건강 생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이 먹을수록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무리 잘 먹어도 건강을 담보하지 않는다.

장수 국가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9.1%로 단연 세계 1위이다. 100세 이상 인구가 무려 9만 526명으로 일본 정부는 밝히고 있다. 이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2022년 기준). 그런데 건강한 상태로 사는 것을 의미하는 ‘건강 수명’은 이와 다르다. 남성은 72.68세, 여성은 75.38세여서 평균 수명에서 건강하지 않은 시간이 10년 정도 차이가 있다. 이 시간을 줄일 방법이 혹시 없을까? 이 책 『건강 수명 100세 습관』의 집필 취지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일본 항노화·예방의료의 선두 주자로 일컬어지는 저자 이가세 미치야는 에히메대학의학부속병원 항노화·예방의료센터장으로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현직 의사이다. 저자는 2006년부터 국립대학에 센터를 개설하고 4,0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며 노화라는 주제를 고민해 왔다고 한다. 그 결과 후기 노령화 사회에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분석해 ‘식사, 운동, 생활 습관, 뇌·정신 건강, 의료’라는 5가지 범주에서 쉽고 단순한 습관 100가지를 선별했다.
저자는 이 가운데 10가지를 필수로 하고 나머지는 흥미가 가는 대로 선택할 것을 권유한다. 부록으로는 증상별로 효과적인 습관을 정리했다. 저자에 따르면 여생을 누군가의 도움에 의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원인에는 고혈압, 뇌졸중, 심장질환, 암, 치매 등이 있다.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대사 증후군이라 하는데, 도미노처럼 연잇는다고 해서 ‘메타볼릭 도미노(metabolicdomino)’라고도 부른다. 노화 속도는 유전자와 생활 습관에 의해 사람마다 다르며, 유전자의 영향력은 25%에 불과하다. 즉 수명의 75%는 식사, 운동, 생활 방식 등을 종합한 ‘습관’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식사〉, 2부 〈운동〉, 3부 〈생활 습관〉, 4부 〈뇌·정신 건강〉, 5부 〈의료〉 등이다. 각 부에 모두 100장(章)으로 나뉘어 세심하게 기술돼 있다. 1부에서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육식을 선호하면서 내장지방, 고혈압,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함으로써 혈관이 노화되어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의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배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다’나 ‘등 푸른 생선을 먹는다’ 등 혈관 건강을 지키는 식사법에 중점을 준다. 2부는 나이 들수록 약해지는 근육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특히 대퇴사두근 근육량 감소는 동맥경화에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근력과 뼈의 노화를 막는 쉽고 간단한 운동을 소개하며, ‘균형력을 키운다’나 ‘하루에 4,000 보 이상 걷는다’를 강조한다. 3부에서는 자율신경의 건강이 혈관 건강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짚어준다. 혈액순환이 원활하면 혈액 속 노폐물과 피로물질이 사라져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 우울증과 치매 위험을 높이는 자율신경 불균형을 해소하는 올바른 생활 습관도 포함되어 있는데, 주요 습관으로는 ‘보청기를 끼고 대화한다’와 ‘꼼꼼히 양치한다’ 등이 있다.

4부 〈뇌·정신 건강〉’에서는 2025년에 되면 65세 이상의 20%가 치매를 겪을 것임을 예측하며, 치매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므로 결국 뇌를 건강하게 관리해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는 생활 습관 질병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한다. 좋은 습관으로는 ‘장내 환경을 개선한다’, ‘당당히 젊어 보이게 꾸민다’를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 저자는 오랜 의사 생활 동안 큰 병을 앓고 나면 건강 수명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실제로 많이 맞닥뜨렸으며, 의학과 치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예방의학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약은 최대 다섯 종류까지만 먹는다’, ‘마음에 안 드는 의사는 피한다’ 등 의료와 의사 활용 방법을 장(章)으로 나누어 개략적으로 서술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해서 식상한 표현이 되어버렸으나,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30년의 연구를 담은 이 책을 통해 ‘노화라는 강에 습관의 모래주머니를 쌓아’ 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스스로 건강을 지킴으로써 웃으면서 즐겁게, 행복감을 느끼며 매일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저자는 「60세 이후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제목의 〈서문〉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없어 특별한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을 '건강 수명'으로 정의한다. 일본인의 건강 수명은 남성이 72.68세, 여성이 75.38세이다(2022년 기준). 평균 수명과의 차이는 남성이 8.79년이고 여성은 12.19년이다. 저자는 장수하는 사람들 중에도 마지막 10년 전후에는 누워서 생활하거나 치매를 앓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인의 경우 순환기 질환(고혈압, 뇌졸중, 심질환과 악성 신생물(암), 치매 등 개호*가 필요한 질병의 이환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도의 의료 기술 덕분에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몸의 이곳저곳에 관을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이런 모습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냥 '100세까지 산다'는 것만으로도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저자는 노화 속도를 늦추고 건강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려 '건강하게 나이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개호(介護) : 곁에서 돌보아 줌.

**이환율(罹患率) : 병에 걸리는 비율.(독자 주)
책에 따르면 인간의 노화는 20대부터 시작되며, 40대 이후부터는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100세를 넘어 건강한 장수를 누릴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년기 즈음부터 앞서 언급한 '대사 증후군(메타볼릭 신드롬)'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사 증후군이 무서운 이유는 내장 지방형 비만을 시작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중성 지방 수치, 혈당 수치 등이 하나씩 하나씩 도미노가 쓰러지듯 연이어 악화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노화'를 유발하는 지표 중에는 '노쇠'라는 개념이 있다. 직역하면 '허약함'이란 뜻으로 장기 기능과 인지 기능, 의욕, 근력 등이 쇠해져 자립도가 떨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개호 전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개호를 필요로 하는 원인 중 1위가 치매이다. 2025년에는 고령자 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릴 것이라 예상되며, 메타볼릭 도미노나 암과 마찬가지로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이 건강한 장수를 누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이다. 저자는 암과 치매는 대사 증후군처럼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암도 일종의 생활 습관병이라는 주장이다. 암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 중에 대사 증후군의 인자와 공통된 것이 있으므로 식사와 운동, 생활 습관을 개선해 나간다면 암 발병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의사들이 개인의 노화도를 진단할 때는 ① 혈관 연령 ② 뇌·신경 기능 ③ 호르몬 분비 ④ 골 연령 ⑤ 근육량 등 5가지를 체크한다. 이 책 『건강 수명 100세 습관』에는 〈서문〉에서 간단히 설명하고 구체적 내용은 책 속의 각 장(章)에서 다룬다. 

① 혈관 연령 : 의사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 중에 '사람은 혈관과 함께 늙는다'는 말이 있다. 혈관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딱딱해지고 탄력성을 잃어 약해지는데, 이를 '동맥 경화'라고 한다. 또 혈액은 전신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혈관이 노화되면 혈액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몸 전체가 노화되고 만다. 혈관 노화를 늦추는 효과적인 방법은 '식사'와 '운동'이다. 

② 뇌·신경 기능 : 앞서 언급한 대로 치매는 노쇠를 초래하고 건강한 장수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다. 뇌와 신경의 기능을 산출하는 검사는 아주 많지만, 전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치매에 걸리면 현재의 의료 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한 까닭이다.
③ 호르몬 분비 : 노화와 호르몬 분비도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특히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운동 능력이 저하되며 시력 감퇴, 근련 저하, 의욕 저하 등이 일어난다.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는 연령의 증가 말고도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운동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여성 호르몬을 대신할 만한 물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습관' 눈여겨볼 것을 귀띔한다.

④ 골 연령 : 뼈는 한 번 생성되면 평생 변하지 않는 불변의 물질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뼈도 노화된다. 뼈의 밀도가 감소해 발병하는 것이 바로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되기 때문에, 골다공증은 고령자가 노쇠해지는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⑤ 근육량 : 근육량이 감소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한 발 서기' 자세를 1분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근육량과 골량이 감소했다는 것을 저자의 연구팀에서 밝혀냈다고 밝히고, 근육량이나 골량이 감소한 사람은 뇌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으며, 치매 전 단계(경도 인지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저자 : 이가세 미치야


에히메대학의학부속병원 항노화·예방의료센터장. 일본 에히메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순환기내과 의국에 입국해 수련을 받았다. 그 후 긴키중앙병원 순환기내과(연수의),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 고혈압혈관병센터(리서치 펠로), 에히메대학교 대학원 노년신경종합진료내과 특임 교수를 거쳐 2019년 4월부터 항노화·예방의료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6년 당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노화 예방(안티에이징) 분야를 연구하는 항노화센터(현 항노화·예방의료센터)를 국립대학에 개설한 뒤, 4천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며 항노화 의학 연구의 선두 주자로 자리잡았다. 일본고혈압학회, 일본순환기학회, 일본항노화의학회, 일본노년의학회 등 다수의 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장수를 위한 1분 한 발 서기』, 『혈압이 쑥쑥 내려간다! 8초 점프』, 『1분 점프 다이어트』 등이 있으며, 〈NHK 스페셜〉, 〈세계에서 제일 받고 싶은 수업〉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다. 설령 당신이 80세가 넘었다 해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아직 50세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 이른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지금’이니까.


역자 : 김현정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일통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북아연합(NEAR)에서 일본전문위원으로 근무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좋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판기획 및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정의중독》,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 《팬 베이스》, 《불멸의 과학책》, 《기적의 장 스트레칭》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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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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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줄 중견 작가들의 단편소설 수상집이다. 이 책은 김승옥문학상 수상자 7인이 한국 현대사 속에서 무명씨들이 삶을 이어가는 방식과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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