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건강한 섹스를 권장합니다 - 사랑 한번 제대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한완수 지음 / 라온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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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성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부정적인 혐오와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 게 균형을 잡아 주는 방법과 생애주기에 따라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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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건강한 섹스를 권장합니다 - 사랑 한번 제대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한완수 지음 / 라온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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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줄어든다는 뉴스를 접한 지 벌써 20년이 지난 것 같다. 출산율 저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처음이다. 노동집약적 사회였던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아이를 안 낳겠다는 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근대를 거쳐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20세기에는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은커녕 너무 출산율이 높아 후진국형 출산율이라고 해서 자녀 적게 낳기가 국가 시책으로 펼쳐지기도 했다.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 같지만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가 대세였다. 그러나 경제 사정은 좋아지고 있다는데 출산율이 너무 크게 줄어들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정치권과 정부의 정책에서도 '하나 더 낳기'가 장려되기도 했다. 정책권자들은 독신주의가 팽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또 조금 지나서는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 애 낳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제 성장보다 더 빨리 높아가는 소비 행태를 문제 삼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우려는 이렇듯 30년을 마땅한 대책 없이 걱정만 하다가 허송세월 했다.

세월은 무심한 듯 흘러만 가고 이젠 취업이 어려운 취준생들이 유행어처럼 입에 올렸던 '삼포' '오포'도 넘어 결혼은 꿈도 못 꿀 처지임을 자각한 20대 남성들의 취업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되고 있는 마당에 지금 경제인구의 감소도 문제다. 앞으로 인구 문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당분간(수십 년 간)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문제로 대두됐다. 사회가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근본 원인은 뭘까. 정책 입안자이든 연구자이든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불평과 함께 독신을 각오하는 모습이다. 겨우 겨우 결혼한 사람들에겐 이젠 이혼에 발목이 잡힌다. 이혼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실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인들의 의식에서 결혼 조건으로 애를 낳고 못 낳고는 문제가 아니다. 이혼 자체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니 문제다. 정보화 사회다 보니 예전 아날로그 식 사고방식이라고 아이 갖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출산과 결혼, 이혼 나아가 사랑엔 연결고리가 없는 걸까? 이 책 『당신의 건강한 섹스를 권장합니다』는 「사랑 한번 제대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사랑, 연애, 결혼, 아이 갖기 등 모든 문제를 '무(無)'에서 출발해 정확하게 진단하고 가장 좋은 해결책을 만들어 내자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독자는 생각하고 있다. 제목에 '섹스'라는 말은 다른 단어에 비해 시각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용한 듯 싶다. 즉 섹스에 관한 테크닉이나 섹스를 위한 건강, 섹스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섹스는 건강한 생활, 건강한 사회, 건강한 인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필수적인 요소다. 얻어지는 쾌락보다는 건강한 삶을 위한 도구로 다룬다.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사회의 기본이고, 국가는 거기에 기댄다. 나라의 유지나 발전도 건강한 국민이 기본적 요인이라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 한완수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상담심리 치료자이다. 그가 섹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쾌락의 섹스가 아닌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에서다.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데도, 왜 나는 공허하고 외로울까? 사랑이 무서워서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 사랑의 열정이 식어버린 당신 그리고 서로가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린 커플, 다시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 커플, 이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저자 방식의 해답을 내놓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에 따르면 이미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다. 이 속에 담긴 의미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가 주체인 삶을 살아가자’일 것이다. 그리고 연애가 필수인 만큼 결국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누군가와 함께 맞추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혼자 지내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다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망설임을 느낀다. 더불어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거나, 상처받을까 봐 두렵거나, 지금의 관계에 자신이 없거나,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등 남녀 관계와 감정은 정답이 없어 더욱 어렵다. 이는 오래된 연인, 중년 부부들도 마찬가지다. 10년을 만나고, 30년을 함께 살면서도 마음의 틈을 메우지 못하는 커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양성 평등한 사회 속에서 사랑 한번 제대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남녀의 균형, 정서적으로 필요한 공감의 기술부터 성적 커뮤니케이션 비법과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 가치관 확립 방법까지 담고 있다. 또한 ‘남자는 이렇게, 여자는 이렇게’라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서로 공존하면서 행복한 사랑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집필 이유다. 세상이 빠르게 그리고 많이 변했다. 산업의 발전이 빨라지면서 비즈니스 시장이 변했고, 이에 따라 부와 직업에 관한 시선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퍼스널 브랜딩, 워라밸, 자기 계발 등 일상과 꿈을 이루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콘텐츠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했고, 특히 연인과 부부간에 사랑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 대해 여성도 자유롭게 주도하고 표현하는 시대가 됐다.

 


 

저자는 결혼하고 동두천에 자리 잡아 살면서 미군 범죄와 성폭력 등을 목격하고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에 뛰어들었고, 이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가족부 젠더폭력 통합강사로 오랫동안 성 상담과 성교육, 성 치료와 양성평등 교육을 해왔다. 또한 서로가 만족하는 양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복한 커플 라이프, 행복한 인간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이 태어나 궁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과 만족도는 관계에서 오는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가 함께하며 사랑할 수 있을 때 비소로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다양한 사랑과 성 상담 사례를 통해 알게 된 일과 사랑, 부부생활 등 복잡하게 얽힌 감정 문제를 해결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며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또한 젠더 감수성에 기반한 대화와 소통법, 남녀 모두가 만족하는 평등한 사랑법을 알려준다. 행복한 부모에게서 행복한 아이가 자라듯,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커플이 되고, 행복한 커플이 행복한 삶도, 미래도 누릴 수 있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사랑도 행복도 우리 손안에 있다〉, 2부 〈우리의 성 리부트가 필요하다〉, 3부 〈평등한 만남과 평등한 이별〉이다. 1부에는 1장 「우리에겐 사랑 추구권이 있다」, 2장 「가깝고도 먼 남녀, 그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이 있다. 2부에는 3장 「섹스 라이프가 ‘굿 럭’이 되도록」와 4장 「생애주기별로 보는 사랑의 기술」을 알아본다. 또 3부는 5장 「젠더 권력을 버리고 평등한 관계를 위하여」, 6장 「건강하게 사랑하고 건강하게 헤어지기」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에는 각각 2개의 장(章)이 있다. 모두 6개의 장이다.

 


 

저자는 '프롤로그' 「사랑은 뜨겁게, 이별은 쿨하게」를 통해 "코로나19를 겪으며 모두가 힘들고 지친 삶을 이끌고 있고, 그 후유증 속에서 더욱 어렵고 팍팍한 세상이 되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시대가 변한 만큼 모든 것이 변해야 살아남는다." 고 전제하고, 이제는 한국 사회도 성에 대한 대변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젠더 갈등이라는 말에 가려진 남녀 갈라치기부터, 수많은 젠더 기반 폭력으로부터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며, 또한 정치적으로도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와 함께 남녀가 함께 상생, 공존하면서 무엇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알아야 하고 또한 서로가 존중받고 존경하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행복하게 잘 살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다고 역설한다. 밋밋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멋진 삶을 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커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사랑과 성에 관한 성 심리학적 관점에서 남녀의 사랑은 당연히 행복해야 하는데도 왜 밋밋하고 행복하지 않은지,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원화 시대 속에서 다양성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우리인데, 이런저런 사랑 이야기가 왜 그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왜 우리에게 사랑과 성에 대한 리부트가 왜 필요한지 여러 상담 사례를 통해 원인과 대처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생물학적 관점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사랑의 기술과 꼭 필요한 정보들을 담았다. 3부에서는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젠더가 중요한 이유 그리고 젠더 감수성을 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뜨겁게 사랑하고 쿨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랑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멋지게 살고 싶다면 삶 속에서 지혜로운 도전, 즉 ‘사랑과 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정체된 감정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혹시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새롭고 즐거운,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기 바란다고 다시 한 번 언급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식욕의 중요성에 비하여 성욕의 중요성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여러 방면으로 인간의 성욕을 더러운 것으로 간주하여 거부한 결과, 성욕은 비정상적인 통로로 배출되거나 과도하게 억압된 성적 욕구가 종교적 광신이나 테러리즘, 사디즘적 배타주의 같은 형태로 대리 표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많은 현대인을 괴롭히고 있는 각종 노이로제, 우울증, 신경성 질환들은 성욕의 충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심리적 도피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성욕은 식욕보다 더 중요하고,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근원적인 생명력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자기 인생을 위해 자신의 성과 상대의 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민감한 성감대를 찾아주고 몸으로 하는 대화인 성적 커뮤니케이션에 공을 들일 때, 상대를 향해 몸과 마음이 둘 다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p.115)

 


 

지금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자신이 그 사랑에 빠진 원인을 찾아보자. 그리고 절대로 헤어지지 못하겠다면 치열하게 사랑하고, 지금의 상대를 놔주는 것도 한 방법이고 사랑이다. 어떤 이유로든 혼외 관계나 외도, 상대의 마음 떠남이 갈등의 원인이라면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고 가야 한다. 만약 노력했지만 안 될 경우 이혼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깨끗이 이혼하라. 사랑이 움직이는 대로 가라고 상대를 놔주는 것도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죽어도 안 돼’라거나 기다릴 수 있다면 기다려줄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상대가 왜 마음이 멀어졌는지 원인을 찾아 서서히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며 대화로 풀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의 시간을 보내고도 여전하다면 쿨하게 이별을 준비하라. 살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남과 이별을 경험할 수 있다. 서로가 함께하는 동안 배려하고 존중하며 진심을 다한다면, 헤어지고자 할 때도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서로에게 확인하면 될 것이다. 혹여 일상 속에서 공기처럼 스며들었던, 서로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어떤 권력관계가 있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p.242)

 

저자 : 한완수

 

사회복지학 석사, 상담심리치료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성 관련 전문가, 교육자, 상담사, 칼럼니스트, 치료자(섹스테라피)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 이사, 동두천시사회복지협의회 대표이사, 한국성건강센터 대표, 아이들웃음터지역아동센터 대표,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젠더폭력통합 강사, 서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호원대학교, 중부대학교 대학원, 신한대학교 교수 등으로 활동 중이다. 성매매특별법 피해자 인권을 위해 〈경기북부 성매매 실태보고서(2004)〉를 작성했고, 논문으로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성에 관한 성인식 및 성 태도에 관한 연구(2009)”, “미혼 남·여 20~30대 청년들의 성(Sexuality) 인식 태도와 데이트 폭력성과 젠더 감수성의 조절 관계를 연구(2019)”가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인간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를 중요하게 여기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아름답고 멋진 삶을 위해 사랑을 다시 리부트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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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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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는 사람으로 종종 오해받지만, 방구석에서 꿋꿋하게 일도 하고 꿈도 꾸는 프리랜서 이야기가 독자들의 삶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주고 감사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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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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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 책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을 읽기로 결정한 이유는 제목처럼 취업을 못해 집에서 취준생 시절을 겪어서었다. 그때 주변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물을 때 어머니는 늘 "모르겠어요. 어디 들어간다고 큰소리만 치지 저렇게 있네요." 하며 웃었었다. 작가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공부하는 동안 주위 사람들의 잦은 질문에 답하느라 그랬지만 당사자인 독자에게는 영 마뜩찮은 느낌이었다. 독자의 경우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집에만 있으니 노는 줄 알아요'쯤 됐을 것 같다. 사실 일을 한다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회사든 어디든 나가서 일 끝난 후 들어와 쉰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어머니 말도 맞는 말이긴 했다. 작가 지망생이 아니어서 집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지 않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실업자(집에서 무위도식하며 노는 사람)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지니는 작가였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노는 줄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저자 역시 놀기는커녕 누구 못지않은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아니, 어쩌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노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돈 버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어서 지금 시대는 더욱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지금처럼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고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사는 모습을 상상도 못했던 지난날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남들 눈에 ‘루저’로 보였던 프리랜서 작가가 지금은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살게 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옛날에는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라면 글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저자는 그렇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고 책을 출간하고, 도서관 글쓰기 수업 및 동기부여 강연 등으로 많은 분과 삶을 나누고 있다고 하니 어쩌면 '성공한' 삶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작가가 주장하는 '그저 그런 하루'를 보냈던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글 쓰는 작가가 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글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논밭 일구듯 한다고 해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노동을 하면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노력하면 반드시 댓가는 나오는 법. 이제 저자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할 정도로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으니 예전 같은 마음 고생은 덜었을 것이다. 독자로서 축하하고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그런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희망과 굳은 신념으로 일궈낸 성과이기에 글쓰기의 어려움, 글 써서 먹고 산다는 사회적 책임감까지 짊어진다는 것이니 앞으로도 마음 고생은 어떤 의미에서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만, 저자의 굳센 믿음은 결코 저버리지 않는 힘을 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본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부적으로 굉장히 많겠지만 이 책의 집필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오늘'이 모인다면, 우리의 인생이 빛나는 마법이 실제로 펼쳐진다는 사실을 분명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책은 이번이 첫 출간이 아니다. 전작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를 읽어본 독자로서는 그 책을 읽을 때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작가는 원래 자유업에 속하는 직종이다. 글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돈 방석(?)에도 앉을 수도 있고, 책이 안 팔리면 말 그대로 굶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란 뜻이다. 지금이야 경제 사정이 좋아 책 한 권 사는 것을 집앞 골목길 구멍가게에서 사탕 사먹는 정도로 생각할 때이다. 잘 쓴 책은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빈약한 내용도 편집 인쇄의 힘을 빌어 아주 훌륭한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책 한 권 사보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내가 심심해서 SNS 하는 거로 보이니?」라는 반박 성명 같은 글을 썼다. 다 글쓰고 책 내고, 잘 알리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집에만 있는 것으로 흉본다는 것은 사실 농담 아니면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의 말로 치부할 수도 있을 이야기다. 저자는 경험을 이야기로 잘 쓴다. 글을 많이 써본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이다. 저자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하는 이유는 글 쓰는 게 즐거워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내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프리랜서는 가장 중요한 게 뭐니뭐니해도 '셀프 홍보'라는 저자의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책 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책 파는 일이라는 말이다.

저자의 항변은 이유 있다. 글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무명인 자신을, 자신의 책을 알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란다.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진정성이 믿겨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 책은 가벼운 읽을거리, 에피소드 중심이지만 일부러 웃기기 위해, 독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애쓰는 일은 거의 없다. 책 어디에서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 책도 "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비상구'이기도 하고, 나 같은 누명을 뒤집어쓴 채 살아가는 전국의 수많은 프리랜서 작가님들의 '대변인' 역할로 쓴다. 물론 억울한 만큼 글로 쏟아낸다면 재미없겠지. 방구석에서 일할지라도 더 큰 꿈을 향해 전진하는 '긍정녀'의 모습도 담겨 있으니 기대하시라." 정말 어여쁜 호소다. 웃음과 유쾌함 상쾌함을 함께 담은 이 책에서 독자들은 책을 읽는 순간부터 책을 놓을 때까지 잔잔한 미소가 계속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부 〈별일인 듯, 별일 아닌, 별일 같은 일〉, 3부 〈방구석에서 얻은 깨달음〉, 4부 〈방구석에서 꾸는 꿈〉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목처럼 자기 소개와 에피소드, 황당하기도 웃기기도 한 일, 삶의 깨달음과 꿈 등을 파트 별로 나뉘어 담았다. 1부에서는 「무엇에 미쳐본 적이 있다는 건 미래가 건강하다는 의미」라는 제목에서 일상의 아침을 그린다.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글감으로 글을 쓸지 생각한다. 글감이나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스치기라도 하면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한다.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이다 싶으면 메모한다. 글쓰기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 덕질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쓰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다. 메모장을 채울 때마다, 메모장에 쌓인 글을 제대로 된 한 편의 글로 완성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저자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수식어도 없이 화려한 단어도 없이 무미건조한 일상을 무미건조한 단어로 써내린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느끼는 희열은 화려한 수식어로 장식된 미사여구보다 힘 있고 진정성이 드러나 참 좋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독자에게 "당신의 자녀나 주위 친구가 무언가에 심하게 빠졌다면, '아, 저 정도의 열정이라면 훗날 자신의 길을 만났을 때 포기하지 않겠구나, 끝까지 나아가겠구나'라고 좋게 생각해 주기를 당부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자신의 말대로 역시 '긍정녀'다.

 


 

‘지금은 유명하지 않으니까 싫고, 나중에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때는 누구를 만나든 내 본업을 밝힐래’라는 생각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통장에 찍힌 인세 금액을 보며 기쁨의 춤을 출 일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내 글이 좋고, 많은 분께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니 그걸로 족하다. 무엇보다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지금이 좋고, 도서관 글쓰기 수업 및 동기부여 강연 등으로 많은 분과 삶을 나누는 요즘이 더없이 행복하다.(p.176)

 

저자 : 이지니

 

2022년,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다. (하지만 어젯밤에도 홈쇼핑 광고에 금세 결제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생후 18개월이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 청소를 마치면 곧장 서재로 출근한다. 정확히 말하면 거실, 부엌, 화장실 모두 그녀의 작업 공간이다. 노트북이 있는 서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집안 곳곳에서 글을 읽거나 쓰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다들 시간이 많은 줄 안다. (실상은 육아만으로도 바빠서 ‘짬’조차 내기 어렵다) 그녀는 일도 하고 나라에 세금도 내지만 말하지 않으면 집에서 노는 줄 아는 프리랜서다. 그래서 티 좀 내려고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단다. 그 외 저서로는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영심이, 널 안아줄게』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외 3권의 전자책이 있다.

블로그 '이지니의 글쓰기 놀이터'

인스타그램 @leejinny_write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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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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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사생관이 확 바뀌는, 현대인을 위한 생물학 입문서이다. 인류의 기원, 탄생과 죽음을 진화론적 접근법으로 죽음에 대한 천착하여 밝혀낸 ‘인간‘의 모든 것, 그리고 비밀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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