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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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등장은 20년 전만 해도 '먼 미래'로 예측했었다. 사실 인공지능이 체스를 이기고 바둑에 도전할 당시에도, 바둑과 체스는 다른 것이라며 우리나라 이세돌 선수에게 쉽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알파고가 등장하고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5전 4승 1패로 승부를 가르자,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렇게 빠른가? 하고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바둑은 한 경기를 하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변화가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공지능과의 대전을 계기로 시간과의 싸움은 무의미해졌다. 사실 바둑 알파고의 발전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발전이 가능했고, 걸리는 시간은 상상 이외로 짧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축적된 인공지능 바둑은 자체적으로 하루에 3만판의 시험 대국을 자체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쉽게 표현해 전원을 켜고 스위치만 누르면 하루 3만 판을 두고 자료를 축적해 나간다니 아무리 뛰어난 바둑 기사라 해도 일생 둔 대국 수가 3만 판에도 못 미칠 텐데...

이젠 바둑은 인공지능에게 배우고 있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자체 발전 능력은 인간이 제어할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 시간 문제란 이야기다. 이런 지능에다 인간의 생체와 비슷한 로봇만 만들어 낸다면 둘을 결합시켜 영원히 죽지 않는 인공지능 로봇, 즉 '인공지능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이 문제는 당장 산업계부터 시작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윤리와 도덕, 인간의 존엄성을 앞세워 인공지능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게 세계 과학계의 시각인 것 같다. 계속 개발한다면 인공지능 시대가 아닌 인공지능 로봇이 주인이 되고 인간은 거기에 종속되어 생명을 유지하다 결국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인류 최악의 재앙을 맞을 준비를 스스로 하는 격이 된다. 상상력의 최대 집합계인 문학계도 엄청난 지능과 과학기술을 동원해 SF 소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지금은 SF의 시대다.

 


 

이 책 『나는 인간입니다』는 우리가 얼마 전까지 즐겨 읽고 보았던 '좀비(시체 인간)'와 첨단 과학이 좀더 발전된 양상을 띠는 소설이다. SF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출판하며 그 외연을 넓히고 있는 그래비티북스가 펴낸 두 번째 장르소설이라고 한다. 그래비티북스는 2019 SF어워드 우수상 수상작인 박문영 작가의 『지상의 여자들』, 2020 SF어워드 대상 수상작인 이경희 작가의 『테세우스의 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및 2020 SF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무너진 다리』 등 과학 및 첨단 기술문명과 문학이 결합된 한국 SF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뚝심 있게 출간해 왔다. 독자도 우리나라 과학과 기술 문명이 이 정도로 발달돼 있나를 '좀비 책'과 '좀비 영상'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소설은 대표적인 좀비 영화 〈부산행〉과 같이 그 외피는 공포·호러판타지 소설이지만, 작품이 내포한 내용과 주제는 가족소설이며 휴먼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좀비소설이나 좀비영화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좀비를 다룬 작품들이 인간이 주인공이요, 좀비들은 인간의 반대편에 선, 제거해야 할 주적의 위치에 서 있다면, 『나는 인간입니다』는 인간이 아닌 좀비가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장은 아파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 성별·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그렇다.” 이 소설은 그런 가장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이 괴물이 되어 버렸다. 주인공은 괴물이 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면서도, 자신만은 괴물이 되어 버린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본능과도 같이 사라진 아내와 아이들을 찾으러 길을 떠나지만, 가족을 찾아 나선 주인공은 인간 사회에도, 괴물인 ‘그들’ 사이에도 섞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외피적으로 좀비를 다룬 작품이니 호러물이다. 하지만 호러물임에도 저자 원장경은 좀비가 창궐한 아포칼립스 세상을 억지로 무섭게 묘사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내포한 주제로 보아 가족물임에도 저자는 억지로 눈물을 뽑아내려 하지 않는다. 장르물로서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또한 뻔하지 않다. 이 소설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영상 문학에 단련되어 있는 저자의 이력은 소설 속의 장면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듯 볼 수 있는 문장으로 묘사한다.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독자는 느낀다. 읽어가면서 그저 눈앞에 떠오르는 풍경 속에서 호흡하고, 느끼면 된다. 그렇게 그저 자연스럽게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주인공이 보는 것을 보고, 그가 느끼는 것을 느끼고, 그의 고통과 절망을 가슴 아파하고, 그가 다시 일어서기를 온힘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가슴 가장 깊숙한 곳,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지니고 있던 것, 사랑과 휴머니티(인간애)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몰입의 정도가 조금 더 나아가면 급기야 아프도록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그저 살아내고 있던 자기 자신을 힘껏 응원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살았고, 살아내왔기 때문에 독자들의 주인공 좀비의 언행이 자신으로 동일시되는, 동화(同化)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의 이 같은 휴머니즘은 주인공에 대한 애정과 독자들의 사랑스러운 시각으로 읽어주기를 이 책 제목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 표지 제목 '나'는 인간입니다로 시작해서 마지막 부분 제목이자 장(章)은 '우리'는 인간입니다로 끝난다는 점에서 유추 가능하다. 이 마지막 장의 역할을 한 또 하나의 이야기는 별도의 단편소설이기도 하다.

 

 

좀비에 관한 얘기는 이미 많다. 영상물로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부터, 최근 K-좀비물로는 〈킹덤〉까지 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잘 보면 궤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 역시 흔히 우리가 아는 좀비 아포칼립스물이다. 하지만 그간의 좀비물과는 또 좀 다르다. 지금까지의 좀비물에서는 대부분 주인공은 좀비와 대적해 인간을 구하고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좀비이다. 인간이 아니다.(참고로 작품에서 좀비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주제로 보자면 이 작품은 가족물이다. 그런데 그 정서가 아내로 편중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편한테만 집중하지도 않는다. 다만 생존하려고 애쓰는 존재가 주인공일 뿐. 작품 속 주인공은 그저 본능처럼 가족을 찾아갈 뿐, 그렇게 가족의 존재를 알아갈 뿐, 작가는 어떤 쪽에도 무게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잔인할 정도로 주인공과 제삼자와 적의 존재까지 다 조명하려 든다. 따지고 보면 매우 잔인한 처사다. 인간이 무엇인지의 철학적 의문을 제기하지도, 아포칼립스 시대에 인류의 구원 같은 거대 담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생각과 행동을 담담하게, 하지만 끈질기게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독자는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인가, 괴물인가? 주인공은 과연 인간일까, 괴물일까?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기준은 그럼 무엇일까? 인간으로서의 이지와 이성을 잃는 순간,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일까? 과연, ‘이성’이 인간임을 확증하는 조건일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과 인간들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각자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 내고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처음 떠올렸다고 밝힌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꿈 이야기라고 한다. 꿈속에서 자신이 괴물이었고, 수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게 너무 무서웠다는 것이다. 그걸 이야기로 만들어 당시 업계 사람들에게 찾아갔을 땐 한국에선 좀비물이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작가는 긴 시간 동안 이 이야기를 놓지 못했다. 작업 중간에 〈나는 전설이다〉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너 표절이야, 인마.”라는 소리를 듣고 많이 고통스러워했다는데, 실상 저자는 그 작품보다는 오히려 이후 〈부산행〉의 성공을 보며 작품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가 아포칼립스 시대의 영웅으로서의 거대 서사가 아닌, 한 개인 또는 가족에게 일어나는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무엇보다 커다란 가치가 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인 듯하다.

〈부산행〉 이후 〈킹덤〉까지, 어느새 K-좀비물은 흥행보증수표로까지 여겨지곤 한다. K-좀비, 좋은 말이다. 다만 전 세계 어디에도 좀비에 관한 기준은 없다. 또한 이 책의 좀비 역시 대중들에게 익숙한 K-좀비가 아니다. 주인공이 좀비인 이야기 역시, 굳이 찾으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오히려 좀비란 말 자체를 작품 속에 쓰지 않은 이유가 있다. 『나는 인간입니다』라는 작품 안에는 다만 ‘자신을 잃은 자’와 ‘자신을 잃지 않은 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더 매력적이다. 좀비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좀비들이 가진 사회적 은유와, 주인공이 뿜어내는 가정적 은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이 책은 연령과 성별을 막론하고 그 누구한테라도 코끝에 걸린 찡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는 작품 속에 좀비인 주인공이 자신은 좀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말을 묘사하고 있다. 배를 내밀고 숨을 거칠게 쉬며 뒤똥뒤똥 걸어오는 좀비와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지만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넷을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녀석들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고, 주인공은 이들을 지켜가면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말도 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위기도 모면할 수 잇고, 특정 상황에선 목숨까지도 구걸할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녀석들은 생각할 줄 모른다."(p.140) 인간과 짐승과 분명한 차이점은 '생각'이다. 인간은 생각을 가졌기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고, 그 생각을 더 요구하고 있다. 생각에 대한 중요성을 수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강조해온 것을 우리 인간들은 다 알지 않는가. 생각하면서 사는 게 인간이다.

 

“잠깐!!”

조용해졌다. 난 손 들고 천천히 일어섰다.

“나 사람이야! 쏘지 말고 말을…….”

총알 세례가 이어졌다.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도 사람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총을 쏴댔다. 온몸이 저릿한 게 아마 여러 발 맞은 모양이었다. 난 눕고 말았다.(p.103)

 

저자 : 원장경

 

시작은 전자공학도였으나 문학도로 급선회, 영상시나리오전공으로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대학 강사와 시트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각본 담당으로서 생계형 글쟁이로 지내왔다.주로 영상을 다뤄 온 원장경 작가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면서도 또한 새롭게 느껴질 문장을 구사하며 장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화 보듯 생생하게 저절로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들에 몰두하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이 독특하면서도 경계 없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있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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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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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유럽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가문 중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럽 역사 전근현대를 가로지르는 굴곡의 맨 앞에 위치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스위스의 보잘것없는 스위스 산골 지방의 호족에서 갑자기 유럽의 유력 가문으로 급부상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1273년 유럽 열강의 세력 균형에 의해 우연히 굴러들어 온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계기로 부상해 왕족으로 신분 상승했다고 한다. 이때 합스부르크 집안을 이끌던 백작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되면서부터다. 지방 호족이 갑자기 제국의 황제가 되었으니 신분 상승이 아니라 신분 변신에 해당될 일이다. 이 자리는 다른 제후들이 그를 꼭두각시로 삼으려는 목적으로 추대한 것이었으나, 루돌프 1세는 대관식을 치르고 5년 뒤 전쟁을 일으켰다. 그는 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보헤미아를 손안에 넣고 곧이어 오스트리아 일대도 자신의 영지로 삼았으며, 스위스 산속에서 오스트리아로 본거지를 옮겼다. 그 뒤 루돌프 1세는 오직 합스부르크왕조를 넓혀나가고 지키는 것만을 첫째 목표로 삼았다.

이후 유럽을 세계사의 중심으로 만든 합스부르크 가문은 열강의 세력 균형에 의해 우연히 굴러들어 온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계기로 약 650여 년에 걸쳐 긴 왕조를 유지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유럽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주변 국가들과 적극적인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물 모양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간 합스부르크왕조는 유럽사의 핵심이자 기반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알면 유럽사의 흐름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긴 세월 동안 정치적 부침이 없지 않았지만, 1차 세계대전 직후 마지막 황제 카를 1세가 퇴위할 때까지 장장 650년 동안 제국의 품격을 지킨 합스부르크 가문은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터키, 체첸,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등을 포괄하는 다민족 제국으로 성장했다. 또한 긴 역사를 가진 만큼 합스부르크 가문에는 매력적인 인물이 다수 존재한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열중한 황제, 오로지 사랑 하나만 바라보았던 왕비, 정치에는 관심 없이 연금술에 빠져 있던 왕,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영웅의 아들, 이국의 땅에서 기요틴의 이슬이 된 왕비 등 가혹한 운명에 맞서, 또 운명에 따라 조용히 사라져간 주인공들의 면면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18세기 중반에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근대 개혁정치의 시발점으로 평가될 만한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가 제국의 통치자로 등극하기도 했다. 19세기 초반에는 혁명 프랑스에 반대하는 유럽 보수반동 정치세력의 보루가 되어 악명을 떨치기도 했지만, 19세기 후반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연방국가 모델을 창출하는 왕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14년 6월,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부처의 죽음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발생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유럽을 통틀어 가장 유서 깊은 왕실인 합스부르크 왕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유럽 발달사와 역사를 살펴보면 역사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나 통치자에 의해 역사의 굴곡을 자아냈다고 할 수도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와 맞물려 돌아간 셈이다. 1452년에는 10년 전 (신성)로마독일 왕에 즉위한 프리드리히 3세가 로마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의 황제 대관식은 로마에서 교황 니콜라우스 5세가 직접 집전했다. 그것은 합스부르크 가문으로서는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고, 이제 합스부르크 왕실은 이후 460년 동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배출하는 어엿한 황실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황제의 손자인 미남대공 필리프 1세의 아들 대에 이르러 합스부르크 황실은 스페인 계보의 국왕 카를 5세와 오스트리아 계보의 황제 페르디난트 1세로 가문이 분리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위를 넘겨받은 오스트리아 계보는 다시 티롤 계보인 페르디난트 2세 황제에 의해 유지되다가 마리아 테레지아의 부왕인 카를 6세까지 이어졌다. 1732년 1월 11일, 황제 카를 6세는 오랫동안의 협상 끝에 왕자가 아닌 공주가 상속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한 국사조칙을 공인받는 데 성공하였고, 이로써 마리아 테레지아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왕위에 오르는 인물이 되었다.

이 책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저자 나카노 교코가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의 일환으로 낸 첫 책이다.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해줄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는 모두 5권으로 기획되고 있다. 이 책에 이어 『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 『명화로 읽는 로마노프 역사』, 『명화로 읽는 잉글랜드 역사』, 『명화로 읽는 프로이센 역사』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리즈 첫 책으로 낸 이 책은 합스부르크 왕족의 역사가 유럽 근대사를 중심으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당연히 시리즈 첫 책이 될 수 있으며, 합스부르크가 예술, 특히 그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탓에 화가들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에서 합스부르크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려진 명화를 선정해 소개하고, 명화 속 인물에 얽힌 사건과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서 화가의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알려준다. 그리고 합스부르크가 계보도와 연표를 함께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도우며, 서양사를 어려워하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친근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함께 명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은 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인 자신들의 고귀한 푸른 피를 자랑스러워했는데, 다섯 종교와 열두 민족을 수 세기에 걸쳐 통솔하며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했다는 자신감이 이를 뒷받침했다. 합스부르크의 지배권은 지금의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포르투갈, 브라질, 멕시코, 캘리포니아, 인도네시아까지 미치고 있었다. 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의 군주를 겸한 사례도 합스부르크가였으며, 카를 5세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무려 70가지 이상의 직함을 가졌다.

이후 15세기 말, 합스부르크가가 배출한 영웅 막시밀리안 1세가 등장한다. ‘중세 최후의 기사’라는 칭호를 얻었던 그는 항상 최전선에서 싸우며 영토를 부르고뉴, 에스파냐, 헝가리까지 확장하고 국호도 ‘독일 국민의 신성로마제국’으로 바꾸었으며, 고대 로마제국을 재건하기보다 독일어권의 합스부르크왕조를 강화하는 데 힘쓰며 실제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가로 끌어올렸다. 또한 막시밀리안 1세는 혼인 외교를 중시했는데, 이를 계기로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는 유명한 가훈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 〈막시밀리안 1세〉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황제가 직접 의뢰한 유채 초상화로서, 검은색 벨벳으로 만든 큰 모자를 쓰고 짙은 녹색을 배경으로 서 있는 막시밀리안 1세가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모피 안감을 받친 상당히 호화로운 붉은색 외투를 걸치고 왼손에는 석류를 들고 있는데, 석류는 과육에 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한편, 무수히 많은 씨앗이 튼튼한 껍질에 감싸여 있다는 점에서 군주를 섬기는 이들의 결속을 상징하기도 한다.

 


 

많은 나라를 통괄하는 신성로마 황제에게 걸맞은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사전 지식 없이 이 그림을 보았다면 그저 유럽의 어느 귀족이겠거니, 하며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시밀리안 1세가 치열하게 살아온 과정을 알고 그림을 보게 된다면, 무거운 눈꺼풀을 한 그의 모습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렇게 13세기 루돌프 1세부터 20세기 프란츠 요제프까지 명화와 함께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역사 지식, 명화 속 숨은 정보를 알고 그림을 보면 자연스레 역사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특유의 명화 소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나카노 교코는 독특한 명화 감상법과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관점 및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고 있다. 명화 속 배경의 역사적 사실, 화가의 개인사, 그림 속 인물과 얽힌 이야기 등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배경지식은 일반 교양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특히 『무서운 그림』 시리즈는 매력적인 콘셉트로 예술서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과 함께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나카노 교코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를 통해 미술과 역사의 융합이라는 분야에 도전했다. 그중 첫 번째로 합스부르크왕조를 주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합스부르크왕조는 베르디의 오페라 〈카를로스〉,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기 『마리 앙투아네트』, 실베스터 르베이의 뮤지컬 〈엘리자벳〉 같은 걸작의 배경이 된 것을 비롯해 회화 작품에서도 알브레히트 뒤러, 베첼리오 티치아노, 디에고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같은 천재들이 붓을 들게 했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다고 소개한다. 그들의 역사가 때로는 한없는 낭만을 일깨우고, 때로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공포를 선사하며, 나아가 현대의 유럽 통합과도 겹치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미술과 역사의 융합에 도전했을까. 그 이유는 역사와 미술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왕과 귀족의 칭호나 이름은 발음도 어렵고 무척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카를 5세 같은 경우가 특히 그렇다. 카를과 카를로스의 어원이 같으리라는 건 상상할 수 있어도 카를 5세와 카를로스 1세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듣자마자 서양사가 싫어졌다는 사람도 많을 정도라는 사실엔 독자도 어리둥절하다. 독자는 앞서 언급한 백과사전에서 '카를 5세'를 찾아보았다.

이에 따르면 1519년, 카를 5세가 황제가 되었을 때 그의 지배령은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 전역과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 가톨릭 보편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보름스 칙령(1521년) 공포부터 줄기차게 신교의 확산을 막았고, 그에 맞서 반종교개혁 운동을 펼치며 기독교 세계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종교화해로 제국이 공식적으로 구교와 신교 진영으로 분열하면서 사실상 그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556년 카를 5세는 동생 페르디난트 1세에게 황제 자리를, 그리고 장남 펠리페 2세에게는 스페인 왕위를 넘겨주면서 스스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합스부르크 왕가는 오스트리아계와 스페인계로 완전히 분리되었다. 이로 인해 카를 5세와 카를로스 1세는 유럽의 역사, 가문의 역사, 혼인을 통한 계보의 역사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혼란을 일으킨 것으로 독자는 추정한다.

저자는 미술 역시 미술사나 회화 양식 등 딱딱한 지식을 토대로 암기하는 방식으로만 그림을 봐 왔기 때문에 지루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을 통해 역사와 미술을 알기 쉽게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합스부르크를 대표하는 인물과 관련된 12점의 명화 및 그와 연관된 다수의 명화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명화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가 역사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시대적 배경과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나카노 교코의 현장감이 돋보이는 묘사는 소설의 한 장면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어,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부여한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화는 마네, 벨라스케스 같이 친숙한 거장 외에도 유럽이 사랑한 독일의 국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역사화로 유명한 프란시스코 프라디야, 최초의 초현실주의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까지 작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유익하다.

 

 

주도면밀하게 설정된 대면 자리에서 프란츠 요제프는 금세 사랑에 빠졌다. 헬레네에게? 아니다. 상대는 그녀의 맞선에 호기심으로 따라온 15세의 여동생 시시였다. 아직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 남아 있어 자유롭고 활달하며 구김살 없이 행동하는 사랑스러운 시시, 즉 엘리자베트는 의무에 얽매여 옴짝달싹 못 하던 착실하고 융통성 없는 프란츠 요제프에게 하늘을 나는 쾌활한 작은 새처럼 보였으리라. 그는 자신과 비슷한 기질의 헬레네에게는 끌리지 않았고, 정반대 타입을 아내로 원했다. 어머니가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었다. 23세의 젊은 황제는 모든 걸 다 양보해도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드물게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가,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약혼이 성립된다.

- 「제11장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 〈엘리자베트 황후〉」 중에서

 

저자 : 나카노 교코(Kyoko Nakano,なかの きょうこ,中野 京子)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와세다대학교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독문학자이자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무서운 그림》 시리즈, 《나카노 교코와 읽는 명화의 수수께끼》, 《명화와 함께 읽는 예수 그리스도 이야기》, 《다리를 둘러싼 이야기》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옮겼다. 월간 〈분게이슌주〉에 ‘나카노 교코의 명화가 말하는 서양사’를 연재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무서운 그림》 시리즈, 《명화의 거짓말》 시리즈,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욕망의 명화》, 《운명의 그림》, 《처음 가는 루브르》, 《내 생애 마지막 그림》, 《오페라처럼 살다》,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미술관 옆 카페에서 읽는 인상주의》,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세계의 다리를 읽다》,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등이 있다.

 

역자 : 이유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의류학을 전공하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에서 공부했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뒤 집단지성번역플랫폼 플리토(Flitto)의 B2B팀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달처럼, 원작의 빛을 가장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나에게 읽어주는 책》, 《매일매일 좋은 날》, 《계절에 따라 산다》, 《기독교로 읽는 세계사》,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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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나이스 벗 윈 - 자퇴생 창업가에서 불패의 리더로, 마이클 델의 38년 비즈니스 혁신 로드맵
마이클 델 지음, 고영태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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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위기의 순간들, 세계 최고 경영자에게 직접 배우는 절대 성공의 법칙. 이 책은 경험의 노하우뿐만 아니라 성공 기업을 이끌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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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나이스 벗 윈 - 자퇴생 창업가에서 불패의 리더로, 마이클 델의 38년 비즈니스 혁신 로드맵
마이클 델 지음, 고영태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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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웬만해선 자서전을 잘 읽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회고록'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남기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 편향된 시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업적을 부풀리거나 합리화하는 데 이용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독자에게 자서전은 정치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모든 자서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예를 요구한다면 한두 사람의 이름이 바로 튀어나올 수 있지만 이 책 『플레이 나이스 벗 윈(Play Nice But Win)』의 서평을 쓰는 입장에서 잘못 쓴 자서전에 대해 여기에 쓰면 안 될 것 같아 입을 닫고 싶다. 이 책은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도 잘 아는 컴퓨터 제작 판매 업체로 세계적 명성과 적지 않은 부를 쌓아올린 기업 〈델(Dell)〉의 창업자 마이클 델의 자서전이다.

경제인으로서 성공기를 쓰다보면 과장의 사실이나 기억 이외의 서술도 있으리란 독자의 불안감이 자서전 트라우마를 다시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마이클 델은 솔직함과 신뢰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에 독자는 자서전 트라우마를 이기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먼저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독자의 감상평을 묻는다면 한마디로 '존경심'이 우러난다. 말로만 듣던 기업 경영에 대한 그의 원칙과 소신을 단 한시도 저버리지 않은 참다운 경영인, 신뢰 가는 경제인, 존경할 만한 한 사람으로 그를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 점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독자처럼 자서전 트라우마가 있는 독자들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트라우마 극복 의지도 생겼다는 사실이다. 독자가 부족한 글솜씨 때문에 쉽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쉬운 말로 이 책을 읽음으로써 기존의 자서전 트라우마를 벗어났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편견, 확증 편향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되게 파악하게 되는지에 대한 자각심이 더 커졌다. 어떤 책을 읽을 때 자신만의 확인되지 않는 생각, 즉 편견이나 확증 편향을 없애고 책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의 독서 성찰이라는 큰 선물도 챙길 수 있었다.

 


 

이 책은 젊은 나이에 델사(社)를 창업해 38년간 이끌어오면서 마이클 델이 보여주고 쌓아올린 것은 부(富)가 아니라 신뢰의 기업 경영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전설적 창업 경영인 빌 게이츠와 레이 달리오가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누구든 읽어야 한다“며 강력 추천했다. 이 책은 전 세계 CEO들이 참고할 만큼 강력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는 것.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스타벅스, JP모건, 페이스북, 세일즈포스, 버진그룹의 CEO는 물론, 애덤 그랜트, 매튜 맥커너히 등 글로벌 혁신가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적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마이클 델은 1984년, 19세 어린 나이에 스타트업을 창업한 후 지금까지도 ‘현직 CEO’로 활동하고 있다. 38년간 쉬지 않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결과, 연 매출 1000억 달러 달성에 성공했으며 현재 15만 명의 직원들을 이끌고 있다. 천재 기업가 마이클 델이 강조한 ‘비즈니스 불패의 법칙’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나는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가 보여줬던 천재적 사업 감각, 델의 초고속 성장의 비법, 위기 돌파의 자신감과 동력, 무엇보다도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IT업계에서 38년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해온 창업가가 그 어떤 곳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속 깊은 고민과 해답의 여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은 이유가 좀 다른 데 있었지만 현직 경영인이나 앞으로 회사 경영을 꿈꾸고 있는 사람은 외형적 화려함보다 내실을 기하고, 실제 회사에 도움이 될 것과 회사 이익에 저해할 것의 판단은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것으로 독자도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신뢰감이 한층 깊어졌다.

 


 

독자는 이 회사의 컴퓨터를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우리 국산이 훨씬 더 성능이 좋다고 느꼈다) 기업 경영이나 기업가로서 원칙, 위기 때 더욱 침착하게 혁신에 나서는 델의 적극적이고 열정적 기업 경영이 담긴 이 책의 내용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이는 신뢰와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겠지만 책에는 회사의 기업 때마다 늘 델이 전면에 나서 해결해 나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원칙과 혁신의 솔루션은 신뢰에 더하여 회사 경영을 하면서 쌓은 혁신의 노하우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 책은 개인의 기업 성공담이기보다는 기업 경영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게다가 그것이 글로벌 리더의 경험담이라면 기업 경영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텍스트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의 내용으로 꽉 차 있다고 독자는 주장한다. 세계적인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는 아마존과 애플이 작은 신생기업이었을 때부터 PC 산업의 발판을 다졌던 1세대 스타트업이다. 대기업까지 휘청이게 만들었던 닷컴버블은 물론, 금융위기, 블랙먼데이, 9·11테러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극복하며 꾸준히 덩치를 키운 ‘성장형 기업’이다. 그의 비즈니스는 온갖 위기를 극복하며 단단해졌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마이클 델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진정한 리더로 만들어준 좌절과 승리의 순간들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기회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 책은 델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19세의 대학 중퇴자로 PC 회사를 세우면서 시작된다. 공간을 넓히고 신입 사원을 뽑는 등 규모를 키우고 사업구조를 확장하는 도중에 닷컴버블이 터지기도 한다. 혁신을 시도할 때는 기업사냥꾼이 달려들어 회사를 강탈하려고 교묘한 거짓말로 언론을 속이기도 한다. 회사를 지키기 위한 긴장감 넘치는 협상의 순간들은 너무나 디테일하고 솔직해서 마치 옆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로 불리는 마이클 델의 동력과 신념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세계적 경영자가 어떻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지켜가는지, 변화와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지, 사람·기술의 잠재력은 어떻게 끌어내는지, 38년간 이어지고 있는 성공의 법칙은 무엇인지, 그에게 직접 들어볼 기회다. 한 가지 독자로서 첨언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을 "읽지 말고 들어라"라는 충언을 해주고 싶다. 빌 게이츠, 레이 달리오는 이미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이 무의미한, 세계적 리더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높이 평가한 것은 마이클 델의 기업가 정신이다. “정정당당히 싸우되 끝내는 이겨라!” 마이클 델이 회사의 일대기를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경영철학에 맞게 모든 단계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웠고, 또 결국 이겨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는 이와 관련해 “델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뛰어나면서도 성공하기 위해 알맞은 방식을 택하는 능력이 있다. 누구도 델의 진정성이나 싸워 승리하는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대중들에게는 어떤 말을 했는지, 또 실제로는 어떤 액션을 펼쳤는지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글만 읽어도 진짜 기업가의 사고회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마이클 델은 함께 변화를 주도했던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더 많은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서, 바른 방향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자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100% 솔직하게 적었다고 한다. 협력사들에게도 깊이 있는 확신을 심어주고, 주주들에게도 ‘좋은 관리자’로서 한층 더 두터운 신뢰를 쌓을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책으로 하여금 ‘정정당당하게 맞서서 승리하는 법’이 또 한 번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나는 우리가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010년에 처음으로 비공개 기업으로의 전환을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와 내가 지금 이 일에 전념하는 이유는 세상과 주식 시장이 약점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기회를 찾았기 때무이다. 전문가들은 비관적 측면을 봤지만 나는 흥미진진한 가능성을 보았다. 나는 사물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 (반대의 관점에서) 종종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산업을 예측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PC는 앞으로도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고 있었다면 내가 비공개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p.79)

- 「논란의 아이디어, 상장폐지」 중에서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에 한 기자가 "왜 그만두고 떠나지 않죠?"라는 질문을 했다. 나는 진심에서 나온 아주 단순한 답변을 했다. 나는 또 다른 회사를 원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내 이름, ‘델’을 걸고 있는 유일한 회사였다. “저는 죽은 후에도 관심을 가지고 델을 지켜볼 겁니다. 이런 종류의 일을 좋아합니다. 저에게는 재미있는 일이고요. 상장 기업으로서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저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저는 전율을 느낄 정도로 짜릿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과의 대화가 내가 투자자와 해야 하는 유일한 대화였다고 말했다.(p.354~355)

-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에메랄드’」 중에서

 


 

이 책은 책 뒷 분에 별도의 장을 마련해 「마이클 델의 신조」를 별도로 썼다. 그의 경영 철학, 생활 신조, 위기 대응법 등이 모두 망라돼 있다. 분량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저자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듣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펼칠 때와 닫을 때 한 번씩 읽어볼 것을 주의 깊게 권하고 싶다. 하나만 여기에 옮겨 적는다.

"신뢰, 윤리 그리고 정직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가치관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은 효율적이다. 내가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하거나 형편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아무도 나에게서 제품을 다시 구매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p.475)

 

저자 : 마이클 델

마이클 델은 ‘델 테크놀로지스’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다. 1984년, 19세에 자본금 1000달러로 시작한 작은 회사는 이제 매출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하고 직원 수가 15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수준의 IT 기업이 되었다. 주문제작방식의 컴퓨터와 서버 분야를 발판으로 일반 소비자부터 중소기업, 각국 정부 기관, 그리고 글로벌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찍이 기업의 정보 보호 중요성을 파악하고 조직에 필요한 IT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기민함을 보여준 혁신가이자 기술 선도자다. 27세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선정되며 ‘최연소 CEO’, ‘천재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세계경제포럼 재단 이사회의 명예 이사 겸 국제비즈니스위원회 집행 위원이며, 1999년 그의 아내인 수잔 델과 함께 ‘마이클앤드수잔델재단’을 설립했다.

 

역자 : 고영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KBS에 입사해 정치, 경제, 국제, 디지털뉴스부 기자로 일했다. 경제부 팀장, 디지털뉴스부 팀장을 거쳐 방콕 특파원과 경인방송센터장을 지냈다. <포브스코리아> 온라인판 번역에도 참여했으며, 한국생산성본부와 IGM세계경영연구원 등에 CEO 북클럽 강사로 출강했다. 옮긴 책으로 《원칙》, 《10년 후 미래》, 《미래의 속도》, 《절대 가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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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음 - "인생 선택"을 만드는 4가지 기술
칩 히스.댄 히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부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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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기계발서가 심리학, 인문학, 심리학, 의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학문과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어 사회 생활이나 대인 관계를 다루는 책은 대부분 자기계발서로 서점에서 분류하는 것 같다. 물론 엄밀하게 하자면 미국의 멜빌 듀이(Melvil Dewey)가 1876년 개발한 듀이십진분류법(DDC)에 의해 고유의 번호가 달리기 때문에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겠지만 서점은 신간, 베스트 셀러 등은 DDC로 분류하지 않아도 되기에 꼭 분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일반판매대에 가면 늘 망설이는 때가 많다. 비슷한 책이 나와 있을 경우 어떤 책을 선택할지에 대해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전에 아무 계획없이 갔다가는 '후회'를 가져오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비슷해 보이는 책 한 권 선택할 때도 실망으로 후회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 책 『후회 없음』은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자기계발서다. 공동 저자 칩 히스(Chip Heath)와 댄 히스(Dan Heath)는 형제로서 각각의 연구 분야가 다르지만 이 책을 내기 위해 다시 뭉쳐 책을 냈다. 서로의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자신들의 전공 분야에서 자기계발서를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작가들의 경험과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였으리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이 책은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후회'는 우리들이 순간순간 경험하는 선택에 따른 일이나 물건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 감정이다. 후회를 어떻게 다룰지는 얼마나 후회가 큰 지에 따라 대처 방식도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후회라는 감정을 잘 다스린다면 후회를 기쁨으로 바꿀 수도 있고 좌절로 바꿀 수도 있다. 선택과 결정, 후회와 만족, 혹은 기쁨 등의 감정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후회를 반복하거나 만족으로 바꿀 기회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한 권의 책을 선택할 때처럼 가벼운 문제보다 훨씬 큰 선택과 후회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후회 없는 결정과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후회하지 않을지에 대해 모색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매우 글을 잘 쓰는 분들이고 이미 밀리언셀러를 가질 정도로 글의 핵심을 어떻게 다룰지, 어떻게 배열해 독자들에게 전달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다. 이 책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어떤 논저보다 잘 구성돼 있다. 마치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우는 교과서처럼 텍스트로 사용해도 될 만큼 풍부한 내용과 핵심에 접근하는 방법이 잘 이루어져 있다. 그것도 마치 한 편의 잘 쓰여진 문학 작품을 읽는 것처럼 읽기만 해도 쉽게 이해될 정도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메모해 시간 나는 대로 다시 한 번 볼 것을 제안한다. 아마 기억해 둬야 할 부분에 대한 저자들의 강조점이니 그럴 것이다. 저자들은 독자들의 독서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각 파트별로 끝 부분에 핵심 정리를 따로 페이지를 마련하고 있다. 메모 습관이 안 된 독자들은 이 페이지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후회 없음』이란 제목에 「"인생 선택"을 만드는 4가지 기술」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내용은 5개 부(part)로 나뉘어 있다. 2부 〈선택지를 넓혀라〉, 3주 〈가정을 검증하라〉, 4부 〈결정과 거리를 두라〉, 5부 〈틀릴 때를 대비하라〉 등이다. 여기에 1부 〈무엇이 당신의 결정을 방해하는가〉란 서론에 해당되는 부분이 가장 먼저 나온다. 즉 결정을 가로막는 4가지 악당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때 제시된 4가지 악당이 1부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저자들이 제시한 4가지 악당은 ① 편협한 사고틀 ② 확증 편향 ③ 단기 감정 ④ 과신이다. 이는 후회를 가져오는, 선택 결정 전에 제거해야 것들이다.

 


 

이 책은 선택 결정에 따른 후회 감정 처리가 아니라, 후회하지 않은 선택 결정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자들은 책의 「머리말」을 통해 선택 결정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스포트라이트 효과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또 직감대로 선택해서는 대부분 후회를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들은 "우리 생각(mental life, 정신 활동)의 놀라운 측면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용했다.

1994년 식품 기업 퀘이커의 CEO 윌리엄 스미스버그는 음료 브랜드 스내플을 18억 달러에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아우성쳤다. 하지만 퀘이커 이사회는 전혀 토를 달지 않았다. 스미스버그의 눈부신 성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1983년 스미스버그는 게토레이 브랜드 모기업을 2억 2000만 달러에 인수해 약 30억 달러 가치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신화를 일구어낸 인물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퀘이커의 스내플 인수는 비즈니스 역사상 최악의 결정으로 손꼽힌다. 스내플이 게토레이만 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퀘이커 경영진은 부채에 발목이 잡혔고 회사는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3년 뒤 퀘이커는 본래 인수가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3억 달러를 받고 스내플을 긴급 매각했고, 스미스버그는 치욕스럽게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퀘이커가 한 일은 1가지를 두고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가부 판정형” 결정조차 아니었다. 무조건 하고 만다는 식의 “원천 봉쇄형” 결정이었다. 무분별하게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은 퀘어커만이 아니다. 세계 4대 회계 법인 중 하나인 KPMG가 기업 M&A 700여 건을 조사한 결과 그중 무려 83%가 주주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중 40%가 법조계 일을 권하지 않고, 교사 중 절반 이상이 4년 만에 그만두며, 기업 임원 중 60%가 자기 조직 내에서 나쁜 결정이 좋은 결정만큼 잦다고 답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결정에 서툰 걸까? 어떻게 해야 일과 삶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지만 회사 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선택 결정이 기업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또 공동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책에서 의사결정이라는 우리 인생의 최대 난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두 사람은 이미 자신들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인 아이디어와 행동설계 성공법에서 걸작 『스틱!』, 『스위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책은 그들의 또 다른 주요 연구 분야인 '의사결정 성공법'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나 행동이라도 선택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두 사람은 “개인, 집단, 조직은 어떻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어떤 실수를 하는가?”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결정 실천하기”와 “올바른 선택 내리기”를 더없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즉 우리를 결정으로 나아가도록 확실하게 동기부여해주고, 동시에 올바른 선택에 도달하도록 분명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간 “좋은 선택은 왜 이토록 어려울까?”라는 질문을 다룬 많은 책이 출간되었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책 『생각에 관한 생각』,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공동저자가 펴내 한때의 유행어로까지 된 『넛지』 등이 손꼽힌다. 이 책들의 가치는 의사결정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히스 형제의 이 책은 기존 연구 성과 중 가장 유용한 진수만을 가려 뽑아 실제 현실에 적용한 실전 지침서라는 점에서 확연히 차별화된다.

“의사결정에 관한 책은 널렸다. 하지만 히스 형제의 이 책이 단연 최고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탁월한 의사결정 성공법의 실전편인 이 책에서 히스 형제는 우리의 결정을 방해하는 4가지 요인과 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4단계 의사결정 프로세스 “WRAP”을 알려준다. WRAP 프로세스는 일상생활과 커리어, 비즈니스, 기업 경영, 심지어 국가 운영에까지 적용된다. 모든 개인과 집단, 조직에 유용한 기술이다. 특히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임무인 각 분야의 리더들에게 더없이 유익하다. 이 부분은 뒷 부분에서 다시 자세히 기술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깊이 알기 전에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아무 이유 없이 낯선 사람을 믿거나 믿지 않으며, 분석 한번 해보지 않고 한 회사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 믿는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이자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의 말이다. 그는 이런 성향을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일컫는다. 히스 형제는 이를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부르면서, 의사결정의 어려움은 작은 한 지점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옮겨봐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우리 사고의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합리적일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추정과 달리 인간의 생각과 결정은 편향과 비합리성에 깊이 물들어 있다. “결정 면에서 우리 뇌는 결함 있는 도구임이 분명하다.”

히스 형제는 이 책에서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편협한 사고틀” “확증 편향” “단기 감정” “과신” 4가지를 지목한다. 첫 번째 악당인 “편협한 사고틀”은 선택지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을 가리킨다. “무엇을 할까 말까” 1가지 선택지만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직 역시 2가지 이상 선택지를 고민한 곳은 29퍼센트에 그쳤다. 이런 결정은 여럿 중 하나를 고르는 진정한 선택이 아니다. 두 번째 악당인 “확증 편향”은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뭔가가 진실이기를 바랄 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뒤 그것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내고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자화자찬한다. 세 번째 악당인 “단기 감정”은 어려운 결정 상황에서 금세 사라질 감정에 마구 휘둘리는 것을 말한다. 이 단기 감정 때문에 생각이 더뎌지고 위축되며 행동을 주저한다. 이때는 상황이 너무 복잡해 보여 생각이 멈추어버린다. 네 번째 악당인 “과신”은 자신의 예측을 지나치게 믿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조차 예측 능력은 형편없다. 이들이 100% 확신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23%에 불과하다.

 


 

브랜드 작명 회사 렉시콘은 “블랙베리, 페브리즈, 펜티엄” 등 총 150억 달러 규모의 메가히트 제품명을 개발해낸 작은 거인이다. 그들이 이런 마법을 부리는 것은 창의적인 프로세스 덕분이다. 렉시콘은 모든 제품명 개발 프로젝트에 하나의 각도로만 접근하지 않고 2인 1조씩 3개 팀을 구성해 각기 다른 각도로 문제에 접근한다. 심지어 고객사와 제품을 전혀 모른 채 비슷한 과제를 수행하는 별도 팀까지 둔다. 렉시콘이 성공한 것은 “편협한 사고틀”에서 벗어나 “선택지 넓히기” 기술 중 하나인 “멀티트래킹”을 의사결정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멀티트래킹이란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고민하는 방식, “둘 중 하나가 아닌 둘 다”를 고려하는 방식이다. 리더는 측근에게 둘러싸이면 눈과 귀가 먼다. 정책 결정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에 목말랐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보 수집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먼저 측근을 건너뛰고 실무자에게 직접 정보를 물었다. 아울러 국민이 보내오는 편지로 민심을 파악했다. 일단 실무자들이 편지를 분석한 “편지 브리핑”으로 큰 그림을 파악한 다음 직접 편지를 읽어보며 구체적인 민심의 동향을 살폈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이처럼 “가정 검증하기”를 해야 한다. 가정을 검증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정보 기준인 “내부 관점”에서 벗어나 더 큰 틀, 즉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정보 기준인 “외부 관점”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런 다음 “클로즈업하기”로 구체적인 부분을 살펴 정보에 질감을 더해야 한다. 루스벨트는 이 “줌아웃-줌인하기” 전략으로 역대 최고의 미국 대통령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드루 그로브는 회사의 모태인 메모리 사업이 난항을 겪자 접어야 할지를 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실속 없는 무수한 논쟁을 벌이며 시간만 허비하던 중 어느 날 그는 “후임자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문제에서 한 걸음 떨어져 외부 관찰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자 큰 그림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로브는 당장 메모리 사업을 접고 급성장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선택 덕분에 인텔은 우리가 익히 아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끌리는 “단순 노출 효과”,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이 큰 “손실 회피 편향”, 그리고 이 둘이 결합하면 생겨나는 “현상 유지 편향”에 잘 빠진다. 이때는 감정이 심하게 왜곡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기 십상이다. 이런 교묘한 “단기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앤드루 그로브처럼 “결정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는 탁월한 고객 서비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저자 : 칩 히스(Chip Heath)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 대학 경영대학원 조직행정론 교수로 재직하며 조직행동론, 협상, 전략, 국제전략연구에 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개설한 ‘스티커 메시지 만드는 법’에 대한 강의는 최고 인기 강의가 되었고 미국 내 카피라이터, 기자, 작가, 마케터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Nike), 국제자연보존협회(the Nature Conservancy), 아이데오(Ideo),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등 미국 유수의 조직에서 ‘스티커 메시지 만들기’에 관한 강연 및 컨설팅을 맡고 있다. 텍사스 A&M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지심리학』, 『심리과학』, 『조직행동과 의사결정 과정』, 『소비자행동 저널』, 『전략경영 저널』 등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파이낸셜 타임스』, 『비즈니스 위크』,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의 대중지에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놀라운 결과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07년 히스 형제가 함께 쓴, ‘스티커 메시지 만드는 법’을 다룬 《스틱Stick》은 ‘비즈니스 3대 필독서’로 불리며 28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0년 ‘행동설계의 힘’을 다룬 《스위치 Switch》 역시 25개국에 출간되어 히스 형제의 힘을 보여줬다. 2013년 출간된 《자신 있게 결정하라 Decisive》도 출간 즉시 18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등 전 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저자 : 댄 히스(Dan Heath)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듀크 기업교육원에서 재무개선 전문가로, 아스펜 연구소에서 정책수립 프로그램 전문가로 일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닛산 등 세계적인 기업의 컨설팅을 담당했으며, 《포춘》지 선정 500인 경영자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기획 및 진행했다.

형인 칩 히스와 함께 쓴 책 『스틱!』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10년 출간한 『스위치』는 아마존 편집자들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논픽션’으로 뽑혔고, 2013년 출간한 『자신 있게 결정하라』는 곧바로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17년에 출간한 『순간의 힘』 역시 아마존에만 2000여 개에 달하는 리뷰가 달리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마케팅에 특출난 능력을 발휘해 수많은 홍보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며, 미국광고협회에서 수여하는 애디 상과 뉴미디어 인비전 상을 받았다. 현재는 듀크대 케이스(CASE) 센터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역자 : 김정아

생각과 말이 글이 되고, 글이 글로 옮겨지는 과정이 좋다. 번역가로서 그 과정의 든든한 통로가 되고 싶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옮기는 몰입의 시간을 즐기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올에이 우등생들의 똑똑한 공부 습관》 《피크 퍼포먼스》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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