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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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는 사람으로 종종 오해받지만, 방구석에서 꿋꿋하게 일도 하고 꿈도 꾸는 프리랜서 이야기가 독자들의 삶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주고 감사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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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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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 책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을 읽기로 결정한 이유는 제목처럼 취업을 못해 집에서 취준생 시절을 겪어서었다. 그때 주변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물을 때 어머니는 늘 "모르겠어요. 어디 들어간다고 큰소리만 치지 저렇게 있네요." 하며 웃었었다. 작가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공부하는 동안 주위 사람들의 잦은 질문에 답하느라 그랬지만 당사자인 독자에게는 영 마뜩찮은 느낌이었다. 독자의 경우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집에만 있으니 노는 줄 알아요'쯤 됐을 것 같다. 사실 일을 한다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회사든 어디든 나가서 일 끝난 후 들어와 쉰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어머니 말도 맞는 말이긴 했다. 작가 지망생이 아니어서 집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지 않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실업자(집에서 무위도식하며 노는 사람)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지니는 작가였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노는 줄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저자 역시 놀기는커녕 누구 못지않은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아니, 어쩌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노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돈 버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어서 지금 시대는 더욱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지금처럼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고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사는 모습을 상상도 못했던 지난날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남들 눈에 ‘루저’로 보였던 프리랜서 작가가 지금은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살게 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옛날에는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라면 글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저자는 그렇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고 책을 출간하고, 도서관 글쓰기 수업 및 동기부여 강연 등으로 많은 분과 삶을 나누고 있다고 하니 어쩌면 '성공한' 삶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작가가 주장하는 '그저 그런 하루'를 보냈던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글 쓰는 작가가 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글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논밭 일구듯 한다고 해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노동을 하면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노력하면 반드시 댓가는 나오는 법. 이제 저자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할 정도로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으니 예전 같은 마음 고생은 덜었을 것이다. 독자로서 축하하고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그런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희망과 굳은 신념으로 일궈낸 성과이기에 글쓰기의 어려움, 글 써서 먹고 산다는 사회적 책임감까지 짊어진다는 것이니 앞으로도 마음 고생은 어떤 의미에서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만, 저자의 굳센 믿음은 결코 저버리지 않는 힘을 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본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부적으로 굉장히 많겠지만 이 책의 집필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오늘'이 모인다면, 우리의 인생이 빛나는 마법이 실제로 펼쳐진다는 사실을 분명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책은 이번이 첫 출간이 아니다. 전작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를 읽어본 독자로서는 그 책을 읽을 때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작가는 원래 자유업에 속하는 직종이다. 글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돈 방석(?)에도 앉을 수도 있고, 책이 안 팔리면 말 그대로 굶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란 뜻이다. 지금이야 경제 사정이 좋아 책 한 권 사는 것을 집앞 골목길 구멍가게에서 사탕 사먹는 정도로 생각할 때이다. 잘 쓴 책은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빈약한 내용도 편집 인쇄의 힘을 빌어 아주 훌륭한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책 한 권 사보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내가 심심해서 SNS 하는 거로 보이니?」라는 반박 성명 같은 글을 썼다. 다 글쓰고 책 내고, 잘 알리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집에만 있는 것으로 흉본다는 것은 사실 농담 아니면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의 말로 치부할 수도 있을 이야기다. 저자는 경험을 이야기로 잘 쓴다. 글을 많이 써본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이다. 저자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하는 이유는 글 쓰는 게 즐거워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내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프리랜서는 가장 중요한 게 뭐니뭐니해도 '셀프 홍보'라는 저자의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책 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책 파는 일이라는 말이다.

저자의 항변은 이유 있다. 글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무명인 자신을, 자신의 책을 알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란다.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진정성이 믿겨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 책은 가벼운 읽을거리, 에피소드 중심이지만 일부러 웃기기 위해, 독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애쓰는 일은 거의 없다. 책 어디에서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 책도 "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비상구'이기도 하고, 나 같은 누명을 뒤집어쓴 채 살아가는 전국의 수많은 프리랜서 작가님들의 '대변인' 역할로 쓴다. 물론 억울한 만큼 글로 쏟아낸다면 재미없겠지. 방구석에서 일할지라도 더 큰 꿈을 향해 전진하는 '긍정녀'의 모습도 담겨 있으니 기대하시라." 정말 어여쁜 호소다. 웃음과 유쾌함 상쾌함을 함께 담은 이 책에서 독자들은 책을 읽는 순간부터 책을 놓을 때까지 잔잔한 미소가 계속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부 〈별일인 듯, 별일 아닌, 별일 같은 일〉, 3부 〈방구석에서 얻은 깨달음〉, 4부 〈방구석에서 꾸는 꿈〉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목처럼 자기 소개와 에피소드, 황당하기도 웃기기도 한 일, 삶의 깨달음과 꿈 등을 파트 별로 나뉘어 담았다. 1부에서는 「무엇에 미쳐본 적이 있다는 건 미래가 건강하다는 의미」라는 제목에서 일상의 아침을 그린다.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글감으로 글을 쓸지 생각한다. 글감이나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스치기라도 하면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한다.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이다 싶으면 메모한다. 글쓰기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 덕질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쓰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다. 메모장을 채울 때마다, 메모장에 쌓인 글을 제대로 된 한 편의 글로 완성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저자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수식어도 없이 화려한 단어도 없이 무미건조한 일상을 무미건조한 단어로 써내린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느끼는 희열은 화려한 수식어로 장식된 미사여구보다 힘 있고 진정성이 드러나 참 좋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독자에게 "당신의 자녀나 주위 친구가 무언가에 심하게 빠졌다면, '아, 저 정도의 열정이라면 훗날 자신의 길을 만났을 때 포기하지 않겠구나, 끝까지 나아가겠구나'라고 좋게 생각해 주기를 당부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자신의 말대로 역시 '긍정녀'다.

 


 

‘지금은 유명하지 않으니까 싫고, 나중에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때는 누구를 만나든 내 본업을 밝힐래’라는 생각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통장에 찍힌 인세 금액을 보며 기쁨의 춤을 출 일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내 글이 좋고, 많은 분께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니 그걸로 족하다. 무엇보다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지금이 좋고, 도서관 글쓰기 수업 및 동기부여 강연 등으로 많은 분과 삶을 나누는 요즘이 더없이 행복하다.(p.176)

 

저자 : 이지니

 

2022년,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다. (하지만 어젯밤에도 홈쇼핑 광고에 금세 결제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생후 18개월이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 청소를 마치면 곧장 서재로 출근한다. 정확히 말하면 거실, 부엌, 화장실 모두 그녀의 작업 공간이다. 노트북이 있는 서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집안 곳곳에서 글을 읽거나 쓰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다들 시간이 많은 줄 안다. (실상은 육아만으로도 바빠서 ‘짬’조차 내기 어렵다) 그녀는 일도 하고 나라에 세금도 내지만 말하지 않으면 집에서 노는 줄 아는 프리랜서다. 그래서 티 좀 내려고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단다. 그 외 저서로는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영심이, 널 안아줄게』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외 3권의 전자책이 있다.

블로그 '이지니의 글쓰기 놀이터'

인스타그램 @leejinny_write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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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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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사생관이 확 바뀌는, 현대인을 위한 생물학 입문서이다. 인류의 기원, 탄생과 죽음을 진화론적 접근법으로 죽음에 대한 천착하여 밝혀낸 ‘인간‘의 모든 것, 그리고 비밀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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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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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심지어 미생물까지도 태어나고 죽는다. 왜 그럴까? 한 번 태어났으면 죽지 않으면 안 될까? 나는 인간이다. 따라서 언젠가 죽는다. 무생물은 어떤가? 예를 들어 책상은 어떨까? 쓰임새가 다하면 수백년, 수천년까지 살다(?) 죽는다. 나무는 생물로 살다가 무생물로 다시 태어난다? 태어난다는 표현은 잘못일까? 인간과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끝없이 이어진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고 죽는 것을 생각해볼 것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시원한 답을 내놓는 것을 독자는 못 봤다. 간혹 읽는, 죽음에 관한 책도 시원한 답은 없다. 학자들은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삶과 죽음에 관해 가장 직접적으로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은 생물학일 듯 싶다. 이 책 『생물은 왜 죽는가』도 명쾌한 답을 내놓는 대신 많은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엔 안성맞춤이다.

이 책은 "왜 모든 생명은 죽어야 할까?" "빨리 죽는 생명과 오래 사는 생명의 차이는 무엇일까?" 등 죽음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일본의 생물학자인 고바야시 다케히코가 현대 생물학 최첨단의 지식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답한 책이라고 밝힌다. 물론 과학자답게 실험, 연구, 비교 연구, 분석 연구 등 생물학에서 사용하는 모든 연구의 결과로 해답을 저자가 주고 있다. 생물학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처럼 문외한인 사람을 비롯, 조금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의문과 궁금증을 해소할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한다면 삶과 죽음, 사후 세계에 대한 염원 등에 대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사색할 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우리는 왜 늙고 왜 죽어야 하는 걸까? 수명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생물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특히 저자는 죽음으로써 더 다양하고 많은 가능성을 가진 생명들이 탄생하기에, 죽음은 '필요한(?)' 일이고,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다 보면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몸과 마음도 서서히 변해 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잘 알지만, 노화는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로서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우리는 ‘왜 늙어야 하며 왜 죽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수명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가 우리에게 절대 공포로 남아 있는 ‘죽음’의 의미를 생물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모든 생물은 죽는 걸까?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생물도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그 비밀은 무엇일까? 사람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그 연구성과는 어디까지 왔을까? 만약 죽음이 자연의 섭리라면 노화에 저항하는 일은 신성 모독인가? 그리고 인류가 만든 ‘죽지 않는 AI’와 ‘수명이 있는 인류’는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야 할까? 지금까지 어떤 철학도 종교도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의문에 이 책만큼 확실하게 응답해 준 적이 없다. 두렵지만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죽음’에 관한 수많은 질문에 대해 매우 명쾌한 대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가 쉽고 재미있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현대 생물학의 최첨단 지식과 신기한 생물들 이야기는 덤이다.

 

 

모든 생물이 맞이하는 죽음.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왜 우리는 죽어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은 많다. 그러나 과연 해답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은 이 문제에 대해 생물학적 관점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모두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생물이 탄생한 계기에서 시작해서 생물과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죽거나 멸종하는지, 그리고 인류와 AI와의 공존 공생의 미래까지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생알못’도 알기 쉽도록 쉬운 문장으로 친절하게 쓴 책이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다. 즉 생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1장 「생물은 도대체 왜 탄생했는가?」 2장 「생물은 도대체 왜 멸종하는가?」 3장 「생물은 도대체 어떻게 죽는가?」 4장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죽는가?」 5장 「생물은 도대체 왜 죽는가?」로 모두 의문형 제목을 가지고 있다.

과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처음부터 끝까지 의문에 대해 답을 찾아간다. 이 책은 책의 중심 주제인 '왜 죽는가?'에서부터 생명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해답을 찾는 연구가 계속되므로 해답 이외에 수많은 질문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독자들이 더 촘촘히 읽을수록 더 많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과학하는 기본 태도일 수 있으니 천천히 정독을 할 것을 독자는 기대한다.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야말로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이 책은 우리의 지금까지의 사생관을 바꾸어준다. 2022년 1월 10일 일본 NHK종합채널의 ‘NHK뉴스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이며 2022년 10월 현재 16만부 이상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저자는 ‘생물은 왜 죽는가?’라는 질문을 푸는 열쇠가 ‘진화가 생물을 만들었다’는 명제에 있다고 말한다.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 수억 년 걸려 태어난 단 하나의 세포가 모든 생물의 시조가 되었는데 그것은 우연이라기보다 기적이었다. 세포는 세균과 같은 ‘원핵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와 공생하는 ‘진핵세포’로 변화했고,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 전 ‘다세포 생물’이 태어났다. 그 후 오래된 생물이 죽고 새로운 생물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변화’를 핵심 원리로 하는 ‘진화’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생물이 생존하기 위해 더 효율적인 것들을 선택하면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겨남으로써 진화가 이루어진다. 진화 때문에 지금의 인간과 같은 생물이 만들어졌다면 죽음도 진화가 만든 생물 시스템의 일부다.

저자는 생물이 죽어야 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식량과 생활 공간의 부족. 천적이 적은 생물이라 포식을 당할 위험성이 적다 해도 개체가 너무 늘어나면 식량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멸종에 가까우리만큼 개체 수가 감소하거나 소자화(少子化)되어 소수 개체만 살아남게 된다. 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거의 모든 생물은 때가 되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생물이 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다양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생물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항상 ‘변화’를 반복함으로써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 왔다. 그 시제품 가운데 우연히 환경에 적합한 것들이 ‘선택’ 받음으로써 생명의 연속성을 유지되었다. 생물 다양성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 속에서 종의 생존과 지속에 도움을 준다. ‘죽음’은 생물이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다.

 


 

“우리는 왜 죽어야 하나?”라는 물음에 대해 저자는 ‘턴 오버(turn over)’라는 개념을 써서 명확히 대답하고 있다. 지구상의 생물은 다섯 차례의 대량 멸종을 경험했는데, 현재와 같은 포유류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은 약 6650만 년 전이다. 이때 운석 낙하 등에 의한 급격한 환경변화로 공룡 등의 거대 생물이 멸종했고 지상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사라진 덕에 쥐를 닮은 소형 생물이 살아남아 인류로 진화했다. 이처럼 한 생물군의 죽음은 새로운 생물군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같은 생물 종 안에서도 선대 생물이 죽으면 더 진화한 후대 생물이 탄생한다. 이것이 바로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턴 오버’다. 지구상의 생명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 원리다. 가슴 아프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보다 더 진화하고 더 다양화된 다음 세대를 위해 죽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생물의 죽음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사고사(事故死)다. 잡아먹히거나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는 경우가 이것이다. 좀 더 큰 규모의 사례는 공룡이 멸종한 원인으로 여겨지는 운석 충돌이나 대규모 기후 변동 등이다. 또 하나의 방식이 ‘수명’에 따른 죽음이다. 수명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종에 따라 그 길이가 다르다. 현대의 인간은 대부분 노화 과정에서 죽는다. 직접적인 사인은 질병이지만 그것은 대개 노화, 즉 세포의 기능 저하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노화도 진화가 만들었을 텐데 왜 우리는 노화하도록 진화한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만약 몸속의 세포가 늙어 죽지 않으면 세포 대체가 일어나지 않아서 점점 낡은 세포가 쌓이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세포 속 구성 성분의 질도 낮아진다. 이때 기능이 저하된 세포가 그대로 조용히 움직이지 말고 죽으면 좋을 텐데 개중에는 이상한 것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 이상 세포가 암을 발생시킨다. 생물은 이것을 막기 위해 세포 노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명에 의한 죽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죽음이 필연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인류는 수명 연장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인류가 알게 된 수명 연장 방법의 하나는 영양 섭취량을 적당량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대사량이 감소해서 세포의 열화를 일으키는 활성 산소를 줄일 수 있다. 장수에 관련된 유전자도 발견되고 있다. 쥐를 활용한 유전자 실험들에서는 장수효과뿐 아니라 체력과 신장 기능이 향상되는 등 회춘 효과도 나타났다. 다른 쥐들의 몇 배나 더 많이 살고 질병도 없는 벌거숭이두더지쥐에 관한 연구도 진척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보이는 약물도 몇 가지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들이 다 성공해서 사람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우리는 죽는다’. 아니, ‘죽어야 한다’.

저자는 “생물은 우연히 이기적으로 태어나서 공공적으로 죽는다”고 말한다. 지금 존재하는 생명이 죽음으로써 더 다양하고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생명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은 ‘나쁜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이다. 죽음은 현재 살아 있는 생물의 시각에서 보면 삶의 ‘결과’이고 ‘끝’이지만, 기나긴 생명의 역사에서 보면 존재의 ‘원인’이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삶과 죽음이 거듭되는 무대인 지구를 인간 스스로 파괴하지 않고 지켜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 생물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할 이유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이 내린 “우리는 우리보다 더 진화하고 더 다양화된 다음 세대를 위해 죽어야 한다”는 결론은 지극히 논리적일 뿐 아니라 매우 획기적인 생각이다. 이 생각 때문에 이 세상에서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가 이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죽음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하고 그것과 과장된 두려움 없이 마주 서게 해준다.

 


 

‘변화와 선택’이라는 사이클 덕분에 우리 인류를 포함한 현존 생물들이 결과적으로 태어나고 존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턴 오버’에 버금가는 이 책의 두 번째 포인트인 ‘진화가 생물을 만들었다’라는 주제입니다. 생물을 만들어낸 진화는 사실 ‘멸종과 죽음’이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p.102~103)

- 「제2장 생물은 도대체 왜 멸종했는가?」 중에서

 

사람을 진정한 의미에서 이해한 인간이 만든 AI는 인간의 도움이 되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AI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정말로 뛰어난 AI는 우리보다도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 만약 그렇게 되었을 때 그 정말로 뛰어난 AI는 대체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 어쩌면 AI는 스스로를 죽일(파괴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p.277)

- 「제5장 생물은 도대체 왜 죽는가?」 중에서

 

저자 : 고바야시 다케히코(小林武彦)

 

일본의 생물학자. 일본 학술회의 회원. 규슈대학교 대학원 졸업(이학박사). 일본 기초생물학연구소, 미국 로슈 분자생물학연구소, 미국 국립위생연구소, 일본 국립 유전학연구소를 거쳐 도쿄대학교 정량생명과학연구소(생명동태연구센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분자생물학회 부회장, 일본 유전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일본 생물과학학회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노우에 학술상을 수상했으며, 노화를 막고 생명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놈 재생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고 있다. 바다와 연극을 매우 사랑한다. 16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인 이 책 이외의 저서로는 『수명은 왜 정해져 있는가』, 『DNA의 98%는 수수께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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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승무원 일기
제제 씨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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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이 책 『키 작은 승무원 일기』에서 말하는 '승무원'이 스튜어디스(stewardess)를 말한다. 스튜어디스는 여성 승무원이고, 남자 승무원은 스튜어드(steward)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승무원은 특별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다.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에는 특히 더했다.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못할 당시에는 해외 여행인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돈 문제도 있고, 소비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해외 여행은 자유롭지 못했다. 20세기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에 그랬다. 이 때문에 스튜어디스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승객 접대와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영어나 외국어가 기본이고, 우리 나라보다 주로 외국 승객와 함께 대화를 할 때가 많아 외국어 시험도 입사 시험에 있다고 들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스튜어디스 학력은 대졸이었다. 또 승객에 대한 친절한 응대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미모는 기본이고, 키도 커야 한다. 지금은 키에 관한 규정은 없어졌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일 수 있다며 권고 사항으로 채용 시험에 키를 뺀 듯하다. 그러나 키와 몸무게의 제한은 없어졌지만 실제 일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팔의 길이이기 때문에 팔 길이는 212cm가 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남아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독자도 알고 있지 못하지만 아마 승객이 휴대할 수 있는 짐을 머리 위 박스에 챙겨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키라면 키가 큰 사람과 같은 말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더 중요한 조건은 자기 관리가 잘 된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자기 관리에 체격 조건이 들어간다면 실제 키 제한이 없어지지는 않았을 듯 싶다. 그러나 여성들 사이에서는 스튜어디스가 예전만큼의 선망 직종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잔존하는 욕망은 있으리라.

 


 

훤칠한 키에 말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단정한 유니폼과 부드러운 미소까지... 우리가 흔히 승무원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이 이미지는 남자가 여성 상대에게 원하는 관심 사항과 같을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유니폼만 뺀다면. 사실 항공사마다 추구하는 이미지에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그래도 단정치 못한 태도와 복장, 무뚝뚝한 표정이나 화난 표정을 상상하는 사람은 채용 때부터 마이너스가 될 것 같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승무원이 되고 싶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터다. 하지만 노력으로 바꾸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키'다. 그렇다면 키가 작은 사람은 어떨까? 그런 사람도 승무원이 될 수 있을까? 『키 작은 승무원 일기』에서 키 작은 승무원 제제 씨를 만나보자. 특히 승무원 준비생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다.

독자도 해외 여행을 1990년 대 중반부터 여러 번 다녔는데 그 때의 느낌으로는 우리나라 여자 승무원들이 탁월하게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유럽 여행을 가다보면 유럽 내에서도 통행은 자유롭지만 바쁜 일정에 따라 비행기로 이동할 때도 생긴다. 이 경우 외국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승무원들이 우리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독자가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갈 때 에어 프랑스를 탔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독자와의 대화를 위해 많은 애를 써서 알아들으려고 애쓰는 승무원들을 보고 매우 고마움을 느낀 적도 있다. 두 명의 여 승무원이 승객들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모두 외모는 그리 빼어나지 않아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게댜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얼핏 보기에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 승무원이었다. 그때 처음 외국 여승무원을 직접 본 것이었는데 우리나라 승무원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책의 저자이자 '키 작은 승무원'이 '제제 씨'이다. 그는 미대를 졸업한 후 승무원이라는 전혀 다른 취업 길에 도전하기를 여러 해 탈락의 고배를 여러 잔 마신 후에 마침내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 열정 가득한 직장인이다. 지금은 국내 모 항공사에 재직하면서, 아직까지 완결이 나지 않은 자신의 비행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뒤 이어 나올 책도 기대해 본다.

미대를 나온 저자는 책을 내게 된 데 대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내가 작가로 불릴 만 한가?'라는 의구심도 든다고 한다. 많은 작가들이 처음 책을 낼 때 쏟은 노력과 흔히 따르는 소감대로다. 승무원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건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출간 제의를 받고 많이 고민했다고도 한다. 그 때 동기 언니에게 상담을 했는데 "너 이거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은데?"라는 말을 듣고 바로 도전을 결심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런데 작업하면서 욕심이 막 생기더라고요. 좀 더 재밌게, 좀 더 완성도 있게 라고요. 실제로 마감하고 보니 뿌듯한 마음이 가장 컸고요. 더 잘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어요. 그러나 제 자식이 가장 예뻐 보인다는 말처럼 제일 사랑스럽기도 하고요."

저자의 키는 159cm이다. 왜 키 작은 승무원이 별명이 됐을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키가 작은 여성은 아예 선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채용 조건이 변경됐다 하더라도 면접까지 없앨 수는 없을 터, 키와 외모는 최소한의 면접관에게 있었으리라는 짐작은 맞을 것 같다. 저자도 우여곡절 끝에 승무원이 됐지만 유독 혼자가 키가 작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저자는 책이 나온 후 〈채널 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승무원이 된 계기에 대해 "처음 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취준생 때였어요. 당시 절박한 마음에 승무원 에세이나 영화, 블로그까지 안 본 매체가 없었죠. 그런데 대부분이 친구를 따라 면접장에 갔다거나 그냥 한 번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하는 등, 우연히 승무원이 된 이야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때의 저는 여러 번 탈락의 고배를 마셔서 자존감이 낮아져 있던 때라 그 이야기들이 모두 "넌 불가능해"로 들리는 것 같았어요. 동시에 오기도 생기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어요. '내가 꼭 붙어서 평범한 사람의 취업 준비 생활도 공유해보자!'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작업을 병행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캐릭터를 이리저리 만들어보고, 컨셉 구상하는 것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그 끝에 '키 작은 제제 씨'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네요."

저자는 또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해왔다고 말한다. "키가 작은데도 합격할 수 있나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비법이 뭔가요?" 같은 메시지를 자주 받는데, 여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답변은 없었다고 한다. 인사팀도, 인사 권한을 가진 사람도 아닌데 알고 있다는 듯 대답할 수 없으리라. 다만, 여러 소문, 흔히 말하는 '카더라'에 휩쓸리지 않게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책을 냈다고 밝힌다.

'키 작은 사람이 승무원이 되는 건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은 아니다. 여기에 증인이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라는 것. 그렇다고 헛된 희망만 주어서는 안 되고, 무조건 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도 할 수 없을 테니, 실제로 자신이 했던 노력과 겪은 일은 알려주자는 생각에서 책을 낼 결심을 했다고 설명한다. 헛소문은 아니라고 알려줄 수 있고, 키가 왜 채용 기준인지, 어떤 점이 불리했는지, 일하면서 어떤 불편함을 겪는 지 같은 생생한 경험을 나누면서 승무원에 대한 환상적인 생각은 버리고 실체에 다가가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집필 취지이다고 강조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도 함께 책에 실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승무원이 짐을 올려드리는 게 사실 의무는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몸이 불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승객 같은 경우 도와드리지만. 하지만, 가끔 건장한 손님이 가방을 복도에 두고 자리에 들어가버리는 경우엔 좀 난감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저자가 만난 승객들은 대부분 척척 잘 올리더라고 설명한다. 키가 작아 아예 부탁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슬쩍 말을 덧붙이면서 자신의 착각일 수 있다고 단서를 단다.

이에 비해 승무원으로서 키가 작으면 단점은 정말 많다고 토로한다. 짐을 정리할 때도 늘 좌석 옆 발 받침대를 밟고 올라가야 하고, 각종 기물들을 꺼낼 때도 까치발을 들어서 힘겹게 꺼내야 한다. 가끔 갤리 천장에 손을 뻗을 때면, 상의가 치마 밖으로 다 튀어나와서 다시 고쳐 입을 때도 많고... 한번은 키가 큰 남자 선배와 일을 할 때 기내 선반을 고개만 휙 들어서 확인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고 자신은 무조건 발 받침대를 밟고 올라가야 선반 안쪽이 보이는데 말이다. 자신의 단점이 드러날 때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안으로만 움츠려들지 않고 과감하게 조크로 넘기는 데는 저자의 천부적 성격인 것 같다.

전·현직 승무원, 그리고 승무원 준비생 여러분들께 공감과 응원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저자는 미대 출신인 탓에 자신의 작품이 각자의 이야기로 해석되는 걸 예전부터 꿈꿨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귀여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악역 없는 힐링 스토리를 즐기는 사람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이유와 필요에 의해 자신의 이야기를 찾고, 각자의 의미로 해석하면 좋겠다고 책을 낸 소감에 바람을 덧대어 말하고 있다.

 


 

"키가 작아도 승무원을 할 수 있다." 희망을 그림 에세이에서 저자는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어려움에 좌절하고 있는 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따듯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인스타툰으로 공개된 26개의 리터치한 에피소드와 오직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32개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저자의 피땀눈물 나는 승준생 시절부터 지금의 좌충우돌 승무원 이야기가 한때의 즐거움을 주고, 더불어 희망과 실체의 인식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펴낸 책이다. 그의 일상에서 독자들은 분명히 무언가를 찾아낼 것이다.

"저는 제 이야기가 승무원이라는 특정 직업에 한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려움이 있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직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간간히 느끼는 마음의 휴식 등은 각자의 위치가 다를 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 직업을 잘 말 안 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승무원에게 거리감을 느끼거나 다른 시선을 던지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었거든요. 이 책에서 저는 승무원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틀을 깨고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냥 잠시 함께 비행을 하게 되는, 그런 시간으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저자 : 제제씨

 

흔히 키 크고 날씬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승무원. 그 속에 키 159cm의 작은 승무원이 있다. 졸업을 앞두고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승무원 준비는 어느덧 2년을 넘기고 있었고, 그렇게 길어진 취업 준비 생활에 지쳐갈 때쯤 덜컥 승무원에 합격하였다. 고군분투했던 승준생 시절을 뒤로하고 승무원이 된 지금, 인스타그램에서 승준생 에피소드부터 현재의 비행 순간을 그리며 웃음과 희망을 주고 있다.

인스타그램_ @jeje_little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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