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
전승민 지음 / 들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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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라고 불리우는 5개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예전 중국과 유럽을 잇는 교역로 '실크로드'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모두 초원에서 말을 타는 부족이란 의미에서 유목민으로 불리웠다. 한때는 중국과의 전쟁과 화친을 벌갈아가며 대치하고 싸움을 벌였지만 중국 당나라 이후 중국 변방으로 쫒겨나다가 카자흐스탄 근처에서 살거나 일부는 유럽으로 더 나아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등에 지고 산다. 그들은 중국에서 볼 때 모두 '오랑캐'라고 했다. 흉포한 노예란 뜻의 흉노(匈奴), 시끄러운 종놈이란 의미의 돌궐(突厥)족이라 불리었다. 이들 나라는 구 소련 연방으로 묶인 후 1991년 연방 해체 당시 독립국 지위를 유엔으로 보장받았다고 한다. 그런 탓에 우리와는 수교 전까지 친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각각 독립 후 우리와는 속속 수교를 맺어 현재까지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지금은 천혜의 자연 환경과 풍부한 자원으로 미래의 힘을 비축한 나라들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이지만 과거에는 이보다 더 컸다. 몽골제국의 킵차크 칸국 시대에는 지금의 영토에 남러시아 초원과 서시베리아 지역이 추가되었다. 카자흐스탄은 영토가 넓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유라시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동쪽 지역은 천산 북방의 초원을 바라보며 열려 있어 이곳을 통해 타림분지, 몽골고원, 중국으로 연결된다. 서쪽으로는 카스피해 북부를 거쳐 볼가강을 건너면 남러시아 초원, 비잔티움, 로마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트란스옥시아나 및 페르시아의 정주세계와 연결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카자흐스탄에는 고대부터 스키타이, 흉노, 돌궐, 몽골 같은 강력한 유목국가가 등장했다. 이 유목국가들은 동쪽의 몽골고원에서 서쪽의 남러시아 초원으로 진출하거나 정주 지역인 트란스옥시아나로 나아갈 때, 카자흐스탄 초원 지역의 유목민을 규합하고 이 초원을 발판으로 삼았다.

 


 

이처럼 유목 세력의 이동로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은 고대부터 자연스럽게 유목세계와 정주세계를 연결했고, 실크로드 교역의 한 축을 담당했다. 오늘날 신실크로드 시대를 맞이하여 카자흐스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 높아져, 중국과 EU를 연결하는 중국횡단철도(TCR)와 서유럽-서중국고속도로(WEWC)가 모두 카자흐스탄을 지나가고 있다. 중앙유라시아는 광대한 아시아 대륙과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중에서도 중심부를 말한다. 그 중심 범위는 대략 동쪽으로는 몽골고원의 상인링산맥에서 서쪽으로는 남러시아 초원, 북쪽으로는 시베리아 남부의 삼림지대, 남쪽으로는 투르키스탄, 호라산(이란의 동북부지역), 티베트에 이르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몽골고원에서 남러시아 초원에 이르기까지 7,000km에 달하는 초원 띠가 있다. 이 광활한 초원지대는 유목민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초원을 이동하며 다른 초원지대에 사는 사람과 교류하면서 독특한 유목문화를 만들어냈다. 유목민은 다른 지역의 유목 세력과 연합하여 유목국가를 세우기도 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키타이, 흉노, 돌궐, 몽골이 그렇다. 특히 몽골제국을 구성했던 킵차크 칸국은 남러시아 초원을 지배하고 러시아 대공의 임명에 간섭하며 러시아의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지역에는 유목민 이외에 오아시스 도시에 사는 정주민도 있었다. 유목민들이 몽골로이드(황인종)였던 반면, 이들은 이란어, 토하라어 같은 인도유럽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코카소이드(백인종)였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은 동쪽 방면에서는 중국, 서쪽 방면에서는 러시아와 동유럽, 그리고 중간 지점인 중앙아시아에서는 페르사아의 정주세계와 이웃하며 이들과 평화와 전쟁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책에 따르면 대략 16세기 이전까지는 기마술과 활쏘기 기술을 가진 유목민이 정주민에 대해 우위를 보였다. 특히 13세기에 건설된 몽골제국은 유목민의 우위를 보여주는 결정판이었다. 그러나 이는 16세기에 대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역전되었다. 몽골이 대포를 앞세운 러시아와 청나라에 무너지고 내몽골, 신장위구르, 티베트는 중국에, 남러시아 초원 지역은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졌다.

이렇듯 과거 유목 세력이 우위를 보이던 지역이 대부분 러시아나 중국의 중에 떨어졌지만, 이러한 운명을 피한 곳이 카자흐스탄이 속한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이 지역은 18세기 중반부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지만 20세기 말 구소련의 해체와 함께 독립하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 같은 투르크계 국가와, 페르시아계인 타지키스탄공화국이 들어섰다. 이 책 『카자흐스탄 이야기』는 저자 전승민이 카자흐스탄에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기술했다. 저자는 카자흐스탄에 대해 원유를 비롯해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나라, 신(新)실크로드 시대를 맞이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로 표현한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우리에게 많은 부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와는 국교도 맺지 않은 공산주의 러시아 연방으로 소속했기 때문이다. 중앙유라시아에는 수많은 군소 유목 왕조들이 흥망성쇠했다고 한다. 유목민은 늘 이동하는 데다 고유 문자가 없어 자체로 기록된 사료가 많지 않다는 것. 저자는 카자흐스탄에 대한 소개를 목적으로 책을 쓰려고 찾아본 문서는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 책이 중국이나 로마 또는 페르시아, 러시아 사가들이 기록한 자료에 의존하게 된 이유다.

 


 

저자는 이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카자흐스탄의 역사는 돌궐, 흉노, 몽골제국 등 거대 유목 세력 역사의 일부분이었다. 이 책은 유목 세력에 관한 자료에서 카자흐스탄과 직간접으로 관계된 부분 및 저자가 카자흐스탄에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기술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카자흐스탄의 역사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해서도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외교관으로서 직접 경험하고 기록한 내용들이다. 1991년 12월 국민투표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카자흐스탄 공화국이 된 이래 이 나라는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6,667km, 중국과 1,46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이들 두 강대국으로부터 쉽게 등을 돌릴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중국, 서방(미국, EU)의 국제관계를 간략히 정리하는 동시에 이 나라가 갖고 있는 발전 잠재력을 해설한다. 7장 문화 파트에서는 그들의 음식문화, 놀이문화, 국민의 특징 등을 필자가 보고 겪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나아가 8장에서는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상술하고,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카자흐스탄은 우리에게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많은 나라, 실크로드 국가, 고려인이 사는 나라, 우리와 친연성이 있는 나라, 영토가 큰 나라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 이 나라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은 많지 않다. 이 책은 비록 한계는 있을지언정, 앞으로 우리와 관계를 깊이 할 카자흐스탄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최초의 책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는 이들 중앙아시아 나라이름에 '~스탄'이라는 이름이 우선 궁금했다. 나라이름 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 막연하게 잉글랜드, 뉴질랜드 등 땅이나 국가를 지칭하는 이름인 것 같은데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고 지냈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시원하게 알게 됐다. '~스탄'은 페르시아 말이라고 한다. 땅이나 나라라고 짐작한 독자의 예측이 들어맞은 것이다. 카자흐스탄 외에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키스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이 기억난다. 카자흐스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웃한 나라이면서 정치적 운명을 같이 했던 네 나라 중 투르키스탄 이야기도 나온다. 투르키스판은 파미르고원을 중심으로 동과 서로 나뉜다. 오늘날 동투르키스탄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가 되었고, 서투르키스탄에는 다섯 나라가 들어섰다. 앞서 말한 중앙아시아 5개국을 말한다. 특히 카자흐스탄 남부에 위치한 도시 이름이기도 한데 이곳에 카자흐스탄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야사위 수피 교단의 창시자인 야사위의 성묘가 있다. 그가 1167년 사망했을 때에는 성묘가 작았으나 훗날 티무르가 크게 확장했다고 저자는 책에 기술하고 있다. 무슬림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듯하다. 무슬림은 이곳을 세 번 순례하는 것을 메카를 한 번 순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만큼 신성하게 여긴다.

저자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로 고려인을 생각하면 된다. 구소련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로 조선인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실려 강제 이동해 정착한 지역이 카자흐스탄이다. 고려일보라는 신문을 통해 카자흐스탄과 비로소 인식했었다. 한글로 적힌 고려일보를 보면서 아이들이 많이 신기해했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고려인의 삶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고려일보 경우에 대부분의 지면이 현재는 러시아어로 작성되고 일부 지면만 한글이라고 한다.

 


 

카자흐스탄은 에너지와 광물자원은 물론 실크로드와 고려인이 사는 나라로 우리에게 각인돼 있지만 사실 저자가 외교업무를 하면서 아무래도 고려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카자흐스탄 조선인들은 구소련 스탈린 시절 1937년 강제로 이주해 온 이후 우리의 부지런함으로 황무지를 일구고 농사를 지을 정도로 잘 인식돼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소련 체제 아래서 북한과의 교류나 외교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대한민국보다 북한을 고국으로 인식한다든지, 호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살실도 독자를 놀라게 했다. 카자흐스탄의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슬림(약 70%)이다. 무슬림은 이슬람을 믿는 사람을 말한다. 카자흐스탄에는 국교가 없으므로 이슬람이 국교는 아니지만 이슬람은 카자흐스탄의 국가 정체성에도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카자흐스탄의 이슬람화는 이 책에도 자세히 조사해 저자가 써놓았다.

카자흐스판의 이슬람은 킵자크 칸국 시대에도 장려되었고 특히 베르케 칸은 독실한 무슬림이어서 그의 사촌인 홀레구가 1258년 바그다드의 칼리프를 살해하자 그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중동이나 이란, 터키와 달리 거리에서 히잡이나 차도르를 쓴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무슬림의 기도 장소인 모스크도 그리 웅장하지가 않다. 그리고 무슬림이 기피하는 돼지고기와 술도 쉽게 살 수 있다니 굳이 이슬람교로 표기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은 아마도 전통적으로 유목민의 천신숭배나 샤머니즘에 익숙해져 있고 또한 260여 년 동안 러시아의 통치를 받은 배경에 기인하기 때문으로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외형상 이슬람 신앙이 약해 보이지만 이슬람은 오랜 세월에 걸쳐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 도시는 물론 시골 곳곳에 모스크가 있으며 결혼, 장례, 할례, 신생아 이름 짓기 등 삶의 대소사가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이맘의 도움을 받아 진행된다고 하며, 식사 전 알라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p.113~114 독자 발췌 요약)

 


 

"외교관들은 외국에서 근무할 때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익히려고 노력한다"는 저자의 말대로 외교관 업무의 중요성은 한 나라를 대표해서 그 나라에 머물며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동포나 여행객까지도 모두 외교관 업무에 속한 것이 많을 터다. 이처럼 외교관의 활동은 자신이 주재하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어 소통하는 데 유익하고 외교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도 아제르바이잔에 처음 발령받아 갔을 때 '이슬람 국가'란 점 때문이었다고 술회한다. 과격한 이슬람 단체들의 테러 활동으로 무질서한 상황이 나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이후 근무하다 자신의 생각은 '기우'였다고 밝히는 저자는 이슬람 국가의 대부분의 국민은 이슬람교를 믿고 의지하며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봤지만 이들의 음악, 춤, 음식 등의 문화도 친밀하게 다가왔으며,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 때도 많았다고 한다. 아제르바아잔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이슬람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준 이유였다고 저자는 「맺음말」을 통해 강조한다.

저자 : 전승민

 

서울에서 출생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외교부에서 32년간(1986-2018년) 재직하는 동안 본부 감사부서를 비롯해 싱가포르, 독일(함부르크, 베를린), 미국(괌, 알래스카),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알마티)에 소재하는 재외공관에서 근무했다. 독일 괴테연구소 및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1989-1991년 수학했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 조직위원회에 1996-1998년 파견 근무했다. 주알마티 총영사 재직 시(2015-2018년) 카자흐스탄의 역사, 문화, 발전 잠재력, 한류 현황, 고려인 등의 주제로 국내 언론에 7회 기고하였다. 2018년 5월 매경미디어그룹과 통일문화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후원하는 제11회 통일문화대상을 수상하였다. 2018년 10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소재하는 투란대학교에서 명예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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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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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는 친환경, 자율주행, 공유로 간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생활과 밀접하게 접촉되어 있는 교통, 환경, 공유 등 미래의 삶을 미리 점 쳐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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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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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 란 단어가 쑥 들어가버린 듯한 요즘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이야기가 크게 부각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확대에 국가별로 총력을 기울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설 마련 등 초기 비용이 엄청난 탓에 국가별로 장기 계획 프로젝트로 시행 중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미 들어섰다고도 말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 이야기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비대면 공유 부분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길 뿐이지, 다른 부문에서는 오히려 멈춰선 것 같은 느낌이다. 흔히 빅데이터와 AI,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말이 쑤욱 들어간 듯하다.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아 정보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얻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 팬데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하 조치도 끝없이 이어질 뿐 위축된 경기도 되살아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자율주행 시대에 차를 타고 다닐지 예측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 책은 독자의 예상보다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기존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현재까지의 상황을 바탕으로 전망하는 것이지만. 경제 불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언제 4차산업 연구 개발이 멈춰설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분이지만 자율주행을 필요한 미래의 자동차를 소개해 주는 이 책이 그나마 희망의 빛을 준다. 이 책 『퓨처 모빌리티』는 〈과학동아〉를 발간하는 동아엠앤비에서 미래의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과 현재의 연구 개발 상황, 국내외 개발 진행 전망 등이 어우러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책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이란 운전자가 전혀 필요 없고,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자동차가 모든 상황에 대처하여 운전을 하는 경우이다. 현재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 중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를 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 IT 기술이기에 IT 기업도 자율주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으로 인한 사회적 혜택을 생각해 보면, 운전자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교통 약자의 이동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연비 개선에 따른 에너지 절감 및 대기질 개선 효과가 있다. 이는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사회적, 질적인 변화에 속하는 것이다.

또 교통체증 및 도심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에도 몫을 담당한다. 굳이 서울과 도심이 아니더라도 출, 퇴근 스트레스가 적다면 지방에서도 워라벨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라 "반드시 ~할 것이다"라고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어떻게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진화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 책에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러 기업과 그들이 내놓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편리한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이러한 변화에 우리도 유연한 적응력이 필요하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오고 있는 생활 속 변화를 살펴보면 매우 놀랍다. 교통 수단 및 여러 체계의 변화,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 기기의 등장은 개인에서 시작하여 가정, 사회,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IT 기술의 발전과 합쳐진 '모빌리티' 서비스가 있다. 비록 기존 사업이나 이해 관계와 상충하여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성장통을 겪고 나면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서비스로 성장할 것이다."는 편집진의 말은 희망적이다.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또한 긍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현명한 지식을 이 책은 여러분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4개 파트로 나뉘어 있다. 1부 「자동차에 일어난 세 가지 변화」에서는 '내연기관이 140년 동안 바뀌지 않은 이유', '외적 변화 : 친환경 자동차', '내적 변화 : 자율주행 자동차', '서비스의 변화 : 공유 자동차'로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로 가는 과정을 집중 분석한다. 이어 이 책은 2부 「미래 자동차는 친환경으로 간다」, 3부 「미래 자동차는 자율주행으로 간다」, 4부 「미래 자동차는 공유로 간다」라고 나뉘어 1부에서 개괄한 '친환경',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친환경자동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로 대변되는 환경 문제는 이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의 과제가 되었다. 특정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각 나라마다 친환경에 관한 이슈가 매우 뜨겁다. 자동차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에 따라 내연 기관 자동차와 연관된 모든 산업이 순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놀랍게도 친환경 자동차에 속하는 전기 자동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50년이나 먼저 발명되었다고 밝힌다. 독자로서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3대 중 1대는 전기 자동차였다고 한다. 대다수가 친환경 자동차의 종착지가 전기 자동차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매우 효율적인 대안책과 기술이 나오길 기다려 본다. 또한 여러 브랜드 자동차마다 새로운 기능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크루즈 기능, 차로 유지, 차선 변경, 자동 주차 등 자율주행 기능은 더욱 더 정교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른 접근법으로서 ① 하이브리드 ② 수소연료전기차 ③ e퓨얼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현재 우리가 타고 있는 차의 상당수가 '하이브리드'인 사실을 비춰볼 때 자체의 발전 과정에 대해 언급한다. 책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 기관이 달려 잇어서 별도의 충전 장치가 없었지만, 최근 외부 전원으로 충전히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배터리 용량도 더 커져서 본격적인 전기 자동차와 더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 유사성을 나열하자면, 내연 기관-병렬 하이브리드-직병렬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 자동차 순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다른 자동차 기업에서는 전기 자동차로 가는 과도기에 잠깐 있다가 사라질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배터리 성능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연료비 상승으로 연비가 중요해지자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뒤늦게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다수 자동차 기업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비록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연비로 내연 기관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연비가 좋다는 건 한 번 주유로 더 긴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 장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한 번 주유 탱크를 가득 채우면 1,200~

1,500km를 달리니, 서울~부산 구간을 세 번이나 갈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의 가장 근본적인 충전 시간 문제를 새로운 인프라 구축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여러 장점을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앞으로 계속 유지될 미래 자동차의 한 형태로 보인다.

 


 

역시 이 책의 핵심은 3부에서 다루는 '자율주행'인 것 같다. 자율주행 기술은 6단계로 나뉜다고 이 책은 기술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란 우리도 알다시피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무인(無人) 자동차'란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벤츠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이후 기초 수준의 연구가 조금씩 진행되며 발전했다. 초기에는 차선 감지 등 주행 보조의 수단 정도였지만,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을 바로볼 수 있게 됐다. 미국 자동차기술자협회는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나눠 구분한다.

레벨 0은 운전자가 모든 조작을 제어하는 상태로 현재 우리가 아는 자동차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동차를 이용할 때 편리한 기능들, 예를 들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가 감기지 않도록 해 주는 ABS 기능이나, 길 안내를 하는 내비게이션 등이 있더라도 이들은 운전에 직접 개임하는 기술이 아니므로 레벨 0이다. 레벨 1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이다. 비록 보조적이기는 하지만 운전에 직접 개입하는 기술이 쓰인다. 대표적인 기능으로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이 있다. 크루즈(cruise)란 우리 말로 '순항'이라고고 쓰며, 고속도로에서 설정만 해 두면 가속 패들이나 브레이크 패들을 밟지 않아도 자동차 스스로 정숙 주행하는 기능을 말한다. 레벨 2는 부분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이다. 현재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여기에 속한다. 레벨 1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단이었다면, 레벨 2는 더욱 적극적으로 운전에 개입한다. 목적지를 지정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않아 운전자가 운전대에 항상 손을 올려놓고 있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 레벨 3은 조건부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이고 레벨 4는 고도로 자동화한 자율주행이다. 마지막 레벨 5가 완전 자동화 자율주행이라고 나뉘어 있다. 레벨 4에서 예외 상황으로 두었던 비상 상황과 도로 조건에서도 시스템이 항상 운전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른바 '꿈의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모빌리티'는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각종 서비스를 통틀어 설명한다. 자율주행차, 드론,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기차 등의 이동 수단은 물론 차량 호출, 카셰어링, 승차 공유, 스마트 물류, 협력 지능형 교통체계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에 포함된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이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스마트 도시가 곧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마지막 파트 4부에서 '공유 자동차'를 다룬다. 미래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해 하나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서비스튼 이미 현실 세계에 구현돼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니다. 독자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 '눈의 나라', '복지의 나라' 핀란드의 '휨(whim)'이 그 주인공이다.

책에 따르면 휨은 핀란드 정부, 통신사, 대중교통 업체가 합작해 만든 교통 플랫폼이다. 여러 이동 수단을 이용해도 결제는 한 번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실시하고 있는 '환승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버스와 택시 같은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와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까지 제공한다. 사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단독으로 존재할 때는 효용가치가 높지 않다. 해당 서비스의 존재를 아는 일부 고객이 주로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과 연결해서 서비스하는 순간, 주요 이동수단으로서 서비스 가치가 급상승한다. 1~3km의 거리를 택시로 가기에는 가깝고, 걷기에는 먼 거리의 이동을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담당할 수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수익성이 좋지 않음에도 전기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카카오T 바이크'를 서비스하는 이유도 핀란드의 흼처럼 통합 모빌리티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쨌든 핀란드의 휨은 미래 모빌리티라고 생각했던 일을 가장 빨리 도입해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통신사, 대중교통 업체 등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잘 합의하고 협력했을 때 어떤 결과를 당장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모든 탈것과 연결하는 일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합의의 문제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기존 사업과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 모빌리티 기업이 기존 법령을 요리조리 피해서 서비스를 내놓는 모습이 약삭빠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기존 법령이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는 기술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 「상생하는 모빌리티」 중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완성하려면 자동차 외에도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하려면 전기 충전소를 많이 보급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중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는 도로와 교통체계다. 교통수단과 교통 시설 전반에 IT 기술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체계를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이라고 부른다.

- 「지능형 교통 시스템」 중에서

 

모빌리티 서비스가 완성 단계에 이르면 자동차를 이용하는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지금과 같이 개인이 자동차를 구매해서 소유하는 형태다. 내가 소유한 물건에 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과 같은 것이기에 아무리 공공 서비스가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다. 개인화 서비스는 더 강화될 것이다. 공장에서 똑같은 형태로 찍어 내는 대신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만들어 주는 맞춤형 제작이 더 발전한다.

- 「소유에서 공유로」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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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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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의 어린 왕자』에는 '내면아이(inner child)'란 다소 생소한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몰라도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알게 될 정도로 책이 잘 쓰여져 있지만, 조급한 독자는 먼저 개념이라도 알기 위해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았다. 〈상담학 사전〉에 따르면 내면아이란 한 개인의 정신 속에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처럼 존재하는 아이의 모습을 일컫는 용어로 대상관계이론에서 나오는 말이다. 어린 시절의 주관적인 경험을 설명하는 용어로서 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다. 뇌 속에 저장된 어린 시기의 기억은 개인의 정서에 관련된 기억을 설명해 주는 중요한 경험적 자원이다. 내면아이의 발달은 부모의 양육태도와 관련이 있다. 자녀의 성장과 성격발달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말러(M. Mahler), 페어베언(W. Fairbairn), 위니콧(D. Winnicott) 등 대상관계이론가들은 유아의 성격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미실다인(W. Hugh Missildine)에 의하면, 개인에게는 2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하나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부모의 생각, 감정, 행동, 태도 등을 유사하게 닮은 내면 부모(inner parent)이며, 다른 하나는 그런 부모의 양육방식에 대한 자아의 내적 반응으로 형성된 내면아이다. 내면아이는 내면 부모에 대조되는 개념으로 교류분석에서의 어린이 자아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미 성인이 된 각 개인의 내면에는 과거의 유아기적 모습이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내용은 정신세계 속에 남아 현재의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브래드쇼(J. Bradshaw)는 어린아이의 감정이 억압된 채 자라면 상처받은 그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 성인의 내면에 남아 있게 된다고 하였다.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과거의 내면아이는 후일 성인기 부적응의 원인이 된다. 정신의학자이자 '개인심리학' 창시자인 알프레드 아들러가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에 보편적인 열등감·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 즉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생각하였다는 말과 깊은 관련이 있음도 알 수 있다.

 


 

『어린 왕자』는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제 2차 세계대전 중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추락한 후 만난 '어린 왕자'와의 일을 바탕으로 썼다.(사실은 독백에 가까운 생각일 뿐이지만) 이 동화 같은 소설은 한 어른과 자아의 내면에 살고 있는 어린이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비행기 조종사인 화자는 엔진이 고장나는 바람에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불시착, '삶이냐 죽음이냐'의 갈림길에 놓인다. 이 가장 궁극적인 물음이 삶과 그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를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비상 상황을 배경으로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관계가 전개되고, 그 본질은 매우 예리한 질문-어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물어보는 “어린 왕자”라는 어린이의 독특한 질문들-이다. 화자와 어린 왕자 사이의 대화는 사실은 자신을 향한 독백이다. 아무런 제한 없는 상상과 어린이의 요구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이와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와 화자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린 왕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괜찮다면, 양을 한 마리 그려줄래요?” 하고 물으면서부터이다.

매력적인 우화 『어린 왕자』는 현실의 관습을 거부하고 상상력의 고삐가 풀리는 몽환적 정경 속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 작품이기도 하다. 화자가 자신의 상상력을 재발견하면서 어른과 어린이의 역할이 바뀌고, 어린이는 어른에게 호기심이라는 신성한 예술을 가르쳐준다.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말년에 쓰여진 작품으로, 어른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어떻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선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 『나의 어린 왕자』는 작가 정여울이 내면아이를 만난 경험과 『어린 왕자』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한 작품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어린 왕자』는 짧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로 다가온다. 특히 독특한 그림은 번역판에서도 그대로 사용해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들은 그림만 보고도 '어린 왕자'임을 쉽게 알아볼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자도 어렸을 때,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사회 생활할 때도 읽은 경험이 있어 너댓 번은 읽은 것 같다. 처음 읽을 때도 강한 충격을 받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느끼는 충격은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정여울 작가는 『어린 왕자』를 읽고 또 읽고 꼭꼭 씹어서,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내면아이를 끝내 만났다고 말한다.

저자 정여울은 최근 내면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 “우리는 왜 내면아이와 대화해야 할까요? 그 두려움을 넘어설 용기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요?” 저자는 어린 왕자를 통해 내면아이를 만나고, ‘조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조이’는 이에 화답하듯, 쑥 커버린 성인자아에게 ‘루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이 둘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저자는 내면아이와 대화하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면아이와 만난다는 것은 최고의 멘토이자 ‘베프’를 늘 가슴 속에 지니고 다니는 기쁨입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이 많았지요. 이제는 내가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내면아와의 대화, 그것은 밝고 좋은 이야기라서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내가 숨기고 억압해 왔던 부분이 마침내 보이기 시작했기에 느끼는 발견의 기쁨이지요.”

 


 

『나의 어린 왕자』는 300여 개의 언어와 방언으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어린 왕자』를 통해 저자가 만난 내면아이 ‘조이’와 성인자아 ‘루나’의 부담 없고 진솔한 대화이자 향연이며 끊임없는 성장 스토리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나의 어린 왕자’이며, 독자들이 ‘나의 어린 왕자’를 만나 치유와 극복의 에너지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친절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사실 문학 작품 『어린 왕자』에 대해 해설하는 책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대부분 『어린 왕자』의 작품 속 맥락 안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단순히 작품 해석의 차원을 넘어 독자들에게 『어린 왕자』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고백한다. 저자는 인생의 사막 한복판에서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어린 왕자를 기적처럼 발견한다. 저자의 마음속 어린 왕자는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만나야 할 내면아이였고, 그와 대화하기 위해 ‘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희미해진 부분을 선명하게 만들어서 ‘내가 되찾아야 할 나’를 보다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됩니다. 내면아이의 상처가 선명하게 깨어나는 순간, 그때 돌보지 못했던 나의 소중한 부분도 함께 깨어나는 것입니다. 그림자와 만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자의 층을 뚫고 들어가면 반드시 내 안의 가장 환한 빛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처 때문에 나의 잠재력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너는 이것밖에 못 하니’, ‘저 아이는 저렇게 잘하는데’라는 어른들의 비난을 들으면서 급격하게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었던 순간들이 기억났습니다. 저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 재능, 꿈이 많았는데,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어요. 다행히도 글쓰기라는 탈출구가 있었기에, 제 안의 잠재력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탈출구가 필요합니다. 그 표현의 탈출구를 열어주기 위해, 내면아이와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 책 『나의 어린 왕자』는 모두 10개의 장(章)으로 구성했다. 각 장은 루나와 조이의 대화를 전면에 배치하고, 저자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영문판을 직접 번역한 ‘어린 왕자의 말’, 그리고 독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여울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독자만의 특별한 『어린 왕자』가 되길 바라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평소 글쓰기를 격려하는 저자는, 내면아이와의 진솔한 대화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질문을 몇 번이고 고치고 다듬었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저자의 질문을 통해 생각하며 마음속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책 전체를 구성하는 10개의 장은 마치 이야기의 전개처럼 내면아이 조이와 성인자아 루나의 첫 만남에서부터, 마침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까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장 「내 안의 어린 왕자와의 첫 만남」, 2장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때가 언제지?」, 3장 「분노로 가득한 사랑도 끝내 사랑이니」, 4장 「두렵지 않았던 적이 없어」, 5장 「내가 가장 어여뻤던 시절」, 6장 「너는 안 된다고 규정짓던 사람들」, 7장 「잊을 수 없는 폭력의 기억」, 8장 「내 몸은 왜 내 것이 아니었을까」, 9장 「이제 네 안의 날개를 맘껏 펼치고 날아가!」, 10장 「사랑받지 못한 우리 모두의 내면아이에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마지막 부분에 '인터뷰' 「당신의 소중한 내면아이를 되찾아 드리고 싶었어요」를 싣고 있다. 저자가 내면아이를 발견해 내면서 수많은 대화, 삶에 대한 비유적 표현과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많은 부분에 대한 독자들의 충분한 이해를 위해 덧붙인 것으로 독자는 풀이한다.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주저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내면아이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서로의 성장(루나)과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내면아이(조이)가 대화를 나누는지, 그리고 지금의 오늘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듯 말한다. “당신의 내면아이는 당신의 성인자아가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의 내면아이는 저의 성인자아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그때 너는 왜 당당하게 너의 길을 가지 않았니? 넌 충분히 꿈을 펼칠 수 있었는데.’ ‘어린 시절 동생들과 시골 할머니 집 대청마루에 누워서 별 보던 거 기억나니? 그때 넌 참 괜찮은 어린이였는데.’ 그런 내면아이의 해맑은 속삭임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자, 좀 더 여유롭고 지혜로운 또 하나의 나와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내면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당신은 이미 반 이상은 낫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내면아이의 한 맺힌 심정을 들어주고, 현실세계에서 그 내면아이의 슬픔을 풀어주는 행위를 어떻게든 해주면, 분명 내 안의 불안과 공포가 녹아내리기 시작한다”고 전한다.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이 너무 다행이지 않나요. 우리는 내면아이를 달래어 세상 밖으로 용감하게 나오도록 이끌 수 있는 건강한 성인자아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면아이와 만나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복잡하다 싶으면, 이것만 기억해 두세요. 내면아이와 친구가 되는 것은 나만의 ‘베프’ 를 내 안에 간직하는 일이라는 것을요.”

누구에게나 지탱하기 힘든 고통은 있다. 사실 삶 자체가 고통일 수도 있다. 불교에서는 인생 자체를 고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것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누구나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삶에 대한 명언들도 몇 개만 모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삶이 고통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 즉 삶 자체가 축복이라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고, 행복이다는 생각을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한 저자와 한 하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느낌도 얻을 수 있다.

 


 

"이제야 내 나이쯤 되는 어른들은 그래도 내면아이를 보살필 시간이 조금이나마 생긴 거야. 그 생각을 하니까, 나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어른들의 무서운 얼굴들이 실은 권위주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두려움 때문에 일그러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들은 나에게 권위를 과시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자신들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화부터 내고, 공부하라고 윽박지르고, 공부밖에는 살길이 없는 것처럼 우리를 내몰았던 거야. 다행히 지금 우리 시대의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들을 공부만 하라고 내몰지는 않아. 물론 여전히 그런 부모들도 있지만. 많은 어른이 ‘우리보다는 더 나은 삶’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애쓰고 있어."(p.128~129)

 

저자 : 정여울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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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 -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니까
김은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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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리의 삶을 바다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밀물과 썰물, 조류, 수많은 생물을 먹여 살릴 수도 있고, 모든 생명을 일시에 죽일 수도 있다. 아무리 작은 배라도 안전하게 떠다닐 수도 있고, 아무리 큰 배일지라도 때를 잘못 만나면 파괴되고 침몰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인생과 바다를 비유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 책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의 저자 김은정은 제목처럼 무한하지만 다양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삶을 바다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냥 보기에는 파도로서 모든 파도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본다면 같은 파도가 아님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사시사철 무상(無常)이라는 것을 발견해 낼 수도 있다.

우리 삶도 늘 같은 일들의 되풀이 같지만 단 하루도 똑같은 삶은 없을 것이다. 시간의 변화, 사람의 변화, 장소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의 법칙일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우리의 삶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태도다. 인생의 대부분은 일을 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우리의 시간에서 일을 떼어 내기란 어렵다. 삶에서 일을 분리할 수 없다면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느냐이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면 우리의 시간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지만, 일을 부정적인 마음으로 대한다면 많은 시간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채워진다. 이 책의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의 저자 김은정은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버지가 출장을 갔다가 사 온 캐릭터 상품들로 가족 역할 놀이를 하던 소녀였다. 저자는 어릴 적 친구였던 캐릭터들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어른이 되었고, 더 이상 인형을 가지고 역할 놀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아하던 캐릭터들과 가까이 지내는 삶을 꿈꾼다. 그는 친구 같은 캐릭터들과 항상 함께하기 위해 캐릭터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즐거운 감정으로 채워졌다고 말하고 있다. 일하면서도 늘 즐겁게 지내는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뭐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일은 뭘까?’ 하는 궁금증을 심어 준다.

저자의 말은 의미심장한 점을 드러낸다. "어떤 것을 열렬히 좋아해 본 사람의 인생은 이전의 인생과는 달라진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좋아함으로써 새롭게 보이는 세상, 세밀한 결을 손으로 천천히 살펴야만 비로소 보이는 작은 세계가 있다."

저자는 마음을 줄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기쁘다고 말한다. 또한 독자들에게 가슴이 뛰는 일을 한다는 건 삶의 평균 행복 값이 올라가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설명하는 사람의 눈은 반짝거리고, 그 반짝거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생명력을 얻는 기분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듣다 보면, 독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눈을 반짝거리게 해줄 일을 찾을지도 모른다.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저자는 해외로 나가야겠다는 꿈을 키운다.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저자는 꿋꿋하게 인생을 살아가며 결국 홍콩에서 사업을 하게 된다. 저자는 더 큰 세상으로 가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건넨다.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들 또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산소통의 4/5 정도를 쓰면 다시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해야 한다. 올라가는 데도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가 너무 올라가기 위한 산소를 남겨 두지 않는 다이버처럼 살지 않았나 생각했다.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고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았나. 그래서 너무 지쳐 버리지 않았나."(p.140)

늘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저자는, 바쁘게 사는 것과 열심히 사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바쁘게 사는 것을 열심히 사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바쁘게 사는 것이 꼭 옳다고 할 수는 없으며, 휴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쉬지 않고 달릴 수 없다. 휴식을 취함으로써 다시 앞으로 내달릴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앞만 보고 달리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주변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놓치게 된다. 가끔 멈추어서 주변을 살피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번아웃이 온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쉼터가 되고, 다시 달릴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즐기는 사람은 더 오래,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에서는 일과 삶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공자의 『논어』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말로 일을 즐겨야 한다는 가르침을 인용한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란 말이다. 이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자를 인용했지만 저자의 의미는 분명하다. 즐기는 사람은 노력하는 일을 고되게 여기지 않기에, 더 오래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가 캐릭터 디자인과 개발 업무를 진심으로 즐겼다는 것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넘치다 보니 일상 속에서도 아이디어가 샘솟았다고 한다.

회사에는 캐릭터 개발 업무를 하는 직원이 여럿 있었지만 캐릭터를 사랑하는 이들의 아이디어가 단연 빛났다고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거래처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어필하는 편이어서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니노미야 토모코의 순정 만화에 대한 제품을 개발할 때 초판만 100만 부 이상 팔려 나가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내일도 칸타빌레〉라는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성공적인 임무였다는 뒷 이야기다. 음악대학 피아노과의 천재 괴짜 여학생 노다 메구미와 잘생기고 실력도 뛰어난 치아키가 주인공인 만화였다. 그 캐릭터 제품을 제작하던 회사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저자가 낸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어린이용 바이올린 만드는 지인에게 미니어처 제작을 의뢰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큰 성공의 결과를 얻어냈다고 한다. 이 모든 결과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행운처럼 얻어졌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아이디어를 더할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은 늘 그 일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는 사람이 빚어낸다는 마음의 철칙이 굳어졌다는 이야기다.

 


 

2장 「지붕은 해가 맑을 때 수리하는 거야」에서는 회사와의 힘든 거래를 성사시키는 성공적 비법도 소개한다. 저자는 영화 〈대부〉의 명대사를 이용했다고 말한다. 돈 비토 코를레오네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에서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게임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 판단한 후에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고안하는 게 미션이라고 한다. 경쟁 회사로 가려는 임원으로 저자의 회사 쪽으로 바꾸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압도적인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싶었다. 저자는 그들이 회사를 방문키로 약속한 남은 2주를 활용해 세계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힌 캐릭터들이 쇼룸에서 맞이하자 마치 올림픽 입장식 때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을 방문단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 회사는 그 자리에서 저자의 회사와의 거래를 약속했다고 한다.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을 승률을 계산할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위해서는 상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전략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손으로 만든 전략들을 내 손으로 실행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언어도 필수적이라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저자의 성공적 엄무 이야기만 듣다 보니 은근히 자신의 무용담만 늘어놓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대수겠는가, 없는 일 꾸며대는 것도 아닌데. 조금 더 여유를 갖고 3장 「천천히 뛰어들고 천천히 떠오르기」로 옮겨간다.

 


 

3장은 큰 제목 아래 여섯 개의 소제목이 눈에 띈다. '도약의 순간을 알아차리기', '잊을 수 없는 낯섦의 순간',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무릇', '대충대충이 가르쳐 주지 않는 마음', '천천히, 그렇지만 물러나지 않는 한 걸음', '돌아갈 산소를, 힘을 남겨 둘 것'이다. 저자는 '도약의 순간을 알아차리기'란 제목의 글에서 "누구에게나 도약의 순간은 온다. 중요한 것은 도약의 순간을 알아채고, 그 순간에 제대로 발구르기를 하는 것이다"라고 제목 밑에 별도의 글을 끼워 넣었다. 저자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도 '삶의 힌트'를 많이 얻기 때문이란다.

TV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이야기를 꺼낸다. 이 프로그램은 여자 축구 게임이다. 여자 연예인들이 축구팀을 구성하고 프로처럼 리그도 만들어 축구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그들의 실력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독자도 그 프로그램을 여러 번 보았지만 여리게만 생긴 여자 연예인들(물론 팀별로 개그맨, 아나운서 등도 포함되어 있다)의 축구 실력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두 번 시청이 거듭될수록 그들의 축구 실력이 나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경기에서 '저 연에인은 숨은 열정이 있구나' 하는 게 느껴질 정도이다. 거기에서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삶은 사람이 노력하는 만큼 주어진다" 는 점이다.

저자도 2002년 월드컵 축구 이야기를 꺼내며 스포츠에서 삶의 힌트를 얻는다고 말한다. "스포츠가 삶과 비슷해서인지 경기를 보면서 나는 인생의 노하우를 얻을 때가 많다. 9회말 2아웃에서 역전을 이끌어 내는 야구를 보면서 '스포츠도 삶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걸 깨닫기도 하고, 인생을 닮은 마라톤을 보며 중요한 건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완급을 조절하는 거라는 걸 곱씹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내가 깨달은 건 성장을 위해서 때로는 디딤돌을 밟아야 한다는 것, 순간의 도약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p.99~100)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들 한다. 그 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나는 이런 걸 가르쳐 주고 싶다. 다른 사람이 잡는 물고기를 부러워하기보다, 돌아가서 미끼라도 잡으라고. 삶에서 우리가 갖지 못한 것에 눈을 두기보다 이미 가진 것을 활용할 방법을 찾으라고 말이다. 삶에서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p.153)

 

나는 오늘도 파도를 기다린다. 어제와도 같지 않고, 내일과도 다를, 오늘만 치는 파도다. 어제 파도를 잘 탔다고 해서 오늘도 잘 탈 거라는 원칙은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최선을 다해 타 보자.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니까.(p.222)

 

저자 : 김은정(Cindy E.J.Kim)

 

작가, 사업가, 아트 콜렉터, 콘텐츠 크리에이터(카카오, 흐름 드 살롱).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사는 홍콩 사업가 신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EMBA 과정을 수료했다. 30년간 홍콩에서 라이센스 캐릭터 비즈니스를 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였으며, 오늘도 배움과 봉사에 힘쓴다. SNS : https://linktr.ee/cindykimh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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