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연출 - 꿈꾸던 삶을 현실로 만드는
이태화 지음 / 파지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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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연극이다'란 표현은 어느 수필가의 에세이에 나와 있던 귀절이다. 지금 정확히 수필의 제목과 저자의 성함은 기억이 안 되지만 인생을 연극에 비유했던 그는 3막의 연극이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했었다. 사람 나이에 따라 비유했던 것이 기억난다. 연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넘겼는데 이 책 『인생 연출』을 읽다보니 불현듯 그 생각이 난다. 「꿈꾸던 삶을 현실로 만드는」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이태화가 삶과 연극을 비유적으로 이 책의 글을 써나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뮤지컬 배우, 전문 코치, 응용연극 컨설턴트, HRDer, 리더십 강사, 작가 등 많은 직업을 가진 분으로 소개되고 있다. 독자는 잘 모르는 분이지만 아마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꽤 깊숙이 관여했던 것으로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인생과 연극의 비유를 새삼스럽진 않지만 현재 연극 배우, 뮤지컬 배우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이 직접 글로 쓴 것을 독자로서는 처음 보기에 신선한 느낌이 든다. 독자는 연극을 많이 감상했지만 아직도 문외한 수준이다. 연극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거나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연극을 보러 가는 이유가 연극의 내용보다는 배우의 퍼포먼스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의 주제는 대부분 굉장히 간단한 것들이 많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다.

연극은 배우가 무대 장치·조명·음악 등의 도움을 받아 연출자의 지도 아래 각본에 의해서 연기를 하여 관객에게 보이는 종합 예술이다. 연극은 인류 역사와 더불어 태어나서 인류 멸망과 함께 죽어갈 공동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백과사전은 풀이돼 있다. 연극이란 인간이 인간의 행위를 모방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대 예술에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고대 로마의 문인·철학자·변론가·정치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가 "연극은 인생을 거울에 비추어 본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거슬러 고대 그리스 문화에도 연극은 중요 예술이자 시민들의 가장 인기를 끌었던 예술이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유적으로 남아 있는 원형극장 중 일부는 지금까지도 가끔 콘서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고 규모도 크다는 것은 당시 시민들에게 인기를 누렸다는 점을 반증한 것 아닐까.

 


 

이 책은 연극에 대한 원론을 쓴 책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대로 달려 간 저자가 좌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꿈을 이뤄낸 과정을 이야기한다. 꿈꾸던 삶을 현실로 만든 인생연출가의 이상과 현실을 연결시켜 주는 '인생 연출법' 을 통해 누구나 꿈꾸는 삶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책에서 사람과 삶을 "우리는 모두 배우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삶’이라는 공연을 한다. 삶의 대본을 쓰고, 대사를 내뱉고, 움직인다. 스스로 삶을 연출한다. ‘삶’이라는 공연의 주인공이다. 주연 배우이면서 동시에 감독이다. 인생을 연출하는 주체다. 나도 배우고, 당신도 배우다."라고 표현하고 있어 그와 함께 인생 연출을 이야기하려 책을 읽는다. 물론 그가 이야기하고 독자는 듣기만 하는 것이니 강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것은 독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내.꿈.남.행.’ 내가 꿈꾸는 삶을 살면서 남도 행복하게 돕는 것을 인생 '초목표'로 삼고 있는 저자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걷고자 한다. 건축 전공이지만, 리더십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어 건물을 세우는 일보다 사람을 세우는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대학 시절 응원단장을 하며 여러 사람 앞에서의 흥을 발산할 때 진정한 ‘나’로 서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어 연극 및 뮤지컬 배우가 되고자 했다고도 한다. 말 그대로 각고의 노력을 했고, 당당히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또 이번에는 작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고 작가가 되었다고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경험담과 리더십 교육을 통해 익힌 이론을 접목해서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연출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이기에 막연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되는 이유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모두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무대 위에서」, 「무대를 내려오면」이다. 물론 연극과 우리의 삶을 비유할 때 '무대'로 표현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연출도 하고, 스탭도 되며, 배우도 한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이. 저자의 무대에 오르기 전은 꽤 어려운 과정이다. 2010년 3월 31일을 무대에 오르기 위한 결정의 날이었다. 이날 저자는 "회사원이라는 역할을 끝냈다. 4월 1일, 생각해보니 일찍 눈이 떠졌다. 잠들기 전에는 그동안 못 잤던 늦잠이나 실컷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이 떠지고 나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희한하게 더 말똥말똥해졌다. 오늘부터 시작이구나 생각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이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 과감한 도전과 선택을 축하 받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회사 진짜 그만 뒀다. 오늘부터 프리랜서다!]

사실 저자는 '잘 했다!', '멋있다!', '대단하다!'는 답이 되돌아오리라고 예상했다. 응원과 격려, 내심 부러움을 기대했다. 그런데 실제로 온 문자들은 [안 속는다!], [재미없다], [일해라]였다고 말한다. 비장한 저자의 메시지는 만우절로 묵살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2010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백수가 되었다. 나이도 적잖은, 서른 살이었다고 한다. 프리랜서 강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배우 준비를 시작했지만 세상 일이 어디 마음 먹은 대로 풀릴 리 없다. 각오는 비장했고, 현실은 비참했다. 배우로서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졌고, 강사로서 강의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슬슬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렇게 해서 될까?' 하는 두려움이 반복됐다고 토로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랬다저랬다 미친 놈 같았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는 거 아니냐며 스스로를 달래다가도 막연한 두려움에 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쩌다 강의가 들어오면 모든 걸 바쳐서 준비했다. 자칫 강의를 망치면 밥줄이 끊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의 준비에 몰입하면 화장실 갔다 오는 시간도 아끼고 싶을 정도로 절박했을 것이다. 자칫 자리를 뜨는 사이에 몰입의 끈이 끊어질까봐 두려워서였다고 한다. [시작은 어떻게 하지?], [이 화면을 띄워 놓고 무슨 얘기를 할까?], [이 장면에서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청중들이 이 대목에서 어떤 반응을 할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애태우고, 실수하면 밥줄 끊길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각을 거듭하면 쓸데없는 걱정도 들어가는 법이다. [횡설수설하는 거 아닌가?]는 걱정과 두려움이 오락가락 머리를 짓눌린 느낌이었으리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마지막 멘트는 뭐라고 할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오히려 혼란스럽기도 했다. 강의 준비가 유독 진도가 안 나가는 날도 있었다. 안 가던 화장실에 갔다고 문득 명확하진 않지만 붙잡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뭔가 대단할 걸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강의도 공연이다!].

이거다! 강의를 준비하는 강사는 오디션을 준비하는 배우 같았다. 그 초조함, 간절함, 막막함, 두려움, 설렘, 이 미친 기분들이 오디션을 준비할 때와 똑같았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순간적으로 초능력 같은 엄청난 기운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신비한 연결고리를 찾았다. 갑자기 정신이 맑아졌다고 한다. 자신이 오디션을 보러 갈 때와 강의 준비하는 감정들이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저자의 생각을 말끔하게 정리해준 계기였다. "전달하고자 하는 강의 내용은 대보니다. 강사인 나는 배우이자 작가, 연출, 감동이다. 대본도 내가 수정한다. 이번 강의는 어떤 장르로 연출할지 고민한다. 정해진 강의 시간은 공연 시간이다. 내가 '컷!'을 외치고, 내가 오케이!'를 외친다. 청중과 분위기에 따라 의상도 달리 한다. 음악도 정해진 순간에 나와야 할 이유가 생긴다. 의상 감독도 음악 감독도 전부 내가 한다."(p.13~14)

 


 

앞서 언급한 ‘내.꿈.남.행.’이 저자의 초목표라고 했다. 내가 꿈꾸는 삶을 살면서 남도 행복하게 돕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배우가 무대에 설 때, 코치로 강단에 설 때, 항상 청중들과 마주한다. 배우과 코치로서 하는 행위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그 목적이 곧 인생 초목표이자 사명이다. 꿈꾸는 일을 하면서 남도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일이 연기든, 노래든, 강의든, 코칭이든 상관없다. 삶의 장면을 그렇게 채우고 싶다. 그런 장면들로 편집해 가고 싶다. 인생의 초목표를 발견하고 나서야 진짜로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생겼다. 전체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가 설정되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의 목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인생 초목표를 인생의 모든 역할과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역할에 따라 여러 장면을 만든다. 아들이나 딸로서 가정이라는 무대에 오른다. 직장인으로서 일터라는 무대에서 일하는 장면을 만든다. 친구라는 역할은 놀이터에서, 학생이라는 역할은 학교에서 수많은 장면을 만든다. 인생 초목표는 역할로서 만드는 모든 장면들의 '목표의 목표'다. 인생 초목표를 단번에 찾기 어렵다면 먼저 역할별 목표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누구나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만 쉽게 표현하고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역할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모든 역할 목표를 관통하는 인생 초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저자의 인생 초목표 설정은 자세히 설명을 덧붙이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역할 목표는 역할의 끝을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든 역할은 끝이 있다. 인생에서 맡고 있는 역할들이 끝날 무렵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자식이라는 역할은 대부분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끝난다. 학생이라는 역할은 졸업하면 끝이고, 직장인도 은퇴하면 끝이다. 어떤 끝을 원하는가? 역할이 끝날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부분에 집중하면 저자의 초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파악하기 쉽다.

 


 

저자는 페이지마다 열정 넘치는 매력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물론 삶의 무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초목표를 향해 부지런하고도 꾸준하게 다가가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어서 더욱 흡인력을 갖고 있다. 독자도 꽤 열심히 사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저자의 노력이나 최선을 다하는 집중력에 미치지 못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의 하는 일은 초목표를 향한 아래 단계의 목표인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나아가는 저자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태도로 나아간다면 독자 역시 못할 일은 아니다. 조금은 긴 듯한 「에필로그」를 통해 덧붙인 말은 독자의 기억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한 때는 이 말을 오해했다. 오늘만 살고 죽을 사람처럼 방탕에 빠지기도 했다. 오늘이 마지막날 인 것처럼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 '행복=쾌락'으로 생각했다. (중략) Carpe Diem. 지금 이 장면이 예술이다."(p.198~199)

 

저자 : 이태화

 

Actor & Coach 배우이면서 코치다. 공연예술과 교육훈련, 두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무대와 강단을 넘나들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면서 응원단장, 한국 대학교 응원단 협회장으로 활동했다. 리더십의 매력에 푹 빠져서 ‘건물 세우는 일’이 아닌 ‘사람 세우는 일’을 꿈꾸다가 결국 건설 대기업을 퇴사했다. 전문코치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의 꿈을 찾아주다가 자신의 꿈도 다시 찾게 된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배우’의 꿈에 도전하며, 서른 살에 대학로로 가서 당당히 배우가 되었다. 한국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국제코치연맹 및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리더십코칭 MBA로 경력을 쌓았다. 혁신적인 교육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연극이나 뮤지컬을 교육과 융합하는 작업을 하면서 현재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인사조직총괄 책임자로 일하면서 조직문화를 건축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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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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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도 아니고,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 그림이 어느 순간부터 좋아졌다. 독자는 그림을 감상(?)한다고 전시회를 다닌 지 햇수로는 5년이 넘었다. 그러나 자발적 감상이 아니라 같이 다닌 사람의 강요(?)로 다닌 것에 불과했다. 같이 다닌 사람은 그림에 대해 꽤 높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화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그림 실력도 갗췄다. 그는 그림에 관해서는 적어도 독자에게는 꽤 높은 지식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명화 전시회가 열리면 어김없이 독자를 찾아왔다. 관람권 두 장을 들고서. 독자는 그의 호의가 고맙고, 정성도 지극해서 명화를 감상하기도 전에 그에게 감동할 정도였다. 이후로 전시회장에 가는 일이 자연스럽고 간혹 기다려지기도 했다. 모든 그림을 다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독자가 물어본 것에 대해서는 막힘 없이 대답해줬다.

알게 모르게 그림에 대해 조금씩 지식이 쌓이자 책도 한두 권씩 사서 읽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그려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 전시회장은 신비스럽고 신기해서 호기심 충족의 의미가 더 컸다. 그림에 관한 설명을 요청할 때도 '어떻게 그리는지'에 관심이 더 쏠렸다. 일반 유화나 수채화 등은 보고 알 만한 것이어서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기법을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질문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듣고서는 다 외우지 못해 쑥스럽기도 했지만 몇 번씩 설명을 들은 기법은 이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대략 알 것 같은 수준에 이르기는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예를 들면 스크린 기법, 판화 기법 등 알 듯 모를 듯한 그림 밑의 메모식으로 붙어 있는 제목과 기법에 관한 몇 개의 단어를 알 정도로 지식도 조금 더 높아진 느낌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시회장을 직접 가지도 못하고, 기껏해야 TV에서 나오는 명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시청할 정도로는 아직 문외한 수준임을 밝힐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후 그림에 관한 책(전문가용이 아닌 일반 독자 대상)이 정말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그림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게 해준 코로나 팬데믹에게 감사해 할지도 모른다. 감상법이나 그림 해설, 또는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 심지어 개인 연애사나 성격 등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미술 관련 책들이 나왔다. 정식으로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서점에 나온 책들만 보아도 그림에 관한 책이 잘 팔린다는 느낌도 든다. 서점에는 언제나 명화 관련 책들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에 들어가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림에 관해 굉장히 관심이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잘 팔리는 책들인 것 같다. 독자의 경험상 예술을 즐긴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기쁨을 주고 희열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그림에 대한 독자의 지식은 여전히 문외한 수준인 것 같다. 하루 아침에 갑자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 터이니 부지런히 책으로나마 그림 공부를 계속할 일이다. 이 책 『그림의 힘 2』는 전작 『그림의 힘 1』을 출간한 저자 김선현과 출판사(세계사)가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더 오랜 기간 준비해 내놓은 후속책이라는 설명이다.

불행하게도 『그림의 힘 1』을 읽지 못한 독자에게는 이 책이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뿐 아니라 감상법에 대한 영감을 굉장히 많이 전달해 주었다. "갖은 걱정과 고민에 고개를 푹 숙이고 걷다가 쏟아지는 햇살, 청명한 하늘, 산들바람, 명랑한 새 소리를 듣고 크게 위로받은 적이 있다. 시멘트 틈을 뚫고 올라온 민들레꽃이나 빨갛게 익은 단풍잎을 보면 기특하고 고마웠다. 새 봄을 맞이하는 공간에서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을 즐기는 상춘객이 그토록 많은 것을 떠올리면 사람에게 필요한 정서랄까 위로가 되는 환기의 존재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 기운을 북돋고, 등을 토닥이고, 다정한 눈인사를 건넨다. 그 모든 순간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 명화들 역시 오랜 시간 살아남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저자 김선현은 이것이 바로 『그림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차(CHA)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원장이자 미술치료계의 권위자로 잘 알려진 교수이다. 미술치료사로서 그간의 임상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가 좋았던 명화 62장을 선정하여 소개한다. 전작 『그림의 힘 1』은 삶에 있어 가장 주요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일」, 「관계」, 「돈」, 「시간」, 「나 자신」 등 다섯 영역을 제시하고, 여기에 도움을 주는 작품들을 배치해 마음을 위로했다면 이번 『그림의 힘 2』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너무 집중해서 피로할 때 등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편안하게 바꿀 수 있도록 마음을 보듬기도 하며, 말을 걸기도 한다. 김미옥 예술평론가가 “예술이 인간을 위해 복무한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증명하지는 못하리라.”라고 남긴 추천평대로 이 책은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카타르시스가 인간의 부정적 감정을 순화시키고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듯하다 .

이는 우리가 보통 예술에 기대하는,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영향력과도 관련이 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에 대한 말이기도 하다. 영국 리버풀 대학교의 연구팀은 대가의 추상화가 뇌의 신경 메커니즘을 자극해 뇌 기능을 활성화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림은 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분명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그림의 힘 2』는 매일 조금씩 더 나은 나, 궁극적으로는 최고의 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그림으로 구성했다. 『그림의 힘 2』에 소개된 그림들은 일상 속에서 부정적 감정에 휩씨이고, ‘다운’될 때는 물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더 기분 좋게 푹 쉬고 싶을 때, 산만한 잡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 등 사소한 순간들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전작 『그림의 힘 1』을 저자는 인간의 자기 관리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 조절을 잘 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기반했다고 이 책의 집필 취지를 밝혔다. 저자는 『그림의 힘 1』에서 현대인들이 가장 못하는 감정 조절 중 하나가 스트레스 중에서도 특히 분노조절이라는 데서 그림으로 미술 치료하는 마음에서 책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발간 후 인터뷰에서 저자는 "어떤 부분에서 자신의 분노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잖아요. 자신의 예민한 부분인데요. 이것만 건드리면 분노가 터지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트라우마죠. 이런 것들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그간 쌓아왔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어요. 감정 조절을 잘할 때 성숙한 인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것들을 그냥 표현하고, 그냥 감정 조절 한다는 건 쉽지 않은 부분이에요. 여기에 그림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넣어 조절을 해주는 거죠. 이 그림을 보면서 감동 받고, 울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고, 공감하는 거죠. '맞아, 나도 이래, 어떻게 내 마음을 알지?' 그러면서요. 어떤 휴식을 통해서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자기계발서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그림의 힘 1』 구상과 발간에서 밝힌 바 있다.

미술 감상이나 미술 지식 수준을 함양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그림의 힘 2』는 그림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꼭 건너야 하는 강을 자연스럽고 즐겁게 건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썼다고 말한다. 그 과정을 건너야 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험생들이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뇌 기능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험생의 성적을 그림을 통해 올릴 순 없지만 성적을 올리기 위한 마음의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책을 곁에 두고 가까이 보면서 편안하게 느끼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누구나 조금씩은 스탕달 신드롬을 꿈꾼다. 어느 날 문득 예술이 나에게 다가와 전율을 주고 새로운 체험을 하게 만드는 그 순간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볼 때는 신드롬이니, 사조니 하는 지식은 몰라도 괜찮다. 색만으로, 그리고 형태만으로도 그림은 가치가 있다. 만약 이 책의 작품들을 보고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거나 의욕이 생긴다면, 그것이 맞다. 그림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책 표지에서 우리를 반기는 그림은 앙리 루소의 작품이다. 밤이 내린 사막, 홀로 잠든 집시를 주인공으로, 사자가 곁을 지키고 달이 어둠을 덜어준다. 이 작품, 〈잠든 집시〉는 아무도 없이 홀로 건너는 외로운 밤을 위로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곁을 지키는 달과 사자를 알아차리는 데에 화가가 어떤 색감을 사용했는지, 작품의 제작 시기에 신비주의가 유행했는지, 화가의 사조는 어떤지 등의 정보는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면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이 그림은 외로움을 덜어주고, 따뜻한 안정감을 전달한다.

『그림의 힘2』는 이렇게 복잡한 것 없이, 우리에게 즉시 ‘힘’을 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그림들이 매일의 시간들을 조금 더 충실하게, 더 좋게 만들어 줄 것이다. 특히 이번 『그림의 힘2』 리커버 개정판에는 현재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의 근현대 작가 4인의 작품을 새로 추가했다. 이 책에 실린 이들 작품의 제목만 나열해 보ㅈ자면,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역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표현하는 고영훈 화백의 〈낮달〉과 바다, 원시의 숲, 먼 옛날의 자연과 그리움을 그리는, 김보희 작가의 〈Towards〉도 있다. 2021년 타계한, 이미 1970년대 프랑스에서 먼저 이름을 날린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의 마지막 손길이 닿은 〈회귀〉와 아시아권에서는 전통적으로 흔한 소재인 비단잉어를 서양 화풍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화면에 담아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전미선 작가의 〈KOI 384〉가 선보여 한국화가들에 관한 관심을 높였다. 보다 우리 정서에 가깝게 말을 건네는 작품으로 그림의 힘을 더 효과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그림은 고흐가 혼신을 다해 선물한 기적입니다.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갔을 정도로 가장 심적으로 힘든 때, 자신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안정적인 행복감으로 충만한 작품을 탄생시켰으니까요.(p.42) - 「기적의 ‘아몬드 나무’를 선물하세요」 중에서

 

저자 : 김선현(金善賢)

 

예술을 사랑해서 미술을 전공했고, 작가로 활동했다. 강의와 실습을 지도하던 중,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과 스트레스로부터 차츰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림이 갖는 치료적 힘에 눈을 떴다. ‘그림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건 나 혼자만의 만족이지만, 미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가능성에 인생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주위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술치료 분야에 뛰어들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동양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부속병원에서 예술치료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최초로 임상미술사 자격을 취득했고, 일본 기무라 클리닉 및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예술치료 과정을 거쳐 프랑스 미술치료 Professional 과정까지 마쳤다. 미국미술치료학회(AATA)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차(CHA)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원장과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 교수로 재직했으며, 그간의 활동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미술치료학회(WCAT)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최근 세월호 사고 학생들은 물론, 천안함 사건 유족, 연평도 포격 피해 주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일본 대지진 피해 일본인까지, ‘국가적 트라우마’ 현장에 곧바로 초빙되어 많은 이들의 아픈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해온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치료임상센터장으로 부임해 활동 중이다.

여전히 언론에서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게 되는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인터뷰한다. 그동안 집필한 책으로는 『그림심리평가』 『그려요 내 마음, 그래요 내 마음』 『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컬러가 내 몸을 바꾼다』 등 다수가 있다. 이번 『그림의 힘』은 지난 20여 년간의 미술치료 현장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세기의 명화들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집약한 김선현 원장의 대표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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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
전승민 지음 / 들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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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라고 불리우는 5개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예전 중국과 유럽을 잇는 교역로 '실크로드'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모두 초원에서 말을 타는 부족이란 의미에서 유목민으로 불리웠다. 한때는 중국과의 전쟁과 화친을 벌갈아가며 대치하고 싸움을 벌였지만 중국 당나라 이후 중국 변방으로 쫒겨나다가 카자흐스탄 근처에서 살거나 일부는 유럽으로 더 나아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등에 지고 산다. 그들은 중국에서 볼 때 모두 '오랑캐'라고 했다. 흉포한 노예란 뜻의 흉노(匈奴), 시끄러운 종놈이란 의미의 돌궐(突厥)족이라 불리었다. 이들 나라는 구 소련 연방으로 묶인 후 1991년 연방 해체 당시 독립국 지위를 유엔으로 보장받았다고 한다. 그런 탓에 우리와는 수교 전까지 친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각각 독립 후 우리와는 속속 수교를 맺어 현재까지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지금은 천혜의 자연 환경과 풍부한 자원으로 미래의 힘을 비축한 나라들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이지만 과거에는 이보다 더 컸다. 몽골제국의 킵차크 칸국 시대에는 지금의 영토에 남러시아 초원과 서시베리아 지역이 추가되었다. 카자흐스탄은 영토가 넓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유라시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동쪽 지역은 천산 북방의 초원을 바라보며 열려 있어 이곳을 통해 타림분지, 몽골고원, 중국으로 연결된다. 서쪽으로는 카스피해 북부를 거쳐 볼가강을 건너면 남러시아 초원, 비잔티움, 로마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트란스옥시아나 및 페르시아의 정주세계와 연결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카자흐스탄에는 고대부터 스키타이, 흉노, 돌궐, 몽골 같은 강력한 유목국가가 등장했다. 이 유목국가들은 동쪽의 몽골고원에서 서쪽의 남러시아 초원으로 진출하거나 정주 지역인 트란스옥시아나로 나아갈 때, 카자흐스탄 초원 지역의 유목민을 규합하고 이 초원을 발판으로 삼았다.

 


 

이처럼 유목 세력의 이동로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은 고대부터 자연스럽게 유목세계와 정주세계를 연결했고, 실크로드 교역의 한 축을 담당했다. 오늘날 신실크로드 시대를 맞이하여 카자흐스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 높아져, 중국과 EU를 연결하는 중국횡단철도(TCR)와 서유럽-서중국고속도로(WEWC)가 모두 카자흐스탄을 지나가고 있다. 중앙유라시아는 광대한 아시아 대륙과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중에서도 중심부를 말한다. 그 중심 범위는 대략 동쪽으로는 몽골고원의 상인링산맥에서 서쪽으로는 남러시아 초원, 북쪽으로는 시베리아 남부의 삼림지대, 남쪽으로는 투르키스탄, 호라산(이란의 동북부지역), 티베트에 이르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몽골고원에서 남러시아 초원에 이르기까지 7,000km에 달하는 초원 띠가 있다. 이 광활한 초원지대는 유목민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초원을 이동하며 다른 초원지대에 사는 사람과 교류하면서 독특한 유목문화를 만들어냈다. 유목민은 다른 지역의 유목 세력과 연합하여 유목국가를 세우기도 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키타이, 흉노, 돌궐, 몽골이 그렇다. 특히 몽골제국을 구성했던 킵차크 칸국은 남러시아 초원을 지배하고 러시아 대공의 임명에 간섭하며 러시아의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지역에는 유목민 이외에 오아시스 도시에 사는 정주민도 있었다. 유목민들이 몽골로이드(황인종)였던 반면, 이들은 이란어, 토하라어 같은 인도유럽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코카소이드(백인종)였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은 동쪽 방면에서는 중국, 서쪽 방면에서는 러시아와 동유럽, 그리고 중간 지점인 중앙아시아에서는 페르사아의 정주세계와 이웃하며 이들과 평화와 전쟁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책에 따르면 대략 16세기 이전까지는 기마술과 활쏘기 기술을 가진 유목민이 정주민에 대해 우위를 보였다. 특히 13세기에 건설된 몽골제국은 유목민의 우위를 보여주는 결정판이었다. 그러나 이는 16세기에 대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역전되었다. 몽골이 대포를 앞세운 러시아와 청나라에 무너지고 내몽골, 신장위구르, 티베트는 중국에, 남러시아 초원 지역은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졌다.

이렇듯 과거 유목 세력이 우위를 보이던 지역이 대부분 러시아나 중국의 중에 떨어졌지만, 이러한 운명을 피한 곳이 카자흐스탄이 속한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이 지역은 18세기 중반부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지만 20세기 말 구소련의 해체와 함께 독립하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 같은 투르크계 국가와, 페르시아계인 타지키스탄공화국이 들어섰다. 이 책 『카자흐스탄 이야기』는 저자 전승민이 카자흐스탄에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기술했다. 저자는 카자흐스탄에 대해 원유를 비롯해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나라, 신(新)실크로드 시대를 맞이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로 표현한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우리에게 많은 부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와는 국교도 맺지 않은 공산주의 러시아 연방으로 소속했기 때문이다. 중앙유라시아에는 수많은 군소 유목 왕조들이 흥망성쇠했다고 한다. 유목민은 늘 이동하는 데다 고유 문자가 없어 자체로 기록된 사료가 많지 않다는 것. 저자는 카자흐스탄에 대한 소개를 목적으로 책을 쓰려고 찾아본 문서는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 책이 중국이나 로마 또는 페르시아, 러시아 사가들이 기록한 자료에 의존하게 된 이유다.

 


 

저자는 이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카자흐스탄의 역사는 돌궐, 흉노, 몽골제국 등 거대 유목 세력 역사의 일부분이었다. 이 책은 유목 세력에 관한 자료에서 카자흐스탄과 직간접으로 관계된 부분 및 저자가 카자흐스탄에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기술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카자흐스탄의 역사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해서도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외교관으로서 직접 경험하고 기록한 내용들이다. 1991년 12월 국민투표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카자흐스탄 공화국이 된 이래 이 나라는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6,667km, 중국과 1,46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이들 두 강대국으로부터 쉽게 등을 돌릴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중국, 서방(미국, EU)의 국제관계를 간략히 정리하는 동시에 이 나라가 갖고 있는 발전 잠재력을 해설한다. 7장 문화 파트에서는 그들의 음식문화, 놀이문화, 국민의 특징 등을 필자가 보고 겪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나아가 8장에서는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상술하고,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카자흐스탄은 우리에게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많은 나라, 실크로드 국가, 고려인이 사는 나라, 우리와 친연성이 있는 나라, 영토가 큰 나라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 이 나라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은 많지 않다. 이 책은 비록 한계는 있을지언정, 앞으로 우리와 관계를 깊이 할 카자흐스탄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최초의 책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는 이들 중앙아시아 나라이름에 '~스탄'이라는 이름이 우선 궁금했다. 나라이름 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 막연하게 잉글랜드, 뉴질랜드 등 땅이나 국가를 지칭하는 이름인 것 같은데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고 지냈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시원하게 알게 됐다. '~스탄'은 페르시아 말이라고 한다. 땅이나 나라라고 짐작한 독자의 예측이 들어맞은 것이다. 카자흐스탄 외에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키스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이 기억난다. 카자흐스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웃한 나라이면서 정치적 운명을 같이 했던 네 나라 중 투르키스탄 이야기도 나온다. 투르키스판은 파미르고원을 중심으로 동과 서로 나뉜다. 오늘날 동투르키스탄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가 되었고, 서투르키스탄에는 다섯 나라가 들어섰다. 앞서 말한 중앙아시아 5개국을 말한다. 특히 카자흐스탄 남부에 위치한 도시 이름이기도 한데 이곳에 카자흐스탄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야사위 수피 교단의 창시자인 야사위의 성묘가 있다. 그가 1167년 사망했을 때에는 성묘가 작았으나 훗날 티무르가 크게 확장했다고 저자는 책에 기술하고 있다. 무슬림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듯하다. 무슬림은 이곳을 세 번 순례하는 것을 메카를 한 번 순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만큼 신성하게 여긴다.

저자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로 고려인을 생각하면 된다. 구소련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로 조선인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실려 강제 이동해 정착한 지역이 카자흐스탄이다. 고려일보라는 신문을 통해 카자흐스탄과 비로소 인식했었다. 한글로 적힌 고려일보를 보면서 아이들이 많이 신기해했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고려인의 삶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고려일보 경우에 대부분의 지면이 현재는 러시아어로 작성되고 일부 지면만 한글이라고 한다.

 


 

카자흐스탄은 에너지와 광물자원은 물론 실크로드와 고려인이 사는 나라로 우리에게 각인돼 있지만 사실 저자가 외교업무를 하면서 아무래도 고려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카자흐스탄 조선인들은 구소련 스탈린 시절 1937년 강제로 이주해 온 이후 우리의 부지런함으로 황무지를 일구고 농사를 지을 정도로 잘 인식돼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소련 체제 아래서 북한과의 교류나 외교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대한민국보다 북한을 고국으로 인식한다든지, 호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살실도 독자를 놀라게 했다. 카자흐스탄의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슬림(약 70%)이다. 무슬림은 이슬람을 믿는 사람을 말한다. 카자흐스탄에는 국교가 없으므로 이슬람이 국교는 아니지만 이슬람은 카자흐스탄의 국가 정체성에도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카자흐스탄의 이슬람화는 이 책에도 자세히 조사해 저자가 써놓았다.

카자흐스판의 이슬람은 킵자크 칸국 시대에도 장려되었고 특히 베르케 칸은 독실한 무슬림이어서 그의 사촌인 홀레구가 1258년 바그다드의 칼리프를 살해하자 그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중동이나 이란, 터키와 달리 거리에서 히잡이나 차도르를 쓴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무슬림의 기도 장소인 모스크도 그리 웅장하지가 않다. 그리고 무슬림이 기피하는 돼지고기와 술도 쉽게 살 수 있다니 굳이 이슬람교로 표기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은 아마도 전통적으로 유목민의 천신숭배나 샤머니즘에 익숙해져 있고 또한 260여 년 동안 러시아의 통치를 받은 배경에 기인하기 때문으로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외형상 이슬람 신앙이 약해 보이지만 이슬람은 오랜 세월에 걸쳐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 도시는 물론 시골 곳곳에 모스크가 있으며 결혼, 장례, 할례, 신생아 이름 짓기 등 삶의 대소사가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이맘의 도움을 받아 진행된다고 하며, 식사 전 알라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p.113~114 독자 발췌 요약)

 


 

"외교관들은 외국에서 근무할 때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익히려고 노력한다"는 저자의 말대로 외교관 업무의 중요성은 한 나라를 대표해서 그 나라에 머물며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동포나 여행객까지도 모두 외교관 업무에 속한 것이 많을 터다. 이처럼 외교관의 활동은 자신이 주재하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어 소통하는 데 유익하고 외교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도 아제르바이잔에 처음 발령받아 갔을 때 '이슬람 국가'란 점 때문이었다고 술회한다. 과격한 이슬람 단체들의 테러 활동으로 무질서한 상황이 나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이후 근무하다 자신의 생각은 '기우'였다고 밝히는 저자는 이슬람 국가의 대부분의 국민은 이슬람교를 믿고 의지하며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봤지만 이들의 음악, 춤, 음식 등의 문화도 친밀하게 다가왔으며,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 때도 많았다고 한다. 아제르바아잔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이슬람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준 이유였다고 저자는 「맺음말」을 통해 강조한다.

저자 : 전승민

 

서울에서 출생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외교부에서 32년간(1986-2018년) 재직하는 동안 본부 감사부서를 비롯해 싱가포르, 독일(함부르크, 베를린), 미국(괌, 알래스카),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알마티)에 소재하는 재외공관에서 근무했다. 독일 괴테연구소 및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1989-1991년 수학했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 조직위원회에 1996-1998년 파견 근무했다. 주알마티 총영사 재직 시(2015-2018년) 카자흐스탄의 역사, 문화, 발전 잠재력, 한류 현황, 고려인 등의 주제로 국내 언론에 7회 기고하였다. 2018년 5월 매경미디어그룹과 통일문화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후원하는 제11회 통일문화대상을 수상하였다. 2018년 10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소재하는 투란대학교에서 명예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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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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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는 친환경, 자율주행, 공유로 간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생활과 밀접하게 접촉되어 있는 교통, 환경, 공유 등 미래의 삶을 미리 점 쳐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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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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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 란 단어가 쑥 들어가버린 듯한 요즘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이야기가 크게 부각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확대에 국가별로 총력을 기울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설 마련 등 초기 비용이 엄청난 탓에 국가별로 장기 계획 프로젝트로 시행 중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미 들어섰다고도 말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 이야기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비대면 공유 부분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길 뿐이지, 다른 부문에서는 오히려 멈춰선 것 같은 느낌이다. 흔히 빅데이터와 AI,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말이 쑤욱 들어간 듯하다.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아 정보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얻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 팬데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하 조치도 끝없이 이어질 뿐 위축된 경기도 되살아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자율주행 시대에 차를 타고 다닐지 예측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 책은 독자의 예상보다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기존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현재까지의 상황을 바탕으로 전망하는 것이지만. 경제 불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언제 4차산업 연구 개발이 멈춰설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분이지만 자율주행을 필요한 미래의 자동차를 소개해 주는 이 책이 그나마 희망의 빛을 준다. 이 책 『퓨처 모빌리티』는 〈과학동아〉를 발간하는 동아엠앤비에서 미래의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과 현재의 연구 개발 상황, 국내외 개발 진행 전망 등이 어우러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책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이란 운전자가 전혀 필요 없고,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자동차가 모든 상황에 대처하여 운전을 하는 경우이다. 현재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 중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를 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 IT 기술이기에 IT 기업도 자율주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으로 인한 사회적 혜택을 생각해 보면, 운전자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교통 약자의 이동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연비 개선에 따른 에너지 절감 및 대기질 개선 효과가 있다. 이는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사회적, 질적인 변화에 속하는 것이다.

또 교통체증 및 도심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에도 몫을 담당한다. 굳이 서울과 도심이 아니더라도 출, 퇴근 스트레스가 적다면 지방에서도 워라벨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라 "반드시 ~할 것이다"라고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어떻게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진화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 책에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러 기업과 그들이 내놓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편리한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이러한 변화에 우리도 유연한 적응력이 필요하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오고 있는 생활 속 변화를 살펴보면 매우 놀랍다. 교통 수단 및 여러 체계의 변화,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 기기의 등장은 개인에서 시작하여 가정, 사회,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IT 기술의 발전과 합쳐진 '모빌리티' 서비스가 있다. 비록 기존 사업이나 이해 관계와 상충하여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성장통을 겪고 나면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서비스로 성장할 것이다."는 편집진의 말은 희망적이다.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또한 긍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현명한 지식을 이 책은 여러분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4개 파트로 나뉘어 있다. 1부 「자동차에 일어난 세 가지 변화」에서는 '내연기관이 140년 동안 바뀌지 않은 이유', '외적 변화 : 친환경 자동차', '내적 변화 : 자율주행 자동차', '서비스의 변화 : 공유 자동차'로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로 가는 과정을 집중 분석한다. 이어 이 책은 2부 「미래 자동차는 친환경으로 간다」, 3부 「미래 자동차는 자율주행으로 간다」, 4부 「미래 자동차는 공유로 간다」라고 나뉘어 1부에서 개괄한 '친환경',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친환경자동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로 대변되는 환경 문제는 이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의 과제가 되었다. 특정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각 나라마다 친환경에 관한 이슈가 매우 뜨겁다. 자동차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에 따라 내연 기관 자동차와 연관된 모든 산업이 순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놀랍게도 친환경 자동차에 속하는 전기 자동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50년이나 먼저 발명되었다고 밝힌다. 독자로서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3대 중 1대는 전기 자동차였다고 한다. 대다수가 친환경 자동차의 종착지가 전기 자동차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매우 효율적인 대안책과 기술이 나오길 기다려 본다. 또한 여러 브랜드 자동차마다 새로운 기능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크루즈 기능, 차로 유지, 차선 변경, 자동 주차 등 자율주행 기능은 더욱 더 정교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른 접근법으로서 ① 하이브리드 ② 수소연료전기차 ③ e퓨얼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현재 우리가 타고 있는 차의 상당수가 '하이브리드'인 사실을 비춰볼 때 자체의 발전 과정에 대해 언급한다. 책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 기관이 달려 잇어서 별도의 충전 장치가 없었지만, 최근 외부 전원으로 충전히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배터리 용량도 더 커져서 본격적인 전기 자동차와 더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 유사성을 나열하자면, 내연 기관-병렬 하이브리드-직병렬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 자동차 순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다른 자동차 기업에서는 전기 자동차로 가는 과도기에 잠깐 있다가 사라질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배터리 성능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연료비 상승으로 연비가 중요해지자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뒤늦게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다수 자동차 기업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비록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연비로 내연 기관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연비가 좋다는 건 한 번 주유로 더 긴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 장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한 번 주유 탱크를 가득 채우면 1,200~

1,500km를 달리니, 서울~부산 구간을 세 번이나 갈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의 가장 근본적인 충전 시간 문제를 새로운 인프라 구축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여러 장점을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앞으로 계속 유지될 미래 자동차의 한 형태로 보인다.

 


 

역시 이 책의 핵심은 3부에서 다루는 '자율주행'인 것 같다. 자율주행 기술은 6단계로 나뉜다고 이 책은 기술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란 우리도 알다시피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무인(無人) 자동차'란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벤츠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이후 기초 수준의 연구가 조금씩 진행되며 발전했다. 초기에는 차선 감지 등 주행 보조의 수단 정도였지만,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을 바로볼 수 있게 됐다. 미국 자동차기술자협회는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나눠 구분한다.

레벨 0은 운전자가 모든 조작을 제어하는 상태로 현재 우리가 아는 자동차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동차를 이용할 때 편리한 기능들, 예를 들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가 감기지 않도록 해 주는 ABS 기능이나, 길 안내를 하는 내비게이션 등이 있더라도 이들은 운전에 직접 개임하는 기술이 아니므로 레벨 0이다. 레벨 1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이다. 비록 보조적이기는 하지만 운전에 직접 개입하는 기술이 쓰인다. 대표적인 기능으로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이 있다. 크루즈(cruise)란 우리 말로 '순항'이라고고 쓰며, 고속도로에서 설정만 해 두면 가속 패들이나 브레이크 패들을 밟지 않아도 자동차 스스로 정숙 주행하는 기능을 말한다. 레벨 2는 부분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이다. 현재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여기에 속한다. 레벨 1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단이었다면, 레벨 2는 더욱 적극적으로 운전에 개입한다. 목적지를 지정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않아 운전자가 운전대에 항상 손을 올려놓고 있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 레벨 3은 조건부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이고 레벨 4는 고도로 자동화한 자율주행이다. 마지막 레벨 5가 완전 자동화 자율주행이라고 나뉘어 있다. 레벨 4에서 예외 상황으로 두었던 비상 상황과 도로 조건에서도 시스템이 항상 운전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른바 '꿈의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모빌리티'는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각종 서비스를 통틀어 설명한다. 자율주행차, 드론,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기차 등의 이동 수단은 물론 차량 호출, 카셰어링, 승차 공유, 스마트 물류, 협력 지능형 교통체계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에 포함된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이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스마트 도시가 곧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마지막 파트 4부에서 '공유 자동차'를 다룬다. 미래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해 하나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서비스튼 이미 현실 세계에 구현돼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니다. 독자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 '눈의 나라', '복지의 나라' 핀란드의 '휨(whim)'이 그 주인공이다.

책에 따르면 휨은 핀란드 정부, 통신사, 대중교통 업체가 합작해 만든 교통 플랫폼이다. 여러 이동 수단을 이용해도 결제는 한 번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실시하고 있는 '환승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버스와 택시 같은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와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까지 제공한다. 사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단독으로 존재할 때는 효용가치가 높지 않다. 해당 서비스의 존재를 아는 일부 고객이 주로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과 연결해서 서비스하는 순간, 주요 이동수단으로서 서비스 가치가 급상승한다. 1~3km의 거리를 택시로 가기에는 가깝고, 걷기에는 먼 거리의 이동을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담당할 수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수익성이 좋지 않음에도 전기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카카오T 바이크'를 서비스하는 이유도 핀란드의 흼처럼 통합 모빌리티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쨌든 핀란드의 휨은 미래 모빌리티라고 생각했던 일을 가장 빨리 도입해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통신사, 대중교통 업체 등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잘 합의하고 협력했을 때 어떤 결과를 당장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모든 탈것과 연결하는 일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합의의 문제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기존 사업과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 모빌리티 기업이 기존 법령을 요리조리 피해서 서비스를 내놓는 모습이 약삭빠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기존 법령이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는 기술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 「상생하는 모빌리티」 중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완성하려면 자동차 외에도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하려면 전기 충전소를 많이 보급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중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는 도로와 교통체계다. 교통수단과 교통 시설 전반에 IT 기술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체계를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이라고 부른다.

- 「지능형 교통 시스템」 중에서

 

모빌리티 서비스가 완성 단계에 이르면 자동차를 이용하는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지금과 같이 개인이 자동차를 구매해서 소유하는 형태다. 내가 소유한 물건에 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과 같은 것이기에 아무리 공공 서비스가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다. 개인화 서비스는 더 강화될 것이다. 공장에서 똑같은 형태로 찍어 내는 대신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만들어 주는 맞춤형 제작이 더 발전한다.

- 「소유에서 공유로」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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