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투자자 - 부자들은 왜 현금흐름 자산에 주목할까?
이고은 지음 / 스마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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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란 잘 사서 잘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산을 잘 모아가는 것이다.” 미국 주식, 한국 주식, 달러/금, 전세 레버리지, 암호자산까지 돈, 시간, 공간을 넘어 자유로워지기 위한 투자법을 저자는 이해하기 쉽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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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투자자 - 부자들은 왜 현금흐름 자산에 주목할까?
이고은 지음 / 스마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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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크지 않은 직장에서 줄곧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큰 돈을 모을 수 없었다. 아니, 모으지 못했다가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급여에 의해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인데 어디에 돈을 투자해 재미를 본다는 것에 신경마저 쓰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주식이나 부동산에 적은 돈을 투자해 돈을 조금 벌었다는 회사 동료도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동료들 생계 유지에 버거울 정도였으니 독자와 마찬가지다. 투자는 돈(현금)이 있어야 어디든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겨우 겨우 살아갈 정도이니 과감히 다른 직종으로 옮긴다는 것은 생각해본 일도 없고, 될 일도 아니었다. 물론 그 틈에서도 과감한 행동을 하는 동료도 있었다. 그러나 돈 버는 직장으로 옮긴 것은 아니고 겨우 자신의 마음 편한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평생 직장' 개념이었다.

산업화 시대까지는 '직장 잃으면 바로 먹고 키우고 가르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대였다. 어떻게든 정년까지 채우는 것이 직장 생활 시작할 때의 각오였고 싫든 좋든 그 각오는 지켜져 나갔다. 그러다 내외부 환경에 의해 국가 경제가 크게 요동칠 때면 위기는 한 번씩 찾아왔다. 그때 직종을 옮긴 사람도 있다. 회사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란 단어가 생소한 느낌이었고 독자 역시 그때 처음 들었다. 이른바 IMF 시절이다. 그리고 독자는 겨우 겨우 정년, 은퇴를 걱정할 무렵이 됐다. 이번에는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걱정이 대두됐다. 말은 가끔 나왔지만 '노후 대책'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경제가 불안하면 언제 자신이 탈락할지 모르는 시대 속에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을 늘 안고 살게 된다. 독자는 그래도 버틴 셈이다. 그러나 노후 대책엔 여전히 신경 쓰지 못한 채다.

 


 

금융 위기도 있었고, 이젠 팬데믹이다. 일부러라도 적극적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평생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장사'나 '사업'에 뛰어들기엔 그나마 조금 모은 돈이 없는 상태에서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이 책은 독자가 어떻게든 은퇴 전 공부 좀 해서라도 안정적 투자에 대한 지식을 쌓아보려고 택했다. 물론 관련 책을 처음 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에서 읽은 내용은 쉽게 이해하기도, 어렵고 어떻게 알았다 해도 현실 상황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매일 변하는 경제 상황은 책을 쓰고 내는 데까지 참았다가 변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실감시켜주고 별 얻는 것 없이 끝내야 할 참이었다. 이때 이 책은 독자에게 눈이 번쩍 뜨였다. 『자유로운 투자자』다.

책 소개글을 읽어보고 '자유를 원하는 사람이 꿈꾸는 투자법'쯤으로 이해했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이고은 전작 『투자의 재발견』이란 책을 써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었다고 소개됐다. 『투자의 재발견』는 현금흐름이 꾸준한 자산(아파트 전세 레버리지 투자, 해외 배당 귀족주 등) 위주로 좋은 투자방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고 한다. 읽어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이 책 『자유로운 투자자』의 목차를 통해 내용을 먼저 살폈다. 서울 부동산(은마아파트), 국내주식(삼성전자), 해외주식(테슬라, 존슨앤존슨), 금, 원화, 달러, 암호자산(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양한 자산들의 가격을 평가한 사례들과 평가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각자가 원하는 자유를 위한 구체적인 자산배분과 레버리지 구성, 현금흐름 레이어를 쌓는 방법까지 다루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기는 했다. 그러나 '부자 투자법'이란 생각에는 조금 머뭇거리기도 했다. 난 부자가 아니니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에 주저했다. 그러나 경제나 투자의 기본을 제대로 모르는 독자에게는 어떤 책이 도움이 안 되겠나 싶어 선택했다. 용어가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한 번 죽 읽고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저자의 설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목표나 원리는 같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책 속 내용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투자는 자산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한다. 투자를 그렇게 편협하게 생각하면, 투자를 통해 자유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시세차익을 얻는 데 집중한다면 자산가격의 예측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매번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가격 예측에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 에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저자 이고은은 투자란 단순히 시세차익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투자란 자산을 늘리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한다.

또한 자산을 효과적으로 잘 늘리기 위한 좋은 투자방법은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싸게 사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보유’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은 무엇이고,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현명하게 ‘보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독자의 의문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투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에 맞는 좋은 투자방법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전작인 『투자의 재발견』에서는 현금흐름을 꾸준하게 얻을 수 있는 아파트 전세 레버리지 투자, 해외 배당 귀족주 위주로 좋은 투자방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면, 이 책 『자유로운 투자자』에서는 서울 부동산(은마아파트), 국내 주식(삼성전자), 해외 주식(테슬라, 존슨앤존슨), 금, 원화, 달러, 암호자산(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양한 자산들의 가격을 평가한 사례들과 평가 원리를 소개했다.

이 투자방법을 부동산, 주식, 금, 사업, 암호자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적용한 결과,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필자는 퇴사할 수 있었고, 전문직 자영업을 하던 남편 또한 생계만을 위해 일하지 않을 자유를 얻게 되었다. 독자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투자 종목도 있고, 원리부터 설명해준다니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그 약속을 이 책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서 지켰다. 투자 문외한으로서 투자나 경제 관련 책에서 처음 느껴보는 희열 같은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로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터, 누구 하나 반대하거나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 '머리말' 「자유를 꿈꾸는 분들에게」에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투자자가 꿈꾸는 투자의 자유는 ‘돈의 자유(경제적 자유), 시간의 자유, 공간의 자유’라고 전제한다. 즉 ① 돈의 자유(경제적 자유) ② 시간의 자유 ③ 공간의 자유로 구분한다. 돈의 자유는 시간 자산을 포함한 나의 총자산으로부터 나오는 현금흐름이 원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고, 시간의 자유는 원하는 수준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 나의 시간 자산을 적게 쓰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의 자유는 주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신들이 지정학적 위치에 상관없이 분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반면, 안타깝게도 막상 그들의 행동을 보면 자유로워지는 길과는 거리가 먼 투자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경우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변동에만 집중하면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투자행태를 반복한다면, 돈의 자유를 얻기도 어렵지만, 특히 자산의 가격변동에만 집착하게 되어 시간의 자유에 가까워지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다음 3가지이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 「자유를 꿈꾸는 분들에게」에서 다음 세 가지를 밝히고 있다.

1. 여러분이 원하는 투자의 자유는 돈의 자유(경제적 자유), 시간의 자유, 공간의 자유 중에서 어떤 것인가? (복수 선택 가능)

2. 여러분이 선택한 자유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자산과 레버리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그리고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투자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원칙들은 무엇일까?

3.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투자의 기초」에서는 ‘투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투자의 정의(뜻)부터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워런 버핏의 교훈을 모델로 투자 평균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장 「좋은 투자의 방법」에서는 좋은 투자방법의 5가지 핵심 개념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저자 부부는 시간 자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소 생경한 자산을 늘려가는 데에도 역시 같은 투자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자산(테슬라, 삼성전자, 달러, 원화) 등에 대한 가격평가 사례들을 소개했으므로, 독자들이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평가해 보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특히 현금흐름도표를 활용해서 투자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은마아파트 사례를 예로 들어 자세히 이야기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3부 「우리가 꿈꾸는 자유」와 4장 「그럼에도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로 계속된다. 3~4장에서는 각자가 원하는 투자의 자유를 위해 해야 할 구체적인 자산배분과 레버리지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한 돈의 자유를 위해서 자산을 늘려가며 현금흐름 레이어를 쌓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시간의 자유’ 편에서는 투자자의 주요 자산인 시간 자산을 어떻게 투자에 고려할 수 있는지, 현금 흐름도표를 만들어 투자판단에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자유’ 편에서는 가상세계 투자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전세 레버리지 투자와 미국 배당주 투자만을 비교할 때, 시간을 많이 쓰더라도 많은 현금흐름과 돈 레버리지로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기를 원한다면 전세 레버리지가 투자에 적합한 자산이 될 것이다. 반면 현금흐름이 다소 적고, 돈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없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투자자는 미국 배당주가 적합한 투자자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라면 투자자산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전세 레버리지 자산에 어떻게 시간 레버리지 효과를 입힐 수 있을까?’, ‘미국 배당주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돈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p.140)

- 「3장 우리가 꿈꾸는 3가지 자유」 중에서

 


 

사람들의 자산 분포가 80 대 20 파레토 법칙을 따르는 이유는 자본주의 게임 참가자들의 성향과 관련이 있다. 결정적인 변수는 첫째, 평균 자산 증가율을 결정하는 투자능력, 둘째, 꾸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이다. 우리가 계속 도박이 아닌 투자의 영역에서 꾸준히 투자를 실행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자가 상위 자산 그룹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산 증가율을 찾고 지속기간을 늘려야 한다. 구체적인 실례로, 연평균 자산증가율 20%로 8년 투자한 사람, 그리고 연평균 자산증가율 4%로 38년 투자한 사람을 비교해 보면, 40년 후 전자는 상위 13.68%에 그친 반면 후자는 상위 5.08%에 달했다. 연평균 자산 증가율은 전자가 5배 높지만, 결국 꾸준한 투자가 더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도박의 영역에 투자한 사람들의 결과는 처참하다. 단기간의 수익률에 집착한 나머지 도박을 하는 것보다, 나의 능력에 맞는 투자를 오랫동안 지속하면 시간이 갈수록 투자능력이 향상되어 투자수익률 또는 자산 증가율도 향상될 것이다.(p.331~332)

- 「4장 그럼에도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저자 : 이고은

 

돈의 자유, 시간의 자유를 공고히 하며 공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로운 투자자이자 자산거위 농장주이다. 13여 년 동안의 주식 애널리스트 경험과 수많은 실전투자 경험을 통해 정리한 좋은 투자의 방법을 부동산, 주식, 금, 사업, 암호자산까지 다양한 자산에 적용해서 자산거위 농장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GE, 노무라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시간의 자유를 위해 회사원에서 사업가와 투자가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현재는 가족과 함께 건축한 춘천의 전원주택과 춘천, 서울의 사무실을 오가면서 여러 자산거위들을 돌보는 한편, 새로운 품종의 자산거위들에 대해 연구하고 소통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산거위 농장을 잘 운영하는 방법을 자유로운 투자자를 꿈꾸는 거위농장주들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꿈이다. 저서로는 2021년 발간한 『투자의 재발견』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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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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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없는 인간, 인간성을 가진 좀비의 두드러진 차이는 어떤 것일까? 좀비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재보다는 인간이 좀비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물음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각자의 답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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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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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등장은 20년 전만 해도 '먼 미래'로 예측했었다. 사실 인공지능이 체스를 이기고 바둑에 도전할 당시에도, 바둑과 체스는 다른 것이라며 우리나라 이세돌 선수에게 쉽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알파고가 등장하고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5전 4승 1패로 승부를 가르자,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렇게 빠른가? 하고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바둑은 한 경기를 하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변화가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공지능과의 대전을 계기로 시간과의 싸움은 무의미해졌다. 사실 바둑 알파고의 발전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발전이 가능했고, 걸리는 시간은 상상 이외로 짧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축적된 인공지능 바둑은 자체적으로 하루에 3만판의 시험 대국을 자체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쉽게 표현해 전원을 켜고 스위치만 누르면 하루 3만 판을 두고 자료를 축적해 나간다니 아무리 뛰어난 바둑 기사라 해도 일생 둔 대국 수가 3만 판에도 못 미칠 텐데...

이젠 바둑은 인공지능에게 배우고 있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자체 발전 능력은 인간이 제어할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 시간 문제란 이야기다. 이런 지능에다 인간의 생체와 비슷한 로봇만 만들어 낸다면 둘을 결합시켜 영원히 죽지 않는 인공지능 로봇, 즉 '인공지능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이 문제는 당장 산업계부터 시작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윤리와 도덕, 인간의 존엄성을 앞세워 인공지능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게 세계 과학계의 시각인 것 같다. 계속 개발한다면 인공지능 시대가 아닌 인공지능 로봇이 주인이 되고 인간은 거기에 종속되어 생명을 유지하다 결국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인류 최악의 재앙을 맞을 준비를 스스로 하는 격이 된다. 상상력의 최대 집합계인 문학계도 엄청난 지능과 과학기술을 동원해 SF 소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지금은 SF의 시대다.

 


 

이 책 『나는 인간입니다』는 우리가 얼마 전까지 즐겨 읽고 보았던 '좀비(시체 인간)'와 첨단 과학이 좀더 발전된 양상을 띠는 소설이다. SF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출판하며 그 외연을 넓히고 있는 그래비티북스가 펴낸 두 번째 장르소설이라고 한다. 그래비티북스는 2019 SF어워드 우수상 수상작인 박문영 작가의 『지상의 여자들』, 2020 SF어워드 대상 수상작인 이경희 작가의 『테세우스의 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및 2020 SF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무너진 다리』 등 과학 및 첨단 기술문명과 문학이 결합된 한국 SF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뚝심 있게 출간해 왔다. 독자도 우리나라 과학과 기술 문명이 이 정도로 발달돼 있나를 '좀비 책'과 '좀비 영상'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소설은 대표적인 좀비 영화 〈부산행〉과 같이 그 외피는 공포·호러판타지 소설이지만, 작품이 내포한 내용과 주제는 가족소설이며 휴먼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좀비소설이나 좀비영화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좀비를 다룬 작품들이 인간이 주인공이요, 좀비들은 인간의 반대편에 선, 제거해야 할 주적의 위치에 서 있다면, 『나는 인간입니다』는 인간이 아닌 좀비가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장은 아파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 성별·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그렇다.” 이 소설은 그런 가장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이 괴물이 되어 버렸다. 주인공은 괴물이 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면서도, 자신만은 괴물이 되어 버린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본능과도 같이 사라진 아내와 아이들을 찾으러 길을 떠나지만, 가족을 찾아 나선 주인공은 인간 사회에도, 괴물인 ‘그들’ 사이에도 섞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외피적으로 좀비를 다룬 작품이니 호러물이다. 하지만 호러물임에도 저자 원장경은 좀비가 창궐한 아포칼립스 세상을 억지로 무섭게 묘사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내포한 주제로 보아 가족물임에도 저자는 억지로 눈물을 뽑아내려 하지 않는다. 장르물로서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또한 뻔하지 않다. 이 소설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영상 문학에 단련되어 있는 저자의 이력은 소설 속의 장면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듯 볼 수 있는 문장으로 묘사한다.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독자는 느낀다. 읽어가면서 그저 눈앞에 떠오르는 풍경 속에서 호흡하고, 느끼면 된다. 그렇게 그저 자연스럽게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주인공이 보는 것을 보고, 그가 느끼는 것을 느끼고, 그의 고통과 절망을 가슴 아파하고, 그가 다시 일어서기를 온힘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가슴 가장 깊숙한 곳,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지니고 있던 것, 사랑과 휴머니티(인간애)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몰입의 정도가 조금 더 나아가면 급기야 아프도록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그저 살아내고 있던 자기 자신을 힘껏 응원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살았고, 살아내왔기 때문에 독자들의 주인공 좀비의 언행이 자신으로 동일시되는, 동화(同化)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의 이 같은 휴머니즘은 주인공에 대한 애정과 독자들의 사랑스러운 시각으로 읽어주기를 이 책 제목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 표지 제목 '나'는 인간입니다로 시작해서 마지막 부분 제목이자 장(章)은 '우리'는 인간입니다로 끝난다는 점에서 유추 가능하다. 이 마지막 장의 역할을 한 또 하나의 이야기는 별도의 단편소설이기도 하다.

 

 

좀비에 관한 얘기는 이미 많다. 영상물로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부터, 최근 K-좀비물로는 〈킹덤〉까지 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잘 보면 궤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 역시 흔히 우리가 아는 좀비 아포칼립스물이다. 하지만 그간의 좀비물과는 또 좀 다르다. 지금까지의 좀비물에서는 대부분 주인공은 좀비와 대적해 인간을 구하고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좀비이다. 인간이 아니다.(참고로 작품에서 좀비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주제로 보자면 이 작품은 가족물이다. 그런데 그 정서가 아내로 편중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편한테만 집중하지도 않는다. 다만 생존하려고 애쓰는 존재가 주인공일 뿐. 작품 속 주인공은 그저 본능처럼 가족을 찾아갈 뿐, 그렇게 가족의 존재를 알아갈 뿐, 작가는 어떤 쪽에도 무게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잔인할 정도로 주인공과 제삼자와 적의 존재까지 다 조명하려 든다. 따지고 보면 매우 잔인한 처사다. 인간이 무엇인지의 철학적 의문을 제기하지도, 아포칼립스 시대에 인류의 구원 같은 거대 담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생각과 행동을 담담하게, 하지만 끈질기게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독자는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인가, 괴물인가? 주인공은 과연 인간일까, 괴물일까?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기준은 그럼 무엇일까? 인간으로서의 이지와 이성을 잃는 순간,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일까? 과연, ‘이성’이 인간임을 확증하는 조건일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과 인간들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각자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 내고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처음 떠올렸다고 밝힌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꿈 이야기라고 한다. 꿈속에서 자신이 괴물이었고, 수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게 너무 무서웠다는 것이다. 그걸 이야기로 만들어 당시 업계 사람들에게 찾아갔을 땐 한국에선 좀비물이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작가는 긴 시간 동안 이 이야기를 놓지 못했다. 작업 중간에 〈나는 전설이다〉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너 표절이야, 인마.”라는 소리를 듣고 많이 고통스러워했다는데, 실상 저자는 그 작품보다는 오히려 이후 〈부산행〉의 성공을 보며 작품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가 아포칼립스 시대의 영웅으로서의 거대 서사가 아닌, 한 개인 또는 가족에게 일어나는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무엇보다 커다란 가치가 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인 듯하다.

〈부산행〉 이후 〈킹덤〉까지, 어느새 K-좀비물은 흥행보증수표로까지 여겨지곤 한다. K-좀비, 좋은 말이다. 다만 전 세계 어디에도 좀비에 관한 기준은 없다. 또한 이 책의 좀비 역시 대중들에게 익숙한 K-좀비가 아니다. 주인공이 좀비인 이야기 역시, 굳이 찾으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오히려 좀비란 말 자체를 작품 속에 쓰지 않은 이유가 있다. 『나는 인간입니다』라는 작품 안에는 다만 ‘자신을 잃은 자’와 ‘자신을 잃지 않은 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더 매력적이다. 좀비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좀비들이 가진 사회적 은유와, 주인공이 뿜어내는 가정적 은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이 책은 연령과 성별을 막론하고 그 누구한테라도 코끝에 걸린 찡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는 작품 속에 좀비인 주인공이 자신은 좀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말을 묘사하고 있다. 배를 내밀고 숨을 거칠게 쉬며 뒤똥뒤똥 걸어오는 좀비와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지만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넷을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녀석들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고, 주인공은 이들을 지켜가면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말도 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위기도 모면할 수 잇고, 특정 상황에선 목숨까지도 구걸할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녀석들은 생각할 줄 모른다."(p.140) 인간과 짐승과 분명한 차이점은 '생각'이다. 인간은 생각을 가졌기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고, 그 생각을 더 요구하고 있다. 생각에 대한 중요성을 수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강조해온 것을 우리 인간들은 다 알지 않는가. 생각하면서 사는 게 인간이다.

 

“잠깐!!”

조용해졌다. 난 손 들고 천천히 일어섰다.

“나 사람이야! 쏘지 말고 말을…….”

총알 세례가 이어졌다.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도 사람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총을 쏴댔다. 온몸이 저릿한 게 아마 여러 발 맞은 모양이었다. 난 눕고 말았다.(p.103)

 

저자 : 원장경

 

시작은 전자공학도였으나 문학도로 급선회, 영상시나리오전공으로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대학 강사와 시트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각본 담당으로서 생계형 글쟁이로 지내왔다.주로 영상을 다뤄 온 원장경 작가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면서도 또한 새롭게 느껴질 문장을 구사하며 장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화 보듯 생생하게 저절로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들에 몰두하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이 독특하면서도 경계 없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있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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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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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유럽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가문 중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럽 역사 전근현대를 가로지르는 굴곡의 맨 앞에 위치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스위스의 보잘것없는 스위스 산골 지방의 호족에서 갑자기 유럽의 유력 가문으로 급부상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1273년 유럽 열강의 세력 균형에 의해 우연히 굴러들어 온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계기로 부상해 왕족으로 신분 상승했다고 한다. 이때 합스부르크 집안을 이끌던 백작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되면서부터다. 지방 호족이 갑자기 제국의 황제가 되었으니 신분 상승이 아니라 신분 변신에 해당될 일이다. 이 자리는 다른 제후들이 그를 꼭두각시로 삼으려는 목적으로 추대한 것이었으나, 루돌프 1세는 대관식을 치르고 5년 뒤 전쟁을 일으켰다. 그는 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보헤미아를 손안에 넣고 곧이어 오스트리아 일대도 자신의 영지로 삼았으며, 스위스 산속에서 오스트리아로 본거지를 옮겼다. 그 뒤 루돌프 1세는 오직 합스부르크왕조를 넓혀나가고 지키는 것만을 첫째 목표로 삼았다.

이후 유럽을 세계사의 중심으로 만든 합스부르크 가문은 열강의 세력 균형에 의해 우연히 굴러들어 온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계기로 약 650여 년에 걸쳐 긴 왕조를 유지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유럽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주변 국가들과 적극적인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물 모양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간 합스부르크왕조는 유럽사의 핵심이자 기반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알면 유럽사의 흐름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긴 세월 동안 정치적 부침이 없지 않았지만, 1차 세계대전 직후 마지막 황제 카를 1세가 퇴위할 때까지 장장 650년 동안 제국의 품격을 지킨 합스부르크 가문은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터키, 체첸,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등을 포괄하는 다민족 제국으로 성장했다. 또한 긴 역사를 가진 만큼 합스부르크 가문에는 매력적인 인물이 다수 존재한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열중한 황제, 오로지 사랑 하나만 바라보았던 왕비, 정치에는 관심 없이 연금술에 빠져 있던 왕,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영웅의 아들, 이국의 땅에서 기요틴의 이슬이 된 왕비 등 가혹한 운명에 맞서, 또 운명에 따라 조용히 사라져간 주인공들의 면면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18세기 중반에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근대 개혁정치의 시발점으로 평가될 만한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가 제국의 통치자로 등극하기도 했다. 19세기 초반에는 혁명 프랑스에 반대하는 유럽 보수반동 정치세력의 보루가 되어 악명을 떨치기도 했지만, 19세기 후반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연방국가 모델을 창출하는 왕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14년 6월,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부처의 죽음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발생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유럽을 통틀어 가장 유서 깊은 왕실인 합스부르크 왕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유럽 발달사와 역사를 살펴보면 역사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나 통치자에 의해 역사의 굴곡을 자아냈다고 할 수도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와 맞물려 돌아간 셈이다. 1452년에는 10년 전 (신성)로마독일 왕에 즉위한 프리드리히 3세가 로마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의 황제 대관식은 로마에서 교황 니콜라우스 5세가 직접 집전했다. 그것은 합스부르크 가문으로서는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고, 이제 합스부르크 왕실은 이후 460년 동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배출하는 어엿한 황실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황제의 손자인 미남대공 필리프 1세의 아들 대에 이르러 합스부르크 황실은 스페인 계보의 국왕 카를 5세와 오스트리아 계보의 황제 페르디난트 1세로 가문이 분리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위를 넘겨받은 오스트리아 계보는 다시 티롤 계보인 페르디난트 2세 황제에 의해 유지되다가 마리아 테레지아의 부왕인 카를 6세까지 이어졌다. 1732년 1월 11일, 황제 카를 6세는 오랫동안의 협상 끝에 왕자가 아닌 공주가 상속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한 국사조칙을 공인받는 데 성공하였고, 이로써 마리아 테레지아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왕위에 오르는 인물이 되었다.

이 책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저자 나카노 교코가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의 일환으로 낸 첫 책이다.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해줄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는 모두 5권으로 기획되고 있다. 이 책에 이어 『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 『명화로 읽는 로마노프 역사』, 『명화로 읽는 잉글랜드 역사』, 『명화로 읽는 프로이센 역사』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리즈 첫 책으로 낸 이 책은 합스부르크 왕족의 역사가 유럽 근대사를 중심으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당연히 시리즈 첫 책이 될 수 있으며, 합스부르크가 예술, 특히 그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탓에 화가들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에서 합스부르크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려진 명화를 선정해 소개하고, 명화 속 인물에 얽힌 사건과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서 화가의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알려준다. 그리고 합스부르크가 계보도와 연표를 함께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도우며, 서양사를 어려워하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친근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함께 명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은 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인 자신들의 고귀한 푸른 피를 자랑스러워했는데, 다섯 종교와 열두 민족을 수 세기에 걸쳐 통솔하며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했다는 자신감이 이를 뒷받침했다. 합스부르크의 지배권은 지금의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포르투갈, 브라질, 멕시코, 캘리포니아, 인도네시아까지 미치고 있었다. 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의 군주를 겸한 사례도 합스부르크가였으며, 카를 5세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무려 70가지 이상의 직함을 가졌다.

이후 15세기 말, 합스부르크가가 배출한 영웅 막시밀리안 1세가 등장한다. ‘중세 최후의 기사’라는 칭호를 얻었던 그는 항상 최전선에서 싸우며 영토를 부르고뉴, 에스파냐, 헝가리까지 확장하고 국호도 ‘독일 국민의 신성로마제국’으로 바꾸었으며, 고대 로마제국을 재건하기보다 독일어권의 합스부르크왕조를 강화하는 데 힘쓰며 실제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가로 끌어올렸다. 또한 막시밀리안 1세는 혼인 외교를 중시했는데, 이를 계기로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는 유명한 가훈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 〈막시밀리안 1세〉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황제가 직접 의뢰한 유채 초상화로서, 검은색 벨벳으로 만든 큰 모자를 쓰고 짙은 녹색을 배경으로 서 있는 막시밀리안 1세가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모피 안감을 받친 상당히 호화로운 붉은색 외투를 걸치고 왼손에는 석류를 들고 있는데, 석류는 과육에 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한편, 무수히 많은 씨앗이 튼튼한 껍질에 감싸여 있다는 점에서 군주를 섬기는 이들의 결속을 상징하기도 한다.

 


 

많은 나라를 통괄하는 신성로마 황제에게 걸맞은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사전 지식 없이 이 그림을 보았다면 그저 유럽의 어느 귀족이겠거니, 하며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시밀리안 1세가 치열하게 살아온 과정을 알고 그림을 보게 된다면, 무거운 눈꺼풀을 한 그의 모습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렇게 13세기 루돌프 1세부터 20세기 프란츠 요제프까지 명화와 함께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역사 지식, 명화 속 숨은 정보를 알고 그림을 보면 자연스레 역사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특유의 명화 소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나카노 교코는 독특한 명화 감상법과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관점 및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고 있다. 명화 속 배경의 역사적 사실, 화가의 개인사, 그림 속 인물과 얽힌 이야기 등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배경지식은 일반 교양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특히 『무서운 그림』 시리즈는 매력적인 콘셉트로 예술서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과 함께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나카노 교코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를 통해 미술과 역사의 융합이라는 분야에 도전했다. 그중 첫 번째로 합스부르크왕조를 주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합스부르크왕조는 베르디의 오페라 〈카를로스〉,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기 『마리 앙투아네트』, 실베스터 르베이의 뮤지컬 〈엘리자벳〉 같은 걸작의 배경이 된 것을 비롯해 회화 작품에서도 알브레히트 뒤러, 베첼리오 티치아노, 디에고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같은 천재들이 붓을 들게 했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다고 소개한다. 그들의 역사가 때로는 한없는 낭만을 일깨우고, 때로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공포를 선사하며, 나아가 현대의 유럽 통합과도 겹치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미술과 역사의 융합에 도전했을까. 그 이유는 역사와 미술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왕과 귀족의 칭호나 이름은 발음도 어렵고 무척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카를 5세 같은 경우가 특히 그렇다. 카를과 카를로스의 어원이 같으리라는 건 상상할 수 있어도 카를 5세와 카를로스 1세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듣자마자 서양사가 싫어졌다는 사람도 많을 정도라는 사실엔 독자도 어리둥절하다. 독자는 앞서 언급한 백과사전에서 '카를 5세'를 찾아보았다.

이에 따르면 1519년, 카를 5세가 황제가 되었을 때 그의 지배령은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 전역과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 가톨릭 보편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보름스 칙령(1521년) 공포부터 줄기차게 신교의 확산을 막았고, 그에 맞서 반종교개혁 운동을 펼치며 기독교 세계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종교화해로 제국이 공식적으로 구교와 신교 진영으로 분열하면서 사실상 그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556년 카를 5세는 동생 페르디난트 1세에게 황제 자리를, 그리고 장남 펠리페 2세에게는 스페인 왕위를 넘겨주면서 스스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합스부르크 왕가는 오스트리아계와 스페인계로 완전히 분리되었다. 이로 인해 카를 5세와 카를로스 1세는 유럽의 역사, 가문의 역사, 혼인을 통한 계보의 역사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혼란을 일으킨 것으로 독자는 추정한다.

저자는 미술 역시 미술사나 회화 양식 등 딱딱한 지식을 토대로 암기하는 방식으로만 그림을 봐 왔기 때문에 지루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을 통해 역사와 미술을 알기 쉽게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합스부르크를 대표하는 인물과 관련된 12점의 명화 및 그와 연관된 다수의 명화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명화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가 역사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시대적 배경과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나카노 교코의 현장감이 돋보이는 묘사는 소설의 한 장면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어,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부여한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화는 마네, 벨라스케스 같이 친숙한 거장 외에도 유럽이 사랑한 독일의 국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역사화로 유명한 프란시스코 프라디야, 최초의 초현실주의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까지 작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유익하다.

 

 

주도면밀하게 설정된 대면 자리에서 프란츠 요제프는 금세 사랑에 빠졌다. 헬레네에게? 아니다. 상대는 그녀의 맞선에 호기심으로 따라온 15세의 여동생 시시였다. 아직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 남아 있어 자유롭고 활달하며 구김살 없이 행동하는 사랑스러운 시시, 즉 엘리자베트는 의무에 얽매여 옴짝달싹 못 하던 착실하고 융통성 없는 프란츠 요제프에게 하늘을 나는 쾌활한 작은 새처럼 보였으리라. 그는 자신과 비슷한 기질의 헬레네에게는 끌리지 않았고, 정반대 타입을 아내로 원했다. 어머니가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었다. 23세의 젊은 황제는 모든 걸 다 양보해도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드물게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가,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약혼이 성립된다.

- 「제11장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 〈엘리자베트 황후〉」 중에서

 

저자 : 나카노 교코(Kyoko Nakano,なかの きょうこ,中野 京子)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와세다대학교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독문학자이자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무서운 그림》 시리즈, 《나카노 교코와 읽는 명화의 수수께끼》, 《명화와 함께 읽는 예수 그리스도 이야기》, 《다리를 둘러싼 이야기》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옮겼다. 월간 〈분게이슌주〉에 ‘나카노 교코의 명화가 말하는 서양사’를 연재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무서운 그림》 시리즈, 《명화의 거짓말》 시리즈,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욕망의 명화》, 《운명의 그림》, 《처음 가는 루브르》, 《내 생애 마지막 그림》, 《오페라처럼 살다》,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미술관 옆 카페에서 읽는 인상주의》,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세계의 다리를 읽다》,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등이 있다.

 

역자 : 이유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의류학을 전공하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에서 공부했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뒤 집단지성번역플랫폼 플리토(Flitto)의 B2B팀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달처럼, 원작의 빛을 가장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나에게 읽어주는 책》, 《매일매일 좋은 날》, 《계절에 따라 산다》, 《기독교로 읽는 세계사》,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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