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커먼스 -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도서
홍윤철 지음 / 포르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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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호모 커먼스』는 부제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에서 보여지듯이 생물학, 의학, 사회학, 미생물학, 유전학 등 인류가 꾸준히 발전시켜 온 각종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인류 진화학적 측면에서 미래 인류의 존속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저자 홍윤철은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로서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후 위기와 펜데믹 상황인 지금 제대로 방향을 맟춰 인류 문명 발전에서 지속해 온 공유, 협력으로써 이 문제에 접근,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 「공생과 공존, 그리고 공유성」을 통해 "공유지(Commons)'라는 말은 공동체를 뜻하는 커뮨(Cmmune)에서 왔다. 따라서 공유지는 '공동체의 공유적 장소'라는 의미다. 공동체가 없으면 공유지는 없고, 또 공유지가 없으면 공동체의 실체는 사실상 없는 것이다. 공유지는 공동체가 공동의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 활동을 하는 대상, 즉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의 시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공유지를 물려준 선대부터 이를 다시 넘겨줄 후대에 이르기까지 좋은 상태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의 개념이 포함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유지는 자유시장경제의 논리가 제한 없이 적용되는 곳이 아니라, 보다 큰 시각 즉 문화적 전통이나 사회 공동 자산의 유지 관리, 더 나아가 생태계 보존에 대한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지구 역사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인류가 지구의 운명을 손에 쥐고 흔드는 존재가 되기까지 짧은 기간에 어떻게 막대한 영향을 가질 수 있었을까란 문제부터 파고 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실 이처럼 인류가 마치 우주 창조자인 '신의 대리인' 위치로 올라설 때까지는 인류의 노력이라기보다 물려받은 유산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삼림을 보호하고 생태 자원을 보존하는 것은 인류가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자세라는 것이다. 기후 비상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생태계를 꾸리고 새로운 도시를 생성해야 하는가. 끊임없는 팬데믹의 시대에 도래한 지금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개인과 집단의 권리, 의무, 개인의 자유와 권력이 품고 있는 강제성, 사익과 공익, 이 모든 것에 대한 적절한 균형의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책 『호모 커먼스』는 생태계와 인간의 공생, 공존, 그리고 공유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문제에 접근해야 인류를 위한 해결책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 ‘공유’와 ‘인류’에 대한 생각의 전환과 발전이 혼란스러운 세상에 새로운 길이 되어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공감을 통한 연대」, 2장 「생태계와의 공존과 공유」, 3장 「인간 안의 생태계」, 4장 「인간과 공진화」, 5장 「사회적 인간」, 6장 「공유 사회」, 7장 「협력 사회」, 8장 「새로운 공유지의 개척」, 9장 「디지털 공유지」, 10장 「새로운 도시」이다. '들어가는 말'을 통해 공유지로서의 개념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는 갑자기 저자가 하는 주장이 아니라 이미 1217년 영국 국왕 헨리 3세가 이미 공식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확립된 개념이라고 한다. 이 문서가 학교 다니면서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마그나 카르타'이다. 우리는 '자유대헌장'이라고만 배웠지만, 이때 서명한 두 개의 문서 중 하나는 '카르타 데 포레스타(Carta de Foresta)'란 삼림헌장이다.

 


 

이 같은 공유지 논리는 자본주의가 채택한 '시장 논리'와 첨예하게 대립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의 특허권은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백신 개발을 촉진시키는 수단이므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특허권으로 인해 비용이 올라가면 가난한 국가에서는 백신 공급이 더뎌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가난한 국가뿐 아니라 선진 국가에 사는 사람들 역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특허권은 공익을 위하여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논리의 대립을 피하고 상생의 방안을 찾았던 화이자는 국가별로 백신 가격을 차별화하여 중상위 소득 국가의 백신 가격은 고소득 국가 가격의 절반으로, 중하위 소득과 저도득 국가에는 원가에 공급하는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개인과 집단의 권리와 의무, 개인의 자유와 정부 권력의 강제, 그리고 사익과 공익의 적절한 균형에 대해 잘 정리할 필요성이 있음을 드러냈다고 설명한다. 이는 근원적으로 '나는 무엇인가?', '나의 권리는 어디까지인가?'와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나는 생물학적 존재로서 호모 사피엔스 인류 종에 속하고, 나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특성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 가진 고유한 유전체에서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미생물 군집과 같이 공존하는 복합생물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면 나라는 존재의 본질적 측면은 공유적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공유적 방식의 삶을 사는 인간, 즉 호모 커먼스에게 독점적으로 귀속되는 소유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를 저자는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데 의학은 물론 생물학, 미생물학, 유전학적인 시각의 접근을 시도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각장의 제목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에 이 책이 얼마나 치밀하게 여러 분야에서 증명될 수 있음을 독자들은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사회학적 접근과 미래학 시각의 접근도 시도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지면서 하나씩 해결 방법으로 접근해 간다.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가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면 믿을 수 있는가? 저자에 따르면 역사를 거슬러 보면 인류와 침팬지는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진 존재이다. 진화를 거치며 인류의 뇌는 커졌고, 다른 종과 비교하자면 인류의 뇌는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큰 크기를 가지고 있다. 뇌의 발달로 인류는 지구 환경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우리의 뇌는 비극적인 순간을 맞이하거나 기쁜 순간을 경험했을 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감정을 공유한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도 나를 넘어선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는 공유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류의 미래가 변화되고 있다.

1장 「공감을 통한 연대」에서 인간의 유전자, 즉 우리가 갖고 있는 유전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한다. 물론 부모의 난자와 정자가 융합되어 만들어졌다. 그러나 좀 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면 실은 인간에게서 발견된 대부분의 유전자가 과거 언젠가 다른 종으로부터 전달되었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진화론적 시간으로 유전자의 공유를 본다면 인간은 전체적으로 유전 정보의 50% 이상을 식물 및 동물과 공유하고 있다. 동물과의 유전자 공유를 보면 초파리 같은 벌레와 61%를 공유하고, 소와는 약 80%를 공유한다.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 중 원숭이와 DNA의 약 93%를 공유하고, 고릴라는 98.4%, 오랑우탄과 DNA의 96.9%를 공유한다.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보노보, 침팬지와는 DNA의 98.8%를 공유한다. 인간 사이의 DNA의 공유는 99.9%다.

 

 

디지털 시대, 인류는 어떻게 미래의 공유지를 만들어 갈 것인가? 사회 인프라는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사회적 공유지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소유한 공유지의 질이 높아지면 커뮤니티 구성원의 삶의 질 또한 마찬가지로 향상된다. 이는 또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안전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공유지가 축소되어 가는 현재 시대에서 사회적 공유지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방안이다. 인류는 구역화되고 배타적인 장소가 되어 가는 현 도시의 모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 책은 우리가 미래 사회의 공유지를 어떻게 설정하고 꾸려 나가야 하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인류가 “생태계의 지배자가 아닌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세계관은 “생태계 구성 요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러한 생각이 자연과 사회가 가진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호모 커먼스』는 사회 공동체가 같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자연뿐 아니라 사회적 지식, 기술이며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 생태계와 그동안 쌓아온 업적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공유지는 현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합의를 통해 공동 소유로 결정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결정권은 과연 누가 가지고 있는가?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오늘날의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왔다는 점과 인류가 지닌 모든 능력과 전략은 번성의 기반이 되어 사회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그간 토론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이 첨예한 지적과 통찰은 우리 미래 사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각 분야별 시각으로의 접근과 분석을 통해 인류의 존속 문제를 파악한 저자는 최종 결론에 이르도록 독자들을 돕는다. 각 분야별로 분산된 결과 서로 부딪치는 문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예상 외로 한 가지 사실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저자는 '정리하며' 「미래의 공동체 사회」를 통해 결론을 정리한다. "공유지는 사회 공동체가 같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토지, 산, 강, 바다와 같은 자연뿐 아니라 사회적 지식, 기술, 그리고 산물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태계,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은 상당 부분이 공유지의 영역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공유지의 대부분은 현재의 공동체 구성원이 합의에 의해 공동 소유지로 결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대부분 과거의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으로 봐야 하고, 따라서 현재의 구성원들이 사용하고 미래 세대에게 다시 물려주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즉 현재의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는 공유지의 소유자가 아니라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분 이후 사회의 많은 부분이 공적 소유에서 사적 소유로 전환되었고 이제는 공유화할 공간이나 영역 자체가 부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유지 사유화의 결과로 삶이 피폐해지고 가난해진 공동체의 하층민은 낙오자가 되어 양극화의 희생양이 되어 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동체의 공동성을 훼손함으로써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고, 양극화 과정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상류계층 역시 안전하지 않다. 따라서 공유지의 회복을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지위를 갖고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참여의 공유지 광장, 즉 아테네의 아고라 같은 장소에서 공감을 바탕으로 공유와 공생이 그리고 공존의 가치를 들고 새로운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생 관계는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 개체 경쟁에 의한 자연선택은 주어진 환경에 보다 적합한 유전자를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우수한 유전자들이 진화를 주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주어진 환경에 과거나 현재 시점에서 적합하게 구성된 유전자는 환경 변화가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경우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합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기능의 저하나 질병으로 나타난다.(p.115) - 「인간은 독립된 생명체가 아니다」 중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킹은 이제 경력 개발과 전문적 성공을 위한 최고의 자원 중 하나다. 좋은 네트워크는 취업 기회를 주고, 승진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또한 네트워킹을 통해 혼자서는 찾을 수 없는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나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사람으로 구성되며, 이들 모두는 잠재적으로 귀중한 전문적인 지원을 줄 수 있는 자원이 된다.(p.272) - 「폐쇄적 길드에서 개방적 공유지로」 중에서

 

저자 :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이면서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간, 사회, 그리고 의료〕라는 학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질병의 탄생』, 『질병의 종식』이란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이는 각각 『The Origin of Diseases』와 『The Changing Era of Diseases』로 번역되어 해외 출간되기도 하였다. 국제학술지에 30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 그리고 세계보건기구 WHO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 『펜데믹』, 『미래의 귀환』, 『코로나 이후 생존 도시』를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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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
성진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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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의 답을 몰라 걱정으로 차오르는 사람들에게, 걱정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알아나가면 스스로 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슬며시 일러준다.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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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
성진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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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의 저자 성진 스님은 「저자의 말」을 통해 '걱정의 다른 말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저자 성진은 어쩌면 우리가 하고 있는 걱정의 대부분은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두려는 데서 나오는 걸지도 모른다고 추정한다. 이 때문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걱정이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잠들기 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실체 없는 불안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덩치를 불려 압도하곤 한다. 이를 내려놓는 방법을 저자는 이 책에서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상상 속에서 거대해진 걱정에 실체를 부여하면 된다. 종이를 꺼내고, 연필을 들고 걱정을 적어보자. 불교에서는 발원문이라고 부처에게 비는 소원을 적는다. 이때 적는 소원이 바로 지금의 걱정을 해결하는 단서가 된다. 실체를 갖게 된 걱정은 두려워하던 것에 비해 한결 작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풀어나갈지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지친 내 마음을 돌보는 진료가 된다."

걱정, 고민, 불안, 근심, 우울, 고통. 이들은 출처가 어디일까. 어디서부터, 도대체 어디서부터 온 걸까. 그 상태의 감정만 해소하고자 급급해하지 말고 감정이 일어난 정확한 원인을 먼저 찾아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럴 때 스스로가 몸과 마음의 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는 바로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이 책은 인생의 답을 몰라 걱정으로 차오르는 사람들에게, 걱정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알아나가면 스스로 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일러준다. 우리들은 자칫하면 걱정으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 자체에 잠식되기 쉽다. 이때 한 발짝 떨어져서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보자고 저자는 부드럽게 제안한다. 왜 우울한가? 무엇이 걱정인가? 걱정을 일으킨 뿌리를 찾으면 그걸 제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담긴 이 책을 썼다. 몸이 병들면 어디가 아픈지 확인하여 치료하는 것과 똑같다. 내 걱정이 어디서 왔을까, 질문을 던져 찾아간 원인에 힘겨운 감정을 해소하고 벗어날 답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소 뒷걸음치듯 우연 속 인연으로 만난 스승에게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출가한 지 30년 차의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인 성진은 지금은 답을 찾는 길에서 만난 이웃 종교 성직자분들과 함께 손을 잡고 종교의 담 밖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있다. JTBC 〈다수의 수다〉에 출연한 신부님, 목사님, 교무님, 그리고 성진 스님 등 4인 4색 종교인이 뭉쳐 국내 최초로 종교 통합 중창단도 결성했다. 유튜브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마음 읽어드립니다’에서 홍창진 신부과 함께한 성진의 유쾌한 걱정 해소법을 이 책에 담았다. 인생에도 ‘커닝페이퍼’가 있다면 어떨까. 정답만을 콕 집어줄 수는 없지만, 어깨너머로 힌트를 보고 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말이다. 사실 인생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고민이나 걱정은 더 많아지는 이유가 아닐까 독자는 생각해본다. 저자는 고민 많은 인생에 '커닝'하라고 기꺼이 모범 답안을 모아 이 책을 냈다.

 


 

저자는 출가의 수행은 가장 먼저 자신의 부정적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고 말을 꺼낸다. 걱정과 근심의 실체는 무엇인지? 왜 우리는 걱정을 싫어하면서 마음의 주름은 걱정을 향해 접혀있는 것인지? 그땐 왜 그리 걱정했는지? 이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길을 동행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이 책에는 특히 50대 시절에 행복해야 80대까지 그 행복이 간다며 행복을 이루는 7가지 조건을 소개한다. 2장 「잠깐 커닝 페이퍼를 펼쳐봐도 됩니다」 '50대 행복이 80대까지 간다'에서 하버드 대학교에서 무려 72년에 걸쳐 진행했던 연구를 들춰낸다. 하버드 법대생, 도시빈민층의 남성, IQ 150 이상인 여성 등 모두 814명을 선정해 생애를 추적하는 연구다. 연구의 목표는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나는 과연 행복한가? 그리고 앞으로 행복할 수 있는가?' 등이다. 즉, 행복의 조건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조사자 측은 마음, 정신, 신체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72년간 데이터를 모았고 지금도 현존하는 자손까지 조사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조사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부분이 바로 「행복의 7가지 조건」이라고 한다. 이 책의 2장은 이 7가지 조건과 저자의 해석과 설명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7개의 조건 중 지금 시점에서 저자는 어떤 조건들을 달성했을지 독자들이 궁금해 한다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저자의 답에는 유머와 뼈 있는 말 모두를 담고 있다. "두 가지 빼고는 달성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인데요. 바로 원만한 결혼 생활입니다. 대신 사찰에는 여러 대중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원만한 절 생활로 50%는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하나, 적당한 체중도 아직입니다.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습관도 문제고, 빵과 떡을 너무 좋아하는 마음을 아직 고쳐가는 중이라서요."

 


 

저자는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 포교에 힘써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단법인 파라미타 청소년연합회 상임이사와 조계종 어린이 청소년전법단 단장도 역임했다. 포교를 하는 일이 종교인의 업무 중 하나이지만 그 중에서도 저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포교를 하는 일은 많은 깨달음을 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설명한다. "예전에 한 어머니가 무기력과 자괴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고2 아들을 데리고 오신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보내고 학생과 함께 법당에서 1박 2일 동안 1080배를 했습니다. 그 학생은 엎어지고 쓰러지고 울며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그때마다 저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다시 용기를 내었습니다. 비록, 제가 절을 대신 해주지는 못하지만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고, 지쳐 느려진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절하는 사이에 서서히 마음을 열어 주었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저를 버팀목 삼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지요. 절을 다 마치고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학생의 눈에는 세상을 다 가진 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훗날 그 학생은 저와 유발상좌의 인연까지 맺었고, 자신을 믿어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당당한 성인으로 자라나 많은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자신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아이들을 더 많이 따랐다고 술회한다. 자신은 길의 진입을 도울 뿐이었고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공부해가는 과정이 자신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어른이 불교를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털어놓는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진짜 포교란 그 포교의 대상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인생이란 시험은 시작됐습니다」에서 저자는 '비대면이라도 우리는 이어져 있습니다', '세 명의 친구만 있으면 됩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의 중심 잡기' 등 19개 항목의 화두로 세상살이의 원칙과 만족, 욕심을 버리고 역경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방법 등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해결책이 될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예를 들며 보여줍니다. 물론 커닝 페이퍼니만큼 핵심만 슬쩍슬쩍 찌른다. 명쾌한 해답은 없는 것이고, 설령 명쾌한 해답이라고 내놓아 봤자 이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결국은 해답 근처에 가는 곳까지 인도할 뿐이고 길을 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란 삶의 대원칙을 거스르는 답은 있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장 「잠깐 커닝페이퍼를 펼쳐봐도 됩니다」에서는 엎서 언급한 대로 하버드 대학교 72년 간의 연구 「행복의 7가지 조건」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법문을 펼치듯 자세하고 불교적 입장에서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행복의 조건'은 키워드로 보면 '고통에 대한 성숙한 방어기제', '상처와 고통을 대하는 미성숙함',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성숙한 자세', '이타적인 마음 승화', '교육, 스스로를 위해 배우자',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사람 등이다. 3장 「오답인 줄 알았는데 정답이었던」에서는 '슬기로운 직장 생활', '우리의 숨은 쉼터를 만듭니다', '스마트하게 거절하기', '받고 싶으면 먼저 주세요', '오해를 푸는 첫걸음' 등 모두 20개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으로 우리의 대인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점, 올바른 대인 관계, 거절과 협상 등 삶의 길목에 놓인 걸림돌과 디딤돌에 대한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답을 슬쩍 내민다. 받아들여 실천하고 안 하고는 독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마지막 4장은 「백 점이 아니어도 괜찮은 인생」으로서 저자 자신의 근황 및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곧 수행이고,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슬며시 제시한다.

 


 

4장에 걸쳐 말하고도 남은, 아직까지 답을 주지 못한 개별적이지만 필요한 문제에 대해선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부록」에서 '일문일답'의 문답식으로 엮었다.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생의 희로애락.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들. 그 감정들은 어떻게 다스려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란 질문에 저자는 "감정도 습관입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가장 익숙하고 편했던 감정이 툭 나오는 거지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결국 습관의 벽에 부딪힙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으려 하면 얼마나 불편합니까. 감정도 나쁘게 써오던 버릇을 생각만으로 비우려 하면 불편해서 어려운 것이지요. 이제 감정의 습관 바꾸기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 연습에 진전이 있는지 꾸준히 체크해야 하지요."

 

시동을 켤 때는 굳이 내비게이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잘 안 맞으면 그때 가서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시길 바랍니다. 인생의 선택이 여러 차례 바뀔 것을 부디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잘못 접어든 길은 돌아 나와 다시 새 길로 찾아가도 되고, 조금은 여유를 두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도 있는 법이니까요.(p.149)

-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무엇이든 시작할 때입니다」 중에서

 

저자 : 성진

 

남양주 성관사 주지 스님으로 현재 BBS 불교방송라디오 <지금은 수행시대>에 출연 중이다. 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 종교간의 대화위원장과 대한불교 조계종 국제위원,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에 재임 중이며,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부교구장, 어린이청소년 전법단 단장 및 포교원 포교국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성진 스님의 행복공양간》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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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참 좋다 -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당신을 위한 책
최윤석 저자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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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다해 회로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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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참 좋다 -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당신을 위한 책
최윤석 저자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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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좋습니다. 드라마 만들 때보다 더 긴장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첫 책이니만큼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되기도 하고 또 설레기도 합니다. 『당신이 있어 참 좋다』는 드라마 PD로 13년간 살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요. 남궁민, 최수종 및 유명 배우부터 붕어빵 아줌마, 캐나다 노숙자까지 제가 곁에서 지켜보고 저에게 영감을 줬던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런 책입니다. 제가 겪었던 경험을 통해 독자분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또 행복한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 드라마 PD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저자 최윤석이 첫 책을 내고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부딪치고 깨닫고 성장한다. 드라마 감독으로 13년을 살고 조연출 때를 포함하면 40편이 넘는 작품을 한 최윤석 PD의 에세이 『당신이 있어 참 좋다』는 지금의 저자가 있기까지 마주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기도 하고 자신의 오판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한 적도 있으며, 인생의 멘토 연기자를 만나 꿈을 꾸듯 드라마를 찍은 적도 있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거울을 보는 느낌으로 글을 썼다고 털어놓는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이 곳곳에 등장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부터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거리 위의 사람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 상처받고, 위로받으며 저자는 조금씩 성장했다고 말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가 가득 담긴 이 책은,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나치게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온전히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특별한 응원가가 되어줄 것이다.

책에 따르면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에너지 도둑’이라고 말한다. 주로 자신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려는 사람들, 남을 함부로 험담하고 다니는 사람들, 끝도 없이 우울한 사람들이 그에 해당한다. 그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고달프고 지친다. 집으로 가는 버스 차창에 비친 모습도 다섯 살은 더 늙어 보인다.

일상에 마주치는 에너지 도둑들에게서 내 에너지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한 연출 선배에게서 찾았다. 촬영 후 가진 회식 자리에서 연기자 한 분이 취해서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험담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보며 한마디씩 거들던 그 순간, 가방을 들고 먼저 일어난 연출 선배는 뒤따라간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렵게 지키고 있는 내 에너지를 왜 남이 가져가게 해?”

 


 

우리의 무의식은 자신에게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사람과 빼앗아 가는 사람을 단번에 알아본다. 바꿔말하면 다양한 사람 중에서 좋은 사람을 가려 만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비즈니스가 아닌 사적인 만남에서까지 굳이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을까? 저자는 독자들에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소중한 에너지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자신의 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있길 바라듯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내용을 인터뷰에서도 밝혔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남의 말을 함부로 끊고 무시하고 또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는 굳이 자신의 에너지를 희생하면서까지 만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일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상황이 생기죠. 그럴 때 저는 데드라인을 정해놓아요. 업무의 데드라인도 있겠지만 감정의 데드라인 역시 중요하거든요. 내가 참을 수 있는 선을 정해놓고, 이 이상 상대방이 침범하지 않게 하는 거죠. 드라마를 만들다 보면 수많은 위기 상황이 와요. 하루하루 제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죠. 제 에너지를 제일 많이 뺏어간 사람은 '남의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본인이 아이디어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면서 "그거 되겠어?"라고 확신을 하고 부정적으로 말하거든요. 그런 분들에게는 저는 꼭 대안을 물어봅니다. 대안이 없으면서 무조건 부정하는 건 입을 다물고 있는 것보다 못하거든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아. 무엇이 나올지 전혀 알 수 없으니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는 앞으로의 인생을 미리 내다볼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 우리는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고,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 그것이 삶을 이루는 버팀목이므로. 저자의 깊은 사유와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삶의 바탕이 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쓴 대본으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드라마 스페셜을 만들었다. 정말 부담이 컸다는 저자는 연출로 입봉한 사람이 직접 대본까지 썼다. 자신으로는 첫 번째 도전인 셈이다. 거기에다 장르가 국내 최초 사이보그 멜로물이었다. 단돈 1억으로 드라마 한 편 만들려고 하니 하루하루가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런 어려움을 감내하고 시도한 드라마인데 한 선배가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면서 제가 쓴 대본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때 드라마의 주인공이 '손여은' 배우였는데, 대본 리딩 끝나고 그분이 제게 와서 "감독님. 대본 너무 재미있어요. 감독님은 드라마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요." 이렇게 얘기해주시는 거예요. 그때 눈물이 핑 돌았네요. 빈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 달콤한 한 마디가 제게 너무 큰 힘이 되었어요. 덕분에 정말 열심히 찍을 수 있었고, 제 입봉작은 그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이 부분은 독자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불행한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도전하고 불행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해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포근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제목처럼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줄도 버릴 것 없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 오롯이 배어 있다. 어쩌면 그런 점 때문에 공감이 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에세이가 '무한대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독자들의 공감을 사고, 독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책들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에세이는 더 많이 쏟아져 나온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 그 중에서도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인간적 외로움이나 사고의 결핍 등이 이런 류의 에세이를 더 읽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 『당신이 있어 참 좋다』처럼 가슴에 직접적으로 닿는 느낌의 에세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에세이는 제목처럼 소통의 대상과 위로 격려의 대상이 매우 구체적이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일상 속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욱 실감나고 공감하게 되는지 모르지만 한 줄 한 줄이 가슴과 머릿속에 콕콕 박힌다.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얼마나 간략하고 직접적이며 구체적인가? 물론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떠오를 수 있다. 각자의 일상이 다르고 삶의 목적이 다르니까. 또 어제와 오늘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장만 보더라도 구체적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아내'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가 될 수도 있다. 대상이 사람마다 달라도 저자가 내세운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란 명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말이 이 책에는 군데군데 가득 차 있다. 독자들이 읽고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책을 처음으로 낸다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신선함과 신뢰감을 더해 간다. 표현이 노련한 작가들에 비해 덜 세련된 느낌은 있다. 다소 거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두어 곳 눈에 띈다. 그러나 거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신선한 소재이고 덜 세련된 느낌의 문장은 평소 방송계에서 일하니 쉽게 표현해야 한다는 습관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 글은 오히려 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올바른 판단의 남에게 전할 때는 쉽고 간결하게 전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쉽고 간결하지 않으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개인적 감정이 개입할 소지가 크다. 저자가 인터뷰에서 밝힌 과거의 경험 내용이 더욱 가슴에 와 닿고, 이 책의 진정성이나 설득력을 키우는 데 한몫을 한다.

"저는 사극 엑스트라부터 시작해서 대하 드라마 왕으로 직접 출연까지 사람이에요.(웃음) 다시 말하자면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라온 인물이죠. 대학교 다닐 때 학비 벌려고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말 그대로 소품 취급받았었어요.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또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연출하게 되면 저렇게 하지 않겠다고. 지금도 드라마 촬영하면 그때 생각이 나서 보조 출연자분들에게 잘 대해드리려고 노력해요. 왜냐면 불과 10년 전에 제가 그중 한 사람이었거든요. 이렇듯 인간관계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것 같기도 해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오거든요. 내가 그 사람이라면, 아니면 내가 그 자리에 섰다면 그래도 똑같이 행동했을까? 한마디라도 더 좋은 이야기 하는 게 더 낫잖아요.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동안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인생을 둘러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너무 튀면 어쩌지? 아니면 너무 단순한가? 이러면 없어 보일 텐데. 이러면 미움받을 텐데. 자꾸 내가 생각하는 ‘남이 날 바라보는 시선’에 기준을 맞추다 보니 점점 위축되고 가야 할 길을 잃어버렸다. 그럴 필요 없는데. 남들이 뭐라건 조금 더 자신을 믿어야 했는데. 뒤돌아보니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p.198)

 

"인생을 앞질러 갈 필요 없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미리 아는 것도 재미없다. 달콤하든 쓰디쓰든, 언젠가는 먹어야 하는 초콜릿이니까. 겸허히 받아들이며 뚜벅뚜벅 걸어가련다."(p.221)

 

저자 : 최윤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BS 드라마 PD로 입사했다. 그동안 〈추리의 여왕 2〉, 〈김과장〉, 〈그놈이 그놈이다〉, 〈정도전〉, 〈어셈블리〉, 〈즐거운 나의 집〉 등 열 편이 넘는 드라마를 연출했고,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진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대상과 금상을 한 차례씩 받았다. 인생에서 실패하고 쓰디쓴 맛을 본 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특히 좋아한다.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쓰고, 또 만들고 싶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나온 '실버라이닝'이라는 단어처럼, 먹구름 속에서 힘겹게 거닐고 있는 우리의 삶에도 언젠가는 거짓말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희망이 찾아올 거라 굳게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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