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 - 세상을 이끄는 상위 1%의 비밀
최희주 지음 / 케이미라클모닝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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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요성은 한참 공부할 때, 즉 학교에서 배울 때보다 사회에 나와서 더 절실하게 느낀다. 많은 사람이 느끼는 공통의 필요성은 살면서 경험한 것이기에 대체적으로 문제가 없는 주장이다. 심지어는 학교 다닐 때는 필요 없는 책이 사회에 나오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아마 학교 공부는 인격 형성이나 기본 교육이 목적이기 때문에 삶에 필요한 책보다는 기본 원리나 원칙 등을 쓰고 배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 나오면 이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삶에 휩쓸려 다니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어떤 경우 정설(正說)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특히 사회가 불안하거나 경제적으로 덜 발전된 나라의 사람들은 삶의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책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책은 당장 눈앞의 생계 문제나 삶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를 바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교육열이 높고, 책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산업화 시대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 특히 일본과의 1인당 독서량 조사에서 여실히 큰 격차를 보여줄 때 통계분가들이 공통된 의견을 냈었다.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않는다는 단순한 핑계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적인 문제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기보다 책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는 디지털 기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디지털 기기는 '종이산업'의 사양길을 예고하는 듯하다. 책은 물론 신문도 대부분은 PC나 휴대전화로 본다. 이는 신문 판매량의 급감, 무료신문의 전멸 등으로 예고는 사실로 굳어져 가는 것 같다.

 


 

독자도 아날로그 세대이지만 종이신문 하나만을 남겨 놓고 정기구독을 모두 끊었다. 정말 읽을 시간이 없었다. 특히 불가피하게 회식에라도 있는 날엔 최소 3일간은 책을 읽을 수 없다. 술 때문이다. 술은 자체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상당한 액수의 돈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하루 술 마시면 이틀은 쉬어야 한다는 의사들의 권유도 수없이 들어온 터라 몸 추스리기 위해 건강상 적절한 운동이나 짧은 시간에 땀을 내는 사우나가 필요하지 책이 필요치 않게 된다. 독자는 직장인 치고는 책을 많이 읽어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생활 5년 전 정도까지이다. 차차 줄어들면서 똑 같은 이유로 책과 멀어지게 됐다.

책을 가까이한다고 당장 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듯이, 멀리한다고 바로 손해를 입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한 번 멀리하며 자꾸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계기가 된 전 세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도 기세를 부리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봄부터 독자는 책과 다시 가까워졌다.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하기 시작할 때 출퇴근 시간이나 외출 준비하는 시간이 없어지니 똑 같은 일을 집에서 할 뿐인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다시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한 게 독자에게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었다. 이때부터는 정말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어느 해보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독서법』은 많은 책을 읽기 원해서 다독이나 속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독자의 입맛에 딱 맞는 독서법은 없었다. 저자의 자세하고도 친절한 독서법은 쉽게 되지 않았다.

 


 

이 책은 세상에 있는 모든 독서법을 볼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얻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읽기로 미래를 꿰뚫어 보라. 책을 많이 읽으면 운명과 의식수준이 달라진다. 독서로 얼마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책을 통해 의식변화가 가능하다."는 출판사 측의 말은 곧 저자 최희주의 책 내용과 같다. "책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국민의 독서량과 국가의 경제력이 비례한다. 국민의 지적수준이 높으면 정치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정규교육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시대다. 미래시대에 필요조건이 지적자산이다. 각개인 스스로 책을 통해 공부해서 거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아니 독자의 한 사람으로 저자의 독서법을 따라 하고 싶다. 그러나 책 하나만을 놓고 볼 때는 누구에게나 통하는 법칙도 개인으로 놓고 볼 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독자 같은 의심을 품는 사람에게도 알맞게 저자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설명한다.

"책 읽는 자에게는 언제나 뇌가 청춘이다.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 독서로 통해 나이보다 젊게 살 수 있다. 100세 시대에는 더욱 독서가 필요하다. 역사책을 통해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면 미래의 세계도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하게 된다. 독서법을 알고 책을 읽으면 책 읽는 능률이 배가 된다. 세상에 있는 모든 독서법을 통해 거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독서는 필수다, 독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닌 주도적 삶을 살기 위해 독서는 단연코 해야 한다. 독서는 삶의 변화에 최고의 수단이다. 분명 독서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거듭날 수 있다." 이 말들을 수긍하는 데는 더 이상의 머뭇거림이 없다. 독자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1,000년이나 2,000년 후에는 어쩌면 지금의 종이책은 박물관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 세대는 컴퓨터 세대다. 컴퓨터 세대니만큼 컴퓨터 다루기가 밥 먹는 것보다 더 능숙하다. 그들은 초등학교 때 글씨 쓰기를 제대로 배웠을지 의문스럽다. 집안에 초등학생이 없어 자세히 모르지만 MZ 세대의 손으로 쓴 필체를 보면 확실히 연필이나 볼펜으로 많이 쓰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독자가 학교 다닐 시절에 외국인, 특히 미국인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들과 간단한 대화를 통해 친분이 쌓이고 난 후 서로의 집 주소를 교환한 적이 있다. 서로 편지를 쓰기로 한 것이다. 이때 전해받은 주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글씨가 너무 엉망이었다.

원래 영어는 흘려쓰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아는 영어의 모양과 크기가 제멋대로였다. 왜 그런지 사실을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나 펜으로 글씨를 쓰지 조금 지나면 모두 타자기로 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글자체가 서투른 글씨처럼 보인다고 한다. 쉽게 믿기지는 않았지만 유심히 보니 한두 사람이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글자체가 정말 못생겼다. 이유를 알고 수십 년이 지나 이젠 그 현상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타나는 것 같다. 사실 독자도 필기하는 일은 거의 없고 컴퓨터를 치다보니 글자체가 너무 안 좋아진 것은 더 일찍 깨달았지만. 손가락 몇 번만 왔다 갔다 하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는 거의 얻을 수 있는 요즘에 '독서법'이라는 별도의 책이 나온다는 것은 독자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서는 책을 읽는 이유, 1년에 100권의 책을 읽어라는 권유, 좋은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덕담, 독서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말, 취미가 아닌 치열하게 읽으라는 주문, 책을 읽으면 뇌가 젊어진다는 설명 등으로 이루어졌다. 2부 「독서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에서는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 사회의 중요한 일을 담당한 사람들, 경제적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의 '책 읽기'가 담겨 있다. 3부 「우리가 실천하면 좋아질 모든 독서법」에는 독자가 궁금했던 많은 독서법이 실려 있다. 독서법의 장단점을 함께 설명해서 독자들의 취향이나 성향에 맞게 하고 책에 따라 독서법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이 파트에서는 속독, 정독, 다독, 낭독은 물론 슬로 리딩, 필사, 포인트 독서, 꼬리 물기 독서, 기록독서법, 병렬식 독서법, 질문 독서법, 몰입 독서법, 묵독 등 다양한 독서법이 펼쳐진다. 모두 장단점이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자신에 맞는 독서법을 스스로 많은 책을 읽어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독서법도 있지만 그것도 글자로 표현해 놓으니 어떤 독서법인지 금세 알겠다. 없는 말을 만들어서 내놓은 독서법이 아니란 증거다. 다만 독자도 그런 명칭의 독서법이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을 뿐이다. 4부에서는 「독서의 고수가 되는 법」을 제시한다. 소제목만 여기에 열거해 본다. ① 정리, 내가 읽을 책의 목록을 작성한다 ② 재독, 우림이 있는 책은 다시 읽는다 ③ 환경조성, 자기만의 서재를 만들어라 ④ 습관, 주말마다 책 쇼핑하여서 책을 산다 ⑤ 도서관, 집 근처 도서관을 내 집처럼 드나든다 ⑥ 용기, 난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⑦ 연인, 항상 가방에 책을 넣어 다니며 읽는다 ⑧ 변화, 내 인생이 변화되는 임계치에 이르러야 한다 등이다.

 


 

마지막 5부에서는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일러준다. 여기에는 독자도 늘 버릇처럼 하는 밑줄 치기도 포함되어 있다. ① 메모, 책을 읽을 때는 메모를 잘해야 한다 ② 밑줄, 책을 읽을 때는 밑줄을 효과적으로 쳐야 한다 ③ 쓰기, 책을 읽을 때 혹은 읽고 나서 내 생각을 바로 적어보아야 한다 ④ 속도, 완급을 조절하며 읽어야 한다 ⑤ 부자, 책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⑥ 저자가 돈, 시간, 에너지를 투입해서 쓴 책에서 지혜를 훔쳐라 ⑦ 독서의 최종 결과물은 책 쓰기다 등으로 돼 있다. 이 책은 두고 두고 한 번씩 '책 읽는 나'를 위해 읽으면 더욱 효과적인 책 읽기에 유효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최희주

 

현재 건설업 공무를 담당하는 직장인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며 책을 통해 인생을 포맷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까지 천 권 넘게 책을 읽었다. “그녀는 성공한 사람이기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말하며 황금률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그녀는 돈을 버는 목적이 무엇인가의 물음에 단 1초 안에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나눔하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늘 나눔과 베풂에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독서 또한 일일 일독이라는 명제 아래 늘 틈새 시간을 이용하여 책을 읽는다. 독서를 통하여 얼마든지 인생 새로 고침 할 수 있다는 증거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자신이 독서로 변화된 삶을 사는 거와 같이 많은 사람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매개인(媒介人)이 되는 게 소망이다. 더욱 잘돼서 고기브 클럽 아너스 클럽(큰 나눔으로 변화를 꿈꾸는 모임)에 가입하여 기부 또한 멈추지 않고 많은 사람의 꿈 모델이 되고픈 소망도 꿈꿔 본다.

인스타그램 heeju_choi506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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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닝 비해비어 Winning Behavior - 리더를 꿈꾸는 직장인을 위한 ‘이기는 행동’
유인상 지음 / 니어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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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같이 시작한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까. 30년 안팎의 긴 세월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성공은 인생의 성공과 같다. 누가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 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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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닝 비해비어 Winning Behavior - 리더를 꿈꾸는 직장인을 위한 ‘이기는 행동’
유인상 지음 / 니어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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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위닝 비해비어(Winning Behavior)』는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한 지침을 담은 자기계발서다. 우리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든, 꿈이 아니든 생계 수단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심지어는 가정을 조금 등한시해도 가족이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정보화·디지털 시대이지만 예전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 24시간 일하는 것도 불사할 정도로 직장 일이라면 최우선의 순위에 있었다. 시간이 돈이었던 시절이었으니까. '빨리 빨리' 문화도 거기서 파생된 것이다.

한창 산업화에 온 국민이 노력을 할 때 '중동 붐'이 인 적이 있다. 우리 근로자가 중동에 대거 파견돼 건설 현장에서 땀흘리던 시절이다. 그때 중동 사람들이 깜짝 놀란 일화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공사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밤에도 일을 했다는 일화다.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밤에 일하는 것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던 듯 크게 놀라더라는 것이다. 전기가 거의 없던 중동 사막의 건설 현장에서 흔하고 넘치는 석유를 적신 '횃불'을 만들어 죽 늘어세우니 가로등처럼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수주 맡은 공사 기간을 앞당겨 성공시킨 일은 이후 한국의 중동 건설의 디딤돌이 됐다고 한다. 한국인의 근면성은 이처럼 건설 노동자들을 통해 잘 알려진 일이다. 그 근면성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야근, 숙직 등의 단어가 자연스러울 때의 일이다.

 


 

이런 의식은 우리 국민들에게 깊게 뿌리 박혀 있었고, 그 의식은 20세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어처럼 됐다. 이 책을 쓴 2022년의 대한민국과는 상황이 한참 다르다. 약 20년이 지나는 동안 직장에 대한 의식이 많이 달라진 것으로 각종 설문조사 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2018년 직장인 1,209명을 대상으로 '좋은 일터'의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자유롭고 소통이 잘 되는 회사'(32%), '워라밸'(18%), '우수한 복지'(13%)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연봉'을 선택한 비율은 그보다 낮은 10%였다.(p.36) 산업화 당시에는 모르긴 몰라도 '연봉'(그때는 연봉 개념보다 '월급' 개념이었다)이 전체의 1, 2위를 차지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 같다.

직장인의 회사에 대한 개념이 급격히 변화된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 땅의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삶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30년 안팎의 긴 세월을 보낸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인생의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나 직장생활을 잘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 업무에서 성과도 내고 원하는 모습까지 승진하면서 정년 언저리까지 일하고 싶어 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저자유인상이 직장생활 전반을 훑어보며 그 길을 먼저 지나온 선배로서, 또 수많은 기업을 경험한 컨설턴트로서 도움이 될 만한 소재를 찾고 그에 맞는 생생한 여러 사례를 이 책에 담았다. 따라서 이 책은 좀 더 열심히, 또 다음 단계를 생각하며 사는 직장인들에게 주는 응원이자 ‘직장생활 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직장에서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역량을 잘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전제한다. 그렇지만 직장이라는 공동체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전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품격을 더해야 가능하다는 것. 저자는 직장생활을 승리로 이끄는 법칙이 있다면 '역량'과 '품격'의 두 날개로 나는(飛) 법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제목 중 'Behavior'가 '飛havior'로 바뀐 이유이다. 그래야 주변으로부터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더 멀리 더 높이 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직장인들이 승리와 성공의 길로 가려면 이 두 가지에서 어떠한 자각과 행동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길을 개척해 간 선배 직장인들과 바람직하지 않은 길에 들어서 실패의 나락에 빠진 여러 직장인의 사례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교훈과 실제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독자로서는 기대가 아니라 책의 내용이 워낙 구체적이고 사례를 적절하게 들어서 '배운' 셈이 되었다.

직장인의 성공하는 두 가지 조건 '역량과 품격'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덧붙인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은 주변에 흔치 않기 때문이다. 모두 어딘가 조금씩은 못 미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인간인데 어떻게 완벽하고 모든 능력을 다 갖출 수 있겠는가, 너무 당연한 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라고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저자는 성찰을 통해 더 나은 길로 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성찰은 부족함에 대한 인정이요 깨달음이며, 성장을 위한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이를 모른 체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직무유기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고 해서 직장 내에서 적용되는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p.6)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직장생활과 삶」을 통해 직장인으로 일반적으로 당면하는 문제에 대해 일반론을 쓰고 있다. '직장생활의 진정한 성공'을 말하고 있으며 '일가 삶의 균형, 워라밸로 가는 길'을 담아내고 있다. 2장 「업무역량, 그리고 소통」에서는 '역량을 만들어내는 세 가지 습관' 정리, 메모, 성찰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이를 점검해 기록으로 남기고 수시로 체크할 수 있도록 점검표도 만들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삼성전자 조직 개편의 시사점을 별도의 난(?)을 만들어 설명한다. '직장생활 성장의 4단계'를 나눠 각 단계에 맞는 적절한 업무 수행 능력을 강조한다.

즉 신입사원(1기) 때는 일을 익히며 배우는 단계로 무엇보다 배우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것. 조급해하지 말고 기초를 튼튼히 하고 관계의 중요성을 배우며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2기(대리·과장 직급)가 되면 독자적으로 판단하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스스로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어 운영할 수 있도록 책임자급이 된다. 이때부터는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확연히 구분되며 개인의 업적도 논할 수 있으므로 심혈을 기울여 베테랑이 되어갈 수 있는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조직의 '장(長)'은 3기에 해당된다. 조직의 전체 성과를 책임지는 역할이 주어진다. 리더십을 발휘하여 구성원들과 함께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자기만 잘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조직을, 구성원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이때는 조직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와 그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이 업적의 판단기준이 된다. 이 3기가 직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부터는 리더십으로 세운 성과, 즉 지휘자로서 나의 이름이 걸린 깃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리더이기에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것도, 새로운 상품을 구상하는 것도,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도전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임원이 된 이후는 4단계에 속한다. 이때는 업적이 더욱 중요하다. 오랫동안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도 고위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도 분명한 업적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원의 임기에 맞춰 회사가 원하는 성과나 업적을 내지 못할 경우 회사를 떠나야 할 때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3장 「직장생활 금기사항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대부분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첫째, '법인카드 오남용'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인사담당자 374명을 대상으로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8%가 '법인카드 사용에 꼼수를 부린 직원이 있다'(16.8%)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법인카드가 회사에서 규정한 업무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법인카드 오남용은 회사생활을 한 방에,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꼼수를 부린 행동에는 '회사업무를 가장해서 사적으로 사용한다'(66.3%, 복수응답)라는 답변이 1위였고, '금액이 큰 것은 나눠서 결제한다'(16.8%)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법인카드가 회사에서 규정한 업무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법인카드 오남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성적인 스캔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잘하다가 한 방에 무너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딴 짓'에 대한 경고도 적시하고 있다. 과도한 휴식이나 과도한 업무가 모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요즘 '꼰대'라는 유행어가 등장해 관심을 끈다. 꼰대라는 용어는 젊은 층이 기성세대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많은 설문조사 결과들은 꼰대란 용어가 나이 많은 세대를 타겟으로 출발했지만이제 그 용어의 쓰임새는 세대를 관통하고 있다.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와 유사한 꼰대 형태를 보이면 그들의 후배들로부터 언제든지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대와 무관하게 꼰대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설문조사 회사 〈엠브레인〉이 2019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꼰대가 나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부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중장년층과는 달리, 20대 젊은 층의 80% 정도가 자신들 세대에도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 꼰대를 유형별로 보면 충고하며 가르치는 형 24.4%, 본인의 답 강요형 18.6%, 상명하복 강요형 14.3% 등이다.

 


 

이 밖에도 4장 「어려운 상황 대처법」에서는 ① 상사로 인해 힘들 때 ② 승진에서 탈락한 뒤 ③ 퇴사와 이직 사이 ④ 시련의 조직 개편 ⑤ 상사로부터 야단맞을 때 ⑥ 열정이 식어가는 매너리즘의 길목 등 구체적인 사례별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5장 「임원으로 가는 길」은 직장 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임원으로 가기까지의 노력과 열정과 많은 사례 등을 제시하며 임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헤치고 극복해야 할 사항도 두루 설명하고 있다. 특히 '승진하는 임원의 다섯 가지 유형'은 성공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읽어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유인상

 

에이핌경영자문의 대표 어드바이저로 경영혁신, 기업문화 분야에서 경영자문을 하고 있으며 경영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부사장의 30년 직장탐구생활』이라는 책을 낸 바 있는 직장생활 탐구 전문가로, 일련의 책과 칼럼을 통해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향기가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에서 25년간 재직하며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혁신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수백 개가 넘는 기업을 자문했다. 또한, KCSI, K-BPI, 존경받는기업, PCSI(공공기관 고객만족도) 등의 평가모델 개발과 운영을 통해 고객중심의 경영혁신, 브랜드경영, 존경받는 기업으로의 혁신을 선도함으로써 우리 기업과 공공분야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 주요 약력 >

2020 ~ 현재 에이핌경영자문 대표 어드바이저, 경영칼럼니스트

2009 ~ 2018 KMAC 부사장

1994 ~ 2008 KMAC 팀장, 본부장, 전략기획담당, CS/마케팅 담당 상무

1988 ~ 1994 한국갤럽 팀장, LG전자

고려대 통계학과 졸업, 정책과학대학원 경제학 석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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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리아의 나라』는 미국 이민자인 몽족 어린이 리아가 뇌전증 진단을 받은 후 치료 과정 등을 담은 르포 형식의 글을 묶어 펴낸 책이다. 문화의 높다란 장벽이 있어 소통할 방법을 모르던 부모와 의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 아이를 소중하게 여길 때 발생하는 비극을 그린다. 미국 의료 체제와 몽족 치유 주술 간의 폭력적인 왕복 운동 사이에 끼인 몽족 난민 아동 리아. ‘비문명적’ 존재로 낙인화되어 언어와 대표성을 박탈당한 난민은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신체 결정권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자는 권력의 비대칭성이 수반되는 문화 간 만남에서 고통받는 리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자고 호소한다. 그곳은 문화, 정체성과 질병이 배제와 혐오의 근거로 활용되지 않는 ‘공동의 세계’다. TV에서 세계 오지 여행에 자주 나온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그들이 왜 미국으로 집단 이주했는지, 어떤 문화 속에서 살아왔는지, 지금 고향에 남은 몽족은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등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대하기가 어려워 우선 급한 대로 독자가 좋아하는 두산백과사전을 찾아본다.

몽족(Hmong)은 중국, 라오스, 타이 등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중국 묘(Miao)족의 한 집단이라고 한다. 라오스에서는 라오쑹(Lao sung : 고지대에 사는 사람)이라 불리며, 라오스를 구성하고 있는 3대 종족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전에 따르면 몽족의 기원은 B.C. 3세기 중국 황하 유역에서 시작했고, 지난 2,000년 동안 중국 남부 지역 일부에서 살았다고 일부 학자들이 밝혀낸 바 있다. 명·청나라 시절, 자신들의 종족에게 부과되었던 불합리한 과세에 저항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후 정치적 보복을 피해 점차 서쪽으로 이주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청나라 말기에 있었던 한족과의 전투 이후 동남아로 대거 이동하기도 하였다. 1970년대에는 라오스의 공산화와 함께 그곳에 살고 있던 몽족 중 수천 명이 서구와 타이로 근거지를 옮겼다. 씨족 문화를 사회의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의 영향을 받아 전형적인 부계 사회이다. 결혼 이후에 신부는 남편의 가계로 편입되며, 같은 씨족에 포함되면 서로를 쿠브치(Kwv tij : 형제·자매)라고 부르는 등 상호간의 결속력을 높인다. 몽족 고유의 언어와 달력을 사용하며, 새해가 되면 전통 의상과 음식, 음악, 춤 등으로 축제를 벌인다. 이때 젊은 남녀들은 두 줄로 마주서서 공이나 오렌지를 던지는 의식을 펼치기도 한다.

 


 

이 책 『리아의 나라』는 2002년 한국에 소개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애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서재 결혼시키기』의 저자 앤 패디먼의 데뷔작이다. 훌륭한 에세이스트로 명성이 높지만, 패디먼이 걸출한 르포르타주 작가이기도 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민자 가족과 미국 의료 체계 사이의 갈등을 9년에 걸쳐 민감하고 예리하게 파헤쳐 쓴 『리아의 나라』다. 이 책은 출간된 해에 전미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현재까지도 미국 의대 필수 교양도서로 채택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고 하니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의사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저자의 탁월한 기술 능력에 따른 일이겠지만 2019년 《슬레이터》 선정 ‘지난 25년간 출간된 최고의 논픽션’에 오르기도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단연 르포 작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에는 2010년 번역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독자로서는 직장 생활로 한참 바쁜 시기라 아예 모르고 지내왔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섬세한 의료인류학적 성찰로 의학도와 간호학도에게 널리 읽혔으며 절판 이후에도 눈 밝은 독자들에게 여러 차례 재발견되며 복간 요청이 꾸준히 이어진 책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이번에 새로이 출간되는 『리아의 나라』는 사실관계에 관한 저자의 전면적인 수정과 새로운 후기를 더한 15주년 개정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1980년대 미국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2022년 현재 다른 문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전면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다시금 펼쳐보는 일은 더없이 시의적절한 일일 것이다. 저자 패디먼은 뛰어난 균형 감각과 사려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 발생하는 권력의 역학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사이를 매개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모색하기도 한다. 이 책의 뒷 부분에 덧붙인 「몽어의 표기법과 발음, 인용에 대하여」가 그 증거이다.

 

 

이 책은 '리아'와 '몽'의 주변을 중심으로 번갈아가며 19장(章)이 이어진다. 1장 「탄생」, 2장 「생선국」, 3장 「영혼에게 붙들리면 쓰러진다」, 4장 「의사가 뇌를 먹나요?」, 5장 「지시대로 복용할 것」, 6장 「고속 초피질 납 치료」, 7장 「정부 소유의 아이」, 8장 「푸아아 나오 카오 이야기」, 9장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 10장 「몽의 전쟁」, 11장 「큰 것이 닥치다」, 12장 「탈출」, 13장 「코드 X」, 14장 「도가니」, 15장 「황금과 불순물」, 16장 「그들은 왜 머세드를 택했나?」, 17장 「여덟 가지 질문」, 18장 「삶이냐 혼이냐」, 19장 「희생제의」란 소제목이 달려 있다. 무려 550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이다. 물론 9년 간 추적해온 저자의 노력을 생각하면 결코 길지 않은 분량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서문' 「충돌의 경계에서」를 통해 자신이 녹음테이프에 담은 목소리를 재생할 때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고 서두를 꺼낸다. 자신이 몽족을 처음 만날 때의 기억으로 더듬어 올라간다. '그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펼쳐주던 손님용 빨간 철제 접이의자의 서늘함, 천장에 끈으로 매달려 있는 부적이 천천히 흔들리며 드리우는 그림자, 최고(사탕수수 비슷한 식물의 줄기 요리인 콰 응차)부터 최악(돼지 생피를 굳힌 응샤 챠)까지 맛본 몽족의 전통음식도 기억해 낸다. "나는 언제나 가장 볼 만한 것은 중심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무엇과 만나는 가장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해안선, 기상전선, 국경이 좋다. 이런 곳에서는 흥미로운 충돌과 부조화가 일어나며 경계에 서 있으면 어느 한 쪽의 중심에 있을 때보다 양쪽이 더 잘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문화일 때는 특히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시작할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에 대한 암시를 겸해 기술하고 있다.

 


 

9년 전 머세드에 처음 갈 때 저자는, 자신이 조금은 아는 미국의 의료 문화와 저자가 전혀 모르는 몽족 문화 사이에서 양측의 십자포화에 피격당하지 않는다면 그 둘을 서로 어떤 식으로든 비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기대는 그저 자신의 생각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머세드 병원 역사상 최악의 분쟁이었던 리 부붕의 딸 리아의 사례에 대해 듣고 그 가족과 의사들을 알게 된 후, 진심으로 양쪽 모두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기가(내가 그렇게 하려는 했다는 건 하느님이 아신다)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저자는 상황을 너무 직선적으로 분석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저자가 자신도 모르게 조금 덜 미국인처럼 생각하고, 조금 더 몽족처럼 생각하던 사고방식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뜻밖에도 이 책을 쓰는 여러 해 동안 남편과 아버지, 딸과 자신 모두 중병을 앓게 되었고 리 부부처럼 자신도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며,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한 가지 질문을 곱씹어보고 했다고 한다.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 같은 기간, 저자는 두 아이를 낳았고 리 부부의 사연과도 밀접한 간계가 있는 또 하나의 질문을 자주 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

이 책의 시작은 3장 「영혼에게 붙들리면 쓰러진다」부터이다. 1, 2장은 몽족의 역사 등 사전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태어난 지 3개월이 되던 때, 캘리포니아주 머세드로 이민한 몽족 가족의 아이 리아는 문을 쾅 닫는 소리에 놀라 처음으로 발작을 일으킨다. 미국 병원의 의사들은 리아가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리아의 가족은 이 현상을 ‘코 다 페이’, 즉 영혼에게 붙들려 쓰러진 병으로 인식한다. 한 아이의 병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치료는 두 문화 사이를 헤매게 되고 그렇게 '모두가 지는 싸움'이 시작된다. 의사들은 처방된 약을 제대로 투약하지 않는 리아 가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리아의 가족들은 리아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며 의사들과 약물을 불신한다. 리아의 부모는 리아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고, 미국인 의사들은 어린 환자를 치료하고자 밤낮없이 애썼지만,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운데 리아는 오락가락하는 약물 치료의 지난한 세월을 보내게 된다.

 


 

앤 패디먼은 9년에 걸쳐 이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문헌 자료를 조사해, ‘합리적인 의사들과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환자 가족의 갈등’으로 단순화되기 쉬운 이야기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면을 드러낸다. 리아의 여러 주치의들을 비롯해 간호사와 위탁 가정 부모부터 통역사와 몽족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몽족의 기원부터 그들의 전통적 삶의 방식, 그들이 겪은 이주와 차별까지 책과 기사, 판결문과 증언을 망라해 동원하는 저자의 충실한 서술은 층층이 쌓인 문화 간 갈등의 복잡한 면모를 드러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인류학자 김현경은 "마술처럼 책장이 넘어갈"(『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정도라고 이 책 읽기의 기억을 꺼내는 분도 있다. 몰입감 넘치는 글솜씨를 발휘하면서도 그 태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홀수 장(章)에는 리아를 구하고자 애쓰는 의사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짝수 장에는 전쟁으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던 몽족의 역사를 배치해 병렬 구조로 내용을 전개한 정교한 구성도 눈에 띈다.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리아의 병실과 몽족의 피난길은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로 모여 현재의 문제를 지적한다.

대단히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문화 갈등으로부터 비롯된 이 개인의 비극에 접근하는 저자의 태도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리아의 사례를 만나고 나서 “진심으로 양쪽 모두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어째서 선의와 노력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했는가에 대해 다각적이고도 인간적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너무도 당연해져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운 서구 의학에 거리를 두면서도, 신비화되는 동시에 미개하다고 멸시받는 아시아 고산민족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한다. 한편 문화 간 만남에서 필연적으로 “권력의 비대칭성이 수반”된다(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표현도 보인다. 독자들은 저자의 섬세한 글쓰기를 통해 몽족이 라오스 고산지대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데에는 미국을 도와 대리전을 했으나 약속받은 안위와 기존 생활을 모두 박탈당한 역사가 숨어 있었음을 알게 되고, ‘문화 충돌’ 또는 ‘문화 갈등’이란 동등한 입장의 양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리아가 태어난 지 40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리아의 나라』를 읽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출판사 측은 숨을 쉬듯 당연해진 우리 주변 문화에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의학의 판단이 늘 다른 무엇보다 우선할 수 있는지, 문화 간 권력 차이 속에서 타문화와 진실하게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리아의 가족이 내린 선택은 이미 상당히 서구화된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와 의료 상식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문화와의 마주침이 늘어날수록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늘어날 것이다. 저자는 타자의 이야기를 치우치지 않는 탄탄한 글쓰기로 설득력 있게 밀고 나가 마침내 그들을 그들의 문화 속에서 보게 하며, 그곳에서 우리의 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이로써 『리아의 나라』는 주류 문화만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태도의 위험성과 혐오와 배제를 대신할 대화의 필요성을 함께 제시한다. 독자가 이 책을 눈여겨본 이유이기도 하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슬람 난민 집단 거주 형성을 반대합니다.”란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의 제목이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지역 내 정착을 반대한 이 청원은 “집단 거주를 허용해 몇 년 뒤 타국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에겐 없을 거라고 보장하느냐?”라며, 이주민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러한 타문화와의 충돌은 ‘단일민족 신화’를 굳건히 믿어온 한국인들에게 오늘에서야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제 미등록 이주민을 더하지 않아도 OECD가 ‘다문화사회’로 정의하는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 5퍼센트 기준에 상당히 근접했다. 이 책의 영향력이 단일민족만의 나라임을 주장하며 이민족에 대한 혐오나 차별로 이어지는 일을 막는 예방주사가 되기를 독자는 바란다.

 


 

“우린 돌아가고 싶어. 여기서 태어났다면야 여기 있을 수 있겠지. 여긴 참 좋은 나라이긴 하지만 우린 여기 말을 못해. 운전도 못하고. 외롭게 집에만 있어야 하지. 거기 가면 조그만 땅에 농사도 짓고, 닭이랑 돼지랑 소도 기르고,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고, 철 되면 수확도 하고, 그다음 수확 철까지 있는 걸로 먹고 살면 되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그러면 얼마나 마음 편하겠어. 여기선 우리는 이거다 싶어서 해도 저 사람들은 틀렸다고 해. 우리가 아니다 싶은 걸 하면 맞다고 하고.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나? 돌아가는 수밖에.” (p.336)

 

저자 : 앤 패디먼(Anne Fadiman)

뉴욕에서 태어나 코네티컷과 LA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으로 돌아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라이프》에서 전임 작가로, 《시빌러제이션》에서 칼럼니스트로, 《아메리칸 스칼러》에서 편집장으로 근무했다. 1997년 뇌전증을 앓는 몽족 아이와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책 『리아의 나라』를 발표했다. 이민자 가족과 미국 의료 체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골을 민감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옮겨 같은 해에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리아의 나라』는 2009년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 ‘모든 학생에게 추천해야 할 책’에 포함되었고, 2019년 《슬레이터》가 고른 ‘지난 25년간 출간된 최고의 논픽션’에 올랐다. 이 책은 문학 저널리즘과 문화 간 감수성을 위한 사례집으로서 지금도 대학 수업에서 쓰이고 있다. 현재 예일대학교의 특수 프로그램인 프랜시스 우수작가(Francis Writer-in Residence)로서 학생들에게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작가나 편집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재 결혼시키기』와 『세렌디피티 수집광』 등으로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역자 : 이한중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잭 런던의 『불을 지피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뜬다』, 팔리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 웬델 베리의『온 삶을 먹다』, 데이비드 스즈키의 『강이, 나무가, 꽃이 돼보라』, 『우리 아이들 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이 있으며, 이 외에도 『장기 비상시대』, 『인간 없는 세상』, 『리아의 나라』, 『작은 경이』,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등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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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입자물리까지, 단 한 권에 펼쳐지는 지혜
김동희 지음 / 빚은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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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과학은 인류 문명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학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으로는 철학과 과학은 완전 서로 다른 분야일 뿐 아니라 유기적 관련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독자가 철학이나 과학 공부를 전문적으로 해본 적이 없는 탓에 '무지(無知)'한 탓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 『세상이치-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읽으면 기존 상식과 독자의 지식을 완전 뒤바꿔 놓는다. 조금이라도 철학·과학 공부를 위해 선택한 책에서 보기 좋게 '무지'만 드러낸 꼴이다. 저자 김동희는 미국의 시카고 대학에서 입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철학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는 독자에게 선입견을 빨리 지울 것을 요청한다. 현대 물리학에 정통한 분이 하는 말씀이니만큼 허투로 하는 말은 아닐 듯하다. 저자는 철학자들의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사유가 없었다면 현대과학이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 면에서 철학자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를 이해하고 알아내는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매우 소중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철학자들 역시 세상을 이해하려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 덕분에 세상을 새롭게 바꿀 수 있었다는 것. 즉, 철학자들의 시선과 노력을 따라가다가 관찰과 실험이 발달한 덕분에 ‘과학’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고대그리스 철학자부터 현대입자물리 과학자들까지,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려 노력했는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시선도 바뀌게 되고, 자연스럽게 결국 우리의 삶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란 논리다. 저자의 집필 이유이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세상 이치를 알려면 우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간과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를 생각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과 자연에 관한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자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개발한 사람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가 인지하든 하지 않은 그들의 사유가 인류 사회의 문명을 이끌어온 것이 사실이다. 저자의 주장과 논리는 설득력을 갖는다. 세상을 이해하는 건 일상생할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만, 깊이 있는 이성이나 관찰로 이루어낸 성과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성의 깊이를 논하는 면에서 철학과 물리학만큼 좋은 주제는 없다. 이 책은 철학과 물리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방식을 말하는 책이다. 철학이나 물리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그렇다고 물리학과 철학의 내용만 획일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철학과 물리학의 관계에 접근하고 있지만 철학과 과학의 공통점을 설명할 뿐 한묶음으로 묶어도 될 만큼의 논리는 안 되어 보인다.

저자도 철학과 물리학은 각각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속해 있어 다른 분야를 탐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이 수행하는 탐구는 자연이든 사회이든, 그 속에서 가장 근원적인 의문을 풀려 한다는 점에서 두 학문은 같다고 말한다. 이 점이 철학과 물리학을 한데 묶어 탐구하는 타당성을 확인시켜 줄까? 워낙 과학과 철학에 문외한인 독자가 쉽게 이해하지 못함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또 저자가 제시하는 아인슈타인은 대학 시절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흄의 『인간오성론』을 즐겨 읽었다는 사실 역시 독자를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훗날 그의 상대성이론을 정립하는 사고 실험을 수행할 때 철학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했다는 사실을 내놓는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얘기하는 측면에서 보면 철학과 물리학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는 게 저자의 논지(論旨)다.

 

 

더욱이 저자는 물리학과 철학은 원래 별개의 학문이 아니었음을 말한다. 세상의 진실을 파악하는 것은 곧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자연의 근본적 법칙이나 인간 사회가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는 과정이 바로 고대철학이었다.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은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깊은 사유를 선택했다. 그들의 사유는 철학과 물리학을 포함한다. 오늘날 두 학문으로 분리되었지언정 세상의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는 같은 선상에 있다는 말이다. 깔끔한 설명은 독자에게 신세계를 펼쳐준다. 아, 그렇구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세상과 인간, 자연을 위해 진실을 파악하려고 그렇게 치열한 노력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소크라테스, 제자 플라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모두가 치열한 노력 없이 세상의 이치나 자연의 진실 등을 그렇게 탐구하고 밝혀내려 했구나 하는 깨달음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철학과 물리학은 방법의 차이일 뿐 모든 세상의 진리를 추구하려 한 것이다. 특히 저자는 고대나 근대, 현대 인간의 사고 능력은 비슷하다고 확신한다. 그렇지, 독자도 한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고대에나 지금에나 인간 지능과 기타 능력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다만 과학적 지식이 누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 과학이 이루어낸 결과를 생각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젠 독자도 저자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현대 물리학자가 주장하는 바를 부정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의문을 제기했던 것은 아무리 이 책을 읽어도 가설이 잘못되면 이해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양해를 바란다. 누가 뭐래도 최첨단 과학의 시대다. 3나노 공정의 반도체가 곧 나온다는 미시 세계의 뉴스가 전해지는가 하면, 제임스웹 망원경 뉴스는 수백 광년의 우주를 논한다. 과연 고대 철학이 현대과학에 어떤 기여가 있었는지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며 배운다.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의 제목과 부제를 열거해 본다. 이는 한눈에 여기에 등장하는 철학자들과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연대순 배열로 현대물리학에 이르는 관계와 맥락을 이해하기 쉽게 하도록 저자의 의도적인 배려로 보인다. 1장 「플라톤-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상(이데아)이 있다」, 2장 「아리스토텔레스-세상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 3장 「갈릴레이-정확한 실험으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 4장 「데카르트-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로부터 세상은 설명된다」, 5장 「뉴턴-만유인력이라는 법칙으로 세상을 예측할 수 있다」, 6장 「칸트-세상은 내가 인식한 것으로만 판단할 수 있다」, 7장 「헤겔-정반합의 원리에 따라 세상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8장 「아인슈타인-시공간도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변형된다」, 9장 「양자물리학-세상은 확정적이 아니라 확률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10장 「현대입자물리-세상은 이상적 입자간의 에너지 교환일 뿐이다」라는 제목과 부제를 붙였다. 제목과 부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1~8장의 제목은 철학자·과학자의 이름이고, 9~10장은 물리학의 이름이다.

저자는 현대에 세워진 '양자물리학'과 '현대입자물리학'은 한 과학자가 이론을 확립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주장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또 부제에 달린 단어들은 대체적으로 '세상'에 대한 설명의 노력이고, 인식하고 발전해온 변화와 확정된 '설(說)'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플라톤」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그의 스승이자 '서양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소크라테스가 저서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읽은 대부분의 소크라테스의 저서들은 모두 그의 제자 플라톤이 그의 가르침이나 '대화' 중의 '말'이다. 플라톤이 저서를 펴낼 때 이같이 밝힌 데다 저자의 이름을 소크라테스로 분명히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플라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세상의 이면에는 이에 대응하는, 불변이고 영원한 원본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이데아'라고 명명했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이데아는 '외적 현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참된 것'이라는 뜻이라는 사실도 독자는 이제 확실히 알게 됐다.

 


 

책에 따르면 처음에 이데아는 도덕이나 가치와 같은, 정신적 측면과 관련된 단어였다. 하지만 사유가 발전하면서 그 범위가 확장돼 종국에는 사물에까지 적용됐다. 플라톤은 이데아는 사물이 존재하는 근거이기 때문에 모든 사물은 각각의 이데아가 있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이데아는 고유의 본성을 지닌 체계이지만 서로 흩어져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있다. 이데아는 유사한 분륭 형태에 묶여 있고 계층을 이룬다. 동물은 동물의 이데아에 종속되고 동물 이데아는 다시 유기체라는 더 큰 속성의 이데아에 종속된다. 사물 이데아가 맨 아래층에 속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추상적인 것의 이데아가 있다. 층의 최상위에 위치하는 이데아는 선의 이데아다. 선의 이데아는 모든 이데아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목표라고 플라톤은 보았다.

이는 현대물리학의 최후 단계인 입자물리학과 선이 닿은 것일까. 저자가 유독 플라톤의 이데아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철학과 과학이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에 유기적 관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독자는 생각해본다. 독자의 지식의 범위를 엄청나게 벗어나는 잘못된 인식이기를 바라지만. 저자는 모든 만물은 이상을 추구한다고 본다. 하위 이데아는 상위 이데아를 추구한다. 가장 상위에 있는 선은 추구되어야 하는 것으로 모든 존재의 행동 목표이며 역으로 모든 존재를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최고의 이데아로서 선은 또 다른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족한 것이고 완전한 것이다. 그래서 선의 이데아는 인식의 유일한 대상이요 모든 존재의 근거일 뿐 아니라 모든 사물이 나아갈 목표로서 가치의 궁극적 기준이 된다. 플라톤은 선의 이데아를 세상을 설명하는 '통일 법칙'으로 규정하였다. 철학과 과학을 오가는 저자의 모두 이해되지 않는 독자로서는 자책만 앞선다. 그러나 배우고 탐구하려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는 희망도 남아 있다.

 


 

앞서 언급한 이데아와 현대입자물리학의 연계성을 위해서도 이 서평은 마지막 장인 「현대물리입자」의 장으로 넘어간다. 현대입자물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 장은 디렉, 파인만, 겔만, 와인버그 등 4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이론에 힘입어 진전되어 가는 가장 최근의 물리학이다. 이 과학자들은 '세상은 이상적 입자 간의 에너지 교환일 뿐이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 같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세상은 아주 작은 무엇인가로 되어 있고, 그것들은 관찰할 수 없지만 수학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한다. '양자역학'은 자연을 설명하는 확실한 수학적 방법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한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의 연장선에서 물질을 구성하는 궁극적 기본 단위와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밝혀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상대성이론이 심오한 원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양자물리학은 관찰 결과를 어떻게든 방정식으로 풀어내려는 많은 뛰어난 물리학자의 치열한 노력 끝에 탄생했다.

과정은 복잡했고 안정적인 물리 체계를 정립하는 데까지 30여 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므로 양자물리학은 어느 한 물리학자가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현대입자물리학은 물질과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같은 근볹거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알아내고 이들이 어떻게 상호 반응하는지 그 전모를 밝혀내고 있다. 실험적 발견과 이론적 해석으로 기본입자와 힘에 관한 이해가 상당히 진전되었다. 우주의 운동을 지배하는 기본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과 '전자기력' 외에 20세게 들어 발견된 '강력'과 '약력'이 있다. 전자와 양성자 간의 전기력이 원자를 구성케 하지만 핵 안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단단히 뭉쳐 있도록 하는 힘은 강력이다. 또한 방사성 원소가 안정화 과정을 거치게 하는 힘은 약력이다.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을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 입자물리학의 목표다. 입자물리학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사변이 창출된 지 2600여 년 만에 만물을 설명하는 실제 이론에 다가서고 있다.

 


 

이성적으로 무엇을 논증하고 탐구하는 관점에서 보면 철학과 물리학은 동일선상에 있다. 인간의 근본적인 호기심을 해결한다는 면에서 철학과 물리학은 구분이 안될 만큼 모호하다는 생각이 책을 완성해가면서 더욱 짙어졌다. 두 학문은 각기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했을 뿐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사는 21세게에 두 학문의 경계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중략) 19세기 말부터 눈에 띄게 지식이 증가했다. 가히 기하급수적이라 할 만하다. 지식은 학문이 세분화하면서 더욱 방대해졌다. 그렇다고 지식이 계속 이런 속도로 팽창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면 알아낼수록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는 작업은 그만큼 어려워졌고 점점 더 많은 인력이 피료해졌다. 그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낟. 오늘날 학문은 더욱 정교하고 전문적이 되었다. 물리학 분야를 예로 들면 세부 분야가 20개가 넘고 이들 각각은 상호 관계를 찾기 어려울 만큼 전문적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감성 또한 이성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이성과 감성 말고 감정 또한 있다.(p.254~255, 「맺음말」 중에서)

 

저자 : 김동희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 대학에서 입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NAL)의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현재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FNAL의 객원교수를 지냈다. FNAL과 유럽의 입자물리연구소(CERN) 실험의 강입자 충돌 물리학 전문가이다. 새로운 게이지 보존, 초대칭 입자 및 암흑물질 등 새로운 물리 현상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와 철학에 많은 관심이 있다. 저서로는 ‘톱쿼크 사냥’(민음사, 1996), ‘바벨탑의 힉스사냥꾼’(사이언스북스, 2014)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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