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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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웃는 남자』는 독자로서는 처음 읽는 작품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를 먼저 보았다. 원작을 읽지 않아도 감동을 받은 것은 뮤지컬의 '힘'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뮤지컬의 감동이 소설의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뮤지컬로서는 무대와 시간이라는 제한적 한계 때문이리라.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이라는 사실은 뮤지컬 관람 때 알았지만 소설을 직접 읽으니 예상보다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빅토르 위고에 '대문호'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도 독자에게 설득력을 함께 주었다. 독는 '위대한 문학가'라는 문학가 최고의 호칭을 붙인 작가는 몇 안 된다고 알고 있다.

굳이 독자가 아는 대로 열거하자면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빅토르 위고가 아닐지. 그들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문학에는 국경도, 이념도 필요치 않으니까. 독자가 빅토르 위고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불세출의 작품 『레 미제라블』을 읽고서다. 이 작품은 어렸을 적(발췌본)부터 여러 번 읽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수없이 반복 재생되었다.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 『웃는 남자』는 자신의 『레 미제라블』에 가려 오히려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한 느낌이 든다. 빅토르 위고도 당시 이 작품을 출간할 즈음에 "나는 아직 『웃는 남자』보다 더 나은 작품은 아직 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웃는 남자』(1869년 출간, 67세)가 『레 미제라블』((1862년 출간, 60세)보다 7년 뒤에 출간된 작품이니, 위고 자신은 이 작품에 더 애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들이 으레 출간 때 하는 인삿말일 수도 있으니 정확한 것은 위고와 함께 팡테옹에 묻혀 있을 것이다. 굳이 작품의 우월성은 독자들이 직접 읽고 판단할 일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 『웃는 남자』 출간 이후에도 『1793년』, 『망명 시절』, 『여러 세기의 전설』, 『어느 범죄 이야기』, 『당나귀』, 『토르케마다』, 『여러 세기의 전설』 등 수많은 작품을 출간하고, 1885년(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장례식은 국민장으로 치러졌으며, 그의 유해는 팡테옹에 안치됐다. 팡테옹에 안치된 이유는 그가 상원의원으로 피선되고 활동을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문호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을 것이다. 팡테옹은 원래 루이 15세가 자신의 병이 치유된 것을 신에게 감사하기 위하여 생트 준비에브(Saint Jenevieve) 교회로 지었으나 뒤에 나라에 공헌한 위인들이 묻히는 국립묘지 팡테옹(Pantheon)으로 바꾸어 사용한 곳이다.

1758년에 건물 기초가 세워졌고 프랑스혁명이 시작되던 1789년에 완성되었다. 기둥이 있는 돔의 모양은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건물 지하에는 빅토르 위고 외에 볼테르, 루소, 에밀 졸라 등의 무덤이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책 저 책 참고될 만한 책들을 뒤져봤으나 분량 때문인지 완역본을 낸 곳은 많지 않았다. 또 그의 정치 역정에 대해서도 그다지 상세한 설명을 붙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크롬웰의 주도하에 이뤄졌던 시민혁명, 잉글랜드의 전성기 무렵 귀족들의 부패가 선명하게 나타날 때이니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일반 시민들은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였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더욱이 크롬웰의 시민 혁명은 그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그러질 때이니, 정치적으로 잉글랜드로 망명한 위고는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가엾은 사람들'만 보이던 시절이다. 위고는 이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연민을 가졌던 것 같다. 『레 미제라블』도 '가엾은(혹은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이고, 웃음 없는 표정의 서민들에게 『웃는 남자』 이야기는 시의 적절한 소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긴 소설이지만 작품의 줄거리는 그리 어렵지 않다. 출판사 측에서 낸 책의 줄거리는 1690년 1월, 삭풍이 몰아치는 포틀랜드 만의 삭막한 해변에 버려진 소년.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로부터 버림받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소년은 눈보라 속에서 목적도 없이 걸음을 옮긴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인 듯한 그 얼어붙은 세상에서, 소년은 죽은 어미의 품에 안겨 죽어 가는 젖먹이 아이를 발견한다. 알 수 없는 본능에 이끌려 어린것을 품에 안은 소년은 구원의 손길을 찾아 나서지만 간신히 발견한 마을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은 날씨만큼이나 차갑기만 하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가엾은 두 영혼에게 온정을 베푼 이는 인간 혐오자를 자처하며 늑대를 벗 삼아 살아가는 우르수스뿐이다. 그로부터 15년 후, 인간이라는 이름을 지닌 늑대와 스스로를 곰이라 부르는 남자,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언제나 기괴하게 웃음밖에 짓지 못하는 소년, 그리고 시력은 잃었으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로 자라난 아이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평생 웃는 표정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독특한 설정은 만화를 비롯한 여러 장르 문학의 작가들을 매혹시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만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라고 한다.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가지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 기동대」에서 작품의 세계관을 암시하는 중요한 에피소드 중 하나인 스마일맨 사건에 등장하는 〈웃는 남자〉 역시 위고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더욱 잘 알려진 TV 시리즈 「하이랜더」에는 그윈플레인의 스승인 우르수스의 이름을 딴 우르사라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상, 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웃는 남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상권은 소설은 서두와 전개 부분이다. 상권에는 17세기 영국의 귀족 사회, 그리고 하층민의 생활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주인공 그윈플레인<Gwynplaine, Gwyn(흰색의)+plaine(평원)>이 스물 다섯의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의 초반에 예비 이야기가 두 편이 나온다. 그 이야기의 두 번째는 귀족들의 눈요기를 위해 어린아이를 사고, 그 아이를 장난감으로 제조한 콤프라치코스라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자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왕의 비호 아래 그릇된 자긍심마저 품는다. 그러나 '아동보호법' 이 시행되면서 경찰들은 경쟁하듯 콤프라치코스를 잡아들였고 친부모임에도 증명을 못한 이들도 타깃이 된다. 아동보호법으로 아동유기 확산으로 번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웬은 그들로부터 버림받게 되었다. 주인공 그윈플레인도 그 희생양 중의 한 명이다.

잉글랜드의 공화 체제하에서 일어났던 많은 비정상적인 일부터 시작해 찰스 2세, 제임스 2세, 윌리엄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시대가 이어지며 클랜찰리와 그의 사생아 데이비드경(卿), 여 공작 조시언의 이야기가 상편에 자세하게 기술된다. 버림받은 아이가 눈폭풍을 헤매며 길을 떠나는 여정에 눈에 묻혀 죽은 여인 곁에 울음을 터트린 갓난 여자아기를 구하고 드디어 도시에 도착해 우르수스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콤프라치코스는 귀족들의 오락과 돈벌이의 대상이 된 희생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영원히 고착시켜 놓았다. 불가피한 웃음을, 영원한 웃음을 가지게 된 남자 그윈플레인의 정체성이다. 울고 싶어도, 고통스러워 찡그리고 싶어도, 그는 웃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웃지 않는다. 그저 그의 얼굴이 웃을 뿐이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웃음이 기쁨의 동의어일까?"(p.391)

 


 

우르수스(Ursus)와 늑대 호모(Homo)의 이름을 서로 바꿔 붙인 저자의 의도도 서로 바뀐 처지를 암시하는 듯하다.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 받으려면 가난하고 소외 받는 약자들에게 베풀고 보듬어 안아 살게 하는 것이 지배자이고, 귀족이고, 부자들의 역할을 외면한 채 오히려 그들을 오락과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한 암시로 보여진다. 어느 날 우르수스를 찾아온 남자아이와 여자 아기. 우르수스는 그들을 받아들인 후 기르고 꾸지람을 하면서도 그들을 먹여 살렸으며 남자아이에겐 '그윈플레인', 여자 아기에겐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아름답게 성장한 눈먼 소녀 데아. 그녀에게 그윈플레인은 구원자였고 안내자였으며 남편이었다. 그리고 데아는 그윈플레인에게 사랑과 다정함의 존재이다. 이들은 서로 상대방을 지탱하며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주는 완벽한 한 쌍이 된다.

우르수스는 기형을 가진 그윈플레인에게 철학과 지식 등 온갖 치장물로 가득 채워주며 철인(철학자)이 돼라 말한다. 그리고 지혜롭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함께 가르친다. 그렇게 우르수스에게 가족이, 딸과 아들이 생겼으며 그들에게 아버지가 되고 늑대 호모는 숙부가 된다. 후에 그가 사람들 앞에 나설 준비가 되었을 땐 함께 공연을 했고, 그윈플레인의 기형으로 점점 더 많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유해진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웃는 남자'로 유명해진다. 이렇게 소설은 반전을 품은 채 귀족 등 지배계급의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권은 우르수스 일행이 서더크의 여인숙 태드캐스터에서 자리를 잡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록 가난해도 한 가족이 되어 화목하게 살던 우르수스와 그윈플레인, 데아. 하층민이며, 어릿광대였던 그윈플레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주(lord)의 신분이 된다. 이 책은 상황이 힘들게 전개될수록 반전이 임박해짐을 일깨워준다. 단연 그윈플레인이 로드가 되어 의회에서 장엄하고도 연설하는 가치 있는 연설을 하는 장면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온 하층민들의 무지, 가난함, 굶주림, 매춘, 착취 등 불행한 삶을 살아 온 창백한 얼굴을 대변하여 부조리함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윈플레인과 데아를 자식으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두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들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우르수스는 거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이다.

타인의 고통에 나몰라하는 귀족과는 다르게 가진 것이 없어도 서슴없이 나누고, 두 사람의 울타리가 되어 준 우르수스. 그윈플레인의 부재로 충격을 받게 될 데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복화술과 몸짓으로 애쓰는 모습 또한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은 결코 웃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웃음. 절망의 또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웃음은 역설이다. 소설 『웃는 남자』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무질서, 특히 계급 사회가 빚은 극심한 빈부 격차, 신분 차별의 부조리 속에서 평등의 의미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깊이 있게 되새겨 보게 한다.

 


 

독자는 지금까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를 『레 미제라블』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 『웃는 남자』를 계기로 왜 대문호의 칭호를 받았는지에 대한 확신을 하나 더 얻게 됐다. 『레 미제라블』은 당시 프랑스의 지배계층과 '가엾은 사람들'의 삶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사회의 제도적 부조리나 지배계급의 부정부패를 드러냈다면 『웃는 남자』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당시 서유럽 중심의 문화권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정치 제도의 허점이나 사회적 부패상들을 모두 꿰고, 작가적 시선으로 개선하자는 작품이다. 그것은 문학이 간접적으로 인간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직접 계기를 창조해 낸다는 의미에서 리얼리즘 문학의 완성도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느꼈다. 이 점은 그가 '대문호'의 칭호를 단지 소설을 잘 써서가 아니라, 그 문제를 신분에 관계 없이 함께 노력해 만들어가자는 소설적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자격을 갖춘 프랑스의 자랑할 만한 작가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알게 되고 읽은 보람이다.

 

"저는 인간입니다. 무시무시한 웃는 남자입니다. 그가 누구를 보고 웃는지 아십니까? 경들을 보고 웃습니다. 그의 웃음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경들이 저지른 범죄이며 그가 당한 고초입니다. 경들의 범죄를 이제 그가 경들의 면상을 노리고 있으며 그로 인한 고포를 경들의 낯짝에 토하고 있습니다. 제가 웃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울고 있습니다." (중략) 저의 이마 위에 있는 웃음을 만들어 준 사람은 어느 왕입니다. 이 웃음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절망의 표현입니다. 이 웃음은 증오와 강요된 침묵과 맹렬한 노기와 절망을 뜻합니다. 이 웃음은 고문의 산물입니다. 만약 사탄에게 이 웃음이 있다면, 이것이 신을 단죄할 것입니다."(p.854)

 


 

저자 :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정치가. 1802년 프랑스의 브장송에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일찍이 문학적 재능을 보이며 시작(詩作)에 몰두했다. 위고는 첫 시집 『오데와 잡영집』(1822)으로 주목을 받은 이래, 희곡 「크롬웰」(1827), 시집 『동방시집』(1829), 소설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날』(1829)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특히 「크롬웰」에 부친 서문은 고전주의 극 이론에 대항한 낭만주의 극 이론의 선언서로서, 위고가 낭만주의 운동의 지도자로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7월 혁명의 해인 1830년에는 희극 「에르나니」(1830)의 초연이 낭만파와 고전파 사이의 ‘에르나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쟁에서 낭만주의는 고전주의로부터 완전히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1850년경까지 문단의 주류가 되었다. 그 후에도 위고는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치며, 시집 『가을 낙엽』(1831), 『내면의 음성』(1837), 『햇살과 그늘(1840)』, 희곡 「마리용 드 로름」(1831), 「힐 블라스」(1838) 등을 발표했다.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1831)는 위고에게 민중소설가로서의 지위를 굳혀 주었으며, 1841년에는 프랑스 학술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그 뒤 위고는 10여 년간 거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정치 활동에 전념했고, 1848년 2월 혁명 등을 계기로 인도주의적 정치 성향을 굳혔다. 1851년에는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에 반대하다가 국외로 추방을 당하여, 벨기에를 거쳐 영국 해협의 저지 섬과 건지 섬 등에서 거의 19년에 걸쳐 망명 생활을 했다. 이 시기에 시집 『징벌』(1852), 『정관』(1856), 『여러 세기의 전설』(1부, 1859), 소설 『레 미제라블』(1862), 『바다의 노동자들』(1867) 등 대표작의 대부분이 출간되었다. 특히,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대하 역사소설로서, ‘인간의 양심을 노래한 거대한 시편’이자 ‘역사적, 사회적, 인간적 벽화’로 평가받는 위고 필생의 걸작이다.

1870년 보불 전쟁으로 나폴레옹 3세가 몰락하자, 위고는 공화주의의 옹호자로서 파리 시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1874년에는 『93년Quatrevingt-treize』을 출간했다.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에 여담 형태로 삽입된 ‘워털루 전투’ 이야기는 위고가 벨기에 전적지에서 두 달간 머무르며 곳곳을 답사하는 노력 끝에 집필한 것이다. 위고 특유의 비장미 넘치는 문체가 돋보이는 이 글은 일세를 풍미한 영웅 나폴레옹의 패배 과정을 극적이고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는 동시에 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일깨우며 여운을 남긴다. 1876년에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됐으나, 1878년에 뇌출혈을 일으켜 정계에서 은퇴했다. 국민 시인으로서 영예로운 대접을 받았고, 비교적 평온한 만년을 보내며, 『웃는 남자』(1869), 『끔찍한 해』(1872), 『93년』(1874), 『여러 세기의 전설』(2부, 1877; 3부, 1883) 등을 발표했다. 1885년 5월 폐렴으로 파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고, 200만 명의 인파가 애도하는 가운데 그의 유해가 팡테온에 안장되었다.

 

역자 : 이형식(李亨植)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파리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연구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는『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예술론』, 『작가와 신화-프루스트의 신화 세계』, 『프랑스 문학, 그 천년의 몽상』, 『그 먼 여름』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 미제라블』, 『쟈디그·깡디드』, 『모빠상 단편집』, 『웃는 남자』, 『93년』, 『미덕의 불운』, 『사랑의 죄악』, 『중세의 연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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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에게 길을 묻다 -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아서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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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가장 먼 유배지, 대한민국 건국 후에는 '좌익 은거 활동지'로 천대 받던 땅이 제주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조건에 대한민국 최남단 행정구역이어서 기후마저 따뜻한 곳, 제주다. 절해고도였던 제주는 이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휴양지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제주의 이미지를 뿌리째 바꿨다. 산업화 시대만 하더라도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을 정도로, 싼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는 관광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각종 편의 시설과 세계의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주의 콘텐츠는 다양해졌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고(제주 전체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휴양 도시로서 더 잘 기억하고 있다. 누구나 일년에 한 번쯤 쉽게 갔다 올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최근 유행한 '한 달 살기' 여행이나 방송 등에 힘입어 아예 제주에 눌러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대한민국 영토의 꾸어다논 보릿자루 역할의 제주는 귀빈 대우로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 책 『돌하르방에게 길을 묻다』의 저자 조선우는 출판인이다. 그가 제주를 간 이유도 사실은 코로나19로 멈춰선 일상에서 제주도로 큰 목적 없이 잠깐의 휴식차 떠났다. 그러나 머무르다 보니 정이 붙었고, 제주에서 할 일을 찾게 됐다고 한다. 궁리 끝에 제주를 대표하는 이미지로서 '돌하르방'에 주목했다. 저자가 2년 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돌하르방 원형을 찾는 여행의 시작이다.

 


 

저자는 이번 여행에서 인생의 질문을 정리하기 위해 돌하르방에게 길을 물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돌하르방 원형을 찾는 길에서 사색하며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을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이 책에 잘 풀어 놓았다. 저자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원래 총 48기의 돌하르방 원형이 남아 있는데, 1기는 이미 소실되고 47기만 남아 있어 그 위치와 모습을 모두 사진으로도 담았다. 우리가 제주도 관광상품으로 지금까지 흔하게 만나온 돌하르방의 반전이다. 그 익숙한 돌하르방의 모습은 여러 돌하르방의 단지 일부였다는 사실을 이 책은 짚고 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사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저자가 2년 동안 제주살이를 하면서 돌하르방 원형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과 풍경도 함께 담겼 있다. 저자는 제주살이를 통해 디지털 유목민의 삶을 실험해보고 여행 작가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터닝포인트로 삼았다고 한다. 제주의 변신이 아니라 제주를 통한 저자의 변신이다. 이 책은 돌하르방 원형을 찾는 여행에서 플라톤의 원형과 모사 이론을 대입하면서 ‘생각을 품은 여행 에세이’로 탄생하였다. 이는 저자의 대학 때의 전공인 철학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 제주도의 여러 해변과 유명한 오름 등 천혜의 풍광을 저자가 핵심만 골라 담고 뚜벅이로 제주도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방법도 소소하게 담고 있다.

 


 

이 책은 제주도 토박이도 잘 모르는 돌하르방 원형 47기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서이자 제주 안내서이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제주살이에 나선 작가이자 출판인인 저자가 우연히 현존하는 돌하르방 원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제주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돌하르방 원형의 위치를 정리해보고자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두꺼비 눈 모양처럼 왕눈인 돌하르방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돌하르방 모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책은 세상에 나왔다. 또한 이 책은 돌하르방 원형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여행을 저자는 권한다.

이 책에는 제주도의 그 흔한 맛집과 예쁜 카페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제주도의 속살을 찾아 이야기한다. 관광객 눈에는 한없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제주도에는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고, 역사의 흔적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다. 이 책은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제주도의 민얼굴을 보자고 말한다. 이제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제주도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시선을 달리해 제주도의 본모습까지 훑어보도록 권한다.

 


 

하지만 우리는 제주도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까? 이 책의 끝에는 그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도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아 떠나는 이 여행에서 얻는 것은 많다. 일단 이 책을 펼치면 제주도의 여행을 세세한 사진과 함께 친절한 가이드가 된 저자가 앞장설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이면 제주도에서 일 년은 산 듯한 기분이 들 만큼 제주도의 속살까지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은 이제까지의 제주도 책과는 그 시선과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저자가 권해주는 새로운 시선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보기를 권한다. 제주살이를 한 번이라도 꿈꿔보거나, 제주도 여행을 먼저 책으로 샅샅이 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또한 제주도를 여러 번 여행했더라도 독특하고 색다른 시선으로 다시 여행하고픈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도를 여행하기 전이나, 후에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다른 여행 안내서와 다른 점이 더 담겨 있다. 제주가 생겼을 때부터, 제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을 지켜온 제주민(제주 원주민)의 아픔과 슬픔, 고난과 억압을 극복해온 제주민의 삶의 의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고, '제주 4·3'의 역사의 혼을 찾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이 책은 모두 10개 파트로 구성됐다. 「PART 1. ‘어디에서 시작할지’ 묻다」, 「PART 2. ‘어디로 가야 할지’ 묻다」, 「PART 3. ‘무엇을 지켜갈지’ 묻다」, 「PART 4. ‘어떤 시선을 품을지’ 묻다」, 「PART 5. ‘흔적을 따라갈지’ 묻다」, 「PART 6. ‘무엇을 꿈꿀지’ 묻다」, 「PART 7. ‘삶의 기쁨을 어떻게 찾을지’ 묻다」, 「PART 8. ‘시작과 끝, 끝과 시작 그 순환의 고리를’ 묻다」, 「PART 9. ‘인생을 놀이로 즐기는 방법을’ 묻다」, 「PART 10. ‘나의 원형을 만나는 방법을’ 묻다」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사실 제주로 내려오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는 계속 자리를 잡고 끝까지 살 생각도 있었다"며 제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었음을 에둘러 표현한다. 그러나 2년을 기점으로 다른 여행지로 작업실을 옮길 계획을 세우자 우선 이 책을 내고자 했지만 살펴보니 제주에 대한 책은 출판인인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많았다.

고민 끝에 '오로지 제주에서만 쓸 수 있는 것'에 주목하고 '돌하르방의 원형'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돌하르방의 원형이 총 47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돌하르방에 대한 공부부터 직접 탐사하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서울에 있는 2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45기를 일일이 찾아다니고 사진으로 찍고, 주변 탐사 등도 모두 마쳤다. 돌하루방이라고 우리가 지금까지 관광지나 타지에서 만난 것들은 모두 원형의 '모사'라는 것을 저자를 통해 독자도 처음 알았다. 물론 저자가 제주의 구석구석을 돌며 찍은 사진을 통해 제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이 부지기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돌하르방들이 모두 모사라는 사실은 퍽 인상 깊다. 이 책의 모든 파트의 제목에 '묻다'(ask)가 명기돼 있다. 제주에 묻고, 자신에게 묻고, 삶에게 묻고, 하늘에 묻고... 물어야 할 것이 많은 제주는 여전히 신비롭다.

 


 

돌아오는 길은 뿌듯했다. 늘 그렇듯이 돌하르방 원형의 사진 기록을 또 하나 내가 쌓아 올렸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웠다. 나는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이렇게 돌하르방 원형 47기의 데이터를 하나씩 모아갔다. 하나씩 모일 때마다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포켓몬스터 빵 스티커를 모으는 사람들 기분도 이런 걸까. 내 생각에는 돌하르방 원형 47기 스티커를 만들어 과자에 넣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다.(p.208)

 

저자 : 조선우

 

코로나 19로 제주도에 내려와서 2년 동안 제주살이를 했다. 제주도에서 우연히 돌하르방 원형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 돌하르방 원형을 찾는 여행을 하면서 이 책을 집필했다. 제주도에서 사진을 찍는 재미에 빠지고, ‘디지털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실험하면서 여행 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 이전에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철학교사 2급 자격증은 ‘덤’으로 얻고 나서, 광고회사 기획자 겸 카피라이터, 교육전문지인 ‘교육신보(서울시교육청 출입 기자)’ 등을 거쳐 편집자 겸 기획자로 출판사 밥을 먹다가 2012년 2월부터 책읽는귀족 대표이자 작가로 활동했다.

그동안 『내 손 안의 인문학, 꿈의 문(청소년을 위한 철학 교실)』, 『나는 인디고 아이다(청소년을 위한 생각 교실)』,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독서 탐험』 , 『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서양 철학사와 함께하는) 패턴 인식 독서법』, 『출판하고 싶은 너에게』, 『발칙한 꿈해몽』 등을 집필했다. 『내 손 안의 인문학, 꿈의 문』은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추천 도서(2018년 여름)로 선정되었다.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은 2020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되었고,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독서 탐험』과 함께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으로도 선정되었다. 앞으로도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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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얻는 남자의 대화법
임영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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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한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저절로 나오는 말을 잘 돌봐야 한다. 또 말투만 바꿔도 남자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표현이 서투른 대한민국 남자들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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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얻는 남자의 대화법
임영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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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법(conversational method)'은 교사와 학생이 대화, 즉 문답식으로 학습을 진전시키는 방법이라고 국어사전에 뜻풀이가 되어 있다. 그러나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대화법의 원류는 고대 소크라테스의 교육방법에서 찾을 수 있으며, 현대교육에 있어서도 그 본질적인 성격은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화법은 교사가 학생의 학력이나 생활경험을 확인해 가면서 학생의 요구나 흥미에 부합되는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학습태도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방법은 원래 교사가 학생에게 일대일로 교수하는 형식에서 발달하였기 때문에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에는 적용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대화법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① 교사는 학생의 내면생활을 잘 파악하여 그에 적용할 태도를 연구해야 하며 ② 앞 단계의 성과인 공통의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다음 단계의 논리(論理)를 발전시켜 나가는 논리적인 과정을 지켜야 하고 ③ 교사와 학생이 대화를 통해 대립을 극복하고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립의 밑바닥에 공통의 진리를 구함으로써 결합하려는 ‘사랑’이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두산백과)

대화법은 앞서 언급한 대로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그 원류로 보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는 질문자가 답을 가지고 대화자에게 문초하고 다그치면서 답을 따라오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자가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에 모순이 되는 주장을 상대가 승인하게 하여 그의 말문이 막히게 하는, 이른바 아포리아(aporia)에 이르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처럼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상대가 난처한 지경의 아포리아에 빠지게 하여 스스로 무지를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대화법은 시대를 거치면서 20세기 초 신칸트주의자인 독일의 철학자 넬존(Leonard Nelson)이 상담에 적용하면서 전문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에 따르면 소크라테스 대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 참여자들이 상대에게 답을 가르쳐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 하여금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한마디로 대화의 목적은 대화의 참여자에게 용기를 심어 주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대화 중 말문이 막혀 모르겠다고 답한 청년에게 "그래, 자네는 그래도 낫네. 자네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격려하였다.

특히 소크라테스 대화법에 중요한 것은 대화 참여자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자신의 관점에서 진실 되게 표현하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태를 취하거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차원이라면, 이는 소크라테스 대화법이 추구하는 진정성에 이를 수 없다. 또한 소크라테스 대화법에서는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주장을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을 펴더라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또 대화과정에서 주제를 이탈하였을 때는 다시 원주제로 돌아오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의견이 충돌되는 부분을 끊임없이 논의해 나가야 한다. 오늘날 소크라테스 대화법은 철학 내부의 인식론뿐만 아니라 상담, 협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등에서 대화법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 책 『마음을 얻는 남자의 대화법』도 결국은 인간의 언어 작용, 대화를 올바르게 함으로써 우리 일상에서 '말'이 빚는 실수로 당사자 간의 불화나 다툼을 발생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말로 표현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부족한 대화법을 올바른 대화로 이끌어가는 데 목적을 두고 쓰였다.

 


 

인간의 언어 중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분노의 감정을 실은 언어로써 '욕설'이 있다. 욕설은 '언어 폭력'이라고 형법 상 규정되어 처벌된다. 대화든 말싸움이든 대화 중에 상대를 비하하는 욕설을 하면 형법 상 폭력 행위로 간주한다는 의미이다. 굳이 법을 빌리지 않아도 말은 사람의 품격을 드러내는 행위 중의 하나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1차적으로 드러낼 때 모두 말을 통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은 한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만큼 중요할 때도 있다. 때문에 늘 좋은 생각을 하고 말로 표현할 때는 감정을 걸러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어렸을 적부터 배운다. 말은 사람의 사회적 위치도 가늠할 수도 있다. 말을 토대로 당사자의 인품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부드럽고 자상한 말은 상대의 마음에 들어가 친근감을 줄 수도 있고, 아이들의 태도를 지적할 때도 좋은 말로 타이르는 게 훨씬 효과가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말'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무기는 말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말은 한 사람을 성공의 길로 이끌 수도, 파멸의 길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동서고금의 속담에서는 말에 대한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말을 잘못 하거나 거친 말을 습관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 사회적 성공은 어렵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말을 연구하는 언어학자들은 '말'은 습관이라고 한다. 좋은 말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감정을 실어 그대로 내놓은 말은 평생 그 사람의 상징이 되어 삶의 끝까지, 사후에도 상징처럼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대화를 할 때는 말(어휘)의 사용도 신중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말투'의 문제다. 같은 말도 말투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평상시에는 좋은 말을 하다가도 감정이 실릴 경우 자신도 모르게 말투가 험악해진다. 이 책 『마음을 얻는 남자의 대화법』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저자 임영주는 '부모교육전문가'로서 가정 내 말과 말투에 대한 전문가다. 생소하다면 '대화법을 가르치는 카운슬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은 가정에서의 아빠, 아내에게의 남편 연인으로서의 남자 친구의 말과 말투를 위해 썼다. 남편과 아내의 불화, 연인간의 말다툼, 자녀의 비뚤어진 태도 등은 모두 남자의 말과 말투가 좋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말이나 말투, 즉 대화법이 유난히 서투르다고 본다. 왜 그럴까? 어쩌면 유교의 영향일 수도 있고, 일제 강점기 군국주의 일제의 교육에 의한 영향일 수도 있다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은 추측일 뿐 정확한 분석은 아니다. 독자는 대화법을 배운 적도 없고, 공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남자들은 부드러운 표현이 서투르다는 이유에 대해 방송에서 어느 교수가 한 말 때이다. 그 교수는 TV 대담에서 나와 강연을 한 자리에서 "예부터 남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낯 간지러운 이야기라고 학교나 가정에서 배운다"고 주장했다. '예부터'라는 말은 조선시대를 이르는 것이고, 이는 곧 유교 교육에 의한 것이다.

자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교에서는 아버지를 '엄친(嚴親)', 어머니를 '자친(慈親)'이라 가르쳤다. 즉 자녀에게 엄격한 사람이 아버지이고, 자상한 사람이 어머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거기에 맞게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실제로 성을 구별하자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부드럽고 성격 또한 그렇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수렵시절부터 상징돼 온 탓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힘이 세고 강한 성격의 남자가 사냥을 해오고 여성은 아이 낳고 아이를 품에 안아 길러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강함과 부드러움의 역할이 주어졌을 것으로 본다. 농경사회로 바뀌고 현대에 들어와선 직업에 남녀 구별을 안 하기로 하지만 여전히 힘든 일은 남성에게 맡겨야 한다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교를 직접 배우지 않아도 관습적으로 내려온 이유로 우리는 대부분 유교식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 어쩌면 유전자로 내리물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우리 생활이 서구화되고, 타 종교를 믿어도 제사에 참석한다는 것은 유교 전통이다는 데서 비롯된 판단인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사회 깊숙이 뿌리내려온 관습이 하루아침에 변할 리 없으니 어쩌면 유교적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대한민국 남자는 대화가 서투르다는 인식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변화하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직업적 자신감에서 오는 신념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이로 인해 『마음을 얻는 남자의 대화법』이라는 제목을 뽑아낼 수 있었으리라 가늠해본다. 저자는 “당신이랑은 말이 안 통해”, “말을 해도 왜 꼭 그렇게 해?”, “내가 언제 해결사 해달랬어?” 등 소중한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 내 진심을 몰라준다며 서운해 한다거나 억울해 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남자의 말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주장한다.

우리 가슴속에는 뜨거운 진심이 있고, 그 진심은 무결점의 순정품이며 그런 순정품 진심을 말했는데, 자주 오해하고 오해받는다 것은 잘못된 말 습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프게 할 의도가 없었는데 상대는 상처받았다며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었다고도 한다. 사실 그런 경험을 한 적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엄청나게 일어나는 일이니 누구가 한 번쯤은 겪었을 테니까. 내 말에 아프다는 가족 때문에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참 힘들어질 것이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잘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소중한 이들에 대한 우리의 뜨거운 진심과 사랑이 불순물 없이 오고가려면 말 공부는 그 무엇보다도 필수라고 저자가 말하는 이유다.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저자는 대화만 조금 달리해도 '인생이 정말 많이, 아주 많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대화는 관계 성공과 인생 행복의 핵심이기 때문에 ‘어떻게 말할까’와 ‘어떻게 들을까’, 이 두 가지에 집중해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어떻게 해야 내 말의 순도를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상대의 진심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없이 말 그대로 옛날 습관 못 고치면 점점 관계는 어려워질 뿐 회복 개선될 가능성이 점점 없어진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저자는 그 해법으로 "내가 먼저 이해하고, 내가 먼저 인정하고, 내가 먼저 표현하는 것"을 내놓고 있다. 상대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는 말, 칭찬하고 격려하며 지지하는 말만 잘해도 당신은 말 잘하는 남자다. 상대의 감정을 알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말만 잘해도 당신은 말 잘하는 남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 이쁘게 잘하는 남자가 되는 방법을 이 책에 담았다. 이 한 권의 책이 아름답고 향기롭고 미소 짓게 하는 대화의 꽃밭을 가꾸는 ‘씨앗’이 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1장에서는「순도 100% 전달되는 천금 같은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중에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 대화가 즐겁고 재미있다면 대화하는 사람들 사이에 영혼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경청하고 감정을 알아주며 따뜻한 말이 오가는 대화, 재미있게 주고받는 대화를 한다면 당신은 말 잘하는 남자다라는 설명을 한다. 이어 2장에서는 「입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이 서툴다면 마음을 담아서 손을 잡아주는 사랑의 표현으로 다사로운 마음을 전해보자. 실수한 자녀에게 “괜찮아?”라고 물어보며 안아주는 것, 인생의 짝에게 ‘어루만지는 말’을 하는 것은 스킨십처럼 따뜻하게 쓰다듬는 느낌을 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행동으로 하는 말로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 긍정의 눈빛으로 칭찬하는 말, 인정하는 말, 에둘러 완곡하게 말하며 내 사람 편이 되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3장에서는 「마음과 달리 여전히 표현하기 힘든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 고마움, 위로가 전달될 수 있을 만큼 오버해 표현해도 괜찮다. 몸을 한껏 기울여 경청도 하자. 혹시라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긍정의 말부터 시작하면 좋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고 마중물을 부어 대화의 샘물을 길어 올리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4장에서는 「듣기만 해도 좋은 말」에 대해 들려준다. 당신이 쓰고 있는 단어가 혹시 시대착오적인가. 말로 상처를 받으면 상대가 당신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된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지만, 안 하면 안 되는 말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은 들을수록 좋다.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며 진지한 느낌으로 말해야 관계의 디테일이 완성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활발한 소통은 상대를 배려하는 소통이다. 활발한 소통이 재앙을 가져오는 경우는 ‘내 말’만 내세우려고 할 때다. 먼저 잘 듣고 ‘공감’해야 한다. 그동안 대화가 부족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생각 없이 말하지 말고 먼저 상대의 말에 공감하는 대화를 할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저자 : 임영주

 

강연과 수많은 상담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을 돕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최고 부모교육전문가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를 모토로 삼아 부모의 자존감을 지키고 아이의 모든 순간이 빛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BS [부모] [다큐프라임], KBS [아침마당]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아이의 훈육과 아빠 육아, 밥상머리 교육, 형제 갈등 등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며 학부모가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멘토로 평가받는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네이버 TV,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다양한 부모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며 독자와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 아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 『책 읽어주기의 기적』,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하루 5분 엄마의 말습관』,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등이 있으며, 『엄마라서 행복해, 내 아이라서 고마워』, 『아이의 뇌를 깨우는 존댓말의 힘』, 『임영주 박사의 그림책 육아』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도서인 세종도서에 선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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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 로마 제국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데이비드 롱 지음, 다니엘 스페이식 그림, 김선희 옮김 / 스푼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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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로마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부터다. 전 15권의 대하소설이지만 역사에 바탕을 둔 역사서에 가깝다. 시오노 나나미는 12년의 집필 끝에 이 책을 완성했으며 이 책은 세계 어디서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독자도 이 책을 읽고 로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며 정복전쟁을 통해 이룩한 제국으로 자신들의 부와 욕망을 채웠다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도 미국이나 서유럽의 빅5 국가(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는 로마제국을 자신들 국가의 원천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로마제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국가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미국은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세계 최강대국의 위치에 오름으로써 로마제국 시대의 영화와 번영을 지속하기를 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로마제국은 정복전쟁의 국가라는 이미지보다 대제국 건설까지의 과정에서보다 그 이후 국정 운영에서 모범이 될 만한 많은 치적을 남겼기 때문에 그리스와 함께 지금 서구 강국들이 앞다퉈 '로마제국의 후예'를 자처하는 것이다. 이 책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로마 제국』은 '숨은그림찾기'를 하다 보면 로마 제국에 대한 지식이 쏙쏙 들어오는 어린이 지식 교양 그림책이다. 분류상 어린이 도서이지만 로마제국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식의 보고이다. 로마제국을 알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는 물론 철학·예술 등 각 학문과 예술 분야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많은 것을 알아야 하지만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는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이 알고 이해하도록 구성된 잘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의 다섯 번째 시리즈이다. 이번 ‘로마제국’ 편에서는 시곗바늘을 고대로 돌려 흥미진진한 역사 모험을 떠난다. 이 책에서는 약 2,000년 전 서양 고대의 최대 제국이었던 로마의 황금기로 흥미진진한 역사 모험을 떠난다. 로마는 2500여 년 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지중해를 아우르는 거대 제국으로 성장한 로마의 생생한 역사적 장면을 가로 56cm, 세로 34cm의 크고 튼튼한 빅북(big-book)으로 만난다. 고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체계를 갖췄던 로마 군대를 따라 광활한 로마 제국의 국경을 살펴보는 것은 세계 여행을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무시무시한 전차 경주와 검투가 벌어지는 콜로세움, 도시 한가운데 크게 세워진 공중목욕탕도 그림에 나온다.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나타낸 그림을 살펴보며 다양한 정보와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큼직하게 담아낸 200여 개의 숨은그림찾기를 하며 로마 제국을 탐방하다 보면,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는 로마의 정치적·문화적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로마인들의 생활 모습 또한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로마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실제 이탈리아에 가서 본 로마 유적지나 아직까지 남아 있는 로마의 흔적은 과연 세계 대제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커졌는데 이 책 또한 못지 않은 흥미와 지식을 전해준다.

 


 

독자가 즐겨찾는 두산백과에는 로마에 대해 업적을 중심으로 역사적 시작과 서로마제국의 멸망까지 줄기만 기술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이탈리아 반도 및 유럽 그리고 지중해를 넘어 북아프리카와 페르시아와 이집트까지 지배하였던 고대 최대의 제국(帝國)이라는 간단한 풀이에 이어 역사, 제국의 완성, 번영과 발전, 쇠퇴와 서로마제국 멸망 등으로 설명되어 있다. 로마제국의 역사는 BC 8세기 무렵부터 시작되는데 그리스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주해간 한 집단이 테베레 강 근처에 정착하면서 로마가 시작된다. 설화에 의하면 테베레 강에 두 아이(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버려졌는데 이들은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다. 두 형제는 다툼으로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로물루스는 세력을 넓혀 약 3000여 명의 주민으로 로마(Roma)라는 작은 도시국가를 건설한다.

7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이 일대에서 목축과 농업을 주업으로 했는데 이들을 규합하여 왕으로 선출된 로물루스는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원을 창설하였다. 로마는 로물루스 이후 왕정기(王政期, 기원전 753~509)를 거치게 되는데 7명의 왕이 로마를 통치하면서 국가의 기초를 다졌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왕의 독재적인 1인 지배에 저항하였고 공화정을 열게 되었다. 이는 로마가 거대한 대제국으로 발전하는 데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변화였으며 그리스적인 민주주의 도시국가 운영제도에서 따온 영향이었다.

 


 

BC 510년부터 공화정기(共和政期)가 시작되는데 로마의 발전을 이끈 중요한 시기이다. 로마는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지중해 연안의 모든 지역을 지배했고 북아프리카, 아시아까지 확대되었고 북유럽 영국까지 로마의 지배하에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로마가 비대해지고 정복지를 속주로 삼아 통솔하는 1인의 권력이 커지면서 권력이 집중되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였다. 그는 뛰어난 군사전략가로 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북유럽 등을 정복하면서 속주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로마 원로원을 무력화시키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공화정 체제였지만 군사독제 체제하에서 황제와 같은 권력을 행사하였다. 로마인들은 카이사르의 영광스러운 업적에 열광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공화정에 대한 신념 또한 높았다. 브루투스(Marcus Junius Brutus)는 카이사르를 암살하면서 공화정을 지키려고 했지만 결국 로마는 다시 왕정으로 전환되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원로원으로부터 아우구스투스(Augustus)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황제가 되었고 로마는 제정기(帝政期)로 들어간다. 로마는 영토를 더욱 확장하고 5현제를 거치면서 역사상 인류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평가하는 팍스로마나(Pax Romana)를 실현했다. 로마는 정복지의 문화와 신을 인정하는 다문화, 다신교 정책으로 제국의 통합과 번영을 누렸지만, 로마에 저항하는 민족은 철저하게 응징하였다. 그리고 하나로 통합된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면서 많은 교역이 발생하여 도로와 항구가 발달하였다.

 


 

그러나 제정기에 등장한 네로, 카라칼라 등의 황제는 무수한 사람을 학살하며 큰 오점을 남겼고 로마제국의 황제 권위가 실추했다. 이에 무력을 가진 군인이 제위를 차지하면서 황제들은 권력다툼으로 단명하게 되었고, 군인들의 충성을 얻기 위해 남발된 재정은 국가를 위기로 내몰았다. 결국 프랑크족, 알라마니족, 고트족 등 게르만족이 국경을 넘어 침입해왔고 페르시아가 강성해져 소아시아 국경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로마제국은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가이우스 디오클레티아누스(Gaius Aurelius Valerius Diocletianus,245~316)가 황제가 되면서 로마제국은 4등분되어 통치되었다.

제국이 너무 크기 때문에 1명의 황제가 통치하기에 너무 크고 복잡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로마제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정치투쟁은 가열되었다. 마침내 395년 로마제국은 동·서로 분열되어 이탈리아, 이베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를 지배했던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하고 소아시아 지역을 지배했던 비잔티움제국(동로마제국)은 1453년까지 존속했다. 로마가 이룩한 지중해 세계의 통일은 세계사상 불멸의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은 로마제국의 특징적인 17개의 그림으로 표현해 냈으며 그림 곳곳엔 '숨은그림찾기'의 숨은 그림이 있어 이를 찾는 것도 또 하나의 흥미거리이고 지식의 심화를 가져올 장치이다. 로마 제국의 개관에 이어 「황제와 원로원」, 「로마 군대」, 「로마 해군」, 「결혼과 가족 구성」, 「로마인들의 집」, 「로마의 시장」, 「읽기와 쓰기」, 「로마 도로」, 「하드리아누스 방벽」, 「전차 경주와 검투사」, 「공중 목욕탕」, 「종교」, 「노예 시장」, 「음악과 연극」, 「과거로부터 배우기」, 「유명한 로마인물들」 등을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 로마제국』은 두 번, 세 번 다시 보면 볼수록 새로운 장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자꾸자꾸 책장을 들춰 보게 만들며 어린이 독자들을 흥미진진한 역사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렇게 중세 시대를 직접 탐험하는 활동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이끌고 호기심을 자극해 집중력과 주의력을 쑥쑥 자라나게 한다. 이 책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숨은그림찾기의 매력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어린이들은 물론 청소년 성인에게도 큰 흥미를 안겨준다.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출판사 측에서 강조한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보는 법'은 다음과 같다.

 

① 책장을 넘겨 눈앞에 펼쳐진 그림을 감상한 뒤, 설명을 읽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본다.

② 장면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꼭 찾아야 할 열 개의 항목을 찾는다.

③ 이제 40페이지로 넘어가서 기억력을 테스트해 본다. 만약 기억나지 않는다면, ①번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숨은그림찾기 모험을 떠난다.

④ 38쪽으로 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유명 기사들을 만나 본다.

⑤ 44쪽으로 넘어 가서 연대표와 보충 상자를 보며 성에 대한 지식을 한눈에 정리한다.

 


 

저자 : 데이비드 롱

 

[선데이 타임스], [타임스] 같은 영국의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이며, [타임스]에 실린 주간 만화를 창간했다.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런던의 숨어 있는 장소와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을 여러 권 썼다. 어른과 아동을 위한 책을 오랫동안 써 온 데이비드 롱의 책은 2017년 ‘올해의 블루 피터 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이집트』,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해적』, 『구석구석 역사 어드벤처: 성『사람을 구한 이웃집 히어로』, 『만화보다 더 재밌는 시간 여행자의 일기장』 등이 있다.

 

그림 : 다니엘 스페이식

 

체코 프라하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미술가, 아트 디렉터이다.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정교한 이미지의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우주 비행사, 생쥐, 닭을 즐겨 그린다.

 

역자 : 김선희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공부했다. 번역가이자 한양대 국제교육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단편소설 「십자수」로 근로자 문화 예술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뮌헨 국제 청소년도서관(IJB)에서 소속 연구원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 문학을 공부했다. 그동안 쓰고 옮긴 책으로는 『토머스 모어가 상상한 꿈의 나라, 유토피아』, 『얼음 공주 투란도트』, 『우리 음식에 담긴 12가지 역사 이야기』, 『둥글둥글 지구촌 음식 이야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윔피 키드』 시리즈,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위저드 오브 원스』 시리즈, 『멀린』 시리즈, 『구스범스 호러특급』 시리즈,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 『팍스』, 『베서니와 괴물의 묘약』, 『공부의 배신』 『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등 200여 권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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