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산책 - 예술의 정원
강명재 지음 / 일파소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도 스페인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십수 년 전 일이라 기억에서 지워진 부분도 많지만 사실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아서 스페인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유럽 여러나라 패키지 여행이라 스페인에 할애된 날은 2박3일뿐이었다. 때문에 마드리드와 톨레도란 인근 도시 2곳만 갔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은 것은 마드리드는 숙박지와 플라멩고 공연 장소이고 톨레도라는 도시만 제대로 기억에 남은 것 같다. 크지 않은 도시인데 큰 성당과 한 마을 자체가 강(해자)으로 둘러싸인 천연요새이자 성이었다.

특히 외부 침략으로 패배했을 때 어떻게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했는지 도시 입구에 커다랗게 현장 유물과 함께 고문 살해 기구 등을 전시해 놓아 섬뜩하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았다. 가이드의 말로는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할 때 저렇게 당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존해 알림으로써 전쟁에 임할 때 필사의 항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낮 시간을 톨레도에서 보낸 후 저녁에 마드리드로 다시 이동해 식사와 플라멩고 공연을 보러 갔었다. 다음날 낮에 미술관을 갔는데 아마 엘 그레코 미술관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모두 그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림에 대해 특별한 설명도 없이 그냥 한 바퀴 돌고 나올 뿐이어서 구경(?)하듯 돌아나아서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잠깐의 자유시간을 갖고 마드리드, 아니 스페인에서의 여행은 마지막이었다. 다만 다른 유럽의 여러 나라에 비해 다소 거리가 덜 깨끗하다는 인상은 깊게 남았다.

 


 

독자의 스페인 여행은 이렇게 일부 관광에 불과했기 때문에 '가본 적은 있어도 본 적은 없다'는 말에 딱 들어맞기도 하다. 다만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을 갖지 못한 것은 인상적인 내용이 없는 도시였기 때문이리라. 이에 비해 프랑스 파리는 꼭 다시 가고 싶은 도시였다. 파리에서도 2박3일 지냈지만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다녀도 극히 일부만 본 것이라는 가이드 말을 통해 몇 군데 더 얘기를 통해 들었지만 일정상 갈 수는 없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 때문 셈이다. 그리고 다시 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었다. 이후 여행에서 늘 마드리드는 후순위였다가 빠지곤 했다. 자세하게 마드리드가 소개된 이 책을 보게 되면서 마드리드의 진면목을 처음 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패키지 여행이 얼마나 주마간산식 '관광' 이었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이 책은 마드리드를 '예술의 정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 마드리드를 예술의 도시로 표현한 것은 처음 들었다. 파리나 여러 도시가 대표성 있는 이름을 갖고 있는 데 비해 마드리드는 큰 특성이 없는 도시로 생각했었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영국의 인기 미술작가 웬디 수녀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그 목적지는 마드리드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피카소, 달리, 모네, 마네, 드가, 로트렉, 마티스.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의 수많은 대가들이 마드리드의 프라도에서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산티아고가 종교의 순례지라면 마드리드는 예술의 순례지다. 고전미술에서 현대미술까지, 오페라부터 재즈까지. 미술이든 음악이든, 고전이든 현대이든.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최고 수준의 예술을 한 도시에서 만나고 싶다면 마드리드만큼 적합한 도시는 드물다. 마드리드는 파리와 더불어 뮤즈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더 이상 찬사가 없을 만큼 예술 도시 마드리드로 저자와 함께 떠난다.

 


 

마드리드에서는 무엇보다 ‘예술’을 즐길 것을 저자는 권한다. 우리는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며 여행길에 오르지만 여행은 끝이 있기 마련이고 결국 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여행 중에 만났던 예술의 여운은 우리의 정신 속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다시 지쳐갈 때면 프라도에서 보았던 그림을 들춰보고 레알 극장에서 들었던 아리아를 들어보자. 당신의 뇌와 심장은 마드리드에서 느꼈던 감동과 전율, 위로를 고스란히 재현해 줄 것이다. 여행은 짧고 예술은 길다. 여행 후에도 나를 위로해 줄 예술을 만나기 위해 저자는 주저하지 않고 마드리드를 추천한다.

혹자는 저자가 마드리드에 살았으니까 마드리드가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다. 즉 마드리드가 위대하다는 것은 다분히 개인적 경험 때문이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도시에 살았다고 반드시 그 도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도 많다. 또 다른 분들은 유럽의 다른 도시를 보지 않아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 또한 그렇지 않다. 마드리드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유럽 곳곳을 여행하였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미술관이나 궁전은 빠지지 않고 방문하였다. 그렇게 둘러본 많은 도시 중에서 마드리드보다 대단하다고 느꼈던 곳은 거의 없다. 마드리드가 품고 있는 예술은 질과 양 모두 압도적이다. 많은 분이 유럽을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꼽는다. 유럽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보다 ‘예술’ 덕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도시 마드리드는 유럽 여행을 꿈꾸는 분에게 혹은 이미 유럽을 여행하였지만 마드리드의 매력을 충분히 즐겨보지 못한 분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저자는 마드리드와 미술, 그리고 프라도. 이 3개의 조합은 완벽한 조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걸려 있는 소피아 미술관을 가면 마드리드 여행은 절반 이상 이룬 것 아닐까 생각했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문외한인 독자의 생각을 이 책은 금세 고쳐먹게 한다.

프라도는 벨라스케스, 고야 정도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프라도가 고전미술관이고 종교화 역시 풍부하다. 유럽에 갈 때마다 접하는 고전미술이나 종교화에 질릴 만도 하다. 가는 곳마다 미술관에는 종교화와 고전미술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동유럽에는 아직 못 가봤지만 거기라고 다를 리 없을 터 유럽 전역이 종교화와 고전미술의 그림이 얼마나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었는지 가늠할 수도 있다. 프라도에는 티치아노, 틴토레토, 엘 그레코의 작품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들 역시 종교화나 고전주의 미술의 대표적 화가들이다. 뿐만 아니라 문외한인 독자는 당연히 모르지만 이름만 들어본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그곳에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는 프라도가 소장하고 있는 티차아노, 틴토레토, 엘 그레코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이해가 쉽다.

하루에 다 보기 어렵다 하니 몇 개만 미리 지정해 봐도 좋을 듯하다. 프라도 미술관을 관람객 입장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을 본 적이 없다. 저자의 프라도 미술관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프라도의 좋은 점을 관람하려는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독자라면 이보다 자세하게 적는 분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저자의 프라도 사랑은 깊고 크다. 프라도가 어떤 미술관이고 그리고 어떤 층 어디에 어떤 작품이 있고 어떤 식으로 관람하는 것이 좋을지도 이 책에 모두 적혀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마드리드를 "예술을 사랑하는 유럽인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방문해야 할 '순례지'로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고 말한다.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한 유명 화가들도 엄청나게 많다. 단순 방문이 아니라 찬사와 함께 마드리드에서 영감을 받은 화가들 말이다. 르누아르, 마티스, 로트랙 등 이름만 들어도 그의 작품이 떠오르는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화가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마드리드는 눈부신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수많은 유럽 도시 중에서도 발군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그 매력이 전달되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 해외여행을 활발할 때도, 스페인 여행 붐이 일었났을 때도 대부분 바르셀로나와 남부 안달루시아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자신이 마드리드에서 3년 6개월간 근무하는 동안, 여가 시간 대부분을 예술 감상에 쏟았다. 마드리드는 마치 화수분 같았다. 주말마다 부리나케 미술관으로 공연장으로 달려갔기에 꽤 많은 것을 보고 즐겼다. 그럼에도 이 도시는 기어이 새로운 예술을 보여주었다. 굳이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눈길 닿는 곳곳에 예술이 녹아 있었다.

 

 

마드리드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나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전부가 아니다. 물론 그 두 작품만으로도 마드리드는 방문할 가치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5개 파트로 나눠 마드리드의 예술을 설명하고 있다. 1부 「고전회화의 천국, 프라도 미술관」, 2부 「전율 혹은 휴식, 나만의 미술관을 찾아서」, 3부 「마드리드를 감싸 안는 뮤즈의 선율」, 4부 「미술관 밖 예술」, 5부 「뮤직와의 산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교화는 물론 고전주의 미술의 보고인 프라도 미술관뿐만 아니라 '서양미술의 종합 카탈로그'인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과 스페인 예술가의 요람 '왕립예술원', 부부의 컬렉션으로 채워진 시민 모두의 예술 '라사로 갈디아노 미술관도 소개된다.

'지중해의 햇살, 가족의 사랑'이란 제목으로 소로야 미술관까지 민간미술관의 소개도 빼놓지 않는다. 또 거장들의 콘서트가 일년 내내 멈추지 않는 '국립콘서트홀' 왕궁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연주는 1박 2일의 콘서트가 소개된다. 왕립극장에서는 호화스러운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고, '카페 센트랄'에서는 유럽 10대 재즈 클럽의 자유분방하고 매혹적인 재즈의 선율을 즐길 수 있다. 이밖에도 '작은 베르사유'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그랑하 궁전, 성당, 산책로, 역사적 건축물 등이 즐비하다.

 


 

미술관의 소장 작품만으로도 유럽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과 독특한 작품, 스페인 왕실의 그림 등은 화려함과 예술의 열정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일년 내내 그치지 않은 마드리드의 예술의 향기와 빛은 기후와도 관계를 맺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페인의 기후는 일년 내내 따뜻하거나 더울 정도의 생활하기에 매우 온난한 기후대에 펼쳐져 있으며 이술람의 침략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쟁을 겪기도 하면서 이슬람과 혼재된 문화도 형성되었다. 또 스페인이 강대한 '무적함대'의 시절에는 엄청난 부를 쌓음으로써 유럽의 패권을 쥔 적도 있어 역사상 왕실 예술의 발달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금도 예술의 열정이 넘치고, 음악의 흥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곳을 스페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추는 춤 플라멩고도 이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흥겨우면서도 아름다운 춤의 선울과 동작들은 열정적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아무래도 해외여행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도 지나갈 것이고 해외여행에 대한 그동안의 꽉 막힌 붐이 봇물 터지듯 다시 일어날 것이다. 독자는 이 책을 계기로 스페인 여행을 다시 꿈꾸고 있다. 많은 것을 알고 가면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저자 : 강명재

 

이야기와 지식, 예술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영화, 책, 음악, 게임, 만화를 고루 섭렵했다. 1994년 처음으로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하고서는 ‘좋아하는 것’ 리스트에 미술을 추가하였다. 2003년 KOTRA에 입사한 이후 멕시코시티(멕시코), 산티아고(칠레), 마드리드(스페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였다. 2017년 8월, 마드리드에 부임하여 운명처럼 프라도와 재회했다. 이후 3년 6개월 간 근무하는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미술관들을 방문하였다. 마드리드를 알면 알수록 이 도시는 단순히 ‘스페인의 수도’가 아니라 ‘예술의 낙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드리드와 예술을 사랑하는 ‘열혈팬’의 입장에서 놀라운 보물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충 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마침 한국에 마드리드의 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렇다면 본인이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술을 사랑한다고 - 혹은 사랑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재테크’와 ‘자기개발’ 뿐 아니라 ‘예술’에 대해서도 활발히 이야기하는 세상을 꿈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 상상책 2 색다른 그림책 시리즈
안다연 지음 / 다즈랩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란색은 우리에게 어떻게 상상되고 삶에 표현되는가? 만일 노란색이 사라진다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과연 우리 삶은 지속될 수 있을까? 상상을 통해 색의 감정과 의미를 살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 상상책 2 색다른 그림책 시리즈
안다연 지음 / 다즈랩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색 상상책 2』는 '색'을 갖고 유아동기의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유아동 서적이지만 성인이라고 배울 게 없진 않다. 상상력을 키우는 책이니만큼 이 책을 읽게 되면 어쩌면 지금까지 독자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색의 세계'를 만날 수 있고, 더 나아간다면 '색채론'에서 말하는 색의 의미에도 접근할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 첫 번째 『색 상상책 1』에서는 하나의 색에 대해 여러 명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을 묻는 식으로 시작한다. 아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장면을 대답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그 색이 빨간색이라면 누군가는 잘 익은 사과를, 누군가는 퇴근 무렵 봤던 석양을 떠올릴 거예요. 어떤 사람에겐 잠시 잊고 지냈지만, 세상 무엇보다 소중했던 빨간색 목도리 때문에 괜히 웃음 짓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모습과 형태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추억과 시간, 기분과 감정을 일으키는 색에 대한 감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책은, 하나의 색에 독자들이 온전히 집중하고 새로운 상상을 이어가며 또 다른 나만의 이야기를 꺼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상력의 책'이자 '상상에 대한 경험'의 연결을 사유할 수 있는 책이다.

 


 

시리즈 두 번째 『색 상상책 2』는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색의 부재를 통해서 색이 가졌던 본연의 의미와 함께 우리가 색으로부터 느껴왔던 감정과 장면을 짚어간다. 노란색이 사라진다면?이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색이 사라진 순간부터 색으로 가득한 일상의 장면까지 순차적으로 대비되듯 펼쳐진다.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했던 것의 부재, 그 장면으로부터 색을 통한 새로운 상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출판사 측은 "괴테는 그의 저서 〈색채론〉에서 노란색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빛에 근거한 생명의 노랑으로서, 항상 밝음의 본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명랑하고, 다채로우며, 부드러운 자극을 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며 따라가면 아침을 여는 햇살에도, 밤을 밝히는 달빛에도, 추운 겨울을 지난 민들레에도. 일상 곳곳에 담겨있는 노란색의 힘과 메시지를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색과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느끼게 된다. 또 색이 가진 의미에 대해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 괴테의 〈색채론〉은 뉴턴의 광학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 괴테는 『색채론』에서 특히 뉴턴의 광학을 강하게 비판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뉴턴은 모든 색은 양적인 것으로 환원된다고 보았다. 색채의 다양성이 서로 다른 굴절각도로 정의되는 광선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괴테는 이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색채론〉을 썼다. 괴테는 원초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색이 분명히 있다고 보았다. 르네상스 회화와 이탈리아의 화려한 옷, 유럽 자연경관의 찬란함에 경탄했던 괴테는 뉴턴에 의해 이런 것들이 무미건조해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다. 괴테는 빛의 질적인 측면을 본질로 보고자 했다. 뉴턴은 빛과 자연을 수학과 실험도구로 길들였지만, 괴테는 현상 그 자체로 묘사했다. 괴테는 양으로 치환되는 실험방법의 적용 자체가 마땅찮았다.

훈련된 인간의 눈을 버리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로 보였다. 괴테에게 자연은 도구로 괴롭힐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즉, 그런 도구로 바라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괴테는 『색채론』에서 백색광이 개별적인 7색의 결합이라는 뉴턴의 이론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괴테에게 빛은 통일된 실체였고, 또 그래야만 했다. 괴테는 『색채론』 전체에서 『광학』의 모순을 언급하며 경박하다고 판단했다. 두 천재들의 이견을 여기서 거론할 필요는 없을지라도 우리 삶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고 색을 대하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은 설득력을 얻었다.

 


 

이 책은 노란색이 없어진다면?이라는 주제로 시작된다고 앞서 말했다. 이 노란색은 우리 주위에서 어쩌면 가장 많이 존재하는 색일지도 모른다. 물론 자신이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노란색이 없어진다면 우리의 삶이 지속될 수 있을까? 아마 상상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독자도 어렸을 때부터 노란색을 좋아해 노란색 크레파스가 가장 빨리 닳아 없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이 때문에 노란색을 두 개 넣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노란색이 닳아 없어지면 비슷한 상아색(요즘은 아이보리색)으로 대신 칠하기도 했으나 역시 흡족하지는 못했다는 기억이 피어오르면 지금도 미소가 피어 오른다.

이 책은 유아용 책이기 때문에 만일 어린 아이들에게 노란색이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물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답이 나올까? '만들면 되지'라는 답변도 나올지 모른다. 어쩌면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색은 이처럼 상상력의 세계만 아니라 우리 삶의 현실에 존재하며 우리 일상과 긴밀한 연결을 하고 있다. 모든 색이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삶에는 몇 개의 색이 존재할까?라는 꽤 철학적 의문도 갖게 된다.

 


 

이처럼 『색 상상책 1』이 색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집중했다면, 두 번째 이야기 『색 상상책 2』에서는 하나의 색이 갖는 고유의 의미와 본질에 더 다가가고 있다.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햇살과 달빛, 꽃과 나비 등 어쩌면 일상과 생활에서 가장 익숙한 노란색을 통해 저자는 노란색이 갖는 본질적 따뜻함과 의미를 돌아보게한다. 노란색이 사라진 일상 곳곳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일까요? 일단 밤에 잠들기 전 보이던(서울 같은 곳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당연하게 여겼던 달이 없어지고, 아침 해도 못 볼 것이며 꽃과 나비 등 어린 아이들에 꿈과 희망이라는 상상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다.

노란색의 상실은 우리 삶이 어둠 속에 잠긴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함으로써 노란색이 주는 따뜻함과 상상력 속 희망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노란색이 다시 되살아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다시 따뜻함과 희망이 깃든다는 귀중한 상상의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이 책의 제작 취지이자 본질이다. 잘 활용한다면 우리 일상에서의 상상력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는 올바른 실례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독자는 기대한다.

 


 

글그림 : 안다연

 

대학에서 조형예술과 섬유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언제나 새롭고 재밌는 일을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업한 책으로는 『아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

『하루 10분 뇌 태교동화』 등이 있습니다.

우리 곁에 존재하는 색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쓰고 그렸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잃었거나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준다. 또한 낙담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는 하루 세 번 하늘을 올려다보는 한 아버지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한다. 백혈병으로 스러져가는 아들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처절한 이야기를 담은 『가시고기』 이야기다. 아버지의 심정과 사랑을 절절하게 그려낸 소설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독자들은 물론 전 세계로 번역돼 출간되면서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소설이다. 독자는 그 소설을 읽었지만 하늘을 세 번 이상 올려다보면 성공한 인생이란 독백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 책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의 저자 손힘찬(오가타 마리토)는 아버지의 독백을 삶의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나가기 위한 '자기 위로'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은 언제 하늘을 올려다봤는지 자문한다. 전혀 기억이 없다. "삶에 치여 늘 앞만 보며 길을 걸을 뿐이었으니까. 하늘을 올려다볼 마음의 여유 같은 건 없었다." 독자도 잠시 되돌아보며 생각해 본다. '언제였더라···?" 독자도 기억에 없다. 어쩌면 수십 년 된 것도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 번도 안 쳐다봤던 것 같다. 어쩌면 한 번쯤 쳐다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을 쳐다보는 걸 의식하지 않고 무심코 봤을 것 같다. 기억이 없는 건 기억한다. 별을 본 적이 없으니까.

 


 

벌써 몇 해째 코로나19로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밤하늘을 쳐다보며 별빛을 바라본다는 건 사치다. 별을 본다는 것은 현실이 여유로워야 하는 일이다. 삶에 찌든 눈으로 하늘을 쳐다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별도 안 보이고 달도 안 보일 텐데. 더욱이 태양이 떠 있을 때 하늘을 쳐다본다는 것은 삶에 여유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지 일반적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은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다. 이유야 각자 다르겠지만 어쨌든 하늘을 쳐다본다는 것은 힘들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에게는 사치에 불과한 일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사람에, 삶에, 사랑에 치여 지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던 어느 날, 밤하늘을 올려봤는데 무수히 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저 별들은 그저 태양의 빛이 반사돼 밤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는 거겠지만, 내 삶이 한 번뿐이라며 나는 저 모든 별이 나를 위해 빛나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고 말한다. 사실 저자가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것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달이지, 별(항성)은 모두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이란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럼에도 저자의 다음 말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 나의 삶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나의 밤하늘에 자신감이 반짝이기를."

 


 

독자도 어렸을 적, 학교 다닐 때까지는 하늘을 자주 쳐다본 기억이 난다. 별을 보기 위해서다. 여름밤 엄마 무릎 베고 누워 쳐다본 밤하늘엔 참 별이 많았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동요 가사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해도 모두 하나씩 차지하고도 남을 만큼 많았으니까. 아버지의 직장이 서울로 옮겨와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닐 시절에도 밤하늘엔 여전히 별이 있었다. 그러나 커가면서 별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별을 잃은 순간부터는 하늘에 별이 없었고, 별이 없는 하늘을 쳐다볼 일도 없어졌다. 공해 때문에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다. 가끔 서울의 교외로 단체 야영을 갈 때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고 확인했을 때만 해도 독자 역시 별을 잃어버리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학교를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며 가정의 가장이 되면서 별은 더 이상 독자의 가슴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저자는 '살기에 급급해서'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올려보기 시작하고 깨달은 게 있다고 말한다.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조급함이 가득했던 것이구나. 하루에 세 번 하늘을 보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건 바쁜 삶 속에서도 내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라는 뜻이구나."

 


 

저자는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삶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사색으로 나아간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가끔 나보다 먼저 나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조바심이 나겠지만,

그들도 나아가던 방향이 틀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나아가냐가 아니라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알고,

비록 느릴지라도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다."

-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방향」 중에서

 


 

누구든 사는 게 힘들 때면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도 날 찾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날은 특히 더하다. 이런 날은 술도 마셔보고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유난히 친절한 척도 해보지만 고립감이나 외로운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상대가 보인다. 나와 가까웠던 사람도 그럴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넘겼을까. 생각해보면 나도 그들에게 살갑게 친절하거나 배려한 적은 별로 기억에 없다. 늘 곁에 있으니까 그렇게 유난스럽게 표현하는 게 오히려 어색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불친절하고 배려심 없이 구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과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터, 고립감으로 나타나리라. 그래 세상에서 내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 이걸 깨닫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생각하면 오히려 어리석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더 소중하게 대해줘야 하고, 표현도 해야 인연은 계속될 텐데 늘 표현이 서투르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했으니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이 책을 읽고 이런 사색을 하는 것도 내 삶에는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이 한결 가볍고 힘도 솟는다. 저자는 말한다.

 

거울 속 나에게 오늘 하루쯤은 말해주자.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그리고 괜찮다면, 오늘 하루뿐 아니라

매일매일 그렇게 나를 안아줘 보자."

- 「나는 내가 소중하다」 중에서

 


 

너무 바쁘게 속도전하듯이 살 필요까지는 없다. 앞서 저자가 언급한 대로 삶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이지 속도가 아니다. 또 삶의 주체는 '나'이고, 따라서 내 앞의 모든 문제는 내가 풀어야 한다. 풀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고 못 내고는 내가 판단할 필요는 없다. 속도에 매몰되지 않은 삶이라면 가끔은 쉬어갈 필요도 있다. 번아웃으로 지쳐 쓰러지면 그건 전쟁에서의 태도지 삶에서 그래선 안 된다. 삶을 전투하듯이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새삼스런 다짐도 해본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풀어짐과 조임이 모두 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특혜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 보자.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기 바쁘다.

사람을 만나고, 자기 계발에 몰두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

매일매일 너무 치열하게 살아간다.

산다는 게 다 그렇다지만,

가끔 아주 가끔씩은 거기에서 벗어나 보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거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중에서

 


 

저자 :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한국과 일본, 두 가지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덕분인지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20대 작가로 살고 있는 그는, 일본 태생으로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의 피가 섞여 있는지도 모른 채 일본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어머니를 따라 12살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오게 된다. 일본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고교시절에 대한민국에서 한일 혼혈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직시한 뒤, 편견을 깰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결심한다. 치열하게 자기계발에 몰두하며 20대를 시작한 그는, 대학교에 입학한 동시에 교수님, 학과독서클럽 멤버들과 함께 『항공서비스과 입학을 위한 면접 시크릿노트』를 집필, 겨우 22살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다. 이후 100명이 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1 입시를 지도하면서 학생들의 스토리를 발견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돕는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콘텐츠 회사 ‘마리토’의 대표인 그는 탁월한 콘텐츠 디렉팅 실력으로 매주 600만 명의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전달한다. 또한 ‘한국융합코칭협동조합’의 부설연구소에서 긍정심리학의 코칭을 매개로 다양하고 융합적인 교육을 연구하고 있으며 ‘코리아코칭시스템’ 법인 소속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언어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이다.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 소통하면서 얻은 생각들을 글로 옮긴다. 감정 표현이 서툴기 때문에 글 쓰는 일만큼은 꾸준히 해왔다. 글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으로 늘 배우고 연구한다. 현실 앞에서 희망을 건네고픈 마음으로 매일 글을 쓴다. 욕심이 있다면, 밤하늘 아래 작은 등불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의 말을 건네고 싶을 뿐이다. 저서로는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