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흑역사 - 두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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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그 국가의 구성원이 각자 버는 돈의 일정 비율을 내는 것으로 배우고 이해했다. 때문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게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든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어렸을 때부터 배웠다. 급여 수령자들은 급여를 지급 받을 때 세금을 먼저 제하고 나머지를 급여로 받는다. 이를 원천 징수라 한다. 세금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반발이나 너무 많다는 등의 불만을 표시해본 적이 없다. 특히 세금은 법률로 정해 징수되기 때문에 여간해선 반발할 명분이 없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다만 '준조세'라고 일컬어지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은 늘 고갈 등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자주 언론이나 국민들의 반론 등이 많은 것 같다. 이 세금은 인간이 국가를 이루고 자신들의 신변 안전과 재산 보호 등을 국가에 맡기는 대신으로 냈기 때문에 그 역사는 어쩌면 부족국가 시대부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밝혀지기로는 이집트의 로제타석은 고대 이집트의 신전 사제들에게 이전에 누렸던 세금특권을 부활해주고 다시 세금을 감면하는 혜택을 주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원전 2,500년에 만든 수메르 점토판에도 세금 납부 영수증이 있다고 하니 인류의 집단 생활과 때를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세금을 ‘약탈’이라고 묘사하고, 잉카제국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대신 세금으로 부과했다고 한다. 자신의 집에 세금을 물리는 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인 아프리카 추장, 블록체인을 닮은 명나라의 하천 통과세, 세금을 통한 부의 배분 문제, 미래에 등장할 로봇세와 유전자 과세까지 이 책 『세금의 흑역사』는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부 15장으로 구성돼 국가와 시민 간에 영원한 도전과 응전이었던 세금이 어떻게 역사 속에 기록되었는지, 그리고 현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거 사건들이 어떤 단서를 제공할지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경제학자인 두 저자 마이클 킨과 조엘 슬렘로드는 모두 미국세무협회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수상했고 국제재정연구소(IIPF)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어려울 법한 경제사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데도 재능이 있다. 이그 노벨상*을 받은 논문의 주제는 ‘상속세율이 떨어질 것 같으면, 세금을 덜 내려고 사망 신고를 천천히 한다’였다. 경제사의 핵심 중에 하나는 세금의 역사이며, 고령화가 심화되고 복지가 강조되는 미래에 세금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나 해외 거래 등 이동성이 커지면서 국가 안에 고정된 부동산에서 세금을 걷을 유혹은 커진다. 인플레이션과 소득세, 블록체인과 법인세의 향방은? 골치 아프다고 미루기엔 국가의 씀씀이는 커지고 우리 지갑은 얇아져간다. 이 책은 단지 세금을 덜 내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길 바라는 이들에게도 유익함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그 노벨상* :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과학잡지인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 일반적으로 웃기거나 잉여스러운 연구에 수여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병신짓을 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경각심의 목적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 두 연구가 상충할 경우 아예 둘 다 주는 등 수상 과정도 웃긴 편.[1] 즉, 등신 같지만 멋있는 연구로 주는 경우와 그냥 등신 같은 연구로 주는 경우로 나뉜다.(독자 주)

 


 

1부 〈약탈과 권력〉에는 1장 「세금은 모든 공적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 2장 「우리가 걸어온 길」, 3장 「다른 이름의 세금」을 다룬다. 2부 〈승자와 패자〉에서 4장 「공정해지려는 노력」, 5장 「국가 재정의 거대한 엔진」, 6장 「누가 더 평등한가」, 7장 「옛것을 따를 것인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란 제목으로 세금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 또 3부 〈행동 방식이 바뀌고 있다〉에서는 8장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을 만들자」, 9장 「부수적 피해」, 10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금 제도」, 11장 「세계의 시민」을 각각 다룬다. 4부 〈세금은 저절로 걷히지 않는다〉는 12장 「드라큘라와 세금 징수 기술」, 13장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쓰여 있고, 5부 〈세금 규칙 만들기〉에서는 14장 「납세의 기쁨」, 15장 「미래의 세금 제도」를 다룬다.

문명과 국가의 동력은 바로 세금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기원전 2,500년 수메르의 점토판 기록으로 남은 것은 세금 납부 영수증이다. 거기서 500년이 흐르면, 탈세한 밀수품을 들여오다 감옥에 갇히는 상인이 등장한다. 사실 이 책 『세금의 흑역사』 어디를 들춰봐도, 다양한 시대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은 세금과 경쟁하고 숨바꼭질을 해왔다. 사회계약설의 토머스 홉스가 간파했듯이, '내 것'에서 떼어내 바치는 행위는 불공평만큼이나 참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발로가 세금과 통치제도를 가다듬어왔다. 이 책은 우리 삶에서 세금 문제가 중요할 뿐 아니라 흥미롭다는 사실을 설득하고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 한다. 세금의 역사에서는 언제나 폭동이 일어나고, 전쟁이 벌어지고, 악당이 등장하고,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만, 이런 과거의 일들이 세금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세금을 교묘히 감추고 걷으려는 세금 넛지 사례만큼이나, ‘싱글세’에 가짜 청혼 증명서를 제출하는 창의와 혁신의 드라마가 흥미롭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집값 등의 상승으로 조용히 세금을 더 많이 걷게 한다, 블록체인으로 거래과정이 모두 밝혀지면 각 단계별 부가가치세가 법인세를 대체할 것이라는 경제적 혜안도 들어 있다.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구분하는 많은 원칙은 역사 속에서 형성되었다. 11가지 세금의 지혜 중에서 ‘8. 세금은 단지 돈을 걷는 일이 아니다’를 살펴보자. 기후위기로 부상하는 탄소세는 러시아 표트르 1세가 귀족을 억제할 의도로 매겼던 '수염세'와 비슷하다. 고대 잉카는 극빈층에 대해서는 몸에 붙은 ‘이’로 세금을 대납하게 했는데 여기에도 절묘한 이유가 있다. 누구든지 어느 정도 세금을 직접 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세금의 흑역사』는 공정의 문제(수직적 형평성·수평적 형평성), 조세 귀착, 효율성과 최적 과세, 세금 징수자, 조세 정책과 미래 과제 등의 주제를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담아낸다. 남미, 인도,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 사례를 포함하는데, 우리 나라와 관련해서도 세 차례 언급이 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선진국들의 조세 기준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신용카드 사용액으로 연말정산에서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목적세를 많이 걷는 조세 정책의 효과를 가늠해본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봤듯이, 불평등의 조정자로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부유층에 걷는 부유세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헌법에 위반한다고 강한 저항에 부딪혀 왔다. 저자들은 생산 단계마다 과세하는 ‘천재적인 세금’ 부가가치세가 미국에도 조만간 도입되리라 전망한다.(여기서는 부가가치세가 아직 미국에서 시행되지 않았다는 데 더 놀랐다) 다국적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세가 부과될수록 세금을 피하는 기술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고, 정부의 시름은 깊어져간다. 국경 밖으로 도망갈 수 없는 재산, 즉 토지에 대한 과세가 각광받는 이유다.

 


 

사람들은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창문을 막아버린다. 난로 숫자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난로 개수를 줄인다. 미완성 건물에 세금 감면을 해주면 일부러 건물을 짓다가 만다. 집이나 상점의 폭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 세금을 낮추려고 집을 로켓 모양으로 길쭉하게 짓는다(로켓 주택). 세금 징수원이 나타나면 재빨리 집을 해체한다(이탈리아 전통 석조 주택 트룰리). 책에 따르면 초기 세금 중에는 야만적인 행위가 다수였다. 이웃 나라를 무력 정복해 몰수해온 곡물과 귀중품이 곧 세금인 셈이다. 게다가 패전국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는 것도 모자라, 매해 꼬박꼬박 금전이나 공물을 바치게 했다. 반면 아테네의 세금은 귀족의 기부 같은 명예로운 행위였다.(리터지) 국가적인 행사에 귀족들은 ‘자발적으로’ 헌납했다. 최근까지 국가의 위기 때 금 같은 자발적인 기부가 장려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국가가 보통 사람들한테 세금을 걷는 게 일상은 아니었다. 전쟁처럼 큰돈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소득세를 걷을 때에 한해 사람들은 수긍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와 왕실의 씀씀이가 커져서, 거추장스러운 세금보다는 즉각적인 빚(채권 발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한 달 뒤 내야 할 세금보다는, 가늠할 수 없는 미래에 모두가 부담하는 국채에는 관심이 덜했다. 세금은 오늘날 개인들이 경험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의 통치 행위이자 강제 행위다. 국가로서는 저항을 낮추기 위해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기업이란 대리인을 통한 원천징수, 군대 징집 같은 노역 세금 등 우회적 징수로 다변화하게 된다. 시민 의식이 커질수록 여느 통치 행위와 마찬가지로 세금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세금과 제도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는 일과 사건을 주로 다루지만 독자가 몰랐던 부분을 가장 많이 알려준 부분은 13장 「누군가는 해야 할 일」에서 '누군가'이다. 바로 세리라고 일컬어지는 세금 징수원, 세관원 등에 관한 이야기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에도 '세리'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리들과 창기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리라.(「마태복음」 21:31) 예수가 사랑과 용서의 보편성을 보여준 방법 가운데 하나도 세금 징수원(당시 세리는 로마에 충성한다는 이유로 특히 경멸의 대상이었음)을 포용한 것이다. 누가복음에는 예수가 세리 삭개오를 관대하게 대하자 대중이 분노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갈릴리 출신인 세리 마태를 제자 중 한 명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세금 관리로 유명해진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다른 이유로 유명해진 세금 관리는 꽤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세금 관리로 일했던 미국 독립혁명의 영웅 두 사람을 만나본다. 두 사람 다 세금 관리로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중 한 사람은 보스턴 차 사건의 주역 샘 애덤스다(사실 그의 이름은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이름으로 더 유명하지만). 또 한 사람은 『상식론』과 『미국의 위기』를 쓴 토머스 페인이다. 영국 링컨셔에서 소비세 관리로 일하던 그는 1765년 검사하지 않은 물건을 검사했다고 주장하다가 해고되었다. 초기에 급진적 성향을 보였던 페인은 1772년 소비세 담당 관리들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소책자를 출판한 이우 그들을 대변하는 로비스트가 되었다. 세금 관리로 일했던 작가들도 몇 명 있다. 영국의 위대한 시인 제프리 초서는 1374년에서 1386년까지 런던 항구의 세관 검사관으로 일하면서 대작 『켄터베리 이야기』를 구상했다. 『돈키호테』의 작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는 세금 관리로 근무하다 횡령죄로 복역하기도 했다. 허먼 멜빌은 성격이 강직했다. 그는 자신의 걸작 『모비 딕』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생활고를 겪게 되자 뉴욕에서 세관 조사관으로 일했는데, 부패하기로 악명 높은 이곳에서도 그는 정직한 세관으로 명성을 얻었다.

 


 

저자 : 마이클 킨 (MICHAEL KEEN)

국제통화기금IMF 공공재정국(Fiscal Affairs Department)의 부국장이다. 공공재정 이론과 실천 연구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미국세무협회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았다. 또한 국제재정연구소(IIPF)의 회장을 역임했다.

 

저자 : 조엘 슬렘로드 (JOEL SLEMROD)

미시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이기도 하다. ‘상속세율이 하락 추세면, 사망 신고를 늦춘다’는 사실을 밝혀내 기발한 연구에 주는 이그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2001) 공공재정 이론과 실천 연구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미국세무협회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았다. 또한 국제재정연구소(IIPF)의 회장을 역임했다.

 

역자 : 홍석윤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왔다. 현재 경제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C코드: 성공한 리더들은 어떻게 정상에 올랐을까?』, 『온택트 경영학: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전략』, 『웹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멋진 코딩 이야기』, 『10대를 위한 코딩 교과서: 미국 최고의 여성 코딩 교육기관 걸스 후 코드』, 『물이 되어라 친구여: 이소룡 어록』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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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스탠드 꿈꾸는돌 32
추정경 지음 / 돌베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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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상 세계를 의미하는 VR과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족 간의 무관심, 가정폭력,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증오 등을 이 책을 통해 가상 세계와 현실을 대비시킴으로써 저자가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가정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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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스탠드 꿈꾸는돌 32
추정경 지음 / 돌베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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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처음 보는 작가와 작품인데도 신뢰감이 든다. 글을 굉장히 잘 쓰는 것은 물론 단순히 청소년 로맨스에 그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깊고, 삶에 대해 생각하며 성장하는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거기에 사회 부조리 등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것은 작가에 대한 신뢰보다는 '창비'에 대한 신뢰라고 해야 할 듯)가 잘 표현됐으리라는 기대감도 듬뿍 안고 읽기 시작했다.

“청소년문학의 미답지를 개척”했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우리 청소년문학의 숨겨진 잠재력”이라는 찬사와 함께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추정경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언더, 스탠드』다. 첫 작품 『내 이름은 망고』가 낯선 외국에서 살게 된 10대 여성 주인공의 성장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무대를 가상 세계로까지 넓힌다. 주요 등장인물 또한 10대 천재 소년부터 스타트업 대표, 죽음을 앞둔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첨예한 문제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동시에 색다른 상상력을 펼쳐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과학 기술’과 ‘가상 현실’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과 ‘이해’의 본질에 대해 또 한번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대표인 목훈은 첨단 기술을 도입한 VR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던 중 해커 ‘반타 블랙’의 예상치 못한 개입으로 목훈과 팀원들은 위기를 맞는다. 그 와중에 의료용 재활 VR 프로그램을 구매하기로 한 병원의 함 회장은 목훈에게 실감 나는 멸치잡이 VR을 개발해 달라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주문을 한다.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인 함 회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던 목훈은 그 과정에서 뜻밖에 평생 원망하던 아버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목훈의 프로그램에 잠입한 반타 블랙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함 회장은 왜 목훈을 거친 바다의 배 위로 보냈을까? 『언더, 스탠드』는 청소년에게 친근한 VR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기억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복원할 수 있는지, 또 그렇게 기술을 통해 복원한 기억이 한 인간의 진실을 이해하는 길이 될 수 있을지 묻는다. 그리고 복원한 기억이 인간의 진실을 이해하는 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질문이 작품 속에 오롯이 녹아 재미를 더한다. 스토리와 문장력은 꼭 청소년 문학이라 할 만큼 배경이 좁거나 단순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이 점은 한 단계 높은 청소년 문학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기분도 좋다. 읽는 느낌이 좋다 할까, 뭔가 새로운 체험을 하는 좋은 느낌을 이 작품은 주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목훈의 아버지는 산업화 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족을 위해 우직하게 일만 열심히 한 세대의 전형으로 표현된다. 산업화 시대, 그 시대의 아버지들은 가난을, 끼니를 제대로 이을 수 없었던 오랜 세월의 가난을 탈피하고자 일하는 현장에서 평생 일만 했다. 그 일이 산업화에 관계가 있든 없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최선의 노력이자 가족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준 일이다. 이런 글들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대체로 무뚝뚝하고 약간은 자식들에게 무서운 분으로 형상화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한없이 여리고 약한, 그래서 다른 쉬운 돈벌이에는 눈을 돌릴 줄 모르는 우직함이 몸에 배어 있다.

이 글들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모두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청소년 교육이 되기도 할 것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 밖으로만 돌던 주인공 목훈의 아버지는 30년만에 귀가한다. 목훈에게 아버지는 안 좋은 기억들뿐이다. 어렸을 적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 그런 삶 속에서 숨죽이고 벌벌 떨어야만 했던 목훈 자신의 어렸을 적 힘든 생활이 매일매일 계속됐었다. 그러던 아버지는 불현듯 사라져 버렸다 늙고 병든 후 다시 돌아왔다.

"노인네 버리기 딱 좋은 데 지었네." 아버지의 지병이 악화되어 요양병원을 가게 되었고 도착한 병원에서의 첫마디였다. 요양병원은 남자 환자 여자 환자 따로 있었는데 여자 환자 쪽은 편안해 보이는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환자 쪽은 표정이 밝지 않고 수심이 가득한 분위기이다. 이를 표현하는 저자의 의중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남자 환자들의 대부분은 아내나 여자 보호자가 아닌 간병 조끼를 입은 사설 업체 간병인이었다. 이것이 그 노인들이 받아든 초라한 인생의 성적표이고, 가족들에게 대접받지 못한 아버지들의 미래일까 싶다.

 

 

이 소설에서 함 회장은 처음엔 부정적 이미지의 인물로 비쳐진다."'나는 젊었을 때 베링해 킹크랩 어선을 탔어요." 모든 걸 이룬 함 회장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서 멸치잡이 VR을 개발해 달라 하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함 회장은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서 야영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인도 록파족 이야기를 건넨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인도 록파족은 유목민이라 여자가 귀해 두 번 결혼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목민이라 떠돌아다니다 보니 늙은 부모를 한 달 정도 먹을 식량과 적당한 장소에 텐트를 쳐 두고 떠나 가축을 치다 다시 돌아왔을 때 부모가 살아 계시면 다시 한 달 치 식량을 두고 떠나길 부모가 죽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함 회장은 자신의 자녀들이 상속 다툼으로 골치 아픈 일이 있기에, 함 회장 본인이 아니라 자식들을 버리고 떠나는 자식들의 자녀를 바라보는 시뮬레이션을 바란 것이다. 현대판 '고려장'의 느낌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요양병원이 현대판 고려장의 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비판이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늙은 부모를 두고 두어 달에 한 번씩 아니 심하면 일년에 달에 한 번씩 들르며 먹을 것 채워두고 잠시 있다가는 일이 요양병원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뉴스를 접한 적도 있는데 이 부분에서 오버랩된다.

 


 

추정경의 소설들은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기면서도 서사적 긴장감과 읽는 재미를 잃지 않는다고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작품 역시 온라인 게임 도중 펼쳐지는 한 장면으로 시작하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도입부터 곳곳에 암호처럼 심어져 있는 실마리들은 서사의 전말을 유추하는 장르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목훈과 반타 블랙의 숨겨진 인연 또한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여운을 준다. 윤리적인 성찰이 선행되지 않은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반타 블랙의 경고와, 진정한 이해를 얻기 위해 진짜 같은 가상 세계를 창조하고자 한 함 회장의 의도는 주제를 다각도로 사유해 볼 기회를 준다. 독자들은 『언더, 스탠드』를 읽으며 한 권의 책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를 앞서 상상해 보고, 준비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은 결코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없기에 그것을 향하다 결국 8부 능선쯤에서 멈춰 진실을 깨닫는다. 인간이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에 완주란 없으며, 페이스메이커의 운명이 그러하듯 다만 그 과정을 함께할 수 있을 뿐임을.(p.120)

 


 

발전에는 필히 느린 구간이 필요했다. 스스로 사유하고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하는 단계를 지웅이 건너뛰게 만든 셈이었다. 그래서 지웅은 반타 블랙이 되어 목훈의 프로그램을 저지코자 했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랬으니.(p.196)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속에 바다 냄새가 실려 있었다. 오래전 그들이 소년이었듯 이 늙은 에베레스트 또한 어린 바다였음을, 그 산 아래 서고 나서야 이해했다.(p.196)

 

저자 : 추정경

 

울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산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방송 작가로 일했다. 엄마와 캄보디아로 떠나온 열일곱 살 소녀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그린 『내 이름은 망고』(2011)로 ‘청소년문학의 미답지를 개척’했다는 평과 함께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대교 밑 비밀스러운 벙커로 숨어든 상처 입은 소년들의 이야기 『벙커』(2013), 감가하는 돈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2017), 어느 날 테니스 유망주에게 들이닥친 음모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검은 개』(2019), 읽고 쓸 자유가 사라진 강력한 통제사회를 그린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2020)가 있다. 2021년에는 누아르와 SF가 결합된 장르소설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를 출간하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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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정년 철학론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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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그의 『미움받을 용기』는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인기를 모았으며, 그는 일본보다 더 많은 한국 독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움받을 용기』, 『나를 사랑할 용기』, 『행복해질 용기』 등에서 삶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살펴온 기시미 이치로가 이번에는 '정년'을 맞은 이른바 '중년'의 철학을 우리에게 선보인다. 이 책 『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은 저자의 '정년 철학론'이란 새 이름의 노년의 대비에 대한 중위 연령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1990년생이 만 60세가 되는 2050년에는 만60세가 '중위연령'이 된다고 말한다. 이미 중년과 노년의 구분도 의미 없어진 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60세=은퇴’라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60세가 중위연령이 된다면 정년을 맞이한 이후 적어도 수십 년 이상의 삶이 남아있다. 이렇듯 실제 나이에 대한 인식과 현실간의 간극은 크다는 게 오늘 우리들이 처한 현실이다. 어떤 이들은 노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남은 시간을 어영부영 보낸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년 이후 젊은 시절보다 더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저자가 이에 답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여 정년 이후의 삶이란 막이 내린 뒤의 인생이 아니라 여전히 ‘본편’이라고 말하며, 정년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태도를 제시한다. 정년은 왜 불안하고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불안, 태도, 일, 인간관계, 행복, 미래라는 6가지 주제를 통해 질문을 던지며 여러 철학가들의 지혜를 빌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만의 명쾌한 통찰이 담긴 답을 찾는다. ‘회사라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도 우리는 세계에 소속되어 있다’ ‘인간의 가치는 생산성이 아닌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도 된다고 생각하자’ 등 저자의 주장 속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과 가능성이 가득하다.

기시미 이치로는 정년 이후 어영부영 보내는 이들은 '정년은 곧 은퇴'라는 프레임을, 일의 의미를 공헌감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은 정년을 변화라는 프레임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겪게 되는 정년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나이 듦은 노화가 아닌 변화일 뿐이라며, 정년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용기를 내기보다 익숙한 것을 선택해온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정년 이후 필요한 것은 돈과 건강만이 아니다. 언제나 변화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젊은 시절에는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했던 사람이라도, 용기를 낸다면 정년 이후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퇴직 전에는 가족과 대화하는 것이 어색했던 사람이라도, 용기를 낸다면 가족과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평생 일터라는 좁은 세계에서 살아가던 사람도, 용기를 낸다면 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일의 의미를 공헌감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 즉 타자와의 대등한 관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년이 와도 큰 걱정이 없다. 과거는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고 미래는 내 손에 쥐어진 것이 아니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걱정한다고 해서 벌어질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할 수 없는 일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타자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일의 의미를 찾고,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 후회하지 않고 오늘을 충실하게 사는 것은 모두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속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것들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그런 생각은 버릴 것을 주문한다. 지금껏 어떤 삶을 살아왔던 정년 이후에는 사회의 일원으로서도, 가정의 일원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전혀 새로운 삶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새로움 속에서 과거를 붙잡고 살지,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지는 개인의 온전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러한 심리적인 결정은 큰 차이를 불러온다. 전자는 정년 이후 급격히 늙고, 후자는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재미에 젊은 시절보다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처럼 철학자이자 오랫동안 여러 케이스를 상담해온 기시미 이치로의 경험과 아들러부터 소크라테스까지 여러 철학자들의 지혜가 담긴 이 책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이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책에 따르면 어느 날 기시미 이치로의 상담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아내가 은퇴 이후 사사건건 자신을 지배하려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외출을 하려 하면 남편이 따라나서고 혼자서는 간단히 먹을 점심도 남편의 식성을 고려해야 한다. 옆집 남자의 푸념처럼 들리는 이 사례는 정년 이후 삶의 많은 점을 함축한다. 내 자리가 있다는 감각인 소속감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하지만 회사에서 했던 것처럼 가정에서 내 자리를 찾으려고 하면 가족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기 쉽다. 반면, 평생 일을 한 사람이라도 가사와 육아에 참여해온 사람은 은퇴 후에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만 사라질 뿐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정년 이후 고달파지는 것은 남자 쪽인 경우가 많다. 이전의 세계가 사라지고 사회적 지위도 의미 없어지면 심리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것처럼 느낀다.

그러지 않기 위해 이 책에서는 타자를 대등하게 바라보고,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말한다. 갑자기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관해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집안일에 참여하라. 나이 들어서 고달파지고 싶지 않다면”이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까지 담고 있는 이 책은, 불안, 준비, 일의 의미, 인간관계, 행복, 미래라는 6가지 주제를 통해 ‘정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일들에 대해 모두 6장(章)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1장 「정년은 왜 불안한가」에서는 나이 듦에 대한 의미를 기술하고 정년 후 문제가 흔히 말하는 '돈과 건강'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한다. 바로 '인간 관계'에 대해 저자의 사유를 밝히고 있다. 2장 「인생 2막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에서는 은퇴 준비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을 위한 것이란 명제에 돈 버는 일 외에도 삶의 보람이 찾을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을 알려준다. 특히 이 장에서는 두 가지 용기, 즉 일에 대한 용기와 관계에 뛰어들 용기를 말한다.

3장 「일의 의미를 묻다」에서는 나만 할 수 있는 일 찾기, 일을 잘 되게 하는 관계, 경쟁하지 말로 즐기는 일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4장 「새로운 관계를 위해」에서 저자는 직장에서의 관계를 탈피하고 '자기 중심성'에서 '사랑'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갈 것을 설명한다. 이는 지금까지 전혀 관계가 없었던 사람과의 만남이라기보다 가족 등 지금까지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5장에서는 「행복한 존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사유의 결과를 제시하고 독자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이 장에서 저자의 주장은 한 단어로 집중됨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지금 여기, 지금을 산다는 것이다. 이 단어들은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새로운 꿈을 꾸는 일은 오히려 지금의 일에 집중하는 것을 망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꿈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마지막 장인 6장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앞의 모든 장의 내용을 잘 숙지하고 하나씩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나간다면 행복한 중년이 될 것임에 용기를 북돋아 준다. 집안 일 돕기,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조금씩이라도 책 읽기, 뭐든 배우기,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일하기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한다.

 


 

이 책의 내용은 그의 사유에서 나온 분명한 사실이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인터뷰 형식의 글에서 확인된다. "공헌감을 가지면 자기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죠. 스스로에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면 용기를 가질 수 있고요. 그것은 대인관계를 만드는 용기입니다. 젊은 사람에게도 간호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 간호를 할 때 지금 간호 하지 않고 강연을 하면 돈을 많이 벌겠다,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아버지께 물어봤어요. 매일 간호를 하지만 아버지는 주무시기만 하니까요. 제가 오는 의미가 별로 없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아니, 네가 와주니까 안심하고 잘 수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의 가치는 아버지 곁에 있는 것 자체에 있었던 것이죠. 그걸 인정할 수 있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밖에서 일하고 돈 버는 것만이 인생의 가치는 아닙니다. 공헌감을 가지면 자기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죠. 스스로에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면 용기를 가질 수 있고요. 그것은 대인관계를 만드는 용기입니다. 젊은 사람에게도 간호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 간호를 할 때 지금 간호 하지 않고 강연을 하면 돈을 많이 벌겠다,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아버지께 물어봤어요. 매일 간호를 하지만 아버지는 주무시기만 하니까요. 제가 오는 의미가 별로 없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아니, 네가 와주니까 안심하고 잘 수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의 가치는 아버지 곁에 있는 것 자체에 있었던 것이죠. 그걸 인정할 수 있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밖에서 일하고 돈 버는 것만이 인생의 가치는 아닙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선인지 악인지에 무관심하면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멋진 삶’이라고 말했으나 아우렐리우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소크라테스는 ‘선하게 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선하게’란 ‘행복하게’란 뜻이다.(p.174~175)

 

저자 : 기시미 이치로(きしみ いちろう,岸見 一郞)

철학자. 195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서양 고대철학사 전공)을 수료했으며 일본 아들러 심리학회가 인정한 카운슬러이자 같은 심리학회의 고문이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알프레드 아들러 철학 전공자로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아들러 철학의 정수를 담은 『미움 받을 용기』로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 외 『아들러 심리학 을 읽는 밤』 『리더는 칭찬하지 않는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등 다수 도서가 국내에 번역되었다. 『아버지를 기억해』는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저자가 직접 돌보던 시기에 쓴 책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2011년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되고 2년 뒤인 2013년 향년 여든넷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부모 돌봄과 간병,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경험과 가족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역자 : 전경아

중앙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되는 사회파 미스터리와 주인공의 자조적 유머가 돋보이는 하드보일드 소설,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를 좋아하지만 재미난 이야기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앞으로 재미있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꿈이다.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그 꿈을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미움받을 용기』, 『마흔에게』,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북유럽 스타일 종이소품집』, 『혈통과 민족으로 보는 세계사』, 『아웃풋 트레이닝』『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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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통조림 - 지식을 쌓으려면 통째로, 조목조목! 잡학사전 통조림 1
엔사이클로넷 지음, 이강훈 그림, 이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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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입시 공부는 '암기'가 최고의 덕목이었다. 독해, 즉 읽고 이해하는 학문인 국어 시간에도 선생님들은 웬만한 건 암기를 요청했다. 이해가 힘들 경우엔 암기가 최고의 지식 쌓기 노하우인 셈이다. 심지어는 영어도 암기 일색이었다. 말하기 시험은 물론(사실 선생님들도 원어 발음을 힘들어 하시는 분이 많았다) 듣기 시험도 거의 없다보니 단어·숙어 암기가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 짧은 시간 대입이나 각종 시험에도 암기 위주의 시험이었다. 그때는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겠다고 시도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던 시절이다. 다 외울 때마다 한 장씩 씹어 먹겠다고 호기를 부리던 학생들도 있었다. 전부 외운 사람을 결국 보진 못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지식의 양이 훨씬 늘어난 데다 엄청나게 빠른 디지털 속도로 알아야 할 지식을 암기는커녕 모두 읽기도 어렵다. 이 책 『잡학사전 통조림』은 이를 위해 출간되었다. '무조건' 대신 '효과적'으로 바뀐 셈이다. 지식을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통조림’으로 익히라고 권한다. ‘통조림’이 뭐냐고? ‘통째로─조목조목 지식 습득법’을 말한다. 즉, 유익한 지식이 담긴 책 한 권을 마치 숲을 보듯 세부 내용에 집착하기보다는 ‘통째로’, 큰 틀을 먼저 파악하고 중심 내용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습득하는 방식이다. 그런 다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살피듯 세부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는 논리 훈련의 ‘연역법’에 가까운 지식 습득법이다.

 


 

반대로도 가능하다. 말하자면, ‘조목조목─통째로 지식 습득법’이다. 즉, 먼저 숲에 들어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꼼꼼히, ‘조목조목’ 살펴보며 각각의 성질과 차이를 파악한 뒤 숲을 빠져나와 그 숲의 전체적인 윤곽과 특징을 간파(혹은 통찰)하는 방식이다. 이는 논리 훈련의 ‘귀납법‘에 가까운 지식 습득법이다. 이 책의 내용으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본다. 책 서문 「'통조림'으로 지식을 익히면 '지식 습득'과 '지식 활용'을 넘어 '지식 창조'가 가능해진다」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조목조목 질문 1. ‘지구인 80억 명이 한꺼번에 지르는 소리는 달까지 도달할까?’

조목조목 답변 1. 지구를 뒤흔들어버릴 엄청난 소음은 달에 도달하지 못한다. 왜냐고? 지구와 달 사이에 대기, 즉 ‘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소리는 기체와 액체 등 다양한 물질 속을 신나게 달리지만 대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

조목조목 질문 2. ‘불을 끌 때 찬물과 뜨거운 물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조목조목 답변 2. 불난 곳에 찬물을 끼얹으면 온도가 내려가 금세 불이 꺼질 것 같지만 화재 진압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뜨거운 물이다. 왜 그럴까? 물을 끼얹었을 때 불이 꺼지는 이유는 불타고 있는 물체에 물이 닿으면 순간적으로 수증기가 발생해 가연성 물질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물이 닿은 물체는 ‘공기(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불에 타지 않는 것이다. 또한 불이 붙은 물체에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 찬물에 비해 끈끈해진다. 그래서 가연성 물체를 부드럽게 덮어주어 불이 옮겨붙지 못하게 한다.

통째로 지식 : 공기는 ‘소리’만이 아니라 ‘열’과 ‘불’을 전달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왜 ‘통조림’으로 지식을 익혀야 한다고 말하는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통째로─조목조목’, 혹은 ‘조목조목─통째로’ 지식 습득법에 익숙해지고 숙달되면 지식을 익히고 쌓아가는 일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흥미진진한 놀이가 된다. 그리고 독자들은 차츰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지식 활용’의 수준을 넘어 ‘지식 창조’의 단계까지 나아가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 『잡학사전 통조림』이 당신의 지적인 생활을 위한 아주 작은 ‘트리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9장 414개의 잡학 질문과 답변이 있다. 1장 「신기방기한 과학통조림」, 2장 「매콤새콤달콤 단짠단짠 음식통조림」, 3장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돈·직업통조림」, 4장 「아이큐를 높여주는 언어통조림」, 5장 「오묘하고 신비로운 인체통조림」, 6장 「사통팔달 종횡무진 세상만사통조림」, 7장 「실속만점 가성비짱 생활상식통조림」, 8장 「천태만상 시끌벅적 동물통조림」, 9장 「흥미만점,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스포츠통조림」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북국보다 남극이 왜 더 추울까'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살펴본다.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은 북쪽은 춥고 남쪽은 따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극이 남극보다 추울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북극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 30도. 더 내려간다고 해도 영하 60도 정도에 그친다. 반면 남극은 연평균 기온이 영하 70도이고 최저기온으로 내려갔을 때 영하 89.2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북극보다 남극이 추운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남극이 육지이기 때문이다. 육지는 햇살을 받아 따뜻해지기 쉬운 대신 식기도 쉽다. 따라서 1년의 절반 동안 이어지는 어두운 겨울이 찾아오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간다. 한편 북극은 얼음 대륙으로 그 아래로 바닷물이 흐른다. 물은 육지와 반대로 따뜻해지기 어렵지만 차갑게 식기도 어렵다. 그 물이 난방 작용을 해서 북극은 겨울에도 남극만큼 춥지 않은 것이다."(p.27)

 

 

〈서문〉에서 예문으로 제시된 '지구인 80억 명의 한꺼번에 지르는 소리는 달까지 도달할까?'란 질문도 1장의 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미 답한 대로 "소리는 기체와 액체 등 다양한 물질 속을 신나게 달리지만 대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이다. 이와 함께 '지구는 몇 명까지 먹여 살릴 수 있을까?'란 흥미로운 질문도 있다. 저자는 어떤 학자의 연구 내용을 대신한다. 현재 지구의 11%인 농경지를 25%로 늘리고 면적당 수확량이 높은 농작물, 예를 들면 벼를 심는다. 또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가장 효율성이 좋은 돼지를 기르고 성인 1인당 먹는 양을 하루에 2,500킬로칼로리로 제한한다. 이런 조건을 갖추면 최대한 36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지구의 농경지가 11%에 되기까지에는 1만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농경지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360억 명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책상머리에서의 계산일 뿐 실제로는 최대한 노력을 해도 100억 명이 한계다.

이 책이 흥미 위주의 잡학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에어컨 케이블을 본 적이 있는가? 에어컨 케이블이 굵은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에어컨과 전자레인지는 양쪽 모두 소비전력이 1,500와트 전후다. 그러나 콘센트에 접속하는 케이블 굵기는 서로 다르다. 전자레인지는 일반적인 굵기이지만 에어컨은 일반적인 케이블을 두세 개 모은 것 정도로 굵다. 왜 이런 차이를 뒀을까? 이는 ‘에어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물리 시간에 배운 ‘줄(Joule)의 법칙’을 떠올려보자. “전류가 금속 같은 도체(導體) 안을 흐를 때 도체의 저항에 의해 열이 발생한다.” 케이블은 전기저항이 매우 적은 도체지만 그래도 열이 발생한다. 필요할 때만 잠깐씩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는 연속운전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일반적인 케이블을 사용해도 과열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어컨은 때로는 며칠 동안 연속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 굵기의 케이블을 사용하면 과열되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굵은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들어본 듯하지만 정확히 몰랐던 잡학 지식을 이 책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와인잔의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다른 어떤 술잔보다 갸냘프면서도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의 와인잔은 잔만 바라보더라도 와인을 마신 듯 취할 것 같다. 과연 왜 갸냘프면서도 우아한 곡선을 갖고 있을까. 만들기도 어렵고 깨지기도 쉬운 형태의 잔의 기능은 어떤 이유를 담고 있을까?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책의 답변은 일부 알고 있는 내용에 몇 가지 이유가 덧붙여져 있다. "와인글라스는 날씬하고 길쭉한 다리가 특징이다.

이는 글라스를 잡는 손의 온도가 와인에 전달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자 고안한 형태다. 와인은 한 번에 벌컥 들이키는 술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조금씩 마시며 색깔, 향, 맛을 음미하는 술이다. 그런데 천천히 즐기다 보면, 특히 10도 정도에서 마시는 게 좋은 화이트와인의 경우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때 글라스를 잡는 손의 온도가 전해지지 않도록 글라스 다리를 길게 한 것이다. 따라서 와인글라스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다리를 쥐고 새끼손가락으로 다리 아래 받침대를 누르듯 지지하며 드는 게 좋다. 한편 튤립처럼 위는 좁고 아래는 통통한 와인글라스가 많은 것은 입구를 좁게 해서 글라스 안에 고인 향을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서다." 이럴 때 "아하!"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이 맛에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비행기를 움직이는 기장과 부기장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질문과 답변도 있다. 이 책에는 두 개의 질문이 담겨 있다. '기장은 승객보다 맛있는 기내식을 먹을까?'와 '비행기 조종실을 왜 ‘콕피트’라고 부를까?'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답변이

나온다. 기내식은 우리나라 '비빔밥'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잘 알려져 있다. 또 질과 위생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렇다면 기장은 어떤 기내식을 먹을까?란 질문에 이 책의 답변은 간단하다. 각 항공회사는 조금이라도 맛있는 기내식을 제공하고자 지혜를 짜낸다. 식사 시간이 되면 승무원이 기장에게 따뜻한 식사를 할 것인지 샌드위치 같은 차가운 식사를 할 것인지 묻는다. 기장이 따뜻한 식사를 선택하면 부기장은 자동으로 차가운 식사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이 다른 음식을 먹는 이유는 식중독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음식을 먹으면 적어도 한쪽은 아프지 않을 수 있어 무사히 이착륙과 운항을 할 수 있다. 기장은 적어도 옆에 앉은 부기장보다 먼저 자기가 원하는 식사를 선택할 수 있을 뿐 승객보다 더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예상과는 다소 다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다. 비행기 조종실을 왜 ‘콕피트’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도 답변은 흥미롭다. 조종실을 ‘콕 피트(cockpit)’라고 일컫는데 "영어에서 cock은 ‘수탉’, pit는 ‘구멍’ 또는 ‘장소’를 뜻한다. 그러니까 ‘콕피트’를 단어 뜻 그대로 번역하면 ‘닭싸움터’다. 왜 비행기 조종실을 이렇게 불렀을까? 과거에는 조종사의 움직임이 마치 싸움닭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행기 조종실은 매우 좁은 데다 수많은 계기판이 있다. 특히 이착륙할 때 조종사는 조종간을 격렬하게 움직이며 계기판을 체크한다. 팔과 머리를 정신없이 움직이는 그 모습이 닭싸움을 연상시켜 ‘콕피트’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스튜어디스는 원래 ‘돼지우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의미. 그렇다면 승객이 ‘돼지’라는 말일까?"란 말이 더 흥미롭다.

 


 

저자 : 엔사이클로넷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활동 중인 일본 최고의 잡학 상식 전문가들이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그리고 부담 없이 교양을 쌓도록 여러 방면의 유익한 지식을 재미있게 전한다. 저서로 『새삼스레 물어보기 힘들지만 궁금한것 650』 『뒷이야기 사전』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숨은 기술 550+α』 등이 있으며, 그중 ‘잡학 시리즈’는 100만 부가 넘게 팔린 대표작이다.

 

그림 : 이강훈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뒤 책과 잡지, 광고 등 여러 매체에 그림을 그렸다. 작품을 표현하는 개성과 기법이 다양하고 아이디어가 기발한 일러스트레이터다.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 『고령화 가족』 『한국 괴물 백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이 있으며, 어린이를 위해 그린 책으로는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 『재판을 신청합니다』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등이 있다. 또 글로 쓰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도쿄 펄프픽션』 『나의 지중해식 인사』 등이 있다. 서울 어느 조용한 동네에서 말이 많은 고양이 두 마리, 말수가 적은 사람과 넷이서 함께 비교적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역자 : 이정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과장을 거쳐, 현재 전문 번역가 및 동양철학, 종교학 연구가, 역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돈의 맛』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지적자본론』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말의 기술』 『오다 노부나가 카리스마 경영』 『적을 경영하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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