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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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는 교과서, 책, 선생님으로부터 재미있게 듣고, 읽고, 봤기 때문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우리 5,000년 역사상 최고의 명장이다. 그의 우국충정은 후손 대대로 이어받을 민족의 영웅이다. 남의 나라를 침략한 적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지만 나라를 지키고 겨레를 사량하는 데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나서는 롤 모델이기도 하다. 애국심을 따로 주입시킬 필요가 없이 그에 대한 이야기는 늘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었고, 자연스럽게 애국심이 일어날 정도지 않은가. 그는 전쟁에서 완벽한 전술과 휘하 군에 대한 엄격한 통제로 군의 사기를 높일 줄 아는 장군이었다.

그가 군의 사기를 높이는 데에 남모르게 마음을 쓴 것도 열악한 군 장비와 당시 수군의 패배의식을 씻어낼 수 있었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우면 이긴다'는 수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전술전략의 귀재이기도 했다. 그의 이런 빈틈없는 전략은 책보다는 영화로서 잘 나타나기도 했다. 영화 〈명량〉에서도 표현했다시피 수 군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꿨다. 헤아릴 수 없이 새까맣게 몰려드는 적선을 향해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맞싸워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전략과 수군의 사기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2척의 배로 적선의 3분의 1 가량인 330여척을 침몰 파손시키는 세계 해전 사상 전무후무의 전과로 전세를 완전히 뒤집고 왜군이 물러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신의 죽음을 각오한 솔선수범의 전투 정신이 군의 사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군사는 장군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스스로도 놀랄 사기가 오르는 것이라는 것을 충무공은 알고 있었다.

 


 

이 책 『난중일기』는 이순신이 임진왜란이 발발하는 조선 선조 25년(1592년) 음력 1월 1일(양력 2월 13일)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 이틀 전인 선조 31년(1598년) 음력 9월 17일(양력 10월 16일)까지의 2,539일간의 군중에서의 생활과 전란의 정세에 대한 내용을 적은 일기이다. 무려 7년을 끌던 전쟁터에서 일기를 적는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조라고 다소 팔이 안으로 굽는 해석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충무공의 '난중일기'는 분명 임진왜란이 끝난 후 자료로서 귀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막연한 생각이지만 그의 사적인 감정과 혼합돼 나오는 날씨와 전투 상황은 변화하는 자연 환경과 조류 등에 어떤 전략이 승리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리기에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전투가 여유가 있어 소일로 적은 일기가 아니고 해전에서 필수적인 매일의 날씨와 임전태세, 실제 전투 결과, 사용한 전략 등을 일기에 남긴 것이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임진년 6월」 일기에서 이런 말이 남아 있다. "맑음. 아침에 출발하여 바로 당진 선창(唐津船倉, 통영군 산양면)에 이르니 왜적의 배 20여 척이 나열하여 정박하고 있었다. 둘러싸고 싸웠는데 큰 배 한 척은 크기가 우리나라 판옥선만 하고, 배 위에 꾸민 누각은 높이가 두 길은 됨직했다. 누각 위에는 왜장(倭將)이 우뚝 버티고 앉아서 끄떡도 하지 않았다. 화살과 크고 작은 승자총통(勝字銃筒)을 비 오듯이 어지럽게 마구 쏘아 댔다. 왜장이 화살에 맞아 떨어지자 여러 왜적들은 일시에 놀라 흩어졌다. 여러 장병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사격해 대니 화살을 맞아 쓰러지는 자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남김없이 다 섬멸해 버렸다. 이윽고 왜적의 큰 배 20여 척이 부산으로부터 바다에 대열을 지어 들어오다가 우리 군사들 바라보고는 도망쳐서 개도(介島, 통영군 산양면 추도楸島)로 들어가 버렸다."

 


 

그의 임전태세와 전쟁 준비도 엄격함을 알 수 있다. 「임진년 2월」 일기를 인용해본다. 24일, 가랑비가 온 산에 내려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다. 비를 무릅쓰고 출발하여 마복산 및 사량에 이르러 배를 타고 급히 노를 저어 사도에 이르니 흥양현감이 이미 와 있었다. 전투선을 점고했더니 날이 저물므로 거기서 잤다. 다음날 25일 흐림. 여러 가지 전투 장비에 탈난 곳이 많이 있어서 군관과 아전들에게 벌을 주고 사도 첨사(김완)를 잡아들이고, 교수(수령의 하위벼슬)를 내어 보냈다. 방비가 다섯 포구 중에서 최하였지만 순찰사가 표창하는 장계를 올려 죄를 단속하지 못했으니 가소롭다. 역풍이 크게 불어 배가 떠날 수 없어 거기서 잤다. 수군의 전투 준비 태세가 엉망이란 점을 적시하고 있다.

임진년 2월이면 아직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이니 아마 다른 군현에서는 대부분 적당히, 대강 하는 시늉만 냈던 모양이다. 충무공의 눈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순찰사는 표창하는 장계를 올렸다 하니 죄를 다스리기는커녕 표창을 하다니 가소롭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충무공이 일기에 더 이상 적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다시 단속했을 터다. 이런 점을 일기에 남긴 이유이다. 제대로 시정돼야 유사시 전투에 임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의 전투 준비는 아무리 전쟁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너무 소홀함을 지적하고 일기에 남긴 것이다. 반드시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냥 지나가면 훗날 전투에 임했을 때 결과가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기에 남겼을 것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순신은 어쩌면 임진왜란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일기로 봐서는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래서는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일기를 보면 잘 드러난다. 임진왜란은 4월에 발발했다. 4월 14일까지는 적의 침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평상시 공무에 집중한 것 같다. 드디어 15일 임진왜란 발발일이다. 15일 맑음. 나라의 제삿날(성종비 공해왕후 한씨의 제삿날)이르로 공무를 보지 않았다. 순찰사에게 보낼 답장과 별도의 문서를 작성하여 즉시 역졸을 시켜 달려 보냈다. 해질 무렵에 경상우수사(원균)가 전하는 전령에 왜선 19여척이 나와서 부산 앞 절영도에 정박한 것이라고 했고, 같은 시각에 또 경상좌수사(박홍)의 공문이 왔는데 왜선 350여 척이 이미 부산포 건너편에 이르렀다고 했으므로 즉각 장계를 올리고 아울러 순찰사·병사·우수사(전라우수사 이억기)에게도 공문을 보냈다. 경상 감사의 공문도 왔는데 같은 내용이었다.

16일 밤 10시경에 경상우수사가 공문을 보내왔는데, 부산진이 이미 함락되었다고 했다. 분하고 비통함을 이길 수 없었다. 즉시 장계를 올리고 또 3도(전라도의 순찰사·병사·우수사를 통칭하는 말)에도 공문을 보냈다. 17일 흐리고 비가 오다가 늦게 개었다. 경상우병사(김성일)가 공문을 보냈는데, 왜적이 부산을 함락시키고 계속 머무르면서 물러가지 않는다고 했다. 늦게 할쏘기 5순을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당번을 드는 수군과 세 교대로 당번을 드는 수군이 연달아 방비처에 이르렀다. 18일 아침에 흐림. 이른 아침에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순찰사의 공문이 왔는데, 발포 권관이 이미 파직되어 갔으니 임시 장수를 정하여 보내라고 했으므로 나태용을 즉일로 정하여 보냈다. 오후 2시경에 경상우수사의 공문이 왔는데, 동래도 역시 함락되었고, 양산·울산 두 군수(조영규와 이언함)도 조방장으로 입성하였다가 모두 패배한 것이라 했다. 그 분하고 원통함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경상좌병사(이각)와 경상좌수사(박홍)가 군사를 통솔하고 동래 뒤쪽까지 이르렀다가 즉시 퇴군했다 하니 더욱 원통했다. 저녁에 순천의 군사 거느린 병방 아전이 석보창에 머물러 있으면서 군사들을 거느리고 오지 않으므로 잡아 가두었다.

 


 

부산 인근에서 왜군에 연전연패하는 장계만 받을 뿐 조정의 명령 없이 군사를 직접 움직일 권한이 없는 충무공으로서는 애가 타고 원통했을 것이다.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공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충무공의 군인 정신이 엿보인다. 드디어 달이 바뀌고 5월 1일 수군들이 모두 앞바다에 모였다. 이날은 흐리고 비는 오지 않고 남중이 크게 불었다. 진해루에서 방담 첨사·흥양현감·녹도만호를 불러들였다. 모두 격분하여 자기 몸을 잊어버리니 의사(義士)들이라 하겠다. 2일 맑음. 삼도순변사(이일)의 공문과 경상우수사의 공문이 왓다. 송한련이 남해에서 돌아와서 말하기를, 남해 현령·미조항 첨사와 상주포 권관·곡포 권관·평산포 만호 등이 한 번 왜적의 소식을 듣고는 이미 도망쳐 버렸고, 군기 등의 물건도 다 흩어져서 남은 것은 없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웠다. 낮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내려가 진을 치고 여러 장수들과 약속을 하니 다 기꺼이 나갈 뜻을 가지고 있었으나 낙안 군수(신호)는 피하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한탄이 나왔다. 그러나, 군법이 있는데 비록 물러나 피하려 한들 그대로 될 것인가. 저녁에 방답의 연락선 3척이 앞바다로 돌아와 정박했다. 비녀사의 전령 3통이 내려왔다. 창평 현령이 도임했다는 공식 서한을 바쳤다. 저녁에 군호를 용호라 하고 복병은 산수라 했다. 요즘말로 보초들의 암구호를 정하고 야간 불침번을 서는 것이다.

준비와 전투 태세 점검을 거듭하던 충무공에게 준비 명령이 떨어진 것은 5월 3일인 것 같다. 그러나 전투 명령은 아니었다. 충무공은 가랑비 내리는 아침 내내 대기하다 녹도 만호가 보자고 청하므로 앞에 불어들여 물어 보았더니 우수사는 오지 않고 적은 점점 서울로 가까이 다가가니 통분함을 이길 수 없거니와 만약 기회를 잃으면 후회막급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곧장 중위장(이순신)을 불러 내일 새벽에 출발할 것을 약속하고는 즉시 장계를 써서 내보냈다. 이날 여도의 수군 황옥천이 적의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도망간 것을 잡아 와서 목을 베어 효시했다.

 


 

왜군의 침략에 일사분란하게 대응해도 어려운 지경이었을 텐데 부산 지역과 진주 등이 뚫리면서 왜군은 곧장 서울로 치고 들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 알다시피 충주에서 신립 장군의 패배로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서울이 함락되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만 하던 이순신은 5월 29일에야 우수사(잔라우수사 이학기)가 오지 않아 홀로 여러 장수들을 인솔하고 새벽에 출발하여 바로 노량(남해군 설천면)에 이르니 경상우수사가 만나기로 약속한 곳에 와 있었다. 함께 상의하다 왜적이 있는 곳을 물으니 적의 무리는 지금 사천 선창에 있다고 하므로 바로 그 장소로 가 보니 왜인들이 벌써 상륙하여 산 위에는 진을 치고 산 밑에는 배룰 쭉 나열해 놓았는데 항전 태세가 아주 굳건했다. 나는 여러 장수들을 독촉하여 일시에 돌격하니 화살이 비 오듯 하고, 각종 총통을 사나운 우레같이 어지럽게 쏘아 대니 적의 무리는 두려워서 물러나다가 화살에 맞는 자들이 몇백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없었고, 왜적의 머리도 많이 베었다. 군관 나대용이 탄환에 맞았으며, 나도 왼쪽 어깨 위에 탄환을 맞아 등으로 뚫고 나갔으나 중상에는 이르지 않았다. 활 쏘는 격군으로 탄환을 맞은 사람도 많았다. 13척의 적선을 불태우고 물러나 주둔했다.

전투는 계속 이어지지만 충무공은 임진왜란 발발 한달 반이 지나도록 전투에 투입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이순신이 훌륭한 제독이라는 사실을 왜군이 몰랐을 테니 이순신을 남기고 서울로 직접 올라간 것이 아니라 목표가 당초 서울 함락이었을 테니 뒤에 투입되는 왜군들에게 맡기고 서둘러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 조정도 경황이 없었겠지만 연전연패의 전투 장계에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직접 이순신에게 전투 참여 지취권을 주지는 않았으니 명령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을 테니 얼마나 가슴 아프고 원통했을까 싶다.

 


 

『난중일기』는 이처럼 7년간의 전쟁 동안 출정한 날, 이순신 본인이 항명죄로 한양으로 압송되어 있던 시기에는 일기를 쓰지 못한 경우가 있었으나, 날짜마다 간지 및 날씨를 빠뜨리지 않고 틈나는 대로 적었다. 내용은 시취(時趣)에 넘치는 일상생활, 동료·친척과의 왕래 교섭, 사가(私家)의 일, 수군(水軍)의 통제에 관한 비책(秘策), 충성과 강개의 기사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식구와 관련된 내용은 물론, 상관과 장수 및 부하들 간의 갈등문제를 비롯해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임진왜란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료이다. 충무공은 동시에 우리 민족에게는 한없는 자긍심과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해군 제독이다.

 

저자 : 이순신 (李舜臣, 본관 : 덕수(德水), 자 : 여해(汝諧), 시호 : 충무(忠武))

이순신(1545-1598)은 1643년(인조21년) 3월 '충무(忠武)'란 시호가 내려진 조선 중기의 무신이다. 그의 본관이 덕수德水이며 서울 건천동(을지로 4가와 충무로 4가 사이), 넉넉하지 못한 양반가에서 태어나 22세 때 처음으로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1576년 32세에 무과 시험에 합격하여, 함경도 동구비보 권관, 훈련원 봉사, 충청병사 군관, 발포 수군만호, 함경도 건원보 권관 등 주로 함경도 등지에서 관직 생활을 했다. 1589년 한때 정읍 현감이 되어 지방관 생활을 했으며 임진왜란 직전에 당시 재상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되어 48세때 임진왜란에서의 활약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중요한 해전을 치루며 왜선 320척을 격파했다. 49세 때 그는 한산도로 진을 옮겨 삼도 수군통제사가 되었으나 53세 때 원균 일파의 모함과 상소로 서울로 압송되어 투옥되던 중 우의정 정탁의 변호로 출옥하게 되었다.

정유재란이 발발하여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대패하자 삼도 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어 남은 12척의 배와 120명의 군사로 130여척의 왜선과 맞서 싸웠고(명량대첩), 54세 때 명의 수군과 연합해 왜선 500여척과 싸우다 노량해전에서 11월 19일 새벽에 전사하였다. 6년 후 선무공신 1등에 녹훈되었고, 덕풍부원군에 추봉됨에 이어 좌의정에 추증되었으며, 15년 뒤에는 영의정에 추증되었으며 '충무(忠武)'란 시호가 내려져 역사에 충무공 이순신이라는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영원히 기억되게 되었다.

 

역자 : 장윤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북경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하였다. 저서를 기반으로 중국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을 중국에 소개하는 한·중 문화 교류가 꿈이며 또한 전쟁과 혼돈의 중심을 산 지도자 조조의 삶과 재능에 관심을 갖고 그를 연구하여 복잡한 현대를 사는 삶의 지혜를 얻고자 했다. 전작으로 왕경국 박사와 편저한 『유식의 즐거움』, 『조조 같은 놈』, 『조조 같은 놈 매뉴얼』, 『내 안에 적을 깨워라』가 있으며, 역서로 『징비록』, 편역서로 『삼국지의 영웅 조조』, 『조조는 어떻게 영웅이 되었나』, 『조조의 용병술』이 있다. 편저로는 『단순하고 재미있는 심리학의 재발견』, 『조조의 진면목』 외 다수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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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 시인 김용택의 인생 100시, 삶이 모여 시가 된다
김용택 지음 / 테라코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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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시인 김용택을 좋아한다. 그를 생각하면 시인 윤동주와 시인 나태주가 떠오른다. 그들의 시는 일맥상통한 점이 있어서다. 그들의 가슴속은 온통 사랑과 삶의 아름다움이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 책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도 좋다. 제목에는 월요일이 길다고 돼 있지만 독자가 보기에는 제목이 더 길다. 친근하게 농담도 한마디도 해본다. 시인이 용서해줄 것만 같아서다. 이 책은 시인 김용택이 쓴 것이지만 모두 그의 시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다. 그의 시는 불과 다섯 편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저자에 가슴속 깊이 남아 있는 시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남의 시를 해설해주는 느낌의 에세이 같기도 하다.

시인이 평소에 마음에 담아둔 시를 꺼내 하나씩 하나씩 자상하고 세심하게 시의 의미를 짚어준다. 세계 여러 시인들이 등장하고 우리나라 시인도 근·현대를 넘나들며 나온다. 볼수록 정감 있고 의미가 깊어지는 그림은 보너스다. 김용택은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운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초기시는 대부분 섬진강을 배경으로 농촌의 삶과 농민들의 모습을 정감있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연작시 「섬진강」의 경우, 시적 서정성만이 작품의 지배적인 정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민들의 일상이 조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현실의 각박한 변화와 농촌의 퇴락을 비판과 풍자의 시선으로 지켜보기도 한다. 이 연작시는 첫 시집 『섬진강』(1985)을 통해 묶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우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에 따르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김용택의 시적 경향은 보다더 직관적이면서도 깊이있는 정서를 담는 격조 있는 서정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특히 소월시문학상의 수상작이 된 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와 같은 작품에 이르면 더욱 분명하게 하나의 시적 개성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가 다루고 있는 시적 언어의 소박성과 그 진실한 울림은 토속적인 공간으로서의 농촌이 지니는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운 현대적 변화를 연결해주는 정서적 감응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일상의 체험을 시적 대상으로 하면서도 그 소탈함과 절실함을 동시에 긴장감 있게 엮어내는 시적 상상력은 독자적인 시적 경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가 부박한 모더니즘에 휩싸이지 않고, 격정적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정서적 균형과 언어적 절제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시로써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저자 김용택 시인은 “시인이 생각하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삶이 쌓이면 저절로 시가 되어 나온다, 즉 인생은 시다”라는 대답을 한다. 김용택 시인은 열일곱 살이라고 해서 인생을 모르는 것도 아니며 나이 예순이라고 해서 인생을 다 아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며 우리 모두 하루하루의 삶을 묵묵히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김용택 시인은 생의 시작부터 100년을 사는 동안 삶의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한 편의 시들을 마음속에 늘 품고 있었으며, 이 책에서 그 시들을 꺼냈다. 이 책을 통해 어김없이 돌아오는 월요일은 길고 지겹게 느껴질 때가 많고, 반면 살면서 행복한 날은 짧게만 느끼지만, 지나고 보면 모든 순간이 잘 지은 한 편의 시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상을 다독이는 언어’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에 쉼표가 되어 준 김용택 시인은 앞서 언급한 대로 시와 삶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며 한 편의 시가 삶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태어나서 100년을 사는 동안 삶의 순간을 이야기하는 한 편의 시, 또는 시의 한 구절을 시인은 마음속에 늘 품고 있었다. 그는 생의 시작부터 노년까지 지난날을 잘 살아왔고, 다가올 날을 좀 더 잘 살아갈 독자들을 위해 마음속 시들을 꺼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월요일은 길고 지겹게 느껴질 때가 많고, 반면 살면서 행복한 날은 짧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모든 순간이 잘 지은 한 편의 시와 같다.

 

사람이, 사는 것이

별것인가요?

다 눈물의 굽이에서 울고 싶고

기쁨의 순간에 속절없이

뜀박질하고 싶은 것이지요.

사랑이, 인생이 별것인가요?

- 김용택, 「인생」

 


 

이 책은 태어나 100세까지 나이와 시구절을 연결하여 인생의 어느 시간에 마주하게 될 삶의 진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일곱 살엔 따라 하고 싶은 게 많고, 스물아홉 살엔 하루에도 백 번이나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난다. 서른다섯 살엔 서운하거나 억울한 일로 등 돌린 채 울기도 하고, 예순한 살엔 어떤 일이든 웃어넘기게 된다. 김용택 시인이 고른 시 한 구절이 지금 나의 인생이 어느 시간에 머물러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성찰해 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하루가 지나면 또 하루가 와 있다.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가 버린다. 그러나 하루하루 매 순간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 또 하루가 모여 한 해를 채운다. 그렇게 한 살, 두 살 나이가 모여 삶이 된다. 인생을 시간으로 재면 인생이 짧다는 사람도 있고, 인생이 길다는 사람도 있다. 인생을 양으로 재면 어떻게 될까? 충분한 삶이 있고 모자란 삶이 있다. 이처럼 삶은 모두에게 똑같지 않고, 인생의 어디쯤 머물며 짧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충분하다 느끼고, 길어도 모자라게 살 수 있기에 괜찮은 것이다.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나요?

그래요, 끝까지 그래요.

오늘 여정은 종일 걸릴까요?

아침에 떠나 밤까지 가야 해요.

그렇지만 밤에 쉴 곳은 있겠지요?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쉴 곳이 보이지요.

- 크리스티나 로제티, 「오르막길」 중에서

 


 

이 책은 지금 인생의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는 독자들에게 “나는 이 나이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할까? 혹독한 인생의 고비는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살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결국 다르지 않은 것일까?”라는 질문 등을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듯 김용택 시인이 독자들에게 한 편의 시들을 건넨다.

스물다섯 살인 누군가에겐 윌리엄 블레이크의 「두 번은 없다」라는 시를 건네며 “내가 태어난 곳에서 나는 평생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같은 아침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는 고백을 들려준다. 삶에는 연습이 없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지금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흔한 살인 누군가에겐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오르막길」이란 시 일부를 건네며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고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 …살아온 삶을 이고 지고 우리는 오르막길을 또 올라가야 한다. 그것을 사람들은 인생이라고 했다.”라는 말도 들려준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연습 없이 죽는다.

- 윌리엄 블레이크, 「두 번은 없다」

 


 

그만하면 되었다.

내일 시험

다섯 문제에 세 문제만 하면ㅡ

손꼽아 구구를 하여봐도

허양 육십 점이다.

볼 거 있나 공차러 가자.

- 윤동주 「만돌이」 중에서

 

"그만하면 되었다."

참 좋은 말입니다.

아름다운 말입니다.

다시, 새로 시작하라는 말입니다.

용기, 용감,용서, 희망의

물결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듣기 힘든 말입니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 중에서

 

저자 : 김용택 (金龍澤)

 

1948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났다. 순창농고를 졸업하고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가 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썼더니, 어느 날 시를 쓰고 있었다. 1982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년퇴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시골 마을과 자연을 소재로 소박한 감동이 묻어나는 시와 산문들을 쓰고 있다. 윤동주문학대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꽃산 가는 길』,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울고 들어온 너에게』 등이 있고,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전8권),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등 산문집 다수와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이 있다. 그 외 『콩, 너는 죽었다』 등 여러 동시집과 시 모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전5권),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그림책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나는 애벌레랑 잤습니다』, 『사랑』 등 많은 저서가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 살았으면, 했는데 용케 그렇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과분하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하여 고맙고 부끄럽고, 또 잘 살려고 애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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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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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작가들의 작품을 담은 앤솔러지 문학으로서 각기 다른 여섯 작가들이 각각 다른 시대 우리 삶의 여러 순간들을 포착해 단편소설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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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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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별 사이를 산책하기』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6명의 작가가 각 1편씩 모두 6편의 단편소설이 책 안에서 숨쉬고 있다. 여섯 작가는 여성 월간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전 당선자들의 모임이다. 독자들이 잘 아는 고(故) 박완서 작가도 이 문우회 소속이었다. '문우회'는 1974년 〈동아일보〉의 백지광고 사태를 계기로 사회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 결성되었다고 한다.

한국 현대 문학의 거목 고 박완서 작가가 『나목』으로 등단했다. 박완서 작가를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박완서 작가를 굳이 거론한 이유는 이 책에 「레몬」이라는 작품을 내고, 「들어가는 말」에서 그를 말했기 때문이다. 유춘강 저자는 "여성동아 문우회의 구심점이었던 박완서 선생님 생전에는 비교적 자주 모였고, 작품집도 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는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여성동아 문우회 작품집을 냈고 점점 기회도 모임의 횟수도 줄어들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별 사이를 산책하기』는 『마냥, 슬슬』을 이은 ‘숨, 소리’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숨, 소리’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의 여러 소리, 우리 삶의 생생하고 진솔한 소리, 우리 내면의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며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문학 시리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인생을 소재로 한 단편 6편이다.

연령도, 시대도, 상황도 각기 다른 여섯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동아 문우회의 회원 여섯 작가가 마치 그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생히 보여준다. 이 책의 표제어가 된 유덕희의 「별 사이를 산책하기」에서는 필리핀 사설 어학원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어학원에 온 한국 아이들은 저마다 아픔을 안고 있다. 사실, 주인공인 나 역시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도피하듯 필리핀으로 건너왔다. 그들은 어떤 아픔을 품고 있는 것일까.

 


 

이어 박재희 작가는 「홀연」에서 주인공 박동자는 삶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자 출가를 한다. 사실 누구든지 살다 보면 문득 왜 사는 것인지 답답하고 어디론가 떠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인공 박동자는 '홀연'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으로부터 떠나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지 명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러다 박동자는 출가를 하기로 결심한다. 엄마는 그런 동자에게 “심심하지? 할 일 없지? 젖 보채는 애가 있나, 밥 달라는 신랑이 있나, 똥 기저귀 찬 노인이 있나.”라고 쏘아붙인다.

박동자는 결국 출가를 하고, 삶의 답을 찾을 수 있었을까. 「레몬」은 작은 식당 '레몬키친'의 이야기다. 모든 메뉴에 레몬이 들어가는 작은 식당 ‘레몬키친’을 운영하는 주인공 나에게 레몬은 첫사랑의 은유와도 같다. 하지만 많은 첫사랑이 상큼하고 향기로울 수만은 없듯이 주인공 '나'의 첫사랑도 그랬다. 나는 17세 학창시절 첫사랑으로 아이를 낳게 되고 홀로 키운다. 그러가 하면 게이였던 아버지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 버렸다. “쓸데없이 사랑은 참 슬프고 종종 아픈” 것일 수밖에 없을까를 저자 유춘강은 탐구한다.

 


 

한수경 저자의 「나비머리핀」에서 어린 동이는 외갓집에 간 엄마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지만 엄마는 돌아오질 않는다. 동이네 아빠는 옹기 공방 연합회 회장으로 일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공방 일은 뒷전이고 회장 역할을 수행하느라 바쁘다. 덕분에 엄마는 집안일에 공방 일꾼들 식사며 공방 일까지 맡아 하느라 몸이 둘이어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파마 머리에 나비머리핀을 꽂은 젊은 여자를 집으로 데려 온다.

동이네 집안은 이때부터 평지풍파가 인다. "불꽃이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처럼 동이를 홀리려 들었다. 동이의 몸이 자꾸 흔들렸다." 가마 굽는 집안의 이야기다.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란 제목의 두 편의 에세이가 눈에 띈다. 다른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달리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두 편의 에세이가 실렸다. 하나는 ‘몸시계와 마음시계 맞추기’로 불면증을 겪은 저자의 경험과 사색의 내용으로 꾸며졌다. 나머지 하나인 ‘생은 다른 곳에’는 저자의 유년시절 경험과 함께 부유하는 현재의 삶, 현대인의 삶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마지막 「그 여름 뙤약볕」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조선시대 왕의 아들로 태어나 세자가 되었지만 아버지 영조의 미움을 사는 행동으로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스토리와 배경에 대해 잘 아는 내용이다. 소설, 영화, TV 드라마, 역사학자들이 잘 다루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조의 아들이지만 엄마는 당시 조선시대 천한 신분의 무수리 이씨다. 이 소설은 무수리 이씨의 시선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며 전개된다.

비록 왕의 아내이고, 세자의 어머니지만 역사에서는 그를 조명하지 않는다. 신분이 천했기 때문이다. 그를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면 영조가 천한 신분 출신이라는 게 자꾸 거론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이 얼마나 기구했을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의 죽음을 숨죽여 봐야 했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삶은 또 어떠했을지. 저자는 「그 여름 뙤약볕」은 뒤주에 갇히고 그곳에서 세상을 떠나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 영빈 이씨의 이야기를 따라갔다.

 


 

 

저자 : 유덕희
부산 동래 온천장에서 53년 태어나, 공무원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4학년 재학시절(1975년)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하얀 환상》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같은 해 KBS TV 연말특집극 〈언니의 연인〉이, 1984년에 MBC 라디오 장편드라마 〈잊혀진 여인이 추억을 말할 때〉가 당선되었다. 장편소설집 《하얀 환상》 《사랑 또 한잔》 《불타는 미루나무》 등을 펴냈고, KBS 라디오 드라마 〈보람이네 집〉〈바다의 노래〉 〈이회영〉 등을 썼다.

저자 : 박재희    
충북 제천출생으로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최옥삼 류 이수자이다. 1989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춤추는 가얏고'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단편소설집 『양구』, 장편소설 『더러운 사랑』, 장편동화 『대나무와 오동나무』, 어린이 정보책 『우리 음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흥과 멋이 묻어나는 전통음악』 『단소교실』 『가야금 교본』『징을 두드리는 동안』 등이 있다.

저자 : 유춘강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신중초등학교, 은광여중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처음 쓴 《29세》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이후 소설을 쓰고 있다. 현재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거주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있는 카페 ‘아노말리’와 ‘멜림바가든’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에세이 소설을 준비 중이다.

저자 : 한수경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그들만의 궁전》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07년 시나리오 뱅크 공모전에서 <대여인생〉으로 시나리오 부문 우수상, 2011년〈영웅은 없다〉로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장편 《그들만의 궁전》 《영웅은 없다》 《아라비안나이트인서울》 《탐닉》 《하나아카리》 등이 있고 그 외 다수의 중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 : 이남희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후 무작정 상경 교사가 되었다. 1986년 소설 《갑신정변》이 당선되어 1989년 전업작가로 나섰다. 이후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여러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게 되었다. IMF 시기에 자기 발견을 위한 '자서전쓰기' 강좌를 시작했ㄲ다. 현재 명상에 집중하고 있는데 6년째 초보자다. 대표작으로 《사십세》, 《플라스틱 섹스》, 《자기발견을 위한 자서전쓰기》, 《나의 첫 번째 글쓰기 수업》 등이 있다.

저자 : 권혜수
1983년 《소설문학>에 단편이 당선되고, 198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여왕선언>이 당선되었다. 연이어 중편 두 편이 KBS 문학상을 받고, 오 랜 시간이 지난 2007년 SBS 특집드라마 공모에 당선되었다. 한때는 '프랑소와즈 사강'을 꿈꾸었다.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오진 꿈도 꾸었다. 그러나 인생이 그러하듯 문학도 지리멸렬, 작가라는 정체성이 궁색할 정도로 요즘 새삼 생각한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인가.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인가. 어쨌든 죽을 때까지 쓰는 것으로 나 자신과 손가락을 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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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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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는 추리소설 제목 같기도 하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추천평에서 "고고학자가 쓴 『데카메론』 같다."고 썼다. 그는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던 14세기,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던 어둠의 시대에 조반니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처럼, 옛 사람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담긴 이 책의 이야기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책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의 저자 닐 올리버가 고고학자의 냉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황량한 유적들 사이에서 우리처럼 살고 사랑하며, 먹을거리를 걱정하고, 고된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옛 사람들의 씩씩한 모습을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렸다는 이유에서다.

독자는 고고학이란 학문을 배운 적도 책을 깊이 읽어본 적도 없다. 다만 SF 영화나 소설, 또 신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고고학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 매력적인 제목의 책은 BBC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진행자, 닐 올리버의 고고학 에세이이다. 그는 실제 고고학자이기도하다. 고고학(archaeology, 考古學)은 인간이 남긴 유적·유물과 같은 물질 증거와 그 상관관계를 통해 과거의 문화와 역사 및 생활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자연계에서 인간이 남긴 각종 물질적 흔적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밝혀 인간의 행위양상과 사회·문화·경제적인 여러 측면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풀이한다. 문자가 없는 시대의 인간 역사의 이해에 필수불가결한 학문으로서, 고고학의 발달과 더불어 인류가 언제 기원하였으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가 어떠한 과정을 겪어 오늘날과 같은 상태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책의 서문인 「들어가며」를 통해 "에드워드 오즈본 윌슨은 2009년 〈하버드 매거진〉에서 '인류의 진정한 문제는 이것이다. 우리가 구석기시대의 감정과 중세의 제도, 그리고 신과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고 전제하고, 이 글을 읽고 윌슨이 제시한 글의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우리의 짧은 생 안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 줌의 지혜와 희망을 얻기 위해, 저자는 선조들의 세계를 되짚어보기로 했다고 글을 시작한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이 책은 개인과 사회 모두 화가 나 있는 이 시대에 인류애를 회복하고, 지친 우리의 어깨를 보듬어줄 지구 위의 특별한 유물과 유적 36개를 엄선해 그곳에 담긴 인류의 깊은 사연을 들려주는 고고학 에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가족, 사랑, 죽음, 상실, 집 같은 인생의 영원한 화두를 주제로 인류 역사를 한 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처럼 풀어낸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생생한 경이로움과 따뜻한 통찰이 갈피마다 가득하다. 앞서 언급한 추천사에서 강인욱 교수도 "그의 풍부한 감성을 곁들인 '이야기'가 이 책이 가진 매력이라도 말하고, 덕분에 독자들은 고고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유적을 만들고 애도하던 옛 사람들의 마음까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고 책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멈춰 섰던, 360만년 전 어머니의 발자국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책은 약자를 돌보고 죽음을 애도했던 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장례식을 지나,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과 신석기시대 농부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저자는 저 황량한 유적들 사이에서 우리처럼 살고, 사랑하고, 고된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옛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리면서도, 인류 기원에 관한 지식을 명료하고 쉬운 언어로 전달한다. 믿기지 않을 만큼 우리와 닮은 과거 인간들의 이야기는 뭉클한 위로로 다가오기도 하고,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방대한 시공간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정, 언어, 예술, 종교가 탄생하고 뿌리를 내리던 역사적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이 역사, 예술, 문화, 지리, 인류학을 아우르는 알찬 인문 교양서인 동시에 유물을 실마리로 인간의 ‘마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따뜻한 에세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고고학자 이진옥이 한국어판 번역을 맡아 전문성과 완성도를 높였으며, 실제 유물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 책의 재미와 가치를 더한다. 강인욱 교수는 “이 책이 우리를 이끄는 곳은 유적지라기보다 인간성의 깊은 근원지”라는 찬사를 더했다. 수만 년의 세월을 견디고 들판에 고요히 서 있는 유적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생의 가치를 일깨우는 힘이 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그 오래된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고통보다는 유쾌함과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주 오래된 신화나 전설에 감동한 적이 있다면, 먼 옛날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영혼 깊은 곳을 울리는 경험을 줄 것이다.

 


 

'어머니의 발자국' 화석에 이어 190만년 전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집(혹은 베이스캠프) 흔적, 3만년 전의 동굴 벽화, 7000년 전의 묘지, 둥글게 늘어선 3000년 전의 거석 기념물 등 고고학 유적은 대부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거나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아서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쉽다. 수만 년 전의 유적이라고 해도, 그런 숫자만으로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고고학 유적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물·유적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를 제대로 설명해줄 사람, 뛰어난 고고학자이며 탁월한 이야기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책에 따르면 수십만 년 전 지구에 살았던 고인류의 삶은 모질고 고달팠다. 먹을 것은 귀하고 잠잘 곳을 두고도 동물들과 경쟁해야 했다. 죽음은 가깝고 삶은 위태롭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때에도 인류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라에톨리에 발자국을 남긴 이는 주위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해 가족을 보호하려고 순간 걸음을 멈췄다.

저자가 인용한 메리 리키의 말 그대로 “이 움직임, 너무나 강렬하고도 인간적인 이 움직임은 시간을 초월한다. 360만년 전, 당신 또는 나의 먼 조상이 의심의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선천적인 장애가 있었던 데다 한쪽 눈마저 멀었던 동료를 보살폈고, 그가 죽자 꽃을 바치며 죽음을 애도했던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서는 돌봄과 사랑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만들자마자 강에 던져질 방패에도 최선을 다했던 수천년 전 어느 예술가의 노력에서 숭고한 삶의 태도를 발견한다. 이 책이 고고학 유적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진짜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어온 ‘인간다움’의 비밀일 것이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엄청난 풍요를 누리면서도 불안과 무기력, 허무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 가치를 느끼지 못해 겪게 되는 비극과 소외감을 해결해줄 실마리는 어쩌면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이들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보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았던 그들의 흔적은, 수천만년의 세월 동안 정제되어 우리에게 ‘고대의 지혜’로 전해진다.

 

 

고고학 유적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이면서 많은 사연이 응축되어 있는 것은 바로 무덤이다. 고고학은 죽은 이들의 무덤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산 사람에게 전해주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덤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골에 흔적으로 남은 죽음의 방식, 죽은 사람을 보내기 위해 산 사람들이 보인 정성은 갖가지 사연과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견된 시체 주변에서는 데이지, 아킬레아, 무스카리, 노란수레국화, 접시꽃, 쇠뜨기 등 여러 종류의 꽃가루가 검출되었다. 막 꺾은 꽃다발을 시신 위에 놓은 것처럼 뭉텅이로 발견된 꽃가루도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해 국화꽃을 바치는 것처럼 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도 죽은 이를 위해 꽃을 구해다 바쳤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약 5000년 전 덴마크 베드베크에서 발견된 어린아이의 유골은 백조 날개 깃털 위에 놓여 있었다. 바로 옆에는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의 유골이 조개껍질과 사슴, 물개 이빨과 함께 누워 있었다. 저자는 다정하게 다뤄진 유골을 보며 무덤을 만들었을 이들의 사랑과 애통함을 읽어낸다. 아기의 죽음은 당연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는 그때, 이들의 가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귀한 것을 모아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단장하고 기렸다.

 


 

스웨덴 비르카섬에서 발견된 8세기 소녀의 무덤은 유리구슬 목걸이, 진홍색 옷 등을 통해 그가 귀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두 눈 사이가 먼 유골은 그가 장애인이었음을 알려준다. 채 여섯 살이 되지 않은, 장애가 있는 소녀를 예우를 다해 장례를 치러준 그들이 과연 오늘날의 우리보다 야만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먼 옛날의 무덤들은 그들이 서로 나누었을 마음을 애틋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우리가 지금 잃어가고 있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떠올려보게 한다.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4대 문명 유적이나 왕가의 황금 유물 대신, 그 당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유적들에 집중한다. 저자는 자기 집 근처에서 발견한 신석기시대 암각화 이야기를 한다. 동심원 모양의 소박한 암각화지만, 당시 농부들은 어떤 염원을 담아 이 단단한 돌에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저자는 거기서부터 동짓날 태양 빛이 무덤 안으로 들어오도록 만들어진 돌무덤, ‘신성한 땅’을 둥글게 에워싼 거석 기념물들로 이야기를 뻗어나간다. 모든 유적에서 장대한 주제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그 유적에 얽힌 어떤 사연을 읽어내거나 상상해보려 한다면, 어느 순간 그 유적을 만든 이들과 조우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수만 년 전 과거 인간들의 이야기는 결국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이어진다. 우리 발아래 층층이 쌓인 지층처럼, 인류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인류는 사납고 혹독한 세상에서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가족을 이루었고 집을 지었으며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돌보았다. 사랑하고 협력했으며 다른 종과 공존할 줄 알았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비추어 지금 이곳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인류애 상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삶의 방식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인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인류의 가장 오랜 흔적,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노래와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볼 것을 부드럽게 권한다. 거기엔 그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도 빛이 바래지 않은 인류의 지향점이 있다. 가족, 사랑, 집, 돌봄, 희생, 애도 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 그것을 우리는 ‘인류애’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제나 먼 옛날 이 세상을 살다간 과거 사람들에게 막연한 경외감을 느꼈고, 이 무덤과 저 무덤의 주인 앞에서 망연해지곤 했다. 그들의 이마와 턱에 쌓인 진흙을 걷어내고 빈 눈구멍에서 흙을 퍼낼 때 그 눈이 생전에 무엇을 보았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고통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야 나는 지난 발굴들을 되돌아보며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무엇이었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오래된 죽음이 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시간이 그것들을 숨죽이게 했지만(그리고 아무도 듣거나 보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고통과 괴로움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 사랑이 깊은 땅속에서도 살아남았듯 악의 증거도 그러하다. 죽은 자들의 뼈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p.363)

 


 

저자 : 닐 올리버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작가, 역사 커뮤니케이터.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그곳의 광활한 자연 풍광과 거대한 유적들에 둘러싸여 자랐다. 글래스고대학교에서 고고학 석사를 우등 졸업으로 마친 뒤 고고학 연구를 이어나가며 [가디언], [헤럴드]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영국의 섬 100곳에 관한 이야기TheStory of the British Isles in 100 Places』를 비롯해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역사책을 집필했고 한 권의 역사 소설을 썼다. BBC에서 20여 년 동안 20편이 넘는 역사 교양 프로그램의 각본을 쓰고 진행을 맡았으며, 영국 예술 영화 텔레비전 아카데미BAFTA에서 수상한 역사 다큐멘터리 [코스트Coast]의 메인 진행자로 활약하며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과 미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대중에게 역사를 전달해온 공로로 2011년에는 애버테이대학교로부터, 2015년에는 글래스고대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코틀랜드 문화유산 보존 단체 ‘내셔널트러스트 스코틀랜드National Trust for Scotland’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국의 뉴스 채널 [GB 뉴스]에서 진행을 맡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두 마리 아이리시 울프 하운드와 함께 유서 깊은 도시 스털링에 살고 있다.

 

역자 : 이진옥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석사학위를,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고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환경과 문화의 상호작용, 위기와 대응이라는 화두로 강의와 연구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작업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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