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 시행착오, 표절, 도용으로 가득한 생명 40억 년의 진화사
닐 슈빈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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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생물학·유전학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는 고등학교 때부터다. 생물에 관심을 갖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학 과목 중 「지학」과 「물리」는 꽤 흥미를 느꼈지만 「화학」과 「생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DNA' 부터란 말을 하고 싶어서다. 고등학교 시절 '염기서열', '유전자'란 용어들은 있었지만 DNA라는 말을 제대로 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생물에 관심을 갖지 않아 교과서에는 쓰여 있었는데 기억에 없는지도 잘 모르겠다.

신문에서 DNA란 말을 자주 쓴 것은 범죄 소식을 전할 때 많이 썼고, 그것도 사실 2000년 들어서야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진범'을 가려내는 데 이보다 정확한 방법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고 있는 범죄 중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얼마 전에 가려진 것도 DNA 감식을 통해 범인을 확정지었다고 한다. 그때는 유전자 감식이 제대로 발전되어 있지 못해서 우연히 증거 채취 과정에서 유전자 감식이 가능한 증거를 채취해 증거물실에 보관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젠 유전자 감식법은 가장 발전된 과학수사법이며 국내에서도 정확하게 판별할 정도로 시스템을 갖췄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다. 이 책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에도 당연히 DNA란 용어가 많이 쓰인다. 저자 닐 슈빈은 DNA를 통해 다윈의 '진화론'의 오류 등을 밝혀내 획기적 기여를 한 진화학자다. 그는 뛰어난 진화학자이자 '화려한 입담'의 걸출한 학자로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고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말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저자 닐 슈빈에게 화석 연구는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데 가장 든든한 무기가 될 것 같았다. 실제로 2004년 북극에서 목, 팔꿈치, 손목을 가진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을 발굴해 일약 세계적인 고생물학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 화석은 진화 연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화석 중 하나로 평가받았고, ‘틱타알릭’ 발굴 과정과 연구 성과를 담은 『내 안의 물고기』는 국립과학아카데미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화석만큼 강력한 새로운 도구와 맞닥뜨린 것도 저자의 대학원생 시절이었다. 당시 동물의 몸을 만드는 DNA가 발견되고 파리의 머리, 날개, 더듬이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밝혀지는 등 게놈 연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동안 화석 사냥꾼이 도맡아 온 ‘자연은 어떻게 발명해 왔는가’라는 질문에 유전자 연구가 보다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무엇보다 그는 과학자도 진화하지 않으면 결국 멸종되어 화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p.16) 저자는 화석과 유전자라는 양손의 도구를 활용해 진화사 연구를 계속했다. 그 결과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표절과 도용으로 가득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팔다리, 날개와 깃털, 지느러미, 커다란 뇌와 뛰어난 인지 능력 등 생명의 진화를 이끈 혁신과 발명이 사실은 수십억 년 동안 베끼고 훔치고 변형한 결과라고 말한다. 세계 최고의 과학 스토리텔러인 저자가 들려주는 진화 연구사와 게놈 생물학의 최신 성과를 따라가다 보면, 40억 년 동안 뻔뻔하고 염치없었던 자연의 본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다른 동물과 차별되는 인간만의 대표적인 형질은 바로 큰 뇌를 가졌다, 저자의 지적은 독자가 궁금해하던 비밀을 말끔히 씻어주는 내용도 나온다. 우리의 뇌가 어떻게 이렇게 커질 수 있었을까?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 팀이 인간과 히말라야원숭이의 뇌 조직을 비교한 결과 인간에게만 있는 ‘NOTCH2NL’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 유전자는 뇌 조직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유전자는 ‘NOTCH’ 유전자의 사본임이 밝혀졌다. 즉, ‘NOTCH’ 유전자가 끊임없이 복사되고 중복되는 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나 하나둘 새로운 기능을 얻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NOTCH2NL’ 유전자인 것이다. 결국 인간의 뇌가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유전자가 새로 만들어지기보다 원본 ‘NOTCH’ 유전자를 베끼고 베끼고 또 베낀 덕분이다.(p.203)

사실 동물의 몸과 유전자에는 이런 사본이 가득하다고 한다. 갈비뼈, 척추뼈, 팔다리뼈 등 인간을 비롯해 많은 동물의 골격은 전반적인 설계가 비슷하다.(p.187) 이는 여러 동물의 각기 다른 사지 골격이 태고의 골격 배열을 베끼고 변주해 각각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게다가 시각, 후각, 호흡, 단백질 생성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들도 모두 복제된 것들이다.(p.200) 저자는 나아가 인간의 전체 게놈 중 3분의 2 이상이 이렇게 복제된 사본이라고 강조한다. 이 정도면 뼈든 기관이든 유전자든 베끼고 복사할 수 있다면 굳이 새로 만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저자는 “자연이 작곡가였다면 역대 최고의 저작권 위반자로 등극할 것”이라고 저자는 서슴없이 말한다.(p.199)

 


 

독자가 그동안 궁금해하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돌연변이 문제다. 생물학계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지 모르지만 독자로서는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돌연변이에 대한 해석도 저자의 연구와 다르지 않은 결과다. 돌연변이는 유전자가 복사되고 중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실수이자 시행착오다. 그런데 진화라는 엔진에는 변이(變異)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연료가 많을수록 엔진은 더 빠르게, 더 강력하게 움직일 수 있다. 자연은 이러한 시행착오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새로운 발명의 밑천으로 삼는다는 것도 밝혀낸다. 1940년대 활동했던 독일의 과학자 리처드 골트슈미트는 “최초의 새는 파충류의 알에서 부화했다”고 말할 정도로, 진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의 변혁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생명사에서 이 ‘한 번의 변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백 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의 작은 변이가 일어날 확률도 비교적 낮은데 하물며 게놈 수백 군데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p.222) 그런데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1900년대 초, 과학계에서 여성 과학자의 위상은 매우 열악했다. 미국의 과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은 대학교에서 유전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에게 허용된 원예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유전학 연구의 이상적인 재료 중 하나인 옥수수를 연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옥수수알의 서로 다른 색깔들을 조사하다가 게놈 여기저기로 뛰어다니는 점핑 유전자를 발견하게 되었다.(p.208) 그런데 이 유전자는 아주 이기적이다. 오직 자기 사본을 만드는 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 유용한 돌연변이를 게놈 곳곳으로 뛰어다니며 실어 나른다. 점핑 유전자의 이기적인 성질 때문에 게놈 수백 군데에서 변이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p.231)

 


 

우리의 DNA는 우리 조상에게 물려받거나 그저 복제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때로 바이러스가 침입했다가 우리 게놈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이때 게놈과 바이러스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은 기억과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놀라결과를 낳기도 한다. 유타대학교의 과학자 제이슨 셰퍼드는 우리 뇌에서 기억과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아크 유전자의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크 단백질이 에이즈와 같은 바이러스 단백질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p.237) 바이러스는 숙주를 감염시켜 자신의 사본을 무한히 만들어 증식해 나간다. 그런데 어쩌다가 감염 능력을 잃고 우리 게놈의 일부가 되어 기억 향상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을까?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약 3억 7500만 년 전, 모든 육지 생물의 공통 조상이 고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숙주의 게놈 안에서 아크 단백질의 한 버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게놈은 이 바이러스를 가만 두고 보지 않았고 곧 둘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게놈에게 패한 바이러스는 무력화된 후 그렇게 게놈의 일부가 된 것이다.(p.241) 사실 이 외에도 우리 게놈에는 과거에 감염되었던 바이러스들의 흔적이 무수히 많은데, 우리 게놈의 약 8퍼센트가 불활성화된 바이러스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기능을 유지하며 숙주의 활동을 돕고 있다.(p.243)

 

 

함부로 침입한 바이러스를 자신의 일부로 삼은 게놈처럼 세포도 병합하고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1960년대, 과학자 린 마굴리스는 동식물 세포와 세포소기관을 연구하고 있었다. 세포소기관은 세포의 핵 주위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동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식물 세포의 엽록체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세포에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마굴리스가 핵과 세포소기관의 게놈을 비교한 결과 둘은 유전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전적으로 ‘남남’이나 마찬가지인 세포와 세포소기관이 어떻게 한 몸이 되었을까?

마굴리스는 후속 연구를 통해 과감한 가설을 제기했다. 아주 오래전, 원래 자유 생활을 하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다른 세포에 병합되어 결국 그 세포를 위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꾼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합병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이디어는 얼토당토않다며 학계의 비웃음을 샀고, 15개의 학술지로부터 발표를 거절당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1980년대에 들어 더 빠른 DNA 염기 서열 분석 기법이 개발되자 세포소기관의 유전적 역사가 더 상세하게 밝혀졌다. 그 결과 마굴리스의 가설이 사실로 증명되었다.(p.280) 이처럼 서로 다른 개체들이 합쳐지고 조립되어 더 크고 복잡한 개체를 이루는 방법은 진화의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몸의 발명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열쇠가 되었다. 마굴리스는 어려운 시기를 견뎌 냈으나 안타깝게도 2011년 73세에 뇌졸중을 겪고 더 이상 연구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생전에 자신의 이론이 입증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저자는 이 책에서 그의 업적을 찬양하기도 한다.

 

 

저자 : 닐 슈빈

세계적인 고생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컬럼비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공부했고 현재 시카고대학교 생명과학과 석좌교수이자 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1년에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2004년 북극에서 목, 팔꿈치, 손목을 가진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Tiktaalik)’을 발굴했다. 이 화석은 진화 연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화석 중 하나로 평가받았고, 이 발견은 《가디언》 선정 ‘올해의 10대 과학 뉴스’로 꼽혔다. 그 과정을 담은 전작 《내 안의 물고기》는 국립과학아카데미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 외 대표작으로 《DNA에서 우주를 만나다》가 있다.

그동안 닐 슈빈은 왕성한 집필 활동과 강의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진화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생명 다양성의 기원을 소개해 왔다. 40억 년에 걸쳐 고대 물고기는 땅 위를 걷도록 진화했고, 파충류는 하늘을 나는 새로 변했으며, 유인원은 두 다리로 걷고 말하고 글을 쓰는 인류가 되었다. 고생물학자들은 2세기가 넘도록 이런 변화를 설명해 주는 선사 시대 화석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누볐다. 그리고 지난 20여 년 동안 아찔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한 유전자 기술은 가장 근본적인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수많은 과학자가 화석과 게놈을 이용해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표절과 도용으로 가득한 자연의 발명과 진화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닐 슈빈은 이 책을 통해 그 발견의 여정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역자 : 김명주

성균관대학교 생물학과,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주로 과학과 인문 분야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생명 최초의 30억 년: 지구에 새겨진 진화의 발자취』(2007년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를 비롯해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Vol. 1: 인류의 탄생』『신 없음의 과학』『호모데우스』『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디지털 유인원』『우리 몸 연대기』『위험한 호기심』『다윈 평전』『과학과 종교』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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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의 진실 -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 대한 과학적 강해
류상태 지음 / 북카라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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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종교가 없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종교와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다면 변명이 될까? 사실 부모도 모두 비종교인이어서 그런지 우리 집안의 분위기는 굳이 이야기하려면 제사를 지내니까 유교라 해야 하나? 제사는 다른 종교도 지내는 곳이 있는데... 기독교도 우상 숭배 금지일 뿐이지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말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는 학교나 입사할 때 환경조사서 같은 것을 제출할 때 꼭 종교란이 있었다. 그때 독자는 '무교' 혹은 '없음'이라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종교가 없다고 해서 특별히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고, 종교를 가진 사람도 특혜를 받은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종교가 없다보니 그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성경도 제대로 한 번 읽은 적이 없고, 화엄경이나 다른 종교 경전을 완독한 적도 없다.

금 씩 읽다 채 한 권을 읽지 못하고 중간에서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성경 신약 처음 부분 「마테복음」 부분만 스무 번은 읽은 것 같다. 화엄경도 끝까지 읽은 적이 물론 없다. 중간중간 필요에 따라 해석을 해놓은 것을 읽어본 적이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유교도 종교로 인정해서 공자의 말을 써놓은 책 중 유일하게 완독해본 경험이 있는 책은 『논어』뿐이다. 한자 공부 때문에 두껍지 않아 도전했다가 한 번 완전히 끝까지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원문 대비 번역본이다. 이 책 『모세오경의 진실』은 모세오경에 대한 단순한 역사적, 종교적 사실 나열이 아니라고 출판사 측은 책 소개글에서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어느 방송, 어느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세오경의 진실적 해석에 가장 근접한 독보적인 강해 편찬서이다.

 


 

신약 구약 등 성서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으니 『모세오경』도 읽은 적이 없다. 이 책은 유튜브에서 방송되었던 ‘류상태성서강해’를 풀어 쓴 책이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 대한 광대한 성서의 모태가 된 것을 저자 류상태가 주석을 달아 해석했다. 『모세오경』을 읽어본 적은 없어도 실재 여부나 내용의 진위 등 논란이 많아 어느 역사 전용 케이블TV를 통해 『모세오경』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모세오경이 '황금의 궤'(금궤)에 보관돼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다는 말의 진위를 추적하고 있었다.

예루살렘 모처에 있다는 말에 따라 역사학자, 고고학자, 고문헌학자 등 세계적 유명 학자들이 참여해 지질조사까지 병행하는 등의 내용을 방송으로 본 적이 있다. 독자는 사실 그때 처음 『모세오경』의 진실을 알게 됐다. 모세오경이 실재한다는 말도 그때 처음 들었다. 물론 그 증거물이나 증거 단서를 못 찾았다. 저자 류상태는 이 책에서 "성서는 머리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다가가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인으로 입문하여 기독교 전통 안에서 생활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도 성서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기독교 전통 안에 있는 목사나 신학자, 성서학자라고 해서 누구나 진실에 입각한 강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직 안에 있는 사람은 조직의 논리를 거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지금 성서에 대한 해석이 우리 한국 사회에서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처럼 읽힌다. 저자는 1985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중고등학교에서 약 20년간 교목으로 일했다. 저자는 학교에서의 종교적 자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교단과 학교를 떠났다. 그동안 누려왔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 종교적 명예까지 잃었지만 대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와 양심을 얻었다고 말한다. 바로 이 지점이 성서를 양심껏 최대한 진실하게 합리적, 과학적으로 강해할 수 있었던 자산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기독교를 독선과 배타의 종교로 몰아넣은 데는 성서 자체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고 지적한다. 성서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오류가 전혀 없다는 ‘성서 무오설’이 문제라고 밝힌다. 과연 성서에는 오류가 없는지, 그게 아니라면 성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다. 종종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충격적인 내용도 등장하지만, 편견과 왜곡은 결코 진실을 호도할 수 없음을 이 책이 증명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 교회들은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거의 진화론을 받아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진화의 방법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믿는 것이지요. 이걸 진화적 창조론이라고도 하고, 유신론적 진화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부, 아니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면 극히 일부지만, 한국에서 대다수인 근본주의 교회들은 전통적인 창조론이 맞는다고 아직까지도 교인들에게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교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신교의 종주국인 유럽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미국 교회의 30~40퍼센트, 한국 교회의 70~80퍼센트는 여전히 이런 근본주의 신앙에 매몰되어 있습니다."(p.23)

 

 

저자는 '성서 무오설'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성경의 해석에 대한 오류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성서 읽기는 '종교적 체험' 이라는 말이 이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종교의 세계는 머리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다가가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식으로 배우거나 탐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전인적인 체험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라는 것. 성서의 세계 역시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다가가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이지 머리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마 모든 종교의 경전이 그럴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기독교 신앙인으로 입문하여 기독교 전통 안에서 생활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도 성서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는 종교학자나 문화학자라도 기독교 공동체 밖에서는 머리로 탐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가슴으로 성서와 대화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 전통 안에 있는 목사나 신학자, 성서학자라고 해도 누구나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서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조직 안에 있는 사람은 조직의 논리를 거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비기독교인인 독자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마땅히 비판할 지식도 없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은 성서의 내용이나 성서가 전해내려온 전통이 문제가 아니라 그 성서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머리로만 해석해 강해하는 것은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 대한 저자의 강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모두 5개 장 25개 강해로 이루어져 있다. '강해'란 '해석 강의'란 말이다. 일반 학교나 TV의 강의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철저히 텍스트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텍스트를 기본으로 삼고 그 텍스트를 심층 분석애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여기서 텍스트는 당연히 성서 본문이다. 그렇다면 성경을 곁에 두고 읽어야 하는 번거로운 점을 피하기 위해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꼭 필요한 성서 본문은 책 안에 직접 써 넣었다. 또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가급적 전문적ㅇ니 신학적 논리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쉽게 설명할 것을 독자에게 약속하고 강해를 시작한다. 원래 이 책은 처음부터 출판을 목적으로 시작한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유튜브로 시작해 매주 한 편의 강해 동영상을 올리다 보니 6개월 만에 모세오경을 모두 강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강해 원고를 수정 보완해 이 책으로 완성했다고 저자는 「시작하는 글」을 통해 밝히고 있다. 창세기 1장부터 계시록 마지막장까지 강해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먼저 이 책 『모세오경의 진실』을 출판했다. 이 책이 기독교에 관한 진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일념에서다. 또 강해 프로그램의 텍스트로는 개신교 교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개역개정판 『성경전서』를 기본으로 삼았으며, 필요할 때마다 공동번역판과 표준새번역판을 비교하면서 살핀다고 저자는 책 서두에 덧붙인다. 이와 함께 신(神)에 대한 용어도 가톨릭에서는 하느님으로,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으로 사용하는데, 이 용어 역시 개신교에서 사용하는 '하나님'으로 일원화했다고 밝힌다.

 


 

첫 번째 강해는 「창세기」다. 1장 1절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으로 적혀 있다. 유일신 신앙의 대전제로서 이 말씀이 공동번역에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로 기록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태초'란 말을 '한처음'이라고 변역했는데, 이것은 삼라만상이 존재하기 이전의 맨 처음, 시간과 공간조차 존재하기 이전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는 데에 신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저자가 이견이 '없다'가 아니라 '거의 없다'로 말하는 이유는 현대 신학자들 가운데는 전통적인 유일신 신앙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전통적인 유일신 신앙에 동의하는 신학자들이라면, 그 유일신을 삼라만상의 존재 이전,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까지 초월한 존재로 보는 데에 이견이 없다는 말이다. 유일신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성서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는 성경의 유일신이란 누구인가, 존재하는가로 범위를 좁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1장 1절이 다신교 신화와 구별되는 유일신 신화의 가장 독특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대 근동 지방이나 그리스의 다신교 신화에서 최고신은 물질이 존재하기 전에 먼저 태어거나, 우주의 질서가 갖추어지기 전의 혼돈 상태에서 태어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은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라 창세 이전부터 이미 홀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창조 활동을 시작한다. 여기서 '창조하다'로 번역하는 히브리 낱말은 어떤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불러낸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때문에 2절 이후에는 세상 만물을 모두 말씀으로 불러내시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내용을 간추리면 첫째 날 하나님께서 빛을 창조하시고, 그 빛으로 낮과 밤을 나누셨다. 둘째 날 궁창을 만들고 그 궁창으로 물을 나누었다. 셋째 날 바다와 땅을 나누고 땅에 식물이 나게 했다. 넷째 날 해와 달과 별, 즉 천체를 만들었다. 다섯째 날 수중동물과 날짐승을 만들고, 마지막 여섯째 날 육상동물과 사람을 만들었다. 이것이 1장 25절까지의 내용이다.

 


 

"예수님이 인식하신 하나님과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들이 인식한 하나님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인식하신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만 사랑하시는 독선과 배타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이방인과 여자, 아이까지 모두 사랑하고 존중해주시며, 약한 자와 포로가 된 자를 더욱 어여삐 여기시는 사랑의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인식한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만 사랑하시는 하나님이고, 그중에서도 20세 이상의 성인 남자만 인정하시는 하나님이며, 신체가 성하지 못한 장애인은 차별하시는 하나님이었습니다. 같은 하나님을 믿어도 이렇게 인식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하나님을 믿고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숙제를 안겨줍니다. 하여 저는 벗님들에게, 벗님들은 과연 어떤 하나님을 믿고 계신지 자문해보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p.380~381)

 

저자 : 류상태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철학과와 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숭의여자중학교와 염광여자고등학교, 대광중고등학교에서 약 20년간 교목으로 일했다. 학교에서의 종교적 자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교단과 학교를 떠났다. 그동안 누려왔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 종교적 명예까지 잃었지만 대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와 부끄럽지 않은 양심을 얻었다. 기독교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평생에 걸쳐 하겠다고 하나님 앞에 서약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모든 창작 활동은 ‘기독교의식개혁운동’과 연관되어 있다. 『모세오경의 진실』 출판도 그 일환이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신의 눈물』, 『소설 콘스탄티누스』,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등이 있다. 유튜브 ‘류상태성서강해’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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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인문학 - 우리는 세상을 바꿀 작은 힘을 갖고 있다
이종혁.박주범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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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 'OO 캠페인', 'XX 운동' 등 수많은 사회적 캠페인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모른채, 혹은 잊은 채 산다. 캠페인의 성격상 대중의 여론이 합세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속성상 캠페인은 기간이 오래 계속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중의 영향력을 모으기가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캠페인들은 성공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언제 그런 게 있었느냐' 할 정도로 까맣게 모른 채 세월이 흘러 유야무야된 것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캠페인은 반드시 '때'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삶의 전쟁을 치르는 일반 사람들은 자신과 큰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한 대체로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른다. 어떤 캠페인이든 캠페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도하기 마련이다. 특수한 예외도 있겠지만 이런 한계 때문에 자칫 캠페인은 취지부터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잘못되면 여론을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에 끌어들여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불순한 캠페인으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캠페인은 불가피한 일들로 보인다. 사회가 다양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현대, 특히 디지털 사회에서는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한편으로는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지구 반대편의 일조차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인터넷과 SNS가 TV 등 방송매체보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알려진다.

 


 

이 책 『캠페인 인문학』은 부제에서 보여지듯 「우리는 세상을 바꿀 작은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우리는 지난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이란 세계가 놀랄 만한 캠페인으로 캠페인과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 운동(캠페인)도 사실은 어디서 누가 시작했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공적 캠페인을 벌였다. 일제강점기 때 '국채보상운동'이라는 우리 국민의 공동체 정신과 저력을 보여준 캠페인을 한 번 실행한 바 있다.이런 역사 때문에 IMF의 금 모으기 운동은 성공적으로 실천될 수 있을 거란 분석에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책에서는 지난 2020년 6월 25일 6·25전쟁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가슴에 ‘122609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배지를 단 사례를 적시하고 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참전 용사 중 아직도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희생자가 12만 2,609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참전 용사 유해를 발굴했을 때 마주하게 되는 태극기의 모습을 캠페인의 상징 배지로 만든 것이다. 영연방 국가들의 포피 캠페인도 제1차 세계대전의 전투 현장에 핀 양귀비꽃 한 송이를 주제로 존 매크레이 중령이 쓴 「플랑드르 들판에서」라는 추모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 보훈 캠페인은 애국심을 표현하는 능동적인 실천이다. 그리고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일이 아닌 6월 6일 현충일부터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이자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 보훈의 상징을 자유롭게 달고 다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캠페인의 주도자들이고 다수 국민들의 의식이다.

 


 

책에 따르면 캠페인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 이상적인 구호를 우리의 귓가에 ‘작은 외침’으로 다가오게 해주는 능동적인 활동이다. 환경과 공동체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시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공동체와 그들이 펼쳐가는 창의적인 캠페인 이야기에 주목해야 할 때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늘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 환경, 행복이라는 변치 않는 가치를 반복적으로 지향하면서도 궁극의 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삶의 환경이 끊임없이 가치에 반하는 공공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공 문제와 사회적 가치에 지독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이종혁은 JTBC 〈차이나는 클라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다큐 프라임〉 등에 출현해 공공 캠페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그것은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과 제품 생산은 개별적으로 보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온 것 같지만, 그에 비례해 예상치 못한 수많은 공공 문제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방식과 환경이 진화하는 만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공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공공소통연구소'는 2012년부터 「작은 외침 라우드」라는 공공 캠페인을 다양한 기관·개인과 협력해 전개하고 있다. 라우드(LOUD)는 ‘Look over Our society, Upgrade Daily life(우리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겨 일상을 업그레이드하자)’라는 의미다. 2015~2016년에는 〈중앙일보와〉 공동기획을 통해 라우드를 전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 광화문 버스 정류장의 「괄호 프로젝트」, 스쿨존 횡단보도의 「양옆을 살펴요」, 지하철의 「오렌지 하트 스티커」 등이 있다.

 


 

「괄호 프로젝트」는 서울 광화문의 한 버스 정류장에 퇴근 시간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행인을 불편하게 하자 바닥에 흰색 ‘괄호 무늬’를 그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렌지 하트 스티커」는 지하철 ‘쩍벌남’과 ‘다꼬녀’를 겨냥해 좌석 앞에 두 발을 모은 발바닥 모양의 스티커를 부착한 것이다. 공공의 이익, 또 공동체의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 책 『캠페인 인문학』은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공공 문제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결해나가려는 노력의 흔적을 담아냈다. 캠페인이란, 한 국가와 사회 더 나아가 인류가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필요한 의식의 복원이나 행동 개선을 위한 개인과 공동체의 ‘작은 외침’으로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들어나가는 절대적인 힘이다. 제1장은 「중 2까지 기다리자 캠페인」부터 「대화가 힘이다 캠페인」까지, 제2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중 예술품 만들기 캠페인」부터 「풋볼 케이스 캠페인」까지, 제3장은 「내 곁에 캠페인」부터 」히포시 캠페인」까지, 제4장은 「모벰버 캠페인」부터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까지, 제5장은 「플래닛 러브 라이프 캠페인」부터 「스티커 쇼크 캠페인」까지, 제6장은 「포피 캠페인」부터 「멸종 다시 쓰기 캠페인」까지 세상을 바꾼 100가지 캠페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이며, 우리는 세상을 바꿀 작은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으로 저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무려 100개에 달하는 캠페인을 설명하고 있지만 모두 다 소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독자가 임의로 듣고 알고 있는 몇 개의 캠페인 만을 따로 뽑아 여기에 저자의 설명을 토대로 옮겨 적는다. 「학교 안 요리사들 캠페인」은 학생들에게 닭 도살부터 운동장 한 귀퉁이에 만들어놓은 화덕에서 요리하는 것까지 가르친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음식 섭취와 식습관 교육으로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건강한 음식 섭취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처음부터 요리해서 직접 먹어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식품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식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음식 쓰레기를 어떻게 최소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퇴비를 만드는지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스마트폰이 부모와 아이들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은 부무와 아이들을 멀어지게 하는 장애물이 되었다. 「중 2까지 기다리자 캠페인」은 자녀에게 스마트폰 사주는 시기를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기다리자는 캠페인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학습 방해, 수면 장애, 불안과 우울증 초래, 사이버 괴롭힘, 포르노와 성인물에 대한 노출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아이들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켜주자고 제안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은 한 사람이 성인이 된 후에도 취약한 육체적·정신적·사회적·경제적 건강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또 위험한 행동, 정서적 이슈, 심각한 질병,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원인들과의 극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모든 형태의 아동 학대, 방임, 가정폭력 등이 포함된다. 특히 아동 폭력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학대를 멈춰라 캠페인」은 양육권 법정의 위험한 판결에 대한 반대, 성적 학대에서 아동 보호, 학대 사이클 끊기, 모성 가정 방문 프로그램 제안, 아동 섹스 인형 금지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활동과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핑크 셔츠의 날 캠페인」은 캐나다 전역에서 매년 전개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따돌림 예방을 위한 캠페인이다. 한 남학생이 핑크색 셔츠를 입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하자, 학생 두 명이 핑크색 셔츠 50벌을 구매한 후 친구들에게 다음 날 아침 등교할 때 함께 핑크색 셔츠를 입자고 호소했다. 이 캠페인이 시작되자 학교에서 괴롭힘은 사라졌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학교를 ‘핑크의 바다’로 물들이자는 제안으로 발전했다. ‘핑크 셔츠’는 모두의 인식 속에 학교 내 괴롭힘에 맞서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리가 경험한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기억하자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내 곁에 캠페인」은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어디든지 방문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를 이끌어낸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 우울증, 외로움, 재정적 불안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 캠페인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학습과 지원 활동 중에서도 대중교통과 기타 사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의 복원을 돕는다. 카페나 레스토랑의 입간판 하나가 시각장애인을 우리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거대한 장애물일 수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75퍼센트가 안내견과 함께 입장하려던 레스토랑과 상점, 택시 등에서 출입을 거부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일상인 보통의 삶이 바로 옆 이웃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표일 수 있다.

「점심 먹자 캠페인」은 가장 취약한 사회계층인 노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안부를 묻는 활동, 즉 도시락 배달 봉사다. 이 캠페인은 참여자들에게 점심시간을 이용해 지역사회 노인들에게 식사와 친근한 인사를 전해 세대 간 교감을 위한 봉사활동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다. 또 노인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면서 그들의 고독사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직면하게 될 노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식생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픔과 사회적 고립은 노인의 건강과 안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의료보험 체계와 경제에 심각한 압박을 가한다.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 과제뿐만 아니라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워나갈 수 있는 사회운동 차원의 캠페인을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100만 명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은 지역별로 희생자를 애도하고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여러 추모 행사를 갖고 있다. 2021년 워싱턴 D.C.에서는 내셔널몰 잔디밭에 코로나19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작가 수잰 브레넌 퍼스텐버그(Suzanne Brennan Firstenberg)의 설치 미술 작품 ‘인 아메리카: 리멤버(In America: Remember)’가 희생자 숫자를 의미하는 70만여 개의 백색 깃발로 표현되어 있다. 이 작품은 국가로서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보여주고, 코로나19로 사망한 모든 사람을 애도하기 위한 것이다. 수잰 브레넌 퍼스텐버그는 전국의 모든 희생자를 위해 깃발을 심었다.(p.358)

- 「코로나19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다 : 인 아메리카: 리멤버 캠페인」중에서

 

저자 : 이종혁

현재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며 공공소통연구소 소장이다. 광운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경희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국내 대기업 홍보팀을 시작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은 인터넷 포털회사의 홍보팀장, 국내 최대 PR컨설팅 그룹의 CEO 등을 역임했다. 『PR프로젝트 기획』,『여론을 만든 사람 에드워드 버네이즈』,『온라인 PR』등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Public Relations Review 등 국제 및 국내저널에 PR을 주제로 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종혁은 소통전략가다.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세상을 바꾸는 소통’을 화두 삼아 소통 전략 개발에 전념해 왔다. 100여 곳이 넘는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소통 관련 전략을 컨설팅하고 200여 건 이상의 캠페인과 갈등 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여론을 분석하고 소통을 통한 문제해결 전략을 수립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를 탐색하는 데 자연스럽게 마음을 쏟게 됐다. 2012년부터 공공캠페인 프로젝트 ‘작은 외침 라우드(LOUD)’를 전개 중이다.

최근에는 [차이나는 클라스 - 세상을 바꾸는 소통, PR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근년에는 공기관들과 협력해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테디 베어를 놓고, 군인들의 어깨에 태극기를 달게 하기도 했다. 기존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 내지는 적용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은 외침 LOUD’ 운동도 펼치고 있다.

 

저자 : 박주범

박주범은 사례 연구 기반의 정성 조사 전문가다. 현재 CBS 노컷뉴스 ‘캠페인 저널리즘?눈(NOON)’의 글로벌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카드 홍보실에서 근무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양한 산업과 정책 분야의 글로벌 사례 조사를 통해 다수의 연구 조직?컨설팅 기업과 협업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 사회와 ESG 경영 환경 속 기업에 필요한 글로벌 캠페인 사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도서관 불안척도 개발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일상적 만남의 담화 분석을 통한 정보탐색행위에 관한 연구’, ‘지식검색서비스 이용에 관한 실증적 연구’ 등을 수행해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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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2.8 독서평설 2022년 8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대입 논술고사를 대비하는, 고등학생용 월간 잡지이자 독서 문화를 이끌어가는 전통 깊은 월간지이다. 국내 최고의 필진이 갖춰진 잡지로서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의 벗으로서의 책임을 다하한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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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2.8 독서평설 2022년 8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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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독서평설』은 수능 논술시험 대비 고등학생용 잡지다. 올 8월호로서 통권 377호이다. 어림잡아 21년이 훌쩍 넘은 지령을 갖고 있다. 독자는 대학 입시 때 논술시험이 따로 없던 세대라 논술 시험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다. 주로 암기에 의존해 지식을 겨루던 시대였으므로 영어 듣기시험이 새로울 정도였던 때다. 다 늦은 나이에 웬 고교 논술시험 대비 잡지를 보려고 했느냐는 곁눈질도 있을 수 있으나 이 잡지에 대한 평가도 좋은 데다 어떻게 논술 시험을 치르나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거란 긍정적 시도이니 이 책을 읽는 나름의 이유는 갖춘 셈이다.

그러나 책을 펼치는 순간 다양한 분야의 알찬 내용에 깜짝 놀랐다. 독자가 고등학교 때는 입에 익숙지 않은 '철학'이란 단어부터 다소 위축감이 든다. 거기에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관련된 내용이라든지,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리기 쉬운 인간의 감정이나 감성 분야까지 조목조목 항목을 나누어 다루고 있다. 물론 처음 들어본 논리적 분야까지 담고 있다. 잡지가 원래 다양한 색깔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성격의 책이라 '그러려니' 생각하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책을 요즘 고등학생들이 본다는 게 오히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내용에 또 한 번 놀랐다.

 


 

독자가 대입으로부터 멀어진 지 수십 년이 흐른 데다 독자의 학창 시절에도 공부 잘하는 모범생에 못 들었기 때문에 깊은 공부를 못했다는 비난보다 사회생활하면서 책이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보다 더 풍부한 내용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책을 군데군데 읽으면서 들었던 가장 큰 느낌은 사회 비평이나 잘못된 사회 시스템,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 능력을 키우는 데도 이 책은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나 다름없는 「문화, 사람을 잇다」에서는 인권·동물권 기록 활동가 홍은전 씨 인터뷰를 통한 활동 모습을 담았다.

홍은전은 흑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그들이 들판을 뛰노는 모습을 구경한 뒤 고기를 구워 먹는 농장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방금까지 쓰다듬고 눈 맞춘 돼지와 구워져서 내 입에 들어오는 고기를 불판 앞에 앉아서도 연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무감하던 홍씨가 인권·동물권 기록 활동가로 활동키로 마음을 먹은 것은 한 편의 수필 때문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이 수필을 읽으며 "함께 사는 고양이가 얼마나 생생한 존재인지를 실감한 뒤로, 동물을 착취하는 식생활부터 멀어지기도 결심했다고 한다. 이때 읽은 한 편의 수필은 '세상을 거대한 문제로 보게 하는, 세계의 전복이었다고 표현한다. 책 한 권이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꾼 셈이다.

 


 

그와의 인터뷰를 작성한 이 기사는 "고등학교 교사를 꿈꾸던 대학교 4학년이던 2001년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대신 노들야학으로 갔다. 일생 동안 겪어 온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야학에서 그는 국어·사회 과목을 가르쳤다. 하지만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통과하도록 돕는 일보다 중요한 건 학생에게 당장 필요한 이동을 지원하고, 장애인권을 다루는 법과 제도를 이야기하고, 이동권 투쟁 집회에 참여해서 학생의 삶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사랑에 빠진 듯한 마음으로 노들야학 활동을 하던 홍은전은 2014년 교사직을 내려놓았다.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결정이엇따.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작업은 그의 첫 '기록' 활동이엇따. 이후에는 선감활동(1942~1982년 부랑아 선도를 명목으로 약 4,700명을 감금하고 노역시킨 경기도 안산의 아동 수용시설)·형제복지원(1975~1987년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시민들을 감금하고 노역시킨 부산의 수용시설) 피해 생존자 등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한 글로 옮겼다. 그의 사회운동가로서의 경험이 글로 남은 것이다. 살 만한 세상,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사회운동가로서의 첫 걸음의 기록일 터다.

 


 

그의 인터뷰 내용은 배우는 학생들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들어도 배울 만한 말들이 담겨 있다. "추상적인 마음을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글로 풀어내는 과정은 괴롭지만 즐거워요. 어떤 결말에 도착하든 저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죠." 그는 10년, 20년 뒤를 생각해 보낟면 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한 이 움직임이 우리를 지금보다 더 좋은 곳으로 이끌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란다. 세상은 분명히 바뀐다,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다. "세상이 문제라고 느낀다면 고립되지 않길 바랍니다. 혼자서는 '나'만 문제인 것 같은데, 생각을 공유하면 이것이 모두의 문제라는 걸 알게 돼요. 그때부턴 자기 에너지를 자신의 별남을 견디는 데 쓰는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타인을 위해, 곧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죠.

저 역시 동료들에게서 힘을 얻어요. 여러분도 좋은 화살표를 찾아 가세요. 좋은 커뮤니티를 찾아내서 '함께라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미 있는 활동'을 해 나가다 보면, 이전의 나보다 훨씬 나은 방향으로 가 있을 거예요." 그와의 인터뷰를 끝내며 이 글을 옮겨 적은 취재기자는 마지막 말을 덧붙이며 기사를 마감하고 있다. "그의 칼럼은 자주 어떤 글이나 영상, 단체 등을 소개하며 끝맺는다. 이번 인터뷰를 같은 방식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한겨레〉에 실리는 홍은전의 칼럼을 읽어 보시라. 당신도 이전과 다른 세계를 만나길 바란다."

 


 

이 책은 논술 대비 잡지다. 잡지의 성격 때문에 분야별로 각 기사를 싣고 있다. 먼저 크게 5개 분야로 나누고 있다. 〈문화의 창〉, 〈시대의 창〉, 〈입시의 창〉. 〈비문학의 창〉, 〈문학의 창〉, 그리고 각종 문화소식이나 입시, 단신 등은 〈그루터기에 앉아〉에 따로 모았다. 네 번재 〈비문학의 창〉은 다시 '인문, '사회', '과학'으로 나뉘어 있다. 이는 독자의 읽는 편의를 위해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8월호의 〈문화의 창〉에는 앞서 언급한 인터뷰 내용과 「마음의 렌즈로 세상을 찍다」란 제목 아래 케이채의 사진과 글을 실었다. 여름이란 점에서 '강원도의 힘-여름 바다와 산에서'가 주제다. 독자가 보기에는 사진과 짧은 글이 좋아 '휴식의 페이지'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독자에 따라서는 이 직업을 목표로 세울 수 있으리라 본다.

바다 사진을 게재했는데 동해안의 파란 바다가 아니라 일출의 아침 바다를 찍었다. "약간은 더 조용하게 일출을 마주하고 싶다면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 고성군의 해변에 서 보자. 여름의 새벽은 한낮과는 아주 달리 공기부터 서늘하다. 이른 새벽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껴보는 일, 올여름에 한 번쯤은 꼬 해볼 만한 경험이 아닐까? 이 란(?)의 케이채는 오대산국립공원의 숲길 사진도 올리고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의 월정사 전나무 숲(독자는 강원도 홍천 쪽만 알았는데 평창군 쪽에서도 가는 길이 있는 것 같다)은 너무 힘들이지 않으면서 여름의 녹음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장소다. 1,700여 그루의 전나무와 다양한 식물이 자리한 이 숲은 동그랗게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되어 있어서 길 잃을 염려가 없으며, 급한 오르막 없이 완만해 누구나 천천히 편하게 누비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문화의 창〉에 나오는 영화 소개도 볼 만하다. 독자가 영화를 좋아해서인지 눈에 확 띈다. 사진이 아니라 영화 제목이나 주연 배우 때문일까 싶다. 아무튼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보지 못한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이 책은 영화잡지도 아니고 문화잡지도 아니다. 영화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면 '논술 대비' 목적을 벗어난 일이다. 영화감상법, 영화 내용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갈등 요인, 이를 해결하는 과정, 그리고 여기서 도출된 문제에 대한 공감 등을 적어야 제대로 눈술 시험 대비 잡지란 성격에 맞을 것이다. 독자의 예측은 잘 들어 맞는다. 이 글은 영화잡지 전문기자의 외고를 받아 이 책에 실었다.

"선악의 경계에 연연하지 않는 「헤어질 결심」의 태도는 필름누아르(film noir, 암흑가를 다룬 영화) 장르의 도식을 닮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전복적 발상과 편집을 동원해 전례 없는 사랑 영화를 써내려 간다. 이 결과 익숙한 세속의 원리 위로 고답적인(속세에 초연한) 생(生)의 관념이 스며들고, 일상적 무대와 회화적 도상이 한자리에서 태연하게 뒤섞인다. 산과 바다, 침실과 범죄 현장, 한국어와 중국어를 오가며 전개되는 사랑과 의심의 교향곡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처럼 서서히 고조를 이루더니 마침내 객석의 장탄식을 더하며 악보를 끝맺는다. '결심'이란 단어의 무게에서 유추할 수 있듯 「헤어질 결심」은 '실패가 예정된 러브 스토리'다. 이야기는 부산의 어느 바위산에서 일어난 추락사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 장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인 중국 출신의 송서래(탕웨이 분)를 만나며 시작된다. 시대극에서 막 튀어나온 사람처럼 고풍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서래에게 매혹된 해준은 강렬한 심리적 동요를 체험한다."

 


 

이 밖에도 이 책엔 읽을거리, 흥미거리, 읽어서 지식도 쌓고, 논술 시험에도 도움이 될 만한 기사로 가득하다. 〈시대의 창〉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개통령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왜 방송을 안 탈까?, 부총리의 '임금인상 자제' 요청, 타당한 지적? 부적절한 개입?,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부족국가?,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 개편 추진 등 시사적인 문제도 많다. 또 〈비문학의 창〉의 「인문」 분야에서는 '에볼린의 역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정조는 독살당했을까?' 등 흥미거리와 관심거리가 섞였다. 그러나 만일 이 분야에서 문제가 출제된다면 어떤 형식의 눈술 문제가 나올지 늘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크게 전해져 온다.

수험생에게는 빠짝 긴장의 끈을 당기는 역할도 함께한다. 「과학」 분야으 '플라스틱 행성', '모든 것을 기억하면 행복할까?', 4차산업혁명과 감시사회'를 다루고 있다. 〈문학의 창〉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 연재물로 '여덟 번째 세계 : 독사', '이 세계는 그냥 이대로 망해 가는 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습니다'라는 〈한겨레〉 2020년 7월 4일자 신문 기사를 실었다. 「다독다독 시선」에는 이성복의 '사랑의 기술', 문정희의 「비망록」에 대한 시 설명과 해석 등 감상을 담았다. 소설로는 황순원의 「너와 나만의 시간」을 싣고 문학평론가 허희의 작품 해설을 함께 게재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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