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비비안 마이어』는 한 사진 작가의 단순한 전기(傳記)처럼 보이지만 전기보다는 예술가의 '작가론'을 쓴 것이다. 일생을 조명함으로써 예술관부터 그의 예술세계를 규정할 수 있는 책이다. 사진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는 만큼 생애가 제대로 알려진 것도 없다. 이 책의 저자 앤 마크스의 집념이 없었다면 우리 앞에 그의 예술은 물론 삶도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미국 시카고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사진으로 비비안 마이어는 순식간에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남긴 놀라운 작품과 베일에 싸인 삶은 곧바로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비비안은 생전 자신의 과거를 워낙 깊이 감추어 그와 함께 살던 고용주들도 그가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지 않았는지, 왜 현상도 하지 않은 수많은 필름들을 창고에 그대로 방치해두었는지 누구도 답할 수 없었다. 앤 마크스는 창고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8톤의 잡동사니와 작가의 개인적 기록을 샅샅이 훑고, 프랑스 시골 마을과 뉴욕의 문서 보관소를 뒤졌다. 저자는 14만 장에 이르는 아카이브에 접근할 유일한 권한을 프랑스 재판관으로부터 허락받아 이 미스터리한 사진 작가의 유일무이한 초상화를 완성해냈다. 치밀한 조사와 끈질긴 추적 끝에 이 책은 혼외자, 중혼,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를 밝히고 있으며, 그 굴레에서 빠져나와 독립적이고 진취적으로 자기 삶을 구축해나간 한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를들려주고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을 아우르며,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주제와 기술, 장비에 대한 설명은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가장 친절한 작품 해설처럼 다가온다. 비비안 사후의 작품 소유권과 처리 방법을 둘러싼 논쟁 및 그에 얽힌 오해들까지 풀어줌으로써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이 그의 작품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책이 바로 이 책 『비비안 마이어』다. 독자의 사진 예술에 대한 무지를 일깨워줄 이 책을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책에 따르면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 나온 상자가 미국 사진계를 발칵 뒤집어놓고 전 세계에 ‘비비안 마이어 현상’ 이라 불러도 좋을 열풍을 일으키기까지, 모든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자신이 집필할 책에 실을 자료 사진을 구하기 위해 경매장에 들른 청년은 사진과 네거티브 필름,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현상조차 하지 않은 필름들로 가득한 상자를 구매한다. 시험 삼아 인화해본 사진들에 매료된 청년은 그중 몇 장을 인터넷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렸고,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무명 작가의 작품에 열광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작가의 작품과 삶이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강연과 전시가 열렸으며, 베일에 싸인 작가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되어 수십 개 나라에서 개봉되었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에게 다가갈수록 더 많은 비밀과 의문이 쌓였다. 프랑스에서 자랐고, 뉴욕과 시카고에서 보모로 일했으며, 극히 제한된 인간관계를 맺었다는 것 외에는 도무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무례하고 오만하며 심술궂은 ‘사악한 마녀’였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중하고 다정하며 책임감 강한 ‘메리 포핀스’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14만 장에 이르는 작품을 남길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그 결과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대부분의 필름을 현상조차 하지 않은 채 상자에 넣어 창고에 방치했고, 창고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다. 가장 친한 지인이나 고용주도 그의 기본적인 가족관계나 성장 배경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었고, 어떤 이는 자신의 보모에게 카메라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사실도 저자의 끈질긴 추적 끝에 밝혀졌다.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이처럼 모순적이고 미스터리한 작가의 삶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겨둔 채 끝을 맺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앤 마크스는 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다. 8톤의 창고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잡동사니 가운데 비비안의 흔적을 쫓을 수 있는 단서를 찾고, 프랑스 시골 마을과 뉴욕 문서 보관소를 뒤졌다. 이런 활동 덕분에 어쩌면 비비안이 평생 숨기고 싶었을 집안의 가계도도 완성한다. 저자는 14만 장에 이르는 아카이브에 접근할 유일한 권한을 프랑스 판사로부터 허락받아 비비안의 작품을 그의 삶의 맥락에서 해석할 단초를 마련한다.

 


 

치밀한 연구와 끈질긴 추적 끝에 무심하고 냉담한 겉모습 뒤에 지성과 연민과 영감으로 가득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 자신의 작품을 금세기 사진 분야의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만들 창조적이고 진지한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침내 비비안 마이어라는,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사진가의 삶과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저자 앤 마크스는 비비안 마이어라는 다층적인 인물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비밀들에 다가서기 위해 가장 먼저 그의 가장 가까운 가족의 가계도를 추적하고 혼외자, 중혼,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얽힌 복잡한 가족사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비비안의 오빠인 칼 마이어의 존재와 그 불운한 삶을 최초로 밝혀냄으로써 비비안의 사후 유산 처리를 둘러싼 문제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한 바 있는 저자는,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에서 비비안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타협하지 않는 정신에 주목한다. 과거와 과감하게 절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삶을 유지했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보모 일을 감수했으며, 그 와중에도 비비안 마이어는 그 자신으로 살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1950년 이모할머니가 남기고 간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 비비안 마이어는 그곳에서부터 40여 년간 지속될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박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엄청난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오트잘프의 날카로운 봉우리, 깊은 계곡, 거친 시골 풍경, 무엇보다 독실한 가톨릭 전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지역 사람들과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었다. “과거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다”라고 했던 수전 손택의 말이 떠오를 만큼, 이 시절 초기 작품에는 비비안이 처음부터 부지런히 사진 기술을 익혔고, 촬영 대상과 주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증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스 카메라를 정사각형 모양의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는 롤라이플렉스로 바꾼 뒤, 비비안의 작품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급격히 성장한다.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시카고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비비안은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순수한 것, 뒤틀린 것 모두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했고, 도시와 시골의 풍경에서 고유의 대칭과 패턴과 질감을 발견했으며, 그 유명한 자화상 사진들을 통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박할 수 없는 증거로 세상에 보여주었다. 드디어 예술가로서의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책에 따르면 비비안 마이어는 카메라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진지한 사진작가를 꿈꾸었다. 그러나 동료 사진작가들과 교류하고, 사진엽서를 만들어 판매하려는 등의 노력과 시도는 어느 시점부터 사라지고, 평생 찍은 14만 장의 사진 대부분을 현상도 하지 않은 채, 상자 속에 던져넣고 창고에 봉인해버린다. 자신의 사진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기로 한 비비안 마이어의 결심은 그의 사후 유산 처리 과정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킨 요소였고,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은 그의 작품을 음미할 때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묘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비비안 마이어를 둘러싼 미스터리 중 가장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을 것만 같은 이 지점에서 앤 마크스는 한편으로는 ‘세상과 담을 쌓은 불운한 천재’라는 식의 납작한 해석을 거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간 언론과 전문가들이 의도적으로 간과해왔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비비안을 옭아매온 ‘저장 장애’와 편집증의 원인 및 그 영향을 재조명한다.

 


 

비비안에게 사진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한 사진 작가가 세상에 대한 자신의 깊은 이해를 드러내고 그 세상에 참여하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고풍스러운 옷차림, 바셀린을 듬뿍 바른 무표정한 얼굴에 단호하고 직설적인 말투, 남성용 구두를 신고 두 팔을 휘저으며 군인처럼 소리 내어 걸었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지만 거리를 오가는 이들을 찍을 때면 무례할 정도로 거침없이 돌진했던 사람으로 비비안 마이어를 기억한다. 그러나 비비안 마이어는 오버사이즈 코트 아래에 리버티 오브 런던의 화려한 패턴이 새겨진 블라우스를 입었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다방면의 지식과 놀라운 유머 감각을 보였으며, 카메라에 담은 피사체의 반응에 늘 신경 썼다.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메리카 인디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에게 저장 장애와 편집증의 그늘을 드리웠지만 그 순간에도 사진은 그에게 세상과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였다. 비비안은 그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라도 그 세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했다. 저자는 비비안이 남기고 간 유산들, 그의 작품 외에 수많은 녹음테이프, 영상, 끄적인 메모, 촬영 일지, 개인적인 수집품을 샅샅이 살펴 그가 매 순간 취했을 선택들을 연대기적으로 되살리는 가운데 이 복잡한 인물의 내면과 그 안의 투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 거리 사진의 거장 조엘 마이어로위츠는 비비안의 작품이 “유머와 통렬함, 비극,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평하며, 작가에게서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정확한 안목을 발견한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아이부터 한밤중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경찰에게 끌려가는 주취자까지 세상의 모든 표정을 다 담은 듯 개성 넘치고 유머러스한 거리의 모습,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완벽한 구도로 보여주는 도시의 풍경들, 신문의 사회면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각종 범죄 사진과 유명인들의 파파라치 사진, 그리고 진지한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면서도 분열하는 듯한 이미지의 묘한 자화상들까지 비비안의 작품이 걸치고 있는 장르는 실로 광범위하고, 다루는 주제 또한 안온한 중산층의 삶부터 도시 안에서 장벽과 균열을 만들어내는 인종과 계급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그 너른 폭의 작품에서 우리는 공통적으로 세상을 향한 연민 어린 시선과 휴머니즘, 자신이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진정성, 그리고 인간의 삶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역설과 모순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 친밀감을 표하기 위해 신체적인 접촉을 하려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포옹이나 키스를 하지 않아요”라며 거리를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받으면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에요”라며 선을 그었던 매몰차고 무뚝뚝한 인물이 어떻게 이처럼 인간미 넘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가 직면했던 불운과 장애, 그것을 넘어서려 했던 비범한 의지를 이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세상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그 세상을 그렸던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가 평생 무엇을 위해 싸웠고, 무엇을 향해 나아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에 다가섬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그가 남긴 작품의 진정한 가치, 그가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려 했던 그 깊고 내밀한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을 아우르며, 그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주제와 기술, 장비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작품 해설이다. 저자는 비비안 사후의 작품 소유권과 처리 방법을 둘러싼 논쟁 및 그에 얽힌 오해들까지 풀어줌으로써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이 그의 작품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 :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이어는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독신으로 남의 집을 전전하며 보모,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일했다. 큰 키에 마른 체형이었던 비비안 마이어는 늘 헐렁한 남자 셔츠, 구식 블라우스, 단순한 디자인의 중간 길이 치마를 입고, 돌돌 말아 내려 신은 스타킹과 끈을 묶는 튼튼한 신발 차림으로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독특한 억양과 강한 자기주장, 직설적이며 무뚝뚝한 성격 탓에 가까이하기를 꺼려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주변인들은 그녀를 가식 없고 놀랄 만큼 지적인 사람이었다고 평한다. 보모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틈틈이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을 찍었고, 그중 25년 이상을 6X6cm 크기의 정사각형 사진을 만들어내는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사용했다. 평생에 걸쳐 수십 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었지만 2009년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저자 : 앤 마크스(Ann Marks)

30년 동안 대기업의 임원으로 일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최고 마케팅 경영자로 근무했다. 오랜 기간 기업에서 일하며 보통 사람들의 행태를 분석해온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특유의 끈질김과 인내로 14만 장에 이르는 비비안 마이어의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허락받아 집필의 기초를 마련했으며, 지금은 비비안의 삶과 작품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요한 출처가 되었다. 저자의 추적 기사는 「시카고 트리뷴」, 「뉴욕 타임스」, 「AP 통신」 등을 포함한 주요 언론에 실렸다.

 

역자 : 김소정

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한다. 동네에서 꾸준히 하고 있는 독서 모임과 번역계 동료들과 함께하는 번역 공부로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오랫동안 번역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옮긴 책으로 마커스 초운의 『이 작은 손바닥 안의 무한함』, 『만물과학』을 비롯해 『여자, 뇌, 호르몬』,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생물학』,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 『호수, 비밀의 세계』,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 나는 나답게 사는 게 편해
박찬위 지음 / 떠오름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익숙해진다고 소중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익숙함과 소중함은 비례한다. 익숙함과 편안함보다 소중한 건 없다. 어쩌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 중 가장 익숙한 산소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 나는 나답게 사는 게 편해
박찬위 지음 / 떠오름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는 살아가며 누구나 겪는 만남-헤어짐-만남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사색의 결과를 들려주는 에세이다. 저자 박찬위는 특히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저자의 사색이 더해져 삶의 모든 인간관계로 확대되지만 근간은 사랑과 이별에 있다. 우리 삶의 근간인 가족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이성을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서로 사랑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렇게 그들은 한 가족을 이룬다. 인간의 삶의 방식이고 어찌 보면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류 출현 이후 그렇게 사람 대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람과 사랑, 삶을 대하는 법은 서툴기만 하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관계에서 좋은 영향을 받다가도 의도와 달리 상처를 받기도 한다. 저자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랑과 이별을 하면서 삶을 지속해오고 있을 터, 그의 경험과 사색은 우리에게 삶의 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반갑다. 저자는 책을 통해 깨달은 것들과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의도적인지, 그런 성향인지 모르지만 다소 과거를 애써 잊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일을 위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괜히 기분이 우울한 날,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나는 사소한 것에도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이라 그 사람의 아주 작은 흔적들만 스쳐도 그 사람이 생각난다. 당신이 남기고 간 추억의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감정이 다시 날 찾아온다. 행복하기도,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다를 지나버린 과거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 현재의 나를 있게 한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과거를 가슴속에 가두거나 묶어두고 새로운 내일을 산다는 것은 극복의 방식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과거든 현재든 기억을 가슴에 묻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뜻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니체식 고민 해결책이라고 해야 할까? 니체는 외롭고 불안한 자신에게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기준을 모두 해체하고, 모든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인생을 지탱해온 생각이 무너지고, 지나온 시간을 부정당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묻고 해답을 얻어 고민과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는 니체의 철학과 닮았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다루는 일이나 감정, 상황들이 소재이고 그것에 대한 경험과 사색을 통해 내일을 향하도록 저자의 눈은 열려 있다. 굳이 각 부를 한데 묶는 일렬 방식도 사용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의 일이나 감정을 쓰고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저자의 사색을 통해 보여주는 게 책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그래서인지 1부 첫 장(章)의 제목이 「해피 엔딩」이지만 굳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저 상황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사유를 적을 뿐이다.

"이번에도 이별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만나도'헤어지자' 단 말 한 마디에 끝나버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약속했던 영원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나는 너를 그리워하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다. 왜 이별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몇 번의 이별을 반복하다 보면 무뎌질 법도 한다. 어쩌면 당신도 이별 중이겠지. 몇 번이나. 매번 영원할 것처럼 시작한 사랑이라고 해도 결국 끝을 맞았겠지 (···) 나 역시 이번에도 이별을 맞았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이별은 모든 것이 끝나는 새드 엔딩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암시하는 해피 엔딩이어야만 한다.

 


 

저자의 생각은 자유로움으로 이리저리 방황해도 「다시 사랑」에 이른다. "한 사람과 헤어지면 한 번 죽은 것과 다름없다. 누군가를 내 삶 안에 들이고 그 사람과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살아왔으니까. 그러니까 이별한 사람들이 죽을 만큼 힘들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과장이 아닌 것이다. 하나의 목숨이 사라진 것 같으니까. 또 다른 나였던 그 사람이 내 삶을 떠난 거니까."

그러나 저자의 한 번 죽음은 영원한 죽음이 아니다. 독자들을 향해 말을 내놓는다. "나 혼자 남아 허진해진 그 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당신의 전부가 사실은 아니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당신은 혼자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물론 그 사람이 당신의 삶에 머물다가 떠난 지금의 당신이 온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당신은 누군가가 옆에 있지 않을 때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힘들겠지만 이제는 다시 나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올 때다.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고 혼자 길거리를 걷는 것에 익숙해지자. 조금 외롭겠지만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는 걸 알아갈 무렵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것이다. (···)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상처 때문에 시작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한 번 죽음이 영원한 죽음이 되지 않으려거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노력은 사랑할 때 노력과 이별 후 노력이 모두 포함된다. "당신이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노력해라." 저자는 이어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지 않으면서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달라는 것은 그저 당신의 욕심이고, 이기심일 뿐이다. 사랑은 전하지 않으면 닿지 않는다. 표현하고 말로 꾸준히 심어주어야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사랑은 이기적인 듯 활동적이다. 경험과 사랑에 대한 사유의 결과다.

"연애는 봉사활동이 아니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사랑의 확신을 얻기 위해서 늘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표현 없이 늘 상대방을 외롭게 만들면서 '나는 원래 이래'라는 핑계로 정당화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사랑의 표현은 아무리 해도 모자라다. 질리도록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표현해라.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늘 행복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사랑론'은 거창하지 않다. TV 드라마에서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진부한 표현의 나열이래도 사랑을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이면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별 후 모든 행동은 진실이지만 후회다. 「헤어지고 느낀 14가지 진실」을 저자는 책에 남겼다. 몇 가지만 여기에 적어본다.

① 다시 돌아갈까 말까 고민된다면 돌아가라. 또 다시 이별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

② 연애를 하는 동안 못해줬던 것들에 대한 후회는 내 몫이다. 후회는 정말 아무리 빨라도 늦다. 곁에 있을 때 잘하지 못했던 것만큼 후회하고, 후회한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③ 가장 날 아프게 하는 건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링라는 걸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다. 나 자신을 희망고문 하는 건 그만두자. 잊어야 할 사람은 그만 잊어야 한다.

④ 우리는 항상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과, 더 행복한 연애를 이어나가는 법만 배운다. 떠나는 법은 모른다. 떠날 줄도 알아야 한다. 인연을 끝내는 법도 알아야,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는 법.

⑤ 영원한 건 없다. 영원히 사랑할 수도, 영원히 아플 수도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⑥ 그럼에도 사랑은 다시 찾아온다. 지금 당장 죽을 만큼 아프고 힘들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사랑은 찾아온다. 그 사람보다 더 큰 사랑을 가지고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그럼 당신은 그 사람과 함께 내내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당신은 다정한 사랑을 가득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사랑하고 또 이별 후에야 만나는 진실은 후회이지만 추억이다. 행복한 기억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당신과 보냈던 그 시간들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가장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었고, 이별조차도 사랑이었습니다. 이별할 때에 당신이 그랬지요. 제가 잘 지내길 바란다고. 그래야 나중에 저를 볼 때 '그땐 그랬지' 하며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이제 정말 잘 지내보려 합니다. 행복해질까 합니다. 당신이 제 첫사랑이라 진심으로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정말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훗날 서로 얼굴 봐도 어색하지 않을 그 때가 오면 그 환한 미소와 특이한 웃음소리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여주기를."이라고 당부한다.

 

저자 : 박찬위

 

삶, 사랑, 사람

우리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만들기도,

가장 행복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고통과 행복의 연속인 나날들

그럼에도 행복한 날들이

더 많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인생에는 그림이 필요하다 - 파도치는 인생에서 나를 일으켜준 명화들
이서영 지음 / SISO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품에 담긴 화가의 결연한 철학이나 미술사조와는 관계없이 오늘 내 인생에 희망과 용기를 건네주는 그림이 위대한 걸작이고 명화가 아닐까? 저자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명화 감상과 내 삶을 되돌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인생에는 그림이 필요하다 - 파도치는 인생에서 나를 일으켜준 명화들
이서영 지음 / SISO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화에 담긴 화가의 결연한 철학, 시대적 사조와는 무관하게 오늘 내 인생에 힘을 주는 그림이 바로 ‘위대한 걸작’이다." 는 메시지가 이 책 『우리의 인생에는 그림이 필요하다』에 담긴 주제다. 저자 이서영은 공예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림 읽어주는' 전시 도슨트 활동도 했지만 인생이 힘들고 마음이 지칠 때마다 명화를 보며 희망과 용기를 발견한 것으로, 그림을 배우고 미술 전공의 의의를 찾는다. 저자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림 속 주인공 혹은 그림을 그린화가의 마음에 공명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로와 치유를 얻곤 했다고 말한다. 그 강렬한 위안과 격려를 받았던 경험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모두 4개의 파트로 이뤄진 책에서 1부 「인생에 거센 파도가 몰아칠 때」에서는 유독 마음이 뾰족해지던 날들의 이야기, 2부 「내 영혼을 일으켜 세워야 할 때」에서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내던 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 3부 「희망 속에서 삶의 길을 발견할 때」에서는 인생에서 삶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던 순간들의 이야기, 4부 「진정한 나 자신을찾아야 할 때」에서는 스스로 자신을 응원하고 일으켜 세우던 날들의 이야기가 명화와 함께 담겨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명화에 대해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미술을 보며 그 화가의 마음이 궁금해졌고, '내가 그림을 보며 느끼는 이 감정이 도대체 뭘까?'라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밝힌다.

 


 

이때 저자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온 첫 명화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1599)」이라는 그림이었다.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마르가리타 공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저자는 전제하고, "거울에 비친 두 명의 사람들 그림 속에는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거울에 비친 두 명의 사람들 그리고 복잡하면서도 모호한 시각적 장치는 화면 내부의 재현된 세계와 화면 밖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의 예술적 열망뿐 아니라 고귀한 신분에 대한 열망이 함께 투영되어 있다는 것. 화가로서의 영원한 명성을 보장해주기를 바랐던 벨라스케스는 귀족의 신분을 얻고자 했던 목표를 실현시켜 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작품에 임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신분 상승에의 욕망 그 당시 저자가 가지고 있던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 듯해 더 이 작품에 매료됐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명화라는 매력을 알아갈 즈음 공허한 마음과 힘든 육체를 이끌고 미술관을 찾아다녔고, 고흐의 원작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고 말한다. 머리가 멍해지고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뭔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를 그런 느낌이었다고 한다. 이후 빚을 내서라도 그림을 찾아다녔고 오랜 반추를 통해 조금씩 글로 풀어내고 싶어 이 책을 쓴다고 밝힌다. 이 책의 발간 취지다.

 

 

저자의 경험을 「프롤로그」를 통해 독자들에게 밝히는 이유는 독자들이 명화를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쉼표를 찾아보라는 의미에서다. 명화를 통해 인생을 만나고, 명화를 통해 인생의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다는 저자는 '진정한 나' 를 찾는 데 명화가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의 첫 그림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다. 저자는 이 그림에 '낮과 밤'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늘은 맑고 쾌청한데 불이 꺼진 듯 조용한 새벽녘 같은 느낌이다. 낮과 밤은 우리의 마음과 참 닮았다. 그래서 더 슬플 때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라는 것.

저자에 따르면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 기법*은 저자의 마음에도 마술을 부린다.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르겠지만 은은하게 몽환적으로 비추고 있는 가로등이 저자를 그림 속으로 자주 끌어들였다. 꿈속에 서 있는 듯한 몽롱함을 안겨주며, 지금 슬프고 힘든 것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고 속삭인다. 하나의 슬픔을 애써 이겨내고 나니,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다. 그것도 더 밝은 모습 뒤에 숨어서 찾아왔다. 이번에는 안 속으리라 다짐했건만 또 속고 만다. 이렇게 세상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을 사는 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이렇게 또 알게 된다. 마치 철학자 니체가 외롭고 불안한 나에게 나를 낮게 평가하는 기준을 모두 해체하고, 사실은 내 모든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 데페이즈망(depaysement) : 미술상의 쉬르리얼리즘(초현실주의) 기법. 어떤 물건을 일상적인 환경에서 이질적인 환경으로 옮겨 그 물건으로부터 실용적인 성격을 배제하여 물체끼리의 기이한 만남을 현출시키는 기법이다. 원래 ‘환경의 변화’를 뜻하는 말로서, 이 방법으로 보는 사람의 감각의 심층부에 주는 강한 충격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 그림은 명화에 관한 책을 한두 번 읽어본 독자들은 금세 알겠지만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선상 파티의 점심」이다. 대체로 부르조아적 삶을 표현했던 르누아르지만 그의 작품에서 저자는 자신을 가끔 발견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즐겁게 즐기고 있는 듯한 오후의 만찬에서 사람들은 날씨도 즐기고 분위기도 즐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림 속에서는 그 누구도 서로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이들은 없다. 마치 친구한테 속내를 털어놓지만 친구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나를 공감해주고는 있지만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는 허했던 마음이 잠시나마 스쳐 간다. 그렇게 르누아르와 공감을 해본다. 그림을 알아갈수록 화가의 삶, 누군가의 삶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행복해 보이지만 사람들 속 고독을 표현하려 했던 르누아르의 모습이 보인다. 화려했던 미술계에서 많은 외로움을 느꼈던 르누아르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자는 공감해본다. "나만 빼고 세상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나만 힘든 것 같았고, 나만 늘 외로운 것 같았다. 혼자 아등바등 세상과 맞서 싸우며 살아가지만 모두가 평온하게 잘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속에 르누아르가 없는 것처럼 내 인생에도 내가 없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는 관객일 분이다. 뜬금없이 친구가 묻는다. "너는 왜 그렇게까지 혹독하게 살아가냐"고. 나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인지 나를 알면서도 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내 마음에 여유가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의 마음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좋아 보일 뿐이고, 자신의 삶이 아니기에 더 나아 보일 뿐이다. 세상에 나가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가는 나는 모든 가면을 벗고 나답게 살고 싶다고 허공에 외치곤 한다." 저자의 감상평이다.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르누아르의 작품에 투영시키고 르누아르의 답변을 그림을 보며 듣는 것이다.

 


 

저자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바다는 잔잔한 것 같지만 때로는 커다란 파도로 감정을 표시하고 침묵하는 것 같지만 바닷속에는 고래도 산다. 저자는 바다가 있는 그림을 보며 감정을 바다에 실어 보내기도 한다. 저자는 바다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던 윈슬러 호머를 떠올린다. 삽화가라는 경력 덕분인지 미국의 남북 전쟁 최전선에 기자로 파견되어 전쟁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 기회가 호머의 예술적 장르로 자리매김한 계기가 된다. 자연의 웅장함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호머의 작품을 보면 가라앉은 저자의 마음도 힘을 얻는다. 호머는 암석 위와 주변에서 격렬하게 솟구치는 파도를 그려내기도 했는데, 날씨가 좋을 때는 호머가 가장 좋아하는 낚시를 즐기기도 한 모양이다.

어느 한여름 어촌을 방문하여 어부들의 일과 삶을 보며 화폭에 담은 「The herring net(1885)」는 두 사람이 자연의 힘과 인간의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장면을 묘사했다. 자연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어부들의 삶을 그려놓은 이 작품에서 저자는 한없는 긴장감 속에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부들의 생계를 잡고 흔드는 바다의 날씨가 매서운 이 그림은 수평선의 안개가 배경이 되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닳고 낡은 목선을 타고 파도와 싸우는 어부들의 삶과 저자 자신의 삶이 같다고 공감한다. 어부들은 늘 그래왔다는 듯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균형을 자기 위해 한쪽 배 귀퉁이에 무게를 실어주고 한 어부는 열심히 청어를 잡아 올린다. 어부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 그 어떤 어려움도 그들의 것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머의 작품은 다소 제한된 색을 사용한 듯하지만 그 제한된 색 안에서 휘몰아치는 물속의 작고 무력해 보이는 사람이 강하게 대응하는 장면을 보태 힘을 전달하는 것 같다.

 


 

저자는 자발적 고독을 자처한 이후로는 집중과 몰입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특히나 글을 쓰는 것은 몰입 상태를 길게 유지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짬이 날 때 쓰는 잠깐씩의 글은 글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이후,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가 되어야만 했다는 소중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마음과 감정에 따라서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는 걸 존 앳킨슨 그림쇼의 작품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도시 풍경의 야경 및 거리 풍경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가장 잘 알려진 영국 빅토리아 시대 예술가인 존 앳긴슨 그림쇼의 작품은 저자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알려주는 메시지 같았다고 밝힌다.

"깜깜한 밤을 혼자 걷지 못하는 나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가야만 하는 집으로 가는 길목이 기분에 따라 참 다르게 와닿았다고. 「Tree Shadows on the Park Wall(1872)」의 작가 그림쇼는 '달빛 화가'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화가이다. 그가 그린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 달빛이 비치는 적막한 도시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풍기는 고독과 정적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달빛에 비치는 작은 불빛에 의지하는 모습에 가슴 한켠이 따뜻하기도 하다. 고독과 달빛이 드리우는 적적한 골목을 걸어가는 모습에서 하루 힘든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울컥한 마음이 되기도. 공감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물도 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차라투스트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림 속 여인은 자신의 정신세계와 고독을 즐기느라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할지도 로른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존재를 지킬 수 없다."

 


 

저자는 또 고흐의 그림을 보며 사색에 잠겨보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예술가가 밤을 좋아했다. 고흐 또한 밤을 좋아한 화가 중 한 명이다. 저자는 고흐의 그림을 보면 참 행복하다. 특히나 밤에 작업하기를 좋아한 고흐의 삶이 저자의 삶과 고스란히 닮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밤만이 줄 수 있는 느낌들이 좋다고 한다. 독자가 끼어들자면 그래서 고흐를 좋아한다는 것은 조금은 '아전인수격'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독자가 밤을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아무튼 독자와 저자의 느낌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 잠시 눈을 감고 고흐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테라스에 앉아본다. 고흐의 그림 속 테라스에 앉아 별을 보며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는 행복한 생각을 해본다. 비로소 독자도 좋다. 공감하니 더 좋다. 저자의 그림 감상에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조금씩은 알아갈 것 같다.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릴 무렵 고흐가 여동생에게 쓴 편지 중 일부가 소개된다.

"푸른 밤, 카페 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매우 놀라게 하지. 창백하리만치 옅은 하얀 빛은 그저 그런 밤 풍경을 제거해 버리는 유일한 방법이지.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했어.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밝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저자 : 이서영

 

공예디자인을 전공했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경산에서 Giant코끼리 미술교육원을 운영 중이며, 전시 도슨트로도 활동했다. 초·중·고등학교, 기업, 문화공간, 공중파 매체 등에서 다수의 특강을 하고 있고, ‘그림 읽어주는 언니’라는 교육을 기획해 명화를 일상에서 좀 더 가볍게 만나는 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