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 나는 나답게 사는 게 편해
박찬위 지음 / 떠오름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익숙해진다고 소중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익숙함과 소중함은 비례한다. 익숙함과 편안함보다 소중한 건 없다. 어쩌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 중 가장 익숙한 산소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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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 나는 나답게 사는 게 편해
박찬위 지음 / 떠오름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는 살아가며 누구나 겪는 만남-헤어짐-만남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사색의 결과를 들려주는 에세이다. 저자 박찬위는 특히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저자의 사색이 더해져 삶의 모든 인간관계로 확대되지만 근간은 사랑과 이별에 있다. 우리 삶의 근간인 가족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이성을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서로 사랑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렇게 그들은 한 가족을 이룬다. 인간의 삶의 방식이고 어찌 보면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류 출현 이후 그렇게 사람 대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람과 사랑, 삶을 대하는 법은 서툴기만 하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관계에서 좋은 영향을 받다가도 의도와 달리 상처를 받기도 한다. 저자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랑과 이별을 하면서 삶을 지속해오고 있을 터, 그의 경험과 사색은 우리에게 삶의 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반갑다. 저자는 책을 통해 깨달은 것들과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의도적인지, 그런 성향인지 모르지만 다소 과거를 애써 잊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일을 위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괜히 기분이 우울한 날,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나는 사소한 것에도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이라 그 사람의 아주 작은 흔적들만 스쳐도 그 사람이 생각난다. 당신이 남기고 간 추억의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감정이 다시 날 찾아온다. 행복하기도,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다를 지나버린 과거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 현재의 나를 있게 한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과거를 가슴속에 가두거나 묶어두고 새로운 내일을 산다는 것은 극복의 방식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과거든 현재든 기억을 가슴에 묻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뜻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니체식 고민 해결책이라고 해야 할까? 니체는 외롭고 불안한 자신에게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기준을 모두 해체하고, 모든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인생을 지탱해온 생각이 무너지고, 지나온 시간을 부정당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묻고 해답을 얻어 고민과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는 니체의 철학과 닮았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다루는 일이나 감정, 상황들이 소재이고 그것에 대한 경험과 사색을 통해 내일을 향하도록 저자의 눈은 열려 있다. 굳이 각 부를 한데 묶는 일렬 방식도 사용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의 일이나 감정을 쓰고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저자의 사색을 통해 보여주는 게 책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그래서인지 1부 첫 장(章)의 제목이 「해피 엔딩」이지만 굳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저 상황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사유를 적을 뿐이다.

"이번에도 이별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만나도'헤어지자' 단 말 한 마디에 끝나버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약속했던 영원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나는 너를 그리워하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다. 왜 이별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몇 번의 이별을 반복하다 보면 무뎌질 법도 한다. 어쩌면 당신도 이별 중이겠지. 몇 번이나. 매번 영원할 것처럼 시작한 사랑이라고 해도 결국 끝을 맞았겠지 (···) 나 역시 이번에도 이별을 맞았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이별은 모든 것이 끝나는 새드 엔딩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암시하는 해피 엔딩이어야만 한다.

 


 

저자의 생각은 자유로움으로 이리저리 방황해도 「다시 사랑」에 이른다. "한 사람과 헤어지면 한 번 죽은 것과 다름없다. 누군가를 내 삶 안에 들이고 그 사람과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살아왔으니까. 그러니까 이별한 사람들이 죽을 만큼 힘들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과장이 아닌 것이다. 하나의 목숨이 사라진 것 같으니까. 또 다른 나였던 그 사람이 내 삶을 떠난 거니까."

그러나 저자의 한 번 죽음은 영원한 죽음이 아니다. 독자들을 향해 말을 내놓는다. "나 혼자 남아 허진해진 그 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당신의 전부가 사실은 아니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당신은 혼자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물론 그 사람이 당신의 삶에 머물다가 떠난 지금의 당신이 온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당신은 누군가가 옆에 있지 않을 때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힘들겠지만 이제는 다시 나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올 때다.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고 혼자 길거리를 걷는 것에 익숙해지자. 조금 외롭겠지만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는 걸 알아갈 무렵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것이다. (···)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상처 때문에 시작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한 번 죽음이 영원한 죽음이 되지 않으려거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노력은 사랑할 때 노력과 이별 후 노력이 모두 포함된다. "당신이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노력해라." 저자는 이어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지 않으면서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달라는 것은 그저 당신의 욕심이고, 이기심일 뿐이다. 사랑은 전하지 않으면 닿지 않는다. 표현하고 말로 꾸준히 심어주어야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사랑은 이기적인 듯 활동적이다. 경험과 사랑에 대한 사유의 결과다.

"연애는 봉사활동이 아니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사랑의 확신을 얻기 위해서 늘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표현 없이 늘 상대방을 외롭게 만들면서 '나는 원래 이래'라는 핑계로 정당화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사랑의 표현은 아무리 해도 모자라다. 질리도록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표현해라.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늘 행복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사랑론'은 거창하지 않다. TV 드라마에서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진부한 표현의 나열이래도 사랑을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이면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별 후 모든 행동은 진실이지만 후회다. 「헤어지고 느낀 14가지 진실」을 저자는 책에 남겼다. 몇 가지만 여기에 적어본다.

① 다시 돌아갈까 말까 고민된다면 돌아가라. 또 다시 이별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

② 연애를 하는 동안 못해줬던 것들에 대한 후회는 내 몫이다. 후회는 정말 아무리 빨라도 늦다. 곁에 있을 때 잘하지 못했던 것만큼 후회하고, 후회한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③ 가장 날 아프게 하는 건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링라는 걸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다. 나 자신을 희망고문 하는 건 그만두자. 잊어야 할 사람은 그만 잊어야 한다.

④ 우리는 항상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과, 더 행복한 연애를 이어나가는 법만 배운다. 떠나는 법은 모른다. 떠날 줄도 알아야 한다. 인연을 끝내는 법도 알아야,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는 법.

⑤ 영원한 건 없다. 영원히 사랑할 수도, 영원히 아플 수도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⑥ 그럼에도 사랑은 다시 찾아온다. 지금 당장 죽을 만큼 아프고 힘들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사랑은 찾아온다. 그 사람보다 더 큰 사랑을 가지고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그럼 당신은 그 사람과 함께 내내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당신은 다정한 사랑을 가득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사랑하고 또 이별 후에야 만나는 진실은 후회이지만 추억이다. 행복한 기억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당신과 보냈던 그 시간들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가장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었고, 이별조차도 사랑이었습니다. 이별할 때에 당신이 그랬지요. 제가 잘 지내길 바란다고. 그래야 나중에 저를 볼 때 '그땐 그랬지' 하며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이제 정말 잘 지내보려 합니다. 행복해질까 합니다. 당신이 제 첫사랑이라 진심으로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정말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훗날 서로 얼굴 봐도 어색하지 않을 그 때가 오면 그 환한 미소와 특이한 웃음소리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여주기를."이라고 당부한다.

 

저자 : 박찬위

 

삶, 사랑, 사람

우리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만들기도,

가장 행복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고통과 행복의 연속인 나날들

그럼에도 행복한 날들이

더 많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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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에는 그림이 필요하다 - 파도치는 인생에서 나를 일으켜준 명화들
이서영 지음 / SISO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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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담긴 화가의 결연한 철학이나 미술사조와는 관계없이 오늘 내 인생에 희망과 용기를 건네주는 그림이 위대한 걸작이고 명화가 아닐까? 저자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명화 감상과 내 삶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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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에는 그림이 필요하다 - 파도치는 인생에서 나를 일으켜준 명화들
이서영 지음 / SISO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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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 담긴 화가의 결연한 철학, 시대적 사조와는 무관하게 오늘 내 인생에 힘을 주는 그림이 바로 ‘위대한 걸작’이다." 는 메시지가 이 책 『우리의 인생에는 그림이 필요하다』에 담긴 주제다. 저자 이서영은 공예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림 읽어주는' 전시 도슨트 활동도 했지만 인생이 힘들고 마음이 지칠 때마다 명화를 보며 희망과 용기를 발견한 것으로, 그림을 배우고 미술 전공의 의의를 찾는다. 저자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림 속 주인공 혹은 그림을 그린화가의 마음에 공명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로와 치유를 얻곤 했다고 말한다. 그 강렬한 위안과 격려를 받았던 경험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모두 4개의 파트로 이뤄진 책에서 1부 「인생에 거센 파도가 몰아칠 때」에서는 유독 마음이 뾰족해지던 날들의 이야기, 2부 「내 영혼을 일으켜 세워야 할 때」에서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내던 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 3부 「희망 속에서 삶의 길을 발견할 때」에서는 인생에서 삶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던 순간들의 이야기, 4부 「진정한 나 자신을찾아야 할 때」에서는 스스로 자신을 응원하고 일으켜 세우던 날들의 이야기가 명화와 함께 담겨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명화에 대해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미술을 보며 그 화가의 마음이 궁금해졌고, '내가 그림을 보며 느끼는 이 감정이 도대체 뭘까?'라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밝힌다.

 


 

이때 저자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온 첫 명화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1599)」이라는 그림이었다.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마르가리타 공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저자는 전제하고, "거울에 비친 두 명의 사람들 그림 속에는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거울에 비친 두 명의 사람들 그리고 복잡하면서도 모호한 시각적 장치는 화면 내부의 재현된 세계와 화면 밖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의 예술적 열망뿐 아니라 고귀한 신분에 대한 열망이 함께 투영되어 있다는 것. 화가로서의 영원한 명성을 보장해주기를 바랐던 벨라스케스는 귀족의 신분을 얻고자 했던 목표를 실현시켜 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작품에 임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신분 상승에의 욕망 그 당시 저자가 가지고 있던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 듯해 더 이 작품에 매료됐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명화라는 매력을 알아갈 즈음 공허한 마음과 힘든 육체를 이끌고 미술관을 찾아다녔고, 고흐의 원작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고 말한다. 머리가 멍해지고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뭔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를 그런 느낌이었다고 한다. 이후 빚을 내서라도 그림을 찾아다녔고 오랜 반추를 통해 조금씩 글로 풀어내고 싶어 이 책을 쓴다고 밝힌다. 이 책의 발간 취지다.

 

 

저자의 경험을 「프롤로그」를 통해 독자들에게 밝히는 이유는 독자들이 명화를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쉼표를 찾아보라는 의미에서다. 명화를 통해 인생을 만나고, 명화를 통해 인생의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다는 저자는 '진정한 나' 를 찾는 데 명화가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의 첫 그림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다. 저자는 이 그림에 '낮과 밤'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늘은 맑고 쾌청한데 불이 꺼진 듯 조용한 새벽녘 같은 느낌이다. 낮과 밤은 우리의 마음과 참 닮았다. 그래서 더 슬플 때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라는 것.

저자에 따르면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 기법*은 저자의 마음에도 마술을 부린다.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르겠지만 은은하게 몽환적으로 비추고 있는 가로등이 저자를 그림 속으로 자주 끌어들였다. 꿈속에 서 있는 듯한 몽롱함을 안겨주며, 지금 슬프고 힘든 것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고 속삭인다. 하나의 슬픔을 애써 이겨내고 나니,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다. 그것도 더 밝은 모습 뒤에 숨어서 찾아왔다. 이번에는 안 속으리라 다짐했건만 또 속고 만다. 이렇게 세상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을 사는 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이렇게 또 알게 된다. 마치 철학자 니체가 외롭고 불안한 나에게 나를 낮게 평가하는 기준을 모두 해체하고, 사실은 내 모든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 데페이즈망(depaysement) : 미술상의 쉬르리얼리즘(초현실주의) 기법. 어떤 물건을 일상적인 환경에서 이질적인 환경으로 옮겨 그 물건으로부터 실용적인 성격을 배제하여 물체끼리의 기이한 만남을 현출시키는 기법이다. 원래 ‘환경의 변화’를 뜻하는 말로서, 이 방법으로 보는 사람의 감각의 심층부에 주는 강한 충격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 그림은 명화에 관한 책을 한두 번 읽어본 독자들은 금세 알겠지만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선상 파티의 점심」이다. 대체로 부르조아적 삶을 표현했던 르누아르지만 그의 작품에서 저자는 자신을 가끔 발견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즐겁게 즐기고 있는 듯한 오후의 만찬에서 사람들은 날씨도 즐기고 분위기도 즐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림 속에서는 그 누구도 서로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이들은 없다. 마치 친구한테 속내를 털어놓지만 친구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나를 공감해주고는 있지만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는 허했던 마음이 잠시나마 스쳐 간다. 그렇게 르누아르와 공감을 해본다. 그림을 알아갈수록 화가의 삶, 누군가의 삶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행복해 보이지만 사람들 속 고독을 표현하려 했던 르누아르의 모습이 보인다. 화려했던 미술계에서 많은 외로움을 느꼈던 르누아르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자는 공감해본다. "나만 빼고 세상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나만 힘든 것 같았고, 나만 늘 외로운 것 같았다. 혼자 아등바등 세상과 맞서 싸우며 살아가지만 모두가 평온하게 잘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속에 르누아르가 없는 것처럼 내 인생에도 내가 없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는 관객일 분이다. 뜬금없이 친구가 묻는다. "너는 왜 그렇게까지 혹독하게 살아가냐"고. 나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인지 나를 알면서도 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내 마음에 여유가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의 마음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좋아 보일 뿐이고, 자신의 삶이 아니기에 더 나아 보일 뿐이다. 세상에 나가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가는 나는 모든 가면을 벗고 나답게 살고 싶다고 허공에 외치곤 한다." 저자의 감상평이다.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르누아르의 작품에 투영시키고 르누아르의 답변을 그림을 보며 듣는 것이다.

 


 

저자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바다는 잔잔한 것 같지만 때로는 커다란 파도로 감정을 표시하고 침묵하는 것 같지만 바닷속에는 고래도 산다. 저자는 바다가 있는 그림을 보며 감정을 바다에 실어 보내기도 한다. 저자는 바다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던 윈슬러 호머를 떠올린다. 삽화가라는 경력 덕분인지 미국의 남북 전쟁 최전선에 기자로 파견되어 전쟁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 기회가 호머의 예술적 장르로 자리매김한 계기가 된다. 자연의 웅장함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호머의 작품을 보면 가라앉은 저자의 마음도 힘을 얻는다. 호머는 암석 위와 주변에서 격렬하게 솟구치는 파도를 그려내기도 했는데, 날씨가 좋을 때는 호머가 가장 좋아하는 낚시를 즐기기도 한 모양이다.

어느 한여름 어촌을 방문하여 어부들의 일과 삶을 보며 화폭에 담은 「The herring net(1885)」는 두 사람이 자연의 힘과 인간의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장면을 묘사했다. 자연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어부들의 삶을 그려놓은 이 작품에서 저자는 한없는 긴장감 속에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부들의 생계를 잡고 흔드는 바다의 날씨가 매서운 이 그림은 수평선의 안개가 배경이 되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닳고 낡은 목선을 타고 파도와 싸우는 어부들의 삶과 저자 자신의 삶이 같다고 공감한다. 어부들은 늘 그래왔다는 듯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균형을 자기 위해 한쪽 배 귀퉁이에 무게를 실어주고 한 어부는 열심히 청어를 잡아 올린다. 어부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 그 어떤 어려움도 그들의 것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머의 작품은 다소 제한된 색을 사용한 듯하지만 그 제한된 색 안에서 휘몰아치는 물속의 작고 무력해 보이는 사람이 강하게 대응하는 장면을 보태 힘을 전달하는 것 같다.

 


 

저자는 자발적 고독을 자처한 이후로는 집중과 몰입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특히나 글을 쓰는 것은 몰입 상태를 길게 유지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짬이 날 때 쓰는 잠깐씩의 글은 글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이후,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가 되어야만 했다는 소중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마음과 감정에 따라서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는 걸 존 앳킨슨 그림쇼의 작품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도시 풍경의 야경 및 거리 풍경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가장 잘 알려진 영국 빅토리아 시대 예술가인 존 앳긴슨 그림쇼의 작품은 저자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알려주는 메시지 같았다고 밝힌다.

"깜깜한 밤을 혼자 걷지 못하는 나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가야만 하는 집으로 가는 길목이 기분에 따라 참 다르게 와닿았다고. 「Tree Shadows on the Park Wall(1872)」의 작가 그림쇼는 '달빛 화가'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화가이다. 그가 그린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 달빛이 비치는 적막한 도시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풍기는 고독과 정적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달빛에 비치는 작은 불빛에 의지하는 모습에 가슴 한켠이 따뜻하기도 하다. 고독과 달빛이 드리우는 적적한 골목을 걸어가는 모습에서 하루 힘든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울컥한 마음이 되기도. 공감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물도 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차라투스트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림 속 여인은 자신의 정신세계와 고독을 즐기느라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할지도 로른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존재를 지킬 수 없다."

 


 

저자는 또 고흐의 그림을 보며 사색에 잠겨보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예술가가 밤을 좋아했다. 고흐 또한 밤을 좋아한 화가 중 한 명이다. 저자는 고흐의 그림을 보면 참 행복하다. 특히나 밤에 작업하기를 좋아한 고흐의 삶이 저자의 삶과 고스란히 닮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밤만이 줄 수 있는 느낌들이 좋다고 한다. 독자가 끼어들자면 그래서 고흐를 좋아한다는 것은 조금은 '아전인수격'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독자가 밤을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아무튼 독자와 저자의 느낌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 잠시 눈을 감고 고흐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테라스에 앉아본다. 고흐의 그림 속 테라스에 앉아 별을 보며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는 행복한 생각을 해본다. 비로소 독자도 좋다. 공감하니 더 좋다. 저자의 그림 감상에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조금씩은 알아갈 것 같다.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릴 무렵 고흐가 여동생에게 쓴 편지 중 일부가 소개된다.

"푸른 밤, 카페 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매우 놀라게 하지. 창백하리만치 옅은 하얀 빛은 그저 그런 밤 풍경을 제거해 버리는 유일한 방법이지.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했어.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밝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저자 : 이서영

 

공예디자인을 전공했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경산에서 Giant코끼리 미술교육원을 운영 중이며, 전시 도슨트로도 활동했다. 초·중·고등학교, 기업, 문화공간, 공중파 매체 등에서 다수의 특강을 하고 있고, ‘그림 읽어주는 언니’라는 교육을 기획해 명화를 일상에서 좀 더 가볍게 만나는 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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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우정으로 1 스토리콜렉터 10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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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독일의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점에 끌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독일 지리를 모르는 데다 그곳의 정서를 직접 보고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설 읽는 데 지역이나 주민들 삶의 모습을 미리 안다는 것은 소설의 몰입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심리 묘사 부분도 이해가 빠르다는 독자만의 하나의 '징크스' 같은 것이다. 더욱이 독일을 가본 적이 없는데도 '타우누스 시리즈'란 말에 뭔가 강력하게 머리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한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터졌을 때 타우누스 지역의 이름이 꽤 자주 언급된 적이 있는데 용케도 이 소설 속 출판사가 그 지역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생각이 들었다. 묘하게도 '타우누스'가 독자의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

당시 신문 기사 첫 문장이다. "최순실(60) 씨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슈미텐 지역에서 거주했던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단독 주택을 최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은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독일에서는 전통적인 독일 마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 소설 『영원한 우정으로』 속 살인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가 '호프하임 경찰서'로서 실명의 경찰서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타우누스 지역의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범죄 미스터리 소설인 이 작품의 담당형사는 강력 11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남자 형사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력의 여자 형사 피아 산더가 중심이다. 물론 형사들은 실명이 아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2005년부터 펴내기 시작했으며 네 번째 작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2010년 출간 사흘 만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무려 32주 동안 1위를 지켰다고 한다.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를 독일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이 작품은 독일에서만 35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30개가 넘는 나라에서 출간되어 총 1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집계되었다. 국내에서도 2011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처음 넬레 노이하우스가 소개되었고, 이 시리즈로 그간 비주류였던 독일 장르 소설의 대중적 인지도가 올라갔다고 한다. 2013년부터 타우누스 시리즈는 팀 버그만과 펠리시타스 볼 주연으로 독일 ZDF에서 TV 미니시리즈로 방영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2022년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드라마로 각색 방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설 『영원한 우정으로』는 작품 속 ‘영원한 우정’의 근간이자 ‘비밀’의 뿌리인 지식과 문학 권력을 향한 욕망을 둘러싼 복잡한 스토리를 효율적인 다층 구조에 담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 에이전트, 편집자, 영업자, 발행인, 관리인 등 한 출판사를 이루는 다양한 인물들이 가해자, 피해자, 용의자, 목격자 등으로 등장하면서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수사에 제각각 다른 이정표들을 제시한다.

 


 

강력11반의 브레인스토밍에서 자유롭고 유쾌하게 제기되고 토론되는 수많은 가설과 가능성의 실험과 폐기와 선택, 그리고 진실 아래 또 다른 진실이 층층이 드러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역동적인 이야기 흐름은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게 한다고 평자들은 얘기하고 있다. 그만큼 몰입도를 높이는 저자의 서사가 유기적 구성과 기가 막힌 반전이 거듭되면서 독자들이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 이 소설은 특히 더불어 사는 우리 삶에 대해 사색하게 하는 진한 문학적 여운 또한 강렬하게 남아 독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설 스토리의 시작은 피아 산더 형사의 전남편이자 검시관인 헤닝 키르히호프는 얼마 전, 피아가 소속된 강력11반의 사건 수사를 소재로 범죄소설을 펴내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다. 이제 두 번째 책을 막 인쇄할 찰나 그가 피아에게 긴급히 연락한다. 자신의 에이전트인 마리아가 절친한 편집자 하이케와 연락이 안 된다며, 그 집에 가봐달라고 부탁한다. 마리아는 하이케가 30년 넘게 일하던 빈터샤이트 출판사에서 해고되어 신변이 걱정되었던 것. 그러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집 안에 이 편집자는 보이지 않고, 2층에는 탈수 상태의 한 치매 노인만 홀로 남아 있다. 이 이상한 광경에 에이전트는 큰 충격을 받는다.

 

“하이케가 자기 아버지를 돌본다고 우리 중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요. 우린 친구인데 말이에요. 게다가 아주 오래전부터!”(p.64)

 

 

부엌에서 살육의 흔적을 발견한 경찰은 곧 하이케라는 편집자가 죽기를 바랐을 만한 이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이케는 작품을 알아볼 줄 아는 뛰어난 편집자였고 베스트셀러 메이커인 데다 문학 방송과 각종 언론에 종종 등장했던 문단의 스타였지만, 신랄하고 자극하는 독설로 많은 작가들에게 미움을 샀다는 것. 특히 오래전 그녀 자신이 발굴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베린이 차기작을 못 써내자 표절을 종용해놓고 그렇게 나온 신간이 표절작임을 직접 폭로해 최근 문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한 출판사 안에서 오만하고 못된 상사였고, 새 발행인과의 갈등으로 결국 작가들을 빼돌려 자기 출판사를 차릴 계획을 갖고 있었으니, 회의 자리에서 즉시 해고되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알렉산터 로트에게 방 열쇠를 넘겨주는 모욕을 겪게 된 까닭도 그 계획이 발행인에게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건물 공사 중인 이웃과 입에 담기 힘든 욕을 주고받으며 싸우기를 밥 먹듯 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표절작가로 낙인찍힌 제베린이 하이케의 집 울타리를 넘는 걸 본 목격자가 나왔다. 하이케의 후임자 알렉산더 로트가 사건 전 하이케의 집을 찾아갔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왜 가셨죠?” 셈이 물었다. “아…… 걱정이 되더군요. 연락이 안 되어서 그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기획부장은 사무실이 쾌적할 정도로 서늘한데도 땀을 흘렸다.(p.175)

 


 

용의자가 좁혀지기는커녕 점점 늘어가는 와중에 휴대폰 추적 조사로 숲에서 하이케의 시신이 발견된다. 마치 노르딕 워킹을 하다가 실족한 것처럼 위장되었지만 여기서 죽지 않은 게 분명하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있는 벨텐을 찾아낸다. 그는 하이케가 너무 심하게 욕하는 바람에 흥분하여 노트북으로 그녀의 머리를 내리쳤다고 자백한다. 그러나 곧 벨텐이 하이케에게 상처를 입혔을 뿐, 실제로 살인하고 시신을 숲에 던진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또 다른 용의자 알렉산더 로트는 경찰 진술 후 자전거를 타다 굴러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한다. 이 사고를 계기로 ‘영원한 친구들’이 죽은 이를 제외하고 모두 병원에 모였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앞에서 모두 각자 진술을 펼쳐놓지만 ‘영원한 친구들’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서로 그다지 친했던 것 같지 않고 조금씩 말이 다르다. 특히 그들 우정의 뿌리이자 모두의 삶을 바꿔놓은 35년 전 여름 휴양지에서의 사건에 대한 증언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우리가 여기에 오리라고 예상하셨다고요?” 피아가 벨텐에게 물었다. “흐음, 제가 하이케를 살해했으니까요. 경찰은 그런 걸 언제나 밝혀내지 않습니까.” 놀랍게도 그가 이렇게 대꾸했다.(p.245)

 


 

한편 빈터샤이트 출판사의 발행인 카를 빈터샤이트는 28년 전 그가 여섯 살 때 발코니에서 떨어져 자살한 어머니 카타리나 빈터샤이트가 쓴 소설 원고 『영원한 우정으로』를 익명의 소포로 받는다. 동봉된 사진에는 알렉산더, 하이케, 마리아를 포함한 젊은이 여섯 명이 ‘영원한 우정으로’ 묶여 있다. 그는 신뢰하는 편집자 율리아에게 이 원고를 건넨다. 이 소설과 ‘영원한 친구들’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것이 최근 그의 출판사를 둘러싸고 일어난 살인사건에 단서를 제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그 원고와 멀리 떨어져 있는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카타리나의 일기 글 조각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 글 조각들이 ‘영원한 친구들’의 삶을 서서히 뒤흔들고 있음을 감지한다.

 

율리아는 읽으면서 현실과의 유사성을 점점 더 많이 찾아냈고, 카타리나 빈터샤이트의 소설이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에 매혹당한 동시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이 원고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원고를 쓴 지 28년이 지난 후에 누군가 왜 저자의 아들에게 익명으로 이 원고를 보냈는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정 이것은 원고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었다.(p.279-280)

 


 

저자 : 넬레 노이하우스(Nele Neuhaus)

1967년 독일 뮌스터에서 태어났다. 법학, 역사학, 독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다. 결혼 후 틈틈이 미스터리 소설을 집필하다가 자비로 출판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여형사 피아가 등장하는 ‘타우누스 시리즈’가 인기를 모으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독일에서 출간된 지 사흘 만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32주 동안이나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전 세계 20개국에 번역 출간된 이 작품은 그동안 뻔한 미스터리 스릴러에 질려 있던 한국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2011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후 독일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로 자리 잡은 넬레 노이하우스는 『바람을 뿌리는 자』를 발표하며 보다 치밀해진 구성과 인물, 섬세한 문체를 선보였다. 『너무 친한 친구들』은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감성 형사 피아 콤비가 등장하는 ‘타우누스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자비출판임에도 2007년 크리스마스 시즌 당시,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기록해 독일 대형 출판사인 울슈타인이 작가를 주목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여섯 번째 작품인 『사악한 늑대』는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지금까지보다 더욱 성숙해진 넬레 노이하우스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읽는 이의 가슴을 찌르는 강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스터리 시리즈인 타우누스 시리즈의 다른 작품으로는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너무 친한 친구들』, 『깊은 상처』가 있다. 저자는 최근 미스터리 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한편, 타우누스 시리즈의 신작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 『폭풍의 시간』은 『여름을 삼킨 소녀』, 『끝나지 않는 여름』에 이어지는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 3부작’의 완결편으로, 이 시리즈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걸쳐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의 시골 마을 소녀 셰리든의 성장기를 대장정의 드라마로 펼쳐 보인다. “그동안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는 장르와 양식에 있어 넬레 노이하우스의 또 다른 면모를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자아, 숨겨진 뿌리와 꿈을 찾아가는 한 소녀의 모험, 그리고 가족의 비밀에 얽힌 미스터리를 과감하게 엮어낸 수작으로, 출간 즉시 아마존과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역자 : 전은경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고대 역사 및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출판 편집자를 거쳐 현재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할동하고 있으며 『여름을 삼킨 소녀』, 『끝나지 않는 여름』, 『폭풍의 시간』, 『리스본행 야간열차』, 『16일간의 세계사 여행』, 『철학의 시작』, 『청소년을 위한 사랑과 성의 역사』, 『데미안』 등 많은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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