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머니 GET MONEY
이경애 지음 / 밀리언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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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겟 머니(get money)』는 영어권에서는 많이 쓰이는 용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다. '돈을 벌다', '돈을 얻다', '돈을 낚다' 등으로 해석되는데 이 책의 성격상 돈을 버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부제에도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는가?」라고 씌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돈을 버는 방법', 의역하면 '부자되는 법'쯤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지난 2002년 초 "여러분~ 여러분~ 모두 부자되세요! 꼭이요!"라는 모 카드회사의 CF가 대한민국 새해 인사말을 바꾸어놓았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라'던 대한민국의 오랜 새해 덕담이 이때부터 바뀌었다. 이 말은 지금도 농담 섞인 말로 간혹 사용되기도 한다. 이 덕담은 새해 인사말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만나서 주고받는 덕담이나 인삿말로 확대돼 쓰였다. 만남의 장소에 가면 '부자되세요'가 여기저기서 들릴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어놓았다.

당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부자되세요'가 왜 폭발적 충격과 인기를 가져왔을까. 우리는 오랫동안 '가난'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약소국으로 5,000년을 이어온 슬픈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고구려 시대 정복국가, 강대국의 이미지를 잠시 가졌지만 채 100년도 안 되는 기간의 영예일 뿐이다. 그래서 남의 나라의 침략만 받았고 침략을 하지 않은 5,000년간 '평화를 사랑하고 지향하는 민족'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도덕적 면을 강조하는 온화한 민족성의 나라로만 꾸몄다. 그러나 그 표현엔 자조적 느낌이 들어 있음을 우리는 안다. 남의 나라를 정복하고, 그들과 그 땅을 바탕으로 자국의 부를 쌓고 더 강대한 나라로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까지 인류가 해온 전쟁의 이면사에 쓰여 있다. 이렇게 강대국은 남의 땅을 짓밟고 그 땅의 온갖 재물을 빼앗아 쓰고, 또 그들을 노예로 삼아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그들이 사는 법'으로 만들었다.

 


 

이런 제국주의·식민주의 시대가 불과 100년 전까지 이 지구상에서 거의 모든 나라들의 '세상 사는 법칙'으로 치부됐었다. 그 와중에 가난은 도덕적 잣대로 '무죄'로 만들고, 자본주의는 예전처럼 같은 나라 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폐혜를 가속화해 이제는 '같은 민족 다른 세상'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날 지경이다. 그래서 '복 많이 받으세요'가 '부자되세요' 로 바뀌는 데 일조한 셈이라고 할 수도 있다. '부자되세요'가 나쁜 말처럼 들리는 것은 어쩌면 자격지심이나 부자들의 논리에 맞는 애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자는 곧 나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과 동등하게 생각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당시 CF에 출연했던 여배우는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았고 심지어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인터뷰를 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부'가 이렇게 도덕과는 반대 개념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뭘까? 우리 속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도 그런 뜻인가? 독자는 그 말의 진위보다 왜 우리나라는 부자를 백안시하고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으로 생각할까? 사실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진짜 부자들은 기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 아닌가? 그러면서도 너도 나도 부자가 되려는 사람은 많았다. 지금은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오히려 죄악시되는 시대다. 부는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조건이 되어가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제는 부자를 노동자·농민을 착취하는 사람과 동일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부는 이렇게 이 시대 최고의 가치관이 되어가고 있다.

 


 

자기계발 책이 우리나라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분야라고 한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자기계발서의 가장 많은 부문이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적은 것이었다. 이른바 처세술, 성공학이라고 불리는 부문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분노·우울·슬픔 등 부정적 감정을 자제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자신을 계발하는 글자 본연의 색깔을 띤 책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책 판매 순위로만 보자면 '부'보다는 '덕', '인격'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책 판매부수가 사회 분위기를 판별하는 데 유효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부'는 오히려 가장 중요하고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한 개념이다. 실제 돈을 많이 가진 사람도, 돈을 벌지 못해 돈 앞에 굴복하는 사람도 부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부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와 대우를 받고 있는지 판별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책의 부문별 판매부수와는 정반대로 가는 현상이어서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는 과제만 안겨주는 셈이다.

이 책에서 말하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당신은 부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노(No)’라고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조금 소박하게 말하더라도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먹고사는 데 크게 문제없을 정도로 돈을 벌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풍요로운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부’는 어린아이들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간절히 원하는 열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부'를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로 작동될 수도 있다. 의식주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신분이나 욕망, 심지어 권력까지도 돈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우리 사회는 뭔가 잘못된 느낌은 충만하지만 누구도 이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돈과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청년들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욜로족과 파이어족이다. 욜로족은 한 번뿐인 인생 오늘을 즐기자며 소비에 치중하는 삶을 사는 것이고, 파이어족은 30대 또는 적어도 40대에는 은퇴를 하고 이후에는 유유자적한 삶을 살기 위해 현재는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이다. 두 가지 라이프스타일은 얼핏 양극단처럼 보이지만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하나, 바로 돈이다. 현재를 즐기든, 40대에 은퇴를 하든 돈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고 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실패하지 않은 투자자,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쓴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 나온다.

“재정적인 독립은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최고의 선이며 가장 귀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정적 독립이란 바로 오늘날 최고의 화두인 ‘경제적 자유’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늘 생계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매혹적인 가치가 있을까?” 부자가 되면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고, 불확실한 변수에 근심하지 않으며, 일관성 있게 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온전히 내가 중심이 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몇 번을 읽어도 논리상의 문제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껏 독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온 돈과 도덕과의 관계를 완전히 뒤엎는 자본주의 사회 발전의 전형적인 논리다.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덕목이란 말이 독자에게는 가슴 아프게 들린다. 이런 논리가 통용되는 사회가 조금 더 진전되면 건강마저 돈의 아래에 위치할 수도 있다. 사실 일부는 이 논리가 이미 적용되고, 실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부-돈-가치-삶 등 자연적으로 연결되는 생각을 따라간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독자 스스로 가치관을 되돌아보고 삶에 대한 평가를 해보려는 뜻에서다. 아무튼 저자의 말을 떠나서라도 이미 우리는 돈이 사회 최상위에 자리하는 중요한 것이란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공부도, 인격 수양도, 심지어는 건강한 체력도 '돈'을 벌기 위한 조건으로 추락하고 있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부자가 되기 위한 경험과 공부, 여러가지 노력의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말은 저자의 '방법'이나 '논리'가 유효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일반론적인 결과라고 볼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적용 가능하고,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박봉의 월급쟁이 시절, 그저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바꿔준 부자들의 한마디. 한국의 진짜 부자 수백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부에 대한 통찰을 얻어 자신도 부자가 된 이야기를 써서 이 책을 냈다. 장사가 아닌 사업을 해라, 성공은 수치다, 목표는 숫자로 설정해라, 부자들이 뭘 사는지를 보면 돈이 보인다, 자전거가 있든 없든 자전거를 굴릴 줄 알아야 한다, 5년 후 10억, 계획만 세우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저자의 경험과 부자가 되는 법을 직접 실행해서 보여준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돈을 벌고, 돈을 불리고, 돈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저자가 얻은 후 부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쓴 것이다. 선한 영향을 미쳐 많은 사람들이 저자처럼 부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자가 쓴 이 책의 가치가 빛날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상위 1% 부자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금융기관들이 정의한 부의 기준에는 충족하고 남을 정도로 부를 이뤘다. 저자는 12년 동안 한국의 부자들을 인터뷰하고 교류하면서 진짜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대하고,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유지하고 불려나가는지를 지켜보았다. 저자는 이처럼 자신이 부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부에 대한 통찰력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수저 흙수저를 들먹이며 부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져서 부자가 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스토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지금 젊은 세대들이 역사상 유일하게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라고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인터넷과 SNS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서 돈의 흐름에 올라타고 남다른 성과를 거둔 사람들, 소위 말하는 영 앤 리치(young and rich, 젊은 부자)는 늘어나고 있다. 부를 열망하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핏 ‘희망고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력하는 만큼 내 삶이 전진할 수 있다’는 소박한 진실을 깨닫고, 한 걸음 더 부자의 길로 다가갈 수 있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30년 이상 부를 유지하고 자산을 불려온 사람들이다. 이제 막 부자가 되었을 때부터 오늘날까지 부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고 분석한 결과 부를 획득하는 과정을 5가지 단계로 나눴다. 이 책의 독특한 장점이자 설득력이 큰 저자의 '부자되기'에 관심이 더 간다.

 


 

앞서 언급한 내용의 중복이 될 수도 있지만 저자가 이 책을 내는 이유 중 독자가 판단하기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해 여기에 단계별 내용을 간략하게 다시 적어본다. 저자가 말하는 5단계 중 1단계는 돈의 본성을 파고드는 것이다. 돈의 본성을 알지 못하면 잠까지 줄이고 일상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해도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돈은 인격체와 같아서 머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돈이 머물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단계는 돈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흐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며 돈이 벌리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부자가 되려면 돈이 흐르는 지점을 파악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3단계는 돈의 파트너, 즉 나 대신 돈을 벌어다 줄 사람을 구축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돈 버는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곧 사람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장사는 할지언정 사업을 하기는 힘들다. 모은 자산을 불려나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사람들은 단 몇 년 만 풍족하게 살기 위해 부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평생 부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4단계 돈의 무대를 넓히는 것과 5단계 돈의 재생산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부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단계이다.

 

저자 : 이경애

 

12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수백 명의 CEO를 인터뷰하고 교류하면서 그들이 돈을 모으고 사업을 유지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한국의 진짜 부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시스템과 노하우를 터득하고 그들의 조언에 따라 자기 사업을 시작해 어학원을 운영하며 프랜차이즈 학원 163개를 관리할 정도로 능력을 발휘하고 자신 또한 부자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부자학 강의를 해왔고, 부자들의 이야기에 열광한 사람들의 요청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북한학 영어교육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성경제학교 대표로서 부자학 강의와 예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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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 - 매 순간 죽도록 애쓰는 당신을 위해
허유선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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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관통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과 철학의 대답이 적혀 있는 이 책에서는 나의 고민과 질문에 대해 소크라테스, 칸트, 도가 등 동서양의 유명 철학자들이 직접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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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 - 매 순간 죽도록 애쓰는 당신을 위해
허유선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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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 책 『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을 관심을 둔 이유는 책 소개글에서 "‘신은 죽었다’는 말로 유명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운명을 사랑하라’는 철학 메시지를 남겼다."라는 문장을 봤기 때문이다. 독자는 요즘 니체 서적을 몇 권 읽은 이후로 니체 관련 말을 필사 수집하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한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명언이나 문장을 매일 하나 이상씩 필사하려는 계획일 뿐이다. 니체는 기존 가치 체계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허무주의’라는 키워드도 함께 따라붙지만 니체가 말한 허무주의는 "껍데기를 치워버리고 가치 있는것을 새롭게 만드는 원동력을 의미한다"는 책 소개글의 말도 무척 새롭다.

니체는 외롭고 불안한 나에게 나를 낮게 평가하는 기준을 모두 해체하고, 사실은 내 모든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해준다. 우리는 살다 보면 인생을 지탱해온 생각이 무너지고, 지나온 시간을 부정당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고. 삶의 단계를 지날 때마다 인생의 고민은 가짓수가 늘어나고, 또다시 성취, 불안, 관계 등 내면적 고민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 또다시 나에게 묻는다, ‘이게 맞는 걸까?’라고. 이것은 일상적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책의 저자 허유선은 이러한 물음의 답을 철학에서 찾는다고 한다. 어찌 보면 철학이란 ‘잘 사는 법’에 목숨을 건 철학자들이 끊임없이 연구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철학이 얼마나 우리 삶에 이로움을 주는지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독자도 철학을 따로 배운 적도 없고, 철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최근 부쩍 불어난 니체 관련 서적(출간 러시의 이유는 잘 모르지만)을 한두 번 접하다가 '그의 철학이 보통 깊은 게 아니구나, 그래서 현대 철학자들이 철학 책을 쓰거나 혹은 강의를 할 때 니체를 많이 인용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꾸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 독자들처럼 니체의 철학에 빠진 것이 아니라 니체 연구자들의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니 '니체가 도대체 누구인데?' 하는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이 책 『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은 직장에서의 번 아웃, 닮아버린 인간관계, 가족의 어려움, 돈을 버는 일 등 일상 구석구석에서 마주하는 구체적인 갈등을 저자가 하나씩 되짚어준다. 공부로만 머물렀던 철학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문제를 바라보면, 철학적 이론과 생각의 방식뿐 아니라 그들의 진지함, 재치, 엉뚱함마저도 인생의 힌트가 된다는 저자의 신념 때문이다. ‘나를 위한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철학은 반드시 답을 찾기 때문이며, 끙끙대며 같은 고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힘들고 불안한 순간에도 철학은 우리에게 늘 답을 찾아줄 것이다.

 


 

저자는 책 잎 부분 「들어가는 말」을 통해 자신의 철학 '입문'과 철학을 계속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학교에서 철학수업을 들으며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오늘날까지 이름을 남기는 대단한 철학자들이 나의 일상의 고민들을 아주 진지하게 다루었다는 사시이었다.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명확하게 선택할 수도, 시원시원하게 다음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고민은 사실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꺼려진다. 말하면 말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 들고, 해결할 수 없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가라앚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고민을 계속 안고 있는 채로 넘어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만 잘 하면 되는데, 내가 부족해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왜 말할수록 더 답답하지, 내가 엄살 부리는 걸까? 그러나 철학에서는 바로 그런 물음이 '해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주제'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던질 수밖에 없는 물음'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고민을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인생에 질문이 있다는 뜻이고, 그 질문이 계속 나를 붙들고 생각하기를 요청한다는 신호다. 누구에게나 처음인 인생을 어떻게 질문 없이 넘어갈 수 있겠는가. 처음 듣는 수업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질문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대신 그 질문을 풀어나가는 데에는 더 적절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의 질문을 적절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고, 나의 고민에 접근하는 나 자신의 생각을 잘 돌아볼 수 있을까? 질문에 접근하는 관점, 내가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 질문을 나누고 다시 또 묶는 방식, 그리고 질문이 그 너머로 향하고 있는 곳까지, 생각할 일은 무척 많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넓게 풀어헤치며 살펴보아야 하는 고민을 너무 가두어 두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4개 파트 18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부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기분, 어떻게 해야 할까요?」에서는 1장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을 위해 에리히 프롬을 내세운다. 또 3장 '꿈과 현실, 타협이 될까요?'에서는 프리드리히 니체에게 묻는다. 2부 「인생의 길을 이렇게 걸어가는 게 맞을까요?」에서 7장 '돈을 버는 것과 어른의 의미'에서는 동양의 주희의 가르침을 알려준다. 또 9장 '나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일까요?'에서는 한나 아렌트에게 묻고 그의 답을 제시한다. 3부 「나는 좋은 사람일까요?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에서 13장 '취향이 도덕의 필수조건인가요?'에서는 임마누엘 칸트를 내세워 그의 도덕에 대해 들어본다.

이어 14장 '용기를 내는 방법'에서는 플라톤이 등장한다. 마지막 4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 누구한테 말해야 할까요?」의 15장에서는 '어차피 죽을 텐데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요?'란 질문으로 마르틴 하이데거를 소환한다. 이 책은 이렇게 1부에서 4부까지 모두 우리가 태어나서 살고, 살아오면서 자신과 세상에 던지는 질문들을 저자의 경험과 철학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던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많은 질문들을 한 곳에 모아 그 질문에 답할 위대한 철학자들을 불러내 우리의 질문에 답해주는 그들의 철학과 사상을 대신 전달해준다. 이런 방식은 소크라테스 때부터의 '대화법'에 의한 학문, 삶을 위한 대화 등을 인용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쩌면 독자의 얄팍한 철학지식으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으니 독자들은 참고 사항으로만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 책은 결국 '철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과 살면서 부닥치는 문제나 고민, 각종 해결책을 어떻게 답을 얻어 실천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다른 철학서와 다른 점은 삶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 제시하고, 어떤 답이 있나를 철학자들을 통해 듣ㄱ고 독자들이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아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로 옮긴 것이다. 저자의 철학 지식은 독자들의 질문이 되고 답변이 되기로 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한 예로 '외로움'에 대한 답변으로 저자는 에리히 프롬을 소개한다. 여기에 소개된 내용을 잘 읽고 이해한다면 독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실체에 도달할 것이고, 에리히 프롬은 독자들에게 답변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저자가 습득한 철학적 이해가 중간자 역할을 한다.

우리는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심하면 외로움이 자신이 가진 감정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흔히 '인간은 누구나 외로우니 별달리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한다. 저명한 철학자들에게도 인간은 본래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이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에리히 프롬을 소환해 독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저서 『사랑의 기술』로 유명한 20세기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외로움이 우리 삶의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태어난 이상 외로움은 뗄려야 뗄 수 없이 삶에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이를 '실존적 고독'이라고 한다. 이처럼 태어난 순간부터 사는 내내 동반되는 외로움이란 어떤 것일까? 프롬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나의 인생은 오직 나만의 것이라는 뜻에서 우리는 철저히 혼자인 삶을 산다는 것이다. 내 삶은 나만이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누가 나를 대신하여 살아주고 대신하여 죽어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이고, 그러니까 외로움 곧, 혼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당연히 따라붙게 되는 것이다."(p.14)

 

 

삶이 외롭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철학자 프롬은 답했다. 에리히 프롬의 답변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자가 해석하여 옮겨준다. 우리가 외로움에 허덕이는 이유가 단순히 존재론적인 이유에서만일까? 프롬은 외로움의 또 다른 의미를 알려준다. 내 인생은 나만의 것이어서 외로울 뿐만 아니라, 너무 막연해서 외롭다고. 막연해서 불안하고, 불안해서 외로워지는 것이라고.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 잘 나가다가도 내일 당장 넘어질 수 있다. 그나마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인생의 끝, 죽음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끝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게 찾아올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막연한가.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지금 무엇을 갖고 있든,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든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게 우리 인생이다. 물론 여기에도 장점이 있다. 안정적이지 않다는 건, 우리 삶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 채로, 자유롭게 열려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답변이 우리들에게 해답으로서 작동되지 않는다. 종교도 쾌락도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 이에 프롬은 좋은 연결의 방법으로 창작과 사랑을 추천한다. 창작은 사물과의 연결 관계를 만드는 일이고, 사랑은 사람과의 연결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들은 너무 자극적이지도, 일시적이지도 않고 나를 지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를 활성화한다. 창작과 사랑의 공통점은 '내가 나 자신의 힘을 발휘하며 연결을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런 어마어마한 사랑과 창작이란 일을 우리가 할 수 있을까?란 의문에 다시 부딪친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은 "나를 누르고, 외로움에 쫒기어 도망치는 일보다 마음껏 나의 힘을 발휘하면서 나로서 살아가는 일이 더욱 편안한고 할 만한 것이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철학책 한두 권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철학자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의 책을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문장이 많다. 웬만한 철학에 정통한 사람이라도 한 번 읽고 이해하기에 내용이 너무 어렵다. 이에 아예 도전도 하기 전에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철학책을 멀리 해왔다. 다루는 내용이 현실 삶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실제 읽어도 그 뜻의 핵심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이 '철학적으로 질문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외로움'도 비슷한 예다. 살아오면서 외로움을 느낀 적은 많다. 하지만 느낄 때마다 무게감이나 색깔이 전부 다르다. 즉 외로움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이 다르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철학자에게 해답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이런 저런 생각에 아예 철학을 멀리 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스스로 질문을 계속하다 보니 어떤 문제를 오래 생각하고 답을 해가며 끈질기게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때까지 질문을 계속하는 습관이 없었던 것이다. 철학의 가장 기본적 자세는 역시 질문, 끝없는 질문을 통해 답에 접근해 가는 것임을 뒤늦게야 깨닫게 해준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이 나열돼 있다. 이를 분석하고 철학적인 질문과 사색을 통해 답에 접근해가는 유명 철학자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 누구나 읽어볼 것을 추천할 만하다.

 

저자 : 허유선

 

동국대학교 철학과에서 칸트 철학을 전공했다. 강의와 저술 작업 등을 통해 ‘철학한다.’라는 것이 원래 우리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전하고, ‘잘 삶’에 관해 함께 철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기술이 사회와 삶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고 기술매체철학, 특히 인공지능과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윤리를 연구하며 철학을 일상적으로 풀어내는 팟캐스트 <포켓 필로소피―조금씩 익숙해지는 철학>의 공동 제작, 진행을 맡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차별과 그 책임 논의를 위한 예비적 고찰―알고리즘의 편향성 학습과 인간 행위자를 중심으로」 「칸트 윤리학의 행위자 중심성과 공동체 윤리로서의 효력―자율적 행위자와 책임귀속 효과를 중심으로」 외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저서로는 『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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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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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적하듯이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저자들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세계는 왜 비슷한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이 책을 통해서 해외 여러 나라와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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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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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국내 지리'와 2학년 때 '세계 지리'를 배웠던 것이 지리에 대한 공부의 전부다. 이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그때 제대로 배웠는지 여행 다니면서 무척 유용하게 써먹은 적도 있어 즐겁고 유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리는 대입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과목이라 그때를 마지막으로 지리학에 관한 지식을 더 배울 수는 없었다. 다만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약소국이어서 당하는 설움 등을 얘기할 때 '지정학적 위치'라는 말을 많이 들어 지리에 대한 관심이 조금 올라가기는 했지만 책을 구해 읽을 정도는 아니란 생각이어서 직접적으로 지리 지식은 더 높아지지 못했을 터다. 이 책 『지리의 이해』는 독자의 부족한 지리 지식을 높여줌과 동시에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이 책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읽기 위해 먼저 '지리학'의 정의나 어원 등에 관해 사전을 통해 찾아본다. 『학문명백과』에 따르면 지리학(geography)은 인간이 사는 지표상의 지역적 성격을 밝히는 학문이다. 지리학을 이해하는 출발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장소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이러한 차이를 땅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의 문화나 언어, 역사, 종교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의 정체성도 서로 다른 지역의 차이점과 특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하고 이것은 지역의 발전, 나아가서 국가 발전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리학은 고대부터 지역, 장소의 정체성을 인간이 사는 땅을 중심으로 서로 간의 관계를 밝혀 오고 있다.

 


 

이 사전은 또 지리학이라는 영어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학자였던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에 의해 명명되었는데, ‘지구’라는 뜻의 ‘geo’와 ‘기술하다’의 뜻인 ‘graphy’가 결합한 것이라고 밝힌다. 한자는 그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학(地理學)은 땅(地)의 이치(理)를 밝히는 학(學)문이다. 한자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학은 사람이 사는 모든 장소와 지역에서 나타나는 각종 자연적, 인문적 현상에 관심을 두고 그 현상이 나타나는 장소나 지역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지리학에서는 분포, 패턴, 과정, 관계 등과 같은 개념을 통해 자연과 인문 환경과 인간과의 관련성을 연구한다. 지리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자연과학(natural science)과 인문사회과학의 개념을 모두 적용하는 융합을 기반으로 둔 학문이다. 지리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社會科學, social science)의 특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자연과학에 기반을 둔 지리학을 자연지리학(physical geography), 사회과학에 기반을 둔 지리학은 인문지리학(human geography)이라고 한다는 말은 이 책 『지리의 이해』와 똑같이 기술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이 책 '머리말' 「지리를 넘어서」를 통해 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목표는 일반인들이 해외지역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이해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이해의 틀은 궁극적으로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 이때 누군가가 틀을 알려주고, 내용이 친숙하며,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으면 그 과정이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었다. ①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제공한다. ②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 해소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평소 생각하던 다른 방식으로 사례들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③ 이해를 돕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틀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례에 대해 예측해 본다."

 


 

이 책은 총 4부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세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에서 〈해외지역연구 방법론〉(1장), 〈특수성의 기저요인〉(2장), 2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에서 〈자연지리 요인에서 비롯되는 특수성〉(3장),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4장), 〈문화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5장), 3부 「세계는 정말 다를까?」에서 〈상식 깨기 :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6장), 4부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한국은?」에서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7장)을 각각 다루고 있다. 4부에서는 특수성과 일반성의 틀을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적용해보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곳곳에서 최근 들어 더욱 크게 불거져 나오고 있는 신뢰와 공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진단하고 예측해보려 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이는 해외지역의 문화특성을 고려해서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용적 목적에도 부응하고자 하는데, 해외지역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수성의 기저요인과 일반성의 두 측면을 고려하면,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해외지역의 문화특성을 고려해서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차례만 봐도 이 책 전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편집돼 있어 독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누구나 지적하듯이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저자들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세계는 왜 비슷한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이 책을 통해서 해외 여러 나라와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지리와 경제’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폴 크루그먼 지리경제학』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독자는 처음 배우는 내용이 거의 전부라 모두 새로워 즐거움이 컸다. 특히 지리적 특성 중 「역사적인 사건에 적용해보기」란 글을 통해 임진왜란에 대해 분석한 것을 흥미롭게 읽었다. 〈임진왜란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광기의 산물일까?〉에서 12페이지에 걸쳐 임진왜란을 분석했다. 물론 지리적 특성, 기후의 일반성, 역사의 흐름, 지정학적 원인 등을 토대로 임진왜란이란 전쟁사를 통해 실제 적용하며 이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 독자로서는 처음 들은 이야기도 있고, 무척 흥미로웠다. 이 분석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현재 일어나는 현상들을 대상으로 그 현상을 일반성으로 볼지 아니면 특수성으로 볼지를 다루었다.

그러나 일반성과 특수성이 설명력이 있으려면 과거에 일어난 일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지는 절에서는 630년 전에 일어났던 임진왜란이 한 지도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특수한 현상인지, 아니면 세계대전으로 불릴 만한 요건들을 갖춘 전쟁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우리 한반도 역사상 가장 뼈아픈 전쟁 중의 하나가 임진왜란이다. 저자는 임진왜란을 사망자만도 조선의 경우네는 민간인을 포함하여 100만 명에 이르러 당시 인구의 10분의 1을 넘었으며 일본의 사망자도 20여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임진왜란을 위정자의 개인적 욕구나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성향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국지전 수준의 전쟁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시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경제력과 기술을 갖춘 명나라와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이 참여한 세계대전이란 설명이다.

 


 

그 증거로 첫째, 전쟁에 참여한 나라의 수다.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 두 나라만의 국지적인 전쟁이 아니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명나라도 참전한 국제적인 전쟁이었다. 둘째, 국제적인 전쟁이 되려면 참전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조선에 보낸 국서에 "명을 정벌할 것이니 조선은 일본에 복속하고 '명을 치는 데 앞장서라'라고 명시해 명나라 침공을 명시했다. 셋째, 당시 세 나라의 인구와 경제력이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갖추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인구는 1,540만 명으로서 1억3,000만 명이었던 중국의 7분의 1수준이이고, 약 800만 명이었던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 인구는 서양 최대 국가인 오스만 제국으로서 슐레이만 대제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인구가 1,400만 명이었다. 스페인이 500만 명, 영국이 250만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당시 국제경제에서 지금의 달러화처럼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화폐는 '백은'이었다.

일본은 양질의 은광이 많아서 이를 개발하여 16세기 말에는 세계 백은 생산량의 4분의 1~3분의 1을 차지했다. 넷째, 무기와 전투능력도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갖추었다. 조총과 군의 전투능력은 전국시대 100여년 동안 전쟁을 하면서 경험 많은 전투 인력이 많았다는 점이다. 식량생산도 독자가 아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왜구라고 해서 식량과 인력을 빼앗기 위해 자주 침범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우리보다 훨씬 많은 쌀 생산량과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병력 동원도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라는 점도 놀랍다. 1590년 말 일본에 거주하던 중국인 허의준이 일본 사쓰마 영주로부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침략을 계획한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의 푸젠 당국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거쳐 중구을 갈 예정이며, 이를 위해 50만 명의 병사와 조총 30만 자루, 말 5만 필을 준비했다고 한다. 병력의 숫자도 엄청나다. 부산으로 침공할 때 정규 육군 병력 15만 8,700명과 수군 9,000명이었으며, 1만2,000명이 후방 경비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전투 부대를 지원하는 병력을 고려하면 전체 병력은 20만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을 독자로서 흥미를 느낀 하나의 사례(임진왜란)에 집중한 점이 있는데 새로운 내용이 많아서라는 변명을 하며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에는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2부 4장), 〈문화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2부 5장)의 내용도 무척 재밌다. 너무 많아 제목만 적어도 독자들이 이해 가능할 것 같아 제목 위주로 두 장에 걸친 내용을 여기 적어본다. 먼저 '역사와 제도 특수성'에서 ① 미국의 총기 소유 ② 지중해의 망루와 미로길 ③ 지중해의 인질 비즈니스 ④ 좌측통행 대 우측통행 ⑤ 미국의 홈리스와 자선문화 ⑥ 미국의 입양문화 ⑦ 카페 천지 한국 ⑧ 일본 자동차의 성공 비결 등이다.

또 '문화 특수성'으로는 ① 유럽인은 운동 신고 출근해 구두로 갈아 신는다 ②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 ③ 미국의 수평적 조직 구조와 CEO 위상 ④ 미국의 높은 이혼율과 트로피 와이프 ⑤ 한국의 길거리 응원 ⑥ 미국 식당의 팁 ⑦ 카카오톡과 WeChat(微信) ⑧ 미국과 한국의 화장실 공간 구조 등이 각각 실려 있다. 3부 6장 〈상식 깨기 :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에서는 ① 중국의 짝퉁 문화 ② 인도 카스트 제도 ③ 중국의 꽌시 ④ 인도엔 화장실이 없다? 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개는 식구? ⑥ 한국에서 신뢰사회의 어제와 오늘 ⑦ 일본, 한국, 중국의 올림픽 개최 ⑧ 코리안 타임 등을 다루었다.

4부 7장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에서는 ① 문화가 유사하면 무역과 비즈니스는 잘될까? ② 인도인은 모텔업, 한국인은 세탁업 ③ 일본이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의 길을 갔다면? ④ 문화적 특서으로 본 일본 사회의 현재와 미래 ⑤ 한국, 신뢰사회로의 여정은 자연스러운가? ⑥ 한국,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등이 실려 있다. 제목만 듣고는 쉽게 짐작하지 못하는 것도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의 많은 독서를 추천한다. 단순한 교양부터 실무 비즈니스 실무 적용까지 필요한 많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으며 심지어는 역사를 바꾼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는 이 책에서 지리의 참맛을 볼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볼 때 대부분 지역이 따뜻한 기후대에 속하며 강수량도 많다. 자연히 쌀 재배에 유리하여 농업 생산성은 매우 높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일본의 높은 농업 생산성은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 하였고, 당시의 주력 산업이 농업이었던 만큼 이는 높은 경제발전 수준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인구와 높은 경제발전 덕분에 경제 규모도 세계적 수준이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p.264)

 

"한국이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칠레와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칠레는 지리적으로 볼 때 지구의 거의 반대쪽에 위치하므로 한국과 유전적으로 섞이거나 생활권에서 겹치지 않는다. 문화적으로 차이가 크다. 게다가 식생도 크게 다르고 산출물이 출하되는 시기도 반대여서 상호 경쟁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이다. 차이가 서로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되니까 무역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입장으로는 정책 추진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게 되니 반대할 이유도 별로 없다. 문화는 일반적으로는 서로 유사한 나라에서 무역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때로는 문화의 차이가 오히려 무역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 양면성이 있다."(p.284)

 

저자 : 이윤

이 책의 역해자(譯解者)인 이 윤 교수는 인천테크노파크 원장과 한국무역학회 및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한국의 장기간에 걸친 지역별 산업의 집적과 분포를 연구하여 왔으며, 주요 연구로는 〈Do Historical Events matter in Geographic Agglomeration? The Case of Korea〉와 〈한국 제조업의 지리적 분포, 1909~200〉 등이 있다.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로 있으며, 국내에서 최초로 지리경제학을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저자 : 도경수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그리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를 취득하였다. 부산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정년퇴직하였다. 저서로 《사고 : 추리, 판단, 결정》, 《인지심리학(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인지심리학(공역)》, 《행동과학을 위한 통계학(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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