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 - 매 순간 죽도록 애쓰는 당신을 위해
허유선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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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 책 『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을 관심을 둔 이유는 책 소개글에서 "‘신은 죽었다’는 말로 유명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운명을 사랑하라’는 철학 메시지를 남겼다."라는 문장을 봤기 때문이다. 독자는 요즘 니체 서적을 몇 권 읽은 이후로 니체 관련 말을 필사 수집하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한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명언이나 문장을 매일 하나 이상씩 필사하려는 계획일 뿐이다. 니체는 기존 가치 체계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허무주의’라는 키워드도 함께 따라붙지만 니체가 말한 허무주의는 "껍데기를 치워버리고 가치 있는것을 새롭게 만드는 원동력을 의미한다"는 책 소개글의 말도 무척 새롭다.

니체는 외롭고 불안한 나에게 나를 낮게 평가하는 기준을 모두 해체하고, 사실은 내 모든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해준다. 우리는 살다 보면 인생을 지탱해온 생각이 무너지고, 지나온 시간을 부정당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고. 삶의 단계를 지날 때마다 인생의 고민은 가짓수가 늘어나고, 또다시 성취, 불안, 관계 등 내면적 고민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 또다시 나에게 묻는다, ‘이게 맞는 걸까?’라고. 이것은 일상적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책의 저자 허유선은 이러한 물음의 답을 철학에서 찾는다고 한다. 어찌 보면 철학이란 ‘잘 사는 법’에 목숨을 건 철학자들이 끊임없이 연구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철학이 얼마나 우리 삶에 이로움을 주는지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독자도 철학을 따로 배운 적도 없고, 철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최근 부쩍 불어난 니체 관련 서적(출간 러시의 이유는 잘 모르지만)을 한두 번 접하다가 '그의 철학이 보통 깊은 게 아니구나, 그래서 현대 철학자들이 철학 책을 쓰거나 혹은 강의를 할 때 니체를 많이 인용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꾸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 독자들처럼 니체의 철학에 빠진 것이 아니라 니체 연구자들의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니 '니체가 도대체 누구인데?' 하는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이 책 『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은 직장에서의 번 아웃, 닮아버린 인간관계, 가족의 어려움, 돈을 버는 일 등 일상 구석구석에서 마주하는 구체적인 갈등을 저자가 하나씩 되짚어준다. 공부로만 머물렀던 철학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문제를 바라보면, 철학적 이론과 생각의 방식뿐 아니라 그들의 진지함, 재치, 엉뚱함마저도 인생의 힌트가 된다는 저자의 신념 때문이다. ‘나를 위한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철학은 반드시 답을 찾기 때문이며, 끙끙대며 같은 고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힘들고 불안한 순간에도 철학은 우리에게 늘 답을 찾아줄 것이다.

 


 

저자는 책 잎 부분 「들어가는 말」을 통해 자신의 철학 '입문'과 철학을 계속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학교에서 철학수업을 들으며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오늘날까지 이름을 남기는 대단한 철학자들이 나의 일상의 고민들을 아주 진지하게 다루었다는 사시이었다.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명확하게 선택할 수도, 시원시원하게 다음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고민은 사실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꺼려진다. 말하면 말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 들고, 해결할 수 없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가라앚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고민을 계속 안고 있는 채로 넘어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만 잘 하면 되는데, 내가 부족해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왜 말할수록 더 답답하지, 내가 엄살 부리는 걸까? 그러나 철학에서는 바로 그런 물음이 '해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주제'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던질 수밖에 없는 물음'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고민을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인생에 질문이 있다는 뜻이고, 그 질문이 계속 나를 붙들고 생각하기를 요청한다는 신호다. 누구에게나 처음인 인생을 어떻게 질문 없이 넘어갈 수 있겠는가. 처음 듣는 수업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질문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대신 그 질문을 풀어나가는 데에는 더 적절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의 질문을 적절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고, 나의 고민에 접근하는 나 자신의 생각을 잘 돌아볼 수 있을까? 질문에 접근하는 관점, 내가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 질문을 나누고 다시 또 묶는 방식, 그리고 질문이 그 너머로 향하고 있는 곳까지, 생각할 일은 무척 많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넓게 풀어헤치며 살펴보아야 하는 고민을 너무 가두어 두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4개 파트 18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부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기분, 어떻게 해야 할까요?」에서는 1장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을 위해 에리히 프롬을 내세운다. 또 3장 '꿈과 현실, 타협이 될까요?'에서는 프리드리히 니체에게 묻는다. 2부 「인생의 길을 이렇게 걸어가는 게 맞을까요?」에서 7장 '돈을 버는 것과 어른의 의미'에서는 동양의 주희의 가르침을 알려준다. 또 9장 '나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일까요?'에서는 한나 아렌트에게 묻고 그의 답을 제시한다. 3부 「나는 좋은 사람일까요?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에서 13장 '취향이 도덕의 필수조건인가요?'에서는 임마누엘 칸트를 내세워 그의 도덕에 대해 들어본다.

이어 14장 '용기를 내는 방법'에서는 플라톤이 등장한다. 마지막 4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 누구한테 말해야 할까요?」의 15장에서는 '어차피 죽을 텐데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요?'란 질문으로 마르틴 하이데거를 소환한다. 이 책은 이렇게 1부에서 4부까지 모두 우리가 태어나서 살고, 살아오면서 자신과 세상에 던지는 질문들을 저자의 경험과 철학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던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많은 질문들을 한 곳에 모아 그 질문에 답할 위대한 철학자들을 불러내 우리의 질문에 답해주는 그들의 철학과 사상을 대신 전달해준다. 이런 방식은 소크라테스 때부터의 '대화법'에 의한 학문, 삶을 위한 대화 등을 인용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쩌면 독자의 얄팍한 철학지식으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으니 독자들은 참고 사항으로만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 책은 결국 '철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과 살면서 부닥치는 문제나 고민, 각종 해결책을 어떻게 답을 얻어 실천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다른 철학서와 다른 점은 삶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 제시하고, 어떤 답이 있나를 철학자들을 통해 듣ㄱ고 독자들이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아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로 옮긴 것이다. 저자의 철학 지식은 독자들의 질문이 되고 답변이 되기로 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한 예로 '외로움'에 대한 답변으로 저자는 에리히 프롬을 소개한다. 여기에 소개된 내용을 잘 읽고 이해한다면 독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실체에 도달할 것이고, 에리히 프롬은 독자들에게 답변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저자가 습득한 철학적 이해가 중간자 역할을 한다.

우리는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심하면 외로움이 자신이 가진 감정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흔히 '인간은 누구나 외로우니 별달리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한다. 저명한 철학자들에게도 인간은 본래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이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에리히 프롬을 소환해 독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저서 『사랑의 기술』로 유명한 20세기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외로움이 우리 삶의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태어난 이상 외로움은 뗄려야 뗄 수 없이 삶에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이를 '실존적 고독'이라고 한다. 이처럼 태어난 순간부터 사는 내내 동반되는 외로움이란 어떤 것일까? 프롬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나의 인생은 오직 나만의 것이라는 뜻에서 우리는 철저히 혼자인 삶을 산다는 것이다. 내 삶은 나만이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누가 나를 대신하여 살아주고 대신하여 죽어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이고, 그러니까 외로움 곧, 혼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당연히 따라붙게 되는 것이다."(p.14)

 

 

삶이 외롭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철학자 프롬은 답했다. 에리히 프롬의 답변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자가 해석하여 옮겨준다. 우리가 외로움에 허덕이는 이유가 단순히 존재론적인 이유에서만일까? 프롬은 외로움의 또 다른 의미를 알려준다. 내 인생은 나만의 것이어서 외로울 뿐만 아니라, 너무 막연해서 외롭다고. 막연해서 불안하고, 불안해서 외로워지는 것이라고.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 잘 나가다가도 내일 당장 넘어질 수 있다. 그나마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인생의 끝, 죽음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끝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게 찾아올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막연한가.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지금 무엇을 갖고 있든,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든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게 우리 인생이다. 물론 여기에도 장점이 있다. 안정적이지 않다는 건, 우리 삶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 채로, 자유롭게 열려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답변이 우리들에게 해답으로서 작동되지 않는다. 종교도 쾌락도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 이에 프롬은 좋은 연결의 방법으로 창작과 사랑을 추천한다. 창작은 사물과의 연결 관계를 만드는 일이고, 사랑은 사람과의 연결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들은 너무 자극적이지도, 일시적이지도 않고 나를 지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를 활성화한다. 창작과 사랑의 공통점은 '내가 나 자신의 힘을 발휘하며 연결을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런 어마어마한 사랑과 창작이란 일을 우리가 할 수 있을까?란 의문에 다시 부딪친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은 "나를 누르고, 외로움에 쫒기어 도망치는 일보다 마음껏 나의 힘을 발휘하면서 나로서 살아가는 일이 더욱 편안한고 할 만한 것이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철학책 한두 권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철학자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의 책을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문장이 많다. 웬만한 철학에 정통한 사람이라도 한 번 읽고 이해하기에 내용이 너무 어렵다. 이에 아예 도전도 하기 전에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철학책을 멀리 해왔다. 다루는 내용이 현실 삶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실제 읽어도 그 뜻의 핵심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이 '철학적으로 질문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외로움'도 비슷한 예다. 살아오면서 외로움을 느낀 적은 많다. 하지만 느낄 때마다 무게감이나 색깔이 전부 다르다. 즉 외로움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이 다르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철학자에게 해답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이런 저런 생각에 아예 철학을 멀리 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스스로 질문을 계속하다 보니 어떤 문제를 오래 생각하고 답을 해가며 끈질기게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때까지 질문을 계속하는 습관이 없었던 것이다. 철학의 가장 기본적 자세는 역시 질문, 끝없는 질문을 통해 답에 접근해 가는 것임을 뒤늦게야 깨닫게 해준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이 나열돼 있다. 이를 분석하고 철학적인 질문과 사색을 통해 답에 접근해가는 유명 철학자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 누구나 읽어볼 것을 추천할 만하다.

 

저자 : 허유선

 

동국대학교 철학과에서 칸트 철학을 전공했다. 강의와 저술 작업 등을 통해 ‘철학한다.’라는 것이 원래 우리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전하고, ‘잘 삶’에 관해 함께 철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기술이 사회와 삶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고 기술매체철학, 특히 인공지능과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윤리를 연구하며 철학을 일상적으로 풀어내는 팟캐스트 <포켓 필로소피―조금씩 익숙해지는 철학>의 공동 제작, 진행을 맡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차별과 그 책임 논의를 위한 예비적 고찰―알고리즘의 편향성 학습과 인간 행위자를 중심으로」 「칸트 윤리학의 행위자 중심성과 공동체 윤리로서의 효력―자율적 행위자와 책임귀속 효과를 중심으로」 외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저서로는 『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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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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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적하듯이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저자들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세계는 왜 비슷한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이 책을 통해서 해외 여러 나라와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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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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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국내 지리'와 2학년 때 '세계 지리'를 배웠던 것이 지리에 대한 공부의 전부다. 이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그때 제대로 배웠는지 여행 다니면서 무척 유용하게 써먹은 적도 있어 즐겁고 유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리는 대입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과목이라 그때를 마지막으로 지리학에 관한 지식을 더 배울 수는 없었다. 다만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약소국이어서 당하는 설움 등을 얘기할 때 '지정학적 위치'라는 말을 많이 들어 지리에 대한 관심이 조금 올라가기는 했지만 책을 구해 읽을 정도는 아니란 생각이어서 직접적으로 지리 지식은 더 높아지지 못했을 터다. 이 책 『지리의 이해』는 독자의 부족한 지리 지식을 높여줌과 동시에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이 책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읽기 위해 먼저 '지리학'의 정의나 어원 등에 관해 사전을 통해 찾아본다. 『학문명백과』에 따르면 지리학(geography)은 인간이 사는 지표상의 지역적 성격을 밝히는 학문이다. 지리학을 이해하는 출발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장소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이러한 차이를 땅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의 문화나 언어, 역사, 종교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의 정체성도 서로 다른 지역의 차이점과 특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하고 이것은 지역의 발전, 나아가서 국가 발전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리학은 고대부터 지역, 장소의 정체성을 인간이 사는 땅을 중심으로 서로 간의 관계를 밝혀 오고 있다.

 


 

이 사전은 또 지리학이라는 영어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학자였던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에 의해 명명되었는데, ‘지구’라는 뜻의 ‘geo’와 ‘기술하다’의 뜻인 ‘graphy’가 결합한 것이라고 밝힌다. 한자는 그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학(地理學)은 땅(地)의 이치(理)를 밝히는 학(學)문이다. 한자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학은 사람이 사는 모든 장소와 지역에서 나타나는 각종 자연적, 인문적 현상에 관심을 두고 그 현상이 나타나는 장소나 지역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지리학에서는 분포, 패턴, 과정, 관계 등과 같은 개념을 통해 자연과 인문 환경과 인간과의 관련성을 연구한다. 지리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자연과학(natural science)과 인문사회과학의 개념을 모두 적용하는 융합을 기반으로 둔 학문이다. 지리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社會科學, social science)의 특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자연과학에 기반을 둔 지리학을 자연지리학(physical geography), 사회과학에 기반을 둔 지리학은 인문지리학(human geography)이라고 한다는 말은 이 책 『지리의 이해』와 똑같이 기술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이 책 '머리말' 「지리를 넘어서」를 통해 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목표는 일반인들이 해외지역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이해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이해의 틀은 궁극적으로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 이때 누군가가 틀을 알려주고, 내용이 친숙하며,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으면 그 과정이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었다. ①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제공한다. ②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 해소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평소 생각하던 다른 방식으로 사례들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③ 이해를 돕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틀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례에 대해 예측해 본다."

 


 

이 책은 총 4부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세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에서 〈해외지역연구 방법론〉(1장), 〈특수성의 기저요인〉(2장), 2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에서 〈자연지리 요인에서 비롯되는 특수성〉(3장),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4장), 〈문화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5장), 3부 「세계는 정말 다를까?」에서 〈상식 깨기 :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6장), 4부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한국은?」에서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7장)을 각각 다루고 있다. 4부에서는 특수성과 일반성의 틀을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적용해보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곳곳에서 최근 들어 더욱 크게 불거져 나오고 있는 신뢰와 공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진단하고 예측해보려 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이는 해외지역의 문화특성을 고려해서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용적 목적에도 부응하고자 하는데, 해외지역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수성의 기저요인과 일반성의 두 측면을 고려하면,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해외지역의 문화특성을 고려해서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차례만 봐도 이 책 전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편집돼 있어 독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누구나 지적하듯이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저자들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세계는 왜 비슷한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이 책을 통해서 해외 여러 나라와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지리와 경제’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폴 크루그먼 지리경제학』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독자는 처음 배우는 내용이 거의 전부라 모두 새로워 즐거움이 컸다. 특히 지리적 특성 중 「역사적인 사건에 적용해보기」란 글을 통해 임진왜란에 대해 분석한 것을 흥미롭게 읽었다. 〈임진왜란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광기의 산물일까?〉에서 12페이지에 걸쳐 임진왜란을 분석했다. 물론 지리적 특성, 기후의 일반성, 역사의 흐름, 지정학적 원인 등을 토대로 임진왜란이란 전쟁사를 통해 실제 적용하며 이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 독자로서는 처음 들은 이야기도 있고, 무척 흥미로웠다. 이 분석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현재 일어나는 현상들을 대상으로 그 현상을 일반성으로 볼지 아니면 특수성으로 볼지를 다루었다.

그러나 일반성과 특수성이 설명력이 있으려면 과거에 일어난 일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지는 절에서는 630년 전에 일어났던 임진왜란이 한 지도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특수한 현상인지, 아니면 세계대전으로 불릴 만한 요건들을 갖춘 전쟁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우리 한반도 역사상 가장 뼈아픈 전쟁 중의 하나가 임진왜란이다. 저자는 임진왜란을 사망자만도 조선의 경우네는 민간인을 포함하여 100만 명에 이르러 당시 인구의 10분의 1을 넘었으며 일본의 사망자도 20여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임진왜란을 위정자의 개인적 욕구나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성향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국지전 수준의 전쟁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시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경제력과 기술을 갖춘 명나라와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이 참여한 세계대전이란 설명이다.

 


 

그 증거로 첫째, 전쟁에 참여한 나라의 수다.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 두 나라만의 국지적인 전쟁이 아니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명나라도 참전한 국제적인 전쟁이었다. 둘째, 국제적인 전쟁이 되려면 참전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조선에 보낸 국서에 "명을 정벌할 것이니 조선은 일본에 복속하고 '명을 치는 데 앞장서라'라고 명시해 명나라 침공을 명시했다. 셋째, 당시 세 나라의 인구와 경제력이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갖추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인구는 1,540만 명으로서 1억3,000만 명이었던 중국의 7분의 1수준이이고, 약 800만 명이었던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 인구는 서양 최대 국가인 오스만 제국으로서 슐레이만 대제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인구가 1,400만 명이었다. 스페인이 500만 명, 영국이 250만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당시 국제경제에서 지금의 달러화처럼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화폐는 '백은'이었다.

일본은 양질의 은광이 많아서 이를 개발하여 16세기 말에는 세계 백은 생산량의 4분의 1~3분의 1을 차지했다. 넷째, 무기와 전투능력도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갖추었다. 조총과 군의 전투능력은 전국시대 100여년 동안 전쟁을 하면서 경험 많은 전투 인력이 많았다는 점이다. 식량생산도 독자가 아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왜구라고 해서 식량과 인력을 빼앗기 위해 자주 침범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우리보다 훨씬 많은 쌀 생산량과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병력 동원도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라는 점도 놀랍다. 1590년 말 일본에 거주하던 중국인 허의준이 일본 사쓰마 영주로부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침략을 계획한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의 푸젠 당국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거쳐 중구을 갈 예정이며, 이를 위해 50만 명의 병사와 조총 30만 자루, 말 5만 필을 준비했다고 한다. 병력의 숫자도 엄청나다. 부산으로 침공할 때 정규 육군 병력 15만 8,700명과 수군 9,000명이었으며, 1만2,000명이 후방 경비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전투 부대를 지원하는 병력을 고려하면 전체 병력은 20만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을 독자로서 흥미를 느낀 하나의 사례(임진왜란)에 집중한 점이 있는데 새로운 내용이 많아서라는 변명을 하며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에는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2부 4장), 〈문화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2부 5장)의 내용도 무척 재밌다. 너무 많아 제목만 적어도 독자들이 이해 가능할 것 같아 제목 위주로 두 장에 걸친 내용을 여기 적어본다. 먼저 '역사와 제도 특수성'에서 ① 미국의 총기 소유 ② 지중해의 망루와 미로길 ③ 지중해의 인질 비즈니스 ④ 좌측통행 대 우측통행 ⑤ 미국의 홈리스와 자선문화 ⑥ 미국의 입양문화 ⑦ 카페 천지 한국 ⑧ 일본 자동차의 성공 비결 등이다.

또 '문화 특수성'으로는 ① 유럽인은 운동 신고 출근해 구두로 갈아 신는다 ②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 ③ 미국의 수평적 조직 구조와 CEO 위상 ④ 미국의 높은 이혼율과 트로피 와이프 ⑤ 한국의 길거리 응원 ⑥ 미국 식당의 팁 ⑦ 카카오톡과 WeChat(微信) ⑧ 미국과 한국의 화장실 공간 구조 등이 각각 실려 있다. 3부 6장 〈상식 깨기 :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에서는 ① 중국의 짝퉁 문화 ② 인도 카스트 제도 ③ 중국의 꽌시 ④ 인도엔 화장실이 없다? 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개는 식구? ⑥ 한국에서 신뢰사회의 어제와 오늘 ⑦ 일본, 한국, 중국의 올림픽 개최 ⑧ 코리안 타임 등을 다루었다.

4부 7장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에서는 ① 문화가 유사하면 무역과 비즈니스는 잘될까? ② 인도인은 모텔업, 한국인은 세탁업 ③ 일본이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의 길을 갔다면? ④ 문화적 특서으로 본 일본 사회의 현재와 미래 ⑤ 한국, 신뢰사회로의 여정은 자연스러운가? ⑥ 한국,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등이 실려 있다. 제목만 듣고는 쉽게 짐작하지 못하는 것도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의 많은 독서를 추천한다. 단순한 교양부터 실무 비즈니스 실무 적용까지 필요한 많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으며 심지어는 역사를 바꾼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는 이 책에서 지리의 참맛을 볼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볼 때 대부분 지역이 따뜻한 기후대에 속하며 강수량도 많다. 자연히 쌀 재배에 유리하여 농업 생산성은 매우 높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일본의 높은 농업 생산성은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 하였고, 당시의 주력 산업이 농업이었던 만큼 이는 높은 경제발전 수준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인구와 높은 경제발전 덕분에 경제 규모도 세계적 수준이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p.264)

 

"한국이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칠레와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칠레는 지리적으로 볼 때 지구의 거의 반대쪽에 위치하므로 한국과 유전적으로 섞이거나 생활권에서 겹치지 않는다. 문화적으로 차이가 크다. 게다가 식생도 크게 다르고 산출물이 출하되는 시기도 반대여서 상호 경쟁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이다. 차이가 서로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되니까 무역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입장으로는 정책 추진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게 되니 반대할 이유도 별로 없다. 문화는 일반적으로는 서로 유사한 나라에서 무역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때로는 문화의 차이가 오히려 무역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 양면성이 있다."(p.284)

 

저자 : 이윤

이 책의 역해자(譯解者)인 이 윤 교수는 인천테크노파크 원장과 한국무역학회 및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한국의 장기간에 걸친 지역별 산업의 집적과 분포를 연구하여 왔으며, 주요 연구로는 〈Do Historical Events matter in Geographic Agglomeration? The Case of Korea〉와 〈한국 제조업의 지리적 분포, 1909~200〉 등이 있다.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로 있으며, 국내에서 최초로 지리경제학을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저자 : 도경수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그리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를 취득하였다. 부산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정년퇴직하였다. 저서로 《사고 : 추리, 판단, 결정》, 《인지심리학(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인지심리학(공역)》, 《행동과학을 위한 통계학(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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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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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런 내가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은 찾아올까요?” 뺑소니로 사람을 죽인 죄에서 도망치는 가해자와 그의 뒤를 쫓는 피해자의 남편, 죄를 짊어진 이들의 고백을 통해 ‘죄와 벌‘의 의미 그리고 진정한 속죄를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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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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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일본의 추리소설이다. 저자 야쿠마루 가쿠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가로 손꼽힌다. 그가 쓴 수많은 추리소설은 대부분 독자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으며, 이 가운데 3편은 일본의 TV에서도 드라마로 방영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다. 특히 이 소설은 ‘현대사회의 죄와 벌’을 주제로 집필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일본 최고의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 속에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묵직한 작품으로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 저자가 이번에는 ‘죄의식’과 ‘진정한 속죄’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사람을 치고 도주한 뺑소니 가해자와 그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 가족이 사건 이후 얽히며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탁월한 심리 묘사와 특유의 가독성 높은 문체로 써 내려가 쉽게 잘 읽히는, 그의 작품으로서는 가장 최근의 수작(秀作)이다. 추리소설이지만 흉악한 범죄나 사이코패스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 개인의 심리 변화 등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곧잘 '도스토옙스키적' 사회 구조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단순한 자동차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간의 심리적 변화와 갈등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을 받았다. 법에 따른 처벌만으로는 다할 수 없는 속죄,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폭넓게 아우르는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야쿠마루 가쿠 자신도 ‘이것이야말로 내가 지금 써야 하는 이야기’라 칭한 이 작품이야말로 그의 ‘승부작’이자 새로운 ‘대표작’임을 숨기지 않는다.

 


 

대학생 마가키 쇼타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늦게까지 놀고 귀가한 밤, 그의 휴대전화에 여자 친구의 문자가 날아든다.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메시지를 본 쇼타는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다. 비가 퍼붓는 악천후를 뚫고 차를 몰고 가던 중 무언가를 치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공포로 인해 그대로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다음 날, 쇼타는 뉴스를 통해 자신이 친 것이 길을 건너던 노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의 미래, 가족의 행복, 연인의 웃음···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란 공포감이 엄습한다. 죄를 인정하면 영영 잃어버리게 될 것들이 너무도 많았던 쇼타는 경찰에 붙잡히고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서 계속해서 눈을 돌리기만 한다. 그러는 한편, 피해자의 남편 노리와 후미히사는 한 가지 ‘결심’을 마음속에 품고 쇼타를 만나러 간다.

 

"차 안에 나나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평상시와 다른 소리로 울고 있었다. 왜 그럴까 싶어 조수석을 쳐다보며 이동 장에 왼손을 뻗은 순간, 엄청난 충격이 일어 앞 유리를 봤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세찬 빗방울이 부딪히는 가운데, 뭔가에 올라탄 듯한 감촉이 핸들을 쥔 손에 전해지고 빗소리를 지우는 듯한 ‘끄아악’ 하는 기괴한 소리가 귀에 울렸다. 순간 브레이크에 발을 옮기려 했지만, 백미러에 비친 붉은 빛이 눈에 들어와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절규가 몇 초 만에 들리지 않게 되고, 그 대신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들렸다. 차내 온도가 단숨에 10도쯤 내려간 듯한 냉기를 등으로 느끼며 다음 적색 신호등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액셀을 밟았다."(p.15)

 

 

지금까지 야쿠마루 가쿠는 작품 속에서 주로 ‘피해자’에 포커스를 맞춰, 피해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조명하고 그들의 심정을 묘사하는 데 주력해 왔다는 것이 평단의 언급이다. 하지만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그의 데뷔 이래 처음으로 사건의 가해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이 책은 뺑소니 사망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 마가키 쇼타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그의 내면을 여실히 그린다. 야쿠마루 가쿠가 그동안 써온 살인에 관한 이야기에서 가해자는 뉴스에서나 볼 법한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작품 속 상황을 ‘어디까지나 나와는 관계없는 허구의 일’이라 받아들이며 읽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망 사고를 일으킨 주인공 쇼타의 입장이 될 수 있다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만일 사고가 일어났을 때 쇼타와 같은 말과 행동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느냐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작품의 중심에 있는 주제는 바로 ‘죄의식’과 ‘속죄’다. 죄를 저지르고 재판을 받으면 법에 따른 형벌이 선고된다. 징역형이라면 정해진 형기를 채우고 사회에 복귀하면 법적으로는 책임을 다한 것이며, 죄를 뉘우친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는 ‘과연 법적 책임을 다했다 해서 진정으로 죄를 뉘우친 것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작중 주인공 쇼타가 겪는 시련을 통해 가해자가 진심으로 자신의 죄와 죄의식을 마주하고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그 후의 삶을 성실히 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점에서 추리소설을 단순히 범죄와 범죄자를 체포해 응징하는 점에 주력하지만 저자의 이 작품은 추리소설을 한 단계 끌어올려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드러냄으로써 사회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흥미 위주보다는 범죄와 죄의식,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변화 등을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좇아간다. 재판을 통해 4년 10개월의 징역형을 살고 나온 쇼타뿐만 아니라, 쇼타의 가족 자체는 파괴되었다. 쇼타가 형기를 다 마치고 나왔을 때,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했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 결혼을 앞둔 누나도 파혼했으며, 유능한 교육학자였던 아버지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다. 가족 모두가 정상의 삶을 유지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쇼타 역시 전과자로 쉽게 취직마저 할 수 없다. 예전 친구를 만나도 거리를 느낄 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완전히 쇼타는 딴세상 사람이 된 것이다. 그나마 그의 곁에서 다시 친구가 되어준 아야카만이 유일한 인간미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의 옆집으로 이사 온 이상한(?) 노인이 그의 시야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교도관의 질문에 마가키 쇼타는 "네" 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감방을 나왔다. 교도관을 따라 복도를 지나 안내된 방에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 이곳에 왔을 때 가져온 가방이 놓여 있었다. 그 옆 상자에는 지갑과 집 열쇠와 휴대전화가 들어 있고, 그 옆에는 새 옷이 놓여 있었다."(p.129)

 


 

죽은 여인(피해자)의 남편이 가해자를 쫓는 장면이 소설 속에 나온다. 그(가해자)는 징역형 4년 10개월로 끝나지만 죽은아내가 돌아올 리 없다. 더욱이 자신도 쇼타가 출소하면 89세임을 인식하며 복수를 준비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법이 사회적 갈등을 완전하게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아무리 중간에서 법이 나서 합리적 판단으로 가해자에게 '벌'을 줘도 피해자로서는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대개는 그렇다. 더욱이 자동차로 사람을 치어 죽이고 도망간 주제에 법정에선 사람이 치인 줄도 몰랐고, 가벼운 충격의 느낌은 있었지만 작은 동물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가해자를 인간적인 차원에서 그냥 둘 수 없다는 사적 보복, 복수의 감정이 생길 수 있다. 가해자가 법정에서 전혀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으니 피해자의 남편으로서는 분노와 복수를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상식일 수 있다. 피해자가 원하는 그대로 법이 결론 내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나선다는 복수심은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의 판단은 분노나 동정, 연민 같은 것이 끼어들 리 없다. 즉 법리적인 판단은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그러니 내가 만족할 수 없는 판결을 마주했다면,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마무리 짓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니었다. 피해자의 남편이 가해자를 쫓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가해자를 쫓던 그 마음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조금씩 달라져 간다. 그런 변화의 심리적 묘사는 저자의 장기 아닌가? 오히려 인간다운 면이 강조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언제 어떤 상황을 만났느냐에 따라 우리는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될 수 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른 결과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책임이라는 형태로 짐을 지게 한다. 한때는 가해자였던 이가 다른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저자는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소설은 추리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전작(前作)에서 보지 못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쓴 것이란 느낌을 받는다. 쉬운 표현으로 죄와 죄인, 그리고 피해자와 경찰관 등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이 아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가해자의 눈으로 사건을 본다. 뺑소니 사건의 가해자가 사건을 일으켰을 때부터 사건 이후의 이야기까지 가해자 쇼타의시선으로 사건과 상황이 전개된다. 그리고 그는 분명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고, 법의 심판으로 벌을 달게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가 받은 형량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게 소설 속 이야기로만 남을 수 있을까? 독자도 운전을 하는 사람으로서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사고의 위험을 함께한다. 누구나 가해자 쇼타의 입장이 될 수 있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입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사건이 터진다면, 운전자인 내가 부주의로 누군가를 치어 죽였다면, 그리고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비오는 날 밤이었다면... 일상에서는 쉽게 상상하지 않는 일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가해자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니 어쩌면 쇼타와 같은 상황 대처, 징역형, 그리고 새 삶 등 끔찍하기만 하다. 끔찍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생각은 쇼타와 비슷하게 흘러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교통 사고를 일으켰지만, 마땅히 사회가 정한 대로 죄값을 치렀다면 남은 인생은 새로 시작할 상황으로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범행 동기보다 범행 결과만 중요시하는 법의 맹점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범죄자의 심리 변화와 보통 인간의 심리 변화의 차이를 어떻게 계측화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점만 쌓여간다. 즉 법이 벌을 가한 범죄자의 죄의식을 어떻게 들여다보며 숫자로 표시하듯 명확하게 계측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 아닐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마음속에서 맴돈다.

 


 

저자 : 야쿠마루 가쿠

 

1969년 효고(兵庫)현 아카시(明石)시 출생. 도쿄로 이사 온 열한 살 때부터 용돈을 손에 쥐고 극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화에 푹 빠진다. 배우를 지망해 고교 졸업 후에는 극단에 들어가지만, 몸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기보다 머리로 이야기를 구상하는 게 자신의 적성에 맞다는 걸 느끼고 극단을 그만둔다. 시나리오 신인상 1차 예선에 통과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던 차에 친구를 통해 만화 원작의 길을 알게 돼, 잡지 『올맨』에 가작으로 입선한다. 하지만 잡지의 폐간 등으로 한계를 느낀다. 그러던 중 당시 신인 작가였던 타카노 카즈아키의 데뷔작이자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인 『13계단』을 읽고 충격을 받아 소설가의 길을 가기로 한다. 에도가와 란포 상을 목표로 피나는 노력 끝에 2003년 33세의 나이에 데뷔작 『천사의 나이프』로 제5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한다. 그 외에도 2007년 『오므라이스』로 제6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 2011년 『하드럭》으로 제14회 오야부하루히코상 후보, 2014년 『유자이』로 제35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 후보, 2014년 『불혹』으로 제6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5년 발표한 『침묵을 삼킨 소년』으로 2016년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다. 2016년 『A가 아닌 너와』로 제37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을 수상하였다.

데뷔 10주년이었던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였는데, 그의 작품은 대체로 사회구조적 범죄를 통해 심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냉혹한 현실에 의문을 던진다. 소설가가 되어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법과 경찰, 매스컴이라는 사회 시스템을 그려 왔다. 앞으로도 미스터리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싶다는 야쿠마루. 세 번의 홋카이도 취재를 통해 완성시킨 작품 『허몽』을 비롯하여 기다렸던 복수의 밤』, 『익명의 전화』, 『어둠 아래』, 『허몽』, 『악당』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형사의 약속』은 2013년 일본 TBS 방송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한 『형사의 눈빛』과 장편 『그 거울은 거짓말을 한다』에 이은 ‘나츠메 형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역자 : 이정민

 

출판 및 일본어 전공. 일본 도쿄의 회계사무소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귀국 후에는 일본인 주재원의 전속 통역으로 근무하며 한국어와 일본어의 차이와 사이에 매료되었다. 현재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을 기획 및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역서로는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슬로하이츠의 신』, 『아침이 온다』, 『신의 아이』, 『눈의 소철나무』, 『요철』, 『최저』, 『언덕 중간의 집』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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