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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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구려 광개토태왕의 영토확장 정신이 오늘날 ‘경제영토 확장’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부강한 나라를 이루기 위해 북방 초원로를 달리던 기상으로 우리 기업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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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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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광개도태왕일까? 독자의 이 물음은 이 책이 선보일 때 나온 게 아니다. 『광개토태왕 담덕』은 처음 나온 책도, 드라마도 아니다. 한민족이 모두 알다시피 우리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위업을 이뤘고, 특별한 마음으로 우리 민족을 사랑한 지도자였기에 자주 다룰 수 있는 위대한 인물이다. 독자의 질문 '지금 왜?'가 나온 것은 우리 역사의 또 다른 위대한 인물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가 번역돼 나오고 있다. 한 출판사만 아니라 이곳저곳 여러 곳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2개 이상의 출판사는 독자가 확인했다.

그러나 이 책 『광개토태왕 담덕』이 왜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광개토태왕은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다음 장수왕이 영토는 남쪽으로 확대해 더 커졌다고 함)를 개척한 왕이다.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부터 고등학교는 물론 일반 서적이나 전문서적까지 합치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에 대한 질문은 이 책 저자에게, '난중일기' 번역출판은 그 번역자에게 물어야 맞을 것이다. 광개토태왕은 영토 확장, 『난중일기』는 일본(倭)의 침략을 막아낸 해군(수군)의 구국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역할이었지만 위대한 우리 역사상 인물이라는 점은 공통된다. 이 책 『광개토태왕 담덕』의 저자 엄광용은 독자의 질문을 예상이라 한 듯 "광개토태왕의 영토확장 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 기업의 세계 경제영토 확장으로 이어져 왔다. 더불어 IT 최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은 정보의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계 유통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는 모두 고구려의 공격형 전략을 구사하는 상무정신과 광개토태왕 담덕의 광야를 향한 영토확장의 리더십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이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삼국지』와 『대망』 같은 국민 역사소설을 쓰고자 했던 저자가 글쓰기 인생 거의 전부를 바쳐 쓴 작품이라고 한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처음 집필에 들어간 것이 2010년, 워낙 방대한 양의 작품이기에 쓰고 고치고, 부족하면 다시 공부를 위해 중단하면서 지금까지 완성한 것만 해도 원고지 1만 매에 이를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그동안의 집필 기간만 11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부분은 그 1부에 해당하는 원고지 3,000매 분량의 단행본 2권이다.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마치 당대의 『삼국사기』에서 미진하게 다룬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원시켜 놓은 것처럼 역사적 연대기에 충실하면서 실감나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인물들을 되살려 놓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20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중국 등지에서 ‘고구려본기’의 빈 공간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사료를 찾아내고 보완한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여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이 소설의 직접적인 시대 배경은 광개토태왕 재위시기를 전후한 40~50년이지만, 고구려의 전반기 400여 년을 아우르는 역사소설이다."고 「작가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의 출판사 측은 책 소개글을 통해 "중국의 『삼국지』와 일본의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은 어떻게 쓰여졌을까? 나관중의 『삼국지』는 사실 작가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여러 작가들이 첨삭을 가해 완성된 작품이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은 일본의 주요 신문사 3개가 연재 지면을 내주며 작가의 생활을 돕는 방식으로 18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렇듯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하 역사소설의 탄생은 다만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 소설은 그동안의 집필 기간만 11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부분은 그 1부에 해당하는 원고지 3,000매 분량의 단행본 2권이다.

출판사에서는 그간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로 그 대서사의 완결을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리하여 2013년 미천왕 편을 시작으로 6년여에 걸쳐 여섯 권의 책을 발간하였다. 이제 그것은 다른 출판사의 몫이 되었고, 새움출판사는 그 뒷이야기를 다른 작가의 힘으로 이어나가게 된 것이다."고 과정에 대해 소상히 쓰고 있다. 서사가 죽어가고, 문학이 가벼워져 가기만 하는 시대, 그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 할지라도, 그와는 다른, 천년 세월을 견디고 우리에게 전해진 고구려의 벽화와 비석들처럼, 다시 백년 후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역사책을 만든다는 심정과 자세로 춣판했다는 말이다. 출판사는 작가와 함께 이 작품을 종이 위에, 인터넷의 바다 위에 깊고 단단하게 새겨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덧붙였다. 이제 대한민국의 글로벌 기업은 광개토태왕의 ‘노마드 정신’을 이어받아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문화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며 ‘광야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데에도 이 소설은 힘을 보탤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광개토태왕’은 지금까지 여러 책과 영상물로 만들어져 누구라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건 단지 피상적인 수준이다. 실제 광개토태왕 담덕에 대한 직접적 자료는 집안(集安)의 호태왕비 비문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 역시 누군가에 의해 변형되고 훼손된 채 덤불속에 묻혀 있다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지극히 한정된 자료로 인해 저 위대한 인물의 자취를 되살려 내는 데는 작가의 표현대로 지난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에 더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하다시피 한 기록인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속 광개토태왕의 모습 역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김부식의 신라 중심 사관으로 인해 삼국사기 속 고구려의 모습은 당시 중국 사료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놓은 것처럼 허술할 뿐만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는 껄끄럽기만 한 광개토태왕의 업적에 관해서는 더욱 간략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에서 이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마치 당대의 『삼국사기』에서 미진하게 다룬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원시켜 놓은 것처럼 역사적 연대기에 충실하면서 실감나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인물들을 되살려 놓고 있어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20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중국 등지에서 ‘고구려본기’의 빈 공간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사료를 찾아내고 보완한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여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앞서 언급한 저자의 「작가 서문」은 사료 채집에 가장 어려움이 많았음을 토로하고 있다. 또 저자는 당시 광개토태왕의 웅혼한 기백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저자의 중국 체류기간이 무척 길었던 것도 암시하고 있다.

"고구려 생활상을 다룬 저술들과 이웃 나라와의 물산 교역, 전통 무속신앙과 종교의 합류 과정, 지리적 특성과 그곳에서 나는 특산물들, 나무와 풀과 생명체들을 통하여 역사 퍼즐을 복원하는 데 온 힘을 다하였다. 중국 둔황을 거쳐 실크로드를 답사했을 때, 고비사막 가운데 서 본 기억이 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지평선이었는데, 시야를 최대한 넓혀서 바라보면 둥그스름한 직선의 형태였다. 그것이 바로 ‘광야’였다. 1,500여 년 전 광개토태왕은 말을 타고 이러한 광야를 달리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심정이 되기도 했다. 생각이 한반도에만 갇혀 있던 내게 노마드 정신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광개토태왕 담덕』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노마드 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39세의 짧은 일생 중 상당 부분을 저 초원의 광야를 질주하며 말 위에서 보낸 광개토태왕의 노마드 정신은 이미 역사 속의 원형질로 돌아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통하여 그 원형질의 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였다. 소설 속에서 그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분명 광개토태왕이 광야를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통해 오늘날 세계로 뻗어 가는 네트워크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가 그물처럼 엮여진 정보의 유통망을 통하여, 독자들이 새로운 미래의 시간을 열어가는 동력을 확보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간이 말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대의 흐름은 물과 같습니다.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것은 반드시 한 번은 높게 한 번은 낮게 물굽이를 이루는 연속 작용의 결과입니다. 아무리 강성한 국가도 흥망성쇠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 지금 연나라는 강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국력이 약화될 때가 있습니다. 내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 시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우리 고구려 유민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을 것입니다.” 모용황은 똑바로 왕제 무를 직시한 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바로 목울대로 호통의 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인데, 억지로 입을 앙다물어 참고 있는 것 같았다.(p.31)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힘을 길러야 한다. 대왕 사유는 이미 늙었고, 사후에는 태자 구부가 왕위를 잇겠지. 구부에게는 아들이 없다. 현재로서는 태자비가 아닌 다른 여인을 취한다 해도 아들을 낳기 힘들어. 태 자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거든. 그렇다면 구부 다음에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은 왕자이련 밖에 없다. 내 생각에 이련은 왕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 대왕 사유처럼 유약한 성격을 꼭 빼닮았어. 지금 고구려는 서쪽으로는 연나라 다음으로 일어선 전진의 부견이 있고, 남쪽으로는 발해에서 황해에 이르는 해상권까지 장악한 백제가 버티고 있다.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자가 왕위에 오른다면 고구려의 미래는 장담할 수가 없어. 미천 대왕 때처럼 강력한 왕권이 들어서야만 우리 고구려에 희망이 보인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너는 알겠지?”(p.97)

 


 

내 몸을 방어하지 않고 내 군사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용맹스럽다 하더라도 훌륭한 장수라 할 수 없다. 칼을 피하는 법은 내 몸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힘을 빼게 하는 데 요지가 있다. 그런 연후에 상대가 지쳐 공격에 허를 보일 때 단칼에 제압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칼을 쓰는 비결이지. 또한 후퇴하는 법은 적을 교란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우선 자기 부하들 목숨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이 강할 때는 후퇴하는 것이 당연하다. 설사 적이 약해 보이더라도 짐짓 후퇴를 가장하여 상대로 하여금 자만심을 키워 공격하도록 한 후, 적절한 기회에 기습적으로 쳐서 이기는 방법도 있다. 칼을 피하고 후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겠느냐?(p.172~173)

 

저자 : 엄광용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하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12년간 잡지기자 생활을 하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사표를 냈다. 이후 전업작가 생활을 하면서 고구려연구회 회원이 되어 국내 답사여행을 다녔다. 그때부터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을 쓰고자 하는 일념으로 자료조사를 시작했고, 만주·백두산·실크로드 등 해외 답사까지 다니면서 광개토태왕의 원정길을 추적하였다. 광개토태왕 자료는 비문의 내용이 거의 전부이므로 자료조사의 한계를 느끼다가,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에 진학하여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고구려 역사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두루 엿볼 수 있는 간접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였다.

1990년 『한국문학』에 중편소설 「벽 속의 새」로 문단에 데뷔하였고, 창작집으로는 『전우치는 살아 있다』와 경장편 『꿈의 벽 저쪽』이 있다. 장편역사소설로는 『사냥꾼들』, 『천년의 비밀』 등을 출간하였다. 한편 장편동화 『이중섭과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 위인전기 『이중섭, 고독한 예술혼』, 『안중근, 일본의 심장을 쏘다』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도 다수 출간했다. 기획저서인 『인물로 읽는 사기』(전 3권), 『이야기로 읽는 도덕경』(전 3권), 『이야기로 엮은 우리 미술사』, 『징비록에서 역사의 길을 찾다』, 『엄광용 선생님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생동하는 고구려사』 등 역사와 철학 저술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5년에는 장편 역사소설 『사라진 금오신화』로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문학 활동을 하는 한편 기업의 역사인 사사(社史)도 『현대건설』, 『삼성전자』 등 30여 권을 집필하면서 경제를 넓고 깊게 보는 심안(心眼)도 갖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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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야마사키 케이치 지음, 이유라 옮김 / 로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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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공부하기에는 당연히 ‘인물‘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사의 주역이든 악역이든 세계 역사의 주인공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만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이 역사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렇다. 이는 이 책의 집필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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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야마사키 케이치 지음, 이유라 옮김 / 로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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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은 일본 학자의 세계 역사서이다. '일본 학자'라고 표현한 것은 그의 양심과 학문에 의한 '세계사 보기'라는 의미에서 독자가 학자의 명칭을 붙였다. 저자가 고등학교에서 역사 강의를 오랫동안 한 점과 유튜버들의 요청에 따라 세계 역사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널리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역사관이 중립적이라는 점에서 학자의 태도에 알맞다고 본 독자의 판단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이 책에서도 그의 역사 기술 중립성은 잘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누가 뭐래도 선진국에 속해 있는 세계 문화나 인류 발전을 위해 잘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이른바 '메이지 유신'으로 나라를 쇄신하고 단순 왕정이 아닌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했다.

독자가 생각하기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군벌 세력의 약화와 신흥 엘리트 계급의 약진으로 선진국의 밑바탕을 견고히 다져왔다.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고 의회에서 다수당의 한 사람이 총리로서 국정을 맡아 운영한다. 영국과 똑같이 닮았다.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의회 민주주의 원칙을 그대로 따왔다. 특히 영국을 따라한 것은 당시 영국이 조그만 섬나라로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선 것들을 모델로 삼았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영토 확장과 기술 문명, 그리고 정치제도까지 똑같이 따라했다. 이의 토대를 제공한 엘리트 계급이 대부분 영국 옥스포드 대학 유학을 다녀온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영국 따라하기'를 목표로 정해놓고, 놀랄 만한 속도로 강대국으로 올라섰다. 일사분란한 군을 앞세워 이른바 식민 정치 대열에 뛰어들었다. 제 1차 세계대전에 실제로 군대를 파견하지도 않았고 간접 지원만 한 것은 군사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전쟁의 무대가 유럽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군사력은 군인의 숫자나 기술력, 군사 체계 등 모두 선진 일류 국가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 했다. 불과 20년 만에 청과의 전쟁(1894)와 러시와와의 전쟁(1905)에서 모두 이겨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고 중국·러시아보다 우월한 군사력을 앞세워 한국과 중국 일부, 러시아 일부 등을 제압하고 동남아로 세력을 뻗쳤다. 이렇게 일본이 세계 무대에서 선진국으로, 군사 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2차 세계 대전에서 미국에도 이길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두 나라 사이가 너무 먼 데다 바다로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태평양을 지배해야 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진주만 기습을 한 것도 군사적 자신감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때의 역사는 일본이 세계사 전면에 올라선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많은 역사가와 정치가들은 식민 정책의 일환으로 침략전쟁을 펼친 자신들의 선조(전범자들)에 대해 결코 저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일본의 현대사 부분을 세계를 움직인 역사적 인물에 단 한 명도 끼워넣지 않았다. 이는 역사 의식보다는 세계사에 전범으로 이미 낙인 찍혔지만 그들을 비난하거나 원망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기 때문에 차라리 중립적 차원에서 한 명도 끼워넣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추측이지만 이 책의 집필 계획이 세계사 속의 일본사를 아예 빼놓았는지도 모르겠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오랜 기간이지만 일본의 인물이 한 명도 끼이지 못했다는 것은 의도적인 속내를 풍기기는 한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인물은 수십 명이 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독자로서는 읽기에 부담이 확실히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의 이 책 집필 취지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저자는 이 책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에 인물들의 인간성과 드라마를 강조하여 인물들의 놀라운 본모습, 알려지지 않은 인간관계 등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세계사의 필수 지식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물들을 시대와 지역으로 나누어 구분하였고, 각 인물의 주요 업적은 단어장처럼 정리하여 프로필에 실었다.

저자는 옛 제자들의 요청으로 시작된 저자의 세계사 유튜브 강의가 수험생, 교육 관계자, 배움에 목마른 직장인들까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며 금세 화제가 되어 출간까지 이어졌다고 말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담은 역사 공부법이 있다는 것. 이에 따르면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연도를 외우고, 각종 명칭을 외우고, 사건의 인과 관계를 외우고, 그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다 외울까 좌절하곤 한다. 그렇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역사를 쉽게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의 인간성이나 드라마를 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물의 인생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배경 지식을 깊이 알고 이해하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지어 이해하면, 어느새 그 인물의 삶이 흡수되어 머릿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가 장담한 만큼 이 책은 인물 한 명 한 명의 드라마가 기억에 남아, 역사 공부가 아닌 장편의 드라마를 시청한 듯한 재미를 준다. 오죽했으면 저자의 옛 제자들이 선생님 수업을 다시 듣고 싶다고 했을까. 수험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녀와 함께 공부하며 교양을 쌓고 싶은 부모, 색다른 교수법을 찾고 있는 선생님들, 역사 지식을 쌓고 싶은 일반인까지, 제목 그대로 호불호 없는 ‘모두를 위한’ 사전이다. 이 책의 재미를 더해 주는 주요 요인은 역사 인물들을 저자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해석이다. 이 책에서는 멸망의 길을 향해 가던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재건을 위해 로마와 동맹을 맺으려 했던 클레오파트라를 ‘사내 파벌 싸움에 농락당하면서도 도산 직전의 회사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장’ 에 비유한다.

그리고 중국의 춘추 시대, 43세의 나이에 살해 위협을 피해 다양한 나라를 유랑하며 굶주리던 중이가 63세의 나이에 진나라의 군주가 된 것을 보고 ‘중년의 희망’이라는 공감을 자아낸다. 또한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에서 처형된 루이 16세는 자물쇠 만들기가 취였으므로 오늘날로 치면 프라모델 만들기가 취미이며 시계 장인의 집에서 태어났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며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저자만의 이러한 시각 덕분에 독자는 클레오파트라가 왜 카이사르에 그의 부하인 안토니우스까지 연인의 인연을 맺었는지, ‘도망치는 중이’가 어떠한 연유로 제후들의 지도자 ‘진 문공’이 되었는지, 루이 16세는 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는지, 각 인물의 인생을 통해 역사를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담보된 자료에 따라 기술했다는 말이다. 이쯤에서 저자가 현대 일본의 중요 인물을 한 명도 끼워넣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책은 소설책이나 수험서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연대순을 가급적 피한다. 역사를 기술할 때 '연대'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그러나 시대를 구분하고 그 시기에 지구 다른 쪽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굳이 연대순으로 적지 않아도 훌륭한 역사 공부가 가능하다. 이 책은 에피소드와 이 에피소드에 관여된 인물과 그 시대에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어떤 인물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잘 살핀다면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조선 말 내부 권력 다툼에 빠져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했을 때 일본은 유신을 일으켜 정치 제체부터 군사, 경제 체제 등 모든 것을 앞선 나라들을 따라 재구축했다. 이른바 선진국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권력 구조, 경제 체제, 사회적 인식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꾀했다. 이 상태로 10~20년이 흘러간다면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필요할 때마다 가볍게 꺼내 읽는 것만으로도 옆사람에게 술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바탕에는 수업에서 역사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풀어 학생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왔던 경험을 통해 이 책을 ‘뒷이야기 모음집'으로 만들고자 한 저자의 의도가 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카노사의 굴욕 사건을 ‘로마 황제가 교황 앞에서 사흘 동안 맨발로 선 채 사죄를 해야 했다’라고 배웠다. 저자는 이 사건 이후 ‘로마 황제의 역습’이라는 황제의 복수극을 보는 듯한 후일담을 연결해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는 프리드리히 2세를 프로이센을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으로 만들었다고 배웠다. 그런데 그가 플루트 곡을 작곡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때문에 아버지에게 엄격한 체벌을 받았다는 사연은 강대국의 카리스마 리더에게서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처럼 인물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인물들간의 관계를 연결지어 떠올리다 보면 잊을 수 없는 지식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의 350쪽과 351쪽은 쿠바 혁명의 두 인물,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자가 두 사람이 혁명동지로서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깊은 우애를 나눴다고 들었기 때문에 관심이 가서 색인을 통해 즉각 찾아내고 읽었다. 저자는 집필 취지가 잘 드러나도록 나란히 마주보는 면에 배치했다. 각 인물에 대한 짧은 소개를 거친 후 두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어떻게 헤어졌으며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알게 되면 혁명, 정치, 나라, 개인적 의지 등을 모두 살필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쿠바 출신으로 친미파 바티스타 독재 정권 타도를 외치며 게바라와 함께 쿠바 혁명을 주도했다. 흐루소프와 우호 관계를 맺고 사회주의 선언을 발표했으며 소련의 지원과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 노선을 취했다.

멕시코에서 바티스타 정권에 반대해 멕시코로 망명했던 카스트로는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에 상륙하기 위해 10인승 보트에 82명이 올라탔으나 상륙 도중 발견되어 20명 이하만 살아남아 게릴라를 계속하며 세력을 확대했다. 이에 비해 체게바라는 아르헨티나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의사가 되었으나 남아메리카 횡단 여행을 하던 중 민중들의 빈곤과 독재 정치를 목격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게 됐다고 기술한다. 카스트로를 만나 쿠바 혁명에 참여해 혁명 정권에서 국립은행 총재와 공업대신 자리에 올라 쿠바의 사회주의화에 공헌했다. 게바라는 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나라의 혁명을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콩고 혁명 운동을 지원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볼리비아에 잠입해 독재 정권을 상대로 혁명을 계획했지만 미국 CIA의 지원을 받은 볼리비아군이 게바라의 게릴라 부대를 추격하며 게바라는 사살되었다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체 게바라의 쿠바에서의 정부 관료를 했다는 사실과 미 CIA가 지원하는 볼리비아 군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맛에 역사를 읽는 것 아닌가 생각해볼 정도로 우리가 자세히 모르는 세세한 에피소드가 가끔은 역사 인식을 바꿀 때도 있다.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며 교양을 쌓고, 저자의 말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역사의 목격자’라는 자부심이 스며들기를 바라기에는 더 없이 좋은 책이다.

 

저자 : 야마사키 게이이치 (山崎圭一)

후쿠오카 현립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로, 1975년에 후쿠오카 현 다자이후 시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사이타마 현립 고등학교에서 재직한 후 여러 고등학교를 거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자에게 ‘선생님의 세계사 수업을 또 듣고 싶다’는 요청을 받고 유튜브에 수업 동영상을 올리기로 결심한 후, 2016년부터 200차례에 걸쳐 ‘세계사 20화 프로젝트’를 업로드했다. 현재는 세계사 외에 일본사와 지리 수업 동영상도 올리고 있으며, 지금까지 업로드된 동영상의 수만도 500편을 넘는다. 수업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예전 제자들은 물론이고 수험생과 교육 관계자, 사회 과목을 다시 공부해보고자 하는 사회인들 사이에서 그의 수업이 ‘쉽고 재미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뒤이어 ‘신의 수업’이라고 화제가 되었다. 그의 동영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누적 조회수 2,500만 회를 돌파했으며, 채널 구독자 수도 12만 명(2022년 5월 기준)이 넘는다.

 

역자 : 이유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의류학을 전공하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에서 공부했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뒤 집단지성번역플랫폼 플리토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달처럼, 원작의 빛을 가장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분 스탠딩 건강법』, 『통증의 90%는 고관절이 문제다』, 『나에게 읽어주는 책』, 『매일매일 좋은 날』, 『계절에 따라 산다』, 『꼭 알아야 할 일본전래동화 시리즈』, 『우리도 고양이로소이다』(공역), 『기담책방』 (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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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의 그릇 - 나의 잠재력을 200% 끌어내는 30가지 법칙
조현우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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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이들은 어떻게 목표를 성취하는가? 저자는 ˝잠재력을 200% 끌어내는 30가지 법칙˝ 성취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설명해준다. 자신의 ‘탁월함의 노력‘의 경험이 그의 설명의 배경이라 높은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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