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이제 비로소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예술 여행 기획자 강정모가 제안하는 새로운 미술 여행의 지도를 따라 한발한발 걸어나가면 그들이 전하는 생생한 삶의 감각과 용기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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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독자는 미술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그림을 배운 적도 없어 미술에 관한 한 문외한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 "그림 잘 그린다"는 선생님의 격려의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그림을 좋아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술에 관한 책을 따로 사보거나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지만 취미로 전시회에 자주 다녔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기존 예정된 전시회도 취소되는 사태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취미 생활이 막히나 했더니 미술 관련 책이 쏟아져 나왔다. 화가가 호구지책으로 쓴 책이 아니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어쩌면 전공도 했을 분들이 앞다퉈 책을 발간했다.

그 얘기는 어쩌다 서점에 들러보면 최근 2년간은 신간도서 판매대에 언제나 미술 관련 책들이 꽂혀 있었다. 서점 관련자에게 질문했더니 "아마 코로나로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코로나 극복 의지를 키워주는 데 '미술책'이 좋은 효과를 내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답변을 대신 해줬다. 아닌 게 아니라 코로나 이후 출판계도 힐링을 위한 에세이, 정신 주장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자기계발서 등이 압도적으로 많이 출판됐다고 입을 모은다. 원래 대형 서점에서 발표하는 일년 간 판매 집계에서 분류상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늘 1,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다 요즘은 미술과 클래식에 관련된 서적이 많이 발간된 점이 특이하고,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도 말한다.

 


 

독자도 이 말에 공감한다. 독자 역시 미술 관련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코로나 이후부터니까. 또 그림에 관한 책은 명화 중심으로 깨끗한 컬러 인쇄가 필수적이라 눈에 쉽게 띄고 코로나 시대에는 대부분 예상 외로 많이 팔린다고 했다. 독자가 코로나 이후 미술 관련 책을 읽은 것만 10권이 넘으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들 책 대부분이 서양 명화에 집중되고, 동양미술이나 한국화 등은 거의 배제됐다고 한다. 물론 전혀 발간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호응도가 낮았던 것 같다.

동양미술이나 한국화에 대해 책을 쓸 인적 자원도 훨씬 적은 데다 잘 팔리지 않으니 웬만한 결심 아니고는 출판되기 어려울 듯하다는 사실은 설득력이 크다. 이래저래 독자가 읽은 미술 관련 책 10여 권 중 두 권만 동양미술과 한국미술에 관련 책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책 역시 서양화 중 유명한 그림이 많이 눈에 띈다. 물론 그림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미술관이나 화가들이 활동한 무대(지역)를 중심으로 쓴 책이어서 조금 결이 다르다. 특히 이 책 『한낮의 미술관』은 저자 강정모가 쓴 책으로, 그는 VIATOR(저자의 설명이 없어 무슨 단체인지 모르지만)가 선정한 세계 10대 가이드이자 예술 여행 전문 기획자라니 기대해볼 만하다는 느낌이다. 저자와 함께 떠나는 고요한 여행이 기대된다. 이번 여행은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곳곳의 아름다운 도시와 그곳에 서린 예술가들의 지난 삶의 자취를 따라가 보는 여정으로 채워진다.

 


 

저자는 청년 시절 루브르박물관에서 우연히 〈목수 성 요셉〉 그림을 만나 작품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강렬한 느낌이었음을 그는 이 책 '들어가는 글' 「예술, 여행이 되다」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이후 ‘예술은 곧 여행이 된다’라는 마법 같은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그림을 좇아 온 세계를 여행했고, 그만의 예술 여행을 직접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여행 기획자가 되었다.

그의 지난 여정을 담은 『한낮의 미술관』은 유명 작품 앞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바쁘게 돌아서는 여행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의 언저리를 채운 열망과 사랑, 삶에 대한 애틋함과 같이 복잡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따라 걷는 여행을 제안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숨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한낮의 미술관』을 읽는 시간은 초여름 바람 속을 산책하듯 잃어버린 감각을 깨우는 청량함으로 새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한 말이다. 저자의 집필 취지와 책 저술 이유에도 해당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여행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던 지난 시간이었다.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은 일상의 무거움을 더 크게 느끼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시작되는 여행은 이전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꼭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평범한 일상에서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을 찾는 ‘눈’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상세한 미술 작품 해석만 가득 담긴 전문 미술서도 아니다. 『한낮의 미술관』은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며 ‘무엇이 아름답고 어떠한 삶이 가치 있는지’ 의미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여행의 지도와 다름없다.

그 지도에는 여행의 신선한 기쁨, 우리가 사랑하는 미술 작품의 위대함도 담겨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결같이 이 길을 따라 걸어온 저자 강정모의 생생한 경험과 감상이 함께 버무려져, 저자의 예술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이 점이 『한낮의 미술관』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독자의 생각과 일치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주는 힘과 다채로운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비로소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이 같은 생각 때문에 『한낮의 미술관』은 지금은 위대한 작품들로 높게 평가받는 예술가들이 생전에는 자신만의 아픔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했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 바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이 이러한 믿음을 예술품으로 증명한 삶을 가만히 되짚어보는 여정은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생생한 삶의 감각과 용기를 전해줄 것이다.

 


 

책을 펼쳐 처음 맞이하는 화가 카라바조이다. 독자는 그의 그림을 많이 본 적은 없지만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어느 책에선가 봤을 이 화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낼 수 있었다. 저자의 설명은 미술사적 의미와 작품의 독특한 기법에 맞추지만 않는다. 그의 화가로서의 활동(지역) 배경, 시대적 배경, 그리고 특징, 삶과 예술혼 등에 중점을 맞추어 소개해준다. 특히 〈병든 바쿠스〉를 설명하는 부분은 강렬하게 남아 있으며, 그림 감상법도 새로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그를 「빛과 어둠을 살았던 천재 화가」로 표현한다. 그의 방탕한 생활로 유산을 탕진하고 힘든 생활을 하다가 병까지 걸려 심한 고생을 하다 극빈자를 위한 병원에서 극적으로 회복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그림 설명에서 "녹색으로 표현된 그의 창백한 얼굴은 관람객을 정확히 바라보며 살아남은 자가 짓는 미소를 머금고 있다. 손으로 포도를 움켜쥔 모습에서는 비록 술과 도박, 섹스로 유산을 탕진했지만 삶의 쾌락만큼은 놓지 않겠다는 결의마저 느껴진다."고 감상의 초점을 짚어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그러나 당대 사람들은 극단적인 명암을 부각하며 사실을 표현하는 카라바조의 화풍에 매료되었다. 그는 르네상스 때부터 사용되어온 명암을 강조한 '키아로스쿠로' 기법에서 더 나아가 배경을 어둡게 만들고 인물만 부각해 극적인 효과를 자아냈다고 한다. 이처럼 극적 효과를 강조한 기법을 '테라네브리즘'이라고 한다는 저자의 설명이 덧붙여진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가 천재적 화가이고,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떤 그림을 좋아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감상법에 대한 더 없이 훌륭한 조언이다. 카바라보의 그림의 특징 중 다른 하나는 '예비 드로잉'이 없다고 한다. 아마 목탄 등으로 색칠하기 전 밑그림을 말하는 것 같다. 우여곡절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이어가던 그는 토스카나의 한 해변에서 고열로 쓰러져 사망한다. 그의 그림 〈그리스도의 체포〉는 배와 함께 사라져 그의 죽음을 앞당겼으나 그 그림이 1990년대에 영국에서 발견돼 여태껏 실종되었던 이 그림이 그를 다시 유명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은 것인가?

 


 

이 책은 3장에 걸쳐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의 여러 화가, 작품, 미술관 등을 두루 설명하지만 독자에게 낯선 이름 '페기 구겐하임'이 가장 인상 깊다. 지금 베네치아에 있는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의 주인은 탁월한 안목과 재력을 지닌 현대 미술 컬랙터였다. 독자에게는 낯설지만 현대 미술가라면 이 컬렉터의 신세를 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양 여행객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이곳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피카소, 브라크, 뒤샹, 레제, 브랑쿠시, 칸딘스키, 달리 등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이 300여 점이나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현대 미술사에서는 현대 미술을 사랑하고 후원했던 페기 구겐하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녀의 삶 또한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여행자들의 관심을 끈다. 페기의 전설적인 인생 이야기는 1912년 침몰한 타이태닉 호에서부터 시작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배가 가라앉을 때 "신사답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며 브랜디와 시가를 달라는 노신사가 나온다. 이는 페기의 아버지 벤저민 구겐하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타이타닉〉에서도 그려졌듯 일등석 승객인 그는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애인과 하인들을 배에 태운 뒤 자신은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했다. 아버지를 잃고 상속녀과 된 페기는 파리로 떠났다.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는 현대미술을 천대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그녀는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 등을 받아들이고 여러 예술가와 작가들과 교류하며 안목을 높여갔다. 하지만 엘리트주의가 만연한 보수적인 영국에서 현대 미술이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모든 사람이 하루빨리 유럽을 탈출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유대인계임에도 불구하고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파리로 향한다. 칸딘스키, 조르주 브라크, 페르낭 레제와 같은 파리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들인다. 페기는 작품뿐 아니라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유대계나 반나치주의 예술가들도 뉴욕으로 탈출시켰다." 쉰들러 리스트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몽마르트에 대한 설명도 무척 자세하다. 파리 여행자가 한 번쯤 꼭 들르는 곳이 몽마르트다. 저자는 몽마르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이곳에 숨겨진 예술과 낭만을 찾아본다. 19세기와 20세기 초 가난했던 예술가들은 꿈을 품고 이곳으로 들어와 서로 뒤엉켜 살며 저마다의 흔적을 남겼다.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고흐,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모네, 달리와 같은 수많은 예술가가 몽마르트를 거쳐갔다. 몽마르트에 있었기에 파리는 예쑬의 도시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아직도 이곳에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던 장소나 예술가들이 살던 공간이 남아 있다고 확인한다. 골목을 꺾어 들면 이들이 술을 마시며 에술을 논하던 선술집이 보이고, 또 다른 골목에 접어들면 가난하던 이들이 그림을 그려 외상값을 갚던 레스토랑이 나온다.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예리한 필치로 잡아내는 예술가들의 삶과 고난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핟. 대작을 남긴 예술가 등 유럽에서 활동하던 화가들이 저자의 시선과 손에 잡히면 독자들에게 모두 숨기고 싶던 비밀이 없다. 이 책이 그래서 특별하고 사랑스럽다. 다만 옥의 티를 하나만 짚어내라면 그림을 다루는 책이 그림의 크기나 인쇄 상태가 다소 아쉽다는 점이다.

 

저자 : 강정모

 

‘여행은 예술이 되고, 예술이 주는 힘이 곧 여행이 된다’고 믿는 예술 여행 전문 기획자. 유럽예술 전문 여행사 ‘아츠앤트래블’의 대표인 그는 2014년 VIATOR 10대 가이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런던 내셔널갤러리, 테이트모던, 니스의 샤갈 미술관과 같은 유럽의 대표적인 미술관의 전시 해설을 맡은 바 있으며, 삼성 인력 개발원과 교보 생명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에 출강하여 유럽미술과 예술 기행을 주제로 한 다양한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아츠쌀롱’과 유튜브 채널 ‘아츠앤트래블’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예술 여행을 선보이며 구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늘 꿈꾸는 여행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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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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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결혼한 지 14개월 밖에 안 된, 아직도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주인공 해나가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출근한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남겼다는 쪽지를 누군가로부터 전달받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쪽지에 적힌 글은 짧고, 남편이 남긴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해나는 남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쪽지에는 "당신이 보호해줘"라는 한 줄뿐이다. 무엇을 보호하라는 뜻인지, 무슨 일을 하라는 의미인지 전혀 파악이 어려운 해나에게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남편이 남긴 한 줄의 메시지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되짚으며 그동안 미처 말하지 못했던, 철저히 숨길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비밀을 추적해나가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이 소설은 이처럼 한순간에 완전히 뒤바뀐 삶의 여정 속에서도 결코 놓을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 헌신과 선택에 대한 매우 깊은 울림과 통찰을 형상화함으로써 보여준다. 뭔가 어두운 사건 속으로 들어가며 해나가 보여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는 독자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아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로맨스 미스터리'는 1년 만에 1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올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로맨스 미스터리로 평가받았다.

 


 

머리가 새하얘졌을 해나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사랑하는 남편 오언에게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메모에서 누굴 보호하라는 말인지 직감적으로 알아낸다.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고 두려웠지만, 해나는 자신이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 정확히 직감한다. 바로 오언의 딸 베일리였다. 어렸을 때 비극적인 사고로 엄마를 잃은 열여섯 살의 베일리는 청소년기 그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아빠의 새 아내인 해나와는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어 하지 않은 채 벽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래서 해나는 늘 베일리와의 소통에 애를 먹어 왔다.

하지만 그 뒤로, 낯선 꼬마아이에게서 받은 노란색 리걸 패드 종이에 적힌 짧은 메시지를 본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남편 오언. 갑자기 FBI에 체포된 남편의 상사 소식이 뉴스를 통해 들려오고, 예고도 없이 소살리토에 있는 집으로 미 연방수사국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면서 해나는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빠르게 깨닫는다. 2년 4개월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안다고 믿어왔던 남편은 누구이며, 베일리가 알고 있던 아빠는 누구인가? 어쩌면 오언의 진짜 정체와 그가 사라진 이유를 밝혀줄 열쇠는 베일리가 쥐고 있는지도 몰랐다.

 

 

해나는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해나와 베일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오언의 조각난 과거를 한데 합쳐 나가면서 새로운 미래를, 두 사람 모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미래를 감당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오언은 왜 늘 목숨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해왔던 아내와 딸을 두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걸까? 그가 해나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결코 하지 못한 수많은 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상황이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된 순간,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생 앞에서 해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많은 궁금증을 독자들에게 전달한 이 소설은 미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입소문과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가슴 아픈 감동과 반전”이라는 평과 함께 그야말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소설답게 해나는 하나씩 미지의 진실에 하나씩 접근해 가면서 독자들이 원하는 원칙과 합리성에 결코 위배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짧은 메시지만 남긴 채 실종된 남편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나서는 한 여성의 아슬아슬한 서스펜스이자 의붓딸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짜 모성애를 알아가는 가슴 절절한 휴먼 드라마에 독자들이 출간 1년 만에 무려 9만 7,000여 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리뷰 수를 기록, 호응과 응원이 증명된다.

 


 

이 소설은 원래 2012년도에 처음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여러 번의 고민과 수정을 거듭하면서도 결코 중단하거나 놓을 수 없어서 무려 10년 만에 탈고한, 정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숙성하고 완성해낸 역작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독자들이 책장을 펼치는 순간, 시작부터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긴장감, 참신하고 섬세한 감정 묘사, 곳곳에 숨겨진 아찔한 반전과 흡입력 등이 어우러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 충격적이고도 가슴 아픈 장면을 마주하게 될 때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이 소설은 그간 영미권에서 영화 및 텔레비전에 판권이 팔린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집필하며 필력을 다져온 저자 로라 데이브를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시킨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남편의 행방과 흔적을 추적해나가는 긴박한 현재의 이야기와 남편이 나에게 남긴 기억의 파편을 재조명해보는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이지만,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다. 단숨에 빠져드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과 매우 치밀하게 깔린 복선과 강력한 플롯, 끝까지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반전의 묘미는 ‘단 한 장의 페이지도 버릴 게 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실감난다. 독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힘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단순히 ‘추리·미스터리’ 혹은 ‘서스펜스·스릴러’라는 장르로 국한하거나 규정하기 힘든, 애틋한 로맨스와 가슴 뭉클한 가족애(부성애와 모성애)를 매우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읽고 나면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도 안타깝고 슬프다는 것을, 그 어떤 가족 소설보다도 더 마음 찡하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또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어쩌면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가장 선망하는 가족의 모범적 예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내용을 잘 담아 매우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몰입의 페이지 터너를 자랑하면서도 메시지나 여운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이 책에 대해 수많은 독자들이 감탄하고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살다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던 삶에 불쑥 예기치 않은 불청객이 찾아와 인생 전체를 뒤흔들 때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배우자의 불륜일 수도 있고, 부모로부터의 버림일 수도 있으며, 남편이 남긴 쪽지 한 장일 수도 있다. 내가 잘 안다고 확신했고 믿었던 나의 가족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남편이 남긴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자 한 주인공 해나를 통해 결혼과 가족,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그 특별하고 위대한 사랑과 신뢰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그 속에서 발견하는 기적 같은 희망을 다시금 온전히 되새겨보는 데에도 이 소설은 힘을 줄 것이다.

 


 

베일리는 기억의 공백을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로 채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나 그런 식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채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기억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이야기들로 기억의 공백을 채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오언처럼 거짓말을 했다면?

오언은 누구일까?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져버린다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전히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한, 자신이 신기루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내가 믿었던 사랑이 거짓이라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인데, 그 같은 거짓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거짓들을 어떻게 끼워 맞춰야만 그 남자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주어야 그 남자의 딸도 자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p.210)

 

“베일리,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이미 싼 짐만 챙겨서 나가자. 어서 가야 해.”

하지만 호텔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베일리는 더는 그곳에 없었다. 베일리가 사라졌다.

“베일리?”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베일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고 전화기를 찾았다. 하지만 곧 내가 전화기를 부숴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전화기가 없었다. 복도로 달려 나갔다. 청소 카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재빨리 카트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층계로 뛰어갔다. 베일리는 없었다. 그 누구도 없었다. 베일리가 간식을 사러 호텔 바에 갔기를 바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갔다. 호텔 식당으로,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베일리는 두 곳 어디에도 없었다. 그 어디에도 없었다.(p.319~320)

 


 

저자 : 로라 데이브(LAURA DAVE)

참신한 캐릭터, 섬세한 감정 묘사, 깔끔한 필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800개의 포도(EIGHT HUNDRED GRAPES)》와 《첫 번째 남편(THE FIRST HUSBAND)》을 비롯해 미국과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여러 권 집필했다. 그녀의 작품은 18개 국가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이 중 총 5권이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바 있다. 가장 최신작인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THE LAST THING HE TOLD ME)》도 현재 리즈 위더스푼의 제작사 헬로 선샤인과 디즈니의 20세기 텔레비전이 참여하는 제니퍼 가너 주연의 애플TV 신작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으며, 직접 드라마 각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 〈퍼스트맨〉, 〈더 포스트〉 등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화감독인 남편 조시 싱어(JOSH SINGER)와 함께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산다.

 

역자 : 김소정

하루의 반을 책을 읽으며 보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번역가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한다. 꾸준히 동네 분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있고, 번역계 후배들과 함께 번역을 공부하고 있다. 실수를 하고 좌절하고 배우고 또 실수를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되도록 오랫동안 번역을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남아 있는 모든 것》,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생물학》, 《길 위의 수학자》,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프리티 씽》,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허즈번드 시크릿》,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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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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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소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라는 엄청난 찬사를 받은 작가와 그의 소설에 누구나가 눈길이 갈 것이다. 심사위원 평가에 걸맞은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전대미문의 걸작'이라는 출판사 측의 광고 문구도 일반 독자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한데 끌어모으기에 충분한 작품이리라는 기대를 독자들은 완독한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을까? 일본의 문학 수준은 모든 독자들이 알다시피 꽤 높다고 독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 『류(流)』를 읽는 순간 다소의 아쉬움과 독자의 '문학 읽기'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엇갈린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독자의 기대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문학을 대하는 독자의 수준이 멀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독자의 기대와의 차이점은 소설의 내용이 생각보다는 큰 스케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대 소설이니만큼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 의식, 시대 의식이 일부 인물들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에 따른 반성도 크다. 독자가 당시의 시대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또 번역 문학이란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문학적 평가를 할 입장은 아니라는 점도 성찰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일본 작가 히가시야마 아키라가 쓴 추리소설이자 판타지 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1968년 대만 태생.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다. 그때부터 후쿠오카 현에 거주하고 있다. 대만 출신의 일본 귀화 작가라는 이야기다. 이 점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소설이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 예준린의 죽음을 목격한 예치우성이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이자, 역사, 시대물이다.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범인을 쫓는 과정과 전혀 의외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치밀한 반전의 설계는 훌륭한 장르물의 면모를 보인다. 소설이 삼고 있는 시대적·역사적 배경과 삼대에 걸친 세대의 중첩은 장르물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나 대하소설의 영역까지 가 닿는 스케일을 구축했다고 문학평론가들은 평가한다.

저자는 혼돈과 활력이 공존하는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이라는 피 튀기는 현장, 조직폭력단의 항쟁, 군사훈련이 강제되는 독재사회를 그리고 있다. 더불어 애절한 첫사랑과 실연, 일본과 중국을 나아가 온 세상을 누비는 인물들의 모험을 다각적, 중층적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유령, 분신사바, 도깨비불이라는 초현실적인 요소마저 등장해 저자가 너무 영역과 시대 범위를 오가며 혼란을 겪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저자가 창조해낸 『류』의 세계관이 미스터리를 넘어 어디까지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소설 속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거리를 활보하는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필력”, “독자를 혼돈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와 같은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 『류』에 등장하는 작중 인물들은 꽤나 흥미롭고, 개성이 넘치며, 끊임없이 우리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작가가 창조해낸 가공할 만한 혼돈의 역사 속으로 훌쩍 뛰어들어 본다. 소설의 주인공 예치우성은 보통의 소년이 겪는 보통의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단서가 삐죽 머리를 내밀 때마다 급류에 휘말리듯 사건의 중심으로 빨려들어 간다. 마치 현실세계에 사는 평범한 남자가 사차원 또는 ‘이세계’로 넘어가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듯, 예치우성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할아버지가 세운 ‘모래언덕’을 조금씩 조금씩 오른다.

할아버지가 만든 세계는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낼 때마다 ‘파국’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예치우성을 중심으로 한 가족들은 적당히 이해하고, 적당히 부정하며 그가 만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이 노력은 개인이 아닌, 전체 또는 국가가 자행한 일방의 역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속한 자들의 숙명’일 것이다. 이 소설이 특별함을 갖추는 순간이 바로, 예치우성을 통해 그 ‘숙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일탈이 보편적 공명을 일으키는 바로 그 ‘순간들’이다. 이 찰나의 서사가 만든 무구한 역사의 영원을 목도한 히가시노 게이고이기에 “내가 나오키상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라는 찬사를 남겼으리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아등바등 살아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그의 친구들, 공산당임에도 국민당 친구들과 평생 교류하는 대륙의 할아버지까지 그 도도한 물길 같은 삶은 우리를 압도한다. 여기에 고도 성장기를 살아내는 경쟁의 화신인 아버지 세대, 학교 선생이면서 아들에게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 입만 열면 허풍인 삼촌과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선원 삼촌, 기가 센 엘리트 고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단숨에 제압하는 힘을 지닌 어머니가 있다. 사회 밑바닥에서 인생의 쓴맛을 직접 경험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천차만별의 상황에서도 같은 깨달음을 얻어가는 청년 세대까지 세대와 계층을 녹이는 장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 한 편에 담겨 있다는 출판사 측의 평가도 그리 어긋나지 않는다.

“왕커창이라고. 자네, 잊은 거야? 다들 검은 개라고 불렀잖아.”

“검은 개, 검은 개!” 리 할아버지는 자기 머리를 탁탁 치고 “머리가 늙었어! 이름이 일본어로 강아지를 가리키는 왕코짱이랑 발음이 비슷해서 일본인들은 그를 ‘왕코’라고 불렀지. 어쨌든 그 매국노의 술수로 여러 마을이 완전히 망했지. 그게 1943년 7월이었어. 얘야, 나와 네 할아버지는 말이야, 거리로 식용유를 팔러 나왔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인에게 들키면 그냥 넘어가지 않으니까 한밤중에 몰래 나왔는데, 다음 날 돌아와 보니 마을 사람들이 다 죽어 있더구나. 이 세상이 끝날 듯 더운 날이었지. 구오 씨, 안 그래?”

구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담배를 물었다.

“네 할아버지의 부모, 형제들도 죄다 마을회관에 갇혀 독가스로 살해당했어. 마을 외곽에 있는 작은 절에 몇 명은 숨었는데, 그 녀석들이 검은 개가 일본인을 데리고 왔다더라고.(p.45)

 


 

당시의 대만에 대한 역사나 시대적 인식 없이 여기에 적기는 어렵지만 중국은 모택동과 장개석과의 내전을 치른 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장개석이 패전 후 밀려 내려간 대만에서 당시 중국과의 더 이상의 무력 대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아마 임시 정부 식의 대만 독립을 주도한다. 이에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 등 2차대전 승전국들을 등에 업고 민주주의 대만의 효시가 된다. 이때부터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2국 체제로 들어간다.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기를 원했던 대만은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한다. 중국 본토의 공산당과 대치하는 입장이니 국민당의 대만 정부는 중국과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후 중국의 국정이 안정되고 국력이 커지면서 대만은 입지가 굉장히 좁아지기 시작한다. 미중 수교(1979), 대만의 국가명 사용 박탈 등의 수난을 겪게 된다. 사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나 갈등은 1969년 미국 닉슨 정부가 중국과의 대화채널을 개방한 것을 시작으로 미·중 두 나라는 차츰 교류의 횟수를 늘려간다. 이때부터 대만은 서서히 국가로서의 자격과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한다. 베트남전으로 골치를 앓던 미국이 현실적 필요에 의해 공산권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시도했고, 중국 역시 소련과 관계가 악화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미국은 1971년, 중국의 국제적 경제적 고립을 가져왔던 대중국 금수조치를 해제한다. 1972년에는 대만이 중국의 속국이며 중국이 공식 국가임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점점 중국의 국제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대만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UN 등에서 자격을 박탈당하며 외교적 고립을 겪어야했다.

 


 

국제무대에서 중화권을 대표하는 모든 권한이 대만에서 중국으로 넘어갔으며, 이때부터 대만은 더 이상 국가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때의 대만의 상황과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 역사에 대해 더 이해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넓은 시야로 이 책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역사라는 거대한 이야기에 더 이상의 확대는 어려웠는지 이 소설에는 도깨비불, 유령, 분신사바 등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비과학적인) 면도 녹아 있다. 위기 때마다 도깨비불을 만나서 목숨을 부지했다는 할아버지,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미스터리한 빨간 옷의 여인의 한을 풀어주는 에피소드 등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면까지 함께 하는 느낌이다.

물론 당시 대만인들이 민간 신앙에 의존하는 태도를 비난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지나치게 미신적이거나 비과학을 통한 소설 전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판타지 역시 마찬가지다. 상상력에 의존해 소설을 쓰는 것은 작가의 자유다. 그러나 과학적인 면이 조금도 없이 단순히 상상력에 의존한다면 '신화' 그 이상의 것도, 그 이하의 것도 아니다.

소설의 문체와 유머러스한 표현은 돋보인다. 작가의 개인적 글쓰기 능력은 탁월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처음 시작은 할아버지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찾아갔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똥을 싸고 있는데 수상한 사람과 눈이 마주쳐 이야기를 하는 등 우연이 남발되거나 비과학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일은 삼가야 할 텐데. 그러나 이 소설은 거대하게는 시대를 관통하면서 대만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한 남자가 가족 안에서 겪는 갈등, 첫사랑과 겪는 아픈 사랑, 그 외에 친구들과의 갈등 등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돋보인다.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시대극보다는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는 단순 추리소설로 끝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저자 : 히가시야마 아키라

1968년 대만 태생.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다. 그때부터 후쿠오카 현에 거주하고 있다. 2002년 〈터드 온 더 런〉으로 제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은상과 독자상을 수상했고, 2003년 이 작품을 고쳐 쓴 《도망작법TURD ON THE RUN》으로 데뷔했다. 이후 2009년 《길가路傍》가 제11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블랙 라이더》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14년’ 3위와 제5회 ‘AXN 미스터리 싸우는 베스트 텐’ 1위를 동시에 차지하며 일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2015년, 《류流》로 “20년만에 한 번 나올 만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호평와 함께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하며 “지금 일본에서 가장 세계에 근접한 작가”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 밖에, 2016년에 《죄의 끝》으로 제11회 중앙공론문예상, 2017~2018년에 거쳐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으로 오다사쿠노스케상, 요미우리문학상, 와타나베준이치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현재에도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자 : 민경욱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IT회사에 일본 문화 콘텐츠 기획을 담당하며 1998년부터 일본문화포털 ‘일본으로 가는 길’을 운영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전문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등록자》, 《몽환화》, 《브루투스의 심장》, 《11문자 살인사건》, 요시다 슈이치의 《여자는 두 번 떠난다》, 《첫사랑 온천》, 《거짓말의 거짓말》, 이시모치 아사미의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구로카와 히로유키의 《니노미야 기획사무소》, 《국경》, 요코야마 히데오의 《종신 검시관》, 《얼굴》, 《그늘의 계절》,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고양이 울음》, 기타무라 가호루의 《8월의 6일간》, 미우라 시온의 《천국여행》, 시즈쿠이 슈스케의 《클로즈드 노트》, 가쿠다 미쓰요의 《삼면기사》, 《전학생 모임》,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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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45
이승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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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1일에 크리스티 뉴욕 지사에서 있었던 한 경매 건으로 NFT 미술은 일거에 미술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얼마 전 접한 이 문장이 색다른 이유는 이 사건이 매우 극적이고, NFT 미술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일 거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날 '비플'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크립토 작가 자이크 윈켈만의 JPG 파일 하나가 유서 깊은 미술픔 경매사의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낙찰된다. 이 '사건'으로 1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에 NFT 미술은 미술계의 이슈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NFT는 어떤 스타일이나 장르와 무관한, 디지털 소스를 암호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다시 말해 이론 인해 디지털 이미지의 '소유권' 등록과 '거래 가능성'이 가능하게 된다는 기술의 약호일 뿐이다. 독자가 관심을 가진 이유는 NFT가 메타버스에서 구현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NFT 미술은 온라인상에서의 거래 형태에 관한 기술일 뿐, 그 밖의 다른 무엇이 아니다는 말을 독자는 믿는다. 사실 NFT는 매일 기술 혁신을 거듭하는 오늘날에 놀랍지 않다. NFT 미술이라는, 불완전한 개념이 이토록 커다란 스캔들이 되는 이유를 NFT 자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자는 비플의 경매건과 마찬가지로 뇌관은 맹렬한 자본의 쇄도와 시장 논리에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NFT 미술이 예술의 풍경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 같았던 디지털 우주에서의 삶은 이미 시작됐다. PC와 모바일 시대를 넘어 ‘메타버스’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메타버스란 한마디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제약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을 말한다. 메타버스 태풍의 전조가 될 중요한 플랫폼과 기기들이 계속 등장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이미 많은 개인이 생산자가 되어 가상공간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기업 역시 메타버스 공간으로 출근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혁신에 적응하고, 변화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 혁명의 시대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저자 이승환은 여러 중앙부처, 기업 등에서 메타버스 전문가로 활동하며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이 책에 모두 집약했다. 메타버스의 기본 개념부터 NFT, 다양한 수익모델, 투자전략까지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이슈를 두루 다룬다. 이미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메타버스의 세계를 현실과 연결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는 개인과 기업의 활용 사례를 보여주며 이해를 돕는다. 혼란스러운 개념들을 대중의 언어로 쉽게 설명하고, 뜬구름 같은 메타버스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줄 실질적인 질문과 의미 있는 답변들이 가득하다. 최고의 메타버스 전문가인 저자의 친절하고 명쾌한 답변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사업 아이디어와 투자 포트폴리오까지 든든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디지털 우주로 정의되는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메타버스의 다양한 정의와 그 모두를 하나로 포괄하는 공통의 정의를 언급하고,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메타버스의 힘·영향력에 대해 알아본다. 2장 ‘메타버스와 NFT의 만남’에서는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경제를 이끌어나갈 동력으로 주목받는 NFT의 개념이 등장한다. 가상자산의 진위·소유를 증명해주는 NFT로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거래하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들여다본다. 3장 ‘메타버스로 출근하는 기업들’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실제 기업 사례들을 통해 ‘일하는 곳’으로서의 메타버스의 가치와 장단점, 전망 등을 살핀다. 메타버스로 인해 생겨난 영구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워케이션 등 다양한 근무형태도 살펴본다.

4장 ‘메타버스와 NFT 세상에서 돈 버는 법’에서는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들의 예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생산의 주체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며, 가상인간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이렇듯 메타버스 세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여러 형태를 제시하고 이것이 NFT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룬다. 5장 ‘메타버스와 NFT 기업전략과 투자’에서는 메타버스·NFT와 관련된 유용한 투자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메타버스 생태계 전체에 투자하는 ETF 투자법과 엔비디아, 메타, MS 등 메타버스 변신을 통해 혁신의 미래를 여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투자 기회에 대한 내용 등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단어의 의미 자체로만 보면 ‘초월적 세상’이라는 뜻이다. 현재 메타버스에 대한 하나의 합의된 정의는 없고,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100명에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아마도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답변을 듣게 된다. 이에 메타버스를 정의하기 위해서, 현시점에서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 글로벌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메타버스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종합하는 것이다. 글로벌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는 4대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지만 공통된 맥락이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의 집합체이고,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제약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 디지털 우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메타버스의 정의부터 확실한 개념을 갖고 접근해야 목적하는 바에 빨리 다가갈 수 있고, 경제 활동도 가능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처음 배울 때부터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어야 무한히 발전하는 메타버스 세상을 즐길 수 있다는 뜻에서다.

저자의 설명에 따라 독자가 확립한 메타버스 개념은 '인터넷'이 확대되고 발전된 형태라고 이해된다. 인터넷 세상이 '바다'라면 메타버스 세상은 '우주'로 비견할 수 있다. 또 2D가 3D로 확장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인터넷의 발전 확장된 버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메타버스에 우리가 연결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는가?"란가장 많은 질문에 따른 저자의 답은 '가상공간'에서 우리의 삶은 무한하게 확장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두 번째 많은 질문의 답변은 어느 정도 질문 1의 답변에서 많이 정리됐다. 그러나 별도의 질문을 하는 독자들이 많아서인지 따로 한 장(章)을 마련해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선도하는 기업이 지금 하고 있는 일로 답변한다. 첫 번째 기업은 메타(Meta)이다. 페이스북은 사명(社名)을 메타로 변경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누구보다 진심이며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는다.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사(社)는 두 번째 기업으로서 메타버스를 '사람과 사물의 디지털 표현이 가능한 디지털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활용해서 디지털 표현을 해왔지만 앞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현실에서처럼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MS는 자신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매쉬(Mesh)의 중요한 3가지 특징을 제시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첫 번째는 실재감(Feel presence)이다. 가상공간에서 시설을 마주치고 표정을 인식하며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상공간에서 함께 다양한 상호작용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제약 없이 가상공간에 접속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기업은 메타버스로 주목받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이다. 엔비디아는 메타버스를 '상호작용하고 몰입하며 협업할 수 있는 공유 가상 3D 세계'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상호 연결된 서로 다른 세계까 모여 실제 우주를 구성하듯 메타버스는 서로 다른 가상세계의 집합으로 구성된다"라고 표현했다는 점을 덧붙인다. 메타가 설명한 가상공간의 집합체와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네 번째 기업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유니티(Unity)이다. 유니티 CEO인 존 리치텔로는 메타버스를 "다양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공간 속을 서로 방문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소우주"라고 표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 4개 기업이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도하고 메타버스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고 있지만, 공통된 맥락이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바로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의 집합체이고,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이 책에 나오는 45가지 질문이 독자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이 책의 설명을 듣다 보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하루 아침에 닿을 수는 없는 곳이지만 배우면 신나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 가운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질문 19는 "직방 직원들처럼 메타버스로만 일하는 게 가능한가요?"란 의문이다. 직방의 직원들은 메타버스 근무로 인해 출퇴근 시간 절약, 제주도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형태로 근무하고 있고, 기업도 임대료를 줄이고, 전 세계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게 답변의 요지다. 저자는 "종합 프롭테크(Proptech)* 기업인 직방의 직원 350명은 2021년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메타버스 근무를 시작하면서 2021년 7월 자체 개발한 가상오피스 '메타폴리스'로 본사를 이전했다."며 "이후 직방은 약 10개월간 대면형 원격 근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검증해왔다고 한다.

이 결과 2022년 5월 기준 메타폴리스에는 직방과 아워홈, AIF 등 20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매일 2,000여명이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건물 임대료를 내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가상 건물주가 된 것이다. 직방은 2022년 5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메타폴리스'를 업그레이드한 가상오피스 '소마(Soma)를 출시했다. '메타폴리스'가 사라지고 새로운 가상 오피스 소마가 탄생한 것이다. 기존의 메타폴리스 직원들은 순차적으로 소마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마의 슬로건은 "Change where you work, not how you work"이다.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지만 일하는 방식은 오프라인 사무실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즉 일하는 공간만 메타버스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궁금증을 쉽게 풀어준다는 것이고, 특별한 점은 문답식으로 초보자인 독자도 막힘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도록 기술했다는 점이다.

* 프롭테크 :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를 의미하며, 매물 검색과 부동산 중개 등 1세대 서비스가 최근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하면서 진화함.(저자 주)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면서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직방의 직원 350명은 메타폴리스로 출근하기로 했을 때 모두 만족했을까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 방침이고,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계속 근무하기 어렵겠지요.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p.167)

 

저자 : 이승환

 

현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메타버스,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KT전략기획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디지털 전략과 정책을 연구해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및 여러 중앙부처(기획재정부, 과기정통부, 교육부, 국방부, 행안부, 문체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위, 방통위 등)에서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메타버스 자문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범부처 메타버스 선도전략(2022), 범부처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2020), 범부처 실감콘텐츠 산업 활성화 전략(2019), 교육부 실감콘텐츠 심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 수립 공로로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인력개발원, LG화학, LG CNS, LG인재개발원, GS칼텍스, 푸르덴셜생명, DGB 금융지주, 롯데인재개발원, 롯데정보통신, 교원그룹, 효성그룹, 매경미디어그룹 등 다수의 기업과 강연, 세미나, 기고 등을 통해 메타버스 협력을 추진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KAIST IT경영 석사를 마치고, 한양대학교에서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메타버스 비긴즈 : 인간×공간×시간의 혁명』이 있고, 주요 연구로는 「메타버스,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로그인(Log In) 메타버스」 「메타버스 비긴즈(BEGINS) : 5대 이슈와 전망」 「비대면 시대의 게임체인저, XR(eXtended Reality)」 「인공지능 연구지수(AI Research Index) :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대학은?」 「인공지능 두뇌지수(AI Brain Index) : 핵심인재 분석과 의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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