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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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결혼한 지 14개월 밖에 안 된, 아직도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주인공 해나가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출근한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남겼다는 쪽지를 누군가로부터 전달받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쪽지에 적힌 글은 짧고, 남편이 남긴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해나는 남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쪽지에는 "당신이 보호해줘"라는 한 줄뿐이다. 무엇을 보호하라는 뜻인지, 무슨 일을 하라는 의미인지 전혀 파악이 어려운 해나에게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남편이 남긴 한 줄의 메시지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되짚으며 그동안 미처 말하지 못했던, 철저히 숨길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비밀을 추적해나가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이 소설은 이처럼 한순간에 완전히 뒤바뀐 삶의 여정 속에서도 결코 놓을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 헌신과 선택에 대한 매우 깊은 울림과 통찰을 형상화함으로써 보여준다. 뭔가 어두운 사건 속으로 들어가며 해나가 보여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는 독자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아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로맨스 미스터리'는 1년 만에 1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올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로맨스 미스터리로 평가받았다.

 


 

머리가 새하얘졌을 해나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사랑하는 남편 오언에게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메모에서 누굴 보호하라는 말인지 직감적으로 알아낸다.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고 두려웠지만, 해나는 자신이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 정확히 직감한다. 바로 오언의 딸 베일리였다. 어렸을 때 비극적인 사고로 엄마를 잃은 열여섯 살의 베일리는 청소년기 그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아빠의 새 아내인 해나와는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어 하지 않은 채 벽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래서 해나는 늘 베일리와의 소통에 애를 먹어 왔다.

하지만 그 뒤로, 낯선 꼬마아이에게서 받은 노란색 리걸 패드 종이에 적힌 짧은 메시지를 본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남편 오언. 갑자기 FBI에 체포된 남편의 상사 소식이 뉴스를 통해 들려오고, 예고도 없이 소살리토에 있는 집으로 미 연방수사국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면서 해나는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빠르게 깨닫는다. 2년 4개월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안다고 믿어왔던 남편은 누구이며, 베일리가 알고 있던 아빠는 누구인가? 어쩌면 오언의 진짜 정체와 그가 사라진 이유를 밝혀줄 열쇠는 베일리가 쥐고 있는지도 몰랐다.

 

 

해나는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해나와 베일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오언의 조각난 과거를 한데 합쳐 나가면서 새로운 미래를, 두 사람 모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미래를 감당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오언은 왜 늘 목숨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해왔던 아내와 딸을 두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걸까? 그가 해나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결코 하지 못한 수많은 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상황이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된 순간,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생 앞에서 해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많은 궁금증을 독자들에게 전달한 이 소설은 미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입소문과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가슴 아픈 감동과 반전”이라는 평과 함께 그야말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소설답게 해나는 하나씩 미지의 진실에 하나씩 접근해 가면서 독자들이 원하는 원칙과 합리성에 결코 위배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짧은 메시지만 남긴 채 실종된 남편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나서는 한 여성의 아슬아슬한 서스펜스이자 의붓딸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짜 모성애를 알아가는 가슴 절절한 휴먼 드라마에 독자들이 출간 1년 만에 무려 9만 7,000여 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리뷰 수를 기록, 호응과 응원이 증명된다.

 


 

이 소설은 원래 2012년도에 처음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여러 번의 고민과 수정을 거듭하면서도 결코 중단하거나 놓을 수 없어서 무려 10년 만에 탈고한, 정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숙성하고 완성해낸 역작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독자들이 책장을 펼치는 순간, 시작부터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긴장감, 참신하고 섬세한 감정 묘사, 곳곳에 숨겨진 아찔한 반전과 흡입력 등이 어우러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 충격적이고도 가슴 아픈 장면을 마주하게 될 때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이 소설은 그간 영미권에서 영화 및 텔레비전에 판권이 팔린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집필하며 필력을 다져온 저자 로라 데이브를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시킨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남편의 행방과 흔적을 추적해나가는 긴박한 현재의 이야기와 남편이 나에게 남긴 기억의 파편을 재조명해보는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이지만,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다. 단숨에 빠져드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과 매우 치밀하게 깔린 복선과 강력한 플롯, 끝까지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반전의 묘미는 ‘단 한 장의 페이지도 버릴 게 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실감난다. 독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힘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단순히 ‘추리·미스터리’ 혹은 ‘서스펜스·스릴러’라는 장르로 국한하거나 규정하기 힘든, 애틋한 로맨스와 가슴 뭉클한 가족애(부성애와 모성애)를 매우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읽고 나면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도 안타깝고 슬프다는 것을, 그 어떤 가족 소설보다도 더 마음 찡하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또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어쩌면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가장 선망하는 가족의 모범적 예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내용을 잘 담아 매우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몰입의 페이지 터너를 자랑하면서도 메시지나 여운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이 책에 대해 수많은 독자들이 감탄하고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살다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던 삶에 불쑥 예기치 않은 불청객이 찾아와 인생 전체를 뒤흔들 때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배우자의 불륜일 수도 있고, 부모로부터의 버림일 수도 있으며, 남편이 남긴 쪽지 한 장일 수도 있다. 내가 잘 안다고 확신했고 믿었던 나의 가족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남편이 남긴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자 한 주인공 해나를 통해 결혼과 가족,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그 특별하고 위대한 사랑과 신뢰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그 속에서 발견하는 기적 같은 희망을 다시금 온전히 되새겨보는 데에도 이 소설은 힘을 줄 것이다.

 


 

베일리는 기억의 공백을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로 채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나 그런 식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채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기억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이야기들로 기억의 공백을 채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오언처럼 거짓말을 했다면?

오언은 누구일까?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져버린다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전히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한, 자신이 신기루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내가 믿었던 사랑이 거짓이라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인데, 그 같은 거짓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거짓들을 어떻게 끼워 맞춰야만 그 남자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주어야 그 남자의 딸도 자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p.210)

 

“베일리,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이미 싼 짐만 챙겨서 나가자. 어서 가야 해.”

하지만 호텔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베일리는 더는 그곳에 없었다. 베일리가 사라졌다.

“베일리?”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베일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고 전화기를 찾았다. 하지만 곧 내가 전화기를 부숴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전화기가 없었다. 복도로 달려 나갔다. 청소 카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재빨리 카트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층계로 뛰어갔다. 베일리는 없었다. 그 누구도 없었다. 베일리가 간식을 사러 호텔 바에 갔기를 바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갔다. 호텔 식당으로,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베일리는 두 곳 어디에도 없었다. 그 어디에도 없었다.(p.319~320)

 


 

저자 : 로라 데이브(LAURA DAVE)

참신한 캐릭터, 섬세한 감정 묘사, 깔끔한 필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800개의 포도(EIGHT HUNDRED GRAPES)》와 《첫 번째 남편(THE FIRST HUSBAND)》을 비롯해 미국과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여러 권 집필했다. 그녀의 작품은 18개 국가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이 중 총 5권이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바 있다. 가장 최신작인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THE LAST THING HE TOLD ME)》도 현재 리즈 위더스푼의 제작사 헬로 선샤인과 디즈니의 20세기 텔레비전이 참여하는 제니퍼 가너 주연의 애플TV 신작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으며, 직접 드라마 각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 〈퍼스트맨〉, 〈더 포스트〉 등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화감독인 남편 조시 싱어(JOSH SINGER)와 함께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산다.

 

역자 : 김소정

하루의 반을 책을 읽으며 보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번역가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한다. 꾸준히 동네 분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있고, 번역계 후배들과 함께 번역을 공부하고 있다. 실수를 하고 좌절하고 배우고 또 실수를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되도록 오랫동안 번역을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남아 있는 모든 것》,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생물학》, 《길 위의 수학자》,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프리티 씽》,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허즈번드 시크릿》,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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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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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소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라는 엄청난 찬사를 받은 작가와 그의 소설에 누구나가 눈길이 갈 것이다. 심사위원 평가에 걸맞은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전대미문의 걸작'이라는 출판사 측의 광고 문구도 일반 독자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한데 끌어모으기에 충분한 작품이리라는 기대를 독자들은 완독한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을까? 일본의 문학 수준은 모든 독자들이 알다시피 꽤 높다고 독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 『류(流)』를 읽는 순간 다소의 아쉬움과 독자의 '문학 읽기'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엇갈린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독자의 기대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문학을 대하는 독자의 수준이 멀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독자의 기대와의 차이점은 소설의 내용이 생각보다는 큰 스케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대 소설이니만큼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 의식, 시대 의식이 일부 인물들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에 따른 반성도 크다. 독자가 당시의 시대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또 번역 문학이란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문학적 평가를 할 입장은 아니라는 점도 성찰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일본 작가 히가시야마 아키라가 쓴 추리소설이자 판타지 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1968년 대만 태생.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다. 그때부터 후쿠오카 현에 거주하고 있다. 대만 출신의 일본 귀화 작가라는 이야기다. 이 점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소설이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 예준린의 죽음을 목격한 예치우성이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이자, 역사, 시대물이다.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범인을 쫓는 과정과 전혀 의외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치밀한 반전의 설계는 훌륭한 장르물의 면모를 보인다. 소설이 삼고 있는 시대적·역사적 배경과 삼대에 걸친 세대의 중첩은 장르물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나 대하소설의 영역까지 가 닿는 스케일을 구축했다고 문학평론가들은 평가한다.

저자는 혼돈과 활력이 공존하는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이라는 피 튀기는 현장, 조직폭력단의 항쟁, 군사훈련이 강제되는 독재사회를 그리고 있다. 더불어 애절한 첫사랑과 실연, 일본과 중국을 나아가 온 세상을 누비는 인물들의 모험을 다각적, 중층적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유령, 분신사바, 도깨비불이라는 초현실적인 요소마저 등장해 저자가 너무 영역과 시대 범위를 오가며 혼란을 겪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저자가 창조해낸 『류』의 세계관이 미스터리를 넘어 어디까지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소설 속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거리를 활보하는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필력”, “독자를 혼돈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와 같은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 『류』에 등장하는 작중 인물들은 꽤나 흥미롭고, 개성이 넘치며, 끊임없이 우리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작가가 창조해낸 가공할 만한 혼돈의 역사 속으로 훌쩍 뛰어들어 본다. 소설의 주인공 예치우성은 보통의 소년이 겪는 보통의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단서가 삐죽 머리를 내밀 때마다 급류에 휘말리듯 사건의 중심으로 빨려들어 간다. 마치 현실세계에 사는 평범한 남자가 사차원 또는 ‘이세계’로 넘어가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듯, 예치우성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할아버지가 세운 ‘모래언덕’을 조금씩 조금씩 오른다.

할아버지가 만든 세계는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낼 때마다 ‘파국’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예치우성을 중심으로 한 가족들은 적당히 이해하고, 적당히 부정하며 그가 만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이 노력은 개인이 아닌, 전체 또는 국가가 자행한 일방의 역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속한 자들의 숙명’일 것이다. 이 소설이 특별함을 갖추는 순간이 바로, 예치우성을 통해 그 ‘숙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일탈이 보편적 공명을 일으키는 바로 그 ‘순간들’이다. 이 찰나의 서사가 만든 무구한 역사의 영원을 목도한 히가시노 게이고이기에 “내가 나오키상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라는 찬사를 남겼으리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아등바등 살아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그의 친구들, 공산당임에도 국민당 친구들과 평생 교류하는 대륙의 할아버지까지 그 도도한 물길 같은 삶은 우리를 압도한다. 여기에 고도 성장기를 살아내는 경쟁의 화신인 아버지 세대, 학교 선생이면서 아들에게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 입만 열면 허풍인 삼촌과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선원 삼촌, 기가 센 엘리트 고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단숨에 제압하는 힘을 지닌 어머니가 있다. 사회 밑바닥에서 인생의 쓴맛을 직접 경험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천차만별의 상황에서도 같은 깨달음을 얻어가는 청년 세대까지 세대와 계층을 녹이는 장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 한 편에 담겨 있다는 출판사 측의 평가도 그리 어긋나지 않는다.

“왕커창이라고. 자네, 잊은 거야? 다들 검은 개라고 불렀잖아.”

“검은 개, 검은 개!” 리 할아버지는 자기 머리를 탁탁 치고 “머리가 늙었어! 이름이 일본어로 강아지를 가리키는 왕코짱이랑 발음이 비슷해서 일본인들은 그를 ‘왕코’라고 불렀지. 어쨌든 그 매국노의 술수로 여러 마을이 완전히 망했지. 그게 1943년 7월이었어. 얘야, 나와 네 할아버지는 말이야, 거리로 식용유를 팔러 나왔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인에게 들키면 그냥 넘어가지 않으니까 한밤중에 몰래 나왔는데, 다음 날 돌아와 보니 마을 사람들이 다 죽어 있더구나. 이 세상이 끝날 듯 더운 날이었지. 구오 씨, 안 그래?”

구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담배를 물었다.

“네 할아버지의 부모, 형제들도 죄다 마을회관에 갇혀 독가스로 살해당했어. 마을 외곽에 있는 작은 절에 몇 명은 숨었는데, 그 녀석들이 검은 개가 일본인을 데리고 왔다더라고.(p.45)

 


 

당시의 대만에 대한 역사나 시대적 인식 없이 여기에 적기는 어렵지만 중국은 모택동과 장개석과의 내전을 치른 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장개석이 패전 후 밀려 내려간 대만에서 당시 중국과의 더 이상의 무력 대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아마 임시 정부 식의 대만 독립을 주도한다. 이에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 등 2차대전 승전국들을 등에 업고 민주주의 대만의 효시가 된다. 이때부터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2국 체제로 들어간다.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기를 원했던 대만은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한다. 중국 본토의 공산당과 대치하는 입장이니 국민당의 대만 정부는 중국과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후 중국의 국정이 안정되고 국력이 커지면서 대만은 입지가 굉장히 좁아지기 시작한다. 미중 수교(1979), 대만의 국가명 사용 박탈 등의 수난을 겪게 된다. 사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나 갈등은 1969년 미국 닉슨 정부가 중국과의 대화채널을 개방한 것을 시작으로 미·중 두 나라는 차츰 교류의 횟수를 늘려간다. 이때부터 대만은 서서히 국가로서의 자격과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한다. 베트남전으로 골치를 앓던 미국이 현실적 필요에 의해 공산권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시도했고, 중국 역시 소련과 관계가 악화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미국은 1971년, 중국의 국제적 경제적 고립을 가져왔던 대중국 금수조치를 해제한다. 1972년에는 대만이 중국의 속국이며 중국이 공식 국가임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점점 중국의 국제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대만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UN 등에서 자격을 박탈당하며 외교적 고립을 겪어야했다.

 


 

국제무대에서 중화권을 대표하는 모든 권한이 대만에서 중국으로 넘어갔으며, 이때부터 대만은 더 이상 국가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때의 대만의 상황과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 역사에 대해 더 이해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넓은 시야로 이 책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역사라는 거대한 이야기에 더 이상의 확대는 어려웠는지 이 소설에는 도깨비불, 유령, 분신사바 등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비과학적인) 면도 녹아 있다. 위기 때마다 도깨비불을 만나서 목숨을 부지했다는 할아버지,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미스터리한 빨간 옷의 여인의 한을 풀어주는 에피소드 등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면까지 함께 하는 느낌이다.

물론 당시 대만인들이 민간 신앙에 의존하는 태도를 비난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지나치게 미신적이거나 비과학을 통한 소설 전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판타지 역시 마찬가지다. 상상력에 의존해 소설을 쓰는 것은 작가의 자유다. 그러나 과학적인 면이 조금도 없이 단순히 상상력에 의존한다면 '신화' 그 이상의 것도, 그 이하의 것도 아니다.

소설의 문체와 유머러스한 표현은 돋보인다. 작가의 개인적 글쓰기 능력은 탁월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처음 시작은 할아버지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찾아갔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똥을 싸고 있는데 수상한 사람과 눈이 마주쳐 이야기를 하는 등 우연이 남발되거나 비과학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일은 삼가야 할 텐데. 그러나 이 소설은 거대하게는 시대를 관통하면서 대만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한 남자가 가족 안에서 겪는 갈등, 첫사랑과 겪는 아픈 사랑, 그 외에 친구들과의 갈등 등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돋보인다.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시대극보다는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는 단순 추리소설로 끝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저자 : 히가시야마 아키라

1968년 대만 태생.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다. 그때부터 후쿠오카 현에 거주하고 있다. 2002년 〈터드 온 더 런〉으로 제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은상과 독자상을 수상했고, 2003년 이 작품을 고쳐 쓴 《도망작법TURD ON THE RUN》으로 데뷔했다. 이후 2009년 《길가路傍》가 제11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블랙 라이더》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14년’ 3위와 제5회 ‘AXN 미스터리 싸우는 베스트 텐’ 1위를 동시에 차지하며 일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2015년, 《류流》로 “20년만에 한 번 나올 만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호평와 함께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하며 “지금 일본에서 가장 세계에 근접한 작가”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 밖에, 2016년에 《죄의 끝》으로 제11회 중앙공론문예상, 2017~2018년에 거쳐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으로 오다사쿠노스케상, 요미우리문학상, 와타나베준이치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현재에도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자 : 민경욱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IT회사에 일본 문화 콘텐츠 기획을 담당하며 1998년부터 일본문화포털 ‘일본으로 가는 길’을 운영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전문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등록자》, 《몽환화》, 《브루투스의 심장》, 《11문자 살인사건》, 요시다 슈이치의 《여자는 두 번 떠난다》, 《첫사랑 온천》, 《거짓말의 거짓말》, 이시모치 아사미의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구로카와 히로유키의 《니노미야 기획사무소》, 《국경》, 요코야마 히데오의 《종신 검시관》, 《얼굴》, 《그늘의 계절》,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고양이 울음》, 기타무라 가호루의 《8월의 6일간》, 미우라 시온의 《천국여행》, 시즈쿠이 슈스케의 《클로즈드 노트》, 가쿠다 미쓰요의 《삼면기사》, 《전학생 모임》,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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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45
이승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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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1일에 크리스티 뉴욕 지사에서 있었던 한 경매 건으로 NFT 미술은 일거에 미술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얼마 전 접한 이 문장이 색다른 이유는 이 사건이 매우 극적이고, NFT 미술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일 거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날 '비플'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크립토 작가 자이크 윈켈만의 JPG 파일 하나가 유서 깊은 미술픔 경매사의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낙찰된다. 이 '사건'으로 1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에 NFT 미술은 미술계의 이슈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NFT는 어떤 스타일이나 장르와 무관한, 디지털 소스를 암호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다시 말해 이론 인해 디지털 이미지의 '소유권' 등록과 '거래 가능성'이 가능하게 된다는 기술의 약호일 뿐이다. 독자가 관심을 가진 이유는 NFT가 메타버스에서 구현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NFT 미술은 온라인상에서의 거래 형태에 관한 기술일 뿐, 그 밖의 다른 무엇이 아니다는 말을 독자는 믿는다. 사실 NFT는 매일 기술 혁신을 거듭하는 오늘날에 놀랍지 않다. NFT 미술이라는, 불완전한 개념이 이토록 커다란 스캔들이 되는 이유를 NFT 자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자는 비플의 경매건과 마찬가지로 뇌관은 맹렬한 자본의 쇄도와 시장 논리에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NFT 미술이 예술의 풍경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 같았던 디지털 우주에서의 삶은 이미 시작됐다. PC와 모바일 시대를 넘어 ‘메타버스’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메타버스란 한마디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제약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을 말한다. 메타버스 태풍의 전조가 될 중요한 플랫폼과 기기들이 계속 등장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이미 많은 개인이 생산자가 되어 가상공간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기업 역시 메타버스 공간으로 출근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혁신에 적응하고, 변화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 혁명의 시대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저자 이승환은 여러 중앙부처, 기업 등에서 메타버스 전문가로 활동하며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이 책에 모두 집약했다. 메타버스의 기본 개념부터 NFT, 다양한 수익모델, 투자전략까지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이슈를 두루 다룬다. 이미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메타버스의 세계를 현실과 연결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는 개인과 기업의 활용 사례를 보여주며 이해를 돕는다. 혼란스러운 개념들을 대중의 언어로 쉽게 설명하고, 뜬구름 같은 메타버스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줄 실질적인 질문과 의미 있는 답변들이 가득하다. 최고의 메타버스 전문가인 저자의 친절하고 명쾌한 답변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사업 아이디어와 투자 포트폴리오까지 든든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디지털 우주로 정의되는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메타버스의 다양한 정의와 그 모두를 하나로 포괄하는 공통의 정의를 언급하고,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메타버스의 힘·영향력에 대해 알아본다. 2장 ‘메타버스와 NFT의 만남’에서는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경제를 이끌어나갈 동력으로 주목받는 NFT의 개념이 등장한다. 가상자산의 진위·소유를 증명해주는 NFT로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거래하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들여다본다. 3장 ‘메타버스로 출근하는 기업들’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실제 기업 사례들을 통해 ‘일하는 곳’으로서의 메타버스의 가치와 장단점, 전망 등을 살핀다. 메타버스로 인해 생겨난 영구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워케이션 등 다양한 근무형태도 살펴본다.

4장 ‘메타버스와 NFT 세상에서 돈 버는 법’에서는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들의 예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생산의 주체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며, 가상인간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이렇듯 메타버스 세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여러 형태를 제시하고 이것이 NFT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룬다. 5장 ‘메타버스와 NFT 기업전략과 투자’에서는 메타버스·NFT와 관련된 유용한 투자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메타버스 생태계 전체에 투자하는 ETF 투자법과 엔비디아, 메타, MS 등 메타버스 변신을 통해 혁신의 미래를 여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투자 기회에 대한 내용 등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단어의 의미 자체로만 보면 ‘초월적 세상’이라는 뜻이다. 현재 메타버스에 대한 하나의 합의된 정의는 없고,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100명에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아마도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답변을 듣게 된다. 이에 메타버스를 정의하기 위해서, 현시점에서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 글로벌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메타버스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종합하는 것이다. 글로벌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는 4대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지만 공통된 맥락이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의 집합체이고,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제약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 디지털 우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메타버스의 정의부터 확실한 개념을 갖고 접근해야 목적하는 바에 빨리 다가갈 수 있고, 경제 활동도 가능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처음 배울 때부터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어야 무한히 발전하는 메타버스 세상을 즐길 수 있다는 뜻에서다.

저자의 설명에 따라 독자가 확립한 메타버스 개념은 '인터넷'이 확대되고 발전된 형태라고 이해된다. 인터넷 세상이 '바다'라면 메타버스 세상은 '우주'로 비견할 수 있다. 또 2D가 3D로 확장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인터넷의 발전 확장된 버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메타버스에 우리가 연결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는가?"란가장 많은 질문에 따른 저자의 답은 '가상공간'에서 우리의 삶은 무한하게 확장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두 번째 많은 질문의 답변은 어느 정도 질문 1의 답변에서 많이 정리됐다. 그러나 별도의 질문을 하는 독자들이 많아서인지 따로 한 장(章)을 마련해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선도하는 기업이 지금 하고 있는 일로 답변한다. 첫 번째 기업은 메타(Meta)이다. 페이스북은 사명(社名)을 메타로 변경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누구보다 진심이며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는다.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사(社)는 두 번째 기업으로서 메타버스를 '사람과 사물의 디지털 표현이 가능한 디지털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활용해서 디지털 표현을 해왔지만 앞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현실에서처럼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MS는 자신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매쉬(Mesh)의 중요한 3가지 특징을 제시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첫 번째는 실재감(Feel presence)이다. 가상공간에서 시설을 마주치고 표정을 인식하며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상공간에서 함께 다양한 상호작용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제약 없이 가상공간에 접속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기업은 메타버스로 주목받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이다. 엔비디아는 메타버스를 '상호작용하고 몰입하며 협업할 수 있는 공유 가상 3D 세계'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상호 연결된 서로 다른 세계까 모여 실제 우주를 구성하듯 메타버스는 서로 다른 가상세계의 집합으로 구성된다"라고 표현했다는 점을 덧붙인다. 메타가 설명한 가상공간의 집합체와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네 번째 기업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유니티(Unity)이다. 유니티 CEO인 존 리치텔로는 메타버스를 "다양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공간 속을 서로 방문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소우주"라고 표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 4개 기업이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도하고 메타버스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고 있지만, 공통된 맥락이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바로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의 집합체이고,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이 책에 나오는 45가지 질문이 독자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이 책의 설명을 듣다 보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하루 아침에 닿을 수는 없는 곳이지만 배우면 신나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 가운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질문 19는 "직방 직원들처럼 메타버스로만 일하는 게 가능한가요?"란 의문이다. 직방의 직원들은 메타버스 근무로 인해 출퇴근 시간 절약, 제주도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형태로 근무하고 있고, 기업도 임대료를 줄이고, 전 세계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게 답변의 요지다. 저자는 "종합 프롭테크(Proptech)* 기업인 직방의 직원 350명은 2021년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메타버스 근무를 시작하면서 2021년 7월 자체 개발한 가상오피스 '메타폴리스'로 본사를 이전했다."며 "이후 직방은 약 10개월간 대면형 원격 근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검증해왔다고 한다.

이 결과 2022년 5월 기준 메타폴리스에는 직방과 아워홈, AIF 등 20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매일 2,000여명이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건물 임대료를 내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가상 건물주가 된 것이다. 직방은 2022년 5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메타폴리스'를 업그레이드한 가상오피스 '소마(Soma)를 출시했다. '메타폴리스'가 사라지고 새로운 가상 오피스 소마가 탄생한 것이다. 기존의 메타폴리스 직원들은 순차적으로 소마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마의 슬로건은 "Change where you work, not how you work"이다.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지만 일하는 방식은 오프라인 사무실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즉 일하는 공간만 메타버스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궁금증을 쉽게 풀어준다는 것이고, 특별한 점은 문답식으로 초보자인 독자도 막힘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도록 기술했다는 점이다.

* 프롭테크 :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를 의미하며, 매물 검색과 부동산 중개 등 1세대 서비스가 최근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하면서 진화함.(저자 주)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면서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직방의 직원 350명은 메타폴리스로 출근하기로 했을 때 모두 만족했을까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 방침이고,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계속 근무하기 어렵겠지요.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p.167)

 

저자 : 이승환

 

현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메타버스,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KT전략기획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디지털 전략과 정책을 연구해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및 여러 중앙부처(기획재정부, 과기정통부, 교육부, 국방부, 행안부, 문체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위, 방통위 등)에서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메타버스 자문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범부처 메타버스 선도전략(2022), 범부처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2020), 범부처 실감콘텐츠 산업 활성화 전략(2019), 교육부 실감콘텐츠 심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 수립 공로로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인력개발원, LG화학, LG CNS, LG인재개발원, GS칼텍스, 푸르덴셜생명, DGB 금융지주, 롯데인재개발원, 롯데정보통신, 교원그룹, 효성그룹, 매경미디어그룹 등 다수의 기업과 강연, 세미나, 기고 등을 통해 메타버스 협력을 추진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KAIST IT경영 석사를 마치고, 한양대학교에서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메타버스 비긴즈 : 인간×공간×시간의 혁명』이 있고, 주요 연구로는 「메타버스,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로그인(Log In) 메타버스」 「메타버스 비긴즈(BEGINS) : 5대 이슈와 전망」 「비대면 시대의 게임체인저, XR(eXtended Reality)」 「인공지능 연구지수(AI Research Index) :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대학은?」 「인공지능 두뇌지수(AI Brain Index) : 핵심인재 분석과 의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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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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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이라는 과학자를 처음 알았던 지 벌써 20년도 넘었다. 또 그의 저작 『코스모스』 때문에 독자는 '천문학', '천체물리학'에 잠시 관심을 가졌다. 『코스모스』는 1980년에 첫 출간된 책으로 과학 교양서의 고전이 됐다. 이후 꽤 오랫동안 절판됐었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많은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책이다. 우주의 탄생, 은하계의 진화, 태양의 삶과 죽음, 우주를 떠돌던 먼지가 의식 있는 생명이 되는 과정, 외계 생명의 존재 문제 등이 250여 컷의 사진과 일러스트, 우아한 문체로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었다고 평가받았다.

독자도 이후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코스모스』를 읽었지만 완독하지 못한 채 책장 속에 틀어박힌 불운이 있었다. 독자의 형편없는 과학 실력은 흥미롭고 쉽게 풀어썼다는 책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공도 아니고 당장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 책은 아니어서 중도 포기했지만 어떤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다는 기억은 남아 있다. 독자에게 충격은 있었다. '우주'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심오한 철학적 사색과 과학을 엮어 장대한 문명사적 맥락 속에서 '코스모스'를 탐구한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으로 재조명해 냈다는 평가를 들은 책인데 독자는 과학에는, 특히 '천체 물리학'이나 '우주 공학'에는 완전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할 즈음 우리나라는 어떤 수준인가?라는 생각이 미치자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한편 격차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후 이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 그의 저서 중 두 번째로 독자가 접하는 책이다. 이 책은 1995년 저자가 사망하기 직전에 출간된 저작으로 유사 과학의 위험성과 낱낱이 지적하고 오류를 비판한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수정할 부분이 없는 과학적 업적이다. 이 책은 칼 세이건의 과학관, 즉 과학의 본질, 과학의 방법, 과학의 의미, 과학의 윤리, 과학의 대중화 등에 대한 생각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사 과학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비판할 때 인간의 필연적 오류 가능성을 전제로 한 회의주의, 반증 가능성과 실험을 통한 검증, 비판 정신을 단련하기 위한 헛소리 탐지기 등에 대한 구체적 실증 비판이 담겨 있다.

언젠가 칼 세이건 연구자가 나온다면 연구하게 될 칼 세이건의 과학 사상이 핵심 개념들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칼 세이건의 정치관, 민주주의관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이 책 곳곳에서 과학과 민주주의의 유사성을 언급한다. 그리고 나아가 실질적 관련성도. 과학과 민주주의 모두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기본값으로 전제하고 그 오류를 수정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이건은 과학과 민주주의가 동일한 것도 아니고 과학적 방법에서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에서 과학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책에서도 혼동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 책은 모두 25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장의 제목에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책의 전편을 흐르는 맥락은 '유사 과학'의 허점과 인간에 미치는 악영향, 그리고 과학적이지 않는 점, 비민주적 방법으로 돈을 챙기려는 목적의 학문(?)으로 인간 삶의 혼란을 야기하는 점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물론 특유의 유려하고 관용적인 표현을 잘 쓰는 저자가 결코 '유사 과학'이 허무맹랑하고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들을 주장함으로써 인간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는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를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는 외계인이 타고 온 UFO,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건, 재앙으로 가라앉은 대륙, 초고대 문명의 초고도 과학 기술, 화성의 인면암(人面巖), 밀밭에 몰래 그려진 정체불명의 크롭 서클(미스터리 서클), 악마 숭배, 환생한 뉴 에이지 구루, 초월 명상, 심령 수술 같은 유사 과학, 유사 종교 등의 사이비스러운 헛소리들의 허와 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유사 과학의 허실을 파헤치고 그 허무맹랑한 논리를 탄핵하며 인간이 얼마나 속기 쉬운 존재인지, 심지어 자신조차 속이고 마는지 폭로하는 회의주의 도서들은 많다. 실제로 외계인 납치가 벌어지고 있다고 믿는 미국인 중에는 지구인 중 1억 명 이상이 외계인에게 납치된 적이 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외계인 납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상당수의 미국인이 바이러스 유행이 빌 게이츠 같은 특정 자본가 또는 권력자의 음모이며, 백신 역시 접종자의 정신을 조작하기 위한 특수 물질이 들어 있다고 믿고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한국에서도 창조론자 단체의 민원으로 생물 교과서에서 진화 관련 설명을 일부 삭제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고,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운동처럼 자연 치유를 내건 유사 과학이 유행하기도 했다.

 


 

왜 우리는 과학이 아니라 이런 유사 과학, 미신, 반지성주의를 믿는 것일까? 근거도 없고 효력도 없는 주장과 낭설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암흑 시대라고도 불렸던 서구의 중세에는 고대의 악령이 마녀로 되살아났고, 현대에는 그 악령이 외계인으로 변신해 과학의 촛불이 미치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출몰한다. 저자가 'UFO'를 보는 입장은 일종의 '미신'으로, 특히 고대의 악령이 '마녀'로, 다시 '외계인'으로 변화하면서 과학이 아직 미치지 못한 곳에서 출몰한다고 강조한다. 칼 세이건의 이 책 역시 눈속임, 헛소리, 사이비를 쉽게 믿는 경신(輕信) 풍조가 얼마나 큰 참극을 불러일으키는지를 규명한다. 이 책의 집필이유기도 하다. 이 점이 이 책을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현대적 회의주의 운동의 핵심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첵에 따르면 2022년 5월 미국 의회에서 50여 년 만에 미확인 비행 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 UFO)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미국 국방부 차관과 해군 정보국의 부국장이 참석한 이 청문회에서 미군이 발견한 미확인 공중 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UAP. 미군 당국이 UFO 대신 사용하는 용어)이 2004년 이후 400건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현상들이 지구가 아닌 다른 곳, 즉 외계에서 기원한 사건이라는 물질적 증거는 단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고도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UAP 또는 UFO 목격 사례 급증이 드론의 상업화와 연관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2021년 6월 갤럽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1퍼센트가 UFO가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이라고 믿는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8월 조사보다 8퍼센트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이러한 사이비스러운 헛소리들의 바탕에는 과학의 오용, 과학에 관한 오해, 나아가 과학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세이건 스스로 생각하는 과학의 본질, 과학의 정신이 무엇인지 해설해 나간다. 세이건이 볼 때 과학의 핵심 정신은 인간은 반드시 잘못을 저지고 인간의 마음과 사고는 함정에 빠지기 쉬우면 심지어 자기마저도 속이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놓고 비판 정신을 단련해 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세이건은 20세기 후반 미국 사회 및 문화를 휩쓴 유사 과학 이야기에서 벗어나 수천 년간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종교인과 지식인이 온갖 논리로 옹호해 온 노예제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수많은 죄 없는 노파와 소녀를 불태워 죽인 유럽 문명 특유의 마녀 사냥이 어떻게 시작되고 확산되고 소멸했는지, 과학 기술을 추앙하고 발명가를 선망했던 ‘양키적 천재성’으로 가득했던 미국의 교육이 반과학으로 돌아선 게 무엇 때문인지, 인류 역사와 문화에서 다양한 사례를 골라 소개하면서 잘못된 사고의 함정에 빠진 인간이 어떤 오류를 범해 왔는지 생생하게 보여 주고,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데 회의주의적 사고와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려 낸다. 칼 세이건에게 있어 과학은 반증 가능성이라는 개념과 실험을 통한 검증이라는 실천을 통해 인간이기에 가진 필연적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비판 정신을 고양해 간다.

 


 

이 유사 과학이 발호(跋扈)하고 유행하는 원인을 세이건은 과학 교육을 포함한 과학 대중화의 결여로 진단한다. 그리고 책 곳곳에서 과학 대중화를 등한시하는 학계의 과학자들을 질타한다. 그렇다면 과학과 유사 과학의 차이는 무엇이고, 유사 과학이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과학과 유사 과학의 가장 큰 차이는 과학이 유사 과학(또는 ‘무오류’의 계시)보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오류 가능성을 훨씬 더 신랄하게 인정한다는 점일 것이다. 만약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류(또는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잘못)는 영원히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용기를 내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 생기는 서운함이나 안타까움을 반성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의 가능성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참'이다.

저자의 책 속에서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과학을 보급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과학에서 이루어진 위대한 발견에도 온갖 우여곡절(迂餘曲折)이 있었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어떤 오해가 있었고, 어떤 경로 변경이 있었으며, 변화를 완고하게 거부하는 이들과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이 연구 현장에서 어떤 갈등을 벌였는지 진짜 역사를 전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 교과서, 아니 대부분의 교과서가 이런 역사를 잘 다루려 하지 않는다. 인간은 몇 세기에 걸쳐 끈기 있게 집단적으로 자연을 조사해 왔고 그 결과를 증류해 왔다. 물론 온갖 일들로 점철된 이 증류 과정을 미주알고주알 상세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미 완성된 지혜를 화려하게 소개하는 편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과학적 방법이라는 것은 겉보기에 다루기 번거로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방법이야말로 발견 자체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다."

 


 

『코스모스』를 비롯해서, 칼 세이건이 평생 펴낸 30여 권의 책들은 그의 이 진단과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가 방대한 저술들을 통해 펼친, 과학 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은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발견, 코스모스에 대한 탐구가 실제로는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가르침 들은 그를 20세기 최고의 과학 전도사로, 과학 저술가로,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사반세기가 지난 2020년대에도 최고의 과학자로 기억하게 만들고 있다.

 

저자 :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년 11월 9일∼1996년 12월 20일)

193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인문학 학사, 물리학 석사, 천문학 및 천체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유전학 조교수, 하버드 대학교 천문학 조교수를 지냈다. 그 후 코넬 대학교의 행성 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던컨 천문학 및 우주 과학 교수,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의 특별 초빙 연구원, 세계 최대 우주 동호 단체인 행성 협회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자문 위원으로 매리너, 보이저, 바이킹, 갈릴레오 호 등의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고 과학의 대중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저술과 방송을 통해 세계적인 지성으로 주목받았다. 행성 탐사의 난제들을 해결한 공로와 핵전쟁의 영향에 대한 연구와 핵무기 감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NASA 공공 복지 훈장, NASA 아폴로 공로상, 미국 우주 항공 협회의 존 에프 케네디 우주 항공상, 탐험가 협회 75주년 기념상, 소련 우주 항공 연맹의 콘스탄틴 치올콥스키 훈장, 미국 천문학회의 마수르스키 상 그리고 1994년에는 미국 국립 과학원의 최고상인 공공 복지 훈장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과학, 문학, 교육, 환경 보호에 대한 공로로 미국 각지의 대학으로부터 명예 학위를 스물두 차례 받았다.

그의 저서 「코스모스(COSMOS)」(1980년)는 전 세계 출판계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평가받았고, 30여 권의 저서 중 「에덴의 용(THE DRAGONS OF EDEN)」(1978년)은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외계 생물과의 교신을 다룬 소설 「콘택트(CONTACT)」(1985년)는 1997년에 영화로 상영되어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우주의 지적 생명(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공저, 1966년), 『UFO, 과학적 논쟁(UFO’S: A SCIENTIFIC DEBATE)』(공저, 1972년), 「코스믹 커넥션(THE COSMIC CONNECTION)」(1973년), 「화성과 인간의 마음(MARS AND THE MIND OF MAN)」(공저, 1973년), 「브로카의 뇌(BROCA’S BRAIN)」(1974년), 「다른 세계들(OTHER WORLDS)」(공저, 1975년), 『지구의 속삭임(MURMURS OF EARTH)』(공저, 1978년), 『혜성(COMET)』(공저, 1985년),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길(A PATH WHERE NO MAN THOUGHT)』(공저, 1990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1994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 HAUNTED WORLD)」(공저, 1995년), 「에필로그(BILLIONS & BILLIONS)」(1997년, 사후 출간),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SCIENTIFIC EXPERIENCE)』(2006년, 사후 출간) 등을 썼다. 평생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일구었던 그는 1996년 12월 20일에 골수 이형성 증후군으로 시작된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이상헌

서강 대학교에서 칸트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기술의 대융합』, 『인문학자, 과학 기술을 탐하다』, 『따뜻한 기술』, 『싸우는 인문학』(이상 공저), 『융합 시대의 기술 윤리』, 『철학자의 눈으로 본 첨단 과학과 불교』, 『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철학, 과학 기술에 다시 말을 걸다』 등이 있다. 현재 서강 대학교 전인 교육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 : 앤 드루얀(ANN DRUYAN)

미국 항공 우주국(NASA) 보이저 성간 메시지 프로젝트의 기획자였고, 2005년 러시아 ICBM으로 발사된 솔라 세일을 활용한 최초의 심우주 탐사 우주선의 프로그램 기획자였다. 작고한 남편 칼 세이건과 함께 1980년대에 「코스모스」 텔레비전 시리즈를 만들어서 에미 상과 피보디 상을 받았고, 공저로 6권의 책을 써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드루얀은 또 워너브러더스 제작, 조디 포스터 주연, 밥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콘택트」를 공동 제작했다. 폭스 채널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제작한 「코스모스: 스페이스 타임 오디세이(COSMOS: A SPACE TIME ODYSSEY)」의 대표 제작자, 감독, 공동 저술가로 2014년 피보디 상, 미국 제작자 조합상, 에미 상을 받았다. 에미 상 13개 부문에 오른 「코스모스: 스페이스 타임 오디세이」는 전 세계 181개국에서 상영되었다. 드루얀은 2020년 전 세계 동시 방영된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COSMOS: POSSIBLE WORLDS)」을 제작, 감독했으며, 이 다큐멘터리의 동명 원작을 책으로 펴냈다. 소행성 세이건(2709)과 드루얀(4970)은 결혼 반지 같은 궤도로 영원히 함께 태양을 돌고 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는 20, 21, 24, 25장을 함께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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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박소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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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는 중견작가 박소현의 수필집이다. 등단 20년 세월 동안 그만의 맛과 향으로 숙성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온 저자의 그동안의 많은 글들처럼 담담한 언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 수필집 제목에 쓰인 '윤슬'처럼 그의 글들은 2022년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고향의 풍경 같은 그들로 문학적 향기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다하며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저자의 고향(남해) 바다 해녀들이 물숨을 참아내며 삶을 이어가듯, 그 역시 기나긴 시간 속 “한 줄 문장을 찾아 문학의 숲을 유영”하며 수필의 씨앗을 건져내었다. 문학과 철학, 인문학과 예술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견고한 문장에서 삶의 깊이를 엿볼 수 있어서 그의 글은 우리의 가슴에 깊이 적셔든다.

 

 

저자는 이번 두 번째 수필집의 끝을 시인과의 대담 두 편으로 마무리했다. 첫 번째는 세상에 와서 억울하게 죽어간 넋들을 위한 헌화가를 부르는 ‘시대의 무당’이 되길 자청한 강은교 시인과의 대담, 두 번째는 제주 4·3의 슬픈 역사를 알리는 부드러운 전사 허영선 시인과의 대담이다.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꺼이 글로써 담아내는 두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저자는 윤슬처럼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들에 대한 사랑을 보낸다.

저자의 이야기는 늘 그렇듯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탐낼 만한 부나 명예, 쉽게 겪어볼 수 없는 경험을 자랑하듯 늘어놓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평범한 순간을 포착해 그만의 시선으로 문학을 빚어낸다. 그래서 그의 글은 삶과 밀착해 있으며 읽는 이의 마음에 쉽게 다가간다.

 


 

누구의 삶이든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바로 문학은 되지 않는다는 박상률 작가의 추천사처럼, 박소현의 수필은 흔하디흔해 미처 소중한 것인 줄 깨닫지 못하는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 물결에 빛나는 윤슬로 탄생시킨다. 거기서 함께 빛나는 것이 저자의 “그 사랑의 마음"이다. 앞으로도 ‘작가 박소현’을 가능케 하는 근원적 에너지”가 될 것이다. 매일 똑같은 하루에 번아웃을 겪는 이들, 평범한 일상 속 빛나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이들에게 이 수필집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는 담담한 사랑의 언어로 위로의 손길을 뻗는다.

한껏 취해 읽다보니 바둑 이야기가 나온다. 독자도 취미로 바둑을 즐기는 편이라 눈이 더 커진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가로 19줄, 세로 19줄, 361개 교차점의 바둑판 위에서는 흑과 백의 치열한 진검승부가 벌어진다. 수많은 묘수와 전략으로 공격과 방어가 난무한다. 하지만 바둑에서는 신의와 절개는 있어도 배신이나 변절은 없다고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자신에게 주어진 바둑돌을 놓아야 하듯 우리는 매 순간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지 않았을까. 그 선택이 성공이든 실패든 자기 앞에 놓인 삶의 한 부분임에야···."

 


 

여기까지는 바둑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그러나 다음의 글은 "지난날들을 복기(復棋)한다면 성공을 백으로, 실패를 흑으로 봤을 때 우리네 인생은 흑일까 백일까? 남편과 함께 바둑 삼매에 빠졌던 오빠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그때 당시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던 서른 살의 남편은 얼마 전 퇴직을 하고는 인생 2막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앙증맞은 얼굴로 엄마 아빠를 부르며 아장아장 걷던 아들은 모자란 잠에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얼마 전 입사한 직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가고 있다.(p.31~32)

남편과 바둑 사랑이야기가 뒤따른다. 남편이 바둑대회에서 상으로 받아온 바둑판을 애지중지하던 아끼는 물품인데 그 바둑판에 어린 아들이 이마를 찧어 스무 바늘이나 꿰매는 큰 상처를 입었다. 그 후 남편이 말없이 바둑판을 말없이 다용도실로 옮겼을 때를 회상한다. "화려한 월계관을 쓰고 보무도 당당하게 집으로 왔던 그 바둑판은 아들의 이마에 상처를 냈다는 불명예를 쓴 채 그렇게 방치됐다" 친정오빠도 바둑을 좋아해 두 분이 만나면 곧잘 바둑을 즐겼는데 사건 이후 휴대용 바둑판을 이용한다니 남편의 속마음을 궁금해 한다. 그러던 남편이 이제는 정년 퇴직을 하고, 아들은 얼마 전 입사한 직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가고 있다는 보통의 가정의 일상사로 담담하지만 애틋한 정감이 솟아나온다.

 


 

남해 출신의 한 작가가 해녀 이야기를 안 쓸 리 없다. 해녀는 우리 어머니의 삶이고 우리들의 삶이고 우리 아이들의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닷가 사람들의 삶을 대변해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우리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문학 소재다. 저자는 자신의 문학 방정식으로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을 상징적·은유적으로 풀어낸다. "어느 험준한 골짜기를 헤매다 온 바람처럼 해녀들의 몸에 새겨진 거친 생존의 무늬들. 그녀들이 토해낸 설움들을 껴안아주느라 바다는 저렇게도 울부짖고 있는 것일까? 포구엔 먹이를 찾아 모여든 갈매기들의 군무가 황홀하다. 저들도 생존의 한가운데에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이 바다를 찾았으리라.

삶은 고해라고 했던가. 얼마나 많은 시름들이 그녀들의 가슴에 머물다 간 것일까. 힘겨운 삶의 파도를 헤쳐 온 그녀들의 이야기가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 내면의 상처가 깊은 사람은 더 깊은 동굴 속으로 침잠한다. 우리는 손 안에 그 무언가를 더 많이 움켜쥐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숨을 참으며 견뎌냈을까. 어떻게 해야만 그것들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을까. 삶이란 어쩜 모범답안을 찾지 못한 시험 같은 게 아닐까? 나는 오늘 이 바다의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다.(p.75~76)

 


 

「달려라 장 여사」에서는 어머니의 삶을, 자식 사랑을 표현해 내면서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기도 한다. 누구나 공감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삶을 담담하게 표현한 것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어머니도 여자란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홀로되신 어머니에게 행복은 자식들이 무탈하게 살아가는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자기 몸속에서 자라던 새끼들에게 몸을 다 파 먹히고 빈껍데기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다슬기처럼 자식을 위해 온 생을 다 바친 내 어머니 장채란 여사. 어쩌다 한 번이라도 안아드릴라 치면 삭정이 같은 몸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어머니에게도 행복했던 봄날이 있었을까? 오늘따라 거친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 삶의 궤적들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지팡이를 집어던지고 옛날처럼 힘찬 달음질로 달리고 달려서, 어머니가 우리 집으로 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 심장 같은 하얀 봉투를 가만히 만져본다. 어머니 따스한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오는 듯하다. 나는 어쩜, 아주 오랫동안 이 봉투 속의 돈을 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머니 눈물 같은 이 소중한 사랑을.(p.170~171)

 


 

얼마 전 읽었다는 소설 『웨이 백』을 통한 사색은 자유, 민주주의, 전쟁, 탈북자 등으로 확대되며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의지를 훌륭하게 솎아낸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를 향한 투쟁의 역사다. 억압받는 사람들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다. ‘티베트의 자유’를 요구하며 분신하는 티베트의 젊은이들, 시리아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극한 투쟁, 4 · 19 때 우리 젊은이들의 피 흘림,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내려온 탈북자들. 이 모든 것은 자유라는 종착역을 쟁취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도 알고 보면 결국은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종교개혁은 신앙의 자유를, 르네상스는 예술에서의 자유를."(p.110~111)

 

저자 : 박소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바다를 놀이터 삼아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 했으며 2002년 『책과 인생』에 수필 「가지 않는 길」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기금 수혜자로 2회 선정되었으며(2008, 2020년) 경북문화체험전국수필대전 대상, 해인문학상 대상 등을 받았다. 국제PEN, 한국문인협회,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종합문예지 『에세이 문예』에 ‘박소현의 명작 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수필집 『별들은 나이를 세지 않는다』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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