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의 맛 - 유튜버 자취남이 300명의 집을 가보고 느낀 것들
자취남(정성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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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많아진 요즘, 사회적으로 경력도 쌓이고 혼자 사는 기술도 쌓인 레벨 높은 자취인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쉽고 간단하게, 알차고 ‘화려한 자취‘를 할 수 있다. 그들이 사는 법을 소개하는 저자의 신바람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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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의 맛 - 유튜버 자취남이 300명의 집을 가보고 느낀 것들
자취남(정성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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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1인 가구'로 호칭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혼자 사는 남자를 '자취생'이라고 했다. 주로 대학 공부를 하기 위해 고향과 부모님을 떠나 혼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이른바 유학생을 지칭하기도 같은 공부를 목적으로 혼자 서울이나 학교 근처에 혼자 사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하숙'을 했다. 자취하는 것은 공부하는 시간을 빼앗아 학업에 방해가 되다는 부모님의 은덕을 입는 사람들이 주로 택했다. 즉 결코 싸지 않은 하숙비를 내주시는 부모님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행복한 축에 들었고, 자취생은 그 은덕을 받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직장인들 중 아주 더러는 자취를 하는 남녀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자취생이라는 명칭도 붙이기가 어려워(학생 신분이 아니니까) 그냥 얼버무려 "미혼의 혼자 사는 사람" 정도로 표현했다. 직장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못해서 혼자 살고 있을 뿐 곧 결혼하면 자취의 신분으로부터 영원히 이별할 사람들이다. 혼자 살면 으레 자취를 떠올리지만 직장인 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 취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자취(自炊)의 의미가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생활함'이라고 지금도 사전에 버젓이 실려 있는데 그때는 자취의 의미가 돈이 없어서 밥을 사 먹을 형편이 못 되거나, 아끼려고 직접 밥을 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경제적 문제로 생긴 단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취방'은 있어도 '자취집'은 없다.

 


 

'자취' 대신 '1인 가구'로 표현이 바뀌고 자취 이유가 조금 바뀌었을 뿐 기본적인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 요즘 1인 가구가 예전 자취와는 다른 게 있다면 '자유'와 '사적 공간의 비밀' 보장에 목적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경제 문제로 자취를 한다기보다는 자유로운 생활과 사적 개인 생활의 비밀 보장을 위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도 있다. 그것이 1인 가구의 전체 이유는 아닐지 모르지만 꽤 많은 부분이 되리라 독자는 짐작한다. 지금은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시대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요즘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살고 있는 이들이 많다. 우리는 이들을 ‘자취생’이라고 부른다. 자취방이라고 하면 흔히 코딱지만 한 방 한 칸을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 자취생들은 그 작은 공간에서 자기만의 취향을 더하고 가치관을 반영해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책 『자취의 맛』은 우리나라에서 남의 자취집을 제일 많이 방문해본 유튜버 ‘자취남’이 300곳이 넘는 자취집을 찾아가 방 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엿본 자취생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집 자체는 다 같은 평수의 방 한 칸인데, 그 안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떤 아이템을 써서 살림을 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집이 된다.

 


 

이 책에서는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사는 방식도 다양한 가지각색의 사람들의 집을 들여다보며 수많은 1인 가구의 가장들과 각자 사는 모습을 나누고 서로 이야기하며 그들의 특별한 세계를 전한다. 우리나라에서 남의 자취방을 가장 많이 가본 사람은 누굴까? 모르긴 몰라도 『자취의 맛』의 저자 ‘자취남(정성권)’도 손에 꼽힐 것이다. 유튜브 ‘자취남’ 채널을 통해 자취생들의 집을 보여주며 집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는 수많은 1인 가구의 집을 찾아가 자기만의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가장 자연스러운 그 사람의 흔적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의 집은 온전히 그 사람을 나타낸다. 오롯이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했기에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소품 하나하나에서도 그 사람의 기호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남의 자취방을 제일 많이 방문해본 유튜버 ‘자취남’이 300곳이 넘는 자취집을 찾아가 방 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엿본 자취생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남의 자취방을 자주 방문하는 목적이 가장 잘 나타난 곳은 이 책의 구성에서 알 수 있다. 이 책은 5개 파트(part)로 나뉘어 있다. 1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 2부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3부 「각자가 사는 모습은 다르다」, 4부 「취향의 발견」, 5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이다. 큰 제목이어서 한눈에 알기 어렵다면 세부 항목의 몇 개만 예로 들어본다. '내 집도 아닌데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 '일잘러의 프로페셔널한 집', '아파트를 고집하는 이유', '서울과 수도권, 지방은 다를까', '혼자 살면 대부분 집에 술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독립의 맛' 등의 소항목 제목만 훑어도 자취하는 사람들의 이유와 목적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는 집을 엿보는 것은 공간의 이야기를 듣는 일, 차곡차곡 쌓인 물건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일, 그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점은 저자의 관음적 취향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그들과 함께하는 생활과 생각 등을 공유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집 자체는 다 같은 평수의 방 한 칸인데, 그 안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떤 아이템을 써서 살림을 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집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자취집은 정말 잠만 자는 곳이라서 침대, 충전기, 샤워 용품처럼 딱 사는 데 필요한 생필품만 있고, 장식품이나 여가 활동을 위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반면 어떤 자취집은 주황색 포장마차 천에 빨간색 플라스틱 테이블을 두고, 벽에는 메뉴판까지 달아 집안에 포장마차를 만들어놓았다. 집주인의 취향을 100% 반영해 집을 꾸며놓은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모든 집이 다 다르다. 누가 사느냐에 따라서 집이라는 정형화된 공간에 완전히 다른 색깔이 입혀진다. 이처럼 『자취의 맛』에서는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한 공간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자취를 하는 사람들과 자취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취의 삶에 대한 이보다 좋은 정보가 없다. 어쩌면 자취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방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들이 이 책에 가득하다.

 

 

저자가 수많은 자취방을 의식적으로 돌아다니며 중요한 목적은 저자 자신의 취향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얻는 삶의 지혜 때문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혼자 산다는 것은 내 삶을 나 혼자 돌보고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말을 한다. 완전한 자유를 상상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한 저자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일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혼자 사는 사람은 나의 집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도 내 물건에 손을 댈 사람이 없다는 건, 내가 안 치우면 그 물건은 영원히 그 자리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샴푸가 다 떨어지면 다용도실에 구비되어 있는 재고를 들고 오면 되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내가 손을 놔버리면 나의 집은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다.

저자가 자취하며 느끼던 많은 삶의 지혜들이 다른 자취하는 사람의 삶을 접하며 공유되는 지식은 그대로 삶의 지혜가 된다. 이를 책으로 내는 것은 자취하는 사람, 자취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정보이자 삶의 지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살면서 저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생존에 필요한 귀찮고 잡다한 일들을 포함해 온전한 1인분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게 된다는 것. 이 책에는 자취남의 시선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1인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이 담겨 있다. 누가 뭐라든 자기가 좋을 대로 구축하고 가꾸는 각자의 특별한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각 부분마다 하나씩 이른바 자취하는 사람들의 흥미로운 생활 방식도 소개하는 꿀팁도 들어 있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예컨대,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느냐, 혹은 맨발로 생활하느냐는 쉽게 추정할 수 있지만 자취하는 사람들은 어떤지 알아보고 소개한 내용도 있다.(p52~53) 또 빨래할 때 한꺼번에 하느냐, 나눠서 하느냐의 빨래 방식에 대한 조사(p.88~89)와 집(방) 고를 때 건축 연수(年數)와 평수의 선호도에 대한 조사 결과(p.128~129)도 매우 흥미롭다. 특히 샤워한 후 옷 '입고 나오기' '벗고 나오기'의 조사 결과(p.210~211)는 "맨 몸으로 나온다"는 답변이 76%로 압도적으로 나와 독자가 조금 놀라기도 했다.

독자는 자취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샤워 후 수건을 사용해 물기를 닦고 옷을 입은 후 나오는 것이 당연히 가족과 공동생활의 기초 습관인데 혼자 살 때는 벗고 나온다니 요즘 젊은 세대의 꾸밈없는 생활 태도를 엿본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저자의 자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의의 배려로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책으로 내는 이유에 대해 공감이 가고 다양한 생활 방식과 비교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무척 알토란 같은 독서를 즐겼다는 유쾌한 기분이 든다. 자취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많은 정보와 장점, 그리고 단점까지도 직접 찾아다니며 전해주는 저자의 노력으로 쓴 시간 들여 『자취의 맛』의 일독을 권한다.

 


 

1인 가구가 많아진 요즘, 사회적으로 경력도 쌓이고 혼자 사는 기술도 쌓인 레벨 높은 자취인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쉽고 간단하게, 알차고 화려한 자취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요리를 못하면 어떠한가,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p.150) - 「요리? 조리? 배달? 자취인이 먹고 사는 법」 중에서

 

저자 : 자취남(정성권)

 

구독자 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자취남’ 운영자. 우리나라에서 남의 자취집을 제일 많이 방문한 사람 중 하나다. 3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자취집을 찾아가 방 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자취 꿀템을 소개한다. 혼자 사는 사람의 ‘리얼’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자취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봐야 할 필수 콘텐츠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방문하는 집은 모두 평범한 친구나 이웃들이 사는 평범한 집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각자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모든 집이 특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수많은 자취인들과 각자 사는 모습을 나누고, 서로 이야기하며 그들의 특별한 세계를 전하고 있다. 또한 구독자들의 참여로 집들이 콘텐츠가 이루어지는 만큼, 받은 관심과 사랑을 구독자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유튜브 채널 YOUTUBE.COM/자취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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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 속 인형들 1 안전가옥 오리지널 19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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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시 기술규제 면제특구로 지정된 평택은 과학자들의 낙원이자 지옥이다.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끔찍한 첨단기술들이 거래되는 실험용 모래상자로 변했다. 일명 ‘샌드박스’를 배경으로 사이버펑크 범죄수사극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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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 속 인형들 1 안전가옥 오리지널 19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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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년 대한민국 평택. 『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메가시티 평택, 일명 '샌드박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이버펑크' 범죄수사물이다. 온갖 기술 개발과 실험이 이루어지며 상상을 뛰어넘는 사건과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가운데 평택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진강우와 '민간조사사' 주혜리가 나선다. 속도감 있게 휘몰아치는 전개,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결말, 다 읽고 나면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하게 와닿는 묵직한 주제의식까지, 이경희 작가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저자는 앞서 『테세우스의 배』를 통해 선보인 미래의 도시에서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끔찍한 기술들을 가둬 둔 실험용 모래상자로 평택을 택한다.

미친 과학자들의 안전한 놀이터이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첨단기술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낙원이자 지옥인 도시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정도 후의 미래. 주한미군 절반이 빠져나간 캠프 험프리스에 ‘기술규제 면제특구’가 설정된 뒤 평택은 법과 윤리의 제약 없이 모든 기술 개발과 실험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도시가 된다. 일명 ‘샌드박스’로 재탄생한다. 그 덕분에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에 나서면서 평택은 대한민국 부의 절반을 빨아들인 끝에 급기야 서울을 압도하는 메가시티로 성장한다. 게다가 혁신행정특례법이 제정된 후 중앙의 간섭을 아예 받지 않는 자치정부까지 들어서며 평택은 무소불위의 세상으로 굳게 자리 잡는다.

 


 

계획적으로 지어진 초고층 초거대 건축물 메가빌딩을 중심으로 각종 생활과 교통이 빈틈없이 효율적으로 통제되는 최첨단 도시처럼 보이지만, 그 하부의 버려진 옛 건물들에서는, 온갖 불법 거래와 음모들이 존재한다. 중앙정부 산하 평택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진강우는 평택 자치정부 자치경찰의 견제뿐 아니라 거대 기업의 사주를 받은 동료 검사의 방해까지 받으면서도 샌드박스에서 벌어지는 다종다양한 범죄를 뒤쫓는다. 국가 공인 탐정인 민간조사사 주혜리는 진강우의 손과 발이 되어 외주 수사관으로 맹활약한다. 이 소설은 각각의 작품들이 조금씩 연관이 있어 연결되는 듯하면서도 독립된 각각의 중·단편 소설 6편으로 이루어진다. 기존의 영미권이나 일본 등에서 선보인 사이버펑크* 작품들과 달리, 미래의 최첨단 메가시티 평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과 범죄의 양상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 사이버펑크 : 어떤 영상 콘텐츠를 보고 나서 주변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면 보통 이런 질문들이 돌아옵니다. "그건 어떤 장르야?" 『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대세 장르 SF입니다만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사이버펑크'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낯설지만 익숙한 사이버펑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온라인에서 매우 손쉽게 찾을 수 있으나, SF에 관한 한 친절하고도 명확한 안내서인 『SF, 이 좋은 걸 이제야 알았다니』에서 이경희 작가님께서 직접 정리해 놓으신 내용에서 발췌해 보고자 합니다. 사이버펑크는 가까운 미래의 암울한 첨단 기술이 잔뜩 등장하는 '어떤 것'이다. (······) <하략>)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100명의 유전자를 절묘하게 조합해 만들어 낸 존재 ‘카이 크레디트’를 100명 복제하여 출연시킨 서바이벌 프로그램 〈페어런트 101〉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카이가 카이를 죽이는 살인사건이 벌어진다.(〈χ Cred/t〉) 10만 명이 넘는 저소득층 노인이 모여 사는 공공임대 메가빌딩 ‘휴먼 셰어하우스 메가빌리지’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보이는 연쇄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저 디지털 세계의 좀비들〉) 글로벌 해커 그룹 ‘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이 코르도바 메가빌딩을 장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버그를 설치하고, 수직과 수평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몽땅 폭주하는 가운데 진강우와 주혜리는 어떤 엘리베이터를 살려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 홀로마스크를 쓰고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슈퍼히어로 스위치가 갑자기 나타나고, 그 활약상을 찍은 촬영물들을 유통하는 기업형 스타트업 채널이 개설되어 발 빠르게 수익을 챙긴다.

슈퍼히어로의 정체에 의문을 품은 진강우와 주혜리는 그 내막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슈퍼히어로 프로듀서〉) 하나의 인격으로 두 개의 신체를 가질 수 있는 ‘트윈플렉스’ 시술을 통해 태어난 휴머노이드 원현정이 지속적으로 폭언과 학대를 당해 왔다며 원래의 신체인 원현수를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트윈플렉스〉) 이렇듯 재벌, 아이돌, 부동산, 가난한 노인, 음모론, 교육, 인권 문제 등 동시대적 사회적 이슈를 폭넓게 건드린다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여섯 개의 중·단편 소설이 각기 다른 사건이지만 한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고, 이를 다루는 수사도 한 기관에서 맡는다는 점에서 연작소설의 성격을 띤다.

 


 

메가시티 평택, 샌드박스라는 배경은 이경희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 이미 등장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앞서 잠시 언급한 2020 SF 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은 『테세우스의 배』가 바로 샌드박스를 무대로 펼쳐진 이야기였다. 또한 이 책의 첫 번째 작품으로 수록된 〈χ Cred/t〉는 2019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당선작으로 안전가옥 앤솔로지 『대스타』를 통해 공개되었던 단편소설이다라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진강우와 주혜리가 소설 『모래도시 속 인형들』을 든든하게 끌고 나간다. 저자는 『테세우스의 배』, 『그날, 그곳에서』 등을 통해 장르적 재미와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동시에 선사하는 이야기꾼으로 이미 평가받은 작가다. 무엇보다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소설가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다. 이 소설은 그가 만들어 낸 ‘2080년의 메가시티 평택’이라는 탄탄한 세계관과 설정을 중심으로 펼쳐질 ‘샌드박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속도감 있게 휘몰아치는 전개,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결말, 다 읽고 나면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하게 느껴지는 묵직한 메시지까지, 이경희 작가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음습하고 어두운 거리, 전자 기기와 자본에 지배당하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시대상, 기계에 잠식당한 인간성”(『SF, 이 좋은 걸 이제야 알았다니』에서 인용) 등이 이야기의 주조를 이룬다는 면에서 『모래도시 속 인형들』, 나아가 샌드박스 시리즈는 SF 중에서도 사이버펑크 장르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사이버펑크의 문법을 따르고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한국적인 배경과 상황을 중심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 냈다는 점에서 더욱 이채롭고 특별하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분명히 아직 오지도 않은 비현실적인 미래에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마치 오늘 아침 뉴스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가상의 세계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현실감. 그러나 그 암울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일단 부딪치고 보는 진강우와 주혜리에게서 묘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국가가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버린 샌드박스, “지금 여기서 멈추지 못한다면” “힘을 갖지 못한 모든 이들이 열등종으로 취급받게 될 세상”이 오고야 말 것이다. 비대하게 커진 자치도시이자 메가시티 평택의 앞날(2080년 기준)은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어 디스토피아를 짐작케 한다.

스펙터클한 대서사로 이어질 샌드박스 시리즈의 세계에서 주인공들은 그런 미래를 기어코 바꿔 놓을 수 있을까. SF 소설을 그리 많이 읽어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소설의 생소한 용어들을 외우느라고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데도 손에서 책을 쉽게 놓지 못했다. 미래도시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이고 암울한 상황을 예고하는 듯한 2080년 평택에 대한 미련 때문일 것이다. 미군이 주둔했다 철수한 도시, 대중국 전진기지가 될지 모를 이 도시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평택을 어떤 도시로 그리고 싶은지 알 길 없는 독자로서는 디스토피아로 전개될 걱정이 앞서지만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야기를 계속 쫓아갈 심산이다. 흥미롭고 기상천외한 현상이 신비롭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SF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도 현실감 있는 소설의 전개에 푹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소설 뒷 부분에 쓴 「작가의 말」을 참고하면 새 독자들의 많은 이해와 이 책 탐독을 서두를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가까운 미래의 우리의 삶의 변화와 미래는 결국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저자의 말을 대신 하고 싶다. 저자의 이런 뜻은 이 소설이 단순히 흥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현실 감각을 더함으로써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제시도 곁들여 있다고 독자는 기대한다.

"인기 아이돌 Roo_D.A는 상위 0.1퍼센트에 속하는 조금 얄미운 부유층이지만, 동시에 어떤 종류의 끔찍한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약자다. 우리의 주인공 주혜리는 Roo_D.A를 보호할 수 있는 강한 존재인 동시에 영웅적 희생을 헐값에 빼앗기는 약자이기도 하다. 선과 악이 뚜렷하리라는 믿음과 달리, 우리 모두는 언제나 누군가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슬프지만 세상은 복잡하다."(p.326)

 

저자 : 이경희

 

SF 소설가. 죽음과 외로움, 서열과 권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가 황금가지 제4회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어 데뷔하였고,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황금가지 제6회 작가프로젝트 공모전, 「χ Cred/t」로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을 수상했다. SF와 판타지 양쪽에서 활동 중이며, 대표작으로는 『테세우스의 배』,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마음 여린 땅꾼과 산에 깔린 이무기 설화」, 논픽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이 있다. 첫 번째 장편소설 『테세우스의 배』가 2020 SF 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동양 판타지와 시간여행이 뒤섞인 단편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가 2019년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단편소설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2019 올해의 SF’에 선정되었다. 그는 SF와 판타지의 팬보이로 10대를 보내며 오랜 세월을 방황한 끝에 작가를 꿈꾸게 되었고, 1980~1990년대 걸작 애니메이션과 만화들, 〈스타트렉〉 에피소드들, 톨킨과 이영도, 르 귄과 젤라즈니, 알프레드 베스터와 코드웨이너 스미스, 듀나, 배명훈, 곽재식, 김보영, 이서영 등 위대한 장르의 발자취를 추적하며 자신만의 샛길을 발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한·중·일 아시아 설화 SF 프로젝트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앤솔러지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에 참여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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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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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 인간과 문명, 기계와 생명, 시원과 미래를 연결하는 AI 스토리텔링의 최고봉 고 이어령 교수의 ‘인간과 인공’ 사이의 고차원방정식을 답을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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